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		<title>일본야동 무료야동 성인야동</title>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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		<description>일본야동 무료야동 성인야동 즉시보기</description>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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		<pubDate>Mon, 24 Oct 2011 17:55:34 +0900</pubDate>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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			<title>여자봉지사진다운로드</title>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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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 동생 재영이요.&lt;br&gt; 결혼식 때 안 봤었어요? 하지만 아란이 넌외동딸이잖아, 라고 말하려다가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아마도 이 아 이는 새어머니에게서 난 의붓동생일 것이다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 누구야? 아저씨? 제후는 맹랑한 꼬마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.&lt;br&gt; 아란이 웃으며 동생의 말을 정정했다.&lt;br&gt; 재영아, 아저씨가 아니라 매형이야.&lt;br&gt; 누나랑 결혼한 사람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랑 결혼했어? 엄마랑 아빠처럼 같이 사는 거야? 아빠라기보다는 차라리 할아버지가 낫겠다.&lt;br&gt; 제후는 획, 팔짱을 끼며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 다.&lt;br&gt; 그럼 아기는 어디 있어? 결혼하면 엄마 아빠처럼 아기도 낳는 거잖아.&lt;br&gt; 재영이 동생 어디 있어? 덕분에 아란의 긴장이 덜어지긴 했지만 누나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 처남이 마음에 들지 않 는 제후였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목에 목도리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팔을 풀려는 찰나, 손님 방 문이 열리더 니 그녀의 부모님이 나왔다.&lt;br&gt; 아이를 어르고 있던 아란이 새어머니를 보고는 동생을 거실바닥에 내려놓았다.&lt;br&gt; 엄마한테 갈래, 재영아? 누나는 어디 가야 되거든.&lt;br&gt; 웅웅, 싫어.&lt;br&gt; 누나도 같이 집에 가.&lt;br&gt; 응? 재영아, 이리 온.&lt;br&gt; 저 낳아준 엄마가 부르는데도 재영은 누나에게만 매달려 징징거렸다.&lt;br&gt; 제후가 발을 공중으로 동동대는 아이를 떼어다 엄마에게 안겨주었다.&lt;br&gt; 고마워, 권 서방.&lt;br&gt; 그리고 너도 오랜만이구나.&lt;br&gt; 잘 지냈니? 새어머니의 마지못한 눈길이 아란에게 닿았다.&lt;br&gt; 염려했던 거와 달리 아란은 떨지도 않고 말 을 받았다.&lt;br&gt; 걱정해주신 덕분에요.&lt;br&gt; 아버지도 건강하시죠? 나야 늘 잘 있지.&lt;br&gt; 이 사람이 잘 http://yes1.net  챙겨주니까.&lt;br&gt; 아내의 어깨를 안으며 다정스레 대답하는 아란의 아버지를 보면서 제후는 역겨움마저 일었 다.&lt;br&gt; 당연히 그러시겠죠.&lt;br&gt; 힘들게 재혼하셨는데 오죽 하시겠어요? 삐딱한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.&lt;br&gt; 아란이 그러지 말라는 듯 제후의 팔을 잡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을 뿐 더러 제후도 그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.&lt;br&gt; 너무 사이가 좋아서 딸이 어떻게 사는지는 궁금하시지도 않나 봐요.&lt;br&gt; 저희 결혼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전화 한 통도 안 하시고 말입니다.&lt;br&gt; 저도 부러울 정도라니까요.&lt;br&gt; 농담 속에 드러나는 가시.&lt;br&gt; 은 사장 내외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흐려지는 것을 보며 권 회장 이 나섰다.&lt;br&gt; 제후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? 할아버진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히나 계세요, 소리가 이 사이에서 걸렸다가 목으로 넘어갔 다.&lt;br&gt; 제후는 조롱기를 입가에 걸었다.&lt;br&gt;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.&lt;br&gt; 하지만 없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뭘 잘못했는지 전 모르겠 는데요.&lt;br&gt; 제후야! 마침내 권 회장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제후가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오히 려 건방진 눈동자 속에 두 사람을 가두어 노려볼 뿐이었다.&lt;br&gt; 당신들도 깨달아야 돼.&lt;br&gt;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, 때늦은 사랑 놀음으로 무시당해 내쳐진 자식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당신들도 알아야 돼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그럼 천천히 놀다 가세요.&lt;br&gt; 저희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하거든요.&lt;br&gt; 얼굴 풀어.&lt;br&gt;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?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아란은 내내 불안한 얼굴이었다.&lt;br&gt; 너도, 지금 내가 너무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?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고?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해서 그래요.&lt;br&gt; 오빠도 괜히 저 때문에 은 아란.&lt;br&gt;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던 제후가 무서운 얼굴로 아란을 돌아보았다.&lt;br&gt; 말해두는 데 너하고는 상관없이 내가 한 말이야.&lt;br&gt;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대하는 그 분들 태도에 내가 기분이 나빠서 한 마디 한 거라고.&lt;br&gt; 알았어? 아란이 눈길을 돌리면서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기분 잡치게 그런 얼굴도 하지 말고.&lt;br&gt; 이래서야 둘이 여행 가는 기분도 안 나잖아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안 그럴게요.&lt;br&gt; 이러니 당하고만 살았지.&lt;br&gt; 제후는 침을 꿀꺽 삼키고 http://fwin.accs.kr  화를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은 아란, 너 여기서 조금만 나빠지면 안 되겠냐? 까짓 망신 한 번 준 거 가지고 마음 쓰 지 마.&lt;br&gt; 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기나 할 거 같아? 사실은 아란이 입술을 오물거렸다.&lt;br&gt; 사실은 저도 속이 시원했어요.&lt;br&gt; 오빠가 그 말 안 했으면 내가 했을지도 몰라요.&lt;br&gt; 다만 오빠 가 할아버지 눈에 나는 건 아닐까, 사람들이 오빠 나쁘게 보면 어쩌나 그게 걱정됐어요.&lt;br&gt; 제후가 피식, 코웃음을 쳤다.&lt;br&gt;거기 온 손님 중에 나 그렇고 그런 놈인 거 모르는 사람 없 어.&lt;br&gt; 그래도 나 때문에 오빠 나쁘게 보이는 거 싫어요.&lt;br&gt; 정말로요.&lt;br&gt; 네 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기지 않는데 왜 네 눈엔 내가 안 보이는 걸까.&lt;br&gt; 제후는 속 이 쓰렸다.&lt;br&gt; 그만해라.&lt;br&gt; 빼도 박도 못할 말 가지고 가타부타 떠드는 거, 머리 아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7e/14/bmwno1000/folder/3/img_3_1052_1?1261913501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제후는 몸을 의자에 묻으면서 눈을 감았다.&lt;br&gt; 그를 가만, 쳐다보는 아란의 시선과 이내 고개를 돌리는 나즈막한 한숨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했다.&lt;br&gt; 기대하게 만들지 마.&lt;br&gt; 네 착한 눈빛을 마주하는 게 얼마나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 알아? 사랑은 느낄수록 괴로웠다.&lt;br&gt; 낯설고 힘들었다.&lt;br&gt;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호텔에서 보낸 VIP 전용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들어갔다.&lt;br&gt; 우와~예쁘다!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객실에 짐을 풀자마자 아란은 곧장 발코니로 뛰어나갔다.&lt;br&gt; 그러더니 인어공주가 되어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할 것처럼 난간을 손으로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.&lt;br&gt; 여기 진짜 마음에 들어요.&lt;br&gt;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감사하는 말씀 꼭 드려야겠어요.&lt;br&gt; 할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입었던 답답한 정장 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제후는 대답했다.&lt;br&gt; 그러던지.&lt;br&gt; 직접 마중을 나온 지배인의 말에 따르면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방이라고 했다.&lt;br&gt; 이틀을 머무는 데 190만원이고 사흘에 26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형의 허니문 패키지용 객실이란다.&lt;br&gt; 얼른 옷 갈아입어.&lt;br&gt; 바다 보고 싶다며.&lt;br&gt; 조금만 더 보구요.&lt;br&gt; 제후가 니트 셔츠에 청바지로 갈아입을 동안까지 아란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 음속에 불쑥 짓궂은 장난기가 돌았다.&lt;br&gt; 아쉬워하며 허리를 바로세우는 아란의 등에 제후의 가슴이 닿았다.&lt;br&gt; 그만 보고 가자니까.&lt;br&gt; 제후는 두 팔로 각각 아란의 어깨와 허리를 둘러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.&lt;br&gt; 아니면,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그냥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까? 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싫다.&lt;br&gt; 넌 내가 마법을 풀어줄 때만 살아 숨을 쉬는 인형이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그그치만 아까 집에서두 거긴 거기고 호텔에서 하는 건 처음이잖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목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를 헤치면서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물었다.&lt;br&gt; 불그스 름한 입술자욱과 고른 치흔(齒痕)이 남았다.&lt;br&gt; 게다가 우린 부부고어디에서도 거리낄 게 없어야 한다고.&lt;br&gt; 아란의 귓불을 깨물며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허리를 안았던 손이 내려가 스커트를 밀어올리고 매 끈한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.&lt;br&gt; http://njjj.isuim.com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.&lt;br&gt; 자어떻게 할까? 밖으로 나가서 멍청한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줄까, 아니면 이 곳에 서 갑자기 돌아선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감으며 입술을 맞댔다.&lt;br&gt; 등 뒤로 파닥이며 스커트를 들추는 바람만큼이나 그녀의 행동은 대담했다.&lt;br&gt; 아란이 입술을 떼었다.&lt;br&gt; 원해요.&lt;br&gt; 해요.&lt;br&gt; 한 음절이 숨어 나왔지만 제후는 그 말이 허락의 뜻임을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요정들의 눈물처럼 수정이 되어 떨어질 듯 잔잔한 물기가 아란의 눈에 고인다.&lt;br&gt; 아란아 그의 뺨을 쓸어내리는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나 겁쟁이야.&lt;br&gt; 나 너 데리고 도망 온 거야.&lt;br&gt; 밑도 끝도 없이 퍼 올리는 말이었다.&lt;br&gt; 어둠에 깊이를 감춘 우물에서 처음 두레박으로 퍼 올 린 맑은 물이었다.&lt;br&gt; 사실은 내가 오빠.&lt;br&gt; 제후의 팔 안에서 아란의 허리가 휘어지며 다가갔다.&lt;br&gt; 코끝이 부딪치는 거리에서 아란은 제 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.&lt;br&gt; 그 말 꼭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면, 하고 나서 오빠 마음 상하게 할 말이라면 하지 마요.&lt;br&gt; 사람들 떠나서 둘이 있는 거잖아요.&lt;br&gt; 그러니 아무 생각 하지 마요.&lt;br&gt; 여행 왔으니까 좋은 기억만 만들어요.&lt;br&gt; 아무도 끼워주지 말고 그냥 우리 생각만 하면서 지내요, 네? 그녀가 말하는‘우리’는 특별하게 들린다.&lt;br&gt; 너는 너, 나는 나가 아닌 우리.&lt;br&gt; 그런데 그 우리 사이에 누가 끼어들면 어떻게 하지? 하나도 아닌 둘.&lt;br&gt; 너를 좋아하는 사람,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가 널 영원히 차지할 수 있는 걸 막아버리 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? 너 좋아하 바로 그 때 제후의 핸드폰이 주인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긴장이 푹 수그러드는 걸 느끼면서 아 란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고 거실로 들어갔다.&lt;br&gt; 여보세요? 제후, 네 이 녀석! 할아버지셨다.&lt;br&gt; 제후는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알았어요, 알았어.&lt;br&gt; 제가 잘못했어요.&lt;br&gt; 이제 됐죠?! 제후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.&lt;br&gt; 그리고 아예 핸드폰의 배터리를 뽑아 버렸다.&lt;br&gt; 오빠아란은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.&lt;br&gt;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래.&lt;br&gt; 돌아가면 틀림없이 배로 혼나겠지만 아무도 너한테 뭐라 안 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.&lt;br&gt; 아란이 고개를 저었다.&lt;br&gt; 부부는 일심동체랬어요.&lt;br&gt; 오빠가 잘못한 건 내가 잘못한 거고 난, 오빠가 할아버지한테 혼 나는 거 싫어요.&lt;br&gt; 그래? 제후는 웃는 듯 마는 듯 입가를 찡그렸다.&lt;br&gt;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에 대해 ‘우리’를 강조하는 아란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.&lt;br&gt; 나중에 할아버지가 부르시면 저도 데리고 가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줄게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줘? 어감이 재미있었다.&lt;br&gt; 마지못한 미소는 진심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.&lt;br&gt; 하긴.&lt;br&gt;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 예뻐하시니까 너 데리고 가면 야단은 덜 맞겠다.&lt;br&gt;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미소가 제후를 따라 아란의 얼굴에 고였다.&lt;br&gt; 그저 바 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웃고 있으면 온 세상이 빛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http://kccc.me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.&lt;br&gt;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아냐? 그건 다 권 제후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야.&lt;br&gt;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먼 손가락으로 가리킨 그를 보고 승원과 미진이 했던 말이었다.&lt;br&gt; 무표정한 얼굴을 녹여보고자 웬만한 미모를 갖춘 여자들이 줄줄이 덤벼들었지만 마음을 얻고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했다.&lt;br&gt; 떠난 사람이 여자가 먼저든 권 제후가 먼저든 그가 미련을 갖고 찾는 경우도 없다 했다.&lt;br&gt; 포기해.&lt;br&gt; 저 선배 맘 좀 뺏어보겠다고 설치다가 바보 된 애들 하나둘인 줄 아냐? 친구들의 만류에도 변함없던 절실한 외바라기에 하늘도 감동하셨는지 인연이 맺어졌고 심지 어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게까지 되었다.&lt;br&gt;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제후는 아란의 몸만은 좋아했다.&lt;br&gt; 진짜 속을 내비치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녀가 없으면 가끔 서운해 한다고 느꼈다.&lt;br&gt; 그리고 그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.&lt;br&gt; 바라만 보고 말도 못 걸던 옛날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을, 아란은 보내고 있었다.&lt;br&gt; 하지만 헤어지면? 나한테 싫증을 내고 계약을 끝내자고 말하면? 가슴에 싸한 통증이 찾아왔다.&lt;br&gt; 아란은 작은 콧소리 섞인 한숨을 쉬며 제후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안겼다.&lt;br&gt; 그리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시원한 향수냄새와 체취를 숨 속으로 담아 넣었다.&lt;br&gt; 언젠가 그가 떠날 때 언젠가 혼자 남겨질 때,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며 견딜 수 있도록.&lt;br&gt; 제주도로 밀월여행을 다녀온 다음부터 제후는 강의라든가 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36/tistory/2009/12/26/02/49/4b34fb334bcdc &gt;&lt;br&gt;&lt;br&gt;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할 때를 빼 고는 아란을 옆에 붙이고 다녔다.&lt;br&gt; 결혼을 빨리 해서 못해봤던 평범한 데이트도 했다.&lt;br&gt; 강의가 비는 시간 틈틈이 전화를 하고 기다리고 만나고, 아란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녔다.&lt;br&gt; 같이 술 마실 시간도 없냐는 친구들의 비아냥거림도 권 제후, 사람 달라졌다고 신기한 눈으 로 쳐다보는 여자들의 시선도 상관없었다.&lt;br&gt; 그저 그만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.&lt;br&gt; 권 제후가 만든 시간 속에서 권 제후를 생각하는 것으 로 아란의 머릿속을 채워주고 싶었다.&lt;br&gt; 오빠, 이거 봐요! 아란이 갑자기 제후의 팔을 잡으며 멈춰 섰다.&lt;br&gt; 학교 앞 분식점에서 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소화 시킬 겸 아이쇼핑을 하다가 쇼윈도에 걸린 목걸이가 예쁘다고 들른 보석 전문점 안이었다.&lt;br&gt; 크리스탈로 만든 거래요.&lt;br&gt; 너무 예쁘죠? 아란이 가리킨 것은 손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큐피드 상이었다.&lt;br&gt; 앙증맞은 날개를 달고 하 트가 달린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.&lt;br&gt; 사줄까? 카운터에 있던 여직원 중 하나가 쪼르르 달려오는 걸 보며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정말요?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안 될 게 뭐야.&lt;br&gt; 너나 나나 어차피 돈만 남아도는 집 자식들이잖아.&lt;br&gt; 내가 맘만 먹으면 이 http://ever.whesan.com 보석가게 전부를 사다가 안겨줄 수도 있다고.&lt;br&gt; 거드름을 피우는 제후의 말투에 아란이 웃는다.&lt;br&gt; 소리 없는 웃음에 그녀의 양 볼에는 깜찍한 볼우물이 진다.&lt;br&gt; 두 개였으면 좋겠는데 손때가 묻을까 조각상 아래 빌로드 천이 깔린 상자를 통째로 들고 있던 아란이 중얼거렸다.&lt;br&gt; 응? 이거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요.&lt;br&gt; 오빠하고 나하고 하나씩 나눠 갖게.&lt;br&gt; 짝 있어요, 손님.&lt;br&gt; 보여드릴까요? 옆에 있던 직원이 카운터로 따라 오란다.&lt;br&gt; 마음만 먹으면 이 보석가게 전부를 사서 안겨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던 까닭에 그녀의 태도는 굉장히 친절했다.&lt;br&gt; 여직원이 뭐라고 얘기를 하자 남자직원이 금고를 열더니 비슷한 크기의 상자를 꺼내고 뚜껑 을 연다.&lt;br&gt; 하트에 화살이 꽂힌 모양의 조각이 누워 있었다.&lt;br&gt; 예쁘다! 아란의 감탄사에 제후가 어깨를 으쓱, 했다.&lt;br&gt; 직원들과 주인의 낯에 화색이 떠오르는 걸 보니 꽤 값이 나가는 모양이었다.&lt;br&gt; 두 분 사귀는 사이세요? 귀족적인 고상함에 적당한 반항기가 돋보이는 근사한 외모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 였다.&lt;br&gt; 여자의 예쁘다는 말 한 마디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꺼내고 카드를 긁는, 성격 화끈한 남자 의 뒷모습을 보던 여직원 하나가 상자 두 개를 포장하며 말을 붙인다.&lt;br&gt; 남자친구가 아가씨한테 푹 빠져 있는 것 같던데 그래요? 아란은 가게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 제후를 창 너머로 쳐다보며 대답했다.&lt;br&gt; 가능성은 없었지만 듣기는 좋았다.&lt;br&gt; 이왕이면 커플링도 하지 그래요? 혼자 덜렁하니 우정 반지 같은 거 끼지 말고, 사귄지 오 래 된 사이면 웃고 있던 아란의 얼굴이 굳어버렸다.&lt;br&gt; 즐거워서 까닥거리던 손가락의 움직임도 투명한 유리 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저희, 부분데요.&lt;br&gt; 부부요? 그치만 남자 분은 반지를 끼고 있지 않던 손님의 달라진 표정을 보고 여직원은 입을 다물었지만 말은 뱉어진 다음이었다.&lt;br&gt;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비참함이었지만 아란은 막 포장이 끝난 상자를 들고 훌쩍 밖으로 나와 버렸다.&lt;br&gt; 더 듣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모르는 사람에게 계약에 묶인 부부라서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형식상의 관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약속.&lt;br&gt; 아란아! 담배를 태우며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던 제후는 그가 기다리는 것조차 잊은 듯 앞 을 지나쳐 황망히 걸음을 옮기는 아란을 보고 대충 통화를 마무리 하고 그녀에게 뛰어갔다.&lt;br&gt; 어디 가.&lt;br&gt; 오늘 할아버지 만나러 가기로 아란의 팔을 잡아 돌려세운 제후는 뜻밖에도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과 http://kccc.me/naver/5574.html 맞닥뜨린 순간 말 을 끝맺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.&lt;br&gt; 원망, 분노 하여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이었다.&lt;br&gt; 낼까요? 목이 메는 음성으로 아란은 제후를 쳐다봤다.&lt;br&gt; 그냥 우리 여기서 끝낼까요? 뭐? 할아버지 앞에서 오빠가 사 준 선물이라고 좋아하며 자랑하는 아란의 얼굴을 볼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제후의 낯이 구겨졌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라면 그냥 여기서 끝내자고요!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을 시간도 달래줄 틈도 없었다.&lt;br&gt; 하얀 얼굴 가득 눈물을 터트린 아란 은 그대로 뒤돌아서 뛰어가 버렸다.&lt;br&gt;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.&lt;br&gt; 아란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그만큼 당황스러웠다.&lt;br&gt; 바닥 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 올리며 제후는 아득한 불안함으로 심장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.&lt;br&gt; 죄죄송합니다, 손님.&lt;br&gt; 아까의 여직원이 옆에 서 있었다.&lt;br&gt; 제가 실수를 했어요.&lt;br&gt; 두 분이 결혼하신 줄도 모르고 그만 커플링이나 하는 게 어떻겠냐 고 커플링? 제후는 무심결에 왼손 약지를 내려다보았다.&lt;br&gt; 아란과는 달리 어떤 구속도 허용치 않을 것처 럼,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텅 비어 있는 그의 손가락을.&lt;br&gt; 직원이 알고 말했던 것도 아니고 제후의 고의도 아니었지만 비싼 선물을 덥석 안겨주고는 아란의 마음을 깔아뭉갠 꼴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진작에 끼고 다녔어야 했는데 쑥스러움에 미뤄두었던 일이 치부를 드러내 그녀가 망신을 당 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뭐야?! 당신 눈에는 그 비싼 반지가 고작 우정 반지로 보였단 말야? 죄죄송합니다.&lt;br&gt; 정말 죄송합니다.&lt;br&gt; 어떻게 보상을 해야 이 여자에겐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후는 화가 났다.&lt;br&gt; 아니 그보다, 바람이 팽팽했던 풍선이 터져버린 것 같은 아란의 눈동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.&lt;br&gt; 화를 냈다는 건 그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뜻인데 말이다.&lt;br&gt; 나한테 기대를 해? 그 남자가 아닌 나한테? 본가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었다.&lt;br&gt; 할아버지가 생신 때의 일에 대해 뭐라고 꾸중을 하셨는지 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제후는 집에 가면 아란의 화를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가만 고민하고 있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c2/73/baek6217/folder/208/img_208_1584_4?1261913027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여자의 눈치를 보는 일이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라면 용기를 낼 수도 있는 제후였다.&lt;br&gt; 불안하진 않았다.&lt;br&gt; 어느 덧 심장을 내 준 사람이기에 그리고 문득 문득 기대를 갖게 만드는 아란의 행동에 대한 설레임이 가슴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.&lt;br&gt; 상한 속을 달래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라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건 아닌가 했지만 옥외 주차장에서 떨리는 맘으로 올려다 본 그들의 보금자리에는 불이 커져 있었다.&lt;br&gt; 저녁나절, 그렇게 아란과 헤어지고 내내 구겨져 있던 제후의 얼굴이 반가움으로 펴졌다.&lt;br&gt; 엘 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고작 3층 내려오는 http://naveryo.com/naver/2216.html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.&lt;br&gt; 가쁜 호흡에 들먹이는 심장을 억누르며 벨을 누르려는 찰나 문이 먼저 열렸다.&lt;br&gt; 왔어요? 어응.&lt;br&gt; 아까 그러고 간 게 미안해선지 아란은 어색한 음성으로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래도 죄책감이 드는 건 아란이 아니라 제후 쪽이었다.&lt;br&gt; 집에는 언제 왔어? 온 지 한 시간쯤 됐어요.&lt;br&gt;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아란의 어깨에서 바람이 인다.&lt;br&gt; 그 모습을 보자 잠시나마 가졌던 제 후의 설레임은 구석으로 밀려난다.&lt;br&gt; 아까 그 말 왜 한 거야? 내던지는 말이 퉁명스러웠다.&lt;br&gt; 아란이 침실로 향하던 걸음을 멈춘다.&lt;br&gt; 말해두겠지만 우리 결혼 오빠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죠.&lt;br&gt; 아란이 말을 가로채며 뒤돌아섰다.&lt;br&gt; 내가 아쉬워서 매달린 결혼이니까 혼자였던 생활로 돌아간다고 해도 오빠는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거죠?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? ! 내 마음 같은 거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거죠? 내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받아들였는지 오빠한테는 아무 상관없는 거죠? 굵은 눈물방울이 아롱져 바닥으로 떨어진다.&lt;br&gt; 제후는 울컥하는 마음에 아란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.&lt;br&gt; 그러는 넌! 너만 아픈 게 아니란 말이다.&lt;br&gt;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로 두고 사는 나는 편한 줄 알아? 멀쩡한 줄 알아? 넌 뭘 그렇게 잘했는데? 날 다그칠 만큼 순결한 요조숙녀에 조강지처야? 겉으로는 나밖 에 모르는 여자처럼 하고 다녀도 막상 뒤로는 여우짓하고 다니는 지 어떻게 알아? 아니에요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 오빠밖에 없어요.&lt;br&gt; 왜 몰라요 꼭 말로만 해야 되는 거에요? 마음으로 날 봐줄 수는 없는 거에요?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악에 받친 한 마디가 아란의 입을 뚫고 터져 나왔다.&lt;br&gt;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 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제후의 눈빛이 주춤했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손을 뿌리쳤다.&lt;br&gt;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축하한다는 말 듣고 싶었어요.&lt;br&gt;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더 이상 비참해질래야 비참해질 수도 없었다.&lt;br&gt; 손으로 가리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 큼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 걸 느끼며 아란이 뛰쳐나간다.&lt;br&gt; 멍하니 서 있던 제후가 탕! 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.&lt;br&gt; 아아란아! 제후는 신발도 신지 않고 따라 나갔지만 아란은 보이지 않았다.&lt;br&gt; 두리번거리며 황급한 심정 으로 그녀를 찾는 그의 귀에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꺄아악! 사람이 다쳤어요, 누가 좀 도와줘요! 설마 하는 불안감에 심장이 내려앉으면서 소름이 돋았다.&lt;br&gt;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 서 제후는 여자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.&lt;br&gt; 계단이 있는 곳이었다.&lt;br&gt; 사람들이 그리로 모여들었다.&lt;br&gt; 이름도 모르는 이웃들을 헤치고 들어간 제후의 눈이 커졌다.&lt;br&gt; 아란아! 계단 아래,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분명 아란이었다.&lt;br&gt; 벗겨진 한 짝의 신 발이 계단 중간에 걸쳐져 있었다.&lt;br&gt; 아란아, 제발! 넋 나간 표정으로 아란을 안아든 제후가 창백해진 그녀의 뺨을 두드리다 말고 웅성대며 모 여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.&lt;br&gt; 뭣들 하는 거에요! 사람이 다쳤는데! 구급차, 누구 구급차 좀 불러줘요!! 가벼운 뇌진탕이라면서! 그거 말고는 다친 데도 없다면서 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? 방안이 다 쩌렁쩌렁 울렸다.&lt;br&gt; 의사 생활 25년에 http://naveryo.com/naver/2014.html 이렇게 막 되먹고 시끄러운 보호자는 처음 보겠다고 생각하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을 꺼냈다.&lt;br&gt; 자자, 일단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으십시오.&lt;br&gt; 그래야 저도 무슨 말씀을 드리던지 할 것 아 닙니까? 뒤에 서 있던 권 회장이 제후의 어깨를 두드렸다.&lt;br&gt; 노인의 자애로운 눈빛이 거친 감정에 휩 싸인 손자의 마음을 다독였다.&lt;br&gt;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환자분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.&lt;br&gt; 약간의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 은 것 외에는 이봐, 의사 선생!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? 뭔가 새로운 걸 얘기해 보라고! 나는 왜 아란이 가 깨어나지 못하는지에 묻고 있잖아! 제후야! 할아버지의 엄한 목소리에 제후는 억지로 숨을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문제는 환자분이 거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.&lt;br&gt; 무의식중에 깨어나는 걸 거부하는 것 같습 니다.&lt;br&gt; 뭔가 두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.&lt;br&gt; 그럼 어떻게 해야 지금으로썬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.&lt;br&gt; 어떤 확약도 드릴 수가 의사가 말끝을 줄였다.&lt;br&gt; 제후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.&lt;br&gt; 구급대에 실려 온지 벌써 사흘 밤낮을 넘겼는데 아란은 죽은 듯이 잠만 잘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.&lt;br&gt; 죽은 듯이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 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 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무너졌다.&lt;br&gt; 이대로 영원한 잠에 들어 깨어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, 다시는 아란의 맑은 웃음을 볼 수 없 는 건 아닌가 방정맞은 생각들이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머릿속을 오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지친 발을 끌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깊은 잠에 든 아란의 얼굴은 평온해보였지만 그와 함께 하는 일상이 두려워 일어나지 못한 다는 말에 제후의 가슴은 핏빛 멍울이 지고 몇 톤짜리 돌을 얹은 것 마냥 무거웠다.&lt;br&gt; 다가가 의자를 끌어다놓고 앉았다.&lt;br&gt;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대고 눈을 감았 다.&lt;br&gt; 눈물 한 줄기가 제후의 뺨을 타고 흘렀다.&lt;br&gt; 아직은 아직은 아니잖아.&lt;br&gt; 나한테 실망하고 화나더라도 내가 철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참아주라.&lt;br&gt; 부부란 원래 그런 거 잖아.&lt;br&gt; 나란 놈한테 실망해서 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널 채웠다고 해도 이런 모습이 마지막이면 안 되는 거잖아.&lt;br&gt; 아란아 내 목소리 들리면 좀 일어나봐.&lt;br&gt; 내 마음 알기 http://bpq.kwsc.net 전까지는 멀리 가지마.&lt;br&gt; 나 놔두고 혼자 먼 데로 떠나지마.&lt;br&gt; 다시 그녀 없는 시간이 흘렀다.&lt;br&gt; 네 번의 낮과 밤이 일상을 만들며 지나갔다.&lt;br&gt; 학교에는 가야 된다는 할아버지의 엄명에 따르 긴 했지만 제후는 아란의 간호를 맡은 사람이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 이었다.&lt;br&gt; 강의가 끝나면 끼니를 챙길 틈도 없 이 달려오곤 했다.&lt;br&gt; 제 에미 애비가 죽은 후로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중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권 회장은 손 자며느리가 걱정되면서도 아란에게 몰두하는 제후의 모습을 다행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았다.&lt;br&gt; 제후는 남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생일에 아란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모르는 척 했던 것도 손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였다.&lt;br&gt; 아란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쉴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마음이 안식처를 찾았다는 걸 말이다.&lt;br&gt; 이제 미움 받는 역할은 그만해도 될 것 같군.&lt;br&gt; 그동안 수고했네.&lt;br&gt; 어느 날 새벽인가 아란을 간호하다 곁에 엎드려 잠이 든 제후를 보며 권 회장은 병실을 나 와 밖에서 문병 차, 들렀던 공범에게 말했다.&lt;br&gt; 그 녀석이 미처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처음부터 좋아했을 걸요.&lt;br&gt; 민준이 미소로 답했다.&lt;br&gt; 그런데 언제쯤 말해주는 게 좋을까요? 이번 일도 있고 두 사람 다, 슬슬 진실을 알 때도 된 것 같은데.&lt;br&gt; 내버려 두게.&lt;br&gt;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제 3자보다 서로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제일 행복할 테니까.&lt;br&gt; 제후가 마음을 숨기는 바보짓만 하지 않는다면요.&lt;br&gt; 그 때 낮은 굽의 샌들을 신고 복도를 뛰어오는 간호사 한 명이 있었다.&lt;br&gt; 그녀는 권 회장에게 다다르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.&lt;br&gt; 은 아란씨 보호자 되시죠? 빨리 병실에 좀 와주셔야겠어요.&lt;br&gt; 우리 아이가 깨어났습니까? 그게 아니고 병실로 환자분의 아버지라는 분이 찾아오셨는데 손자 분이 막 더 듣지 않아도 상황을 짐작하는 권 회장이었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알고 있는 이상은 그랬다.&lt;br&gt; 어둠에 묻힌 복도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병실이 http://webgun.shenala.com 있었다.&lt;br&gt; 활짝 열린 문으로 넓은 용적의 빛이 바닥을 비추고 거기선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가! 여기서 사라지라고! 당신이 무슨 아버지라고 딸이 다쳐서 입원해 있는데도 일주일 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당신이 무슨 아버지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34/tistory/2009/12/26/03/49/4b35094d50960 &gt;&lt;br&gt;&lt;br&gt; 의사가 뭐라고 한 줄 알아? 잘못하면 평생 저러고 있을 수도 있대.&lt;br&gt; 부모라는 사람들이 결 혼이란 명목으로 팔아넘긴 딸이 영원히 잠들어서 죽을 때까지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대! 그거 알기나 해? 깨어나면 두려 운 일이 기다리는 것처럼 깨어나는 걸 거부하고 있대.&lt;br&gt; 이보게 권 서방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란의 아버지가 사위에게 낯을 보이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후 가 말을 가로챘다.&lt;br&gt; 당신과, 당신의 새 아내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짐이었는지 몰라도 아란이 이제 나한테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야.&lt;br&gt; 누구한테도 상처받지 못하게 내가 지킬 거고 아무도 이 아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일 있으 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그러니 가.&lt;br&gt; 여기서 사라지고 다시는 오지 마! 절규.&lt;br&gt; 그리고 차마 말해주지 못한 사랑.&lt;br&gt; 우리 누나 아파?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문틈으로 제후와 은 사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권 회장과 민준의 귀에 아이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누나 이제 못 일어나? 재영이었다.&lt;br&gt; 엄마보다 배다른 누나를 더 따르던 그녀의 동생이었다.&lt;br&gt; 아저씨 우리 누나 죽었어?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재영이 제후의 바지를 잡고 흔들었다.&lt;br&gt; 재수 없는 소리 집어 쳐! 죽긴 누가 죽었다고 그래! 아이의, 아란을 빼닮은 눈동자에 다시금 죄책감이 스며들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이가 놀랄 수 있다 는 것도 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.&lt;br&gt; 방금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끅끅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재영은 누나의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.&lt;br&gt; 부벼대는 눈이 붉었다.&lt;br&gt; 제 후는 한숨을 쉬며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었다.&lt;br&gt; 미안하다, 꼬마야.&lt;br&gt; 아저씨가 잘못했어.&lt;br&gt; 누나 안 죽어.&lt;br&gt; 그냥 자고 있는 거잖아.&lt;br&gt; 일어날 거야.&lt;br&gt; 꼭 일어나서 널 안아줄 거야.&lt;br&gt; 누나에게 http://yes1.net 그랬던 것처럼 재영은 제후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.&lt;br&gt; 아이들 특유의 달콤한 체취가 한가득 안겨왔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안듯이 아이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달랬다.&lt;br&gt; 아무 일 없을 거야정말로.&lt;br&gt; 목이 메어왔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민준이, 그리고 할아버지가 문간에 서 있었다.&lt;br&gt; 본의 아니게 엿들은 꼴이 되어 버렸구나, 미안하다.&lt;br&gt; 언제 오셨어요? 그리고 민준이 너는? 제후는 재영을 안은 채로 일어났다.&lt;br&gt; 아란이 문병 왔다가 할아버지를 만나서 담배 한 대 태우고 들어오는 길이야.&lt;br&gt; 괜찮아? 네 녀석 온 건 하나도 안 반가워.&lt;br&gt; 민준이 피식 웃으며 사돈과 함께 나가는 권 회장을 쳐다봤다.&lt;br&gt; 은 사장의 무거운 걸음새를 보아하니 긴 얘기가 될 것 같았다.&lt;br&gt; 곧 반가워하게 될 걸.&lt;br&gt; 너, 나하고 잠깐 얘기 좀 하자.&lt;br&gt; 아란이 걱정되면 여기서 해도 좋 고.&lt;br&gt; 옆 침대에 재영을 재워놓고 있을 때 캔 커피 두 개를 든 민준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너 어제도 밤샜다면서 몸은 괜찮은 거냐? 중간 중간 자니까 견딜 만 해.&lt;br&gt; 달고 시원한 냉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잠이 깨는 듯 했다.&lt;br&gt; 아란이 좋아하지? 캔을 들어올리던 제후의 손이 공중에서 우뚝 멈췄다.&lt;br&gt; 내 말이 맞냐?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가 제후의 입가를 맴돌았다.&lt;br&gt; 민준이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뭐 너 하는 짓 봐선 묻지 않아도 당연한 얘기다만 그냥 확인해 본 거다.&lt;br&gt; 그 때 내가 아 란이 좋아한다고 했던 거 기억 나냐? 그래서.&lt;br&gt;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?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냐? !! 경악의 표정이 제후의 얼굴에 떠올랐다.&lt;br&gt; 민준이 바닥에 깔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캔을 살살 흔들었다.&lt;br&gt; 그래, 맞아.&lt;br&gt; 나 너한테 거짓말 했다.&lt;br&gt; 난 너 만큼이나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친 구의 여자를 노릴 정도로 비열한 놈은 아니야.&lt;br&gt; 그런데 왜 나한테 부탁한 사람이 있었어.&lt;br&gt; 네가 행복해지기를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이.&lt;br&gt; 할아버지가? 민준은 제후의 생각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.&lt;br&gt; 내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어땠을 거 같냐? 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 서투르잖아.&lt;br&gt; 할아버 지는 진실을 깨닫도록 너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거야.&lt;br&gt; 지기 싫어하는 네 성격에 누가 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가만히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싫어도 http://fwin.accs.kr 지키려고 노력할 테니까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신 거지.&lt;br&gt; 결 국 할아버지의 판단은 옳았고 지금 넌 여기 이 자리에 있잖아.&lt;br&gt; 아란이도 이 사실 알아? 몰라.&lt;br&gt; 아마 내가 자기한테 접근한 게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걸.&lt;br&gt; 그 녀석, 너도 알겠 지만 사람을 너무 잘 믿어.&lt;br&gt;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도 안 하고 덥석 믿어버려.&lt;br&gt; 제후는 허무함에 웃음이 나왔다.&lt;br&gt; 그 동안의 고민이 다 쓸데없는 거였다니.&lt;br&gt; 말이나 들어보자.&lt;br&gt; 너 아란이 찾아가서 뭐라고 했냐? 어느 덧 경계심을 풀은 눈동자였다.&lt;br&gt; 민준이 싱긋 웃었다.&lt;br&gt;궁금하냐? 그걸 말이라고 해? 할아버지랑 짜고 나 속인 건 괘씸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용서해준 다.&lt;br&gt; 음처음엔 반지 얘기 하면서 속을 찔러봤고 두 번째는 너희들이 계약 결혼 한 거 알고 있다고 했고, 세 번째는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지.&lt;br&gt; 그랬더니 뭐래? 선배가 뭘 원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을 거에요, 그러더라.&lt;br&gt; 아마도 내가 자기한테 구애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나봐.&lt;br&gt; 순진한 녀석.&lt;br&gt; 진심하고 장난도 구분 못하는 바보.&lt;br&gt; 가까이 있으면서도 참 어려운 사랑을 하는 커플이었다.&lt;br&gt; 자식이, 그러는 저는 바보짓 안 한 줄 아나.&lt;br&gt; 민준은 아직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생 각하는 어리석은 친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.&lt;br&gt; 너도 속아 넘어갔으면서 뭘 그래.&lt;br&gt; 나한테 주먹질까지 하고.&lt;br&gt; 한 민준 연기력이 좋았던 거지.&lt;br&gt; 정작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지만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비단 아란의 입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에서라도 그녀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고도 멀쩡할 자신이 없었다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왜.&lt;br&gt; 나 힘들다.&lt;br&gt;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데 그 아이가 원하면 보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놔 줄 수가 없어.&lt;br&gt; 욕심 부리면 정말 아란이가 달아날지 모르는데 원래 사람 좋아하는 건 다 그런 거야.&lt;br&gt; 민준은 제후의 어깨를 툭툭 쳤다.&lt;br&gt; 그리고 너처럼 지극정성인 남자 놔두고 어딜 가겠냐? http://njjj.isuim.com 도망가더라도 일주일 동안 잠 못 자 고 밥 못 먹어가며 고생한 네 은공은 갚고 가라고 그래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웃으라고 한 말이었는데 친구를 부르는 한숨이 깊었다.&lt;br&gt; 그런 만큼 그의 사랑도 깊었다.&lt;br&gt; 아란이 쓰러졌던 날, 나한테 처음 화를 내더라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 나 하냐고,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막 울어 버리더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4.tistory.com/image/3/tistory/2009/12/26/02/46/4b34fa5856045 &gt;&lt;br&gt;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아무 에게도 축하받은 적 없다던 생일날에 날 만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에 단 한 사람 오빠한테만은 축하받고 싶었다고 그러더 라.&lt;br&gt; .&lt;br&gt; 사랑이 없어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난 항상 그 앨 다치게만 만들더라.&lt;br&gt; 나중에 보니 까 내가 그 앨 내쫓아버렸더라.&lt;br&gt; 제후야 아, 맞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면 늦기 전에 끝내자고 아란이가 그러더라.&lt;br&gt; 한 민준, 너 어떻게 생각해? 나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? 걸리는 게 많군.&lt;br&gt; 민준은 한 조각 희망도 남지 않은 얼굴로 넋두리를 하는 친구가 가여웠다.&lt;br&gt; 그리고 그의 이런 사랑을 모른 채 마음을 가두고 잠이 들어있는 아란에게 화가 나려고 했다.&lt;br&gt; 아란이 보내고 너 혼자 살 자신 있어? 자신이야 있지.&lt;br&gt; 미쳐버릴 자신.&lt;br&gt; 죽어도 돌아볼 사람 없으니 원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 자 신.&lt;br&gt; 그럼 보내지마.&lt;br&gt;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다 꼭 붙들어 두고 살아.&lt;br&gt; 내가 너 사랑하니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곁에만 있어달라고 졸라.&lt;br&gt; 은 아란은 착하니까 소원을 들어줄 거야.&lt;br&gt; 억지 부려서 더 정 떨어진다고 하면? 이런 겁쟁이! 권 제후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? 그럴 일 없을 거야.&lt;br&gt; 내가 장담해.&lt;br&gt; 민준은 제후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웃어주었다.&lt;br&gt; 제후를 향한 아란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친구는 확실히 달라졌다.&lt;br&gt; 조각 같은 외모와 냉담한 분위기로 여자들을 녹이던 권 제후 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.&lt;br&gt; 사랑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겁을 내고 두려워하고, 고 민을 했다.&lt;br&gt; 만약 아란이 끼고 다니던 순결반지의 주인공이 바로 자기라는 걸 알게 되면 제후가 뭐라고 그럴까 문득 궁금해지는 민준이었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병원 로비.&lt;br&gt; 그를 배웅하러 나온 친구에게 민준은 마지막 충고를 했다.&lt;br&gt;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아란이네 아버지한테 심하게 굴지 마라.&lt;br&gt; 판단은 네가 아니라 아란 이의 몫으로 남겨둬야지.&lt;br&gt; 아무리 그래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분 아니냐.&lt;br&gt; 알았어.&lt;br&gt; 아란이 일어나면 그동안 장난쳐서 미안했다고 대신 사과도 건네주고.&lt;br&gt; 알았다니까.&lt;br&gt; 택시를 부른 민준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든다.&lt;br&gt;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 제후는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아직도 깊은 잠에 들어 있는 아란을 보았지만 이제는 기다림마저 달가웠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의식을 잃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잠이 들어 있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보며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키스를 하면 일어나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마저 들었다.&lt;br&gt; http://kccc.me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깨어 있을 때처럼 여전히 보드랍고 향기가 난다.&lt;br&gt; !! 세 번째 키스를 하고 제후가 얼굴을 들려했을 때 목에 둘려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늘고 미약 한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졌다.&lt;br&gt; 설마, 설마!!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기대감에 제후는 감았던 눈을 떴다.&lt;br&gt;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아란의 눈 동자가 무려 8일 만에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너너 말이 나오질 않았다.&lt;br&gt; 한없이 기쁜 순간에 너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.&lt;br&gt; 응, 나 일어났어요.&lt;br&gt; 나 진짜 많이 잤죠? 젠장!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에 왈칵, 목이 메어 오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은 제후의 몸을 가만히 밀면서 일어났다.&lt;br&gt; 제후가 얼른 아란의 어깨를 잡아 부축해주었다.&lt;br&gt; 그래, 이 잠꾸러기야.&lt;br&gt; 무슨 잠을 8일씩이나 자냐?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겨주다가 제후는 부서질 것 같은 아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.&lt;br&gt; 며 칠 사이 수척해진 몸에, 줄무늬 환자복 속으로 느껴지는 헐거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빨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누가 발을 잡고 안 나줬어요.&lt;br&gt; 눈을 뜨고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반겨줄 사람 아무도 없다고 그냥 여기서 살라고 그랬어요.&lt;br&gt; 까만 옷에 얼굴도 없는 무서운 사람이 자꾸 날 붙잡았어요.&lt;br&gt; 무서웠어? 아란은 대답을 하지 않고 손깍지를 끼어 제후의 등을 안았다.&lt;br&gt; 그의 어깨 언저리가 천천히 젖어왔다.&lt;br&gt; 그녀의 몸이 흐느낌으로 떨리고 있었다.&lt;br&gt; 미안해 입술을 깨물었다.&lt;br&gt; 가까스로 참아내는 그녀의 눈물은 고통이 되어 제후의 심장으로 배겨왔다.&lt;br&gt; 다시는 너 혼자 무서운 꿈에 남겨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.&lt;br&gt; 야동동영상 우린 항상 같이 있을 거야.&lt;br&gt; 언제든 널 지켜줄 거야.&lt;br&gt;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그리고 나도, 널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아란의 감은 눈꺼풀에 입을 맞추며 제후는 말했다.&lt;br&gt; 창 밖으로 먼동이 트고 있었다.&lt;br&gt;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 날과 하늘을 두고 제후는 그렇게 가 슴을 저리며 찾아온 첫사랑을 고백했다.&lt;br&gt; 아빠가 새엄마랑 헤어지기로 했대요.&lt;br&gt; 은 사장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아란이 저녁때를 훌쩍 넘겨 들어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아빠 없는 동안에 나한테 함부로 한 거 전주댁 아줌마한테 들었나 봐요.&lt;br&gt; 그동안 아빠 노 릇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그랬어요.&lt;br&gt; 전주댁 아줌마는 아란이 여섯 살 때부터 은 사장네 살림을 봐줬던 사람이었다.&lt;br&gt; 엄마가 돌아 가시고 나서 유일하게 정을 붙인 사람이라고, 새 엄마가 들어와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면서는 더욱 의지를 했던 사람이라 고 아란은 얘기하곤 했었다.&lt;br&gt; 재영이는? 엄마가 데려가서 키운다고 하셨는데 확실한 건 모르겠어요.&lt;br&gt; 원래 재영이가 새 엄마보단 나하고 아빠를 잘 따랐거든요.&lt;br&gt; 제후는 알 만 하다는 듯 말했다.&lt;br&gt; 치장하고 가꾸느라 아이 돌 볼 틈도 없었나보지.&lt;br&gt; 아마도요.&lt;br&gt; 아란의 얼굴에서 긍정의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.&lt;br&gt; 그래도 http://ever.whesan.com 새 엄마가 계서서 아빠가 행복하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왠지 아빠가 이혼 을 결정하신 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죄송스러워요.&lt;br&gt; 난 아무래도 좋다는 사고방식은 버려.&lt;br&gt; 남을 위해서 희생할 생각만 하지 말고 좀 이기적으 로 굴어봐.&lt;br&gt; 아란이 넌 행복할 자격 충분히 있어.&lt;br&gt; 제후는 마주 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.&lt;br&gt; 아, 그리고 나 커피 마실 건데 생각 있으면 같이 마시자.&lt;br&gt;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구수한 커피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.&lt;br&gt; 휘파람을 불면서 주방으 로 들어가는 제후를 보며 아란은 혼자 웃었다.&lt;br&gt;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제후는 줄곧 다정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.&lt;br&gt; 처음엔 보상 심리 때문인 가 의심도 해보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의 다정함은 변함이 없었고 스스럼없는 장난기와 짓궂은 행동은 그들이 보통의 신혼부부 처럼 살고 있다고 아란이 생각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계약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랑해서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다.&lt;br&gt; 알았지? 끝내자는 말 절대로 하지 마.&lt;br&gt; 이제 겨우 두 달 좀 넘게 살아보고 맞는다느니 안 맞는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자.&lt;br&gt; 퇴원 기념으로 찾은 레스토랑에서 제후는 그런 말을 했다.&lt;br&gt; 손을 끌어다 잡으며 조심스레 말 을 내는 그의 눈을 보면서 아란은, 제후와의 관계에 좋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고 머잖아 그의 마음이 진 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.&lt;br&gt; 제후를 믿게 되었다.&lt;br&gt; 요즘만 같으면 세상에 무엇도 바랄 것 없는 사람처럼 아란은 행복했다.&lt;br&gt; 거기에 욕심 부려 한 가지 소원을 빈다면 그도 그녀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.&lt;br&gt; 그녀 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고 싶었다.&lt;br&gt; 커피 향 좋지? 좋아요.&lt;br&gt;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아란이 한모금의 향을 들이마셨다.&lt;br&gt; 정말이지 저 웃는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까봐 애태웠던 걸 생각하면 그녀가 얄밉기까지 한 제후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13/tistory/2009/12/26/04/02/4b350c290c7da &gt;&lt;br&gt;&lt;br&gt; 잔잔히 부딪치는 시선에 아란이 뺨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.&lt;br&gt; 근데 왜 그렇게 쳐다봐요? 예뻐서.&lt;br&gt; 제후는 턱을 괴고 키득 웃었다.&lt;br&gt; 장난치지 마요.&lt;br&gt; 장난 아닌데.&lt;br&gt; 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 거야.&lt;br&gt; 한층 노골적인 시선에 부끄러움이 또르르 몰렸다.&lt;br&gt; 아란은 잔을 손으로 감싸고 살그머니 제 후의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.&lt;br&gt; 왜 모르고 살았을까.&lt;br&gt; 너처럼 귀엽고 착한 아이 옆에다 두고도 왜 모르고 지냈을까.&lt;br&gt; 커피를 다 마신 아란이 잔을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받침대에 얹고는 허둥지둥 주방을 나간 다.&lt;br&gt; 뒷모습을 쫓던 제후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따랐다.&lt;br&gt; 그리고 아란의 팔을 잡아 침실로 들어간 다음 문을 잠갔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보상 받고 싶다.&lt;br&gt; 너 없이 혼자 보냈던 것만큼 우리의 시간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고 싶다.&lt;br&gt; 오늘 http://kccc.me/naver/5574.html 너 안아도 돼? 그그치만 거절해도 소용없어.&lt;br&gt; 보름동안 참아줬으니까 오늘은 내 맘대로 할 거야.&lt;br&gt; 물러서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안으면서 제후는 아란의 몸을 침대에 밀치듯 쓰러트렸다.&lt;br&gt; 성 급한 손길을 따라 드러나는 여자의 몸에 호흡이 가빠왔다.&lt;br&gt; 건강이 나빠졌다고 며칠 햇빛 구경을 안 시킨 탓인지 피부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.&lt;br&gt; 이 아 름다운 몸을 옷으로 가리면 오히려 죄가 될 것처럼 보였다.&lt;br&gt; 내일 토요일이지? .&lt;br&gt; 그럼 우리 밤새도록 여기서 놀자.&lt;br&gt; 전화와도 받지 말고 누가 벨 눌러도 열어주지 말고 내 일 아침까지 놀다가 자자.&lt;br&gt; 몰라요.&lt;br&gt; 싫어요가 아니라 몰라요다.&lt;br&gt; 늘 처음 만난 남자에게 몸을 열어주는 것처럼 아란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.&lt;br&gt;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잘 하면서 그에게만 그런다.&lt;br&gt; 그런 아란의 행동이 제후에게는 &lt;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사람&gt;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 졌다.&lt;br&gt; 그리고 매번 처녀를 방문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선사했다.&lt;br&gt; 싫으면 지금 말하던가.&lt;br&gt; 아란이 시트를 끌어올려 가슴을 가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싫어도 오빠 맘대로 한다면서요.&lt;br&gt; 후후, 이제 보니 삐지기도 하잖아? 제후는 아란의 화내는 모습이 신기했다.&lt;br&gt; 언제나 그 앞에선 쥐 죽은 듯 꼬리를 내리고 하라 는 대로 따라주던 그녀가 처음으로 반항이라는 걸 했다.&lt;br&gt; 은 아란.&lt;br&gt; 야릇한 붉은 빛이 아란의 얼굴에 떠돌았다.&lt;br&gt; 지금 당장 아란의 몸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고 싶은 걸 참으면서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내가 어떤 여자 좋아하는지 말해줄까? 어떤 여자좋아하는데요? 그녀가 순진하게 되묻는다.&lt;br&gt; 역으로, 아란의 몸을 아래에 두고 있는 제후의 얼굴은 짓궂은 헌 터의 표정이 된다.&lt;br&gt; 오늘 밤 넌 죽었어, 라는 뜻이다.&lt;br&gt; 나한테 저항하는 여자.&lt;br&gt; 좋으면서도 싫다고 말해서 날 더 부추기는 여자.&lt;br&gt; 수차례의 절정이 지났다.&lt;br&gt; 몸과 몸이 먹고 먹혔다.&lt;br&gt; 흥분을 부추긴 대가로 아란은 밤새도록 시달렸지만 한 번도 제후를 거절하지 않았다.&lt;br&gt; 물러서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오빠가 원하는 게 내 몸이라면 나한테 빠져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.&lt;br&gt; 나한테 집착하도록, 그래서 나 외에는 누구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릴 거야.&lt;br&gt; 새벽녘에 풋잠이 들었던 제후는 아란이 뒤척이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.&lt;br&gt; 부스스한 얼굴로 시 계를 쳐다보니 아침 7시 30분, 샤워도 하지 못하고 잠이 든 지 겨우 세 시간이 지났다.&lt;br&gt; 제후는 끄으응,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깜박여 눈 안으로 들어온 빛을 몰아냈다가 다시 실눈 을 뜨고 옆에 누운 아란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.&lt;br&gt; 적어도 정오까지는 깨지 못할 것처럼 아란은 곤한 잠에 들어 있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끌어다 안으면서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몸을 개켜 일어났다.&lt;br&gt;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http://naveryo.com/naver/2216.html 쑤시고 아팠다.&lt;br&gt; 뜨겁고 격렬했던 정사(情事)의 보상이라 그것도 기꺼 운 제후였다.&lt;br&gt; 시트가 눌렸다 제 자리로 돌아오면서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반짝하는 기 운에 욕실로 들어가던 제후가 되돌아 와 그것을 주웠다.&lt;br&gt; 결혼반지였다.&lt;br&gt; 제후의 손가락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녀석의 짝이다.&lt;br&gt; 아란이 일부러 빼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도 어젯밤의 정신없는 상황에 빠트린 모양이다.&lt;br&gt; 정신없는.&lt;br&gt; 풋 그렇게 좋았나? 황홀한 기억을 되살리며 미소 짓는 제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느다란 백금 링 안에 글자가 새겨져있는 게 보였다.&lt;br&gt; 이니셜이다.&lt;br&gt; 제후는 반지를 쥔 손을 힘주어 쥐었다가 펼쳤다.&lt;br&gt;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간만에 찾아 온 나른한 행복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, 좋아하는 사람 있다.&lt;br&gt; 두렵지만 보고 싶었다.&lt;br&gt; 그녀의 사랑을 차지한 사람을 알고 싶었다.&lt;br&gt; 누구일까? 결혼반지에 이니셜을 새길 정도라면 굉장히 소중한 사람일 텐데, 한 번도 손가락에서 반지 를 빼지 않았던 건 결국 다른 사람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서였던 걸까? 제후는 가슴이 쓰렸다.&lt;br&gt; 그러나 피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.&lt;br&gt; 그래서, 어느 덧 땀이 고인 손바 닥에서 반지를 들어 빛이 잘 드는 쪽으로 들어올렸다.&lt;br&gt; 첫 글자는 K였다.&lt;br&gt; JH? KJH.&lt;br&gt; 뭐야, 내 거하고 똑같 무심코 내뱉은 진실에 제후의 눈동자가, 입이 그대로 굳어버린다.&lt;br&gt; 그러다 천천히 몸을 돌려 세상모르고 잠이 든 아란을 쳐다봤다.&lt;br&gt; 그녀는 말했었다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굴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고.&lt;br&gt; 야? 정말 나야? 네가 좋아하는 사람 정말로 권 제후야? 콧소리까지 내며 자고 있는 그녀가 대답할 리 없건마는 제후는 또 묻고 있었다.&lt;br&gt; 야, 한 민준.&lt;br&gt; 제후 놈 왜 저렇게 분위기 잡냐? 또 와이프랑 한 판 했대? 도서관 자리에 가방을 두기 무섭게 담배를 태운다고 나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책상에 쌓은 전공서 적들을 보며 한숨을 쉬던 서훈이 칸막이 사이로 몸을 제껴 민준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남들은 리포트 마감 맞추느라 골 빠개지는 이 때 얄밉게 돌아다니기나 하고 말이야.&lt;br&gt; 저 자식 머리 좋고 손 빠른 건 알지만 너무 한 거 아냐? 머리 나쁘고 손 늦은 너하곤 다르게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.&lt;br&gt; 내버려둬.&lt;br&gt; 장난스런 무시로 서훈의 입을 막은 민준이었으나, 민준도 얼마 못가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 났다.&lt;br&gt; 궁시렁 대며 책을 넘기던 서훈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.&lt;br&gt; 넌 또 어디 가? 나도 담배나 한 대 태우려고 그런다.&lt;br&gt; 금방 들어올게.&lt;br&gt; http://naveryo.com/naver/2014.html 서훈이 콧방귀를 흥, 뀐다.&lt;br&gt; 어이구! 자식이 저만 의리 있는 척 하고 있네.&lt;br&gt; 제후 놈 걱정 되서 그런다고 말하면 내가 너 잡아먹을까봐 그러냐? 친구 사이에 별 걸 다 숨겨.&lt;br&gt; 민준은 이해해줘서 고맙단 표시로 손을 들어보였다.&lt;br&gt; 그리고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확인한 다음 밖으로 나와 제후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있었다.&lt;br&gt; 저 자식 오늘만 담배 한 갑이 넘는데 와이프 마음 알았으면 됐지 또 뭐가 문제인 거야? 불 좀 빌리자.&lt;br&gt; 민준은 털썩, 제후 옆에 주저앉으며 담배를 내밀었다.&lt;br&gt; 뻔히 쳐다보는 표정에 약간의 놀라움 이 깃들었다.&lt;br&gt; 뭐해? 불 좀 빌리자니까.&lt;br&gt; 허연 연기가 둘이 되었다.&lt;br&gt; 새 담배의 3분의 1이 타들어가도록 아무 말이 없던 침묵은 기다 리다 지친 민준이 말을 꺼내면서 깨졌다.&lt;br&gt; 잘 나가다 왜 그러냐.&lt;br&gt; 사랑하는 여자 마음 얻은 걸로는 부족했어? 난 나를 잘 알아.&lt;br&gt;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민준은 금방 제후의 말뜻을 알아들었다.&lt;br&gt; 뭐가 두려운 건데.&lt;br&gt; 끝까지 가지 못할까봐?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던 여자들.&lt;br&gt; 그 속을 헤매던 방황에서 찾은 한 사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32/tistory/2009/12/26/02/44/4b34f9f063112 &gt;&lt;br&gt;&lt;br&gt; 아니면 아란이야? 버리게 될까봐 두려우냐 버림받는 것이 두려우냐, 민준은 묻고 있었다.&lt;br&gt; 대답을 않는 것으로 보아 둘 다 인 것 같았다.&lt;br&gt; 네 곁에 있으면 행복하지 못할까봐 겁나냐? .&lt;br&gt; 미친 놈.&lt;br&gt; 네 곁에 누구씨는 행복해서 죽을라고 하더라.&lt;br&gt; 아란이 그 녀석 생각하는 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거 알지? 민준은 피다 만 담배를 밟아 뭉개며 말을 보탰다.&lt;br&gt; 행복해 하고 있어.&lt;br&gt; 네 눈에 보이잖아.&lt;br&gt; 너도 알고 있잖아.&lt;br&gt; 그 일 권 제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.&lt;br&gt;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궁상떨지 말고 지금 하는 만큼만 해 줘.&lt;br&gt; 넌 해 보지도 않은 놈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? 알려고 해서 알아진 게 아니라 눈에 보인다고 했잖아.&lt;br&gt; 너희 둘 사랑하는 거 눈에 보여.&lt;br&gt; 서 로의 곁에서 행복해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이 보여.&lt;br&gt; 비로소 보이는 웃음이 서글펐다.&lt;br&gt; 민준아 나 제후의 핸드폰이 삐빅 신호음을 냈다.&lt;br&gt; 문자 메시지였다.&lt;br&gt; 제후가 말을 하려다 말고 메시지를 확인한다.&lt;br&gt; 누구야? 아란이? 어.&lt;br&gt; 6시에 경상대 앞에서 만나기로 한 걸 깜박했네.&lt;br&gt; 그러더니 제후는 이렇다 할, 양해도 구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뛰어 들어간다.&lt;br&gt; 그리고 수 분 후 다시 나와 정신없이 가방을 메고 경상대 건물이 있는 쪽으로 사라져버린다.&lt;br&gt; 뭐야, 저 녀석.&lt;br&gt; 얼음 왕자에서 공주의 똘마니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.&lt;br&gt; 혼자 남은 민준이 바닥에 떨어진 제 후의 담배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어본다.&lt;br&gt; 사랑을 하는 친구는 행복해 보였다.&lt;br&gt; 한 달음에 도착할 듯 걸음을 재촉했던 제후는 아란의 모습이 보이기 불과 몇 미터 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아란의 곁에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.&lt;br&gt; 저번에 본 채석이라는 아이는 아니다.&lt;br&gt; 아란이 그 남자와 다정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도, 미소를 지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발은 저절로 서버렸다.&lt;br&gt; 처음 보았을 땐 무작정 손을 낚아 채 데려오고 친구 앞에서 무례한 키스를 퍼붓기까지 했는 데 지금은 소중한 그녀를 그리 대할 맘도 대할 용기도 없다.&lt;br&gt; 하지만 잠시 동안 심장을 욱죄어 오는 통증은 사실이었다.&lt;br&gt; 지금은 가지 말라고 겁먹은 머리가 명령을 내린다.&lt;br&gt; 아란이 다른 남자와 얘기대화의 내용에 상관없이하는 모습만 보면 사라지는 자신감도, 언제 그녀가 그를 버리고 행실 좋고 반듯한 사람을 찾아 가버릴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었다.&lt;br&gt; 조심스러웠다.&lt;br&gt; 화를 낸다기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음을 알았던 듯 그 모습은 그리 오래 눈에 비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손짓을 해가며 대화 를 주고받던 남자가 목례를 하고는 사라진다.&lt;br&gt; 마찬가지 방법으로 인사를 받은 아란이 몸을 나무 그늘의 기둥에 기대며 이내 입 을 가리고 하품을 한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무심코 돌린 시야에 제후의 모습이 들어오자 아란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부른다.&lt;br&gt; 아까와는 다르게 서두르지 않는 보폭으로 제후는 아란에게 걸어갔다.&lt;br&gt; 오래 기다렸어? 이제 6시 20분밖에 안 됐는데요, 뭘.&lt;br&gt; 아란이 손목을 올렸다 내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오해하지 않도록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.&lt;br&gt; 오면서 보니까 누구랑 얘기하고 있던데 그 사람 누구야? 아, 봤어요? 여자 친구가 우리 학교 학생인데 처음 와서 길을 모른다고 그러잖아요.&lt;br&gt; 그럼 그렇지.&lt;br&gt; 설마 별다른 일이야 있겠어.&lt;br&gt; 다른 말은 안 했고? 에? 아아니, 이상한 추파 같은 거 던지지는 않았냐고.&lt;br&gt; 어휴, 이 병신! http://bpq.kwsc.net 이상한 걸 물어본 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말은 왜 더듬는 거야.&lt;br&gt; 제후는 속 으로 수도 없이 제 머리를 쥐어박았다.&lt;br&gt; 그건 왜 물어보는 데요? 불현듯 민망해진 표정의 제후와 눈을 맞추던 아란이 눈을 깜박깜박 하더니 고개를 젓는다.&lt;br&gt; 그가 난감해하며 말을 더듬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너넌 내가 다른 여자랑 얘기하고 있으면 좋냐? 이런! 예, 아니오의 단답형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.&lt;br&gt; 그거야 당연히 그럼 됐어, 더 물어보지 마! 북 치고 장구치고 저 혼자 괜히 성질을 부리더니 제후는 혼자서 씩씩 걸어가 버린다.&lt;br&gt; 아란 이 졸졸 뒤를 따라온다.&lt;br&gt; 오빠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? 없었어.&lt;br&gt; 근데 왜 나한테 화내요? 화 안 냈어! 그러니까 자꾸 토 달지 마! 하지만 지금 화내고 있잖아요.&lt;br&gt; 서운함이 실린 음성과 함께 뒤를 따라오던 기척이 멎었다.&lt;br&gt; 제후가 뒤를 돌아보자 아란은 머 쓱한 팔을 쓸어내리며 서 있었다.&lt;br&gt; 상처받은 얼굴이었다.&lt;br&gt; 굳이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큰 눈에선 금방이라도 떼구르르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고여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 다시 제후의 상태를 확인시켜주었다.&lt;br&gt; 오빠 화내고 있다구요.&lt;br&gt; 한숨이 나온다.&lt;br&gt; 왜 소중히 여긴다면서, 좋아한다면서 난 왜 꼭 번번이 저 아일 울리고 마는 걸까.&lt;br&gt; 이제는 정말로 사랑인데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는 그녀였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마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착각에 재 빨리 손을 내밀어 아란의 팔을 잡았다.&lt;br&gt; 미안해.&lt;br&gt; 됐어요.&lt;br&gt; 사실은 그게그래! 리포트 쓰다가 나왔거든.&lt;br&gt; 모레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출하라고 교수가 닦달을 해서 아마 그것 때문에 신경이 좀 예민해져 있었나 보다.&lt;br&gt; 알았어요.&lt;br&gt; 아란은 잡히지 않은 쪽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.&lt;br&gt; 그럼 바쁘다고 얘기하지 뭐하러 나왔어요.&lt;br&gt; 나 혼자서도 집에 갈 수 있는데.&lt;br&gt; 관심도 없었던 리포트가 도움을 줬다.&lt;br&gt; 제후는 그의 말에는 의심을 할 줄 모르는 아란과 300 페이지 분량의 전공서적을 탐독하고 사흘 만에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교수에게 감사했다.&lt;br&gt; 너 어린애잖아.&lt;br&gt; 나 없으면 안 되는.&lt;br&gt; 새록 고이는 웃음에 비로소 마음을 놓고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.&lt;br&gt; 울었으니까 배고플 거 아냐? 손가락 사이로 빈틈이 채워졌다.&lt;br&gt; 조금 걷다 돌아보는 그의 웃음에 그녀도 붉은 눈을 하고 웃었다.&lt;br&gt; 그것가지고 양이 차? 제후가 보기엔 먹는 것 같지도 않았다.&lt;br&gt; 저녁 사준다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데리고 왔더니 아 란은 샐러드에만 손을 대고 식사를 끝낸다.&lt;br&gt; 배불러요.&lt;br&gt; 봐요.&lt;br&gt; 아란이 손을 펴서 조금도 나오지 않은 아랫배를 톡톡 친다.&lt;br&gt; 그래도 이거 먹고 내일 아침까지 버텨야 되잖아.&lt;br&gt; 정말 배 안 고프겠어? 먹는 걸로는 그렇게 욕심 안 나요.&lt;br&gt; 나중에 우리 아이 가졌을 때도 그럴까봐 겁난다, 야.&lt;br&gt; 애기가 뱃속에서 뭘 먹고 크겠냐? 그거야 모르죠, 그 때 가면 곰탕에 두 그릇씩 밥 말아먹을지.&lt;br&gt; 투덜대는 제후를 아란은 쳐다보며 웃는다.&lt;br&gt; 제후가 먹다 말고 고개를 든다.&lt;br&gt; 왜? 아뇨.&lt;br&gt; 그냥 오빠가 나랑 애기 낳을 때까지 살아줄 생각 하고 있는 게 신기해서요.&lt;br&gt; 아이 오빠 닮으면 예쁠 거에요, 그죠? 아란의 말을 들은 제후가 얼굴을 굳혔다.&lt;br&gt; 살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거지.&lt;br&gt; 부부는 동등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니까.&lt;br&gt; 명문 S대의 학벌과 국내 건설회사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의 딸, 귀족적이고 아름다운 외모.&lt;br&gt;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도 제후에 대해서는 항상 자기를 낮추어 보는 아란 이다.&lt;br&gt; 자격지심이 아니라 아직 그의 마음을 모르기에 저러는 것이다 이해는 하면서도 제후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거슬린다.&lt;br&gt; 네가 나에 비해 뭐가 부족한데.&lt;br&gt; 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계약 따윈 이제 신경도 안 쓰고 있어.&lt;br&gt; 그러니 네가 나에 대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일, 없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오빠는 사랑해 본 적 있어요? 조건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만 생각하면 자신이 형편없어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뭔지 알 수 있어요? 내가 뭐?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아니에요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5d/c6/bmwno10001/folder/3/img_3_49_11?1261914232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아? 사람 궁금하게.&lt;br&gt; http://webgun.shenala.com 있잖아요, 나 오늘 술 마시고 싶은데.&lt;br&gt; 심드렁하던 제후의 눈동자가 반짝, 놀란다.&lt;br&gt; 아란은 종업원이 접시들을 치운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말했다.&lt;br&gt; 오빠는 운전해야 되니까 관두고 나 마시는 거만 봐주면 안 돼요? 나 참.&lt;br&gt; 마시려면 같이 마셔야지.&lt;br&gt; 취하면 호텔 찾아서 하루 자면 되잖아.&lt;br&gt; 레스토랑을 나온 두 사람은 제후가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들른다는 호프집을 찾았 다.&lt;br&gt; 8시가 갓 넘은 초저녁인데도 단골들이 많아 벌써부터 시끌시끌했다.&lt;br&gt; 어렵사리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.&lt;br&gt; 뭐 마실래? 오빠가 정해요.&lt;br&gt; 난 아무 거나 상관없으니까.&lt;br&gt; 아란이 순진한 얼굴로 양 팔을 뻗어 소파를 짚고 다리를 모아 앉는다.&lt;br&gt; 투명한 유리 테이블 아래로 허벅지가 반은 보이는 미니스커트가 골반에서부터 아슬아슬하게 감고 있다.&lt;br&gt; 그러고 보니 내내 핸드백으로 허벅지를 가리고 있던 게 생각이 났다.&lt;br&gt; 비트 강한 댄스 음악 때문인지 어슴푸레 얼굴에 빛을 드리우는 조명 때문인지 늘 대하는 그 녀임에도 제후는 가슴이 떨린다.&lt;br&gt; 조금만 옆으로 가 봐.&lt;br&gt; 파트너가 있음에도 아란을 힐끔대는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영 못마땅했다.&lt;br&gt; 저 자식들, 감히 누구 걸 넘보는 거야? 왜요? 우리가 남이냐? 같이 앉게.&lt;br&gt; 아란이 안으로 물러 들어갔다.&lt;br&gt; 제후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안아 자 기 쪽으로 돌린다.&lt;br&gt; 저항도 않는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향이 녹아 입 안에서 뒤엉킨다.&lt;br&gt; 아란을 훔쳐보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하려던 것이었지만 애초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촉촉하고 도톰한 입술의 감촉에 취해버리는 제후였다.&lt;br&gt; 키스가 깊어지면서 아란이 반응을 보였다.&lt;br&gt; 팔을 제후의 목에 감고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.&lt;br&gt; 등줄기의 움푹 파인 부분을 제후의 손가락이 훑자 아란은 허리를 휘면서 몸을 바짝 갖다 붙인다.&lt;br&gt; 자잠깐만요, 오빠.&lt;br&gt; 등이 푹신한 소파에 닿기 직전에 아란이 제후를 떠민다.&lt;br&gt; 사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젠장, 뭐가? 입맛을 다시며 제후는 아란에게 기울였던 몸을 세워 주위를 둘러보았다.&lt;br&gt; 그녀의 말처럼 이 게 웬 떡이냐 쳐다보는 눈들이 많았다.&lt;br&gt; 언제 웨이터가 다녀갔는지도 모르게 세팅 된 테이블과, 처음에는 수북하게 올라왔을 맥주 거품의 얇은 층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바보 씹탱이들.&lt;br&gt; 남 연애하는 거 처음 보나.&lt;br&gt; 상황의 진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다가 제후는 마지못해 아란을 품에서 놓아주었다.&lt;br&gt; 그녀 는 부끄러운 눈빛이었지만 창피해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옷매무새를 바로 하며 앉는다.&lt;br&gt; 잘못 했어.&lt;br&gt; 제후는 1700㏄ 용량의 차가운 맥주를 작은 잔에 따라 마시고 입술에 묻은 거품을 혀로 쓰 윽, 핥아냈다.&lt;br&gt; 첨부터 호텔로 가는 건데 잘못했어.&lt;br&gt; 거기 가서 둘이 신나게 즐기는 건데.&lt;br&gt; 다른 데로 갈까요? 아란이 온기가 느껴지는 손을 제후의 무릎에 얹었다.&lt;br&gt; 자그마한 압박감에 제후가 마시던 잔 을 놓고 이게 무슨 뜻이냐는 듯 그녀를 쳐다본다.&lt;br&gt; 하다만 거 계속 하고 싶지 않아요? 말귀를 알아들은 제후가 금세 쿡, 웃었다.&lt;br&gt; 살다보니 요조숙녀 은 아란의 입에서 먼저 그걸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도 있구나 싶었다.&lt;br&gt; 좋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.&lt;br&gt; 경험자답게,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인간의 짧고 비밀 스런 사랑을 나누려면 어디가 좋은지는 숙지하고 있었다.&lt;br&gt; 형, 나 거기 좀 쓸게.&lt;br&gt;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눈짓을 하고 제후는 아란을 데리고 좁은 문을 나와 2층으로 올라 갔다.&lt;br&gt; 작은 문이 있었다.&lt;br&gt; 제후가 손잡이를 돌리고는 아란을 들어가게 했다.&lt;br&gt; 잠만 자는 곳인지 가구 하나 형광등 하나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.&lt;br&gt; 키 높은 창문으로 흘러들 어오는 달빛이 야트막한 침대를 비추는 곳이었다.&lt;br&gt; 달칵.&lt;br&gt; 등 뒤로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.&lt;br&gt;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.&lt;br&gt; 오늘 처음 만난 여자와 남자가 http://yes1.net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밀애(密愛)의 장소를 찾은 것처럼 아 란과 제후는 잠시 눈을 맞춘다.&lt;br&gt; 그가 다가온다.&lt;br&gt; 붙잡히는 시선 속에서 천천히 긴장이 고조된다.&lt;br&gt; 제후의 팔이 허리를 감싸오자 아란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본다.&lt;br&gt; 하얀 손가락이 제후의 뺨을 스치고 머리칼을 만지다가 목젖을 스친다.&lt;br&gt; 붉은 입술이 탐스럽다.&lt;br&gt; 늘 품 안에서 익숙했던 향기가 어색하게 코를 스치고 떨리는 손가락의 감촉 아래로 부드러 운 피부는 사르르 밀려난다.&lt;br&gt; 음악소리가 귓가에서 웽웽 멀어져가고 맞닿은 심장소리는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.&lt;br&gt; 한껏 달아오른 숨결이 하나가 된 몸을 얽어 묶는다.&lt;br&gt; 뱅그르르 천장이 맴을 돈다.&lt;br&gt; 젖은 숨소리가 방 안을 메운다.&lt;br&gt; 절정의 신음소리가 공중에 부딪치고 야릇한 고통과 쾌감이 뿜어져 나온다.&lt;br&gt; 무저갱(無底坑)의 암흑까지 떨어졌다가 천국의 광명에까지 이른다.&lt;br&gt; 생명과 생명이 만나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들어맞은 그것은 사랑을 잉태한다.&lt;br&gt; 꿈인 듯 환상인 듯 시간이 멈춘다.&lt;br&gt; 앞으론 종종 술 마시러 와야 되겠는 걸.&lt;br&gt;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후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한바탕의 격렬한 운동(!)으로 땀을 빼고 난 다음에 마시는 맥주 맛은 더없이 좋았다.&lt;br&gt; 언제는 호텔 가서 둘이 즐기자면서요.&lt;br&gt; 제후가 쳐다보자 아란이 얼른 눈을 돌리고 입을 다문다.&lt;br&gt; 그녀의 하얀 목에 남은 키스마크가 조금 전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그래서 좋았다는 거야, 싫었다는 거야? 흔하지 않은 아란의 새침한 눈빛에 제후가 운전을 하면서 웃었다.&lt;br&gt; 앵 토라지는 입술이 귀엽 기만 했다.&lt;br&gt; 뭐나쁘지는 않았어요.&lt;br&gt; 차마 대답을 못하겠는지 미적미적, 말을 돌리지만 선수답게 제후는 속뜻을 낚아 채 낸다.&lt;br&gt; 괜찮았으면 집에 가서 한 번 더 할까? 카메라를 샀다.&lt;br&gt; 원하면 바로 찍어서 즉석에서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23/tistory/2009/12/26/03/36/4b35063163270 &gt;&lt;br&gt;&lt;br&gt; 웨딩 앨범 말고는 볼 만 한 사진을 채워 둔 앨범 하나 없다는 게 제후의 이유였지만 빛나는 두근거림으로 자리해가는 아란의 모습을 잃어버리기는 너무 아까워서 그랬다.&lt;br&gt; 제후는 자석이 달린 예쁜 팬시 제품을 사다가 냉장고에 사진을 붙여 놓기 시작했다.&lt;br&gt; 막 일 어나서 눈을 부비는 모습, 샤워를 하고 나와 젖은 머리를 터는 모습이며 놀이동산에서 재영과 놀아주는 모습 등, 제후의 손에 서는 카메라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.&lt;br&gt; 사진 찍는 걸 싫다고 손사래를 젓던 아란도 점차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다루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.&lt;br&gt; 한 번은 술을 마시고 들어와 퉁퉁 부은 제후의 얼굴을 몰래 찍었다가 냉장고에 붙여놓고 잠 이 깬 그에게 보여주면서 깔깔대기도 했다.&lt;br&gt; 길을 지나다 만난 귀여운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을 찍기도 했지만 그들 사진 속의 주인공은 거의 상대방이었다.&lt;br&gt; 사랑할 운명으로 만나게 된 것처럼 뒤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이었다.&lt;br&gt; 언제부터였을까.&lt;br&gt; 넌 언제부터 내 주위를 맴돌았을까.&lt;br&gt; 내가 모르던 시절의 넌 어떤 모습이었을까.&lt;br&gt; 어떤 http://fwin.accs.kr 모습으로 나를 사랑했을까.&lt;br&gt;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제후는 아란을 더듬어 봤지만 어느 한 조각 기억 속에도 그녀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았다.&lt;br&gt; 아란은 가슴에 안고 다니는 전공서적을 치우고 교복을 입혀놓으면 여고생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풋풋한 인상의 소유자였다.&lt;br&gt; 화려한 옷과 세련된 화장으로 자신을 치장해 남자를 유혹할 줄도 몰랐고 마음에 드는 남자 에게 먼저 접근하는 여자들의 화끈함은 흉내 내지도 못했다.&lt;br&gt; 결혼 전, 그런 여자들만을 찾아 부담 없이 즐겨왔던 제후 쪽에서 보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도 당연했다.&lt;br&gt; 설사 그녀를 알았다 하더라도 처녀를 망가뜨린 야동동영상 책임을 떠맡을 걸 염려해서 거절했을 것이다.&lt;br&gt; 제후는 간혹 등 뒤를 맴도는 아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.&lt;br&gt;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곧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 못하고 외면하는 서글픈 눈빛을.&lt;br&gt; 아란아 난 너를 확인해 보고 싶다.&lt;br&gt; 내게 손 내민 나를 찾아올 용기를 내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너를 위해 심장을 송두리째 내어버린 내 사랑을 알아주길 원한다.&lt;br&gt; 오늘 집에 못 들어온다구요? 벌써 술에 취했는지 전화기 너머 제후의 목소리는 분명하지 않았다.&lt;br&gt;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36/tistory/2009/12/26/04/28/4b3512623b222 &gt;
&lt;br&gt;http://bpq.kwsc.net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7e/14/bmwno1000/folder/3/img_3_1052_1?1261913501.jpg &gt;
&lt;br&gt;http://webgun.shenala.com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36/tistory/2009/12/26/02/49/4b34fb334bcdc &gt;
&lt;br&gt;http://yes1.net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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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http://naveryo.com/naver/2014.html
&lt;br&gt;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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			<pubDate>Fri, 21 Oct 2011 21:44:00 +0900</pubDate>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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			<title>아줌마뒷치기 ⓢ 됐다고</title>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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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
&lt;p&gt;&lt;b&gt;&lt;a href=&quot;http://shenala.com&quot; target=&quot;_blank&quot;&gt;&lt;span style=&quot;font-size:28pt;&quot;&gt;&lt;font color=&quot;red&quot;&gt;아줌마뒷치기&lt;/font&gt;&lt;/span&gt;&lt;/a&gt;&lt;/b&gt;&lt;/p&gt;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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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
&lt;br&gt;
&lt;br&gt;
&lt;br&gt;
&lt;br&gt;
&lt;br&gt;
&lt;br&gt;
&lt;br&gt;아줌마뒷치기 하나뿐인 딸의 행복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그저 이 결혼을 통해 들어올 회사의 유익과, 눈엣 가시 같은 전처의 딸과 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던 그들은 제후의 입장에서도 좋아질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나중에 다른 세상에 태어나면 그 때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어요.&lt;br&gt; 아란은 오빠도 포함해서요, 란 말은 하지 못했다.&lt;br&gt; 사람 무안하게 톡톡 쏘긴 하지만 친오빠 같은 다정함으로 그녀를 지켜주는 사람 제후의 사랑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.&lt;br&gt; 이렇게 의지할 가슴과 어깨가 있는 것으로 감사하자고 늘 심장을 달래는 그녀였다.&lt;br&gt; 나를 귀찮아하지 않는 사람들 곁에서요.&lt;br&gt; 아란의 한숨을 제후는 키스로 막았다.&lt;br&gt; http://shenala.com 촉촉하고 아찔한 입술의 감촉을 겉에서만 느끼기가 아쉬워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넣고는 뜨거운 향기를 나눠 삼켰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걸며 몸을 붙였다.&lt;br&gt; 그의 손에 길들여진 몸은 키스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며 떨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손이 아란의 등 뒤로 가 실크 원피스의 지퍼를 내렸다.&lt;br&gt; 가냘픈 허리를 따라 원피스 가 아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제후도 옷을 벗어던졌다.&lt;br&gt; 여행 얘기만 하고 내려갈 참이었는데 불이 붙자 멈출 수가 없었다.&lt;br&gt; 여느 때처럼 아란은 순결한 나신으로 제후를 받아들였다.&lt;br&gt;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거 친 움직임과 손길을 힘겨워하면서도 순종했다.&lt;br&gt; 제후는 녹초가 되도록 아란을 안고 또 안았다.&lt;br&gt; 미친 사람처럼 아란의 몸속에서 권 제후의 소유를 확인했다.&lt;br&gt; 그는 어느 샌가 그녀가 아니면 쾌락을 느낄 수 없는 남자로 길들여져 있었다.&lt;br&gt; 애 데리고 올라가서 뭘 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니? 손님들 오시는데 나와서 좀 맞지 않 고.&lt;br&gt; 누르면 붉은 물이 떨어질 것 같은 아란의 뺨과 제후의 옷자락을 쥐며 등 뒤로 숨는 그녀의 행동이 위에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권 회장 내외는 짐짓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.&lt;br&gt; 손님들이야 할아버지 만나러 왔지, 저 보러 왔어요? 사돈어른들이 오셨단다.&lt;br&gt;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니? 제후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.&lt;br&gt; 새어머니와 대면해야한다는 말에 핏기가 가시는 아란의 안색 을 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에서 싫다는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 어디 계시는데요? 옷을 쥔 아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.&lt;br&gt; 그녀는 제후의 등으로 바짝 몸을 붙였다.&lt;br&gt; 희미하게 떨 리는 작은 어깨가 안쓰러워서 제후는 견딜 수 없었다.&lt;br&gt; 권 회장이 손가락으로 귀한 손님이 아니면 모시지 않는 방을 가리켰다.&lt;br&gt;다른 손님들과 따 로 모셨다.&lt;br&gt; 매무새 가다듬고 들어가서 인사 여쭙고 나오거라.&lt;br&gt; 제후도 피하고 싶었다.&lt;br&gt; 가능하다면 평소에도 잘 지내냐는 전화 한 통 없는 부모 같지도 않 은 사람들과 아란을 대면시키는 이 상황을 그녀에게서 가려주고 싶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제후가 머뭇거리자 권 회장의 눈이 아란을 향했다.&lt;br&gt; 어서 들어가서 인사 드리거라.&lt;br&gt; 결혼하고 나선 처음인데 무척 보고 싶었을 것 아니냐.&lt;br&gt; 제후는 사정도 모르고 아란을 몰아다 붙이는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.&lt;br&gt; 그렇다고 보는 눈, 듣는 귀 많은 이 자리에서 사실을 얘기할 수도, 경거망동을 저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15/tistory/2009/12/26/04/13/4b350ecb79f53 &gt;&lt;br&gt;&lt;br&gt; 누나! 그 때 어디선가 남자아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아란의 다리에 매달려 얼굴을 비비댔다.&lt;br&gt; 아란이 몸을 굽히더니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 올렸다.&lt;br&gt; 이제 다섯 살이나 됐을까 누가 보면 엄마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녀를 빼닮은 꼬마였다.&lt;br&gt; http://kccc.me  누구야? 내 동생 재영이요.&lt;br&gt; 결혼식 때 안 봤었어요? 하지만 아란이 넌외동딸이잖아, 라고 말하려다가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아마도 이 아 이는 새어머니에게서 난 의붓동생일 것이다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 누구야? 아저씨? 제후는 맹랑한 꼬마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.&lt;br&gt; 아란이 웃으며 동생의 말을 정정했다.&lt;br&gt; 재영아, 아저씨가 아니라 매형이야.&lt;br&gt; 누나랑 결혼한 사람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랑 결혼했어? 엄마랑 아빠처럼 같이 사는 거야? 아빠라기보다는 차라리 할아버지가 낫겠다.&lt;br&gt; 제후는 획, 팔짱을 끼며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 다.&lt;br&gt; 그럼 아기는 어디 있어? 결혼하면 엄마 아빠처럼 아기도 낳는 거잖아.&lt;br&gt; 재영이 동생 어디 있어? 덕분에 아란의 긴장이 덜어지긴 했지만 누나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 처남이 마음에 들지 않 는 제후였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목에 목도리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팔을 풀려는 찰나, 손님 방 문이 열리더 니 그녀의 부모님이 나왔다.&lt;br&gt; 아이를 어르고 있던 아란이 새어머니를 보고는 동생을 거실바닥에 내려놓았다.&lt;br&gt; 엄마한테 갈래, 재영아? 누나는 어디 가야 되거든.&lt;br&gt; 웅웅, 싫어.&lt;br&gt; 누나도 같이 집에 가.&lt;br&gt; 응? 재영아, 이리 온.&lt;br&gt; 저 낳아준 엄마가 부르는데도 재영은 누나에게만 매달려 징징거렸다.&lt;br&gt; 제후가 발을 공중으로 동동대는 아이를 떼어다 엄마에게 안겨주었다.&lt;br&gt; 고마워, 권 서방.&lt;br&gt; 그리고 너도 오랜만이구나.&lt;br&gt; 잘 지냈니? 새어머니의 마지못한 눈길이 아란에게 닿았다.&lt;br&gt; 염려했던 거와 달리 아란은 떨지도 않고 말 을 받았다.&lt;br&gt; 걱정해주신 덕분에요.&lt;br&gt; 아버지도 건강하시죠? 나야 늘 잘 있지.&lt;br&gt; 이 사람이 잘 http://pon10.com  챙겨주니까.&lt;br&gt; 아내의 어깨를 안으며 다정스레 대답하는 아란의 아버지를 보면서 제후는 역겨움마저 일었 다.&lt;br&gt; 당연히 그러시겠죠.&lt;br&gt; 힘들게 재혼하셨는데 오죽 하시겠어요? 삐딱한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.&lt;br&gt; 아란이 그러지 말라는 듯 제후의 팔을 잡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을 뿐 더러 제후도 그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.&lt;br&gt; 너무 사이가 좋아서 딸이 어떻게 사는지는 궁금하시지도 않나 봐요.&lt;br&gt; 저희 결혼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전화 한 통도 안 하시고 말입니다.&lt;br&gt; 저도 부러울 정도라니까요.&lt;br&gt; 농담 속에 드러나는 가시.&lt;br&gt; 은 사장 내외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흐려지는 것을 보며 권 회장 이 나섰다.&lt;br&gt; 제후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? 할아버진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히나 계세요, 소리가 이 사이에서 걸렸다가 목으로 넘어갔 다.&lt;br&gt; 제후는 조롱기를 입가에 걸었다.&lt;br&gt;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.&lt;br&gt; 하지만 없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뭘 잘못했는지 전 모르겠 는데요.&lt;br&gt; 제후야! 마침내 권 회장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제후가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오히 려 건방진 눈동자 속에 두 사람을 가두어 노려볼 뿐이었다.&lt;br&gt; 당신들도 깨달아야 돼.&lt;br&gt;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, 때늦은 사랑 놀음으로 무시당해 내쳐진 자식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당신들도 알아야 돼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그럼 천천히 놀다 가세요.&lt;br&gt; 저희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하거든요.&lt;br&gt; 얼굴 풀어.&lt;br&gt;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?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아란은 내내 불안한 얼굴이었다.&lt;br&gt; 너도, 지금 내가 너무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?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고?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해서 그래요.&lt;br&gt; 오빠도 괜히 저 때문에 은 아란.&lt;br&gt;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던 제후가 무서운 얼굴로 아란을 돌아보았다.&lt;br&gt; 말해두는 데 너하고는 상관없이 내가 한 말이야.&lt;br&gt;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대하는 그 분들 태도에 내가 기분이 나빠서 한 마디 한 거라고.&lt;br&gt; 알았어? 아란이 눈길을 돌리면서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기분 잡치게 그런 얼굴도 하지 말고.&lt;br&gt; 이래서야 둘이 여행 가는 기분도 안 나잖아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안 그럴게요.&lt;br&gt; 이러니 당하고만 살았지.&lt;br&gt; 제후는 침을 꿀꺽 삼키고 http://a121.totoblog.com  화를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은 아란, 너 여기서 조금만 나빠지면 안 되겠냐? 까짓 망신 한 번 준 거 가지고 마음 쓰 지 마.&lt;br&gt; 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기나 할 거 같아? 사실은 아란이 입술을 오물거렸다.&lt;br&gt; 사실은 저도 속이 시원했어요.&lt;br&gt; 오빠가 그 말 안 했으면 내가 했을지도 몰라요.&lt;br&gt; 다만 오빠 가 할아버지 눈에 나는 건 아닐까, 사람들이 오빠 나쁘게 보면 어쩌나 그게 걱정됐어요.&lt;br&gt; 제후가 피식, 코웃음을 쳤다.&lt;br&gt;거기 온 손님 중에 나 그렇고 그런 놈인 거 모르는 사람 없 어.&lt;br&gt; 그래도 나 때문에 오빠 나쁘게 보이는 거 싫어요.&lt;br&gt; 정말로요.&lt;br&gt; 네 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기지 않는데 왜 네 눈엔 내가 안 보이는 걸까.&lt;br&gt; 제후는 속 이 쓰렸다.&lt;br&gt; 그만해라.&lt;br&gt; 빼도 박도 못할 말 가지고 가타부타 떠드는 거, 머리 아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7e/14/bmwno1000/folder/3/img_3_1052_9?1261913501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제후는 몸을 의자에 묻으면서 눈을 감았다.&lt;br&gt; 그를 가만, 쳐다보는 아란의 시선과 이내 고개를 돌리는 나즈막한 한숨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했다.&lt;br&gt; 기대하게 만들지 마.&lt;br&gt; 네 착한 눈빛을 마주하는 게 얼마나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 알아? 사랑은 느낄수록 괴로웠다.&lt;br&gt; 낯설고 힘들었다.&lt;br&gt;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호텔에서 보낸 VIP 전용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들어갔다.&lt;br&gt; 우와~예쁘다!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객실에 짐을 풀자마자 아란은 곧장 발코니로 뛰어나갔다.&lt;br&gt; 그러더니 인어공주가 되어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할 것처럼 난간을 손으로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.&lt;br&gt; 여기 진짜 마음에 들어요.&lt;br&gt;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감사하는 말씀 꼭 드려야겠어요.&lt;br&gt; 할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입었던 답답한 정장 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제후는 대답했다.&lt;br&gt; 그러던지.&lt;br&gt; 직접 마중을 나온 지배인의 말에 따르면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방이라고 했다.&lt;br&gt; 이틀을 머무는 데 190만원이고 사흘에 26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형의 허니문 패키지용 객실이란다.&lt;br&gt; 얼른 옷 갈아입어.&lt;br&gt; 바다 보고 싶다며.&lt;br&gt; 조금만 더 보구요.&lt;br&gt; 제후가 니트 셔츠에 청바지로 갈아입을 동안까지 아란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 음속에 불쑥 짓궂은 장난기가 돌았다.&lt;br&gt; 아쉬워하며 허리를 바로세우는 아란의 등에 제후의 가슴이 닿았다.&lt;br&gt; 그만 보고 가자니까.&lt;br&gt; 제후는 두 팔로 각각 아란의 어깨와 허리를 둘러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.&lt;br&gt; 아니면,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그냥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까? 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싫다.&lt;br&gt; 넌 내가 마법을 풀어줄 때만 살아 숨을 쉬는 인형이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그그치만 아까 집에서두 거긴 거기고 호텔에서 하는 건 처음이잖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목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를 헤치면서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물었다.&lt;br&gt; 불그스 름한 입술자욱과 고른 치흔(齒痕)이 남았다.&lt;br&gt; 게다가 우린 부부고어디에서도 거리낄 게 없어야 한다고.&lt;br&gt; 아란의 귓불을 깨물며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허리를 안았던 손이 내려가 스커트를 밀어올리고 매 끈한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.&lt;br&gt; http://yesdaum.com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.&lt;br&gt; 자어떻게 할까? 밖으로 나가서 멍청한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줄까, 아니면 이 곳에 서 갑자기 돌아선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감으며 입술을 맞댔다.&lt;br&gt; 등 뒤로 파닥이며 스커트를 들추는 바람만큼이나 그녀의 행동은 대담했다.&lt;br&gt; 아란이 입술을 떼었다.&lt;br&gt; 원해요.&lt;br&gt; 해요.&lt;br&gt; 한 음절이 숨어 나왔지만 제후는 그 말이 허락의 뜻임을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요정들의 눈물처럼 수정이 되어 떨어질 듯 잔잔한 물기가 아란의 눈에 고인다.&lt;br&gt; 아란아 그의 뺨을 쓸어내리는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나 겁쟁이야.&lt;br&gt; 나 너 데리고 도망 온 거야.&lt;br&gt; 밑도 끝도 없이 퍼 올리는 말이었다.&lt;br&gt; 어둠에 깊이를 감춘 우물에서 처음 두레박으로 퍼 올 린 맑은 물이었다.&lt;br&gt; 사실은 내가 오빠.&lt;br&gt; 제후의 팔 안에서 아란의 허리가 휘어지며 다가갔다.&lt;br&gt; 코끝이 부딪치는 거리에서 아란은 제 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.&lt;br&gt; 그 말 꼭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면, 하고 나서 오빠 마음 상하게 할 말이라면 하지 마요.&lt;br&gt; 사람들 떠나서 둘이 있는 거잖아요.&lt;br&gt; 그러니 아무 생각 하지 마요.&lt;br&gt; 여행 왔으니까 좋은 기억만 만들어요.&lt;br&gt; 아무도 끼워주지 말고 그냥 우리 생각만 하면서 지내요, 네? 그녀가 말하는‘우리’는 특별하게 들린다.&lt;br&gt; 너는 너, 나는 나가 아닌 우리.&lt;br&gt; 그런데 그 우리 사이에 누가 끼어들면 어떻게 하지? 하나도 아닌 둘.&lt;br&gt; 너를 좋아하는 사람,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가 널 영원히 차지할 수 있는 걸 막아버리 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? 너 좋아하 바로 그 때 제후의 핸드폰이 주인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긴장이 푹 수그러드는 걸 느끼면서 아 란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고 거실로 들어갔다.&lt;br&gt; 여보세요? 제후, 네 이 녀석! 할아버지셨다.&lt;br&gt; 제후는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알았어요, 알았어.&lt;br&gt; 제가 잘못했어요.&lt;br&gt; 이제 됐죠?! 제후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.&lt;br&gt; 그리고 아예 핸드폰의 배터리를 뽑아 버렸다.&lt;br&gt; 오빠아란은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.&lt;br&gt;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래.&lt;br&gt; 돌아가면 틀림없이 배로 혼나겠지만 아무도 너한테 뭐라 안 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.&lt;br&gt; 아란이 고개를 저었다.&lt;br&gt; 부부는 일심동체랬어요.&lt;br&gt; 오빠가 잘못한 건 내가 잘못한 거고 난, 오빠가 할아버지한테 혼 나는 거 싫어요.&lt;br&gt; 그래? 제후는 웃는 듯 마는 듯 입가를 찡그렸다.&lt;br&gt;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에 대해 ‘우리’를 강조하는 아란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.&lt;br&gt; 나중에 할아버지가 부르시면 저도 데리고 가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줄게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줘? 어감이 재미있었다.&lt;br&gt; 마지못한 미소는 진심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.&lt;br&gt; 하긴.&lt;br&gt;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 예뻐하시니까 너 데리고 가면 야단은 덜 맞겠다.&lt;br&gt;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미소가 제후를 따라 아란의 얼굴에 고였다.&lt;br&gt; 그저 바 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웃고 있으면 온 세상이 빛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http://ccc1.me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.&lt;br&gt;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아냐? 그건 다 권 제후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야.&lt;br&gt;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먼 손가락으로 가리킨 그를 보고 승원과 미진이 했던 말이었다.&lt;br&gt; 무표정한 얼굴을 녹여보고자 웬만한 미모를 갖춘 여자들이 줄줄이 덤벼들었지만 마음을 얻고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했다.&lt;br&gt; 떠난 사람이 여자가 먼저든 권 제후가 먼저든 그가 미련을 갖고 찾는 경우도 없다 했다.&lt;br&gt; 포기해.&lt;br&gt; 저 선배 맘 좀 뺏어보겠다고 설치다가 바보 된 애들 하나둘인 줄 아냐? 친구들의 만류에도 변함없던 절실한 외바라기에 하늘도 감동하셨는지 인연이 맺어졌고 심지 어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게까지 되었다.&lt;br&gt;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제후는 아란의 몸만은 좋아했다.&lt;br&gt; 진짜 속을 내비치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녀가 없으면 가끔 서운해 한다고 느꼈다.&lt;br&gt; 그리고 그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.&lt;br&gt; 바라만 보고 말도 못 걸던 옛날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을, 아란은 보내고 있었다.&lt;br&gt; 하지만 헤어지면? 나한테 싫증을 내고 계약을 끝내자고 말하면? 가슴에 싸한 통증이 찾아왔다.&lt;br&gt; 아란은 작은 콧소리 섞인 한숨을 쉬며 제후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안겼다.&lt;br&gt; 그리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시원한 향수냄새와 체취를 숨 속으로 담아 넣었다.&lt;br&gt; 언젠가 그가 떠날 때 언젠가 혼자 남겨질 때,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며 견딜 수 있도록.&lt;br&gt; 제주도로 밀월여행을 다녀온 다음부터 제후는 강의라든가 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7e/14/bmwno1000/folder/3/img_3_1052_13?1261913501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할 때를 빼 고는 아란을 옆에 붙이고 다녔다.&lt;br&gt; 결혼을 빨리 해서 못해봤던 평범한 데이트도 했다.&lt;br&gt; 강의가 비는 시간 틈틈이 전화를 하고 기다리고 만나고, 아란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녔다.&lt;br&gt; 같이 술 마실 시간도 없냐는 친구들의 비아냥거림도 권 제후, 사람 달라졌다고 신기한 눈으 로 쳐다보는 여자들의 시선도 상관없었다.&lt;br&gt; 그저 그만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.&lt;br&gt; 권 제후가 만든 시간 속에서 권 제후를 생각하는 것으 로 아란의 머릿속을 채워주고 싶었다.&lt;br&gt; 오빠, 이거 봐요! 아란이 갑자기 제후의 팔을 잡으며 멈춰 섰다.&lt;br&gt; 학교 앞 분식점에서 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소화 시킬 겸 아이쇼핑을 하다가 쇼윈도에 걸린 목걸이가 예쁘다고 들른 보석 전문점 안이었다.&lt;br&gt; 크리스탈로 만든 거래요.&lt;br&gt; 너무 예쁘죠? 아란이 가리킨 것은 손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큐피드 상이었다.&lt;br&gt; 앙증맞은 날개를 달고 하 트가 달린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.&lt;br&gt; 사줄까? 카운터에 있던 여직원 중 하나가 쪼르르 달려오는 걸 보며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정말요?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안 될 게 뭐야.&lt;br&gt; 너나 나나 어차피 돈만 남아도는 집 자식들이잖아.&lt;br&gt; 내가 맘만 먹으면 이 http://nive.kbsyo.com 보석가게 전부를 사다가 안겨줄 수도 있다고.&lt;br&gt; 거드름을 피우는 제후의 말투에 아란이 웃는다.&lt;br&gt; 소리 없는 웃음에 그녀의 양 볼에는 깜찍한 볼우물이 진다.&lt;br&gt; 두 개였으면 좋겠는데 손때가 묻을까 조각상 아래 빌로드 천이 깔린 상자를 통째로 들고 있던 아란이 중얼거렸다.&lt;br&gt; 응? 이거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요.&lt;br&gt; 오빠하고 나하고 하나씩 나눠 갖게.&lt;br&gt; 짝 있어요, 손님.&lt;br&gt; 보여드릴까요? 옆에 있던 직원이 카운터로 따라 오란다.&lt;br&gt; 마음만 먹으면 이 보석가게 전부를 사서 안겨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던 까닭에 그녀의 태도는 굉장히 친절했다.&lt;br&gt; 여직원이 뭐라고 얘기를 하자 남자직원이 금고를 열더니 비슷한 크기의 상자를 꺼내고 뚜껑 을 연다.&lt;br&gt; 하트에 화살이 꽂힌 모양의 조각이 누워 있었다.&lt;br&gt; 예쁘다! 아란의 감탄사에 제후가 어깨를 으쓱, 했다.&lt;br&gt; 직원들과 주인의 낯에 화색이 떠오르는 걸 보니 꽤 값이 나가는 모양이었다.&lt;br&gt; 두 분 사귀는 사이세요? 귀족적인 고상함에 적당한 반항기가 돋보이는 근사한 외모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 였다.&lt;br&gt; 여자의 예쁘다는 말 한 마디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꺼내고 카드를 긁는, 성격 화끈한 남자 의 뒷모습을 보던 여직원 하나가 상자 두 개를 포장하며 말을 붙인다.&lt;br&gt; 남자친구가 아가씨한테 푹 빠져 있는 것 같던데 그래요? 아란은 가게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 제후를 창 너머로 쳐다보며 대답했다.&lt;br&gt; 가능성은 없었지만 듣기는 좋았다.&lt;br&gt; 이왕이면 커플링도 하지 그래요? 혼자 덜렁하니 우정 반지 같은 거 끼지 말고, 사귄지 오 래 된 사이면 웃고 있던 아란의 얼굴이 굳어버렸다.&lt;br&gt; 즐거워서 까닥거리던 손가락의 움직임도 투명한 유리 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저희, 부분데요.&lt;br&gt; 부부요? 그치만 남자 분은 반지를 끼고 있지 않던 손님의 달라진 표정을 보고 여직원은 입을 다물었지만 말은 뱉어진 다음이었다.&lt;br&gt;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비참함이었지만 아란은 막 포장이 끝난 상자를 들고 훌쩍 밖으로 나와 버렸다.&lt;br&gt; 더 듣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모르는 사람에게 계약에 묶인 부부라서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형식상의 관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약속.&lt;br&gt; 아란아! 담배를 태우며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던 제후는 그가 기다리는 것조차 잊은 듯 앞 을 지나쳐 황망히 걸음을 옮기는 아란을 보고 대충 통화를 마무리 하고 그녀에게 뛰어갔다.&lt;br&gt; 어디 가.&lt;br&gt; 오늘 할아버지 만나러 가기로 아란의 팔을 잡아 돌려세운 제후는 뜻밖에도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과 http://ccc1.me/naver/4504.php 맞닥뜨린 순간 말 을 끝맺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.&lt;br&gt; 원망, 분노 하여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이었다.&lt;br&gt; 낼까요? 목이 메는 음성으로 아란은 제후를 쳐다봤다.&lt;br&gt; 그냥 우리 여기서 끝낼까요? 뭐? 할아버지 앞에서 오빠가 사 준 선물이라고 좋아하며 자랑하는 아란의 얼굴을 볼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제후의 낯이 구겨졌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라면 그냥 여기서 끝내자고요!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을 시간도 달래줄 틈도 없었다.&lt;br&gt; 하얀 얼굴 가득 눈물을 터트린 아란 은 그대로 뒤돌아서 뛰어가 버렸다.&lt;br&gt;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.&lt;br&gt; 아란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그만큼 당황스러웠다.&lt;br&gt; 바닥 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 올리며 제후는 아득한 불안함으로 심장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.&lt;br&gt; 죄죄송합니다, 손님.&lt;br&gt; 아까의 여직원이 옆에 서 있었다.&lt;br&gt; 제가 실수를 했어요.&lt;br&gt; 두 분이 결혼하신 줄도 모르고 그만 커플링이나 하는 게 어떻겠냐 고 커플링? 제후는 무심결에 왼손 약지를 내려다보았다.&lt;br&gt; 아란과는 달리 어떤 구속도 허용치 않을 것처 럼,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텅 비어 있는 그의 손가락을.&lt;br&gt; 직원이 알고 말했던 것도 아니고 제후의 고의도 아니었지만 비싼 선물을 덥석 안겨주고는 아란의 마음을 깔아뭉갠 꼴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진작에 끼고 다녔어야 했는데 쑥스러움에 미뤄두었던 일이 치부를 드러내 그녀가 망신을 당 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뭐야?! 당신 눈에는 그 비싼 반지가 고작 우정 반지로 보였단 말야? 죄죄송합니다.&lt;br&gt; 정말 죄송합니다.&lt;br&gt; 어떻게 보상을 해야 이 여자에겐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후는 화가 났다.&lt;br&gt; 아니 그보다, 바람이 팽팽했던 풍선이 터져버린 것 같은 아란의 눈동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.&lt;br&gt; 화를 냈다는 건 그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뜻인데 말이다.&lt;br&gt; 나한테 기대를 해? 그 남자가 아닌 나한테? 본가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었다.&lt;br&gt; 할아버지가 생신 때의 일에 대해 뭐라고 꾸중을 하셨는지 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제후는 집에 가면 아란의 화를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가만 고민하고 있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18/tistory/2009/12/26/04/29/4b3512953924a &gt;&lt;br&gt;&lt;br&gt; 여자의 눈치를 보는 일이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라면 용기를 낼 수도 있는 제후였다.&lt;br&gt; 불안하진 않았다.&lt;br&gt; 어느 덧 심장을 내 준 사람이기에 그리고 문득 문득 기대를 갖게 만드는 아란의 행동에 대한 설레임이 가슴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.&lt;br&gt; 상한 속을 달래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라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건 아닌가 했지만 옥외 주차장에서 떨리는 맘으로 올려다 본 그들의 보금자리에는 불이 커져 있었다.&lt;br&gt; 저녁나절, 그렇게 아란과 헤어지고 내내 구겨져 있던 제후의 얼굴이 반가움으로 펴졌다.&lt;br&gt; 엘 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고작 3층 내려오는 http://kccc.me/naver/4401.html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.&lt;br&gt; 가쁜 호흡에 들먹이는 심장을 억누르며 벨을 누르려는 찰나 문이 먼저 열렸다.&lt;br&gt; 왔어요? 어응.&lt;br&gt; 아까 그러고 간 게 미안해선지 아란은 어색한 음성으로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래도 죄책감이 드는 건 아란이 아니라 제후 쪽이었다.&lt;br&gt; 집에는 언제 왔어? 온 지 한 시간쯤 됐어요.&lt;br&gt;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아란의 어깨에서 바람이 인다.&lt;br&gt; 그 모습을 보자 잠시나마 가졌던 제 후의 설레임은 구석으로 밀려난다.&lt;br&gt; 아까 그 말 왜 한 거야? 내던지는 말이 퉁명스러웠다.&lt;br&gt; 아란이 침실로 향하던 걸음을 멈춘다.&lt;br&gt; 말해두겠지만 우리 결혼 오빠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죠.&lt;br&gt; 아란이 말을 가로채며 뒤돌아섰다.&lt;br&gt; 내가 아쉬워서 매달린 결혼이니까 혼자였던 생활로 돌아간다고 해도 오빠는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거죠?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? ! 내 마음 같은 거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거죠? 내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받아들였는지 오빠한테는 아무 상관없는 거죠? 굵은 눈물방울이 아롱져 바닥으로 떨어진다.&lt;br&gt; 제후는 울컥하는 마음에 아란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.&lt;br&gt; 그러는 넌! 너만 아픈 게 아니란 말이다.&lt;br&gt;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로 두고 사는 나는 편한 줄 알아? 멀쩡한 줄 알아? 넌 뭘 그렇게 잘했는데? 날 다그칠 만큼 순결한 요조숙녀에 조강지처야? 겉으로는 나밖 에 모르는 여자처럼 하고 다녀도 막상 뒤로는 여우짓하고 다니는 지 어떻게 알아? 아니에요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 오빠밖에 없어요.&lt;br&gt; 왜 몰라요 꼭 말로만 해야 되는 거에요? 마음으로 날 봐줄 수는 없는 거에요?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악에 받친 한 마디가 아란의 입을 뚫고 터져 나왔다.&lt;br&gt;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 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제후의 눈빛이 주춤했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손을 뿌리쳤다.&lt;br&gt;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축하한다는 말 듣고 싶었어요.&lt;br&gt;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더 이상 비참해질래야 비참해질 수도 없었다.&lt;br&gt; 손으로 가리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 큼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 걸 느끼며 아란이 뛰쳐나간다.&lt;br&gt; 멍하니 서 있던 제후가 탕! 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.&lt;br&gt; 아아란아! 제후는 신발도 신지 않고 따라 나갔지만 아란은 보이지 않았다.&lt;br&gt; 두리번거리며 황급한 심정 으로 그녀를 찾는 그의 귀에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꺄아악! 사람이 다쳤어요, 누가 좀 도와줘요! 설마 하는 불안감에 심장이 내려앉으면서 소름이 돋았다.&lt;br&gt;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 서 제후는 여자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.&lt;br&gt; 계단이 있는 곳이었다.&lt;br&gt; 사람들이 그리로 모여들었다.&lt;br&gt; 이름도 모르는 이웃들을 헤치고 들어간 제후의 눈이 커졌다.&lt;br&gt; 아란아! 계단 아래,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분명 아란이었다.&lt;br&gt; 벗겨진 한 짝의 신 발이 계단 중간에 걸쳐져 있었다.&lt;br&gt; 아란아, 제발! 넋 나간 표정으로 아란을 안아든 제후가 창백해진 그녀의 뺨을 두드리다 말고 웅성대며 모 여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.&lt;br&gt; 뭣들 하는 거에요! 사람이 다쳤는데! 구급차, 누구 구급차 좀 불러줘요!! 가벼운 뇌진탕이라면서! 그거 말고는 다친 데도 없다면서 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? 방안이 다 쩌렁쩌렁 울렸다.&lt;br&gt; 의사 생활 25년에 http://ccc1.me/naver/4254.html 이렇게 막 되먹고 시끄러운 보호자는 처음 보겠다고 생각하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을 꺼냈다.&lt;br&gt; 자자, 일단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으십시오.&lt;br&gt; 그래야 저도 무슨 말씀을 드리던지 할 것 아 닙니까? 뒤에 서 있던 권 회장이 제후의 어깨를 두드렸다.&lt;br&gt; 노인의 자애로운 눈빛이 거친 감정에 휩 싸인 손자의 마음을 다독였다.&lt;br&gt;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환자분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.&lt;br&gt; 약간의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 은 것 외에는 이봐, 의사 선생!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? 뭔가 새로운 걸 얘기해 보라고! 나는 왜 아란이 가 깨어나지 못하는지에 묻고 있잖아! 제후야! 할아버지의 엄한 목소리에 제후는 억지로 숨을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문제는 환자분이 거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.&lt;br&gt; 무의식중에 깨어나는 걸 거부하는 것 같습 니다.&lt;br&gt; 뭔가 두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.&lt;br&gt; 그럼 어떻게 해야 지금으로썬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.&lt;br&gt; 어떤 확약도 드릴 수가 의사가 말끝을 줄였다.&lt;br&gt; 제후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.&lt;br&gt; 구급대에 실려 온지 벌써 사흘 밤낮을 넘겼는데 아란은 죽은 듯이 잠만 잘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.&lt;br&gt; 죽은 듯이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 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 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무너졌다.&lt;br&gt; 이대로 영원한 잠에 들어 깨어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, 다시는 아란의 맑은 웃음을 볼 수 없 는 건 아닌가 방정맞은 생각들이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머릿속을 오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지친 발을 끌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깊은 잠에 든 아란의 얼굴은 평온해보였지만 그와 함께 하는 일상이 두려워 일어나지 못한 다는 말에 제후의 가슴은 핏빛 멍울이 지고 몇 톤짜리 돌을 얹은 것 마냥 무거웠다.&lt;br&gt; 다가가 의자를 끌어다놓고 앉았다.&lt;br&gt;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대고 눈을 감았 다.&lt;br&gt; 눈물 한 줄기가 제후의 뺨을 타고 흘렀다.&lt;br&gt; 아직은 아직은 아니잖아.&lt;br&gt; 나한테 실망하고 화나더라도 내가 철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참아주라.&lt;br&gt; 부부란 원래 그런 거 잖아.&lt;br&gt; 나란 놈한테 실망해서 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널 채웠다고 해도 이런 모습이 마지막이면 안 되는 거잖아.&lt;br&gt; 아란아 내 목소리 들리면 좀 일어나봐.&lt;br&gt; 내 마음 알기 http://shenala.com 전까지는 멀리 가지마.&lt;br&gt; 나 놔두고 혼자 먼 데로 떠나지마.&lt;br&gt; 다시 그녀 없는 시간이 흘렀다.&lt;br&gt; 네 번의 낮과 밤이 일상을 만들며 지나갔다.&lt;br&gt; 학교에는 가야 된다는 할아버지의 엄명에 따르 긴 했지만 제후는 아란의 간호를 맡은 사람이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 이었다.&lt;br&gt; 강의가 끝나면 끼니를 챙길 틈도 없 이 달려오곤 했다.&lt;br&gt; 제 에미 애비가 죽은 후로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중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권 회장은 손 자며느리가 걱정되면서도 아란에게 몰두하는 제후의 모습을 다행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았다.&lt;br&gt; 제후는 남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생일에 아란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모르는 척 했던 것도 손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였다.&lt;br&gt; 아란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쉴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마음이 안식처를 찾았다는 걸 말이다.&lt;br&gt; 이제 미움 받는 역할은 그만해도 될 것 같군.&lt;br&gt; 그동안 수고했네.&lt;br&gt; 어느 날 새벽인가 아란을 간호하다 곁에 엎드려 잠이 든 제후를 보며 권 회장은 병실을 나 와 밖에서 문병 차, 들렀던 공범에게 말했다.&lt;br&gt; 그 녀석이 미처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처음부터 좋아했을 걸요.&lt;br&gt; 민준이 미소로 답했다.&lt;br&gt; 그런데 언제쯤 말해주는 게 좋을까요? 이번 일도 있고 두 사람 다, 슬슬 진실을 알 때도 된 것 같은데.&lt;br&gt; 내버려 두게.&lt;br&gt;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제 3자보다 서로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제일 행복할 테니까.&lt;br&gt; 제후가 마음을 숨기는 바보짓만 하지 않는다면요.&lt;br&gt; 그 때 낮은 굽의 샌들을 신고 복도를 뛰어오는 간호사 한 명이 있었다.&lt;br&gt; 그녀는 권 회장에게 다다르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.&lt;br&gt; 은 아란씨 보호자 되시죠? 빨리 병실에 좀 와주셔야겠어요.&lt;br&gt; 우리 아이가 깨어났습니까? 그게 아니고 병실로 환자분의 아버지라는 분이 찾아오셨는데 손자 분이 막 더 듣지 않아도 상황을 짐작하는 권 회장이었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알고 있는 이상은 그랬다.&lt;br&gt; 어둠에 묻힌 복도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병실이 http://kccc.me 있었다.&lt;br&gt; 활짝 열린 문으로 넓은 용적의 빛이 바닥을 비추고 거기선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가! 여기서 사라지라고! 당신이 무슨 아버지라고 딸이 다쳐서 입원해 있는데도 일주일 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당신이 무슨 아버지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25/tistory/2009/12/26/03/49/4b350941ba48a &gt;&lt;br&gt;&lt;br&gt; 의사가 뭐라고 한 줄 알아? 잘못하면 평생 저러고 있을 수도 있대.&lt;br&gt; 부모라는 사람들이 결 혼이란 명목으로 팔아넘긴 딸이 영원히 잠들어서 죽을 때까지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대! 그거 알기나 해? 깨어나면 두려 운 일이 기다리는 것처럼 깨어나는 걸 거부하고 있대.&lt;br&gt; 이보게 권 서방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란의 아버지가 사위에게 낯을 보이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후 가 말을 가로챘다.&lt;br&gt; 당신과, 당신의 새 아내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짐이었는지 몰라도 아란이 이제 나한테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야.&lt;br&gt; 누구한테도 상처받지 못하게 내가 지킬 거고 아무도 이 아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일 있으 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그러니 가.&lt;br&gt; 여기서 사라지고 다시는 오지 마! 절규.&lt;br&gt; 그리고 차마 말해주지 못한 사랑.&lt;br&gt; 우리 누나 아파?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문틈으로 제후와 은 사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권 회장과 민준의 귀에 아이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누나 이제 못 일어나? 재영이었다.&lt;br&gt; 엄마보다 배다른 누나를 더 따르던 그녀의 동생이었다.&lt;br&gt; 아저씨 우리 누나 죽었어?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재영이 제후의 바지를 잡고 흔들었다.&lt;br&gt; 재수 없는 소리 집어 쳐! 죽긴 누가 죽었다고 그래! 아이의, 아란을 빼닮은 눈동자에 다시금 죄책감이 스며들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이가 놀랄 수 있다 는 것도 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.&lt;br&gt; 방금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끅끅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재영은 누나의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.&lt;br&gt; 부벼대는 눈이 붉었다.&lt;br&gt; 제 후는 한숨을 쉬며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었다.&lt;br&gt; 미안하다, 꼬마야.&lt;br&gt; 아저씨가 잘못했어.&lt;br&gt; 누나 안 죽어.&lt;br&gt; 그냥 자고 있는 거잖아.&lt;br&gt; 일어날 거야.&lt;br&gt; 꼭 일어나서 널 안아줄 거야.&lt;br&gt; 누나에게 http://pon10.com 그랬던 것처럼 재영은 제후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.&lt;br&gt; 아이들 특유의 달콤한 체취가 한가득 안겨왔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안듯이 아이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달랬다.&lt;br&gt; 아무 일 없을 거야정말로.&lt;br&gt; 목이 메어왔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민준이, 그리고 할아버지가 문간에 서 있었다.&lt;br&gt; 본의 아니게 엿들은 꼴이 되어 버렸구나, 미안하다.&lt;br&gt; 언제 오셨어요? 그리고 민준이 너는? 제후는 재영을 안은 채로 일어났다.&lt;br&gt; 아란이 문병 왔다가 할아버지를 만나서 담배 한 대 태우고 들어오는 길이야.&lt;br&gt; 괜찮아? 네 녀석 온 건 하나도 안 반가워.&lt;br&gt; 민준이 피식 웃으며 사돈과 함께 나가는 권 회장을 쳐다봤다.&lt;br&gt; 은 사장의 무거운 걸음새를 보아하니 긴 얘기가 될 것 같았다.&lt;br&gt; 곧 반가워하게 될 걸.&lt;br&gt; 너, 나하고 잠깐 얘기 좀 하자.&lt;br&gt; 아란이 걱정되면 여기서 해도 좋 고.&lt;br&gt; 옆 침대에 재영을 재워놓고 있을 때 캔 커피 두 개를 든 민준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너 어제도 밤샜다면서 몸은 괜찮은 거냐? 중간 중간 자니까 견딜 만 해.&lt;br&gt; 달고 시원한 냉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잠이 깨는 듯 했다.&lt;br&gt; 아란이 좋아하지? 캔을 들어올리던 제후의 손이 공중에서 우뚝 멈췄다.&lt;br&gt; 내 말이 맞냐?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가 제후의 입가를 맴돌았다.&lt;br&gt; 민준이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뭐 너 하는 짓 봐선 묻지 않아도 당연한 얘기다만 그냥 확인해 본 거다.&lt;br&gt; 그 때 내가 아 란이 좋아한다고 했던 거 기억 나냐? 그래서.&lt;br&gt;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?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냐? !! 경악의 표정이 제후의 얼굴에 떠올랐다.&lt;br&gt; 민준이 바닥에 깔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캔을 살살 흔들었다.&lt;br&gt; 그래, 맞아.&lt;br&gt; 나 너한테 거짓말 했다.&lt;br&gt; 난 너 만큼이나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친 구의 여자를 노릴 정도로 비열한 놈은 아니야.&lt;br&gt; 그런데 왜 나한테 부탁한 사람이 있었어.&lt;br&gt; 네가 행복해지기를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이.&lt;br&gt; 할아버지가? 민준은 제후의 생각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.&lt;br&gt; 내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어땠을 거 같냐? 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 서투르잖아.&lt;br&gt; 할아버 지는 진실을 깨닫도록 너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거야.&lt;br&gt; 지기 싫어하는 네 성격에 누가 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가만히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싫어도 http://a121.totoblog.com 지키려고 노력할 테니까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신 거지.&lt;br&gt; 결 국 할아버지의 판단은 옳았고 지금 넌 여기 이 자리에 있잖아.&lt;br&gt; 아란이도 이 사실 알아? 몰라.&lt;br&gt; 아마 내가 자기한테 접근한 게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걸.&lt;br&gt; 그 녀석, 너도 알겠 지만 사람을 너무 잘 믿어.&lt;br&gt;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도 안 하고 덥석 믿어버려.&lt;br&gt; 제후는 허무함에 웃음이 나왔다.&lt;br&gt; 그 동안의 고민이 다 쓸데없는 거였다니.&lt;br&gt; 말이나 들어보자.&lt;br&gt; 너 아란이 찾아가서 뭐라고 했냐? 어느 덧 경계심을 풀은 눈동자였다.&lt;br&gt; 민준이 싱긋 웃었다.&lt;br&gt;궁금하냐? 그걸 말이라고 해? 할아버지랑 짜고 나 속인 건 괘씸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용서해준 다.&lt;br&gt; 음처음엔 반지 얘기 하면서 속을 찔러봤고 두 번째는 너희들이 계약 결혼 한 거 알고 있다고 했고, 세 번째는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지.&lt;br&gt; 그랬더니 뭐래? 선배가 뭘 원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을 거에요, 그러더라.&lt;br&gt; 아마도 내가 자기한테 구애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나봐.&lt;br&gt; 순진한 녀석.&lt;br&gt; 진심하고 장난도 구분 못하는 바보.&lt;br&gt; 가까이 있으면서도 참 어려운 사랑을 하는 커플이었다.&lt;br&gt; 자식이, 그러는 저는 바보짓 안 한 줄 아나.&lt;br&gt; 민준은 아직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생 각하는 어리석은 친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.&lt;br&gt; 너도 속아 넘어갔으면서 뭘 그래.&lt;br&gt; 나한테 주먹질까지 하고.&lt;br&gt; 한 민준 연기력이 좋았던 거지.&lt;br&gt; 정작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지만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비단 아란의 입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에서라도 그녀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고도 멀쩡할 자신이 없었다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왜.&lt;br&gt; 나 힘들다.&lt;br&gt;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데 그 아이가 원하면 보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놔 줄 수가 없어.&lt;br&gt; 욕심 부리면 정말 아란이가 달아날지 모르는데 원래 사람 좋아하는 건 다 그런 거야.&lt;br&gt; 민준은 제후의 어깨를 툭툭 쳤다.&lt;br&gt; 그리고 너처럼 지극정성인 남자 놔두고 어딜 가겠냐? http://yesdaum.com 도망가더라도 일주일 동안 잠 못 자 고 밥 못 먹어가며 고생한 네 은공은 갚고 가라고 그래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웃으라고 한 말이었는데 친구를 부르는 한숨이 깊었다.&lt;br&gt; 그런 만큼 그의 사랑도 깊었다.&lt;br&gt; 아란이 쓰러졌던 날, 나한테 처음 화를 내더라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 나 하냐고,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막 울어 버리더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3/tistory/2009/12/26/04/01/4b350bf5c4371 &gt;&lt;br&gt;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아무 에게도 축하받은 적 없다던 생일날에 날 만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에 단 한 사람 오빠한테만은 축하받고 싶었다고 그러더 라.&lt;br&gt; .&lt;br&gt; 사랑이 없어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난 항상 그 앨 다치게만 만들더라.&lt;br&gt; 나중에 보니 까 내가 그 앨 내쫓아버렸더라.&lt;br&gt; 제후야 아, 맞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면 늦기 전에 끝내자고 아란이가 그러더라.&lt;br&gt; 한 민준, 너 어떻게 생각해? 나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? 걸리는 게 많군.&lt;br&gt; 민준은 한 조각 희망도 남지 않은 얼굴로 넋두리를 하는 친구가 가여웠다.&lt;br&gt; 그리고 그의 이런 사랑을 모른 채 마음을 가두고 잠이 들어있는 아란에게 화가 나려고 했다.&lt;br&gt; 아란이 보내고 너 혼자 살 자신 있어? 자신이야 있지.&lt;br&gt; 미쳐버릴 자신.&lt;br&gt; 죽어도 돌아볼 사람 없으니 원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 자 신.&lt;br&gt; 그럼 보내지마.&lt;br&gt;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다 꼭 붙들어 두고 살아.&lt;br&gt; 내가 너 사랑하니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곁에만 있어달라고 졸라.&lt;br&gt; 은 아란은 착하니까 소원을 들어줄 거야.&lt;br&gt; 억지 부려서 더 정 떨어진다고 하면? 이런 겁쟁이! 권 제후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? 그럴 일 없을 거야.&lt;br&gt; 내가 장담해.&lt;br&gt; 민준은 제후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웃어주었다.&lt;br&gt; 제후를 향한 아란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친구는 확실히 달라졌다.&lt;br&gt; 조각 같은 외모와 냉담한 분위기로 여자들을 녹이던 권 제후 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.&lt;br&gt; 사랑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겁을 내고 두려워하고, 고 민을 했다.&lt;br&gt; 만약 아란이 끼고 다니던 순결반지의 주인공이 바로 자기라는 걸 알게 되면 제후가 뭐라고 그럴까 문득 궁금해지는 민준이었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병원 로비.&lt;br&gt; 그를 배웅하러 나온 친구에게 민준은 마지막 충고를 했다.&lt;br&gt;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아란이네 아버지한테 심하게 굴지 마라.&lt;br&gt; 판단은 네가 아니라 아란 이의 몫으로 남겨둬야지.&lt;br&gt; 아무리 그래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분 아니냐.&lt;br&gt; 알았어.&lt;br&gt; 아란이 일어나면 그동안 장난쳐서 미안했다고 대신 사과도 건네주고.&lt;br&gt; 알았다니까.&lt;br&gt; 택시를 부른 민준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든다.&lt;br&gt;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 제후는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아직도 깊은 잠에 들어 있는 아란을 보았지만 이제는 기다림마저 달가웠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의식을 잃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잠이 들어 있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보며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키스를 하면 일어나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마저 들었다.&lt;br&gt; http://ccc1.me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깨어 있을 때처럼 여전히 보드랍고 향기가 난다.&lt;br&gt; !! 세 번째 키스를 하고 제후가 얼굴을 들려했을 때 목에 둘려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늘고 미약 한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졌다.&lt;br&gt; 설마, 설마!!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기대감에 제후는 감았던 눈을 떴다.&lt;br&gt;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아란의 눈 동자가 무려 8일 만에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너너 말이 나오질 않았다.&lt;br&gt; 한없이 기쁜 순간에 너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.&lt;br&gt; 응, 나 일어났어요.&lt;br&gt; 나 진짜 많이 잤죠? 젠장!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에 왈칵, 목이 메어 오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은 제후의 몸을 가만히 밀면서 일어났다.&lt;br&gt; 제후가 얼른 아란의 어깨를 잡아 부축해주었다.&lt;br&gt; 그래, 이 잠꾸러기야.&lt;br&gt; 무슨 잠을 8일씩이나 자냐?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겨주다가 제후는 부서질 것 같은 아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.&lt;br&gt; 며 칠 사이 수척해진 몸에, 줄무늬 환자복 속으로 느껴지는 헐거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빨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누가 발을 잡고 안 나줬어요.&lt;br&gt; 눈을 뜨고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반겨줄 사람 아무도 없다고 그냥 여기서 살라고 그랬어요.&lt;br&gt; 까만 옷에 얼굴도 없는 무서운 사람이 자꾸 날 붙잡았어요.&lt;br&gt; 무서웠어? 아란은 대답을 하지 않고 손깍지를 끼어 제후의 등을 안았다.&lt;br&gt; 그의 어깨 언저리가 천천히 젖어왔다.&lt;br&gt; 그녀의 몸이 흐느낌으로 떨리고 있었다.&lt;br&gt; 미안해 입술을 깨물었다.&lt;br&gt; 가까스로 참아내는 그녀의 눈물은 고통이 되어 제후의 심장으로 배겨왔다.&lt;br&gt; 다시는 너 혼자 무서운 꿈에 남겨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.&lt;br&gt; 아줌마뒷치기 우린 항상 같이 있을 거야.&lt;br&gt; 언제든 널 지켜줄 거야.&lt;br&gt;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그리고 나도, 널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아란의 감은 눈꺼풀에 입을 맞추며 제후는 말했다.&lt;br&gt; 창 밖으로 먼동이 트고 있었다.&lt;br&gt;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 날과 하늘을 두고 제후는 그렇게 가 슴을 저리며 찾아온 첫사랑을 고백했다.&lt;br&gt; 아빠가 새엄마랑 헤어지기로 했대요.&lt;br&gt; 은 사장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아란이 저녁때를 훌쩍 넘겨 들어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아빠 없는 동안에 나한테 함부로 한 거 전주댁 아줌마한테 들었나 봐요.&lt;br&gt; 그동안 아빠 노 릇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그랬어요.&lt;br&gt; 전주댁 아줌마는 아란이 여섯 살 때부터 은 사장네 살림을 봐줬던 사람이었다.&lt;br&gt; 엄마가 돌아 가시고 나서 유일하게 정을 붙인 사람이라고, 새 엄마가 들어와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면서는 더욱 의지를 했던 사람이라 고 아란은 얘기하곤 했었다.&lt;br&gt; 재영이는? 엄마가 데려가서 키운다고 하셨는데 확실한 건 모르겠어요.&lt;br&gt; 원래 재영이가 새 엄마보단 나하고 아빠를 잘 따랐거든요.&lt;br&gt; 제후는 알 만 하다는 듯 말했다.&lt;br&gt; 치장하고 가꾸느라 아이 돌 볼 틈도 없었나보지.&lt;br&gt; 아마도요.&lt;br&gt; 아란의 얼굴에서 긍정의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.&lt;br&gt; 그래도 http://nive.kbsyo.com 새 엄마가 계서서 아빠가 행복하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왠지 아빠가 이혼 을 결정하신 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죄송스러워요.&lt;br&gt; 난 아무래도 좋다는 사고방식은 버려.&lt;br&gt; 남을 위해서 희생할 생각만 하지 말고 좀 이기적으 로 굴어봐.&lt;br&gt; 아란이 넌 행복할 자격 충분히 있어.&lt;br&gt; 제후는 마주 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.&lt;br&gt; 아, 그리고 나 커피 마실 건데 생각 있으면 같이 마시자.&lt;br&gt;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구수한 커피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.&lt;br&gt; 휘파람을 불면서 주방으 로 들어가는 제후를 보며 아란은 혼자 웃었다.&lt;br&gt;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제후는 줄곧 다정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.&lt;br&gt; 처음엔 보상 심리 때문인 가 의심도 해보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의 다정함은 변함이 없었고 스스럼없는 장난기와 짓궂은 행동은 그들이 보통의 신혼부부 처럼 살고 있다고 아란이 생각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계약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랑해서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다.&lt;br&gt; 알았지? 끝내자는 말 절대로 하지 마.&lt;br&gt; 이제 겨우 두 달 좀 넘게 살아보고 맞는다느니 안 맞는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자.&lt;br&gt; 퇴원 기념으로 찾은 레스토랑에서 제후는 그런 말을 했다.&lt;br&gt; 손을 끌어다 잡으며 조심스레 말 을 내는 그의 눈을 보면서 아란은, 제후와의 관계에 좋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고 머잖아 그의 마음이 진 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.&lt;br&gt; 제후를 믿게 되었다.&lt;br&gt; 요즘만 같으면 세상에 무엇도 바랄 것 없는 사람처럼 아란은 행복했다.&lt;br&gt; 거기에 욕심 부려 한 가지 소원을 빈다면 그도 그녀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.&lt;br&gt; 그녀 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고 싶었다.&lt;br&gt; 커피 향 좋지? 좋아요.&lt;br&gt;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아란이 한모금의 향을 들이마셨다.&lt;br&gt; 정말이지 저 웃는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까봐 애태웠던 걸 생각하면 그녀가 얄밉기까지 한 제후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3/tistory/2009/12/26/04/01/4b350bf5c4371 &gt;&lt;br&gt;&lt;br&gt; 잔잔히 부딪치는 시선에 아란이 뺨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.&lt;br&gt; 근데 왜 그렇게 쳐다봐요? 예뻐서.&lt;br&gt; 제후는 턱을 괴고 키득 웃었다.&lt;br&gt; 장난치지 마요.&lt;br&gt; 장난 아닌데.&lt;br&gt; 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 거야.&lt;br&gt; 한층 노골적인 시선에 부끄러움이 또르르 몰렸다.&lt;br&gt; 아란은 잔을 손으로 감싸고 살그머니 제 후의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.&lt;br&gt; 왜 모르고 살았을까.&lt;br&gt; 너처럼 귀엽고 착한 아이 옆에다 두고도 왜 모르고 지냈을까.&lt;br&gt; 커피를 다 마신 아란이 잔을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받침대에 얹고는 허둥지둥 주방을 나간 다.&lt;br&gt; 뒷모습을 쫓던 제후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따랐다.&lt;br&gt; 그리고 아란의 팔을 잡아 침실로 들어간 다음 문을 잠갔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보상 받고 싶다.&lt;br&gt; 너 없이 혼자 보냈던 것만큼 우리의 시간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고 싶다.&lt;br&gt; 오늘 http://ccc1.me/naver/4504.php 너 안아도 돼? 그그치만 거절해도 소용없어.&lt;br&gt; 보름동안 참아줬으니까 오늘은 내 맘대로 할 거야.&lt;br&gt; 물러서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안으면서 제후는 아란의 몸을 침대에 밀치듯 쓰러트렸다.&lt;br&gt; 성 급한 손길을 따라 드러나는 여자의 몸에 호흡이 가빠왔다.&lt;br&gt; 건강이 나빠졌다고 며칠 햇빛 구경을 안 시킨 탓인지 피부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.&lt;br&gt; 이 아 름다운 몸을 옷으로 가리면 오히려 죄가 될 것처럼 보였다.&lt;br&gt; 내일 토요일이지? .&lt;br&gt; 그럼 우리 밤새도록 여기서 놀자.&lt;br&gt; 전화와도 받지 말고 누가 벨 눌러도 열어주지 말고 내 일 아침까지 놀다가 자자.&lt;br&gt; 몰라요.&lt;br&gt; 싫어요가 아니라 몰라요다.&lt;br&gt; 늘 처음 만난 남자에게 몸을 열어주는 것처럼 아란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.&lt;br&gt;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잘 하면서 그에게만 그런다.&lt;br&gt; 그런 아란의 행동이 제후에게는 &lt;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사람&gt;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 졌다.&lt;br&gt; 그리고 매번 처녀를 방문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선사했다.&lt;br&gt; 싫으면 지금 말하던가.&lt;br&gt; 아란이 시트를 끌어올려 가슴을 가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싫어도 오빠 맘대로 한다면서요.&lt;br&gt; 후후, 이제 보니 삐지기도 하잖아? 제후는 아란의 화내는 모습이 신기했다.&lt;br&gt; 언제나 그 앞에선 쥐 죽은 듯 꼬리를 내리고 하라 는 대로 따라주던 그녀가 처음으로 반항이라는 걸 했다.&lt;br&gt; 은 아란.&lt;br&gt; 야릇한 붉은 빛이 아란의 얼굴에 떠돌았다.&lt;br&gt; 지금 당장 아란의 몸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고 싶은 걸 참으면서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내가 어떤 여자 좋아하는지 말해줄까? 어떤 여자좋아하는데요? 그녀가 순진하게 되묻는다.&lt;br&gt; 역으로, 아란의 몸을 아래에 두고 있는 제후의 얼굴은 짓궂은 헌 터의 표정이 된다.&lt;br&gt; 오늘 밤 넌 죽었어, 라는 뜻이다.&lt;br&gt; 나한테 저항하는 여자.&lt;br&gt; 좋으면서도 싫다고 말해서 날 더 부추기는 여자.&lt;br&gt; 수차례의 절정이 지났다.&lt;br&gt; 몸과 몸이 먹고 먹혔다.&lt;br&gt; 흥분을 부추긴 대가로 아란은 밤새도록 시달렸지만 한 번도 제후를 거절하지 않았다.&lt;br&gt; 물러서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오빠가 원하는 게 내 몸이라면 나한테 빠져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.&lt;br&gt; 나한테 집착하도록, 그래서 나 외에는 누구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릴 거야.&lt;br&gt; 새벽녘에 풋잠이 들었던 제후는 아란이 뒤척이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.&lt;br&gt; 부스스한 얼굴로 시 계를 쳐다보니 아침 7시 30분, 샤워도 하지 못하고 잠이 든 지 겨우 세 시간이 지났다.&lt;br&gt; 제후는 끄으응,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깜박여 눈 안으로 들어온 빛을 몰아냈다가 다시 실눈 을 뜨고 옆에 누운 아란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.&lt;br&gt; 적어도 정오까지는 깨지 못할 것처럼 아란은 곤한 잠에 들어 있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끌어다 안으면서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몸을 개켜 일어났다.&lt;br&gt;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http://kccc.me/naver/4401.html 쑤시고 아팠다.&lt;br&gt; 뜨겁고 격렬했던 정사(情事)의 보상이라 그것도 기꺼 운 제후였다.&lt;br&gt; 시트가 눌렸다 제 자리로 돌아오면서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반짝하는 기 운에 욕실로 들어가던 제후가 되돌아 와 그것을 주웠다.&lt;br&gt; 결혼반지였다.&lt;br&gt; 제후의 손가락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녀석의 짝이다.&lt;br&gt; 아란이 일부러 빼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도 어젯밤의 정신없는 상황에 빠트린 모양이다.&lt;br&gt; 정신없는.&lt;br&gt; 풋 그렇게 좋았나? 황홀한 기억을 되살리며 미소 짓는 제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느다란 백금 링 안에 글자가 새겨져있는 게 보였다.&lt;br&gt; 이니셜이다.&lt;br&gt; 제후는 반지를 쥔 손을 힘주어 쥐었다가 펼쳤다.&lt;br&gt;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간만에 찾아 온 나른한 행복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, 좋아하는 사람 있다.&lt;br&gt; 두렵지만 보고 싶었다.&lt;br&gt; 그녀의 사랑을 차지한 사람을 알고 싶었다.&lt;br&gt; 누구일까? 결혼반지에 이니셜을 새길 정도라면 굉장히 소중한 사람일 텐데, 한 번도 손가락에서 반지 를 빼지 않았던 건 결국 다른 사람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서였던 걸까? 제후는 가슴이 쓰렸다.&lt;br&gt; 그러나 피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.&lt;br&gt; 그래서, 어느 덧 땀이 고인 손바 닥에서 반지를 들어 빛이 잘 드는 쪽으로 들어올렸다.&lt;br&gt; 첫 글자는 K였다.&lt;br&gt; JH? KJH.&lt;br&gt; 뭐야, 내 거하고 똑같 무심코 내뱉은 진실에 제후의 눈동자가, 입이 그대로 굳어버린다.&lt;br&gt; 그러다 천천히 몸을 돌려 세상모르고 잠이 든 아란을 쳐다봤다.&lt;br&gt; 그녀는 말했었다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굴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고.&lt;br&gt; 야? 정말 나야? 네가 좋아하는 사람 정말로 권 제후야? 콧소리까지 내며 자고 있는 그녀가 대답할 리 없건마는 제후는 또 묻고 있었다.&lt;br&gt; 야, 한 민준.&lt;br&gt; 제후 놈 왜 저렇게 분위기 잡냐? 또 와이프랑 한 판 했대? 도서관 자리에 가방을 두기 무섭게 담배를 태운다고 나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책상에 쌓은 전공서 적들을 보며 한숨을 쉬던 서훈이 칸막이 사이로 몸을 제껴 민준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남들은 리포트 마감 맞추느라 골 빠개지는 이 때 얄밉게 돌아다니기나 하고 말이야.&lt;br&gt; 저 자식 머리 좋고 손 빠른 건 알지만 너무 한 거 아냐? 머리 나쁘고 손 늦은 너하곤 다르게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.&lt;br&gt; 내버려둬.&lt;br&gt; 장난스런 무시로 서훈의 입을 막은 민준이었으나, 민준도 얼마 못가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 났다.&lt;br&gt; 궁시렁 대며 책을 넘기던 서훈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.&lt;br&gt; 넌 또 어디 가? 나도 담배나 한 대 태우려고 그런다.&lt;br&gt; 금방 들어올게.&lt;br&gt; http://ccc1.me/naver/4254.html 서훈이 콧방귀를 흥, 뀐다.&lt;br&gt; 어이구! 자식이 저만 의리 있는 척 하고 있네.&lt;br&gt; 제후 놈 걱정 되서 그런다고 말하면 내가 너 잡아먹을까봐 그러냐? 친구 사이에 별 걸 다 숨겨.&lt;br&gt; 민준은 이해해줘서 고맙단 표시로 손을 들어보였다.&lt;br&gt; 그리고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확인한 다음 밖으로 나와 제후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있었다.&lt;br&gt; 저 자식 오늘만 담배 한 갑이 넘는데 와이프 마음 알았으면 됐지 또 뭐가 문제인 거야? 불 좀 빌리자.&lt;br&gt; 민준은 털썩, 제후 옆에 주저앉으며 담배를 내밀었다.&lt;br&gt; 뻔히 쳐다보는 표정에 약간의 놀라움 이 깃들었다.&lt;br&gt; 뭐해? 불 좀 빌리자니까.&lt;br&gt; 허연 연기가 둘이 되었다.&lt;br&gt; 새 담배의 3분의 1이 타들어가도록 아무 말이 없던 침묵은 기다 리다 지친 민준이 말을 꺼내면서 깨졌다.&lt;br&gt; 잘 나가다 왜 그러냐.&lt;br&gt; 사랑하는 여자 마음 얻은 걸로는 부족했어? 난 나를 잘 알아.&lt;br&gt;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민준은 금방 제후의 말뜻을 알아들었다.&lt;br&gt; 뭐가 두려운 건데.&lt;br&gt; 끝까지 가지 못할까봐?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던 여자들.&lt;br&gt; 그 속을 헤매던 방황에서 찾은 한 사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21/tistory/2009/12/26/03/49/4b35093b3c7f1 &gt;&lt;br&gt;&lt;br&gt; 아니면 아란이야? 버리게 될까봐 두려우냐 버림받는 것이 두려우냐, 민준은 묻고 있었다.&lt;br&gt; 대답을 않는 것으로 보아 둘 다 인 것 같았다.&lt;br&gt; 네 곁에 있으면 행복하지 못할까봐 겁나냐? .&lt;br&gt; 미친 놈.&lt;br&gt; 네 곁에 누구씨는 행복해서 죽을라고 하더라.&lt;br&gt; 아란이 그 녀석 생각하는 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거 알지? 민준은 피다 만 담배를 밟아 뭉개며 말을 보탰다.&lt;br&gt; 행복해 하고 있어.&lt;br&gt; 네 눈에 보이잖아.&lt;br&gt; 너도 알고 있잖아.&lt;br&gt; 그 일 권 제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.&lt;br&gt;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궁상떨지 말고 지금 하는 만큼만 해 줘.&lt;br&gt; 넌 해 보지도 않은 놈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? 알려고 해서 알아진 게 아니라 눈에 보인다고 했잖아.&lt;br&gt; 너희 둘 사랑하는 거 눈에 보여.&lt;br&gt; 서 로의 곁에서 행복해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이 보여.&lt;br&gt; 비로소 보이는 웃음이 서글펐다.&lt;br&gt; 민준아 나 제후의 핸드폰이 삐빅 신호음을 냈다.&lt;br&gt; 문자 메시지였다.&lt;br&gt; 제후가 말을 하려다 말고 메시지를 확인한다.&lt;br&gt; 누구야? 아란이? 어.&lt;br&gt; 6시에 경상대 앞에서 만나기로 한 걸 깜박했네.&lt;br&gt; 그러더니 제후는 이렇다 할, 양해도 구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뛰어 들어간다.&lt;br&gt; 그리고 수 분 후 다시 나와 정신없이 가방을 메고 경상대 건물이 있는 쪽으로 사라져버린다.&lt;br&gt; 뭐야, 저 녀석.&lt;br&gt; 얼음 왕자에서 공주의 똘마니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.&lt;br&gt; 혼자 남은 민준이 바닥에 떨어진 제 후의 담배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어본다.&lt;br&gt; 사랑을 하는 친구는 행복해 보였다.&lt;br&gt; 한 달음에 도착할 듯 걸음을 재촉했던 제후는 아란의 모습이 보이기 불과 몇 미터 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아란의 곁에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.&lt;br&gt; 저번에 본 채석이라는 아이는 아니다.&lt;br&gt; 아란이 그 남자와 다정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도, 미소를 지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발은 저절로 서버렸다.&lt;br&gt; 처음 보았을 땐 무작정 손을 낚아 채 데려오고 친구 앞에서 무례한 키스를 퍼붓기까지 했는 데 지금은 소중한 그녀를 그리 대할 맘도 대할 용기도 없다.&lt;br&gt; 하지만 잠시 동안 심장을 욱죄어 오는 통증은 사실이었다.&lt;br&gt; 지금은 가지 말라고 겁먹은 머리가 명령을 내린다.&lt;br&gt; 아란이 다른 남자와 얘기대화의 내용에 상관없이하는 모습만 보면 사라지는 자신감도, 언제 그녀가 그를 버리고 행실 좋고 반듯한 사람을 찾아 가버릴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었다.&lt;br&gt; 조심스러웠다.&lt;br&gt; 화를 낸다기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음을 알았던 듯 그 모습은 그리 오래 눈에 비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손짓을 해가며 대화 를 주고받던 남자가 목례를 하고는 사라진다.&lt;br&gt; 마찬가지 방법으로 인사를 받은 아란이 몸을 나무 그늘의 기둥에 기대며 이내 입 을 가리고 하품을 한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무심코 돌린 시야에 제후의 모습이 들어오자 아란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부른다.&lt;br&gt; 아까와는 다르게 서두르지 않는 보폭으로 제후는 아란에게 걸어갔다.&lt;br&gt; 오래 기다렸어? 이제 6시 20분밖에 안 됐는데요, 뭘.&lt;br&gt; 아란이 손목을 올렸다 내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오해하지 않도록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.&lt;br&gt; 오면서 보니까 누구랑 얘기하고 있던데 그 사람 누구야? 아, 봤어요? 여자 친구가 우리 학교 학생인데 처음 와서 길을 모른다고 그러잖아요.&lt;br&gt; 그럼 그렇지.&lt;br&gt; 설마 별다른 일이야 있겠어.&lt;br&gt; 다른 말은 안 했고? 에? 아아니, 이상한 추파 같은 거 던지지는 않았냐고.&lt;br&gt; 어휴, 이 병신! http://shenala.com 이상한 걸 물어본 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말은 왜 더듬는 거야.&lt;br&gt; 제후는 속 으로 수도 없이 제 머리를 쥐어박았다.&lt;br&gt; 그건 왜 물어보는 데요? 불현듯 민망해진 표정의 제후와 눈을 맞추던 아란이 눈을 깜박깜박 하더니 고개를 젓는다.&lt;br&gt; 그가 난감해하며 말을 더듬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너넌 내가 다른 여자랑 얘기하고 있으면 좋냐? 이런! 예, 아니오의 단답형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.&lt;br&gt; 그거야 당연히 그럼 됐어, 더 물어보지 마! 북 치고 장구치고 저 혼자 괜히 성질을 부리더니 제후는 혼자서 씩씩 걸어가 버린다.&lt;br&gt; 아란 이 졸졸 뒤를 따라온다.&lt;br&gt; 오빠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? 없었어.&lt;br&gt; 근데 왜 나한테 화내요? 화 안 냈어! 그러니까 자꾸 토 달지 마! 하지만 지금 화내고 있잖아요.&lt;br&gt; 서운함이 실린 음성과 함께 뒤를 따라오던 기척이 멎었다.&lt;br&gt; 제후가 뒤를 돌아보자 아란은 머 쓱한 팔을 쓸어내리며 서 있었다.&lt;br&gt; 상처받은 얼굴이었다.&lt;br&gt; 굳이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큰 눈에선 금방이라도 떼구르르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고여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 다시 제후의 상태를 확인시켜주었다.&lt;br&gt; 오빠 화내고 있다구요.&lt;br&gt; 한숨이 나온다.&lt;br&gt; 왜 소중히 여긴다면서, 좋아한다면서 난 왜 꼭 번번이 저 아일 울리고 마는 걸까.&lt;br&gt; 이제는 정말로 사랑인데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는 그녀였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마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착각에 재 빨리 손을 내밀어 아란의 팔을 잡았다.&lt;br&gt; 미안해.&lt;br&gt; 됐어요.&lt;br&gt; 사실은 그게그래! 리포트 쓰다가 나왔거든.&lt;br&gt; 모레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출하라고 교수가 닦달을 해서 아마 그것 때문에 신경이 좀 예민해져 있었나 보다.&lt;br&gt; 알았어요.&lt;br&gt; 아란은 잡히지 않은 쪽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.&lt;br&gt; 그럼 바쁘다고 얘기하지 뭐하러 나왔어요.&lt;br&gt; 나 혼자서도 집에 갈 수 있는데.&lt;br&gt; 관심도 없었던 리포트가 도움을 줬다.&lt;br&gt; 제후는 그의 말에는 의심을 할 줄 모르는 아란과 300 페이지 분량의 전공서적을 탐독하고 사흘 만에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교수에게 감사했다.&lt;br&gt; 너 어린애잖아.&lt;br&gt; 나 없으면 안 되는.&lt;br&gt; 새록 고이는 웃음에 비로소 마음을 놓고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.&lt;br&gt; 울었으니까 배고플 거 아냐? 손가락 사이로 빈틈이 채워졌다.&lt;br&gt; 조금 걷다 돌아보는 그의 웃음에 그녀도 붉은 눈을 하고 웃었다.&lt;br&gt; 그것가지고 양이 차? 제후가 보기엔 먹는 것 같지도 않았다.&lt;br&gt; 저녁 사준다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데리고 왔더니 아 란은 샐러드에만 손을 대고 식사를 끝낸다.&lt;br&gt; 배불러요.&lt;br&gt; 봐요.&lt;br&gt; 아란이 손을 펴서 조금도 나오지 않은 아랫배를 톡톡 친다.&lt;br&gt; 그래도 이거 먹고 내일 아침까지 버텨야 되잖아.&lt;br&gt; 정말 배 안 고프겠어? 먹는 걸로는 그렇게 욕심 안 나요.&lt;br&gt; 나중에 우리 아이 가졌을 때도 그럴까봐 겁난다, 야.&lt;br&gt; 애기가 뱃속에서 뭘 먹고 크겠냐? 그거야 모르죠, 그 때 가면 곰탕에 두 그릇씩 밥 말아먹을지.&lt;br&gt; 투덜대는 제후를 아란은 쳐다보며 웃는다.&lt;br&gt; 제후가 먹다 말고 고개를 든다.&lt;br&gt; 왜? 아뇨.&lt;br&gt; 그냥 오빠가 나랑 애기 낳을 때까지 살아줄 생각 하고 있는 게 신기해서요.&lt;br&gt; 아이 오빠 닮으면 예쁠 거에요, 그죠? 아란의 말을 들은 제후가 얼굴을 굳혔다.&lt;br&gt; 살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거지.&lt;br&gt; 부부는 동등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니까.&lt;br&gt; 명문 S대의 학벌과 국내 건설회사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의 딸, 귀족적이고 아름다운 외모.&lt;br&gt;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도 제후에 대해서는 항상 자기를 낮추어 보는 아란 이다.&lt;br&gt; 자격지심이 아니라 아직 그의 마음을 모르기에 저러는 것이다 이해는 하면서도 제후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거슬린다.&lt;br&gt; 네가 나에 비해 뭐가 부족한데.&lt;br&gt; 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계약 따윈 이제 신경도 안 쓰고 있어.&lt;br&gt; 그러니 네가 나에 대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일, 없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오빠는 사랑해 본 적 있어요? 조건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만 생각하면 자신이 형편없어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뭔지 알 수 있어요? 내가 뭐?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아니에요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4.tistory.com/image/11/tistory/2009/12/26/02/46/4b34fa6d91328 &gt;&lt;br&gt;&lt;br&gt;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아? 사람 궁금하게.&lt;br&gt; http://kccc.me 있잖아요, 나 오늘 술 마시고 싶은데.&lt;br&gt; 심드렁하던 제후의 눈동자가 반짝, 놀란다.&lt;br&gt; 아란은 종업원이 접시들을 치운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말했다.&lt;br&gt; 오빠는 운전해야 되니까 관두고 나 마시는 거만 봐주면 안 돼요? 나 참.&lt;br&gt; 마시려면 같이 마셔야지.&lt;br&gt; 취하면 호텔 찾아서 하루 자면 되잖아.&lt;br&gt; 레스토랑을 나온 두 사람은 제후가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들른다는 호프집을 찾았 다.&lt;br&gt; 8시가 갓 넘은 초저녁인데도 단골들이 많아 벌써부터 시끌시끌했다.&lt;br&gt; 어렵사리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.&lt;br&gt; 뭐 마실래? 오빠가 정해요.&lt;br&gt; 난 아무 거나 상관없으니까.&lt;br&gt; 아란이 순진한 얼굴로 양 팔을 뻗어 소파를 짚고 다리를 모아 앉는다.&lt;br&gt; 투명한 유리 테이블 아래로 허벅지가 반은 보이는 미니스커트가 골반에서부터 아슬아슬하게 감고 있다.&lt;br&gt; 그러고 보니 내내 핸드백으로 허벅지를 가리고 있던 게 생각이 났다.&lt;br&gt; 비트 강한 댄스 음악 때문인지 어슴푸레 얼굴에 빛을 드리우는 조명 때문인지 늘 대하는 그 녀임에도 제후는 가슴이 떨린다.&lt;br&gt; 조금만 옆으로 가 봐.&lt;br&gt; 파트너가 있음에도 아란을 힐끔대는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영 못마땅했다.&lt;br&gt; 저 자식들, 감히 누구 걸 넘보는 거야? 왜요? 우리가 남이냐? 같이 앉게.&lt;br&gt; 아란이 안으로 물러 들어갔다.&lt;br&gt; 제후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안아 자 기 쪽으로 돌린다.&lt;br&gt; 저항도 않는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향이 녹아 입 안에서 뒤엉킨다.&lt;br&gt; 아란을 훔쳐보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하려던 것이었지만 애초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촉촉하고 도톰한 입술의 감촉에 취해버리는 제후였다.&lt;br&gt; 키스가 깊어지면서 아란이 반응을 보였다.&lt;br&gt; 팔을 제후의 목에 감고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.&lt;br&gt; 등줄기의 움푹 파인 부분을 제후의 손가락이 훑자 아란은 허리를 휘면서 몸을 바짝 갖다 붙인다.&lt;br&gt; 자잠깐만요, 오빠.&lt;br&gt; 등이 푹신한 소파에 닿기 직전에 아란이 제후를 떠민다.&lt;br&gt; 사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젠장, 뭐가? 입맛을 다시며 제후는 아란에게 기울였던 몸을 세워 주위를 둘러보았다.&lt;br&gt; 그녀의 말처럼 이 게 웬 떡이냐 쳐다보는 눈들이 많았다.&lt;br&gt; 언제 웨이터가 다녀갔는지도 모르게 세팅 된 테이블과, 처음에는 수북하게 올라왔을 맥주 거품의 얇은 층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바보 씹탱이들.&lt;br&gt; 남 연애하는 거 처음 보나.&lt;br&gt; 상황의 진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다가 제후는 마지못해 아란을 품에서 놓아주었다.&lt;br&gt; 그녀 는 부끄러운 눈빛이었지만 창피해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옷매무새를 바로 하며 앉는다.&lt;br&gt; 잘못 했어.&lt;br&gt; 제후는 1700㏄ 용량의 차가운 맥주를 작은 잔에 따라 마시고 입술에 묻은 거품을 혀로 쓰 윽, 핥아냈다.&lt;br&gt; 첨부터 호텔로 가는 건데 잘못했어.&lt;br&gt; 거기 가서 둘이 신나게 즐기는 건데.&lt;br&gt; 다른 데로 갈까요? 아란이 온기가 느껴지는 손을 제후의 무릎에 얹었다.&lt;br&gt; 자그마한 압박감에 제후가 마시던 잔 을 놓고 이게 무슨 뜻이냐는 듯 그녀를 쳐다본다.&lt;br&gt; 하다만 거 계속 하고 싶지 않아요? 말귀를 알아들은 제후가 금세 쿡, 웃었다.&lt;br&gt; 살다보니 요조숙녀 은 아란의 입에서 먼저 그걸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도 있구나 싶었다.&lt;br&gt; 좋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.&lt;br&gt; 경험자답게,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인간의 짧고 비밀 스런 사랑을 나누려면 어디가 좋은지는 숙지하고 있었다.&lt;br&gt; 형, 나 거기 좀 쓸게.&lt;br&gt;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눈짓을 하고 제후는 아란을 데리고 좁은 문을 나와 2층으로 올라 갔다.&lt;br&gt; 작은 문이 있었다.&lt;br&gt; 제후가 손잡이를 돌리고는 아란을 들어가게 했다.&lt;br&gt; 잠만 자는 곳인지 가구 하나 형광등 하나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.&lt;br&gt; 키 높은 창문으로 흘러들 어오는 달빛이 야트막한 침대를 비추는 곳이었다.&lt;br&gt; 달칵.&lt;br&gt; 등 뒤로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.&lt;br&gt;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.&lt;br&gt; 오늘 처음 만난 여자와 남자가 http://pon10.com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밀애(密愛)의 장소를 찾은 것처럼 아 란과 제후는 잠시 눈을 맞춘다.&lt;br&gt; 그가 다가온다.&lt;br&gt; 붙잡히는 시선 속에서 천천히 긴장이 고조된다.&lt;br&gt; 제후의 팔이 허리를 감싸오자 아란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본다.&lt;br&gt; 하얀 손가락이 제후의 뺨을 스치고 머리칼을 만지다가 목젖을 스친다.&lt;br&gt; 붉은 입술이 탐스럽다.&lt;br&gt; 늘 품 안에서 익숙했던 향기가 어색하게 코를 스치고 떨리는 손가락의 감촉 아래로 부드러 운 피부는 사르르 밀려난다.&lt;br&gt; 음악소리가 귓가에서 웽웽 멀어져가고 맞닿은 심장소리는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.&lt;br&gt; 한껏 달아오른 숨결이 하나가 된 몸을 얽어 묶는다.&lt;br&gt; 뱅그르르 천장이 맴을 돈다.&lt;br&gt; 젖은 숨소리가 방 안을 메운다.&lt;br&gt; 절정의 신음소리가 공중에 부딪치고 야릇한 고통과 쾌감이 뿜어져 나온다.&lt;br&gt; 무저갱(無底坑)의 암흑까지 떨어졌다가 천국의 광명에까지 이른다.&lt;br&gt; 생명과 생명이 만나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들어맞은 그것은 사랑을 잉태한다.&lt;br&gt; 꿈인 듯 환상인 듯 시간이 멈춘다.&lt;br&gt; 앞으론 종종 술 마시러 와야 되겠는 걸.&lt;br&gt;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후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한바탕의 격렬한 운동(!)으로 땀을 빼고 난 다음에 마시는 맥주 맛은 더없이 좋았다.&lt;br&gt; 언제는 호텔 가서 둘이 즐기자면서요.&lt;br&gt; 제후가 쳐다보자 아란이 얼른 눈을 돌리고 입을 다문다.&lt;br&gt; 그녀의 하얀 목에 남은 키스마크가 조금 전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그래서 좋았다는 거야, 싫었다는 거야? 흔하지 않은 아란의 새침한 눈빛에 제후가 운전을 하면서 웃었다.&lt;br&gt; 앵 토라지는 입술이 귀엽 기만 했다.&lt;br&gt; 뭐나쁘지는 않았어요.&lt;br&gt; 차마 대답을 못하겠는지 미적미적, 말을 돌리지만 선수답게 제후는 속뜻을 낚아 채 낸다.&lt;br&gt; 괜찮았으면 집에 가서 한 번 더 할까? 카메라를 샀다.&lt;br&gt; 원하면 바로 찍어서 즉석에서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0.tistory.com/image/28/tistory/2009/12/26/02/47/4b34facf2383f &gt;&lt;br&gt;&lt;br&gt; 웨딩 앨범 말고는 볼 만 한 사진을 채워 둔 앨범 하나 없다는 게 제후의 이유였지만 빛나는 두근거림으로 자리해가는 아란의 모습을 잃어버리기는 너무 아까워서 그랬다.&lt;br&gt; 제후는 자석이 달린 예쁜 팬시 제품을 사다가 냉장고에 사진을 붙여 놓기 시작했다.&lt;br&gt; 막 일 어나서 눈을 부비는 모습, 샤워를 하고 나와 젖은 머리를 터는 모습이며 놀이동산에서 재영과 놀아주는 모습 등, 제후의 손에 서는 카메라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.&lt;br&gt; 사진 찍는 걸 싫다고 손사래를 젓던 아란도 점차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다루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.&lt;br&gt; 한 번은 술을 마시고 들어와 퉁퉁 부은 제후의 얼굴을 몰래 찍었다가 냉장고에 붙여놓고 잠 이 깬 그에게 보여주면서 깔깔대기도 했다.&lt;br&gt; 길을 지나다 만난 귀여운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을 찍기도 했지만 그들 사진 속의 주인공은 거의 상대방이었다.&lt;br&gt; 사랑할 운명으로 만나게 된 것처럼 뒤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이었다.&lt;br&gt; 언제부터였을까.&lt;br&gt; 넌 언제부터 내 주위를 맴돌았을까.&lt;br&gt; 내가 모르던 시절의 넌 어떤 모습이었을까.&lt;br&gt; 어떤 http://a121.totoblog.com 모습으로 나를 사랑했을까.&lt;br&gt;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제후는 아란을 더듬어 봤지만 어느 한 조각 기억 속에도 그녀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았다.&lt;br&gt; 아란은 가슴에 안고 다니는 전공서적을 치우고 교복을 입혀놓으면 여고생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풋풋한 인상의 소유자였다.&lt;br&gt; 화려한 옷과 세련된 화장으로 자신을 치장해 남자를 유혹할 줄도 몰랐고 마음에 드는 남자 에게 먼저 접근하는 여자들의 화끈함은 흉내 내지도 못했다.&lt;br&gt; 결혼 전, 그런 여자들만을 찾아 부담 없이 즐겨왔던 제후 쪽에서 보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도 당연했다.&lt;br&gt; 설사 그녀를 알았다 하더라도 처녀를 망가뜨린 아줌마뒷치기 책임을 떠맡을 걸 염려해서 거절했을 것이다.&lt;br&gt; 제후는 간혹 등 뒤를 맴도는 아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.&lt;br&gt;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곧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 못하고 외면하는 서글픈 눈빛을.&lt;br&gt; 아란아 난 너를 확인해 보고 싶다.&lt;br&gt; 내게 손 내민 나를 찾아올 용기를 내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너를 위해 심장을 송두리째 내어버린 내 사랑을 알아주길 원한다.&lt;br&gt; 오늘 집에 못 들어온다구요? 벌써 술에 취했는지 전화기 너머 제후의 목소리는 분명하지 않았다.&lt;br&gt;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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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무료성인자료 하나뿐인 딸의 행복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그저 이 결혼을 통해 들어올 회사의 유익과, 눈엣 가시 같은 전처의 딸과 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던 그들은 제후의 입장에서도 좋아질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나중에 다른 세상에 태어나면 그 때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어요.&lt;br&gt; 아란은 오빠도 포함해서요, 란 말은 하지 못했다.&lt;br&gt; 사람 무안하게 톡톡 쏘긴 하지만 친오빠 같은 다정함으로 그녀를 지켜주는 사람 제후의 사랑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.&lt;br&gt; 이렇게 의지할 가슴과 어깨가 있는 것으로 감사하자고 늘 심장을 달래는 그녀였다.&lt;br&gt; 나를 귀찮아하지 않는 사람들 곁에서요.&lt;br&gt; 아란의 한숨을 제후는 키스로 막았다.&lt;br&gt; http://toos.me 촉촉하고 아찔한 입술의 감촉을 겉에서만 느끼기가 아쉬워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넣고는 뜨거운 향기를 나눠 삼켰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걸며 몸을 붙였다.&lt;br&gt; 그의 손에 길들여진 몸은 키스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며 떨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손이 아란의 등 뒤로 가 실크 원피스의 지퍼를 내렸다.&lt;br&gt; 가냘픈 허리를 따라 원피스 가 아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제후도 옷을 벗어던졌다.&lt;br&gt; 여행 얘기만 하고 내려갈 참이었는데 불이 붙자 멈출 수가 없었다.&lt;br&gt; 여느 때처럼 아란은 순결한 나신으로 제후를 받아들였다.&lt;br&gt;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거 친 움직임과 손길을 힘겨워하면서도 순종했다.&lt;br&gt; 제후는 녹초가 되도록 아란을 안고 또 안았다.&lt;br&gt; 미친 사람처럼 아란의 몸속에서 권 제후의 소유를 확인했다.&lt;br&gt; 그는 어느 샌가 그녀가 아니면 쾌락을 느낄 수 없는 남자로 길들여져 있었다.&lt;br&gt; 애 데리고 올라가서 뭘 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니? 손님들 오시는데 나와서 좀 맞지 않 고.&lt;br&gt; 누르면 붉은 물이 떨어질 것 같은 아란의 뺨과 제후의 옷자락을 쥐며 등 뒤로 숨는 그녀의 행동이 위에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권 회장 내외는 짐짓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.&lt;br&gt; 손님들이야 할아버지 만나러 왔지, 저 보러 왔어요? 사돈어른들이 오셨단다.&lt;br&gt;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니? 제후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.&lt;br&gt; 새어머니와 대면해야한다는 말에 핏기가 가시는 아란의 안색 을 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에서 싫다는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 어디 계시는데요? 옷을 쥔 아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.&lt;br&gt; 그녀는 제후의 등으로 바짝 몸을 붙였다.&lt;br&gt; 희미하게 떨 리는 작은 어깨가 안쓰러워서 제후는 견딜 수 없었다.&lt;br&gt; 권 회장이 손가락으로 귀한 손님이 아니면 모시지 않는 방을 가리켰다.&lt;br&gt;다른 손님들과 따 로 모셨다.&lt;br&gt; 매무새 가다듬고 들어가서 인사 여쭙고 나오거라.&lt;br&gt; 제후도 피하고 싶었다.&lt;br&gt; 가능하다면 평소에도 잘 지내냐는 전화 한 통 없는 부모 같지도 않 은 사람들과 아란을 대면시키는 이 상황을 그녀에게서 가려주고 싶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제후가 머뭇거리자 권 회장의 눈이 아란을 향했다.&lt;br&gt; 어서 들어가서 인사 드리거라.&lt;br&gt; 결혼하고 나선 처음인데 무척 보고 싶었을 것 아니냐.&lt;br&gt; 제후는 사정도 모르고 아란을 몰아다 붙이는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.&lt;br&gt; 그렇다고 보는 눈, 듣는 귀 많은 이 자리에서 사실을 얘기할 수도, 경거망동을 저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11/tistory/2009/12/26/04/13/4b350eccd15ee &gt;&lt;br&gt;&lt;br&gt; 누나! 그 때 어디선가 남자아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아란의 다리에 매달려 얼굴을 비비댔다.&lt;br&gt; 아란이 몸을 굽히더니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 올렸다.&lt;br&gt; 이제 다섯 살이나 됐을까 누가 보면 엄마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녀를 빼닮은 꼬마였다.&lt;br&gt; http://naveryo.com  누구야? 내 동생 재영이요.&lt;br&gt; 결혼식 때 안 봤었어요? 하지만 아란이 넌외동딸이잖아, 라고 말하려다가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아마도 이 아 이는 새어머니에게서 난 의붓동생일 것이다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 누구야? 아저씨? 제후는 맹랑한 꼬마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.&lt;br&gt; 아란이 웃으며 동생의 말을 정정했다.&lt;br&gt; 재영아, 아저씨가 아니라 매형이야.&lt;br&gt; 누나랑 결혼한 사람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랑 결혼했어? 엄마랑 아빠처럼 같이 사는 거야? 아빠라기보다는 차라리 할아버지가 낫겠다.&lt;br&gt; 제후는 획, 팔짱을 끼며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 다.&lt;br&gt; 그럼 아기는 어디 있어? 결혼하면 엄마 아빠처럼 아기도 낳는 거잖아.&lt;br&gt; 재영이 동생 어디 있어? 덕분에 아란의 긴장이 덜어지긴 했지만 누나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 처남이 마음에 들지 않 는 제후였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목에 목도리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팔을 풀려는 찰나, 손님 방 문이 열리더 니 그녀의 부모님이 나왔다.&lt;br&gt; 아이를 어르고 있던 아란이 새어머니를 보고는 동생을 거실바닥에 내려놓았다.&lt;br&gt; 엄마한테 갈래, 재영아? 누나는 어디 가야 되거든.&lt;br&gt; 웅웅, 싫어.&lt;br&gt; 누나도 같이 집에 가.&lt;br&gt; 응? 재영아, 이리 온.&lt;br&gt; 저 낳아준 엄마가 부르는데도 재영은 누나에게만 매달려 징징거렸다.&lt;br&gt; 제후가 발을 공중으로 동동대는 아이를 떼어다 엄마에게 안겨주었다.&lt;br&gt; 고마워, 권 서방.&lt;br&gt; 그리고 너도 오랜만이구나.&lt;br&gt; 잘 지냈니? 새어머니의 마지못한 눈길이 아란에게 닿았다.&lt;br&gt; 염려했던 거와 달리 아란은 떨지도 않고 말 을 받았다.&lt;br&gt; 걱정해주신 덕분에요.&lt;br&gt; 아버지도 건강하시죠? 나야 늘 잘 있지.&lt;br&gt; 이 사람이 잘 http://cord.froma.kr  챙겨주니까.&lt;br&gt; 아내의 어깨를 안으며 다정스레 대답하는 아란의 아버지를 보면서 제후는 역겨움마저 일었 다.&lt;br&gt; 당연히 그러시겠죠.&lt;br&gt; 힘들게 재혼하셨는데 오죽 하시겠어요? 삐딱한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.&lt;br&gt; 아란이 그러지 말라는 듯 제후의 팔을 잡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을 뿐 더러 제후도 그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.&lt;br&gt; 너무 사이가 좋아서 딸이 어떻게 사는지는 궁금하시지도 않나 봐요.&lt;br&gt; 저희 결혼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전화 한 통도 안 하시고 말입니다.&lt;br&gt; 저도 부러울 정도라니까요.&lt;br&gt; 농담 속에 드러나는 가시.&lt;br&gt; 은 사장 내외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흐려지는 것을 보며 권 회장 이 나섰다.&lt;br&gt; 제후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? 할아버진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히나 계세요, 소리가 이 사이에서 걸렸다가 목으로 넘어갔 다.&lt;br&gt; 제후는 조롱기를 입가에 걸었다.&lt;br&gt;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.&lt;br&gt; 하지만 없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뭘 잘못했는지 전 모르겠 는데요.&lt;br&gt; 제후야! 마침내 권 회장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제후가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오히 려 건방진 눈동자 속에 두 사람을 가두어 노려볼 뿐이었다.&lt;br&gt; 당신들도 깨달아야 돼.&lt;br&gt;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, 때늦은 사랑 놀음으로 무시당해 내쳐진 자식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당신들도 알아야 돼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그럼 천천히 놀다 가세요.&lt;br&gt; 저희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하거든요.&lt;br&gt; 얼굴 풀어.&lt;br&gt;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?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아란은 내내 불안한 얼굴이었다.&lt;br&gt; 너도, 지금 내가 너무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?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고?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해서 그래요.&lt;br&gt; 오빠도 괜히 저 때문에 은 아란.&lt;br&gt;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던 제후가 무서운 얼굴로 아란을 돌아보았다.&lt;br&gt; 말해두는 데 너하고는 상관없이 내가 한 말이야.&lt;br&gt;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대하는 그 분들 태도에 내가 기분이 나빠서 한 마디 한 거라고.&lt;br&gt; 알았어? 아란이 눈길을 돌리면서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기분 잡치게 그런 얼굴도 하지 말고.&lt;br&gt; 이래서야 둘이 여행 가는 기분도 안 나잖아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안 그럴게요.&lt;br&gt; 이러니 당하고만 살았지.&lt;br&gt; 제후는 침을 꿀꺽 삼키고 http://bman.webdaum.net  화를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은 아란, 너 여기서 조금만 나빠지면 안 되겠냐? 까짓 망신 한 번 준 거 가지고 마음 쓰 지 마.&lt;br&gt; 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기나 할 거 같아? 사실은 아란이 입술을 오물거렸다.&lt;br&gt; 사실은 저도 속이 시원했어요.&lt;br&gt; 오빠가 그 말 안 했으면 내가 했을지도 몰라요.&lt;br&gt; 다만 오빠 가 할아버지 눈에 나는 건 아닐까, 사람들이 오빠 나쁘게 보면 어쩌나 그게 걱정됐어요.&lt;br&gt; 제후가 피식, 코웃음을 쳤다.&lt;br&gt;거기 온 손님 중에 나 그렇고 그런 놈인 거 모르는 사람 없 어.&lt;br&gt; 그래도 나 때문에 오빠 나쁘게 보이는 거 싫어요.&lt;br&gt; 정말로요.&lt;br&gt; 네 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기지 않는데 왜 네 눈엔 내가 안 보이는 걸까.&lt;br&gt; 제후는 속 이 쓰렸다.&lt;br&gt; 그만해라.&lt;br&gt; 빼도 박도 못할 말 가지고 가타부타 떠드는 거, 머리 아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5d/c6/bmwno10001/folder/3/img_3_49_5?1261914232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제후는 몸을 의자에 묻으면서 눈을 감았다.&lt;br&gt; 그를 가만, 쳐다보는 아란의 시선과 이내 고개를 돌리는 나즈막한 한숨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했다.&lt;br&gt; 기대하게 만들지 마.&lt;br&gt; 네 착한 눈빛을 마주하는 게 얼마나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 알아? 사랑은 느낄수록 괴로웠다.&lt;br&gt; 낯설고 힘들었다.&lt;br&gt;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호텔에서 보낸 VIP 전용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들어갔다.&lt;br&gt; 우와~예쁘다!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객실에 짐을 풀자마자 아란은 곧장 발코니로 뛰어나갔다.&lt;br&gt; 그러더니 인어공주가 되어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할 것처럼 난간을 손으로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.&lt;br&gt; 여기 진짜 마음에 들어요.&lt;br&gt;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감사하는 말씀 꼭 드려야겠어요.&lt;br&gt; 할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입었던 답답한 정장 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제후는 대답했다.&lt;br&gt; 그러던지.&lt;br&gt; 직접 마중을 나온 지배인의 말에 따르면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방이라고 했다.&lt;br&gt; 이틀을 머무는 데 190만원이고 사흘에 26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형의 허니문 패키지용 객실이란다.&lt;br&gt; 얼른 옷 갈아입어.&lt;br&gt; 바다 보고 싶다며.&lt;br&gt; 조금만 더 보구요.&lt;br&gt; 제후가 니트 셔츠에 청바지로 갈아입을 동안까지 아란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 음속에 불쑥 짓궂은 장난기가 돌았다.&lt;br&gt; 아쉬워하며 허리를 바로세우는 아란의 등에 제후의 가슴이 닿았다.&lt;br&gt; 그만 보고 가자니까.&lt;br&gt; 제후는 두 팔로 각각 아란의 어깨와 허리를 둘러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.&lt;br&gt; 아니면,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그냥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까? 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싫다.&lt;br&gt; 넌 내가 마법을 풀어줄 때만 살아 숨을 쉬는 인형이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그그치만 아까 집에서두 거긴 거기고 호텔에서 하는 건 처음이잖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목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를 헤치면서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물었다.&lt;br&gt; 불그스 름한 입술자욱과 고른 치흔(齒痕)이 남았다.&lt;br&gt; 게다가 우린 부부고어디에서도 거리낄 게 없어야 한다고.&lt;br&gt; 아란의 귓불을 깨물며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허리를 안았던 손이 내려가 스커트를 밀어올리고 매 끈한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.&lt;br&gt; http://kkc.mainucc.me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.&lt;br&gt; 자어떻게 할까? 밖으로 나가서 멍청한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줄까, 아니면 이 곳에 서 갑자기 돌아선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감으며 입술을 맞댔다.&lt;br&gt; 등 뒤로 파닥이며 스커트를 들추는 바람만큼이나 그녀의 행동은 대담했다.&lt;br&gt; 아란이 입술을 떼었다.&lt;br&gt; 원해요.&lt;br&gt; 해요.&lt;br&gt; 한 음절이 숨어 나왔지만 제후는 그 말이 허락의 뜻임을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요정들의 눈물처럼 수정이 되어 떨어질 듯 잔잔한 물기가 아란의 눈에 고인다.&lt;br&gt; 아란아 그의 뺨을 쓸어내리는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나 겁쟁이야.&lt;br&gt; 나 너 데리고 도망 온 거야.&lt;br&gt; 밑도 끝도 없이 퍼 올리는 말이었다.&lt;br&gt; 어둠에 깊이를 감춘 우물에서 처음 두레박으로 퍼 올 린 맑은 물이었다.&lt;br&gt; 사실은 내가 오빠.&lt;br&gt; 제후의 팔 안에서 아란의 허리가 휘어지며 다가갔다.&lt;br&gt; 코끝이 부딪치는 거리에서 아란은 제 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.&lt;br&gt; 그 말 꼭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면, 하고 나서 오빠 마음 상하게 할 말이라면 하지 마요.&lt;br&gt; 사람들 떠나서 둘이 있는 거잖아요.&lt;br&gt; 그러니 아무 생각 하지 마요.&lt;br&gt; 여행 왔으니까 좋은 기억만 만들어요.&lt;br&gt; 아무도 끼워주지 말고 그냥 우리 생각만 하면서 지내요, 네? 그녀가 말하는‘우리’는 특별하게 들린다.&lt;br&gt; 너는 너, 나는 나가 아닌 우리.&lt;br&gt; 그런데 그 우리 사이에 누가 끼어들면 어떻게 하지? 하나도 아닌 둘.&lt;br&gt; 너를 좋아하는 사람,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가 널 영원히 차지할 수 있는 걸 막아버리 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? 너 좋아하 바로 그 때 제후의 핸드폰이 주인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긴장이 푹 수그러드는 걸 느끼면서 아 란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고 거실로 들어갔다.&lt;br&gt; 여보세요? 제후, 네 이 녀석! 할아버지셨다.&lt;br&gt; 제후는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알았어요, 알았어.&lt;br&gt; 제가 잘못했어요.&lt;br&gt; 이제 됐죠?! 제후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.&lt;br&gt; 그리고 아예 핸드폰의 배터리를 뽑아 버렸다.&lt;br&gt; 오빠아란은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.&lt;br&gt;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래.&lt;br&gt; 돌아가면 틀림없이 배로 혼나겠지만 아무도 너한테 뭐라 안 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.&lt;br&gt; 아란이 고개를 저었다.&lt;br&gt; 부부는 일심동체랬어요.&lt;br&gt; 오빠가 잘못한 건 내가 잘못한 거고 난, 오빠가 할아버지한테 혼 나는 거 싫어요.&lt;br&gt; 그래? 제후는 웃는 듯 마는 듯 입가를 찡그렸다.&lt;br&gt;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에 대해 ‘우리’를 강조하는 아란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.&lt;br&gt; 나중에 할아버지가 부르시면 저도 데리고 가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줄게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줘? 어감이 재미있었다.&lt;br&gt; 마지못한 미소는 진심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.&lt;br&gt; 하긴.&lt;br&gt;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 예뻐하시니까 너 데리고 가면 야단은 덜 맞겠다.&lt;br&gt;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미소가 제후를 따라 아란의 얼굴에 고였다.&lt;br&gt; 그저 바 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웃고 있으면 온 세상이 빛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http://naverpin.com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.&lt;br&gt;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아냐? 그건 다 권 제후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야.&lt;br&gt;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먼 손가락으로 가리킨 그를 보고 승원과 미진이 했던 말이었다.&lt;br&gt; 무표정한 얼굴을 녹여보고자 웬만한 미모를 갖춘 여자들이 줄줄이 덤벼들었지만 마음을 얻고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했다.&lt;br&gt; 떠난 사람이 여자가 먼저든 권 제후가 먼저든 그가 미련을 갖고 찾는 경우도 없다 했다.&lt;br&gt; 포기해.&lt;br&gt; 저 선배 맘 좀 뺏어보겠다고 설치다가 바보 된 애들 하나둘인 줄 아냐? 친구들의 만류에도 변함없던 절실한 외바라기에 하늘도 감동하셨는지 인연이 맺어졌고 심지 어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게까지 되었다.&lt;br&gt;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제후는 아란의 몸만은 좋아했다.&lt;br&gt; 진짜 속을 내비치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녀가 없으면 가끔 서운해 한다고 느꼈다.&lt;br&gt; 그리고 그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.&lt;br&gt; 바라만 보고 말도 못 걸던 옛날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을, 아란은 보내고 있었다.&lt;br&gt; 하지만 헤어지면? 나한테 싫증을 내고 계약을 끝내자고 말하면? 가슴에 싸한 통증이 찾아왔다.&lt;br&gt; 아란은 작은 콧소리 섞인 한숨을 쉬며 제후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안겼다.&lt;br&gt; 그리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시원한 향수냄새와 체취를 숨 속으로 담아 넣었다.&lt;br&gt; 언젠가 그가 떠날 때 언젠가 혼자 남겨질 때,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며 견딜 수 있도록.&lt;br&gt; 제주도로 밀월여행을 다녀온 다음부터 제후는 강의라든가 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3/tistory/2009/12/26/02/49/4b34fb2551e3d &gt;&lt;br&gt;&lt;br&gt;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할 때를 빼 고는 아란을 옆에 붙이고 다녔다.&lt;br&gt; 결혼을 빨리 해서 못해봤던 평범한 데이트도 했다.&lt;br&gt; 강의가 비는 시간 틈틈이 전화를 하고 기다리고 만나고, 아란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녔다.&lt;br&gt; 같이 술 마실 시간도 없냐는 친구들의 비아냥거림도 권 제후, 사람 달라졌다고 신기한 눈으 로 쳐다보는 여자들의 시선도 상관없었다.&lt;br&gt; 그저 그만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.&lt;br&gt; 권 제후가 만든 시간 속에서 권 제후를 생각하는 것으 로 아란의 머릿속을 채워주고 싶었다.&lt;br&gt; 오빠, 이거 봐요! 아란이 갑자기 제후의 팔을 잡으며 멈춰 섰다.&lt;br&gt; 학교 앞 분식점에서 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소화 시킬 겸 아이쇼핑을 하다가 쇼윈도에 걸린 목걸이가 예쁘다고 들른 보석 전문점 안이었다.&lt;br&gt; 크리스탈로 만든 거래요.&lt;br&gt; 너무 예쁘죠? 아란이 가리킨 것은 손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큐피드 상이었다.&lt;br&gt; 앙증맞은 날개를 달고 하 트가 달린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.&lt;br&gt; 사줄까? 카운터에 있던 여직원 중 하나가 쪼르르 달려오는 걸 보며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정말요?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안 될 게 뭐야.&lt;br&gt; 너나 나나 어차피 돈만 남아도는 집 자식들이잖아.&lt;br&gt; 내가 맘만 먹으면 이 http://asite.sosdaum.net 보석가게 전부를 사다가 안겨줄 수도 있다고.&lt;br&gt; 거드름을 피우는 제후의 말투에 아란이 웃는다.&lt;br&gt; 소리 없는 웃음에 그녀의 양 볼에는 깜찍한 볼우물이 진다.&lt;br&gt; 두 개였으면 좋겠는데 손때가 묻을까 조각상 아래 빌로드 천이 깔린 상자를 통째로 들고 있던 아란이 중얼거렸다.&lt;br&gt; 응? 이거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요.&lt;br&gt; 오빠하고 나하고 하나씩 나눠 갖게.&lt;br&gt; 짝 있어요, 손님.&lt;br&gt; 보여드릴까요? 옆에 있던 직원이 카운터로 따라 오란다.&lt;br&gt; 마음만 먹으면 이 보석가게 전부를 사서 안겨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던 까닭에 그녀의 태도는 굉장히 친절했다.&lt;br&gt; 여직원이 뭐라고 얘기를 하자 남자직원이 금고를 열더니 비슷한 크기의 상자를 꺼내고 뚜껑 을 연다.&lt;br&gt; 하트에 화살이 꽂힌 모양의 조각이 누워 있었다.&lt;br&gt; 예쁘다! 아란의 감탄사에 제후가 어깨를 으쓱, 했다.&lt;br&gt; 직원들과 주인의 낯에 화색이 떠오르는 걸 보니 꽤 값이 나가는 모양이었다.&lt;br&gt; 두 분 사귀는 사이세요? 귀족적인 고상함에 적당한 반항기가 돋보이는 근사한 외모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 였다.&lt;br&gt; 여자의 예쁘다는 말 한 마디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꺼내고 카드를 긁는, 성격 화끈한 남자 의 뒷모습을 보던 여직원 하나가 상자 두 개를 포장하며 말을 붙인다.&lt;br&gt; 남자친구가 아가씨한테 푹 빠져 있는 것 같던데 그래요? 아란은 가게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 제후를 창 너머로 쳐다보며 대답했다.&lt;br&gt; 가능성은 없었지만 듣기는 좋았다.&lt;br&gt; 이왕이면 커플링도 하지 그래요? 혼자 덜렁하니 우정 반지 같은 거 끼지 말고, 사귄지 오 래 된 사이면 웃고 있던 아란의 얼굴이 굳어버렸다.&lt;br&gt; 즐거워서 까닥거리던 손가락의 움직임도 투명한 유리 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저희, 부분데요.&lt;br&gt; 부부요? 그치만 남자 분은 반지를 끼고 있지 않던 손님의 달라진 표정을 보고 여직원은 입을 다물었지만 말은 뱉어진 다음이었다.&lt;br&gt;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비참함이었지만 아란은 막 포장이 끝난 상자를 들고 훌쩍 밖으로 나와 버렸다.&lt;br&gt; 더 듣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모르는 사람에게 계약에 묶인 부부라서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형식상의 관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약속.&lt;br&gt; 아란아! 담배를 태우며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던 제후는 그가 기다리는 것조차 잊은 듯 앞 을 지나쳐 황망히 걸음을 옮기는 아란을 보고 대충 통화를 마무리 하고 그녀에게 뛰어갔다.&lt;br&gt; 어디 가.&lt;br&gt; 오늘 할아버지 만나러 가기로 아란의 팔을 잡아 돌려세운 제후는 뜻밖에도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과 http://kccc.me/naver/4898.html 맞닥뜨린 순간 말 을 끝맺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.&lt;br&gt; 원망, 분노 하여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이었다.&lt;br&gt; 낼까요? 목이 메는 음성으로 아란은 제후를 쳐다봤다.&lt;br&gt; 그냥 우리 여기서 끝낼까요? 뭐? 할아버지 앞에서 오빠가 사 준 선물이라고 좋아하며 자랑하는 아란의 얼굴을 볼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제후의 낯이 구겨졌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라면 그냥 여기서 끝내자고요!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을 시간도 달래줄 틈도 없었다.&lt;br&gt; 하얀 얼굴 가득 눈물을 터트린 아란 은 그대로 뒤돌아서 뛰어가 버렸다.&lt;br&gt;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.&lt;br&gt; 아란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그만큼 당황스러웠다.&lt;br&gt; 바닥 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 올리며 제후는 아득한 불안함으로 심장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.&lt;br&gt; 죄죄송합니다, 손님.&lt;br&gt; 아까의 여직원이 옆에 서 있었다.&lt;br&gt; 제가 실수를 했어요.&lt;br&gt; 두 분이 결혼하신 줄도 모르고 그만 커플링이나 하는 게 어떻겠냐 고 커플링? 제후는 무심결에 왼손 약지를 내려다보았다.&lt;br&gt; 아란과는 달리 어떤 구속도 허용치 않을 것처 럼,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텅 비어 있는 그의 손가락을.&lt;br&gt; 직원이 알고 말했던 것도 아니고 제후의 고의도 아니었지만 비싼 선물을 덥석 안겨주고는 아란의 마음을 깔아뭉갠 꼴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진작에 끼고 다녔어야 했는데 쑥스러움에 미뤄두었던 일이 치부를 드러내 그녀가 망신을 당 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뭐야?! 당신 눈에는 그 비싼 반지가 고작 우정 반지로 보였단 말야? 죄죄송합니다.&lt;br&gt; 정말 죄송합니다.&lt;br&gt; 어떻게 보상을 해야 이 여자에겐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후는 화가 났다.&lt;br&gt; 아니 그보다, 바람이 팽팽했던 풍선이 터져버린 것 같은 아란의 눈동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.&lt;br&gt; 화를 냈다는 건 그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뜻인데 말이다.&lt;br&gt; 나한테 기대를 해? 그 남자가 아닌 나한테? 본가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었다.&lt;br&gt; 할아버지가 생신 때의 일에 대해 뭐라고 꾸중을 하셨는지 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제후는 집에 가면 아란의 화를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가만 고민하고 있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1/tistory/2009/12/26/04/29/4b35128f54712 &gt;&lt;br&gt;&lt;br&gt; 여자의 눈치를 보는 일이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라면 용기를 낼 수도 있는 제후였다.&lt;br&gt; 불안하진 않았다.&lt;br&gt; 어느 덧 심장을 내 준 사람이기에 그리고 문득 문득 기대를 갖게 만드는 아란의 행동에 대한 설레임이 가슴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.&lt;br&gt; 상한 속을 달래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라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건 아닌가 했지만 옥외 주차장에서 떨리는 맘으로 올려다 본 그들의 보금자리에는 불이 커져 있었다.&lt;br&gt; 저녁나절, 그렇게 아란과 헤어지고 내내 구겨져 있던 제후의 얼굴이 반가움으로 펴졌다.&lt;br&gt; 엘 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고작 3층 내려오는 http://kccc.me/naver/2723.php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.&lt;br&gt; 가쁜 호흡에 들먹이는 심장을 억누르며 벨을 누르려는 찰나 문이 먼저 열렸다.&lt;br&gt; 왔어요? 어응.&lt;br&gt; 아까 그러고 간 게 미안해선지 아란은 어색한 음성으로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래도 죄책감이 드는 건 아란이 아니라 제후 쪽이었다.&lt;br&gt; 집에는 언제 왔어? 온 지 한 시간쯤 됐어요.&lt;br&gt;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아란의 어깨에서 바람이 인다.&lt;br&gt; 그 모습을 보자 잠시나마 가졌던 제 후의 설레임은 구석으로 밀려난다.&lt;br&gt; 아까 그 말 왜 한 거야? 내던지는 말이 퉁명스러웠다.&lt;br&gt; 아란이 침실로 향하던 걸음을 멈춘다.&lt;br&gt; 말해두겠지만 우리 결혼 오빠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죠.&lt;br&gt; 아란이 말을 가로채며 뒤돌아섰다.&lt;br&gt; 내가 아쉬워서 매달린 결혼이니까 혼자였던 생활로 돌아간다고 해도 오빠는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거죠?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? ! 내 마음 같은 거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거죠? 내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받아들였는지 오빠한테는 아무 상관없는 거죠? 굵은 눈물방울이 아롱져 바닥으로 떨어진다.&lt;br&gt; 제후는 울컥하는 마음에 아란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.&lt;br&gt; 그러는 넌! 너만 아픈 게 아니란 말이다.&lt;br&gt;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로 두고 사는 나는 편한 줄 알아? 멀쩡한 줄 알아? 넌 뭘 그렇게 잘했는데? 날 다그칠 만큼 순결한 요조숙녀에 조강지처야? 겉으로는 나밖 에 모르는 여자처럼 하고 다녀도 막상 뒤로는 여우짓하고 다니는 지 어떻게 알아? 아니에요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 오빠밖에 없어요.&lt;br&gt; 왜 몰라요 꼭 말로만 해야 되는 거에요? 마음으로 날 봐줄 수는 없는 거에요?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악에 받친 한 마디가 아란의 입을 뚫고 터져 나왔다.&lt;br&gt;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 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제후의 눈빛이 주춤했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손을 뿌리쳤다.&lt;br&gt;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축하한다는 말 듣고 싶었어요.&lt;br&gt;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더 이상 비참해질래야 비참해질 수도 없었다.&lt;br&gt; 손으로 가리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 큼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 걸 느끼며 아란이 뛰쳐나간다.&lt;br&gt; 멍하니 서 있던 제후가 탕! 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.&lt;br&gt; 아아란아! 제후는 신발도 신지 않고 따라 나갔지만 아란은 보이지 않았다.&lt;br&gt; 두리번거리며 황급한 심정 으로 그녀를 찾는 그의 귀에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꺄아악! 사람이 다쳤어요, 누가 좀 도와줘요! 설마 하는 불안감에 심장이 내려앉으면서 소름이 돋았다.&lt;br&gt;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 서 제후는 여자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.&lt;br&gt; 계단이 있는 곳이었다.&lt;br&gt; 사람들이 그리로 모여들었다.&lt;br&gt; 이름도 모르는 이웃들을 헤치고 들어간 제후의 눈이 커졌다.&lt;br&gt; 아란아! 계단 아래,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분명 아란이었다.&lt;br&gt; 벗겨진 한 짝의 신 발이 계단 중간에 걸쳐져 있었다.&lt;br&gt; 아란아, 제발! 넋 나간 표정으로 아란을 안아든 제후가 창백해진 그녀의 뺨을 두드리다 말고 웅성대며 모 여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.&lt;br&gt; 뭣들 하는 거에요! 사람이 다쳤는데! 구급차, 누구 구급차 좀 불러줘요!! 가벼운 뇌진탕이라면서! 그거 말고는 다친 데도 없다면서 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? 방안이 다 쩌렁쩌렁 울렸다.&lt;br&gt; 의사 생활 25년에 http://ccc1.me/naver/1122.html 이렇게 막 되먹고 시끄러운 보호자는 처음 보겠다고 생각하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을 꺼냈다.&lt;br&gt; 자자, 일단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으십시오.&lt;br&gt; 그래야 저도 무슨 말씀을 드리던지 할 것 아 닙니까? 뒤에 서 있던 권 회장이 제후의 어깨를 두드렸다.&lt;br&gt; 노인의 자애로운 눈빛이 거친 감정에 휩 싸인 손자의 마음을 다독였다.&lt;br&gt;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환자분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.&lt;br&gt; 약간의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 은 것 외에는 이봐, 의사 선생!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? 뭔가 새로운 걸 얘기해 보라고! 나는 왜 아란이 가 깨어나지 못하는지에 묻고 있잖아! 제후야! 할아버지의 엄한 목소리에 제후는 억지로 숨을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문제는 환자분이 거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.&lt;br&gt; 무의식중에 깨어나는 걸 거부하는 것 같습 니다.&lt;br&gt; 뭔가 두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.&lt;br&gt; 그럼 어떻게 해야 지금으로썬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.&lt;br&gt; 어떤 확약도 드릴 수가 의사가 말끝을 줄였다.&lt;br&gt; 제후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.&lt;br&gt; 구급대에 실려 온지 벌써 사흘 밤낮을 넘겼는데 아란은 죽은 듯이 잠만 잘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.&lt;br&gt; 죽은 듯이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 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 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무너졌다.&lt;br&gt; 이대로 영원한 잠에 들어 깨어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, 다시는 아란의 맑은 웃음을 볼 수 없 는 건 아닌가 방정맞은 생각들이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머릿속을 오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지친 발을 끌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깊은 잠에 든 아란의 얼굴은 평온해보였지만 그와 함께 하는 일상이 두려워 일어나지 못한 다는 말에 제후의 가슴은 핏빛 멍울이 지고 몇 톤짜리 돌을 얹은 것 마냥 무거웠다.&lt;br&gt; 다가가 의자를 끌어다놓고 앉았다.&lt;br&gt;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대고 눈을 감았 다.&lt;br&gt; 눈물 한 줄기가 제후의 뺨을 타고 흘렀다.&lt;br&gt; 아직은 아직은 아니잖아.&lt;br&gt; 나한테 실망하고 화나더라도 내가 철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참아주라.&lt;br&gt; 부부란 원래 그런 거 잖아.&lt;br&gt; 나란 놈한테 실망해서 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널 채웠다고 해도 이런 모습이 마지막이면 안 되는 거잖아.&lt;br&gt; 아란아 내 목소리 들리면 좀 일어나봐.&lt;br&gt; 내 마음 알기 http://toos.me 전까지는 멀리 가지마.&lt;br&gt; 나 놔두고 혼자 먼 데로 떠나지마.&lt;br&gt; 다시 그녀 없는 시간이 흘렀다.&lt;br&gt; 네 번의 낮과 밤이 일상을 만들며 지나갔다.&lt;br&gt; 학교에는 가야 된다는 할아버지의 엄명에 따르 긴 했지만 제후는 아란의 간호를 맡은 사람이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 이었다.&lt;br&gt; 강의가 끝나면 끼니를 챙길 틈도 없 이 달려오곤 했다.&lt;br&gt; 제 에미 애비가 죽은 후로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중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권 회장은 손 자며느리가 걱정되면서도 아란에게 몰두하는 제후의 모습을 다행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았다.&lt;br&gt; 제후는 남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생일에 아란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모르는 척 했던 것도 손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였다.&lt;br&gt; 아란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쉴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마음이 안식처를 찾았다는 걸 말이다.&lt;br&gt; 이제 미움 받는 역할은 그만해도 될 것 같군.&lt;br&gt; 그동안 수고했네.&lt;br&gt; 어느 날 새벽인가 아란을 간호하다 곁에 엎드려 잠이 든 제후를 보며 권 회장은 병실을 나 와 밖에서 문병 차, 들렀던 공범에게 말했다.&lt;br&gt; 그 녀석이 미처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처음부터 좋아했을 걸요.&lt;br&gt; 민준이 미소로 답했다.&lt;br&gt; 그런데 언제쯤 말해주는 게 좋을까요? 이번 일도 있고 두 사람 다, 슬슬 진실을 알 때도 된 것 같은데.&lt;br&gt; 내버려 두게.&lt;br&gt;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제 3자보다 서로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제일 행복할 테니까.&lt;br&gt; 제후가 마음을 숨기는 바보짓만 하지 않는다면요.&lt;br&gt; 그 때 낮은 굽의 샌들을 신고 복도를 뛰어오는 간호사 한 명이 있었다.&lt;br&gt; 그녀는 권 회장에게 다다르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.&lt;br&gt; 은 아란씨 보호자 되시죠? 빨리 병실에 좀 와주셔야겠어요.&lt;br&gt; 우리 아이가 깨어났습니까? 그게 아니고 병실로 환자분의 아버지라는 분이 찾아오셨는데 손자 분이 막 더 듣지 않아도 상황을 짐작하는 권 회장이었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알고 있는 이상은 그랬다.&lt;br&gt; 어둠에 묻힌 복도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병실이 http://naveryo.com 있었다.&lt;br&gt; 활짝 열린 문으로 넓은 용적의 빛이 바닥을 비추고 거기선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가! 여기서 사라지라고! 당신이 무슨 아버지라고 딸이 다쳐서 입원해 있는데도 일주일 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당신이 무슨 아버지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6/tistory/2009/12/26/03/37/4b350664bf3a0 &gt;&lt;br&gt;&lt;br&gt; 의사가 뭐라고 한 줄 알아? 잘못하면 평생 저러고 있을 수도 있대.&lt;br&gt; 부모라는 사람들이 결 혼이란 명목으로 팔아넘긴 딸이 영원히 잠들어서 죽을 때까지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대! 그거 알기나 해? 깨어나면 두려 운 일이 기다리는 것처럼 깨어나는 걸 거부하고 있대.&lt;br&gt; 이보게 권 서방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란의 아버지가 사위에게 낯을 보이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후 가 말을 가로챘다.&lt;br&gt; 당신과, 당신의 새 아내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짐이었는지 몰라도 아란이 이제 나한테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야.&lt;br&gt; 누구한테도 상처받지 못하게 내가 지킬 거고 아무도 이 아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일 있으 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그러니 가.&lt;br&gt; 여기서 사라지고 다시는 오지 마! 절규.&lt;br&gt; 그리고 차마 말해주지 못한 사랑.&lt;br&gt; 우리 누나 아파?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문틈으로 제후와 은 사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권 회장과 민준의 귀에 아이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누나 이제 못 일어나? 재영이었다.&lt;br&gt; 엄마보다 배다른 누나를 더 따르던 그녀의 동생이었다.&lt;br&gt; 아저씨 우리 누나 죽었어?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재영이 제후의 바지를 잡고 흔들었다.&lt;br&gt; 재수 없는 소리 집어 쳐! 죽긴 누가 죽었다고 그래! 아이의, 아란을 빼닮은 눈동자에 다시금 죄책감이 스며들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이가 놀랄 수 있다 는 것도 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.&lt;br&gt; 방금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끅끅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재영은 누나의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.&lt;br&gt; 부벼대는 눈이 붉었다.&lt;br&gt; 제 후는 한숨을 쉬며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었다.&lt;br&gt; 미안하다, 꼬마야.&lt;br&gt; 아저씨가 잘못했어.&lt;br&gt; 누나 안 죽어.&lt;br&gt; 그냥 자고 있는 거잖아.&lt;br&gt; 일어날 거야.&lt;br&gt; 꼭 일어나서 널 안아줄 거야.&lt;br&gt; 누나에게 http://cord.froma.kr 그랬던 것처럼 재영은 제후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.&lt;br&gt; 아이들 특유의 달콤한 체취가 한가득 안겨왔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안듯이 아이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달랬다.&lt;br&gt; 아무 일 없을 거야정말로.&lt;br&gt; 목이 메어왔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민준이, 그리고 할아버지가 문간에 서 있었다.&lt;br&gt; 본의 아니게 엿들은 꼴이 되어 버렸구나, 미안하다.&lt;br&gt; 언제 오셨어요? 그리고 민준이 너는? 제후는 재영을 안은 채로 일어났다.&lt;br&gt; 아란이 문병 왔다가 할아버지를 만나서 담배 한 대 태우고 들어오는 길이야.&lt;br&gt; 괜찮아? 네 녀석 온 건 하나도 안 반가워.&lt;br&gt; 민준이 피식 웃으며 사돈과 함께 나가는 권 회장을 쳐다봤다.&lt;br&gt; 은 사장의 무거운 걸음새를 보아하니 긴 얘기가 될 것 같았다.&lt;br&gt; 곧 반가워하게 될 걸.&lt;br&gt; 너, 나하고 잠깐 얘기 좀 하자.&lt;br&gt; 아란이 걱정되면 여기서 해도 좋 고.&lt;br&gt; 옆 침대에 재영을 재워놓고 있을 때 캔 커피 두 개를 든 민준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너 어제도 밤샜다면서 몸은 괜찮은 거냐? 중간 중간 자니까 견딜 만 해.&lt;br&gt; 달고 시원한 냉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잠이 깨는 듯 했다.&lt;br&gt; 아란이 좋아하지? 캔을 들어올리던 제후의 손이 공중에서 우뚝 멈췄다.&lt;br&gt; 내 말이 맞냐?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가 제후의 입가를 맴돌았다.&lt;br&gt; 민준이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뭐 너 하는 짓 봐선 묻지 않아도 당연한 얘기다만 그냥 확인해 본 거다.&lt;br&gt; 그 때 내가 아 란이 좋아한다고 했던 거 기억 나냐? 그래서.&lt;br&gt;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?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냐? !! 경악의 표정이 제후의 얼굴에 떠올랐다.&lt;br&gt; 민준이 바닥에 깔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캔을 살살 흔들었다.&lt;br&gt; 그래, 맞아.&lt;br&gt; 나 너한테 거짓말 했다.&lt;br&gt; 난 너 만큼이나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친 구의 여자를 노릴 정도로 비열한 놈은 아니야.&lt;br&gt; 그런데 왜 나한테 부탁한 사람이 있었어.&lt;br&gt; 네가 행복해지기를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이.&lt;br&gt; 할아버지가? 민준은 제후의 생각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.&lt;br&gt; 내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어땠을 거 같냐? 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 서투르잖아.&lt;br&gt; 할아버 지는 진실을 깨닫도록 너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거야.&lt;br&gt; 지기 싫어하는 네 성격에 누가 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가만히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싫어도 http://bman.webdaum.net 지키려고 노력할 테니까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신 거지.&lt;br&gt; 결 국 할아버지의 판단은 옳았고 지금 넌 여기 이 자리에 있잖아.&lt;br&gt; 아란이도 이 사실 알아? 몰라.&lt;br&gt; 아마 내가 자기한테 접근한 게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걸.&lt;br&gt; 그 녀석, 너도 알겠 지만 사람을 너무 잘 믿어.&lt;br&gt;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도 안 하고 덥석 믿어버려.&lt;br&gt; 제후는 허무함에 웃음이 나왔다.&lt;br&gt; 그 동안의 고민이 다 쓸데없는 거였다니.&lt;br&gt; 말이나 들어보자.&lt;br&gt; 너 아란이 찾아가서 뭐라고 했냐? 어느 덧 경계심을 풀은 눈동자였다.&lt;br&gt; 민준이 싱긋 웃었다.&lt;br&gt;궁금하냐? 그걸 말이라고 해? 할아버지랑 짜고 나 속인 건 괘씸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용서해준 다.&lt;br&gt; 음처음엔 반지 얘기 하면서 속을 찔러봤고 두 번째는 너희들이 계약 결혼 한 거 알고 있다고 했고, 세 번째는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지.&lt;br&gt; 그랬더니 뭐래? 선배가 뭘 원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을 거에요, 그러더라.&lt;br&gt; 아마도 내가 자기한테 구애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나봐.&lt;br&gt; 순진한 녀석.&lt;br&gt; 진심하고 장난도 구분 못하는 바보.&lt;br&gt; 가까이 있으면서도 참 어려운 사랑을 하는 커플이었다.&lt;br&gt; 자식이, 그러는 저는 바보짓 안 한 줄 아나.&lt;br&gt; 민준은 아직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생 각하는 어리석은 친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.&lt;br&gt; 너도 속아 넘어갔으면서 뭘 그래.&lt;br&gt; 나한테 주먹질까지 하고.&lt;br&gt; 한 민준 연기력이 좋았던 거지.&lt;br&gt; 정작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지만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비단 아란의 입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에서라도 그녀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고도 멀쩡할 자신이 없었다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왜.&lt;br&gt; 나 힘들다.&lt;br&gt;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데 그 아이가 원하면 보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놔 줄 수가 없어.&lt;br&gt; 욕심 부리면 정말 아란이가 달아날지 모르는데 원래 사람 좋아하는 건 다 그런 거야.&lt;br&gt; 민준은 제후의 어깨를 툭툭 쳤다.&lt;br&gt; 그리고 너처럼 지극정성인 남자 놔두고 어딜 가겠냐? http://kkc.mainucc.me 도망가더라도 일주일 동안 잠 못 자 고 밥 못 먹어가며 고생한 네 은공은 갚고 가라고 그래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웃으라고 한 말이었는데 친구를 부르는 한숨이 깊었다.&lt;br&gt; 그런 만큼 그의 사랑도 깊었다.&lt;br&gt; 아란이 쓰러졌던 날, 나한테 처음 화를 내더라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 나 하냐고,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막 울어 버리더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1/tistory/2009/12/26/02/44/4b34f9f73da50 &gt;&lt;br&gt;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아무 에게도 축하받은 적 없다던 생일날에 날 만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에 단 한 사람 오빠한테만은 축하받고 싶었다고 그러더 라.&lt;br&gt; .&lt;br&gt; 사랑이 없어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난 항상 그 앨 다치게만 만들더라.&lt;br&gt; 나중에 보니 까 내가 그 앨 내쫓아버렸더라.&lt;br&gt; 제후야 아, 맞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면 늦기 전에 끝내자고 아란이가 그러더라.&lt;br&gt; 한 민준, 너 어떻게 생각해? 나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? 걸리는 게 많군.&lt;br&gt; 민준은 한 조각 희망도 남지 않은 얼굴로 넋두리를 하는 친구가 가여웠다.&lt;br&gt; 그리고 그의 이런 사랑을 모른 채 마음을 가두고 잠이 들어있는 아란에게 화가 나려고 했다.&lt;br&gt; 아란이 보내고 너 혼자 살 자신 있어? 자신이야 있지.&lt;br&gt; 미쳐버릴 자신.&lt;br&gt; 죽어도 돌아볼 사람 없으니 원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 자 신.&lt;br&gt; 그럼 보내지마.&lt;br&gt;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다 꼭 붙들어 두고 살아.&lt;br&gt; 내가 너 사랑하니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곁에만 있어달라고 졸라.&lt;br&gt; 은 아란은 착하니까 소원을 들어줄 거야.&lt;br&gt; 억지 부려서 더 정 떨어진다고 하면? 이런 겁쟁이! 권 제후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? 그럴 일 없을 거야.&lt;br&gt; 내가 장담해.&lt;br&gt; 민준은 제후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웃어주었다.&lt;br&gt; 제후를 향한 아란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친구는 확실히 달라졌다.&lt;br&gt; 조각 같은 외모와 냉담한 분위기로 여자들을 녹이던 권 제후 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.&lt;br&gt; 사랑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겁을 내고 두려워하고, 고 민을 했다.&lt;br&gt; 만약 아란이 끼고 다니던 순결반지의 주인공이 바로 자기라는 걸 알게 되면 제후가 뭐라고 그럴까 문득 궁금해지는 민준이었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병원 로비.&lt;br&gt; 그를 배웅하러 나온 친구에게 민준은 마지막 충고를 했다.&lt;br&gt;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아란이네 아버지한테 심하게 굴지 마라.&lt;br&gt; 판단은 네가 아니라 아란 이의 몫으로 남겨둬야지.&lt;br&gt; 아무리 그래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분 아니냐.&lt;br&gt; 알았어.&lt;br&gt; 아란이 일어나면 그동안 장난쳐서 미안했다고 대신 사과도 건네주고.&lt;br&gt; 알았다니까.&lt;br&gt; 택시를 부른 민준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든다.&lt;br&gt;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 제후는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아직도 깊은 잠에 들어 있는 아란을 보았지만 이제는 기다림마저 달가웠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의식을 잃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잠이 들어 있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보며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키스를 하면 일어나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마저 들었다.&lt;br&gt; http://naverpin.com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깨어 있을 때처럼 여전히 보드랍고 향기가 난다.&lt;br&gt; !! 세 번째 키스를 하고 제후가 얼굴을 들려했을 때 목에 둘려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늘고 미약 한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졌다.&lt;br&gt; 설마, 설마!!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기대감에 제후는 감았던 눈을 떴다.&lt;br&gt;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아란의 눈 동자가 무려 8일 만에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너너 말이 나오질 않았다.&lt;br&gt; 한없이 기쁜 순간에 너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.&lt;br&gt; 응, 나 일어났어요.&lt;br&gt; 나 진짜 많이 잤죠? 젠장!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에 왈칵, 목이 메어 오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은 제후의 몸을 가만히 밀면서 일어났다.&lt;br&gt; 제후가 얼른 아란의 어깨를 잡아 부축해주었다.&lt;br&gt; 그래, 이 잠꾸러기야.&lt;br&gt; 무슨 잠을 8일씩이나 자냐?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겨주다가 제후는 부서질 것 같은 아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.&lt;br&gt; 며 칠 사이 수척해진 몸에, 줄무늬 환자복 속으로 느껴지는 헐거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빨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누가 발을 잡고 안 나줬어요.&lt;br&gt; 눈을 뜨고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반겨줄 사람 아무도 없다고 그냥 여기서 살라고 그랬어요.&lt;br&gt; 까만 옷에 얼굴도 없는 무서운 사람이 자꾸 날 붙잡았어요.&lt;br&gt; 무서웠어? 아란은 대답을 하지 않고 손깍지를 끼어 제후의 등을 안았다.&lt;br&gt; 그의 어깨 언저리가 천천히 젖어왔다.&lt;br&gt; 그녀의 몸이 흐느낌으로 떨리고 있었다.&lt;br&gt; 미안해 입술을 깨물었다.&lt;br&gt; 가까스로 참아내는 그녀의 눈물은 고통이 되어 제후의 심장으로 배겨왔다.&lt;br&gt; 다시는 너 혼자 무서운 꿈에 남겨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.&lt;br&gt; 무료성인자료 우린 항상 같이 있을 거야.&lt;br&gt; 언제든 널 지켜줄 거야.&lt;br&gt;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그리고 나도, 널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아란의 감은 눈꺼풀에 입을 맞추며 제후는 말했다.&lt;br&gt; 창 밖으로 먼동이 트고 있었다.&lt;br&gt;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 날과 하늘을 두고 제후는 그렇게 가 슴을 저리며 찾아온 첫사랑을 고백했다.&lt;br&gt; 아빠가 새엄마랑 헤어지기로 했대요.&lt;br&gt; 은 사장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아란이 저녁때를 훌쩍 넘겨 들어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아빠 없는 동안에 나한테 함부로 한 거 전주댁 아줌마한테 들었나 봐요.&lt;br&gt; 그동안 아빠 노 릇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그랬어요.&lt;br&gt; 전주댁 아줌마는 아란이 여섯 살 때부터 은 사장네 살림을 봐줬던 사람이었다.&lt;br&gt; 엄마가 돌아 가시고 나서 유일하게 정을 붙인 사람이라고, 새 엄마가 들어와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면서는 더욱 의지를 했던 사람이라 고 아란은 얘기하곤 했었다.&lt;br&gt; 재영이는? 엄마가 데려가서 키운다고 하셨는데 확실한 건 모르겠어요.&lt;br&gt; 원래 재영이가 새 엄마보단 나하고 아빠를 잘 따랐거든요.&lt;br&gt; 제후는 알 만 하다는 듯 말했다.&lt;br&gt; 치장하고 가꾸느라 아이 돌 볼 틈도 없었나보지.&lt;br&gt; 아마도요.&lt;br&gt; 아란의 얼굴에서 긍정의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.&lt;br&gt; 그래도 http://asite.sosdaum.net 새 엄마가 계서서 아빠가 행복하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왠지 아빠가 이혼 을 결정하신 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죄송스러워요.&lt;br&gt; 난 아무래도 좋다는 사고방식은 버려.&lt;br&gt; 남을 위해서 희생할 생각만 하지 말고 좀 이기적으 로 굴어봐.&lt;br&gt; 아란이 넌 행복할 자격 충분히 있어.&lt;br&gt; 제후는 마주 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.&lt;br&gt; 아, 그리고 나 커피 마실 건데 생각 있으면 같이 마시자.&lt;br&gt;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구수한 커피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.&lt;br&gt; 휘파람을 불면서 주방으 로 들어가는 제후를 보며 아란은 혼자 웃었다.&lt;br&gt;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제후는 줄곧 다정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.&lt;br&gt; 처음엔 보상 심리 때문인 가 의심도 해보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의 다정함은 변함이 없었고 스스럼없는 장난기와 짓궂은 행동은 그들이 보통의 신혼부부 처럼 살고 있다고 아란이 생각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계약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랑해서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다.&lt;br&gt; 알았지? 끝내자는 말 절대로 하지 마.&lt;br&gt; 이제 겨우 두 달 좀 넘게 살아보고 맞는다느니 안 맞는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자.&lt;br&gt; 퇴원 기념으로 찾은 레스토랑에서 제후는 그런 말을 했다.&lt;br&gt; 손을 끌어다 잡으며 조심스레 말 을 내는 그의 눈을 보면서 아란은, 제후와의 관계에 좋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고 머잖아 그의 마음이 진 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.&lt;br&gt; 제후를 믿게 되었다.&lt;br&gt; 요즘만 같으면 세상에 무엇도 바랄 것 없는 사람처럼 아란은 행복했다.&lt;br&gt; 거기에 욕심 부려 한 가지 소원을 빈다면 그도 그녀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.&lt;br&gt; 그녀 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고 싶었다.&lt;br&gt; 커피 향 좋지? 좋아요.&lt;br&gt;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아란이 한모금의 향을 들이마셨다.&lt;br&gt; 정말이지 저 웃는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까봐 애태웠던 걸 생각하면 그녀가 얄밉기까지 한 제후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1.tistory.com/image/20/tistory/2009/12/26/03/35/4b3505f071213 &gt;&lt;br&gt;&lt;br&gt; 잔잔히 부딪치는 시선에 아란이 뺨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.&lt;br&gt; 근데 왜 그렇게 쳐다봐요? 예뻐서.&lt;br&gt; 제후는 턱을 괴고 키득 웃었다.&lt;br&gt; 장난치지 마요.&lt;br&gt; 장난 아닌데.&lt;br&gt; 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 거야.&lt;br&gt; 한층 노골적인 시선에 부끄러움이 또르르 몰렸다.&lt;br&gt; 아란은 잔을 손으로 감싸고 살그머니 제 후의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.&lt;br&gt; 왜 모르고 살았을까.&lt;br&gt; 너처럼 귀엽고 착한 아이 옆에다 두고도 왜 모르고 지냈을까.&lt;br&gt; 커피를 다 마신 아란이 잔을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받침대에 얹고는 허둥지둥 주방을 나간 다.&lt;br&gt; 뒷모습을 쫓던 제후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따랐다.&lt;br&gt; 그리고 아란의 팔을 잡아 침실로 들어간 다음 문을 잠갔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보상 받고 싶다.&lt;br&gt; 너 없이 혼자 보냈던 것만큼 우리의 시간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고 싶다.&lt;br&gt; 오늘 http://kccc.me/naver/4898.html 너 안아도 돼? 그그치만 거절해도 소용없어.&lt;br&gt; 보름동안 참아줬으니까 오늘은 내 맘대로 할 거야.&lt;br&gt; 물러서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안으면서 제후는 아란의 몸을 침대에 밀치듯 쓰러트렸다.&lt;br&gt; 성 급한 손길을 따라 드러나는 여자의 몸에 호흡이 가빠왔다.&lt;br&gt; 건강이 나빠졌다고 며칠 햇빛 구경을 안 시킨 탓인지 피부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.&lt;br&gt; 이 아 름다운 몸을 옷으로 가리면 오히려 죄가 될 것처럼 보였다.&lt;br&gt; 내일 토요일이지? .&lt;br&gt; 그럼 우리 밤새도록 여기서 놀자.&lt;br&gt; 전화와도 받지 말고 누가 벨 눌러도 열어주지 말고 내 일 아침까지 놀다가 자자.&lt;br&gt; 몰라요.&lt;br&gt; 싫어요가 아니라 몰라요다.&lt;br&gt; 늘 처음 만난 남자에게 몸을 열어주는 것처럼 아란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.&lt;br&gt;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잘 하면서 그에게만 그런다.&lt;br&gt; 그런 아란의 행동이 제후에게는 &lt;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사람&gt;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 졌다.&lt;br&gt; 그리고 매번 처녀를 방문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선사했다.&lt;br&gt; 싫으면 지금 말하던가.&lt;br&gt; 아란이 시트를 끌어올려 가슴을 가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싫어도 오빠 맘대로 한다면서요.&lt;br&gt; 후후, 이제 보니 삐지기도 하잖아? 제후는 아란의 화내는 모습이 신기했다.&lt;br&gt; 언제나 그 앞에선 쥐 죽은 듯 꼬리를 내리고 하라 는 대로 따라주던 그녀가 처음으로 반항이라는 걸 했다.&lt;br&gt; 은 아란.&lt;br&gt; 야릇한 붉은 빛이 아란의 얼굴에 떠돌았다.&lt;br&gt; 지금 당장 아란의 몸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고 싶은 걸 참으면서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내가 어떤 여자 좋아하는지 말해줄까? 어떤 여자좋아하는데요? 그녀가 순진하게 되묻는다.&lt;br&gt; 역으로, 아란의 몸을 아래에 두고 있는 제후의 얼굴은 짓궂은 헌 터의 표정이 된다.&lt;br&gt; 오늘 밤 넌 죽었어, 라는 뜻이다.&lt;br&gt; 나한테 저항하는 여자.&lt;br&gt; 좋으면서도 싫다고 말해서 날 더 부추기는 여자.&lt;br&gt; 수차례의 절정이 지났다.&lt;br&gt; 몸과 몸이 먹고 먹혔다.&lt;br&gt; 흥분을 부추긴 대가로 아란은 밤새도록 시달렸지만 한 번도 제후를 거절하지 않았다.&lt;br&gt; 물러서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오빠가 원하는 게 내 몸이라면 나한테 빠져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.&lt;br&gt; 나한테 집착하도록, 그래서 나 외에는 누구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릴 거야.&lt;br&gt; 새벽녘에 풋잠이 들었던 제후는 아란이 뒤척이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.&lt;br&gt; 부스스한 얼굴로 시 계를 쳐다보니 아침 7시 30분, 샤워도 하지 못하고 잠이 든 지 겨우 세 시간이 지났다.&lt;br&gt; 제후는 끄으응,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깜박여 눈 안으로 들어온 빛을 몰아냈다가 다시 실눈 을 뜨고 옆에 누운 아란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.&lt;br&gt; 적어도 정오까지는 깨지 못할 것처럼 아란은 곤한 잠에 들어 있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끌어다 안으면서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몸을 개켜 일어났다.&lt;br&gt;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http://kccc.me/naver/2723.php 쑤시고 아팠다.&lt;br&gt; 뜨겁고 격렬했던 정사(情事)의 보상이라 그것도 기꺼 운 제후였다.&lt;br&gt; 시트가 눌렸다 제 자리로 돌아오면서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반짝하는 기 운에 욕실로 들어가던 제후가 되돌아 와 그것을 주웠다.&lt;br&gt; 결혼반지였다.&lt;br&gt; 제후의 손가락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녀석의 짝이다.&lt;br&gt; 아란이 일부러 빼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도 어젯밤의 정신없는 상황에 빠트린 모양이다.&lt;br&gt; 정신없는.&lt;br&gt; 풋 그렇게 좋았나? 황홀한 기억을 되살리며 미소 짓는 제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느다란 백금 링 안에 글자가 새겨져있는 게 보였다.&lt;br&gt; 이니셜이다.&lt;br&gt; 제후는 반지를 쥔 손을 힘주어 쥐었다가 펼쳤다.&lt;br&gt;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간만에 찾아 온 나른한 행복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, 좋아하는 사람 있다.&lt;br&gt; 두렵지만 보고 싶었다.&lt;br&gt; 그녀의 사랑을 차지한 사람을 알고 싶었다.&lt;br&gt; 누구일까? 결혼반지에 이니셜을 새길 정도라면 굉장히 소중한 사람일 텐데, 한 번도 손가락에서 반지 를 빼지 않았던 건 결국 다른 사람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서였던 걸까? 제후는 가슴이 쓰렸다.&lt;br&gt; 그러나 피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.&lt;br&gt; 그래서, 어느 덧 땀이 고인 손바 닥에서 반지를 들어 빛이 잘 드는 쪽으로 들어올렸다.&lt;br&gt; 첫 글자는 K였다.&lt;br&gt; JH? KJH.&lt;br&gt; 뭐야, 내 거하고 똑같 무심코 내뱉은 진실에 제후의 눈동자가, 입이 그대로 굳어버린다.&lt;br&gt; 그러다 천천히 몸을 돌려 세상모르고 잠이 든 아란을 쳐다봤다.&lt;br&gt; 그녀는 말했었다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굴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고.&lt;br&gt; 야? 정말 나야? 네가 좋아하는 사람 정말로 권 제후야? 콧소리까지 내며 자고 있는 그녀가 대답할 리 없건마는 제후는 또 묻고 있었다.&lt;br&gt; 야, 한 민준.&lt;br&gt; 제후 놈 왜 저렇게 분위기 잡냐? 또 와이프랑 한 판 했대? 도서관 자리에 가방을 두기 무섭게 담배를 태운다고 나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책상에 쌓은 전공서 적들을 보며 한숨을 쉬던 서훈이 칸막이 사이로 몸을 제껴 민준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남들은 리포트 마감 맞추느라 골 빠개지는 이 때 얄밉게 돌아다니기나 하고 말이야.&lt;br&gt; 저 자식 머리 좋고 손 빠른 건 알지만 너무 한 거 아냐? 머리 나쁘고 손 늦은 너하곤 다르게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.&lt;br&gt; 내버려둬.&lt;br&gt; 장난스런 무시로 서훈의 입을 막은 민준이었으나, 민준도 얼마 못가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 났다.&lt;br&gt; 궁시렁 대며 책을 넘기던 서훈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.&lt;br&gt; 넌 또 어디 가? 나도 담배나 한 대 태우려고 그런다.&lt;br&gt; 금방 들어올게.&lt;br&gt; http://ccc1.me/naver/1122.html 서훈이 콧방귀를 흥, 뀐다.&lt;br&gt; 어이구! 자식이 저만 의리 있는 척 하고 있네.&lt;br&gt; 제후 놈 걱정 되서 그런다고 말하면 내가 너 잡아먹을까봐 그러냐? 친구 사이에 별 걸 다 숨겨.&lt;br&gt; 민준은 이해해줘서 고맙단 표시로 손을 들어보였다.&lt;br&gt; 그리고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확인한 다음 밖으로 나와 제후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있었다.&lt;br&gt; 저 자식 오늘만 담배 한 갑이 넘는데 와이프 마음 알았으면 됐지 또 뭐가 문제인 거야? 불 좀 빌리자.&lt;br&gt; 민준은 털썩, 제후 옆에 주저앉으며 담배를 내밀었다.&lt;br&gt; 뻔히 쳐다보는 표정에 약간의 놀라움 이 깃들었다.&lt;br&gt; 뭐해? 불 좀 빌리자니까.&lt;br&gt; 허연 연기가 둘이 되었다.&lt;br&gt; 새 담배의 3분의 1이 타들어가도록 아무 말이 없던 침묵은 기다 리다 지친 민준이 말을 꺼내면서 깨졌다.&lt;br&gt; 잘 나가다 왜 그러냐.&lt;br&gt; 사랑하는 여자 마음 얻은 걸로는 부족했어? 난 나를 잘 알아.&lt;br&gt;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민준은 금방 제후의 말뜻을 알아들었다.&lt;br&gt; 뭐가 두려운 건데.&lt;br&gt; 끝까지 가지 못할까봐?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던 여자들.&lt;br&gt; 그 속을 헤매던 방황에서 찾은 한 사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5d/c6/bmwno10001/folder/3/img_3_49_5?1261914232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아니면 아란이야? 버리게 될까봐 두려우냐 버림받는 것이 두려우냐, 민준은 묻고 있었다.&lt;br&gt; 대답을 않는 것으로 보아 둘 다 인 것 같았다.&lt;br&gt; 네 곁에 있으면 행복하지 못할까봐 겁나냐? .&lt;br&gt; 미친 놈.&lt;br&gt; 네 곁에 누구씨는 행복해서 죽을라고 하더라.&lt;br&gt; 아란이 그 녀석 생각하는 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거 알지? 민준은 피다 만 담배를 밟아 뭉개며 말을 보탰다.&lt;br&gt; 행복해 하고 있어.&lt;br&gt; 네 눈에 보이잖아.&lt;br&gt; 너도 알고 있잖아.&lt;br&gt; 그 일 권 제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.&lt;br&gt;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궁상떨지 말고 지금 하는 만큼만 해 줘.&lt;br&gt; 넌 해 보지도 않은 놈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? 알려고 해서 알아진 게 아니라 눈에 보인다고 했잖아.&lt;br&gt; 너희 둘 사랑하는 거 눈에 보여.&lt;br&gt; 서 로의 곁에서 행복해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이 보여.&lt;br&gt; 비로소 보이는 웃음이 서글펐다.&lt;br&gt; 민준아 나 제후의 핸드폰이 삐빅 신호음을 냈다.&lt;br&gt; 문자 메시지였다.&lt;br&gt; 제후가 말을 하려다 말고 메시지를 확인한다.&lt;br&gt; 누구야? 아란이? 어.&lt;br&gt; 6시에 경상대 앞에서 만나기로 한 걸 깜박했네.&lt;br&gt; 그러더니 제후는 이렇다 할, 양해도 구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뛰어 들어간다.&lt;br&gt; 그리고 수 분 후 다시 나와 정신없이 가방을 메고 경상대 건물이 있는 쪽으로 사라져버린다.&lt;br&gt; 뭐야, 저 녀석.&lt;br&gt; 얼음 왕자에서 공주의 똘마니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.&lt;br&gt; 혼자 남은 민준이 바닥에 떨어진 제 후의 담배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어본다.&lt;br&gt; 사랑을 하는 친구는 행복해 보였다.&lt;br&gt; 한 달음에 도착할 듯 걸음을 재촉했던 제후는 아란의 모습이 보이기 불과 몇 미터 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아란의 곁에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.&lt;br&gt; 저번에 본 채석이라는 아이는 아니다.&lt;br&gt; 아란이 그 남자와 다정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도, 미소를 지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발은 저절로 서버렸다.&lt;br&gt; 처음 보았을 땐 무작정 손을 낚아 채 데려오고 친구 앞에서 무례한 키스를 퍼붓기까지 했는 데 지금은 소중한 그녀를 그리 대할 맘도 대할 용기도 없다.&lt;br&gt; 하지만 잠시 동안 심장을 욱죄어 오는 통증은 사실이었다.&lt;br&gt; 지금은 가지 말라고 겁먹은 머리가 명령을 내린다.&lt;br&gt; 아란이 다른 남자와 얘기대화의 내용에 상관없이하는 모습만 보면 사라지는 자신감도, 언제 그녀가 그를 버리고 행실 좋고 반듯한 사람을 찾아 가버릴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었다.&lt;br&gt; 조심스러웠다.&lt;br&gt; 화를 낸다기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음을 알았던 듯 그 모습은 그리 오래 눈에 비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손짓을 해가며 대화 를 주고받던 남자가 목례를 하고는 사라진다.&lt;br&gt; 마찬가지 방법으로 인사를 받은 아란이 몸을 나무 그늘의 기둥에 기대며 이내 입 을 가리고 하품을 한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무심코 돌린 시야에 제후의 모습이 들어오자 아란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부른다.&lt;br&gt; 아까와는 다르게 서두르지 않는 보폭으로 제후는 아란에게 걸어갔다.&lt;br&gt; 오래 기다렸어? 이제 6시 20분밖에 안 됐는데요, 뭘.&lt;br&gt; 아란이 손목을 올렸다 내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오해하지 않도록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.&lt;br&gt; 오면서 보니까 누구랑 얘기하고 있던데 그 사람 누구야? 아, 봤어요? 여자 친구가 우리 학교 학생인데 처음 와서 길을 모른다고 그러잖아요.&lt;br&gt; 그럼 그렇지.&lt;br&gt; 설마 별다른 일이야 있겠어.&lt;br&gt; 다른 말은 안 했고? 에? 아아니, 이상한 추파 같은 거 던지지는 않았냐고.&lt;br&gt; 어휴, 이 병신! http://toos.me 이상한 걸 물어본 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말은 왜 더듬는 거야.&lt;br&gt; 제후는 속 으로 수도 없이 제 머리를 쥐어박았다.&lt;br&gt; 그건 왜 물어보는 데요? 불현듯 민망해진 표정의 제후와 눈을 맞추던 아란이 눈을 깜박깜박 하더니 고개를 젓는다.&lt;br&gt; 그가 난감해하며 말을 더듬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너넌 내가 다른 여자랑 얘기하고 있으면 좋냐? 이런! 예, 아니오의 단답형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.&lt;br&gt; 그거야 당연히 그럼 됐어, 더 물어보지 마! 북 치고 장구치고 저 혼자 괜히 성질을 부리더니 제후는 혼자서 씩씩 걸어가 버린다.&lt;br&gt; 아란 이 졸졸 뒤를 따라온다.&lt;br&gt; 오빠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? 없었어.&lt;br&gt; 근데 왜 나한테 화내요? 화 안 냈어! 그러니까 자꾸 토 달지 마! 하지만 지금 화내고 있잖아요.&lt;br&gt; 서운함이 실린 음성과 함께 뒤를 따라오던 기척이 멎었다.&lt;br&gt; 제후가 뒤를 돌아보자 아란은 머 쓱한 팔을 쓸어내리며 서 있었다.&lt;br&gt; 상처받은 얼굴이었다.&lt;br&gt; 굳이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큰 눈에선 금방이라도 떼구르르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고여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 다시 제후의 상태를 확인시켜주었다.&lt;br&gt; 오빠 화내고 있다구요.&lt;br&gt; 한숨이 나온다.&lt;br&gt; 왜 소중히 여긴다면서, 좋아한다면서 난 왜 꼭 번번이 저 아일 울리고 마는 걸까.&lt;br&gt; 이제는 정말로 사랑인데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는 그녀였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마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착각에 재 빨리 손을 내밀어 아란의 팔을 잡았다.&lt;br&gt; 미안해.&lt;br&gt; 됐어요.&lt;br&gt; 사실은 그게그래! 리포트 쓰다가 나왔거든.&lt;br&gt; 모레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출하라고 교수가 닦달을 해서 아마 그것 때문에 신경이 좀 예민해져 있었나 보다.&lt;br&gt; 알았어요.&lt;br&gt; 아란은 잡히지 않은 쪽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.&lt;br&gt; 그럼 바쁘다고 얘기하지 뭐하러 나왔어요.&lt;br&gt; 나 혼자서도 집에 갈 수 있는데.&lt;br&gt; 관심도 없었던 리포트가 도움을 줬다.&lt;br&gt; 제후는 그의 말에는 의심을 할 줄 모르는 아란과 300 페이지 분량의 전공서적을 탐독하고 사흘 만에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교수에게 감사했다.&lt;br&gt; 너 어린애잖아.&lt;br&gt; 나 없으면 안 되는.&lt;br&gt; 새록 고이는 웃음에 비로소 마음을 놓고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.&lt;br&gt; 울었으니까 배고플 거 아냐? 손가락 사이로 빈틈이 채워졌다.&lt;br&gt; 조금 걷다 돌아보는 그의 웃음에 그녀도 붉은 눈을 하고 웃었다.&lt;br&gt; 그것가지고 양이 차? 제후가 보기엔 먹는 것 같지도 않았다.&lt;br&gt; 저녁 사준다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데리고 왔더니 아 란은 샐러드에만 손을 대고 식사를 끝낸다.&lt;br&gt; 배불러요.&lt;br&gt; 봐요.&lt;br&gt; 아란이 손을 펴서 조금도 나오지 않은 아랫배를 톡톡 친다.&lt;br&gt; 그래도 이거 먹고 내일 아침까지 버텨야 되잖아.&lt;br&gt; 정말 배 안 고프겠어? 먹는 걸로는 그렇게 욕심 안 나요.&lt;br&gt; 나중에 우리 아이 가졌을 때도 그럴까봐 겁난다, 야.&lt;br&gt; 애기가 뱃속에서 뭘 먹고 크겠냐? 그거야 모르죠, 그 때 가면 곰탕에 두 그릇씩 밥 말아먹을지.&lt;br&gt; 투덜대는 제후를 아란은 쳐다보며 웃는다.&lt;br&gt; 제후가 먹다 말고 고개를 든다.&lt;br&gt; 왜? 아뇨.&lt;br&gt; 그냥 오빠가 나랑 애기 낳을 때까지 살아줄 생각 하고 있는 게 신기해서요.&lt;br&gt; 아이 오빠 닮으면 예쁠 거에요, 그죠? 아란의 말을 들은 제후가 얼굴을 굳혔다.&lt;br&gt; 살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거지.&lt;br&gt; 부부는 동등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니까.&lt;br&gt; 명문 S대의 학벌과 국내 건설회사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의 딸, 귀족적이고 아름다운 외모.&lt;br&gt;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도 제후에 대해서는 항상 자기를 낮추어 보는 아란 이다.&lt;br&gt; 자격지심이 아니라 아직 그의 마음을 모르기에 저러는 것이다 이해는 하면서도 제후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거슬린다.&lt;br&gt; 네가 나에 비해 뭐가 부족한데.&lt;br&gt; 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계약 따윈 이제 신경도 안 쓰고 있어.&lt;br&gt; 그러니 네가 나에 대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일, 없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오빠는 사랑해 본 적 있어요? 조건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만 생각하면 자신이 형편없어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뭔지 알 수 있어요? 내가 뭐?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아니에요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9/tistory/2009/12/26/04/29/4b35128c3e455 &gt;&lt;br&gt;&lt;br&gt;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아? 사람 궁금하게.&lt;br&gt; http://naveryo.com 있잖아요, 나 오늘 술 마시고 싶은데.&lt;br&gt; 심드렁하던 제후의 눈동자가 반짝, 놀란다.&lt;br&gt; 아란은 종업원이 접시들을 치운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말했다.&lt;br&gt; 오빠는 운전해야 되니까 관두고 나 마시는 거만 봐주면 안 돼요? 나 참.&lt;br&gt; 마시려면 같이 마셔야지.&lt;br&gt; 취하면 호텔 찾아서 하루 자면 되잖아.&lt;br&gt; 레스토랑을 나온 두 사람은 제후가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들른다는 호프집을 찾았 다.&lt;br&gt; 8시가 갓 넘은 초저녁인데도 단골들이 많아 벌써부터 시끌시끌했다.&lt;br&gt; 어렵사리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.&lt;br&gt; 뭐 마실래? 오빠가 정해요.&lt;br&gt; 난 아무 거나 상관없으니까.&lt;br&gt; 아란이 순진한 얼굴로 양 팔을 뻗어 소파를 짚고 다리를 모아 앉는다.&lt;br&gt; 투명한 유리 테이블 아래로 허벅지가 반은 보이는 미니스커트가 골반에서부터 아슬아슬하게 감고 있다.&lt;br&gt; 그러고 보니 내내 핸드백으로 허벅지를 가리고 있던 게 생각이 났다.&lt;br&gt; 비트 강한 댄스 음악 때문인지 어슴푸레 얼굴에 빛을 드리우는 조명 때문인지 늘 대하는 그 녀임에도 제후는 가슴이 떨린다.&lt;br&gt; 조금만 옆으로 가 봐.&lt;br&gt; 파트너가 있음에도 아란을 힐끔대는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영 못마땅했다.&lt;br&gt; 저 자식들, 감히 누구 걸 넘보는 거야? 왜요? 우리가 남이냐? 같이 앉게.&lt;br&gt; 아란이 안으로 물러 들어갔다.&lt;br&gt; 제후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안아 자 기 쪽으로 돌린다.&lt;br&gt; 저항도 않는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향이 녹아 입 안에서 뒤엉킨다.&lt;br&gt; 아란을 훔쳐보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하려던 것이었지만 애초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촉촉하고 도톰한 입술의 감촉에 취해버리는 제후였다.&lt;br&gt; 키스가 깊어지면서 아란이 반응을 보였다.&lt;br&gt; 팔을 제후의 목에 감고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.&lt;br&gt; 등줄기의 움푹 파인 부분을 제후의 손가락이 훑자 아란은 허리를 휘면서 몸을 바짝 갖다 붙인다.&lt;br&gt; 자잠깐만요, 오빠.&lt;br&gt; 등이 푹신한 소파에 닿기 직전에 아란이 제후를 떠민다.&lt;br&gt; 사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젠장, 뭐가? 입맛을 다시며 제후는 아란에게 기울였던 몸을 세워 주위를 둘러보았다.&lt;br&gt; 그녀의 말처럼 이 게 웬 떡이냐 쳐다보는 눈들이 많았다.&lt;br&gt; 언제 웨이터가 다녀갔는지도 모르게 세팅 된 테이블과, 처음에는 수북하게 올라왔을 맥주 거품의 얇은 층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바보 씹탱이들.&lt;br&gt; 남 연애하는 거 처음 보나.&lt;br&gt; 상황의 진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다가 제후는 마지못해 아란을 품에서 놓아주었다.&lt;br&gt; 그녀 는 부끄러운 눈빛이었지만 창피해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옷매무새를 바로 하며 앉는다.&lt;br&gt; 잘못 했어.&lt;br&gt; 제후는 1700㏄ 용량의 차가운 맥주를 작은 잔에 따라 마시고 입술에 묻은 거품을 혀로 쓰 윽, 핥아냈다.&lt;br&gt; 첨부터 호텔로 가는 건데 잘못했어.&lt;br&gt; 거기 가서 둘이 신나게 즐기는 건데.&lt;br&gt; 다른 데로 갈까요? 아란이 온기가 느껴지는 손을 제후의 무릎에 얹었다.&lt;br&gt; 자그마한 압박감에 제후가 마시던 잔 을 놓고 이게 무슨 뜻이냐는 듯 그녀를 쳐다본다.&lt;br&gt; 하다만 거 계속 하고 싶지 않아요? 말귀를 알아들은 제후가 금세 쿡, 웃었다.&lt;br&gt; 살다보니 요조숙녀 은 아란의 입에서 먼저 그걸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도 있구나 싶었다.&lt;br&gt; 좋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.&lt;br&gt; 경험자답게,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인간의 짧고 비밀 스런 사랑을 나누려면 어디가 좋은지는 숙지하고 있었다.&lt;br&gt; 형, 나 거기 좀 쓸게.&lt;br&gt;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눈짓을 하고 제후는 아란을 데리고 좁은 문을 나와 2층으로 올라 갔다.&lt;br&gt; 작은 문이 있었다.&lt;br&gt; 제후가 손잡이를 돌리고는 아란을 들어가게 했다.&lt;br&gt; 잠만 자는 곳인지 가구 하나 형광등 하나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.&lt;br&gt; 키 높은 창문으로 흘러들 어오는 달빛이 야트막한 침대를 비추는 곳이었다.&lt;br&gt; 달칵.&lt;br&gt; 등 뒤로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.&lt;br&gt;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.&lt;br&gt; 오늘 처음 만난 여자와 남자가 http://cord.froma.kr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밀애(密愛)의 장소를 찾은 것처럼 아 란과 제후는 잠시 눈을 맞춘다.&lt;br&gt; 그가 다가온다.&lt;br&gt; 붙잡히는 시선 속에서 천천히 긴장이 고조된다.&lt;br&gt; 제후의 팔이 허리를 감싸오자 아란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본다.&lt;br&gt; 하얀 손가락이 제후의 뺨을 스치고 머리칼을 만지다가 목젖을 스친다.&lt;br&gt; 붉은 입술이 탐스럽다.&lt;br&gt; 늘 품 안에서 익숙했던 향기가 어색하게 코를 스치고 떨리는 손가락의 감촉 아래로 부드러 운 피부는 사르르 밀려난다.&lt;br&gt; 음악소리가 귓가에서 웽웽 멀어져가고 맞닿은 심장소리는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.&lt;br&gt; 한껏 달아오른 숨결이 하나가 된 몸을 얽어 묶는다.&lt;br&gt; 뱅그르르 천장이 맴을 돈다.&lt;br&gt; 젖은 숨소리가 방 안을 메운다.&lt;br&gt; 절정의 신음소리가 공중에 부딪치고 야릇한 고통과 쾌감이 뿜어져 나온다.&lt;br&gt; 무저갱(無底坑)의 암흑까지 떨어졌다가 천국의 광명에까지 이른다.&lt;br&gt; 생명과 생명이 만나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들어맞은 그것은 사랑을 잉태한다.&lt;br&gt; 꿈인 듯 환상인 듯 시간이 멈춘다.&lt;br&gt; 앞으론 종종 술 마시러 와야 되겠는 걸.&lt;br&gt;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후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한바탕의 격렬한 운동(!)으로 땀을 빼고 난 다음에 마시는 맥주 맛은 더없이 좋았다.&lt;br&gt; 언제는 호텔 가서 둘이 즐기자면서요.&lt;br&gt; 제후가 쳐다보자 아란이 얼른 눈을 돌리고 입을 다문다.&lt;br&gt; 그녀의 하얀 목에 남은 키스마크가 조금 전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그래서 좋았다는 거야, 싫었다는 거야? 흔하지 않은 아란의 새침한 눈빛에 제후가 운전을 하면서 웃었다.&lt;br&gt; 앵 토라지는 입술이 귀엽 기만 했다.&lt;br&gt; 뭐나쁘지는 않았어요.&lt;br&gt; 차마 대답을 못하겠는지 미적미적, 말을 돌리지만 선수답게 제후는 속뜻을 낚아 채 낸다.&lt;br&gt; 괜찮았으면 집에 가서 한 번 더 할까? 카메라를 샀다.&lt;br&gt; 원하면 바로 찍어서 즉석에서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9f/17/bmwno110/folder/3/img_3_12_28?1261913884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웨딩 앨범 말고는 볼 만 한 사진을 채워 둔 앨범 하나 없다는 게 제후의 이유였지만 빛나는 두근거림으로 자리해가는 아란의 모습을 잃어버리기는 너무 아까워서 그랬다.&lt;br&gt; 제후는 자석이 달린 예쁜 팬시 제품을 사다가 냉장고에 사진을 붙여 놓기 시작했다.&lt;br&gt; 막 일 어나서 눈을 부비는 모습, 샤워를 하고 나와 젖은 머리를 터는 모습이며 놀이동산에서 재영과 놀아주는 모습 등, 제후의 손에 서는 카메라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.&lt;br&gt; 사진 찍는 걸 싫다고 손사래를 젓던 아란도 점차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다루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.&lt;br&gt; 한 번은 술을 마시고 들어와 퉁퉁 부은 제후의 얼굴을 몰래 찍었다가 냉장고에 붙여놓고 잠 이 깬 그에게 보여주면서 깔깔대기도 했다.&lt;br&gt; 길을 지나다 만난 귀여운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을 찍기도 했지만 그들 사진 속의 주인공은 거의 상대방이었다.&lt;br&gt; 사랑할 운명으로 만나게 된 것처럼 뒤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이었다.&lt;br&gt; 언제부터였을까.&lt;br&gt; 넌 언제부터 내 주위를 맴돌았을까.&lt;br&gt; 내가 모르던 시절의 넌 어떤 모습이었을까.&lt;br&gt; 어떤 http://bman.webdaum.net 모습으로 나를 사랑했을까.&lt;br&gt;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제후는 아란을 더듬어 봤지만 어느 한 조각 기억 속에도 그녀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았다.&lt;br&gt; 아란은 가슴에 안고 다니는 전공서적을 치우고 교복을 입혀놓으면 여고생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풋풋한 인상의 소유자였다.&lt;br&gt; 화려한 옷과 세련된 화장으로 자신을 치장해 남자를 유혹할 줄도 몰랐고 마음에 드는 남자 에게 먼저 접근하는 여자들의 화끈함은 흉내 내지도 못했다.&lt;br&gt; 결혼 전, 그런 여자들만을 찾아 부담 없이 즐겨왔던 제후 쪽에서 보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도 당연했다.&lt;br&gt; 설사 그녀를 알았다 하더라도 처녀를 망가뜨린 무료성인자료 책임을 떠맡을 걸 염려해서 거절했을 것이다.&lt;br&gt; 제후는 간혹 등 뒤를 맴도는 아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.&lt;br&gt;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곧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 못하고 외면하는 서글픈 눈빛을.&lt;br&gt; 아란아 난 너를 확인해 보고 싶다.&lt;br&gt; 내게 손 내민 나를 찾아올 용기를 내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너를 위해 심장을 송두리째 내어버린 내 사랑을 알아주길 원한다.&lt;br&gt; 오늘 집에 못 들어온다구요? 벌써 술에 취했는지 전화기 너머 제후의 목소리는 분명하지 않았다.&lt;br&gt;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11/tistory/2009/12/26/04/13/4b350eccd15ee &gt;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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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
&lt;br&gt;일본성인영화무료보기 하나뿐인 딸의 행복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그저 이 결혼을 통해 들어올 회사의 유익과, 눈엣 가시 같은 전처의 딸과 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던 그들은 제후의 입장에서도 좋아질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나중에 다른 세상에 태어나면 그 때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어요.&lt;br&gt; 아란은 오빠도 포함해서요, 란 말은 하지 못했다.&lt;br&gt; 사람 무안하게 톡톡 쏘긴 하지만 친오빠 같은 다정함으로 그녀를 지켜주는 사람 제후의 사랑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.&lt;br&gt; 이렇게 의지할 가슴과 어깨가 있는 것으로 감사하자고 늘 심장을 달래는 그녀였다.&lt;br&gt; 나를 귀찮아하지 않는 사람들 곁에서요.&lt;br&gt; 아란의 한숨을 제후는 키스로 막았다.&lt;br&gt; http://shemijin.com 촉촉하고 아찔한 입술의 감촉을 겉에서만 느끼기가 아쉬워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넣고는 뜨거운 향기를 나눠 삼켰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걸며 몸을 붙였다.&lt;br&gt; 그의 손에 길들여진 몸은 키스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며 떨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손이 아란의 등 뒤로 가 실크 원피스의 지퍼를 내렸다.&lt;br&gt; 가냘픈 허리를 따라 원피스 가 아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제후도 옷을 벗어던졌다.&lt;br&gt; 여행 얘기만 하고 내려갈 참이었는데 불이 붙자 멈출 수가 없었다.&lt;br&gt; 여느 때처럼 아란은 순결한 나신으로 제후를 받아들였다.&lt;br&gt;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거 친 움직임과 손길을 힘겨워하면서도 순종했다.&lt;br&gt; 제후는 녹초가 되도록 아란을 안고 또 안았다.&lt;br&gt; 미친 사람처럼 아란의 몸속에서 권 제후의 소유를 확인했다.&lt;br&gt; 그는 어느 샌가 그녀가 아니면 쾌락을 느낄 수 없는 남자로 길들여져 있었다.&lt;br&gt; 애 데리고 올라가서 뭘 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니? 손님들 오시는데 나와서 좀 맞지 않 고.&lt;br&gt; 누르면 붉은 물이 떨어질 것 같은 아란의 뺨과 제후의 옷자락을 쥐며 등 뒤로 숨는 그녀의 행동이 위에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권 회장 내외는 짐짓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.&lt;br&gt; 손님들이야 할아버지 만나러 왔지, 저 보러 왔어요? 사돈어른들이 오셨단다.&lt;br&gt;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니? 제후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.&lt;br&gt; 새어머니와 대면해야한다는 말에 핏기가 가시는 아란의 안색 을 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에서 싫다는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 어디 계시는데요? 옷을 쥔 아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.&lt;br&gt; 그녀는 제후의 등으로 바짝 몸을 붙였다.&lt;br&gt; 희미하게 떨 리는 작은 어깨가 안쓰러워서 제후는 견딜 수 없었다.&lt;br&gt; 권 회장이 손가락으로 귀한 손님이 아니면 모시지 않는 방을 가리켰다.&lt;br&gt;다른 손님들과 따 로 모셨다.&lt;br&gt; 매무새 가다듬고 들어가서 인사 여쭙고 나오거라.&lt;br&gt; 제후도 피하고 싶었다.&lt;br&gt; 가능하다면 평소에도 잘 지내냐는 전화 한 통 없는 부모 같지도 않 은 사람들과 아란을 대면시키는 이 상황을 그녀에게서 가려주고 싶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제후가 머뭇거리자 권 회장의 눈이 아란을 향했다.&lt;br&gt; 어서 들어가서 인사 드리거라.&lt;br&gt; 결혼하고 나선 처음인데 무척 보고 싶었을 것 아니냐.&lt;br&gt; 제후는 사정도 모르고 아란을 몰아다 붙이는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.&lt;br&gt; 그렇다고 보는 눈, 듣는 귀 많은 이 자리에서 사실을 얘기할 수도, 경거망동을 저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18/tistory/2009/12/26/04/12/4b350ea179b3f &gt;&lt;br&gt;&lt;br&gt; 누나! 그 때 어디선가 남자아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아란의 다리에 매달려 얼굴을 비비댔다.&lt;br&gt; 아란이 몸을 굽히더니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 올렸다.&lt;br&gt; 이제 다섯 살이나 됐을까 누가 보면 엄마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녀를 빼닮은 꼬마였다.&lt;br&gt; http://pon10.com  누구야? 내 동생 재영이요.&lt;br&gt; 결혼식 때 안 봤었어요? 하지만 아란이 넌외동딸이잖아, 라고 말하려다가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아마도 이 아 이는 새어머니에게서 난 의붓동생일 것이다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 누구야? 아저씨? 제후는 맹랑한 꼬마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.&lt;br&gt; 아란이 웃으며 동생의 말을 정정했다.&lt;br&gt; 재영아, 아저씨가 아니라 매형이야.&lt;br&gt; 누나랑 결혼한 사람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랑 결혼했어? 엄마랑 아빠처럼 같이 사는 거야? 아빠라기보다는 차라리 할아버지가 낫겠다.&lt;br&gt; 제후는 획, 팔짱을 끼며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 다.&lt;br&gt; 그럼 아기는 어디 있어? 결혼하면 엄마 아빠처럼 아기도 낳는 거잖아.&lt;br&gt; 재영이 동생 어디 있어? 덕분에 아란의 긴장이 덜어지긴 했지만 누나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 처남이 마음에 들지 않 는 제후였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목에 목도리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팔을 풀려는 찰나, 손님 방 문이 열리더 니 그녀의 부모님이 나왔다.&lt;br&gt; 아이를 어르고 있던 아란이 새어머니를 보고는 동생을 거실바닥에 내려놓았다.&lt;br&gt; 엄마한테 갈래, 재영아? 누나는 어디 가야 되거든.&lt;br&gt; 웅웅, 싫어.&lt;br&gt; 누나도 같이 집에 가.&lt;br&gt; 응? 재영아, 이리 온.&lt;br&gt; 저 낳아준 엄마가 부르는데도 재영은 누나에게만 매달려 징징거렸다.&lt;br&gt; 제후가 발을 공중으로 동동대는 아이를 떼어다 엄마에게 안겨주었다.&lt;br&gt; 고마워, 권 서방.&lt;br&gt; 그리고 너도 오랜만이구나.&lt;br&gt; 잘 지냈니? 새어머니의 마지못한 눈길이 아란에게 닿았다.&lt;br&gt; 염려했던 거와 달리 아란은 떨지도 않고 말 을 받았다.&lt;br&gt; 걱정해주신 덕분에요.&lt;br&gt; 아버지도 건강하시죠? 나야 늘 잘 있지.&lt;br&gt; 이 사람이 잘 http://5bada.com  챙겨주니까.&lt;br&gt; 아내의 어깨를 안으며 다정스레 대답하는 아란의 아버지를 보면서 제후는 역겨움마저 일었 다.&lt;br&gt; 당연히 그러시겠죠.&lt;br&gt; 힘들게 재혼하셨는데 오죽 하시겠어요? 삐딱한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.&lt;br&gt; 아란이 그러지 말라는 듯 제후의 팔을 잡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을 뿐 더러 제후도 그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.&lt;br&gt; 너무 사이가 좋아서 딸이 어떻게 사는지는 궁금하시지도 않나 봐요.&lt;br&gt; 저희 결혼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전화 한 통도 안 하시고 말입니다.&lt;br&gt; 저도 부러울 정도라니까요.&lt;br&gt; 농담 속에 드러나는 가시.&lt;br&gt; 은 사장 내외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흐려지는 것을 보며 권 회장 이 나섰다.&lt;br&gt; 제후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? 할아버진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히나 계세요, 소리가 이 사이에서 걸렸다가 목으로 넘어갔 다.&lt;br&gt; 제후는 조롱기를 입가에 걸었다.&lt;br&gt;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.&lt;br&gt; 하지만 없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뭘 잘못했는지 전 모르겠 는데요.&lt;br&gt; 제후야! 마침내 권 회장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제후가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오히 려 건방진 눈동자 속에 두 사람을 가두어 노려볼 뿐이었다.&lt;br&gt; 당신들도 깨달아야 돼.&lt;br&gt;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, 때늦은 사랑 놀음으로 무시당해 내쳐진 자식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당신들도 알아야 돼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그럼 천천히 놀다 가세요.&lt;br&gt; 저희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하거든요.&lt;br&gt; 얼굴 풀어.&lt;br&gt;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?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아란은 내내 불안한 얼굴이었다.&lt;br&gt; 너도, 지금 내가 너무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?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고?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해서 그래요.&lt;br&gt; 오빠도 괜히 저 때문에 은 아란.&lt;br&gt;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던 제후가 무서운 얼굴로 아란을 돌아보았다.&lt;br&gt; 말해두는 데 너하고는 상관없이 내가 한 말이야.&lt;br&gt;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대하는 그 분들 태도에 내가 기분이 나빠서 한 마디 한 거라고.&lt;br&gt; 알았어? 아란이 눈길을 돌리면서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기분 잡치게 그런 얼굴도 하지 말고.&lt;br&gt; 이래서야 둘이 여행 가는 기분도 안 나잖아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안 그럴게요.&lt;br&gt; 이러니 당하고만 살았지.&lt;br&gt; 제후는 침을 꿀꺽 삼키고 http://anythe.com/blog  화를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은 아란, 너 여기서 조금만 나빠지면 안 되겠냐? 까짓 망신 한 번 준 거 가지고 마음 쓰 지 마.&lt;br&gt; 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기나 할 거 같아? 사실은 아란이 입술을 오물거렸다.&lt;br&gt; 사실은 저도 속이 시원했어요.&lt;br&gt; 오빠가 그 말 안 했으면 내가 했을지도 몰라요.&lt;br&gt; 다만 오빠 가 할아버지 눈에 나는 건 아닐까, 사람들이 오빠 나쁘게 보면 어쩌나 그게 걱정됐어요.&lt;br&gt; 제후가 피식, 코웃음을 쳤다.&lt;br&gt;거기 온 손님 중에 나 그렇고 그런 놈인 거 모르는 사람 없 어.&lt;br&gt; 그래도 나 때문에 오빠 나쁘게 보이는 거 싫어요.&lt;br&gt; 정말로요.&lt;br&gt; 네 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기지 않는데 왜 네 눈엔 내가 안 보이는 걸까.&lt;br&gt; 제후는 속 이 쓰렸다.&lt;br&gt; 그만해라.&lt;br&gt; 빼도 박도 못할 말 가지고 가타부타 떠드는 거, 머리 아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3/tistory/2009/12/26/04/02/4b350c2e030b5 &gt;&lt;br&gt;&lt;br&gt; 제후는 몸을 의자에 묻으면서 눈을 감았다.&lt;br&gt; 그를 가만, 쳐다보는 아란의 시선과 이내 고개를 돌리는 나즈막한 한숨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했다.&lt;br&gt; 기대하게 만들지 마.&lt;br&gt; 네 착한 눈빛을 마주하는 게 얼마나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 알아? 사랑은 느낄수록 괴로웠다.&lt;br&gt; 낯설고 힘들었다.&lt;br&gt;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호텔에서 보낸 VIP 전용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들어갔다.&lt;br&gt; 우와~예쁘다!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객실에 짐을 풀자마자 아란은 곧장 발코니로 뛰어나갔다.&lt;br&gt; 그러더니 인어공주가 되어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할 것처럼 난간을 손으로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.&lt;br&gt; 여기 진짜 마음에 들어요.&lt;br&gt;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감사하는 말씀 꼭 드려야겠어요.&lt;br&gt; 할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입었던 답답한 정장 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제후는 대답했다.&lt;br&gt; 그러던지.&lt;br&gt; 직접 마중을 나온 지배인의 말에 따르면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방이라고 했다.&lt;br&gt; 이틀을 머무는 데 190만원이고 사흘에 26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형의 허니문 패키지용 객실이란다.&lt;br&gt; 얼른 옷 갈아입어.&lt;br&gt; 바다 보고 싶다며.&lt;br&gt; 조금만 더 보구요.&lt;br&gt; 제후가 니트 셔츠에 청바지로 갈아입을 동안까지 아란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 음속에 불쑥 짓궂은 장난기가 돌았다.&lt;br&gt; 아쉬워하며 허리를 바로세우는 아란의 등에 제후의 가슴이 닿았다.&lt;br&gt; 그만 보고 가자니까.&lt;br&gt; 제후는 두 팔로 각각 아란의 어깨와 허리를 둘러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.&lt;br&gt; 아니면,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그냥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까? 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싫다.&lt;br&gt; 넌 내가 마법을 풀어줄 때만 살아 숨을 쉬는 인형이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그그치만 아까 집에서두 거긴 거기고 호텔에서 하는 건 처음이잖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목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를 헤치면서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물었다.&lt;br&gt; 불그스 름한 입술자욱과 고른 치흔(齒痕)이 남았다.&lt;br&gt; 게다가 우린 부부고어디에서도 거리낄 게 없어야 한다고.&lt;br&gt; 아란의 귓불을 깨물며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허리를 안았던 손이 내려가 스커트를 밀어올리고 매 끈한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.&lt;br&gt; http://anisite.net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.&lt;br&gt; 자어떻게 할까? 밖으로 나가서 멍청한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줄까, 아니면 이 곳에 서 갑자기 돌아선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감으며 입술을 맞댔다.&lt;br&gt; 등 뒤로 파닥이며 스커트를 들추는 바람만큼이나 그녀의 행동은 대담했다.&lt;br&gt; 아란이 입술을 떼었다.&lt;br&gt; 원해요.&lt;br&gt; 해요.&lt;br&gt; 한 음절이 숨어 나왔지만 제후는 그 말이 허락의 뜻임을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요정들의 눈물처럼 수정이 되어 떨어질 듯 잔잔한 물기가 아란의 눈에 고인다.&lt;br&gt; 아란아 그의 뺨을 쓸어내리는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나 겁쟁이야.&lt;br&gt; 나 너 데리고 도망 온 거야.&lt;br&gt; 밑도 끝도 없이 퍼 올리는 말이었다.&lt;br&gt; 어둠에 깊이를 감춘 우물에서 처음 두레박으로 퍼 올 린 맑은 물이었다.&lt;br&gt; 사실은 내가 오빠.&lt;br&gt; 제후의 팔 안에서 아란의 허리가 휘어지며 다가갔다.&lt;br&gt; 코끝이 부딪치는 거리에서 아란은 제 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.&lt;br&gt; 그 말 꼭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면, 하고 나서 오빠 마음 상하게 할 말이라면 하지 마요.&lt;br&gt; 사람들 떠나서 둘이 있는 거잖아요.&lt;br&gt; 그러니 아무 생각 하지 마요.&lt;br&gt; 여행 왔으니까 좋은 기억만 만들어요.&lt;br&gt; 아무도 끼워주지 말고 그냥 우리 생각만 하면서 지내요, 네? 그녀가 말하는‘우리’는 특별하게 들린다.&lt;br&gt; 너는 너, 나는 나가 아닌 우리.&lt;br&gt; 그런데 그 우리 사이에 누가 끼어들면 어떻게 하지? 하나도 아닌 둘.&lt;br&gt; 너를 좋아하는 사람,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가 널 영원히 차지할 수 있는 걸 막아버리 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? 너 좋아하 바로 그 때 제후의 핸드폰이 주인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긴장이 푹 수그러드는 걸 느끼면서 아 란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고 거실로 들어갔다.&lt;br&gt; 여보세요? 제후, 네 이 녀석! 할아버지셨다.&lt;br&gt; 제후는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알았어요, 알았어.&lt;br&gt; 제가 잘못했어요.&lt;br&gt; 이제 됐죠?! 제후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.&lt;br&gt; 그리고 아예 핸드폰의 배터리를 뽑아 버렸다.&lt;br&gt; 오빠아란은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.&lt;br&gt;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래.&lt;br&gt; 돌아가면 틀림없이 배로 혼나겠지만 아무도 너한테 뭐라 안 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.&lt;br&gt; 아란이 고개를 저었다.&lt;br&gt; 부부는 일심동체랬어요.&lt;br&gt; 오빠가 잘못한 건 내가 잘못한 거고 난, 오빠가 할아버지한테 혼 나는 거 싫어요.&lt;br&gt; 그래? 제후는 웃는 듯 마는 듯 입가를 찡그렸다.&lt;br&gt;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에 대해 ‘우리’를 강조하는 아란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.&lt;br&gt; 나중에 할아버지가 부르시면 저도 데리고 가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줄게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줘? 어감이 재미있었다.&lt;br&gt; 마지못한 미소는 진심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.&lt;br&gt; 하긴.&lt;br&gt;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 예뻐하시니까 너 데리고 가면 야단은 덜 맞겠다.&lt;br&gt;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미소가 제후를 따라 아란의 얼굴에 고였다.&lt;br&gt; 그저 바 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웃고 있으면 온 세상이 빛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http://siiiso.com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.&lt;br&gt;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아냐? 그건 다 권 제후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야.&lt;br&gt;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먼 손가락으로 가리킨 그를 보고 승원과 미진이 했던 말이었다.&lt;br&gt; 무표정한 얼굴을 녹여보고자 웬만한 미모를 갖춘 여자들이 줄줄이 덤벼들었지만 마음을 얻고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했다.&lt;br&gt; 떠난 사람이 여자가 먼저든 권 제후가 먼저든 그가 미련을 갖고 찾는 경우도 없다 했다.&lt;br&gt; 포기해.&lt;br&gt; 저 선배 맘 좀 뺏어보겠다고 설치다가 바보 된 애들 하나둘인 줄 아냐? 친구들의 만류에도 변함없던 절실한 외바라기에 하늘도 감동하셨는지 인연이 맺어졌고 심지 어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게까지 되었다.&lt;br&gt;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제후는 아란의 몸만은 좋아했다.&lt;br&gt; 진짜 속을 내비치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녀가 없으면 가끔 서운해 한다고 느꼈다.&lt;br&gt; 그리고 그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.&lt;br&gt; 바라만 보고 말도 못 걸던 옛날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을, 아란은 보내고 있었다.&lt;br&gt; 하지만 헤어지면? 나한테 싫증을 내고 계약을 끝내자고 말하면? 가슴에 싸한 통증이 찾아왔다.&lt;br&gt; 아란은 작은 콧소리 섞인 한숨을 쉬며 제후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안겼다.&lt;br&gt; 그리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시원한 향수냄새와 체취를 숨 속으로 담아 넣었다.&lt;br&gt; 언젠가 그가 떠날 때 언젠가 혼자 남겨질 때,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며 견딜 수 있도록.&lt;br&gt; 제주도로 밀월여행을 다녀온 다음부터 제후는 강의라든가 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3/tistory/2009/12/26/04/01/4b350bf132285 &gt;&lt;br&gt;&lt;br&gt;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할 때를 빼 고는 아란을 옆에 붙이고 다녔다.&lt;br&gt; 결혼을 빨리 해서 못해봤던 평범한 데이트도 했다.&lt;br&gt; 강의가 비는 시간 틈틈이 전화를 하고 기다리고 만나고, 아란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녔다.&lt;br&gt; 같이 술 마실 시간도 없냐는 친구들의 비아냥거림도 권 제후, 사람 달라졌다고 신기한 눈으 로 쳐다보는 여자들의 시선도 상관없었다.&lt;br&gt; 그저 그만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.&lt;br&gt; 권 제후가 만든 시간 속에서 권 제후를 생각하는 것으 로 아란의 머릿속을 채워주고 싶었다.&lt;br&gt; 오빠, 이거 봐요! 아란이 갑자기 제후의 팔을 잡으며 멈춰 섰다.&lt;br&gt; 학교 앞 분식점에서 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소화 시킬 겸 아이쇼핑을 하다가 쇼윈도에 걸린 목걸이가 예쁘다고 들른 보석 전문점 안이었다.&lt;br&gt; 크리스탈로 만든 거래요.&lt;br&gt; 너무 예쁘죠? 아란이 가리킨 것은 손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큐피드 상이었다.&lt;br&gt; 앙증맞은 날개를 달고 하 트가 달린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.&lt;br&gt; 사줄까? 카운터에 있던 여직원 중 하나가 쪼르르 달려오는 걸 보며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정말요?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안 될 게 뭐야.&lt;br&gt; 너나 나나 어차피 돈만 남아도는 집 자식들이잖아.&lt;br&gt; 내가 맘만 먹으면 이 http://toos.me 보석가게 전부를 사다가 안겨줄 수도 있다고.&lt;br&gt; 거드름을 피우는 제후의 말투에 아란이 웃는다.&lt;br&gt; 소리 없는 웃음에 그녀의 양 볼에는 깜찍한 볼우물이 진다.&lt;br&gt; 두 개였으면 좋겠는데 손때가 묻을까 조각상 아래 빌로드 천이 깔린 상자를 통째로 들고 있던 아란이 중얼거렸다.&lt;br&gt; 응? 이거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요.&lt;br&gt; 오빠하고 나하고 하나씩 나눠 갖게.&lt;br&gt; 짝 있어요, 손님.&lt;br&gt; 보여드릴까요? 옆에 있던 직원이 카운터로 따라 오란다.&lt;br&gt; 마음만 먹으면 이 보석가게 전부를 사서 안겨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던 까닭에 그녀의 태도는 굉장히 친절했다.&lt;br&gt; 여직원이 뭐라고 얘기를 하자 남자직원이 금고를 열더니 비슷한 크기의 상자를 꺼내고 뚜껑 을 연다.&lt;br&gt; 하트에 화살이 꽂힌 모양의 조각이 누워 있었다.&lt;br&gt; 예쁘다! 아란의 감탄사에 제후가 어깨를 으쓱, 했다.&lt;br&gt; 직원들과 주인의 낯에 화색이 떠오르는 걸 보니 꽤 값이 나가는 모양이었다.&lt;br&gt; 두 분 사귀는 사이세요? 귀족적인 고상함에 적당한 반항기가 돋보이는 근사한 외모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 였다.&lt;br&gt; 여자의 예쁘다는 말 한 마디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꺼내고 카드를 긁는, 성격 화끈한 남자 의 뒷모습을 보던 여직원 하나가 상자 두 개를 포장하며 말을 붙인다.&lt;br&gt; 남자친구가 아가씨한테 푹 빠져 있는 것 같던데 그래요? 아란은 가게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 제후를 창 너머로 쳐다보며 대답했다.&lt;br&gt; 가능성은 없었지만 듣기는 좋았다.&lt;br&gt; 이왕이면 커플링도 하지 그래요? 혼자 덜렁하니 우정 반지 같은 거 끼지 말고, 사귄지 오 래 된 사이면 웃고 있던 아란의 얼굴이 굳어버렸다.&lt;br&gt; 즐거워서 까닥거리던 손가락의 움직임도 투명한 유리 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저희, 부분데요.&lt;br&gt; 부부요? 그치만 남자 분은 반지를 끼고 있지 않던 손님의 달라진 표정을 보고 여직원은 입을 다물었지만 말은 뱉어진 다음이었다.&lt;br&gt;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비참함이었지만 아란은 막 포장이 끝난 상자를 들고 훌쩍 밖으로 나와 버렸다.&lt;br&gt; 더 듣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모르는 사람에게 계약에 묶인 부부라서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형식상의 관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약속.&lt;br&gt; 아란아! 담배를 태우며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던 제후는 그가 기다리는 것조차 잊은 듯 앞 을 지나쳐 황망히 걸음을 옮기는 아란을 보고 대충 통화를 마무리 하고 그녀에게 뛰어갔다.&lt;br&gt; 어디 가.&lt;br&gt; 오늘 할아버지 만나러 가기로 아란의 팔을 잡아 돌려세운 제후는 뜻밖에도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과 http://kccc.me/naver/4290.php 맞닥뜨린 순간 말 을 끝맺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.&lt;br&gt; 원망, 분노 하여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이었다.&lt;br&gt; 낼까요? 목이 메는 음성으로 아란은 제후를 쳐다봤다.&lt;br&gt; 그냥 우리 여기서 끝낼까요? 뭐? 할아버지 앞에서 오빠가 사 준 선물이라고 좋아하며 자랑하는 아란의 얼굴을 볼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제후의 낯이 구겨졌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라면 그냥 여기서 끝내자고요!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을 시간도 달래줄 틈도 없었다.&lt;br&gt; 하얀 얼굴 가득 눈물을 터트린 아란 은 그대로 뒤돌아서 뛰어가 버렸다.&lt;br&gt;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.&lt;br&gt; 아란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그만큼 당황스러웠다.&lt;br&gt; 바닥 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 올리며 제후는 아득한 불안함으로 심장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.&lt;br&gt; 죄죄송합니다, 손님.&lt;br&gt; 아까의 여직원이 옆에 서 있었다.&lt;br&gt; 제가 실수를 했어요.&lt;br&gt; 두 분이 결혼하신 줄도 모르고 그만 커플링이나 하는 게 어떻겠냐 고 커플링? 제후는 무심결에 왼손 약지를 내려다보았다.&lt;br&gt; 아란과는 달리 어떤 구속도 허용치 않을 것처 럼,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텅 비어 있는 그의 손가락을.&lt;br&gt; 직원이 알고 말했던 것도 아니고 제후의 고의도 아니었지만 비싼 선물을 덥석 안겨주고는 아란의 마음을 깔아뭉갠 꼴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진작에 끼고 다녔어야 했는데 쑥스러움에 미뤄두었던 일이 치부를 드러내 그녀가 망신을 당 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뭐야?! 당신 눈에는 그 비싼 반지가 고작 우정 반지로 보였단 말야? 죄죄송합니다.&lt;br&gt; 정말 죄송합니다.&lt;br&gt; 어떻게 보상을 해야 이 여자에겐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후는 화가 났다.&lt;br&gt; 아니 그보다, 바람이 팽팽했던 풍선이 터져버린 것 같은 아란의 눈동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.&lt;br&gt; 화를 냈다는 건 그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뜻인데 말이다.&lt;br&gt; 나한테 기대를 해? 그 남자가 아닌 나한테? 본가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었다.&lt;br&gt; 할아버지가 생신 때의 일에 대해 뭐라고 꾸중을 하셨는지 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제후는 집에 가면 아란의 화를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가만 고민하고 있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5/tistory/2009/12/26/04/29/4b3512a023217 &gt;&lt;br&gt;&lt;br&gt; 여자의 눈치를 보는 일이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라면 용기를 낼 수도 있는 제후였다.&lt;br&gt; 불안하진 않았다.&lt;br&gt; 어느 덧 심장을 내 준 사람이기에 그리고 문득 문득 기대를 갖게 만드는 아란의 행동에 대한 설레임이 가슴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.&lt;br&gt; 상한 속을 달래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라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건 아닌가 했지만 옥외 주차장에서 떨리는 맘으로 올려다 본 그들의 보금자리에는 불이 커져 있었다.&lt;br&gt; 저녁나절, 그렇게 아란과 헤어지고 내내 구겨져 있던 제후의 얼굴이 반가움으로 펴졌다.&lt;br&gt; 엘 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고작 3층 내려오는 http://kccc.me/naver/145.html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.&lt;br&gt; 가쁜 호흡에 들먹이는 심장을 억누르며 벨을 누르려는 찰나 문이 먼저 열렸다.&lt;br&gt; 왔어요? 어응.&lt;br&gt; 아까 그러고 간 게 미안해선지 아란은 어색한 음성으로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래도 죄책감이 드는 건 아란이 아니라 제후 쪽이었다.&lt;br&gt; 집에는 언제 왔어? 온 지 한 시간쯤 됐어요.&lt;br&gt;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아란의 어깨에서 바람이 인다.&lt;br&gt; 그 모습을 보자 잠시나마 가졌던 제 후의 설레임은 구석으로 밀려난다.&lt;br&gt; 아까 그 말 왜 한 거야? 내던지는 말이 퉁명스러웠다.&lt;br&gt; 아란이 침실로 향하던 걸음을 멈춘다.&lt;br&gt; 말해두겠지만 우리 결혼 오빠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죠.&lt;br&gt; 아란이 말을 가로채며 뒤돌아섰다.&lt;br&gt; 내가 아쉬워서 매달린 결혼이니까 혼자였던 생활로 돌아간다고 해도 오빠는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거죠?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? ! 내 마음 같은 거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거죠? 내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받아들였는지 오빠한테는 아무 상관없는 거죠? 굵은 눈물방울이 아롱져 바닥으로 떨어진다.&lt;br&gt; 제후는 울컥하는 마음에 아란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.&lt;br&gt; 그러는 넌! 너만 아픈 게 아니란 말이다.&lt;br&gt;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로 두고 사는 나는 편한 줄 알아? 멀쩡한 줄 알아? 넌 뭘 그렇게 잘했는데? 날 다그칠 만큼 순결한 요조숙녀에 조강지처야? 겉으로는 나밖 에 모르는 여자처럼 하고 다녀도 막상 뒤로는 여우짓하고 다니는 지 어떻게 알아? 아니에요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 오빠밖에 없어요.&lt;br&gt; 왜 몰라요 꼭 말로만 해야 되는 거에요? 마음으로 날 봐줄 수는 없는 거에요?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악에 받친 한 마디가 아란의 입을 뚫고 터져 나왔다.&lt;br&gt;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 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제후의 눈빛이 주춤했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손을 뿌리쳤다.&lt;br&gt;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축하한다는 말 듣고 싶었어요.&lt;br&gt;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더 이상 비참해질래야 비참해질 수도 없었다.&lt;br&gt; 손으로 가리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 큼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 걸 느끼며 아란이 뛰쳐나간다.&lt;br&gt; 멍하니 서 있던 제후가 탕! 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.&lt;br&gt; 아아란아! 제후는 신발도 신지 않고 따라 나갔지만 아란은 보이지 않았다.&lt;br&gt; 두리번거리며 황급한 심정 으로 그녀를 찾는 그의 귀에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꺄아악! 사람이 다쳤어요, 누가 좀 도와줘요! 설마 하는 불안감에 심장이 내려앉으면서 소름이 돋았다.&lt;br&gt;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 서 제후는 여자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.&lt;br&gt; 계단이 있는 곳이었다.&lt;br&gt; 사람들이 그리로 모여들었다.&lt;br&gt; 이름도 모르는 이웃들을 헤치고 들어간 제후의 눈이 커졌다.&lt;br&gt; 아란아! 계단 아래,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분명 아란이었다.&lt;br&gt; 벗겨진 한 짝의 신 발이 계단 중간에 걸쳐져 있었다.&lt;br&gt; 아란아, 제발! 넋 나간 표정으로 아란을 안아든 제후가 창백해진 그녀의 뺨을 두드리다 말고 웅성대며 모 여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.&lt;br&gt; 뭣들 하는 거에요! 사람이 다쳤는데! 구급차, 누구 구급차 좀 불러줘요!! 가벼운 뇌진탕이라면서! 그거 말고는 다친 데도 없다면서 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? 방안이 다 쩌렁쩌렁 울렸다.&lt;br&gt; 의사 생활 25년에 http://ccc1.me/naver/3213.php 이렇게 막 되먹고 시끄러운 보호자는 처음 보겠다고 생각하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을 꺼냈다.&lt;br&gt; 자자, 일단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으십시오.&lt;br&gt; 그래야 저도 무슨 말씀을 드리던지 할 것 아 닙니까? 뒤에 서 있던 권 회장이 제후의 어깨를 두드렸다.&lt;br&gt; 노인의 자애로운 눈빛이 거친 감정에 휩 싸인 손자의 마음을 다독였다.&lt;br&gt;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환자분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.&lt;br&gt; 약간의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 은 것 외에는 이봐, 의사 선생!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? 뭔가 새로운 걸 얘기해 보라고! 나는 왜 아란이 가 깨어나지 못하는지에 묻고 있잖아! 제후야! 할아버지의 엄한 목소리에 제후는 억지로 숨을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문제는 환자분이 거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.&lt;br&gt; 무의식중에 깨어나는 걸 거부하는 것 같습 니다.&lt;br&gt; 뭔가 두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.&lt;br&gt; 그럼 어떻게 해야 지금으로썬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.&lt;br&gt; 어떤 확약도 드릴 수가 의사가 말끝을 줄였다.&lt;br&gt; 제후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.&lt;br&gt; 구급대에 실려 온지 벌써 사흘 밤낮을 넘겼는데 아란은 죽은 듯이 잠만 잘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.&lt;br&gt; 죽은 듯이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 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 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무너졌다.&lt;br&gt; 이대로 영원한 잠에 들어 깨어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, 다시는 아란의 맑은 웃음을 볼 수 없 는 건 아닌가 방정맞은 생각들이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머릿속을 오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지친 발을 끌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깊은 잠에 든 아란의 얼굴은 평온해보였지만 그와 함께 하는 일상이 두려워 일어나지 못한 다는 말에 제후의 가슴은 핏빛 멍울이 지고 몇 톤짜리 돌을 얹은 것 마냥 무거웠다.&lt;br&gt; 다가가 의자를 끌어다놓고 앉았다.&lt;br&gt;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대고 눈을 감았 다.&lt;br&gt; 눈물 한 줄기가 제후의 뺨을 타고 흘렀다.&lt;br&gt; 아직은 아직은 아니잖아.&lt;br&gt; 나한테 실망하고 화나더라도 내가 철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참아주라.&lt;br&gt; 부부란 원래 그런 거 잖아.&lt;br&gt; 나란 놈한테 실망해서 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널 채웠다고 해도 이런 모습이 마지막이면 안 되는 거잖아.&lt;br&gt; 아란아 내 목소리 들리면 좀 일어나봐.&lt;br&gt; 내 마음 알기 http://shemijin.com 전까지는 멀리 가지마.&lt;br&gt; 나 놔두고 혼자 먼 데로 떠나지마.&lt;br&gt; 다시 그녀 없는 시간이 흘렀다.&lt;br&gt; 네 번의 낮과 밤이 일상을 만들며 지나갔다.&lt;br&gt; 학교에는 가야 된다는 할아버지의 엄명에 따르 긴 했지만 제후는 아란의 간호를 맡은 사람이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 이었다.&lt;br&gt; 강의가 끝나면 끼니를 챙길 틈도 없 이 달려오곤 했다.&lt;br&gt; 제 에미 애비가 죽은 후로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중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권 회장은 손 자며느리가 걱정되면서도 아란에게 몰두하는 제후의 모습을 다행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았다.&lt;br&gt; 제후는 남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생일에 아란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모르는 척 했던 것도 손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였다.&lt;br&gt; 아란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쉴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마음이 안식처를 찾았다는 걸 말이다.&lt;br&gt; 이제 미움 받는 역할은 그만해도 될 것 같군.&lt;br&gt; 그동안 수고했네.&lt;br&gt; 어느 날 새벽인가 아란을 간호하다 곁에 엎드려 잠이 든 제후를 보며 권 회장은 병실을 나 와 밖에서 문병 차, 들렀던 공범에게 말했다.&lt;br&gt; 그 녀석이 미처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처음부터 좋아했을 걸요.&lt;br&gt; 민준이 미소로 답했다.&lt;br&gt; 그런데 언제쯤 말해주는 게 좋을까요? 이번 일도 있고 두 사람 다, 슬슬 진실을 알 때도 된 것 같은데.&lt;br&gt; 내버려 두게.&lt;br&gt;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제 3자보다 서로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제일 행복할 테니까.&lt;br&gt; 제후가 마음을 숨기는 바보짓만 하지 않는다면요.&lt;br&gt; 그 때 낮은 굽의 샌들을 신고 복도를 뛰어오는 간호사 한 명이 있었다.&lt;br&gt; 그녀는 권 회장에게 다다르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.&lt;br&gt; 은 아란씨 보호자 되시죠? 빨리 병실에 좀 와주셔야겠어요.&lt;br&gt; 우리 아이가 깨어났습니까? 그게 아니고 병실로 환자분의 아버지라는 분이 찾아오셨는데 손자 분이 막 더 듣지 않아도 상황을 짐작하는 권 회장이었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알고 있는 이상은 그랬다.&lt;br&gt; 어둠에 묻힌 복도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병실이 http://pon10.com 있었다.&lt;br&gt; 활짝 열린 문으로 넓은 용적의 빛이 바닥을 비추고 거기선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가! 여기서 사라지라고! 당신이 무슨 아버지라고 딸이 다쳐서 입원해 있는데도 일주일 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당신이 무슨 아버지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4.tistory.com/image/12/tistory/2009/12/26/02/46/4b34fa6b79bef &gt;&lt;br&gt;&lt;br&gt; 의사가 뭐라고 한 줄 알아? 잘못하면 평생 저러고 있을 수도 있대.&lt;br&gt; 부모라는 사람들이 결 혼이란 명목으로 팔아넘긴 딸이 영원히 잠들어서 죽을 때까지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대! 그거 알기나 해? 깨어나면 두려 운 일이 기다리는 것처럼 깨어나는 걸 거부하고 있대.&lt;br&gt; 이보게 권 서방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란의 아버지가 사위에게 낯을 보이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후 가 말을 가로챘다.&lt;br&gt; 당신과, 당신의 새 아내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짐이었는지 몰라도 아란이 이제 나한테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야.&lt;br&gt; 누구한테도 상처받지 못하게 내가 지킬 거고 아무도 이 아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일 있으 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그러니 가.&lt;br&gt; 여기서 사라지고 다시는 오지 마! 절규.&lt;br&gt; 그리고 차마 말해주지 못한 사랑.&lt;br&gt; 우리 누나 아파?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문틈으로 제후와 은 사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권 회장과 민준의 귀에 아이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누나 이제 못 일어나? 재영이었다.&lt;br&gt; 엄마보다 배다른 누나를 더 따르던 그녀의 동생이었다.&lt;br&gt; 아저씨 우리 누나 죽었어?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재영이 제후의 바지를 잡고 흔들었다.&lt;br&gt; 재수 없는 소리 집어 쳐! 죽긴 누가 죽었다고 그래! 아이의, 아란을 빼닮은 눈동자에 다시금 죄책감이 스며들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이가 놀랄 수 있다 는 것도 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.&lt;br&gt; 방금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끅끅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재영은 누나의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.&lt;br&gt; 부벼대는 눈이 붉었다.&lt;br&gt; 제 후는 한숨을 쉬며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었다.&lt;br&gt; 미안하다, 꼬마야.&lt;br&gt; 아저씨가 잘못했어.&lt;br&gt; 누나 안 죽어.&lt;br&gt; 그냥 자고 있는 거잖아.&lt;br&gt; 일어날 거야.&lt;br&gt; 꼭 일어나서 널 안아줄 거야.&lt;br&gt; 누나에게 http://5bada.com 그랬던 것처럼 재영은 제후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.&lt;br&gt; 아이들 특유의 달콤한 체취가 한가득 안겨왔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안듯이 아이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달랬다.&lt;br&gt; 아무 일 없을 거야정말로.&lt;br&gt; 목이 메어왔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민준이, 그리고 할아버지가 문간에 서 있었다.&lt;br&gt; 본의 아니게 엿들은 꼴이 되어 버렸구나, 미안하다.&lt;br&gt; 언제 오셨어요? 그리고 민준이 너는? 제후는 재영을 안은 채로 일어났다.&lt;br&gt; 아란이 문병 왔다가 할아버지를 만나서 담배 한 대 태우고 들어오는 길이야.&lt;br&gt; 괜찮아? 네 녀석 온 건 하나도 안 반가워.&lt;br&gt; 민준이 피식 웃으며 사돈과 함께 나가는 권 회장을 쳐다봤다.&lt;br&gt; 은 사장의 무거운 걸음새를 보아하니 긴 얘기가 될 것 같았다.&lt;br&gt; 곧 반가워하게 될 걸.&lt;br&gt; 너, 나하고 잠깐 얘기 좀 하자.&lt;br&gt; 아란이 걱정되면 여기서 해도 좋 고.&lt;br&gt; 옆 침대에 재영을 재워놓고 있을 때 캔 커피 두 개를 든 민준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너 어제도 밤샜다면서 몸은 괜찮은 거냐? 중간 중간 자니까 견딜 만 해.&lt;br&gt; 달고 시원한 냉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잠이 깨는 듯 했다.&lt;br&gt; 아란이 좋아하지? 캔을 들어올리던 제후의 손이 공중에서 우뚝 멈췄다.&lt;br&gt; 내 말이 맞냐?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가 제후의 입가를 맴돌았다.&lt;br&gt; 민준이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뭐 너 하는 짓 봐선 묻지 않아도 당연한 얘기다만 그냥 확인해 본 거다.&lt;br&gt; 그 때 내가 아 란이 좋아한다고 했던 거 기억 나냐? 그래서.&lt;br&gt;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?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냐? !! 경악의 표정이 제후의 얼굴에 떠올랐다.&lt;br&gt; 민준이 바닥에 깔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캔을 살살 흔들었다.&lt;br&gt; 그래, 맞아.&lt;br&gt; 나 너한테 거짓말 했다.&lt;br&gt; 난 너 만큼이나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친 구의 여자를 노릴 정도로 비열한 놈은 아니야.&lt;br&gt; 그런데 왜 나한테 부탁한 사람이 있었어.&lt;br&gt; 네가 행복해지기를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이.&lt;br&gt; 할아버지가? 민준은 제후의 생각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.&lt;br&gt; 내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어땠을 거 같냐? 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 서투르잖아.&lt;br&gt; 할아버 지는 진실을 깨닫도록 너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거야.&lt;br&gt; 지기 싫어하는 네 성격에 누가 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가만히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싫어도 http://anythe.com/blog 지키려고 노력할 테니까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신 거지.&lt;br&gt; 결 국 할아버지의 판단은 옳았고 지금 넌 여기 이 자리에 있잖아.&lt;br&gt; 아란이도 이 사실 알아? 몰라.&lt;br&gt; 아마 내가 자기한테 접근한 게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걸.&lt;br&gt; 그 녀석, 너도 알겠 지만 사람을 너무 잘 믿어.&lt;br&gt;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도 안 하고 덥석 믿어버려.&lt;br&gt; 제후는 허무함에 웃음이 나왔다.&lt;br&gt; 그 동안의 고민이 다 쓸데없는 거였다니.&lt;br&gt; 말이나 들어보자.&lt;br&gt; 너 아란이 찾아가서 뭐라고 했냐? 어느 덧 경계심을 풀은 눈동자였다.&lt;br&gt; 민준이 싱긋 웃었다.&lt;br&gt;궁금하냐? 그걸 말이라고 해? 할아버지랑 짜고 나 속인 건 괘씸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용서해준 다.&lt;br&gt; 음처음엔 반지 얘기 하면서 속을 찔러봤고 두 번째는 너희들이 계약 결혼 한 거 알고 있다고 했고, 세 번째는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지.&lt;br&gt; 그랬더니 뭐래? 선배가 뭘 원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을 거에요, 그러더라.&lt;br&gt; 아마도 내가 자기한테 구애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나봐.&lt;br&gt; 순진한 녀석.&lt;br&gt; 진심하고 장난도 구분 못하는 바보.&lt;br&gt; 가까이 있으면서도 참 어려운 사랑을 하는 커플이었다.&lt;br&gt; 자식이, 그러는 저는 바보짓 안 한 줄 아나.&lt;br&gt; 민준은 아직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생 각하는 어리석은 친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.&lt;br&gt; 너도 속아 넘어갔으면서 뭘 그래.&lt;br&gt; 나한테 주먹질까지 하고.&lt;br&gt; 한 민준 연기력이 좋았던 거지.&lt;br&gt; 정작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지만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비단 아란의 입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에서라도 그녀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고도 멀쩡할 자신이 없었다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왜.&lt;br&gt; 나 힘들다.&lt;br&gt;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데 그 아이가 원하면 보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놔 줄 수가 없어.&lt;br&gt; 욕심 부리면 정말 아란이가 달아날지 모르는데 원래 사람 좋아하는 건 다 그런 거야.&lt;br&gt; 민준은 제후의 어깨를 툭툭 쳤다.&lt;br&gt; 그리고 너처럼 지극정성인 남자 놔두고 어딜 가겠냐? http://anisite.net 도망가더라도 일주일 동안 잠 못 자 고 밥 못 먹어가며 고생한 네 은공은 갚고 가라고 그래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웃으라고 한 말이었는데 친구를 부르는 한숨이 깊었다.&lt;br&gt; 그런 만큼 그의 사랑도 깊었다.&lt;br&gt; 아란이 쓰러졌던 날, 나한테 처음 화를 내더라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 나 하냐고,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막 울어 버리더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18/tistory/2009/12/26/02/49/4b34fb0e772f5 &gt;&lt;br&gt;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아무 에게도 축하받은 적 없다던 생일날에 날 만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에 단 한 사람 오빠한테만은 축하받고 싶었다고 그러더 라.&lt;br&gt; .&lt;br&gt; 사랑이 없어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난 항상 그 앨 다치게만 만들더라.&lt;br&gt; 나중에 보니 까 내가 그 앨 내쫓아버렸더라.&lt;br&gt; 제후야 아, 맞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면 늦기 전에 끝내자고 아란이가 그러더라.&lt;br&gt; 한 민준, 너 어떻게 생각해? 나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? 걸리는 게 많군.&lt;br&gt; 민준은 한 조각 희망도 남지 않은 얼굴로 넋두리를 하는 친구가 가여웠다.&lt;br&gt; 그리고 그의 이런 사랑을 모른 채 마음을 가두고 잠이 들어있는 아란에게 화가 나려고 했다.&lt;br&gt; 아란이 보내고 너 혼자 살 자신 있어? 자신이야 있지.&lt;br&gt; 미쳐버릴 자신.&lt;br&gt; 죽어도 돌아볼 사람 없으니 원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 자 신.&lt;br&gt; 그럼 보내지마.&lt;br&gt;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다 꼭 붙들어 두고 살아.&lt;br&gt; 내가 너 사랑하니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곁에만 있어달라고 졸라.&lt;br&gt; 은 아란은 착하니까 소원을 들어줄 거야.&lt;br&gt; 억지 부려서 더 정 떨어진다고 하면? 이런 겁쟁이! 권 제후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? 그럴 일 없을 거야.&lt;br&gt; 내가 장담해.&lt;br&gt; 민준은 제후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웃어주었다.&lt;br&gt; 제후를 향한 아란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친구는 확실히 달라졌다.&lt;br&gt; 조각 같은 외모와 냉담한 분위기로 여자들을 녹이던 권 제후 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.&lt;br&gt; 사랑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겁을 내고 두려워하고, 고 민을 했다.&lt;br&gt; 만약 아란이 끼고 다니던 순결반지의 주인공이 바로 자기라는 걸 알게 되면 제후가 뭐라고 그럴까 문득 궁금해지는 민준이었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병원 로비.&lt;br&gt; 그를 배웅하러 나온 친구에게 민준은 마지막 충고를 했다.&lt;br&gt;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아란이네 아버지한테 심하게 굴지 마라.&lt;br&gt; 판단은 네가 아니라 아란 이의 몫으로 남겨둬야지.&lt;br&gt; 아무리 그래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분 아니냐.&lt;br&gt; 알았어.&lt;br&gt; 아란이 일어나면 그동안 장난쳐서 미안했다고 대신 사과도 건네주고.&lt;br&gt; 알았다니까.&lt;br&gt; 택시를 부른 민준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든다.&lt;br&gt;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 제후는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아직도 깊은 잠에 들어 있는 아란을 보았지만 이제는 기다림마저 달가웠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의식을 잃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잠이 들어 있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보며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키스를 하면 일어나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마저 들었다.&lt;br&gt; http://siiiso.com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깨어 있을 때처럼 여전히 보드랍고 향기가 난다.&lt;br&gt; !! 세 번째 키스를 하고 제후가 얼굴을 들려했을 때 목에 둘려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늘고 미약 한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졌다.&lt;br&gt; 설마, 설마!!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기대감에 제후는 감았던 눈을 떴다.&lt;br&gt;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아란의 눈 동자가 무려 8일 만에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너너 말이 나오질 않았다.&lt;br&gt; 한없이 기쁜 순간에 너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.&lt;br&gt; 응, 나 일어났어요.&lt;br&gt; 나 진짜 많이 잤죠? 젠장!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에 왈칵, 목이 메어 오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은 제후의 몸을 가만히 밀면서 일어났다.&lt;br&gt; 제후가 얼른 아란의 어깨를 잡아 부축해주었다.&lt;br&gt; 그래, 이 잠꾸러기야.&lt;br&gt; 무슨 잠을 8일씩이나 자냐?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겨주다가 제후는 부서질 것 같은 아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.&lt;br&gt; 며 칠 사이 수척해진 몸에, 줄무늬 환자복 속으로 느껴지는 헐거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빨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누가 발을 잡고 안 나줬어요.&lt;br&gt; 눈을 뜨고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반겨줄 사람 아무도 없다고 그냥 여기서 살라고 그랬어요.&lt;br&gt; 까만 옷에 얼굴도 없는 무서운 사람이 자꾸 날 붙잡았어요.&lt;br&gt; 무서웠어? 아란은 대답을 하지 않고 손깍지를 끼어 제후의 등을 안았다.&lt;br&gt; 그의 어깨 언저리가 천천히 젖어왔다.&lt;br&gt; 그녀의 몸이 흐느낌으로 떨리고 있었다.&lt;br&gt; 미안해 입술을 깨물었다.&lt;br&gt; 가까스로 참아내는 그녀의 눈물은 고통이 되어 제후의 심장으로 배겨왔다.&lt;br&gt; 다시는 너 혼자 무서운 꿈에 남겨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.&lt;br&gt; 일본성인영화무료보기 우린 항상 같이 있을 거야.&lt;br&gt; 언제든 널 지켜줄 거야.&lt;br&gt;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그리고 나도, 널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아란의 감은 눈꺼풀에 입을 맞추며 제후는 말했다.&lt;br&gt; 창 밖으로 먼동이 트고 있었다.&lt;br&gt;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 날과 하늘을 두고 제후는 그렇게 가 슴을 저리며 찾아온 첫사랑을 고백했다.&lt;br&gt; 아빠가 새엄마랑 헤어지기로 했대요.&lt;br&gt; 은 사장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아란이 저녁때를 훌쩍 넘겨 들어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아빠 없는 동안에 나한테 함부로 한 거 전주댁 아줌마한테 들었나 봐요.&lt;br&gt; 그동안 아빠 노 릇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그랬어요.&lt;br&gt; 전주댁 아줌마는 아란이 여섯 살 때부터 은 사장네 살림을 봐줬던 사람이었다.&lt;br&gt; 엄마가 돌아 가시고 나서 유일하게 정을 붙인 사람이라고, 새 엄마가 들어와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면서는 더욱 의지를 했던 사람이라 고 아란은 얘기하곤 했었다.&lt;br&gt; 재영이는? 엄마가 데려가서 키운다고 하셨는데 확실한 건 모르겠어요.&lt;br&gt; 원래 재영이가 새 엄마보단 나하고 아빠를 잘 따랐거든요.&lt;br&gt; 제후는 알 만 하다는 듯 말했다.&lt;br&gt; 치장하고 가꾸느라 아이 돌 볼 틈도 없었나보지.&lt;br&gt; 아마도요.&lt;br&gt; 아란의 얼굴에서 긍정의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.&lt;br&gt; 그래도 http://toos.me 새 엄마가 계서서 아빠가 행복하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왠지 아빠가 이혼 을 결정하신 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죄송스러워요.&lt;br&gt; 난 아무래도 좋다는 사고방식은 버려.&lt;br&gt; 남을 위해서 희생할 생각만 하지 말고 좀 이기적으 로 굴어봐.&lt;br&gt; 아란이 넌 행복할 자격 충분히 있어.&lt;br&gt; 제후는 마주 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.&lt;br&gt; 아, 그리고 나 커피 마실 건데 생각 있으면 같이 마시자.&lt;br&gt;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구수한 커피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.&lt;br&gt; 휘파람을 불면서 주방으 로 들어가는 제후를 보며 아란은 혼자 웃었다.&lt;br&gt;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제후는 줄곧 다정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.&lt;br&gt; 처음엔 보상 심리 때문인 가 의심도 해보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의 다정함은 변함이 없었고 스스럼없는 장난기와 짓궂은 행동은 그들이 보통의 신혼부부 처럼 살고 있다고 아란이 생각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계약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랑해서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다.&lt;br&gt; 알았지? 끝내자는 말 절대로 하지 마.&lt;br&gt; 이제 겨우 두 달 좀 넘게 살아보고 맞는다느니 안 맞는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자.&lt;br&gt; 퇴원 기념으로 찾은 레스토랑에서 제후는 그런 말을 했다.&lt;br&gt; 손을 끌어다 잡으며 조심스레 말 을 내는 그의 눈을 보면서 아란은, 제후와의 관계에 좋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고 머잖아 그의 마음이 진 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.&lt;br&gt; 제후를 믿게 되었다.&lt;br&gt; 요즘만 같으면 세상에 무엇도 바랄 것 없는 사람처럼 아란은 행복했다.&lt;br&gt; 거기에 욕심 부려 한 가지 소원을 빈다면 그도 그녀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.&lt;br&gt; 그녀 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고 싶었다.&lt;br&gt; 커피 향 좋지? 좋아요.&lt;br&gt;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아란이 한모금의 향을 들이마셨다.&lt;br&gt; 정말이지 저 웃는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까봐 애태웠던 걸 생각하면 그녀가 얄밉기까지 한 제후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25/tistory/2009/12/26/03/49/4b350941ba48a &gt;&lt;br&gt;&lt;br&gt; 잔잔히 부딪치는 시선에 아란이 뺨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.&lt;br&gt; 근데 왜 그렇게 쳐다봐요? 예뻐서.&lt;br&gt; 제후는 턱을 괴고 키득 웃었다.&lt;br&gt; 장난치지 마요.&lt;br&gt; 장난 아닌데.&lt;br&gt; 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 거야.&lt;br&gt; 한층 노골적인 시선에 부끄러움이 또르르 몰렸다.&lt;br&gt; 아란은 잔을 손으로 감싸고 살그머니 제 후의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.&lt;br&gt; 왜 모르고 살았을까.&lt;br&gt; 너처럼 귀엽고 착한 아이 옆에다 두고도 왜 모르고 지냈을까.&lt;br&gt; 커피를 다 마신 아란이 잔을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받침대에 얹고는 허둥지둥 주방을 나간 다.&lt;br&gt; 뒷모습을 쫓던 제후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따랐다.&lt;br&gt; 그리고 아란의 팔을 잡아 침실로 들어간 다음 문을 잠갔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보상 받고 싶다.&lt;br&gt; 너 없이 혼자 보냈던 것만큼 우리의 시간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고 싶다.&lt;br&gt; 오늘 http://kccc.me/naver/4290.php 너 안아도 돼? 그그치만 거절해도 소용없어.&lt;br&gt; 보름동안 참아줬으니까 오늘은 내 맘대로 할 거야.&lt;br&gt; 물러서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안으면서 제후는 아란의 몸을 침대에 밀치듯 쓰러트렸다.&lt;br&gt; 성 급한 손길을 따라 드러나는 여자의 몸에 호흡이 가빠왔다.&lt;br&gt; 건강이 나빠졌다고 며칠 햇빛 구경을 안 시킨 탓인지 피부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.&lt;br&gt; 이 아 름다운 몸을 옷으로 가리면 오히려 죄가 될 것처럼 보였다.&lt;br&gt; 내일 토요일이지? .&lt;br&gt; 그럼 우리 밤새도록 여기서 놀자.&lt;br&gt; 전화와도 받지 말고 누가 벨 눌러도 열어주지 말고 내 일 아침까지 놀다가 자자.&lt;br&gt; 몰라요.&lt;br&gt; 싫어요가 아니라 몰라요다.&lt;br&gt; 늘 처음 만난 남자에게 몸을 열어주는 것처럼 아란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.&lt;br&gt;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잘 하면서 그에게만 그런다.&lt;br&gt; 그런 아란의 행동이 제후에게는 &lt;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사람&gt;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 졌다.&lt;br&gt; 그리고 매번 처녀를 방문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선사했다.&lt;br&gt; 싫으면 지금 말하던가.&lt;br&gt; 아란이 시트를 끌어올려 가슴을 가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싫어도 오빠 맘대로 한다면서요.&lt;br&gt; 후후, 이제 보니 삐지기도 하잖아? 제후는 아란의 화내는 모습이 신기했다.&lt;br&gt; 언제나 그 앞에선 쥐 죽은 듯 꼬리를 내리고 하라 는 대로 따라주던 그녀가 처음으로 반항이라는 걸 했다.&lt;br&gt; 은 아란.&lt;br&gt; 야릇한 붉은 빛이 아란의 얼굴에 떠돌았다.&lt;br&gt; 지금 당장 아란의 몸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고 싶은 걸 참으면서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내가 어떤 여자 좋아하는지 말해줄까? 어떤 여자좋아하는데요? 그녀가 순진하게 되묻는다.&lt;br&gt; 역으로, 아란의 몸을 아래에 두고 있는 제후의 얼굴은 짓궂은 헌 터의 표정이 된다.&lt;br&gt; 오늘 밤 넌 죽었어, 라는 뜻이다.&lt;br&gt; 나한테 저항하는 여자.&lt;br&gt; 좋으면서도 싫다고 말해서 날 더 부추기는 여자.&lt;br&gt; 수차례의 절정이 지났다.&lt;br&gt; 몸과 몸이 먹고 먹혔다.&lt;br&gt; 흥분을 부추긴 대가로 아란은 밤새도록 시달렸지만 한 번도 제후를 거절하지 않았다.&lt;br&gt; 물러서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오빠가 원하는 게 내 몸이라면 나한테 빠져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.&lt;br&gt; 나한테 집착하도록, 그래서 나 외에는 누구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릴 거야.&lt;br&gt; 새벽녘에 풋잠이 들었던 제후는 아란이 뒤척이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.&lt;br&gt; 부스스한 얼굴로 시 계를 쳐다보니 아침 7시 30분, 샤워도 하지 못하고 잠이 든 지 겨우 세 시간이 지났다.&lt;br&gt; 제후는 끄으응,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깜박여 눈 안으로 들어온 빛을 몰아냈다가 다시 실눈 을 뜨고 옆에 누운 아란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.&lt;br&gt; 적어도 정오까지는 깨지 못할 것처럼 아란은 곤한 잠에 들어 있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끌어다 안으면서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몸을 개켜 일어났다.&lt;br&gt;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http://kccc.me/naver/145.html 쑤시고 아팠다.&lt;br&gt; 뜨겁고 격렬했던 정사(情事)의 보상이라 그것도 기꺼 운 제후였다.&lt;br&gt; 시트가 눌렸다 제 자리로 돌아오면서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반짝하는 기 운에 욕실로 들어가던 제후가 되돌아 와 그것을 주웠다.&lt;br&gt; 결혼반지였다.&lt;br&gt; 제후의 손가락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녀석의 짝이다.&lt;br&gt; 아란이 일부러 빼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도 어젯밤의 정신없는 상황에 빠트린 모양이다.&lt;br&gt; 정신없는.&lt;br&gt; 풋 그렇게 좋았나? 황홀한 기억을 되살리며 미소 짓는 제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느다란 백금 링 안에 글자가 새겨져있는 게 보였다.&lt;br&gt; 이니셜이다.&lt;br&gt; 제후는 반지를 쥔 손을 힘주어 쥐었다가 펼쳤다.&lt;br&gt;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간만에 찾아 온 나른한 행복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, 좋아하는 사람 있다.&lt;br&gt; 두렵지만 보고 싶었다.&lt;br&gt; 그녀의 사랑을 차지한 사람을 알고 싶었다.&lt;br&gt; 누구일까? 결혼반지에 이니셜을 새길 정도라면 굉장히 소중한 사람일 텐데, 한 번도 손가락에서 반지 를 빼지 않았던 건 결국 다른 사람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서였던 걸까? 제후는 가슴이 쓰렸다.&lt;br&gt; 그러나 피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.&lt;br&gt; 그래서, 어느 덧 땀이 고인 손바 닥에서 반지를 들어 빛이 잘 드는 쪽으로 들어올렸다.&lt;br&gt; 첫 글자는 K였다.&lt;br&gt; JH? KJH.&lt;br&gt; 뭐야, 내 거하고 똑같 무심코 내뱉은 진실에 제후의 눈동자가, 입이 그대로 굳어버린다.&lt;br&gt; 그러다 천천히 몸을 돌려 세상모르고 잠이 든 아란을 쳐다봤다.&lt;br&gt; 그녀는 말했었다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굴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고.&lt;br&gt; 야? 정말 나야? 네가 좋아하는 사람 정말로 권 제후야? 콧소리까지 내며 자고 있는 그녀가 대답할 리 없건마는 제후는 또 묻고 있었다.&lt;br&gt; 야, 한 민준.&lt;br&gt; 제후 놈 왜 저렇게 분위기 잡냐? 또 와이프랑 한 판 했대? 도서관 자리에 가방을 두기 무섭게 담배를 태운다고 나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책상에 쌓은 전공서 적들을 보며 한숨을 쉬던 서훈이 칸막이 사이로 몸을 제껴 민준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남들은 리포트 마감 맞추느라 골 빠개지는 이 때 얄밉게 돌아다니기나 하고 말이야.&lt;br&gt; 저 자식 머리 좋고 손 빠른 건 알지만 너무 한 거 아냐? 머리 나쁘고 손 늦은 너하곤 다르게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.&lt;br&gt; 내버려둬.&lt;br&gt; 장난스런 무시로 서훈의 입을 막은 민준이었으나, 민준도 얼마 못가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 났다.&lt;br&gt; 궁시렁 대며 책을 넘기던 서훈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.&lt;br&gt; 넌 또 어디 가? 나도 담배나 한 대 태우려고 그런다.&lt;br&gt; 금방 들어올게.&lt;br&gt; http://ccc1.me/naver/3213.php 서훈이 콧방귀를 흥, 뀐다.&lt;br&gt; 어이구! 자식이 저만 의리 있는 척 하고 있네.&lt;br&gt; 제후 놈 걱정 되서 그런다고 말하면 내가 너 잡아먹을까봐 그러냐? 친구 사이에 별 걸 다 숨겨.&lt;br&gt; 민준은 이해해줘서 고맙단 표시로 손을 들어보였다.&lt;br&gt; 그리고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확인한 다음 밖으로 나와 제후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있었다.&lt;br&gt; 저 자식 오늘만 담배 한 갑이 넘는데 와이프 마음 알았으면 됐지 또 뭐가 문제인 거야? 불 좀 빌리자.&lt;br&gt; 민준은 털썩, 제후 옆에 주저앉으며 담배를 내밀었다.&lt;br&gt; 뻔히 쳐다보는 표정에 약간의 놀라움 이 깃들었다.&lt;br&gt; 뭐해? 불 좀 빌리자니까.&lt;br&gt; 허연 연기가 둘이 되었다.&lt;br&gt; 새 담배의 3분의 1이 타들어가도록 아무 말이 없던 침묵은 기다 리다 지친 민준이 말을 꺼내면서 깨졌다.&lt;br&gt; 잘 나가다 왜 그러냐.&lt;br&gt; 사랑하는 여자 마음 얻은 걸로는 부족했어? 난 나를 잘 알아.&lt;br&gt;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민준은 금방 제후의 말뜻을 알아들었다.&lt;br&gt; 뭐가 두려운 건데.&lt;br&gt; 끝까지 가지 못할까봐?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던 여자들.&lt;br&gt; 그 속을 헤매던 방황에서 찾은 한 사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15/18/yasisite/folder/8/img_8_312_28?1261914525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아니면 아란이야? 버리게 될까봐 두려우냐 버림받는 것이 두려우냐, 민준은 묻고 있었다.&lt;br&gt; 대답을 않는 것으로 보아 둘 다 인 것 같았다.&lt;br&gt; 네 곁에 있으면 행복하지 못할까봐 겁나냐? .&lt;br&gt; 미친 놈.&lt;br&gt; 네 곁에 누구씨는 행복해서 죽을라고 하더라.&lt;br&gt; 아란이 그 녀석 생각하는 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거 알지? 민준은 피다 만 담배를 밟아 뭉개며 말을 보탰다.&lt;br&gt; 행복해 하고 있어.&lt;br&gt; 네 눈에 보이잖아.&lt;br&gt; 너도 알고 있잖아.&lt;br&gt; 그 일 권 제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.&lt;br&gt;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궁상떨지 말고 지금 하는 만큼만 해 줘.&lt;br&gt; 넌 해 보지도 않은 놈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? 알려고 해서 알아진 게 아니라 눈에 보인다고 했잖아.&lt;br&gt; 너희 둘 사랑하는 거 눈에 보여.&lt;br&gt; 서 로의 곁에서 행복해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이 보여.&lt;br&gt; 비로소 보이는 웃음이 서글펐다.&lt;br&gt; 민준아 나 제후의 핸드폰이 삐빅 신호음을 냈다.&lt;br&gt; 문자 메시지였다.&lt;br&gt; 제후가 말을 하려다 말고 메시지를 확인한다.&lt;br&gt; 누구야? 아란이? 어.&lt;br&gt; 6시에 경상대 앞에서 만나기로 한 걸 깜박했네.&lt;br&gt; 그러더니 제후는 이렇다 할, 양해도 구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뛰어 들어간다.&lt;br&gt; 그리고 수 분 후 다시 나와 정신없이 가방을 메고 경상대 건물이 있는 쪽으로 사라져버린다.&lt;br&gt; 뭐야, 저 녀석.&lt;br&gt; 얼음 왕자에서 공주의 똘마니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.&lt;br&gt; 혼자 남은 민준이 바닥에 떨어진 제 후의 담배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어본다.&lt;br&gt; 사랑을 하는 친구는 행복해 보였다.&lt;br&gt; 한 달음에 도착할 듯 걸음을 재촉했던 제후는 아란의 모습이 보이기 불과 몇 미터 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아란의 곁에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.&lt;br&gt; 저번에 본 채석이라는 아이는 아니다.&lt;br&gt; 아란이 그 남자와 다정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도, 미소를 지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발은 저절로 서버렸다.&lt;br&gt; 처음 보았을 땐 무작정 손을 낚아 채 데려오고 친구 앞에서 무례한 키스를 퍼붓기까지 했는 데 지금은 소중한 그녀를 그리 대할 맘도 대할 용기도 없다.&lt;br&gt; 하지만 잠시 동안 심장을 욱죄어 오는 통증은 사실이었다.&lt;br&gt; 지금은 가지 말라고 겁먹은 머리가 명령을 내린다.&lt;br&gt; 아란이 다른 남자와 얘기대화의 내용에 상관없이하는 모습만 보면 사라지는 자신감도, 언제 그녀가 그를 버리고 행실 좋고 반듯한 사람을 찾아 가버릴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었다.&lt;br&gt; 조심스러웠다.&lt;br&gt; 화를 낸다기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음을 알았던 듯 그 모습은 그리 오래 눈에 비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손짓을 해가며 대화 를 주고받던 남자가 목례를 하고는 사라진다.&lt;br&gt; 마찬가지 방법으로 인사를 받은 아란이 몸을 나무 그늘의 기둥에 기대며 이내 입 을 가리고 하품을 한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무심코 돌린 시야에 제후의 모습이 들어오자 아란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부른다.&lt;br&gt; 아까와는 다르게 서두르지 않는 보폭으로 제후는 아란에게 걸어갔다.&lt;br&gt; 오래 기다렸어? 이제 6시 20분밖에 안 됐는데요, 뭘.&lt;br&gt; 아란이 손목을 올렸다 내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오해하지 않도록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.&lt;br&gt; 오면서 보니까 누구랑 얘기하고 있던데 그 사람 누구야? 아, 봤어요? 여자 친구가 우리 학교 학생인데 처음 와서 길을 모른다고 그러잖아요.&lt;br&gt; 그럼 그렇지.&lt;br&gt; 설마 별다른 일이야 있겠어.&lt;br&gt; 다른 말은 안 했고? 에? 아아니, 이상한 추파 같은 거 던지지는 않았냐고.&lt;br&gt; 어휴, 이 병신! http://shemijin.com 이상한 걸 물어본 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말은 왜 더듬는 거야.&lt;br&gt; 제후는 속 으로 수도 없이 제 머리를 쥐어박았다.&lt;br&gt; 그건 왜 물어보는 데요? 불현듯 민망해진 표정의 제후와 눈을 맞추던 아란이 눈을 깜박깜박 하더니 고개를 젓는다.&lt;br&gt; 그가 난감해하며 말을 더듬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너넌 내가 다른 여자랑 얘기하고 있으면 좋냐? 이런! 예, 아니오의 단답형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.&lt;br&gt; 그거야 당연히 그럼 됐어, 더 물어보지 마! 북 치고 장구치고 저 혼자 괜히 성질을 부리더니 제후는 혼자서 씩씩 걸어가 버린다.&lt;br&gt; 아란 이 졸졸 뒤를 따라온다.&lt;br&gt; 오빠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? 없었어.&lt;br&gt; 근데 왜 나한테 화내요? 화 안 냈어! 그러니까 자꾸 토 달지 마! 하지만 지금 화내고 있잖아요.&lt;br&gt; 서운함이 실린 음성과 함께 뒤를 따라오던 기척이 멎었다.&lt;br&gt; 제후가 뒤를 돌아보자 아란은 머 쓱한 팔을 쓸어내리며 서 있었다.&lt;br&gt; 상처받은 얼굴이었다.&lt;br&gt; 굳이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큰 눈에선 금방이라도 떼구르르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고여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 다시 제후의 상태를 확인시켜주었다.&lt;br&gt; 오빠 화내고 있다구요.&lt;br&gt; 한숨이 나온다.&lt;br&gt; 왜 소중히 여긴다면서, 좋아한다면서 난 왜 꼭 번번이 저 아일 울리고 마는 걸까.&lt;br&gt; 이제는 정말로 사랑인데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는 그녀였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마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착각에 재 빨리 손을 내밀어 아란의 팔을 잡았다.&lt;br&gt; 미안해.&lt;br&gt; 됐어요.&lt;br&gt; 사실은 그게그래! 리포트 쓰다가 나왔거든.&lt;br&gt; 모레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출하라고 교수가 닦달을 해서 아마 그것 때문에 신경이 좀 예민해져 있었나 보다.&lt;br&gt; 알았어요.&lt;br&gt; 아란은 잡히지 않은 쪽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.&lt;br&gt; 그럼 바쁘다고 얘기하지 뭐하러 나왔어요.&lt;br&gt; 나 혼자서도 집에 갈 수 있는데.&lt;br&gt; 관심도 없었던 리포트가 도움을 줬다.&lt;br&gt; 제후는 그의 말에는 의심을 할 줄 모르는 아란과 300 페이지 분량의 전공서적을 탐독하고 사흘 만에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교수에게 감사했다.&lt;br&gt; 너 어린애잖아.&lt;br&gt; 나 없으면 안 되는.&lt;br&gt; 새록 고이는 웃음에 비로소 마음을 놓고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.&lt;br&gt; 울었으니까 배고플 거 아냐? 손가락 사이로 빈틈이 채워졌다.&lt;br&gt; 조금 걷다 돌아보는 그의 웃음에 그녀도 붉은 눈을 하고 웃었다.&lt;br&gt; 그것가지고 양이 차? 제후가 보기엔 먹는 것 같지도 않았다.&lt;br&gt; 저녁 사준다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데리고 왔더니 아 란은 샐러드에만 손을 대고 식사를 끝낸다.&lt;br&gt; 배불러요.&lt;br&gt; 봐요.&lt;br&gt; 아란이 손을 펴서 조금도 나오지 않은 아랫배를 톡톡 친다.&lt;br&gt; 그래도 이거 먹고 내일 아침까지 버텨야 되잖아.&lt;br&gt; 정말 배 안 고프겠어? 먹는 걸로는 그렇게 욕심 안 나요.&lt;br&gt; 나중에 우리 아이 가졌을 때도 그럴까봐 겁난다, 야.&lt;br&gt; 애기가 뱃속에서 뭘 먹고 크겠냐? 그거야 모르죠, 그 때 가면 곰탕에 두 그릇씩 밥 말아먹을지.&lt;br&gt; 투덜대는 제후를 아란은 쳐다보며 웃는다.&lt;br&gt; 제후가 먹다 말고 고개를 든다.&lt;br&gt; 왜? 아뇨.&lt;br&gt; 그냥 오빠가 나랑 애기 낳을 때까지 살아줄 생각 하고 있는 게 신기해서요.&lt;br&gt; 아이 오빠 닮으면 예쁠 거에요, 그죠? 아란의 말을 들은 제후가 얼굴을 굳혔다.&lt;br&gt; 살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거지.&lt;br&gt; 부부는 동등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니까.&lt;br&gt; 명문 S대의 학벌과 국내 건설회사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의 딸, 귀족적이고 아름다운 외모.&lt;br&gt;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도 제후에 대해서는 항상 자기를 낮추어 보는 아란 이다.&lt;br&gt; 자격지심이 아니라 아직 그의 마음을 모르기에 저러는 것이다 이해는 하면서도 제후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거슬린다.&lt;br&gt; 네가 나에 비해 뭐가 부족한데.&lt;br&gt; 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계약 따윈 이제 신경도 안 쓰고 있어.&lt;br&gt; 그러니 네가 나에 대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일, 없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오빠는 사랑해 본 적 있어요? 조건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만 생각하면 자신이 형편없어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뭔지 알 수 있어요? 내가 뭐?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아니에요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1.tistory.com/image/25/tistory/2009/12/26/03/35/4b3505e691498 &gt;&lt;br&gt;&lt;br&gt;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아? 사람 궁금하게.&lt;br&gt; http://pon10.com 있잖아요, 나 오늘 술 마시고 싶은데.&lt;br&gt; 심드렁하던 제후의 눈동자가 반짝, 놀란다.&lt;br&gt; 아란은 종업원이 접시들을 치운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말했다.&lt;br&gt; 오빠는 운전해야 되니까 관두고 나 마시는 거만 봐주면 안 돼요? 나 참.&lt;br&gt; 마시려면 같이 마셔야지.&lt;br&gt; 취하면 호텔 찾아서 하루 자면 되잖아.&lt;br&gt; 레스토랑을 나온 두 사람은 제후가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들른다는 호프집을 찾았 다.&lt;br&gt; 8시가 갓 넘은 초저녁인데도 단골들이 많아 벌써부터 시끌시끌했다.&lt;br&gt; 어렵사리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.&lt;br&gt; 뭐 마실래? 오빠가 정해요.&lt;br&gt; 난 아무 거나 상관없으니까.&lt;br&gt; 아란이 순진한 얼굴로 양 팔을 뻗어 소파를 짚고 다리를 모아 앉는다.&lt;br&gt; 투명한 유리 테이블 아래로 허벅지가 반은 보이는 미니스커트가 골반에서부터 아슬아슬하게 감고 있다.&lt;br&gt; 그러고 보니 내내 핸드백으로 허벅지를 가리고 있던 게 생각이 났다.&lt;br&gt; 비트 강한 댄스 음악 때문인지 어슴푸레 얼굴에 빛을 드리우는 조명 때문인지 늘 대하는 그 녀임에도 제후는 가슴이 떨린다.&lt;br&gt; 조금만 옆으로 가 봐.&lt;br&gt; 파트너가 있음에도 아란을 힐끔대는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영 못마땅했다.&lt;br&gt; 저 자식들, 감히 누구 걸 넘보는 거야? 왜요? 우리가 남이냐? 같이 앉게.&lt;br&gt; 아란이 안으로 물러 들어갔다.&lt;br&gt; 제후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안아 자 기 쪽으로 돌린다.&lt;br&gt; 저항도 않는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향이 녹아 입 안에서 뒤엉킨다.&lt;br&gt; 아란을 훔쳐보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하려던 것이었지만 애초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촉촉하고 도톰한 입술의 감촉에 취해버리는 제후였다.&lt;br&gt; 키스가 깊어지면서 아란이 반응을 보였다.&lt;br&gt; 팔을 제후의 목에 감고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.&lt;br&gt; 등줄기의 움푹 파인 부분을 제후의 손가락이 훑자 아란은 허리를 휘면서 몸을 바짝 갖다 붙인다.&lt;br&gt; 자잠깐만요, 오빠.&lt;br&gt; 등이 푹신한 소파에 닿기 직전에 아란이 제후를 떠민다.&lt;br&gt; 사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젠장, 뭐가? 입맛을 다시며 제후는 아란에게 기울였던 몸을 세워 주위를 둘러보았다.&lt;br&gt; 그녀의 말처럼 이 게 웬 떡이냐 쳐다보는 눈들이 많았다.&lt;br&gt; 언제 웨이터가 다녀갔는지도 모르게 세팅 된 테이블과, 처음에는 수북하게 올라왔을 맥주 거품의 얇은 층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바보 씹탱이들.&lt;br&gt; 남 연애하는 거 처음 보나.&lt;br&gt; 상황의 진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다가 제후는 마지못해 아란을 품에서 놓아주었다.&lt;br&gt; 그녀 는 부끄러운 눈빛이었지만 창피해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옷매무새를 바로 하며 앉는다.&lt;br&gt; 잘못 했어.&lt;br&gt; 제후는 1700㏄ 용량의 차가운 맥주를 작은 잔에 따라 마시고 입술에 묻은 거품을 혀로 쓰 윽, 핥아냈다.&lt;br&gt; 첨부터 호텔로 가는 건데 잘못했어.&lt;br&gt; 거기 가서 둘이 신나게 즐기는 건데.&lt;br&gt; 다른 데로 갈까요? 아란이 온기가 느껴지는 손을 제후의 무릎에 얹었다.&lt;br&gt; 자그마한 압박감에 제후가 마시던 잔 을 놓고 이게 무슨 뜻이냐는 듯 그녀를 쳐다본다.&lt;br&gt; 하다만 거 계속 하고 싶지 않아요? 말귀를 알아들은 제후가 금세 쿡, 웃었다.&lt;br&gt; 살다보니 요조숙녀 은 아란의 입에서 먼저 그걸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도 있구나 싶었다.&lt;br&gt; 좋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.&lt;br&gt; 경험자답게,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인간의 짧고 비밀 스런 사랑을 나누려면 어디가 좋은지는 숙지하고 있었다.&lt;br&gt; 형, 나 거기 좀 쓸게.&lt;br&gt;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눈짓을 하고 제후는 아란을 데리고 좁은 문을 나와 2층으로 올라 갔다.&lt;br&gt; 작은 문이 있었다.&lt;br&gt; 제후가 손잡이를 돌리고는 아란을 들어가게 했다.&lt;br&gt; 잠만 자는 곳인지 가구 하나 형광등 하나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.&lt;br&gt; 키 높은 창문으로 흘러들 어오는 달빛이 야트막한 침대를 비추는 곳이었다.&lt;br&gt; 달칵.&lt;br&gt; 등 뒤로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.&lt;br&gt;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.&lt;br&gt; 오늘 처음 만난 여자와 남자가 http://5bada.com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밀애(密愛)의 장소를 찾은 것처럼 아 란과 제후는 잠시 눈을 맞춘다.&lt;br&gt; 그가 다가온다.&lt;br&gt; 붙잡히는 시선 속에서 천천히 긴장이 고조된다.&lt;br&gt; 제후의 팔이 허리를 감싸오자 아란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본다.&lt;br&gt; 하얀 손가락이 제후의 뺨을 스치고 머리칼을 만지다가 목젖을 스친다.&lt;br&gt; 붉은 입술이 탐스럽다.&lt;br&gt; 늘 품 안에서 익숙했던 향기가 어색하게 코를 스치고 떨리는 손가락의 감촉 아래로 부드러 운 피부는 사르르 밀려난다.&lt;br&gt; 음악소리가 귓가에서 웽웽 멀어져가고 맞닿은 심장소리는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.&lt;br&gt; 한껏 달아오른 숨결이 하나가 된 몸을 얽어 묶는다.&lt;br&gt; 뱅그르르 천장이 맴을 돈다.&lt;br&gt; 젖은 숨소리가 방 안을 메운다.&lt;br&gt; 절정의 신음소리가 공중에 부딪치고 야릇한 고통과 쾌감이 뿜어져 나온다.&lt;br&gt; 무저갱(無底坑)의 암흑까지 떨어졌다가 천국의 광명에까지 이른다.&lt;br&gt; 생명과 생명이 만나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들어맞은 그것은 사랑을 잉태한다.&lt;br&gt; 꿈인 듯 환상인 듯 시간이 멈춘다.&lt;br&gt; 앞으론 종종 술 마시러 와야 되겠는 걸.&lt;br&gt;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후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한바탕의 격렬한 운동(!)으로 땀을 빼고 난 다음에 마시는 맥주 맛은 더없이 좋았다.&lt;br&gt; 언제는 호텔 가서 둘이 즐기자면서요.&lt;br&gt; 제후가 쳐다보자 아란이 얼른 눈을 돌리고 입을 다문다.&lt;br&gt; 그녀의 하얀 목에 남은 키스마크가 조금 전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그래서 좋았다는 거야, 싫었다는 거야? 흔하지 않은 아란의 새침한 눈빛에 제후가 운전을 하면서 웃었다.&lt;br&gt; 앵 토라지는 입술이 귀엽 기만 했다.&lt;br&gt; 뭐나쁘지는 않았어요.&lt;br&gt; 차마 대답을 못하겠는지 미적미적, 말을 돌리지만 선수답게 제후는 속뜻을 낚아 채 낸다.&lt;br&gt; 괜찮았으면 집에 가서 한 번 더 할까? 카메라를 샀다.&lt;br&gt; 원하면 바로 찍어서 즉석에서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c2/73/baek6217/folder/208/img_208_1585_16?1261913104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웨딩 앨범 말고는 볼 만 한 사진을 채워 둔 앨범 하나 없다는 게 제후의 이유였지만 빛나는 두근거림으로 자리해가는 아란의 모습을 잃어버리기는 너무 아까워서 그랬다.&lt;br&gt; 제후는 자석이 달린 예쁜 팬시 제품을 사다가 냉장고에 사진을 붙여 놓기 시작했다.&lt;br&gt; 막 일 어나서 눈을 부비는 모습, 샤워를 하고 나와 젖은 머리를 터는 모습이며 놀이동산에서 재영과 놀아주는 모습 등, 제후의 손에 서는 카메라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.&lt;br&gt; 사진 찍는 걸 싫다고 손사래를 젓던 아란도 점차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다루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.&lt;br&gt; 한 번은 술을 마시고 들어와 퉁퉁 부은 제후의 얼굴을 몰래 찍었다가 냉장고에 붙여놓고 잠 이 깬 그에게 보여주면서 깔깔대기도 했다.&lt;br&gt; 길을 지나다 만난 귀여운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을 찍기도 했지만 그들 사진 속의 주인공은 거의 상대방이었다.&lt;br&gt; 사랑할 운명으로 만나게 된 것처럼 뒤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이었다.&lt;br&gt; 언제부터였을까.&lt;br&gt; 넌 언제부터 내 주위를 맴돌았을까.&lt;br&gt; 내가 모르던 시절의 넌 어떤 모습이었을까.&lt;br&gt; 어떤 http://anythe.com/blog 모습으로 나를 사랑했을까.&lt;br&gt;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제후는 아란을 더듬어 봤지만 어느 한 조각 기억 속에도 그녀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았다.&lt;br&gt; 아란은 가슴에 안고 다니는 전공서적을 치우고 교복을 입혀놓으면 여고생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풋풋한 인상의 소유자였다.&lt;br&gt; 화려한 옷과 세련된 화장으로 자신을 치장해 남자를 유혹할 줄도 몰랐고 마음에 드는 남자 에게 먼저 접근하는 여자들의 화끈함은 흉내 내지도 못했다.&lt;br&gt; 결혼 전, 그런 여자들만을 찾아 부담 없이 즐겨왔던 제후 쪽에서 보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도 당연했다.&lt;br&gt; 설사 그녀를 알았다 하더라도 처녀를 망가뜨린 일본성인영화무료보기 책임을 떠맡을 걸 염려해서 거절했을 것이다.&lt;br&gt; 제후는 간혹 등 뒤를 맴도는 아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.&lt;br&gt;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곧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 못하고 외면하는 서글픈 눈빛을.&lt;br&gt; 아란아 난 너를 확인해 보고 싶다.&lt;br&gt; 내게 손 내민 나를 찾아올 용기를 내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너를 위해 심장을 송두리째 내어버린 내 사랑을 알아주길 원한다.&lt;br&gt; 오늘 집에 못 들어온다구요? 벌써 술에 취했는지 전화기 너머 제후의 목소리는 분명하지 않았다.&lt;br&gt;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18/tistory/2009/12/26/04/12/4b350ea179b3f &gt;
&lt;br&gt;http://shemijin.com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3/tistory/2009/12/26/04/02/4b350c2e030b5 &gt;
&lt;br&gt;http://pon10.com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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			<title>야한아가씨사진 ∋ 신용등급</title>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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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
&lt;br&gt;야한아가씨사진 하나뿐인 딸의 행복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그저 이 결혼을 통해 들어올 회사의 유익과, 눈엣 가시 같은 전처의 딸과 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던 그들은 제후의 입장에서도 좋아질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나중에 다른 세상에 태어나면 그 때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어요.&lt;br&gt; 아란은 오빠도 포함해서요, 란 말은 하지 못했다.&lt;br&gt; 사람 무안하게 톡톡 쏘긴 하지만 친오빠 같은 다정함으로 그녀를 지켜주는 사람 제후의 사랑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.&lt;br&gt; 이렇게 의지할 가슴과 어깨가 있는 것으로 감사하자고 늘 심장을 달래는 그녀였다.&lt;br&gt; 나를 귀찮아하지 않는 사람들 곁에서요.&lt;br&gt; 아란의 한숨을 제후는 키스로 막았다.&lt;br&gt; http://cwin.accs.kr 촉촉하고 아찔한 입술의 감촉을 겉에서만 느끼기가 아쉬워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넣고는 뜨거운 향기를 나눠 삼켰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걸며 몸을 붙였다.&lt;br&gt; 그의 손에 길들여진 몸은 키스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며 떨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손이 아란의 등 뒤로 가 실크 원피스의 지퍼를 내렸다.&lt;br&gt; 가냘픈 허리를 따라 원피스 가 아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제후도 옷을 벗어던졌다.&lt;br&gt; 여행 얘기만 하고 내려갈 참이었는데 불이 붙자 멈출 수가 없었다.&lt;br&gt; 여느 때처럼 아란은 순결한 나신으로 제후를 받아들였다.&lt;br&gt;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거 친 움직임과 손길을 힘겨워하면서도 순종했다.&lt;br&gt; 제후는 녹초가 되도록 아란을 안고 또 안았다.&lt;br&gt; 미친 사람처럼 아란의 몸속에서 권 제후의 소유를 확인했다.&lt;br&gt; 그는 어느 샌가 그녀가 아니면 쾌락을 느낄 수 없는 남자로 길들여져 있었다.&lt;br&gt; 애 데리고 올라가서 뭘 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니? 손님들 오시는데 나와서 좀 맞지 않 고.&lt;br&gt; 누르면 붉은 물이 떨어질 것 같은 아란의 뺨과 제후의 옷자락을 쥐며 등 뒤로 숨는 그녀의 행동이 위에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권 회장 내외는 짐짓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.&lt;br&gt; 손님들이야 할아버지 만나러 왔지, 저 보러 왔어요? 사돈어른들이 오셨단다.&lt;br&gt;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니? 제후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.&lt;br&gt; 새어머니와 대면해야한다는 말에 핏기가 가시는 아란의 안색 을 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에서 싫다는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 어디 계시는데요? 옷을 쥔 아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.&lt;br&gt; 그녀는 제후의 등으로 바짝 몸을 붙였다.&lt;br&gt; 희미하게 떨 리는 작은 어깨가 안쓰러워서 제후는 견딜 수 없었다.&lt;br&gt; 권 회장이 손가락으로 귀한 손님이 아니면 모시지 않는 방을 가리켰다.&lt;br&gt;다른 손님들과 따 로 모셨다.&lt;br&gt; 매무새 가다듬고 들어가서 인사 여쭙고 나오거라.&lt;br&gt; 제후도 피하고 싶었다.&lt;br&gt; 가능하다면 평소에도 잘 지내냐는 전화 한 통 없는 부모 같지도 않 은 사람들과 아란을 대면시키는 이 상황을 그녀에게서 가려주고 싶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제후가 머뭇거리자 권 회장의 눈이 아란을 향했다.&lt;br&gt; 어서 들어가서 인사 드리거라.&lt;br&gt; 결혼하고 나선 처음인데 무척 보고 싶었을 것 아니냐.&lt;br&gt; 제후는 사정도 모르고 아란을 몰아다 붙이는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.&lt;br&gt; 그렇다고 보는 눈, 듣는 귀 많은 이 자리에서 사실을 얘기할 수도, 경거망동을 저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1/tistory/2009/12/26/04/01/4b350bf3c0b51 &gt;&lt;br&gt;&lt;br&gt; 누나! 그 때 어디선가 남자아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아란의 다리에 매달려 얼굴을 비비댔다.&lt;br&gt; 아란이 몸을 굽히더니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 올렸다.&lt;br&gt; 이제 다섯 살이나 됐을까 누가 보면 엄마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녀를 빼닮은 꼬마였다.&lt;br&gt; http://cye.daumkor.co.kr  누구야? 내 동생 재영이요.&lt;br&gt; 결혼식 때 안 봤었어요? 하지만 아란이 넌외동딸이잖아, 라고 말하려다가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아마도 이 아 이는 새어머니에게서 난 의붓동생일 것이다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 누구야? 아저씨? 제후는 맹랑한 꼬마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.&lt;br&gt; 아란이 웃으며 동생의 말을 정정했다.&lt;br&gt; 재영아, 아저씨가 아니라 매형이야.&lt;br&gt; 누나랑 결혼한 사람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랑 결혼했어? 엄마랑 아빠처럼 같이 사는 거야? 아빠라기보다는 차라리 할아버지가 낫겠다.&lt;br&gt; 제후는 획, 팔짱을 끼며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 다.&lt;br&gt; 그럼 아기는 어디 있어? 결혼하면 엄마 아빠처럼 아기도 낳는 거잖아.&lt;br&gt; 재영이 동생 어디 있어? 덕분에 아란의 긴장이 덜어지긴 했지만 누나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 처남이 마음에 들지 않 는 제후였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목에 목도리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팔을 풀려는 찰나, 손님 방 문이 열리더 니 그녀의 부모님이 나왔다.&lt;br&gt; 아이를 어르고 있던 아란이 새어머니를 보고는 동생을 거실바닥에 내려놓았다.&lt;br&gt; 엄마한테 갈래, 재영아? 누나는 어디 가야 되거든.&lt;br&gt; 웅웅, 싫어.&lt;br&gt; 누나도 같이 집에 가.&lt;br&gt; 응? 재영아, 이리 온.&lt;br&gt; 저 낳아준 엄마가 부르는데도 재영은 누나에게만 매달려 징징거렸다.&lt;br&gt; 제후가 발을 공중으로 동동대는 아이를 떼어다 엄마에게 안겨주었다.&lt;br&gt; 고마워, 권 서방.&lt;br&gt; 그리고 너도 오랜만이구나.&lt;br&gt; 잘 지냈니? 새어머니의 마지못한 눈길이 아란에게 닿았다.&lt;br&gt; 염려했던 거와 달리 아란은 떨지도 않고 말 을 받았다.&lt;br&gt; 걱정해주신 덕분에요.&lt;br&gt; 아버지도 건강하시죠? 나야 늘 잘 있지.&lt;br&gt; 이 사람이 잘 http://alr.me  챙겨주니까.&lt;br&gt; 아내의 어깨를 안으며 다정스레 대답하는 아란의 아버지를 보면서 제후는 역겨움마저 일었 다.&lt;br&gt; 당연히 그러시겠죠.&lt;br&gt; 힘들게 재혼하셨는데 오죽 하시겠어요? 삐딱한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.&lt;br&gt; 아란이 그러지 말라는 듯 제후의 팔을 잡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을 뿐 더러 제후도 그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.&lt;br&gt; 너무 사이가 좋아서 딸이 어떻게 사는지는 궁금하시지도 않나 봐요.&lt;br&gt; 저희 결혼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전화 한 통도 안 하시고 말입니다.&lt;br&gt; 저도 부러울 정도라니까요.&lt;br&gt; 농담 속에 드러나는 가시.&lt;br&gt; 은 사장 내외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흐려지는 것을 보며 권 회장 이 나섰다.&lt;br&gt; 제후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? 할아버진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히나 계세요, 소리가 이 사이에서 걸렸다가 목으로 넘어갔 다.&lt;br&gt; 제후는 조롱기를 입가에 걸었다.&lt;br&gt;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.&lt;br&gt; 하지만 없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뭘 잘못했는지 전 모르겠 는데요.&lt;br&gt; 제후야! 마침내 권 회장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제후가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오히 려 건방진 눈동자 속에 두 사람을 가두어 노려볼 뿐이었다.&lt;br&gt; 당신들도 깨달아야 돼.&lt;br&gt;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, 때늦은 사랑 놀음으로 무시당해 내쳐진 자식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당신들도 알아야 돼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그럼 천천히 놀다 가세요.&lt;br&gt; 저희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하거든요.&lt;br&gt; 얼굴 풀어.&lt;br&gt;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?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아란은 내내 불안한 얼굴이었다.&lt;br&gt; 너도, 지금 내가 너무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?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고?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해서 그래요.&lt;br&gt; 오빠도 괜히 저 때문에 은 아란.&lt;br&gt;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던 제후가 무서운 얼굴로 아란을 돌아보았다.&lt;br&gt; 말해두는 데 너하고는 상관없이 내가 한 말이야.&lt;br&gt;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대하는 그 분들 태도에 내가 기분이 나빠서 한 마디 한 거라고.&lt;br&gt; 알았어? 아란이 눈길을 돌리면서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기분 잡치게 그런 얼굴도 하지 말고.&lt;br&gt; 이래서야 둘이 여행 가는 기분도 안 나잖아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안 그럴게요.&lt;br&gt; 이러니 당하고만 살았지.&lt;br&gt; 제후는 침을 꿀꺽 삼키고 http://fman.webdaum.net  화를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은 아란, 너 여기서 조금만 나빠지면 안 되겠냐? 까짓 망신 한 번 준 거 가지고 마음 쓰 지 마.&lt;br&gt; 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기나 할 거 같아? 사실은 아란이 입술을 오물거렸다.&lt;br&gt; 사실은 저도 속이 시원했어요.&lt;br&gt; 오빠가 그 말 안 했으면 내가 했을지도 몰라요.&lt;br&gt; 다만 오빠 가 할아버지 눈에 나는 건 아닐까, 사람들이 오빠 나쁘게 보면 어쩌나 그게 걱정됐어요.&lt;br&gt; 제후가 피식, 코웃음을 쳤다.&lt;br&gt;거기 온 손님 중에 나 그렇고 그런 놈인 거 모르는 사람 없 어.&lt;br&gt; 그래도 나 때문에 오빠 나쁘게 보이는 거 싫어요.&lt;br&gt; 정말로요.&lt;br&gt; 네 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기지 않는데 왜 네 눈엔 내가 안 보이는 걸까.&lt;br&gt; 제후는 속 이 쓰렸다.&lt;br&gt; 그만해라.&lt;br&gt; 빼도 박도 못할 말 가지고 가타부타 떠드는 거, 머리 아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4.tistory.com/image/8/tistory/2009/12/26/02/46/4b34fa6070e3b &gt;&lt;br&gt;&lt;br&gt; 제후는 몸을 의자에 묻으면서 눈을 감았다.&lt;br&gt; 그를 가만, 쳐다보는 아란의 시선과 이내 고개를 돌리는 나즈막한 한숨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했다.&lt;br&gt; 기대하게 만들지 마.&lt;br&gt; 네 착한 눈빛을 마주하는 게 얼마나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 알아? 사랑은 느낄수록 괴로웠다.&lt;br&gt; 낯설고 힘들었다.&lt;br&gt;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호텔에서 보낸 VIP 전용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들어갔다.&lt;br&gt; 우와~예쁘다!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객실에 짐을 풀자마자 아란은 곧장 발코니로 뛰어나갔다.&lt;br&gt; 그러더니 인어공주가 되어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할 것처럼 난간을 손으로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.&lt;br&gt; 여기 진짜 마음에 들어요.&lt;br&gt;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감사하는 말씀 꼭 드려야겠어요.&lt;br&gt; 할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입었던 답답한 정장 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제후는 대답했다.&lt;br&gt; 그러던지.&lt;br&gt; 직접 마중을 나온 지배인의 말에 따르면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방이라고 했다.&lt;br&gt; 이틀을 머무는 데 190만원이고 사흘에 26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형의 허니문 패키지용 객실이란다.&lt;br&gt; 얼른 옷 갈아입어.&lt;br&gt; 바다 보고 싶다며.&lt;br&gt; 조금만 더 보구요.&lt;br&gt; 제후가 니트 셔츠에 청바지로 갈아입을 동안까지 아란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 음속에 불쑥 짓궂은 장난기가 돌았다.&lt;br&gt; 아쉬워하며 허리를 바로세우는 아란의 등에 제후의 가슴이 닿았다.&lt;br&gt; 그만 보고 가자니까.&lt;br&gt; 제후는 두 팔로 각각 아란의 어깨와 허리를 둘러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.&lt;br&gt; 아니면,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그냥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까? 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싫다.&lt;br&gt; 넌 내가 마법을 풀어줄 때만 살아 숨을 쉬는 인형이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그그치만 아까 집에서두 거긴 거기고 호텔에서 하는 건 처음이잖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목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를 헤치면서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물었다.&lt;br&gt; 불그스 름한 입술자욱과 고른 치흔(齒痕)이 남았다.&lt;br&gt; 게다가 우린 부부고어디에서도 거리낄 게 없어야 한다고.&lt;br&gt; 아란의 귓불을 깨물며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허리를 안았던 손이 내려가 스커트를 밀어올리고 매 끈한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.&lt;br&gt; http://gkc.mainucc.me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.&lt;br&gt; 자어떻게 할까? 밖으로 나가서 멍청한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줄까, 아니면 이 곳에 서 갑자기 돌아선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감으며 입술을 맞댔다.&lt;br&gt; 등 뒤로 파닥이며 스커트를 들추는 바람만큼이나 그녀의 행동은 대담했다.&lt;br&gt; 아란이 입술을 떼었다.&lt;br&gt; 원해요.&lt;br&gt; 해요.&lt;br&gt; 한 음절이 숨어 나왔지만 제후는 그 말이 허락의 뜻임을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요정들의 눈물처럼 수정이 되어 떨어질 듯 잔잔한 물기가 아란의 눈에 고인다.&lt;br&gt; 아란아 그의 뺨을 쓸어내리는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나 겁쟁이야.&lt;br&gt; 나 너 데리고 도망 온 거야.&lt;br&gt; 밑도 끝도 없이 퍼 올리는 말이었다.&lt;br&gt; 어둠에 깊이를 감춘 우물에서 처음 두레박으로 퍼 올 린 맑은 물이었다.&lt;br&gt; 사실은 내가 오빠.&lt;br&gt; 제후의 팔 안에서 아란의 허리가 휘어지며 다가갔다.&lt;br&gt; 코끝이 부딪치는 거리에서 아란은 제 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.&lt;br&gt; 그 말 꼭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면, 하고 나서 오빠 마음 상하게 할 말이라면 하지 마요.&lt;br&gt; 사람들 떠나서 둘이 있는 거잖아요.&lt;br&gt; 그러니 아무 생각 하지 마요.&lt;br&gt; 여행 왔으니까 좋은 기억만 만들어요.&lt;br&gt; 아무도 끼워주지 말고 그냥 우리 생각만 하면서 지내요, 네? 그녀가 말하는‘우리’는 특별하게 들린다.&lt;br&gt; 너는 너, 나는 나가 아닌 우리.&lt;br&gt; 그런데 그 우리 사이에 누가 끼어들면 어떻게 하지? 하나도 아닌 둘.&lt;br&gt; 너를 좋아하는 사람,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가 널 영원히 차지할 수 있는 걸 막아버리 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? 너 좋아하 바로 그 때 제후의 핸드폰이 주인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긴장이 푹 수그러드는 걸 느끼면서 아 란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고 거실로 들어갔다.&lt;br&gt; 여보세요? 제후, 네 이 녀석! 할아버지셨다.&lt;br&gt; 제후는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알았어요, 알았어.&lt;br&gt; 제가 잘못했어요.&lt;br&gt; 이제 됐죠?! 제후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.&lt;br&gt; 그리고 아예 핸드폰의 배터리를 뽑아 버렸다.&lt;br&gt; 오빠아란은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.&lt;br&gt;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래.&lt;br&gt; 돌아가면 틀림없이 배로 혼나겠지만 아무도 너한테 뭐라 안 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.&lt;br&gt; 아란이 고개를 저었다.&lt;br&gt; 부부는 일심동체랬어요.&lt;br&gt; 오빠가 잘못한 건 내가 잘못한 거고 난, 오빠가 할아버지한테 혼 나는 거 싫어요.&lt;br&gt; 그래? 제후는 웃는 듯 마는 듯 입가를 찡그렸다.&lt;br&gt;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에 대해 ‘우리’를 강조하는 아란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.&lt;br&gt; 나중에 할아버지가 부르시면 저도 데리고 가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줄게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줘? 어감이 재미있었다.&lt;br&gt; 마지못한 미소는 진심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.&lt;br&gt; 하긴.&lt;br&gt;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 예뻐하시니까 너 데리고 가면 야단은 덜 맞겠다.&lt;br&gt;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미소가 제후를 따라 아란의 얼굴에 고였다.&lt;br&gt; 그저 바 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웃고 있으면 온 세상이 빛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http://yes1.net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.&lt;br&gt;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아냐? 그건 다 권 제후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야.&lt;br&gt;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먼 손가락으로 가리킨 그를 보고 승원과 미진이 했던 말이었다.&lt;br&gt; 무표정한 얼굴을 녹여보고자 웬만한 미모를 갖춘 여자들이 줄줄이 덤벼들었지만 마음을 얻고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했다.&lt;br&gt; 떠난 사람이 여자가 먼저든 권 제후가 먼저든 그가 미련을 갖고 찾는 경우도 없다 했다.&lt;br&gt; 포기해.&lt;br&gt; 저 선배 맘 좀 뺏어보겠다고 설치다가 바보 된 애들 하나둘인 줄 아냐? 친구들의 만류에도 변함없던 절실한 외바라기에 하늘도 감동하셨는지 인연이 맺어졌고 심지 어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게까지 되었다.&lt;br&gt;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제후는 아란의 몸만은 좋아했다.&lt;br&gt; 진짜 속을 내비치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녀가 없으면 가끔 서운해 한다고 느꼈다.&lt;br&gt; 그리고 그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.&lt;br&gt; 바라만 보고 말도 못 걸던 옛날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을, 아란은 보내고 있었다.&lt;br&gt; 하지만 헤어지면? 나한테 싫증을 내고 계약을 끝내자고 말하면? 가슴에 싸한 통증이 찾아왔다.&lt;br&gt; 아란은 작은 콧소리 섞인 한숨을 쉬며 제후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안겼다.&lt;br&gt; 그리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시원한 향수냄새와 체취를 숨 속으로 담아 넣었다.&lt;br&gt; 언젠가 그가 떠날 때 언젠가 혼자 남겨질 때,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며 견딜 수 있도록.&lt;br&gt; 제주도로 밀월여행을 다녀온 다음부터 제후는 강의라든가 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3/tistory/2009/12/26/02/49/4b34fb2551e3d &gt;&lt;br&gt;&lt;br&gt;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할 때를 빼 고는 아란을 옆에 붙이고 다녔다.&lt;br&gt; 결혼을 빨리 해서 못해봤던 평범한 데이트도 했다.&lt;br&gt; 강의가 비는 시간 틈틈이 전화를 하고 기다리고 만나고, 아란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녔다.&lt;br&gt; 같이 술 마실 시간도 없냐는 친구들의 비아냥거림도 권 제후, 사람 달라졌다고 신기한 눈으 로 쳐다보는 여자들의 시선도 상관없었다.&lt;br&gt; 그저 그만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.&lt;br&gt; 권 제후가 만든 시간 속에서 권 제후를 생각하는 것으 로 아란의 머릿속을 채워주고 싶었다.&lt;br&gt; 오빠, 이거 봐요! 아란이 갑자기 제후의 팔을 잡으며 멈춰 섰다.&lt;br&gt; 학교 앞 분식점에서 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소화 시킬 겸 아이쇼핑을 하다가 쇼윈도에 걸린 목걸이가 예쁘다고 들른 보석 전문점 안이었다.&lt;br&gt; 크리스탈로 만든 거래요.&lt;br&gt; 너무 예쁘죠? 아란이 가리킨 것은 손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큐피드 상이었다.&lt;br&gt; 앙증맞은 날개를 달고 하 트가 달린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.&lt;br&gt; 사줄까? 카운터에 있던 여직원 중 하나가 쪼르르 달려오는 걸 보며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정말요?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안 될 게 뭐야.&lt;br&gt; 너나 나나 어차피 돈만 남아도는 집 자식들이잖아.&lt;br&gt; 내가 맘만 먹으면 이 http://kccc.me 보석가게 전부를 사다가 안겨줄 수도 있다고.&lt;br&gt; 거드름을 피우는 제후의 말투에 아란이 웃는다.&lt;br&gt; 소리 없는 웃음에 그녀의 양 볼에는 깜찍한 볼우물이 진다.&lt;br&gt; 두 개였으면 좋겠는데 손때가 묻을까 조각상 아래 빌로드 천이 깔린 상자를 통째로 들고 있던 아란이 중얼거렸다.&lt;br&gt; 응? 이거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요.&lt;br&gt; 오빠하고 나하고 하나씩 나눠 갖게.&lt;br&gt; 짝 있어요, 손님.&lt;br&gt; 보여드릴까요? 옆에 있던 직원이 카운터로 따라 오란다.&lt;br&gt; 마음만 먹으면 이 보석가게 전부를 사서 안겨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던 까닭에 그녀의 태도는 굉장히 친절했다.&lt;br&gt; 여직원이 뭐라고 얘기를 하자 남자직원이 금고를 열더니 비슷한 크기의 상자를 꺼내고 뚜껑 을 연다.&lt;br&gt; 하트에 화살이 꽂힌 모양의 조각이 누워 있었다.&lt;br&gt; 예쁘다! 아란의 감탄사에 제후가 어깨를 으쓱, 했다.&lt;br&gt; 직원들과 주인의 낯에 화색이 떠오르는 걸 보니 꽤 값이 나가는 모양이었다.&lt;br&gt; 두 분 사귀는 사이세요? 귀족적인 고상함에 적당한 반항기가 돋보이는 근사한 외모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 였다.&lt;br&gt; 여자의 예쁘다는 말 한 마디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꺼내고 카드를 긁는, 성격 화끈한 남자 의 뒷모습을 보던 여직원 하나가 상자 두 개를 포장하며 말을 붙인다.&lt;br&gt; 남자친구가 아가씨한테 푹 빠져 있는 것 같던데 그래요? 아란은 가게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 제후를 창 너머로 쳐다보며 대답했다.&lt;br&gt; 가능성은 없었지만 듣기는 좋았다.&lt;br&gt; 이왕이면 커플링도 하지 그래요? 혼자 덜렁하니 우정 반지 같은 거 끼지 말고, 사귄지 오 래 된 사이면 웃고 있던 아란의 얼굴이 굳어버렸다.&lt;br&gt; 즐거워서 까닥거리던 손가락의 움직임도 투명한 유리 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저희, 부분데요.&lt;br&gt; 부부요? 그치만 남자 분은 반지를 끼고 있지 않던 손님의 달라진 표정을 보고 여직원은 입을 다물었지만 말은 뱉어진 다음이었다.&lt;br&gt;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비참함이었지만 아란은 막 포장이 끝난 상자를 들고 훌쩍 밖으로 나와 버렸다.&lt;br&gt; 더 듣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모르는 사람에게 계약에 묶인 부부라서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형식상의 관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약속.&lt;br&gt; 아란아! 담배를 태우며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던 제후는 그가 기다리는 것조차 잊은 듯 앞 을 지나쳐 황망히 걸음을 옮기는 아란을 보고 대충 통화를 마무리 하고 그녀에게 뛰어갔다.&lt;br&gt; 어디 가.&lt;br&gt; 오늘 할아버지 만나러 가기로 아란의 팔을 잡아 돌려세운 제후는 뜻밖에도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과 http://kccc.me/naver/2391.php 맞닥뜨린 순간 말 을 끝맺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.&lt;br&gt; 원망, 분노 하여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이었다.&lt;br&gt; 낼까요? 목이 메는 음성으로 아란은 제후를 쳐다봤다.&lt;br&gt; 그냥 우리 여기서 끝낼까요? 뭐? 할아버지 앞에서 오빠가 사 준 선물이라고 좋아하며 자랑하는 아란의 얼굴을 볼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제후의 낯이 구겨졌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라면 그냥 여기서 끝내자고요!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을 시간도 달래줄 틈도 없었다.&lt;br&gt; 하얀 얼굴 가득 눈물을 터트린 아란 은 그대로 뒤돌아서 뛰어가 버렸다.&lt;br&gt;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.&lt;br&gt; 아란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그만큼 당황스러웠다.&lt;br&gt; 바닥 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 올리며 제후는 아득한 불안함으로 심장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.&lt;br&gt; 죄죄송합니다, 손님.&lt;br&gt; 아까의 여직원이 옆에 서 있었다.&lt;br&gt; 제가 실수를 했어요.&lt;br&gt; 두 분이 결혼하신 줄도 모르고 그만 커플링이나 하는 게 어떻겠냐 고 커플링? 제후는 무심결에 왼손 약지를 내려다보았다.&lt;br&gt; 아란과는 달리 어떤 구속도 허용치 않을 것처 럼,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텅 비어 있는 그의 손가락을.&lt;br&gt; 직원이 알고 말했던 것도 아니고 제후의 고의도 아니었지만 비싼 선물을 덥석 안겨주고는 아란의 마음을 깔아뭉갠 꼴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진작에 끼고 다녔어야 했는데 쑥스러움에 미뤄두었던 일이 치부를 드러내 그녀가 망신을 당 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뭐야?! 당신 눈에는 그 비싼 반지가 고작 우정 반지로 보였단 말야? 죄죄송합니다.&lt;br&gt; 정말 죄송합니다.&lt;br&gt; 어떻게 보상을 해야 이 여자에겐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후는 화가 났다.&lt;br&gt; 아니 그보다, 바람이 팽팽했던 풍선이 터져버린 것 같은 아란의 눈동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.&lt;br&gt; 화를 냈다는 건 그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뜻인데 말이다.&lt;br&gt; 나한테 기대를 해? 그 남자가 아닌 나한테? 본가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었다.&lt;br&gt; 할아버지가 생신 때의 일에 대해 뭐라고 꾸중을 하셨는지 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제후는 집에 가면 아란의 화를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가만 고민하고 있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7e/14/bmwno1000/folder/3/img_3_1051_21?1261913432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여자의 눈치를 보는 일이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라면 용기를 낼 수도 있는 제후였다.&lt;br&gt; 불안하진 않았다.&lt;br&gt; 어느 덧 심장을 내 준 사람이기에 그리고 문득 문득 기대를 갖게 만드는 아란의 행동에 대한 설레임이 가슴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.&lt;br&gt; 상한 속을 달래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라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건 아닌가 했지만 옥외 주차장에서 떨리는 맘으로 올려다 본 그들의 보금자리에는 불이 커져 있었다.&lt;br&gt; 저녁나절, 그렇게 아란과 헤어지고 내내 구겨져 있던 제후의 얼굴이 반가움으로 펴졌다.&lt;br&gt; 엘 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고작 3층 내려오는 http://naveryo.com/naver/2452.php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.&lt;br&gt; 가쁜 호흡에 들먹이는 심장을 억누르며 벨을 누르려는 찰나 문이 먼저 열렸다.&lt;br&gt; 왔어요? 어응.&lt;br&gt; 아까 그러고 간 게 미안해선지 아란은 어색한 음성으로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래도 죄책감이 드는 건 아란이 아니라 제후 쪽이었다.&lt;br&gt; 집에는 언제 왔어? 온 지 한 시간쯤 됐어요.&lt;br&gt;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아란의 어깨에서 바람이 인다.&lt;br&gt; 그 모습을 보자 잠시나마 가졌던 제 후의 설레임은 구석으로 밀려난다.&lt;br&gt; 아까 그 말 왜 한 거야? 내던지는 말이 퉁명스러웠다.&lt;br&gt; 아란이 침실로 향하던 걸음을 멈춘다.&lt;br&gt; 말해두겠지만 우리 결혼 오빠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죠.&lt;br&gt; 아란이 말을 가로채며 뒤돌아섰다.&lt;br&gt; 내가 아쉬워서 매달린 결혼이니까 혼자였던 생활로 돌아간다고 해도 오빠는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거죠?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? ! 내 마음 같은 거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거죠? 내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받아들였는지 오빠한테는 아무 상관없는 거죠? 굵은 눈물방울이 아롱져 바닥으로 떨어진다.&lt;br&gt; 제후는 울컥하는 마음에 아란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.&lt;br&gt; 그러는 넌! 너만 아픈 게 아니란 말이다.&lt;br&gt;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로 두고 사는 나는 편한 줄 알아? 멀쩡한 줄 알아? 넌 뭘 그렇게 잘했는데? 날 다그칠 만큼 순결한 요조숙녀에 조강지처야? 겉으로는 나밖 에 모르는 여자처럼 하고 다녀도 막상 뒤로는 여우짓하고 다니는 지 어떻게 알아? 아니에요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 오빠밖에 없어요.&lt;br&gt; 왜 몰라요 꼭 말로만 해야 되는 거에요? 마음으로 날 봐줄 수는 없는 거에요?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악에 받친 한 마디가 아란의 입을 뚫고 터져 나왔다.&lt;br&gt;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 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제후의 눈빛이 주춤했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손을 뿌리쳤다.&lt;br&gt;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축하한다는 말 듣고 싶었어요.&lt;br&gt;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더 이상 비참해질래야 비참해질 수도 없었다.&lt;br&gt; 손으로 가리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 큼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 걸 느끼며 아란이 뛰쳐나간다.&lt;br&gt; 멍하니 서 있던 제후가 탕! 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.&lt;br&gt; 아아란아! 제후는 신발도 신지 않고 따라 나갔지만 아란은 보이지 않았다.&lt;br&gt; 두리번거리며 황급한 심정 으로 그녀를 찾는 그의 귀에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꺄아악! 사람이 다쳤어요, 누가 좀 도와줘요! 설마 하는 불안감에 심장이 내려앉으면서 소름이 돋았다.&lt;br&gt;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 서 제후는 여자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.&lt;br&gt; 계단이 있는 곳이었다.&lt;br&gt; 사람들이 그리로 모여들었다.&lt;br&gt; 이름도 모르는 이웃들을 헤치고 들어간 제후의 눈이 커졌다.&lt;br&gt; 아란아! 계단 아래,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분명 아란이었다.&lt;br&gt; 벗겨진 한 짝의 신 발이 계단 중간에 걸쳐져 있었다.&lt;br&gt; 아란아, 제발! 넋 나간 표정으로 아란을 안아든 제후가 창백해진 그녀의 뺨을 두드리다 말고 웅성대며 모 여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.&lt;br&gt; 뭣들 하는 거에요! 사람이 다쳤는데! 구급차, 누구 구급차 좀 불러줘요!! 가벼운 뇌진탕이라면서! 그거 말고는 다친 데도 없다면서 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? 방안이 다 쩌렁쩌렁 울렸다.&lt;br&gt; 의사 생활 25년에 http://kccc.me/naver/56.html 이렇게 막 되먹고 시끄러운 보호자는 처음 보겠다고 생각하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을 꺼냈다.&lt;br&gt; 자자, 일단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으십시오.&lt;br&gt; 그래야 저도 무슨 말씀을 드리던지 할 것 아 닙니까? 뒤에 서 있던 권 회장이 제후의 어깨를 두드렸다.&lt;br&gt; 노인의 자애로운 눈빛이 거친 감정에 휩 싸인 손자의 마음을 다독였다.&lt;br&gt;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환자분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.&lt;br&gt; 약간의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 은 것 외에는 이봐, 의사 선생!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? 뭔가 새로운 걸 얘기해 보라고! 나는 왜 아란이 가 깨어나지 못하는지에 묻고 있잖아! 제후야! 할아버지의 엄한 목소리에 제후는 억지로 숨을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문제는 환자분이 거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.&lt;br&gt; 무의식중에 깨어나는 걸 거부하는 것 같습 니다.&lt;br&gt; 뭔가 두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.&lt;br&gt; 그럼 어떻게 해야 지금으로썬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.&lt;br&gt; 어떤 확약도 드릴 수가 의사가 말끝을 줄였다.&lt;br&gt; 제후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.&lt;br&gt; 구급대에 실려 온지 벌써 사흘 밤낮을 넘겼는데 아란은 죽은 듯이 잠만 잘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.&lt;br&gt; 죽은 듯이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 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 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무너졌다.&lt;br&gt; 이대로 영원한 잠에 들어 깨어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, 다시는 아란의 맑은 웃음을 볼 수 없 는 건 아닌가 방정맞은 생각들이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머릿속을 오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지친 발을 끌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깊은 잠에 든 아란의 얼굴은 평온해보였지만 그와 함께 하는 일상이 두려워 일어나지 못한 다는 말에 제후의 가슴은 핏빛 멍울이 지고 몇 톤짜리 돌을 얹은 것 마냥 무거웠다.&lt;br&gt; 다가가 의자를 끌어다놓고 앉았다.&lt;br&gt;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대고 눈을 감았 다.&lt;br&gt; 눈물 한 줄기가 제후의 뺨을 타고 흘렀다.&lt;br&gt; 아직은 아직은 아니잖아.&lt;br&gt; 나한테 실망하고 화나더라도 내가 철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참아주라.&lt;br&gt; 부부란 원래 그런 거 잖아.&lt;br&gt; 나란 놈한테 실망해서 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널 채웠다고 해도 이런 모습이 마지막이면 안 되는 거잖아.&lt;br&gt; 아란아 내 목소리 들리면 좀 일어나봐.&lt;br&gt; 내 마음 알기 http://cwin.accs.kr 전까지는 멀리 가지마.&lt;br&gt; 나 놔두고 혼자 먼 데로 떠나지마.&lt;br&gt; 다시 그녀 없는 시간이 흘렀다.&lt;br&gt; 네 번의 낮과 밤이 일상을 만들며 지나갔다.&lt;br&gt; 학교에는 가야 된다는 할아버지의 엄명에 따르 긴 했지만 제후는 아란의 간호를 맡은 사람이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 이었다.&lt;br&gt; 강의가 끝나면 끼니를 챙길 틈도 없 이 달려오곤 했다.&lt;br&gt; 제 에미 애비가 죽은 후로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중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권 회장은 손 자며느리가 걱정되면서도 아란에게 몰두하는 제후의 모습을 다행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았다.&lt;br&gt; 제후는 남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생일에 아란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모르는 척 했던 것도 손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였다.&lt;br&gt; 아란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쉴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마음이 안식처를 찾았다는 걸 말이다.&lt;br&gt; 이제 미움 받는 역할은 그만해도 될 것 같군.&lt;br&gt; 그동안 수고했네.&lt;br&gt; 어느 날 새벽인가 아란을 간호하다 곁에 엎드려 잠이 든 제후를 보며 권 회장은 병실을 나 와 밖에서 문병 차, 들렀던 공범에게 말했다.&lt;br&gt; 그 녀석이 미처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처음부터 좋아했을 걸요.&lt;br&gt; 민준이 미소로 답했다.&lt;br&gt; 그런데 언제쯤 말해주는 게 좋을까요? 이번 일도 있고 두 사람 다, 슬슬 진실을 알 때도 된 것 같은데.&lt;br&gt; 내버려 두게.&lt;br&gt;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제 3자보다 서로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제일 행복할 테니까.&lt;br&gt; 제후가 마음을 숨기는 바보짓만 하지 않는다면요.&lt;br&gt; 그 때 낮은 굽의 샌들을 신고 복도를 뛰어오는 간호사 한 명이 있었다.&lt;br&gt; 그녀는 권 회장에게 다다르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.&lt;br&gt; 은 아란씨 보호자 되시죠? 빨리 병실에 좀 와주셔야겠어요.&lt;br&gt; 우리 아이가 깨어났습니까? 그게 아니고 병실로 환자분의 아버지라는 분이 찾아오셨는데 손자 분이 막 더 듣지 않아도 상황을 짐작하는 권 회장이었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알고 있는 이상은 그랬다.&lt;br&gt; 어둠에 묻힌 복도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병실이 http://cye.daumkor.co.kr 있었다.&lt;br&gt; 활짝 열린 문으로 넓은 용적의 빛이 바닥을 비추고 거기선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가! 여기서 사라지라고! 당신이 무슨 아버지라고 딸이 다쳐서 입원해 있는데도 일주일 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당신이 무슨 아버지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1.tistory.com/image/2/tistory/2009/12/26/03/35/4b3505f529275 &gt;&lt;br&gt;&lt;br&gt; 의사가 뭐라고 한 줄 알아? 잘못하면 평생 저러고 있을 수도 있대.&lt;br&gt; 부모라는 사람들이 결 혼이란 명목으로 팔아넘긴 딸이 영원히 잠들어서 죽을 때까지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대! 그거 알기나 해? 깨어나면 두려 운 일이 기다리는 것처럼 깨어나는 걸 거부하고 있대.&lt;br&gt; 이보게 권 서방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란의 아버지가 사위에게 낯을 보이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후 가 말을 가로챘다.&lt;br&gt; 당신과, 당신의 새 아내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짐이었는지 몰라도 아란이 이제 나한테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야.&lt;br&gt; 누구한테도 상처받지 못하게 내가 지킬 거고 아무도 이 아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일 있으 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그러니 가.&lt;br&gt; 여기서 사라지고 다시는 오지 마! 절규.&lt;br&gt; 그리고 차마 말해주지 못한 사랑.&lt;br&gt; 우리 누나 아파?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문틈으로 제후와 은 사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권 회장과 민준의 귀에 아이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누나 이제 못 일어나? 재영이었다.&lt;br&gt; 엄마보다 배다른 누나를 더 따르던 그녀의 동생이었다.&lt;br&gt; 아저씨 우리 누나 죽었어?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재영이 제후의 바지를 잡고 흔들었다.&lt;br&gt; 재수 없는 소리 집어 쳐! 죽긴 누가 죽었다고 그래! 아이의, 아란을 빼닮은 눈동자에 다시금 죄책감이 스며들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이가 놀랄 수 있다 는 것도 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.&lt;br&gt; 방금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끅끅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재영은 누나의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.&lt;br&gt; 부벼대는 눈이 붉었다.&lt;br&gt; 제 후는 한숨을 쉬며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었다.&lt;br&gt; 미안하다, 꼬마야.&lt;br&gt; 아저씨가 잘못했어.&lt;br&gt; 누나 안 죽어.&lt;br&gt; 그냥 자고 있는 거잖아.&lt;br&gt; 일어날 거야.&lt;br&gt; 꼭 일어나서 널 안아줄 거야.&lt;br&gt; 누나에게 http://alr.me 그랬던 것처럼 재영은 제후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.&lt;br&gt; 아이들 특유의 달콤한 체취가 한가득 안겨왔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안듯이 아이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달랬다.&lt;br&gt; 아무 일 없을 거야정말로.&lt;br&gt; 목이 메어왔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민준이, 그리고 할아버지가 문간에 서 있었다.&lt;br&gt; 본의 아니게 엿들은 꼴이 되어 버렸구나, 미안하다.&lt;br&gt; 언제 오셨어요? 그리고 민준이 너는? 제후는 재영을 안은 채로 일어났다.&lt;br&gt; 아란이 문병 왔다가 할아버지를 만나서 담배 한 대 태우고 들어오는 길이야.&lt;br&gt; 괜찮아? 네 녀석 온 건 하나도 안 반가워.&lt;br&gt; 민준이 피식 웃으며 사돈과 함께 나가는 권 회장을 쳐다봤다.&lt;br&gt; 은 사장의 무거운 걸음새를 보아하니 긴 얘기가 될 것 같았다.&lt;br&gt; 곧 반가워하게 될 걸.&lt;br&gt; 너, 나하고 잠깐 얘기 좀 하자.&lt;br&gt; 아란이 걱정되면 여기서 해도 좋 고.&lt;br&gt; 옆 침대에 재영을 재워놓고 있을 때 캔 커피 두 개를 든 민준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너 어제도 밤샜다면서 몸은 괜찮은 거냐? 중간 중간 자니까 견딜 만 해.&lt;br&gt; 달고 시원한 냉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잠이 깨는 듯 했다.&lt;br&gt; 아란이 좋아하지? 캔을 들어올리던 제후의 손이 공중에서 우뚝 멈췄다.&lt;br&gt; 내 말이 맞냐?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가 제후의 입가를 맴돌았다.&lt;br&gt; 민준이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뭐 너 하는 짓 봐선 묻지 않아도 당연한 얘기다만 그냥 확인해 본 거다.&lt;br&gt; 그 때 내가 아 란이 좋아한다고 했던 거 기억 나냐? 그래서.&lt;br&gt;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?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냐? !! 경악의 표정이 제후의 얼굴에 떠올랐다.&lt;br&gt; 민준이 바닥에 깔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캔을 살살 흔들었다.&lt;br&gt; 그래, 맞아.&lt;br&gt; 나 너한테 거짓말 했다.&lt;br&gt; 난 너 만큼이나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친 구의 여자를 노릴 정도로 비열한 놈은 아니야.&lt;br&gt; 그런데 왜 나한테 부탁한 사람이 있었어.&lt;br&gt; 네가 행복해지기를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이.&lt;br&gt; 할아버지가? 민준은 제후의 생각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.&lt;br&gt; 내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어땠을 거 같냐? 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 서투르잖아.&lt;br&gt; 할아버 지는 진실을 깨닫도록 너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거야.&lt;br&gt; 지기 싫어하는 네 성격에 누가 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가만히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싫어도 http://fman.webdaum.net 지키려고 노력할 테니까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신 거지.&lt;br&gt; 결 국 할아버지의 판단은 옳았고 지금 넌 여기 이 자리에 있잖아.&lt;br&gt; 아란이도 이 사실 알아? 몰라.&lt;br&gt; 아마 내가 자기한테 접근한 게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걸.&lt;br&gt; 그 녀석, 너도 알겠 지만 사람을 너무 잘 믿어.&lt;br&gt;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도 안 하고 덥석 믿어버려.&lt;br&gt; 제후는 허무함에 웃음이 나왔다.&lt;br&gt; 그 동안의 고민이 다 쓸데없는 거였다니.&lt;br&gt; 말이나 들어보자.&lt;br&gt; 너 아란이 찾아가서 뭐라고 했냐? 어느 덧 경계심을 풀은 눈동자였다.&lt;br&gt; 민준이 싱긋 웃었다.&lt;br&gt;궁금하냐? 그걸 말이라고 해? 할아버지랑 짜고 나 속인 건 괘씸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용서해준 다.&lt;br&gt; 음처음엔 반지 얘기 하면서 속을 찔러봤고 두 번째는 너희들이 계약 결혼 한 거 알고 있다고 했고, 세 번째는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지.&lt;br&gt; 그랬더니 뭐래? 선배가 뭘 원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을 거에요, 그러더라.&lt;br&gt; 아마도 내가 자기한테 구애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나봐.&lt;br&gt; 순진한 녀석.&lt;br&gt; 진심하고 장난도 구분 못하는 바보.&lt;br&gt; 가까이 있으면서도 참 어려운 사랑을 하는 커플이었다.&lt;br&gt; 자식이, 그러는 저는 바보짓 안 한 줄 아나.&lt;br&gt; 민준은 아직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생 각하는 어리석은 친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.&lt;br&gt; 너도 속아 넘어갔으면서 뭘 그래.&lt;br&gt; 나한테 주먹질까지 하고.&lt;br&gt; 한 민준 연기력이 좋았던 거지.&lt;br&gt; 정작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지만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비단 아란의 입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에서라도 그녀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고도 멀쩡할 자신이 없었다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왜.&lt;br&gt; 나 힘들다.&lt;br&gt;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데 그 아이가 원하면 보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놔 줄 수가 없어.&lt;br&gt; 욕심 부리면 정말 아란이가 달아날지 모르는데 원래 사람 좋아하는 건 다 그런 거야.&lt;br&gt; 민준은 제후의 어깨를 툭툭 쳤다.&lt;br&gt; 그리고 너처럼 지극정성인 남자 놔두고 어딜 가겠냐? http://gkc.mainucc.me 도망가더라도 일주일 동안 잠 못 자 고 밥 못 먹어가며 고생한 네 은공은 갚고 가라고 그래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웃으라고 한 말이었는데 친구를 부르는 한숨이 깊었다.&lt;br&gt; 그런 만큼 그의 사랑도 깊었다.&lt;br&gt; 아란이 쓰러졌던 날, 나한테 처음 화를 내더라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 나 하냐고,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막 울어 버리더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4.tistory.com/image/22/tistory/2009/12/26/02/45/4b34fa51a029e &gt;&lt;br&gt;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아무 에게도 축하받은 적 없다던 생일날에 날 만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에 단 한 사람 오빠한테만은 축하받고 싶었다고 그러더 라.&lt;br&gt; .&lt;br&gt; 사랑이 없어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난 항상 그 앨 다치게만 만들더라.&lt;br&gt; 나중에 보니 까 내가 그 앨 내쫓아버렸더라.&lt;br&gt; 제후야 아, 맞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면 늦기 전에 끝내자고 아란이가 그러더라.&lt;br&gt; 한 민준, 너 어떻게 생각해? 나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? 걸리는 게 많군.&lt;br&gt; 민준은 한 조각 희망도 남지 않은 얼굴로 넋두리를 하는 친구가 가여웠다.&lt;br&gt; 그리고 그의 이런 사랑을 모른 채 마음을 가두고 잠이 들어있는 아란에게 화가 나려고 했다.&lt;br&gt; 아란이 보내고 너 혼자 살 자신 있어? 자신이야 있지.&lt;br&gt; 미쳐버릴 자신.&lt;br&gt; 죽어도 돌아볼 사람 없으니 원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 자 신.&lt;br&gt; 그럼 보내지마.&lt;br&gt;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다 꼭 붙들어 두고 살아.&lt;br&gt; 내가 너 사랑하니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곁에만 있어달라고 졸라.&lt;br&gt; 은 아란은 착하니까 소원을 들어줄 거야.&lt;br&gt; 억지 부려서 더 정 떨어진다고 하면? 이런 겁쟁이! 권 제후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? 그럴 일 없을 거야.&lt;br&gt; 내가 장담해.&lt;br&gt; 민준은 제후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웃어주었다.&lt;br&gt; 제후를 향한 아란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친구는 확실히 달라졌다.&lt;br&gt; 조각 같은 외모와 냉담한 분위기로 여자들을 녹이던 권 제후 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.&lt;br&gt; 사랑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겁을 내고 두려워하고, 고 민을 했다.&lt;br&gt; 만약 아란이 끼고 다니던 순결반지의 주인공이 바로 자기라는 걸 알게 되면 제후가 뭐라고 그럴까 문득 궁금해지는 민준이었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병원 로비.&lt;br&gt; 그를 배웅하러 나온 친구에게 민준은 마지막 충고를 했다.&lt;br&gt;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아란이네 아버지한테 심하게 굴지 마라.&lt;br&gt; 판단은 네가 아니라 아란 이의 몫으로 남겨둬야지.&lt;br&gt; 아무리 그래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분 아니냐.&lt;br&gt; 알았어.&lt;br&gt; 아란이 일어나면 그동안 장난쳐서 미안했다고 대신 사과도 건네주고.&lt;br&gt; 알았다니까.&lt;br&gt; 택시를 부른 민준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든다.&lt;br&gt;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 제후는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아직도 깊은 잠에 들어 있는 아란을 보았지만 이제는 기다림마저 달가웠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의식을 잃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잠이 들어 있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보며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키스를 하면 일어나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마저 들었다.&lt;br&gt; http://yes1.net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깨어 있을 때처럼 여전히 보드랍고 향기가 난다.&lt;br&gt; !! 세 번째 키스를 하고 제후가 얼굴을 들려했을 때 목에 둘려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늘고 미약 한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졌다.&lt;br&gt; 설마, 설마!!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기대감에 제후는 감았던 눈을 떴다.&lt;br&gt;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아란의 눈 동자가 무려 8일 만에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너너 말이 나오질 않았다.&lt;br&gt; 한없이 기쁜 순간에 너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.&lt;br&gt; 응, 나 일어났어요.&lt;br&gt; 나 진짜 많이 잤죠? 젠장!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에 왈칵, 목이 메어 오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은 제후의 몸을 가만히 밀면서 일어났다.&lt;br&gt; 제후가 얼른 아란의 어깨를 잡아 부축해주었다.&lt;br&gt; 그래, 이 잠꾸러기야.&lt;br&gt; 무슨 잠을 8일씩이나 자냐?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겨주다가 제후는 부서질 것 같은 아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.&lt;br&gt; 며 칠 사이 수척해진 몸에, 줄무늬 환자복 속으로 느껴지는 헐거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빨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누가 발을 잡고 안 나줬어요.&lt;br&gt; 눈을 뜨고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반겨줄 사람 아무도 없다고 그냥 여기서 살라고 그랬어요.&lt;br&gt; 까만 옷에 얼굴도 없는 무서운 사람이 자꾸 날 붙잡았어요.&lt;br&gt; 무서웠어? 아란은 대답을 하지 않고 손깍지를 끼어 제후의 등을 안았다.&lt;br&gt; 그의 어깨 언저리가 천천히 젖어왔다.&lt;br&gt; 그녀의 몸이 흐느낌으로 떨리고 있었다.&lt;br&gt; 미안해 입술을 깨물었다.&lt;br&gt; 가까스로 참아내는 그녀의 눈물은 고통이 되어 제후의 심장으로 배겨왔다.&lt;br&gt; 다시는 너 혼자 무서운 꿈에 남겨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.&lt;br&gt; 야한아가씨사진 우린 항상 같이 있을 거야.&lt;br&gt; 언제든 널 지켜줄 거야.&lt;br&gt;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그리고 나도, 널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아란의 감은 눈꺼풀에 입을 맞추며 제후는 말했다.&lt;br&gt; 창 밖으로 먼동이 트고 있었다.&lt;br&gt;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 날과 하늘을 두고 제후는 그렇게 가 슴을 저리며 찾아온 첫사랑을 고백했다.&lt;br&gt; 아빠가 새엄마랑 헤어지기로 했대요.&lt;br&gt; 은 사장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아란이 저녁때를 훌쩍 넘겨 들어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아빠 없는 동안에 나한테 함부로 한 거 전주댁 아줌마한테 들었나 봐요.&lt;br&gt; 그동안 아빠 노 릇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그랬어요.&lt;br&gt; 전주댁 아줌마는 아란이 여섯 살 때부터 은 사장네 살림을 봐줬던 사람이었다.&lt;br&gt; 엄마가 돌아 가시고 나서 유일하게 정을 붙인 사람이라고, 새 엄마가 들어와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면서는 더욱 의지를 했던 사람이라 고 아란은 얘기하곤 했었다.&lt;br&gt; 재영이는? 엄마가 데려가서 키운다고 하셨는데 확실한 건 모르겠어요.&lt;br&gt; 원래 재영이가 새 엄마보단 나하고 아빠를 잘 따랐거든요.&lt;br&gt; 제후는 알 만 하다는 듯 말했다.&lt;br&gt; 치장하고 가꾸느라 아이 돌 볼 틈도 없었나보지.&lt;br&gt; 아마도요.&lt;br&gt; 아란의 얼굴에서 긍정의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.&lt;br&gt; 그래도 http://kccc.me 새 엄마가 계서서 아빠가 행복하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왠지 아빠가 이혼 을 결정하신 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죄송스러워요.&lt;br&gt; 난 아무래도 좋다는 사고방식은 버려.&lt;br&gt; 남을 위해서 희생할 생각만 하지 말고 좀 이기적으 로 굴어봐.&lt;br&gt; 아란이 넌 행복할 자격 충분히 있어.&lt;br&gt; 제후는 마주 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.&lt;br&gt; 아, 그리고 나 커피 마실 건데 생각 있으면 같이 마시자.&lt;br&gt;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구수한 커피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.&lt;br&gt; 휘파람을 불면서 주방으 로 들어가는 제후를 보며 아란은 혼자 웃었다.&lt;br&gt;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제후는 줄곧 다정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.&lt;br&gt; 처음엔 보상 심리 때문인 가 의심도 해보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의 다정함은 변함이 없었고 스스럼없는 장난기와 짓궂은 행동은 그들이 보통의 신혼부부 처럼 살고 있다고 아란이 생각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계약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랑해서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다.&lt;br&gt; 알았지? 끝내자는 말 절대로 하지 마.&lt;br&gt; 이제 겨우 두 달 좀 넘게 살아보고 맞는다느니 안 맞는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자.&lt;br&gt; 퇴원 기념으로 찾은 레스토랑에서 제후는 그런 말을 했다.&lt;br&gt; 손을 끌어다 잡으며 조심스레 말 을 내는 그의 눈을 보면서 아란은, 제후와의 관계에 좋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고 머잖아 그의 마음이 진 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.&lt;br&gt; 제후를 믿게 되었다.&lt;br&gt; 요즘만 같으면 세상에 무엇도 바랄 것 없는 사람처럼 아란은 행복했다.&lt;br&gt; 거기에 욕심 부려 한 가지 소원을 빈다면 그도 그녀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.&lt;br&gt; 그녀 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고 싶었다.&lt;br&gt; 커피 향 좋지? 좋아요.&lt;br&gt;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아란이 한모금의 향을 들이마셨다.&lt;br&gt; 정말이지 저 웃는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까봐 애태웠던 걸 생각하면 그녀가 얄밉기까지 한 제후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www.bcpark.net/imagedb/orig/2006/0828/0ba0696a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잔잔히 부딪치는 시선에 아란이 뺨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.&lt;br&gt; 근데 왜 그렇게 쳐다봐요? 예뻐서.&lt;br&gt; 제후는 턱을 괴고 키득 웃었다.&lt;br&gt; 장난치지 마요.&lt;br&gt; 장난 아닌데.&lt;br&gt; 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 거야.&lt;br&gt; 한층 노골적인 시선에 부끄러움이 또르르 몰렸다.&lt;br&gt; 아란은 잔을 손으로 감싸고 살그머니 제 후의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.&lt;br&gt; 왜 모르고 살았을까.&lt;br&gt; 너처럼 귀엽고 착한 아이 옆에다 두고도 왜 모르고 지냈을까.&lt;br&gt; 커피를 다 마신 아란이 잔을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받침대에 얹고는 허둥지둥 주방을 나간 다.&lt;br&gt; 뒷모습을 쫓던 제후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따랐다.&lt;br&gt; 그리고 아란의 팔을 잡아 침실로 들어간 다음 문을 잠갔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보상 받고 싶다.&lt;br&gt; 너 없이 혼자 보냈던 것만큼 우리의 시간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고 싶다.&lt;br&gt; 오늘 http://kccc.me/naver/2391.php 너 안아도 돼? 그그치만 거절해도 소용없어.&lt;br&gt; 보름동안 참아줬으니까 오늘은 내 맘대로 할 거야.&lt;br&gt; 물러서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안으면서 제후는 아란의 몸을 침대에 밀치듯 쓰러트렸다.&lt;br&gt; 성 급한 손길을 따라 드러나는 여자의 몸에 호흡이 가빠왔다.&lt;br&gt; 건강이 나빠졌다고 며칠 햇빛 구경을 안 시킨 탓인지 피부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.&lt;br&gt; 이 아 름다운 몸을 옷으로 가리면 오히려 죄가 될 것처럼 보였다.&lt;br&gt; 내일 토요일이지? .&lt;br&gt; 그럼 우리 밤새도록 여기서 놀자.&lt;br&gt; 전화와도 받지 말고 누가 벨 눌러도 열어주지 말고 내 일 아침까지 놀다가 자자.&lt;br&gt; 몰라요.&lt;br&gt; 싫어요가 아니라 몰라요다.&lt;br&gt; 늘 처음 만난 남자에게 몸을 열어주는 것처럼 아란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.&lt;br&gt;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잘 하면서 그에게만 그런다.&lt;br&gt; 그런 아란의 행동이 제후에게는 &lt;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사람&gt;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 졌다.&lt;br&gt; 그리고 매번 처녀를 방문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선사했다.&lt;br&gt; 싫으면 지금 말하던가.&lt;br&gt; 아란이 시트를 끌어올려 가슴을 가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싫어도 오빠 맘대로 한다면서요.&lt;br&gt; 후후, 이제 보니 삐지기도 하잖아? 제후는 아란의 화내는 모습이 신기했다.&lt;br&gt; 언제나 그 앞에선 쥐 죽은 듯 꼬리를 내리고 하라 는 대로 따라주던 그녀가 처음으로 반항이라는 걸 했다.&lt;br&gt; 은 아란.&lt;br&gt; 야릇한 붉은 빛이 아란의 얼굴에 떠돌았다.&lt;br&gt; 지금 당장 아란의 몸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고 싶은 걸 참으면서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내가 어떤 여자 좋아하는지 말해줄까? 어떤 여자좋아하는데요? 그녀가 순진하게 되묻는다.&lt;br&gt; 역으로, 아란의 몸을 아래에 두고 있는 제후의 얼굴은 짓궂은 헌 터의 표정이 된다.&lt;br&gt; 오늘 밤 넌 죽었어, 라는 뜻이다.&lt;br&gt; 나한테 저항하는 여자.&lt;br&gt; 좋으면서도 싫다고 말해서 날 더 부추기는 여자.&lt;br&gt; 수차례의 절정이 지났다.&lt;br&gt; 몸과 몸이 먹고 먹혔다.&lt;br&gt; 흥분을 부추긴 대가로 아란은 밤새도록 시달렸지만 한 번도 제후를 거절하지 않았다.&lt;br&gt; 물러서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오빠가 원하는 게 내 몸이라면 나한테 빠져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.&lt;br&gt; 나한테 집착하도록, 그래서 나 외에는 누구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릴 거야.&lt;br&gt; 새벽녘에 풋잠이 들었던 제후는 아란이 뒤척이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.&lt;br&gt; 부스스한 얼굴로 시 계를 쳐다보니 아침 7시 30분, 샤워도 하지 못하고 잠이 든 지 겨우 세 시간이 지났다.&lt;br&gt; 제후는 끄으응,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깜박여 눈 안으로 들어온 빛을 몰아냈다가 다시 실눈 을 뜨고 옆에 누운 아란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.&lt;br&gt; 적어도 정오까지는 깨지 못할 것처럼 아란은 곤한 잠에 들어 있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끌어다 안으면서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몸을 개켜 일어났다.&lt;br&gt;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http://naveryo.com/naver/2452.php 쑤시고 아팠다.&lt;br&gt; 뜨겁고 격렬했던 정사(情事)의 보상이라 그것도 기꺼 운 제후였다.&lt;br&gt; 시트가 눌렸다 제 자리로 돌아오면서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반짝하는 기 운에 욕실로 들어가던 제후가 되돌아 와 그것을 주웠다.&lt;br&gt; 결혼반지였다.&lt;br&gt; 제후의 손가락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녀석의 짝이다.&lt;br&gt; 아란이 일부러 빼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도 어젯밤의 정신없는 상황에 빠트린 모양이다.&lt;br&gt; 정신없는.&lt;br&gt; 풋 그렇게 좋았나? 황홀한 기억을 되살리며 미소 짓는 제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느다란 백금 링 안에 글자가 새겨져있는 게 보였다.&lt;br&gt; 이니셜이다.&lt;br&gt; 제후는 반지를 쥔 손을 힘주어 쥐었다가 펼쳤다.&lt;br&gt;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간만에 찾아 온 나른한 행복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, 좋아하는 사람 있다.&lt;br&gt; 두렵지만 보고 싶었다.&lt;br&gt; 그녀의 사랑을 차지한 사람을 알고 싶었다.&lt;br&gt; 누구일까? 결혼반지에 이니셜을 새길 정도라면 굉장히 소중한 사람일 텐데, 한 번도 손가락에서 반지 를 빼지 않았던 건 결국 다른 사람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서였던 걸까? 제후는 가슴이 쓰렸다.&lt;br&gt; 그러나 피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.&lt;br&gt; 그래서, 어느 덧 땀이 고인 손바 닥에서 반지를 들어 빛이 잘 드는 쪽으로 들어올렸다.&lt;br&gt; 첫 글자는 K였다.&lt;br&gt; JH? KJH.&lt;br&gt; 뭐야, 내 거하고 똑같 무심코 내뱉은 진실에 제후의 눈동자가, 입이 그대로 굳어버린다.&lt;br&gt; 그러다 천천히 몸을 돌려 세상모르고 잠이 든 아란을 쳐다봤다.&lt;br&gt; 그녀는 말했었다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굴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고.&lt;br&gt; 야? 정말 나야? 네가 좋아하는 사람 정말로 권 제후야? 콧소리까지 내며 자고 있는 그녀가 대답할 리 없건마는 제후는 또 묻고 있었다.&lt;br&gt; 야, 한 민준.&lt;br&gt; 제후 놈 왜 저렇게 분위기 잡냐? 또 와이프랑 한 판 했대? 도서관 자리에 가방을 두기 무섭게 담배를 태운다고 나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책상에 쌓은 전공서 적들을 보며 한숨을 쉬던 서훈이 칸막이 사이로 몸을 제껴 민준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남들은 리포트 마감 맞추느라 골 빠개지는 이 때 얄밉게 돌아다니기나 하고 말이야.&lt;br&gt; 저 자식 머리 좋고 손 빠른 건 알지만 너무 한 거 아냐? 머리 나쁘고 손 늦은 너하곤 다르게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.&lt;br&gt; 내버려둬.&lt;br&gt; 장난스런 무시로 서훈의 입을 막은 민준이었으나, 민준도 얼마 못가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 났다.&lt;br&gt; 궁시렁 대며 책을 넘기던 서훈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.&lt;br&gt; 넌 또 어디 가? 나도 담배나 한 대 태우려고 그런다.&lt;br&gt; 금방 들어올게.&lt;br&gt; http://kccc.me/naver/56.html 서훈이 콧방귀를 흥, 뀐다.&lt;br&gt; 어이구! 자식이 저만 의리 있는 척 하고 있네.&lt;br&gt; 제후 놈 걱정 되서 그런다고 말하면 내가 너 잡아먹을까봐 그러냐? 친구 사이에 별 걸 다 숨겨.&lt;br&gt; 민준은 이해해줘서 고맙단 표시로 손을 들어보였다.&lt;br&gt; 그리고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확인한 다음 밖으로 나와 제후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있었다.&lt;br&gt; 저 자식 오늘만 담배 한 갑이 넘는데 와이프 마음 알았으면 됐지 또 뭐가 문제인 거야? 불 좀 빌리자.&lt;br&gt; 민준은 털썩, 제후 옆에 주저앉으며 담배를 내밀었다.&lt;br&gt; 뻔히 쳐다보는 표정에 약간의 놀라움 이 깃들었다.&lt;br&gt; 뭐해? 불 좀 빌리자니까.&lt;br&gt; 허연 연기가 둘이 되었다.&lt;br&gt; 새 담배의 3분의 1이 타들어가도록 아무 말이 없던 침묵은 기다 리다 지친 민준이 말을 꺼내면서 깨졌다.&lt;br&gt; 잘 나가다 왜 그러냐.&lt;br&gt; 사랑하는 여자 마음 얻은 걸로는 부족했어? 난 나를 잘 알아.&lt;br&gt;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민준은 금방 제후의 말뜻을 알아들었다.&lt;br&gt; 뭐가 두려운 건데.&lt;br&gt; 끝까지 가지 못할까봐?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던 여자들.&lt;br&gt; 그 속을 헤매던 방황에서 찾은 한 사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1.tistory.com/image/20/tistory/2009/12/26/03/35/4b3505f1aca12 &gt;&lt;br&gt;&lt;br&gt; 아니면 아란이야? 버리게 될까봐 두려우냐 버림받는 것이 두려우냐, 민준은 묻고 있었다.&lt;br&gt; 대답을 않는 것으로 보아 둘 다 인 것 같았다.&lt;br&gt; 네 곁에 있으면 행복하지 못할까봐 겁나냐? .&lt;br&gt; 미친 놈.&lt;br&gt; 네 곁에 누구씨는 행복해서 죽을라고 하더라.&lt;br&gt; 아란이 그 녀석 생각하는 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거 알지? 민준은 피다 만 담배를 밟아 뭉개며 말을 보탰다.&lt;br&gt; 행복해 하고 있어.&lt;br&gt; 네 눈에 보이잖아.&lt;br&gt; 너도 알고 있잖아.&lt;br&gt; 그 일 권 제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.&lt;br&gt;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궁상떨지 말고 지금 하는 만큼만 해 줘.&lt;br&gt; 넌 해 보지도 않은 놈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? 알려고 해서 알아진 게 아니라 눈에 보인다고 했잖아.&lt;br&gt; 너희 둘 사랑하는 거 눈에 보여.&lt;br&gt; 서 로의 곁에서 행복해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이 보여.&lt;br&gt; 비로소 보이는 웃음이 서글펐다.&lt;br&gt; 민준아 나 제후의 핸드폰이 삐빅 신호음을 냈다.&lt;br&gt; 문자 메시지였다.&lt;br&gt; 제후가 말을 하려다 말고 메시지를 확인한다.&lt;br&gt; 누구야? 아란이? 어.&lt;br&gt; 6시에 경상대 앞에서 만나기로 한 걸 깜박했네.&lt;br&gt; 그러더니 제후는 이렇다 할, 양해도 구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뛰어 들어간다.&lt;br&gt; 그리고 수 분 후 다시 나와 정신없이 가방을 메고 경상대 건물이 있는 쪽으로 사라져버린다.&lt;br&gt; 뭐야, 저 녀석.&lt;br&gt; 얼음 왕자에서 공주의 똘마니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.&lt;br&gt; 혼자 남은 민준이 바닥에 떨어진 제 후의 담배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어본다.&lt;br&gt; 사랑을 하는 친구는 행복해 보였다.&lt;br&gt; 한 달음에 도착할 듯 걸음을 재촉했던 제후는 아란의 모습이 보이기 불과 몇 미터 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아란의 곁에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.&lt;br&gt; 저번에 본 채석이라는 아이는 아니다.&lt;br&gt; 아란이 그 남자와 다정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도, 미소를 지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발은 저절로 서버렸다.&lt;br&gt; 처음 보았을 땐 무작정 손을 낚아 채 데려오고 친구 앞에서 무례한 키스를 퍼붓기까지 했는 데 지금은 소중한 그녀를 그리 대할 맘도 대할 용기도 없다.&lt;br&gt; 하지만 잠시 동안 심장을 욱죄어 오는 통증은 사실이었다.&lt;br&gt; 지금은 가지 말라고 겁먹은 머리가 명령을 내린다.&lt;br&gt; 아란이 다른 남자와 얘기대화의 내용에 상관없이하는 모습만 보면 사라지는 자신감도, 언제 그녀가 그를 버리고 행실 좋고 반듯한 사람을 찾아 가버릴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었다.&lt;br&gt; 조심스러웠다.&lt;br&gt; 화를 낸다기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음을 알았던 듯 그 모습은 그리 오래 눈에 비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손짓을 해가며 대화 를 주고받던 남자가 목례를 하고는 사라진다.&lt;br&gt; 마찬가지 방법으로 인사를 받은 아란이 몸을 나무 그늘의 기둥에 기대며 이내 입 을 가리고 하품을 한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무심코 돌린 시야에 제후의 모습이 들어오자 아란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부른다.&lt;br&gt; 아까와는 다르게 서두르지 않는 보폭으로 제후는 아란에게 걸어갔다.&lt;br&gt; 오래 기다렸어? 이제 6시 20분밖에 안 됐는데요, 뭘.&lt;br&gt; 아란이 손목을 올렸다 내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오해하지 않도록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.&lt;br&gt; 오면서 보니까 누구랑 얘기하고 있던데 그 사람 누구야? 아, 봤어요? 여자 친구가 우리 학교 학생인데 처음 와서 길을 모른다고 그러잖아요.&lt;br&gt; 그럼 그렇지.&lt;br&gt; 설마 별다른 일이야 있겠어.&lt;br&gt; 다른 말은 안 했고? 에? 아아니, 이상한 추파 같은 거 던지지는 않았냐고.&lt;br&gt; 어휴, 이 병신! http://cwin.accs.kr 이상한 걸 물어본 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말은 왜 더듬는 거야.&lt;br&gt; 제후는 속 으로 수도 없이 제 머리를 쥐어박았다.&lt;br&gt; 그건 왜 물어보는 데요? 불현듯 민망해진 표정의 제후와 눈을 맞추던 아란이 눈을 깜박깜박 하더니 고개를 젓는다.&lt;br&gt; 그가 난감해하며 말을 더듬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너넌 내가 다른 여자랑 얘기하고 있으면 좋냐? 이런! 예, 아니오의 단답형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.&lt;br&gt; 그거야 당연히 그럼 됐어, 더 물어보지 마! 북 치고 장구치고 저 혼자 괜히 성질을 부리더니 제후는 혼자서 씩씩 걸어가 버린다.&lt;br&gt; 아란 이 졸졸 뒤를 따라온다.&lt;br&gt; 오빠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? 없었어.&lt;br&gt; 근데 왜 나한테 화내요? 화 안 냈어! 그러니까 자꾸 토 달지 마! 하지만 지금 화내고 있잖아요.&lt;br&gt; 서운함이 실린 음성과 함께 뒤를 따라오던 기척이 멎었다.&lt;br&gt; 제후가 뒤를 돌아보자 아란은 머 쓱한 팔을 쓸어내리며 서 있었다.&lt;br&gt; 상처받은 얼굴이었다.&lt;br&gt; 굳이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큰 눈에선 금방이라도 떼구르르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고여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 다시 제후의 상태를 확인시켜주었다.&lt;br&gt; 오빠 화내고 있다구요.&lt;br&gt; 한숨이 나온다.&lt;br&gt; 왜 소중히 여긴다면서, 좋아한다면서 난 왜 꼭 번번이 저 아일 울리고 마는 걸까.&lt;br&gt; 이제는 정말로 사랑인데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는 그녀였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마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착각에 재 빨리 손을 내밀어 아란의 팔을 잡았다.&lt;br&gt; 미안해.&lt;br&gt; 됐어요.&lt;br&gt; 사실은 그게그래! 리포트 쓰다가 나왔거든.&lt;br&gt; 모레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출하라고 교수가 닦달을 해서 아마 그것 때문에 신경이 좀 예민해져 있었나 보다.&lt;br&gt; 알았어요.&lt;br&gt; 아란은 잡히지 않은 쪽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.&lt;br&gt; 그럼 바쁘다고 얘기하지 뭐하러 나왔어요.&lt;br&gt; 나 혼자서도 집에 갈 수 있는데.&lt;br&gt; 관심도 없었던 리포트가 도움을 줬다.&lt;br&gt; 제후는 그의 말에는 의심을 할 줄 모르는 아란과 300 페이지 분량의 전공서적을 탐독하고 사흘 만에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교수에게 감사했다.&lt;br&gt; 너 어린애잖아.&lt;br&gt; 나 없으면 안 되는.&lt;br&gt; 새록 고이는 웃음에 비로소 마음을 놓고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.&lt;br&gt; 울었으니까 배고플 거 아냐? 손가락 사이로 빈틈이 채워졌다.&lt;br&gt; 조금 걷다 돌아보는 그의 웃음에 그녀도 붉은 눈을 하고 웃었다.&lt;br&gt; 그것가지고 양이 차? 제후가 보기엔 먹는 것 같지도 않았다.&lt;br&gt; 저녁 사준다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데리고 왔더니 아 란은 샐러드에만 손을 대고 식사를 끝낸다.&lt;br&gt; 배불러요.&lt;br&gt; 봐요.&lt;br&gt; 아란이 손을 펴서 조금도 나오지 않은 아랫배를 톡톡 친다.&lt;br&gt; 그래도 이거 먹고 내일 아침까지 버텨야 되잖아.&lt;br&gt; 정말 배 안 고프겠어? 먹는 걸로는 그렇게 욕심 안 나요.&lt;br&gt; 나중에 우리 아이 가졌을 때도 그럴까봐 겁난다, 야.&lt;br&gt; 애기가 뱃속에서 뭘 먹고 크겠냐? 그거야 모르죠, 그 때 가면 곰탕에 두 그릇씩 밥 말아먹을지.&lt;br&gt; 투덜대는 제후를 아란은 쳐다보며 웃는다.&lt;br&gt; 제후가 먹다 말고 고개를 든다.&lt;br&gt; 왜? 아뇨.&lt;br&gt; 그냥 오빠가 나랑 애기 낳을 때까지 살아줄 생각 하고 있는 게 신기해서요.&lt;br&gt; 아이 오빠 닮으면 예쁠 거에요, 그죠? 아란의 말을 들은 제후가 얼굴을 굳혔다.&lt;br&gt; 살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거지.&lt;br&gt; 부부는 동등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니까.&lt;br&gt; 명문 S대의 학벌과 국내 건설회사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의 딸, 귀족적이고 아름다운 외모.&lt;br&gt;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도 제후에 대해서는 항상 자기를 낮추어 보는 아란 이다.&lt;br&gt; 자격지심이 아니라 아직 그의 마음을 모르기에 저러는 것이다 이해는 하면서도 제후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거슬린다.&lt;br&gt; 네가 나에 비해 뭐가 부족한데.&lt;br&gt; 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계약 따윈 이제 신경도 안 쓰고 있어.&lt;br&gt; 그러니 네가 나에 대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일, 없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오빠는 사랑해 본 적 있어요? 조건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만 생각하면 자신이 형편없어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뭔지 알 수 있어요? 내가 뭐?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아니에요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9/tistory/2009/12/26/04/29/4b35128d5b2b9 &gt;&lt;br&gt;&lt;br&gt;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아? 사람 궁금하게.&lt;br&gt; http://cye.daumkor.co.kr 있잖아요, 나 오늘 술 마시고 싶은데.&lt;br&gt; 심드렁하던 제후의 눈동자가 반짝, 놀란다.&lt;br&gt; 아란은 종업원이 접시들을 치운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말했다.&lt;br&gt; 오빠는 운전해야 되니까 관두고 나 마시는 거만 봐주면 안 돼요? 나 참.&lt;br&gt; 마시려면 같이 마셔야지.&lt;br&gt; 취하면 호텔 찾아서 하루 자면 되잖아.&lt;br&gt; 레스토랑을 나온 두 사람은 제후가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들른다는 호프집을 찾았 다.&lt;br&gt; 8시가 갓 넘은 초저녁인데도 단골들이 많아 벌써부터 시끌시끌했다.&lt;br&gt; 어렵사리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.&lt;br&gt; 뭐 마실래? 오빠가 정해요.&lt;br&gt; 난 아무 거나 상관없으니까.&lt;br&gt; 아란이 순진한 얼굴로 양 팔을 뻗어 소파를 짚고 다리를 모아 앉는다.&lt;br&gt; 투명한 유리 테이블 아래로 허벅지가 반은 보이는 미니스커트가 골반에서부터 아슬아슬하게 감고 있다.&lt;br&gt; 그러고 보니 내내 핸드백으로 허벅지를 가리고 있던 게 생각이 났다.&lt;br&gt; 비트 강한 댄스 음악 때문인지 어슴푸레 얼굴에 빛을 드리우는 조명 때문인지 늘 대하는 그 녀임에도 제후는 가슴이 떨린다.&lt;br&gt; 조금만 옆으로 가 봐.&lt;br&gt; 파트너가 있음에도 아란을 힐끔대는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영 못마땅했다.&lt;br&gt; 저 자식들, 감히 누구 걸 넘보는 거야? 왜요? 우리가 남이냐? 같이 앉게.&lt;br&gt; 아란이 안으로 물러 들어갔다.&lt;br&gt; 제후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안아 자 기 쪽으로 돌린다.&lt;br&gt; 저항도 않는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향이 녹아 입 안에서 뒤엉킨다.&lt;br&gt; 아란을 훔쳐보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하려던 것이었지만 애초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촉촉하고 도톰한 입술의 감촉에 취해버리는 제후였다.&lt;br&gt; 키스가 깊어지면서 아란이 반응을 보였다.&lt;br&gt; 팔을 제후의 목에 감고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.&lt;br&gt; 등줄기의 움푹 파인 부분을 제후의 손가락이 훑자 아란은 허리를 휘면서 몸을 바짝 갖다 붙인다.&lt;br&gt; 자잠깐만요, 오빠.&lt;br&gt; 등이 푹신한 소파에 닿기 직전에 아란이 제후를 떠민다.&lt;br&gt; 사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젠장, 뭐가? 입맛을 다시며 제후는 아란에게 기울였던 몸을 세워 주위를 둘러보았다.&lt;br&gt; 그녀의 말처럼 이 게 웬 떡이냐 쳐다보는 눈들이 많았다.&lt;br&gt; 언제 웨이터가 다녀갔는지도 모르게 세팅 된 테이블과, 처음에는 수북하게 올라왔을 맥주 거품의 얇은 층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바보 씹탱이들.&lt;br&gt; 남 연애하는 거 처음 보나.&lt;br&gt; 상황의 진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다가 제후는 마지못해 아란을 품에서 놓아주었다.&lt;br&gt; 그녀 는 부끄러운 눈빛이었지만 창피해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옷매무새를 바로 하며 앉는다.&lt;br&gt; 잘못 했어.&lt;br&gt; 제후는 1700㏄ 용량의 차가운 맥주를 작은 잔에 따라 마시고 입술에 묻은 거품을 혀로 쓰 윽, 핥아냈다.&lt;br&gt; 첨부터 호텔로 가는 건데 잘못했어.&lt;br&gt; 거기 가서 둘이 신나게 즐기는 건데.&lt;br&gt; 다른 데로 갈까요? 아란이 온기가 느껴지는 손을 제후의 무릎에 얹었다.&lt;br&gt; 자그마한 압박감에 제후가 마시던 잔 을 놓고 이게 무슨 뜻이냐는 듯 그녀를 쳐다본다.&lt;br&gt; 하다만 거 계속 하고 싶지 않아요? 말귀를 알아들은 제후가 금세 쿡, 웃었다.&lt;br&gt; 살다보니 요조숙녀 은 아란의 입에서 먼저 그걸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도 있구나 싶었다.&lt;br&gt; 좋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.&lt;br&gt; 경험자답게,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인간의 짧고 비밀 스런 사랑을 나누려면 어디가 좋은지는 숙지하고 있었다.&lt;br&gt; 형, 나 거기 좀 쓸게.&lt;br&gt;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눈짓을 하고 제후는 아란을 데리고 좁은 문을 나와 2층으로 올라 갔다.&lt;br&gt; 작은 문이 있었다.&lt;br&gt; 제후가 손잡이를 돌리고는 아란을 들어가게 했다.&lt;br&gt; 잠만 자는 곳인지 가구 하나 형광등 하나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.&lt;br&gt; 키 높은 창문으로 흘러들 어오는 달빛이 야트막한 침대를 비추는 곳이었다.&lt;br&gt; 달칵.&lt;br&gt; 등 뒤로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.&lt;br&gt;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.&lt;br&gt; 오늘 처음 만난 여자와 남자가 http://alr.me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밀애(密愛)의 장소를 찾은 것처럼 아 란과 제후는 잠시 눈을 맞춘다.&lt;br&gt; 그가 다가온다.&lt;br&gt; 붙잡히는 시선 속에서 천천히 긴장이 고조된다.&lt;br&gt; 제후의 팔이 허리를 감싸오자 아란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본다.&lt;br&gt; 하얀 손가락이 제후의 뺨을 스치고 머리칼을 만지다가 목젖을 스친다.&lt;br&gt; 붉은 입술이 탐스럽다.&lt;br&gt; 늘 품 안에서 익숙했던 향기가 어색하게 코를 스치고 떨리는 손가락의 감촉 아래로 부드러 운 피부는 사르르 밀려난다.&lt;br&gt; 음악소리가 귓가에서 웽웽 멀어져가고 맞닿은 심장소리는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.&lt;br&gt; 한껏 달아오른 숨결이 하나가 된 몸을 얽어 묶는다.&lt;br&gt; 뱅그르르 천장이 맴을 돈다.&lt;br&gt; 젖은 숨소리가 방 안을 메운다.&lt;br&gt; 절정의 신음소리가 공중에 부딪치고 야릇한 고통과 쾌감이 뿜어져 나온다.&lt;br&gt; 무저갱(無底坑)의 암흑까지 떨어졌다가 천국의 광명에까지 이른다.&lt;br&gt; 생명과 생명이 만나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들어맞은 그것은 사랑을 잉태한다.&lt;br&gt; 꿈인 듯 환상인 듯 시간이 멈춘다.&lt;br&gt; 앞으론 종종 술 마시러 와야 되겠는 걸.&lt;br&gt;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후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한바탕의 격렬한 운동(!)으로 땀을 빼고 난 다음에 마시는 맥주 맛은 더없이 좋았다.&lt;br&gt; 언제는 호텔 가서 둘이 즐기자면서요.&lt;br&gt; 제후가 쳐다보자 아란이 얼른 눈을 돌리고 입을 다문다.&lt;br&gt; 그녀의 하얀 목에 남은 키스마크가 조금 전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그래서 좋았다는 거야, 싫었다는 거야? 흔하지 않은 아란의 새침한 눈빛에 제후가 운전을 하면서 웃었다.&lt;br&gt; 앵 토라지는 입술이 귀엽 기만 했다.&lt;br&gt; 뭐나쁘지는 않았어요.&lt;br&gt; 차마 대답을 못하겠는지 미적미적, 말을 돌리지만 선수답게 제후는 속뜻을 낚아 채 낸다.&lt;br&gt; 괜찮았으면 집에 가서 한 번 더 할까? 카메라를 샀다.&lt;br&gt; 원하면 바로 찍어서 즉석에서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5d/c6/bmwno10001/folder/3/img_3_49_20?1261914232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웨딩 앨범 말고는 볼 만 한 사진을 채워 둔 앨범 하나 없다는 게 제후의 이유였지만 빛나는 두근거림으로 자리해가는 아란의 모습을 잃어버리기는 너무 아까워서 그랬다.&lt;br&gt; 제후는 자석이 달린 예쁜 팬시 제품을 사다가 냉장고에 사진을 붙여 놓기 시작했다.&lt;br&gt; 막 일 어나서 눈을 부비는 모습, 샤워를 하고 나와 젖은 머리를 터는 모습이며 놀이동산에서 재영과 놀아주는 모습 등, 제후의 손에 서는 카메라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.&lt;br&gt; 사진 찍는 걸 싫다고 손사래를 젓던 아란도 점차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다루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.&lt;br&gt; 한 번은 술을 마시고 들어와 퉁퉁 부은 제후의 얼굴을 몰래 찍었다가 냉장고에 붙여놓고 잠 이 깬 그에게 보여주면서 깔깔대기도 했다.&lt;br&gt; 길을 지나다 만난 귀여운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을 찍기도 했지만 그들 사진 속의 주인공은 거의 상대방이었다.&lt;br&gt; 사랑할 운명으로 만나게 된 것처럼 뒤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이었다.&lt;br&gt; 언제부터였을까.&lt;br&gt; 넌 언제부터 내 주위를 맴돌았을까.&lt;br&gt; 내가 모르던 시절의 넌 어떤 모습이었을까.&lt;br&gt; 어떤 http://fman.webdaum.net 모습으로 나를 사랑했을까.&lt;br&gt;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제후는 아란을 더듬어 봤지만 어느 한 조각 기억 속에도 그녀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았다.&lt;br&gt; 아란은 가슴에 안고 다니는 전공서적을 치우고 교복을 입혀놓으면 여고생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풋풋한 인상의 소유자였다.&lt;br&gt; 화려한 옷과 세련된 화장으로 자신을 치장해 남자를 유혹할 줄도 몰랐고 마음에 드는 남자 에게 먼저 접근하는 여자들의 화끈함은 흉내 내지도 못했다.&lt;br&gt; 결혼 전, 그런 여자들만을 찾아 부담 없이 즐겨왔던 제후 쪽에서 보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도 당연했다.&lt;br&gt; 설사 그녀를 알았다 하더라도 처녀를 망가뜨린 야한아가씨사진 책임을 떠맡을 걸 염려해서 거절했을 것이다.&lt;br&gt; 제후는 간혹 등 뒤를 맴도는 아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.&lt;br&gt;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곧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 못하고 외면하는 서글픈 눈빛을.&lt;br&gt; 아란아 난 너를 확인해 보고 싶다.&lt;br&gt; 내게 손 내민 나를 찾아올 용기를 내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너를 위해 심장을 송두리째 내어버린 내 사랑을 알아주길 원한다.&lt;br&gt; 오늘 집에 못 들어온다구요? 벌써 술에 취했는지 전화기 너머 제후의 목소리는 분명하지 않았다.&lt;br&gt;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1/tistory/2009/12/26/04/01/4b350bf3c0b51 &gt;
&lt;br&gt;http://cwin.accs.kr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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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
&lt;br&gt;무료야동 하나뿐인 딸의 행복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그저 이 결혼을 통해 들어올 회사의 유익과, 눈엣 가시 같은 전처의 딸과 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던 그들은 제후의 입장에서도 좋아질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나중에 다른 세상에 태어나면 그 때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어요.&lt;br&gt; 아란은 오빠도 포함해서요, 란 말은 하지 못했다.&lt;br&gt; 사람 무안하게 톡톡 쏘긴 하지만 친오빠 같은 다정함으로 그녀를 지켜주는 사람 제후의 사랑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.&lt;br&gt; 이렇게 의지할 가슴과 어깨가 있는 것으로 감사하자고 늘 심장을 달래는 그녀였다.&lt;br&gt; 나를 귀찮아하지 않는 사람들 곁에서요.&lt;br&gt; 아란의 한숨을 제후는 키스로 막았다.&lt;br&gt; http://ccc1.me 촉촉하고 아찔한 입술의 감촉을 겉에서만 느끼기가 아쉬워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넣고는 뜨거운 향기를 나눠 삼켰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걸며 몸을 붙였다.&lt;br&gt; 그의 손에 길들여진 몸은 키스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며 떨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손이 아란의 등 뒤로 가 실크 원피스의 지퍼를 내렸다.&lt;br&gt; 가냘픈 허리를 따라 원피스 가 아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제후도 옷을 벗어던졌다.&lt;br&gt; 여행 얘기만 하고 내려갈 참이었는데 불이 붙자 멈출 수가 없었다.&lt;br&gt; 여느 때처럼 아란은 순결한 나신으로 제후를 받아들였다.&lt;br&gt;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거 친 움직임과 손길을 힘겨워하면서도 순종했다.&lt;br&gt; 제후는 녹초가 되도록 아란을 안고 또 안았다.&lt;br&gt; 미친 사람처럼 아란의 몸속에서 권 제후의 소유를 확인했다.&lt;br&gt; 그는 어느 샌가 그녀가 아니면 쾌락을 느낄 수 없는 남자로 길들여져 있었다.&lt;br&gt; 애 데리고 올라가서 뭘 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니? 손님들 오시는데 나와서 좀 맞지 않 고.&lt;br&gt; 누르면 붉은 물이 떨어질 것 같은 아란의 뺨과 제후의 옷자락을 쥐며 등 뒤로 숨는 그녀의 행동이 위에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권 회장 내외는 짐짓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.&lt;br&gt; 손님들이야 할아버지 만나러 왔지, 저 보러 왔어요? 사돈어른들이 오셨단다.&lt;br&gt;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니? 제후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.&lt;br&gt; 새어머니와 대면해야한다는 말에 핏기가 가시는 아란의 안색 을 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에서 싫다는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 어디 계시는데요? 옷을 쥔 아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.&lt;br&gt; 그녀는 제후의 등으로 바짝 몸을 붙였다.&lt;br&gt; 희미하게 떨 리는 작은 어깨가 안쓰러워서 제후는 견딜 수 없었다.&lt;br&gt; 권 회장이 손가락으로 귀한 손님이 아니면 모시지 않는 방을 가리켰다.&lt;br&gt;다른 손님들과 따 로 모셨다.&lt;br&gt; 매무새 가다듬고 들어가서 인사 여쭙고 나오거라.&lt;br&gt; 제후도 피하고 싶었다.&lt;br&gt; 가능하다면 평소에도 잘 지내냐는 전화 한 통 없는 부모 같지도 않 은 사람들과 아란을 대면시키는 이 상황을 그녀에게서 가려주고 싶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제후가 머뭇거리자 권 회장의 눈이 아란을 향했다.&lt;br&gt; 어서 들어가서 인사 드리거라.&lt;br&gt; 결혼하고 나선 처음인데 무척 보고 싶었을 것 아니냐.&lt;br&gt; 제후는 사정도 모르고 아란을 몰아다 붙이는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.&lt;br&gt; 그렇다고 보는 눈, 듣는 귀 많은 이 자리에서 사실을 얘기할 수도, 경거망동을 저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0.tistory.com/image/21/tistory/2009/12/26/02/48/4b34fad445746 &gt;&lt;br&gt;&lt;br&gt; 누나! 그 때 어디선가 남자아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아란의 다리에 매달려 얼굴을 비비댔다.&lt;br&gt; 아란이 몸을 굽히더니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 올렸다.&lt;br&gt; 이제 다섯 살이나 됐을까 누가 보면 엄마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녀를 빼닮은 꼬마였다.&lt;br&gt; http://jabajoa.net  누구야? 내 동생 재영이요.&lt;br&gt; 결혼식 때 안 봤었어요? 하지만 아란이 넌외동딸이잖아, 라고 말하려다가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아마도 이 아 이는 새어머니에게서 난 의붓동생일 것이다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 누구야? 아저씨? 제후는 맹랑한 꼬마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.&lt;br&gt; 아란이 웃으며 동생의 말을 정정했다.&lt;br&gt; 재영아, 아저씨가 아니라 매형이야.&lt;br&gt; 누나랑 결혼한 사람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랑 결혼했어? 엄마랑 아빠처럼 같이 사는 거야? 아빠라기보다는 차라리 할아버지가 낫겠다.&lt;br&gt; 제후는 획, 팔짱을 끼며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 다.&lt;br&gt; 그럼 아기는 어디 있어? 결혼하면 엄마 아빠처럼 아기도 낳는 거잖아.&lt;br&gt; 재영이 동생 어디 있어? 덕분에 아란의 긴장이 덜어지긴 했지만 누나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 처남이 마음에 들지 않 는 제후였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목에 목도리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팔을 풀려는 찰나, 손님 방 문이 열리더 니 그녀의 부모님이 나왔다.&lt;br&gt; 아이를 어르고 있던 아란이 새어머니를 보고는 동생을 거실바닥에 내려놓았다.&lt;br&gt; 엄마한테 갈래, 재영아? 누나는 어디 가야 되거든.&lt;br&gt; 웅웅, 싫어.&lt;br&gt; 누나도 같이 집에 가.&lt;br&gt; 응? 재영아, 이리 온.&lt;br&gt; 저 낳아준 엄마가 부르는데도 재영은 누나에게만 매달려 징징거렸다.&lt;br&gt; 제후가 발을 공중으로 동동대는 아이를 떼어다 엄마에게 안겨주었다.&lt;br&gt; 고마워, 권 서방.&lt;br&gt; 그리고 너도 오랜만이구나.&lt;br&gt; 잘 지냈니? 새어머니의 마지못한 눈길이 아란에게 닿았다.&lt;br&gt; 염려했던 거와 달리 아란은 떨지도 않고 말 을 받았다.&lt;br&gt; 걱정해주신 덕분에요.&lt;br&gt; 아버지도 건강하시죠? 나야 늘 잘 있지.&lt;br&gt; 이 사람이 잘 http://naverpin.com  챙겨주니까.&lt;br&gt; 아내의 어깨를 안으며 다정스레 대답하는 아란의 아버지를 보면서 제후는 역겨움마저 일었 다.&lt;br&gt; 당연히 그러시겠죠.&lt;br&gt; 힘들게 재혼하셨는데 오죽 하시겠어요? 삐딱한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.&lt;br&gt; 아란이 그러지 말라는 듯 제후의 팔을 잡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을 뿐 더러 제후도 그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.&lt;br&gt; 너무 사이가 좋아서 딸이 어떻게 사는지는 궁금하시지도 않나 봐요.&lt;br&gt; 저희 결혼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전화 한 통도 안 하시고 말입니다.&lt;br&gt; 저도 부러울 정도라니까요.&lt;br&gt; 농담 속에 드러나는 가시.&lt;br&gt; 은 사장 내외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흐려지는 것을 보며 권 회장 이 나섰다.&lt;br&gt; 제후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? 할아버진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히나 계세요, 소리가 이 사이에서 걸렸다가 목으로 넘어갔 다.&lt;br&gt; 제후는 조롱기를 입가에 걸었다.&lt;br&gt;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.&lt;br&gt; 하지만 없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뭘 잘못했는지 전 모르겠 는데요.&lt;br&gt; 제후야! 마침내 권 회장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제후가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오히 려 건방진 눈동자 속에 두 사람을 가두어 노려볼 뿐이었다.&lt;br&gt; 당신들도 깨달아야 돼.&lt;br&gt;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, 때늦은 사랑 놀음으로 무시당해 내쳐진 자식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당신들도 알아야 돼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그럼 천천히 놀다 가세요.&lt;br&gt; 저희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하거든요.&lt;br&gt; 얼굴 풀어.&lt;br&gt;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?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아란은 내내 불안한 얼굴이었다.&lt;br&gt; 너도, 지금 내가 너무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?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고?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해서 그래요.&lt;br&gt; 오빠도 괜히 저 때문에 은 아란.&lt;br&gt;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던 제후가 무서운 얼굴로 아란을 돌아보았다.&lt;br&gt; 말해두는 데 너하고는 상관없이 내가 한 말이야.&lt;br&gt;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대하는 그 분들 태도에 내가 기분이 나빠서 한 마디 한 거라고.&lt;br&gt; 알았어? 아란이 눈길을 돌리면서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기분 잡치게 그런 얼굴도 하지 말고.&lt;br&gt; 이래서야 둘이 여행 가는 기분도 안 나잖아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안 그럴게요.&lt;br&gt; 이러니 당하고만 살았지.&lt;br&gt; 제후는 침을 꿀꺽 삼키고 http://aqz.myhome.tv  화를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은 아란, 너 여기서 조금만 나빠지면 안 되겠냐? 까짓 망신 한 번 준 거 가지고 마음 쓰 지 마.&lt;br&gt; 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기나 할 거 같아? 사실은 아란이 입술을 오물거렸다.&lt;br&gt; 사실은 저도 속이 시원했어요.&lt;br&gt; 오빠가 그 말 안 했으면 내가 했을지도 몰라요.&lt;br&gt; 다만 오빠 가 할아버지 눈에 나는 건 아닐까, 사람들이 오빠 나쁘게 보면 어쩌나 그게 걱정됐어요.&lt;br&gt; 제후가 피식, 코웃음을 쳤다.&lt;br&gt;거기 온 손님 중에 나 그렇고 그런 놈인 거 모르는 사람 없 어.&lt;br&gt; 그래도 나 때문에 오빠 나쁘게 보이는 거 싫어요.&lt;br&gt; 정말로요.&lt;br&gt; 네 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기지 않는데 왜 네 눈엔 내가 안 보이는 걸까.&lt;br&gt; 제후는 속 이 쓰렸다.&lt;br&gt; 그만해라.&lt;br&gt; 빼도 박도 못할 말 가지고 가타부타 떠드는 거, 머리 아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11/tistory/2009/12/26/04/13/4b350ed07c702 &gt;&lt;br&gt;&lt;br&gt; 제후는 몸을 의자에 묻으면서 눈을 감았다.&lt;br&gt; 그를 가만, 쳐다보는 아란의 시선과 이내 고개를 돌리는 나즈막한 한숨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했다.&lt;br&gt; 기대하게 만들지 마.&lt;br&gt; 네 착한 눈빛을 마주하는 게 얼마나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 알아? 사랑은 느낄수록 괴로웠다.&lt;br&gt; 낯설고 힘들었다.&lt;br&gt;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호텔에서 보낸 VIP 전용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들어갔다.&lt;br&gt; 우와~예쁘다!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객실에 짐을 풀자마자 아란은 곧장 발코니로 뛰어나갔다.&lt;br&gt; 그러더니 인어공주가 되어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할 것처럼 난간을 손으로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.&lt;br&gt; 여기 진짜 마음에 들어요.&lt;br&gt;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감사하는 말씀 꼭 드려야겠어요.&lt;br&gt; 할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입었던 답답한 정장 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제후는 대답했다.&lt;br&gt; 그러던지.&lt;br&gt; 직접 마중을 나온 지배인의 말에 따르면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방이라고 했다.&lt;br&gt; 이틀을 머무는 데 190만원이고 사흘에 26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형의 허니문 패키지용 객실이란다.&lt;br&gt; 얼른 옷 갈아입어.&lt;br&gt; 바다 보고 싶다며.&lt;br&gt; 조금만 더 보구요.&lt;br&gt; 제후가 니트 셔츠에 청바지로 갈아입을 동안까지 아란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 음속에 불쑥 짓궂은 장난기가 돌았다.&lt;br&gt; 아쉬워하며 허리를 바로세우는 아란의 등에 제후의 가슴이 닿았다.&lt;br&gt; 그만 보고 가자니까.&lt;br&gt; 제후는 두 팔로 각각 아란의 어깨와 허리를 둘러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.&lt;br&gt; 아니면,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그냥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까? 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싫다.&lt;br&gt; 넌 내가 마법을 풀어줄 때만 살아 숨을 쉬는 인형이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그그치만 아까 집에서두 거긴 거기고 호텔에서 하는 건 처음이잖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목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를 헤치면서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물었다.&lt;br&gt; 불그스 름한 입술자욱과 고른 치흔(齒痕)이 남았다.&lt;br&gt; 게다가 우린 부부고어디에서도 거리낄 게 없어야 한다고.&lt;br&gt; 아란의 귓불을 깨물며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허리를 안았던 손이 내려가 스커트를 밀어올리고 매 끈한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.&lt;br&gt; http://hjjj.isuim.com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.&lt;br&gt; 자어떻게 할까? 밖으로 나가서 멍청한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줄까, 아니면 이 곳에 서 갑자기 돌아선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감으며 입술을 맞댔다.&lt;br&gt; 등 뒤로 파닥이며 스커트를 들추는 바람만큼이나 그녀의 행동은 대담했다.&lt;br&gt; 아란이 입술을 떼었다.&lt;br&gt; 원해요.&lt;br&gt; 해요.&lt;br&gt; 한 음절이 숨어 나왔지만 제후는 그 말이 허락의 뜻임을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요정들의 눈물처럼 수정이 되어 떨어질 듯 잔잔한 물기가 아란의 눈에 고인다.&lt;br&gt; 아란아 그의 뺨을 쓸어내리는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나 겁쟁이야.&lt;br&gt; 나 너 데리고 도망 온 거야.&lt;br&gt; 밑도 끝도 없이 퍼 올리는 말이었다.&lt;br&gt; 어둠에 깊이를 감춘 우물에서 처음 두레박으로 퍼 올 린 맑은 물이었다.&lt;br&gt; 사실은 내가 오빠.&lt;br&gt; 제후의 팔 안에서 아란의 허리가 휘어지며 다가갔다.&lt;br&gt; 코끝이 부딪치는 거리에서 아란은 제 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.&lt;br&gt; 그 말 꼭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면, 하고 나서 오빠 마음 상하게 할 말이라면 하지 마요.&lt;br&gt; 사람들 떠나서 둘이 있는 거잖아요.&lt;br&gt; 그러니 아무 생각 하지 마요.&lt;br&gt; 여행 왔으니까 좋은 기억만 만들어요.&lt;br&gt; 아무도 끼워주지 말고 그냥 우리 생각만 하면서 지내요, 네? 그녀가 말하는‘우리’는 특별하게 들린다.&lt;br&gt; 너는 너, 나는 나가 아닌 우리.&lt;br&gt; 그런데 그 우리 사이에 누가 끼어들면 어떻게 하지? 하나도 아닌 둘.&lt;br&gt; 너를 좋아하는 사람,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가 널 영원히 차지할 수 있는 걸 막아버리 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? 너 좋아하 바로 그 때 제후의 핸드폰이 주인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긴장이 푹 수그러드는 걸 느끼면서 아 란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고 거실로 들어갔다.&lt;br&gt; 여보세요? 제후, 네 이 녀석! 할아버지셨다.&lt;br&gt; 제후는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알았어요, 알았어.&lt;br&gt; 제가 잘못했어요.&lt;br&gt; 이제 됐죠?! 제후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.&lt;br&gt; 그리고 아예 핸드폰의 배터리를 뽑아 버렸다.&lt;br&gt; 오빠아란은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.&lt;br&gt;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래.&lt;br&gt; 돌아가면 틀림없이 배로 혼나겠지만 아무도 너한테 뭐라 안 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.&lt;br&gt; 아란이 고개를 저었다.&lt;br&gt; 부부는 일심동체랬어요.&lt;br&gt; 오빠가 잘못한 건 내가 잘못한 거고 난, 오빠가 할아버지한테 혼 나는 거 싫어요.&lt;br&gt; 그래? 제후는 웃는 듯 마는 듯 입가를 찡그렸다.&lt;br&gt;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에 대해 ‘우리’를 강조하는 아란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.&lt;br&gt; 나중에 할아버지가 부르시면 저도 데리고 가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줄게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줘? 어감이 재미있었다.&lt;br&gt; 마지못한 미소는 진심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.&lt;br&gt; 하긴.&lt;br&gt;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 예뻐하시니까 너 데리고 가면 야단은 덜 맞겠다.&lt;br&gt;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미소가 제후를 따라 아란의 얼굴에 고였다.&lt;br&gt; 그저 바 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웃고 있으면 온 세상이 빛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http://yyy.mainucc.me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.&lt;br&gt;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아냐? 그건 다 권 제후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야.&lt;br&gt;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먼 손가락으로 가리킨 그를 보고 승원과 미진이 했던 말이었다.&lt;br&gt; 무표정한 얼굴을 녹여보고자 웬만한 미모를 갖춘 여자들이 줄줄이 덤벼들었지만 마음을 얻고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했다.&lt;br&gt; 떠난 사람이 여자가 먼저든 권 제후가 먼저든 그가 미련을 갖고 찾는 경우도 없다 했다.&lt;br&gt; 포기해.&lt;br&gt; 저 선배 맘 좀 뺏어보겠다고 설치다가 바보 된 애들 하나둘인 줄 아냐? 친구들의 만류에도 변함없던 절실한 외바라기에 하늘도 감동하셨는지 인연이 맺어졌고 심지 어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게까지 되었다.&lt;br&gt;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제후는 아란의 몸만은 좋아했다.&lt;br&gt; 진짜 속을 내비치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녀가 없으면 가끔 서운해 한다고 느꼈다.&lt;br&gt; 그리고 그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.&lt;br&gt; 바라만 보고 말도 못 걸던 옛날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을, 아란은 보내고 있었다.&lt;br&gt; 하지만 헤어지면? 나한테 싫증을 내고 계약을 끝내자고 말하면? 가슴에 싸한 통증이 찾아왔다.&lt;br&gt; 아란은 작은 콧소리 섞인 한숨을 쉬며 제후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안겼다.&lt;br&gt; 그리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시원한 향수냄새와 체취를 숨 속으로 담아 넣었다.&lt;br&gt; 언젠가 그가 떠날 때 언젠가 혼자 남겨질 때,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며 견딜 수 있도록.&lt;br&gt; 제주도로 밀월여행을 다녀온 다음부터 제후는 강의라든가 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3/tistory/2009/12/26/04/01/4b350bf132285 &gt;&lt;br&gt;&lt;br&gt;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할 때를 빼 고는 아란을 옆에 붙이고 다녔다.&lt;br&gt; 결혼을 빨리 해서 못해봤던 평범한 데이트도 했다.&lt;br&gt; 강의가 비는 시간 틈틈이 전화를 하고 기다리고 만나고, 아란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녔다.&lt;br&gt; 같이 술 마실 시간도 없냐는 친구들의 비아냥거림도 권 제후, 사람 달라졌다고 신기한 눈으 로 쳐다보는 여자들의 시선도 상관없었다.&lt;br&gt; 그저 그만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.&lt;br&gt; 권 제후가 만든 시간 속에서 권 제후를 생각하는 것으 로 아란의 머릿속을 채워주고 싶었다.&lt;br&gt; 오빠, 이거 봐요! 아란이 갑자기 제후의 팔을 잡으며 멈춰 섰다.&lt;br&gt; 학교 앞 분식점에서 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소화 시킬 겸 아이쇼핑을 하다가 쇼윈도에 걸린 목걸이가 예쁘다고 들른 보석 전문점 안이었다.&lt;br&gt; 크리스탈로 만든 거래요.&lt;br&gt; 너무 예쁘죠? 아란이 가리킨 것은 손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큐피드 상이었다.&lt;br&gt; 앙증맞은 날개를 달고 하 트가 달린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.&lt;br&gt; 사줄까? 카운터에 있던 여직원 중 하나가 쪼르르 달려오는 걸 보며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정말요?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안 될 게 뭐야.&lt;br&gt; 너나 나나 어차피 돈만 남아도는 집 자식들이잖아.&lt;br&gt; 내가 맘만 먹으면 이 http://tpan.kbsyo.com 보석가게 전부를 사다가 안겨줄 수도 있다고.&lt;br&gt; 거드름을 피우는 제후의 말투에 아란이 웃는다.&lt;br&gt; 소리 없는 웃음에 그녀의 양 볼에는 깜찍한 볼우물이 진다.&lt;br&gt; 두 개였으면 좋겠는데 손때가 묻을까 조각상 아래 빌로드 천이 깔린 상자를 통째로 들고 있던 아란이 중얼거렸다.&lt;br&gt; 응? 이거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요.&lt;br&gt; 오빠하고 나하고 하나씩 나눠 갖게.&lt;br&gt; 짝 있어요, 손님.&lt;br&gt; 보여드릴까요? 옆에 있던 직원이 카운터로 따라 오란다.&lt;br&gt; 마음만 먹으면 이 보석가게 전부를 사서 안겨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던 까닭에 그녀의 태도는 굉장히 친절했다.&lt;br&gt; 여직원이 뭐라고 얘기를 하자 남자직원이 금고를 열더니 비슷한 크기의 상자를 꺼내고 뚜껑 을 연다.&lt;br&gt; 하트에 화살이 꽂힌 모양의 조각이 누워 있었다.&lt;br&gt; 예쁘다! 아란의 감탄사에 제후가 어깨를 으쓱, 했다.&lt;br&gt; 직원들과 주인의 낯에 화색이 떠오르는 걸 보니 꽤 값이 나가는 모양이었다.&lt;br&gt; 두 분 사귀는 사이세요? 귀족적인 고상함에 적당한 반항기가 돋보이는 근사한 외모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 였다.&lt;br&gt; 여자의 예쁘다는 말 한 마디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꺼내고 카드를 긁는, 성격 화끈한 남자 의 뒷모습을 보던 여직원 하나가 상자 두 개를 포장하며 말을 붙인다.&lt;br&gt; 남자친구가 아가씨한테 푹 빠져 있는 것 같던데 그래요? 아란은 가게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 제후를 창 너머로 쳐다보며 대답했다.&lt;br&gt; 가능성은 없었지만 듣기는 좋았다.&lt;br&gt; 이왕이면 커플링도 하지 그래요? 혼자 덜렁하니 우정 반지 같은 거 끼지 말고, 사귄지 오 래 된 사이면 웃고 있던 아란의 얼굴이 굳어버렸다.&lt;br&gt; 즐거워서 까닥거리던 손가락의 움직임도 투명한 유리 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저희, 부분데요.&lt;br&gt; 부부요? 그치만 남자 분은 반지를 끼고 있지 않던 손님의 달라진 표정을 보고 여직원은 입을 다물었지만 말은 뱉어진 다음이었다.&lt;br&gt;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비참함이었지만 아란은 막 포장이 끝난 상자를 들고 훌쩍 밖으로 나와 버렸다.&lt;br&gt; 더 듣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모르는 사람에게 계약에 묶인 부부라서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형식상의 관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약속.&lt;br&gt; 아란아! 담배를 태우며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던 제후는 그가 기다리는 것조차 잊은 듯 앞 을 지나쳐 황망히 걸음을 옮기는 아란을 보고 대충 통화를 마무리 하고 그녀에게 뛰어갔다.&lt;br&gt; 어디 가.&lt;br&gt; 오늘 할아버지 만나러 가기로 아란의 팔을 잡아 돌려세운 제후는 뜻밖에도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과 http://naveryo.com/naver/3408.php 맞닥뜨린 순간 말 을 끝맺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.&lt;br&gt; 원망, 분노 하여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이었다.&lt;br&gt; 낼까요? 목이 메는 음성으로 아란은 제후를 쳐다봤다.&lt;br&gt; 그냥 우리 여기서 끝낼까요? 뭐? 할아버지 앞에서 오빠가 사 준 선물이라고 좋아하며 자랑하는 아란의 얼굴을 볼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제후의 낯이 구겨졌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라면 그냥 여기서 끝내자고요!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을 시간도 달래줄 틈도 없었다.&lt;br&gt; 하얀 얼굴 가득 눈물을 터트린 아란 은 그대로 뒤돌아서 뛰어가 버렸다.&lt;br&gt;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.&lt;br&gt; 아란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그만큼 당황스러웠다.&lt;br&gt; 바닥 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 올리며 제후는 아득한 불안함으로 심장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.&lt;br&gt; 죄죄송합니다, 손님.&lt;br&gt; 아까의 여직원이 옆에 서 있었다.&lt;br&gt; 제가 실수를 했어요.&lt;br&gt; 두 분이 결혼하신 줄도 모르고 그만 커플링이나 하는 게 어떻겠냐 고 커플링? 제후는 무심결에 왼손 약지를 내려다보았다.&lt;br&gt; 아란과는 달리 어떤 구속도 허용치 않을 것처 럼,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텅 비어 있는 그의 손가락을.&lt;br&gt; 직원이 알고 말했던 것도 아니고 제후의 고의도 아니었지만 비싼 선물을 덥석 안겨주고는 아란의 마음을 깔아뭉갠 꼴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진작에 끼고 다녔어야 했는데 쑥스러움에 미뤄두었던 일이 치부를 드러내 그녀가 망신을 당 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뭐야?! 당신 눈에는 그 비싼 반지가 고작 우정 반지로 보였단 말야? 죄죄송합니다.&lt;br&gt; 정말 죄송합니다.&lt;br&gt; 어떻게 보상을 해야 이 여자에겐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후는 화가 났다.&lt;br&gt; 아니 그보다, 바람이 팽팽했던 풍선이 터져버린 것 같은 아란의 눈동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.&lt;br&gt; 화를 냈다는 건 그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뜻인데 말이다.&lt;br&gt; 나한테 기대를 해? 그 남자가 아닌 나한테? 본가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었다.&lt;br&gt; 할아버지가 생신 때의 일에 대해 뭐라고 꾸중을 하셨는지 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제후는 집에 가면 아란의 화를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가만 고민하고 있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1/tistory/2009/12/26/04/29/4b35128f54712 &gt;&lt;br&gt;&lt;br&gt; 여자의 눈치를 보는 일이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라면 용기를 낼 수도 있는 제후였다.&lt;br&gt; 불안하진 않았다.&lt;br&gt; 어느 덧 심장을 내 준 사람이기에 그리고 문득 문득 기대를 갖게 만드는 아란의 행동에 대한 설레임이 가슴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.&lt;br&gt; 상한 속을 달래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라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건 아닌가 했지만 옥외 주차장에서 떨리는 맘으로 올려다 본 그들의 보금자리에는 불이 커져 있었다.&lt;br&gt; 저녁나절, 그렇게 아란과 헤어지고 내내 구겨져 있던 제후의 얼굴이 반가움으로 펴졌다.&lt;br&gt; 엘 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고작 3층 내려오는 http://kccc.me/naver/2714.php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.&lt;br&gt; 가쁜 호흡에 들먹이는 심장을 억누르며 벨을 누르려는 찰나 문이 먼저 열렸다.&lt;br&gt; 왔어요? 어응.&lt;br&gt; 아까 그러고 간 게 미안해선지 아란은 어색한 음성으로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래도 죄책감이 드는 건 아란이 아니라 제후 쪽이었다.&lt;br&gt; 집에는 언제 왔어? 온 지 한 시간쯤 됐어요.&lt;br&gt;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아란의 어깨에서 바람이 인다.&lt;br&gt; 그 모습을 보자 잠시나마 가졌던 제 후의 설레임은 구석으로 밀려난다.&lt;br&gt; 아까 그 말 왜 한 거야? 내던지는 말이 퉁명스러웠다.&lt;br&gt; 아란이 침실로 향하던 걸음을 멈춘다.&lt;br&gt; 말해두겠지만 우리 결혼 오빠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죠.&lt;br&gt; 아란이 말을 가로채며 뒤돌아섰다.&lt;br&gt; 내가 아쉬워서 매달린 결혼이니까 혼자였던 생활로 돌아간다고 해도 오빠는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거죠?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? ! 내 마음 같은 거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거죠? 내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받아들였는지 오빠한테는 아무 상관없는 거죠? 굵은 눈물방울이 아롱져 바닥으로 떨어진다.&lt;br&gt; 제후는 울컥하는 마음에 아란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.&lt;br&gt; 그러는 넌! 너만 아픈 게 아니란 말이다.&lt;br&gt;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로 두고 사는 나는 편한 줄 알아? 멀쩡한 줄 알아? 넌 뭘 그렇게 잘했는데? 날 다그칠 만큼 순결한 요조숙녀에 조강지처야? 겉으로는 나밖 에 모르는 여자처럼 하고 다녀도 막상 뒤로는 여우짓하고 다니는 지 어떻게 알아? 아니에요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 오빠밖에 없어요.&lt;br&gt; 왜 몰라요 꼭 말로만 해야 되는 거에요? 마음으로 날 봐줄 수는 없는 거에요?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악에 받친 한 마디가 아란의 입을 뚫고 터져 나왔다.&lt;br&gt;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 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제후의 눈빛이 주춤했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손을 뿌리쳤다.&lt;br&gt;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축하한다는 말 듣고 싶었어요.&lt;br&gt;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더 이상 비참해질래야 비참해질 수도 없었다.&lt;br&gt; 손으로 가리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 큼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 걸 느끼며 아란이 뛰쳐나간다.&lt;br&gt; 멍하니 서 있던 제후가 탕! 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.&lt;br&gt; 아아란아! 제후는 신발도 신지 않고 따라 나갔지만 아란은 보이지 않았다.&lt;br&gt; 두리번거리며 황급한 심정 으로 그녀를 찾는 그의 귀에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꺄아악! 사람이 다쳤어요, 누가 좀 도와줘요! 설마 하는 불안감에 심장이 내려앉으면서 소름이 돋았다.&lt;br&gt;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 서 제후는 여자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.&lt;br&gt; 계단이 있는 곳이었다.&lt;br&gt; 사람들이 그리로 모여들었다.&lt;br&gt; 이름도 모르는 이웃들을 헤치고 들어간 제후의 눈이 커졌다.&lt;br&gt; 아란아! 계단 아래,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분명 아란이었다.&lt;br&gt; 벗겨진 한 짝의 신 발이 계단 중간에 걸쳐져 있었다.&lt;br&gt; 아란아, 제발! 넋 나간 표정으로 아란을 안아든 제후가 창백해진 그녀의 뺨을 두드리다 말고 웅성대며 모 여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.&lt;br&gt; 뭣들 하는 거에요! 사람이 다쳤는데! 구급차, 누구 구급차 좀 불러줘요!! 가벼운 뇌진탕이라면서! 그거 말고는 다친 데도 없다면서 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? 방안이 다 쩌렁쩌렁 울렸다.&lt;br&gt; 의사 생활 25년에 http://naveryo.com/naver/376.php 이렇게 막 되먹고 시끄러운 보호자는 처음 보겠다고 생각하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을 꺼냈다.&lt;br&gt; 자자, 일단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으십시오.&lt;br&gt; 그래야 저도 무슨 말씀을 드리던지 할 것 아 닙니까? 뒤에 서 있던 권 회장이 제후의 어깨를 두드렸다.&lt;br&gt; 노인의 자애로운 눈빛이 거친 감정에 휩 싸인 손자의 마음을 다독였다.&lt;br&gt;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환자분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.&lt;br&gt; 약간의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 은 것 외에는 이봐, 의사 선생!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? 뭔가 새로운 걸 얘기해 보라고! 나는 왜 아란이 가 깨어나지 못하는지에 묻고 있잖아! 제후야! 할아버지의 엄한 목소리에 제후는 억지로 숨을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문제는 환자분이 거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.&lt;br&gt; 무의식중에 깨어나는 걸 거부하는 것 같습 니다.&lt;br&gt; 뭔가 두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.&lt;br&gt; 그럼 어떻게 해야 지금으로썬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.&lt;br&gt; 어떤 확약도 드릴 수가 의사가 말끝을 줄였다.&lt;br&gt; 제후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.&lt;br&gt; 구급대에 실려 온지 벌써 사흘 밤낮을 넘겼는데 아란은 죽은 듯이 잠만 잘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.&lt;br&gt; 죽은 듯이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 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 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무너졌다.&lt;br&gt; 이대로 영원한 잠에 들어 깨어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, 다시는 아란의 맑은 웃음을 볼 수 없 는 건 아닌가 방정맞은 생각들이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머릿속을 오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지친 발을 끌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깊은 잠에 든 아란의 얼굴은 평온해보였지만 그와 함께 하는 일상이 두려워 일어나지 못한 다는 말에 제후의 가슴은 핏빛 멍울이 지고 몇 톤짜리 돌을 얹은 것 마냥 무거웠다.&lt;br&gt; 다가가 의자를 끌어다놓고 앉았다.&lt;br&gt;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대고 눈을 감았 다.&lt;br&gt; 눈물 한 줄기가 제후의 뺨을 타고 흘렀다.&lt;br&gt; 아직은 아직은 아니잖아.&lt;br&gt; 나한테 실망하고 화나더라도 내가 철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참아주라.&lt;br&gt; 부부란 원래 그런 거 잖아.&lt;br&gt; 나란 놈한테 실망해서 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널 채웠다고 해도 이런 모습이 마지막이면 안 되는 거잖아.&lt;br&gt; 아란아 내 목소리 들리면 좀 일어나봐.&lt;br&gt; 내 마음 알기 http://ccc1.me 전까지는 멀리 가지마.&lt;br&gt; 나 놔두고 혼자 먼 데로 떠나지마.&lt;br&gt; 다시 그녀 없는 시간이 흘렀다.&lt;br&gt; 네 번의 낮과 밤이 일상을 만들며 지나갔다.&lt;br&gt; 학교에는 가야 된다는 할아버지의 엄명에 따르 긴 했지만 제후는 아란의 간호를 맡은 사람이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 이었다.&lt;br&gt; 강의가 끝나면 끼니를 챙길 틈도 없 이 달려오곤 했다.&lt;br&gt; 제 에미 애비가 죽은 후로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중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권 회장은 손 자며느리가 걱정되면서도 아란에게 몰두하는 제후의 모습을 다행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았다.&lt;br&gt; 제후는 남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생일에 아란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모르는 척 했던 것도 손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였다.&lt;br&gt; 아란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쉴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마음이 안식처를 찾았다는 걸 말이다.&lt;br&gt; 이제 미움 받는 역할은 그만해도 될 것 같군.&lt;br&gt; 그동안 수고했네.&lt;br&gt; 어느 날 새벽인가 아란을 간호하다 곁에 엎드려 잠이 든 제후를 보며 권 회장은 병실을 나 와 밖에서 문병 차, 들렀던 공범에게 말했다.&lt;br&gt; 그 녀석이 미처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처음부터 좋아했을 걸요.&lt;br&gt; 민준이 미소로 답했다.&lt;br&gt; 그런데 언제쯤 말해주는 게 좋을까요? 이번 일도 있고 두 사람 다, 슬슬 진실을 알 때도 된 것 같은데.&lt;br&gt; 내버려 두게.&lt;br&gt;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제 3자보다 서로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제일 행복할 테니까.&lt;br&gt; 제후가 마음을 숨기는 바보짓만 하지 않는다면요.&lt;br&gt; 그 때 낮은 굽의 샌들을 신고 복도를 뛰어오는 간호사 한 명이 있었다.&lt;br&gt; 그녀는 권 회장에게 다다르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.&lt;br&gt; 은 아란씨 보호자 되시죠? 빨리 병실에 좀 와주셔야겠어요.&lt;br&gt; 우리 아이가 깨어났습니까? 그게 아니고 병실로 환자분의 아버지라는 분이 찾아오셨는데 손자 분이 막 더 듣지 않아도 상황을 짐작하는 권 회장이었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알고 있는 이상은 그랬다.&lt;br&gt; 어둠에 묻힌 복도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병실이 http://jabajoa.net 있었다.&lt;br&gt; 활짝 열린 문으로 넓은 용적의 빛이 바닥을 비추고 거기선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가! 여기서 사라지라고! 당신이 무슨 아버지라고 딸이 다쳐서 입원해 있는데도 일주일 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당신이 무슨 아버지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19/tistory/2009/12/26/03/36/4b35063fa1a7a &gt;&lt;br&gt;&lt;br&gt; 의사가 뭐라고 한 줄 알아? 잘못하면 평생 저러고 있을 수도 있대.&lt;br&gt; 부모라는 사람들이 결 혼이란 명목으로 팔아넘긴 딸이 영원히 잠들어서 죽을 때까지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대! 그거 알기나 해? 깨어나면 두려 운 일이 기다리는 것처럼 깨어나는 걸 거부하고 있대.&lt;br&gt; 이보게 권 서방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란의 아버지가 사위에게 낯을 보이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후 가 말을 가로챘다.&lt;br&gt; 당신과, 당신의 새 아내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짐이었는지 몰라도 아란이 이제 나한테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야.&lt;br&gt; 누구한테도 상처받지 못하게 내가 지킬 거고 아무도 이 아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일 있으 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그러니 가.&lt;br&gt; 여기서 사라지고 다시는 오지 마! 절규.&lt;br&gt; 그리고 차마 말해주지 못한 사랑.&lt;br&gt; 우리 누나 아파?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문틈으로 제후와 은 사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권 회장과 민준의 귀에 아이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누나 이제 못 일어나? 재영이었다.&lt;br&gt; 엄마보다 배다른 누나를 더 따르던 그녀의 동생이었다.&lt;br&gt; 아저씨 우리 누나 죽었어?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재영이 제후의 바지를 잡고 흔들었다.&lt;br&gt; 재수 없는 소리 집어 쳐! 죽긴 누가 죽었다고 그래! 아이의, 아란을 빼닮은 눈동자에 다시금 죄책감이 스며들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이가 놀랄 수 있다 는 것도 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.&lt;br&gt; 방금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끅끅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재영은 누나의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.&lt;br&gt; 부벼대는 눈이 붉었다.&lt;br&gt; 제 후는 한숨을 쉬며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었다.&lt;br&gt; 미안하다, 꼬마야.&lt;br&gt; 아저씨가 잘못했어.&lt;br&gt; 누나 안 죽어.&lt;br&gt; 그냥 자고 있는 거잖아.&lt;br&gt; 일어날 거야.&lt;br&gt; 꼭 일어나서 널 안아줄 거야.&lt;br&gt; 누나에게 http://naverpin.com 그랬던 것처럼 재영은 제후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.&lt;br&gt; 아이들 특유의 달콤한 체취가 한가득 안겨왔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안듯이 아이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달랬다.&lt;br&gt; 아무 일 없을 거야정말로.&lt;br&gt; 목이 메어왔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민준이, 그리고 할아버지가 문간에 서 있었다.&lt;br&gt; 본의 아니게 엿들은 꼴이 되어 버렸구나, 미안하다.&lt;br&gt; 언제 오셨어요? 그리고 민준이 너는? 제후는 재영을 안은 채로 일어났다.&lt;br&gt; 아란이 문병 왔다가 할아버지를 만나서 담배 한 대 태우고 들어오는 길이야.&lt;br&gt; 괜찮아? 네 녀석 온 건 하나도 안 반가워.&lt;br&gt; 민준이 피식 웃으며 사돈과 함께 나가는 권 회장을 쳐다봤다.&lt;br&gt; 은 사장의 무거운 걸음새를 보아하니 긴 얘기가 될 것 같았다.&lt;br&gt; 곧 반가워하게 될 걸.&lt;br&gt; 너, 나하고 잠깐 얘기 좀 하자.&lt;br&gt; 아란이 걱정되면 여기서 해도 좋 고.&lt;br&gt; 옆 침대에 재영을 재워놓고 있을 때 캔 커피 두 개를 든 민준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너 어제도 밤샜다면서 몸은 괜찮은 거냐? 중간 중간 자니까 견딜 만 해.&lt;br&gt; 달고 시원한 냉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잠이 깨는 듯 했다.&lt;br&gt; 아란이 좋아하지? 캔을 들어올리던 제후의 손이 공중에서 우뚝 멈췄다.&lt;br&gt; 내 말이 맞냐?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가 제후의 입가를 맴돌았다.&lt;br&gt; 민준이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뭐 너 하는 짓 봐선 묻지 않아도 당연한 얘기다만 그냥 확인해 본 거다.&lt;br&gt; 그 때 내가 아 란이 좋아한다고 했던 거 기억 나냐? 그래서.&lt;br&gt;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?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냐? !! 경악의 표정이 제후의 얼굴에 떠올랐다.&lt;br&gt; 민준이 바닥에 깔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캔을 살살 흔들었다.&lt;br&gt; 그래, 맞아.&lt;br&gt; 나 너한테 거짓말 했다.&lt;br&gt; 난 너 만큼이나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친 구의 여자를 노릴 정도로 비열한 놈은 아니야.&lt;br&gt; 그런데 왜 나한테 부탁한 사람이 있었어.&lt;br&gt; 네가 행복해지기를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이.&lt;br&gt; 할아버지가? 민준은 제후의 생각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.&lt;br&gt; 내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어땠을 거 같냐? 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 서투르잖아.&lt;br&gt; 할아버 지는 진실을 깨닫도록 너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거야.&lt;br&gt; 지기 싫어하는 네 성격에 누가 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가만히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싫어도 http://aqz.myhome.tv 지키려고 노력할 테니까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신 거지.&lt;br&gt; 결 국 할아버지의 판단은 옳았고 지금 넌 여기 이 자리에 있잖아.&lt;br&gt; 아란이도 이 사실 알아? 몰라.&lt;br&gt; 아마 내가 자기한테 접근한 게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걸.&lt;br&gt; 그 녀석, 너도 알겠 지만 사람을 너무 잘 믿어.&lt;br&gt;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도 안 하고 덥석 믿어버려.&lt;br&gt; 제후는 허무함에 웃음이 나왔다.&lt;br&gt; 그 동안의 고민이 다 쓸데없는 거였다니.&lt;br&gt; 말이나 들어보자.&lt;br&gt; 너 아란이 찾아가서 뭐라고 했냐? 어느 덧 경계심을 풀은 눈동자였다.&lt;br&gt; 민준이 싱긋 웃었다.&lt;br&gt;궁금하냐? 그걸 말이라고 해? 할아버지랑 짜고 나 속인 건 괘씸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용서해준 다.&lt;br&gt; 음처음엔 반지 얘기 하면서 속을 찔러봤고 두 번째는 너희들이 계약 결혼 한 거 알고 있다고 했고, 세 번째는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지.&lt;br&gt; 그랬더니 뭐래? 선배가 뭘 원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을 거에요, 그러더라.&lt;br&gt; 아마도 내가 자기한테 구애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나봐.&lt;br&gt; 순진한 녀석.&lt;br&gt; 진심하고 장난도 구분 못하는 바보.&lt;br&gt; 가까이 있으면서도 참 어려운 사랑을 하는 커플이었다.&lt;br&gt; 자식이, 그러는 저는 바보짓 안 한 줄 아나.&lt;br&gt; 민준은 아직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생 각하는 어리석은 친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.&lt;br&gt; 너도 속아 넘어갔으면서 뭘 그래.&lt;br&gt; 나한테 주먹질까지 하고.&lt;br&gt; 한 민준 연기력이 좋았던 거지.&lt;br&gt; 정작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지만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비단 아란의 입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에서라도 그녀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고도 멀쩡할 자신이 없었다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왜.&lt;br&gt; 나 힘들다.&lt;br&gt;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데 그 아이가 원하면 보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놔 줄 수가 없어.&lt;br&gt; 욕심 부리면 정말 아란이가 달아날지 모르는데 원래 사람 좋아하는 건 다 그런 거야.&lt;br&gt; 민준은 제후의 어깨를 툭툭 쳤다.&lt;br&gt; 그리고 너처럼 지극정성인 남자 놔두고 어딜 가겠냐? http://hjjj.isuim.com 도망가더라도 일주일 동안 잠 못 자 고 밥 못 먹어가며 고생한 네 은공은 갚고 가라고 그래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웃으라고 한 말이었는데 친구를 부르는 한숨이 깊었다.&lt;br&gt; 그런 만큼 그의 사랑도 깊었다.&lt;br&gt; 아란이 쓰러졌던 날, 나한테 처음 화를 내더라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 나 하냐고,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막 울어 버리더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3/tistory/2009/12/26/02/44/4b34f9ea238d4 &gt;&lt;br&gt;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아무 에게도 축하받은 적 없다던 생일날에 날 만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에 단 한 사람 오빠한테만은 축하받고 싶었다고 그러더 라.&lt;br&gt; .&lt;br&gt; 사랑이 없어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난 항상 그 앨 다치게만 만들더라.&lt;br&gt; 나중에 보니 까 내가 그 앨 내쫓아버렸더라.&lt;br&gt; 제후야 아, 맞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면 늦기 전에 끝내자고 아란이가 그러더라.&lt;br&gt; 한 민준, 너 어떻게 생각해? 나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? 걸리는 게 많군.&lt;br&gt; 민준은 한 조각 희망도 남지 않은 얼굴로 넋두리를 하는 친구가 가여웠다.&lt;br&gt; 그리고 그의 이런 사랑을 모른 채 마음을 가두고 잠이 들어있는 아란에게 화가 나려고 했다.&lt;br&gt; 아란이 보내고 너 혼자 살 자신 있어? 자신이야 있지.&lt;br&gt; 미쳐버릴 자신.&lt;br&gt; 죽어도 돌아볼 사람 없으니 원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 자 신.&lt;br&gt; 그럼 보내지마.&lt;br&gt;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다 꼭 붙들어 두고 살아.&lt;br&gt; 내가 너 사랑하니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곁에만 있어달라고 졸라.&lt;br&gt; 은 아란은 착하니까 소원을 들어줄 거야.&lt;br&gt; 억지 부려서 더 정 떨어진다고 하면? 이런 겁쟁이! 권 제후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? 그럴 일 없을 거야.&lt;br&gt; 내가 장담해.&lt;br&gt; 민준은 제후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웃어주었다.&lt;br&gt; 제후를 향한 아란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친구는 확실히 달라졌다.&lt;br&gt; 조각 같은 외모와 냉담한 분위기로 여자들을 녹이던 권 제후 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.&lt;br&gt; 사랑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겁을 내고 두려워하고, 고 민을 했다.&lt;br&gt; 만약 아란이 끼고 다니던 순결반지의 주인공이 바로 자기라는 걸 알게 되면 제후가 뭐라고 그럴까 문득 궁금해지는 민준이었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병원 로비.&lt;br&gt; 그를 배웅하러 나온 친구에게 민준은 마지막 충고를 했다.&lt;br&gt;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아란이네 아버지한테 심하게 굴지 마라.&lt;br&gt; 판단은 네가 아니라 아란 이의 몫으로 남겨둬야지.&lt;br&gt; 아무리 그래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분 아니냐.&lt;br&gt; 알았어.&lt;br&gt; 아란이 일어나면 그동안 장난쳐서 미안했다고 대신 사과도 건네주고.&lt;br&gt; 알았다니까.&lt;br&gt; 택시를 부른 민준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든다.&lt;br&gt;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 제후는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아직도 깊은 잠에 들어 있는 아란을 보았지만 이제는 기다림마저 달가웠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의식을 잃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잠이 들어 있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보며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키스를 하면 일어나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마저 들었다.&lt;br&gt; http://yyy.mainucc.me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깨어 있을 때처럼 여전히 보드랍고 향기가 난다.&lt;br&gt; !! 세 번째 키스를 하고 제후가 얼굴을 들려했을 때 목에 둘려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늘고 미약 한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졌다.&lt;br&gt; 설마, 설마!!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기대감에 제후는 감았던 눈을 떴다.&lt;br&gt;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아란의 눈 동자가 무려 8일 만에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너너 말이 나오질 않았다.&lt;br&gt; 한없이 기쁜 순간에 너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.&lt;br&gt; 응, 나 일어났어요.&lt;br&gt; 나 진짜 많이 잤죠? 젠장!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에 왈칵, 목이 메어 오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은 제후의 몸을 가만히 밀면서 일어났다.&lt;br&gt; 제후가 얼른 아란의 어깨를 잡아 부축해주었다.&lt;br&gt; 그래, 이 잠꾸러기야.&lt;br&gt; 무슨 잠을 8일씩이나 자냐?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겨주다가 제후는 부서질 것 같은 아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.&lt;br&gt; 며 칠 사이 수척해진 몸에, 줄무늬 환자복 속으로 느껴지는 헐거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빨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누가 발을 잡고 안 나줬어요.&lt;br&gt; 눈을 뜨고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반겨줄 사람 아무도 없다고 그냥 여기서 살라고 그랬어요.&lt;br&gt; 까만 옷에 얼굴도 없는 무서운 사람이 자꾸 날 붙잡았어요.&lt;br&gt; 무서웠어? 아란은 대답을 하지 않고 손깍지를 끼어 제후의 등을 안았다.&lt;br&gt; 그의 어깨 언저리가 천천히 젖어왔다.&lt;br&gt; 그녀의 몸이 흐느낌으로 떨리고 있었다.&lt;br&gt; 미안해 입술을 깨물었다.&lt;br&gt; 가까스로 참아내는 그녀의 눈물은 고통이 되어 제후의 심장으로 배겨왔다.&lt;br&gt; 다시는 너 혼자 무서운 꿈에 남겨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.&lt;br&gt; 무료야동 우린 항상 같이 있을 거야.&lt;br&gt; 언제든 널 지켜줄 거야.&lt;br&gt;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그리고 나도, 널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아란의 감은 눈꺼풀에 입을 맞추며 제후는 말했다.&lt;br&gt; 창 밖으로 먼동이 트고 있었다.&lt;br&gt;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 날과 하늘을 두고 제후는 그렇게 가 슴을 저리며 찾아온 첫사랑을 고백했다.&lt;br&gt; 아빠가 새엄마랑 헤어지기로 했대요.&lt;br&gt; 은 사장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아란이 저녁때를 훌쩍 넘겨 들어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아빠 없는 동안에 나한테 함부로 한 거 전주댁 아줌마한테 들었나 봐요.&lt;br&gt; 그동안 아빠 노 릇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그랬어요.&lt;br&gt; 전주댁 아줌마는 아란이 여섯 살 때부터 은 사장네 살림을 봐줬던 사람이었다.&lt;br&gt; 엄마가 돌아 가시고 나서 유일하게 정을 붙인 사람이라고, 새 엄마가 들어와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면서는 더욱 의지를 했던 사람이라 고 아란은 얘기하곤 했었다.&lt;br&gt; 재영이는? 엄마가 데려가서 키운다고 하셨는데 확실한 건 모르겠어요.&lt;br&gt; 원래 재영이가 새 엄마보단 나하고 아빠를 잘 따랐거든요.&lt;br&gt; 제후는 알 만 하다는 듯 말했다.&lt;br&gt; 치장하고 가꾸느라 아이 돌 볼 틈도 없었나보지.&lt;br&gt; 아마도요.&lt;br&gt; 아란의 얼굴에서 긍정의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.&lt;br&gt; 그래도 http://tpan.kbsyo.com 새 엄마가 계서서 아빠가 행복하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왠지 아빠가 이혼 을 결정하신 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죄송스러워요.&lt;br&gt; 난 아무래도 좋다는 사고방식은 버려.&lt;br&gt; 남을 위해서 희생할 생각만 하지 말고 좀 이기적으 로 굴어봐.&lt;br&gt; 아란이 넌 행복할 자격 충분히 있어.&lt;br&gt; 제후는 마주 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.&lt;br&gt; 아, 그리고 나 커피 마실 건데 생각 있으면 같이 마시자.&lt;br&gt;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구수한 커피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.&lt;br&gt; 휘파람을 불면서 주방으 로 들어가는 제후를 보며 아란은 혼자 웃었다.&lt;br&gt;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제후는 줄곧 다정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.&lt;br&gt; 처음엔 보상 심리 때문인 가 의심도 해보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의 다정함은 변함이 없었고 스스럼없는 장난기와 짓궂은 행동은 그들이 보통의 신혼부부 처럼 살고 있다고 아란이 생각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계약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랑해서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다.&lt;br&gt; 알았지? 끝내자는 말 절대로 하지 마.&lt;br&gt; 이제 겨우 두 달 좀 넘게 살아보고 맞는다느니 안 맞는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자.&lt;br&gt; 퇴원 기념으로 찾은 레스토랑에서 제후는 그런 말을 했다.&lt;br&gt; 손을 끌어다 잡으며 조심스레 말 을 내는 그의 눈을 보면서 아란은, 제후와의 관계에 좋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고 머잖아 그의 마음이 진 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.&lt;br&gt; 제후를 믿게 되었다.&lt;br&gt; 요즘만 같으면 세상에 무엇도 바랄 것 없는 사람처럼 아란은 행복했다.&lt;br&gt; 거기에 욕심 부려 한 가지 소원을 빈다면 그도 그녀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.&lt;br&gt; 그녀 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고 싶었다.&lt;br&gt; 커피 향 좋지? 좋아요.&lt;br&gt;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아란이 한모금의 향을 들이마셨다.&lt;br&gt; 정말이지 저 웃는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까봐 애태웠던 걸 생각하면 그녀가 얄밉기까지 한 제후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7e/14/bmwno1000/folder/3/img_3_1051_14?1261913432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잔잔히 부딪치는 시선에 아란이 뺨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.&lt;br&gt; 근데 왜 그렇게 쳐다봐요? 예뻐서.&lt;br&gt; 제후는 턱을 괴고 키득 웃었다.&lt;br&gt; 장난치지 마요.&lt;br&gt; 장난 아닌데.&lt;br&gt; 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 거야.&lt;br&gt; 한층 노골적인 시선에 부끄러움이 또르르 몰렸다.&lt;br&gt; 아란은 잔을 손으로 감싸고 살그머니 제 후의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.&lt;br&gt; 왜 모르고 살았을까.&lt;br&gt; 너처럼 귀엽고 착한 아이 옆에다 두고도 왜 모르고 지냈을까.&lt;br&gt; 커피를 다 마신 아란이 잔을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받침대에 얹고는 허둥지둥 주방을 나간 다.&lt;br&gt; 뒷모습을 쫓던 제후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따랐다.&lt;br&gt; 그리고 아란의 팔을 잡아 침실로 들어간 다음 문을 잠갔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보상 받고 싶다.&lt;br&gt; 너 없이 혼자 보냈던 것만큼 우리의 시간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고 싶다.&lt;br&gt; 오늘 http://naveryo.com/naver/3408.php 너 안아도 돼? 그그치만 거절해도 소용없어.&lt;br&gt; 보름동안 참아줬으니까 오늘은 내 맘대로 할 거야.&lt;br&gt; 물러서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안으면서 제후는 아란의 몸을 침대에 밀치듯 쓰러트렸다.&lt;br&gt; 성 급한 손길을 따라 드러나는 여자의 몸에 호흡이 가빠왔다.&lt;br&gt; 건강이 나빠졌다고 며칠 햇빛 구경을 안 시킨 탓인지 피부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.&lt;br&gt; 이 아 름다운 몸을 옷으로 가리면 오히려 죄가 될 것처럼 보였다.&lt;br&gt; 내일 토요일이지? .&lt;br&gt; 그럼 우리 밤새도록 여기서 놀자.&lt;br&gt; 전화와도 받지 말고 누가 벨 눌러도 열어주지 말고 내 일 아침까지 놀다가 자자.&lt;br&gt; 몰라요.&lt;br&gt; 싫어요가 아니라 몰라요다.&lt;br&gt; 늘 처음 만난 남자에게 몸을 열어주는 것처럼 아란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.&lt;br&gt;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잘 하면서 그에게만 그런다.&lt;br&gt; 그런 아란의 행동이 제후에게는 &lt;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사람&gt;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 졌다.&lt;br&gt; 그리고 매번 처녀를 방문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선사했다.&lt;br&gt; 싫으면 지금 말하던가.&lt;br&gt; 아란이 시트를 끌어올려 가슴을 가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싫어도 오빠 맘대로 한다면서요.&lt;br&gt; 후후, 이제 보니 삐지기도 하잖아? 제후는 아란의 화내는 모습이 신기했다.&lt;br&gt; 언제나 그 앞에선 쥐 죽은 듯 꼬리를 내리고 하라 는 대로 따라주던 그녀가 처음으로 반항이라는 걸 했다.&lt;br&gt; 은 아란.&lt;br&gt; 야릇한 붉은 빛이 아란의 얼굴에 떠돌았다.&lt;br&gt; 지금 당장 아란의 몸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고 싶은 걸 참으면서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내가 어떤 여자 좋아하는지 말해줄까? 어떤 여자좋아하는데요? 그녀가 순진하게 되묻는다.&lt;br&gt; 역으로, 아란의 몸을 아래에 두고 있는 제후의 얼굴은 짓궂은 헌 터의 표정이 된다.&lt;br&gt; 오늘 밤 넌 죽었어, 라는 뜻이다.&lt;br&gt; 나한테 저항하는 여자.&lt;br&gt; 좋으면서도 싫다고 말해서 날 더 부추기는 여자.&lt;br&gt; 수차례의 절정이 지났다.&lt;br&gt; 몸과 몸이 먹고 먹혔다.&lt;br&gt; 흥분을 부추긴 대가로 아란은 밤새도록 시달렸지만 한 번도 제후를 거절하지 않았다.&lt;br&gt; 물러서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오빠가 원하는 게 내 몸이라면 나한테 빠져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.&lt;br&gt; 나한테 집착하도록, 그래서 나 외에는 누구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릴 거야.&lt;br&gt; 새벽녘에 풋잠이 들었던 제후는 아란이 뒤척이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.&lt;br&gt; 부스스한 얼굴로 시 계를 쳐다보니 아침 7시 30분, 샤워도 하지 못하고 잠이 든 지 겨우 세 시간이 지났다.&lt;br&gt; 제후는 끄으응,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깜박여 눈 안으로 들어온 빛을 몰아냈다가 다시 실눈 을 뜨고 옆에 누운 아란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.&lt;br&gt; 적어도 정오까지는 깨지 못할 것처럼 아란은 곤한 잠에 들어 있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끌어다 안으면서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몸을 개켜 일어났다.&lt;br&gt;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http://kccc.me/naver/2714.php 쑤시고 아팠다.&lt;br&gt; 뜨겁고 격렬했던 정사(情事)의 보상이라 그것도 기꺼 운 제후였다.&lt;br&gt; 시트가 눌렸다 제 자리로 돌아오면서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반짝하는 기 운에 욕실로 들어가던 제후가 되돌아 와 그것을 주웠다.&lt;br&gt; 결혼반지였다.&lt;br&gt; 제후의 손가락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녀석의 짝이다.&lt;br&gt; 아란이 일부러 빼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도 어젯밤의 정신없는 상황에 빠트린 모양이다.&lt;br&gt; 정신없는.&lt;br&gt; 풋 그렇게 좋았나? 황홀한 기억을 되살리며 미소 짓는 제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느다란 백금 링 안에 글자가 새겨져있는 게 보였다.&lt;br&gt; 이니셜이다.&lt;br&gt; 제후는 반지를 쥔 손을 힘주어 쥐었다가 펼쳤다.&lt;br&gt;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간만에 찾아 온 나른한 행복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, 좋아하는 사람 있다.&lt;br&gt; 두렵지만 보고 싶었다.&lt;br&gt; 그녀의 사랑을 차지한 사람을 알고 싶었다.&lt;br&gt; 누구일까? 결혼반지에 이니셜을 새길 정도라면 굉장히 소중한 사람일 텐데, 한 번도 손가락에서 반지 를 빼지 않았던 건 결국 다른 사람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서였던 걸까? 제후는 가슴이 쓰렸다.&lt;br&gt; 그러나 피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.&lt;br&gt; 그래서, 어느 덧 땀이 고인 손바 닥에서 반지를 들어 빛이 잘 드는 쪽으로 들어올렸다.&lt;br&gt; 첫 글자는 K였다.&lt;br&gt; JH? KJH.&lt;br&gt; 뭐야, 내 거하고 똑같 무심코 내뱉은 진실에 제후의 눈동자가, 입이 그대로 굳어버린다.&lt;br&gt; 그러다 천천히 몸을 돌려 세상모르고 잠이 든 아란을 쳐다봤다.&lt;br&gt; 그녀는 말했었다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굴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고.&lt;br&gt; 야? 정말 나야? 네가 좋아하는 사람 정말로 권 제후야? 콧소리까지 내며 자고 있는 그녀가 대답할 리 없건마는 제후는 또 묻고 있었다.&lt;br&gt; 야, 한 민준.&lt;br&gt; 제후 놈 왜 저렇게 분위기 잡냐? 또 와이프랑 한 판 했대? 도서관 자리에 가방을 두기 무섭게 담배를 태운다고 나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책상에 쌓은 전공서 적들을 보며 한숨을 쉬던 서훈이 칸막이 사이로 몸을 제껴 민준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남들은 리포트 마감 맞추느라 골 빠개지는 이 때 얄밉게 돌아다니기나 하고 말이야.&lt;br&gt; 저 자식 머리 좋고 손 빠른 건 알지만 너무 한 거 아냐? 머리 나쁘고 손 늦은 너하곤 다르게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.&lt;br&gt; 내버려둬.&lt;br&gt; 장난스런 무시로 서훈의 입을 막은 민준이었으나, 민준도 얼마 못가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 났다.&lt;br&gt; 궁시렁 대며 책을 넘기던 서훈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.&lt;br&gt; 넌 또 어디 가? 나도 담배나 한 대 태우려고 그런다.&lt;br&gt; 금방 들어올게.&lt;br&gt; http://naveryo.com/naver/376.php 서훈이 콧방귀를 흥, 뀐다.&lt;br&gt; 어이구! 자식이 저만 의리 있는 척 하고 있네.&lt;br&gt; 제후 놈 걱정 되서 그런다고 말하면 내가 너 잡아먹을까봐 그러냐? 친구 사이에 별 걸 다 숨겨.&lt;br&gt; 민준은 이해해줘서 고맙단 표시로 손을 들어보였다.&lt;br&gt; 그리고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확인한 다음 밖으로 나와 제후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있었다.&lt;br&gt; 저 자식 오늘만 담배 한 갑이 넘는데 와이프 마음 알았으면 됐지 또 뭐가 문제인 거야? 불 좀 빌리자.&lt;br&gt; 민준은 털썩, 제후 옆에 주저앉으며 담배를 내밀었다.&lt;br&gt; 뻔히 쳐다보는 표정에 약간의 놀라움 이 깃들었다.&lt;br&gt; 뭐해? 불 좀 빌리자니까.&lt;br&gt; 허연 연기가 둘이 되었다.&lt;br&gt; 새 담배의 3분의 1이 타들어가도록 아무 말이 없던 침묵은 기다 리다 지친 민준이 말을 꺼내면서 깨졌다.&lt;br&gt; 잘 나가다 왜 그러냐.&lt;br&gt; 사랑하는 여자 마음 얻은 걸로는 부족했어? 난 나를 잘 알아.&lt;br&gt;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민준은 금방 제후의 말뜻을 알아들었다.&lt;br&gt; 뭐가 두려운 건데.&lt;br&gt; 끝까지 가지 못할까봐?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던 여자들.&lt;br&gt; 그 속을 헤매던 방황에서 찾은 한 사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1.tistory.com/image/17/tistory/2009/12/26/03/35/4b3505fa4f8a1 &gt;&lt;br&gt;&lt;br&gt; 아니면 아란이야? 버리게 될까봐 두려우냐 버림받는 것이 두려우냐, 민준은 묻고 있었다.&lt;br&gt; 대답을 않는 것으로 보아 둘 다 인 것 같았다.&lt;br&gt; 네 곁에 있으면 행복하지 못할까봐 겁나냐? .&lt;br&gt; 미친 놈.&lt;br&gt; 네 곁에 누구씨는 행복해서 죽을라고 하더라.&lt;br&gt; 아란이 그 녀석 생각하는 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거 알지? 민준은 피다 만 담배를 밟아 뭉개며 말을 보탰다.&lt;br&gt; 행복해 하고 있어.&lt;br&gt; 네 눈에 보이잖아.&lt;br&gt; 너도 알고 있잖아.&lt;br&gt; 그 일 권 제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.&lt;br&gt;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궁상떨지 말고 지금 하는 만큼만 해 줘.&lt;br&gt; 넌 해 보지도 않은 놈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? 알려고 해서 알아진 게 아니라 눈에 보인다고 했잖아.&lt;br&gt; 너희 둘 사랑하는 거 눈에 보여.&lt;br&gt; 서 로의 곁에서 행복해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이 보여.&lt;br&gt; 비로소 보이는 웃음이 서글펐다.&lt;br&gt; 민준아 나 제후의 핸드폰이 삐빅 신호음을 냈다.&lt;br&gt; 문자 메시지였다.&lt;br&gt; 제후가 말을 하려다 말고 메시지를 확인한다.&lt;br&gt; 누구야? 아란이? 어.&lt;br&gt; 6시에 경상대 앞에서 만나기로 한 걸 깜박했네.&lt;br&gt; 그러더니 제후는 이렇다 할, 양해도 구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뛰어 들어간다.&lt;br&gt; 그리고 수 분 후 다시 나와 정신없이 가방을 메고 경상대 건물이 있는 쪽으로 사라져버린다.&lt;br&gt; 뭐야, 저 녀석.&lt;br&gt; 얼음 왕자에서 공주의 똘마니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.&lt;br&gt; 혼자 남은 민준이 바닥에 떨어진 제 후의 담배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어본다.&lt;br&gt; 사랑을 하는 친구는 행복해 보였다.&lt;br&gt; 한 달음에 도착할 듯 걸음을 재촉했던 제후는 아란의 모습이 보이기 불과 몇 미터 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아란의 곁에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.&lt;br&gt; 저번에 본 채석이라는 아이는 아니다.&lt;br&gt; 아란이 그 남자와 다정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도, 미소를 지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발은 저절로 서버렸다.&lt;br&gt; 처음 보았을 땐 무작정 손을 낚아 채 데려오고 친구 앞에서 무례한 키스를 퍼붓기까지 했는 데 지금은 소중한 그녀를 그리 대할 맘도 대할 용기도 없다.&lt;br&gt; 하지만 잠시 동안 심장을 욱죄어 오는 통증은 사실이었다.&lt;br&gt; 지금은 가지 말라고 겁먹은 머리가 명령을 내린다.&lt;br&gt; 아란이 다른 남자와 얘기대화의 내용에 상관없이하는 모습만 보면 사라지는 자신감도, 언제 그녀가 그를 버리고 행실 좋고 반듯한 사람을 찾아 가버릴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었다.&lt;br&gt; 조심스러웠다.&lt;br&gt; 화를 낸다기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음을 알았던 듯 그 모습은 그리 오래 눈에 비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손짓을 해가며 대화 를 주고받던 남자가 목례를 하고는 사라진다.&lt;br&gt; 마찬가지 방법으로 인사를 받은 아란이 몸을 나무 그늘의 기둥에 기대며 이내 입 을 가리고 하품을 한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무심코 돌린 시야에 제후의 모습이 들어오자 아란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부른다.&lt;br&gt; 아까와는 다르게 서두르지 않는 보폭으로 제후는 아란에게 걸어갔다.&lt;br&gt; 오래 기다렸어? 이제 6시 20분밖에 안 됐는데요, 뭘.&lt;br&gt; 아란이 손목을 올렸다 내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오해하지 않도록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.&lt;br&gt; 오면서 보니까 누구랑 얘기하고 있던데 그 사람 누구야? 아, 봤어요? 여자 친구가 우리 학교 학생인데 처음 와서 길을 모른다고 그러잖아요.&lt;br&gt; 그럼 그렇지.&lt;br&gt; 설마 별다른 일이야 있겠어.&lt;br&gt; 다른 말은 안 했고? 에? 아아니, 이상한 추파 같은 거 던지지는 않았냐고.&lt;br&gt; 어휴, 이 병신! http://ccc1.me 이상한 걸 물어본 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말은 왜 더듬는 거야.&lt;br&gt; 제후는 속 으로 수도 없이 제 머리를 쥐어박았다.&lt;br&gt; 그건 왜 물어보는 데요? 불현듯 민망해진 표정의 제후와 눈을 맞추던 아란이 눈을 깜박깜박 하더니 고개를 젓는다.&lt;br&gt; 그가 난감해하며 말을 더듬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너넌 내가 다른 여자랑 얘기하고 있으면 좋냐? 이런! 예, 아니오의 단답형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.&lt;br&gt; 그거야 당연히 그럼 됐어, 더 물어보지 마! 북 치고 장구치고 저 혼자 괜히 성질을 부리더니 제후는 혼자서 씩씩 걸어가 버린다.&lt;br&gt; 아란 이 졸졸 뒤를 따라온다.&lt;br&gt; 오빠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? 없었어.&lt;br&gt; 근데 왜 나한테 화내요? 화 안 냈어! 그러니까 자꾸 토 달지 마! 하지만 지금 화내고 있잖아요.&lt;br&gt; 서운함이 실린 음성과 함께 뒤를 따라오던 기척이 멎었다.&lt;br&gt; 제후가 뒤를 돌아보자 아란은 머 쓱한 팔을 쓸어내리며 서 있었다.&lt;br&gt; 상처받은 얼굴이었다.&lt;br&gt; 굳이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큰 눈에선 금방이라도 떼구르르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고여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 다시 제후의 상태를 확인시켜주었다.&lt;br&gt; 오빠 화내고 있다구요.&lt;br&gt; 한숨이 나온다.&lt;br&gt; 왜 소중히 여긴다면서, 좋아한다면서 난 왜 꼭 번번이 저 아일 울리고 마는 걸까.&lt;br&gt; 이제는 정말로 사랑인데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는 그녀였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마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착각에 재 빨리 손을 내밀어 아란의 팔을 잡았다.&lt;br&gt; 미안해.&lt;br&gt; 됐어요.&lt;br&gt; 사실은 그게그래! 리포트 쓰다가 나왔거든.&lt;br&gt; 모레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출하라고 교수가 닦달을 해서 아마 그것 때문에 신경이 좀 예민해져 있었나 보다.&lt;br&gt; 알았어요.&lt;br&gt; 아란은 잡히지 않은 쪽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.&lt;br&gt; 그럼 바쁘다고 얘기하지 뭐하러 나왔어요.&lt;br&gt; 나 혼자서도 집에 갈 수 있는데.&lt;br&gt; 관심도 없었던 리포트가 도움을 줬다.&lt;br&gt; 제후는 그의 말에는 의심을 할 줄 모르는 아란과 300 페이지 분량의 전공서적을 탐독하고 사흘 만에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교수에게 감사했다.&lt;br&gt; 너 어린애잖아.&lt;br&gt; 나 없으면 안 되는.&lt;br&gt; 새록 고이는 웃음에 비로소 마음을 놓고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.&lt;br&gt; 울었으니까 배고플 거 아냐? 손가락 사이로 빈틈이 채워졌다.&lt;br&gt; 조금 걷다 돌아보는 그의 웃음에 그녀도 붉은 눈을 하고 웃었다.&lt;br&gt; 그것가지고 양이 차? 제후가 보기엔 먹는 것 같지도 않았다.&lt;br&gt; 저녁 사준다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데리고 왔더니 아 란은 샐러드에만 손을 대고 식사를 끝낸다.&lt;br&gt; 배불러요.&lt;br&gt; 봐요.&lt;br&gt; 아란이 손을 펴서 조금도 나오지 않은 아랫배를 톡톡 친다.&lt;br&gt; 그래도 이거 먹고 내일 아침까지 버텨야 되잖아.&lt;br&gt; 정말 배 안 고프겠어? 먹는 걸로는 그렇게 욕심 안 나요.&lt;br&gt; 나중에 우리 아이 가졌을 때도 그럴까봐 겁난다, 야.&lt;br&gt; 애기가 뱃속에서 뭘 먹고 크겠냐? 그거야 모르죠, 그 때 가면 곰탕에 두 그릇씩 밥 말아먹을지.&lt;br&gt; 투덜대는 제후를 아란은 쳐다보며 웃는다.&lt;br&gt; 제후가 먹다 말고 고개를 든다.&lt;br&gt; 왜? 아뇨.&lt;br&gt; 그냥 오빠가 나랑 애기 낳을 때까지 살아줄 생각 하고 있는 게 신기해서요.&lt;br&gt; 아이 오빠 닮으면 예쁠 거에요, 그죠? 아란의 말을 들은 제후가 얼굴을 굳혔다.&lt;br&gt; 살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거지.&lt;br&gt; 부부는 동등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니까.&lt;br&gt; 명문 S대의 학벌과 국내 건설회사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의 딸, 귀족적이고 아름다운 외모.&lt;br&gt;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도 제후에 대해서는 항상 자기를 낮추어 보는 아란 이다.&lt;br&gt; 자격지심이 아니라 아직 그의 마음을 모르기에 저러는 것이다 이해는 하면서도 제후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거슬린다.&lt;br&gt; 네가 나에 비해 뭐가 부족한데.&lt;br&gt; 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계약 따윈 이제 신경도 안 쓰고 있어.&lt;br&gt; 그러니 네가 나에 대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일, 없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오빠는 사랑해 본 적 있어요? 조건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만 생각하면 자신이 형편없어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뭔지 알 수 있어요? 내가 뭐?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아니에요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15/18/yasisite/folder/8/img_8_311_13?1261914458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아? 사람 궁금하게.&lt;br&gt; http://jabajoa.net 있잖아요, 나 오늘 술 마시고 싶은데.&lt;br&gt; 심드렁하던 제후의 눈동자가 반짝, 놀란다.&lt;br&gt; 아란은 종업원이 접시들을 치운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말했다.&lt;br&gt; 오빠는 운전해야 되니까 관두고 나 마시는 거만 봐주면 안 돼요? 나 참.&lt;br&gt; 마시려면 같이 마셔야지.&lt;br&gt; 취하면 호텔 찾아서 하루 자면 되잖아.&lt;br&gt; 레스토랑을 나온 두 사람은 제후가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들른다는 호프집을 찾았 다.&lt;br&gt; 8시가 갓 넘은 초저녁인데도 단골들이 많아 벌써부터 시끌시끌했다.&lt;br&gt; 어렵사리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.&lt;br&gt; 뭐 마실래? 오빠가 정해요.&lt;br&gt; 난 아무 거나 상관없으니까.&lt;br&gt; 아란이 순진한 얼굴로 양 팔을 뻗어 소파를 짚고 다리를 모아 앉는다.&lt;br&gt; 투명한 유리 테이블 아래로 허벅지가 반은 보이는 미니스커트가 골반에서부터 아슬아슬하게 감고 있다.&lt;br&gt; 그러고 보니 내내 핸드백으로 허벅지를 가리고 있던 게 생각이 났다.&lt;br&gt; 비트 강한 댄스 음악 때문인지 어슴푸레 얼굴에 빛을 드리우는 조명 때문인지 늘 대하는 그 녀임에도 제후는 가슴이 떨린다.&lt;br&gt; 조금만 옆으로 가 봐.&lt;br&gt; 파트너가 있음에도 아란을 힐끔대는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영 못마땅했다.&lt;br&gt; 저 자식들, 감히 누구 걸 넘보는 거야? 왜요? 우리가 남이냐? 같이 앉게.&lt;br&gt; 아란이 안으로 물러 들어갔다.&lt;br&gt; 제후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안아 자 기 쪽으로 돌린다.&lt;br&gt; 저항도 않는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향이 녹아 입 안에서 뒤엉킨다.&lt;br&gt; 아란을 훔쳐보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하려던 것이었지만 애초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촉촉하고 도톰한 입술의 감촉에 취해버리는 제후였다.&lt;br&gt; 키스가 깊어지면서 아란이 반응을 보였다.&lt;br&gt; 팔을 제후의 목에 감고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.&lt;br&gt; 등줄기의 움푹 파인 부분을 제후의 손가락이 훑자 아란은 허리를 휘면서 몸을 바짝 갖다 붙인다.&lt;br&gt; 자잠깐만요, 오빠.&lt;br&gt; 등이 푹신한 소파에 닿기 직전에 아란이 제후를 떠민다.&lt;br&gt; 사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젠장, 뭐가? 입맛을 다시며 제후는 아란에게 기울였던 몸을 세워 주위를 둘러보았다.&lt;br&gt; 그녀의 말처럼 이 게 웬 떡이냐 쳐다보는 눈들이 많았다.&lt;br&gt; 언제 웨이터가 다녀갔는지도 모르게 세팅 된 테이블과, 처음에는 수북하게 올라왔을 맥주 거품의 얇은 층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바보 씹탱이들.&lt;br&gt; 남 연애하는 거 처음 보나.&lt;br&gt; 상황의 진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다가 제후는 마지못해 아란을 품에서 놓아주었다.&lt;br&gt; 그녀 는 부끄러운 눈빛이었지만 창피해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옷매무새를 바로 하며 앉는다.&lt;br&gt; 잘못 했어.&lt;br&gt; 제후는 1700㏄ 용량의 차가운 맥주를 작은 잔에 따라 마시고 입술에 묻은 거품을 혀로 쓰 윽, 핥아냈다.&lt;br&gt; 첨부터 호텔로 가는 건데 잘못했어.&lt;br&gt; 거기 가서 둘이 신나게 즐기는 건데.&lt;br&gt; 다른 데로 갈까요? 아란이 온기가 느껴지는 손을 제후의 무릎에 얹었다.&lt;br&gt; 자그마한 압박감에 제후가 마시던 잔 을 놓고 이게 무슨 뜻이냐는 듯 그녀를 쳐다본다.&lt;br&gt; 하다만 거 계속 하고 싶지 않아요? 말귀를 알아들은 제후가 금세 쿡, 웃었다.&lt;br&gt; 살다보니 요조숙녀 은 아란의 입에서 먼저 그걸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도 있구나 싶었다.&lt;br&gt; 좋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.&lt;br&gt; 경험자답게,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인간의 짧고 비밀 스런 사랑을 나누려면 어디가 좋은지는 숙지하고 있었다.&lt;br&gt; 형, 나 거기 좀 쓸게.&lt;br&gt;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눈짓을 하고 제후는 아란을 데리고 좁은 문을 나와 2층으로 올라 갔다.&lt;br&gt; 작은 문이 있었다.&lt;br&gt; 제후가 손잡이를 돌리고는 아란을 들어가게 했다.&lt;br&gt; 잠만 자는 곳인지 가구 하나 형광등 하나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.&lt;br&gt; 키 높은 창문으로 흘러들 어오는 달빛이 야트막한 침대를 비추는 곳이었다.&lt;br&gt; 달칵.&lt;br&gt; 등 뒤로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.&lt;br&gt;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.&lt;br&gt; 오늘 처음 만난 여자와 남자가 http://naverpin.com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밀애(密愛)의 장소를 찾은 것처럼 아 란과 제후는 잠시 눈을 맞춘다.&lt;br&gt; 그가 다가온다.&lt;br&gt; 붙잡히는 시선 속에서 천천히 긴장이 고조된다.&lt;br&gt; 제후의 팔이 허리를 감싸오자 아란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본다.&lt;br&gt; 하얀 손가락이 제후의 뺨을 스치고 머리칼을 만지다가 목젖을 스친다.&lt;br&gt; 붉은 입술이 탐스럽다.&lt;br&gt; 늘 품 안에서 익숙했던 향기가 어색하게 코를 스치고 떨리는 손가락의 감촉 아래로 부드러 운 피부는 사르르 밀려난다.&lt;br&gt; 음악소리가 귓가에서 웽웽 멀어져가고 맞닿은 심장소리는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.&lt;br&gt; 한껏 달아오른 숨결이 하나가 된 몸을 얽어 묶는다.&lt;br&gt; 뱅그르르 천장이 맴을 돈다.&lt;br&gt; 젖은 숨소리가 방 안을 메운다.&lt;br&gt; 절정의 신음소리가 공중에 부딪치고 야릇한 고통과 쾌감이 뿜어져 나온다.&lt;br&gt; 무저갱(無底坑)의 암흑까지 떨어졌다가 천국의 광명에까지 이른다.&lt;br&gt; 생명과 생명이 만나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들어맞은 그것은 사랑을 잉태한다.&lt;br&gt; 꿈인 듯 환상인 듯 시간이 멈춘다.&lt;br&gt; 앞으론 종종 술 마시러 와야 되겠는 걸.&lt;br&gt;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후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한바탕의 격렬한 운동(!)으로 땀을 빼고 난 다음에 마시는 맥주 맛은 더없이 좋았다.&lt;br&gt; 언제는 호텔 가서 둘이 즐기자면서요.&lt;br&gt; 제후가 쳐다보자 아란이 얼른 눈을 돌리고 입을 다문다.&lt;br&gt; 그녀의 하얀 목에 남은 키스마크가 조금 전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그래서 좋았다는 거야, 싫었다는 거야? 흔하지 않은 아란의 새침한 눈빛에 제후가 운전을 하면서 웃었다.&lt;br&gt; 앵 토라지는 입술이 귀엽 기만 했다.&lt;br&gt; 뭐나쁘지는 않았어요.&lt;br&gt; 차마 대답을 못하겠는지 미적미적, 말을 돌리지만 선수답게 제후는 속뜻을 낚아 채 낸다.&lt;br&gt; 괜찮았으면 집에 가서 한 번 더 할까? 카메라를 샀다.&lt;br&gt; 원하면 바로 찍어서 즉석에서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7e/14/bmwno1000/folder/3/img_3_1051_21?1261913432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웨딩 앨범 말고는 볼 만 한 사진을 채워 둔 앨범 하나 없다는 게 제후의 이유였지만 빛나는 두근거림으로 자리해가는 아란의 모습을 잃어버리기는 너무 아까워서 그랬다.&lt;br&gt; 제후는 자석이 달린 예쁜 팬시 제품을 사다가 냉장고에 사진을 붙여 놓기 시작했다.&lt;br&gt; 막 일 어나서 눈을 부비는 모습, 샤워를 하고 나와 젖은 머리를 터는 모습이며 놀이동산에서 재영과 놀아주는 모습 등, 제후의 손에 서는 카메라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.&lt;br&gt; 사진 찍는 걸 싫다고 손사래를 젓던 아란도 점차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다루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.&lt;br&gt; 한 번은 술을 마시고 들어와 퉁퉁 부은 제후의 얼굴을 몰래 찍었다가 냉장고에 붙여놓고 잠 이 깬 그에게 보여주면서 깔깔대기도 했다.&lt;br&gt; 길을 지나다 만난 귀여운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을 찍기도 했지만 그들 사진 속의 주인공은 거의 상대방이었다.&lt;br&gt; 사랑할 운명으로 만나게 된 것처럼 뒤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이었다.&lt;br&gt; 언제부터였을까.&lt;br&gt; 넌 언제부터 내 주위를 맴돌았을까.&lt;br&gt; 내가 모르던 시절의 넌 어떤 모습이었을까.&lt;br&gt; 어떤 http://aqz.myhome.tv 모습으로 나를 사랑했을까.&lt;br&gt;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제후는 아란을 더듬어 봤지만 어느 한 조각 기억 속에도 그녀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았다.&lt;br&gt; 아란은 가슴에 안고 다니는 전공서적을 치우고 교복을 입혀놓으면 여고생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풋풋한 인상의 소유자였다.&lt;br&gt; 화려한 옷과 세련된 화장으로 자신을 치장해 남자를 유혹할 줄도 몰랐고 마음에 드는 남자 에게 먼저 접근하는 여자들의 화끈함은 흉내 내지도 못했다.&lt;br&gt; 결혼 전, 그런 여자들만을 찾아 부담 없이 즐겨왔던 제후 쪽에서 보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도 당연했다.&lt;br&gt; 설사 그녀를 알았다 하더라도 처녀를 망가뜨린 무료야동 책임을 떠맡을 걸 염려해서 거절했을 것이다.&lt;br&gt; 제후는 간혹 등 뒤를 맴도는 아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.&lt;br&gt;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곧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 못하고 외면하는 서글픈 눈빛을.&lt;br&gt; 아란아 난 너를 확인해 보고 싶다.&lt;br&gt; 내게 손 내민 나를 찾아올 용기를 내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너를 위해 심장을 송두리째 내어버린 내 사랑을 알아주길 원한다.&lt;br&gt; 오늘 집에 못 들어온다구요? 벌써 술에 취했는지 전화기 너머 제후의 목소리는 분명하지 않았다.&lt;br&gt;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0.tistory.com/image/21/tistory/2009/12/26/02/48/4b34fad445746 &gt;
&lt;br&gt;http://ccc1.me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11/tistory/2009/12/26/04/13/4b350ed07c702 &gt;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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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http://naverpin.com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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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
&lt;br&gt;조이1004 하나뿐인 딸의 행복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그저 이 결혼을 통해 들어올 회사의 유익과, 눈엣 가시 같은 전처의 딸과 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던 그들은 제후의 입장에서도 좋아질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나중에 다른 세상에 태어나면 그 때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어요.&lt;br&gt; 아란은 오빠도 포함해서요, 란 말은 하지 못했다.&lt;br&gt; 사람 무안하게 톡톡 쏘긴 하지만 친오빠 같은 다정함으로 그녀를 지켜주는 사람 제후의 사랑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.&lt;br&gt; 이렇게 의지할 가슴과 어깨가 있는 것으로 감사하자고 늘 심장을 달래는 그녀였다.&lt;br&gt; 나를 귀찮아하지 않는 사람들 곁에서요.&lt;br&gt; 아란의 한숨을 제후는 키스로 막았다.&lt;br&gt; http://gsite.sosdaum.net 촉촉하고 아찔한 입술의 감촉을 겉에서만 느끼기가 아쉬워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넣고는 뜨거운 향기를 나눠 삼켰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걸며 몸을 붙였다.&lt;br&gt; 그의 손에 길들여진 몸은 키스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며 떨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손이 아란의 등 뒤로 가 실크 원피스의 지퍼를 내렸다.&lt;br&gt; 가냘픈 허리를 따라 원피스 가 아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제후도 옷을 벗어던졌다.&lt;br&gt; 여행 얘기만 하고 내려갈 참이었는데 불이 붙자 멈출 수가 없었다.&lt;br&gt; 여느 때처럼 아란은 순결한 나신으로 제후를 받아들였다.&lt;br&gt;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거 친 움직임과 손길을 힘겨워하면서도 순종했다.&lt;br&gt; 제후는 녹초가 되도록 아란을 안고 또 안았다.&lt;br&gt; 미친 사람처럼 아란의 몸속에서 권 제후의 소유를 확인했다.&lt;br&gt; 그는 어느 샌가 그녀가 아니면 쾌락을 느낄 수 없는 남자로 길들여져 있었다.&lt;br&gt; 애 데리고 올라가서 뭘 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니? 손님들 오시는데 나와서 좀 맞지 않 고.&lt;br&gt; 누르면 붉은 물이 떨어질 것 같은 아란의 뺨과 제후의 옷자락을 쥐며 등 뒤로 숨는 그녀의 행동이 위에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권 회장 내외는 짐짓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.&lt;br&gt; 손님들이야 할아버지 만나러 왔지, 저 보러 왔어요? 사돈어른들이 오셨단다.&lt;br&gt;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니? 제후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.&lt;br&gt; 새어머니와 대면해야한다는 말에 핏기가 가시는 아란의 안색 을 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에서 싫다는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 어디 계시는데요? 옷을 쥔 아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.&lt;br&gt; 그녀는 제후의 등으로 바짝 몸을 붙였다.&lt;br&gt; 희미하게 떨 리는 작은 어깨가 안쓰러워서 제후는 견딜 수 없었다.&lt;br&gt; 권 회장이 손가락으로 귀한 손님이 아니면 모시지 않는 방을 가리켰다.&lt;br&gt;다른 손님들과 따 로 모셨다.&lt;br&gt; 매무새 가다듬고 들어가서 인사 여쭙고 나오거라.&lt;br&gt; 제후도 피하고 싶었다.&lt;br&gt; 가능하다면 평소에도 잘 지내냐는 전화 한 통 없는 부모 같지도 않 은 사람들과 아란을 대면시키는 이 상황을 그녀에게서 가려주고 싶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제후가 머뭇거리자 권 회장의 눈이 아란을 향했다.&lt;br&gt; 어서 들어가서 인사 드리거라.&lt;br&gt; 결혼하고 나선 처음인데 무척 보고 싶었을 것 아니냐.&lt;br&gt; 제후는 사정도 모르고 아란을 몰아다 붙이는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.&lt;br&gt; 그렇다고 보는 눈, 듣는 귀 많은 이 자리에서 사실을 얘기할 수도, 경거망동을 저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1/tistory/2009/12/26/04/29/4b35128ca9d81 &gt;&lt;br&gt;&lt;br&gt; 누나! 그 때 어디선가 남자아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아란의 다리에 매달려 얼굴을 비비댔다.&lt;br&gt; 아란이 몸을 굽히더니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 올렸다.&lt;br&gt; 이제 다섯 살이나 됐을까 누가 보면 엄마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녀를 빼닮은 꼬마였다.&lt;br&gt; http://cdaum.daumeing.net  누구야? 내 동생 재영이요.&lt;br&gt; 결혼식 때 안 봤었어요? 하지만 아란이 넌외동딸이잖아, 라고 말하려다가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아마도 이 아 이는 새어머니에게서 난 의붓동생일 것이다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 누구야? 아저씨? 제후는 맹랑한 꼬마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.&lt;br&gt; 아란이 웃으며 동생의 말을 정정했다.&lt;br&gt; 재영아, 아저씨가 아니라 매형이야.&lt;br&gt; 누나랑 결혼한 사람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랑 결혼했어? 엄마랑 아빠처럼 같이 사는 거야? 아빠라기보다는 차라리 할아버지가 낫겠다.&lt;br&gt; 제후는 획, 팔짱을 끼며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 다.&lt;br&gt; 그럼 아기는 어디 있어? 결혼하면 엄마 아빠처럼 아기도 낳는 거잖아.&lt;br&gt; 재영이 동생 어디 있어? 덕분에 아란의 긴장이 덜어지긴 했지만 누나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 처남이 마음에 들지 않 는 제후였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목에 목도리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팔을 풀려는 찰나, 손님 방 문이 열리더 니 그녀의 부모님이 나왔다.&lt;br&gt; 아이를 어르고 있던 아란이 새어머니를 보고는 동생을 거실바닥에 내려놓았다.&lt;br&gt; 엄마한테 갈래, 재영아? 누나는 어디 가야 되거든.&lt;br&gt; 웅웅, 싫어.&lt;br&gt; 누나도 같이 집에 가.&lt;br&gt; 응? 재영아, 이리 온.&lt;br&gt; 저 낳아준 엄마가 부르는데도 재영은 누나에게만 매달려 징징거렸다.&lt;br&gt; 제후가 발을 공중으로 동동대는 아이를 떼어다 엄마에게 안겨주었다.&lt;br&gt; 고마워, 권 서방.&lt;br&gt; 그리고 너도 오랜만이구나.&lt;br&gt; 잘 지냈니? 새어머니의 마지못한 눈길이 아란에게 닿았다.&lt;br&gt; 염려했던 거와 달리 아란은 떨지도 않고 말 을 받았다.&lt;br&gt; 걱정해주신 덕분에요.&lt;br&gt; 아버지도 건강하시죠? 나야 늘 잘 있지.&lt;br&gt; 이 사람이 잘 http://che.shekorea.co.kr  챙겨주니까.&lt;br&gt; 아내의 어깨를 안으며 다정스레 대답하는 아란의 아버지를 보면서 제후는 역겨움마저 일었 다.&lt;br&gt; 당연히 그러시겠죠.&lt;br&gt; 힘들게 재혼하셨는데 오죽 하시겠어요? 삐딱한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.&lt;br&gt; 아란이 그러지 말라는 듯 제후의 팔을 잡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을 뿐 더러 제후도 그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.&lt;br&gt; 너무 사이가 좋아서 딸이 어떻게 사는지는 궁금하시지도 않나 봐요.&lt;br&gt; 저희 결혼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전화 한 통도 안 하시고 말입니다.&lt;br&gt; 저도 부러울 정도라니까요.&lt;br&gt; 농담 속에 드러나는 가시.&lt;br&gt; 은 사장 내외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흐려지는 것을 보며 권 회장 이 나섰다.&lt;br&gt; 제후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? 할아버진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히나 계세요, 소리가 이 사이에서 걸렸다가 목으로 넘어갔 다.&lt;br&gt; 제후는 조롱기를 입가에 걸었다.&lt;br&gt;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.&lt;br&gt; 하지만 없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뭘 잘못했는지 전 모르겠 는데요.&lt;br&gt; 제후야! 마침내 권 회장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제후가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오히 려 건방진 눈동자 속에 두 사람을 가두어 노려볼 뿐이었다.&lt;br&gt; 당신들도 깨달아야 돼.&lt;br&gt;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, 때늦은 사랑 놀음으로 무시당해 내쳐진 자식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당신들도 알아야 돼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그럼 천천히 놀다 가세요.&lt;br&gt; 저희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하거든요.&lt;br&gt; 얼굴 풀어.&lt;br&gt;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?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아란은 내내 불안한 얼굴이었다.&lt;br&gt; 너도, 지금 내가 너무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?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고?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해서 그래요.&lt;br&gt; 오빠도 괜히 저 때문에 은 아란.&lt;br&gt;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던 제후가 무서운 얼굴로 아란을 돌아보았다.&lt;br&gt; 말해두는 데 너하고는 상관없이 내가 한 말이야.&lt;br&gt;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대하는 그 분들 태도에 내가 기분이 나빠서 한 마디 한 거라고.&lt;br&gt; 알았어? 아란이 눈길을 돌리면서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기분 잡치게 그런 얼굴도 하지 말고.&lt;br&gt; 이래서야 둘이 여행 가는 기분도 안 나잖아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안 그럴게요.&lt;br&gt; 이러니 당하고만 살았지.&lt;br&gt; 제후는 침을 꿀꺽 삼키고 http://toos.me  화를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은 아란, 너 여기서 조금만 나빠지면 안 되겠냐? 까짓 망신 한 번 준 거 가지고 마음 쓰 지 마.&lt;br&gt; 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기나 할 거 같아? 사실은 아란이 입술을 오물거렸다.&lt;br&gt; 사실은 저도 속이 시원했어요.&lt;br&gt; 오빠가 그 말 안 했으면 내가 했을지도 몰라요.&lt;br&gt; 다만 오빠 가 할아버지 눈에 나는 건 아닐까, 사람들이 오빠 나쁘게 보면 어쩌나 그게 걱정됐어요.&lt;br&gt; 제후가 피식, 코웃음을 쳤다.&lt;br&gt;거기 온 손님 중에 나 그렇고 그런 놈인 거 모르는 사람 없 어.&lt;br&gt; 그래도 나 때문에 오빠 나쁘게 보이는 거 싫어요.&lt;br&gt; 정말로요.&lt;br&gt; 네 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기지 않는데 왜 네 눈엔 내가 안 보이는 걸까.&lt;br&gt; 제후는 속 이 쓰렸다.&lt;br&gt; 그만해라.&lt;br&gt; 빼도 박도 못할 말 가지고 가타부타 떠드는 거, 머리 아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6/tistory/2009/12/26/02/49/4b34fb1e2ad3d &gt;&lt;br&gt;&lt;br&gt; 제후는 몸을 의자에 묻으면서 눈을 감았다.&lt;br&gt; 그를 가만, 쳐다보는 아란의 시선과 이내 고개를 돌리는 나즈막한 한숨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했다.&lt;br&gt; 기대하게 만들지 마.&lt;br&gt; 네 착한 눈빛을 마주하는 게 얼마나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 알아? 사랑은 느낄수록 괴로웠다.&lt;br&gt; 낯설고 힘들었다.&lt;br&gt;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호텔에서 보낸 VIP 전용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들어갔다.&lt;br&gt; 우와~예쁘다!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객실에 짐을 풀자마자 아란은 곧장 발코니로 뛰어나갔다.&lt;br&gt; 그러더니 인어공주가 되어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할 것처럼 난간을 손으로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.&lt;br&gt; 여기 진짜 마음에 들어요.&lt;br&gt;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감사하는 말씀 꼭 드려야겠어요.&lt;br&gt; 할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입었던 답답한 정장 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제후는 대답했다.&lt;br&gt; 그러던지.&lt;br&gt; 직접 마중을 나온 지배인의 말에 따르면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방이라고 했다.&lt;br&gt; 이틀을 머무는 데 190만원이고 사흘에 26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형의 허니문 패키지용 객실이란다.&lt;br&gt; 얼른 옷 갈아입어.&lt;br&gt; 바다 보고 싶다며.&lt;br&gt; 조금만 더 보구요.&lt;br&gt; 제후가 니트 셔츠에 청바지로 갈아입을 동안까지 아란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 음속에 불쑥 짓궂은 장난기가 돌았다.&lt;br&gt; 아쉬워하며 허리를 바로세우는 아란의 등에 제후의 가슴이 닿았다.&lt;br&gt; 그만 보고 가자니까.&lt;br&gt; 제후는 두 팔로 각각 아란의 어깨와 허리를 둘러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.&lt;br&gt; 아니면,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그냥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까? 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싫다.&lt;br&gt; 넌 내가 마법을 풀어줄 때만 살아 숨을 쉬는 인형이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그그치만 아까 집에서두 거긴 거기고 호텔에서 하는 건 처음이잖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목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를 헤치면서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물었다.&lt;br&gt; 불그스 름한 입술자욱과 고른 치흔(齒痕)이 남았다.&lt;br&gt; 게다가 우린 부부고어디에서도 거리낄 게 없어야 한다고.&lt;br&gt; 아란의 귓불을 깨물며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허리를 안았던 손이 내려가 스커트를 밀어올리고 매 끈한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.&lt;br&gt; http://ijjj.isuim.com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.&lt;br&gt; 자어떻게 할까? 밖으로 나가서 멍청한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줄까, 아니면 이 곳에 서 갑자기 돌아선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감으며 입술을 맞댔다.&lt;br&gt; 등 뒤로 파닥이며 스커트를 들추는 바람만큼이나 그녀의 행동은 대담했다.&lt;br&gt; 아란이 입술을 떼었다.&lt;br&gt; 원해요.&lt;br&gt; 해요.&lt;br&gt; 한 음절이 숨어 나왔지만 제후는 그 말이 허락의 뜻임을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요정들의 눈물처럼 수정이 되어 떨어질 듯 잔잔한 물기가 아란의 눈에 고인다.&lt;br&gt; 아란아 그의 뺨을 쓸어내리는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나 겁쟁이야.&lt;br&gt; 나 너 데리고 도망 온 거야.&lt;br&gt; 밑도 끝도 없이 퍼 올리는 말이었다.&lt;br&gt; 어둠에 깊이를 감춘 우물에서 처음 두레박으로 퍼 올 린 맑은 물이었다.&lt;br&gt; 사실은 내가 오빠.&lt;br&gt; 제후의 팔 안에서 아란의 허리가 휘어지며 다가갔다.&lt;br&gt; 코끝이 부딪치는 거리에서 아란은 제 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.&lt;br&gt; 그 말 꼭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면, 하고 나서 오빠 마음 상하게 할 말이라면 하지 마요.&lt;br&gt; 사람들 떠나서 둘이 있는 거잖아요.&lt;br&gt; 그러니 아무 생각 하지 마요.&lt;br&gt; 여행 왔으니까 좋은 기억만 만들어요.&lt;br&gt; 아무도 끼워주지 말고 그냥 우리 생각만 하면서 지내요, 네? 그녀가 말하는‘우리’는 특별하게 들린다.&lt;br&gt; 너는 너, 나는 나가 아닌 우리.&lt;br&gt; 그런데 그 우리 사이에 누가 끼어들면 어떻게 하지? 하나도 아닌 둘.&lt;br&gt; 너를 좋아하는 사람,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가 널 영원히 차지할 수 있는 걸 막아버리 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? 너 좋아하 바로 그 때 제후의 핸드폰이 주인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긴장이 푹 수그러드는 걸 느끼면서 아 란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고 거실로 들어갔다.&lt;br&gt; 여보세요? 제후, 네 이 녀석! 할아버지셨다.&lt;br&gt; 제후는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알았어요, 알았어.&lt;br&gt; 제가 잘못했어요.&lt;br&gt; 이제 됐죠?! 제후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.&lt;br&gt; 그리고 아예 핸드폰의 배터리를 뽑아 버렸다.&lt;br&gt; 오빠아란은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.&lt;br&gt;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래.&lt;br&gt; 돌아가면 틀림없이 배로 혼나겠지만 아무도 너한테 뭐라 안 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.&lt;br&gt; 아란이 고개를 저었다.&lt;br&gt; 부부는 일심동체랬어요.&lt;br&gt; 오빠가 잘못한 건 내가 잘못한 거고 난, 오빠가 할아버지한테 혼 나는 거 싫어요.&lt;br&gt; 그래? 제후는 웃는 듯 마는 듯 입가를 찡그렸다.&lt;br&gt;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에 대해 ‘우리’를 강조하는 아란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.&lt;br&gt; 나중에 할아버지가 부르시면 저도 데리고 가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줄게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줘? 어감이 재미있었다.&lt;br&gt; 마지못한 미소는 진심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.&lt;br&gt; 하긴.&lt;br&gt;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 예뻐하시니까 너 데리고 가면 야단은 덜 맞겠다.&lt;br&gt;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미소가 제후를 따라 아란의 얼굴에 고였다.&lt;br&gt; 그저 바 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웃고 있으면 온 세상이 빛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http://ipq.kwsc.net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.&lt;br&gt;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아냐? 그건 다 권 제후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야.&lt;br&gt;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먼 손가락으로 가리킨 그를 보고 승원과 미진이 했던 말이었다.&lt;br&gt; 무표정한 얼굴을 녹여보고자 웬만한 미모를 갖춘 여자들이 줄줄이 덤벼들었지만 마음을 얻고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했다.&lt;br&gt; 떠난 사람이 여자가 먼저든 권 제후가 먼저든 그가 미련을 갖고 찾는 경우도 없다 했다.&lt;br&gt; 포기해.&lt;br&gt; 저 선배 맘 좀 뺏어보겠다고 설치다가 바보 된 애들 하나둘인 줄 아냐? 친구들의 만류에도 변함없던 절실한 외바라기에 하늘도 감동하셨는지 인연이 맺어졌고 심지 어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게까지 되었다.&lt;br&gt;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제후는 아란의 몸만은 좋아했다.&lt;br&gt; 진짜 속을 내비치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녀가 없으면 가끔 서운해 한다고 느꼈다.&lt;br&gt; 그리고 그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.&lt;br&gt; 바라만 보고 말도 못 걸던 옛날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을, 아란은 보내고 있었다.&lt;br&gt; 하지만 헤어지면? 나한테 싫증을 내고 계약을 끝내자고 말하면? 가슴에 싸한 통증이 찾아왔다.&lt;br&gt; 아란은 작은 콧소리 섞인 한숨을 쉬며 제후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안겼다.&lt;br&gt; 그리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시원한 향수냄새와 체취를 숨 속으로 담아 넣었다.&lt;br&gt; 언젠가 그가 떠날 때 언젠가 혼자 남겨질 때,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며 견딜 수 있도록.&lt;br&gt; 제주도로 밀월여행을 다녀온 다음부터 제후는 강의라든가 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3/tistory/2009/12/26/02/44/4b34f9eb68b7f &gt;&lt;br&gt;&lt;br&gt;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할 때를 빼 고는 아란을 옆에 붙이고 다녔다.&lt;br&gt; 결혼을 빨리 해서 못해봤던 평범한 데이트도 했다.&lt;br&gt; 강의가 비는 시간 틈틈이 전화를 하고 기다리고 만나고, 아란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녔다.&lt;br&gt; 같이 술 마실 시간도 없냐는 친구들의 비아냥거림도 권 제후, 사람 달라졌다고 신기한 눈으 로 쳐다보는 여자들의 시선도 상관없었다.&lt;br&gt; 그저 그만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.&lt;br&gt; 권 제후가 만든 시간 속에서 권 제후를 생각하는 것으 로 아란의 머릿속을 채워주고 싶었다.&lt;br&gt; 오빠, 이거 봐요! 아란이 갑자기 제후의 팔을 잡으며 멈춰 섰다.&lt;br&gt; 학교 앞 분식점에서 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소화 시킬 겸 아이쇼핑을 하다가 쇼윈도에 걸린 목걸이가 예쁘다고 들른 보석 전문점 안이었다.&lt;br&gt; 크리스탈로 만든 거래요.&lt;br&gt; 너무 예쁘죠? 아란이 가리킨 것은 손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큐피드 상이었다.&lt;br&gt; 앙증맞은 날개를 달고 하 트가 달린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.&lt;br&gt; 사줄까? 카운터에 있던 여직원 중 하나가 쪼르르 달려오는 걸 보며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정말요?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안 될 게 뭐야.&lt;br&gt; 너나 나나 어차피 돈만 남아도는 집 자식들이잖아.&lt;br&gt; 내가 맘만 먹으면 이 http://toos.me 보석가게 전부를 사다가 안겨줄 수도 있다고.&lt;br&gt; 거드름을 피우는 제후의 말투에 아란이 웃는다.&lt;br&gt; 소리 없는 웃음에 그녀의 양 볼에는 깜찍한 볼우물이 진다.&lt;br&gt; 두 개였으면 좋겠는데 손때가 묻을까 조각상 아래 빌로드 천이 깔린 상자를 통째로 들고 있던 아란이 중얼거렸다.&lt;br&gt; 응? 이거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요.&lt;br&gt; 오빠하고 나하고 하나씩 나눠 갖게.&lt;br&gt; 짝 있어요, 손님.&lt;br&gt; 보여드릴까요? 옆에 있던 직원이 카운터로 따라 오란다.&lt;br&gt; 마음만 먹으면 이 보석가게 전부를 사서 안겨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던 까닭에 그녀의 태도는 굉장히 친절했다.&lt;br&gt; 여직원이 뭐라고 얘기를 하자 남자직원이 금고를 열더니 비슷한 크기의 상자를 꺼내고 뚜껑 을 연다.&lt;br&gt; 하트에 화살이 꽂힌 모양의 조각이 누워 있었다.&lt;br&gt; 예쁘다! 아란의 감탄사에 제후가 어깨를 으쓱, 했다.&lt;br&gt; 직원들과 주인의 낯에 화색이 떠오르는 걸 보니 꽤 값이 나가는 모양이었다.&lt;br&gt; 두 분 사귀는 사이세요? 귀족적인 고상함에 적당한 반항기가 돋보이는 근사한 외모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 였다.&lt;br&gt; 여자의 예쁘다는 말 한 마디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꺼내고 카드를 긁는, 성격 화끈한 남자 의 뒷모습을 보던 여직원 하나가 상자 두 개를 포장하며 말을 붙인다.&lt;br&gt; 남자친구가 아가씨한테 푹 빠져 있는 것 같던데 그래요? 아란은 가게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 제후를 창 너머로 쳐다보며 대답했다.&lt;br&gt; 가능성은 없었지만 듣기는 좋았다.&lt;br&gt; 이왕이면 커플링도 하지 그래요? 혼자 덜렁하니 우정 반지 같은 거 끼지 말고, 사귄지 오 래 된 사이면 웃고 있던 아란의 얼굴이 굳어버렸다.&lt;br&gt; 즐거워서 까닥거리던 손가락의 움직임도 투명한 유리 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저희, 부분데요.&lt;br&gt; 부부요? 그치만 남자 분은 반지를 끼고 있지 않던 손님의 달라진 표정을 보고 여직원은 입을 다물었지만 말은 뱉어진 다음이었다.&lt;br&gt;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비참함이었지만 아란은 막 포장이 끝난 상자를 들고 훌쩍 밖으로 나와 버렸다.&lt;br&gt; 더 듣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모르는 사람에게 계약에 묶인 부부라서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형식상의 관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약속.&lt;br&gt; 아란아! 담배를 태우며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던 제후는 그가 기다리는 것조차 잊은 듯 앞 을 지나쳐 황망히 걸음을 옮기는 아란을 보고 대충 통화를 마무리 하고 그녀에게 뛰어갔다.&lt;br&gt; 어디 가.&lt;br&gt; 오늘 할아버지 만나러 가기로 아란의 팔을 잡아 돌려세운 제후는 뜻밖에도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과 http://naveryo.com/naver/2997.php 맞닥뜨린 순간 말 을 끝맺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.&lt;br&gt; 원망, 분노 하여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이었다.&lt;br&gt; 낼까요? 목이 메는 음성으로 아란은 제후를 쳐다봤다.&lt;br&gt; 그냥 우리 여기서 끝낼까요? 뭐? 할아버지 앞에서 오빠가 사 준 선물이라고 좋아하며 자랑하는 아란의 얼굴을 볼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제후의 낯이 구겨졌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라면 그냥 여기서 끝내자고요!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을 시간도 달래줄 틈도 없었다.&lt;br&gt; 하얀 얼굴 가득 눈물을 터트린 아란 은 그대로 뒤돌아서 뛰어가 버렸다.&lt;br&gt;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.&lt;br&gt; 아란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그만큼 당황스러웠다.&lt;br&gt; 바닥 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 올리며 제후는 아득한 불안함으로 심장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.&lt;br&gt; 죄죄송합니다, 손님.&lt;br&gt; 아까의 여직원이 옆에 서 있었다.&lt;br&gt; 제가 실수를 했어요.&lt;br&gt; 두 분이 결혼하신 줄도 모르고 그만 커플링이나 하는 게 어떻겠냐 고 커플링? 제후는 무심결에 왼손 약지를 내려다보았다.&lt;br&gt; 아란과는 달리 어떤 구속도 허용치 않을 것처 럼,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텅 비어 있는 그의 손가락을.&lt;br&gt; 직원이 알고 말했던 것도 아니고 제후의 고의도 아니었지만 비싼 선물을 덥석 안겨주고는 아란의 마음을 깔아뭉갠 꼴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진작에 끼고 다녔어야 했는데 쑥스러움에 미뤄두었던 일이 치부를 드러내 그녀가 망신을 당 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뭐야?! 당신 눈에는 그 비싼 반지가 고작 우정 반지로 보였단 말야? 죄죄송합니다.&lt;br&gt; 정말 죄송합니다.&lt;br&gt; 어떻게 보상을 해야 이 여자에겐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후는 화가 났다.&lt;br&gt; 아니 그보다, 바람이 팽팽했던 풍선이 터져버린 것 같은 아란의 눈동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.&lt;br&gt; 화를 냈다는 건 그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뜻인데 말이다.&lt;br&gt; 나한테 기대를 해? 그 남자가 아닌 나한테? 본가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었다.&lt;br&gt; 할아버지가 생신 때의 일에 대해 뭐라고 꾸중을 하셨는지 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제후는 집에 가면 아란의 화를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가만 고민하고 있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0.tistory.com/image/4/tistory/2009/12/26/02/48/4b34fad25e7ac &gt;&lt;br&gt;&lt;br&gt; 여자의 눈치를 보는 일이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라면 용기를 낼 수도 있는 제후였다.&lt;br&gt; 불안하진 않았다.&lt;br&gt; 어느 덧 심장을 내 준 사람이기에 그리고 문득 문득 기대를 갖게 만드는 아란의 행동에 대한 설레임이 가슴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.&lt;br&gt; 상한 속을 달래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라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건 아닌가 했지만 옥외 주차장에서 떨리는 맘으로 올려다 본 그들의 보금자리에는 불이 커져 있었다.&lt;br&gt; 저녁나절, 그렇게 아란과 헤어지고 내내 구겨져 있던 제후의 얼굴이 반가움으로 펴졌다.&lt;br&gt; 엘 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고작 3층 내려오는 http://ccc1.me/naver/2655.html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.&lt;br&gt; 가쁜 호흡에 들먹이는 심장을 억누르며 벨을 누르려는 찰나 문이 먼저 열렸다.&lt;br&gt; 왔어요? 어응.&lt;br&gt; 아까 그러고 간 게 미안해선지 아란은 어색한 음성으로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래도 죄책감이 드는 건 아란이 아니라 제후 쪽이었다.&lt;br&gt; 집에는 언제 왔어? 온 지 한 시간쯤 됐어요.&lt;br&gt;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아란의 어깨에서 바람이 인다.&lt;br&gt; 그 모습을 보자 잠시나마 가졌던 제 후의 설레임은 구석으로 밀려난다.&lt;br&gt; 아까 그 말 왜 한 거야? 내던지는 말이 퉁명스러웠다.&lt;br&gt; 아란이 침실로 향하던 걸음을 멈춘다.&lt;br&gt; 말해두겠지만 우리 결혼 오빠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죠.&lt;br&gt; 아란이 말을 가로채며 뒤돌아섰다.&lt;br&gt; 내가 아쉬워서 매달린 결혼이니까 혼자였던 생활로 돌아간다고 해도 오빠는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거죠?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? ! 내 마음 같은 거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거죠? 내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받아들였는지 오빠한테는 아무 상관없는 거죠? 굵은 눈물방울이 아롱져 바닥으로 떨어진다.&lt;br&gt; 제후는 울컥하는 마음에 아란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.&lt;br&gt; 그러는 넌! 너만 아픈 게 아니란 말이다.&lt;br&gt;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로 두고 사는 나는 편한 줄 알아? 멀쩡한 줄 알아? 넌 뭘 그렇게 잘했는데? 날 다그칠 만큼 순결한 요조숙녀에 조강지처야? 겉으로는 나밖 에 모르는 여자처럼 하고 다녀도 막상 뒤로는 여우짓하고 다니는 지 어떻게 알아? 아니에요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 오빠밖에 없어요.&lt;br&gt; 왜 몰라요 꼭 말로만 해야 되는 거에요? 마음으로 날 봐줄 수는 없는 거에요?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악에 받친 한 마디가 아란의 입을 뚫고 터져 나왔다.&lt;br&gt;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 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제후의 눈빛이 주춤했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손을 뿌리쳤다.&lt;br&gt;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축하한다는 말 듣고 싶었어요.&lt;br&gt;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더 이상 비참해질래야 비참해질 수도 없었다.&lt;br&gt; 손으로 가리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 큼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 걸 느끼며 아란이 뛰쳐나간다.&lt;br&gt; 멍하니 서 있던 제후가 탕! 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.&lt;br&gt; 아아란아! 제후는 신발도 신지 않고 따라 나갔지만 아란은 보이지 않았다.&lt;br&gt; 두리번거리며 황급한 심정 으로 그녀를 찾는 그의 귀에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꺄아악! 사람이 다쳤어요, 누가 좀 도와줘요! 설마 하는 불안감에 심장이 내려앉으면서 소름이 돋았다.&lt;br&gt;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 서 제후는 여자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.&lt;br&gt; 계단이 있는 곳이었다.&lt;br&gt; 사람들이 그리로 모여들었다.&lt;br&gt; 이름도 모르는 이웃들을 헤치고 들어간 제후의 눈이 커졌다.&lt;br&gt; 아란아! 계단 아래,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분명 아란이었다.&lt;br&gt; 벗겨진 한 짝의 신 발이 계단 중간에 걸쳐져 있었다.&lt;br&gt; 아란아, 제발! 넋 나간 표정으로 아란을 안아든 제후가 창백해진 그녀의 뺨을 두드리다 말고 웅성대며 모 여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.&lt;br&gt; 뭣들 하는 거에요! 사람이 다쳤는데! 구급차, 누구 구급차 좀 불러줘요!! 가벼운 뇌진탕이라면서! 그거 말고는 다친 데도 없다면서 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? 방안이 다 쩌렁쩌렁 울렸다.&lt;br&gt; 의사 생활 25년에 http://kccc.me/naver/5693.php 이렇게 막 되먹고 시끄러운 보호자는 처음 보겠다고 생각하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을 꺼냈다.&lt;br&gt; 자자, 일단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으십시오.&lt;br&gt; 그래야 저도 무슨 말씀을 드리던지 할 것 아 닙니까? 뒤에 서 있던 권 회장이 제후의 어깨를 두드렸다.&lt;br&gt; 노인의 자애로운 눈빛이 거친 감정에 휩 싸인 손자의 마음을 다독였다.&lt;br&gt;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환자분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.&lt;br&gt; 약간의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 은 것 외에는 이봐, 의사 선생!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? 뭔가 새로운 걸 얘기해 보라고! 나는 왜 아란이 가 깨어나지 못하는지에 묻고 있잖아! 제후야! 할아버지의 엄한 목소리에 제후는 억지로 숨을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문제는 환자분이 거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.&lt;br&gt; 무의식중에 깨어나는 걸 거부하는 것 같습 니다.&lt;br&gt; 뭔가 두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.&lt;br&gt; 그럼 어떻게 해야 지금으로썬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.&lt;br&gt; 어떤 확약도 드릴 수가 의사가 말끝을 줄였다.&lt;br&gt; 제후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.&lt;br&gt; 구급대에 실려 온지 벌써 사흘 밤낮을 넘겼는데 아란은 죽은 듯이 잠만 잘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.&lt;br&gt; 죽은 듯이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 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 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무너졌다.&lt;br&gt; 이대로 영원한 잠에 들어 깨어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, 다시는 아란의 맑은 웃음을 볼 수 없 는 건 아닌가 방정맞은 생각들이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머릿속을 오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지친 발을 끌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깊은 잠에 든 아란의 얼굴은 평온해보였지만 그와 함께 하는 일상이 두려워 일어나지 못한 다는 말에 제후의 가슴은 핏빛 멍울이 지고 몇 톤짜리 돌을 얹은 것 마냥 무거웠다.&lt;br&gt; 다가가 의자를 끌어다놓고 앉았다.&lt;br&gt;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대고 눈을 감았 다.&lt;br&gt; 눈물 한 줄기가 제후의 뺨을 타고 흘렀다.&lt;br&gt; 아직은 아직은 아니잖아.&lt;br&gt; 나한테 실망하고 화나더라도 내가 철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참아주라.&lt;br&gt; 부부란 원래 그런 거 잖아.&lt;br&gt; 나란 놈한테 실망해서 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널 채웠다고 해도 이런 모습이 마지막이면 안 되는 거잖아.&lt;br&gt; 아란아 내 목소리 들리면 좀 일어나봐.&lt;br&gt; 내 마음 알기 http://gsite.sosdaum.net 전까지는 멀리 가지마.&lt;br&gt; 나 놔두고 혼자 먼 데로 떠나지마.&lt;br&gt; 다시 그녀 없는 시간이 흘렀다.&lt;br&gt; 네 번의 낮과 밤이 일상을 만들며 지나갔다.&lt;br&gt; 학교에는 가야 된다는 할아버지의 엄명에 따르 긴 했지만 제후는 아란의 간호를 맡은 사람이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 이었다.&lt;br&gt; 강의가 끝나면 끼니를 챙길 틈도 없 이 달려오곤 했다.&lt;br&gt; 제 에미 애비가 죽은 후로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중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권 회장은 손 자며느리가 걱정되면서도 아란에게 몰두하는 제후의 모습을 다행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았다.&lt;br&gt; 제후는 남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생일에 아란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모르는 척 했던 것도 손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였다.&lt;br&gt; 아란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쉴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마음이 안식처를 찾았다는 걸 말이다.&lt;br&gt; 이제 미움 받는 역할은 그만해도 될 것 같군.&lt;br&gt; 그동안 수고했네.&lt;br&gt; 어느 날 새벽인가 아란을 간호하다 곁에 엎드려 잠이 든 제후를 보며 권 회장은 병실을 나 와 밖에서 문병 차, 들렀던 공범에게 말했다.&lt;br&gt; 그 녀석이 미처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처음부터 좋아했을 걸요.&lt;br&gt; 민준이 미소로 답했다.&lt;br&gt; 그런데 언제쯤 말해주는 게 좋을까요? 이번 일도 있고 두 사람 다, 슬슬 진실을 알 때도 된 것 같은데.&lt;br&gt; 내버려 두게.&lt;br&gt;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제 3자보다 서로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제일 행복할 테니까.&lt;br&gt; 제후가 마음을 숨기는 바보짓만 하지 않는다면요.&lt;br&gt; 그 때 낮은 굽의 샌들을 신고 복도를 뛰어오는 간호사 한 명이 있었다.&lt;br&gt; 그녀는 권 회장에게 다다르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.&lt;br&gt; 은 아란씨 보호자 되시죠? 빨리 병실에 좀 와주셔야겠어요.&lt;br&gt; 우리 아이가 깨어났습니까? 그게 아니고 병실로 환자분의 아버지라는 분이 찾아오셨는데 손자 분이 막 더 듣지 않아도 상황을 짐작하는 권 회장이었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알고 있는 이상은 그랬다.&lt;br&gt; 어둠에 묻힌 복도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병실이 http://cdaum.daumeing.net 있었다.&lt;br&gt; 활짝 열린 문으로 넓은 용적의 빛이 바닥을 비추고 거기선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가! 여기서 사라지라고! 당신이 무슨 아버지라고 딸이 다쳐서 입원해 있는데도 일주일 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당신이 무슨 아버지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21/tistory/2009/12/26/03/49/4b35093b3c7f1 &gt;&lt;br&gt;&lt;br&gt; 의사가 뭐라고 한 줄 알아? 잘못하면 평생 저러고 있을 수도 있대.&lt;br&gt; 부모라는 사람들이 결 혼이란 명목으로 팔아넘긴 딸이 영원히 잠들어서 죽을 때까지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대! 그거 알기나 해? 깨어나면 두려 운 일이 기다리는 것처럼 깨어나는 걸 거부하고 있대.&lt;br&gt; 이보게 권 서방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란의 아버지가 사위에게 낯을 보이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후 가 말을 가로챘다.&lt;br&gt; 당신과, 당신의 새 아내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짐이었는지 몰라도 아란이 이제 나한테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야.&lt;br&gt; 누구한테도 상처받지 못하게 내가 지킬 거고 아무도 이 아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일 있으 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그러니 가.&lt;br&gt; 여기서 사라지고 다시는 오지 마! 절규.&lt;br&gt; 그리고 차마 말해주지 못한 사랑.&lt;br&gt; 우리 누나 아파?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문틈으로 제후와 은 사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권 회장과 민준의 귀에 아이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누나 이제 못 일어나? 재영이었다.&lt;br&gt; 엄마보다 배다른 누나를 더 따르던 그녀의 동생이었다.&lt;br&gt; 아저씨 우리 누나 죽었어?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재영이 제후의 바지를 잡고 흔들었다.&lt;br&gt; 재수 없는 소리 집어 쳐! 죽긴 누가 죽었다고 그래! 아이의, 아란을 빼닮은 눈동자에 다시금 죄책감이 스며들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이가 놀랄 수 있다 는 것도 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.&lt;br&gt; 방금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끅끅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재영은 누나의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.&lt;br&gt; 부벼대는 눈이 붉었다.&lt;br&gt; 제 후는 한숨을 쉬며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었다.&lt;br&gt; 미안하다, 꼬마야.&lt;br&gt; 아저씨가 잘못했어.&lt;br&gt; 누나 안 죽어.&lt;br&gt; 그냥 자고 있는 거잖아.&lt;br&gt; 일어날 거야.&lt;br&gt; 꼭 일어나서 널 안아줄 거야.&lt;br&gt; 누나에게 http://che.shekorea.co.kr 그랬던 것처럼 재영은 제후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.&lt;br&gt; 아이들 특유의 달콤한 체취가 한가득 안겨왔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안듯이 아이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달랬다.&lt;br&gt; 아무 일 없을 거야정말로.&lt;br&gt; 목이 메어왔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민준이, 그리고 할아버지가 문간에 서 있었다.&lt;br&gt; 본의 아니게 엿들은 꼴이 되어 버렸구나, 미안하다.&lt;br&gt; 언제 오셨어요? 그리고 민준이 너는? 제후는 재영을 안은 채로 일어났다.&lt;br&gt; 아란이 문병 왔다가 할아버지를 만나서 담배 한 대 태우고 들어오는 길이야.&lt;br&gt; 괜찮아? 네 녀석 온 건 하나도 안 반가워.&lt;br&gt; 민준이 피식 웃으며 사돈과 함께 나가는 권 회장을 쳐다봤다.&lt;br&gt; 은 사장의 무거운 걸음새를 보아하니 긴 얘기가 될 것 같았다.&lt;br&gt; 곧 반가워하게 될 걸.&lt;br&gt; 너, 나하고 잠깐 얘기 좀 하자.&lt;br&gt; 아란이 걱정되면 여기서 해도 좋 고.&lt;br&gt; 옆 침대에 재영을 재워놓고 있을 때 캔 커피 두 개를 든 민준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너 어제도 밤샜다면서 몸은 괜찮은 거냐? 중간 중간 자니까 견딜 만 해.&lt;br&gt; 달고 시원한 냉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잠이 깨는 듯 했다.&lt;br&gt; 아란이 좋아하지? 캔을 들어올리던 제후의 손이 공중에서 우뚝 멈췄다.&lt;br&gt; 내 말이 맞냐?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가 제후의 입가를 맴돌았다.&lt;br&gt; 민준이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뭐 너 하는 짓 봐선 묻지 않아도 당연한 얘기다만 그냥 확인해 본 거다.&lt;br&gt; 그 때 내가 아 란이 좋아한다고 했던 거 기억 나냐? 그래서.&lt;br&gt;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?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냐? !! 경악의 표정이 제후의 얼굴에 떠올랐다.&lt;br&gt; 민준이 바닥에 깔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캔을 살살 흔들었다.&lt;br&gt; 그래, 맞아.&lt;br&gt; 나 너한테 거짓말 했다.&lt;br&gt; 난 너 만큼이나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친 구의 여자를 노릴 정도로 비열한 놈은 아니야.&lt;br&gt; 그런데 왜 나한테 부탁한 사람이 있었어.&lt;br&gt; 네가 행복해지기를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이.&lt;br&gt; 할아버지가? 민준은 제후의 생각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.&lt;br&gt; 내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어땠을 거 같냐? 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 서투르잖아.&lt;br&gt; 할아버 지는 진실을 깨닫도록 너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거야.&lt;br&gt; 지기 싫어하는 네 성격에 누가 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가만히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싫어도 http://toos.me 지키려고 노력할 테니까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신 거지.&lt;br&gt; 결 국 할아버지의 판단은 옳았고 지금 넌 여기 이 자리에 있잖아.&lt;br&gt; 아란이도 이 사실 알아? 몰라.&lt;br&gt; 아마 내가 자기한테 접근한 게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걸.&lt;br&gt; 그 녀석, 너도 알겠 지만 사람을 너무 잘 믿어.&lt;br&gt;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도 안 하고 덥석 믿어버려.&lt;br&gt; 제후는 허무함에 웃음이 나왔다.&lt;br&gt; 그 동안의 고민이 다 쓸데없는 거였다니.&lt;br&gt; 말이나 들어보자.&lt;br&gt; 너 아란이 찾아가서 뭐라고 했냐? 어느 덧 경계심을 풀은 눈동자였다.&lt;br&gt; 민준이 싱긋 웃었다.&lt;br&gt;궁금하냐? 그걸 말이라고 해? 할아버지랑 짜고 나 속인 건 괘씸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용서해준 다.&lt;br&gt; 음처음엔 반지 얘기 하면서 속을 찔러봤고 두 번째는 너희들이 계약 결혼 한 거 알고 있다고 했고, 세 번째는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지.&lt;br&gt; 그랬더니 뭐래? 선배가 뭘 원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을 거에요, 그러더라.&lt;br&gt; 아마도 내가 자기한테 구애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나봐.&lt;br&gt; 순진한 녀석.&lt;br&gt; 진심하고 장난도 구분 못하는 바보.&lt;br&gt; 가까이 있으면서도 참 어려운 사랑을 하는 커플이었다.&lt;br&gt; 자식이, 그러는 저는 바보짓 안 한 줄 아나.&lt;br&gt; 민준은 아직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생 각하는 어리석은 친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.&lt;br&gt; 너도 속아 넘어갔으면서 뭘 그래.&lt;br&gt; 나한테 주먹질까지 하고.&lt;br&gt; 한 민준 연기력이 좋았던 거지.&lt;br&gt; 정작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지만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비단 아란의 입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에서라도 그녀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고도 멀쩡할 자신이 없었다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왜.&lt;br&gt; 나 힘들다.&lt;br&gt;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데 그 아이가 원하면 보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놔 줄 수가 없어.&lt;br&gt; 욕심 부리면 정말 아란이가 달아날지 모르는데 원래 사람 좋아하는 건 다 그런 거야.&lt;br&gt; 민준은 제후의 어깨를 툭툭 쳤다.&lt;br&gt; 그리고 너처럼 지극정성인 남자 놔두고 어딜 가겠냐? http://ijjj.isuim.com 도망가더라도 일주일 동안 잠 못 자 고 밥 못 먹어가며 고생한 네 은공은 갚고 가라고 그래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웃으라고 한 말이었는데 친구를 부르는 한숨이 깊었다.&lt;br&gt; 그런 만큼 그의 사랑도 깊었다.&lt;br&gt; 아란이 쓰러졌던 날, 나한테 처음 화를 내더라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 나 하냐고,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막 울어 버리더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4.tistory.com/image/27/tistory/2009/12/26/02/45/4b34fa55383ce &gt;&lt;br&gt;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아무 에게도 축하받은 적 없다던 생일날에 날 만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에 단 한 사람 오빠한테만은 축하받고 싶었다고 그러더 라.&lt;br&gt; .&lt;br&gt; 사랑이 없어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난 항상 그 앨 다치게만 만들더라.&lt;br&gt; 나중에 보니 까 내가 그 앨 내쫓아버렸더라.&lt;br&gt; 제후야 아, 맞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면 늦기 전에 끝내자고 아란이가 그러더라.&lt;br&gt; 한 민준, 너 어떻게 생각해? 나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? 걸리는 게 많군.&lt;br&gt; 민준은 한 조각 희망도 남지 않은 얼굴로 넋두리를 하는 친구가 가여웠다.&lt;br&gt; 그리고 그의 이런 사랑을 모른 채 마음을 가두고 잠이 들어있는 아란에게 화가 나려고 했다.&lt;br&gt; 아란이 보내고 너 혼자 살 자신 있어? 자신이야 있지.&lt;br&gt; 미쳐버릴 자신.&lt;br&gt; 죽어도 돌아볼 사람 없으니 원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 자 신.&lt;br&gt; 그럼 보내지마.&lt;br&gt;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다 꼭 붙들어 두고 살아.&lt;br&gt; 내가 너 사랑하니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곁에만 있어달라고 졸라.&lt;br&gt; 은 아란은 착하니까 소원을 들어줄 거야.&lt;br&gt; 억지 부려서 더 정 떨어진다고 하면? 이런 겁쟁이! 권 제후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? 그럴 일 없을 거야.&lt;br&gt; 내가 장담해.&lt;br&gt; 민준은 제후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웃어주었다.&lt;br&gt; 제후를 향한 아란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친구는 확실히 달라졌다.&lt;br&gt; 조각 같은 외모와 냉담한 분위기로 여자들을 녹이던 권 제후 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.&lt;br&gt; 사랑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겁을 내고 두려워하고, 고 민을 했다.&lt;br&gt; 만약 아란이 끼고 다니던 순결반지의 주인공이 바로 자기라는 걸 알게 되면 제후가 뭐라고 그럴까 문득 궁금해지는 민준이었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병원 로비.&lt;br&gt; 그를 배웅하러 나온 친구에게 민준은 마지막 충고를 했다.&lt;br&gt;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아란이네 아버지한테 심하게 굴지 마라.&lt;br&gt; 판단은 네가 아니라 아란 이의 몫으로 남겨둬야지.&lt;br&gt; 아무리 그래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분 아니냐.&lt;br&gt; 알았어.&lt;br&gt; 아란이 일어나면 그동안 장난쳐서 미안했다고 대신 사과도 건네주고.&lt;br&gt; 알았다니까.&lt;br&gt; 택시를 부른 민준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든다.&lt;br&gt;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 제후는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아직도 깊은 잠에 들어 있는 아란을 보았지만 이제는 기다림마저 달가웠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의식을 잃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잠이 들어 있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보며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키스를 하면 일어나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마저 들었다.&lt;br&gt; http://ipq.kwsc.net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깨어 있을 때처럼 여전히 보드랍고 향기가 난다.&lt;br&gt; !! 세 번째 키스를 하고 제후가 얼굴을 들려했을 때 목에 둘려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늘고 미약 한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졌다.&lt;br&gt; 설마, 설마!!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기대감에 제후는 감았던 눈을 떴다.&lt;br&gt;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아란의 눈 동자가 무려 8일 만에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너너 말이 나오질 않았다.&lt;br&gt; 한없이 기쁜 순간에 너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.&lt;br&gt; 응, 나 일어났어요.&lt;br&gt; 나 진짜 많이 잤죠? 젠장!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에 왈칵, 목이 메어 오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은 제후의 몸을 가만히 밀면서 일어났다.&lt;br&gt; 제후가 얼른 아란의 어깨를 잡아 부축해주었다.&lt;br&gt; 그래, 이 잠꾸러기야.&lt;br&gt; 무슨 잠을 8일씩이나 자냐?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겨주다가 제후는 부서질 것 같은 아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.&lt;br&gt; 며 칠 사이 수척해진 몸에, 줄무늬 환자복 속으로 느껴지는 헐거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빨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누가 발을 잡고 안 나줬어요.&lt;br&gt; 눈을 뜨고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반겨줄 사람 아무도 없다고 그냥 여기서 살라고 그랬어요.&lt;br&gt; 까만 옷에 얼굴도 없는 무서운 사람이 자꾸 날 붙잡았어요.&lt;br&gt; 무서웠어? 아란은 대답을 하지 않고 손깍지를 끼어 제후의 등을 안았다.&lt;br&gt; 그의 어깨 언저리가 천천히 젖어왔다.&lt;br&gt; 그녀의 몸이 흐느낌으로 떨리고 있었다.&lt;br&gt; 미안해 입술을 깨물었다.&lt;br&gt; 가까스로 참아내는 그녀의 눈물은 고통이 되어 제후의 심장으로 배겨왔다.&lt;br&gt; 다시는 너 혼자 무서운 꿈에 남겨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.&lt;br&gt; 조이1004 우린 항상 같이 있을 거야.&lt;br&gt; 언제든 널 지켜줄 거야.&lt;br&gt;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그리고 나도, 널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아란의 감은 눈꺼풀에 입을 맞추며 제후는 말했다.&lt;br&gt; 창 밖으로 먼동이 트고 있었다.&lt;br&gt;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 날과 하늘을 두고 제후는 그렇게 가 슴을 저리며 찾아온 첫사랑을 고백했다.&lt;br&gt; 아빠가 새엄마랑 헤어지기로 했대요.&lt;br&gt; 은 사장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아란이 저녁때를 훌쩍 넘겨 들어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아빠 없는 동안에 나한테 함부로 한 거 전주댁 아줌마한테 들었나 봐요.&lt;br&gt; 그동안 아빠 노 릇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그랬어요.&lt;br&gt; 전주댁 아줌마는 아란이 여섯 살 때부터 은 사장네 살림을 봐줬던 사람이었다.&lt;br&gt; 엄마가 돌아 가시고 나서 유일하게 정을 붙인 사람이라고, 새 엄마가 들어와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면서는 더욱 의지를 했던 사람이라 고 아란은 얘기하곤 했었다.&lt;br&gt; 재영이는? 엄마가 데려가서 키운다고 하셨는데 확실한 건 모르겠어요.&lt;br&gt; 원래 재영이가 새 엄마보단 나하고 아빠를 잘 따랐거든요.&lt;br&gt; 제후는 알 만 하다는 듯 말했다.&lt;br&gt; 치장하고 가꾸느라 아이 돌 볼 틈도 없었나보지.&lt;br&gt; 아마도요.&lt;br&gt; 아란의 얼굴에서 긍정의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.&lt;br&gt; 그래도 http://toos.me 새 엄마가 계서서 아빠가 행복하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왠지 아빠가 이혼 을 결정하신 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죄송스러워요.&lt;br&gt; 난 아무래도 좋다는 사고방식은 버려.&lt;br&gt; 남을 위해서 희생할 생각만 하지 말고 좀 이기적으 로 굴어봐.&lt;br&gt; 아란이 넌 행복할 자격 충분히 있어.&lt;br&gt; 제후는 마주 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.&lt;br&gt; 아, 그리고 나 커피 마실 건데 생각 있으면 같이 마시자.&lt;br&gt;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구수한 커피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.&lt;br&gt; 휘파람을 불면서 주방으 로 들어가는 제후를 보며 아란은 혼자 웃었다.&lt;br&gt;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제후는 줄곧 다정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.&lt;br&gt; 처음엔 보상 심리 때문인 가 의심도 해보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의 다정함은 변함이 없었고 스스럼없는 장난기와 짓궂은 행동은 그들이 보통의 신혼부부 처럼 살고 있다고 아란이 생각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계약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랑해서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다.&lt;br&gt; 알았지? 끝내자는 말 절대로 하지 마.&lt;br&gt; 이제 겨우 두 달 좀 넘게 살아보고 맞는다느니 안 맞는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자.&lt;br&gt; 퇴원 기념으로 찾은 레스토랑에서 제후는 그런 말을 했다.&lt;br&gt; 손을 끌어다 잡으며 조심스레 말 을 내는 그의 눈을 보면서 아란은, 제후와의 관계에 좋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고 머잖아 그의 마음이 진 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.&lt;br&gt; 제후를 믿게 되었다.&lt;br&gt; 요즘만 같으면 세상에 무엇도 바랄 것 없는 사람처럼 아란은 행복했다.&lt;br&gt; 거기에 욕심 부려 한 가지 소원을 빈다면 그도 그녀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.&lt;br&gt; 그녀 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고 싶었다.&lt;br&gt; 커피 향 좋지? 좋아요.&lt;br&gt;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아란이 한모금의 향을 들이마셨다.&lt;br&gt; 정말이지 저 웃는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까봐 애태웠던 걸 생각하면 그녀가 얄밉기까지 한 제후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18/tistory/2009/12/26/04/29/4b3512953924a &gt;&lt;br&gt;&lt;br&gt; 잔잔히 부딪치는 시선에 아란이 뺨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.&lt;br&gt; 근데 왜 그렇게 쳐다봐요? 예뻐서.&lt;br&gt; 제후는 턱을 괴고 키득 웃었다.&lt;br&gt; 장난치지 마요.&lt;br&gt; 장난 아닌데.&lt;br&gt; 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 거야.&lt;br&gt; 한층 노골적인 시선에 부끄러움이 또르르 몰렸다.&lt;br&gt; 아란은 잔을 손으로 감싸고 살그머니 제 후의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.&lt;br&gt; 왜 모르고 살았을까.&lt;br&gt; 너처럼 귀엽고 착한 아이 옆에다 두고도 왜 모르고 지냈을까.&lt;br&gt; 커피를 다 마신 아란이 잔을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받침대에 얹고는 허둥지둥 주방을 나간 다.&lt;br&gt; 뒷모습을 쫓던 제후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따랐다.&lt;br&gt; 그리고 아란의 팔을 잡아 침실로 들어간 다음 문을 잠갔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보상 받고 싶다.&lt;br&gt; 너 없이 혼자 보냈던 것만큼 우리의 시간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고 싶다.&lt;br&gt; 오늘 http://naveryo.com/naver/2997.php 너 안아도 돼? 그그치만 거절해도 소용없어.&lt;br&gt; 보름동안 참아줬으니까 오늘은 내 맘대로 할 거야.&lt;br&gt; 물러서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안으면서 제후는 아란의 몸을 침대에 밀치듯 쓰러트렸다.&lt;br&gt; 성 급한 손길을 따라 드러나는 여자의 몸에 호흡이 가빠왔다.&lt;br&gt; 건강이 나빠졌다고 며칠 햇빛 구경을 안 시킨 탓인지 피부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.&lt;br&gt; 이 아 름다운 몸을 옷으로 가리면 오히려 죄가 될 것처럼 보였다.&lt;br&gt; 내일 토요일이지? .&lt;br&gt; 그럼 우리 밤새도록 여기서 놀자.&lt;br&gt; 전화와도 받지 말고 누가 벨 눌러도 열어주지 말고 내 일 아침까지 놀다가 자자.&lt;br&gt; 몰라요.&lt;br&gt; 싫어요가 아니라 몰라요다.&lt;br&gt; 늘 처음 만난 남자에게 몸을 열어주는 것처럼 아란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.&lt;br&gt;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잘 하면서 그에게만 그런다.&lt;br&gt; 그런 아란의 행동이 제후에게는 &lt;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사람&gt;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 졌다.&lt;br&gt; 그리고 매번 처녀를 방문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선사했다.&lt;br&gt; 싫으면 지금 말하던가.&lt;br&gt; 아란이 시트를 끌어올려 가슴을 가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싫어도 오빠 맘대로 한다면서요.&lt;br&gt; 후후, 이제 보니 삐지기도 하잖아? 제후는 아란의 화내는 모습이 신기했다.&lt;br&gt; 언제나 그 앞에선 쥐 죽은 듯 꼬리를 내리고 하라 는 대로 따라주던 그녀가 처음으로 반항이라는 걸 했다.&lt;br&gt; 은 아란.&lt;br&gt; 야릇한 붉은 빛이 아란의 얼굴에 떠돌았다.&lt;br&gt; 지금 당장 아란의 몸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고 싶은 걸 참으면서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내가 어떤 여자 좋아하는지 말해줄까? 어떤 여자좋아하는데요? 그녀가 순진하게 되묻는다.&lt;br&gt; 역으로, 아란의 몸을 아래에 두고 있는 제후의 얼굴은 짓궂은 헌 터의 표정이 된다.&lt;br&gt; 오늘 밤 넌 죽었어, 라는 뜻이다.&lt;br&gt; 나한테 저항하는 여자.&lt;br&gt; 좋으면서도 싫다고 말해서 날 더 부추기는 여자.&lt;br&gt; 수차례의 절정이 지났다.&lt;br&gt; 몸과 몸이 먹고 먹혔다.&lt;br&gt; 흥분을 부추긴 대가로 아란은 밤새도록 시달렸지만 한 번도 제후를 거절하지 않았다.&lt;br&gt; 물러서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오빠가 원하는 게 내 몸이라면 나한테 빠져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.&lt;br&gt; 나한테 집착하도록, 그래서 나 외에는 누구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릴 거야.&lt;br&gt; 새벽녘에 풋잠이 들었던 제후는 아란이 뒤척이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.&lt;br&gt; 부스스한 얼굴로 시 계를 쳐다보니 아침 7시 30분, 샤워도 하지 못하고 잠이 든 지 겨우 세 시간이 지났다.&lt;br&gt; 제후는 끄으응,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깜박여 눈 안으로 들어온 빛을 몰아냈다가 다시 실눈 을 뜨고 옆에 누운 아란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.&lt;br&gt; 적어도 정오까지는 깨지 못할 것처럼 아란은 곤한 잠에 들어 있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끌어다 안으면서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몸을 개켜 일어났다.&lt;br&gt;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http://ccc1.me/naver/2655.html 쑤시고 아팠다.&lt;br&gt; 뜨겁고 격렬했던 정사(情事)의 보상이라 그것도 기꺼 운 제후였다.&lt;br&gt; 시트가 눌렸다 제 자리로 돌아오면서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반짝하는 기 운에 욕실로 들어가던 제후가 되돌아 와 그것을 주웠다.&lt;br&gt; 결혼반지였다.&lt;br&gt; 제후의 손가락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녀석의 짝이다.&lt;br&gt; 아란이 일부러 빼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도 어젯밤의 정신없는 상황에 빠트린 모양이다.&lt;br&gt; 정신없는.&lt;br&gt; 풋 그렇게 좋았나? 황홀한 기억을 되살리며 미소 짓는 제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느다란 백금 링 안에 글자가 새겨져있는 게 보였다.&lt;br&gt; 이니셜이다.&lt;br&gt; 제후는 반지를 쥔 손을 힘주어 쥐었다가 펼쳤다.&lt;br&gt;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간만에 찾아 온 나른한 행복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, 좋아하는 사람 있다.&lt;br&gt; 두렵지만 보고 싶었다.&lt;br&gt; 그녀의 사랑을 차지한 사람을 알고 싶었다.&lt;br&gt; 누구일까? 결혼반지에 이니셜을 새길 정도라면 굉장히 소중한 사람일 텐데, 한 번도 손가락에서 반지 를 빼지 않았던 건 결국 다른 사람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서였던 걸까? 제후는 가슴이 쓰렸다.&lt;br&gt; 그러나 피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.&lt;br&gt; 그래서, 어느 덧 땀이 고인 손바 닥에서 반지를 들어 빛이 잘 드는 쪽으로 들어올렸다.&lt;br&gt; 첫 글자는 K였다.&lt;br&gt; JH? KJH.&lt;br&gt; 뭐야, 내 거하고 똑같 무심코 내뱉은 진실에 제후의 눈동자가, 입이 그대로 굳어버린다.&lt;br&gt; 그러다 천천히 몸을 돌려 세상모르고 잠이 든 아란을 쳐다봤다.&lt;br&gt; 그녀는 말했었다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굴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고.&lt;br&gt; 야? 정말 나야? 네가 좋아하는 사람 정말로 권 제후야? 콧소리까지 내며 자고 있는 그녀가 대답할 리 없건마는 제후는 또 묻고 있었다.&lt;br&gt; 야, 한 민준.&lt;br&gt; 제후 놈 왜 저렇게 분위기 잡냐? 또 와이프랑 한 판 했대? 도서관 자리에 가방을 두기 무섭게 담배를 태운다고 나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책상에 쌓은 전공서 적들을 보며 한숨을 쉬던 서훈이 칸막이 사이로 몸을 제껴 민준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남들은 리포트 마감 맞추느라 골 빠개지는 이 때 얄밉게 돌아다니기나 하고 말이야.&lt;br&gt; 저 자식 머리 좋고 손 빠른 건 알지만 너무 한 거 아냐? 머리 나쁘고 손 늦은 너하곤 다르게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.&lt;br&gt; 내버려둬.&lt;br&gt; 장난스런 무시로 서훈의 입을 막은 민준이었으나, 민준도 얼마 못가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 났다.&lt;br&gt; 궁시렁 대며 책을 넘기던 서훈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.&lt;br&gt; 넌 또 어디 가? 나도 담배나 한 대 태우려고 그런다.&lt;br&gt; 금방 들어올게.&lt;br&gt; http://kccc.me/naver/5693.php 서훈이 콧방귀를 흥, 뀐다.&lt;br&gt; 어이구! 자식이 저만 의리 있는 척 하고 있네.&lt;br&gt; 제후 놈 걱정 되서 그런다고 말하면 내가 너 잡아먹을까봐 그러냐? 친구 사이에 별 걸 다 숨겨.&lt;br&gt; 민준은 이해해줘서 고맙단 표시로 손을 들어보였다.&lt;br&gt; 그리고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확인한 다음 밖으로 나와 제후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있었다.&lt;br&gt; 저 자식 오늘만 담배 한 갑이 넘는데 와이프 마음 알았으면 됐지 또 뭐가 문제인 거야? 불 좀 빌리자.&lt;br&gt; 민준은 털썩, 제후 옆에 주저앉으며 담배를 내밀었다.&lt;br&gt; 뻔히 쳐다보는 표정에 약간의 놀라움 이 깃들었다.&lt;br&gt; 뭐해? 불 좀 빌리자니까.&lt;br&gt; 허연 연기가 둘이 되었다.&lt;br&gt; 새 담배의 3분의 1이 타들어가도록 아무 말이 없던 침묵은 기다 리다 지친 민준이 말을 꺼내면서 깨졌다.&lt;br&gt; 잘 나가다 왜 그러냐.&lt;br&gt; 사랑하는 여자 마음 얻은 걸로는 부족했어? 난 나를 잘 알아.&lt;br&gt;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민준은 금방 제후의 말뜻을 알아들었다.&lt;br&gt; 뭐가 두려운 건데.&lt;br&gt; 끝까지 가지 못할까봐?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던 여자들.&lt;br&gt; 그 속을 헤매던 방황에서 찾은 한 사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1.tistory.com/image/7/tistory/2009/12/26/03/35/4b3505ea9afb2 &gt;&lt;br&gt;&lt;br&gt; 아니면 아란이야? 버리게 될까봐 두려우냐 버림받는 것이 두려우냐, 민준은 묻고 있었다.&lt;br&gt; 대답을 않는 것으로 보아 둘 다 인 것 같았다.&lt;br&gt; 네 곁에 있으면 행복하지 못할까봐 겁나냐? .&lt;br&gt; 미친 놈.&lt;br&gt; 네 곁에 누구씨는 행복해서 죽을라고 하더라.&lt;br&gt; 아란이 그 녀석 생각하는 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거 알지? 민준은 피다 만 담배를 밟아 뭉개며 말을 보탰다.&lt;br&gt; 행복해 하고 있어.&lt;br&gt; 네 눈에 보이잖아.&lt;br&gt; 너도 알고 있잖아.&lt;br&gt; 그 일 권 제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.&lt;br&gt;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궁상떨지 말고 지금 하는 만큼만 해 줘.&lt;br&gt; 넌 해 보지도 않은 놈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? 알려고 해서 알아진 게 아니라 눈에 보인다고 했잖아.&lt;br&gt; 너희 둘 사랑하는 거 눈에 보여.&lt;br&gt; 서 로의 곁에서 행복해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이 보여.&lt;br&gt; 비로소 보이는 웃음이 서글펐다.&lt;br&gt; 민준아 나 제후의 핸드폰이 삐빅 신호음을 냈다.&lt;br&gt; 문자 메시지였다.&lt;br&gt; 제후가 말을 하려다 말고 메시지를 확인한다.&lt;br&gt; 누구야? 아란이? 어.&lt;br&gt; 6시에 경상대 앞에서 만나기로 한 걸 깜박했네.&lt;br&gt; 그러더니 제후는 이렇다 할, 양해도 구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뛰어 들어간다.&lt;br&gt; 그리고 수 분 후 다시 나와 정신없이 가방을 메고 경상대 건물이 있는 쪽으로 사라져버린다.&lt;br&gt; 뭐야, 저 녀석.&lt;br&gt; 얼음 왕자에서 공주의 똘마니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.&lt;br&gt; 혼자 남은 민준이 바닥에 떨어진 제 후의 담배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어본다.&lt;br&gt; 사랑을 하는 친구는 행복해 보였다.&lt;br&gt; 한 달음에 도착할 듯 걸음을 재촉했던 제후는 아란의 모습이 보이기 불과 몇 미터 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아란의 곁에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.&lt;br&gt; 저번에 본 채석이라는 아이는 아니다.&lt;br&gt; 아란이 그 남자와 다정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도, 미소를 지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발은 저절로 서버렸다.&lt;br&gt; 처음 보았을 땐 무작정 손을 낚아 채 데려오고 친구 앞에서 무례한 키스를 퍼붓기까지 했는 데 지금은 소중한 그녀를 그리 대할 맘도 대할 용기도 없다.&lt;br&gt; 하지만 잠시 동안 심장을 욱죄어 오는 통증은 사실이었다.&lt;br&gt; 지금은 가지 말라고 겁먹은 머리가 명령을 내린다.&lt;br&gt; 아란이 다른 남자와 얘기대화의 내용에 상관없이하는 모습만 보면 사라지는 자신감도, 언제 그녀가 그를 버리고 행실 좋고 반듯한 사람을 찾아 가버릴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었다.&lt;br&gt; 조심스러웠다.&lt;br&gt; 화를 낸다기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음을 알았던 듯 그 모습은 그리 오래 눈에 비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손짓을 해가며 대화 를 주고받던 남자가 목례를 하고는 사라진다.&lt;br&gt; 마찬가지 방법으로 인사를 받은 아란이 몸을 나무 그늘의 기둥에 기대며 이내 입 을 가리고 하품을 한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무심코 돌린 시야에 제후의 모습이 들어오자 아란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부른다.&lt;br&gt; 아까와는 다르게 서두르지 않는 보폭으로 제후는 아란에게 걸어갔다.&lt;br&gt; 오래 기다렸어? 이제 6시 20분밖에 안 됐는데요, 뭘.&lt;br&gt; 아란이 손목을 올렸다 내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오해하지 않도록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.&lt;br&gt; 오면서 보니까 누구랑 얘기하고 있던데 그 사람 누구야? 아, 봤어요? 여자 친구가 우리 학교 학생인데 처음 와서 길을 모른다고 그러잖아요.&lt;br&gt; 그럼 그렇지.&lt;br&gt; 설마 별다른 일이야 있겠어.&lt;br&gt; 다른 말은 안 했고? 에? 아아니, 이상한 추파 같은 거 던지지는 않았냐고.&lt;br&gt; 어휴, 이 병신! http://gsite.sosdaum.net 이상한 걸 물어본 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말은 왜 더듬는 거야.&lt;br&gt; 제후는 속 으로 수도 없이 제 머리를 쥐어박았다.&lt;br&gt; 그건 왜 물어보는 데요? 불현듯 민망해진 표정의 제후와 눈을 맞추던 아란이 눈을 깜박깜박 하더니 고개를 젓는다.&lt;br&gt; 그가 난감해하며 말을 더듬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너넌 내가 다른 여자랑 얘기하고 있으면 좋냐? 이런! 예, 아니오의 단답형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.&lt;br&gt; 그거야 당연히 그럼 됐어, 더 물어보지 마! 북 치고 장구치고 저 혼자 괜히 성질을 부리더니 제후는 혼자서 씩씩 걸어가 버린다.&lt;br&gt; 아란 이 졸졸 뒤를 따라온다.&lt;br&gt; 오빠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? 없었어.&lt;br&gt; 근데 왜 나한테 화내요? 화 안 냈어! 그러니까 자꾸 토 달지 마! 하지만 지금 화내고 있잖아요.&lt;br&gt; 서운함이 실린 음성과 함께 뒤를 따라오던 기척이 멎었다.&lt;br&gt; 제후가 뒤를 돌아보자 아란은 머 쓱한 팔을 쓸어내리며 서 있었다.&lt;br&gt; 상처받은 얼굴이었다.&lt;br&gt; 굳이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큰 눈에선 금방이라도 떼구르르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고여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 다시 제후의 상태를 확인시켜주었다.&lt;br&gt; 오빠 화내고 있다구요.&lt;br&gt; 한숨이 나온다.&lt;br&gt; 왜 소중히 여긴다면서, 좋아한다면서 난 왜 꼭 번번이 저 아일 울리고 마는 걸까.&lt;br&gt; 이제는 정말로 사랑인데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는 그녀였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마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착각에 재 빨리 손을 내밀어 아란의 팔을 잡았다.&lt;br&gt; 미안해.&lt;br&gt; 됐어요.&lt;br&gt; 사실은 그게그래! 리포트 쓰다가 나왔거든.&lt;br&gt; 모레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출하라고 교수가 닦달을 해서 아마 그것 때문에 신경이 좀 예민해져 있었나 보다.&lt;br&gt; 알았어요.&lt;br&gt; 아란은 잡히지 않은 쪽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.&lt;br&gt; 그럼 바쁘다고 얘기하지 뭐하러 나왔어요.&lt;br&gt; 나 혼자서도 집에 갈 수 있는데.&lt;br&gt; 관심도 없었던 리포트가 도움을 줬다.&lt;br&gt; 제후는 그의 말에는 의심을 할 줄 모르는 아란과 300 페이지 분량의 전공서적을 탐독하고 사흘 만에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교수에게 감사했다.&lt;br&gt; 너 어린애잖아.&lt;br&gt; 나 없으면 안 되는.&lt;br&gt; 새록 고이는 웃음에 비로소 마음을 놓고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.&lt;br&gt; 울었으니까 배고플 거 아냐? 손가락 사이로 빈틈이 채워졌다.&lt;br&gt; 조금 걷다 돌아보는 그의 웃음에 그녀도 붉은 눈을 하고 웃었다.&lt;br&gt; 그것가지고 양이 차? 제후가 보기엔 먹는 것 같지도 않았다.&lt;br&gt; 저녁 사준다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데리고 왔더니 아 란은 샐러드에만 손을 대고 식사를 끝낸다.&lt;br&gt; 배불러요.&lt;br&gt; 봐요.&lt;br&gt; 아란이 손을 펴서 조금도 나오지 않은 아랫배를 톡톡 친다.&lt;br&gt; 그래도 이거 먹고 내일 아침까지 버텨야 되잖아.&lt;br&gt; 정말 배 안 고프겠어? 먹는 걸로는 그렇게 욕심 안 나요.&lt;br&gt; 나중에 우리 아이 가졌을 때도 그럴까봐 겁난다, 야.&lt;br&gt; 애기가 뱃속에서 뭘 먹고 크겠냐? 그거야 모르죠, 그 때 가면 곰탕에 두 그릇씩 밥 말아먹을지.&lt;br&gt; 투덜대는 제후를 아란은 쳐다보며 웃는다.&lt;br&gt; 제후가 먹다 말고 고개를 든다.&lt;br&gt; 왜? 아뇨.&lt;br&gt; 그냥 오빠가 나랑 애기 낳을 때까지 살아줄 생각 하고 있는 게 신기해서요.&lt;br&gt; 아이 오빠 닮으면 예쁠 거에요, 그죠? 아란의 말을 들은 제후가 얼굴을 굳혔다.&lt;br&gt; 살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거지.&lt;br&gt; 부부는 동등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니까.&lt;br&gt; 명문 S대의 학벌과 국내 건설회사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의 딸, 귀족적이고 아름다운 외모.&lt;br&gt;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도 제후에 대해서는 항상 자기를 낮추어 보는 아란 이다.&lt;br&gt; 자격지심이 아니라 아직 그의 마음을 모르기에 저러는 것이다 이해는 하면서도 제후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거슬린다.&lt;br&gt; 네가 나에 비해 뭐가 부족한데.&lt;br&gt; 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계약 따윈 이제 신경도 안 쓰고 있어.&lt;br&gt; 그러니 네가 나에 대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일, 없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오빠는 사랑해 본 적 있어요? 조건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만 생각하면 자신이 형편없어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뭔지 알 수 있어요? 내가 뭐?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아니에요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32/tistory/2009/12/26/04/01/4b350c1f812c5 &gt;&lt;br&gt;&lt;br&gt;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아? 사람 궁금하게.&lt;br&gt; http://cdaum.daumeing.net 있잖아요, 나 오늘 술 마시고 싶은데.&lt;br&gt; 심드렁하던 제후의 눈동자가 반짝, 놀란다.&lt;br&gt; 아란은 종업원이 접시들을 치운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말했다.&lt;br&gt; 오빠는 운전해야 되니까 관두고 나 마시는 거만 봐주면 안 돼요? 나 참.&lt;br&gt; 마시려면 같이 마셔야지.&lt;br&gt; 취하면 호텔 찾아서 하루 자면 되잖아.&lt;br&gt; 레스토랑을 나온 두 사람은 제후가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들른다는 호프집을 찾았 다.&lt;br&gt; 8시가 갓 넘은 초저녁인데도 단골들이 많아 벌써부터 시끌시끌했다.&lt;br&gt; 어렵사리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.&lt;br&gt; 뭐 마실래? 오빠가 정해요.&lt;br&gt; 난 아무 거나 상관없으니까.&lt;br&gt; 아란이 순진한 얼굴로 양 팔을 뻗어 소파를 짚고 다리를 모아 앉는다.&lt;br&gt; 투명한 유리 테이블 아래로 허벅지가 반은 보이는 미니스커트가 골반에서부터 아슬아슬하게 감고 있다.&lt;br&gt; 그러고 보니 내내 핸드백으로 허벅지를 가리고 있던 게 생각이 났다.&lt;br&gt; 비트 강한 댄스 음악 때문인지 어슴푸레 얼굴에 빛을 드리우는 조명 때문인지 늘 대하는 그 녀임에도 제후는 가슴이 떨린다.&lt;br&gt; 조금만 옆으로 가 봐.&lt;br&gt; 파트너가 있음에도 아란을 힐끔대는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영 못마땅했다.&lt;br&gt; 저 자식들, 감히 누구 걸 넘보는 거야? 왜요? 우리가 남이냐? 같이 앉게.&lt;br&gt; 아란이 안으로 물러 들어갔다.&lt;br&gt; 제후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안아 자 기 쪽으로 돌린다.&lt;br&gt; 저항도 않는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향이 녹아 입 안에서 뒤엉킨다.&lt;br&gt; 아란을 훔쳐보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하려던 것이었지만 애초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촉촉하고 도톰한 입술의 감촉에 취해버리는 제후였다.&lt;br&gt; 키스가 깊어지면서 아란이 반응을 보였다.&lt;br&gt; 팔을 제후의 목에 감고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.&lt;br&gt; 등줄기의 움푹 파인 부분을 제후의 손가락이 훑자 아란은 허리를 휘면서 몸을 바짝 갖다 붙인다.&lt;br&gt; 자잠깐만요, 오빠.&lt;br&gt; 등이 푹신한 소파에 닿기 직전에 아란이 제후를 떠민다.&lt;br&gt; 사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젠장, 뭐가? 입맛을 다시며 제후는 아란에게 기울였던 몸을 세워 주위를 둘러보았다.&lt;br&gt; 그녀의 말처럼 이 게 웬 떡이냐 쳐다보는 눈들이 많았다.&lt;br&gt; 언제 웨이터가 다녀갔는지도 모르게 세팅 된 테이블과, 처음에는 수북하게 올라왔을 맥주 거품의 얇은 층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바보 씹탱이들.&lt;br&gt; 남 연애하는 거 처음 보나.&lt;br&gt; 상황의 진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다가 제후는 마지못해 아란을 품에서 놓아주었다.&lt;br&gt; 그녀 는 부끄러운 눈빛이었지만 창피해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옷매무새를 바로 하며 앉는다.&lt;br&gt; 잘못 했어.&lt;br&gt; 제후는 1700㏄ 용량의 차가운 맥주를 작은 잔에 따라 마시고 입술에 묻은 거품을 혀로 쓰 윽, 핥아냈다.&lt;br&gt; 첨부터 호텔로 가는 건데 잘못했어.&lt;br&gt; 거기 가서 둘이 신나게 즐기는 건데.&lt;br&gt; 다른 데로 갈까요? 아란이 온기가 느껴지는 손을 제후의 무릎에 얹었다.&lt;br&gt; 자그마한 압박감에 제후가 마시던 잔 을 놓고 이게 무슨 뜻이냐는 듯 그녀를 쳐다본다.&lt;br&gt; 하다만 거 계속 하고 싶지 않아요? 말귀를 알아들은 제후가 금세 쿡, 웃었다.&lt;br&gt; 살다보니 요조숙녀 은 아란의 입에서 먼저 그걸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도 있구나 싶었다.&lt;br&gt; 좋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.&lt;br&gt; 경험자답게,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인간의 짧고 비밀 스런 사랑을 나누려면 어디가 좋은지는 숙지하고 있었다.&lt;br&gt; 형, 나 거기 좀 쓸게.&lt;br&gt;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눈짓을 하고 제후는 아란을 데리고 좁은 문을 나와 2층으로 올라 갔다.&lt;br&gt; 작은 문이 있었다.&lt;br&gt; 제후가 손잡이를 돌리고는 아란을 들어가게 했다.&lt;br&gt; 잠만 자는 곳인지 가구 하나 형광등 하나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.&lt;br&gt; 키 높은 창문으로 흘러들 어오는 달빛이 야트막한 침대를 비추는 곳이었다.&lt;br&gt; 달칵.&lt;br&gt; 등 뒤로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.&lt;br&gt;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.&lt;br&gt; 오늘 처음 만난 여자와 남자가 http://che.shekorea.co.kr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밀애(密愛)의 장소를 찾은 것처럼 아 란과 제후는 잠시 눈을 맞춘다.&lt;br&gt; 그가 다가온다.&lt;br&gt; 붙잡히는 시선 속에서 천천히 긴장이 고조된다.&lt;br&gt; 제후의 팔이 허리를 감싸오자 아란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본다.&lt;br&gt; 하얀 손가락이 제후의 뺨을 스치고 머리칼을 만지다가 목젖을 스친다.&lt;br&gt; 붉은 입술이 탐스럽다.&lt;br&gt; 늘 품 안에서 익숙했던 향기가 어색하게 코를 스치고 떨리는 손가락의 감촉 아래로 부드러 운 피부는 사르르 밀려난다.&lt;br&gt; 음악소리가 귓가에서 웽웽 멀어져가고 맞닿은 심장소리는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.&lt;br&gt; 한껏 달아오른 숨결이 하나가 된 몸을 얽어 묶는다.&lt;br&gt; 뱅그르르 천장이 맴을 돈다.&lt;br&gt; 젖은 숨소리가 방 안을 메운다.&lt;br&gt; 절정의 신음소리가 공중에 부딪치고 야릇한 고통과 쾌감이 뿜어져 나온다.&lt;br&gt; 무저갱(無底坑)의 암흑까지 떨어졌다가 천국의 광명에까지 이른다.&lt;br&gt; 생명과 생명이 만나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들어맞은 그것은 사랑을 잉태한다.&lt;br&gt; 꿈인 듯 환상인 듯 시간이 멈춘다.&lt;br&gt; 앞으론 종종 술 마시러 와야 되겠는 걸.&lt;br&gt;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후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한바탕의 격렬한 운동(!)으로 땀을 빼고 난 다음에 마시는 맥주 맛은 더없이 좋았다.&lt;br&gt; 언제는 호텔 가서 둘이 즐기자면서요.&lt;br&gt; 제후가 쳐다보자 아란이 얼른 눈을 돌리고 입을 다문다.&lt;br&gt; 그녀의 하얀 목에 남은 키스마크가 조금 전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그래서 좋았다는 거야, 싫었다는 거야? 흔하지 않은 아란의 새침한 눈빛에 제후가 운전을 하면서 웃었다.&lt;br&gt; 앵 토라지는 입술이 귀엽 기만 했다.&lt;br&gt; 뭐나쁘지는 않았어요.&lt;br&gt; 차마 대답을 못하겠는지 미적미적, 말을 돌리지만 선수답게 제후는 속뜻을 낚아 채 낸다.&lt;br&gt; 괜찮았으면 집에 가서 한 번 더 할까? 카메라를 샀다.&lt;br&gt; 원하면 바로 찍어서 즉석에서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4/tistory/2009/12/26/03/50/4b35097c7ee67 &gt;&lt;br&gt;&lt;br&gt; 웨딩 앨범 말고는 볼 만 한 사진을 채워 둔 앨범 하나 없다는 게 제후의 이유였지만 빛나는 두근거림으로 자리해가는 아란의 모습을 잃어버리기는 너무 아까워서 그랬다.&lt;br&gt; 제후는 자석이 달린 예쁜 팬시 제품을 사다가 냉장고에 사진을 붙여 놓기 시작했다.&lt;br&gt; 막 일 어나서 눈을 부비는 모습, 샤워를 하고 나와 젖은 머리를 터는 모습이며 놀이동산에서 재영과 놀아주는 모습 등, 제후의 손에 서는 카메라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.&lt;br&gt; 사진 찍는 걸 싫다고 손사래를 젓던 아란도 점차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다루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.&lt;br&gt; 한 번은 술을 마시고 들어와 퉁퉁 부은 제후의 얼굴을 몰래 찍었다가 냉장고에 붙여놓고 잠 이 깬 그에게 보여주면서 깔깔대기도 했다.&lt;br&gt; 길을 지나다 만난 귀여운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을 찍기도 했지만 그들 사진 속의 주인공은 거의 상대방이었다.&lt;br&gt; 사랑할 운명으로 만나게 된 것처럼 뒤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이었다.&lt;br&gt; 언제부터였을까.&lt;br&gt; 넌 언제부터 내 주위를 맴돌았을까.&lt;br&gt; 내가 모르던 시절의 넌 어떤 모습이었을까.&lt;br&gt; 어떤 http://toos.me 모습으로 나를 사랑했을까.&lt;br&gt;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제후는 아란을 더듬어 봤지만 어느 한 조각 기억 속에도 그녀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았다.&lt;br&gt; 아란은 가슴에 안고 다니는 전공서적을 치우고 교복을 입혀놓으면 여고생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풋풋한 인상의 소유자였다.&lt;br&gt; 화려한 옷과 세련된 화장으로 자신을 치장해 남자를 유혹할 줄도 몰랐고 마음에 드는 남자 에게 먼저 접근하는 여자들의 화끈함은 흉내 내지도 못했다.&lt;br&gt; 결혼 전, 그런 여자들만을 찾아 부담 없이 즐겨왔던 제후 쪽에서 보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도 당연했다.&lt;br&gt; 설사 그녀를 알았다 하더라도 처녀를 망가뜨린 조이1004 책임을 떠맡을 걸 염려해서 거절했을 것이다.&lt;br&gt; 제후는 간혹 등 뒤를 맴도는 아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.&lt;br&gt;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곧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 못하고 외면하는 서글픈 눈빛을.&lt;br&gt; 아란아 난 너를 확인해 보고 싶다.&lt;br&gt; 내게 손 내민 나를 찾아올 용기를 내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너를 위해 심장을 송두리째 내어버린 내 사랑을 알아주길 원한다.&lt;br&gt; 오늘 집에 못 들어온다구요? 벌써 술에 취했는지 전화기 너머 제후의 목소리는 분명하지 않았다.&lt;br&gt;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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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http://gsite.sosdaum.net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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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http://cdaum.daumeing.net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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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소라소설 하나뿐인 딸의 행복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그저 이 결혼을 통해 들어올 회사의 유익과, 눈엣 가시 같은 전처의 딸과 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던 그들은 제후의 입장에서도 좋아질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나중에 다른 세상에 태어나면 그 때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어요.&lt;br&gt; 아란은 오빠도 포함해서요, 란 말은 하지 못했다.&lt;br&gt; 사람 무안하게 톡톡 쏘긴 하지만 친오빠 같은 다정함으로 그녀를 지켜주는 사람 제후의 사랑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.&lt;br&gt; 이렇게 의지할 가슴과 어깨가 있는 것으로 감사하자고 늘 심장을 달래는 그녀였다.&lt;br&gt; 나를 귀찮아하지 않는 사람들 곁에서요.&lt;br&gt; 아란의 한숨을 제후는 키스로 막았다.&lt;br&gt; http://ksite.sosdaum.net 촉촉하고 아찔한 입술의 감촉을 겉에서만 느끼기가 아쉬워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넣고는 뜨거운 향기를 나눠 삼켰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걸며 몸을 붙였다.&lt;br&gt; 그의 손에 길들여진 몸은 키스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며 떨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손이 아란의 등 뒤로 가 실크 원피스의 지퍼를 내렸다.&lt;br&gt; 가냘픈 허리를 따라 원피스 가 아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제후도 옷을 벗어던졌다.&lt;br&gt; 여행 얘기만 하고 내려갈 참이었는데 불이 붙자 멈출 수가 없었다.&lt;br&gt; 여느 때처럼 아란은 순결한 나신으로 제후를 받아들였다.&lt;br&gt;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거 친 움직임과 손길을 힘겨워하면서도 순종했다.&lt;br&gt; 제후는 녹초가 되도록 아란을 안고 또 안았다.&lt;br&gt; 미친 사람처럼 아란의 몸속에서 권 제후의 소유를 확인했다.&lt;br&gt; 그는 어느 샌가 그녀가 아니면 쾌락을 느낄 수 없는 남자로 길들여져 있었다.&lt;br&gt; 애 데리고 올라가서 뭘 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니? 손님들 오시는데 나와서 좀 맞지 않 고.&lt;br&gt; 누르면 붉은 물이 떨어질 것 같은 아란의 뺨과 제후의 옷자락을 쥐며 등 뒤로 숨는 그녀의 행동이 위에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권 회장 내외는 짐짓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.&lt;br&gt; 손님들이야 할아버지 만나러 왔지, 저 보러 왔어요? 사돈어른들이 오셨단다.&lt;br&gt;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니? 제후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.&lt;br&gt; 새어머니와 대면해야한다는 말에 핏기가 가시는 아란의 안색 을 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에서 싫다는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 어디 계시는데요? 옷을 쥔 아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.&lt;br&gt; 그녀는 제후의 등으로 바짝 몸을 붙였다.&lt;br&gt; 희미하게 떨 리는 작은 어깨가 안쓰러워서 제후는 견딜 수 없었다.&lt;br&gt; 권 회장이 손가락으로 귀한 손님이 아니면 모시지 않는 방을 가리켰다.&lt;br&gt;다른 손님들과 따 로 모셨다.&lt;br&gt; 매무새 가다듬고 들어가서 인사 여쭙고 나오거라.&lt;br&gt; 제후도 피하고 싶었다.&lt;br&gt; 가능하다면 평소에도 잘 지내냐는 전화 한 통 없는 부모 같지도 않 은 사람들과 아란을 대면시키는 이 상황을 그녀에게서 가려주고 싶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제후가 머뭇거리자 권 회장의 눈이 아란을 향했다.&lt;br&gt; 어서 들어가서 인사 드리거라.&lt;br&gt; 결혼하고 나선 처음인데 무척 보고 싶었을 것 아니냐.&lt;br&gt; 제후는 사정도 모르고 아란을 몰아다 붙이는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.&lt;br&gt; 그렇다고 보는 눈, 듣는 귀 많은 이 자리에서 사실을 얘기할 수도, 경거망동을 저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5d/c6/bmwno10001/folder/3/img_3_49_8?1261914232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누나! 그 때 어디선가 남자아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아란의 다리에 매달려 얼굴을 비비댔다.&lt;br&gt; 아란이 몸을 굽히더니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 올렸다.&lt;br&gt; 이제 다섯 살이나 됐을까 누가 보면 엄마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녀를 빼닮은 꼬마였다.&lt;br&gt; http://fdaum.daumeing.net  누구야? 내 동생 재영이요.&lt;br&gt; 결혼식 때 안 봤었어요? 하지만 아란이 넌외동딸이잖아, 라고 말하려다가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아마도 이 아 이는 새어머니에게서 난 의붓동생일 것이다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 누구야? 아저씨? 제후는 맹랑한 꼬마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.&lt;br&gt; 아란이 웃으며 동생의 말을 정정했다.&lt;br&gt; 재영아, 아저씨가 아니라 매형이야.&lt;br&gt; 누나랑 결혼한 사람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랑 결혼했어? 엄마랑 아빠처럼 같이 사는 거야? 아빠라기보다는 차라리 할아버지가 낫겠다.&lt;br&gt; 제후는 획, 팔짱을 끼며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 다.&lt;br&gt; 그럼 아기는 어디 있어? 결혼하면 엄마 아빠처럼 아기도 낳는 거잖아.&lt;br&gt; 재영이 동생 어디 있어? 덕분에 아란의 긴장이 덜어지긴 했지만 누나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 처남이 마음에 들지 않 는 제후였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목에 목도리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팔을 풀려는 찰나, 손님 방 문이 열리더 니 그녀의 부모님이 나왔다.&lt;br&gt; 아이를 어르고 있던 아란이 새어머니를 보고는 동생을 거실바닥에 내려놓았다.&lt;br&gt; 엄마한테 갈래, 재영아? 누나는 어디 가야 되거든.&lt;br&gt; 웅웅, 싫어.&lt;br&gt; 누나도 같이 집에 가.&lt;br&gt; 응? 재영아, 이리 온.&lt;br&gt; 저 낳아준 엄마가 부르는데도 재영은 누나에게만 매달려 징징거렸다.&lt;br&gt; 제후가 발을 공중으로 동동대는 아이를 떼어다 엄마에게 안겨주었다.&lt;br&gt; 고마워, 권 서방.&lt;br&gt; 그리고 너도 오랜만이구나.&lt;br&gt; 잘 지냈니? 새어머니의 마지못한 눈길이 아란에게 닿았다.&lt;br&gt; 염려했던 거와 달리 아란은 떨지도 않고 말 을 받았다.&lt;br&gt; 걱정해주신 덕분에요.&lt;br&gt; 아버지도 건강하시죠? 나야 늘 잘 있지.&lt;br&gt; 이 사람이 잘 http://ahe.shekorea.co.kr  챙겨주니까.&lt;br&gt; 아내의 어깨를 안으며 다정스레 대답하는 아란의 아버지를 보면서 제후는 역겨움마저 일었 다.&lt;br&gt; 당연히 그러시겠죠.&lt;br&gt; 힘들게 재혼하셨는데 오죽 하시겠어요? 삐딱한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.&lt;br&gt; 아란이 그러지 말라는 듯 제후의 팔을 잡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을 뿐 더러 제후도 그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.&lt;br&gt; 너무 사이가 좋아서 딸이 어떻게 사는지는 궁금하시지도 않나 봐요.&lt;br&gt; 저희 결혼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전화 한 통도 안 하시고 말입니다.&lt;br&gt; 저도 부러울 정도라니까요.&lt;br&gt; 농담 속에 드러나는 가시.&lt;br&gt; 은 사장 내외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흐려지는 것을 보며 권 회장 이 나섰다.&lt;br&gt; 제후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? 할아버진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히나 계세요, 소리가 이 사이에서 걸렸다가 목으로 넘어갔 다.&lt;br&gt; 제후는 조롱기를 입가에 걸었다.&lt;br&gt;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.&lt;br&gt; 하지만 없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뭘 잘못했는지 전 모르겠 는데요.&lt;br&gt; 제후야! 마침내 권 회장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제후가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오히 려 건방진 눈동자 속에 두 사람을 가두어 노려볼 뿐이었다.&lt;br&gt; 당신들도 깨달아야 돼.&lt;br&gt;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, 때늦은 사랑 놀음으로 무시당해 내쳐진 자식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당신들도 알아야 돼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그럼 천천히 놀다 가세요.&lt;br&gt; 저희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하거든요.&lt;br&gt; 얼굴 풀어.&lt;br&gt;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?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아란은 내내 불안한 얼굴이었다.&lt;br&gt; 너도, 지금 내가 너무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?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고?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해서 그래요.&lt;br&gt; 오빠도 괜히 저 때문에 은 아란.&lt;br&gt;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던 제후가 무서운 얼굴로 아란을 돌아보았다.&lt;br&gt; 말해두는 데 너하고는 상관없이 내가 한 말이야.&lt;br&gt;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대하는 그 분들 태도에 내가 기분이 나빠서 한 마디 한 거라고.&lt;br&gt; 알았어? 아란이 눈길을 돌리면서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기분 잡치게 그런 얼굴도 하지 말고.&lt;br&gt; 이래서야 둘이 여행 가는 기분도 안 나잖아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안 그럴게요.&lt;br&gt; 이러니 당하고만 살았지.&lt;br&gt; 제후는 침을 꿀꺽 삼키고 http://shemijin.com  화를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은 아란, 너 여기서 조금만 나빠지면 안 되겠냐? 까짓 망신 한 번 준 거 가지고 마음 쓰 지 마.&lt;br&gt; 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기나 할 거 같아? 사실은 아란이 입술을 오물거렸다.&lt;br&gt; 사실은 저도 속이 시원했어요.&lt;br&gt; 오빠가 그 말 안 했으면 내가 했을지도 몰라요.&lt;br&gt; 다만 오빠 가 할아버지 눈에 나는 건 아닐까, 사람들이 오빠 나쁘게 보면 어쩌나 그게 걱정됐어요.&lt;br&gt; 제후가 피식, 코웃음을 쳤다.&lt;br&gt;거기 온 손님 중에 나 그렇고 그런 놈인 거 모르는 사람 없 어.&lt;br&gt; 그래도 나 때문에 오빠 나쁘게 보이는 거 싫어요.&lt;br&gt; 정말로요.&lt;br&gt; 네 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기지 않는데 왜 네 눈엔 내가 안 보이는 걸까.&lt;br&gt; 제후는 속 이 쓰렸다.&lt;br&gt; 그만해라.&lt;br&gt; 빼도 박도 못할 말 가지고 가타부타 떠드는 거, 머리 아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7e/14/bmwno1000/folder/3/img_3_1051_14?1261913432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제후는 몸을 의자에 묻으면서 눈을 감았다.&lt;br&gt; 그를 가만, 쳐다보는 아란의 시선과 이내 고개를 돌리는 나즈막한 한숨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했다.&lt;br&gt; 기대하게 만들지 마.&lt;br&gt; 네 착한 눈빛을 마주하는 게 얼마나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 알아? 사랑은 느낄수록 괴로웠다.&lt;br&gt; 낯설고 힘들었다.&lt;br&gt;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호텔에서 보낸 VIP 전용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들어갔다.&lt;br&gt; 우와~예쁘다!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객실에 짐을 풀자마자 아란은 곧장 발코니로 뛰어나갔다.&lt;br&gt; 그러더니 인어공주가 되어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할 것처럼 난간을 손으로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.&lt;br&gt; 여기 진짜 마음에 들어요.&lt;br&gt;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감사하는 말씀 꼭 드려야겠어요.&lt;br&gt; 할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입었던 답답한 정장 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제후는 대답했다.&lt;br&gt; 그러던지.&lt;br&gt; 직접 마중을 나온 지배인의 말에 따르면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방이라고 했다.&lt;br&gt; 이틀을 머무는 데 190만원이고 사흘에 26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형의 허니문 패키지용 객실이란다.&lt;br&gt; 얼른 옷 갈아입어.&lt;br&gt; 바다 보고 싶다며.&lt;br&gt; 조금만 더 보구요.&lt;br&gt; 제후가 니트 셔츠에 청바지로 갈아입을 동안까지 아란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 음속에 불쑥 짓궂은 장난기가 돌았다.&lt;br&gt; 아쉬워하며 허리를 바로세우는 아란의 등에 제후의 가슴이 닿았다.&lt;br&gt; 그만 보고 가자니까.&lt;br&gt; 제후는 두 팔로 각각 아란의 어깨와 허리를 둘러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.&lt;br&gt; 아니면,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그냥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까? 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싫다.&lt;br&gt; 넌 내가 마법을 풀어줄 때만 살아 숨을 쉬는 인형이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그그치만 아까 집에서두 거긴 거기고 호텔에서 하는 건 처음이잖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목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를 헤치면서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물었다.&lt;br&gt; 불그스 름한 입술자욱과 고른 치흔(齒痕)이 남았다.&lt;br&gt; 게다가 우린 부부고어디에서도 거리낄 게 없어야 한다고.&lt;br&gt; 아란의 귓불을 깨물며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허리를 안았던 손이 내려가 스커트를 밀어올리고 매 끈한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.&lt;br&gt; http://mjjj.isuim.com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.&lt;br&gt; 자어떻게 할까? 밖으로 나가서 멍청한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줄까, 아니면 이 곳에 서 갑자기 돌아선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감으며 입술을 맞댔다.&lt;br&gt; 등 뒤로 파닥이며 스커트를 들추는 바람만큼이나 그녀의 행동은 대담했다.&lt;br&gt; 아란이 입술을 떼었다.&lt;br&gt; 원해요.&lt;br&gt; 해요.&lt;br&gt; 한 음절이 숨어 나왔지만 제후는 그 말이 허락의 뜻임을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요정들의 눈물처럼 수정이 되어 떨어질 듯 잔잔한 물기가 아란의 눈에 고인다.&lt;br&gt; 아란아 그의 뺨을 쓸어내리는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나 겁쟁이야.&lt;br&gt; 나 너 데리고 도망 온 거야.&lt;br&gt; 밑도 끝도 없이 퍼 올리는 말이었다.&lt;br&gt; 어둠에 깊이를 감춘 우물에서 처음 두레박으로 퍼 올 린 맑은 물이었다.&lt;br&gt; 사실은 내가 오빠.&lt;br&gt; 제후의 팔 안에서 아란의 허리가 휘어지며 다가갔다.&lt;br&gt; 코끝이 부딪치는 거리에서 아란은 제 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.&lt;br&gt; 그 말 꼭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면, 하고 나서 오빠 마음 상하게 할 말이라면 하지 마요.&lt;br&gt; 사람들 떠나서 둘이 있는 거잖아요.&lt;br&gt; 그러니 아무 생각 하지 마요.&lt;br&gt; 여행 왔으니까 좋은 기억만 만들어요.&lt;br&gt; 아무도 끼워주지 말고 그냥 우리 생각만 하면서 지내요, 네? 그녀가 말하는‘우리’는 특별하게 들린다.&lt;br&gt; 너는 너, 나는 나가 아닌 우리.&lt;br&gt; 그런데 그 우리 사이에 누가 끼어들면 어떻게 하지? 하나도 아닌 둘.&lt;br&gt; 너를 좋아하는 사람,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가 널 영원히 차지할 수 있는 걸 막아버리 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? 너 좋아하 바로 그 때 제후의 핸드폰이 주인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긴장이 푹 수그러드는 걸 느끼면서 아 란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고 거실로 들어갔다.&lt;br&gt; 여보세요? 제후, 네 이 녀석! 할아버지셨다.&lt;br&gt; 제후는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알았어요, 알았어.&lt;br&gt; 제가 잘못했어요.&lt;br&gt; 이제 됐죠?! 제후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.&lt;br&gt; 그리고 아예 핸드폰의 배터리를 뽑아 버렸다.&lt;br&gt; 오빠아란은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.&lt;br&gt;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래.&lt;br&gt; 돌아가면 틀림없이 배로 혼나겠지만 아무도 너한테 뭐라 안 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.&lt;br&gt; 아란이 고개를 저었다.&lt;br&gt; 부부는 일심동체랬어요.&lt;br&gt; 오빠가 잘못한 건 내가 잘못한 거고 난, 오빠가 할아버지한테 혼 나는 거 싫어요.&lt;br&gt; 그래? 제후는 웃는 듯 마는 듯 입가를 찡그렸다.&lt;br&gt;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에 대해 ‘우리’를 강조하는 아란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.&lt;br&gt; 나중에 할아버지가 부르시면 저도 데리고 가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줄게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줘? 어감이 재미있었다.&lt;br&gt; 마지못한 미소는 진심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.&lt;br&gt; 하긴.&lt;br&gt;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 예뻐하시니까 너 데리고 가면 야단은 덜 맞겠다.&lt;br&gt;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미소가 제후를 따라 아란의 얼굴에 고였다.&lt;br&gt; 그저 바 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웃고 있으면 온 세상이 빛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http://lpq.kwsc.net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.&lt;br&gt;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아냐? 그건 다 권 제후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야.&lt;br&gt;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먼 손가락으로 가리킨 그를 보고 승원과 미진이 했던 말이었다.&lt;br&gt; 무표정한 얼굴을 녹여보고자 웬만한 미모를 갖춘 여자들이 줄줄이 덤벼들었지만 마음을 얻고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했다.&lt;br&gt; 떠난 사람이 여자가 먼저든 권 제후가 먼저든 그가 미련을 갖고 찾는 경우도 없다 했다.&lt;br&gt; 포기해.&lt;br&gt; 저 선배 맘 좀 뺏어보겠다고 설치다가 바보 된 애들 하나둘인 줄 아냐? 친구들의 만류에도 변함없던 절실한 외바라기에 하늘도 감동하셨는지 인연이 맺어졌고 심지 어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게까지 되었다.&lt;br&gt;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제후는 아란의 몸만은 좋아했다.&lt;br&gt; 진짜 속을 내비치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녀가 없으면 가끔 서운해 한다고 느꼈다.&lt;br&gt; 그리고 그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.&lt;br&gt; 바라만 보고 말도 못 걸던 옛날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을, 아란은 보내고 있었다.&lt;br&gt; 하지만 헤어지면? 나한테 싫증을 내고 계약을 끝내자고 말하면? 가슴에 싸한 통증이 찾아왔다.&lt;br&gt; 아란은 작은 콧소리 섞인 한숨을 쉬며 제후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안겼다.&lt;br&gt; 그리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시원한 향수냄새와 체취를 숨 속으로 담아 넣었다.&lt;br&gt; 언젠가 그가 떠날 때 언젠가 혼자 남겨질 때,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며 견딜 수 있도록.&lt;br&gt; 제주도로 밀월여행을 다녀온 다음부터 제후는 강의라든가 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32/tistory/2009/12/26/04/12/4b350e93c59da &gt;&lt;br&gt;&lt;br&gt;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할 때를 빼 고는 아란을 옆에 붙이고 다녔다.&lt;br&gt; 결혼을 빨리 해서 못해봤던 평범한 데이트도 했다.&lt;br&gt; 강의가 비는 시간 틈틈이 전화를 하고 기다리고 만나고, 아란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녔다.&lt;br&gt; 같이 술 마실 시간도 없냐는 친구들의 비아냥거림도 권 제후, 사람 달라졌다고 신기한 눈으 로 쳐다보는 여자들의 시선도 상관없었다.&lt;br&gt; 그저 그만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.&lt;br&gt; 권 제후가 만든 시간 속에서 권 제후를 생각하는 것으 로 아란의 머릿속을 채워주고 싶었다.&lt;br&gt; 오빠, 이거 봐요! 아란이 갑자기 제후의 팔을 잡으며 멈춰 섰다.&lt;br&gt; 학교 앞 분식점에서 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소화 시킬 겸 아이쇼핑을 하다가 쇼윈도에 걸린 목걸이가 예쁘다고 들른 보석 전문점 안이었다.&lt;br&gt; 크리스탈로 만든 거래요.&lt;br&gt; 너무 예쁘죠? 아란이 가리킨 것은 손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큐피드 상이었다.&lt;br&gt; 앙증맞은 날개를 달고 하 트가 달린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.&lt;br&gt; 사줄까? 카운터에 있던 여직원 중 하나가 쪼르르 달려오는 걸 보며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정말요?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안 될 게 뭐야.&lt;br&gt; 너나 나나 어차피 돈만 남아도는 집 자식들이잖아.&lt;br&gt; 내가 맘만 먹으면 이 http://anisite.net 보석가게 전부를 사다가 안겨줄 수도 있다고.&lt;br&gt; 거드름을 피우는 제후의 말투에 아란이 웃는다.&lt;br&gt; 소리 없는 웃음에 그녀의 양 볼에는 깜찍한 볼우물이 진다.&lt;br&gt; 두 개였으면 좋겠는데 손때가 묻을까 조각상 아래 빌로드 천이 깔린 상자를 통째로 들고 있던 아란이 중얼거렸다.&lt;br&gt; 응? 이거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요.&lt;br&gt; 오빠하고 나하고 하나씩 나눠 갖게.&lt;br&gt; 짝 있어요, 손님.&lt;br&gt; 보여드릴까요? 옆에 있던 직원이 카운터로 따라 오란다.&lt;br&gt; 마음만 먹으면 이 보석가게 전부를 사서 안겨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던 까닭에 그녀의 태도는 굉장히 친절했다.&lt;br&gt; 여직원이 뭐라고 얘기를 하자 남자직원이 금고를 열더니 비슷한 크기의 상자를 꺼내고 뚜껑 을 연다.&lt;br&gt; 하트에 화살이 꽂힌 모양의 조각이 누워 있었다.&lt;br&gt; 예쁘다! 아란의 감탄사에 제후가 어깨를 으쓱, 했다.&lt;br&gt; 직원들과 주인의 낯에 화색이 떠오르는 걸 보니 꽤 값이 나가는 모양이었다.&lt;br&gt; 두 분 사귀는 사이세요? 귀족적인 고상함에 적당한 반항기가 돋보이는 근사한 외모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 였다.&lt;br&gt; 여자의 예쁘다는 말 한 마디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꺼내고 카드를 긁는, 성격 화끈한 남자 의 뒷모습을 보던 여직원 하나가 상자 두 개를 포장하며 말을 붙인다.&lt;br&gt; 남자친구가 아가씨한테 푹 빠져 있는 것 같던데 그래요? 아란은 가게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 제후를 창 너머로 쳐다보며 대답했다.&lt;br&gt; 가능성은 없었지만 듣기는 좋았다.&lt;br&gt; 이왕이면 커플링도 하지 그래요? 혼자 덜렁하니 우정 반지 같은 거 끼지 말고, 사귄지 오 래 된 사이면 웃고 있던 아란의 얼굴이 굳어버렸다.&lt;br&gt; 즐거워서 까닥거리던 손가락의 움직임도 투명한 유리 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저희, 부분데요.&lt;br&gt; 부부요? 그치만 남자 분은 반지를 끼고 있지 않던 손님의 달라진 표정을 보고 여직원은 입을 다물었지만 말은 뱉어진 다음이었다.&lt;br&gt;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비참함이었지만 아란은 막 포장이 끝난 상자를 들고 훌쩍 밖으로 나와 버렸다.&lt;br&gt; 더 듣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모르는 사람에게 계약에 묶인 부부라서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형식상의 관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약속.&lt;br&gt; 아란아! 담배를 태우며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던 제후는 그가 기다리는 것조차 잊은 듯 앞 을 지나쳐 황망히 걸음을 옮기는 아란을 보고 대충 통화를 마무리 하고 그녀에게 뛰어갔다.&lt;br&gt; 어디 가.&lt;br&gt; 오늘 할아버지 만나러 가기로 아란의 팔을 잡아 돌려세운 제후는 뜻밖에도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과 http://naveryo.com/naver/5782.html 맞닥뜨린 순간 말 을 끝맺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.&lt;br&gt; 원망, 분노 하여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이었다.&lt;br&gt; 낼까요? 목이 메는 음성으로 아란은 제후를 쳐다봤다.&lt;br&gt; 그냥 우리 여기서 끝낼까요? 뭐? 할아버지 앞에서 오빠가 사 준 선물이라고 좋아하며 자랑하는 아란의 얼굴을 볼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제후의 낯이 구겨졌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라면 그냥 여기서 끝내자고요!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을 시간도 달래줄 틈도 없었다.&lt;br&gt; 하얀 얼굴 가득 눈물을 터트린 아란 은 그대로 뒤돌아서 뛰어가 버렸다.&lt;br&gt;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.&lt;br&gt; 아란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그만큼 당황스러웠다.&lt;br&gt; 바닥 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 올리며 제후는 아득한 불안함으로 심장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.&lt;br&gt; 죄죄송합니다, 손님.&lt;br&gt; 아까의 여직원이 옆에 서 있었다.&lt;br&gt; 제가 실수를 했어요.&lt;br&gt; 두 분이 결혼하신 줄도 모르고 그만 커플링이나 하는 게 어떻겠냐 고 커플링? 제후는 무심결에 왼손 약지를 내려다보았다.&lt;br&gt; 아란과는 달리 어떤 구속도 허용치 않을 것처 럼,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텅 비어 있는 그의 손가락을.&lt;br&gt; 직원이 알고 말했던 것도 아니고 제후의 고의도 아니었지만 비싼 선물을 덥석 안겨주고는 아란의 마음을 깔아뭉갠 꼴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진작에 끼고 다녔어야 했는데 쑥스러움에 미뤄두었던 일이 치부를 드러내 그녀가 망신을 당 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뭐야?! 당신 눈에는 그 비싼 반지가 고작 우정 반지로 보였단 말야? 죄죄송합니다.&lt;br&gt; 정말 죄송합니다.&lt;br&gt; 어떻게 보상을 해야 이 여자에겐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후는 화가 났다.&lt;br&gt; 아니 그보다, 바람이 팽팽했던 풍선이 터져버린 것 같은 아란의 눈동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.&lt;br&gt; 화를 냈다는 건 그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뜻인데 말이다.&lt;br&gt; 나한테 기대를 해? 그 남자가 아닌 나한테? 본가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었다.&lt;br&gt; 할아버지가 생신 때의 일에 대해 뭐라고 꾸중을 하셨는지 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제후는 집에 가면 아란의 화를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가만 고민하고 있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1/tistory/2009/12/26/04/12/4b350e96dcbec &gt;&lt;br&gt;&lt;br&gt; 여자의 눈치를 보는 일이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라면 용기를 낼 수도 있는 제후였다.&lt;br&gt; 불안하진 않았다.&lt;br&gt; 어느 덧 심장을 내 준 사람이기에 그리고 문득 문득 기대를 갖게 만드는 아란의 행동에 대한 설레임이 가슴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.&lt;br&gt; 상한 속을 달래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라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건 아닌가 했지만 옥외 주차장에서 떨리는 맘으로 올려다 본 그들의 보금자리에는 불이 커져 있었다.&lt;br&gt; 저녁나절, 그렇게 아란과 헤어지고 내내 구겨져 있던 제후의 얼굴이 반가움으로 펴졌다.&lt;br&gt; 엘 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고작 3층 내려오는 http://naveryo.com/naver/93.php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.&lt;br&gt; 가쁜 호흡에 들먹이는 심장을 억누르며 벨을 누르려는 찰나 문이 먼저 열렸다.&lt;br&gt; 왔어요? 어응.&lt;br&gt; 아까 그러고 간 게 미안해선지 아란은 어색한 음성으로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래도 죄책감이 드는 건 아란이 아니라 제후 쪽이었다.&lt;br&gt; 집에는 언제 왔어? 온 지 한 시간쯤 됐어요.&lt;br&gt;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아란의 어깨에서 바람이 인다.&lt;br&gt; 그 모습을 보자 잠시나마 가졌던 제 후의 설레임은 구석으로 밀려난다.&lt;br&gt; 아까 그 말 왜 한 거야? 내던지는 말이 퉁명스러웠다.&lt;br&gt; 아란이 침실로 향하던 걸음을 멈춘다.&lt;br&gt; 말해두겠지만 우리 결혼 오빠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죠.&lt;br&gt; 아란이 말을 가로채며 뒤돌아섰다.&lt;br&gt; 내가 아쉬워서 매달린 결혼이니까 혼자였던 생활로 돌아간다고 해도 오빠는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거죠?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? ! 내 마음 같은 거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거죠? 내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받아들였는지 오빠한테는 아무 상관없는 거죠? 굵은 눈물방울이 아롱져 바닥으로 떨어진다.&lt;br&gt; 제후는 울컥하는 마음에 아란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.&lt;br&gt; 그러는 넌! 너만 아픈 게 아니란 말이다.&lt;br&gt;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로 두고 사는 나는 편한 줄 알아? 멀쩡한 줄 알아? 넌 뭘 그렇게 잘했는데? 날 다그칠 만큼 순결한 요조숙녀에 조강지처야? 겉으로는 나밖 에 모르는 여자처럼 하고 다녀도 막상 뒤로는 여우짓하고 다니는 지 어떻게 알아? 아니에요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 오빠밖에 없어요.&lt;br&gt; 왜 몰라요 꼭 말로만 해야 되는 거에요? 마음으로 날 봐줄 수는 없는 거에요?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악에 받친 한 마디가 아란의 입을 뚫고 터져 나왔다.&lt;br&gt;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 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제후의 눈빛이 주춤했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손을 뿌리쳤다.&lt;br&gt;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축하한다는 말 듣고 싶었어요.&lt;br&gt;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더 이상 비참해질래야 비참해질 수도 없었다.&lt;br&gt; 손으로 가리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 큼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 걸 느끼며 아란이 뛰쳐나간다.&lt;br&gt; 멍하니 서 있던 제후가 탕! 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.&lt;br&gt; 아아란아! 제후는 신발도 신지 않고 따라 나갔지만 아란은 보이지 않았다.&lt;br&gt; 두리번거리며 황급한 심정 으로 그녀를 찾는 그의 귀에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꺄아악! 사람이 다쳤어요, 누가 좀 도와줘요! 설마 하는 불안감에 심장이 내려앉으면서 소름이 돋았다.&lt;br&gt;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 서 제후는 여자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.&lt;br&gt; 계단이 있는 곳이었다.&lt;br&gt; 사람들이 그리로 모여들었다.&lt;br&gt; 이름도 모르는 이웃들을 헤치고 들어간 제후의 눈이 커졌다.&lt;br&gt; 아란아! 계단 아래,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분명 아란이었다.&lt;br&gt; 벗겨진 한 짝의 신 발이 계단 중간에 걸쳐져 있었다.&lt;br&gt; 아란아, 제발! 넋 나간 표정으로 아란을 안아든 제후가 창백해진 그녀의 뺨을 두드리다 말고 웅성대며 모 여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.&lt;br&gt; 뭣들 하는 거에요! 사람이 다쳤는데! 구급차, 누구 구급차 좀 불러줘요!! 가벼운 뇌진탕이라면서! 그거 말고는 다친 데도 없다면서 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? 방안이 다 쩌렁쩌렁 울렸다.&lt;br&gt; 의사 생활 25년에 http://ccc1.me/naver/3492.php 이렇게 막 되먹고 시끄러운 보호자는 처음 보겠다고 생각하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을 꺼냈다.&lt;br&gt; 자자, 일단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으십시오.&lt;br&gt; 그래야 저도 무슨 말씀을 드리던지 할 것 아 닙니까? 뒤에 서 있던 권 회장이 제후의 어깨를 두드렸다.&lt;br&gt; 노인의 자애로운 눈빛이 거친 감정에 휩 싸인 손자의 마음을 다독였다.&lt;br&gt;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환자분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.&lt;br&gt; 약간의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 은 것 외에는 이봐, 의사 선생!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? 뭔가 새로운 걸 얘기해 보라고! 나는 왜 아란이 가 깨어나지 못하는지에 묻고 있잖아! 제후야! 할아버지의 엄한 목소리에 제후는 억지로 숨을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문제는 환자분이 거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.&lt;br&gt; 무의식중에 깨어나는 걸 거부하는 것 같습 니다.&lt;br&gt; 뭔가 두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.&lt;br&gt; 그럼 어떻게 해야 지금으로썬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.&lt;br&gt; 어떤 확약도 드릴 수가 의사가 말끝을 줄였다.&lt;br&gt; 제후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.&lt;br&gt; 구급대에 실려 온지 벌써 사흘 밤낮을 넘겼는데 아란은 죽은 듯이 잠만 잘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.&lt;br&gt; 죽은 듯이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 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 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무너졌다.&lt;br&gt; 이대로 영원한 잠에 들어 깨어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, 다시는 아란의 맑은 웃음을 볼 수 없 는 건 아닌가 방정맞은 생각들이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머릿속을 오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지친 발을 끌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깊은 잠에 든 아란의 얼굴은 평온해보였지만 그와 함께 하는 일상이 두려워 일어나지 못한 다는 말에 제후의 가슴은 핏빛 멍울이 지고 몇 톤짜리 돌을 얹은 것 마냥 무거웠다.&lt;br&gt; 다가가 의자를 끌어다놓고 앉았다.&lt;br&gt;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대고 눈을 감았 다.&lt;br&gt; 눈물 한 줄기가 제후의 뺨을 타고 흘렀다.&lt;br&gt; 아직은 아직은 아니잖아.&lt;br&gt; 나한테 실망하고 화나더라도 내가 철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참아주라.&lt;br&gt; 부부란 원래 그런 거 잖아.&lt;br&gt; 나란 놈한테 실망해서 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널 채웠다고 해도 이런 모습이 마지막이면 안 되는 거잖아.&lt;br&gt; 아란아 내 목소리 들리면 좀 일어나봐.&lt;br&gt; 내 마음 알기 http://ksite.sosdaum.net 전까지는 멀리 가지마.&lt;br&gt; 나 놔두고 혼자 먼 데로 떠나지마.&lt;br&gt; 다시 그녀 없는 시간이 흘렀다.&lt;br&gt; 네 번의 낮과 밤이 일상을 만들며 지나갔다.&lt;br&gt; 학교에는 가야 된다는 할아버지의 엄명에 따르 긴 했지만 제후는 아란의 간호를 맡은 사람이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 이었다.&lt;br&gt; 강의가 끝나면 끼니를 챙길 틈도 없 이 달려오곤 했다.&lt;br&gt; 제 에미 애비가 죽은 후로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중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권 회장은 손 자며느리가 걱정되면서도 아란에게 몰두하는 제후의 모습을 다행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았다.&lt;br&gt; 제후는 남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생일에 아란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모르는 척 했던 것도 손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였다.&lt;br&gt; 아란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쉴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마음이 안식처를 찾았다는 걸 말이다.&lt;br&gt; 이제 미움 받는 역할은 그만해도 될 것 같군.&lt;br&gt; 그동안 수고했네.&lt;br&gt; 어느 날 새벽인가 아란을 간호하다 곁에 엎드려 잠이 든 제후를 보며 권 회장은 병실을 나 와 밖에서 문병 차, 들렀던 공범에게 말했다.&lt;br&gt; 그 녀석이 미처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처음부터 좋아했을 걸요.&lt;br&gt; 민준이 미소로 답했다.&lt;br&gt; 그런데 언제쯤 말해주는 게 좋을까요? 이번 일도 있고 두 사람 다, 슬슬 진실을 알 때도 된 것 같은데.&lt;br&gt; 내버려 두게.&lt;br&gt;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제 3자보다 서로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제일 행복할 테니까.&lt;br&gt; 제후가 마음을 숨기는 바보짓만 하지 않는다면요.&lt;br&gt; 그 때 낮은 굽의 샌들을 신고 복도를 뛰어오는 간호사 한 명이 있었다.&lt;br&gt; 그녀는 권 회장에게 다다르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.&lt;br&gt; 은 아란씨 보호자 되시죠? 빨리 병실에 좀 와주셔야겠어요.&lt;br&gt; 우리 아이가 깨어났습니까? 그게 아니고 병실로 환자분의 아버지라는 분이 찾아오셨는데 손자 분이 막 더 듣지 않아도 상황을 짐작하는 권 회장이었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알고 있는 이상은 그랬다.&lt;br&gt; 어둠에 묻힌 복도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병실이 http://fdaum.daumeing.net 있었다.&lt;br&gt; 활짝 열린 문으로 넓은 용적의 빛이 바닥을 비추고 거기선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가! 여기서 사라지라고! 당신이 무슨 아버지라고 딸이 다쳐서 입원해 있는데도 일주일 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당신이 무슨 아버지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3/tistory/2009/12/26/02/49/4b34fb1d2e714 &gt;&lt;br&gt;&lt;br&gt; 의사가 뭐라고 한 줄 알아? 잘못하면 평생 저러고 있을 수도 있대.&lt;br&gt; 부모라는 사람들이 결 혼이란 명목으로 팔아넘긴 딸이 영원히 잠들어서 죽을 때까지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대! 그거 알기나 해? 깨어나면 두려 운 일이 기다리는 것처럼 깨어나는 걸 거부하고 있대.&lt;br&gt; 이보게 권 서방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란의 아버지가 사위에게 낯을 보이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후 가 말을 가로챘다.&lt;br&gt; 당신과, 당신의 새 아내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짐이었는지 몰라도 아란이 이제 나한테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야.&lt;br&gt; 누구한테도 상처받지 못하게 내가 지킬 거고 아무도 이 아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일 있으 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그러니 가.&lt;br&gt; 여기서 사라지고 다시는 오지 마! 절규.&lt;br&gt; 그리고 차마 말해주지 못한 사랑.&lt;br&gt; 우리 누나 아파?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문틈으로 제후와 은 사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권 회장과 민준의 귀에 아이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누나 이제 못 일어나? 재영이었다.&lt;br&gt; 엄마보다 배다른 누나를 더 따르던 그녀의 동생이었다.&lt;br&gt; 아저씨 우리 누나 죽었어?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재영이 제후의 바지를 잡고 흔들었다.&lt;br&gt; 재수 없는 소리 집어 쳐! 죽긴 누가 죽었다고 그래! 아이의, 아란을 빼닮은 눈동자에 다시금 죄책감이 스며들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이가 놀랄 수 있다 는 것도 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.&lt;br&gt; 방금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끅끅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재영은 누나의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.&lt;br&gt; 부벼대는 눈이 붉었다.&lt;br&gt; 제 후는 한숨을 쉬며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었다.&lt;br&gt; 미안하다, 꼬마야.&lt;br&gt; 아저씨가 잘못했어.&lt;br&gt; 누나 안 죽어.&lt;br&gt; 그냥 자고 있는 거잖아.&lt;br&gt; 일어날 거야.&lt;br&gt; 꼭 일어나서 널 안아줄 거야.&lt;br&gt; 누나에게 http://ahe.shekorea.co.kr 그랬던 것처럼 재영은 제후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.&lt;br&gt; 아이들 특유의 달콤한 체취가 한가득 안겨왔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안듯이 아이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달랬다.&lt;br&gt; 아무 일 없을 거야정말로.&lt;br&gt; 목이 메어왔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민준이, 그리고 할아버지가 문간에 서 있었다.&lt;br&gt; 본의 아니게 엿들은 꼴이 되어 버렸구나, 미안하다.&lt;br&gt; 언제 오셨어요? 그리고 민준이 너는? 제후는 재영을 안은 채로 일어났다.&lt;br&gt; 아란이 문병 왔다가 할아버지를 만나서 담배 한 대 태우고 들어오는 길이야.&lt;br&gt; 괜찮아? 네 녀석 온 건 하나도 안 반가워.&lt;br&gt; 민준이 피식 웃으며 사돈과 함께 나가는 권 회장을 쳐다봤다.&lt;br&gt; 은 사장의 무거운 걸음새를 보아하니 긴 얘기가 될 것 같았다.&lt;br&gt; 곧 반가워하게 될 걸.&lt;br&gt; 너, 나하고 잠깐 얘기 좀 하자.&lt;br&gt; 아란이 걱정되면 여기서 해도 좋 고.&lt;br&gt; 옆 침대에 재영을 재워놓고 있을 때 캔 커피 두 개를 든 민준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너 어제도 밤샜다면서 몸은 괜찮은 거냐? 중간 중간 자니까 견딜 만 해.&lt;br&gt; 달고 시원한 냉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잠이 깨는 듯 했다.&lt;br&gt; 아란이 좋아하지? 캔을 들어올리던 제후의 손이 공중에서 우뚝 멈췄다.&lt;br&gt; 내 말이 맞냐?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가 제후의 입가를 맴돌았다.&lt;br&gt; 민준이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뭐 너 하는 짓 봐선 묻지 않아도 당연한 얘기다만 그냥 확인해 본 거다.&lt;br&gt; 그 때 내가 아 란이 좋아한다고 했던 거 기억 나냐? 그래서.&lt;br&gt;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?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냐? !! 경악의 표정이 제후의 얼굴에 떠올랐다.&lt;br&gt; 민준이 바닥에 깔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캔을 살살 흔들었다.&lt;br&gt; 그래, 맞아.&lt;br&gt; 나 너한테 거짓말 했다.&lt;br&gt; 난 너 만큼이나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친 구의 여자를 노릴 정도로 비열한 놈은 아니야.&lt;br&gt; 그런데 왜 나한테 부탁한 사람이 있었어.&lt;br&gt; 네가 행복해지기를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이.&lt;br&gt; 할아버지가? 민준은 제후의 생각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.&lt;br&gt; 내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어땠을 거 같냐? 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 서투르잖아.&lt;br&gt; 할아버 지는 진실을 깨닫도록 너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거야.&lt;br&gt; 지기 싫어하는 네 성격에 누가 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가만히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싫어도 http://shemijin.com 지키려고 노력할 테니까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신 거지.&lt;br&gt; 결 국 할아버지의 판단은 옳았고 지금 넌 여기 이 자리에 있잖아.&lt;br&gt; 아란이도 이 사실 알아? 몰라.&lt;br&gt; 아마 내가 자기한테 접근한 게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걸.&lt;br&gt; 그 녀석, 너도 알겠 지만 사람을 너무 잘 믿어.&lt;br&gt;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도 안 하고 덥석 믿어버려.&lt;br&gt; 제후는 허무함에 웃음이 나왔다.&lt;br&gt; 그 동안의 고민이 다 쓸데없는 거였다니.&lt;br&gt; 말이나 들어보자.&lt;br&gt; 너 아란이 찾아가서 뭐라고 했냐? 어느 덧 경계심을 풀은 눈동자였다.&lt;br&gt; 민준이 싱긋 웃었다.&lt;br&gt;궁금하냐? 그걸 말이라고 해? 할아버지랑 짜고 나 속인 건 괘씸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용서해준 다.&lt;br&gt; 음처음엔 반지 얘기 하면서 속을 찔러봤고 두 번째는 너희들이 계약 결혼 한 거 알고 있다고 했고, 세 번째는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지.&lt;br&gt; 그랬더니 뭐래? 선배가 뭘 원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을 거에요, 그러더라.&lt;br&gt; 아마도 내가 자기한테 구애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나봐.&lt;br&gt; 순진한 녀석.&lt;br&gt; 진심하고 장난도 구분 못하는 바보.&lt;br&gt; 가까이 있으면서도 참 어려운 사랑을 하는 커플이었다.&lt;br&gt; 자식이, 그러는 저는 바보짓 안 한 줄 아나.&lt;br&gt; 민준은 아직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생 각하는 어리석은 친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.&lt;br&gt; 너도 속아 넘어갔으면서 뭘 그래.&lt;br&gt; 나한테 주먹질까지 하고.&lt;br&gt; 한 민준 연기력이 좋았던 거지.&lt;br&gt; 정작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지만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비단 아란의 입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에서라도 그녀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고도 멀쩡할 자신이 없었다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왜.&lt;br&gt; 나 힘들다.&lt;br&gt;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데 그 아이가 원하면 보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놔 줄 수가 없어.&lt;br&gt; 욕심 부리면 정말 아란이가 달아날지 모르는데 원래 사람 좋아하는 건 다 그런 거야.&lt;br&gt; 민준은 제후의 어깨를 툭툭 쳤다.&lt;br&gt; 그리고 너처럼 지극정성인 남자 놔두고 어딜 가겠냐? http://mjjj.isuim.com 도망가더라도 일주일 동안 잠 못 자 고 밥 못 먹어가며 고생한 네 은공은 갚고 가라고 그래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웃으라고 한 말이었는데 친구를 부르는 한숨이 깊었다.&lt;br&gt; 그런 만큼 그의 사랑도 깊었다.&lt;br&gt; 아란이 쓰러졌던 날, 나한테 처음 화를 내더라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 나 하냐고,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막 울어 버리더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2/tistory/2009/12/26/04/29/4b351292e57d5 &gt;&lt;br&gt;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아무 에게도 축하받은 적 없다던 생일날에 날 만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에 단 한 사람 오빠한테만은 축하받고 싶었다고 그러더 라.&lt;br&gt; .&lt;br&gt; 사랑이 없어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난 항상 그 앨 다치게만 만들더라.&lt;br&gt; 나중에 보니 까 내가 그 앨 내쫓아버렸더라.&lt;br&gt; 제후야 아, 맞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면 늦기 전에 끝내자고 아란이가 그러더라.&lt;br&gt; 한 민준, 너 어떻게 생각해? 나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? 걸리는 게 많군.&lt;br&gt; 민준은 한 조각 희망도 남지 않은 얼굴로 넋두리를 하는 친구가 가여웠다.&lt;br&gt; 그리고 그의 이런 사랑을 모른 채 마음을 가두고 잠이 들어있는 아란에게 화가 나려고 했다.&lt;br&gt; 아란이 보내고 너 혼자 살 자신 있어? 자신이야 있지.&lt;br&gt; 미쳐버릴 자신.&lt;br&gt; 죽어도 돌아볼 사람 없으니 원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 자 신.&lt;br&gt; 그럼 보내지마.&lt;br&gt;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다 꼭 붙들어 두고 살아.&lt;br&gt; 내가 너 사랑하니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곁에만 있어달라고 졸라.&lt;br&gt; 은 아란은 착하니까 소원을 들어줄 거야.&lt;br&gt; 억지 부려서 더 정 떨어진다고 하면? 이런 겁쟁이! 권 제후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? 그럴 일 없을 거야.&lt;br&gt; 내가 장담해.&lt;br&gt; 민준은 제후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웃어주었다.&lt;br&gt; 제후를 향한 아란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친구는 확실히 달라졌다.&lt;br&gt; 조각 같은 외모와 냉담한 분위기로 여자들을 녹이던 권 제후 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.&lt;br&gt; 사랑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겁을 내고 두려워하고, 고 민을 했다.&lt;br&gt; 만약 아란이 끼고 다니던 순결반지의 주인공이 바로 자기라는 걸 알게 되면 제후가 뭐라고 그럴까 문득 궁금해지는 민준이었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병원 로비.&lt;br&gt; 그를 배웅하러 나온 친구에게 민준은 마지막 충고를 했다.&lt;br&gt;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아란이네 아버지한테 심하게 굴지 마라.&lt;br&gt; 판단은 네가 아니라 아란 이의 몫으로 남겨둬야지.&lt;br&gt; 아무리 그래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분 아니냐.&lt;br&gt; 알았어.&lt;br&gt; 아란이 일어나면 그동안 장난쳐서 미안했다고 대신 사과도 건네주고.&lt;br&gt; 알았다니까.&lt;br&gt; 택시를 부른 민준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든다.&lt;br&gt;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 제후는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아직도 깊은 잠에 들어 있는 아란을 보았지만 이제는 기다림마저 달가웠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의식을 잃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잠이 들어 있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보며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키스를 하면 일어나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마저 들었다.&lt;br&gt; http://lpq.kwsc.net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깨어 있을 때처럼 여전히 보드랍고 향기가 난다.&lt;br&gt; !! 세 번째 키스를 하고 제후가 얼굴을 들려했을 때 목에 둘려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늘고 미약 한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졌다.&lt;br&gt; 설마, 설마!!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기대감에 제후는 감았던 눈을 떴다.&lt;br&gt;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아란의 눈 동자가 무려 8일 만에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너너 말이 나오질 않았다.&lt;br&gt; 한없이 기쁜 순간에 너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.&lt;br&gt; 응, 나 일어났어요.&lt;br&gt; 나 진짜 많이 잤죠? 젠장!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에 왈칵, 목이 메어 오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은 제후의 몸을 가만히 밀면서 일어났다.&lt;br&gt; 제후가 얼른 아란의 어깨를 잡아 부축해주었다.&lt;br&gt; 그래, 이 잠꾸러기야.&lt;br&gt; 무슨 잠을 8일씩이나 자냐?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겨주다가 제후는 부서질 것 같은 아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.&lt;br&gt; 며 칠 사이 수척해진 몸에, 줄무늬 환자복 속으로 느껴지는 헐거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빨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누가 발을 잡고 안 나줬어요.&lt;br&gt; 눈을 뜨고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반겨줄 사람 아무도 없다고 그냥 여기서 살라고 그랬어요.&lt;br&gt; 까만 옷에 얼굴도 없는 무서운 사람이 자꾸 날 붙잡았어요.&lt;br&gt; 무서웠어? 아란은 대답을 하지 않고 손깍지를 끼어 제후의 등을 안았다.&lt;br&gt; 그의 어깨 언저리가 천천히 젖어왔다.&lt;br&gt; 그녀의 몸이 흐느낌으로 떨리고 있었다.&lt;br&gt; 미안해 입술을 깨물었다.&lt;br&gt; 가까스로 참아내는 그녀의 눈물은 고통이 되어 제후의 심장으로 배겨왔다.&lt;br&gt; 다시는 너 혼자 무서운 꿈에 남겨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.&lt;br&gt; 소라소설 우린 항상 같이 있을 거야.&lt;br&gt; 언제든 널 지켜줄 거야.&lt;br&gt;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그리고 나도, 널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아란의 감은 눈꺼풀에 입을 맞추며 제후는 말했다.&lt;br&gt; 창 밖으로 먼동이 트고 있었다.&lt;br&gt;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 날과 하늘을 두고 제후는 그렇게 가 슴을 저리며 찾아온 첫사랑을 고백했다.&lt;br&gt; 아빠가 새엄마랑 헤어지기로 했대요.&lt;br&gt; 은 사장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아란이 저녁때를 훌쩍 넘겨 들어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아빠 없는 동안에 나한테 함부로 한 거 전주댁 아줌마한테 들었나 봐요.&lt;br&gt; 그동안 아빠 노 릇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그랬어요.&lt;br&gt; 전주댁 아줌마는 아란이 여섯 살 때부터 은 사장네 살림을 봐줬던 사람이었다.&lt;br&gt; 엄마가 돌아 가시고 나서 유일하게 정을 붙인 사람이라고, 새 엄마가 들어와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면서는 더욱 의지를 했던 사람이라 고 아란은 얘기하곤 했었다.&lt;br&gt; 재영이는? 엄마가 데려가서 키운다고 하셨는데 확실한 건 모르겠어요.&lt;br&gt; 원래 재영이가 새 엄마보단 나하고 아빠를 잘 따랐거든요.&lt;br&gt; 제후는 알 만 하다는 듯 말했다.&lt;br&gt; 치장하고 가꾸느라 아이 돌 볼 틈도 없었나보지.&lt;br&gt; 아마도요.&lt;br&gt; 아란의 얼굴에서 긍정의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.&lt;br&gt; 그래도 http://anisite.net 새 엄마가 계서서 아빠가 행복하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왠지 아빠가 이혼 을 결정하신 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죄송스러워요.&lt;br&gt; 난 아무래도 좋다는 사고방식은 버려.&lt;br&gt; 남을 위해서 희생할 생각만 하지 말고 좀 이기적으 로 굴어봐.&lt;br&gt; 아란이 넌 행복할 자격 충분히 있어.&lt;br&gt; 제후는 마주 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.&lt;br&gt; 아, 그리고 나 커피 마실 건데 생각 있으면 같이 마시자.&lt;br&gt;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구수한 커피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.&lt;br&gt; 휘파람을 불면서 주방으 로 들어가는 제후를 보며 아란은 혼자 웃었다.&lt;br&gt;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제후는 줄곧 다정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.&lt;br&gt; 처음엔 보상 심리 때문인 가 의심도 해보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의 다정함은 변함이 없었고 스스럼없는 장난기와 짓궂은 행동은 그들이 보통의 신혼부부 처럼 살고 있다고 아란이 생각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계약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랑해서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다.&lt;br&gt; 알았지? 끝내자는 말 절대로 하지 마.&lt;br&gt; 이제 겨우 두 달 좀 넘게 살아보고 맞는다느니 안 맞는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자.&lt;br&gt; 퇴원 기념으로 찾은 레스토랑에서 제후는 그런 말을 했다.&lt;br&gt; 손을 끌어다 잡으며 조심스레 말 을 내는 그의 눈을 보면서 아란은, 제후와의 관계에 좋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고 머잖아 그의 마음이 진 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.&lt;br&gt; 제후를 믿게 되었다.&lt;br&gt; 요즘만 같으면 세상에 무엇도 바랄 것 없는 사람처럼 아란은 행복했다.&lt;br&gt; 거기에 욕심 부려 한 가지 소원을 빈다면 그도 그녀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.&lt;br&gt; 그녀 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고 싶었다.&lt;br&gt; 커피 향 좋지? 좋아요.&lt;br&gt;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아란이 한모금의 향을 들이마셨다.&lt;br&gt; 정말이지 저 웃는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까봐 애태웠던 걸 생각하면 그녀가 얄밉기까지 한 제후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3/tistory/2009/12/26/02/49/4b34fb1d2e714 &gt;&lt;br&gt;&lt;br&gt; 잔잔히 부딪치는 시선에 아란이 뺨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.&lt;br&gt; 근데 왜 그렇게 쳐다봐요? 예뻐서.&lt;br&gt; 제후는 턱을 괴고 키득 웃었다.&lt;br&gt; 장난치지 마요.&lt;br&gt; 장난 아닌데.&lt;br&gt; 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 거야.&lt;br&gt; 한층 노골적인 시선에 부끄러움이 또르르 몰렸다.&lt;br&gt; 아란은 잔을 손으로 감싸고 살그머니 제 후의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.&lt;br&gt; 왜 모르고 살았을까.&lt;br&gt; 너처럼 귀엽고 착한 아이 옆에다 두고도 왜 모르고 지냈을까.&lt;br&gt; 커피를 다 마신 아란이 잔을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받침대에 얹고는 허둥지둥 주방을 나간 다.&lt;br&gt; 뒷모습을 쫓던 제후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따랐다.&lt;br&gt; 그리고 아란의 팔을 잡아 침실로 들어간 다음 문을 잠갔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보상 받고 싶다.&lt;br&gt; 너 없이 혼자 보냈던 것만큼 우리의 시간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고 싶다.&lt;br&gt; 오늘 http://naveryo.com/naver/5782.html 너 안아도 돼? 그그치만 거절해도 소용없어.&lt;br&gt; 보름동안 참아줬으니까 오늘은 내 맘대로 할 거야.&lt;br&gt; 물러서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안으면서 제후는 아란의 몸을 침대에 밀치듯 쓰러트렸다.&lt;br&gt; 성 급한 손길을 따라 드러나는 여자의 몸에 호흡이 가빠왔다.&lt;br&gt; 건강이 나빠졌다고 며칠 햇빛 구경을 안 시킨 탓인지 피부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.&lt;br&gt; 이 아 름다운 몸을 옷으로 가리면 오히려 죄가 될 것처럼 보였다.&lt;br&gt; 내일 토요일이지? .&lt;br&gt; 그럼 우리 밤새도록 여기서 놀자.&lt;br&gt; 전화와도 받지 말고 누가 벨 눌러도 열어주지 말고 내 일 아침까지 놀다가 자자.&lt;br&gt; 몰라요.&lt;br&gt; 싫어요가 아니라 몰라요다.&lt;br&gt; 늘 처음 만난 남자에게 몸을 열어주는 것처럼 아란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.&lt;br&gt;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잘 하면서 그에게만 그런다.&lt;br&gt; 그런 아란의 행동이 제후에게는 &lt;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사람&gt;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 졌다.&lt;br&gt; 그리고 매번 처녀를 방문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선사했다.&lt;br&gt; 싫으면 지금 말하던가.&lt;br&gt; 아란이 시트를 끌어올려 가슴을 가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싫어도 오빠 맘대로 한다면서요.&lt;br&gt; 후후, 이제 보니 삐지기도 하잖아? 제후는 아란의 화내는 모습이 신기했다.&lt;br&gt; 언제나 그 앞에선 쥐 죽은 듯 꼬리를 내리고 하라 는 대로 따라주던 그녀가 처음으로 반항이라는 걸 했다.&lt;br&gt; 은 아란.&lt;br&gt; 야릇한 붉은 빛이 아란의 얼굴에 떠돌았다.&lt;br&gt; 지금 당장 아란의 몸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고 싶은 걸 참으면서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내가 어떤 여자 좋아하는지 말해줄까? 어떤 여자좋아하는데요? 그녀가 순진하게 되묻는다.&lt;br&gt; 역으로, 아란의 몸을 아래에 두고 있는 제후의 얼굴은 짓궂은 헌 터의 표정이 된다.&lt;br&gt; 오늘 밤 넌 죽었어, 라는 뜻이다.&lt;br&gt; 나한테 저항하는 여자.&lt;br&gt; 좋으면서도 싫다고 말해서 날 더 부추기는 여자.&lt;br&gt; 수차례의 절정이 지났다.&lt;br&gt; 몸과 몸이 먹고 먹혔다.&lt;br&gt; 흥분을 부추긴 대가로 아란은 밤새도록 시달렸지만 한 번도 제후를 거절하지 않았다.&lt;br&gt; 물러서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오빠가 원하는 게 내 몸이라면 나한테 빠져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.&lt;br&gt; 나한테 집착하도록, 그래서 나 외에는 누구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릴 거야.&lt;br&gt; 새벽녘에 풋잠이 들었던 제후는 아란이 뒤척이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.&lt;br&gt; 부스스한 얼굴로 시 계를 쳐다보니 아침 7시 30분, 샤워도 하지 못하고 잠이 든 지 겨우 세 시간이 지났다.&lt;br&gt; 제후는 끄으응,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깜박여 눈 안으로 들어온 빛을 몰아냈다가 다시 실눈 을 뜨고 옆에 누운 아란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.&lt;br&gt; 적어도 정오까지는 깨지 못할 것처럼 아란은 곤한 잠에 들어 있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끌어다 안으면서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몸을 개켜 일어났다.&lt;br&gt;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http://naveryo.com/naver/93.php 쑤시고 아팠다.&lt;br&gt; 뜨겁고 격렬했던 정사(情事)의 보상이라 그것도 기꺼 운 제후였다.&lt;br&gt; 시트가 눌렸다 제 자리로 돌아오면서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반짝하는 기 운에 욕실로 들어가던 제후가 되돌아 와 그것을 주웠다.&lt;br&gt; 결혼반지였다.&lt;br&gt; 제후의 손가락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녀석의 짝이다.&lt;br&gt; 아란이 일부러 빼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도 어젯밤의 정신없는 상황에 빠트린 모양이다.&lt;br&gt; 정신없는.&lt;br&gt; 풋 그렇게 좋았나? 황홀한 기억을 되살리며 미소 짓는 제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느다란 백금 링 안에 글자가 새겨져있는 게 보였다.&lt;br&gt; 이니셜이다.&lt;br&gt; 제후는 반지를 쥔 손을 힘주어 쥐었다가 펼쳤다.&lt;br&gt;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간만에 찾아 온 나른한 행복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, 좋아하는 사람 있다.&lt;br&gt; 두렵지만 보고 싶었다.&lt;br&gt; 그녀의 사랑을 차지한 사람을 알고 싶었다.&lt;br&gt; 누구일까? 결혼반지에 이니셜을 새길 정도라면 굉장히 소중한 사람일 텐데, 한 번도 손가락에서 반지 를 빼지 않았던 건 결국 다른 사람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서였던 걸까? 제후는 가슴이 쓰렸다.&lt;br&gt; 그러나 피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.&lt;br&gt; 그래서, 어느 덧 땀이 고인 손바 닥에서 반지를 들어 빛이 잘 드는 쪽으로 들어올렸다.&lt;br&gt; 첫 글자는 K였다.&lt;br&gt; JH? KJH.&lt;br&gt; 뭐야, 내 거하고 똑같 무심코 내뱉은 진실에 제후의 눈동자가, 입이 그대로 굳어버린다.&lt;br&gt; 그러다 천천히 몸을 돌려 세상모르고 잠이 든 아란을 쳐다봤다.&lt;br&gt; 그녀는 말했었다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굴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고.&lt;br&gt; 야? 정말 나야? 네가 좋아하는 사람 정말로 권 제후야? 콧소리까지 내며 자고 있는 그녀가 대답할 리 없건마는 제후는 또 묻고 있었다.&lt;br&gt; 야, 한 민준.&lt;br&gt; 제후 놈 왜 저렇게 분위기 잡냐? 또 와이프랑 한 판 했대? 도서관 자리에 가방을 두기 무섭게 담배를 태운다고 나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책상에 쌓은 전공서 적들을 보며 한숨을 쉬던 서훈이 칸막이 사이로 몸을 제껴 민준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남들은 리포트 마감 맞추느라 골 빠개지는 이 때 얄밉게 돌아다니기나 하고 말이야.&lt;br&gt; 저 자식 머리 좋고 손 빠른 건 알지만 너무 한 거 아냐? 머리 나쁘고 손 늦은 너하곤 다르게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.&lt;br&gt; 내버려둬.&lt;br&gt; 장난스런 무시로 서훈의 입을 막은 민준이었으나, 민준도 얼마 못가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 났다.&lt;br&gt; 궁시렁 대며 책을 넘기던 서훈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.&lt;br&gt; 넌 또 어디 가? 나도 담배나 한 대 태우려고 그런다.&lt;br&gt; 금방 들어올게.&lt;br&gt; http://ccc1.me/naver/3492.php 서훈이 콧방귀를 흥, 뀐다.&lt;br&gt; 어이구! 자식이 저만 의리 있는 척 하고 있네.&lt;br&gt; 제후 놈 걱정 되서 그런다고 말하면 내가 너 잡아먹을까봐 그러냐? 친구 사이에 별 걸 다 숨겨.&lt;br&gt; 민준은 이해해줘서 고맙단 표시로 손을 들어보였다.&lt;br&gt; 그리고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확인한 다음 밖으로 나와 제후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있었다.&lt;br&gt; 저 자식 오늘만 담배 한 갑이 넘는데 와이프 마음 알았으면 됐지 또 뭐가 문제인 거야? 불 좀 빌리자.&lt;br&gt; 민준은 털썩, 제후 옆에 주저앉으며 담배를 내밀었다.&lt;br&gt; 뻔히 쳐다보는 표정에 약간의 놀라움 이 깃들었다.&lt;br&gt; 뭐해? 불 좀 빌리자니까.&lt;br&gt; 허연 연기가 둘이 되었다.&lt;br&gt; 새 담배의 3분의 1이 타들어가도록 아무 말이 없던 침묵은 기다 리다 지친 민준이 말을 꺼내면서 깨졌다.&lt;br&gt; 잘 나가다 왜 그러냐.&lt;br&gt; 사랑하는 여자 마음 얻은 걸로는 부족했어? 난 나를 잘 알아.&lt;br&gt;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민준은 금방 제후의 말뜻을 알아들었다.&lt;br&gt; 뭐가 두려운 건데.&lt;br&gt; 끝까지 가지 못할까봐?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던 여자들.&lt;br&gt; 그 속을 헤매던 방황에서 찾은 한 사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c2/73/baek6217/folder/208/img_208_1584_1?1261913027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아니면 아란이야? 버리게 될까봐 두려우냐 버림받는 것이 두려우냐, 민준은 묻고 있었다.&lt;br&gt; 대답을 않는 것으로 보아 둘 다 인 것 같았다.&lt;br&gt; 네 곁에 있으면 행복하지 못할까봐 겁나냐? .&lt;br&gt; 미친 놈.&lt;br&gt; 네 곁에 누구씨는 행복해서 죽을라고 하더라.&lt;br&gt; 아란이 그 녀석 생각하는 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거 알지? 민준은 피다 만 담배를 밟아 뭉개며 말을 보탰다.&lt;br&gt; 행복해 하고 있어.&lt;br&gt; 네 눈에 보이잖아.&lt;br&gt; 너도 알고 있잖아.&lt;br&gt; 그 일 권 제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.&lt;br&gt;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궁상떨지 말고 지금 하는 만큼만 해 줘.&lt;br&gt; 넌 해 보지도 않은 놈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? 알려고 해서 알아진 게 아니라 눈에 보인다고 했잖아.&lt;br&gt; 너희 둘 사랑하는 거 눈에 보여.&lt;br&gt; 서 로의 곁에서 행복해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이 보여.&lt;br&gt; 비로소 보이는 웃음이 서글펐다.&lt;br&gt; 민준아 나 제후의 핸드폰이 삐빅 신호음을 냈다.&lt;br&gt; 문자 메시지였다.&lt;br&gt; 제후가 말을 하려다 말고 메시지를 확인한다.&lt;br&gt; 누구야? 아란이? 어.&lt;br&gt; 6시에 경상대 앞에서 만나기로 한 걸 깜박했네.&lt;br&gt; 그러더니 제후는 이렇다 할, 양해도 구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뛰어 들어간다.&lt;br&gt; 그리고 수 분 후 다시 나와 정신없이 가방을 메고 경상대 건물이 있는 쪽으로 사라져버린다.&lt;br&gt; 뭐야, 저 녀석.&lt;br&gt; 얼음 왕자에서 공주의 똘마니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.&lt;br&gt; 혼자 남은 민준이 바닥에 떨어진 제 후의 담배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어본다.&lt;br&gt; 사랑을 하는 친구는 행복해 보였다.&lt;br&gt; 한 달음에 도착할 듯 걸음을 재촉했던 제후는 아란의 모습이 보이기 불과 몇 미터 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아란의 곁에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.&lt;br&gt; 저번에 본 채석이라는 아이는 아니다.&lt;br&gt; 아란이 그 남자와 다정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도, 미소를 지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발은 저절로 서버렸다.&lt;br&gt; 처음 보았을 땐 무작정 손을 낚아 채 데려오고 친구 앞에서 무례한 키스를 퍼붓기까지 했는 데 지금은 소중한 그녀를 그리 대할 맘도 대할 용기도 없다.&lt;br&gt; 하지만 잠시 동안 심장을 욱죄어 오는 통증은 사실이었다.&lt;br&gt; 지금은 가지 말라고 겁먹은 머리가 명령을 내린다.&lt;br&gt; 아란이 다른 남자와 얘기대화의 내용에 상관없이하는 모습만 보면 사라지는 자신감도, 언제 그녀가 그를 버리고 행실 좋고 반듯한 사람을 찾아 가버릴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었다.&lt;br&gt; 조심스러웠다.&lt;br&gt; 화를 낸다기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음을 알았던 듯 그 모습은 그리 오래 눈에 비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손짓을 해가며 대화 를 주고받던 남자가 목례를 하고는 사라진다.&lt;br&gt; 마찬가지 방법으로 인사를 받은 아란이 몸을 나무 그늘의 기둥에 기대며 이내 입 을 가리고 하품을 한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무심코 돌린 시야에 제후의 모습이 들어오자 아란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부른다.&lt;br&gt; 아까와는 다르게 서두르지 않는 보폭으로 제후는 아란에게 걸어갔다.&lt;br&gt; 오래 기다렸어? 이제 6시 20분밖에 안 됐는데요, 뭘.&lt;br&gt; 아란이 손목을 올렸다 내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오해하지 않도록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.&lt;br&gt; 오면서 보니까 누구랑 얘기하고 있던데 그 사람 누구야? 아, 봤어요? 여자 친구가 우리 학교 학생인데 처음 와서 길을 모른다고 그러잖아요.&lt;br&gt; 그럼 그렇지.&lt;br&gt; 설마 별다른 일이야 있겠어.&lt;br&gt; 다른 말은 안 했고? 에? 아아니, 이상한 추파 같은 거 던지지는 않았냐고.&lt;br&gt; 어휴, 이 병신! http://ksite.sosdaum.net 이상한 걸 물어본 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말은 왜 더듬는 거야.&lt;br&gt; 제후는 속 으로 수도 없이 제 머리를 쥐어박았다.&lt;br&gt; 그건 왜 물어보는 데요? 불현듯 민망해진 표정의 제후와 눈을 맞추던 아란이 눈을 깜박깜박 하더니 고개를 젓는다.&lt;br&gt; 그가 난감해하며 말을 더듬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너넌 내가 다른 여자랑 얘기하고 있으면 좋냐? 이런! 예, 아니오의 단답형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.&lt;br&gt; 그거야 당연히 그럼 됐어, 더 물어보지 마! 북 치고 장구치고 저 혼자 괜히 성질을 부리더니 제후는 혼자서 씩씩 걸어가 버린다.&lt;br&gt; 아란 이 졸졸 뒤를 따라온다.&lt;br&gt; 오빠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? 없었어.&lt;br&gt; 근데 왜 나한테 화내요? 화 안 냈어! 그러니까 자꾸 토 달지 마! 하지만 지금 화내고 있잖아요.&lt;br&gt; 서운함이 실린 음성과 함께 뒤를 따라오던 기척이 멎었다.&lt;br&gt; 제후가 뒤를 돌아보자 아란은 머 쓱한 팔을 쓸어내리며 서 있었다.&lt;br&gt; 상처받은 얼굴이었다.&lt;br&gt; 굳이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큰 눈에선 금방이라도 떼구르르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고여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 다시 제후의 상태를 확인시켜주었다.&lt;br&gt; 오빠 화내고 있다구요.&lt;br&gt; 한숨이 나온다.&lt;br&gt; 왜 소중히 여긴다면서, 좋아한다면서 난 왜 꼭 번번이 저 아일 울리고 마는 걸까.&lt;br&gt; 이제는 정말로 사랑인데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는 그녀였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마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착각에 재 빨리 손을 내밀어 아란의 팔을 잡았다.&lt;br&gt; 미안해.&lt;br&gt; 됐어요.&lt;br&gt; 사실은 그게그래! 리포트 쓰다가 나왔거든.&lt;br&gt; 모레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출하라고 교수가 닦달을 해서 아마 그것 때문에 신경이 좀 예민해져 있었나 보다.&lt;br&gt; 알았어요.&lt;br&gt; 아란은 잡히지 않은 쪽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.&lt;br&gt; 그럼 바쁘다고 얘기하지 뭐하러 나왔어요.&lt;br&gt; 나 혼자서도 집에 갈 수 있는데.&lt;br&gt; 관심도 없었던 리포트가 도움을 줬다.&lt;br&gt; 제후는 그의 말에는 의심을 할 줄 모르는 아란과 300 페이지 분량의 전공서적을 탐독하고 사흘 만에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교수에게 감사했다.&lt;br&gt; 너 어린애잖아.&lt;br&gt; 나 없으면 안 되는.&lt;br&gt; 새록 고이는 웃음에 비로소 마음을 놓고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.&lt;br&gt; 울었으니까 배고플 거 아냐? 손가락 사이로 빈틈이 채워졌다.&lt;br&gt; 조금 걷다 돌아보는 그의 웃음에 그녀도 붉은 눈을 하고 웃었다.&lt;br&gt; 그것가지고 양이 차? 제후가 보기엔 먹는 것 같지도 않았다.&lt;br&gt; 저녁 사준다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데리고 왔더니 아 란은 샐러드에만 손을 대고 식사를 끝낸다.&lt;br&gt; 배불러요.&lt;br&gt; 봐요.&lt;br&gt; 아란이 손을 펴서 조금도 나오지 않은 아랫배를 톡톡 친다.&lt;br&gt; 그래도 이거 먹고 내일 아침까지 버텨야 되잖아.&lt;br&gt; 정말 배 안 고프겠어? 먹는 걸로는 그렇게 욕심 안 나요.&lt;br&gt; 나중에 우리 아이 가졌을 때도 그럴까봐 겁난다, 야.&lt;br&gt; 애기가 뱃속에서 뭘 먹고 크겠냐? 그거야 모르죠, 그 때 가면 곰탕에 두 그릇씩 밥 말아먹을지.&lt;br&gt; 투덜대는 제후를 아란은 쳐다보며 웃는다.&lt;br&gt; 제후가 먹다 말고 고개를 든다.&lt;br&gt; 왜? 아뇨.&lt;br&gt; 그냥 오빠가 나랑 애기 낳을 때까지 살아줄 생각 하고 있는 게 신기해서요.&lt;br&gt; 아이 오빠 닮으면 예쁠 거에요, 그죠? 아란의 말을 들은 제후가 얼굴을 굳혔다.&lt;br&gt; 살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거지.&lt;br&gt; 부부는 동등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니까.&lt;br&gt; 명문 S대의 학벌과 국내 건설회사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의 딸, 귀족적이고 아름다운 외모.&lt;br&gt;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도 제후에 대해서는 항상 자기를 낮추어 보는 아란 이다.&lt;br&gt; 자격지심이 아니라 아직 그의 마음을 모르기에 저러는 것이다 이해는 하면서도 제후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거슬린다.&lt;br&gt; 네가 나에 비해 뭐가 부족한데.&lt;br&gt; 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계약 따윈 이제 신경도 안 쓰고 있어.&lt;br&gt; 그러니 네가 나에 대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일, 없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오빠는 사랑해 본 적 있어요? 조건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만 생각하면 자신이 형편없어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뭔지 알 수 있어요? 내가 뭐?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아니에요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5d/c6/bmwno10001/folder/3/img_3_50_14?1261914302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아? 사람 궁금하게.&lt;br&gt; http://fdaum.daumeing.net 있잖아요, 나 오늘 술 마시고 싶은데.&lt;br&gt; 심드렁하던 제후의 눈동자가 반짝, 놀란다.&lt;br&gt; 아란은 종업원이 접시들을 치운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말했다.&lt;br&gt; 오빠는 운전해야 되니까 관두고 나 마시는 거만 봐주면 안 돼요? 나 참.&lt;br&gt; 마시려면 같이 마셔야지.&lt;br&gt; 취하면 호텔 찾아서 하루 자면 되잖아.&lt;br&gt; 레스토랑을 나온 두 사람은 제후가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들른다는 호프집을 찾았 다.&lt;br&gt; 8시가 갓 넘은 초저녁인데도 단골들이 많아 벌써부터 시끌시끌했다.&lt;br&gt; 어렵사리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.&lt;br&gt; 뭐 마실래? 오빠가 정해요.&lt;br&gt; 난 아무 거나 상관없으니까.&lt;br&gt; 아란이 순진한 얼굴로 양 팔을 뻗어 소파를 짚고 다리를 모아 앉는다.&lt;br&gt; 투명한 유리 테이블 아래로 허벅지가 반은 보이는 미니스커트가 골반에서부터 아슬아슬하게 감고 있다.&lt;br&gt; 그러고 보니 내내 핸드백으로 허벅지를 가리고 있던 게 생각이 났다.&lt;br&gt; 비트 강한 댄스 음악 때문인지 어슴푸레 얼굴에 빛을 드리우는 조명 때문인지 늘 대하는 그 녀임에도 제후는 가슴이 떨린다.&lt;br&gt; 조금만 옆으로 가 봐.&lt;br&gt; 파트너가 있음에도 아란을 힐끔대는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영 못마땅했다.&lt;br&gt; 저 자식들, 감히 누구 걸 넘보는 거야? 왜요? 우리가 남이냐? 같이 앉게.&lt;br&gt; 아란이 안으로 물러 들어갔다.&lt;br&gt; 제후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안아 자 기 쪽으로 돌린다.&lt;br&gt; 저항도 않는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향이 녹아 입 안에서 뒤엉킨다.&lt;br&gt; 아란을 훔쳐보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하려던 것이었지만 애초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촉촉하고 도톰한 입술의 감촉에 취해버리는 제후였다.&lt;br&gt; 키스가 깊어지면서 아란이 반응을 보였다.&lt;br&gt; 팔을 제후의 목에 감고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.&lt;br&gt; 등줄기의 움푹 파인 부분을 제후의 손가락이 훑자 아란은 허리를 휘면서 몸을 바짝 갖다 붙인다.&lt;br&gt; 자잠깐만요, 오빠.&lt;br&gt; 등이 푹신한 소파에 닿기 직전에 아란이 제후를 떠민다.&lt;br&gt; 사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젠장, 뭐가? 입맛을 다시며 제후는 아란에게 기울였던 몸을 세워 주위를 둘러보았다.&lt;br&gt; 그녀의 말처럼 이 게 웬 떡이냐 쳐다보는 눈들이 많았다.&lt;br&gt; 언제 웨이터가 다녀갔는지도 모르게 세팅 된 테이블과, 처음에는 수북하게 올라왔을 맥주 거품의 얇은 층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바보 씹탱이들.&lt;br&gt; 남 연애하는 거 처음 보나.&lt;br&gt; 상황의 진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다가 제후는 마지못해 아란을 품에서 놓아주었다.&lt;br&gt; 그녀 는 부끄러운 눈빛이었지만 창피해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옷매무새를 바로 하며 앉는다.&lt;br&gt; 잘못 했어.&lt;br&gt; 제후는 1700㏄ 용량의 차가운 맥주를 작은 잔에 따라 마시고 입술에 묻은 거품을 혀로 쓰 윽, 핥아냈다.&lt;br&gt; 첨부터 호텔로 가는 건데 잘못했어.&lt;br&gt; 거기 가서 둘이 신나게 즐기는 건데.&lt;br&gt; 다른 데로 갈까요? 아란이 온기가 느껴지는 손을 제후의 무릎에 얹었다.&lt;br&gt; 자그마한 압박감에 제후가 마시던 잔 을 놓고 이게 무슨 뜻이냐는 듯 그녀를 쳐다본다.&lt;br&gt; 하다만 거 계속 하고 싶지 않아요? 말귀를 알아들은 제후가 금세 쿡, 웃었다.&lt;br&gt; 살다보니 요조숙녀 은 아란의 입에서 먼저 그걸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도 있구나 싶었다.&lt;br&gt; 좋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.&lt;br&gt; 경험자답게,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인간의 짧고 비밀 스런 사랑을 나누려면 어디가 좋은지는 숙지하고 있었다.&lt;br&gt; 형, 나 거기 좀 쓸게.&lt;br&gt;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눈짓을 하고 제후는 아란을 데리고 좁은 문을 나와 2층으로 올라 갔다.&lt;br&gt; 작은 문이 있었다.&lt;br&gt; 제후가 손잡이를 돌리고는 아란을 들어가게 했다.&lt;br&gt; 잠만 자는 곳인지 가구 하나 형광등 하나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.&lt;br&gt; 키 높은 창문으로 흘러들 어오는 달빛이 야트막한 침대를 비추는 곳이었다.&lt;br&gt; 달칵.&lt;br&gt; 등 뒤로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.&lt;br&gt;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.&lt;br&gt; 오늘 처음 만난 여자와 남자가 http://ahe.shekorea.co.kr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밀애(密愛)의 장소를 찾은 것처럼 아 란과 제후는 잠시 눈을 맞춘다.&lt;br&gt; 그가 다가온다.&lt;br&gt; 붙잡히는 시선 속에서 천천히 긴장이 고조된다.&lt;br&gt; 제후의 팔이 허리를 감싸오자 아란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본다.&lt;br&gt; 하얀 손가락이 제후의 뺨을 스치고 머리칼을 만지다가 목젖을 스친다.&lt;br&gt; 붉은 입술이 탐스럽다.&lt;br&gt; 늘 품 안에서 익숙했던 향기가 어색하게 코를 스치고 떨리는 손가락의 감촉 아래로 부드러 운 피부는 사르르 밀려난다.&lt;br&gt; 음악소리가 귓가에서 웽웽 멀어져가고 맞닿은 심장소리는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.&lt;br&gt; 한껏 달아오른 숨결이 하나가 된 몸을 얽어 묶는다.&lt;br&gt; 뱅그르르 천장이 맴을 돈다.&lt;br&gt; 젖은 숨소리가 방 안을 메운다.&lt;br&gt; 절정의 신음소리가 공중에 부딪치고 야릇한 고통과 쾌감이 뿜어져 나온다.&lt;br&gt; 무저갱(無底坑)의 암흑까지 떨어졌다가 천국의 광명에까지 이른다.&lt;br&gt; 생명과 생명이 만나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들어맞은 그것은 사랑을 잉태한다.&lt;br&gt; 꿈인 듯 환상인 듯 시간이 멈춘다.&lt;br&gt; 앞으론 종종 술 마시러 와야 되겠는 걸.&lt;br&gt;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후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한바탕의 격렬한 운동(!)으로 땀을 빼고 난 다음에 마시는 맥주 맛은 더없이 좋았다.&lt;br&gt; 언제는 호텔 가서 둘이 즐기자면서요.&lt;br&gt; 제후가 쳐다보자 아란이 얼른 눈을 돌리고 입을 다문다.&lt;br&gt; 그녀의 하얀 목에 남은 키스마크가 조금 전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그래서 좋았다는 거야, 싫었다는 거야? 흔하지 않은 아란의 새침한 눈빛에 제후가 운전을 하면서 웃었다.&lt;br&gt; 앵 토라지는 입술이 귀엽 기만 했다.&lt;br&gt; 뭐나쁘지는 않았어요.&lt;br&gt; 차마 대답을 못하겠는지 미적미적, 말을 돌리지만 선수답게 제후는 속뜻을 낚아 채 낸다.&lt;br&gt; 괜찮았으면 집에 가서 한 번 더 할까? 카메라를 샀다.&lt;br&gt; 원하면 바로 찍어서 즉석에서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c2/73/baek6217/folder/208/img_208_1584_19?1261913027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웨딩 앨범 말고는 볼 만 한 사진을 채워 둔 앨범 하나 없다는 게 제후의 이유였지만 빛나는 두근거림으로 자리해가는 아란의 모습을 잃어버리기는 너무 아까워서 그랬다.&lt;br&gt; 제후는 자석이 달린 예쁜 팬시 제품을 사다가 냉장고에 사진을 붙여 놓기 시작했다.&lt;br&gt; 막 일 어나서 눈을 부비는 모습, 샤워를 하고 나와 젖은 머리를 터는 모습이며 놀이동산에서 재영과 놀아주는 모습 등, 제후의 손에 서는 카메라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.&lt;br&gt; 사진 찍는 걸 싫다고 손사래를 젓던 아란도 점차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다루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.&lt;br&gt; 한 번은 술을 마시고 들어와 퉁퉁 부은 제후의 얼굴을 몰래 찍었다가 냉장고에 붙여놓고 잠 이 깬 그에게 보여주면서 깔깔대기도 했다.&lt;br&gt; 길을 지나다 만난 귀여운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을 찍기도 했지만 그들 사진 속의 주인공은 거의 상대방이었다.&lt;br&gt; 사랑할 운명으로 만나게 된 것처럼 뒤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이었다.&lt;br&gt; 언제부터였을까.&lt;br&gt; 넌 언제부터 내 주위를 맴돌았을까.&lt;br&gt; 내가 모르던 시절의 넌 어떤 모습이었을까.&lt;br&gt; 어떤 http://shemijin.com 모습으로 나를 사랑했을까.&lt;br&gt;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제후는 아란을 더듬어 봤지만 어느 한 조각 기억 속에도 그녀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았다.&lt;br&gt; 아란은 가슴에 안고 다니는 전공서적을 치우고 교복을 입혀놓으면 여고생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풋풋한 인상의 소유자였다.&lt;br&gt; 화려한 옷과 세련된 화장으로 자신을 치장해 남자를 유혹할 줄도 몰랐고 마음에 드는 남자 에게 먼저 접근하는 여자들의 화끈함은 흉내 내지도 못했다.&lt;br&gt; 결혼 전, 그런 여자들만을 찾아 부담 없이 즐겨왔던 제후 쪽에서 보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도 당연했다.&lt;br&gt; 설사 그녀를 알았다 하더라도 처녀를 망가뜨린 소라소설 책임을 떠맡을 걸 염려해서 거절했을 것이다.&lt;br&gt; 제후는 간혹 등 뒤를 맴도는 아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.&lt;br&gt;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곧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 못하고 외면하는 서글픈 눈빛을.&lt;br&gt; 아란아 난 너를 확인해 보고 싶다.&lt;br&gt; 내게 손 내민 나를 찾아올 용기를 내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너를 위해 심장을 송두리째 내어버린 내 사랑을 알아주길 원한다.&lt;br&gt; 오늘 집에 못 들어온다구요? 벌써 술에 취했는지 전화기 너머 제후의 목소리는 분명하지 않았다.&lt;br&gt;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5d/c6/bmwno10001/folder/3/img_3_49_8?1261914232.jpg &gt;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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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
&lt;br&gt;
&lt;br&gt;
&lt;br&gt;
&lt;br&gt;형부와처제사이 하나뿐인 딸의 행복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그저 이 결혼을 통해 들어올 회사의 유익과, 눈엣 가시 같은 전처의 딸과 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던 그들은 제후의 입장에서도 좋아질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나중에 다른 세상에 태어나면 그 때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어요.&lt;br&gt; 아란은 오빠도 포함해서요, 란 말은 하지 못했다.&lt;br&gt; 사람 무안하게 톡톡 쏘긴 하지만 친오빠 같은 다정함으로 그녀를 지켜주는 사람 제후의 사랑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.&lt;br&gt; 이렇게 의지할 가슴과 어깨가 있는 것으로 감사하자고 늘 심장을 달래는 그녀였다.&lt;br&gt; 나를 귀찮아하지 않는 사람들 곁에서요.&lt;br&gt; 아란의 한숨을 제후는 키스로 막았다.&lt;br&gt; http://love.kbsyo.com 촉촉하고 아찔한 입술의 감촉을 겉에서만 느끼기가 아쉬워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넣고는 뜨거운 향기를 나눠 삼켰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걸며 몸을 붙였다.&lt;br&gt; 그의 손에 길들여진 몸은 키스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며 떨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손이 아란의 등 뒤로 가 실크 원피스의 지퍼를 내렸다.&lt;br&gt; 가냘픈 허리를 따라 원피스 가 아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제후도 옷을 벗어던졌다.&lt;br&gt; 여행 얘기만 하고 내려갈 참이었는데 불이 붙자 멈출 수가 없었다.&lt;br&gt; 여느 때처럼 아란은 순결한 나신으로 제후를 받아들였다.&lt;br&gt;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거 친 움직임과 손길을 힘겨워하면서도 순종했다.&lt;br&gt; 제후는 녹초가 되도록 아란을 안고 또 안았다.&lt;br&gt; 미친 사람처럼 아란의 몸속에서 권 제후의 소유를 확인했다.&lt;br&gt; 그는 어느 샌가 그녀가 아니면 쾌락을 느낄 수 없는 남자로 길들여져 있었다.&lt;br&gt; 애 데리고 올라가서 뭘 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니? 손님들 오시는데 나와서 좀 맞지 않 고.&lt;br&gt; 누르면 붉은 물이 떨어질 것 같은 아란의 뺨과 제후의 옷자락을 쥐며 등 뒤로 숨는 그녀의 행동이 위에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권 회장 내외는 짐짓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.&lt;br&gt; 손님들이야 할아버지 만나러 왔지, 저 보러 왔어요? 사돈어른들이 오셨단다.&lt;br&gt;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니? 제후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.&lt;br&gt; 새어머니와 대면해야한다는 말에 핏기가 가시는 아란의 안색 을 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에서 싫다는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 어디 계시는데요? 옷을 쥔 아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.&lt;br&gt; 그녀는 제후의 등으로 바짝 몸을 붙였다.&lt;br&gt; 희미하게 떨 리는 작은 어깨가 안쓰러워서 제후는 견딜 수 없었다.&lt;br&gt; 권 회장이 손가락으로 귀한 손님이 아니면 모시지 않는 방을 가리켰다.&lt;br&gt;다른 손님들과 따 로 모셨다.&lt;br&gt; 매무새 가다듬고 들어가서 인사 여쭙고 나오거라.&lt;br&gt; 제후도 피하고 싶었다.&lt;br&gt; 가능하다면 평소에도 잘 지내냐는 전화 한 통 없는 부모 같지도 않 은 사람들과 아란을 대면시키는 이 상황을 그녀에게서 가려주고 싶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제후가 머뭇거리자 권 회장의 눈이 아란을 향했다.&lt;br&gt; 어서 들어가서 인사 드리거라.&lt;br&gt; 결혼하고 나선 처음인데 무척 보고 싶었을 것 아니냐.&lt;br&gt; 제후는 사정도 모르고 아란을 몰아다 붙이는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.&lt;br&gt; 그렇다고 보는 눈, 듣는 귀 많은 이 자리에서 사실을 얘기할 수도, 경거망동을 저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36/tistory/2009/12/26/04/28/4b35126c3ad66 &gt;&lt;br&gt;&lt;br&gt; 누나! 그 때 어디선가 남자아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아란의 다리에 매달려 얼굴을 비비댔다.&lt;br&gt; 아란이 몸을 굽히더니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 올렸다.&lt;br&gt; 이제 다섯 살이나 됐을까 누가 보면 엄마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녀를 빼닮은 꼬마였다.&lt;br&gt; http://cye.daumkor.co.kr  누구야? 내 동생 재영이요.&lt;br&gt; 결혼식 때 안 봤었어요? 하지만 아란이 넌외동딸이잖아, 라고 말하려다가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아마도 이 아 이는 새어머니에게서 난 의붓동생일 것이다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 누구야? 아저씨? 제후는 맹랑한 꼬마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.&lt;br&gt; 아란이 웃으며 동생의 말을 정정했다.&lt;br&gt; 재영아, 아저씨가 아니라 매형이야.&lt;br&gt; 누나랑 결혼한 사람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랑 결혼했어? 엄마랑 아빠처럼 같이 사는 거야? 아빠라기보다는 차라리 할아버지가 낫겠다.&lt;br&gt; 제후는 획, 팔짱을 끼며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 다.&lt;br&gt; 그럼 아기는 어디 있어? 결혼하면 엄마 아빠처럼 아기도 낳는 거잖아.&lt;br&gt; 재영이 동생 어디 있어? 덕분에 아란의 긴장이 덜어지긴 했지만 누나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 처남이 마음에 들지 않 는 제후였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목에 목도리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팔을 풀려는 찰나, 손님 방 문이 열리더 니 그녀의 부모님이 나왔다.&lt;br&gt; 아이를 어르고 있던 아란이 새어머니를 보고는 동생을 거실바닥에 내려놓았다.&lt;br&gt; 엄마한테 갈래, 재영아? 누나는 어디 가야 되거든.&lt;br&gt; 웅웅, 싫어.&lt;br&gt; 누나도 같이 집에 가.&lt;br&gt; 응? 재영아, 이리 온.&lt;br&gt; 저 낳아준 엄마가 부르는데도 재영은 누나에게만 매달려 징징거렸다.&lt;br&gt; 제후가 발을 공중으로 동동대는 아이를 떼어다 엄마에게 안겨주었다.&lt;br&gt; 고마워, 권 서방.&lt;br&gt; 그리고 너도 오랜만이구나.&lt;br&gt; 잘 지냈니? 새어머니의 마지못한 눈길이 아란에게 닿았다.&lt;br&gt; 염려했던 거와 달리 아란은 떨지도 않고 말 을 받았다.&lt;br&gt; 걱정해주신 덕분에요.&lt;br&gt; 아버지도 건강하시죠? 나야 늘 잘 있지.&lt;br&gt; 이 사람이 잘 http://alr.me  챙겨주니까.&lt;br&gt; 아내의 어깨를 안으며 다정스레 대답하는 아란의 아버지를 보면서 제후는 역겨움마저 일었 다.&lt;br&gt; 당연히 그러시겠죠.&lt;br&gt; 힘들게 재혼하셨는데 오죽 하시겠어요? 삐딱한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.&lt;br&gt; 아란이 그러지 말라는 듯 제후의 팔을 잡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을 뿐 더러 제후도 그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.&lt;br&gt; 너무 사이가 좋아서 딸이 어떻게 사는지는 궁금하시지도 않나 봐요.&lt;br&gt; 저희 결혼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전화 한 통도 안 하시고 말입니다.&lt;br&gt; 저도 부러울 정도라니까요.&lt;br&gt; 농담 속에 드러나는 가시.&lt;br&gt; 은 사장 내외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흐려지는 것을 보며 권 회장 이 나섰다.&lt;br&gt; 제후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? 할아버진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히나 계세요, 소리가 이 사이에서 걸렸다가 목으로 넘어갔 다.&lt;br&gt; 제후는 조롱기를 입가에 걸었다.&lt;br&gt;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.&lt;br&gt; 하지만 없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뭘 잘못했는지 전 모르겠 는데요.&lt;br&gt; 제후야! 마침내 권 회장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제후가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오히 려 건방진 눈동자 속에 두 사람을 가두어 노려볼 뿐이었다.&lt;br&gt; 당신들도 깨달아야 돼.&lt;br&gt;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, 때늦은 사랑 놀음으로 무시당해 내쳐진 자식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당신들도 알아야 돼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그럼 천천히 놀다 가세요.&lt;br&gt; 저희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하거든요.&lt;br&gt; 얼굴 풀어.&lt;br&gt;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?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아란은 내내 불안한 얼굴이었다.&lt;br&gt; 너도, 지금 내가 너무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?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고?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해서 그래요.&lt;br&gt; 오빠도 괜히 저 때문에 은 아란.&lt;br&gt;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던 제후가 무서운 얼굴로 아란을 돌아보았다.&lt;br&gt; 말해두는 데 너하고는 상관없이 내가 한 말이야.&lt;br&gt;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대하는 그 분들 태도에 내가 기분이 나빠서 한 마디 한 거라고.&lt;br&gt; 알았어? 아란이 눈길을 돌리면서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기분 잡치게 그런 얼굴도 하지 말고.&lt;br&gt; 이래서야 둘이 여행 가는 기분도 안 나잖아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안 그럴게요.&lt;br&gt; 이러니 당하고만 살았지.&lt;br&gt; 제후는 침을 꿀꺽 삼키고 http://shekorea.co.kr  화를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은 아란, 너 여기서 조금만 나빠지면 안 되겠냐? 까짓 망신 한 번 준 거 가지고 마음 쓰 지 마.&lt;br&gt; 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기나 할 거 같아? 사실은 아란이 입술을 오물거렸다.&lt;br&gt; 사실은 저도 속이 시원했어요.&lt;br&gt; 오빠가 그 말 안 했으면 내가 했을지도 몰라요.&lt;br&gt; 다만 오빠 가 할아버지 눈에 나는 건 아닐까, 사람들이 오빠 나쁘게 보면 어쩌나 그게 걱정됐어요.&lt;br&gt; 제후가 피식, 코웃음을 쳤다.&lt;br&gt;거기 온 손님 중에 나 그렇고 그런 놈인 거 모르는 사람 없 어.&lt;br&gt; 그래도 나 때문에 오빠 나쁘게 보이는 거 싫어요.&lt;br&gt; 정말로요.&lt;br&gt; 네 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기지 않는데 왜 네 눈엔 내가 안 보이는 걸까.&lt;br&gt; 제후는 속 이 쓰렸다.&lt;br&gt; 그만해라.&lt;br&gt; 빼도 박도 못할 말 가지고 가타부타 떠드는 거, 머리 아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5d/c6/bmwno10001/folder/3/img_3_49_19?1261914232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제후는 몸을 의자에 묻으면서 눈을 감았다.&lt;br&gt; 그를 가만, 쳐다보는 아란의 시선과 이내 고개를 돌리는 나즈막한 한숨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했다.&lt;br&gt; 기대하게 만들지 마.&lt;br&gt; 네 착한 눈빛을 마주하는 게 얼마나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 알아? 사랑은 느낄수록 괴로웠다.&lt;br&gt; 낯설고 힘들었다.&lt;br&gt;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호텔에서 보낸 VIP 전용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들어갔다.&lt;br&gt; 우와~예쁘다!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객실에 짐을 풀자마자 아란은 곧장 발코니로 뛰어나갔다.&lt;br&gt; 그러더니 인어공주가 되어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할 것처럼 난간을 손으로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.&lt;br&gt; 여기 진짜 마음에 들어요.&lt;br&gt;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감사하는 말씀 꼭 드려야겠어요.&lt;br&gt; 할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입었던 답답한 정장 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제후는 대답했다.&lt;br&gt; 그러던지.&lt;br&gt; 직접 마중을 나온 지배인의 말에 따르면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방이라고 했다.&lt;br&gt; 이틀을 머무는 데 190만원이고 사흘에 26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형의 허니문 패키지용 객실이란다.&lt;br&gt; 얼른 옷 갈아입어.&lt;br&gt; 바다 보고 싶다며.&lt;br&gt; 조금만 더 보구요.&lt;br&gt; 제후가 니트 셔츠에 청바지로 갈아입을 동안까지 아란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 음속에 불쑥 짓궂은 장난기가 돌았다.&lt;br&gt; 아쉬워하며 허리를 바로세우는 아란의 등에 제후의 가슴이 닿았다.&lt;br&gt; 그만 보고 가자니까.&lt;br&gt; 제후는 두 팔로 각각 아란의 어깨와 허리를 둘러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.&lt;br&gt; 아니면,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그냥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까? 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싫다.&lt;br&gt; 넌 내가 마법을 풀어줄 때만 살아 숨을 쉬는 인형이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그그치만 아까 집에서두 거긴 거기고 호텔에서 하는 건 처음이잖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목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를 헤치면서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물었다.&lt;br&gt; 불그스 름한 입술자욱과 고른 치흔(齒痕)이 남았다.&lt;br&gt; 게다가 우린 부부고어디에서도 거리낄 게 없어야 한다고.&lt;br&gt; 아란의 귓불을 깨물며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허리를 안았던 손이 내려가 스커트를 밀어올리고 매 끈한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.&lt;br&gt; http://ojjj.isuim.com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.&lt;br&gt; 자어떻게 할까? 밖으로 나가서 멍청한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줄까, 아니면 이 곳에 서 갑자기 돌아선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감으며 입술을 맞댔다.&lt;br&gt; 등 뒤로 파닥이며 스커트를 들추는 바람만큼이나 그녀의 행동은 대담했다.&lt;br&gt; 아란이 입술을 떼었다.&lt;br&gt; 원해요.&lt;br&gt; 해요.&lt;br&gt; 한 음절이 숨어 나왔지만 제후는 그 말이 허락의 뜻임을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요정들의 눈물처럼 수정이 되어 떨어질 듯 잔잔한 물기가 아란의 눈에 고인다.&lt;br&gt; 아란아 그의 뺨을 쓸어내리는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나 겁쟁이야.&lt;br&gt; 나 너 데리고 도망 온 거야.&lt;br&gt; 밑도 끝도 없이 퍼 올리는 말이었다.&lt;br&gt; 어둠에 깊이를 감춘 우물에서 처음 두레박으로 퍼 올 린 맑은 물이었다.&lt;br&gt; 사실은 내가 오빠.&lt;br&gt; 제후의 팔 안에서 아란의 허리가 휘어지며 다가갔다.&lt;br&gt; 코끝이 부딪치는 거리에서 아란은 제 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.&lt;br&gt; 그 말 꼭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면, 하고 나서 오빠 마음 상하게 할 말이라면 하지 마요.&lt;br&gt; 사람들 떠나서 둘이 있는 거잖아요.&lt;br&gt; 그러니 아무 생각 하지 마요.&lt;br&gt; 여행 왔으니까 좋은 기억만 만들어요.&lt;br&gt; 아무도 끼워주지 말고 그냥 우리 생각만 하면서 지내요, 네? 그녀가 말하는‘우리’는 특별하게 들린다.&lt;br&gt; 너는 너, 나는 나가 아닌 우리.&lt;br&gt; 그런데 그 우리 사이에 누가 끼어들면 어떻게 하지? 하나도 아닌 둘.&lt;br&gt; 너를 좋아하는 사람,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가 널 영원히 차지할 수 있는 걸 막아버리 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? 너 좋아하 바로 그 때 제후의 핸드폰이 주인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긴장이 푹 수그러드는 걸 느끼면서 아 란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고 거실로 들어갔다.&lt;br&gt; 여보세요? 제후, 네 이 녀석! 할아버지셨다.&lt;br&gt; 제후는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알았어요, 알았어.&lt;br&gt; 제가 잘못했어요.&lt;br&gt; 이제 됐죠?! 제후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.&lt;br&gt; 그리고 아예 핸드폰의 배터리를 뽑아 버렸다.&lt;br&gt; 오빠아란은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.&lt;br&gt;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래.&lt;br&gt; 돌아가면 틀림없이 배로 혼나겠지만 아무도 너한테 뭐라 안 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.&lt;br&gt; 아란이 고개를 저었다.&lt;br&gt; 부부는 일심동체랬어요.&lt;br&gt; 오빠가 잘못한 건 내가 잘못한 거고 난, 오빠가 할아버지한테 혼 나는 거 싫어요.&lt;br&gt; 그래? 제후는 웃는 듯 마는 듯 입가를 찡그렸다.&lt;br&gt;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에 대해 ‘우리’를 강조하는 아란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.&lt;br&gt; 나중에 할아버지가 부르시면 저도 데리고 가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줄게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줘? 어감이 재미있었다.&lt;br&gt; 마지못한 미소는 진심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.&lt;br&gt; 하긴.&lt;br&gt;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 예뻐하시니까 너 데리고 가면 야단은 덜 맞겠다.&lt;br&gt;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미소가 제후를 따라 아란의 얼굴에 고였다.&lt;br&gt; 그저 바 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웃고 있으면 온 세상이 빛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http://opq.kwsc.net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.&lt;br&gt;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아냐? 그건 다 권 제후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야.&lt;br&gt;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먼 손가락으로 가리킨 그를 보고 승원과 미진이 했던 말이었다.&lt;br&gt; 무표정한 얼굴을 녹여보고자 웬만한 미모를 갖춘 여자들이 줄줄이 덤벼들었지만 마음을 얻고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했다.&lt;br&gt; 떠난 사람이 여자가 먼저든 권 제후가 먼저든 그가 미련을 갖고 찾는 경우도 없다 했다.&lt;br&gt; 포기해.&lt;br&gt; 저 선배 맘 좀 뺏어보겠다고 설치다가 바보 된 애들 하나둘인 줄 아냐? 친구들의 만류에도 변함없던 절실한 외바라기에 하늘도 감동하셨는지 인연이 맺어졌고 심지 어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게까지 되었다.&lt;br&gt;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제후는 아란의 몸만은 좋아했다.&lt;br&gt; 진짜 속을 내비치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녀가 없으면 가끔 서운해 한다고 느꼈다.&lt;br&gt; 그리고 그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.&lt;br&gt; 바라만 보고 말도 못 걸던 옛날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을, 아란은 보내고 있었다.&lt;br&gt; 하지만 헤어지면? 나한테 싫증을 내고 계약을 끝내자고 말하면? 가슴에 싸한 통증이 찾아왔다.&lt;br&gt; 아란은 작은 콧소리 섞인 한숨을 쉬며 제후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안겼다.&lt;br&gt; 그리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시원한 향수냄새와 체취를 숨 속으로 담아 넣었다.&lt;br&gt; 언젠가 그가 떠날 때 언젠가 혼자 남겨질 때,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며 견딜 수 있도록.&lt;br&gt; 제주도로 밀월여행을 다녀온 다음부터 제후는 강의라든가 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5d/c6/bmwno10001/folder/3/img_3_49_2?1261914232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할 때를 빼 고는 아란을 옆에 붙이고 다녔다.&lt;br&gt; 결혼을 빨리 해서 못해봤던 평범한 데이트도 했다.&lt;br&gt; 강의가 비는 시간 틈틈이 전화를 하고 기다리고 만나고, 아란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녔다.&lt;br&gt; 같이 술 마실 시간도 없냐는 친구들의 비아냥거림도 권 제후, 사람 달라졌다고 신기한 눈으 로 쳐다보는 여자들의 시선도 상관없었다.&lt;br&gt; 그저 그만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.&lt;br&gt; 권 제후가 만든 시간 속에서 권 제후를 생각하는 것으 로 아란의 머릿속을 채워주고 싶었다.&lt;br&gt; 오빠, 이거 봐요! 아란이 갑자기 제후의 팔을 잡으며 멈춰 섰다.&lt;br&gt; 학교 앞 분식점에서 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소화 시킬 겸 아이쇼핑을 하다가 쇼윈도에 걸린 목걸이가 예쁘다고 들른 보석 전문점 안이었다.&lt;br&gt; 크리스탈로 만든 거래요.&lt;br&gt; 너무 예쁘죠? 아란이 가리킨 것은 손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큐피드 상이었다.&lt;br&gt; 앙증맞은 날개를 달고 하 트가 달린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.&lt;br&gt; 사줄까? 카운터에 있던 여직원 중 하나가 쪼르르 달려오는 걸 보며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정말요?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안 될 게 뭐야.&lt;br&gt; 너나 나나 어차피 돈만 남아도는 집 자식들이잖아.&lt;br&gt; 내가 맘만 먹으면 이 http://ccc1.me 보석가게 전부를 사다가 안겨줄 수도 있다고.&lt;br&gt; 거드름을 피우는 제후의 말투에 아란이 웃는다.&lt;br&gt; 소리 없는 웃음에 그녀의 양 볼에는 깜찍한 볼우물이 진다.&lt;br&gt; 두 개였으면 좋겠는데 손때가 묻을까 조각상 아래 빌로드 천이 깔린 상자를 통째로 들고 있던 아란이 중얼거렸다.&lt;br&gt; 응? 이거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요.&lt;br&gt; 오빠하고 나하고 하나씩 나눠 갖게.&lt;br&gt; 짝 있어요, 손님.&lt;br&gt; 보여드릴까요? 옆에 있던 직원이 카운터로 따라 오란다.&lt;br&gt; 마음만 먹으면 이 보석가게 전부를 사서 안겨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던 까닭에 그녀의 태도는 굉장히 친절했다.&lt;br&gt; 여직원이 뭐라고 얘기를 하자 남자직원이 금고를 열더니 비슷한 크기의 상자를 꺼내고 뚜껑 을 연다.&lt;br&gt; 하트에 화살이 꽂힌 모양의 조각이 누워 있었다.&lt;br&gt; 예쁘다! 아란의 감탄사에 제후가 어깨를 으쓱, 했다.&lt;br&gt; 직원들과 주인의 낯에 화색이 떠오르는 걸 보니 꽤 값이 나가는 모양이었다.&lt;br&gt; 두 분 사귀는 사이세요? 귀족적인 고상함에 적당한 반항기가 돋보이는 근사한 외모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 였다.&lt;br&gt; 여자의 예쁘다는 말 한 마디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꺼내고 카드를 긁는, 성격 화끈한 남자 의 뒷모습을 보던 여직원 하나가 상자 두 개를 포장하며 말을 붙인다.&lt;br&gt; 남자친구가 아가씨한테 푹 빠져 있는 것 같던데 그래요? 아란은 가게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 제후를 창 너머로 쳐다보며 대답했다.&lt;br&gt; 가능성은 없었지만 듣기는 좋았다.&lt;br&gt; 이왕이면 커플링도 하지 그래요? 혼자 덜렁하니 우정 반지 같은 거 끼지 말고, 사귄지 오 래 된 사이면 웃고 있던 아란의 얼굴이 굳어버렸다.&lt;br&gt; 즐거워서 까닥거리던 손가락의 움직임도 투명한 유리 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저희, 부분데요.&lt;br&gt; 부부요? 그치만 남자 분은 반지를 끼고 있지 않던 손님의 달라진 표정을 보고 여직원은 입을 다물었지만 말은 뱉어진 다음이었다.&lt;br&gt;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비참함이었지만 아란은 막 포장이 끝난 상자를 들고 훌쩍 밖으로 나와 버렸다.&lt;br&gt; 더 듣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모르는 사람에게 계약에 묶인 부부라서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형식상의 관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약속.&lt;br&gt; 아란아! 담배를 태우며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던 제후는 그가 기다리는 것조차 잊은 듯 앞 을 지나쳐 황망히 걸음을 옮기는 아란을 보고 대충 통화를 마무리 하고 그녀에게 뛰어갔다.&lt;br&gt; 어디 가.&lt;br&gt; 오늘 할아버지 만나러 가기로 아란의 팔을 잡아 돌려세운 제후는 뜻밖에도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과 http://kccc.me/naver/1286.html 맞닥뜨린 순간 말 을 끝맺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.&lt;br&gt; 원망, 분노 하여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이었다.&lt;br&gt; 낼까요? 목이 메는 음성으로 아란은 제후를 쳐다봤다.&lt;br&gt; 그냥 우리 여기서 끝낼까요? 뭐? 할아버지 앞에서 오빠가 사 준 선물이라고 좋아하며 자랑하는 아란의 얼굴을 볼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제후의 낯이 구겨졌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라면 그냥 여기서 끝내자고요!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을 시간도 달래줄 틈도 없었다.&lt;br&gt; 하얀 얼굴 가득 눈물을 터트린 아란 은 그대로 뒤돌아서 뛰어가 버렸다.&lt;br&gt;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.&lt;br&gt; 아란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그만큼 당황스러웠다.&lt;br&gt; 바닥 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 올리며 제후는 아득한 불안함으로 심장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.&lt;br&gt; 죄죄송합니다, 손님.&lt;br&gt; 아까의 여직원이 옆에 서 있었다.&lt;br&gt; 제가 실수를 했어요.&lt;br&gt; 두 분이 결혼하신 줄도 모르고 그만 커플링이나 하는 게 어떻겠냐 고 커플링? 제후는 무심결에 왼손 약지를 내려다보았다.&lt;br&gt; 아란과는 달리 어떤 구속도 허용치 않을 것처 럼,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텅 비어 있는 그의 손가락을.&lt;br&gt; 직원이 알고 말했던 것도 아니고 제후의 고의도 아니었지만 비싼 선물을 덥석 안겨주고는 아란의 마음을 깔아뭉갠 꼴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진작에 끼고 다녔어야 했는데 쑥스러움에 미뤄두었던 일이 치부를 드러내 그녀가 망신을 당 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뭐야?! 당신 눈에는 그 비싼 반지가 고작 우정 반지로 보였단 말야? 죄죄송합니다.&lt;br&gt; 정말 죄송합니다.&lt;br&gt; 어떻게 보상을 해야 이 여자에겐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후는 화가 났다.&lt;br&gt; 아니 그보다, 바람이 팽팽했던 풍선이 터져버린 것 같은 아란의 눈동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.&lt;br&gt; 화를 냈다는 건 그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뜻인데 말이다.&lt;br&gt; 나한테 기대를 해? 그 남자가 아닌 나한테? 본가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었다.&lt;br&gt; 할아버지가 생신 때의 일에 대해 뭐라고 꾸중을 하셨는지 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제후는 집에 가면 아란의 화를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가만 고민하고 있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31/tistory/2009/12/26/04/29/4b3512ad293a1 &gt;&lt;br&gt;&lt;br&gt; 여자의 눈치를 보는 일이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라면 용기를 낼 수도 있는 제후였다.&lt;br&gt; 불안하진 않았다.&lt;br&gt; 어느 덧 심장을 내 준 사람이기에 그리고 문득 문득 기대를 갖게 만드는 아란의 행동에 대한 설레임이 가슴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.&lt;br&gt; 상한 속을 달래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라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건 아닌가 했지만 옥외 주차장에서 떨리는 맘으로 올려다 본 그들의 보금자리에는 불이 커져 있었다.&lt;br&gt; 저녁나절, 그렇게 아란과 헤어지고 내내 구겨져 있던 제후의 얼굴이 반가움으로 펴졌다.&lt;br&gt; 엘 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고작 3층 내려오는 http://kccc.me/naver/1506.php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.&lt;br&gt; 가쁜 호흡에 들먹이는 심장을 억누르며 벨을 누르려는 찰나 문이 먼저 열렸다.&lt;br&gt; 왔어요? 어응.&lt;br&gt; 아까 그러고 간 게 미안해선지 아란은 어색한 음성으로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래도 죄책감이 드는 건 아란이 아니라 제후 쪽이었다.&lt;br&gt; 집에는 언제 왔어? 온 지 한 시간쯤 됐어요.&lt;br&gt;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아란의 어깨에서 바람이 인다.&lt;br&gt; 그 모습을 보자 잠시나마 가졌던 제 후의 설레임은 구석으로 밀려난다.&lt;br&gt; 아까 그 말 왜 한 거야? 내던지는 말이 퉁명스러웠다.&lt;br&gt; 아란이 침실로 향하던 걸음을 멈춘다.&lt;br&gt; 말해두겠지만 우리 결혼 오빠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죠.&lt;br&gt; 아란이 말을 가로채며 뒤돌아섰다.&lt;br&gt; 내가 아쉬워서 매달린 결혼이니까 혼자였던 생활로 돌아간다고 해도 오빠는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거죠?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? ! 내 마음 같은 거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거죠? 내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받아들였는지 오빠한테는 아무 상관없는 거죠? 굵은 눈물방울이 아롱져 바닥으로 떨어진다.&lt;br&gt; 제후는 울컥하는 마음에 아란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.&lt;br&gt; 그러는 넌! 너만 아픈 게 아니란 말이다.&lt;br&gt;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로 두고 사는 나는 편한 줄 알아? 멀쩡한 줄 알아? 넌 뭘 그렇게 잘했는데? 날 다그칠 만큼 순결한 요조숙녀에 조강지처야? 겉으로는 나밖 에 모르는 여자처럼 하고 다녀도 막상 뒤로는 여우짓하고 다니는 지 어떻게 알아? 아니에요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 오빠밖에 없어요.&lt;br&gt; 왜 몰라요 꼭 말로만 해야 되는 거에요? 마음으로 날 봐줄 수는 없는 거에요?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악에 받친 한 마디가 아란의 입을 뚫고 터져 나왔다.&lt;br&gt;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 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제후의 눈빛이 주춤했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손을 뿌리쳤다.&lt;br&gt;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축하한다는 말 듣고 싶었어요.&lt;br&gt;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더 이상 비참해질래야 비참해질 수도 없었다.&lt;br&gt; 손으로 가리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 큼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 걸 느끼며 아란이 뛰쳐나간다.&lt;br&gt; 멍하니 서 있던 제후가 탕! 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.&lt;br&gt; 아아란아! 제후는 신발도 신지 않고 따라 나갔지만 아란은 보이지 않았다.&lt;br&gt; 두리번거리며 황급한 심정 으로 그녀를 찾는 그의 귀에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꺄아악! 사람이 다쳤어요, 누가 좀 도와줘요! 설마 하는 불안감에 심장이 내려앉으면서 소름이 돋았다.&lt;br&gt;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 서 제후는 여자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.&lt;br&gt; 계단이 있는 곳이었다.&lt;br&gt; 사람들이 그리로 모여들었다.&lt;br&gt; 이름도 모르는 이웃들을 헤치고 들어간 제후의 눈이 커졌다.&lt;br&gt; 아란아! 계단 아래,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분명 아란이었다.&lt;br&gt; 벗겨진 한 짝의 신 발이 계단 중간에 걸쳐져 있었다.&lt;br&gt; 아란아, 제발! 넋 나간 표정으로 아란을 안아든 제후가 창백해진 그녀의 뺨을 두드리다 말고 웅성대며 모 여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.&lt;br&gt; 뭣들 하는 거에요! 사람이 다쳤는데! 구급차, 누구 구급차 좀 불러줘요!! 가벼운 뇌진탕이라면서! 그거 말고는 다친 데도 없다면서 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? 방안이 다 쩌렁쩌렁 울렸다.&lt;br&gt; 의사 생활 25년에 http://kccc.me/naver/5525.html 이렇게 막 되먹고 시끄러운 보호자는 처음 보겠다고 생각하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을 꺼냈다.&lt;br&gt; 자자, 일단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으십시오.&lt;br&gt; 그래야 저도 무슨 말씀을 드리던지 할 것 아 닙니까? 뒤에 서 있던 권 회장이 제후의 어깨를 두드렸다.&lt;br&gt; 노인의 자애로운 눈빛이 거친 감정에 휩 싸인 손자의 마음을 다독였다.&lt;br&gt;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환자분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.&lt;br&gt; 약간의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 은 것 외에는 이봐, 의사 선생!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? 뭔가 새로운 걸 얘기해 보라고! 나는 왜 아란이 가 깨어나지 못하는지에 묻고 있잖아! 제후야! 할아버지의 엄한 목소리에 제후는 억지로 숨을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문제는 환자분이 거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.&lt;br&gt; 무의식중에 깨어나는 걸 거부하는 것 같습 니다.&lt;br&gt; 뭔가 두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.&lt;br&gt; 그럼 어떻게 해야 지금으로썬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.&lt;br&gt; 어떤 확약도 드릴 수가 의사가 말끝을 줄였다.&lt;br&gt; 제후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.&lt;br&gt; 구급대에 실려 온지 벌써 사흘 밤낮을 넘겼는데 아란은 죽은 듯이 잠만 잘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.&lt;br&gt; 죽은 듯이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 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 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무너졌다.&lt;br&gt; 이대로 영원한 잠에 들어 깨어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, 다시는 아란의 맑은 웃음을 볼 수 없 는 건 아닌가 방정맞은 생각들이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머릿속을 오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지친 발을 끌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깊은 잠에 든 아란의 얼굴은 평온해보였지만 그와 함께 하는 일상이 두려워 일어나지 못한 다는 말에 제후의 가슴은 핏빛 멍울이 지고 몇 톤짜리 돌을 얹은 것 마냥 무거웠다.&lt;br&gt; 다가가 의자를 끌어다놓고 앉았다.&lt;br&gt;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대고 눈을 감았 다.&lt;br&gt; 눈물 한 줄기가 제후의 뺨을 타고 흘렀다.&lt;br&gt; 아직은 아직은 아니잖아.&lt;br&gt; 나한테 실망하고 화나더라도 내가 철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참아주라.&lt;br&gt; 부부란 원래 그런 거 잖아.&lt;br&gt; 나란 놈한테 실망해서 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널 채웠다고 해도 이런 모습이 마지막이면 안 되는 거잖아.&lt;br&gt; 아란아 내 목소리 들리면 좀 일어나봐.&lt;br&gt; 내 마음 알기 http://love.kbsyo.com 전까지는 멀리 가지마.&lt;br&gt; 나 놔두고 혼자 먼 데로 떠나지마.&lt;br&gt; 다시 그녀 없는 시간이 흘렀다.&lt;br&gt; 네 번의 낮과 밤이 일상을 만들며 지나갔다.&lt;br&gt; 학교에는 가야 된다는 할아버지의 엄명에 따르 긴 했지만 제후는 아란의 간호를 맡은 사람이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 이었다.&lt;br&gt; 강의가 끝나면 끼니를 챙길 틈도 없 이 달려오곤 했다.&lt;br&gt; 제 에미 애비가 죽은 후로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중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권 회장은 손 자며느리가 걱정되면서도 아란에게 몰두하는 제후의 모습을 다행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았다.&lt;br&gt; 제후는 남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생일에 아란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모르는 척 했던 것도 손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였다.&lt;br&gt; 아란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쉴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마음이 안식처를 찾았다는 걸 말이다.&lt;br&gt; 이제 미움 받는 역할은 그만해도 될 것 같군.&lt;br&gt; 그동안 수고했네.&lt;br&gt; 어느 날 새벽인가 아란을 간호하다 곁에 엎드려 잠이 든 제후를 보며 권 회장은 병실을 나 와 밖에서 문병 차, 들렀던 공범에게 말했다.&lt;br&gt; 그 녀석이 미처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처음부터 좋아했을 걸요.&lt;br&gt; 민준이 미소로 답했다.&lt;br&gt; 그런데 언제쯤 말해주는 게 좋을까요? 이번 일도 있고 두 사람 다, 슬슬 진실을 알 때도 된 것 같은데.&lt;br&gt; 내버려 두게.&lt;br&gt;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제 3자보다 서로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제일 행복할 테니까.&lt;br&gt; 제후가 마음을 숨기는 바보짓만 하지 않는다면요.&lt;br&gt; 그 때 낮은 굽의 샌들을 신고 복도를 뛰어오는 간호사 한 명이 있었다.&lt;br&gt; 그녀는 권 회장에게 다다르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.&lt;br&gt; 은 아란씨 보호자 되시죠? 빨리 병실에 좀 와주셔야겠어요.&lt;br&gt; 우리 아이가 깨어났습니까? 그게 아니고 병실로 환자분의 아버지라는 분이 찾아오셨는데 손자 분이 막 더 듣지 않아도 상황을 짐작하는 권 회장이었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알고 있는 이상은 그랬다.&lt;br&gt; 어둠에 묻힌 복도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병실이 http://cye.daumkor.co.kr 있었다.&lt;br&gt; 활짝 열린 문으로 넓은 용적의 빛이 바닥을 비추고 거기선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가! 여기서 사라지라고! 당신이 무슨 아버지라고 딸이 다쳐서 입원해 있는데도 일주일 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당신이 무슨 아버지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32/tistory/2009/12/26/04/02/4b350c47d6686 &gt;&lt;br&gt;&lt;br&gt; 의사가 뭐라고 한 줄 알아? 잘못하면 평생 저러고 있을 수도 있대.&lt;br&gt; 부모라는 사람들이 결 혼이란 명목으로 팔아넘긴 딸이 영원히 잠들어서 죽을 때까지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대! 그거 알기나 해? 깨어나면 두려 운 일이 기다리는 것처럼 깨어나는 걸 거부하고 있대.&lt;br&gt; 이보게 권 서방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란의 아버지가 사위에게 낯을 보이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후 가 말을 가로챘다.&lt;br&gt; 당신과, 당신의 새 아내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짐이었는지 몰라도 아란이 이제 나한테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야.&lt;br&gt; 누구한테도 상처받지 못하게 내가 지킬 거고 아무도 이 아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일 있으 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그러니 가.&lt;br&gt; 여기서 사라지고 다시는 오지 마! 절규.&lt;br&gt; 그리고 차마 말해주지 못한 사랑.&lt;br&gt; 우리 누나 아파?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문틈으로 제후와 은 사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권 회장과 민준의 귀에 아이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누나 이제 못 일어나? 재영이었다.&lt;br&gt; 엄마보다 배다른 누나를 더 따르던 그녀의 동생이었다.&lt;br&gt; 아저씨 우리 누나 죽었어?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재영이 제후의 바지를 잡고 흔들었다.&lt;br&gt; 재수 없는 소리 집어 쳐! 죽긴 누가 죽었다고 그래! 아이의, 아란을 빼닮은 눈동자에 다시금 죄책감이 스며들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이가 놀랄 수 있다 는 것도 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.&lt;br&gt; 방금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끅끅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재영은 누나의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.&lt;br&gt; 부벼대는 눈이 붉었다.&lt;br&gt; 제 후는 한숨을 쉬며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었다.&lt;br&gt; 미안하다, 꼬마야.&lt;br&gt; 아저씨가 잘못했어.&lt;br&gt; 누나 안 죽어.&lt;br&gt; 그냥 자고 있는 거잖아.&lt;br&gt; 일어날 거야.&lt;br&gt; 꼭 일어나서 널 안아줄 거야.&lt;br&gt; 누나에게 http://alr.me 그랬던 것처럼 재영은 제후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.&lt;br&gt; 아이들 특유의 달콤한 체취가 한가득 안겨왔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안듯이 아이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달랬다.&lt;br&gt; 아무 일 없을 거야정말로.&lt;br&gt; 목이 메어왔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민준이, 그리고 할아버지가 문간에 서 있었다.&lt;br&gt; 본의 아니게 엿들은 꼴이 되어 버렸구나, 미안하다.&lt;br&gt; 언제 오셨어요? 그리고 민준이 너는? 제후는 재영을 안은 채로 일어났다.&lt;br&gt; 아란이 문병 왔다가 할아버지를 만나서 담배 한 대 태우고 들어오는 길이야.&lt;br&gt; 괜찮아? 네 녀석 온 건 하나도 안 반가워.&lt;br&gt; 민준이 피식 웃으며 사돈과 함께 나가는 권 회장을 쳐다봤다.&lt;br&gt; 은 사장의 무거운 걸음새를 보아하니 긴 얘기가 될 것 같았다.&lt;br&gt; 곧 반가워하게 될 걸.&lt;br&gt; 너, 나하고 잠깐 얘기 좀 하자.&lt;br&gt; 아란이 걱정되면 여기서 해도 좋 고.&lt;br&gt; 옆 침대에 재영을 재워놓고 있을 때 캔 커피 두 개를 든 민준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너 어제도 밤샜다면서 몸은 괜찮은 거냐? 중간 중간 자니까 견딜 만 해.&lt;br&gt; 달고 시원한 냉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잠이 깨는 듯 했다.&lt;br&gt; 아란이 좋아하지? 캔을 들어올리던 제후의 손이 공중에서 우뚝 멈췄다.&lt;br&gt; 내 말이 맞냐?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가 제후의 입가를 맴돌았다.&lt;br&gt; 민준이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뭐 너 하는 짓 봐선 묻지 않아도 당연한 얘기다만 그냥 확인해 본 거다.&lt;br&gt; 그 때 내가 아 란이 좋아한다고 했던 거 기억 나냐? 그래서.&lt;br&gt;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?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냐? !! 경악의 표정이 제후의 얼굴에 떠올랐다.&lt;br&gt; 민준이 바닥에 깔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캔을 살살 흔들었다.&lt;br&gt; 그래, 맞아.&lt;br&gt; 나 너한테 거짓말 했다.&lt;br&gt; 난 너 만큼이나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친 구의 여자를 노릴 정도로 비열한 놈은 아니야.&lt;br&gt; 그런데 왜 나한테 부탁한 사람이 있었어.&lt;br&gt; 네가 행복해지기를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이.&lt;br&gt; 할아버지가? 민준은 제후의 생각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.&lt;br&gt; 내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어땠을 거 같냐? 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 서투르잖아.&lt;br&gt; 할아버 지는 진실을 깨닫도록 너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거야.&lt;br&gt; 지기 싫어하는 네 성격에 누가 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가만히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싫어도 http://shekorea.co.kr 지키려고 노력할 테니까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신 거지.&lt;br&gt; 결 국 할아버지의 판단은 옳았고 지금 넌 여기 이 자리에 있잖아.&lt;br&gt; 아란이도 이 사실 알아? 몰라.&lt;br&gt; 아마 내가 자기한테 접근한 게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걸.&lt;br&gt; 그 녀석, 너도 알겠 지만 사람을 너무 잘 믿어.&lt;br&gt;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도 안 하고 덥석 믿어버려.&lt;br&gt; 제후는 허무함에 웃음이 나왔다.&lt;br&gt; 그 동안의 고민이 다 쓸데없는 거였다니.&lt;br&gt; 말이나 들어보자.&lt;br&gt; 너 아란이 찾아가서 뭐라고 했냐? 어느 덧 경계심을 풀은 눈동자였다.&lt;br&gt; 민준이 싱긋 웃었다.&lt;br&gt;궁금하냐? 그걸 말이라고 해? 할아버지랑 짜고 나 속인 건 괘씸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용서해준 다.&lt;br&gt; 음처음엔 반지 얘기 하면서 속을 찔러봤고 두 번째는 너희들이 계약 결혼 한 거 알고 있다고 했고, 세 번째는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지.&lt;br&gt; 그랬더니 뭐래? 선배가 뭘 원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을 거에요, 그러더라.&lt;br&gt; 아마도 내가 자기한테 구애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나봐.&lt;br&gt; 순진한 녀석.&lt;br&gt; 진심하고 장난도 구분 못하는 바보.&lt;br&gt; 가까이 있으면서도 참 어려운 사랑을 하는 커플이었다.&lt;br&gt; 자식이, 그러는 저는 바보짓 안 한 줄 아나.&lt;br&gt; 민준은 아직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생 각하는 어리석은 친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.&lt;br&gt; 너도 속아 넘어갔으면서 뭘 그래.&lt;br&gt; 나한테 주먹질까지 하고.&lt;br&gt; 한 민준 연기력이 좋았던 거지.&lt;br&gt; 정작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지만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비단 아란의 입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에서라도 그녀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고도 멀쩡할 자신이 없었다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왜.&lt;br&gt; 나 힘들다.&lt;br&gt;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데 그 아이가 원하면 보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놔 줄 수가 없어.&lt;br&gt; 욕심 부리면 정말 아란이가 달아날지 모르는데 원래 사람 좋아하는 건 다 그런 거야.&lt;br&gt; 민준은 제후의 어깨를 툭툭 쳤다.&lt;br&gt; 그리고 너처럼 지극정성인 남자 놔두고 어딜 가겠냐? http://ojjj.isuim.com 도망가더라도 일주일 동안 잠 못 자 고 밥 못 먹어가며 고생한 네 은공은 갚고 가라고 그래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웃으라고 한 말이었는데 친구를 부르는 한숨이 깊었다.&lt;br&gt; 그런 만큼 그의 사랑도 깊었다.&lt;br&gt; 아란이 쓰러졌던 날, 나한테 처음 화를 내더라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 나 하냐고,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막 울어 버리더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32/tistory/2009/12/26/04/28/4b35126df05a3 &gt;&lt;br&gt;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아무 에게도 축하받은 적 없다던 생일날에 날 만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에 단 한 사람 오빠한테만은 축하받고 싶었다고 그러더 라.&lt;br&gt; .&lt;br&gt; 사랑이 없어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난 항상 그 앨 다치게만 만들더라.&lt;br&gt; 나중에 보니 까 내가 그 앨 내쫓아버렸더라.&lt;br&gt; 제후야 아, 맞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면 늦기 전에 끝내자고 아란이가 그러더라.&lt;br&gt; 한 민준, 너 어떻게 생각해? 나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? 걸리는 게 많군.&lt;br&gt; 민준은 한 조각 희망도 남지 않은 얼굴로 넋두리를 하는 친구가 가여웠다.&lt;br&gt; 그리고 그의 이런 사랑을 모른 채 마음을 가두고 잠이 들어있는 아란에게 화가 나려고 했다.&lt;br&gt; 아란이 보내고 너 혼자 살 자신 있어? 자신이야 있지.&lt;br&gt; 미쳐버릴 자신.&lt;br&gt; 죽어도 돌아볼 사람 없으니 원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 자 신.&lt;br&gt; 그럼 보내지마.&lt;br&gt;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다 꼭 붙들어 두고 살아.&lt;br&gt; 내가 너 사랑하니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곁에만 있어달라고 졸라.&lt;br&gt; 은 아란은 착하니까 소원을 들어줄 거야.&lt;br&gt; 억지 부려서 더 정 떨어진다고 하면? 이런 겁쟁이! 권 제후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? 그럴 일 없을 거야.&lt;br&gt; 내가 장담해.&lt;br&gt; 민준은 제후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웃어주었다.&lt;br&gt; 제후를 향한 아란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친구는 확실히 달라졌다.&lt;br&gt; 조각 같은 외모와 냉담한 분위기로 여자들을 녹이던 권 제후 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.&lt;br&gt; 사랑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겁을 내고 두려워하고, 고 민을 했다.&lt;br&gt; 만약 아란이 끼고 다니던 순결반지의 주인공이 바로 자기라는 걸 알게 되면 제후가 뭐라고 그럴까 문득 궁금해지는 민준이었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병원 로비.&lt;br&gt; 그를 배웅하러 나온 친구에게 민준은 마지막 충고를 했다.&lt;br&gt;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아란이네 아버지한테 심하게 굴지 마라.&lt;br&gt; 판단은 네가 아니라 아란 이의 몫으로 남겨둬야지.&lt;br&gt; 아무리 그래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분 아니냐.&lt;br&gt; 알았어.&lt;br&gt; 아란이 일어나면 그동안 장난쳐서 미안했다고 대신 사과도 건네주고.&lt;br&gt; 알았다니까.&lt;br&gt; 택시를 부른 민준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든다.&lt;br&gt;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 제후는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아직도 깊은 잠에 들어 있는 아란을 보았지만 이제는 기다림마저 달가웠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의식을 잃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잠이 들어 있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보며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키스를 하면 일어나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마저 들었다.&lt;br&gt; http://opq.kwsc.net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깨어 있을 때처럼 여전히 보드랍고 향기가 난다.&lt;br&gt; !! 세 번째 키스를 하고 제후가 얼굴을 들려했을 때 목에 둘려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늘고 미약 한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졌다.&lt;br&gt; 설마, 설마!!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기대감에 제후는 감았던 눈을 떴다.&lt;br&gt;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아란의 눈 동자가 무려 8일 만에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너너 말이 나오질 않았다.&lt;br&gt; 한없이 기쁜 순간에 너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.&lt;br&gt; 응, 나 일어났어요.&lt;br&gt; 나 진짜 많이 잤죠? 젠장!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에 왈칵, 목이 메어 오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은 제후의 몸을 가만히 밀면서 일어났다.&lt;br&gt; 제후가 얼른 아란의 어깨를 잡아 부축해주었다.&lt;br&gt; 그래, 이 잠꾸러기야.&lt;br&gt; 무슨 잠을 8일씩이나 자냐?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겨주다가 제후는 부서질 것 같은 아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.&lt;br&gt; 며 칠 사이 수척해진 몸에, 줄무늬 환자복 속으로 느껴지는 헐거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빨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누가 발을 잡고 안 나줬어요.&lt;br&gt; 눈을 뜨고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반겨줄 사람 아무도 없다고 그냥 여기서 살라고 그랬어요.&lt;br&gt; 까만 옷에 얼굴도 없는 무서운 사람이 자꾸 날 붙잡았어요.&lt;br&gt; 무서웠어? 아란은 대답을 하지 않고 손깍지를 끼어 제후의 등을 안았다.&lt;br&gt; 그의 어깨 언저리가 천천히 젖어왔다.&lt;br&gt; 그녀의 몸이 흐느낌으로 떨리고 있었다.&lt;br&gt; 미안해 입술을 깨물었다.&lt;br&gt; 가까스로 참아내는 그녀의 눈물은 고통이 되어 제후의 심장으로 배겨왔다.&lt;br&gt; 다시는 너 혼자 무서운 꿈에 남겨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.&lt;br&gt; 형부와처제사이 우린 항상 같이 있을 거야.&lt;br&gt; 언제든 널 지켜줄 거야.&lt;br&gt;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그리고 나도, 널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아란의 감은 눈꺼풀에 입을 맞추며 제후는 말했다.&lt;br&gt; 창 밖으로 먼동이 트고 있었다.&lt;br&gt;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 날과 하늘을 두고 제후는 그렇게 가 슴을 저리며 찾아온 첫사랑을 고백했다.&lt;br&gt; 아빠가 새엄마랑 헤어지기로 했대요.&lt;br&gt; 은 사장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아란이 저녁때를 훌쩍 넘겨 들어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아빠 없는 동안에 나한테 함부로 한 거 전주댁 아줌마한테 들었나 봐요.&lt;br&gt; 그동안 아빠 노 릇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그랬어요.&lt;br&gt; 전주댁 아줌마는 아란이 여섯 살 때부터 은 사장네 살림을 봐줬던 사람이었다.&lt;br&gt; 엄마가 돌아 가시고 나서 유일하게 정을 붙인 사람이라고, 새 엄마가 들어와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면서는 더욱 의지를 했던 사람이라 고 아란은 얘기하곤 했었다.&lt;br&gt; 재영이는? 엄마가 데려가서 키운다고 하셨는데 확실한 건 모르겠어요.&lt;br&gt; 원래 재영이가 새 엄마보단 나하고 아빠를 잘 따랐거든요.&lt;br&gt; 제후는 알 만 하다는 듯 말했다.&lt;br&gt; 치장하고 가꾸느라 아이 돌 볼 틈도 없었나보지.&lt;br&gt; 아마도요.&lt;br&gt; 아란의 얼굴에서 긍정의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.&lt;br&gt; 그래도 http://ccc1.me 새 엄마가 계서서 아빠가 행복하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왠지 아빠가 이혼 을 결정하신 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죄송스러워요.&lt;br&gt; 난 아무래도 좋다는 사고방식은 버려.&lt;br&gt; 남을 위해서 희생할 생각만 하지 말고 좀 이기적으 로 굴어봐.&lt;br&gt; 아란이 넌 행복할 자격 충분히 있어.&lt;br&gt; 제후는 마주 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.&lt;br&gt; 아, 그리고 나 커피 마실 건데 생각 있으면 같이 마시자.&lt;br&gt;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구수한 커피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.&lt;br&gt; 휘파람을 불면서 주방으 로 들어가는 제후를 보며 아란은 혼자 웃었다.&lt;br&gt;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제후는 줄곧 다정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.&lt;br&gt; 처음엔 보상 심리 때문인 가 의심도 해보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의 다정함은 변함이 없었고 스스럼없는 장난기와 짓궂은 행동은 그들이 보통의 신혼부부 처럼 살고 있다고 아란이 생각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계약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랑해서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다.&lt;br&gt; 알았지? 끝내자는 말 절대로 하지 마.&lt;br&gt; 이제 겨우 두 달 좀 넘게 살아보고 맞는다느니 안 맞는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자.&lt;br&gt; 퇴원 기념으로 찾은 레스토랑에서 제후는 그런 말을 했다.&lt;br&gt; 손을 끌어다 잡으며 조심스레 말 을 내는 그의 눈을 보면서 아란은, 제후와의 관계에 좋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고 머잖아 그의 마음이 진 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.&lt;br&gt; 제후를 믿게 되었다.&lt;br&gt; 요즘만 같으면 세상에 무엇도 바랄 것 없는 사람처럼 아란은 행복했다.&lt;br&gt; 거기에 욕심 부려 한 가지 소원을 빈다면 그도 그녀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.&lt;br&gt; 그녀 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고 싶었다.&lt;br&gt; 커피 향 좋지? 좋아요.&lt;br&gt;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아란이 한모금의 향을 들이마셨다.&lt;br&gt; 정말이지 저 웃는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까봐 애태웠던 걸 생각하면 그녀가 얄밉기까지 한 제후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9f/17/bmwno110/folder/3/img_3_12_11?1261913884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잔잔히 부딪치는 시선에 아란이 뺨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.&lt;br&gt; 근데 왜 그렇게 쳐다봐요? 예뻐서.&lt;br&gt; 제후는 턱을 괴고 키득 웃었다.&lt;br&gt; 장난치지 마요.&lt;br&gt; 장난 아닌데.&lt;br&gt; 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 거야.&lt;br&gt; 한층 노골적인 시선에 부끄러움이 또르르 몰렸다.&lt;br&gt; 아란은 잔을 손으로 감싸고 살그머니 제 후의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.&lt;br&gt; 왜 모르고 살았을까.&lt;br&gt; 너처럼 귀엽고 착한 아이 옆에다 두고도 왜 모르고 지냈을까.&lt;br&gt; 커피를 다 마신 아란이 잔을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받침대에 얹고는 허둥지둥 주방을 나간 다.&lt;br&gt; 뒷모습을 쫓던 제후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따랐다.&lt;br&gt; 그리고 아란의 팔을 잡아 침실로 들어간 다음 문을 잠갔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보상 받고 싶다.&lt;br&gt; 너 없이 혼자 보냈던 것만큼 우리의 시간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고 싶다.&lt;br&gt; 오늘 http://kccc.me/naver/1286.html 너 안아도 돼? 그그치만 거절해도 소용없어.&lt;br&gt; 보름동안 참아줬으니까 오늘은 내 맘대로 할 거야.&lt;br&gt; 물러서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안으면서 제후는 아란의 몸을 침대에 밀치듯 쓰러트렸다.&lt;br&gt; 성 급한 손길을 따라 드러나는 여자의 몸에 호흡이 가빠왔다.&lt;br&gt; 건강이 나빠졌다고 며칠 햇빛 구경을 안 시킨 탓인지 피부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.&lt;br&gt; 이 아 름다운 몸을 옷으로 가리면 오히려 죄가 될 것처럼 보였다.&lt;br&gt; 내일 토요일이지? .&lt;br&gt; 그럼 우리 밤새도록 여기서 놀자.&lt;br&gt; 전화와도 받지 말고 누가 벨 눌러도 열어주지 말고 내 일 아침까지 놀다가 자자.&lt;br&gt; 몰라요.&lt;br&gt; 싫어요가 아니라 몰라요다.&lt;br&gt; 늘 처음 만난 남자에게 몸을 열어주는 것처럼 아란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.&lt;br&gt;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잘 하면서 그에게만 그런다.&lt;br&gt; 그런 아란의 행동이 제후에게는 &lt;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사람&gt;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 졌다.&lt;br&gt; 그리고 매번 처녀를 방문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선사했다.&lt;br&gt; 싫으면 지금 말하던가.&lt;br&gt; 아란이 시트를 끌어올려 가슴을 가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싫어도 오빠 맘대로 한다면서요.&lt;br&gt; 후후, 이제 보니 삐지기도 하잖아? 제후는 아란의 화내는 모습이 신기했다.&lt;br&gt; 언제나 그 앞에선 쥐 죽은 듯 꼬리를 내리고 하라 는 대로 따라주던 그녀가 처음으로 반항이라는 걸 했다.&lt;br&gt; 은 아란.&lt;br&gt; 야릇한 붉은 빛이 아란의 얼굴에 떠돌았다.&lt;br&gt; 지금 당장 아란의 몸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고 싶은 걸 참으면서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내가 어떤 여자 좋아하는지 말해줄까? 어떤 여자좋아하는데요? 그녀가 순진하게 되묻는다.&lt;br&gt; 역으로, 아란의 몸을 아래에 두고 있는 제후의 얼굴은 짓궂은 헌 터의 표정이 된다.&lt;br&gt; 오늘 밤 넌 죽었어, 라는 뜻이다.&lt;br&gt; 나한테 저항하는 여자.&lt;br&gt; 좋으면서도 싫다고 말해서 날 더 부추기는 여자.&lt;br&gt; 수차례의 절정이 지났다.&lt;br&gt; 몸과 몸이 먹고 먹혔다.&lt;br&gt; 흥분을 부추긴 대가로 아란은 밤새도록 시달렸지만 한 번도 제후를 거절하지 않았다.&lt;br&gt; 물러서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오빠가 원하는 게 내 몸이라면 나한테 빠져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.&lt;br&gt; 나한테 집착하도록, 그래서 나 외에는 누구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릴 거야.&lt;br&gt; 새벽녘에 풋잠이 들었던 제후는 아란이 뒤척이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.&lt;br&gt; 부스스한 얼굴로 시 계를 쳐다보니 아침 7시 30분, 샤워도 하지 못하고 잠이 든 지 겨우 세 시간이 지났다.&lt;br&gt; 제후는 끄으응,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깜박여 눈 안으로 들어온 빛을 몰아냈다가 다시 실눈 을 뜨고 옆에 누운 아란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.&lt;br&gt; 적어도 정오까지는 깨지 못할 것처럼 아란은 곤한 잠에 들어 있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끌어다 안으면서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몸을 개켜 일어났다.&lt;br&gt;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http://kccc.me/naver/1506.php 쑤시고 아팠다.&lt;br&gt; 뜨겁고 격렬했던 정사(情事)의 보상이라 그것도 기꺼 운 제후였다.&lt;br&gt; 시트가 눌렸다 제 자리로 돌아오면서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반짝하는 기 운에 욕실로 들어가던 제후가 되돌아 와 그것을 주웠다.&lt;br&gt; 결혼반지였다.&lt;br&gt; 제후의 손가락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녀석의 짝이다.&lt;br&gt; 아란이 일부러 빼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도 어젯밤의 정신없는 상황에 빠트린 모양이다.&lt;br&gt; 정신없는.&lt;br&gt; 풋 그렇게 좋았나? 황홀한 기억을 되살리며 미소 짓는 제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느다란 백금 링 안에 글자가 새겨져있는 게 보였다.&lt;br&gt; 이니셜이다.&lt;br&gt; 제후는 반지를 쥔 손을 힘주어 쥐었다가 펼쳤다.&lt;br&gt;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간만에 찾아 온 나른한 행복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, 좋아하는 사람 있다.&lt;br&gt; 두렵지만 보고 싶었다.&lt;br&gt; 그녀의 사랑을 차지한 사람을 알고 싶었다.&lt;br&gt; 누구일까? 결혼반지에 이니셜을 새길 정도라면 굉장히 소중한 사람일 텐데, 한 번도 손가락에서 반지 를 빼지 않았던 건 결국 다른 사람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서였던 걸까? 제후는 가슴이 쓰렸다.&lt;br&gt; 그러나 피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.&lt;br&gt; 그래서, 어느 덧 땀이 고인 손바 닥에서 반지를 들어 빛이 잘 드는 쪽으로 들어올렸다.&lt;br&gt; 첫 글자는 K였다.&lt;br&gt; JH? KJH.&lt;br&gt; 뭐야, 내 거하고 똑같 무심코 내뱉은 진실에 제후의 눈동자가, 입이 그대로 굳어버린다.&lt;br&gt; 그러다 천천히 몸을 돌려 세상모르고 잠이 든 아란을 쳐다봤다.&lt;br&gt; 그녀는 말했었다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굴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고.&lt;br&gt; 야? 정말 나야? 네가 좋아하는 사람 정말로 권 제후야? 콧소리까지 내며 자고 있는 그녀가 대답할 리 없건마는 제후는 또 묻고 있었다.&lt;br&gt; 야, 한 민준.&lt;br&gt; 제후 놈 왜 저렇게 분위기 잡냐? 또 와이프랑 한 판 했대? 도서관 자리에 가방을 두기 무섭게 담배를 태운다고 나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책상에 쌓은 전공서 적들을 보며 한숨을 쉬던 서훈이 칸막이 사이로 몸을 제껴 민준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남들은 리포트 마감 맞추느라 골 빠개지는 이 때 얄밉게 돌아다니기나 하고 말이야.&lt;br&gt; 저 자식 머리 좋고 손 빠른 건 알지만 너무 한 거 아냐? 머리 나쁘고 손 늦은 너하곤 다르게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.&lt;br&gt; 내버려둬.&lt;br&gt; 장난스런 무시로 서훈의 입을 막은 민준이었으나, 민준도 얼마 못가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 났다.&lt;br&gt; 궁시렁 대며 책을 넘기던 서훈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.&lt;br&gt; 넌 또 어디 가? 나도 담배나 한 대 태우려고 그런다.&lt;br&gt; 금방 들어올게.&lt;br&gt; http://kccc.me/naver/5525.html 서훈이 콧방귀를 흥, 뀐다.&lt;br&gt; 어이구! 자식이 저만 의리 있는 척 하고 있네.&lt;br&gt; 제후 놈 걱정 되서 그런다고 말하면 내가 너 잡아먹을까봐 그러냐? 친구 사이에 별 걸 다 숨겨.&lt;br&gt; 민준은 이해해줘서 고맙단 표시로 손을 들어보였다.&lt;br&gt; 그리고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확인한 다음 밖으로 나와 제후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있었다.&lt;br&gt; 저 자식 오늘만 담배 한 갑이 넘는데 와이프 마음 알았으면 됐지 또 뭐가 문제인 거야? 불 좀 빌리자.&lt;br&gt; 민준은 털썩, 제후 옆에 주저앉으며 담배를 내밀었다.&lt;br&gt; 뻔히 쳐다보는 표정에 약간의 놀라움 이 깃들었다.&lt;br&gt; 뭐해? 불 좀 빌리자니까.&lt;br&gt; 허연 연기가 둘이 되었다.&lt;br&gt; 새 담배의 3분의 1이 타들어가도록 아무 말이 없던 침묵은 기다 리다 지친 민준이 말을 꺼내면서 깨졌다.&lt;br&gt; 잘 나가다 왜 그러냐.&lt;br&gt; 사랑하는 여자 마음 얻은 걸로는 부족했어? 난 나를 잘 알아.&lt;br&gt;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민준은 금방 제후의 말뜻을 알아들었다.&lt;br&gt; 뭐가 두려운 건데.&lt;br&gt; 끝까지 가지 못할까봐?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던 여자들.&lt;br&gt; 그 속을 헤매던 방황에서 찾은 한 사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15/18/yasisite/folder/8/img_8_312_15?1261914525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아니면 아란이야? 버리게 될까봐 두려우냐 버림받는 것이 두려우냐, 민준은 묻고 있었다.&lt;br&gt; 대답을 않는 것으로 보아 둘 다 인 것 같았다.&lt;br&gt; 네 곁에 있으면 행복하지 못할까봐 겁나냐? .&lt;br&gt; 미친 놈.&lt;br&gt; 네 곁에 누구씨는 행복해서 죽을라고 하더라.&lt;br&gt; 아란이 그 녀석 생각하는 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거 알지? 민준은 피다 만 담배를 밟아 뭉개며 말을 보탰다.&lt;br&gt; 행복해 하고 있어.&lt;br&gt; 네 눈에 보이잖아.&lt;br&gt; 너도 알고 있잖아.&lt;br&gt; 그 일 권 제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.&lt;br&gt;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궁상떨지 말고 지금 하는 만큼만 해 줘.&lt;br&gt; 넌 해 보지도 않은 놈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? 알려고 해서 알아진 게 아니라 눈에 보인다고 했잖아.&lt;br&gt; 너희 둘 사랑하는 거 눈에 보여.&lt;br&gt; 서 로의 곁에서 행복해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이 보여.&lt;br&gt; 비로소 보이는 웃음이 서글펐다.&lt;br&gt; 민준아 나 제후의 핸드폰이 삐빅 신호음을 냈다.&lt;br&gt; 문자 메시지였다.&lt;br&gt; 제후가 말을 하려다 말고 메시지를 확인한다.&lt;br&gt; 누구야? 아란이? 어.&lt;br&gt; 6시에 경상대 앞에서 만나기로 한 걸 깜박했네.&lt;br&gt; 그러더니 제후는 이렇다 할, 양해도 구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뛰어 들어간다.&lt;br&gt; 그리고 수 분 후 다시 나와 정신없이 가방을 메고 경상대 건물이 있는 쪽으로 사라져버린다.&lt;br&gt; 뭐야, 저 녀석.&lt;br&gt; 얼음 왕자에서 공주의 똘마니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.&lt;br&gt; 혼자 남은 민준이 바닥에 떨어진 제 후의 담배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어본다.&lt;br&gt; 사랑을 하는 친구는 행복해 보였다.&lt;br&gt; 한 달음에 도착할 듯 걸음을 재촉했던 제후는 아란의 모습이 보이기 불과 몇 미터 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아란의 곁에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.&lt;br&gt; 저번에 본 채석이라는 아이는 아니다.&lt;br&gt; 아란이 그 남자와 다정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도, 미소를 지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발은 저절로 서버렸다.&lt;br&gt; 처음 보았을 땐 무작정 손을 낚아 채 데려오고 친구 앞에서 무례한 키스를 퍼붓기까지 했는 데 지금은 소중한 그녀를 그리 대할 맘도 대할 용기도 없다.&lt;br&gt; 하지만 잠시 동안 심장을 욱죄어 오는 통증은 사실이었다.&lt;br&gt; 지금은 가지 말라고 겁먹은 머리가 명령을 내린다.&lt;br&gt; 아란이 다른 남자와 얘기대화의 내용에 상관없이하는 모습만 보면 사라지는 자신감도, 언제 그녀가 그를 버리고 행실 좋고 반듯한 사람을 찾아 가버릴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었다.&lt;br&gt; 조심스러웠다.&lt;br&gt; 화를 낸다기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음을 알았던 듯 그 모습은 그리 오래 눈에 비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손짓을 해가며 대화 를 주고받던 남자가 목례를 하고는 사라진다.&lt;br&gt; 마찬가지 방법으로 인사를 받은 아란이 몸을 나무 그늘의 기둥에 기대며 이내 입 을 가리고 하품을 한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무심코 돌린 시야에 제후의 모습이 들어오자 아란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부른다.&lt;br&gt; 아까와는 다르게 서두르지 않는 보폭으로 제후는 아란에게 걸어갔다.&lt;br&gt; 오래 기다렸어? 이제 6시 20분밖에 안 됐는데요, 뭘.&lt;br&gt; 아란이 손목을 올렸다 내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오해하지 않도록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.&lt;br&gt; 오면서 보니까 누구랑 얘기하고 있던데 그 사람 누구야? 아, 봤어요? 여자 친구가 우리 학교 학생인데 처음 와서 길을 모른다고 그러잖아요.&lt;br&gt; 그럼 그렇지.&lt;br&gt; 설마 별다른 일이야 있겠어.&lt;br&gt; 다른 말은 안 했고? 에? 아아니, 이상한 추파 같은 거 던지지는 않았냐고.&lt;br&gt; 어휴, 이 병신! http://love.kbsyo.com 이상한 걸 물어본 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말은 왜 더듬는 거야.&lt;br&gt; 제후는 속 으로 수도 없이 제 머리를 쥐어박았다.&lt;br&gt; 그건 왜 물어보는 데요? 불현듯 민망해진 표정의 제후와 눈을 맞추던 아란이 눈을 깜박깜박 하더니 고개를 젓는다.&lt;br&gt; 그가 난감해하며 말을 더듬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너넌 내가 다른 여자랑 얘기하고 있으면 좋냐? 이런! 예, 아니오의 단답형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.&lt;br&gt; 그거야 당연히 그럼 됐어, 더 물어보지 마! 북 치고 장구치고 저 혼자 괜히 성질을 부리더니 제후는 혼자서 씩씩 걸어가 버린다.&lt;br&gt; 아란 이 졸졸 뒤를 따라온다.&lt;br&gt; 오빠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? 없었어.&lt;br&gt; 근데 왜 나한테 화내요? 화 안 냈어! 그러니까 자꾸 토 달지 마! 하지만 지금 화내고 있잖아요.&lt;br&gt; 서운함이 실린 음성과 함께 뒤를 따라오던 기척이 멎었다.&lt;br&gt; 제후가 뒤를 돌아보자 아란은 머 쓱한 팔을 쓸어내리며 서 있었다.&lt;br&gt; 상처받은 얼굴이었다.&lt;br&gt; 굳이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큰 눈에선 금방이라도 떼구르르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고여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 다시 제후의 상태를 확인시켜주었다.&lt;br&gt; 오빠 화내고 있다구요.&lt;br&gt; 한숨이 나온다.&lt;br&gt; 왜 소중히 여긴다면서, 좋아한다면서 난 왜 꼭 번번이 저 아일 울리고 마는 걸까.&lt;br&gt; 이제는 정말로 사랑인데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는 그녀였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마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착각에 재 빨리 손을 내밀어 아란의 팔을 잡았다.&lt;br&gt; 미안해.&lt;br&gt; 됐어요.&lt;br&gt; 사실은 그게그래! 리포트 쓰다가 나왔거든.&lt;br&gt; 모레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출하라고 교수가 닦달을 해서 아마 그것 때문에 신경이 좀 예민해져 있었나 보다.&lt;br&gt; 알았어요.&lt;br&gt; 아란은 잡히지 않은 쪽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.&lt;br&gt; 그럼 바쁘다고 얘기하지 뭐하러 나왔어요.&lt;br&gt; 나 혼자서도 집에 갈 수 있는데.&lt;br&gt; 관심도 없었던 리포트가 도움을 줬다.&lt;br&gt; 제후는 그의 말에는 의심을 할 줄 모르는 아란과 300 페이지 분량의 전공서적을 탐독하고 사흘 만에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교수에게 감사했다.&lt;br&gt; 너 어린애잖아.&lt;br&gt; 나 없으면 안 되는.&lt;br&gt; 새록 고이는 웃음에 비로소 마음을 놓고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.&lt;br&gt; 울었으니까 배고플 거 아냐? 손가락 사이로 빈틈이 채워졌다.&lt;br&gt; 조금 걷다 돌아보는 그의 웃음에 그녀도 붉은 눈을 하고 웃었다.&lt;br&gt; 그것가지고 양이 차? 제후가 보기엔 먹는 것 같지도 않았다.&lt;br&gt; 저녁 사준다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데리고 왔더니 아 란은 샐러드에만 손을 대고 식사를 끝낸다.&lt;br&gt; 배불러요.&lt;br&gt; 봐요.&lt;br&gt; 아란이 손을 펴서 조금도 나오지 않은 아랫배를 톡톡 친다.&lt;br&gt; 그래도 이거 먹고 내일 아침까지 버텨야 되잖아.&lt;br&gt; 정말 배 안 고프겠어? 먹는 걸로는 그렇게 욕심 안 나요.&lt;br&gt; 나중에 우리 아이 가졌을 때도 그럴까봐 겁난다, 야.&lt;br&gt; 애기가 뱃속에서 뭘 먹고 크겠냐? 그거야 모르죠, 그 때 가면 곰탕에 두 그릇씩 밥 말아먹을지.&lt;br&gt; 투덜대는 제후를 아란은 쳐다보며 웃는다.&lt;br&gt; 제후가 먹다 말고 고개를 든다.&lt;br&gt; 왜? 아뇨.&lt;br&gt; 그냥 오빠가 나랑 애기 낳을 때까지 살아줄 생각 하고 있는 게 신기해서요.&lt;br&gt; 아이 오빠 닮으면 예쁠 거에요, 그죠? 아란의 말을 들은 제후가 얼굴을 굳혔다.&lt;br&gt; 살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거지.&lt;br&gt; 부부는 동등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니까.&lt;br&gt; 명문 S대의 학벌과 국내 건설회사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의 딸, 귀족적이고 아름다운 외모.&lt;br&gt;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도 제후에 대해서는 항상 자기를 낮추어 보는 아란 이다.&lt;br&gt; 자격지심이 아니라 아직 그의 마음을 모르기에 저러는 것이다 이해는 하면서도 제후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거슬린다.&lt;br&gt; 네가 나에 비해 뭐가 부족한데.&lt;br&gt; 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계약 따윈 이제 신경도 안 쓰고 있어.&lt;br&gt; 그러니 네가 나에 대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일, 없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오빠는 사랑해 본 적 있어요? 조건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만 생각하면 자신이 형편없어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뭔지 알 수 있어요? 내가 뭐?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아니에요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0/tistory/2009/12/26/04/28/4b351260db4ff &gt;&lt;br&gt;&lt;br&gt;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아? 사람 궁금하게.&lt;br&gt; http://cye.daumkor.co.kr 있잖아요, 나 오늘 술 마시고 싶은데.&lt;br&gt; 심드렁하던 제후의 눈동자가 반짝, 놀란다.&lt;br&gt; 아란은 종업원이 접시들을 치운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말했다.&lt;br&gt; 오빠는 운전해야 되니까 관두고 나 마시는 거만 봐주면 안 돼요? 나 참.&lt;br&gt; 마시려면 같이 마셔야지.&lt;br&gt; 취하면 호텔 찾아서 하루 자면 되잖아.&lt;br&gt; 레스토랑을 나온 두 사람은 제후가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들른다는 호프집을 찾았 다.&lt;br&gt; 8시가 갓 넘은 초저녁인데도 단골들이 많아 벌써부터 시끌시끌했다.&lt;br&gt; 어렵사리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.&lt;br&gt; 뭐 마실래? 오빠가 정해요.&lt;br&gt; 난 아무 거나 상관없으니까.&lt;br&gt; 아란이 순진한 얼굴로 양 팔을 뻗어 소파를 짚고 다리를 모아 앉는다.&lt;br&gt; 투명한 유리 테이블 아래로 허벅지가 반은 보이는 미니스커트가 골반에서부터 아슬아슬하게 감고 있다.&lt;br&gt; 그러고 보니 내내 핸드백으로 허벅지를 가리고 있던 게 생각이 났다.&lt;br&gt; 비트 강한 댄스 음악 때문인지 어슴푸레 얼굴에 빛을 드리우는 조명 때문인지 늘 대하는 그 녀임에도 제후는 가슴이 떨린다.&lt;br&gt; 조금만 옆으로 가 봐.&lt;br&gt; 파트너가 있음에도 아란을 힐끔대는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영 못마땅했다.&lt;br&gt; 저 자식들, 감히 누구 걸 넘보는 거야? 왜요? 우리가 남이냐? 같이 앉게.&lt;br&gt; 아란이 안으로 물러 들어갔다.&lt;br&gt; 제후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안아 자 기 쪽으로 돌린다.&lt;br&gt; 저항도 않는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향이 녹아 입 안에서 뒤엉킨다.&lt;br&gt; 아란을 훔쳐보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하려던 것이었지만 애초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촉촉하고 도톰한 입술의 감촉에 취해버리는 제후였다.&lt;br&gt; 키스가 깊어지면서 아란이 반응을 보였다.&lt;br&gt; 팔을 제후의 목에 감고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.&lt;br&gt; 등줄기의 움푹 파인 부분을 제후의 손가락이 훑자 아란은 허리를 휘면서 몸을 바짝 갖다 붙인다.&lt;br&gt; 자잠깐만요, 오빠.&lt;br&gt; 등이 푹신한 소파에 닿기 직전에 아란이 제후를 떠민다.&lt;br&gt; 사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젠장, 뭐가? 입맛을 다시며 제후는 아란에게 기울였던 몸을 세워 주위를 둘러보았다.&lt;br&gt; 그녀의 말처럼 이 게 웬 떡이냐 쳐다보는 눈들이 많았다.&lt;br&gt; 언제 웨이터가 다녀갔는지도 모르게 세팅 된 테이블과, 처음에는 수북하게 올라왔을 맥주 거품의 얇은 층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바보 씹탱이들.&lt;br&gt; 남 연애하는 거 처음 보나.&lt;br&gt; 상황의 진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다가 제후는 마지못해 아란을 품에서 놓아주었다.&lt;br&gt; 그녀 는 부끄러운 눈빛이었지만 창피해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옷매무새를 바로 하며 앉는다.&lt;br&gt; 잘못 했어.&lt;br&gt; 제후는 1700㏄ 용량의 차가운 맥주를 작은 잔에 따라 마시고 입술에 묻은 거품을 혀로 쓰 윽, 핥아냈다.&lt;br&gt; 첨부터 호텔로 가는 건데 잘못했어.&lt;br&gt; 거기 가서 둘이 신나게 즐기는 건데.&lt;br&gt; 다른 데로 갈까요? 아란이 온기가 느껴지는 손을 제후의 무릎에 얹었다.&lt;br&gt; 자그마한 압박감에 제후가 마시던 잔 을 놓고 이게 무슨 뜻이냐는 듯 그녀를 쳐다본다.&lt;br&gt; 하다만 거 계속 하고 싶지 않아요? 말귀를 알아들은 제후가 금세 쿡, 웃었다.&lt;br&gt; 살다보니 요조숙녀 은 아란의 입에서 먼저 그걸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도 있구나 싶었다.&lt;br&gt; 좋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.&lt;br&gt; 경험자답게,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인간의 짧고 비밀 스런 사랑을 나누려면 어디가 좋은지는 숙지하고 있었다.&lt;br&gt; 형, 나 거기 좀 쓸게.&lt;br&gt;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눈짓을 하고 제후는 아란을 데리고 좁은 문을 나와 2층으로 올라 갔다.&lt;br&gt; 작은 문이 있었다.&lt;br&gt; 제후가 손잡이를 돌리고는 아란을 들어가게 했다.&lt;br&gt; 잠만 자는 곳인지 가구 하나 형광등 하나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.&lt;br&gt; 키 높은 창문으로 흘러들 어오는 달빛이 야트막한 침대를 비추는 곳이었다.&lt;br&gt; 달칵.&lt;br&gt; 등 뒤로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.&lt;br&gt;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.&lt;br&gt; 오늘 처음 만난 여자와 남자가 http://alr.me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밀애(密愛)의 장소를 찾은 것처럼 아 란과 제후는 잠시 눈을 맞춘다.&lt;br&gt; 그가 다가온다.&lt;br&gt; 붙잡히는 시선 속에서 천천히 긴장이 고조된다.&lt;br&gt; 제후의 팔이 허리를 감싸오자 아란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본다.&lt;br&gt; 하얀 손가락이 제후의 뺨을 스치고 머리칼을 만지다가 목젖을 스친다.&lt;br&gt; 붉은 입술이 탐스럽다.&lt;br&gt; 늘 품 안에서 익숙했던 향기가 어색하게 코를 스치고 떨리는 손가락의 감촉 아래로 부드러 운 피부는 사르르 밀려난다.&lt;br&gt; 음악소리가 귓가에서 웽웽 멀어져가고 맞닿은 심장소리는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.&lt;br&gt; 한껏 달아오른 숨결이 하나가 된 몸을 얽어 묶는다.&lt;br&gt; 뱅그르르 천장이 맴을 돈다.&lt;br&gt; 젖은 숨소리가 방 안을 메운다.&lt;br&gt; 절정의 신음소리가 공중에 부딪치고 야릇한 고통과 쾌감이 뿜어져 나온다.&lt;br&gt; 무저갱(無底坑)의 암흑까지 떨어졌다가 천국의 광명에까지 이른다.&lt;br&gt; 생명과 생명이 만나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들어맞은 그것은 사랑을 잉태한다.&lt;br&gt; 꿈인 듯 환상인 듯 시간이 멈춘다.&lt;br&gt; 앞으론 종종 술 마시러 와야 되겠는 걸.&lt;br&gt;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후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한바탕의 격렬한 운동(!)으로 땀을 빼고 난 다음에 마시는 맥주 맛은 더없이 좋았다.&lt;br&gt; 언제는 호텔 가서 둘이 즐기자면서요.&lt;br&gt; 제후가 쳐다보자 아란이 얼른 눈을 돌리고 입을 다문다.&lt;br&gt; 그녀의 하얀 목에 남은 키스마크가 조금 전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그래서 좋았다는 거야, 싫었다는 거야? 흔하지 않은 아란의 새침한 눈빛에 제후가 운전을 하면서 웃었다.&lt;br&gt; 앵 토라지는 입술이 귀엽 기만 했다.&lt;br&gt; 뭐나쁘지는 않았어요.&lt;br&gt; 차마 대답을 못하겠는지 미적미적, 말을 돌리지만 선수답게 제후는 속뜻을 낚아 채 낸다.&lt;br&gt; 괜찮았으면 집에 가서 한 번 더 할까? 카메라를 샀다.&lt;br&gt; 원하면 바로 찍어서 즉석에서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9f/17/bmwno110/folder/3/img_3_11_6?1261913794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웨딩 앨범 말고는 볼 만 한 사진을 채워 둔 앨범 하나 없다는 게 제후의 이유였지만 빛나는 두근거림으로 자리해가는 아란의 모습을 잃어버리기는 너무 아까워서 그랬다.&lt;br&gt; 제후는 자석이 달린 예쁜 팬시 제품을 사다가 냉장고에 사진을 붙여 놓기 시작했다.&lt;br&gt; 막 일 어나서 눈을 부비는 모습, 샤워를 하고 나와 젖은 머리를 터는 모습이며 놀이동산에서 재영과 놀아주는 모습 등, 제후의 손에 서는 카메라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.&lt;br&gt; 사진 찍는 걸 싫다고 손사래를 젓던 아란도 점차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다루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.&lt;br&gt; 한 번은 술을 마시고 들어와 퉁퉁 부은 제후의 얼굴을 몰래 찍었다가 냉장고에 붙여놓고 잠 이 깬 그에게 보여주면서 깔깔대기도 했다.&lt;br&gt; 길을 지나다 만난 귀여운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을 찍기도 했지만 그들 사진 속의 주인공은 거의 상대방이었다.&lt;br&gt; 사랑할 운명으로 만나게 된 것처럼 뒤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이었다.&lt;br&gt; 언제부터였을까.&lt;br&gt; 넌 언제부터 내 주위를 맴돌았을까.&lt;br&gt; 내가 모르던 시절의 넌 어떤 모습이었을까.&lt;br&gt; 어떤 http://shekorea.co.kr 모습으로 나를 사랑했을까.&lt;br&gt;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제후는 아란을 더듬어 봤지만 어느 한 조각 기억 속에도 그녀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았다.&lt;br&gt; 아란은 가슴에 안고 다니는 전공서적을 치우고 교복을 입혀놓으면 여고생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풋풋한 인상의 소유자였다.&lt;br&gt; 화려한 옷과 세련된 화장으로 자신을 치장해 남자를 유혹할 줄도 몰랐고 마음에 드는 남자 에게 먼저 접근하는 여자들의 화끈함은 흉내 내지도 못했다.&lt;br&gt; 결혼 전, 그런 여자들만을 찾아 부담 없이 즐겨왔던 제후 쪽에서 보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도 당연했다.&lt;br&gt; 설사 그녀를 알았다 하더라도 처녀를 망가뜨린 형부와처제사이 책임을 떠맡을 걸 염려해서 거절했을 것이다.&lt;br&gt; 제후는 간혹 등 뒤를 맴도는 아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.&lt;br&gt;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곧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 못하고 외면하는 서글픈 눈빛을.&lt;br&gt; 아란아 난 너를 확인해 보고 싶다.&lt;br&gt; 내게 손 내민 나를 찾아올 용기를 내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너를 위해 심장을 송두리째 내어버린 내 사랑을 알아주길 원한다.&lt;br&gt; 오늘 집에 못 들어온다구요? 벌써 술에 취했는지 전화기 너머 제후의 목소리는 분명하지 않았다.&lt;br&gt;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36/tistory/2009/12/26/04/28/4b35126c3ad66 &gt;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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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5d/c6/bmwno10001/folder/3/img_3_49_2?1261914232.jpg &gt;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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			<title>여자보지따먹기 ₂ 3주째</title>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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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
&lt;br&gt;여자보지따먹기 하나뿐인 딸의 행복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그저 이 결혼을 통해 들어올 회사의 유익과, 눈엣 가시 같은 전처의 딸과 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던 그들은 제후의 입장에서도 좋아질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나중에 다른 세상에 태어나면 그 때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어요.&lt;br&gt; 아란은 오빠도 포함해서요, 란 말은 하지 못했다.&lt;br&gt; 사람 무안하게 톡톡 쏘긴 하지만 친오빠 같은 다정함으로 그녀를 지켜주는 사람 제후의 사랑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.&lt;br&gt; 이렇게 의지할 가슴과 어깨가 있는 것으로 감사하자고 늘 심장을 달래는 그녀였다.&lt;br&gt; 나를 귀찮아하지 않는 사람들 곁에서요.&lt;br&gt; 아란의 한숨을 제후는 키스로 막았다.&lt;br&gt; http://tpan.kbsyo.com 촉촉하고 아찔한 입술의 감촉을 겉에서만 느끼기가 아쉬워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넣고는 뜨거운 향기를 나눠 삼켰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걸며 몸을 붙였다.&lt;br&gt; 그의 손에 길들여진 몸은 키스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며 떨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손이 아란의 등 뒤로 가 실크 원피스의 지퍼를 내렸다.&lt;br&gt; 가냘픈 허리를 따라 원피스 가 아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제후도 옷을 벗어던졌다.&lt;br&gt; 여행 얘기만 하고 내려갈 참이었는데 불이 붙자 멈출 수가 없었다.&lt;br&gt; 여느 때처럼 아란은 순결한 나신으로 제후를 받아들였다.&lt;br&gt;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거 친 움직임과 손길을 힘겨워하면서도 순종했다.&lt;br&gt; 제후는 녹초가 되도록 아란을 안고 또 안았다.&lt;br&gt; 미친 사람처럼 아란의 몸속에서 권 제후의 소유를 확인했다.&lt;br&gt; 그는 어느 샌가 그녀가 아니면 쾌락을 느낄 수 없는 남자로 길들여져 있었다.&lt;br&gt; 애 데리고 올라가서 뭘 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니? 손님들 오시는데 나와서 좀 맞지 않 고.&lt;br&gt; 누르면 붉은 물이 떨어질 것 같은 아란의 뺨과 제후의 옷자락을 쥐며 등 뒤로 숨는 그녀의 행동이 위에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권 회장 내외는 짐짓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.&lt;br&gt; 손님들이야 할아버지 만나러 왔지, 저 보러 왔어요? 사돈어른들이 오셨단다.&lt;br&gt;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니? 제후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.&lt;br&gt; 새어머니와 대면해야한다는 말에 핏기가 가시는 아란의 안색 을 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에서 싫다는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 어디 계시는데요? 옷을 쥔 아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.&lt;br&gt; 그녀는 제후의 등으로 바짝 몸을 붙였다.&lt;br&gt; 희미하게 떨 리는 작은 어깨가 안쓰러워서 제후는 견딜 수 없었다.&lt;br&gt; 권 회장이 손가락으로 귀한 손님이 아니면 모시지 않는 방을 가리켰다.&lt;br&gt;다른 손님들과 따 로 모셨다.&lt;br&gt; 매무새 가다듬고 들어가서 인사 여쭙고 나오거라.&lt;br&gt; 제후도 피하고 싶었다.&lt;br&gt; 가능하다면 평소에도 잘 지내냐는 전화 한 통 없는 부모 같지도 않 은 사람들과 아란을 대면시키는 이 상황을 그녀에게서 가려주고 싶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제후가 머뭇거리자 권 회장의 눈이 아란을 향했다.&lt;br&gt; 어서 들어가서 인사 드리거라.&lt;br&gt; 결혼하고 나선 처음인데 무척 보고 싶었을 것 아니냐.&lt;br&gt; 제후는 사정도 모르고 아란을 몰아다 붙이는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.&lt;br&gt; 그렇다고 보는 눈, 듣는 귀 많은 이 자리에서 사실을 얘기할 수도, 경거망동을 저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4.tistory.com/image/8/tistory/2009/12/26/02/46/4b34fa6070e3b &gt;&lt;br&gt;&lt;br&gt; 누나! 그 때 어디선가 남자아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아란의 다리에 매달려 얼굴을 비비댔다.&lt;br&gt; 아란이 몸을 굽히더니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 올렸다.&lt;br&gt; 이제 다섯 살이나 됐을까 누가 보면 엄마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녀를 빼닮은 꼬마였다.&lt;br&gt; http://naverpin.com  누구야? 내 동생 재영이요.&lt;br&gt; 결혼식 때 안 봤었어요? 하지만 아란이 넌외동딸이잖아, 라고 말하려다가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아마도 이 아 이는 새어머니에게서 난 의붓동생일 것이다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 누구야? 아저씨? 제후는 맹랑한 꼬마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.&lt;br&gt; 아란이 웃으며 동생의 말을 정정했다.&lt;br&gt; 재영아, 아저씨가 아니라 매형이야.&lt;br&gt; 누나랑 결혼한 사람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랑 결혼했어? 엄마랑 아빠처럼 같이 사는 거야? 아빠라기보다는 차라리 할아버지가 낫겠다.&lt;br&gt; 제후는 획, 팔짱을 끼며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 다.&lt;br&gt; 그럼 아기는 어디 있어? 결혼하면 엄마 아빠처럼 아기도 낳는 거잖아.&lt;br&gt; 재영이 동생 어디 있어? 덕분에 아란의 긴장이 덜어지긴 했지만 누나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 처남이 마음에 들지 않 는 제후였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목에 목도리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팔을 풀려는 찰나, 손님 방 문이 열리더 니 그녀의 부모님이 나왔다.&lt;br&gt; 아이를 어르고 있던 아란이 새어머니를 보고는 동생을 거실바닥에 내려놓았다.&lt;br&gt; 엄마한테 갈래, 재영아? 누나는 어디 가야 되거든.&lt;br&gt; 웅웅, 싫어.&lt;br&gt; 누나도 같이 집에 가.&lt;br&gt; 응? 재영아, 이리 온.&lt;br&gt; 저 낳아준 엄마가 부르는데도 재영은 누나에게만 매달려 징징거렸다.&lt;br&gt; 제후가 발을 공중으로 동동대는 아이를 떼어다 엄마에게 안겨주었다.&lt;br&gt; 고마워, 권 서방.&lt;br&gt; 그리고 너도 오랜만이구나.&lt;br&gt; 잘 지냈니? 새어머니의 마지못한 눈길이 아란에게 닿았다.&lt;br&gt; 염려했던 거와 달리 아란은 떨지도 않고 말 을 받았다.&lt;br&gt; 걱정해주신 덕분에요.&lt;br&gt; 아버지도 건강하시죠? 나야 늘 잘 있지.&lt;br&gt; 이 사람이 잘 http://bhe.shekorea.co.kr  챙겨주니까.&lt;br&gt; 아내의 어깨를 안으며 다정스레 대답하는 아란의 아버지를 보면서 제후는 역겨움마저 일었 다.&lt;br&gt; 당연히 그러시겠죠.&lt;br&gt; 힘들게 재혼하셨는데 오죽 하시겠어요? 삐딱한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.&lt;br&gt; 아란이 그러지 말라는 듯 제후의 팔을 잡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을 뿐 더러 제후도 그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.&lt;br&gt; 너무 사이가 좋아서 딸이 어떻게 사는지는 궁금하시지도 않나 봐요.&lt;br&gt; 저희 결혼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전화 한 통도 안 하시고 말입니다.&lt;br&gt; 저도 부러울 정도라니까요.&lt;br&gt; 농담 속에 드러나는 가시.&lt;br&gt; 은 사장 내외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흐려지는 것을 보며 권 회장 이 나섰다.&lt;br&gt; 제후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? 할아버진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히나 계세요, 소리가 이 사이에서 걸렸다가 목으로 넘어갔 다.&lt;br&gt; 제후는 조롱기를 입가에 걸었다.&lt;br&gt;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.&lt;br&gt; 하지만 없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뭘 잘못했는지 전 모르겠 는데요.&lt;br&gt; 제후야! 마침내 권 회장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제후가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오히 려 건방진 눈동자 속에 두 사람을 가두어 노려볼 뿐이었다.&lt;br&gt; 당신들도 깨달아야 돼.&lt;br&gt;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, 때늦은 사랑 놀음으로 무시당해 내쳐진 자식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당신들도 알아야 돼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그럼 천천히 놀다 가세요.&lt;br&gt; 저희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하거든요.&lt;br&gt; 얼굴 풀어.&lt;br&gt;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?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아란은 내내 불안한 얼굴이었다.&lt;br&gt; 너도, 지금 내가 너무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?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고?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해서 그래요.&lt;br&gt; 오빠도 괜히 저 때문에 은 아란.&lt;br&gt;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던 제후가 무서운 얼굴로 아란을 돌아보았다.&lt;br&gt; 말해두는 데 너하고는 상관없이 내가 한 말이야.&lt;br&gt;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대하는 그 분들 태도에 내가 기분이 나빠서 한 마디 한 거라고.&lt;br&gt; 알았어? 아란이 눈길을 돌리면서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기분 잡치게 그런 얼굴도 하지 말고.&lt;br&gt; 이래서야 둘이 여행 가는 기분도 안 나잖아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안 그럴게요.&lt;br&gt; 이러니 당하고만 살았지.&lt;br&gt; 제후는 침을 꿀꺽 삼키고 http://pttss.com/blog  화를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은 아란, 너 여기서 조금만 나빠지면 안 되겠냐? 까짓 망신 한 번 준 거 가지고 마음 쓰 지 마.&lt;br&gt; 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기나 할 거 같아? 사실은 아란이 입술을 오물거렸다.&lt;br&gt; 사실은 저도 속이 시원했어요.&lt;br&gt; 오빠가 그 말 안 했으면 내가 했을지도 몰라요.&lt;br&gt; 다만 오빠 가 할아버지 눈에 나는 건 아닐까, 사람들이 오빠 나쁘게 보면 어쩌나 그게 걱정됐어요.&lt;br&gt; 제후가 피식, 코웃음을 쳤다.&lt;br&gt;거기 온 손님 중에 나 그렇고 그런 놈인 거 모르는 사람 없 어.&lt;br&gt; 그래도 나 때문에 오빠 나쁘게 보이는 거 싫어요.&lt;br&gt; 정말로요.&lt;br&gt; 네 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기지 않는데 왜 네 눈엔 내가 안 보이는 걸까.&lt;br&gt; 제후는 속 이 쓰렸다.&lt;br&gt; 그만해라.&lt;br&gt; 빼도 박도 못할 말 가지고 가타부타 떠드는 거, 머리 아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35/tistory/2009/12/26/03/50/4b3509836031c &gt;&lt;br&gt;&lt;br&gt; 제후는 몸을 의자에 묻으면서 눈을 감았다.&lt;br&gt; 그를 가만, 쳐다보는 아란의 시선과 이내 고개를 돌리는 나즈막한 한숨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했다.&lt;br&gt; 기대하게 만들지 마.&lt;br&gt; 네 착한 눈빛을 마주하는 게 얼마나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 알아? 사랑은 느낄수록 괴로웠다.&lt;br&gt; 낯설고 힘들었다.&lt;br&gt;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호텔에서 보낸 VIP 전용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들어갔다.&lt;br&gt; 우와~예쁘다!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객실에 짐을 풀자마자 아란은 곧장 발코니로 뛰어나갔다.&lt;br&gt; 그러더니 인어공주가 되어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할 것처럼 난간을 손으로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.&lt;br&gt; 여기 진짜 마음에 들어요.&lt;br&gt;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감사하는 말씀 꼭 드려야겠어요.&lt;br&gt; 할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입었던 답답한 정장 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제후는 대답했다.&lt;br&gt; 그러던지.&lt;br&gt; 직접 마중을 나온 지배인의 말에 따르면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방이라고 했다.&lt;br&gt; 이틀을 머무는 데 190만원이고 사흘에 26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형의 허니문 패키지용 객실이란다.&lt;br&gt; 얼른 옷 갈아입어.&lt;br&gt; 바다 보고 싶다며.&lt;br&gt; 조금만 더 보구요.&lt;br&gt; 제후가 니트 셔츠에 청바지로 갈아입을 동안까지 아란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 음속에 불쑥 짓궂은 장난기가 돌았다.&lt;br&gt; 아쉬워하며 허리를 바로세우는 아란의 등에 제후의 가슴이 닿았다.&lt;br&gt; 그만 보고 가자니까.&lt;br&gt; 제후는 두 팔로 각각 아란의 어깨와 허리를 둘러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.&lt;br&gt; 아니면,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그냥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까? 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싫다.&lt;br&gt; 넌 내가 마법을 풀어줄 때만 살아 숨을 쉬는 인형이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그그치만 아까 집에서두 거긴 거기고 호텔에서 하는 건 처음이잖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목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를 헤치면서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물었다.&lt;br&gt; 불그스 름한 입술자욱과 고른 치흔(齒痕)이 남았다.&lt;br&gt; 게다가 우린 부부고어디에서도 거리낄 게 없어야 한다고.&lt;br&gt; 아란의 귓불을 깨물며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허리를 안았던 손이 내려가 스커트를 밀어올리고 매 끈한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.&lt;br&gt; http://yes1.net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.&lt;br&gt; 자어떻게 할까? 밖으로 나가서 멍청한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줄까, 아니면 이 곳에 서 갑자기 돌아선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감으며 입술을 맞댔다.&lt;br&gt; 등 뒤로 파닥이며 스커트를 들추는 바람만큼이나 그녀의 행동은 대담했다.&lt;br&gt; 아란이 입술을 떼었다.&lt;br&gt; 원해요.&lt;br&gt; 해요.&lt;br&gt; 한 음절이 숨어 나왔지만 제후는 그 말이 허락의 뜻임을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요정들의 눈물처럼 수정이 되어 떨어질 듯 잔잔한 물기가 아란의 눈에 고인다.&lt;br&gt; 아란아 그의 뺨을 쓸어내리는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나 겁쟁이야.&lt;br&gt; 나 너 데리고 도망 온 거야.&lt;br&gt; 밑도 끝도 없이 퍼 올리는 말이었다.&lt;br&gt; 어둠에 깊이를 감춘 우물에서 처음 두레박으로 퍼 올 린 맑은 물이었다.&lt;br&gt; 사실은 내가 오빠.&lt;br&gt; 제후의 팔 안에서 아란의 허리가 휘어지며 다가갔다.&lt;br&gt; 코끝이 부딪치는 거리에서 아란은 제 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.&lt;br&gt; 그 말 꼭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면, 하고 나서 오빠 마음 상하게 할 말이라면 하지 마요.&lt;br&gt; 사람들 떠나서 둘이 있는 거잖아요.&lt;br&gt; 그러니 아무 생각 하지 마요.&lt;br&gt; 여행 왔으니까 좋은 기억만 만들어요.&lt;br&gt; 아무도 끼워주지 말고 그냥 우리 생각만 하면서 지내요, 네? 그녀가 말하는‘우리’는 특별하게 들린다.&lt;br&gt; 너는 너, 나는 나가 아닌 우리.&lt;br&gt; 그런데 그 우리 사이에 누가 끼어들면 어떻게 하지? 하나도 아닌 둘.&lt;br&gt; 너를 좋아하는 사람,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가 널 영원히 차지할 수 있는 걸 막아버리 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? 너 좋아하 바로 그 때 제후의 핸드폰이 주인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긴장이 푹 수그러드는 걸 느끼면서 아 란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고 거실로 들어갔다.&lt;br&gt; 여보세요? 제후, 네 이 녀석! 할아버지셨다.&lt;br&gt; 제후는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알았어요, 알았어.&lt;br&gt; 제가 잘못했어요.&lt;br&gt; 이제 됐죠?! 제후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.&lt;br&gt; 그리고 아예 핸드폰의 배터리를 뽑아 버렸다.&lt;br&gt; 오빠아란은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.&lt;br&gt;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래.&lt;br&gt; 돌아가면 틀림없이 배로 혼나겠지만 아무도 너한테 뭐라 안 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.&lt;br&gt; 아란이 고개를 저었다.&lt;br&gt; 부부는 일심동체랬어요.&lt;br&gt; 오빠가 잘못한 건 내가 잘못한 거고 난, 오빠가 할아버지한테 혼 나는 거 싫어요.&lt;br&gt; 그래? 제후는 웃는 듯 마는 듯 입가를 찡그렸다.&lt;br&gt;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에 대해 ‘우리’를 강조하는 아란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.&lt;br&gt; 나중에 할아버지가 부르시면 저도 데리고 가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줄게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줘? 어감이 재미있었다.&lt;br&gt; 마지못한 미소는 진심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.&lt;br&gt; 하긴.&lt;br&gt;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 예뻐하시니까 너 데리고 가면 야단은 덜 맞겠다.&lt;br&gt;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미소가 제후를 따라 아란의 얼굴에 고였다.&lt;br&gt; 그저 바 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웃고 있으면 온 세상이 빛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http://mpq.kwsc.net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.&lt;br&gt;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아냐? 그건 다 권 제후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야.&lt;br&gt;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먼 손가락으로 가리킨 그를 보고 승원과 미진이 했던 말이었다.&lt;br&gt; 무표정한 얼굴을 녹여보고자 웬만한 미모를 갖춘 여자들이 줄줄이 덤벼들었지만 마음을 얻고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했다.&lt;br&gt; 떠난 사람이 여자가 먼저든 권 제후가 먼저든 그가 미련을 갖고 찾는 경우도 없다 했다.&lt;br&gt; 포기해.&lt;br&gt; 저 선배 맘 좀 뺏어보겠다고 설치다가 바보 된 애들 하나둘인 줄 아냐? 친구들의 만류에도 변함없던 절실한 외바라기에 하늘도 감동하셨는지 인연이 맺어졌고 심지 어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게까지 되었다.&lt;br&gt;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제후는 아란의 몸만은 좋아했다.&lt;br&gt; 진짜 속을 내비치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녀가 없으면 가끔 서운해 한다고 느꼈다.&lt;br&gt; 그리고 그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.&lt;br&gt; 바라만 보고 말도 못 걸던 옛날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을, 아란은 보내고 있었다.&lt;br&gt; 하지만 헤어지면? 나한테 싫증을 내고 계약을 끝내자고 말하면? 가슴에 싸한 통증이 찾아왔다.&lt;br&gt; 아란은 작은 콧소리 섞인 한숨을 쉬며 제후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안겼다.&lt;br&gt; 그리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시원한 향수냄새와 체취를 숨 속으로 담아 넣었다.&lt;br&gt; 언젠가 그가 떠날 때 언젠가 혼자 남겨질 때,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며 견딜 수 있도록.&lt;br&gt; 제주도로 밀월여행을 다녀온 다음부터 제후는 강의라든가 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15/18/yasisite/folder/8/img_8_312_7?1261914525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할 때를 빼 고는 아란을 옆에 붙이고 다녔다.&lt;br&gt; 결혼을 빨리 해서 못해봤던 평범한 데이트도 했다.&lt;br&gt; 강의가 비는 시간 틈틈이 전화를 하고 기다리고 만나고, 아란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녔다.&lt;br&gt; 같이 술 마실 시간도 없냐는 친구들의 비아냥거림도 권 제후, 사람 달라졌다고 신기한 눈으 로 쳐다보는 여자들의 시선도 상관없었다.&lt;br&gt; 그저 그만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.&lt;br&gt; 권 제후가 만든 시간 속에서 권 제후를 생각하는 것으 로 아란의 머릿속을 채워주고 싶었다.&lt;br&gt; 오빠, 이거 봐요! 아란이 갑자기 제후의 팔을 잡으며 멈춰 섰다.&lt;br&gt; 학교 앞 분식점에서 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소화 시킬 겸 아이쇼핑을 하다가 쇼윈도에 걸린 목걸이가 예쁘다고 들른 보석 전문점 안이었다.&lt;br&gt; 크리스탈로 만든 거래요.&lt;br&gt; 너무 예쁘죠? 아란이 가리킨 것은 손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큐피드 상이었다.&lt;br&gt; 앙증맞은 날개를 달고 하 트가 달린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.&lt;br&gt; 사줄까? 카운터에 있던 여직원 중 하나가 쪼르르 달려오는 걸 보며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정말요?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안 될 게 뭐야.&lt;br&gt; 너나 나나 어차피 돈만 남아도는 집 자식들이잖아.&lt;br&gt; 내가 맘만 먹으면 이 http://lcom.nanydaum.com 보석가게 전부를 사다가 안겨줄 수도 있다고.&lt;br&gt; 거드름을 피우는 제후의 말투에 아란이 웃는다.&lt;br&gt; 소리 없는 웃음에 그녀의 양 볼에는 깜찍한 볼우물이 진다.&lt;br&gt; 두 개였으면 좋겠는데 손때가 묻을까 조각상 아래 빌로드 천이 깔린 상자를 통째로 들고 있던 아란이 중얼거렸다.&lt;br&gt; 응? 이거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요.&lt;br&gt; 오빠하고 나하고 하나씩 나눠 갖게.&lt;br&gt; 짝 있어요, 손님.&lt;br&gt; 보여드릴까요? 옆에 있던 직원이 카운터로 따라 오란다.&lt;br&gt; 마음만 먹으면 이 보석가게 전부를 사서 안겨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던 까닭에 그녀의 태도는 굉장히 친절했다.&lt;br&gt; 여직원이 뭐라고 얘기를 하자 남자직원이 금고를 열더니 비슷한 크기의 상자를 꺼내고 뚜껑 을 연다.&lt;br&gt; 하트에 화살이 꽂힌 모양의 조각이 누워 있었다.&lt;br&gt; 예쁘다! 아란의 감탄사에 제후가 어깨를 으쓱, 했다.&lt;br&gt; 직원들과 주인의 낯에 화색이 떠오르는 걸 보니 꽤 값이 나가는 모양이었다.&lt;br&gt; 두 분 사귀는 사이세요? 귀족적인 고상함에 적당한 반항기가 돋보이는 근사한 외모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 였다.&lt;br&gt; 여자의 예쁘다는 말 한 마디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꺼내고 카드를 긁는, 성격 화끈한 남자 의 뒷모습을 보던 여직원 하나가 상자 두 개를 포장하며 말을 붙인다.&lt;br&gt; 남자친구가 아가씨한테 푹 빠져 있는 것 같던데 그래요? 아란은 가게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 제후를 창 너머로 쳐다보며 대답했다.&lt;br&gt; 가능성은 없었지만 듣기는 좋았다.&lt;br&gt; 이왕이면 커플링도 하지 그래요? 혼자 덜렁하니 우정 반지 같은 거 끼지 말고, 사귄지 오 래 된 사이면 웃고 있던 아란의 얼굴이 굳어버렸다.&lt;br&gt; 즐거워서 까닥거리던 손가락의 움직임도 투명한 유리 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저희, 부분데요.&lt;br&gt; 부부요? 그치만 남자 분은 반지를 끼고 있지 않던 손님의 달라진 표정을 보고 여직원은 입을 다물었지만 말은 뱉어진 다음이었다.&lt;br&gt;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비참함이었지만 아란은 막 포장이 끝난 상자를 들고 훌쩍 밖으로 나와 버렸다.&lt;br&gt; 더 듣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모르는 사람에게 계약에 묶인 부부라서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형식상의 관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약속.&lt;br&gt; 아란아! 담배를 태우며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던 제후는 그가 기다리는 것조차 잊은 듯 앞 을 지나쳐 황망히 걸음을 옮기는 아란을 보고 대충 통화를 마무리 하고 그녀에게 뛰어갔다.&lt;br&gt; 어디 가.&lt;br&gt; 오늘 할아버지 만나러 가기로 아란의 팔을 잡아 돌려세운 제후는 뜻밖에도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과 http://naveryo.com/naver/1575.php 맞닥뜨린 순간 말 을 끝맺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.&lt;br&gt; 원망, 분노 하여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이었다.&lt;br&gt; 낼까요? 목이 메는 음성으로 아란은 제후를 쳐다봤다.&lt;br&gt; 그냥 우리 여기서 끝낼까요? 뭐? 할아버지 앞에서 오빠가 사 준 선물이라고 좋아하며 자랑하는 아란의 얼굴을 볼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제후의 낯이 구겨졌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라면 그냥 여기서 끝내자고요!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을 시간도 달래줄 틈도 없었다.&lt;br&gt; 하얀 얼굴 가득 눈물을 터트린 아란 은 그대로 뒤돌아서 뛰어가 버렸다.&lt;br&gt;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.&lt;br&gt; 아란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그만큼 당황스러웠다.&lt;br&gt; 바닥 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 올리며 제후는 아득한 불안함으로 심장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.&lt;br&gt; 죄죄송합니다, 손님.&lt;br&gt; 아까의 여직원이 옆에 서 있었다.&lt;br&gt; 제가 실수를 했어요.&lt;br&gt; 두 분이 결혼하신 줄도 모르고 그만 커플링이나 하는 게 어떻겠냐 고 커플링? 제후는 무심결에 왼손 약지를 내려다보았다.&lt;br&gt; 아란과는 달리 어떤 구속도 허용치 않을 것처 럼,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텅 비어 있는 그의 손가락을.&lt;br&gt; 직원이 알고 말했던 것도 아니고 제후의 고의도 아니었지만 비싼 선물을 덥석 안겨주고는 아란의 마음을 깔아뭉갠 꼴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진작에 끼고 다녔어야 했는데 쑥스러움에 미뤄두었던 일이 치부를 드러내 그녀가 망신을 당 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뭐야?! 당신 눈에는 그 비싼 반지가 고작 우정 반지로 보였단 말야? 죄죄송합니다.&lt;br&gt; 정말 죄송합니다.&lt;br&gt; 어떻게 보상을 해야 이 여자에겐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후는 화가 났다.&lt;br&gt; 아니 그보다, 바람이 팽팽했던 풍선이 터져버린 것 같은 아란의 눈동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.&lt;br&gt; 화를 냈다는 건 그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뜻인데 말이다.&lt;br&gt; 나한테 기대를 해? 그 남자가 아닌 나한테? 본가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었다.&lt;br&gt; 할아버지가 생신 때의 일에 대해 뭐라고 꾸중을 하셨는지 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제후는 집에 가면 아란의 화를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가만 고민하고 있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c2/73/baek6217/folder/208/img_208_1584_19?1261913027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여자의 눈치를 보는 일이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라면 용기를 낼 수도 있는 제후였다.&lt;br&gt; 불안하진 않았다.&lt;br&gt; 어느 덧 심장을 내 준 사람이기에 그리고 문득 문득 기대를 갖게 만드는 아란의 행동에 대한 설레임이 가슴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.&lt;br&gt; 상한 속을 달래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라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건 아닌가 했지만 옥외 주차장에서 떨리는 맘으로 올려다 본 그들의 보금자리에는 불이 커져 있었다.&lt;br&gt; 저녁나절, 그렇게 아란과 헤어지고 내내 구겨져 있던 제후의 얼굴이 반가움으로 펴졌다.&lt;br&gt; 엘 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고작 3층 내려오는 http://naveryo.com/naver/2543.php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.&lt;br&gt; 가쁜 호흡에 들먹이는 심장을 억누르며 벨을 누르려는 찰나 문이 먼저 열렸다.&lt;br&gt; 왔어요? 어응.&lt;br&gt; 아까 그러고 간 게 미안해선지 아란은 어색한 음성으로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래도 죄책감이 드는 건 아란이 아니라 제후 쪽이었다.&lt;br&gt; 집에는 언제 왔어? 온 지 한 시간쯤 됐어요.&lt;br&gt;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아란의 어깨에서 바람이 인다.&lt;br&gt; 그 모습을 보자 잠시나마 가졌던 제 후의 설레임은 구석으로 밀려난다.&lt;br&gt; 아까 그 말 왜 한 거야? 내던지는 말이 퉁명스러웠다.&lt;br&gt; 아란이 침실로 향하던 걸음을 멈춘다.&lt;br&gt; 말해두겠지만 우리 결혼 오빠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죠.&lt;br&gt; 아란이 말을 가로채며 뒤돌아섰다.&lt;br&gt; 내가 아쉬워서 매달린 결혼이니까 혼자였던 생활로 돌아간다고 해도 오빠는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거죠?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? ! 내 마음 같은 거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거죠? 내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받아들였는지 오빠한테는 아무 상관없는 거죠? 굵은 눈물방울이 아롱져 바닥으로 떨어진다.&lt;br&gt; 제후는 울컥하는 마음에 아란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.&lt;br&gt; 그러는 넌! 너만 아픈 게 아니란 말이다.&lt;br&gt;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로 두고 사는 나는 편한 줄 알아? 멀쩡한 줄 알아? 넌 뭘 그렇게 잘했는데? 날 다그칠 만큼 순결한 요조숙녀에 조강지처야? 겉으로는 나밖 에 모르는 여자처럼 하고 다녀도 막상 뒤로는 여우짓하고 다니는 지 어떻게 알아? 아니에요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 오빠밖에 없어요.&lt;br&gt; 왜 몰라요 꼭 말로만 해야 되는 거에요? 마음으로 날 봐줄 수는 없는 거에요?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악에 받친 한 마디가 아란의 입을 뚫고 터져 나왔다.&lt;br&gt;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 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제후의 눈빛이 주춤했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손을 뿌리쳤다.&lt;br&gt;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축하한다는 말 듣고 싶었어요.&lt;br&gt;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더 이상 비참해질래야 비참해질 수도 없었다.&lt;br&gt; 손으로 가리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 큼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 걸 느끼며 아란이 뛰쳐나간다.&lt;br&gt; 멍하니 서 있던 제후가 탕! 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.&lt;br&gt; 아아란아! 제후는 신발도 신지 않고 따라 나갔지만 아란은 보이지 않았다.&lt;br&gt; 두리번거리며 황급한 심정 으로 그녀를 찾는 그의 귀에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꺄아악! 사람이 다쳤어요, 누가 좀 도와줘요! 설마 하는 불안감에 심장이 내려앉으면서 소름이 돋았다.&lt;br&gt;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 서 제후는 여자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.&lt;br&gt; 계단이 있는 곳이었다.&lt;br&gt; 사람들이 그리로 모여들었다.&lt;br&gt; 이름도 모르는 이웃들을 헤치고 들어간 제후의 눈이 커졌다.&lt;br&gt; 아란아! 계단 아래,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분명 아란이었다.&lt;br&gt; 벗겨진 한 짝의 신 발이 계단 중간에 걸쳐져 있었다.&lt;br&gt; 아란아, 제발! 넋 나간 표정으로 아란을 안아든 제후가 창백해진 그녀의 뺨을 두드리다 말고 웅성대며 모 여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.&lt;br&gt; 뭣들 하는 거에요! 사람이 다쳤는데! 구급차, 누구 구급차 좀 불러줘요!! 가벼운 뇌진탕이라면서! 그거 말고는 다친 데도 없다면서 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? 방안이 다 쩌렁쩌렁 울렸다.&lt;br&gt; 의사 생활 25년에 http://ccc1.me/naver/659.php 이렇게 막 되먹고 시끄러운 보호자는 처음 보겠다고 생각하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을 꺼냈다.&lt;br&gt; 자자, 일단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으십시오.&lt;br&gt; 그래야 저도 무슨 말씀을 드리던지 할 것 아 닙니까? 뒤에 서 있던 권 회장이 제후의 어깨를 두드렸다.&lt;br&gt; 노인의 자애로운 눈빛이 거친 감정에 휩 싸인 손자의 마음을 다독였다.&lt;br&gt;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환자분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.&lt;br&gt; 약간의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 은 것 외에는 이봐, 의사 선생!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? 뭔가 새로운 걸 얘기해 보라고! 나는 왜 아란이 가 깨어나지 못하는지에 묻고 있잖아! 제후야! 할아버지의 엄한 목소리에 제후는 억지로 숨을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문제는 환자분이 거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.&lt;br&gt; 무의식중에 깨어나는 걸 거부하는 것 같습 니다.&lt;br&gt; 뭔가 두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.&lt;br&gt; 그럼 어떻게 해야 지금으로썬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.&lt;br&gt; 어떤 확약도 드릴 수가 의사가 말끝을 줄였다.&lt;br&gt; 제후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.&lt;br&gt; 구급대에 실려 온지 벌써 사흘 밤낮을 넘겼는데 아란은 죽은 듯이 잠만 잘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.&lt;br&gt; 죽은 듯이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 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 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무너졌다.&lt;br&gt; 이대로 영원한 잠에 들어 깨어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, 다시는 아란의 맑은 웃음을 볼 수 없 는 건 아닌가 방정맞은 생각들이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머릿속을 오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지친 발을 끌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깊은 잠에 든 아란의 얼굴은 평온해보였지만 그와 함께 하는 일상이 두려워 일어나지 못한 다는 말에 제후의 가슴은 핏빛 멍울이 지고 몇 톤짜리 돌을 얹은 것 마냥 무거웠다.&lt;br&gt; 다가가 의자를 끌어다놓고 앉았다.&lt;br&gt;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대고 눈을 감았 다.&lt;br&gt; 눈물 한 줄기가 제후의 뺨을 타고 흘렀다.&lt;br&gt; 아직은 아직은 아니잖아.&lt;br&gt; 나한테 실망하고 화나더라도 내가 철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참아주라.&lt;br&gt; 부부란 원래 그런 거 잖아.&lt;br&gt; 나란 놈한테 실망해서 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널 채웠다고 해도 이런 모습이 마지막이면 안 되는 거잖아.&lt;br&gt; 아란아 내 목소리 들리면 좀 일어나봐.&lt;br&gt; 내 마음 알기 http://tpan.kbsyo.com 전까지는 멀리 가지마.&lt;br&gt; 나 놔두고 혼자 먼 데로 떠나지마.&lt;br&gt; 다시 그녀 없는 시간이 흘렀다.&lt;br&gt; 네 번의 낮과 밤이 일상을 만들며 지나갔다.&lt;br&gt; 학교에는 가야 된다는 할아버지의 엄명에 따르 긴 했지만 제후는 아란의 간호를 맡은 사람이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 이었다.&lt;br&gt; 강의가 끝나면 끼니를 챙길 틈도 없 이 달려오곤 했다.&lt;br&gt; 제 에미 애비가 죽은 후로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중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권 회장은 손 자며느리가 걱정되면서도 아란에게 몰두하는 제후의 모습을 다행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았다.&lt;br&gt; 제후는 남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생일에 아란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모르는 척 했던 것도 손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였다.&lt;br&gt; 아란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쉴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마음이 안식처를 찾았다는 걸 말이다.&lt;br&gt; 이제 미움 받는 역할은 그만해도 될 것 같군.&lt;br&gt; 그동안 수고했네.&lt;br&gt; 어느 날 새벽인가 아란을 간호하다 곁에 엎드려 잠이 든 제후를 보며 권 회장은 병실을 나 와 밖에서 문병 차, 들렀던 공범에게 말했다.&lt;br&gt; 그 녀석이 미처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처음부터 좋아했을 걸요.&lt;br&gt; 민준이 미소로 답했다.&lt;br&gt; 그런데 언제쯤 말해주는 게 좋을까요? 이번 일도 있고 두 사람 다, 슬슬 진실을 알 때도 된 것 같은데.&lt;br&gt; 내버려 두게.&lt;br&gt;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제 3자보다 서로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제일 행복할 테니까.&lt;br&gt; 제후가 마음을 숨기는 바보짓만 하지 않는다면요.&lt;br&gt; 그 때 낮은 굽의 샌들을 신고 복도를 뛰어오는 간호사 한 명이 있었다.&lt;br&gt; 그녀는 권 회장에게 다다르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.&lt;br&gt; 은 아란씨 보호자 되시죠? 빨리 병실에 좀 와주셔야겠어요.&lt;br&gt; 우리 아이가 깨어났습니까? 그게 아니고 병실로 환자분의 아버지라는 분이 찾아오셨는데 손자 분이 막 더 듣지 않아도 상황을 짐작하는 권 회장이었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알고 있는 이상은 그랬다.&lt;br&gt; 어둠에 묻힌 복도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병실이 http://naverpin.com 있었다.&lt;br&gt; 활짝 열린 문으로 넓은 용적의 빛이 바닥을 비추고 거기선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가! 여기서 사라지라고! 당신이 무슨 아버지라고 딸이 다쳐서 입원해 있는데도 일주일 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당신이 무슨 아버지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18/tistory/2009/12/26/04/13/4b350ebe8a0d3 &gt;&lt;br&gt;&lt;br&gt; 의사가 뭐라고 한 줄 알아? 잘못하면 평생 저러고 있을 수도 있대.&lt;br&gt; 부모라는 사람들이 결 혼이란 명목으로 팔아넘긴 딸이 영원히 잠들어서 죽을 때까지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대! 그거 알기나 해? 깨어나면 두려 운 일이 기다리는 것처럼 깨어나는 걸 거부하고 있대.&lt;br&gt; 이보게 권 서방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란의 아버지가 사위에게 낯을 보이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후 가 말을 가로챘다.&lt;br&gt; 당신과, 당신의 새 아내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짐이었는지 몰라도 아란이 이제 나한테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야.&lt;br&gt; 누구한테도 상처받지 못하게 내가 지킬 거고 아무도 이 아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일 있으 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그러니 가.&lt;br&gt; 여기서 사라지고 다시는 오지 마! 절규.&lt;br&gt; 그리고 차마 말해주지 못한 사랑.&lt;br&gt; 우리 누나 아파?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문틈으로 제후와 은 사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권 회장과 민준의 귀에 아이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누나 이제 못 일어나? 재영이었다.&lt;br&gt; 엄마보다 배다른 누나를 더 따르던 그녀의 동생이었다.&lt;br&gt; 아저씨 우리 누나 죽었어?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재영이 제후의 바지를 잡고 흔들었다.&lt;br&gt; 재수 없는 소리 집어 쳐! 죽긴 누가 죽었다고 그래! 아이의, 아란을 빼닮은 눈동자에 다시금 죄책감이 스며들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이가 놀랄 수 있다 는 것도 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.&lt;br&gt; 방금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끅끅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재영은 누나의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.&lt;br&gt; 부벼대는 눈이 붉었다.&lt;br&gt; 제 후는 한숨을 쉬며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었다.&lt;br&gt; 미안하다, 꼬마야.&lt;br&gt; 아저씨가 잘못했어.&lt;br&gt; 누나 안 죽어.&lt;br&gt; 그냥 자고 있는 거잖아.&lt;br&gt; 일어날 거야.&lt;br&gt; 꼭 일어나서 널 안아줄 거야.&lt;br&gt; 누나에게 http://bhe.shekorea.co.kr 그랬던 것처럼 재영은 제후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.&lt;br&gt; 아이들 특유의 달콤한 체취가 한가득 안겨왔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안듯이 아이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달랬다.&lt;br&gt; 아무 일 없을 거야정말로.&lt;br&gt; 목이 메어왔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민준이, 그리고 할아버지가 문간에 서 있었다.&lt;br&gt; 본의 아니게 엿들은 꼴이 되어 버렸구나, 미안하다.&lt;br&gt; 언제 오셨어요? 그리고 민준이 너는? 제후는 재영을 안은 채로 일어났다.&lt;br&gt; 아란이 문병 왔다가 할아버지를 만나서 담배 한 대 태우고 들어오는 길이야.&lt;br&gt; 괜찮아? 네 녀석 온 건 하나도 안 반가워.&lt;br&gt; 민준이 피식 웃으며 사돈과 함께 나가는 권 회장을 쳐다봤다.&lt;br&gt; 은 사장의 무거운 걸음새를 보아하니 긴 얘기가 될 것 같았다.&lt;br&gt; 곧 반가워하게 될 걸.&lt;br&gt; 너, 나하고 잠깐 얘기 좀 하자.&lt;br&gt; 아란이 걱정되면 여기서 해도 좋 고.&lt;br&gt; 옆 침대에 재영을 재워놓고 있을 때 캔 커피 두 개를 든 민준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너 어제도 밤샜다면서 몸은 괜찮은 거냐? 중간 중간 자니까 견딜 만 해.&lt;br&gt; 달고 시원한 냉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잠이 깨는 듯 했다.&lt;br&gt; 아란이 좋아하지? 캔을 들어올리던 제후의 손이 공중에서 우뚝 멈췄다.&lt;br&gt; 내 말이 맞냐?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가 제후의 입가를 맴돌았다.&lt;br&gt; 민준이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뭐 너 하는 짓 봐선 묻지 않아도 당연한 얘기다만 그냥 확인해 본 거다.&lt;br&gt; 그 때 내가 아 란이 좋아한다고 했던 거 기억 나냐? 그래서.&lt;br&gt;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?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냐? !! 경악의 표정이 제후의 얼굴에 떠올랐다.&lt;br&gt; 민준이 바닥에 깔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캔을 살살 흔들었다.&lt;br&gt; 그래, 맞아.&lt;br&gt; 나 너한테 거짓말 했다.&lt;br&gt; 난 너 만큼이나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친 구의 여자를 노릴 정도로 비열한 놈은 아니야.&lt;br&gt; 그런데 왜 나한테 부탁한 사람이 있었어.&lt;br&gt; 네가 행복해지기를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이.&lt;br&gt; 할아버지가? 민준은 제후의 생각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.&lt;br&gt; 내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어땠을 거 같냐? 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 서투르잖아.&lt;br&gt; 할아버 지는 진실을 깨닫도록 너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거야.&lt;br&gt; 지기 싫어하는 네 성격에 누가 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가만히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싫어도 http://pttss.com/blog 지키려고 노력할 테니까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신 거지.&lt;br&gt; 결 국 할아버지의 판단은 옳았고 지금 넌 여기 이 자리에 있잖아.&lt;br&gt; 아란이도 이 사실 알아? 몰라.&lt;br&gt; 아마 내가 자기한테 접근한 게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걸.&lt;br&gt; 그 녀석, 너도 알겠 지만 사람을 너무 잘 믿어.&lt;br&gt;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도 안 하고 덥석 믿어버려.&lt;br&gt; 제후는 허무함에 웃음이 나왔다.&lt;br&gt; 그 동안의 고민이 다 쓸데없는 거였다니.&lt;br&gt; 말이나 들어보자.&lt;br&gt; 너 아란이 찾아가서 뭐라고 했냐? 어느 덧 경계심을 풀은 눈동자였다.&lt;br&gt; 민준이 싱긋 웃었다.&lt;br&gt;궁금하냐? 그걸 말이라고 해? 할아버지랑 짜고 나 속인 건 괘씸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용서해준 다.&lt;br&gt; 음처음엔 반지 얘기 하면서 속을 찔러봤고 두 번째는 너희들이 계약 결혼 한 거 알고 있다고 했고, 세 번째는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지.&lt;br&gt; 그랬더니 뭐래? 선배가 뭘 원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을 거에요, 그러더라.&lt;br&gt; 아마도 내가 자기한테 구애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나봐.&lt;br&gt; 순진한 녀석.&lt;br&gt; 진심하고 장난도 구분 못하는 바보.&lt;br&gt; 가까이 있으면서도 참 어려운 사랑을 하는 커플이었다.&lt;br&gt; 자식이, 그러는 저는 바보짓 안 한 줄 아나.&lt;br&gt; 민준은 아직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생 각하는 어리석은 친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.&lt;br&gt; 너도 속아 넘어갔으면서 뭘 그래.&lt;br&gt; 나한테 주먹질까지 하고.&lt;br&gt; 한 민준 연기력이 좋았던 거지.&lt;br&gt; 정작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지만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비단 아란의 입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에서라도 그녀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고도 멀쩡할 자신이 없었다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왜.&lt;br&gt; 나 힘들다.&lt;br&gt;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데 그 아이가 원하면 보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놔 줄 수가 없어.&lt;br&gt; 욕심 부리면 정말 아란이가 달아날지 모르는데 원래 사람 좋아하는 건 다 그런 거야.&lt;br&gt; 민준은 제후의 어깨를 툭툭 쳤다.&lt;br&gt; 그리고 너처럼 지극정성인 남자 놔두고 어딜 가겠냐? http://yes1.net 도망가더라도 일주일 동안 잠 못 자 고 밥 못 먹어가며 고생한 네 은공은 갚고 가라고 그래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웃으라고 한 말이었는데 친구를 부르는 한숨이 깊었다.&lt;br&gt; 그런 만큼 그의 사랑도 깊었다.&lt;br&gt; 아란이 쓰러졌던 날, 나한테 처음 화를 내더라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 나 하냐고,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막 울어 버리더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5d/c6/bmwno10001/folder/3/img_3_50_10?1261914302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아무 에게도 축하받은 적 없다던 생일날에 날 만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에 단 한 사람 오빠한테만은 축하받고 싶었다고 그러더 라.&lt;br&gt; .&lt;br&gt; 사랑이 없어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난 항상 그 앨 다치게만 만들더라.&lt;br&gt; 나중에 보니 까 내가 그 앨 내쫓아버렸더라.&lt;br&gt; 제후야 아, 맞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면 늦기 전에 끝내자고 아란이가 그러더라.&lt;br&gt; 한 민준, 너 어떻게 생각해? 나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? 걸리는 게 많군.&lt;br&gt; 민준은 한 조각 희망도 남지 않은 얼굴로 넋두리를 하는 친구가 가여웠다.&lt;br&gt; 그리고 그의 이런 사랑을 모른 채 마음을 가두고 잠이 들어있는 아란에게 화가 나려고 했다.&lt;br&gt; 아란이 보내고 너 혼자 살 자신 있어? 자신이야 있지.&lt;br&gt; 미쳐버릴 자신.&lt;br&gt; 죽어도 돌아볼 사람 없으니 원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 자 신.&lt;br&gt; 그럼 보내지마.&lt;br&gt;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다 꼭 붙들어 두고 살아.&lt;br&gt; 내가 너 사랑하니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곁에만 있어달라고 졸라.&lt;br&gt; 은 아란은 착하니까 소원을 들어줄 거야.&lt;br&gt; 억지 부려서 더 정 떨어진다고 하면? 이런 겁쟁이! 권 제후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? 그럴 일 없을 거야.&lt;br&gt; 내가 장담해.&lt;br&gt; 민준은 제후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웃어주었다.&lt;br&gt; 제후를 향한 아란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친구는 확실히 달라졌다.&lt;br&gt; 조각 같은 외모와 냉담한 분위기로 여자들을 녹이던 권 제후 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.&lt;br&gt; 사랑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겁을 내고 두려워하고, 고 민을 했다.&lt;br&gt; 만약 아란이 끼고 다니던 순결반지의 주인공이 바로 자기라는 걸 알게 되면 제후가 뭐라고 그럴까 문득 궁금해지는 민준이었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병원 로비.&lt;br&gt; 그를 배웅하러 나온 친구에게 민준은 마지막 충고를 했다.&lt;br&gt;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아란이네 아버지한테 심하게 굴지 마라.&lt;br&gt; 판단은 네가 아니라 아란 이의 몫으로 남겨둬야지.&lt;br&gt; 아무리 그래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분 아니냐.&lt;br&gt; 알았어.&lt;br&gt; 아란이 일어나면 그동안 장난쳐서 미안했다고 대신 사과도 건네주고.&lt;br&gt; 알았다니까.&lt;br&gt; 택시를 부른 민준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든다.&lt;br&gt;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 제후는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아직도 깊은 잠에 들어 있는 아란을 보았지만 이제는 기다림마저 달가웠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의식을 잃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잠이 들어 있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보며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키스를 하면 일어나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마저 들었다.&lt;br&gt; http://mpq.kwsc.net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깨어 있을 때처럼 여전히 보드랍고 향기가 난다.&lt;br&gt; !! 세 번째 키스를 하고 제후가 얼굴을 들려했을 때 목에 둘려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늘고 미약 한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졌다.&lt;br&gt; 설마, 설마!!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기대감에 제후는 감았던 눈을 떴다.&lt;br&gt;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아란의 눈 동자가 무려 8일 만에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너너 말이 나오질 않았다.&lt;br&gt; 한없이 기쁜 순간에 너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.&lt;br&gt; 응, 나 일어났어요.&lt;br&gt; 나 진짜 많이 잤죠? 젠장!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에 왈칵, 목이 메어 오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은 제후의 몸을 가만히 밀면서 일어났다.&lt;br&gt; 제후가 얼른 아란의 어깨를 잡아 부축해주었다.&lt;br&gt; 그래, 이 잠꾸러기야.&lt;br&gt; 무슨 잠을 8일씩이나 자냐?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겨주다가 제후는 부서질 것 같은 아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.&lt;br&gt; 며 칠 사이 수척해진 몸에, 줄무늬 환자복 속으로 느껴지는 헐거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빨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누가 발을 잡고 안 나줬어요.&lt;br&gt; 눈을 뜨고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반겨줄 사람 아무도 없다고 그냥 여기서 살라고 그랬어요.&lt;br&gt; 까만 옷에 얼굴도 없는 무서운 사람이 자꾸 날 붙잡았어요.&lt;br&gt; 무서웠어? 아란은 대답을 하지 않고 손깍지를 끼어 제후의 등을 안았다.&lt;br&gt; 그의 어깨 언저리가 천천히 젖어왔다.&lt;br&gt; 그녀의 몸이 흐느낌으로 떨리고 있었다.&lt;br&gt; 미안해 입술을 깨물었다.&lt;br&gt; 가까스로 참아내는 그녀의 눈물은 고통이 되어 제후의 심장으로 배겨왔다.&lt;br&gt; 다시는 너 혼자 무서운 꿈에 남겨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.&lt;br&gt; 여자보지따먹기 우린 항상 같이 있을 거야.&lt;br&gt; 언제든 널 지켜줄 거야.&lt;br&gt;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그리고 나도, 널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아란의 감은 눈꺼풀에 입을 맞추며 제후는 말했다.&lt;br&gt; 창 밖으로 먼동이 트고 있었다.&lt;br&gt;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 날과 하늘을 두고 제후는 그렇게 가 슴을 저리며 찾아온 첫사랑을 고백했다.&lt;br&gt; 아빠가 새엄마랑 헤어지기로 했대요.&lt;br&gt; 은 사장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아란이 저녁때를 훌쩍 넘겨 들어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아빠 없는 동안에 나한테 함부로 한 거 전주댁 아줌마한테 들었나 봐요.&lt;br&gt; 그동안 아빠 노 릇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그랬어요.&lt;br&gt; 전주댁 아줌마는 아란이 여섯 살 때부터 은 사장네 살림을 봐줬던 사람이었다.&lt;br&gt; 엄마가 돌아 가시고 나서 유일하게 정을 붙인 사람이라고, 새 엄마가 들어와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면서는 더욱 의지를 했던 사람이라 고 아란은 얘기하곤 했었다.&lt;br&gt; 재영이는? 엄마가 데려가서 키운다고 하셨는데 확실한 건 모르겠어요.&lt;br&gt; 원래 재영이가 새 엄마보단 나하고 아빠를 잘 따랐거든요.&lt;br&gt; 제후는 알 만 하다는 듯 말했다.&lt;br&gt; 치장하고 가꾸느라 아이 돌 볼 틈도 없었나보지.&lt;br&gt; 아마도요.&lt;br&gt; 아란의 얼굴에서 긍정의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.&lt;br&gt; 그래도 http://lcom.nanydaum.com 새 엄마가 계서서 아빠가 행복하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왠지 아빠가 이혼 을 결정하신 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죄송스러워요.&lt;br&gt; 난 아무래도 좋다는 사고방식은 버려.&lt;br&gt; 남을 위해서 희생할 생각만 하지 말고 좀 이기적으 로 굴어봐.&lt;br&gt; 아란이 넌 행복할 자격 충분히 있어.&lt;br&gt; 제후는 마주 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.&lt;br&gt; 아, 그리고 나 커피 마실 건데 생각 있으면 같이 마시자.&lt;br&gt;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구수한 커피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.&lt;br&gt; 휘파람을 불면서 주방으 로 들어가는 제후를 보며 아란은 혼자 웃었다.&lt;br&gt;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제후는 줄곧 다정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.&lt;br&gt; 처음엔 보상 심리 때문인 가 의심도 해보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의 다정함은 변함이 없었고 스스럼없는 장난기와 짓궂은 행동은 그들이 보통의 신혼부부 처럼 살고 있다고 아란이 생각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계약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랑해서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다.&lt;br&gt; 알았지? 끝내자는 말 절대로 하지 마.&lt;br&gt; 이제 겨우 두 달 좀 넘게 살아보고 맞는다느니 안 맞는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자.&lt;br&gt; 퇴원 기념으로 찾은 레스토랑에서 제후는 그런 말을 했다.&lt;br&gt; 손을 끌어다 잡으며 조심스레 말 을 내는 그의 눈을 보면서 아란은, 제후와의 관계에 좋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고 머잖아 그의 마음이 진 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.&lt;br&gt; 제후를 믿게 되었다.&lt;br&gt; 요즘만 같으면 세상에 무엇도 바랄 것 없는 사람처럼 아란은 행복했다.&lt;br&gt; 거기에 욕심 부려 한 가지 소원을 빈다면 그도 그녀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.&lt;br&gt; 그녀 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고 싶었다.&lt;br&gt; 커피 향 좋지? 좋아요.&lt;br&gt;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아란이 한모금의 향을 들이마셨다.&lt;br&gt; 정말이지 저 웃는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까봐 애태웠던 걸 생각하면 그녀가 얄밉기까지 한 제후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1.tistory.com/image/6/tistory/2009/12/26/03/35/4b3505f61ab28 &gt;&lt;br&gt;&lt;br&gt; 잔잔히 부딪치는 시선에 아란이 뺨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.&lt;br&gt; 근데 왜 그렇게 쳐다봐요? 예뻐서.&lt;br&gt; 제후는 턱을 괴고 키득 웃었다.&lt;br&gt; 장난치지 마요.&lt;br&gt; 장난 아닌데.&lt;br&gt; 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 거야.&lt;br&gt; 한층 노골적인 시선에 부끄러움이 또르르 몰렸다.&lt;br&gt; 아란은 잔을 손으로 감싸고 살그머니 제 후의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.&lt;br&gt; 왜 모르고 살았을까.&lt;br&gt; 너처럼 귀엽고 착한 아이 옆에다 두고도 왜 모르고 지냈을까.&lt;br&gt; 커피를 다 마신 아란이 잔을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받침대에 얹고는 허둥지둥 주방을 나간 다.&lt;br&gt; 뒷모습을 쫓던 제후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따랐다.&lt;br&gt; 그리고 아란의 팔을 잡아 침실로 들어간 다음 문을 잠갔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보상 받고 싶다.&lt;br&gt; 너 없이 혼자 보냈던 것만큼 우리의 시간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고 싶다.&lt;br&gt; 오늘 http://naveryo.com/naver/1575.php 너 안아도 돼? 그그치만 거절해도 소용없어.&lt;br&gt; 보름동안 참아줬으니까 오늘은 내 맘대로 할 거야.&lt;br&gt; 물러서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안으면서 제후는 아란의 몸을 침대에 밀치듯 쓰러트렸다.&lt;br&gt; 성 급한 손길을 따라 드러나는 여자의 몸에 호흡이 가빠왔다.&lt;br&gt; 건강이 나빠졌다고 며칠 햇빛 구경을 안 시킨 탓인지 피부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.&lt;br&gt; 이 아 름다운 몸을 옷으로 가리면 오히려 죄가 될 것처럼 보였다.&lt;br&gt; 내일 토요일이지? .&lt;br&gt; 그럼 우리 밤새도록 여기서 놀자.&lt;br&gt; 전화와도 받지 말고 누가 벨 눌러도 열어주지 말고 내 일 아침까지 놀다가 자자.&lt;br&gt; 몰라요.&lt;br&gt; 싫어요가 아니라 몰라요다.&lt;br&gt; 늘 처음 만난 남자에게 몸을 열어주는 것처럼 아란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.&lt;br&gt;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잘 하면서 그에게만 그런다.&lt;br&gt; 그런 아란의 행동이 제후에게는 &lt;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사람&gt;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 졌다.&lt;br&gt; 그리고 매번 처녀를 방문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선사했다.&lt;br&gt; 싫으면 지금 말하던가.&lt;br&gt; 아란이 시트를 끌어올려 가슴을 가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싫어도 오빠 맘대로 한다면서요.&lt;br&gt; 후후, 이제 보니 삐지기도 하잖아? 제후는 아란의 화내는 모습이 신기했다.&lt;br&gt; 언제나 그 앞에선 쥐 죽은 듯 꼬리를 내리고 하라 는 대로 따라주던 그녀가 처음으로 반항이라는 걸 했다.&lt;br&gt; 은 아란.&lt;br&gt; 야릇한 붉은 빛이 아란의 얼굴에 떠돌았다.&lt;br&gt; 지금 당장 아란의 몸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고 싶은 걸 참으면서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내가 어떤 여자 좋아하는지 말해줄까? 어떤 여자좋아하는데요? 그녀가 순진하게 되묻는다.&lt;br&gt; 역으로, 아란의 몸을 아래에 두고 있는 제후의 얼굴은 짓궂은 헌 터의 표정이 된다.&lt;br&gt; 오늘 밤 넌 죽었어, 라는 뜻이다.&lt;br&gt; 나한테 저항하는 여자.&lt;br&gt; 좋으면서도 싫다고 말해서 날 더 부추기는 여자.&lt;br&gt; 수차례의 절정이 지났다.&lt;br&gt; 몸과 몸이 먹고 먹혔다.&lt;br&gt; 흥분을 부추긴 대가로 아란은 밤새도록 시달렸지만 한 번도 제후를 거절하지 않았다.&lt;br&gt; 물러서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오빠가 원하는 게 내 몸이라면 나한테 빠져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.&lt;br&gt; 나한테 집착하도록, 그래서 나 외에는 누구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릴 거야.&lt;br&gt; 새벽녘에 풋잠이 들었던 제후는 아란이 뒤척이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.&lt;br&gt; 부스스한 얼굴로 시 계를 쳐다보니 아침 7시 30분, 샤워도 하지 못하고 잠이 든 지 겨우 세 시간이 지났다.&lt;br&gt; 제후는 끄으응,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깜박여 눈 안으로 들어온 빛을 몰아냈다가 다시 실눈 을 뜨고 옆에 누운 아란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.&lt;br&gt; 적어도 정오까지는 깨지 못할 것처럼 아란은 곤한 잠에 들어 있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끌어다 안으면서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몸을 개켜 일어났다.&lt;br&gt;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http://naveryo.com/naver/2543.php 쑤시고 아팠다.&lt;br&gt; 뜨겁고 격렬했던 정사(情事)의 보상이라 그것도 기꺼 운 제후였다.&lt;br&gt; 시트가 눌렸다 제 자리로 돌아오면서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반짝하는 기 운에 욕실로 들어가던 제후가 되돌아 와 그것을 주웠다.&lt;br&gt; 결혼반지였다.&lt;br&gt; 제후의 손가락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녀석의 짝이다.&lt;br&gt; 아란이 일부러 빼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도 어젯밤의 정신없는 상황에 빠트린 모양이다.&lt;br&gt; 정신없는.&lt;br&gt; 풋 그렇게 좋았나? 황홀한 기억을 되살리며 미소 짓는 제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느다란 백금 링 안에 글자가 새겨져있는 게 보였다.&lt;br&gt; 이니셜이다.&lt;br&gt; 제후는 반지를 쥔 손을 힘주어 쥐었다가 펼쳤다.&lt;br&gt;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간만에 찾아 온 나른한 행복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, 좋아하는 사람 있다.&lt;br&gt; 두렵지만 보고 싶었다.&lt;br&gt; 그녀의 사랑을 차지한 사람을 알고 싶었다.&lt;br&gt; 누구일까? 결혼반지에 이니셜을 새길 정도라면 굉장히 소중한 사람일 텐데, 한 번도 손가락에서 반지 를 빼지 않았던 건 결국 다른 사람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서였던 걸까? 제후는 가슴이 쓰렸다.&lt;br&gt; 그러나 피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.&lt;br&gt; 그래서, 어느 덧 땀이 고인 손바 닥에서 반지를 들어 빛이 잘 드는 쪽으로 들어올렸다.&lt;br&gt; 첫 글자는 K였다.&lt;br&gt; JH? KJH.&lt;br&gt; 뭐야, 내 거하고 똑같 무심코 내뱉은 진실에 제후의 눈동자가, 입이 그대로 굳어버린다.&lt;br&gt; 그러다 천천히 몸을 돌려 세상모르고 잠이 든 아란을 쳐다봤다.&lt;br&gt; 그녀는 말했었다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굴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고.&lt;br&gt; 야? 정말 나야? 네가 좋아하는 사람 정말로 권 제후야? 콧소리까지 내며 자고 있는 그녀가 대답할 리 없건마는 제후는 또 묻고 있었다.&lt;br&gt; 야, 한 민준.&lt;br&gt; 제후 놈 왜 저렇게 분위기 잡냐? 또 와이프랑 한 판 했대? 도서관 자리에 가방을 두기 무섭게 담배를 태운다고 나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책상에 쌓은 전공서 적들을 보며 한숨을 쉬던 서훈이 칸막이 사이로 몸을 제껴 민준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남들은 리포트 마감 맞추느라 골 빠개지는 이 때 얄밉게 돌아다니기나 하고 말이야.&lt;br&gt; 저 자식 머리 좋고 손 빠른 건 알지만 너무 한 거 아냐? 머리 나쁘고 손 늦은 너하곤 다르게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.&lt;br&gt; 내버려둬.&lt;br&gt; 장난스런 무시로 서훈의 입을 막은 민준이었으나, 민준도 얼마 못가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 났다.&lt;br&gt; 궁시렁 대며 책을 넘기던 서훈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.&lt;br&gt; 넌 또 어디 가? 나도 담배나 한 대 태우려고 그런다.&lt;br&gt; 금방 들어올게.&lt;br&gt; http://ccc1.me/naver/659.php 서훈이 콧방귀를 흥, 뀐다.&lt;br&gt; 어이구! 자식이 저만 의리 있는 척 하고 있네.&lt;br&gt; 제후 놈 걱정 되서 그런다고 말하면 내가 너 잡아먹을까봐 그러냐? 친구 사이에 별 걸 다 숨겨.&lt;br&gt; 민준은 이해해줘서 고맙단 표시로 손을 들어보였다.&lt;br&gt; 그리고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확인한 다음 밖으로 나와 제후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있었다.&lt;br&gt; 저 자식 오늘만 담배 한 갑이 넘는데 와이프 마음 알았으면 됐지 또 뭐가 문제인 거야? 불 좀 빌리자.&lt;br&gt; 민준은 털썩, 제후 옆에 주저앉으며 담배를 내밀었다.&lt;br&gt; 뻔히 쳐다보는 표정에 약간의 놀라움 이 깃들었다.&lt;br&gt; 뭐해? 불 좀 빌리자니까.&lt;br&gt; 허연 연기가 둘이 되었다.&lt;br&gt; 새 담배의 3분의 1이 타들어가도록 아무 말이 없던 침묵은 기다 리다 지친 민준이 말을 꺼내면서 깨졌다.&lt;br&gt; 잘 나가다 왜 그러냐.&lt;br&gt; 사랑하는 여자 마음 얻은 걸로는 부족했어? 난 나를 잘 알아.&lt;br&gt;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민준은 금방 제후의 말뜻을 알아들었다.&lt;br&gt; 뭐가 두려운 건데.&lt;br&gt; 끝까지 가지 못할까봐?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던 여자들.&lt;br&gt; 그 속을 헤매던 방황에서 찾은 한 사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3/tistory/2009/12/26/03/50/4b35097d45b66 &gt;&lt;br&gt;&lt;br&gt; 아니면 아란이야? 버리게 될까봐 두려우냐 버림받는 것이 두려우냐, 민준은 묻고 있었다.&lt;br&gt; 대답을 않는 것으로 보아 둘 다 인 것 같았다.&lt;br&gt; 네 곁에 있으면 행복하지 못할까봐 겁나냐? .&lt;br&gt; 미친 놈.&lt;br&gt; 네 곁에 누구씨는 행복해서 죽을라고 하더라.&lt;br&gt; 아란이 그 녀석 생각하는 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거 알지? 민준은 피다 만 담배를 밟아 뭉개며 말을 보탰다.&lt;br&gt; 행복해 하고 있어.&lt;br&gt; 네 눈에 보이잖아.&lt;br&gt; 너도 알고 있잖아.&lt;br&gt; 그 일 권 제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.&lt;br&gt;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궁상떨지 말고 지금 하는 만큼만 해 줘.&lt;br&gt; 넌 해 보지도 않은 놈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? 알려고 해서 알아진 게 아니라 눈에 보인다고 했잖아.&lt;br&gt; 너희 둘 사랑하는 거 눈에 보여.&lt;br&gt; 서 로의 곁에서 행복해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이 보여.&lt;br&gt; 비로소 보이는 웃음이 서글펐다.&lt;br&gt; 민준아 나 제후의 핸드폰이 삐빅 신호음을 냈다.&lt;br&gt; 문자 메시지였다.&lt;br&gt; 제후가 말을 하려다 말고 메시지를 확인한다.&lt;br&gt; 누구야? 아란이? 어.&lt;br&gt; 6시에 경상대 앞에서 만나기로 한 걸 깜박했네.&lt;br&gt; 그러더니 제후는 이렇다 할, 양해도 구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뛰어 들어간다.&lt;br&gt; 그리고 수 분 후 다시 나와 정신없이 가방을 메고 경상대 건물이 있는 쪽으로 사라져버린다.&lt;br&gt; 뭐야, 저 녀석.&lt;br&gt; 얼음 왕자에서 공주의 똘마니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.&lt;br&gt; 혼자 남은 민준이 바닥에 떨어진 제 후의 담배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어본다.&lt;br&gt; 사랑을 하는 친구는 행복해 보였다.&lt;br&gt; 한 달음에 도착할 듯 걸음을 재촉했던 제후는 아란의 모습이 보이기 불과 몇 미터 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아란의 곁에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.&lt;br&gt; 저번에 본 채석이라는 아이는 아니다.&lt;br&gt; 아란이 그 남자와 다정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도, 미소를 지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발은 저절로 서버렸다.&lt;br&gt; 처음 보았을 땐 무작정 손을 낚아 채 데려오고 친구 앞에서 무례한 키스를 퍼붓기까지 했는 데 지금은 소중한 그녀를 그리 대할 맘도 대할 용기도 없다.&lt;br&gt; 하지만 잠시 동안 심장을 욱죄어 오는 통증은 사실이었다.&lt;br&gt; 지금은 가지 말라고 겁먹은 머리가 명령을 내린다.&lt;br&gt; 아란이 다른 남자와 얘기대화의 내용에 상관없이하는 모습만 보면 사라지는 자신감도, 언제 그녀가 그를 버리고 행실 좋고 반듯한 사람을 찾아 가버릴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었다.&lt;br&gt; 조심스러웠다.&lt;br&gt; 화를 낸다기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음을 알았던 듯 그 모습은 그리 오래 눈에 비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손짓을 해가며 대화 를 주고받던 남자가 목례를 하고는 사라진다.&lt;br&gt; 마찬가지 방법으로 인사를 받은 아란이 몸을 나무 그늘의 기둥에 기대며 이내 입 을 가리고 하품을 한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무심코 돌린 시야에 제후의 모습이 들어오자 아란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부른다.&lt;br&gt; 아까와는 다르게 서두르지 않는 보폭으로 제후는 아란에게 걸어갔다.&lt;br&gt; 오래 기다렸어? 이제 6시 20분밖에 안 됐는데요, 뭘.&lt;br&gt; 아란이 손목을 올렸다 내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오해하지 않도록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.&lt;br&gt; 오면서 보니까 누구랑 얘기하고 있던데 그 사람 누구야? 아, 봤어요? 여자 친구가 우리 학교 학생인데 처음 와서 길을 모른다고 그러잖아요.&lt;br&gt; 그럼 그렇지.&lt;br&gt; 설마 별다른 일이야 있겠어.&lt;br&gt; 다른 말은 안 했고? 에? 아아니, 이상한 추파 같은 거 던지지는 않았냐고.&lt;br&gt; 어휴, 이 병신! http://tpan.kbsyo.com 이상한 걸 물어본 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말은 왜 더듬는 거야.&lt;br&gt; 제후는 속 으로 수도 없이 제 머리를 쥐어박았다.&lt;br&gt; 그건 왜 물어보는 데요? 불현듯 민망해진 표정의 제후와 눈을 맞추던 아란이 눈을 깜박깜박 하더니 고개를 젓는다.&lt;br&gt; 그가 난감해하며 말을 더듬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너넌 내가 다른 여자랑 얘기하고 있으면 좋냐? 이런! 예, 아니오의 단답형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.&lt;br&gt; 그거야 당연히 그럼 됐어, 더 물어보지 마! 북 치고 장구치고 저 혼자 괜히 성질을 부리더니 제후는 혼자서 씩씩 걸어가 버린다.&lt;br&gt; 아란 이 졸졸 뒤를 따라온다.&lt;br&gt; 오빠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? 없었어.&lt;br&gt; 근데 왜 나한테 화내요? 화 안 냈어! 그러니까 자꾸 토 달지 마! 하지만 지금 화내고 있잖아요.&lt;br&gt; 서운함이 실린 음성과 함께 뒤를 따라오던 기척이 멎었다.&lt;br&gt; 제후가 뒤를 돌아보자 아란은 머 쓱한 팔을 쓸어내리며 서 있었다.&lt;br&gt; 상처받은 얼굴이었다.&lt;br&gt; 굳이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큰 눈에선 금방이라도 떼구르르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고여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 다시 제후의 상태를 확인시켜주었다.&lt;br&gt; 오빠 화내고 있다구요.&lt;br&gt; 한숨이 나온다.&lt;br&gt; 왜 소중히 여긴다면서, 좋아한다면서 난 왜 꼭 번번이 저 아일 울리고 마는 걸까.&lt;br&gt; 이제는 정말로 사랑인데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는 그녀였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마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착각에 재 빨리 손을 내밀어 아란의 팔을 잡았다.&lt;br&gt; 미안해.&lt;br&gt; 됐어요.&lt;br&gt; 사실은 그게그래! 리포트 쓰다가 나왔거든.&lt;br&gt; 모레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출하라고 교수가 닦달을 해서 아마 그것 때문에 신경이 좀 예민해져 있었나 보다.&lt;br&gt; 알았어요.&lt;br&gt; 아란은 잡히지 않은 쪽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.&lt;br&gt; 그럼 바쁘다고 얘기하지 뭐하러 나왔어요.&lt;br&gt; 나 혼자서도 집에 갈 수 있는데.&lt;br&gt; 관심도 없었던 리포트가 도움을 줬다.&lt;br&gt; 제후는 그의 말에는 의심을 할 줄 모르는 아란과 300 페이지 분량의 전공서적을 탐독하고 사흘 만에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교수에게 감사했다.&lt;br&gt; 너 어린애잖아.&lt;br&gt; 나 없으면 안 되는.&lt;br&gt; 새록 고이는 웃음에 비로소 마음을 놓고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.&lt;br&gt; 울었으니까 배고플 거 아냐? 손가락 사이로 빈틈이 채워졌다.&lt;br&gt; 조금 걷다 돌아보는 그의 웃음에 그녀도 붉은 눈을 하고 웃었다.&lt;br&gt; 그것가지고 양이 차? 제후가 보기엔 먹는 것 같지도 않았다.&lt;br&gt; 저녁 사준다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데리고 왔더니 아 란은 샐러드에만 손을 대고 식사를 끝낸다.&lt;br&gt; 배불러요.&lt;br&gt; 봐요.&lt;br&gt; 아란이 손을 펴서 조금도 나오지 않은 아랫배를 톡톡 친다.&lt;br&gt; 그래도 이거 먹고 내일 아침까지 버텨야 되잖아.&lt;br&gt; 정말 배 안 고프겠어? 먹는 걸로는 그렇게 욕심 안 나요.&lt;br&gt; 나중에 우리 아이 가졌을 때도 그럴까봐 겁난다, 야.&lt;br&gt; 애기가 뱃속에서 뭘 먹고 크겠냐? 그거야 모르죠, 그 때 가면 곰탕에 두 그릇씩 밥 말아먹을지.&lt;br&gt; 투덜대는 제후를 아란은 쳐다보며 웃는다.&lt;br&gt; 제후가 먹다 말고 고개를 든다.&lt;br&gt; 왜? 아뇨.&lt;br&gt; 그냥 오빠가 나랑 애기 낳을 때까지 살아줄 생각 하고 있는 게 신기해서요.&lt;br&gt; 아이 오빠 닮으면 예쁠 거에요, 그죠? 아란의 말을 들은 제후가 얼굴을 굳혔다.&lt;br&gt; 살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거지.&lt;br&gt; 부부는 동등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니까.&lt;br&gt; 명문 S대의 학벌과 국내 건설회사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의 딸, 귀족적이고 아름다운 외모.&lt;br&gt;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도 제후에 대해서는 항상 자기를 낮추어 보는 아란 이다.&lt;br&gt; 자격지심이 아니라 아직 그의 마음을 모르기에 저러는 것이다 이해는 하면서도 제후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거슬린다.&lt;br&gt; 네가 나에 비해 뭐가 부족한데.&lt;br&gt; 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계약 따윈 이제 신경도 안 쓰고 있어.&lt;br&gt; 그러니 네가 나에 대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일, 없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오빠는 사랑해 본 적 있어요? 조건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만 생각하면 자신이 형편없어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뭔지 알 수 있어요? 내가 뭐?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아니에요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34/tistory/2009/12/26/02/49/4b34fb0fb4e71 &gt;&lt;br&gt;&lt;br&gt;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아? 사람 궁금하게.&lt;br&gt; http://naverpin.com 있잖아요, 나 오늘 술 마시고 싶은데.&lt;br&gt; 심드렁하던 제후의 눈동자가 반짝, 놀란다.&lt;br&gt; 아란은 종업원이 접시들을 치운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말했다.&lt;br&gt; 오빠는 운전해야 되니까 관두고 나 마시는 거만 봐주면 안 돼요? 나 참.&lt;br&gt; 마시려면 같이 마셔야지.&lt;br&gt; 취하면 호텔 찾아서 하루 자면 되잖아.&lt;br&gt; 레스토랑을 나온 두 사람은 제후가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들른다는 호프집을 찾았 다.&lt;br&gt; 8시가 갓 넘은 초저녁인데도 단골들이 많아 벌써부터 시끌시끌했다.&lt;br&gt; 어렵사리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.&lt;br&gt; 뭐 마실래? 오빠가 정해요.&lt;br&gt; 난 아무 거나 상관없으니까.&lt;br&gt; 아란이 순진한 얼굴로 양 팔을 뻗어 소파를 짚고 다리를 모아 앉는다.&lt;br&gt; 투명한 유리 테이블 아래로 허벅지가 반은 보이는 미니스커트가 골반에서부터 아슬아슬하게 감고 있다.&lt;br&gt; 그러고 보니 내내 핸드백으로 허벅지를 가리고 있던 게 생각이 났다.&lt;br&gt; 비트 강한 댄스 음악 때문인지 어슴푸레 얼굴에 빛을 드리우는 조명 때문인지 늘 대하는 그 녀임에도 제후는 가슴이 떨린다.&lt;br&gt; 조금만 옆으로 가 봐.&lt;br&gt; 파트너가 있음에도 아란을 힐끔대는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영 못마땅했다.&lt;br&gt; 저 자식들, 감히 누구 걸 넘보는 거야? 왜요? 우리가 남이냐? 같이 앉게.&lt;br&gt; 아란이 안으로 물러 들어갔다.&lt;br&gt; 제후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안아 자 기 쪽으로 돌린다.&lt;br&gt; 저항도 않는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향이 녹아 입 안에서 뒤엉킨다.&lt;br&gt; 아란을 훔쳐보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하려던 것이었지만 애초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촉촉하고 도톰한 입술의 감촉에 취해버리는 제후였다.&lt;br&gt; 키스가 깊어지면서 아란이 반응을 보였다.&lt;br&gt; 팔을 제후의 목에 감고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.&lt;br&gt; 등줄기의 움푹 파인 부분을 제후의 손가락이 훑자 아란은 허리를 휘면서 몸을 바짝 갖다 붙인다.&lt;br&gt; 자잠깐만요, 오빠.&lt;br&gt; 등이 푹신한 소파에 닿기 직전에 아란이 제후를 떠민다.&lt;br&gt; 사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젠장, 뭐가? 입맛을 다시며 제후는 아란에게 기울였던 몸을 세워 주위를 둘러보았다.&lt;br&gt; 그녀의 말처럼 이 게 웬 떡이냐 쳐다보는 눈들이 많았다.&lt;br&gt; 언제 웨이터가 다녀갔는지도 모르게 세팅 된 테이블과, 처음에는 수북하게 올라왔을 맥주 거품의 얇은 층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바보 씹탱이들.&lt;br&gt; 남 연애하는 거 처음 보나.&lt;br&gt; 상황의 진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다가 제후는 마지못해 아란을 품에서 놓아주었다.&lt;br&gt; 그녀 는 부끄러운 눈빛이었지만 창피해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옷매무새를 바로 하며 앉는다.&lt;br&gt; 잘못 했어.&lt;br&gt; 제후는 1700㏄ 용량의 차가운 맥주를 작은 잔에 따라 마시고 입술에 묻은 거품을 혀로 쓰 윽, 핥아냈다.&lt;br&gt; 첨부터 호텔로 가는 건데 잘못했어.&lt;br&gt; 거기 가서 둘이 신나게 즐기는 건데.&lt;br&gt; 다른 데로 갈까요? 아란이 온기가 느껴지는 손을 제후의 무릎에 얹었다.&lt;br&gt; 자그마한 압박감에 제후가 마시던 잔 을 놓고 이게 무슨 뜻이냐는 듯 그녀를 쳐다본다.&lt;br&gt; 하다만 거 계속 하고 싶지 않아요? 말귀를 알아들은 제후가 금세 쿡, 웃었다.&lt;br&gt; 살다보니 요조숙녀 은 아란의 입에서 먼저 그걸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도 있구나 싶었다.&lt;br&gt; 좋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.&lt;br&gt; 경험자답게,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인간의 짧고 비밀 스런 사랑을 나누려면 어디가 좋은지는 숙지하고 있었다.&lt;br&gt; 형, 나 거기 좀 쓸게.&lt;br&gt;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눈짓을 하고 제후는 아란을 데리고 좁은 문을 나와 2층으로 올라 갔다.&lt;br&gt; 작은 문이 있었다.&lt;br&gt; 제후가 손잡이를 돌리고는 아란을 들어가게 했다.&lt;br&gt; 잠만 자는 곳인지 가구 하나 형광등 하나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.&lt;br&gt; 키 높은 창문으로 흘러들 어오는 달빛이 야트막한 침대를 비추는 곳이었다.&lt;br&gt; 달칵.&lt;br&gt; 등 뒤로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.&lt;br&gt;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.&lt;br&gt; 오늘 처음 만난 여자와 남자가 http://bhe.shekorea.co.kr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밀애(密愛)의 장소를 찾은 것처럼 아 란과 제후는 잠시 눈을 맞춘다.&lt;br&gt; 그가 다가온다.&lt;br&gt; 붙잡히는 시선 속에서 천천히 긴장이 고조된다.&lt;br&gt; 제후의 팔이 허리를 감싸오자 아란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본다.&lt;br&gt; 하얀 손가락이 제후의 뺨을 스치고 머리칼을 만지다가 목젖을 스친다.&lt;br&gt; 붉은 입술이 탐스럽다.&lt;br&gt; 늘 품 안에서 익숙했던 향기가 어색하게 코를 스치고 떨리는 손가락의 감촉 아래로 부드러 운 피부는 사르르 밀려난다.&lt;br&gt; 음악소리가 귓가에서 웽웽 멀어져가고 맞닿은 심장소리는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.&lt;br&gt; 한껏 달아오른 숨결이 하나가 된 몸을 얽어 묶는다.&lt;br&gt; 뱅그르르 천장이 맴을 돈다.&lt;br&gt; 젖은 숨소리가 방 안을 메운다.&lt;br&gt; 절정의 신음소리가 공중에 부딪치고 야릇한 고통과 쾌감이 뿜어져 나온다.&lt;br&gt; 무저갱(無底坑)의 암흑까지 떨어졌다가 천국의 광명에까지 이른다.&lt;br&gt; 생명과 생명이 만나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들어맞은 그것은 사랑을 잉태한다.&lt;br&gt; 꿈인 듯 환상인 듯 시간이 멈춘다.&lt;br&gt; 앞으론 종종 술 마시러 와야 되겠는 걸.&lt;br&gt;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후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한바탕의 격렬한 운동(!)으로 땀을 빼고 난 다음에 마시는 맥주 맛은 더없이 좋았다.&lt;br&gt; 언제는 호텔 가서 둘이 즐기자면서요.&lt;br&gt; 제후가 쳐다보자 아란이 얼른 눈을 돌리고 입을 다문다.&lt;br&gt; 그녀의 하얀 목에 남은 키스마크가 조금 전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그래서 좋았다는 거야, 싫었다는 거야? 흔하지 않은 아란의 새침한 눈빛에 제후가 운전을 하면서 웃었다.&lt;br&gt; 앵 토라지는 입술이 귀엽 기만 했다.&lt;br&gt; 뭐나쁘지는 않았어요.&lt;br&gt; 차마 대답을 못하겠는지 미적미적, 말을 돌리지만 선수답게 제후는 속뜻을 낚아 채 낸다.&lt;br&gt; 괜찮았으면 집에 가서 한 번 더 할까? 카메라를 샀다.&lt;br&gt; 원하면 바로 찍어서 즉석에서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19/tistory/2009/12/26/04/01/4b350c2029dfc &gt;&lt;br&gt;&lt;br&gt; 웨딩 앨범 말고는 볼 만 한 사진을 채워 둔 앨범 하나 없다는 게 제후의 이유였지만 빛나는 두근거림으로 자리해가는 아란의 모습을 잃어버리기는 너무 아까워서 그랬다.&lt;br&gt; 제후는 자석이 달린 예쁜 팬시 제품을 사다가 냉장고에 사진을 붙여 놓기 시작했다.&lt;br&gt; 막 일 어나서 눈을 부비는 모습, 샤워를 하고 나와 젖은 머리를 터는 모습이며 놀이동산에서 재영과 놀아주는 모습 등, 제후의 손에 서는 카메라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.&lt;br&gt; 사진 찍는 걸 싫다고 손사래를 젓던 아란도 점차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다루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.&lt;br&gt; 한 번은 술을 마시고 들어와 퉁퉁 부은 제후의 얼굴을 몰래 찍었다가 냉장고에 붙여놓고 잠 이 깬 그에게 보여주면서 깔깔대기도 했다.&lt;br&gt; 길을 지나다 만난 귀여운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을 찍기도 했지만 그들 사진 속의 주인공은 거의 상대방이었다.&lt;br&gt; 사랑할 운명으로 만나게 된 것처럼 뒤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이었다.&lt;br&gt; 언제부터였을까.&lt;br&gt; 넌 언제부터 내 주위를 맴돌았을까.&lt;br&gt; 내가 모르던 시절의 넌 어떤 모습이었을까.&lt;br&gt; 어떤 http://pttss.com/blog 모습으로 나를 사랑했을까.&lt;br&gt;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제후는 아란을 더듬어 봤지만 어느 한 조각 기억 속에도 그녀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았다.&lt;br&gt; 아란은 가슴에 안고 다니는 전공서적을 치우고 교복을 입혀놓으면 여고생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풋풋한 인상의 소유자였다.&lt;br&gt; 화려한 옷과 세련된 화장으로 자신을 치장해 남자를 유혹할 줄도 몰랐고 마음에 드는 남자 에게 먼저 접근하는 여자들의 화끈함은 흉내 내지도 못했다.&lt;br&gt; 결혼 전, 그런 여자들만을 찾아 부담 없이 즐겨왔던 제후 쪽에서 보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도 당연했다.&lt;br&gt; 설사 그녀를 알았다 하더라도 처녀를 망가뜨린 여자보지따먹기 책임을 떠맡을 걸 염려해서 거절했을 것이다.&lt;br&gt; 제후는 간혹 등 뒤를 맴도는 아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.&lt;br&gt;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곧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 못하고 외면하는 서글픈 눈빛을.&lt;br&gt; 아란아 난 너를 확인해 보고 싶다.&lt;br&gt; 내게 손 내민 나를 찾아올 용기를 내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너를 위해 심장을 송두리째 내어버린 내 사랑을 알아주길 원한다.&lt;br&gt; 오늘 집에 못 들어온다구요? 벌써 술에 취했는지 전화기 너머 제후의 목소리는 분명하지 않았다.&lt;br&gt;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4.tistory.com/image/8/tistory/2009/12/26/02/46/4b34fa6070e3b &gt;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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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
&lt;br&gt;숙모팬티 하나뿐인 딸의 행복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그저 이 결혼을 통해 들어올 회사의 유익과, 눈엣 가시 같은 전처의 딸과 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던 그들은 제후의 입장에서도 좋아질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나중에 다른 세상에 태어나면 그 때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어요.&lt;br&gt; 아란은 오빠도 포함해서요, 란 말은 하지 못했다.&lt;br&gt; 사람 무안하게 톡톡 쏘긴 하지만 친오빠 같은 다정함으로 그녀를 지켜주는 사람 제후의 사랑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.&lt;br&gt; 이렇게 의지할 가슴과 어깨가 있는 것으로 감사하자고 늘 심장을 달래는 그녀였다.&lt;br&gt; 나를 귀찮아하지 않는 사람들 곁에서요.&lt;br&gt; 아란의 한숨을 제후는 키스로 막았다.&lt;br&gt; http://alr.me 촉촉하고 아찔한 입술의 감촉을 겉에서만 느끼기가 아쉬워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넣고는 뜨거운 향기를 나눠 삼켰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걸며 몸을 붙였다.&lt;br&gt; 그의 손에 길들여진 몸은 키스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며 떨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손이 아란의 등 뒤로 가 실크 원피스의 지퍼를 내렸다.&lt;br&gt; 가냘픈 허리를 따라 원피스 가 아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제후도 옷을 벗어던졌다.&lt;br&gt; 여행 얘기만 하고 내려갈 참이었는데 불이 붙자 멈출 수가 없었다.&lt;br&gt; 여느 때처럼 아란은 순결한 나신으로 제후를 받아들였다.&lt;br&gt;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거 친 움직임과 손길을 힘겨워하면서도 순종했다.&lt;br&gt; 제후는 녹초가 되도록 아란을 안고 또 안았다.&lt;br&gt; 미친 사람처럼 아란의 몸속에서 권 제후의 소유를 확인했다.&lt;br&gt; 그는 어느 샌가 그녀가 아니면 쾌락을 느낄 수 없는 남자로 길들여져 있었다.&lt;br&gt; 애 데리고 올라가서 뭘 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니? 손님들 오시는데 나와서 좀 맞지 않 고.&lt;br&gt; 누르면 붉은 물이 떨어질 것 같은 아란의 뺨과 제후의 옷자락을 쥐며 등 뒤로 숨는 그녀의 행동이 위에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권 회장 내외는 짐짓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.&lt;br&gt; 손님들이야 할아버지 만나러 왔지, 저 보러 왔어요? 사돈어른들이 오셨단다.&lt;br&gt;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니? 제후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.&lt;br&gt; 새어머니와 대면해야한다는 말에 핏기가 가시는 아란의 안색 을 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에서 싫다는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 어디 계시는데요? 옷을 쥔 아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.&lt;br&gt; 그녀는 제후의 등으로 바짝 몸을 붙였다.&lt;br&gt; 희미하게 떨 리는 작은 어깨가 안쓰러워서 제후는 견딜 수 없었다.&lt;br&gt; 권 회장이 손가락으로 귀한 손님이 아니면 모시지 않는 방을 가리켰다.&lt;br&gt;다른 손님들과 따 로 모셨다.&lt;br&gt; 매무새 가다듬고 들어가서 인사 여쭙고 나오거라.&lt;br&gt; 제후도 피하고 싶었다.&lt;br&gt; 가능하다면 평소에도 잘 지내냐는 전화 한 통 없는 부모 같지도 않 은 사람들과 아란을 대면시키는 이 상황을 그녀에게서 가려주고 싶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제후가 머뭇거리자 권 회장의 눈이 아란을 향했다.&lt;br&gt; 어서 들어가서 인사 드리거라.&lt;br&gt; 결혼하고 나선 처음인데 무척 보고 싶었을 것 아니냐.&lt;br&gt; 제후는 사정도 모르고 아란을 몰아다 붙이는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.&lt;br&gt; 그렇다고 보는 눈, 듣는 귀 많은 이 자리에서 사실을 얘기할 수도, 경거망동을 저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3/tistory/2009/12/26/02/49/4b34fb1d2e714 &gt;&lt;br&gt;&lt;br&gt; 누나! 그 때 어디선가 남자아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아란의 다리에 매달려 얼굴을 비비댔다.&lt;br&gt; 아란이 몸을 굽히더니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 올렸다.&lt;br&gt; 이제 다섯 살이나 됐을까 누가 보면 엄마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녀를 빼닮은 꼬마였다.&lt;br&gt; http://gdaum.daumeing.net  누구야? 내 동생 재영이요.&lt;br&gt; 결혼식 때 안 봤었어요? 하지만 아란이 넌외동딸이잖아, 라고 말하려다가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아마도 이 아 이는 새어머니에게서 난 의붓동생일 것이다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 누구야? 아저씨? 제후는 맹랑한 꼬마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.&lt;br&gt; 아란이 웃으며 동생의 말을 정정했다.&lt;br&gt; 재영아, 아저씨가 아니라 매형이야.&lt;br&gt; 누나랑 결혼한 사람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랑 결혼했어? 엄마랑 아빠처럼 같이 사는 거야? 아빠라기보다는 차라리 할아버지가 낫겠다.&lt;br&gt; 제후는 획, 팔짱을 끼며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 다.&lt;br&gt; 그럼 아기는 어디 있어? 결혼하면 엄마 아빠처럼 아기도 낳는 거잖아.&lt;br&gt; 재영이 동생 어디 있어? 덕분에 아란의 긴장이 덜어지긴 했지만 누나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 처남이 마음에 들지 않 는 제후였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목에 목도리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팔을 풀려는 찰나, 손님 방 문이 열리더 니 그녀의 부모님이 나왔다.&lt;br&gt; 아이를 어르고 있던 아란이 새어머니를 보고는 동생을 거실바닥에 내려놓았다.&lt;br&gt; 엄마한테 갈래, 재영아? 누나는 어디 가야 되거든.&lt;br&gt; 웅웅, 싫어.&lt;br&gt; 누나도 같이 집에 가.&lt;br&gt; 응? 재영아, 이리 온.&lt;br&gt; 저 낳아준 엄마가 부르는데도 재영은 누나에게만 매달려 징징거렸다.&lt;br&gt; 제후가 발을 공중으로 동동대는 아이를 떼어다 엄마에게 안겨주었다.&lt;br&gt; 고마워, 권 서방.&lt;br&gt; 그리고 너도 오랜만이구나.&lt;br&gt; 잘 지냈니? 새어머니의 마지못한 눈길이 아란에게 닿았다.&lt;br&gt; 염려했던 거와 달리 아란은 떨지도 않고 말 을 받았다.&lt;br&gt; 걱정해주신 덕분에요.&lt;br&gt; 아버지도 건강하시죠? 나야 늘 잘 있지.&lt;br&gt; 이 사람이 잘 http://ccc1.me  챙겨주니까.&lt;br&gt; 아내의 어깨를 안으며 다정스레 대답하는 아란의 아버지를 보면서 제후는 역겨움마저 일었 다.&lt;br&gt; 당연히 그러시겠죠.&lt;br&gt; 힘들게 재혼하셨는데 오죽 하시겠어요? 삐딱한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.&lt;br&gt; 아란이 그러지 말라는 듯 제후의 팔을 잡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을 뿐 더러 제후도 그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.&lt;br&gt; 너무 사이가 좋아서 딸이 어떻게 사는지는 궁금하시지도 않나 봐요.&lt;br&gt; 저희 결혼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전화 한 통도 안 하시고 말입니다.&lt;br&gt; 저도 부러울 정도라니까요.&lt;br&gt; 농담 속에 드러나는 가시.&lt;br&gt; 은 사장 내외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흐려지는 것을 보며 권 회장 이 나섰다.&lt;br&gt; 제후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? 할아버진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히나 계세요, 소리가 이 사이에서 걸렸다가 목으로 넘어갔 다.&lt;br&gt; 제후는 조롱기를 입가에 걸었다.&lt;br&gt;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.&lt;br&gt; 하지만 없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뭘 잘못했는지 전 모르겠 는데요.&lt;br&gt; 제후야! 마침내 권 회장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제후가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오히 려 건방진 눈동자 속에 두 사람을 가두어 노려볼 뿐이었다.&lt;br&gt; 당신들도 깨달아야 돼.&lt;br&gt;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, 때늦은 사랑 놀음으로 무시당해 내쳐진 자식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당신들도 알아야 돼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그럼 천천히 놀다 가세요.&lt;br&gt; 저희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하거든요.&lt;br&gt; 얼굴 풀어.&lt;br&gt;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?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아란은 내내 불안한 얼굴이었다.&lt;br&gt; 너도, 지금 내가 너무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?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고?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해서 그래요.&lt;br&gt; 오빠도 괜히 저 때문에 은 아란.&lt;br&gt;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던 제후가 무서운 얼굴로 아란을 돌아보았다.&lt;br&gt; 말해두는 데 너하고는 상관없이 내가 한 말이야.&lt;br&gt;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대하는 그 분들 태도에 내가 기분이 나빠서 한 마디 한 거라고.&lt;br&gt; 알았어? 아란이 눈길을 돌리면서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기분 잡치게 그런 얼굴도 하지 말고.&lt;br&gt; 이래서야 둘이 여행 가는 기분도 안 나잖아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안 그럴게요.&lt;br&gt; 이러니 당하고만 살았지.&lt;br&gt; 제후는 침을 꿀꺽 삼키고 http://a122.totoblog.net  화를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은 아란, 너 여기서 조금만 나빠지면 안 되겠냐? 까짓 망신 한 번 준 거 가지고 마음 쓰 지 마.&lt;br&gt; 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기나 할 거 같아? 사실은 아란이 입술을 오물거렸다.&lt;br&gt; 사실은 저도 속이 시원했어요.&lt;br&gt; 오빠가 그 말 안 했으면 내가 했을지도 몰라요.&lt;br&gt; 다만 오빠 가 할아버지 눈에 나는 건 아닐까, 사람들이 오빠 나쁘게 보면 어쩌나 그게 걱정됐어요.&lt;br&gt; 제후가 피식, 코웃음을 쳤다.&lt;br&gt;거기 온 손님 중에 나 그렇고 그런 놈인 거 모르는 사람 없 어.&lt;br&gt; 그래도 나 때문에 오빠 나쁘게 보이는 거 싫어요.&lt;br&gt; 정말로요.&lt;br&gt; 네 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기지 않는데 왜 네 눈엔 내가 안 보이는 걸까.&lt;br&gt; 제후는 속 이 쓰렸다.&lt;br&gt; 그만해라.&lt;br&gt; 빼도 박도 못할 말 가지고 가타부타 떠드는 거, 머리 아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12/tistory/2009/12/26/04/13/4b350ec8ad8d6 &gt;&lt;br&gt;&lt;br&gt; 제후는 몸을 의자에 묻으면서 눈을 감았다.&lt;br&gt; 그를 가만, 쳐다보는 아란의 시선과 이내 고개를 돌리는 나즈막한 한숨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했다.&lt;br&gt; 기대하게 만들지 마.&lt;br&gt; 네 착한 눈빛을 마주하는 게 얼마나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 알아? 사랑은 느낄수록 괴로웠다.&lt;br&gt; 낯설고 힘들었다.&lt;br&gt;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호텔에서 보낸 VIP 전용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들어갔다.&lt;br&gt; 우와~예쁘다!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객실에 짐을 풀자마자 아란은 곧장 발코니로 뛰어나갔다.&lt;br&gt; 그러더니 인어공주가 되어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할 것처럼 난간을 손으로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.&lt;br&gt; 여기 진짜 마음에 들어요.&lt;br&gt;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감사하는 말씀 꼭 드려야겠어요.&lt;br&gt; 할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입었던 답답한 정장 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제후는 대답했다.&lt;br&gt; 그러던지.&lt;br&gt; 직접 마중을 나온 지배인의 말에 따르면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방이라고 했다.&lt;br&gt; 이틀을 머무는 데 190만원이고 사흘에 26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형의 허니문 패키지용 객실이란다.&lt;br&gt; 얼른 옷 갈아입어.&lt;br&gt; 바다 보고 싶다며.&lt;br&gt; 조금만 더 보구요.&lt;br&gt; 제후가 니트 셔츠에 청바지로 갈아입을 동안까지 아란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 음속에 불쑥 짓궂은 장난기가 돌았다.&lt;br&gt; 아쉬워하며 허리를 바로세우는 아란의 등에 제후의 가슴이 닿았다.&lt;br&gt; 그만 보고 가자니까.&lt;br&gt; 제후는 두 팔로 각각 아란의 어깨와 허리를 둘러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.&lt;br&gt; 아니면,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그냥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까? 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싫다.&lt;br&gt; 넌 내가 마법을 풀어줄 때만 살아 숨을 쉬는 인형이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그그치만 아까 집에서두 거긴 거기고 호텔에서 하는 건 처음이잖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목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를 헤치면서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물었다.&lt;br&gt; 불그스 름한 입술자욱과 고른 치흔(齒痕)이 남았다.&lt;br&gt; 게다가 우린 부부고어디에서도 거리낄 게 없어야 한다고.&lt;br&gt; 아란의 귓불을 깨물며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허리를 안았던 손이 내려가 스커트를 밀어올리고 매 끈한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.&lt;br&gt; http://gjjj.isuim.com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.&lt;br&gt; 자어떻게 할까? 밖으로 나가서 멍청한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줄까, 아니면 이 곳에 서 갑자기 돌아선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감으며 입술을 맞댔다.&lt;br&gt; 등 뒤로 파닥이며 스커트를 들추는 바람만큼이나 그녀의 행동은 대담했다.&lt;br&gt; 아란이 입술을 떼었다.&lt;br&gt; 원해요.&lt;br&gt; 해요.&lt;br&gt; 한 음절이 숨어 나왔지만 제후는 그 말이 허락의 뜻임을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요정들의 눈물처럼 수정이 되어 떨어질 듯 잔잔한 물기가 아란의 눈에 고인다.&lt;br&gt; 아란아 그의 뺨을 쓸어내리는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나 겁쟁이야.&lt;br&gt; 나 너 데리고 도망 온 거야.&lt;br&gt; 밑도 끝도 없이 퍼 올리는 말이었다.&lt;br&gt; 어둠에 깊이를 감춘 우물에서 처음 두레박으로 퍼 올 린 맑은 물이었다.&lt;br&gt; 사실은 내가 오빠.&lt;br&gt; 제후의 팔 안에서 아란의 허리가 휘어지며 다가갔다.&lt;br&gt; 코끝이 부딪치는 거리에서 아란은 제 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.&lt;br&gt; 그 말 꼭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면, 하고 나서 오빠 마음 상하게 할 말이라면 하지 마요.&lt;br&gt; 사람들 떠나서 둘이 있는 거잖아요.&lt;br&gt; 그러니 아무 생각 하지 마요.&lt;br&gt; 여행 왔으니까 좋은 기억만 만들어요.&lt;br&gt; 아무도 끼워주지 말고 그냥 우리 생각만 하면서 지내요, 네? 그녀가 말하는‘우리’는 특별하게 들린다.&lt;br&gt; 너는 너, 나는 나가 아닌 우리.&lt;br&gt; 그런데 그 우리 사이에 누가 끼어들면 어떻게 하지? 하나도 아닌 둘.&lt;br&gt; 너를 좋아하는 사람,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가 널 영원히 차지할 수 있는 걸 막아버리 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? 너 좋아하 바로 그 때 제후의 핸드폰이 주인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긴장이 푹 수그러드는 걸 느끼면서 아 란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고 거실로 들어갔다.&lt;br&gt; 여보세요? 제후, 네 이 녀석! 할아버지셨다.&lt;br&gt; 제후는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알았어요, 알았어.&lt;br&gt; 제가 잘못했어요.&lt;br&gt; 이제 됐죠?! 제후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.&lt;br&gt; 그리고 아예 핸드폰의 배터리를 뽑아 버렸다.&lt;br&gt; 오빠아란은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.&lt;br&gt;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래.&lt;br&gt; 돌아가면 틀림없이 배로 혼나겠지만 아무도 너한테 뭐라 안 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.&lt;br&gt; 아란이 고개를 저었다.&lt;br&gt; 부부는 일심동체랬어요.&lt;br&gt; 오빠가 잘못한 건 내가 잘못한 거고 난, 오빠가 할아버지한테 혼 나는 거 싫어요.&lt;br&gt; 그래? 제후는 웃는 듯 마는 듯 입가를 찡그렸다.&lt;br&gt;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에 대해 ‘우리’를 강조하는 아란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.&lt;br&gt; 나중에 할아버지가 부르시면 저도 데리고 가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줄게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줘? 어감이 재미있었다.&lt;br&gt; 마지못한 미소는 진심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.&lt;br&gt; 하긴.&lt;br&gt;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 예뻐하시니까 너 데리고 가면 야단은 덜 맞겠다.&lt;br&gt;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미소가 제후를 따라 아란의 얼굴에 고였다.&lt;br&gt; 그저 바 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웃고 있으면 온 세상이 빛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http://gpq.kwsc.net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.&lt;br&gt;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아냐? 그건 다 권 제후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야.&lt;br&gt;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먼 손가락으로 가리킨 그를 보고 승원과 미진이 했던 말이었다.&lt;br&gt; 무표정한 얼굴을 녹여보고자 웬만한 미모를 갖춘 여자들이 줄줄이 덤벼들었지만 마음을 얻고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했다.&lt;br&gt; 떠난 사람이 여자가 먼저든 권 제후가 먼저든 그가 미련을 갖고 찾는 경우도 없다 했다.&lt;br&gt; 포기해.&lt;br&gt; 저 선배 맘 좀 뺏어보겠다고 설치다가 바보 된 애들 하나둘인 줄 아냐? 친구들의 만류에도 변함없던 절실한 외바라기에 하늘도 감동하셨는지 인연이 맺어졌고 심지 어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게까지 되었다.&lt;br&gt;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제후는 아란의 몸만은 좋아했다.&lt;br&gt; 진짜 속을 내비치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녀가 없으면 가끔 서운해 한다고 느꼈다.&lt;br&gt; 그리고 그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.&lt;br&gt; 바라만 보고 말도 못 걸던 옛날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을, 아란은 보내고 있었다.&lt;br&gt; 하지만 헤어지면? 나한테 싫증을 내고 계약을 끝내자고 말하면? 가슴에 싸한 통증이 찾아왔다.&lt;br&gt; 아란은 작은 콧소리 섞인 한숨을 쉬며 제후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안겼다.&lt;br&gt; 그리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시원한 향수냄새와 체취를 숨 속으로 담아 넣었다.&lt;br&gt; 언젠가 그가 떠날 때 언젠가 혼자 남겨질 때,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며 견딜 수 있도록.&lt;br&gt; 제주도로 밀월여행을 다녀온 다음부터 제후는 강의라든가 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14/tistory/2009/12/26/03/36/4b350632c2782 &gt;&lt;br&gt;&lt;br&gt;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할 때를 빼 고는 아란을 옆에 붙이고 다녔다.&lt;br&gt; 결혼을 빨리 해서 못해봤던 평범한 데이트도 했다.&lt;br&gt; 강의가 비는 시간 틈틈이 전화를 하고 기다리고 만나고, 아란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녔다.&lt;br&gt; 같이 술 마실 시간도 없냐는 친구들의 비아냥거림도 권 제후, 사람 달라졌다고 신기한 눈으 로 쳐다보는 여자들의 시선도 상관없었다.&lt;br&gt; 그저 그만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.&lt;br&gt; 권 제후가 만든 시간 속에서 권 제후를 생각하는 것으 로 아란의 머릿속을 채워주고 싶었다.&lt;br&gt; 오빠, 이거 봐요! 아란이 갑자기 제후의 팔을 잡으며 멈춰 섰다.&lt;br&gt; 학교 앞 분식점에서 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소화 시킬 겸 아이쇼핑을 하다가 쇼윈도에 걸린 목걸이가 예쁘다고 들른 보석 전문점 안이었다.&lt;br&gt; 크리스탈로 만든 거래요.&lt;br&gt; 너무 예쁘죠? 아란이 가리킨 것은 손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큐피드 상이었다.&lt;br&gt; 앙증맞은 날개를 달고 하 트가 달린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.&lt;br&gt; 사줄까? 카운터에 있던 여직원 중 하나가 쪼르르 달려오는 걸 보며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정말요?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안 될 게 뭐야.&lt;br&gt; 너나 나나 어차피 돈만 남아도는 집 자식들이잖아.&lt;br&gt; 내가 맘만 먹으면 이 http://icom.nanydaum.com 보석가게 전부를 사다가 안겨줄 수도 있다고.&lt;br&gt; 거드름을 피우는 제후의 말투에 아란이 웃는다.&lt;br&gt; 소리 없는 웃음에 그녀의 양 볼에는 깜찍한 볼우물이 진다.&lt;br&gt; 두 개였으면 좋겠는데 손때가 묻을까 조각상 아래 빌로드 천이 깔린 상자를 통째로 들고 있던 아란이 중얼거렸다.&lt;br&gt; 응? 이거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요.&lt;br&gt; 오빠하고 나하고 하나씩 나눠 갖게.&lt;br&gt; 짝 있어요, 손님.&lt;br&gt; 보여드릴까요? 옆에 있던 직원이 카운터로 따라 오란다.&lt;br&gt; 마음만 먹으면 이 보석가게 전부를 사서 안겨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던 까닭에 그녀의 태도는 굉장히 친절했다.&lt;br&gt; 여직원이 뭐라고 얘기를 하자 남자직원이 금고를 열더니 비슷한 크기의 상자를 꺼내고 뚜껑 을 연다.&lt;br&gt; 하트에 화살이 꽂힌 모양의 조각이 누워 있었다.&lt;br&gt; 예쁘다! 아란의 감탄사에 제후가 어깨를 으쓱, 했다.&lt;br&gt; 직원들과 주인의 낯에 화색이 떠오르는 걸 보니 꽤 값이 나가는 모양이었다.&lt;br&gt; 두 분 사귀는 사이세요? 귀족적인 고상함에 적당한 반항기가 돋보이는 근사한 외모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 였다.&lt;br&gt; 여자의 예쁘다는 말 한 마디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꺼내고 카드를 긁는, 성격 화끈한 남자 의 뒷모습을 보던 여직원 하나가 상자 두 개를 포장하며 말을 붙인다.&lt;br&gt; 남자친구가 아가씨한테 푹 빠져 있는 것 같던데 그래요? 아란은 가게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 제후를 창 너머로 쳐다보며 대답했다.&lt;br&gt; 가능성은 없었지만 듣기는 좋았다.&lt;br&gt; 이왕이면 커플링도 하지 그래요? 혼자 덜렁하니 우정 반지 같은 거 끼지 말고, 사귄지 오 래 된 사이면 웃고 있던 아란의 얼굴이 굳어버렸다.&lt;br&gt; 즐거워서 까닥거리던 손가락의 움직임도 투명한 유리 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저희, 부분데요.&lt;br&gt; 부부요? 그치만 남자 분은 반지를 끼고 있지 않던 손님의 달라진 표정을 보고 여직원은 입을 다물었지만 말은 뱉어진 다음이었다.&lt;br&gt;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비참함이었지만 아란은 막 포장이 끝난 상자를 들고 훌쩍 밖으로 나와 버렸다.&lt;br&gt; 더 듣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모르는 사람에게 계약에 묶인 부부라서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형식상의 관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약속.&lt;br&gt; 아란아! 담배를 태우며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던 제후는 그가 기다리는 것조차 잊은 듯 앞 을 지나쳐 황망히 걸음을 옮기는 아란을 보고 대충 통화를 마무리 하고 그녀에게 뛰어갔다.&lt;br&gt; 어디 가.&lt;br&gt; 오늘 할아버지 만나러 가기로 아란의 팔을 잡아 돌려세운 제후는 뜻밖에도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과 http://kccc.me/naver/4260.php 맞닥뜨린 순간 말 을 끝맺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.&lt;br&gt; 원망, 분노 하여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이었다.&lt;br&gt; 낼까요? 목이 메는 음성으로 아란은 제후를 쳐다봤다.&lt;br&gt; 그냥 우리 여기서 끝낼까요? 뭐? 할아버지 앞에서 오빠가 사 준 선물이라고 좋아하며 자랑하는 아란의 얼굴을 볼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제후의 낯이 구겨졌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라면 그냥 여기서 끝내자고요!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을 시간도 달래줄 틈도 없었다.&lt;br&gt; 하얀 얼굴 가득 눈물을 터트린 아란 은 그대로 뒤돌아서 뛰어가 버렸다.&lt;br&gt;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.&lt;br&gt; 아란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그만큼 당황스러웠다.&lt;br&gt; 바닥 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 올리며 제후는 아득한 불안함으로 심장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.&lt;br&gt; 죄죄송합니다, 손님.&lt;br&gt; 아까의 여직원이 옆에 서 있었다.&lt;br&gt; 제가 실수를 했어요.&lt;br&gt; 두 분이 결혼하신 줄도 모르고 그만 커플링이나 하는 게 어떻겠냐 고 커플링? 제후는 무심결에 왼손 약지를 내려다보았다.&lt;br&gt; 아란과는 달리 어떤 구속도 허용치 않을 것처 럼,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텅 비어 있는 그의 손가락을.&lt;br&gt; 직원이 알고 말했던 것도 아니고 제후의 고의도 아니었지만 비싼 선물을 덥석 안겨주고는 아란의 마음을 깔아뭉갠 꼴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진작에 끼고 다녔어야 했는데 쑥스러움에 미뤄두었던 일이 치부를 드러내 그녀가 망신을 당 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뭐야?! 당신 눈에는 그 비싼 반지가 고작 우정 반지로 보였단 말야? 죄죄송합니다.&lt;br&gt; 정말 죄송합니다.&lt;br&gt; 어떻게 보상을 해야 이 여자에겐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후는 화가 났다.&lt;br&gt; 아니 그보다, 바람이 팽팽했던 풍선이 터져버린 것 같은 아란의 눈동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.&lt;br&gt; 화를 냈다는 건 그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뜻인데 말이다.&lt;br&gt; 나한테 기대를 해? 그 남자가 아닌 나한테? 본가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었다.&lt;br&gt; 할아버지가 생신 때의 일에 대해 뭐라고 꾸중을 하셨는지 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제후는 집에 가면 아란의 화를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가만 고민하고 있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0/tistory/2009/12/26/04/29/4b3512b07b05c &gt;&lt;br&gt;&lt;br&gt; 여자의 눈치를 보는 일이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라면 용기를 낼 수도 있는 제후였다.&lt;br&gt; 불안하진 않았다.&lt;br&gt; 어느 덧 심장을 내 준 사람이기에 그리고 문득 문득 기대를 갖게 만드는 아란의 행동에 대한 설레임이 가슴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.&lt;br&gt; 상한 속을 달래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라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건 아닌가 했지만 옥외 주차장에서 떨리는 맘으로 올려다 본 그들의 보금자리에는 불이 커져 있었다.&lt;br&gt; 저녁나절, 그렇게 아란과 헤어지고 내내 구겨져 있던 제후의 얼굴이 반가움으로 펴졌다.&lt;br&gt; 엘 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고작 3층 내려오는 http://kccc.me/naver/944.html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.&lt;br&gt; 가쁜 호흡에 들먹이는 심장을 억누르며 벨을 누르려는 찰나 문이 먼저 열렸다.&lt;br&gt; 왔어요? 어응.&lt;br&gt; 아까 그러고 간 게 미안해선지 아란은 어색한 음성으로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래도 죄책감이 드는 건 아란이 아니라 제후 쪽이었다.&lt;br&gt; 집에는 언제 왔어? 온 지 한 시간쯤 됐어요.&lt;br&gt;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아란의 어깨에서 바람이 인다.&lt;br&gt; 그 모습을 보자 잠시나마 가졌던 제 후의 설레임은 구석으로 밀려난다.&lt;br&gt; 아까 그 말 왜 한 거야? 내던지는 말이 퉁명스러웠다.&lt;br&gt; 아란이 침실로 향하던 걸음을 멈춘다.&lt;br&gt; 말해두겠지만 우리 결혼 오빠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죠.&lt;br&gt; 아란이 말을 가로채며 뒤돌아섰다.&lt;br&gt; 내가 아쉬워서 매달린 결혼이니까 혼자였던 생활로 돌아간다고 해도 오빠는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거죠?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? ! 내 마음 같은 거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거죠? 내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받아들였는지 오빠한테는 아무 상관없는 거죠? 굵은 눈물방울이 아롱져 바닥으로 떨어진다.&lt;br&gt; 제후는 울컥하는 마음에 아란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.&lt;br&gt; 그러는 넌! 너만 아픈 게 아니란 말이다.&lt;br&gt;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로 두고 사는 나는 편한 줄 알아? 멀쩡한 줄 알아? 넌 뭘 그렇게 잘했는데? 날 다그칠 만큼 순결한 요조숙녀에 조강지처야? 겉으로는 나밖 에 모르는 여자처럼 하고 다녀도 막상 뒤로는 여우짓하고 다니는 지 어떻게 알아? 아니에요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 오빠밖에 없어요.&lt;br&gt; 왜 몰라요 꼭 말로만 해야 되는 거에요? 마음으로 날 봐줄 수는 없는 거에요?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악에 받친 한 마디가 아란의 입을 뚫고 터져 나왔다.&lt;br&gt;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 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제후의 눈빛이 주춤했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손을 뿌리쳤다.&lt;br&gt;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축하한다는 말 듣고 싶었어요.&lt;br&gt;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더 이상 비참해질래야 비참해질 수도 없었다.&lt;br&gt; 손으로 가리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 큼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 걸 느끼며 아란이 뛰쳐나간다.&lt;br&gt; 멍하니 서 있던 제후가 탕! 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.&lt;br&gt; 아아란아! 제후는 신발도 신지 않고 따라 나갔지만 아란은 보이지 않았다.&lt;br&gt; 두리번거리며 황급한 심정 으로 그녀를 찾는 그의 귀에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꺄아악! 사람이 다쳤어요, 누가 좀 도와줘요! 설마 하는 불안감에 심장이 내려앉으면서 소름이 돋았다.&lt;br&gt;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 서 제후는 여자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.&lt;br&gt; 계단이 있는 곳이었다.&lt;br&gt; 사람들이 그리로 모여들었다.&lt;br&gt; 이름도 모르는 이웃들을 헤치고 들어간 제후의 눈이 커졌다.&lt;br&gt; 아란아! 계단 아래,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분명 아란이었다.&lt;br&gt; 벗겨진 한 짝의 신 발이 계단 중간에 걸쳐져 있었다.&lt;br&gt; 아란아, 제발! 넋 나간 표정으로 아란을 안아든 제후가 창백해진 그녀의 뺨을 두드리다 말고 웅성대며 모 여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.&lt;br&gt; 뭣들 하는 거에요! 사람이 다쳤는데! 구급차, 누구 구급차 좀 불러줘요!! 가벼운 뇌진탕이라면서! 그거 말고는 다친 데도 없다면서 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? 방안이 다 쩌렁쩌렁 울렸다.&lt;br&gt; 의사 생활 25년에 http://ccc1.me/naver/2078.php 이렇게 막 되먹고 시끄러운 보호자는 처음 보겠다고 생각하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을 꺼냈다.&lt;br&gt; 자자, 일단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으십시오.&lt;br&gt; 그래야 저도 무슨 말씀을 드리던지 할 것 아 닙니까? 뒤에 서 있던 권 회장이 제후의 어깨를 두드렸다.&lt;br&gt; 노인의 자애로운 눈빛이 거친 감정에 휩 싸인 손자의 마음을 다독였다.&lt;br&gt;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환자분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.&lt;br&gt; 약간의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 은 것 외에는 이봐, 의사 선생!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? 뭔가 새로운 걸 얘기해 보라고! 나는 왜 아란이 가 깨어나지 못하는지에 묻고 있잖아! 제후야! 할아버지의 엄한 목소리에 제후는 억지로 숨을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문제는 환자분이 거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.&lt;br&gt; 무의식중에 깨어나는 걸 거부하는 것 같습 니다.&lt;br&gt; 뭔가 두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.&lt;br&gt; 그럼 어떻게 해야 지금으로썬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.&lt;br&gt; 어떤 확약도 드릴 수가 의사가 말끝을 줄였다.&lt;br&gt; 제후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.&lt;br&gt; 구급대에 실려 온지 벌써 사흘 밤낮을 넘겼는데 아란은 죽은 듯이 잠만 잘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.&lt;br&gt; 죽은 듯이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 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 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무너졌다.&lt;br&gt; 이대로 영원한 잠에 들어 깨어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, 다시는 아란의 맑은 웃음을 볼 수 없 는 건 아닌가 방정맞은 생각들이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머릿속을 오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지친 발을 끌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깊은 잠에 든 아란의 얼굴은 평온해보였지만 그와 함께 하는 일상이 두려워 일어나지 못한 다는 말에 제후의 가슴은 핏빛 멍울이 지고 몇 톤짜리 돌을 얹은 것 마냥 무거웠다.&lt;br&gt; 다가가 의자를 끌어다놓고 앉았다.&lt;br&gt;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대고 눈을 감았 다.&lt;br&gt; 눈물 한 줄기가 제후의 뺨을 타고 흘렀다.&lt;br&gt; 아직은 아직은 아니잖아.&lt;br&gt; 나한테 실망하고 화나더라도 내가 철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참아주라.&lt;br&gt; 부부란 원래 그런 거 잖아.&lt;br&gt; 나란 놈한테 실망해서 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널 채웠다고 해도 이런 모습이 마지막이면 안 되는 거잖아.&lt;br&gt; 아란아 내 목소리 들리면 좀 일어나봐.&lt;br&gt; 내 마음 알기 http://alr.me 전까지는 멀리 가지마.&lt;br&gt; 나 놔두고 혼자 먼 데로 떠나지마.&lt;br&gt; 다시 그녀 없는 시간이 흘렀다.&lt;br&gt; 네 번의 낮과 밤이 일상을 만들며 지나갔다.&lt;br&gt; 학교에는 가야 된다는 할아버지의 엄명에 따르 긴 했지만 제후는 아란의 간호를 맡은 사람이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 이었다.&lt;br&gt; 강의가 끝나면 끼니를 챙길 틈도 없 이 달려오곤 했다.&lt;br&gt; 제 에미 애비가 죽은 후로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중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권 회장은 손 자며느리가 걱정되면서도 아란에게 몰두하는 제후의 모습을 다행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았다.&lt;br&gt; 제후는 남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생일에 아란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모르는 척 했던 것도 손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였다.&lt;br&gt; 아란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쉴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마음이 안식처를 찾았다는 걸 말이다.&lt;br&gt; 이제 미움 받는 역할은 그만해도 될 것 같군.&lt;br&gt; 그동안 수고했네.&lt;br&gt; 어느 날 새벽인가 아란을 간호하다 곁에 엎드려 잠이 든 제후를 보며 권 회장은 병실을 나 와 밖에서 문병 차, 들렀던 공범에게 말했다.&lt;br&gt; 그 녀석이 미처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처음부터 좋아했을 걸요.&lt;br&gt; 민준이 미소로 답했다.&lt;br&gt; 그런데 언제쯤 말해주는 게 좋을까요? 이번 일도 있고 두 사람 다, 슬슬 진실을 알 때도 된 것 같은데.&lt;br&gt; 내버려 두게.&lt;br&gt;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제 3자보다 서로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제일 행복할 테니까.&lt;br&gt; 제후가 마음을 숨기는 바보짓만 하지 않는다면요.&lt;br&gt; 그 때 낮은 굽의 샌들을 신고 복도를 뛰어오는 간호사 한 명이 있었다.&lt;br&gt; 그녀는 권 회장에게 다다르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.&lt;br&gt; 은 아란씨 보호자 되시죠? 빨리 병실에 좀 와주셔야겠어요.&lt;br&gt; 우리 아이가 깨어났습니까? 그게 아니고 병실로 환자분의 아버지라는 분이 찾아오셨는데 손자 분이 막 더 듣지 않아도 상황을 짐작하는 권 회장이었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알고 있는 이상은 그랬다.&lt;br&gt; 어둠에 묻힌 복도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병실이 http://gdaum.daumeing.net 있었다.&lt;br&gt; 활짝 열린 문으로 넓은 용적의 빛이 바닥을 비추고 거기선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가! 여기서 사라지라고! 당신이 무슨 아버지라고 딸이 다쳐서 입원해 있는데도 일주일 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당신이 무슨 아버지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36/tistory/2009/12/26/03/49/4b35094c8c456 &gt;&lt;br&gt;&lt;br&gt; 의사가 뭐라고 한 줄 알아? 잘못하면 평생 저러고 있을 수도 있대.&lt;br&gt; 부모라는 사람들이 결 혼이란 명목으로 팔아넘긴 딸이 영원히 잠들어서 죽을 때까지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대! 그거 알기나 해? 깨어나면 두려 운 일이 기다리는 것처럼 깨어나는 걸 거부하고 있대.&lt;br&gt; 이보게 권 서방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란의 아버지가 사위에게 낯을 보이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후 가 말을 가로챘다.&lt;br&gt; 당신과, 당신의 새 아내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짐이었는지 몰라도 아란이 이제 나한테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야.&lt;br&gt; 누구한테도 상처받지 못하게 내가 지킬 거고 아무도 이 아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일 있으 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그러니 가.&lt;br&gt; 여기서 사라지고 다시는 오지 마! 절규.&lt;br&gt; 그리고 차마 말해주지 못한 사랑.&lt;br&gt; 우리 누나 아파?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문틈으로 제후와 은 사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권 회장과 민준의 귀에 아이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누나 이제 못 일어나? 재영이었다.&lt;br&gt; 엄마보다 배다른 누나를 더 따르던 그녀의 동생이었다.&lt;br&gt; 아저씨 우리 누나 죽었어?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재영이 제후의 바지를 잡고 흔들었다.&lt;br&gt; 재수 없는 소리 집어 쳐! 죽긴 누가 죽었다고 그래! 아이의, 아란을 빼닮은 눈동자에 다시금 죄책감이 스며들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이가 놀랄 수 있다 는 것도 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.&lt;br&gt; 방금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끅끅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재영은 누나의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.&lt;br&gt; 부벼대는 눈이 붉었다.&lt;br&gt; 제 후는 한숨을 쉬며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었다.&lt;br&gt; 미안하다, 꼬마야.&lt;br&gt; 아저씨가 잘못했어.&lt;br&gt; 누나 안 죽어.&lt;br&gt; 그냥 자고 있는 거잖아.&lt;br&gt; 일어날 거야.&lt;br&gt; 꼭 일어나서 널 안아줄 거야.&lt;br&gt; 누나에게 http://ccc1.me 그랬던 것처럼 재영은 제후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.&lt;br&gt; 아이들 특유의 달콤한 체취가 한가득 안겨왔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안듯이 아이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달랬다.&lt;br&gt; 아무 일 없을 거야정말로.&lt;br&gt; 목이 메어왔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민준이, 그리고 할아버지가 문간에 서 있었다.&lt;br&gt; 본의 아니게 엿들은 꼴이 되어 버렸구나, 미안하다.&lt;br&gt; 언제 오셨어요? 그리고 민준이 너는? 제후는 재영을 안은 채로 일어났다.&lt;br&gt; 아란이 문병 왔다가 할아버지를 만나서 담배 한 대 태우고 들어오는 길이야.&lt;br&gt; 괜찮아? 네 녀석 온 건 하나도 안 반가워.&lt;br&gt; 민준이 피식 웃으며 사돈과 함께 나가는 권 회장을 쳐다봤다.&lt;br&gt; 은 사장의 무거운 걸음새를 보아하니 긴 얘기가 될 것 같았다.&lt;br&gt; 곧 반가워하게 될 걸.&lt;br&gt; 너, 나하고 잠깐 얘기 좀 하자.&lt;br&gt; 아란이 걱정되면 여기서 해도 좋 고.&lt;br&gt; 옆 침대에 재영을 재워놓고 있을 때 캔 커피 두 개를 든 민준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너 어제도 밤샜다면서 몸은 괜찮은 거냐? 중간 중간 자니까 견딜 만 해.&lt;br&gt; 달고 시원한 냉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잠이 깨는 듯 했다.&lt;br&gt; 아란이 좋아하지? 캔을 들어올리던 제후의 손이 공중에서 우뚝 멈췄다.&lt;br&gt; 내 말이 맞냐?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가 제후의 입가를 맴돌았다.&lt;br&gt; 민준이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뭐 너 하는 짓 봐선 묻지 않아도 당연한 얘기다만 그냥 확인해 본 거다.&lt;br&gt; 그 때 내가 아 란이 좋아한다고 했던 거 기억 나냐? 그래서.&lt;br&gt;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?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냐? !! 경악의 표정이 제후의 얼굴에 떠올랐다.&lt;br&gt; 민준이 바닥에 깔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캔을 살살 흔들었다.&lt;br&gt; 그래, 맞아.&lt;br&gt; 나 너한테 거짓말 했다.&lt;br&gt; 난 너 만큼이나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친 구의 여자를 노릴 정도로 비열한 놈은 아니야.&lt;br&gt; 그런데 왜 나한테 부탁한 사람이 있었어.&lt;br&gt; 네가 행복해지기를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이.&lt;br&gt; 할아버지가? 민준은 제후의 생각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.&lt;br&gt; 내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어땠을 거 같냐? 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 서투르잖아.&lt;br&gt; 할아버 지는 진실을 깨닫도록 너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거야.&lt;br&gt; 지기 싫어하는 네 성격에 누가 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가만히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싫어도 http://a122.totoblog.net 지키려고 노력할 테니까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신 거지.&lt;br&gt; 결 국 할아버지의 판단은 옳았고 지금 넌 여기 이 자리에 있잖아.&lt;br&gt; 아란이도 이 사실 알아? 몰라.&lt;br&gt; 아마 내가 자기한테 접근한 게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걸.&lt;br&gt; 그 녀석, 너도 알겠 지만 사람을 너무 잘 믿어.&lt;br&gt;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도 안 하고 덥석 믿어버려.&lt;br&gt; 제후는 허무함에 웃음이 나왔다.&lt;br&gt; 그 동안의 고민이 다 쓸데없는 거였다니.&lt;br&gt; 말이나 들어보자.&lt;br&gt; 너 아란이 찾아가서 뭐라고 했냐? 어느 덧 경계심을 풀은 눈동자였다.&lt;br&gt; 민준이 싱긋 웃었다.&lt;br&gt;궁금하냐? 그걸 말이라고 해? 할아버지랑 짜고 나 속인 건 괘씸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용서해준 다.&lt;br&gt; 음처음엔 반지 얘기 하면서 속을 찔러봤고 두 번째는 너희들이 계약 결혼 한 거 알고 있다고 했고, 세 번째는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지.&lt;br&gt; 그랬더니 뭐래? 선배가 뭘 원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을 거에요, 그러더라.&lt;br&gt; 아마도 내가 자기한테 구애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나봐.&lt;br&gt; 순진한 녀석.&lt;br&gt; 진심하고 장난도 구분 못하는 바보.&lt;br&gt; 가까이 있으면서도 참 어려운 사랑을 하는 커플이었다.&lt;br&gt; 자식이, 그러는 저는 바보짓 안 한 줄 아나.&lt;br&gt; 민준은 아직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생 각하는 어리석은 친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.&lt;br&gt; 너도 속아 넘어갔으면서 뭘 그래.&lt;br&gt; 나한테 주먹질까지 하고.&lt;br&gt; 한 민준 연기력이 좋았던 거지.&lt;br&gt; 정작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지만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비단 아란의 입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에서라도 그녀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고도 멀쩡할 자신이 없었다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왜.&lt;br&gt; 나 힘들다.&lt;br&gt;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데 그 아이가 원하면 보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놔 줄 수가 없어.&lt;br&gt; 욕심 부리면 정말 아란이가 달아날지 모르는데 원래 사람 좋아하는 건 다 그런 거야.&lt;br&gt; 민준은 제후의 어깨를 툭툭 쳤다.&lt;br&gt; 그리고 너처럼 지극정성인 남자 놔두고 어딜 가겠냐? http://gjjj.isuim.com 도망가더라도 일주일 동안 잠 못 자 고 밥 못 먹어가며 고생한 네 은공은 갚고 가라고 그래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웃으라고 한 말이었는데 친구를 부르는 한숨이 깊었다.&lt;br&gt; 그런 만큼 그의 사랑도 깊었다.&lt;br&gt; 아란이 쓰러졌던 날, 나한테 처음 화를 내더라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 나 하냐고,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막 울어 버리더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16/tistory/2009/12/26/02/49/4b34fb1196512 &gt;&lt;br&gt;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아무 에게도 축하받은 적 없다던 생일날에 날 만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에 단 한 사람 오빠한테만은 축하받고 싶었다고 그러더 라.&lt;br&gt; .&lt;br&gt; 사랑이 없어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난 항상 그 앨 다치게만 만들더라.&lt;br&gt; 나중에 보니 까 내가 그 앨 내쫓아버렸더라.&lt;br&gt; 제후야 아, 맞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면 늦기 전에 끝내자고 아란이가 그러더라.&lt;br&gt; 한 민준, 너 어떻게 생각해? 나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? 걸리는 게 많군.&lt;br&gt; 민준은 한 조각 희망도 남지 않은 얼굴로 넋두리를 하는 친구가 가여웠다.&lt;br&gt; 그리고 그의 이런 사랑을 모른 채 마음을 가두고 잠이 들어있는 아란에게 화가 나려고 했다.&lt;br&gt; 아란이 보내고 너 혼자 살 자신 있어? 자신이야 있지.&lt;br&gt; 미쳐버릴 자신.&lt;br&gt; 죽어도 돌아볼 사람 없으니 원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 자 신.&lt;br&gt; 그럼 보내지마.&lt;br&gt;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다 꼭 붙들어 두고 살아.&lt;br&gt; 내가 너 사랑하니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곁에만 있어달라고 졸라.&lt;br&gt; 은 아란은 착하니까 소원을 들어줄 거야.&lt;br&gt; 억지 부려서 더 정 떨어진다고 하면? 이런 겁쟁이! 권 제후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? 그럴 일 없을 거야.&lt;br&gt; 내가 장담해.&lt;br&gt; 민준은 제후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웃어주었다.&lt;br&gt; 제후를 향한 아란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친구는 확실히 달라졌다.&lt;br&gt; 조각 같은 외모와 냉담한 분위기로 여자들을 녹이던 권 제후 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.&lt;br&gt; 사랑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겁을 내고 두려워하고, 고 민을 했다.&lt;br&gt; 만약 아란이 끼고 다니던 순결반지의 주인공이 바로 자기라는 걸 알게 되면 제후가 뭐라고 그럴까 문득 궁금해지는 민준이었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병원 로비.&lt;br&gt; 그를 배웅하러 나온 친구에게 민준은 마지막 충고를 했다.&lt;br&gt;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아란이네 아버지한테 심하게 굴지 마라.&lt;br&gt; 판단은 네가 아니라 아란 이의 몫으로 남겨둬야지.&lt;br&gt; 아무리 그래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분 아니냐.&lt;br&gt; 알았어.&lt;br&gt; 아란이 일어나면 그동안 장난쳐서 미안했다고 대신 사과도 건네주고.&lt;br&gt; 알았다니까.&lt;br&gt; 택시를 부른 민준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든다.&lt;br&gt;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 제후는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아직도 깊은 잠에 들어 있는 아란을 보았지만 이제는 기다림마저 달가웠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의식을 잃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잠이 들어 있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보며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키스를 하면 일어나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마저 들었다.&lt;br&gt; http://gpq.kwsc.net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깨어 있을 때처럼 여전히 보드랍고 향기가 난다.&lt;br&gt; !! 세 번째 키스를 하고 제후가 얼굴을 들려했을 때 목에 둘려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늘고 미약 한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졌다.&lt;br&gt; 설마, 설마!!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기대감에 제후는 감았던 눈을 떴다.&lt;br&gt;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아란의 눈 동자가 무려 8일 만에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너너 말이 나오질 않았다.&lt;br&gt; 한없이 기쁜 순간에 너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.&lt;br&gt; 응, 나 일어났어요.&lt;br&gt; 나 진짜 많이 잤죠? 젠장!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에 왈칵, 목이 메어 오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은 제후의 몸을 가만히 밀면서 일어났다.&lt;br&gt; 제후가 얼른 아란의 어깨를 잡아 부축해주었다.&lt;br&gt; 그래, 이 잠꾸러기야.&lt;br&gt; 무슨 잠을 8일씩이나 자냐?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겨주다가 제후는 부서질 것 같은 아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.&lt;br&gt; 며 칠 사이 수척해진 몸에, 줄무늬 환자복 속으로 느껴지는 헐거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빨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누가 발을 잡고 안 나줬어요.&lt;br&gt; 눈을 뜨고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반겨줄 사람 아무도 없다고 그냥 여기서 살라고 그랬어요.&lt;br&gt; 까만 옷에 얼굴도 없는 무서운 사람이 자꾸 날 붙잡았어요.&lt;br&gt; 무서웠어? 아란은 대답을 하지 않고 손깍지를 끼어 제후의 등을 안았다.&lt;br&gt; 그의 어깨 언저리가 천천히 젖어왔다.&lt;br&gt; 그녀의 몸이 흐느낌으로 떨리고 있었다.&lt;br&gt; 미안해 입술을 깨물었다.&lt;br&gt; 가까스로 참아내는 그녀의 눈물은 고통이 되어 제후의 심장으로 배겨왔다.&lt;br&gt; 다시는 너 혼자 무서운 꿈에 남겨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.&lt;br&gt; 숙모팬티 우린 항상 같이 있을 거야.&lt;br&gt; 언제든 널 지켜줄 거야.&lt;br&gt;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그리고 나도, 널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아란의 감은 눈꺼풀에 입을 맞추며 제후는 말했다.&lt;br&gt; 창 밖으로 먼동이 트고 있었다.&lt;br&gt;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 날과 하늘을 두고 제후는 그렇게 가 슴을 저리며 찾아온 첫사랑을 고백했다.&lt;br&gt; 아빠가 새엄마랑 헤어지기로 했대요.&lt;br&gt; 은 사장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아란이 저녁때를 훌쩍 넘겨 들어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아빠 없는 동안에 나한테 함부로 한 거 전주댁 아줌마한테 들었나 봐요.&lt;br&gt; 그동안 아빠 노 릇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그랬어요.&lt;br&gt; 전주댁 아줌마는 아란이 여섯 살 때부터 은 사장네 살림을 봐줬던 사람이었다.&lt;br&gt; 엄마가 돌아 가시고 나서 유일하게 정을 붙인 사람이라고, 새 엄마가 들어와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면서는 더욱 의지를 했던 사람이라 고 아란은 얘기하곤 했었다.&lt;br&gt; 재영이는? 엄마가 데려가서 키운다고 하셨는데 확실한 건 모르겠어요.&lt;br&gt; 원래 재영이가 새 엄마보단 나하고 아빠를 잘 따랐거든요.&lt;br&gt; 제후는 알 만 하다는 듯 말했다.&lt;br&gt; 치장하고 가꾸느라 아이 돌 볼 틈도 없었나보지.&lt;br&gt; 아마도요.&lt;br&gt; 아란의 얼굴에서 긍정의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.&lt;br&gt; 그래도 http://icom.nanydaum.com 새 엄마가 계서서 아빠가 행복하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왠지 아빠가 이혼 을 결정하신 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죄송스러워요.&lt;br&gt; 난 아무래도 좋다는 사고방식은 버려.&lt;br&gt; 남을 위해서 희생할 생각만 하지 말고 좀 이기적으 로 굴어봐.&lt;br&gt; 아란이 넌 행복할 자격 충분히 있어.&lt;br&gt; 제후는 마주 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.&lt;br&gt; 아, 그리고 나 커피 마실 건데 생각 있으면 같이 마시자.&lt;br&gt;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구수한 커피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.&lt;br&gt; 휘파람을 불면서 주방으 로 들어가는 제후를 보며 아란은 혼자 웃었다.&lt;br&gt;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제후는 줄곧 다정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.&lt;br&gt; 처음엔 보상 심리 때문인 가 의심도 해보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의 다정함은 변함이 없었고 스스럼없는 장난기와 짓궂은 행동은 그들이 보통의 신혼부부 처럼 살고 있다고 아란이 생각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계약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랑해서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다.&lt;br&gt; 알았지? 끝내자는 말 절대로 하지 마.&lt;br&gt; 이제 겨우 두 달 좀 넘게 살아보고 맞는다느니 안 맞는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자.&lt;br&gt; 퇴원 기념으로 찾은 레스토랑에서 제후는 그런 말을 했다.&lt;br&gt; 손을 끌어다 잡으며 조심스레 말 을 내는 그의 눈을 보면서 아란은, 제후와의 관계에 좋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고 머잖아 그의 마음이 진 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.&lt;br&gt; 제후를 믿게 되었다.&lt;br&gt; 요즘만 같으면 세상에 무엇도 바랄 것 없는 사람처럼 아란은 행복했다.&lt;br&gt; 거기에 욕심 부려 한 가지 소원을 빈다면 그도 그녀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.&lt;br&gt; 그녀 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고 싶었다.&lt;br&gt; 커피 향 좋지? 좋아요.&lt;br&gt;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아란이 한모금의 향을 들이마셨다.&lt;br&gt; 정말이지 저 웃는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까봐 애태웠던 걸 생각하면 그녀가 얄밉기까지 한 제후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7e/14/bmwno1000/folder/3/img_3_1051_12?1261913432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잔잔히 부딪치는 시선에 아란이 뺨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.&lt;br&gt; 근데 왜 그렇게 쳐다봐요? 예뻐서.&lt;br&gt; 제후는 턱을 괴고 키득 웃었다.&lt;br&gt; 장난치지 마요.&lt;br&gt; 장난 아닌데.&lt;br&gt; 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 거야.&lt;br&gt; 한층 노골적인 시선에 부끄러움이 또르르 몰렸다.&lt;br&gt; 아란은 잔을 손으로 감싸고 살그머니 제 후의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.&lt;br&gt; 왜 모르고 살았을까.&lt;br&gt; 너처럼 귀엽고 착한 아이 옆에다 두고도 왜 모르고 지냈을까.&lt;br&gt; 커피를 다 마신 아란이 잔을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받침대에 얹고는 허둥지둥 주방을 나간 다.&lt;br&gt; 뒷모습을 쫓던 제후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따랐다.&lt;br&gt; 그리고 아란의 팔을 잡아 침실로 들어간 다음 문을 잠갔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보상 받고 싶다.&lt;br&gt; 너 없이 혼자 보냈던 것만큼 우리의 시간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고 싶다.&lt;br&gt; 오늘 http://kccc.me/naver/4260.php 너 안아도 돼? 그그치만 거절해도 소용없어.&lt;br&gt; 보름동안 참아줬으니까 오늘은 내 맘대로 할 거야.&lt;br&gt; 물러서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안으면서 제후는 아란의 몸을 침대에 밀치듯 쓰러트렸다.&lt;br&gt; 성 급한 손길을 따라 드러나는 여자의 몸에 호흡이 가빠왔다.&lt;br&gt; 건강이 나빠졌다고 며칠 햇빛 구경을 안 시킨 탓인지 피부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.&lt;br&gt; 이 아 름다운 몸을 옷으로 가리면 오히려 죄가 될 것처럼 보였다.&lt;br&gt; 내일 토요일이지? .&lt;br&gt; 그럼 우리 밤새도록 여기서 놀자.&lt;br&gt; 전화와도 받지 말고 누가 벨 눌러도 열어주지 말고 내 일 아침까지 놀다가 자자.&lt;br&gt; 몰라요.&lt;br&gt; 싫어요가 아니라 몰라요다.&lt;br&gt; 늘 처음 만난 남자에게 몸을 열어주는 것처럼 아란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.&lt;br&gt;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잘 하면서 그에게만 그런다.&lt;br&gt; 그런 아란의 행동이 제후에게는 &lt;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사람&gt;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 졌다.&lt;br&gt; 그리고 매번 처녀를 방문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선사했다.&lt;br&gt; 싫으면 지금 말하던가.&lt;br&gt; 아란이 시트를 끌어올려 가슴을 가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싫어도 오빠 맘대로 한다면서요.&lt;br&gt; 후후, 이제 보니 삐지기도 하잖아? 제후는 아란의 화내는 모습이 신기했다.&lt;br&gt; 언제나 그 앞에선 쥐 죽은 듯 꼬리를 내리고 하라 는 대로 따라주던 그녀가 처음으로 반항이라는 걸 했다.&lt;br&gt; 은 아란.&lt;br&gt; 야릇한 붉은 빛이 아란의 얼굴에 떠돌았다.&lt;br&gt; 지금 당장 아란의 몸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고 싶은 걸 참으면서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내가 어떤 여자 좋아하는지 말해줄까? 어떤 여자좋아하는데요? 그녀가 순진하게 되묻는다.&lt;br&gt; 역으로, 아란의 몸을 아래에 두고 있는 제후의 얼굴은 짓궂은 헌 터의 표정이 된다.&lt;br&gt; 오늘 밤 넌 죽었어, 라는 뜻이다.&lt;br&gt; 나한테 저항하는 여자.&lt;br&gt; 좋으면서도 싫다고 말해서 날 더 부추기는 여자.&lt;br&gt; 수차례의 절정이 지났다.&lt;br&gt; 몸과 몸이 먹고 먹혔다.&lt;br&gt; 흥분을 부추긴 대가로 아란은 밤새도록 시달렸지만 한 번도 제후를 거절하지 않았다.&lt;br&gt; 물러서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오빠가 원하는 게 내 몸이라면 나한테 빠져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.&lt;br&gt; 나한테 집착하도록, 그래서 나 외에는 누구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릴 거야.&lt;br&gt; 새벽녘에 풋잠이 들었던 제후는 아란이 뒤척이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.&lt;br&gt; 부스스한 얼굴로 시 계를 쳐다보니 아침 7시 30분, 샤워도 하지 못하고 잠이 든 지 겨우 세 시간이 지났다.&lt;br&gt; 제후는 끄으응,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깜박여 눈 안으로 들어온 빛을 몰아냈다가 다시 실눈 을 뜨고 옆에 누운 아란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.&lt;br&gt; 적어도 정오까지는 깨지 못할 것처럼 아란은 곤한 잠에 들어 있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끌어다 안으면서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몸을 개켜 일어났다.&lt;br&gt;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http://kccc.me/naver/944.html 쑤시고 아팠다.&lt;br&gt; 뜨겁고 격렬했던 정사(情事)의 보상이라 그것도 기꺼 운 제후였다.&lt;br&gt; 시트가 눌렸다 제 자리로 돌아오면서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반짝하는 기 운에 욕실로 들어가던 제후가 되돌아 와 그것을 주웠다.&lt;br&gt; 결혼반지였다.&lt;br&gt; 제후의 손가락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녀석의 짝이다.&lt;br&gt; 아란이 일부러 빼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도 어젯밤의 정신없는 상황에 빠트린 모양이다.&lt;br&gt; 정신없는.&lt;br&gt; 풋 그렇게 좋았나? 황홀한 기억을 되살리며 미소 짓는 제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느다란 백금 링 안에 글자가 새겨져있는 게 보였다.&lt;br&gt; 이니셜이다.&lt;br&gt; 제후는 반지를 쥔 손을 힘주어 쥐었다가 펼쳤다.&lt;br&gt;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간만에 찾아 온 나른한 행복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, 좋아하는 사람 있다.&lt;br&gt; 두렵지만 보고 싶었다.&lt;br&gt; 그녀의 사랑을 차지한 사람을 알고 싶었다.&lt;br&gt; 누구일까? 결혼반지에 이니셜을 새길 정도라면 굉장히 소중한 사람일 텐데, 한 번도 손가락에서 반지 를 빼지 않았던 건 결국 다른 사람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서였던 걸까? 제후는 가슴이 쓰렸다.&lt;br&gt; 그러나 피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.&lt;br&gt; 그래서, 어느 덧 땀이 고인 손바 닥에서 반지를 들어 빛이 잘 드는 쪽으로 들어올렸다.&lt;br&gt; 첫 글자는 K였다.&lt;br&gt; JH? KJH.&lt;br&gt; 뭐야, 내 거하고 똑같 무심코 내뱉은 진실에 제후의 눈동자가, 입이 그대로 굳어버린다.&lt;br&gt; 그러다 천천히 몸을 돌려 세상모르고 잠이 든 아란을 쳐다봤다.&lt;br&gt; 그녀는 말했었다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굴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고.&lt;br&gt; 야? 정말 나야? 네가 좋아하는 사람 정말로 권 제후야? 콧소리까지 내며 자고 있는 그녀가 대답할 리 없건마는 제후는 또 묻고 있었다.&lt;br&gt; 야, 한 민준.&lt;br&gt; 제후 놈 왜 저렇게 분위기 잡냐? 또 와이프랑 한 판 했대? 도서관 자리에 가방을 두기 무섭게 담배를 태운다고 나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책상에 쌓은 전공서 적들을 보며 한숨을 쉬던 서훈이 칸막이 사이로 몸을 제껴 민준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남들은 리포트 마감 맞추느라 골 빠개지는 이 때 얄밉게 돌아다니기나 하고 말이야.&lt;br&gt; 저 자식 머리 좋고 손 빠른 건 알지만 너무 한 거 아냐? 머리 나쁘고 손 늦은 너하곤 다르게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.&lt;br&gt; 내버려둬.&lt;br&gt; 장난스런 무시로 서훈의 입을 막은 민준이었으나, 민준도 얼마 못가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 났다.&lt;br&gt; 궁시렁 대며 책을 넘기던 서훈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.&lt;br&gt; 넌 또 어디 가? 나도 담배나 한 대 태우려고 그런다.&lt;br&gt; 금방 들어올게.&lt;br&gt; http://ccc1.me/naver/2078.php 서훈이 콧방귀를 흥, 뀐다.&lt;br&gt; 어이구! 자식이 저만 의리 있는 척 하고 있네.&lt;br&gt; 제후 놈 걱정 되서 그런다고 말하면 내가 너 잡아먹을까봐 그러냐? 친구 사이에 별 걸 다 숨겨.&lt;br&gt; 민준은 이해해줘서 고맙단 표시로 손을 들어보였다.&lt;br&gt; 그리고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확인한 다음 밖으로 나와 제후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있었다.&lt;br&gt; 저 자식 오늘만 담배 한 갑이 넘는데 와이프 마음 알았으면 됐지 또 뭐가 문제인 거야? 불 좀 빌리자.&lt;br&gt; 민준은 털썩, 제후 옆에 주저앉으며 담배를 내밀었다.&lt;br&gt; 뻔히 쳐다보는 표정에 약간의 놀라움 이 깃들었다.&lt;br&gt; 뭐해? 불 좀 빌리자니까.&lt;br&gt; 허연 연기가 둘이 되었다.&lt;br&gt; 새 담배의 3분의 1이 타들어가도록 아무 말이 없던 침묵은 기다 리다 지친 민준이 말을 꺼내면서 깨졌다.&lt;br&gt; 잘 나가다 왜 그러냐.&lt;br&gt; 사랑하는 여자 마음 얻은 걸로는 부족했어? 난 나를 잘 알아.&lt;br&gt;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민준은 금방 제후의 말뜻을 알아들었다.&lt;br&gt; 뭐가 두려운 건데.&lt;br&gt; 끝까지 가지 못할까봐?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던 여자들.&lt;br&gt; 그 속을 헤매던 방황에서 찾은 한 사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7/tistory/2009/12/26/04/01/4b350bec50bdc &gt;&lt;br&gt;&lt;br&gt; 아니면 아란이야? 버리게 될까봐 두려우냐 버림받는 것이 두려우냐, 민준은 묻고 있었다.&lt;br&gt; 대답을 않는 것으로 보아 둘 다 인 것 같았다.&lt;br&gt; 네 곁에 있으면 행복하지 못할까봐 겁나냐? .&lt;br&gt; 미친 놈.&lt;br&gt; 네 곁에 누구씨는 행복해서 죽을라고 하더라.&lt;br&gt; 아란이 그 녀석 생각하는 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거 알지? 민준은 피다 만 담배를 밟아 뭉개며 말을 보탰다.&lt;br&gt; 행복해 하고 있어.&lt;br&gt; 네 눈에 보이잖아.&lt;br&gt; 너도 알고 있잖아.&lt;br&gt; 그 일 권 제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.&lt;br&gt;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궁상떨지 말고 지금 하는 만큼만 해 줘.&lt;br&gt; 넌 해 보지도 않은 놈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? 알려고 해서 알아진 게 아니라 눈에 보인다고 했잖아.&lt;br&gt; 너희 둘 사랑하는 거 눈에 보여.&lt;br&gt; 서 로의 곁에서 행복해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이 보여.&lt;br&gt; 비로소 보이는 웃음이 서글펐다.&lt;br&gt; 민준아 나 제후의 핸드폰이 삐빅 신호음을 냈다.&lt;br&gt; 문자 메시지였다.&lt;br&gt; 제후가 말을 하려다 말고 메시지를 확인한다.&lt;br&gt; 누구야? 아란이? 어.&lt;br&gt; 6시에 경상대 앞에서 만나기로 한 걸 깜박했네.&lt;br&gt; 그러더니 제후는 이렇다 할, 양해도 구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뛰어 들어간다.&lt;br&gt; 그리고 수 분 후 다시 나와 정신없이 가방을 메고 경상대 건물이 있는 쪽으로 사라져버린다.&lt;br&gt; 뭐야, 저 녀석.&lt;br&gt; 얼음 왕자에서 공주의 똘마니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.&lt;br&gt; 혼자 남은 민준이 바닥에 떨어진 제 후의 담배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어본다.&lt;br&gt; 사랑을 하는 친구는 행복해 보였다.&lt;br&gt; 한 달음에 도착할 듯 걸음을 재촉했던 제후는 아란의 모습이 보이기 불과 몇 미터 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아란의 곁에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.&lt;br&gt; 저번에 본 채석이라는 아이는 아니다.&lt;br&gt; 아란이 그 남자와 다정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도, 미소를 지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발은 저절로 서버렸다.&lt;br&gt; 처음 보았을 땐 무작정 손을 낚아 채 데려오고 친구 앞에서 무례한 키스를 퍼붓기까지 했는 데 지금은 소중한 그녀를 그리 대할 맘도 대할 용기도 없다.&lt;br&gt; 하지만 잠시 동안 심장을 욱죄어 오는 통증은 사실이었다.&lt;br&gt; 지금은 가지 말라고 겁먹은 머리가 명령을 내린다.&lt;br&gt; 아란이 다른 남자와 얘기대화의 내용에 상관없이하는 모습만 보면 사라지는 자신감도, 언제 그녀가 그를 버리고 행실 좋고 반듯한 사람을 찾아 가버릴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었다.&lt;br&gt; 조심스러웠다.&lt;br&gt; 화를 낸다기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음을 알았던 듯 그 모습은 그리 오래 눈에 비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손짓을 해가며 대화 를 주고받던 남자가 목례를 하고는 사라진다.&lt;br&gt; 마찬가지 방법으로 인사를 받은 아란이 몸을 나무 그늘의 기둥에 기대며 이내 입 을 가리고 하품을 한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무심코 돌린 시야에 제후의 모습이 들어오자 아란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부른다.&lt;br&gt; 아까와는 다르게 서두르지 않는 보폭으로 제후는 아란에게 걸어갔다.&lt;br&gt; 오래 기다렸어? 이제 6시 20분밖에 안 됐는데요, 뭘.&lt;br&gt; 아란이 손목을 올렸다 내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오해하지 않도록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.&lt;br&gt; 오면서 보니까 누구랑 얘기하고 있던데 그 사람 누구야? 아, 봤어요? 여자 친구가 우리 학교 학생인데 처음 와서 길을 모른다고 그러잖아요.&lt;br&gt; 그럼 그렇지.&lt;br&gt; 설마 별다른 일이야 있겠어.&lt;br&gt; 다른 말은 안 했고? 에? 아아니, 이상한 추파 같은 거 던지지는 않았냐고.&lt;br&gt; 어휴, 이 병신! http://alr.me 이상한 걸 물어본 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말은 왜 더듬는 거야.&lt;br&gt; 제후는 속 으로 수도 없이 제 머리를 쥐어박았다.&lt;br&gt; 그건 왜 물어보는 데요? 불현듯 민망해진 표정의 제후와 눈을 맞추던 아란이 눈을 깜박깜박 하더니 고개를 젓는다.&lt;br&gt; 그가 난감해하며 말을 더듬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너넌 내가 다른 여자랑 얘기하고 있으면 좋냐? 이런! 예, 아니오의 단답형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.&lt;br&gt; 그거야 당연히 그럼 됐어, 더 물어보지 마! 북 치고 장구치고 저 혼자 괜히 성질을 부리더니 제후는 혼자서 씩씩 걸어가 버린다.&lt;br&gt; 아란 이 졸졸 뒤를 따라온다.&lt;br&gt; 오빠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? 없었어.&lt;br&gt; 근데 왜 나한테 화내요? 화 안 냈어! 그러니까 자꾸 토 달지 마! 하지만 지금 화내고 있잖아요.&lt;br&gt; 서운함이 실린 음성과 함께 뒤를 따라오던 기척이 멎었다.&lt;br&gt; 제후가 뒤를 돌아보자 아란은 머 쓱한 팔을 쓸어내리며 서 있었다.&lt;br&gt; 상처받은 얼굴이었다.&lt;br&gt; 굳이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큰 눈에선 금방이라도 떼구르르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고여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 다시 제후의 상태를 확인시켜주었다.&lt;br&gt; 오빠 화내고 있다구요.&lt;br&gt; 한숨이 나온다.&lt;br&gt; 왜 소중히 여긴다면서, 좋아한다면서 난 왜 꼭 번번이 저 아일 울리고 마는 걸까.&lt;br&gt; 이제는 정말로 사랑인데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는 그녀였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마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착각에 재 빨리 손을 내밀어 아란의 팔을 잡았다.&lt;br&gt; 미안해.&lt;br&gt; 됐어요.&lt;br&gt; 사실은 그게그래! 리포트 쓰다가 나왔거든.&lt;br&gt; 모레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출하라고 교수가 닦달을 해서 아마 그것 때문에 신경이 좀 예민해져 있었나 보다.&lt;br&gt; 알았어요.&lt;br&gt; 아란은 잡히지 않은 쪽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.&lt;br&gt; 그럼 바쁘다고 얘기하지 뭐하러 나왔어요.&lt;br&gt; 나 혼자서도 집에 갈 수 있는데.&lt;br&gt; 관심도 없었던 리포트가 도움을 줬다.&lt;br&gt; 제후는 그의 말에는 의심을 할 줄 모르는 아란과 300 페이지 분량의 전공서적을 탐독하고 사흘 만에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교수에게 감사했다.&lt;br&gt; 너 어린애잖아.&lt;br&gt; 나 없으면 안 되는.&lt;br&gt; 새록 고이는 웃음에 비로소 마음을 놓고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.&lt;br&gt; 울었으니까 배고플 거 아냐? 손가락 사이로 빈틈이 채워졌다.&lt;br&gt; 조금 걷다 돌아보는 그의 웃음에 그녀도 붉은 눈을 하고 웃었다.&lt;br&gt; 그것가지고 양이 차? 제후가 보기엔 먹는 것 같지도 않았다.&lt;br&gt; 저녁 사준다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데리고 왔더니 아 란은 샐러드에만 손을 대고 식사를 끝낸다.&lt;br&gt; 배불러요.&lt;br&gt; 봐요.&lt;br&gt; 아란이 손을 펴서 조금도 나오지 않은 아랫배를 톡톡 친다.&lt;br&gt; 그래도 이거 먹고 내일 아침까지 버텨야 되잖아.&lt;br&gt; 정말 배 안 고프겠어? 먹는 걸로는 그렇게 욕심 안 나요.&lt;br&gt; 나중에 우리 아이 가졌을 때도 그럴까봐 겁난다, 야.&lt;br&gt; 애기가 뱃속에서 뭘 먹고 크겠냐? 그거야 모르죠, 그 때 가면 곰탕에 두 그릇씩 밥 말아먹을지.&lt;br&gt; 투덜대는 제후를 아란은 쳐다보며 웃는다.&lt;br&gt; 제후가 먹다 말고 고개를 든다.&lt;br&gt; 왜? 아뇨.&lt;br&gt; 그냥 오빠가 나랑 애기 낳을 때까지 살아줄 생각 하고 있는 게 신기해서요.&lt;br&gt; 아이 오빠 닮으면 예쁠 거에요, 그죠? 아란의 말을 들은 제후가 얼굴을 굳혔다.&lt;br&gt; 살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거지.&lt;br&gt; 부부는 동등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니까.&lt;br&gt; 명문 S대의 학벌과 국내 건설회사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의 딸, 귀족적이고 아름다운 외모.&lt;br&gt;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도 제후에 대해서는 항상 자기를 낮추어 보는 아란 이다.&lt;br&gt; 자격지심이 아니라 아직 그의 마음을 모르기에 저러는 것이다 이해는 하면서도 제후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거슬린다.&lt;br&gt; 네가 나에 비해 뭐가 부족한데.&lt;br&gt; 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계약 따윈 이제 신경도 안 쓰고 있어.&lt;br&gt; 그러니 네가 나에 대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일, 없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오빠는 사랑해 본 적 있어요? 조건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만 생각하면 자신이 형편없어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뭔지 알 수 있어요? 내가 뭐?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아니에요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15/18/yasisite/folder/8/img_8_311_1?1261914458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아? 사람 궁금하게.&lt;br&gt; http://gdaum.daumeing.net 있잖아요, 나 오늘 술 마시고 싶은데.&lt;br&gt; 심드렁하던 제후의 눈동자가 반짝, 놀란다.&lt;br&gt; 아란은 종업원이 접시들을 치운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말했다.&lt;br&gt; 오빠는 운전해야 되니까 관두고 나 마시는 거만 봐주면 안 돼요? 나 참.&lt;br&gt; 마시려면 같이 마셔야지.&lt;br&gt; 취하면 호텔 찾아서 하루 자면 되잖아.&lt;br&gt; 레스토랑을 나온 두 사람은 제후가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들른다는 호프집을 찾았 다.&lt;br&gt; 8시가 갓 넘은 초저녁인데도 단골들이 많아 벌써부터 시끌시끌했다.&lt;br&gt; 어렵사리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.&lt;br&gt; 뭐 마실래? 오빠가 정해요.&lt;br&gt; 난 아무 거나 상관없으니까.&lt;br&gt; 아란이 순진한 얼굴로 양 팔을 뻗어 소파를 짚고 다리를 모아 앉는다.&lt;br&gt; 투명한 유리 테이블 아래로 허벅지가 반은 보이는 미니스커트가 골반에서부터 아슬아슬하게 감고 있다.&lt;br&gt; 그러고 보니 내내 핸드백으로 허벅지를 가리고 있던 게 생각이 났다.&lt;br&gt; 비트 강한 댄스 음악 때문인지 어슴푸레 얼굴에 빛을 드리우는 조명 때문인지 늘 대하는 그 녀임에도 제후는 가슴이 떨린다.&lt;br&gt; 조금만 옆으로 가 봐.&lt;br&gt; 파트너가 있음에도 아란을 힐끔대는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영 못마땅했다.&lt;br&gt; 저 자식들, 감히 누구 걸 넘보는 거야? 왜요? 우리가 남이냐? 같이 앉게.&lt;br&gt; 아란이 안으로 물러 들어갔다.&lt;br&gt; 제후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안아 자 기 쪽으로 돌린다.&lt;br&gt; 저항도 않는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향이 녹아 입 안에서 뒤엉킨다.&lt;br&gt; 아란을 훔쳐보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하려던 것이었지만 애초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촉촉하고 도톰한 입술의 감촉에 취해버리는 제후였다.&lt;br&gt; 키스가 깊어지면서 아란이 반응을 보였다.&lt;br&gt; 팔을 제후의 목에 감고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.&lt;br&gt; 등줄기의 움푹 파인 부분을 제후의 손가락이 훑자 아란은 허리를 휘면서 몸을 바짝 갖다 붙인다.&lt;br&gt; 자잠깐만요, 오빠.&lt;br&gt; 등이 푹신한 소파에 닿기 직전에 아란이 제후를 떠민다.&lt;br&gt; 사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젠장, 뭐가? 입맛을 다시며 제후는 아란에게 기울였던 몸을 세워 주위를 둘러보았다.&lt;br&gt; 그녀의 말처럼 이 게 웬 떡이냐 쳐다보는 눈들이 많았다.&lt;br&gt; 언제 웨이터가 다녀갔는지도 모르게 세팅 된 테이블과, 처음에는 수북하게 올라왔을 맥주 거품의 얇은 층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바보 씹탱이들.&lt;br&gt; 남 연애하는 거 처음 보나.&lt;br&gt; 상황의 진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다가 제후는 마지못해 아란을 품에서 놓아주었다.&lt;br&gt; 그녀 는 부끄러운 눈빛이었지만 창피해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옷매무새를 바로 하며 앉는다.&lt;br&gt; 잘못 했어.&lt;br&gt; 제후는 1700㏄ 용량의 차가운 맥주를 작은 잔에 따라 마시고 입술에 묻은 거품을 혀로 쓰 윽, 핥아냈다.&lt;br&gt; 첨부터 호텔로 가는 건데 잘못했어.&lt;br&gt; 거기 가서 둘이 신나게 즐기는 건데.&lt;br&gt; 다른 데로 갈까요? 아란이 온기가 느껴지는 손을 제후의 무릎에 얹었다.&lt;br&gt; 자그마한 압박감에 제후가 마시던 잔 을 놓고 이게 무슨 뜻이냐는 듯 그녀를 쳐다본다.&lt;br&gt; 하다만 거 계속 하고 싶지 않아요? 말귀를 알아들은 제후가 금세 쿡, 웃었다.&lt;br&gt; 살다보니 요조숙녀 은 아란의 입에서 먼저 그걸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도 있구나 싶었다.&lt;br&gt; 좋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.&lt;br&gt; 경험자답게,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인간의 짧고 비밀 스런 사랑을 나누려면 어디가 좋은지는 숙지하고 있었다.&lt;br&gt; 형, 나 거기 좀 쓸게.&lt;br&gt;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눈짓을 하고 제후는 아란을 데리고 좁은 문을 나와 2층으로 올라 갔다.&lt;br&gt; 작은 문이 있었다.&lt;br&gt; 제후가 손잡이를 돌리고는 아란을 들어가게 했다.&lt;br&gt; 잠만 자는 곳인지 가구 하나 형광등 하나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.&lt;br&gt; 키 높은 창문으로 흘러들 어오는 달빛이 야트막한 침대를 비추는 곳이었다.&lt;br&gt; 달칵.&lt;br&gt; 등 뒤로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.&lt;br&gt;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.&lt;br&gt; 오늘 처음 만난 여자와 남자가 http://ccc1.me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밀애(密愛)의 장소를 찾은 것처럼 아 란과 제후는 잠시 눈을 맞춘다.&lt;br&gt; 그가 다가온다.&lt;br&gt; 붙잡히는 시선 속에서 천천히 긴장이 고조된다.&lt;br&gt; 제후의 팔이 허리를 감싸오자 아란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본다.&lt;br&gt; 하얀 손가락이 제후의 뺨을 스치고 머리칼을 만지다가 목젖을 스친다.&lt;br&gt; 붉은 입술이 탐스럽다.&lt;br&gt; 늘 품 안에서 익숙했던 향기가 어색하게 코를 스치고 떨리는 손가락의 감촉 아래로 부드러 운 피부는 사르르 밀려난다.&lt;br&gt; 음악소리가 귓가에서 웽웽 멀어져가고 맞닿은 심장소리는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.&lt;br&gt; 한껏 달아오른 숨결이 하나가 된 몸을 얽어 묶는다.&lt;br&gt; 뱅그르르 천장이 맴을 돈다.&lt;br&gt; 젖은 숨소리가 방 안을 메운다.&lt;br&gt; 절정의 신음소리가 공중에 부딪치고 야릇한 고통과 쾌감이 뿜어져 나온다.&lt;br&gt; 무저갱(無底坑)의 암흑까지 떨어졌다가 천국의 광명에까지 이른다.&lt;br&gt; 생명과 생명이 만나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들어맞은 그것은 사랑을 잉태한다.&lt;br&gt; 꿈인 듯 환상인 듯 시간이 멈춘다.&lt;br&gt; 앞으론 종종 술 마시러 와야 되겠는 걸.&lt;br&gt;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후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한바탕의 격렬한 운동(!)으로 땀을 빼고 난 다음에 마시는 맥주 맛은 더없이 좋았다.&lt;br&gt; 언제는 호텔 가서 둘이 즐기자면서요.&lt;br&gt; 제후가 쳐다보자 아란이 얼른 눈을 돌리고 입을 다문다.&lt;br&gt; 그녀의 하얀 목에 남은 키스마크가 조금 전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그래서 좋았다는 거야, 싫었다는 거야? 흔하지 않은 아란의 새침한 눈빛에 제후가 운전을 하면서 웃었다.&lt;br&gt; 앵 토라지는 입술이 귀엽 기만 했다.&lt;br&gt; 뭐나쁘지는 않았어요.&lt;br&gt; 차마 대답을 못하겠는지 미적미적, 말을 돌리지만 선수답게 제후는 속뜻을 낚아 채 낸다.&lt;br&gt; 괜찮았으면 집에 가서 한 번 더 할까? 카메라를 샀다.&lt;br&gt; 원하면 바로 찍어서 즉석에서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0/tistory/2009/12/26/04/00/4b350be9be018 &gt;&lt;br&gt;&lt;br&gt; 웨딩 앨범 말고는 볼 만 한 사진을 채워 둔 앨범 하나 없다는 게 제후의 이유였지만 빛나는 두근거림으로 자리해가는 아란의 모습을 잃어버리기는 너무 아까워서 그랬다.&lt;br&gt; 제후는 자석이 달린 예쁜 팬시 제품을 사다가 냉장고에 사진을 붙여 놓기 시작했다.&lt;br&gt; 막 일 어나서 눈을 부비는 모습, 샤워를 하고 나와 젖은 머리를 터는 모습이며 놀이동산에서 재영과 놀아주는 모습 등, 제후의 손에 서는 카메라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.&lt;br&gt; 사진 찍는 걸 싫다고 손사래를 젓던 아란도 점차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다루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.&lt;br&gt; 한 번은 술을 마시고 들어와 퉁퉁 부은 제후의 얼굴을 몰래 찍었다가 냉장고에 붙여놓고 잠 이 깬 그에게 보여주면서 깔깔대기도 했다.&lt;br&gt; 길을 지나다 만난 귀여운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을 찍기도 했지만 그들 사진 속의 주인공은 거의 상대방이었다.&lt;br&gt; 사랑할 운명으로 만나게 된 것처럼 뒤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이었다.&lt;br&gt; 언제부터였을까.&lt;br&gt; 넌 언제부터 내 주위를 맴돌았을까.&lt;br&gt; 내가 모르던 시절의 넌 어떤 모습이었을까.&lt;br&gt; 어떤 http://a122.totoblog.net 모습으로 나를 사랑했을까.&lt;br&gt;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제후는 아란을 더듬어 봤지만 어느 한 조각 기억 속에도 그녀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았다.&lt;br&gt; 아란은 가슴에 안고 다니는 전공서적을 치우고 교복을 입혀놓으면 여고생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풋풋한 인상의 소유자였다.&lt;br&gt; 화려한 옷과 세련된 화장으로 자신을 치장해 남자를 유혹할 줄도 몰랐고 마음에 드는 남자 에게 먼저 접근하는 여자들의 화끈함은 흉내 내지도 못했다.&lt;br&gt; 결혼 전, 그런 여자들만을 찾아 부담 없이 즐겨왔던 제후 쪽에서 보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도 당연했다.&lt;br&gt; 설사 그녀를 알았다 하더라도 처녀를 망가뜨린 숙모팬티 책임을 떠맡을 걸 염려해서 거절했을 것이다.&lt;br&gt; 제후는 간혹 등 뒤를 맴도는 아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.&lt;br&gt;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곧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 못하고 외면하는 서글픈 눈빛을.&lt;br&gt; 아란아 난 너를 확인해 보고 싶다.&lt;br&gt; 내게 손 내민 나를 찾아올 용기를 내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너를 위해 심장을 송두리째 내어버린 내 사랑을 알아주길 원한다.&lt;br&gt; 오늘 집에 못 들어온다구요? 벌써 술에 취했는지 전화기 너머 제후의 목소리는 분명하지 않았다.&lt;br&gt;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3/tistory/2009/12/26/02/49/4b34fb1d2e714 &gt;
&lt;br&gt;http://alr.me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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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http://gdaum.daumeing.net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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			<title>회춘눈요기 ■ 내려줄</title>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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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
&lt;br&gt;
&lt;br&gt;회춘눈요기 하나뿐인 딸의 행복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그저 이 결혼을 통해 들어올 회사의 유익과, 눈엣 가시 같은 전처의 딸과 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던 그들은 제후의 입장에서도 좋아질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나중에 다른 세상에 태어나면 그 때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어요.&lt;br&gt; 아란은 오빠도 포함해서요, 란 말은 하지 못했다.&lt;br&gt; 사람 무안하게 톡톡 쏘긴 하지만 친오빠 같은 다정함으로 그녀를 지켜주는 사람 제후의 사랑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.&lt;br&gt; 이렇게 의지할 가슴과 어깨가 있는 것으로 감사하자고 늘 심장을 달래는 그녀였다.&lt;br&gt; 나를 귀찮아하지 않는 사람들 곁에서요.&lt;br&gt; 아란의 한숨을 제후는 키스로 막았다.&lt;br&gt; http://fjjj.isuim.com 촉촉하고 아찔한 입술의 감촉을 겉에서만 느끼기가 아쉬워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넣고는 뜨거운 향기를 나눠 삼켰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걸며 몸을 붙였다.&lt;br&gt; 그의 손에 길들여진 몸은 키스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며 떨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손이 아란의 등 뒤로 가 실크 원피스의 지퍼를 내렸다.&lt;br&gt; 가냘픈 허리를 따라 원피스 가 아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제후도 옷을 벗어던졌다.&lt;br&gt; 여행 얘기만 하고 내려갈 참이었는데 불이 붙자 멈출 수가 없었다.&lt;br&gt; 여느 때처럼 아란은 순결한 나신으로 제후를 받아들였다.&lt;br&gt;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거 친 움직임과 손길을 힘겨워하면서도 순종했다.&lt;br&gt; 제후는 녹초가 되도록 아란을 안고 또 안았다.&lt;br&gt; 미친 사람처럼 아란의 몸속에서 권 제후의 소유를 확인했다.&lt;br&gt; 그는 어느 샌가 그녀가 아니면 쾌락을 느낄 수 없는 남자로 길들여져 있었다.&lt;br&gt; 애 데리고 올라가서 뭘 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니? 손님들 오시는데 나와서 좀 맞지 않 고.&lt;br&gt; 누르면 붉은 물이 떨어질 것 같은 아란의 뺨과 제후의 옷자락을 쥐며 등 뒤로 숨는 그녀의 행동이 위에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권 회장 내외는 짐짓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.&lt;br&gt; 손님들이야 할아버지 만나러 왔지, 저 보러 왔어요? 사돈어른들이 오셨단다.&lt;br&gt;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니? 제후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.&lt;br&gt; 새어머니와 대면해야한다는 말에 핏기가 가시는 아란의 안색 을 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에서 싫다는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 어디 계시는데요? 옷을 쥔 아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.&lt;br&gt; 그녀는 제후의 등으로 바짝 몸을 붙였다.&lt;br&gt; 희미하게 떨 리는 작은 어깨가 안쓰러워서 제후는 견딜 수 없었다.&lt;br&gt; 권 회장이 손가락으로 귀한 손님이 아니면 모시지 않는 방을 가리켰다.&lt;br&gt;다른 손님들과 따 로 모셨다.&lt;br&gt; 매무새 가다듬고 들어가서 인사 여쭙고 나오거라.&lt;br&gt; 제후도 피하고 싶었다.&lt;br&gt; 가능하다면 평소에도 잘 지내냐는 전화 한 통 없는 부모 같지도 않 은 사람들과 아란을 대면시키는 이 상황을 그녀에게서 가려주고 싶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제후가 머뭇거리자 권 회장의 눈이 아란을 향했다.&lt;br&gt; 어서 들어가서 인사 드리거라.&lt;br&gt; 결혼하고 나선 처음인데 무척 보고 싶었을 것 아니냐.&lt;br&gt; 제후는 사정도 모르고 아란을 몰아다 붙이는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.&lt;br&gt; 그렇다고 보는 눈, 듣는 귀 많은 이 자리에서 사실을 얘기할 수도, 경거망동을 저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1/tistory/2009/12/26/04/29/4b35128ca9d81 &gt;&lt;br&gt;&lt;br&gt; 누나! 그 때 어디선가 남자아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아란의 다리에 매달려 얼굴을 비비댔다.&lt;br&gt; 아란이 몸을 굽히더니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 올렸다.&lt;br&gt; 이제 다섯 살이나 됐을까 누가 보면 엄마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녀를 빼닮은 꼬마였다.&lt;br&gt; http://siiiso.com  누구야? 내 동생 재영이요.&lt;br&gt; 결혼식 때 안 봤었어요? 하지만 아란이 넌외동딸이잖아, 라고 말하려다가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아마도 이 아 이는 새어머니에게서 난 의붓동생일 것이다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 누구야? 아저씨? 제후는 맹랑한 꼬마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.&lt;br&gt; 아란이 웃으며 동생의 말을 정정했다.&lt;br&gt; 재영아, 아저씨가 아니라 매형이야.&lt;br&gt; 누나랑 결혼한 사람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랑 결혼했어? 엄마랑 아빠처럼 같이 사는 거야? 아빠라기보다는 차라리 할아버지가 낫겠다.&lt;br&gt; 제후는 획, 팔짱을 끼며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 다.&lt;br&gt; 그럼 아기는 어디 있어? 결혼하면 엄마 아빠처럼 아기도 낳는 거잖아.&lt;br&gt; 재영이 동생 어디 있어? 덕분에 아란의 긴장이 덜어지긴 했지만 누나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 처남이 마음에 들지 않 는 제후였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목에 목도리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팔을 풀려는 찰나, 손님 방 문이 열리더 니 그녀의 부모님이 나왔다.&lt;br&gt; 아이를 어르고 있던 아란이 새어머니를 보고는 동생을 거실바닥에 내려놓았다.&lt;br&gt; 엄마한테 갈래, 재영아? 누나는 어디 가야 되거든.&lt;br&gt; 웅웅, 싫어.&lt;br&gt; 누나도 같이 집에 가.&lt;br&gt; 응? 재영아, 이리 온.&lt;br&gt; 저 낳아준 엄마가 부르는데도 재영은 누나에게만 매달려 징징거렸다.&lt;br&gt; 제후가 발을 공중으로 동동대는 아이를 떼어다 엄마에게 안겨주었다.&lt;br&gt; 고마워, 권 서방.&lt;br&gt; 그리고 너도 오랜만이구나.&lt;br&gt; 잘 지냈니? 새어머니의 마지못한 눈길이 아란에게 닿았다.&lt;br&gt; 염려했던 거와 달리 아란은 떨지도 않고 말 을 받았다.&lt;br&gt; 걱정해주신 덕분에요.&lt;br&gt; 아버지도 건강하시죠? 나야 늘 잘 있지.&lt;br&gt; 이 사람이 잘 http://dsh.shemijin.com  챙겨주니까.&lt;br&gt; 아내의 어깨를 안으며 다정스레 대답하는 아란의 아버지를 보면서 제후는 역겨움마저 일었 다.&lt;br&gt; 당연히 그러시겠죠.&lt;br&gt; 힘들게 재혼하셨는데 오죽 하시겠어요? 삐딱한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.&lt;br&gt; 아란이 그러지 말라는 듯 제후의 팔을 잡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을 뿐 더러 제후도 그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.&lt;br&gt; 너무 사이가 좋아서 딸이 어떻게 사는지는 궁금하시지도 않나 봐요.&lt;br&gt; 저희 결혼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전화 한 통도 안 하시고 말입니다.&lt;br&gt; 저도 부러울 정도라니까요.&lt;br&gt; 농담 속에 드러나는 가시.&lt;br&gt; 은 사장 내외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흐려지는 것을 보며 권 회장 이 나섰다.&lt;br&gt; 제후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? 할아버진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히나 계세요, 소리가 이 사이에서 걸렸다가 목으로 넘어갔 다.&lt;br&gt; 제후는 조롱기를 입가에 걸었다.&lt;br&gt;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.&lt;br&gt; 하지만 없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뭘 잘못했는지 전 모르겠 는데요.&lt;br&gt; 제후야! 마침내 권 회장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제후가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오히 려 건방진 눈동자 속에 두 사람을 가두어 노려볼 뿐이었다.&lt;br&gt; 당신들도 깨달아야 돼.&lt;br&gt;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, 때늦은 사랑 놀음으로 무시당해 내쳐진 자식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당신들도 알아야 돼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그럼 천천히 놀다 가세요.&lt;br&gt; 저희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하거든요.&lt;br&gt; 얼굴 풀어.&lt;br&gt;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?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아란은 내내 불안한 얼굴이었다.&lt;br&gt; 너도, 지금 내가 너무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?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고?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해서 그래요.&lt;br&gt; 오빠도 괜히 저 때문에 은 아란.&lt;br&gt;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던 제후가 무서운 얼굴로 아란을 돌아보았다.&lt;br&gt; 말해두는 데 너하고는 상관없이 내가 한 말이야.&lt;br&gt;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대하는 그 분들 태도에 내가 기분이 나빠서 한 마디 한 거라고.&lt;br&gt; 알았어? 아란이 눈길을 돌리면서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기분 잡치게 그런 얼굴도 하지 말고.&lt;br&gt; 이래서야 둘이 여행 가는 기분도 안 나잖아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안 그럴게요.&lt;br&gt; 이러니 당하고만 살았지.&lt;br&gt; 제후는 침을 꿀꺽 삼키고 http://kor1.me  화를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은 아란, 너 여기서 조금만 나빠지면 안 되겠냐? 까짓 망신 한 번 준 거 가지고 마음 쓰 지 마.&lt;br&gt; 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기나 할 거 같아? 사실은 아란이 입술을 오물거렸다.&lt;br&gt; 사실은 저도 속이 시원했어요.&lt;br&gt; 오빠가 그 말 안 했으면 내가 했을지도 몰라요.&lt;br&gt; 다만 오빠 가 할아버지 눈에 나는 건 아닐까, 사람들이 오빠 나쁘게 보면 어쩌나 그게 걱정됐어요.&lt;br&gt; 제후가 피식, 코웃음을 쳤다.&lt;br&gt;거기 온 손님 중에 나 그렇고 그런 놈인 거 모르는 사람 없 어.&lt;br&gt; 그래도 나 때문에 오빠 나쁘게 보이는 거 싫어요.&lt;br&gt; 정말로요.&lt;br&gt; 네 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기지 않는데 왜 네 눈엔 내가 안 보이는 걸까.&lt;br&gt; 제후는 속 이 쓰렸다.&lt;br&gt; 그만해라.&lt;br&gt; 빼도 박도 못할 말 가지고 가타부타 떠드는 거, 머리 아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5d/c6/bmwno10001/folder/3/img_3_50_25?1261914302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제후는 몸을 의자에 묻으면서 눈을 감았다.&lt;br&gt; 그를 가만, 쳐다보는 아란의 시선과 이내 고개를 돌리는 나즈막한 한숨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했다.&lt;br&gt; 기대하게 만들지 마.&lt;br&gt; 네 착한 눈빛을 마주하는 게 얼마나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 알아? 사랑은 느낄수록 괴로웠다.&lt;br&gt; 낯설고 힘들었다.&lt;br&gt;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호텔에서 보낸 VIP 전용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들어갔다.&lt;br&gt; 우와~예쁘다!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객실에 짐을 풀자마자 아란은 곧장 발코니로 뛰어나갔다.&lt;br&gt; 그러더니 인어공주가 되어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할 것처럼 난간을 손으로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.&lt;br&gt; 여기 진짜 마음에 들어요.&lt;br&gt;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감사하는 말씀 꼭 드려야겠어요.&lt;br&gt; 할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입었던 답답한 정장 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제후는 대답했다.&lt;br&gt; 그러던지.&lt;br&gt; 직접 마중을 나온 지배인의 말에 따르면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방이라고 했다.&lt;br&gt; 이틀을 머무는 데 190만원이고 사흘에 26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형의 허니문 패키지용 객실이란다.&lt;br&gt; 얼른 옷 갈아입어.&lt;br&gt; 바다 보고 싶다며.&lt;br&gt; 조금만 더 보구요.&lt;br&gt; 제후가 니트 셔츠에 청바지로 갈아입을 동안까지 아란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 음속에 불쑥 짓궂은 장난기가 돌았다.&lt;br&gt; 아쉬워하며 허리를 바로세우는 아란의 등에 제후의 가슴이 닿았다.&lt;br&gt; 그만 보고 가자니까.&lt;br&gt; 제후는 두 팔로 각각 아란의 어깨와 허리를 둘러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.&lt;br&gt; 아니면,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그냥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까? 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싫다.&lt;br&gt; 넌 내가 마법을 풀어줄 때만 살아 숨을 쉬는 인형이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그그치만 아까 집에서두 거긴 거기고 호텔에서 하는 건 처음이잖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목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를 헤치면서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물었다.&lt;br&gt; 불그스 름한 입술자욱과 고른 치흔(齒痕)이 남았다.&lt;br&gt; 게다가 우린 부부고어디에서도 거리낄 게 없어야 한다고.&lt;br&gt; 아란의 귓불을 깨물며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허리를 안았던 손이 내려가 스커트를 밀어올리고 매 끈한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.&lt;br&gt; http://kor1.me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.&lt;br&gt; 자어떻게 할까? 밖으로 나가서 멍청한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줄까, 아니면 이 곳에 서 갑자기 돌아선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감으며 입술을 맞댔다.&lt;br&gt; 등 뒤로 파닥이며 스커트를 들추는 바람만큼이나 그녀의 행동은 대담했다.&lt;br&gt; 아란이 입술을 떼었다.&lt;br&gt; 원해요.&lt;br&gt; 해요.&lt;br&gt; 한 음절이 숨어 나왔지만 제후는 그 말이 허락의 뜻임을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요정들의 눈물처럼 수정이 되어 떨어질 듯 잔잔한 물기가 아란의 눈에 고인다.&lt;br&gt; 아란아 그의 뺨을 쓸어내리는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나 겁쟁이야.&lt;br&gt; 나 너 데리고 도망 온 거야.&lt;br&gt; 밑도 끝도 없이 퍼 올리는 말이었다.&lt;br&gt; 어둠에 깊이를 감춘 우물에서 처음 두레박으로 퍼 올 린 맑은 물이었다.&lt;br&gt; 사실은 내가 오빠.&lt;br&gt; 제후의 팔 안에서 아란의 허리가 휘어지며 다가갔다.&lt;br&gt; 코끝이 부딪치는 거리에서 아란은 제 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.&lt;br&gt; 그 말 꼭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면, 하고 나서 오빠 마음 상하게 할 말이라면 하지 마요.&lt;br&gt; 사람들 떠나서 둘이 있는 거잖아요.&lt;br&gt; 그러니 아무 생각 하지 마요.&lt;br&gt; 여행 왔으니까 좋은 기억만 만들어요.&lt;br&gt; 아무도 끼워주지 말고 그냥 우리 생각만 하면서 지내요, 네? 그녀가 말하는‘우리’는 특별하게 들린다.&lt;br&gt; 너는 너, 나는 나가 아닌 우리.&lt;br&gt; 그런데 그 우리 사이에 누가 끼어들면 어떻게 하지? 하나도 아닌 둘.&lt;br&gt; 너를 좋아하는 사람,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가 널 영원히 차지할 수 있는 걸 막아버리 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? 너 좋아하 바로 그 때 제후의 핸드폰이 주인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긴장이 푹 수그러드는 걸 느끼면서 아 란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고 거실로 들어갔다.&lt;br&gt; 여보세요? 제후, 네 이 녀석! 할아버지셨다.&lt;br&gt; 제후는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알았어요, 알았어.&lt;br&gt; 제가 잘못했어요.&lt;br&gt; 이제 됐죠?! 제후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.&lt;br&gt; 그리고 아예 핸드폰의 배터리를 뽑아 버렸다.&lt;br&gt; 오빠아란은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.&lt;br&gt;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래.&lt;br&gt; 돌아가면 틀림없이 배로 혼나겠지만 아무도 너한테 뭐라 안 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.&lt;br&gt; 아란이 고개를 저었다.&lt;br&gt; 부부는 일심동체랬어요.&lt;br&gt; 오빠가 잘못한 건 내가 잘못한 거고 난, 오빠가 할아버지한테 혼 나는 거 싫어요.&lt;br&gt; 그래? 제후는 웃는 듯 마는 듯 입가를 찡그렸다.&lt;br&gt;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에 대해 ‘우리’를 강조하는 아란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.&lt;br&gt; 나중에 할아버지가 부르시면 저도 데리고 가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줄게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줘? 어감이 재미있었다.&lt;br&gt; 마지못한 미소는 진심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.&lt;br&gt; 하긴.&lt;br&gt;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 예뻐하시니까 너 데리고 가면 야단은 덜 맞겠다.&lt;br&gt;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미소가 제후를 따라 아란의 얼굴에 고였다.&lt;br&gt; 그저 바 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웃고 있으면 온 세상이 빛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http://fmc.naei.net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.&lt;br&gt;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아냐? 그건 다 권 제후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야.&lt;br&gt;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먼 손가락으로 가리킨 그를 보고 승원과 미진이 했던 말이었다.&lt;br&gt; 무표정한 얼굴을 녹여보고자 웬만한 미모를 갖춘 여자들이 줄줄이 덤벼들었지만 마음을 얻고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했다.&lt;br&gt; 떠난 사람이 여자가 먼저든 권 제후가 먼저든 그가 미련을 갖고 찾는 경우도 없다 했다.&lt;br&gt; 포기해.&lt;br&gt; 저 선배 맘 좀 뺏어보겠다고 설치다가 바보 된 애들 하나둘인 줄 아냐? 친구들의 만류에도 변함없던 절실한 외바라기에 하늘도 감동하셨는지 인연이 맺어졌고 심지 어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게까지 되었다.&lt;br&gt;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제후는 아란의 몸만은 좋아했다.&lt;br&gt; 진짜 속을 내비치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녀가 없으면 가끔 서운해 한다고 느꼈다.&lt;br&gt; 그리고 그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.&lt;br&gt; 바라만 보고 말도 못 걸던 옛날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을, 아란은 보내고 있었다.&lt;br&gt; 하지만 헤어지면? 나한테 싫증을 내고 계약을 끝내자고 말하면? 가슴에 싸한 통증이 찾아왔다.&lt;br&gt; 아란은 작은 콧소리 섞인 한숨을 쉬며 제후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안겼다.&lt;br&gt; 그리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시원한 향수냄새와 체취를 숨 속으로 담아 넣었다.&lt;br&gt; 언젠가 그가 떠날 때 언젠가 혼자 남겨질 때,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며 견딜 수 있도록.&lt;br&gt; 제주도로 밀월여행을 다녀온 다음부터 제후는 강의라든가 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5d/c6/bmwno10001/folder/3/img_3_50_13?1261914302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할 때를 빼 고는 아란을 옆에 붙이고 다녔다.&lt;br&gt; 결혼을 빨리 해서 못해봤던 평범한 데이트도 했다.&lt;br&gt; 강의가 비는 시간 틈틈이 전화를 하고 기다리고 만나고, 아란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녔다.&lt;br&gt; 같이 술 마실 시간도 없냐는 친구들의 비아냥거림도 권 제후, 사람 달라졌다고 신기한 눈으 로 쳐다보는 여자들의 시선도 상관없었다.&lt;br&gt; 그저 그만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.&lt;br&gt; 권 제후가 만든 시간 속에서 권 제후를 생각하는 것으 로 아란의 머릿속을 채워주고 싶었다.&lt;br&gt; 오빠, 이거 봐요! 아란이 갑자기 제후의 팔을 잡으며 멈춰 섰다.&lt;br&gt; 학교 앞 분식점에서 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소화 시킬 겸 아이쇼핑을 하다가 쇼윈도에 걸린 목걸이가 예쁘다고 들른 보석 전문점 안이었다.&lt;br&gt; 크리스탈로 만든 거래요.&lt;br&gt; 너무 예쁘죠? 아란이 가리킨 것은 손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큐피드 상이었다.&lt;br&gt; 앙증맞은 날개를 달고 하 트가 달린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.&lt;br&gt; 사줄까? 카운터에 있던 여직원 중 하나가 쪼르르 달려오는 걸 보며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정말요?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안 될 게 뭐야.&lt;br&gt; 너나 나나 어차피 돈만 남아도는 집 자식들이잖아.&lt;br&gt; 내가 맘만 먹으면 이 http://icom.nanydaum.com 보석가게 전부를 사다가 안겨줄 수도 있다고.&lt;br&gt; 거드름을 피우는 제후의 말투에 아란이 웃는다.&lt;br&gt; 소리 없는 웃음에 그녀의 양 볼에는 깜찍한 볼우물이 진다.&lt;br&gt; 두 개였으면 좋겠는데 손때가 묻을까 조각상 아래 빌로드 천이 깔린 상자를 통째로 들고 있던 아란이 중얼거렸다.&lt;br&gt; 응? 이거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요.&lt;br&gt; 오빠하고 나하고 하나씩 나눠 갖게.&lt;br&gt; 짝 있어요, 손님.&lt;br&gt; 보여드릴까요? 옆에 있던 직원이 카운터로 따라 오란다.&lt;br&gt; 마음만 먹으면 이 보석가게 전부를 사서 안겨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던 까닭에 그녀의 태도는 굉장히 친절했다.&lt;br&gt; 여직원이 뭐라고 얘기를 하자 남자직원이 금고를 열더니 비슷한 크기의 상자를 꺼내고 뚜껑 을 연다.&lt;br&gt; 하트에 화살이 꽂힌 모양의 조각이 누워 있었다.&lt;br&gt; 예쁘다! 아란의 감탄사에 제후가 어깨를 으쓱, 했다.&lt;br&gt; 직원들과 주인의 낯에 화색이 떠오르는 걸 보니 꽤 값이 나가는 모양이었다.&lt;br&gt; 두 분 사귀는 사이세요? 귀족적인 고상함에 적당한 반항기가 돋보이는 근사한 외모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 였다.&lt;br&gt; 여자의 예쁘다는 말 한 마디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꺼내고 카드를 긁는, 성격 화끈한 남자 의 뒷모습을 보던 여직원 하나가 상자 두 개를 포장하며 말을 붙인다.&lt;br&gt; 남자친구가 아가씨한테 푹 빠져 있는 것 같던데 그래요? 아란은 가게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 제후를 창 너머로 쳐다보며 대답했다.&lt;br&gt; 가능성은 없었지만 듣기는 좋았다.&lt;br&gt; 이왕이면 커플링도 하지 그래요? 혼자 덜렁하니 우정 반지 같은 거 끼지 말고, 사귄지 오 래 된 사이면 웃고 있던 아란의 얼굴이 굳어버렸다.&lt;br&gt; 즐거워서 까닥거리던 손가락의 움직임도 투명한 유리 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저희, 부분데요.&lt;br&gt; 부부요? 그치만 남자 분은 반지를 끼고 있지 않던 손님의 달라진 표정을 보고 여직원은 입을 다물었지만 말은 뱉어진 다음이었다.&lt;br&gt;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비참함이었지만 아란은 막 포장이 끝난 상자를 들고 훌쩍 밖으로 나와 버렸다.&lt;br&gt; 더 듣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모르는 사람에게 계약에 묶인 부부라서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형식상의 관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약속.&lt;br&gt; 아란아! 담배를 태우며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던 제후는 그가 기다리는 것조차 잊은 듯 앞 을 지나쳐 황망히 걸음을 옮기는 아란을 보고 대충 통화를 마무리 하고 그녀에게 뛰어갔다.&lt;br&gt; 어디 가.&lt;br&gt; 오늘 할아버지 만나러 가기로 아란의 팔을 잡아 돌려세운 제후는 뜻밖에도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과 http://ccc1.me/naver/4113.html 맞닥뜨린 순간 말 을 끝맺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.&lt;br&gt; 원망, 분노 하여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이었다.&lt;br&gt; 낼까요? 목이 메는 음성으로 아란은 제후를 쳐다봤다.&lt;br&gt; 그냥 우리 여기서 끝낼까요? 뭐? 할아버지 앞에서 오빠가 사 준 선물이라고 좋아하며 자랑하는 아란의 얼굴을 볼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제후의 낯이 구겨졌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라면 그냥 여기서 끝내자고요!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을 시간도 달래줄 틈도 없었다.&lt;br&gt; 하얀 얼굴 가득 눈물을 터트린 아란 은 그대로 뒤돌아서 뛰어가 버렸다.&lt;br&gt;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.&lt;br&gt; 아란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그만큼 당황스러웠다.&lt;br&gt; 바닥 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 올리며 제후는 아득한 불안함으로 심장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.&lt;br&gt; 죄죄송합니다, 손님.&lt;br&gt; 아까의 여직원이 옆에 서 있었다.&lt;br&gt; 제가 실수를 했어요.&lt;br&gt; 두 분이 결혼하신 줄도 모르고 그만 커플링이나 하는 게 어떻겠냐 고 커플링? 제후는 무심결에 왼손 약지를 내려다보았다.&lt;br&gt; 아란과는 달리 어떤 구속도 허용치 않을 것처 럼,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텅 비어 있는 그의 손가락을.&lt;br&gt; 직원이 알고 말했던 것도 아니고 제후의 고의도 아니었지만 비싼 선물을 덥석 안겨주고는 아란의 마음을 깔아뭉갠 꼴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진작에 끼고 다녔어야 했는데 쑥스러움에 미뤄두었던 일이 치부를 드러내 그녀가 망신을 당 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뭐야?! 당신 눈에는 그 비싼 반지가 고작 우정 반지로 보였단 말야? 죄죄송합니다.&lt;br&gt; 정말 죄송합니다.&lt;br&gt; 어떻게 보상을 해야 이 여자에겐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후는 화가 났다.&lt;br&gt; 아니 그보다, 바람이 팽팽했던 풍선이 터져버린 것 같은 아란의 눈동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.&lt;br&gt; 화를 냈다는 건 그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뜻인데 말이다.&lt;br&gt; 나한테 기대를 해? 그 남자가 아닌 나한테? 본가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었다.&lt;br&gt; 할아버지가 생신 때의 일에 대해 뭐라고 꾸중을 하셨는지 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제후는 집에 가면 아란의 화를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가만 고민하고 있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21/tistory/2009/12/26/03/49/4b35093b3c7f1 &gt;&lt;br&gt;&lt;br&gt; 여자의 눈치를 보는 일이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라면 용기를 낼 수도 있는 제후였다.&lt;br&gt; 불안하진 않았다.&lt;br&gt; 어느 덧 심장을 내 준 사람이기에 그리고 문득 문득 기대를 갖게 만드는 아란의 행동에 대한 설레임이 가슴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.&lt;br&gt; 상한 속을 달래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라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건 아닌가 했지만 옥외 주차장에서 떨리는 맘으로 올려다 본 그들의 보금자리에는 불이 커져 있었다.&lt;br&gt; 저녁나절, 그렇게 아란과 헤어지고 내내 구겨져 있던 제후의 얼굴이 반가움으로 펴졌다.&lt;br&gt; 엘 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고작 3층 내려오는 http://naveryo.com/naver/3938.php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.&lt;br&gt; 가쁜 호흡에 들먹이는 심장을 억누르며 벨을 누르려는 찰나 문이 먼저 열렸다.&lt;br&gt; 왔어요? 어응.&lt;br&gt; 아까 그러고 간 게 미안해선지 아란은 어색한 음성으로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래도 죄책감이 드는 건 아란이 아니라 제후 쪽이었다.&lt;br&gt; 집에는 언제 왔어? 온 지 한 시간쯤 됐어요.&lt;br&gt;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아란의 어깨에서 바람이 인다.&lt;br&gt; 그 모습을 보자 잠시나마 가졌던 제 후의 설레임은 구석으로 밀려난다.&lt;br&gt; 아까 그 말 왜 한 거야? 내던지는 말이 퉁명스러웠다.&lt;br&gt; 아란이 침실로 향하던 걸음을 멈춘다.&lt;br&gt; 말해두겠지만 우리 결혼 오빠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죠.&lt;br&gt; 아란이 말을 가로채며 뒤돌아섰다.&lt;br&gt; 내가 아쉬워서 매달린 결혼이니까 혼자였던 생활로 돌아간다고 해도 오빠는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거죠?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? ! 내 마음 같은 거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거죠? 내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받아들였는지 오빠한테는 아무 상관없는 거죠? 굵은 눈물방울이 아롱져 바닥으로 떨어진다.&lt;br&gt; 제후는 울컥하는 마음에 아란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.&lt;br&gt; 그러는 넌! 너만 아픈 게 아니란 말이다.&lt;br&gt;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로 두고 사는 나는 편한 줄 알아? 멀쩡한 줄 알아? 넌 뭘 그렇게 잘했는데? 날 다그칠 만큼 순결한 요조숙녀에 조강지처야? 겉으로는 나밖 에 모르는 여자처럼 하고 다녀도 막상 뒤로는 여우짓하고 다니는 지 어떻게 알아? 아니에요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 오빠밖에 없어요.&lt;br&gt; 왜 몰라요 꼭 말로만 해야 되는 거에요? 마음으로 날 봐줄 수는 없는 거에요?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악에 받친 한 마디가 아란의 입을 뚫고 터져 나왔다.&lt;br&gt;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 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제후의 눈빛이 주춤했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손을 뿌리쳤다.&lt;br&gt;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축하한다는 말 듣고 싶었어요.&lt;br&gt;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더 이상 비참해질래야 비참해질 수도 없었다.&lt;br&gt; 손으로 가리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 큼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 걸 느끼며 아란이 뛰쳐나간다.&lt;br&gt; 멍하니 서 있던 제후가 탕! 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.&lt;br&gt; 아아란아! 제후는 신발도 신지 않고 따라 나갔지만 아란은 보이지 않았다.&lt;br&gt; 두리번거리며 황급한 심정 으로 그녀를 찾는 그의 귀에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꺄아악! 사람이 다쳤어요, 누가 좀 도와줘요! 설마 하는 불안감에 심장이 내려앉으면서 소름이 돋았다.&lt;br&gt;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 서 제후는 여자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.&lt;br&gt; 계단이 있는 곳이었다.&lt;br&gt; 사람들이 그리로 모여들었다.&lt;br&gt; 이름도 모르는 이웃들을 헤치고 들어간 제후의 눈이 커졌다.&lt;br&gt; 아란아! 계단 아래,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분명 아란이었다.&lt;br&gt; 벗겨진 한 짝의 신 발이 계단 중간에 걸쳐져 있었다.&lt;br&gt; 아란아, 제발! 넋 나간 표정으로 아란을 안아든 제후가 창백해진 그녀의 뺨을 두드리다 말고 웅성대며 모 여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.&lt;br&gt; 뭣들 하는 거에요! 사람이 다쳤는데! 구급차, 누구 구급차 좀 불러줘요!! 가벼운 뇌진탕이라면서! 그거 말고는 다친 데도 없다면서 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? 방안이 다 쩌렁쩌렁 울렸다.&lt;br&gt; 의사 생활 25년에 http://ccc1.me/naver/283.html 이렇게 막 되먹고 시끄러운 보호자는 처음 보겠다고 생각하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을 꺼냈다.&lt;br&gt; 자자, 일단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으십시오.&lt;br&gt; 그래야 저도 무슨 말씀을 드리던지 할 것 아 닙니까? 뒤에 서 있던 권 회장이 제후의 어깨를 두드렸다.&lt;br&gt; 노인의 자애로운 눈빛이 거친 감정에 휩 싸인 손자의 마음을 다독였다.&lt;br&gt;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환자분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.&lt;br&gt; 약간의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 은 것 외에는 이봐, 의사 선생!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? 뭔가 새로운 걸 얘기해 보라고! 나는 왜 아란이 가 깨어나지 못하는지에 묻고 있잖아! 제후야! 할아버지의 엄한 목소리에 제후는 억지로 숨을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문제는 환자분이 거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.&lt;br&gt; 무의식중에 깨어나는 걸 거부하는 것 같습 니다.&lt;br&gt; 뭔가 두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.&lt;br&gt; 그럼 어떻게 해야 지금으로썬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.&lt;br&gt; 어떤 확약도 드릴 수가 의사가 말끝을 줄였다.&lt;br&gt; 제후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.&lt;br&gt; 구급대에 실려 온지 벌써 사흘 밤낮을 넘겼는데 아란은 죽은 듯이 잠만 잘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.&lt;br&gt; 죽은 듯이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 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 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무너졌다.&lt;br&gt; 이대로 영원한 잠에 들어 깨어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, 다시는 아란의 맑은 웃음을 볼 수 없 는 건 아닌가 방정맞은 생각들이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머릿속을 오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지친 발을 끌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깊은 잠에 든 아란의 얼굴은 평온해보였지만 그와 함께 하는 일상이 두려워 일어나지 못한 다는 말에 제후의 가슴은 핏빛 멍울이 지고 몇 톤짜리 돌을 얹은 것 마냥 무거웠다.&lt;br&gt; 다가가 의자를 끌어다놓고 앉았다.&lt;br&gt;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대고 눈을 감았 다.&lt;br&gt; 눈물 한 줄기가 제후의 뺨을 타고 흘렀다.&lt;br&gt; 아직은 아직은 아니잖아.&lt;br&gt; 나한테 실망하고 화나더라도 내가 철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참아주라.&lt;br&gt; 부부란 원래 그런 거 잖아.&lt;br&gt; 나란 놈한테 실망해서 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널 채웠다고 해도 이런 모습이 마지막이면 안 되는 거잖아.&lt;br&gt; 아란아 내 목소리 들리면 좀 일어나봐.&lt;br&gt; 내 마음 알기 http://fjjj.isuim.com 전까지는 멀리 가지마.&lt;br&gt; 나 놔두고 혼자 먼 데로 떠나지마.&lt;br&gt; 다시 그녀 없는 시간이 흘렀다.&lt;br&gt; 네 번의 낮과 밤이 일상을 만들며 지나갔다.&lt;br&gt; 학교에는 가야 된다는 할아버지의 엄명에 따르 긴 했지만 제후는 아란의 간호를 맡은 사람이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 이었다.&lt;br&gt; 강의가 끝나면 끼니를 챙길 틈도 없 이 달려오곤 했다.&lt;br&gt; 제 에미 애비가 죽은 후로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중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권 회장은 손 자며느리가 걱정되면서도 아란에게 몰두하는 제후의 모습을 다행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았다.&lt;br&gt; 제후는 남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생일에 아란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모르는 척 했던 것도 손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였다.&lt;br&gt; 아란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쉴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마음이 안식처를 찾았다는 걸 말이다.&lt;br&gt; 이제 미움 받는 역할은 그만해도 될 것 같군.&lt;br&gt; 그동안 수고했네.&lt;br&gt; 어느 날 새벽인가 아란을 간호하다 곁에 엎드려 잠이 든 제후를 보며 권 회장은 병실을 나 와 밖에서 문병 차, 들렀던 공범에게 말했다.&lt;br&gt; 그 녀석이 미처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처음부터 좋아했을 걸요.&lt;br&gt; 민준이 미소로 답했다.&lt;br&gt; 그런데 언제쯤 말해주는 게 좋을까요? 이번 일도 있고 두 사람 다, 슬슬 진실을 알 때도 된 것 같은데.&lt;br&gt; 내버려 두게.&lt;br&gt;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제 3자보다 서로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제일 행복할 테니까.&lt;br&gt; 제후가 마음을 숨기는 바보짓만 하지 않는다면요.&lt;br&gt; 그 때 낮은 굽의 샌들을 신고 복도를 뛰어오는 간호사 한 명이 있었다.&lt;br&gt; 그녀는 권 회장에게 다다르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.&lt;br&gt; 은 아란씨 보호자 되시죠? 빨리 병실에 좀 와주셔야겠어요.&lt;br&gt; 우리 아이가 깨어났습니까? 그게 아니고 병실로 환자분의 아버지라는 분이 찾아오셨는데 손자 분이 막 더 듣지 않아도 상황을 짐작하는 권 회장이었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알고 있는 이상은 그랬다.&lt;br&gt; 어둠에 묻힌 복도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병실이 http://siiiso.com 있었다.&lt;br&gt; 활짝 열린 문으로 넓은 용적의 빛이 바닥을 비추고 거기선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가! 여기서 사라지라고! 당신이 무슨 아버지라고 딸이 다쳐서 입원해 있는데도 일주일 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당신이 무슨 아버지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4.tistory.com/image/11/tistory/2009/12/26/02/46/4b34fa6d91328 &gt;&lt;br&gt;&lt;br&gt; 의사가 뭐라고 한 줄 알아? 잘못하면 평생 저러고 있을 수도 있대.&lt;br&gt; 부모라는 사람들이 결 혼이란 명목으로 팔아넘긴 딸이 영원히 잠들어서 죽을 때까지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대! 그거 알기나 해? 깨어나면 두려 운 일이 기다리는 것처럼 깨어나는 걸 거부하고 있대.&lt;br&gt; 이보게 권 서방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란의 아버지가 사위에게 낯을 보이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후 가 말을 가로챘다.&lt;br&gt; 당신과, 당신의 새 아내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짐이었는지 몰라도 아란이 이제 나한테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야.&lt;br&gt; 누구한테도 상처받지 못하게 내가 지킬 거고 아무도 이 아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일 있으 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그러니 가.&lt;br&gt; 여기서 사라지고 다시는 오지 마! 절규.&lt;br&gt; 그리고 차마 말해주지 못한 사랑.&lt;br&gt; 우리 누나 아파?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문틈으로 제후와 은 사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권 회장과 민준의 귀에 아이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누나 이제 못 일어나? 재영이었다.&lt;br&gt; 엄마보다 배다른 누나를 더 따르던 그녀의 동생이었다.&lt;br&gt; 아저씨 우리 누나 죽었어?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재영이 제후의 바지를 잡고 흔들었다.&lt;br&gt; 재수 없는 소리 집어 쳐! 죽긴 누가 죽었다고 그래! 아이의, 아란을 빼닮은 눈동자에 다시금 죄책감이 스며들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이가 놀랄 수 있다 는 것도 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.&lt;br&gt; 방금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끅끅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재영은 누나의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.&lt;br&gt; 부벼대는 눈이 붉었다.&lt;br&gt; 제 후는 한숨을 쉬며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었다.&lt;br&gt; 미안하다, 꼬마야.&lt;br&gt; 아저씨가 잘못했어.&lt;br&gt; 누나 안 죽어.&lt;br&gt; 그냥 자고 있는 거잖아.&lt;br&gt; 일어날 거야.&lt;br&gt; 꼭 일어나서 널 안아줄 거야.&lt;br&gt; 누나에게 http://dsh.shemijin.com 그랬던 것처럼 재영은 제후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.&lt;br&gt; 아이들 특유의 달콤한 체취가 한가득 안겨왔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안듯이 아이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달랬다.&lt;br&gt; 아무 일 없을 거야정말로.&lt;br&gt; 목이 메어왔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민준이, 그리고 할아버지가 문간에 서 있었다.&lt;br&gt; 본의 아니게 엿들은 꼴이 되어 버렸구나, 미안하다.&lt;br&gt; 언제 오셨어요? 그리고 민준이 너는? 제후는 재영을 안은 채로 일어났다.&lt;br&gt; 아란이 문병 왔다가 할아버지를 만나서 담배 한 대 태우고 들어오는 길이야.&lt;br&gt; 괜찮아? 네 녀석 온 건 하나도 안 반가워.&lt;br&gt; 민준이 피식 웃으며 사돈과 함께 나가는 권 회장을 쳐다봤다.&lt;br&gt; 은 사장의 무거운 걸음새를 보아하니 긴 얘기가 될 것 같았다.&lt;br&gt; 곧 반가워하게 될 걸.&lt;br&gt; 너, 나하고 잠깐 얘기 좀 하자.&lt;br&gt; 아란이 걱정되면 여기서 해도 좋 고.&lt;br&gt; 옆 침대에 재영을 재워놓고 있을 때 캔 커피 두 개를 든 민준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너 어제도 밤샜다면서 몸은 괜찮은 거냐? 중간 중간 자니까 견딜 만 해.&lt;br&gt; 달고 시원한 냉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잠이 깨는 듯 했다.&lt;br&gt; 아란이 좋아하지? 캔을 들어올리던 제후의 손이 공중에서 우뚝 멈췄다.&lt;br&gt; 내 말이 맞냐?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가 제후의 입가를 맴돌았다.&lt;br&gt; 민준이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뭐 너 하는 짓 봐선 묻지 않아도 당연한 얘기다만 그냥 확인해 본 거다.&lt;br&gt; 그 때 내가 아 란이 좋아한다고 했던 거 기억 나냐? 그래서.&lt;br&gt;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?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냐? !! 경악의 표정이 제후의 얼굴에 떠올랐다.&lt;br&gt; 민준이 바닥에 깔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캔을 살살 흔들었다.&lt;br&gt; 그래, 맞아.&lt;br&gt; 나 너한테 거짓말 했다.&lt;br&gt; 난 너 만큼이나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친 구의 여자를 노릴 정도로 비열한 놈은 아니야.&lt;br&gt; 그런데 왜 나한테 부탁한 사람이 있었어.&lt;br&gt; 네가 행복해지기를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이.&lt;br&gt; 할아버지가? 민준은 제후의 생각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.&lt;br&gt; 내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어땠을 거 같냐? 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 서투르잖아.&lt;br&gt; 할아버 지는 진실을 깨닫도록 너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거야.&lt;br&gt; 지기 싫어하는 네 성격에 누가 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가만히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싫어도 http://kor1.me 지키려고 노력할 테니까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신 거지.&lt;br&gt; 결 국 할아버지의 판단은 옳았고 지금 넌 여기 이 자리에 있잖아.&lt;br&gt; 아란이도 이 사실 알아? 몰라.&lt;br&gt; 아마 내가 자기한테 접근한 게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걸.&lt;br&gt; 그 녀석, 너도 알겠 지만 사람을 너무 잘 믿어.&lt;br&gt;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도 안 하고 덥석 믿어버려.&lt;br&gt; 제후는 허무함에 웃음이 나왔다.&lt;br&gt; 그 동안의 고민이 다 쓸데없는 거였다니.&lt;br&gt; 말이나 들어보자.&lt;br&gt; 너 아란이 찾아가서 뭐라고 했냐? 어느 덧 경계심을 풀은 눈동자였다.&lt;br&gt; 민준이 싱긋 웃었다.&lt;br&gt;궁금하냐? 그걸 말이라고 해? 할아버지랑 짜고 나 속인 건 괘씸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용서해준 다.&lt;br&gt; 음처음엔 반지 얘기 하면서 속을 찔러봤고 두 번째는 너희들이 계약 결혼 한 거 알고 있다고 했고, 세 번째는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지.&lt;br&gt; 그랬더니 뭐래? 선배가 뭘 원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을 거에요, 그러더라.&lt;br&gt; 아마도 내가 자기한테 구애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나봐.&lt;br&gt; 순진한 녀석.&lt;br&gt; 진심하고 장난도 구분 못하는 바보.&lt;br&gt; 가까이 있으면서도 참 어려운 사랑을 하는 커플이었다.&lt;br&gt; 자식이, 그러는 저는 바보짓 안 한 줄 아나.&lt;br&gt; 민준은 아직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생 각하는 어리석은 친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.&lt;br&gt; 너도 속아 넘어갔으면서 뭘 그래.&lt;br&gt; 나한테 주먹질까지 하고.&lt;br&gt; 한 민준 연기력이 좋았던 거지.&lt;br&gt; 정작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지만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비단 아란의 입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에서라도 그녀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고도 멀쩡할 자신이 없었다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왜.&lt;br&gt; 나 힘들다.&lt;br&gt;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데 그 아이가 원하면 보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놔 줄 수가 없어.&lt;br&gt; 욕심 부리면 정말 아란이가 달아날지 모르는데 원래 사람 좋아하는 건 다 그런 거야.&lt;br&gt; 민준은 제후의 어깨를 툭툭 쳤다.&lt;br&gt; 그리고 너처럼 지극정성인 남자 놔두고 어딜 가겠냐? http://kor1.me 도망가더라도 일주일 동안 잠 못 자 고 밥 못 먹어가며 고생한 네 은공은 갚고 가라고 그래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웃으라고 한 말이었는데 친구를 부르는 한숨이 깊었다.&lt;br&gt; 그런 만큼 그의 사랑도 깊었다.&lt;br&gt; 아란이 쓰러졌던 날, 나한테 처음 화를 내더라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 나 하냐고,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막 울어 버리더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15/18/yasisite/folder/8/img_8_311_19?1261914458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아무 에게도 축하받은 적 없다던 생일날에 날 만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에 단 한 사람 오빠한테만은 축하받고 싶었다고 그러더 라.&lt;br&gt; .&lt;br&gt; 사랑이 없어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난 항상 그 앨 다치게만 만들더라.&lt;br&gt; 나중에 보니 까 내가 그 앨 내쫓아버렸더라.&lt;br&gt; 제후야 아, 맞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면 늦기 전에 끝내자고 아란이가 그러더라.&lt;br&gt; 한 민준, 너 어떻게 생각해? 나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? 걸리는 게 많군.&lt;br&gt; 민준은 한 조각 희망도 남지 않은 얼굴로 넋두리를 하는 친구가 가여웠다.&lt;br&gt; 그리고 그의 이런 사랑을 모른 채 마음을 가두고 잠이 들어있는 아란에게 화가 나려고 했다.&lt;br&gt; 아란이 보내고 너 혼자 살 자신 있어? 자신이야 있지.&lt;br&gt; 미쳐버릴 자신.&lt;br&gt; 죽어도 돌아볼 사람 없으니 원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 자 신.&lt;br&gt; 그럼 보내지마.&lt;br&gt;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다 꼭 붙들어 두고 살아.&lt;br&gt; 내가 너 사랑하니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곁에만 있어달라고 졸라.&lt;br&gt; 은 아란은 착하니까 소원을 들어줄 거야.&lt;br&gt; 억지 부려서 더 정 떨어진다고 하면? 이런 겁쟁이! 권 제후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? 그럴 일 없을 거야.&lt;br&gt; 내가 장담해.&lt;br&gt; 민준은 제후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웃어주었다.&lt;br&gt; 제후를 향한 아란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친구는 확실히 달라졌다.&lt;br&gt; 조각 같은 외모와 냉담한 분위기로 여자들을 녹이던 권 제후 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.&lt;br&gt; 사랑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겁을 내고 두려워하고, 고 민을 했다.&lt;br&gt; 만약 아란이 끼고 다니던 순결반지의 주인공이 바로 자기라는 걸 알게 되면 제후가 뭐라고 그럴까 문득 궁금해지는 민준이었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병원 로비.&lt;br&gt; 그를 배웅하러 나온 친구에게 민준은 마지막 충고를 했다.&lt;br&gt;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아란이네 아버지한테 심하게 굴지 마라.&lt;br&gt; 판단은 네가 아니라 아란 이의 몫으로 남겨둬야지.&lt;br&gt; 아무리 그래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분 아니냐.&lt;br&gt; 알았어.&lt;br&gt; 아란이 일어나면 그동안 장난쳐서 미안했다고 대신 사과도 건네주고.&lt;br&gt; 알았다니까.&lt;br&gt; 택시를 부른 민준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든다.&lt;br&gt;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 제후는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아직도 깊은 잠에 들어 있는 아란을 보았지만 이제는 기다림마저 달가웠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의식을 잃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잠이 들어 있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보며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키스를 하면 일어나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마저 들었다.&lt;br&gt; http://fmc.naei.net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깨어 있을 때처럼 여전히 보드랍고 향기가 난다.&lt;br&gt; !! 세 번째 키스를 하고 제후가 얼굴을 들려했을 때 목에 둘려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늘고 미약 한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졌다.&lt;br&gt; 설마, 설마!!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기대감에 제후는 감았던 눈을 떴다.&lt;br&gt;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아란의 눈 동자가 무려 8일 만에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너너 말이 나오질 않았다.&lt;br&gt; 한없이 기쁜 순간에 너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.&lt;br&gt; 응, 나 일어났어요.&lt;br&gt; 나 진짜 많이 잤죠? 젠장!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에 왈칵, 목이 메어 오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은 제후의 몸을 가만히 밀면서 일어났다.&lt;br&gt; 제후가 얼른 아란의 어깨를 잡아 부축해주었다.&lt;br&gt; 그래, 이 잠꾸러기야.&lt;br&gt; 무슨 잠을 8일씩이나 자냐?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겨주다가 제후는 부서질 것 같은 아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.&lt;br&gt; 며 칠 사이 수척해진 몸에, 줄무늬 환자복 속으로 느껴지는 헐거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빨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누가 발을 잡고 안 나줬어요.&lt;br&gt; 눈을 뜨고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반겨줄 사람 아무도 없다고 그냥 여기서 살라고 그랬어요.&lt;br&gt; 까만 옷에 얼굴도 없는 무서운 사람이 자꾸 날 붙잡았어요.&lt;br&gt; 무서웠어? 아란은 대답을 하지 않고 손깍지를 끼어 제후의 등을 안았다.&lt;br&gt; 그의 어깨 언저리가 천천히 젖어왔다.&lt;br&gt; 그녀의 몸이 흐느낌으로 떨리고 있었다.&lt;br&gt; 미안해 입술을 깨물었다.&lt;br&gt; 가까스로 참아내는 그녀의 눈물은 고통이 되어 제후의 심장으로 배겨왔다.&lt;br&gt; 다시는 너 혼자 무서운 꿈에 남겨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.&lt;br&gt; 회춘눈요기 우린 항상 같이 있을 거야.&lt;br&gt; 언제든 널 지켜줄 거야.&lt;br&gt;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그리고 나도, 널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아란의 감은 눈꺼풀에 입을 맞추며 제후는 말했다.&lt;br&gt; 창 밖으로 먼동이 트고 있었다.&lt;br&gt;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 날과 하늘을 두고 제후는 그렇게 가 슴을 저리며 찾아온 첫사랑을 고백했다.&lt;br&gt; 아빠가 새엄마랑 헤어지기로 했대요.&lt;br&gt; 은 사장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아란이 저녁때를 훌쩍 넘겨 들어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아빠 없는 동안에 나한테 함부로 한 거 전주댁 아줌마한테 들었나 봐요.&lt;br&gt; 그동안 아빠 노 릇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그랬어요.&lt;br&gt; 전주댁 아줌마는 아란이 여섯 살 때부터 은 사장네 살림을 봐줬던 사람이었다.&lt;br&gt; 엄마가 돌아 가시고 나서 유일하게 정을 붙인 사람이라고, 새 엄마가 들어와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면서는 더욱 의지를 했던 사람이라 고 아란은 얘기하곤 했었다.&lt;br&gt; 재영이는? 엄마가 데려가서 키운다고 하셨는데 확실한 건 모르겠어요.&lt;br&gt; 원래 재영이가 새 엄마보단 나하고 아빠를 잘 따랐거든요.&lt;br&gt; 제후는 알 만 하다는 듯 말했다.&lt;br&gt; 치장하고 가꾸느라 아이 돌 볼 틈도 없었나보지.&lt;br&gt; 아마도요.&lt;br&gt; 아란의 얼굴에서 긍정의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.&lt;br&gt; 그래도 http://icom.nanydaum.com 새 엄마가 계서서 아빠가 행복하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왠지 아빠가 이혼 을 결정하신 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죄송스러워요.&lt;br&gt; 난 아무래도 좋다는 사고방식은 버려.&lt;br&gt; 남을 위해서 희생할 생각만 하지 말고 좀 이기적으 로 굴어봐.&lt;br&gt; 아란이 넌 행복할 자격 충분히 있어.&lt;br&gt; 제후는 마주 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.&lt;br&gt; 아, 그리고 나 커피 마실 건데 생각 있으면 같이 마시자.&lt;br&gt;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구수한 커피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.&lt;br&gt; 휘파람을 불면서 주방으 로 들어가는 제후를 보며 아란은 혼자 웃었다.&lt;br&gt;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제후는 줄곧 다정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.&lt;br&gt; 처음엔 보상 심리 때문인 가 의심도 해보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의 다정함은 변함이 없었고 스스럼없는 장난기와 짓궂은 행동은 그들이 보통의 신혼부부 처럼 살고 있다고 아란이 생각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계약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랑해서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다.&lt;br&gt; 알았지? 끝내자는 말 절대로 하지 마.&lt;br&gt; 이제 겨우 두 달 좀 넘게 살아보고 맞는다느니 안 맞는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자.&lt;br&gt; 퇴원 기념으로 찾은 레스토랑에서 제후는 그런 말을 했다.&lt;br&gt; 손을 끌어다 잡으며 조심스레 말 을 내는 그의 눈을 보면서 아란은, 제후와의 관계에 좋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고 머잖아 그의 마음이 진 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.&lt;br&gt; 제후를 믿게 되었다.&lt;br&gt; 요즘만 같으면 세상에 무엇도 바랄 것 없는 사람처럼 아란은 행복했다.&lt;br&gt; 거기에 욕심 부려 한 가지 소원을 빈다면 그도 그녀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.&lt;br&gt; 그녀 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고 싶었다.&lt;br&gt; 커피 향 좋지? 좋아요.&lt;br&gt;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아란이 한모금의 향을 들이마셨다.&lt;br&gt; 정말이지 저 웃는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까봐 애태웠던 걸 생각하면 그녀가 얄밉기까지 한 제후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15/18/yasisite/folder/8/img_8_311_19?1261914458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잔잔히 부딪치는 시선에 아란이 뺨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.&lt;br&gt; 근데 왜 그렇게 쳐다봐요? 예뻐서.&lt;br&gt; 제후는 턱을 괴고 키득 웃었다.&lt;br&gt; 장난치지 마요.&lt;br&gt; 장난 아닌데.&lt;br&gt; 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 거야.&lt;br&gt; 한층 노골적인 시선에 부끄러움이 또르르 몰렸다.&lt;br&gt; 아란은 잔을 손으로 감싸고 살그머니 제 후의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.&lt;br&gt; 왜 모르고 살았을까.&lt;br&gt; 너처럼 귀엽고 착한 아이 옆에다 두고도 왜 모르고 지냈을까.&lt;br&gt; 커피를 다 마신 아란이 잔을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받침대에 얹고는 허둥지둥 주방을 나간 다.&lt;br&gt; 뒷모습을 쫓던 제후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따랐다.&lt;br&gt; 그리고 아란의 팔을 잡아 침실로 들어간 다음 문을 잠갔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보상 받고 싶다.&lt;br&gt; 너 없이 혼자 보냈던 것만큼 우리의 시간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고 싶다.&lt;br&gt; 오늘 http://ccc1.me/naver/4113.html 너 안아도 돼? 그그치만 거절해도 소용없어.&lt;br&gt; 보름동안 참아줬으니까 오늘은 내 맘대로 할 거야.&lt;br&gt; 물러서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안으면서 제후는 아란의 몸을 침대에 밀치듯 쓰러트렸다.&lt;br&gt; 성 급한 손길을 따라 드러나는 여자의 몸에 호흡이 가빠왔다.&lt;br&gt; 건강이 나빠졌다고 며칠 햇빛 구경을 안 시킨 탓인지 피부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.&lt;br&gt; 이 아 름다운 몸을 옷으로 가리면 오히려 죄가 될 것처럼 보였다.&lt;br&gt; 내일 토요일이지? .&lt;br&gt; 그럼 우리 밤새도록 여기서 놀자.&lt;br&gt; 전화와도 받지 말고 누가 벨 눌러도 열어주지 말고 내 일 아침까지 놀다가 자자.&lt;br&gt; 몰라요.&lt;br&gt; 싫어요가 아니라 몰라요다.&lt;br&gt; 늘 처음 만난 남자에게 몸을 열어주는 것처럼 아란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.&lt;br&gt;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잘 하면서 그에게만 그런다.&lt;br&gt; 그런 아란의 행동이 제후에게는 &lt;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사람&gt;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 졌다.&lt;br&gt; 그리고 매번 처녀를 방문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선사했다.&lt;br&gt; 싫으면 지금 말하던가.&lt;br&gt; 아란이 시트를 끌어올려 가슴을 가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싫어도 오빠 맘대로 한다면서요.&lt;br&gt; 후후, 이제 보니 삐지기도 하잖아? 제후는 아란의 화내는 모습이 신기했다.&lt;br&gt; 언제나 그 앞에선 쥐 죽은 듯 꼬리를 내리고 하라 는 대로 따라주던 그녀가 처음으로 반항이라는 걸 했다.&lt;br&gt; 은 아란.&lt;br&gt; 야릇한 붉은 빛이 아란의 얼굴에 떠돌았다.&lt;br&gt; 지금 당장 아란의 몸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고 싶은 걸 참으면서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내가 어떤 여자 좋아하는지 말해줄까? 어떤 여자좋아하는데요? 그녀가 순진하게 되묻는다.&lt;br&gt; 역으로, 아란의 몸을 아래에 두고 있는 제후의 얼굴은 짓궂은 헌 터의 표정이 된다.&lt;br&gt; 오늘 밤 넌 죽었어, 라는 뜻이다.&lt;br&gt; 나한테 저항하는 여자.&lt;br&gt; 좋으면서도 싫다고 말해서 날 더 부추기는 여자.&lt;br&gt; 수차례의 절정이 지났다.&lt;br&gt; 몸과 몸이 먹고 먹혔다.&lt;br&gt; 흥분을 부추긴 대가로 아란은 밤새도록 시달렸지만 한 번도 제후를 거절하지 않았다.&lt;br&gt; 물러서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오빠가 원하는 게 내 몸이라면 나한테 빠져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.&lt;br&gt; 나한테 집착하도록, 그래서 나 외에는 누구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릴 거야.&lt;br&gt; 새벽녘에 풋잠이 들었던 제후는 아란이 뒤척이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.&lt;br&gt; 부스스한 얼굴로 시 계를 쳐다보니 아침 7시 30분, 샤워도 하지 못하고 잠이 든 지 겨우 세 시간이 지났다.&lt;br&gt; 제후는 끄으응,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깜박여 눈 안으로 들어온 빛을 몰아냈다가 다시 실눈 을 뜨고 옆에 누운 아란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.&lt;br&gt; 적어도 정오까지는 깨지 못할 것처럼 아란은 곤한 잠에 들어 있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끌어다 안으면서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몸을 개켜 일어났다.&lt;br&gt;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http://naveryo.com/naver/3938.php 쑤시고 아팠다.&lt;br&gt; 뜨겁고 격렬했던 정사(情事)의 보상이라 그것도 기꺼 운 제후였다.&lt;br&gt; 시트가 눌렸다 제 자리로 돌아오면서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반짝하는 기 운에 욕실로 들어가던 제후가 되돌아 와 그것을 주웠다.&lt;br&gt; 결혼반지였다.&lt;br&gt; 제후의 손가락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녀석의 짝이다.&lt;br&gt; 아란이 일부러 빼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도 어젯밤의 정신없는 상황에 빠트린 모양이다.&lt;br&gt; 정신없는.&lt;br&gt; 풋 그렇게 좋았나? 황홀한 기억을 되살리며 미소 짓는 제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느다란 백금 링 안에 글자가 새겨져있는 게 보였다.&lt;br&gt; 이니셜이다.&lt;br&gt; 제후는 반지를 쥔 손을 힘주어 쥐었다가 펼쳤다.&lt;br&gt;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간만에 찾아 온 나른한 행복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, 좋아하는 사람 있다.&lt;br&gt; 두렵지만 보고 싶었다.&lt;br&gt; 그녀의 사랑을 차지한 사람을 알고 싶었다.&lt;br&gt; 누구일까? 결혼반지에 이니셜을 새길 정도라면 굉장히 소중한 사람일 텐데, 한 번도 손가락에서 반지 를 빼지 않았던 건 결국 다른 사람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서였던 걸까? 제후는 가슴이 쓰렸다.&lt;br&gt; 그러나 피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.&lt;br&gt; 그래서, 어느 덧 땀이 고인 손바 닥에서 반지를 들어 빛이 잘 드는 쪽으로 들어올렸다.&lt;br&gt; 첫 글자는 K였다.&lt;br&gt; JH? KJH.&lt;br&gt; 뭐야, 내 거하고 똑같 무심코 내뱉은 진실에 제후의 눈동자가, 입이 그대로 굳어버린다.&lt;br&gt; 그러다 천천히 몸을 돌려 세상모르고 잠이 든 아란을 쳐다봤다.&lt;br&gt; 그녀는 말했었다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굴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고.&lt;br&gt; 야? 정말 나야? 네가 좋아하는 사람 정말로 권 제후야? 콧소리까지 내며 자고 있는 그녀가 대답할 리 없건마는 제후는 또 묻고 있었다.&lt;br&gt; 야, 한 민준.&lt;br&gt; 제후 놈 왜 저렇게 분위기 잡냐? 또 와이프랑 한 판 했대? 도서관 자리에 가방을 두기 무섭게 담배를 태운다고 나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책상에 쌓은 전공서 적들을 보며 한숨을 쉬던 서훈이 칸막이 사이로 몸을 제껴 민준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남들은 리포트 마감 맞추느라 골 빠개지는 이 때 얄밉게 돌아다니기나 하고 말이야.&lt;br&gt; 저 자식 머리 좋고 손 빠른 건 알지만 너무 한 거 아냐? 머리 나쁘고 손 늦은 너하곤 다르게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.&lt;br&gt; 내버려둬.&lt;br&gt; 장난스런 무시로 서훈의 입을 막은 민준이었으나, 민준도 얼마 못가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 났다.&lt;br&gt; 궁시렁 대며 책을 넘기던 서훈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.&lt;br&gt; 넌 또 어디 가? 나도 담배나 한 대 태우려고 그런다.&lt;br&gt; 금방 들어올게.&lt;br&gt; http://ccc1.me/naver/283.html 서훈이 콧방귀를 흥, 뀐다.&lt;br&gt; 어이구! 자식이 저만 의리 있는 척 하고 있네.&lt;br&gt; 제후 놈 걱정 되서 그런다고 말하면 내가 너 잡아먹을까봐 그러냐? 친구 사이에 별 걸 다 숨겨.&lt;br&gt; 민준은 이해해줘서 고맙단 표시로 손을 들어보였다.&lt;br&gt; 그리고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확인한 다음 밖으로 나와 제후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있었다.&lt;br&gt; 저 자식 오늘만 담배 한 갑이 넘는데 와이프 마음 알았으면 됐지 또 뭐가 문제인 거야? 불 좀 빌리자.&lt;br&gt; 민준은 털썩, 제후 옆에 주저앉으며 담배를 내밀었다.&lt;br&gt; 뻔히 쳐다보는 표정에 약간의 놀라움 이 깃들었다.&lt;br&gt; 뭐해? 불 좀 빌리자니까.&lt;br&gt; 허연 연기가 둘이 되었다.&lt;br&gt; 새 담배의 3분의 1이 타들어가도록 아무 말이 없던 침묵은 기다 리다 지친 민준이 말을 꺼내면서 깨졌다.&lt;br&gt; 잘 나가다 왜 그러냐.&lt;br&gt; 사랑하는 여자 마음 얻은 걸로는 부족했어? 난 나를 잘 알아.&lt;br&gt;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민준은 금방 제후의 말뜻을 알아들었다.&lt;br&gt; 뭐가 두려운 건데.&lt;br&gt; 끝까지 가지 못할까봐?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던 여자들.&lt;br&gt; 그 속을 헤매던 방황에서 찾은 한 사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4.tistory.com/image/29/tistory/2009/12/26/02/46/4b34fa5f8514e &gt;&lt;br&gt;&lt;br&gt; 아니면 아란이야? 버리게 될까봐 두려우냐 버림받는 것이 두려우냐, 민준은 묻고 있었다.&lt;br&gt; 대답을 않는 것으로 보아 둘 다 인 것 같았다.&lt;br&gt; 네 곁에 있으면 행복하지 못할까봐 겁나냐? .&lt;br&gt; 미친 놈.&lt;br&gt; 네 곁에 누구씨는 행복해서 죽을라고 하더라.&lt;br&gt; 아란이 그 녀석 생각하는 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거 알지? 민준은 피다 만 담배를 밟아 뭉개며 말을 보탰다.&lt;br&gt; 행복해 하고 있어.&lt;br&gt; 네 눈에 보이잖아.&lt;br&gt; 너도 알고 있잖아.&lt;br&gt; 그 일 권 제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.&lt;br&gt;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궁상떨지 말고 지금 하는 만큼만 해 줘.&lt;br&gt; 넌 해 보지도 않은 놈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? 알려고 해서 알아진 게 아니라 눈에 보인다고 했잖아.&lt;br&gt; 너희 둘 사랑하는 거 눈에 보여.&lt;br&gt; 서 로의 곁에서 행복해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이 보여.&lt;br&gt; 비로소 보이는 웃음이 서글펐다.&lt;br&gt; 민준아 나 제후의 핸드폰이 삐빅 신호음을 냈다.&lt;br&gt; 문자 메시지였다.&lt;br&gt; 제후가 말을 하려다 말고 메시지를 확인한다.&lt;br&gt; 누구야? 아란이? 어.&lt;br&gt; 6시에 경상대 앞에서 만나기로 한 걸 깜박했네.&lt;br&gt; 그러더니 제후는 이렇다 할, 양해도 구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뛰어 들어간다.&lt;br&gt; 그리고 수 분 후 다시 나와 정신없이 가방을 메고 경상대 건물이 있는 쪽으로 사라져버린다.&lt;br&gt; 뭐야, 저 녀석.&lt;br&gt; 얼음 왕자에서 공주의 똘마니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.&lt;br&gt; 혼자 남은 민준이 바닥에 떨어진 제 후의 담배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어본다.&lt;br&gt; 사랑을 하는 친구는 행복해 보였다.&lt;br&gt; 한 달음에 도착할 듯 걸음을 재촉했던 제후는 아란의 모습이 보이기 불과 몇 미터 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아란의 곁에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.&lt;br&gt; 저번에 본 채석이라는 아이는 아니다.&lt;br&gt; 아란이 그 남자와 다정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도, 미소를 지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발은 저절로 서버렸다.&lt;br&gt; 처음 보았을 땐 무작정 손을 낚아 채 데려오고 친구 앞에서 무례한 키스를 퍼붓기까지 했는 데 지금은 소중한 그녀를 그리 대할 맘도 대할 용기도 없다.&lt;br&gt; 하지만 잠시 동안 심장을 욱죄어 오는 통증은 사실이었다.&lt;br&gt; 지금은 가지 말라고 겁먹은 머리가 명령을 내린다.&lt;br&gt; 아란이 다른 남자와 얘기대화의 내용에 상관없이하는 모습만 보면 사라지는 자신감도, 언제 그녀가 그를 버리고 행실 좋고 반듯한 사람을 찾아 가버릴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었다.&lt;br&gt; 조심스러웠다.&lt;br&gt; 화를 낸다기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음을 알았던 듯 그 모습은 그리 오래 눈에 비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손짓을 해가며 대화 를 주고받던 남자가 목례를 하고는 사라진다.&lt;br&gt; 마찬가지 방법으로 인사를 받은 아란이 몸을 나무 그늘의 기둥에 기대며 이내 입 을 가리고 하품을 한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무심코 돌린 시야에 제후의 모습이 들어오자 아란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부른다.&lt;br&gt; 아까와는 다르게 서두르지 않는 보폭으로 제후는 아란에게 걸어갔다.&lt;br&gt; 오래 기다렸어? 이제 6시 20분밖에 안 됐는데요, 뭘.&lt;br&gt; 아란이 손목을 올렸다 내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오해하지 않도록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.&lt;br&gt; 오면서 보니까 누구랑 얘기하고 있던데 그 사람 누구야? 아, 봤어요? 여자 친구가 우리 학교 학생인데 처음 와서 길을 모른다고 그러잖아요.&lt;br&gt; 그럼 그렇지.&lt;br&gt; 설마 별다른 일이야 있겠어.&lt;br&gt; 다른 말은 안 했고? 에? 아아니, 이상한 추파 같은 거 던지지는 않았냐고.&lt;br&gt; 어휴, 이 병신! http://fjjj.isuim.com 이상한 걸 물어본 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말은 왜 더듬는 거야.&lt;br&gt; 제후는 속 으로 수도 없이 제 머리를 쥐어박았다.&lt;br&gt; 그건 왜 물어보는 데요? 불현듯 민망해진 표정의 제후와 눈을 맞추던 아란이 눈을 깜박깜박 하더니 고개를 젓는다.&lt;br&gt; 그가 난감해하며 말을 더듬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너넌 내가 다른 여자랑 얘기하고 있으면 좋냐? 이런! 예, 아니오의 단답형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.&lt;br&gt; 그거야 당연히 그럼 됐어, 더 물어보지 마! 북 치고 장구치고 저 혼자 괜히 성질을 부리더니 제후는 혼자서 씩씩 걸어가 버린다.&lt;br&gt; 아란 이 졸졸 뒤를 따라온다.&lt;br&gt; 오빠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? 없었어.&lt;br&gt; 근데 왜 나한테 화내요? 화 안 냈어! 그러니까 자꾸 토 달지 마! 하지만 지금 화내고 있잖아요.&lt;br&gt; 서운함이 실린 음성과 함께 뒤를 따라오던 기척이 멎었다.&lt;br&gt; 제후가 뒤를 돌아보자 아란은 머 쓱한 팔을 쓸어내리며 서 있었다.&lt;br&gt; 상처받은 얼굴이었다.&lt;br&gt; 굳이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큰 눈에선 금방이라도 떼구르르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고여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 다시 제후의 상태를 확인시켜주었다.&lt;br&gt; 오빠 화내고 있다구요.&lt;br&gt; 한숨이 나온다.&lt;br&gt; 왜 소중히 여긴다면서, 좋아한다면서 난 왜 꼭 번번이 저 아일 울리고 마는 걸까.&lt;br&gt; 이제는 정말로 사랑인데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는 그녀였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마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착각에 재 빨리 손을 내밀어 아란의 팔을 잡았다.&lt;br&gt; 미안해.&lt;br&gt; 됐어요.&lt;br&gt; 사실은 그게그래! 리포트 쓰다가 나왔거든.&lt;br&gt; 모레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출하라고 교수가 닦달을 해서 아마 그것 때문에 신경이 좀 예민해져 있었나 보다.&lt;br&gt; 알았어요.&lt;br&gt; 아란은 잡히지 않은 쪽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.&lt;br&gt; 그럼 바쁘다고 얘기하지 뭐하러 나왔어요.&lt;br&gt; 나 혼자서도 집에 갈 수 있는데.&lt;br&gt; 관심도 없었던 리포트가 도움을 줬다.&lt;br&gt; 제후는 그의 말에는 의심을 할 줄 모르는 아란과 300 페이지 분량의 전공서적을 탐독하고 사흘 만에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교수에게 감사했다.&lt;br&gt; 너 어린애잖아.&lt;br&gt; 나 없으면 안 되는.&lt;br&gt; 새록 고이는 웃음에 비로소 마음을 놓고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.&lt;br&gt; 울었으니까 배고플 거 아냐? 손가락 사이로 빈틈이 채워졌다.&lt;br&gt; 조금 걷다 돌아보는 그의 웃음에 그녀도 붉은 눈을 하고 웃었다.&lt;br&gt; 그것가지고 양이 차? 제후가 보기엔 먹는 것 같지도 않았다.&lt;br&gt; 저녁 사준다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데리고 왔더니 아 란은 샐러드에만 손을 대고 식사를 끝낸다.&lt;br&gt; 배불러요.&lt;br&gt; 봐요.&lt;br&gt; 아란이 손을 펴서 조금도 나오지 않은 아랫배를 톡톡 친다.&lt;br&gt; 그래도 이거 먹고 내일 아침까지 버텨야 되잖아.&lt;br&gt; 정말 배 안 고프겠어? 먹는 걸로는 그렇게 욕심 안 나요.&lt;br&gt; 나중에 우리 아이 가졌을 때도 그럴까봐 겁난다, 야.&lt;br&gt; 애기가 뱃속에서 뭘 먹고 크겠냐? 그거야 모르죠, 그 때 가면 곰탕에 두 그릇씩 밥 말아먹을지.&lt;br&gt; 투덜대는 제후를 아란은 쳐다보며 웃는다.&lt;br&gt; 제후가 먹다 말고 고개를 든다.&lt;br&gt; 왜? 아뇨.&lt;br&gt; 그냥 오빠가 나랑 애기 낳을 때까지 살아줄 생각 하고 있는 게 신기해서요.&lt;br&gt; 아이 오빠 닮으면 예쁠 거에요, 그죠? 아란의 말을 들은 제후가 얼굴을 굳혔다.&lt;br&gt; 살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거지.&lt;br&gt; 부부는 동등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니까.&lt;br&gt; 명문 S대의 학벌과 국내 건설회사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의 딸, 귀족적이고 아름다운 외모.&lt;br&gt;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도 제후에 대해서는 항상 자기를 낮추어 보는 아란 이다.&lt;br&gt; 자격지심이 아니라 아직 그의 마음을 모르기에 저러는 것이다 이해는 하면서도 제후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거슬린다.&lt;br&gt; 네가 나에 비해 뭐가 부족한데.&lt;br&gt; 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계약 따윈 이제 신경도 안 쓰고 있어.&lt;br&gt; 그러니 네가 나에 대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일, 없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오빠는 사랑해 본 적 있어요? 조건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만 생각하면 자신이 형편없어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뭔지 알 수 있어요? 내가 뭐?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아니에요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4.tistory.com/image/9/tistory/2009/12/26/02/45/4b34fa52cc6f3 &gt;&lt;br&gt;&lt;br&gt;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아? 사람 궁금하게.&lt;br&gt; http://siiiso.com 있잖아요, 나 오늘 술 마시고 싶은데.&lt;br&gt; 심드렁하던 제후의 눈동자가 반짝, 놀란다.&lt;br&gt; 아란은 종업원이 접시들을 치운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말했다.&lt;br&gt; 오빠는 운전해야 되니까 관두고 나 마시는 거만 봐주면 안 돼요? 나 참.&lt;br&gt; 마시려면 같이 마셔야지.&lt;br&gt; 취하면 호텔 찾아서 하루 자면 되잖아.&lt;br&gt; 레스토랑을 나온 두 사람은 제후가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들른다는 호프집을 찾았 다.&lt;br&gt; 8시가 갓 넘은 초저녁인데도 단골들이 많아 벌써부터 시끌시끌했다.&lt;br&gt; 어렵사리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.&lt;br&gt; 뭐 마실래? 오빠가 정해요.&lt;br&gt; 난 아무 거나 상관없으니까.&lt;br&gt; 아란이 순진한 얼굴로 양 팔을 뻗어 소파를 짚고 다리를 모아 앉는다.&lt;br&gt; 투명한 유리 테이블 아래로 허벅지가 반은 보이는 미니스커트가 골반에서부터 아슬아슬하게 감고 있다.&lt;br&gt; 그러고 보니 내내 핸드백으로 허벅지를 가리고 있던 게 생각이 났다.&lt;br&gt; 비트 강한 댄스 음악 때문인지 어슴푸레 얼굴에 빛을 드리우는 조명 때문인지 늘 대하는 그 녀임에도 제후는 가슴이 떨린다.&lt;br&gt; 조금만 옆으로 가 봐.&lt;br&gt; 파트너가 있음에도 아란을 힐끔대는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영 못마땅했다.&lt;br&gt; 저 자식들, 감히 누구 걸 넘보는 거야? 왜요? 우리가 남이냐? 같이 앉게.&lt;br&gt; 아란이 안으로 물러 들어갔다.&lt;br&gt; 제후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안아 자 기 쪽으로 돌린다.&lt;br&gt; 저항도 않는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향이 녹아 입 안에서 뒤엉킨다.&lt;br&gt; 아란을 훔쳐보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하려던 것이었지만 애초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촉촉하고 도톰한 입술의 감촉에 취해버리는 제후였다.&lt;br&gt; 키스가 깊어지면서 아란이 반응을 보였다.&lt;br&gt; 팔을 제후의 목에 감고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.&lt;br&gt; 등줄기의 움푹 파인 부분을 제후의 손가락이 훑자 아란은 허리를 휘면서 몸을 바짝 갖다 붙인다.&lt;br&gt; 자잠깐만요, 오빠.&lt;br&gt; 등이 푹신한 소파에 닿기 직전에 아란이 제후를 떠민다.&lt;br&gt; 사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젠장, 뭐가? 입맛을 다시며 제후는 아란에게 기울였던 몸을 세워 주위를 둘러보았다.&lt;br&gt; 그녀의 말처럼 이 게 웬 떡이냐 쳐다보는 눈들이 많았다.&lt;br&gt; 언제 웨이터가 다녀갔는지도 모르게 세팅 된 테이블과, 처음에는 수북하게 올라왔을 맥주 거품의 얇은 층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바보 씹탱이들.&lt;br&gt; 남 연애하는 거 처음 보나.&lt;br&gt; 상황의 진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다가 제후는 마지못해 아란을 품에서 놓아주었다.&lt;br&gt; 그녀 는 부끄러운 눈빛이었지만 창피해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옷매무새를 바로 하며 앉는다.&lt;br&gt; 잘못 했어.&lt;br&gt; 제후는 1700㏄ 용량의 차가운 맥주를 작은 잔에 따라 마시고 입술에 묻은 거품을 혀로 쓰 윽, 핥아냈다.&lt;br&gt; 첨부터 호텔로 가는 건데 잘못했어.&lt;br&gt; 거기 가서 둘이 신나게 즐기는 건데.&lt;br&gt; 다른 데로 갈까요? 아란이 온기가 느껴지는 손을 제후의 무릎에 얹었다.&lt;br&gt; 자그마한 압박감에 제후가 마시던 잔 을 놓고 이게 무슨 뜻이냐는 듯 그녀를 쳐다본다.&lt;br&gt; 하다만 거 계속 하고 싶지 않아요? 말귀를 알아들은 제후가 금세 쿡, 웃었다.&lt;br&gt; 살다보니 요조숙녀 은 아란의 입에서 먼저 그걸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도 있구나 싶었다.&lt;br&gt; 좋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.&lt;br&gt; 경험자답게,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인간의 짧고 비밀 스런 사랑을 나누려면 어디가 좋은지는 숙지하고 있었다.&lt;br&gt; 형, 나 거기 좀 쓸게.&lt;br&gt;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눈짓을 하고 제후는 아란을 데리고 좁은 문을 나와 2층으로 올라 갔다.&lt;br&gt; 작은 문이 있었다.&lt;br&gt; 제후가 손잡이를 돌리고는 아란을 들어가게 했다.&lt;br&gt; 잠만 자는 곳인지 가구 하나 형광등 하나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.&lt;br&gt; 키 높은 창문으로 흘러들 어오는 달빛이 야트막한 침대를 비추는 곳이었다.&lt;br&gt; 달칵.&lt;br&gt; 등 뒤로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.&lt;br&gt;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.&lt;br&gt; 오늘 처음 만난 여자와 남자가 http://dsh.shemijin.com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밀애(密愛)의 장소를 찾은 것처럼 아 란과 제후는 잠시 눈을 맞춘다.&lt;br&gt; 그가 다가온다.&lt;br&gt; 붙잡히는 시선 속에서 천천히 긴장이 고조된다.&lt;br&gt; 제후의 팔이 허리를 감싸오자 아란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본다.&lt;br&gt; 하얀 손가락이 제후의 뺨을 스치고 머리칼을 만지다가 목젖을 스친다.&lt;br&gt; 붉은 입술이 탐스럽다.&lt;br&gt; 늘 품 안에서 익숙했던 향기가 어색하게 코를 스치고 떨리는 손가락의 감촉 아래로 부드러 운 피부는 사르르 밀려난다.&lt;br&gt; 음악소리가 귓가에서 웽웽 멀어져가고 맞닿은 심장소리는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.&lt;br&gt; 한껏 달아오른 숨결이 하나가 된 몸을 얽어 묶는다.&lt;br&gt; 뱅그르르 천장이 맴을 돈다.&lt;br&gt; 젖은 숨소리가 방 안을 메운다.&lt;br&gt; 절정의 신음소리가 공중에 부딪치고 야릇한 고통과 쾌감이 뿜어져 나온다.&lt;br&gt; 무저갱(無底坑)의 암흑까지 떨어졌다가 천국의 광명에까지 이른다.&lt;br&gt; 생명과 생명이 만나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들어맞은 그것은 사랑을 잉태한다.&lt;br&gt; 꿈인 듯 환상인 듯 시간이 멈춘다.&lt;br&gt; 앞으론 종종 술 마시러 와야 되겠는 걸.&lt;br&gt;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후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한바탕의 격렬한 운동(!)으로 땀을 빼고 난 다음에 마시는 맥주 맛은 더없이 좋았다.&lt;br&gt; 언제는 호텔 가서 둘이 즐기자면서요.&lt;br&gt; 제후가 쳐다보자 아란이 얼른 눈을 돌리고 입을 다문다.&lt;br&gt; 그녀의 하얀 목에 남은 키스마크가 조금 전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그래서 좋았다는 거야, 싫었다는 거야? 흔하지 않은 아란의 새침한 눈빛에 제후가 운전을 하면서 웃었다.&lt;br&gt; 앵 토라지는 입술이 귀엽 기만 했다.&lt;br&gt; 뭐나쁘지는 않았어요.&lt;br&gt; 차마 대답을 못하겠는지 미적미적, 말을 돌리지만 선수답게 제후는 속뜻을 낚아 채 낸다.&lt;br&gt; 괜찮았으면 집에 가서 한 번 더 할까? 카메라를 샀다.&lt;br&gt; 원하면 바로 찍어서 즉석에서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15/18/yasisite/folder/8/img_8_312_18?1261914525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웨딩 앨범 말고는 볼 만 한 사진을 채워 둔 앨범 하나 없다는 게 제후의 이유였지만 빛나는 두근거림으로 자리해가는 아란의 모습을 잃어버리기는 너무 아까워서 그랬다.&lt;br&gt; 제후는 자석이 달린 예쁜 팬시 제품을 사다가 냉장고에 사진을 붙여 놓기 시작했다.&lt;br&gt; 막 일 어나서 눈을 부비는 모습, 샤워를 하고 나와 젖은 머리를 터는 모습이며 놀이동산에서 재영과 놀아주는 모습 등, 제후의 손에 서는 카메라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.&lt;br&gt; 사진 찍는 걸 싫다고 손사래를 젓던 아란도 점차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다루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.&lt;br&gt; 한 번은 술을 마시고 들어와 퉁퉁 부은 제후의 얼굴을 몰래 찍었다가 냉장고에 붙여놓고 잠 이 깬 그에게 보여주면서 깔깔대기도 했다.&lt;br&gt; 길을 지나다 만난 귀여운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을 찍기도 했지만 그들 사진 속의 주인공은 거의 상대방이었다.&lt;br&gt; 사랑할 운명으로 만나게 된 것처럼 뒤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이었다.&lt;br&gt; 언제부터였을까.&lt;br&gt; 넌 언제부터 내 주위를 맴돌았을까.&lt;br&gt; 내가 모르던 시절의 넌 어떤 모습이었을까.&lt;br&gt; 어떤 http://kor1.me 모습으로 나를 사랑했을까.&lt;br&gt;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제후는 아란을 더듬어 봤지만 어느 한 조각 기억 속에도 그녀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았다.&lt;br&gt; 아란은 가슴에 안고 다니는 전공서적을 치우고 교복을 입혀놓으면 여고생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풋풋한 인상의 소유자였다.&lt;br&gt; 화려한 옷과 세련된 화장으로 자신을 치장해 남자를 유혹할 줄도 몰랐고 마음에 드는 남자 에게 먼저 접근하는 여자들의 화끈함은 흉내 내지도 못했다.&lt;br&gt; 결혼 전, 그런 여자들만을 찾아 부담 없이 즐겨왔던 제후 쪽에서 보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도 당연했다.&lt;br&gt; 설사 그녀를 알았다 하더라도 처녀를 망가뜨린 회춘눈요기 책임을 떠맡을 걸 염려해서 거절했을 것이다.&lt;br&gt; 제후는 간혹 등 뒤를 맴도는 아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.&lt;br&gt;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곧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 못하고 외면하는 서글픈 눈빛을.&lt;br&gt; 아란아 난 너를 확인해 보고 싶다.&lt;br&gt; 내게 손 내민 나를 찾아올 용기를 내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너를 위해 심장을 송두리째 내어버린 내 사랑을 알아주길 원한다.&lt;br&gt; 오늘 집에 못 들어온다구요? 벌써 술에 취했는지 전화기 너머 제후의 목소리는 분명하지 않았다.&lt;br&gt;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1/tistory/2009/12/26/04/29/4b35128ca9d81 &gt;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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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
&lt;br&gt;여자들따먹기다운로드 하나뿐인 딸의 행복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그저 이 결혼을 통해 들어올 회사의 유익과, 눈엣 가시 같은 전처의 딸과 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던 그들은 제후의 입장에서도 좋아질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나중에 다른 세상에 태어나면 그 때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어요.&lt;br&gt; 아란은 오빠도 포함해서요, 란 말은 하지 못했다.&lt;br&gt; 사람 무안하게 톡톡 쏘긴 하지만 친오빠 같은 다정함으로 그녀를 지켜주는 사람 제후의 사랑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.&lt;br&gt; 이렇게 의지할 가슴과 어깨가 있는 것으로 감사하자고 늘 심장을 달래는 그녀였다.&lt;br&gt; 나를 귀찮아하지 않는 사람들 곁에서요.&lt;br&gt; 아란의 한숨을 제후는 키스로 막았다.&lt;br&gt; http://jsh.shemijin.com 촉촉하고 아찔한 입술의 감촉을 겉에서만 느끼기가 아쉬워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넣고는 뜨거운 향기를 나눠 삼켰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걸며 몸을 붙였다.&lt;br&gt; 그의 손에 길들여진 몸은 키스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며 떨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손이 아란의 등 뒤로 가 실크 원피스의 지퍼를 내렸다.&lt;br&gt; 가냘픈 허리를 따라 원피스 가 아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제후도 옷을 벗어던졌다.&lt;br&gt; 여행 얘기만 하고 내려갈 참이었는데 불이 붙자 멈출 수가 없었다.&lt;br&gt; 여느 때처럼 아란은 순결한 나신으로 제후를 받아들였다.&lt;br&gt;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거 친 움직임과 손길을 힘겨워하면서도 순종했다.&lt;br&gt; 제후는 녹초가 되도록 아란을 안고 또 안았다.&lt;br&gt; 미친 사람처럼 아란의 몸속에서 권 제후의 소유를 확인했다.&lt;br&gt; 그는 어느 샌가 그녀가 아니면 쾌락을 느낄 수 없는 남자로 길들여져 있었다.&lt;br&gt; 애 데리고 올라가서 뭘 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니? 손님들 오시는데 나와서 좀 맞지 않 고.&lt;br&gt; 누르면 붉은 물이 떨어질 것 같은 아란의 뺨과 제후의 옷자락을 쥐며 등 뒤로 숨는 그녀의 행동이 위에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권 회장 내외는 짐짓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.&lt;br&gt; 손님들이야 할아버지 만나러 왔지, 저 보러 왔어요? 사돈어른들이 오셨단다.&lt;br&gt;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니? 제후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.&lt;br&gt; 새어머니와 대면해야한다는 말에 핏기가 가시는 아란의 안색 을 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에서 싫다는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 어디 계시는데요? 옷을 쥔 아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.&lt;br&gt; 그녀는 제후의 등으로 바짝 몸을 붙였다.&lt;br&gt; 희미하게 떨 리는 작은 어깨가 안쓰러워서 제후는 견딜 수 없었다.&lt;br&gt; 권 회장이 손가락으로 귀한 손님이 아니면 모시지 않는 방을 가리켰다.&lt;br&gt;다른 손님들과 따 로 모셨다.&lt;br&gt; 매무새 가다듬고 들어가서 인사 여쭙고 나오거라.&lt;br&gt; 제후도 피하고 싶었다.&lt;br&gt; 가능하다면 평소에도 잘 지내냐는 전화 한 통 없는 부모 같지도 않 은 사람들과 아란을 대면시키는 이 상황을 그녀에게서 가려주고 싶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제후가 머뭇거리자 권 회장의 눈이 아란을 향했다.&lt;br&gt; 어서 들어가서 인사 드리거라.&lt;br&gt; 결혼하고 나선 처음인데 무척 보고 싶었을 것 아니냐.&lt;br&gt; 제후는 사정도 모르고 아란을 몰아다 붙이는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.&lt;br&gt; 그렇다고 보는 눈, 듣는 귀 많은 이 자리에서 사실을 얘기할 수도, 경거망동을 저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7/tistory/2009/12/26/04/12/4b350e9e6389e &gt;&lt;br&gt;&lt;br&gt; 누나! 그 때 어디선가 남자아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아란의 다리에 매달려 얼굴을 비비댔다.&lt;br&gt; 아란이 몸을 굽히더니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 올렸다.&lt;br&gt; 이제 다섯 살이나 됐을까 누가 보면 엄마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녀를 빼닮은 꼬마였다.&lt;br&gt; http://5bada.com  누구야? 내 동생 재영이요.&lt;br&gt; 결혼식 때 안 봤었어요? 하지만 아란이 넌외동딸이잖아, 라고 말하려다가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아마도 이 아 이는 새어머니에게서 난 의붓동생일 것이다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 누구야? 아저씨? 제후는 맹랑한 꼬마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.&lt;br&gt; 아란이 웃으며 동생의 말을 정정했다.&lt;br&gt; 재영아, 아저씨가 아니라 매형이야.&lt;br&gt; 누나랑 결혼한 사람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랑 결혼했어? 엄마랑 아빠처럼 같이 사는 거야? 아빠라기보다는 차라리 할아버지가 낫겠다.&lt;br&gt; 제후는 획, 팔짱을 끼며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 다.&lt;br&gt; 그럼 아기는 어디 있어? 결혼하면 엄마 아빠처럼 아기도 낳는 거잖아.&lt;br&gt; 재영이 동생 어디 있어? 덕분에 아란의 긴장이 덜어지긴 했지만 누나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 처남이 마음에 들지 않 는 제후였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목에 목도리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팔을 풀려는 찰나, 손님 방 문이 열리더 니 그녀의 부모님이 나왔다.&lt;br&gt; 아이를 어르고 있던 아란이 새어머니를 보고는 동생을 거실바닥에 내려놓았다.&lt;br&gt; 엄마한테 갈래, 재영아? 누나는 어디 가야 되거든.&lt;br&gt; 웅웅, 싫어.&lt;br&gt; 누나도 같이 집에 가.&lt;br&gt; 응? 재영아, 이리 온.&lt;br&gt; 저 낳아준 엄마가 부르는데도 재영은 누나에게만 매달려 징징거렸다.&lt;br&gt; 제후가 발을 공중으로 동동대는 아이를 떼어다 엄마에게 안겨주었다.&lt;br&gt; 고마워, 권 서방.&lt;br&gt; 그리고 너도 오랜만이구나.&lt;br&gt; 잘 지냈니? 새어머니의 마지못한 눈길이 아란에게 닿았다.&lt;br&gt; 염려했던 거와 달리 아란은 떨지도 않고 말 을 받았다.&lt;br&gt; 걱정해주신 덕분에요.&lt;br&gt; 아버지도 건강하시죠? 나야 늘 잘 있지.&lt;br&gt; 이 사람이 잘 http://csh.shemijin.com  챙겨주니까.&lt;br&gt; 아내의 어깨를 안으며 다정스레 대답하는 아란의 아버지를 보면서 제후는 역겨움마저 일었 다.&lt;br&gt; 당연히 그러시겠죠.&lt;br&gt; 힘들게 재혼하셨는데 오죽 하시겠어요? 삐딱한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.&lt;br&gt; 아란이 그러지 말라는 듯 제후의 팔을 잡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을 뿐 더러 제후도 그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.&lt;br&gt; 너무 사이가 좋아서 딸이 어떻게 사는지는 궁금하시지도 않나 봐요.&lt;br&gt; 저희 결혼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전화 한 통도 안 하시고 말입니다.&lt;br&gt; 저도 부러울 정도라니까요.&lt;br&gt; 농담 속에 드러나는 가시.&lt;br&gt; 은 사장 내외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흐려지는 것을 보며 권 회장 이 나섰다.&lt;br&gt; 제후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? 할아버진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히나 계세요, 소리가 이 사이에서 걸렸다가 목으로 넘어갔 다.&lt;br&gt; 제후는 조롱기를 입가에 걸었다.&lt;br&gt;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.&lt;br&gt; 하지만 없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뭘 잘못했는지 전 모르겠 는데요.&lt;br&gt; 제후야! 마침내 권 회장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제후가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오히 려 건방진 눈동자 속에 두 사람을 가두어 노려볼 뿐이었다.&lt;br&gt; 당신들도 깨달아야 돼.&lt;br&gt;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, 때늦은 사랑 놀음으로 무시당해 내쳐진 자식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당신들도 알아야 돼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그럼 천천히 놀다 가세요.&lt;br&gt; 저희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하거든요.&lt;br&gt; 얼굴 풀어.&lt;br&gt;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?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아란은 내내 불안한 얼굴이었다.&lt;br&gt; 너도, 지금 내가 너무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?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고?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해서 그래요.&lt;br&gt; 오빠도 괜히 저 때문에 은 아란.&lt;br&gt;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던 제후가 무서운 얼굴로 아란을 돌아보았다.&lt;br&gt; 말해두는 데 너하고는 상관없이 내가 한 말이야.&lt;br&gt;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대하는 그 분들 태도에 내가 기분이 나빠서 한 마디 한 거라고.&lt;br&gt; 알았어? 아란이 눈길을 돌리면서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기분 잡치게 그런 얼굴도 하지 말고.&lt;br&gt; 이래서야 둘이 여행 가는 기분도 안 나잖아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안 그럴게요.&lt;br&gt; 이러니 당하고만 살았지.&lt;br&gt; 제후는 침을 꿀꺽 삼키고 http://jman.webdaum.net  화를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은 아란, 너 여기서 조금만 나빠지면 안 되겠냐? 까짓 망신 한 번 준 거 가지고 마음 쓰 지 마.&lt;br&gt; 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기나 할 거 같아? 사실은 아란이 입술을 오물거렸다.&lt;br&gt; 사실은 저도 속이 시원했어요.&lt;br&gt; 오빠가 그 말 안 했으면 내가 했을지도 몰라요.&lt;br&gt; 다만 오빠 가 할아버지 눈에 나는 건 아닐까, 사람들이 오빠 나쁘게 보면 어쩌나 그게 걱정됐어요.&lt;br&gt; 제후가 피식, 코웃음을 쳤다.&lt;br&gt;거기 온 손님 중에 나 그렇고 그런 놈인 거 모르는 사람 없 어.&lt;br&gt; 그래도 나 때문에 오빠 나쁘게 보이는 거 싫어요.&lt;br&gt; 정말로요.&lt;br&gt; 네 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기지 않는데 왜 네 눈엔 내가 안 보이는 걸까.&lt;br&gt; 제후는 속 이 쓰렸다.&lt;br&gt; 그만해라.&lt;br&gt; 빼도 박도 못할 말 가지고 가타부타 떠드는 거, 머리 아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18/tistory/2009/12/26/02/49/4b34fb0e772f5 &gt;&lt;br&gt;&lt;br&gt; 제후는 몸을 의자에 묻으면서 눈을 감았다.&lt;br&gt; 그를 가만, 쳐다보는 아란의 시선과 이내 고개를 돌리는 나즈막한 한숨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했다.&lt;br&gt; 기대하게 만들지 마.&lt;br&gt; 네 착한 눈빛을 마주하는 게 얼마나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 알아? 사랑은 느낄수록 괴로웠다.&lt;br&gt; 낯설고 힘들었다.&lt;br&gt;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호텔에서 보낸 VIP 전용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들어갔다.&lt;br&gt; 우와~예쁘다!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객실에 짐을 풀자마자 아란은 곧장 발코니로 뛰어나갔다.&lt;br&gt; 그러더니 인어공주가 되어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할 것처럼 난간을 손으로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.&lt;br&gt; 여기 진짜 마음에 들어요.&lt;br&gt;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감사하는 말씀 꼭 드려야겠어요.&lt;br&gt; 할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입었던 답답한 정장 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제후는 대답했다.&lt;br&gt; 그러던지.&lt;br&gt; 직접 마중을 나온 지배인의 말에 따르면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방이라고 했다.&lt;br&gt; 이틀을 머무는 데 190만원이고 사흘에 26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형의 허니문 패키지용 객실이란다.&lt;br&gt; 얼른 옷 갈아입어.&lt;br&gt; 바다 보고 싶다며.&lt;br&gt; 조금만 더 보구요.&lt;br&gt; 제후가 니트 셔츠에 청바지로 갈아입을 동안까지 아란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 음속에 불쑥 짓궂은 장난기가 돌았다.&lt;br&gt; 아쉬워하며 허리를 바로세우는 아란의 등에 제후의 가슴이 닿았다.&lt;br&gt; 그만 보고 가자니까.&lt;br&gt; 제후는 두 팔로 각각 아란의 어깨와 허리를 둘러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.&lt;br&gt; 아니면,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그냥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까? 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싫다.&lt;br&gt; 넌 내가 마법을 풀어줄 때만 살아 숨을 쉬는 인형이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그그치만 아까 집에서두 거긴 거기고 호텔에서 하는 건 처음이잖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목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를 헤치면서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물었다.&lt;br&gt; 불그스 름한 입술자욱과 고른 치흔(齒痕)이 남았다.&lt;br&gt; 게다가 우린 부부고어디에서도 거리낄 게 없어야 한다고.&lt;br&gt; 아란의 귓불을 깨물며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허리를 안았던 손이 내려가 스커트를 밀어올리고 매 끈한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.&lt;br&gt; http://bkc.mainucc.me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.&lt;br&gt; 자어떻게 할까? 밖으로 나가서 멍청한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줄까, 아니면 이 곳에 서 갑자기 돌아선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감으며 입술을 맞댔다.&lt;br&gt; 등 뒤로 파닥이며 스커트를 들추는 바람만큼이나 그녀의 행동은 대담했다.&lt;br&gt; 아란이 입술을 떼었다.&lt;br&gt; 원해요.&lt;br&gt; 해요.&lt;br&gt; 한 음절이 숨어 나왔지만 제후는 그 말이 허락의 뜻임을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요정들의 눈물처럼 수정이 되어 떨어질 듯 잔잔한 물기가 아란의 눈에 고인다.&lt;br&gt; 아란아 그의 뺨을 쓸어내리는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나 겁쟁이야.&lt;br&gt; 나 너 데리고 도망 온 거야.&lt;br&gt; 밑도 끝도 없이 퍼 올리는 말이었다.&lt;br&gt; 어둠에 깊이를 감춘 우물에서 처음 두레박으로 퍼 올 린 맑은 물이었다.&lt;br&gt; 사실은 내가 오빠.&lt;br&gt; 제후의 팔 안에서 아란의 허리가 휘어지며 다가갔다.&lt;br&gt; 코끝이 부딪치는 거리에서 아란은 제 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.&lt;br&gt; 그 말 꼭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면, 하고 나서 오빠 마음 상하게 할 말이라면 하지 마요.&lt;br&gt; 사람들 떠나서 둘이 있는 거잖아요.&lt;br&gt; 그러니 아무 생각 하지 마요.&lt;br&gt; 여행 왔으니까 좋은 기억만 만들어요.&lt;br&gt; 아무도 끼워주지 말고 그냥 우리 생각만 하면서 지내요, 네? 그녀가 말하는‘우리’는 특별하게 들린다.&lt;br&gt; 너는 너, 나는 나가 아닌 우리.&lt;br&gt; 그런데 그 우리 사이에 누가 끼어들면 어떻게 하지? 하나도 아닌 둘.&lt;br&gt; 너를 좋아하는 사람,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가 널 영원히 차지할 수 있는 걸 막아버리 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? 너 좋아하 바로 그 때 제후의 핸드폰이 주인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긴장이 푹 수그러드는 걸 느끼면서 아 란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고 거실로 들어갔다.&lt;br&gt; 여보세요? 제후, 네 이 녀석! 할아버지셨다.&lt;br&gt; 제후는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알았어요, 알았어.&lt;br&gt; 제가 잘못했어요.&lt;br&gt; 이제 됐죠?! 제후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.&lt;br&gt; 그리고 아예 핸드폰의 배터리를 뽑아 버렸다.&lt;br&gt; 오빠아란은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.&lt;br&gt;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래.&lt;br&gt; 돌아가면 틀림없이 배로 혼나겠지만 아무도 너한테 뭐라 안 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.&lt;br&gt; 아란이 고개를 저었다.&lt;br&gt; 부부는 일심동체랬어요.&lt;br&gt; 오빠가 잘못한 건 내가 잘못한 거고 난, 오빠가 할아버지한테 혼 나는 거 싫어요.&lt;br&gt; 그래? 제후는 웃는 듯 마는 듯 입가를 찡그렸다.&lt;br&gt;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에 대해 ‘우리’를 강조하는 아란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.&lt;br&gt; 나중에 할아버지가 부르시면 저도 데리고 가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줄게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줘? 어감이 재미있었다.&lt;br&gt; 마지못한 미소는 진심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.&lt;br&gt; 하긴.&lt;br&gt;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 예뻐하시니까 너 데리고 가면 야단은 덜 맞겠다.&lt;br&gt;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미소가 제후를 따라 아란의 얼굴에 고였다.&lt;br&gt; 그저 바 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웃고 있으면 온 세상이 빛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http://amc.naei.net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.&lt;br&gt;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아냐? 그건 다 권 제후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야.&lt;br&gt;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먼 손가락으로 가리킨 그를 보고 승원과 미진이 했던 말이었다.&lt;br&gt; 무표정한 얼굴을 녹여보고자 웬만한 미모를 갖춘 여자들이 줄줄이 덤벼들었지만 마음을 얻고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했다.&lt;br&gt; 떠난 사람이 여자가 먼저든 권 제후가 먼저든 그가 미련을 갖고 찾는 경우도 없다 했다.&lt;br&gt; 포기해.&lt;br&gt; 저 선배 맘 좀 뺏어보겠다고 설치다가 바보 된 애들 하나둘인 줄 아냐? 친구들의 만류에도 변함없던 절실한 외바라기에 하늘도 감동하셨는지 인연이 맺어졌고 심지 어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게까지 되었다.&lt;br&gt;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제후는 아란의 몸만은 좋아했다.&lt;br&gt; 진짜 속을 내비치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녀가 없으면 가끔 서운해 한다고 느꼈다.&lt;br&gt; 그리고 그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.&lt;br&gt; 바라만 보고 말도 못 걸던 옛날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을, 아란은 보내고 있었다.&lt;br&gt; 하지만 헤어지면? 나한테 싫증을 내고 계약을 끝내자고 말하면? 가슴에 싸한 통증이 찾아왔다.&lt;br&gt; 아란은 작은 콧소리 섞인 한숨을 쉬며 제후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안겼다.&lt;br&gt; 그리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시원한 향수냄새와 체취를 숨 속으로 담아 넣었다.&lt;br&gt; 언젠가 그가 떠날 때 언젠가 혼자 남겨질 때,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며 견딜 수 있도록.&lt;br&gt; 제주도로 밀월여행을 다녀온 다음부터 제후는 강의라든가 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26/tistory/2009/12/26/04/13/4b350ec757c3a &gt;&lt;br&gt;&lt;br&gt;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할 때를 빼 고는 아란을 옆에 붙이고 다녔다.&lt;br&gt; 결혼을 빨리 해서 못해봤던 평범한 데이트도 했다.&lt;br&gt; 강의가 비는 시간 틈틈이 전화를 하고 기다리고 만나고, 아란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녔다.&lt;br&gt; 같이 술 마실 시간도 없냐는 친구들의 비아냥거림도 권 제후, 사람 달라졌다고 신기한 눈으 로 쳐다보는 여자들의 시선도 상관없었다.&lt;br&gt; 그저 그만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.&lt;br&gt; 권 제후가 만든 시간 속에서 권 제후를 생각하는 것으 로 아란의 머릿속을 채워주고 싶었다.&lt;br&gt; 오빠, 이거 봐요! 아란이 갑자기 제후의 팔을 잡으며 멈춰 섰다.&lt;br&gt; 학교 앞 분식점에서 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소화 시킬 겸 아이쇼핑을 하다가 쇼윈도에 걸린 목걸이가 예쁘다고 들른 보석 전문점 안이었다.&lt;br&gt; 크리스탈로 만든 거래요.&lt;br&gt; 너무 예쁘죠? 아란이 가리킨 것은 손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큐피드 상이었다.&lt;br&gt; 앙증맞은 날개를 달고 하 트가 달린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.&lt;br&gt; 사줄까? 카운터에 있던 여직원 중 하나가 쪼르르 달려오는 걸 보며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정말요?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안 될 게 뭐야.&lt;br&gt; 너나 나나 어차피 돈만 남아도는 집 자식들이잖아.&lt;br&gt; 내가 맘만 먹으면 이 http://jsite.sosdaum.net 보석가게 전부를 사다가 안겨줄 수도 있다고.&lt;br&gt; 거드름을 피우는 제후의 말투에 아란이 웃는다.&lt;br&gt; 소리 없는 웃음에 그녀의 양 볼에는 깜찍한 볼우물이 진다.&lt;br&gt; 두 개였으면 좋겠는데 손때가 묻을까 조각상 아래 빌로드 천이 깔린 상자를 통째로 들고 있던 아란이 중얼거렸다.&lt;br&gt; 응? 이거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요.&lt;br&gt; 오빠하고 나하고 하나씩 나눠 갖게.&lt;br&gt; 짝 있어요, 손님.&lt;br&gt; 보여드릴까요? 옆에 있던 직원이 카운터로 따라 오란다.&lt;br&gt; 마음만 먹으면 이 보석가게 전부를 사서 안겨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던 까닭에 그녀의 태도는 굉장히 친절했다.&lt;br&gt; 여직원이 뭐라고 얘기를 하자 남자직원이 금고를 열더니 비슷한 크기의 상자를 꺼내고 뚜껑 을 연다.&lt;br&gt; 하트에 화살이 꽂힌 모양의 조각이 누워 있었다.&lt;br&gt; 예쁘다! 아란의 감탄사에 제후가 어깨를 으쓱, 했다.&lt;br&gt; 직원들과 주인의 낯에 화색이 떠오르는 걸 보니 꽤 값이 나가는 모양이었다.&lt;br&gt; 두 분 사귀는 사이세요? 귀족적인 고상함에 적당한 반항기가 돋보이는 근사한 외모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 였다.&lt;br&gt; 여자의 예쁘다는 말 한 마디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꺼내고 카드를 긁는, 성격 화끈한 남자 의 뒷모습을 보던 여직원 하나가 상자 두 개를 포장하며 말을 붙인다.&lt;br&gt; 남자친구가 아가씨한테 푹 빠져 있는 것 같던데 그래요? 아란은 가게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 제후를 창 너머로 쳐다보며 대답했다.&lt;br&gt; 가능성은 없었지만 듣기는 좋았다.&lt;br&gt; 이왕이면 커플링도 하지 그래요? 혼자 덜렁하니 우정 반지 같은 거 끼지 말고, 사귄지 오 래 된 사이면 웃고 있던 아란의 얼굴이 굳어버렸다.&lt;br&gt; 즐거워서 까닥거리던 손가락의 움직임도 투명한 유리 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저희, 부분데요.&lt;br&gt; 부부요? 그치만 남자 분은 반지를 끼고 있지 않던 손님의 달라진 표정을 보고 여직원은 입을 다물었지만 말은 뱉어진 다음이었다.&lt;br&gt;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비참함이었지만 아란은 막 포장이 끝난 상자를 들고 훌쩍 밖으로 나와 버렸다.&lt;br&gt; 더 듣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모르는 사람에게 계약에 묶인 부부라서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형식상의 관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약속.&lt;br&gt; 아란아! 담배를 태우며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던 제후는 그가 기다리는 것조차 잊은 듯 앞 을 지나쳐 황망히 걸음을 옮기는 아란을 보고 대충 통화를 마무리 하고 그녀에게 뛰어갔다.&lt;br&gt; 어디 가.&lt;br&gt; 오늘 할아버지 만나러 가기로 아란의 팔을 잡아 돌려세운 제후는 뜻밖에도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과 http://kccc.me/naver/1175.php 맞닥뜨린 순간 말 을 끝맺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.&lt;br&gt; 원망, 분노 하여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이었다.&lt;br&gt; 낼까요? 목이 메는 음성으로 아란은 제후를 쳐다봤다.&lt;br&gt; 그냥 우리 여기서 끝낼까요? 뭐? 할아버지 앞에서 오빠가 사 준 선물이라고 좋아하며 자랑하는 아란의 얼굴을 볼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제후의 낯이 구겨졌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라면 그냥 여기서 끝내자고요!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을 시간도 달래줄 틈도 없었다.&lt;br&gt; 하얀 얼굴 가득 눈물을 터트린 아란 은 그대로 뒤돌아서 뛰어가 버렸다.&lt;br&gt;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.&lt;br&gt; 아란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그만큼 당황스러웠다.&lt;br&gt; 바닥 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 올리며 제후는 아득한 불안함으로 심장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.&lt;br&gt; 죄죄송합니다, 손님.&lt;br&gt; 아까의 여직원이 옆에 서 있었다.&lt;br&gt; 제가 실수를 했어요.&lt;br&gt; 두 분이 결혼하신 줄도 모르고 그만 커플링이나 하는 게 어떻겠냐 고 커플링? 제후는 무심결에 왼손 약지를 내려다보았다.&lt;br&gt; 아란과는 달리 어떤 구속도 허용치 않을 것처 럼,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텅 비어 있는 그의 손가락을.&lt;br&gt; 직원이 알고 말했던 것도 아니고 제후의 고의도 아니었지만 비싼 선물을 덥석 안겨주고는 아란의 마음을 깔아뭉갠 꼴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진작에 끼고 다녔어야 했는데 쑥스러움에 미뤄두었던 일이 치부를 드러내 그녀가 망신을 당 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뭐야?! 당신 눈에는 그 비싼 반지가 고작 우정 반지로 보였단 말야? 죄죄송합니다.&lt;br&gt; 정말 죄송합니다.&lt;br&gt; 어떻게 보상을 해야 이 여자에겐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후는 화가 났다.&lt;br&gt; 아니 그보다, 바람이 팽팽했던 풍선이 터져버린 것 같은 아란의 눈동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.&lt;br&gt; 화를 냈다는 건 그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뜻인데 말이다.&lt;br&gt; 나한테 기대를 해? 그 남자가 아닌 나한테? 본가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었다.&lt;br&gt; 할아버지가 생신 때의 일에 대해 뭐라고 꾸중을 하셨는지 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제후는 집에 가면 아란의 화를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가만 고민하고 있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35/tistory/2009/12/26/04/01/4b350bfaa1071 &gt;&lt;br&gt;&lt;br&gt; 여자의 눈치를 보는 일이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라면 용기를 낼 수도 있는 제후였다.&lt;br&gt; 불안하진 않았다.&lt;br&gt; 어느 덧 심장을 내 준 사람이기에 그리고 문득 문득 기대를 갖게 만드는 아란의 행동에 대한 설레임이 가슴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.&lt;br&gt; 상한 속을 달래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라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건 아닌가 했지만 옥외 주차장에서 떨리는 맘으로 올려다 본 그들의 보금자리에는 불이 커져 있었다.&lt;br&gt; 저녁나절, 그렇게 아란과 헤어지고 내내 구겨져 있던 제후의 얼굴이 반가움으로 펴졌다.&lt;br&gt; 엘 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고작 3층 내려오는 http://naveryo.com/naver/616.php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.&lt;br&gt; 가쁜 호흡에 들먹이는 심장을 억누르며 벨을 누르려는 찰나 문이 먼저 열렸다.&lt;br&gt; 왔어요? 어응.&lt;br&gt; 아까 그러고 간 게 미안해선지 아란은 어색한 음성으로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래도 죄책감이 드는 건 아란이 아니라 제후 쪽이었다.&lt;br&gt; 집에는 언제 왔어? 온 지 한 시간쯤 됐어요.&lt;br&gt;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아란의 어깨에서 바람이 인다.&lt;br&gt; 그 모습을 보자 잠시나마 가졌던 제 후의 설레임은 구석으로 밀려난다.&lt;br&gt; 아까 그 말 왜 한 거야? 내던지는 말이 퉁명스러웠다.&lt;br&gt; 아란이 침실로 향하던 걸음을 멈춘다.&lt;br&gt; 말해두겠지만 우리 결혼 오빠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죠.&lt;br&gt; 아란이 말을 가로채며 뒤돌아섰다.&lt;br&gt; 내가 아쉬워서 매달린 결혼이니까 혼자였던 생활로 돌아간다고 해도 오빠는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거죠?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? ! 내 마음 같은 거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거죠? 내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받아들였는지 오빠한테는 아무 상관없는 거죠? 굵은 눈물방울이 아롱져 바닥으로 떨어진다.&lt;br&gt; 제후는 울컥하는 마음에 아란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.&lt;br&gt; 그러는 넌! 너만 아픈 게 아니란 말이다.&lt;br&gt;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로 두고 사는 나는 편한 줄 알아? 멀쩡한 줄 알아? 넌 뭘 그렇게 잘했는데? 날 다그칠 만큼 순결한 요조숙녀에 조강지처야? 겉으로는 나밖 에 모르는 여자처럼 하고 다녀도 막상 뒤로는 여우짓하고 다니는 지 어떻게 알아? 아니에요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 오빠밖에 없어요.&lt;br&gt; 왜 몰라요 꼭 말로만 해야 되는 거에요? 마음으로 날 봐줄 수는 없는 거에요?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악에 받친 한 마디가 아란의 입을 뚫고 터져 나왔다.&lt;br&gt;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 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제후의 눈빛이 주춤했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손을 뿌리쳤다.&lt;br&gt;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축하한다는 말 듣고 싶었어요.&lt;br&gt;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더 이상 비참해질래야 비참해질 수도 없었다.&lt;br&gt; 손으로 가리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 큼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 걸 느끼며 아란이 뛰쳐나간다.&lt;br&gt; 멍하니 서 있던 제후가 탕! 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.&lt;br&gt; 아아란아! 제후는 신발도 신지 않고 따라 나갔지만 아란은 보이지 않았다.&lt;br&gt; 두리번거리며 황급한 심정 으로 그녀를 찾는 그의 귀에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꺄아악! 사람이 다쳤어요, 누가 좀 도와줘요! 설마 하는 불안감에 심장이 내려앉으면서 소름이 돋았다.&lt;br&gt;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 서 제후는 여자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.&lt;br&gt; 계단이 있는 곳이었다.&lt;br&gt; 사람들이 그리로 모여들었다.&lt;br&gt; 이름도 모르는 이웃들을 헤치고 들어간 제후의 눈이 커졌다.&lt;br&gt; 아란아! 계단 아래,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분명 아란이었다.&lt;br&gt; 벗겨진 한 짝의 신 발이 계단 중간에 걸쳐져 있었다.&lt;br&gt; 아란아, 제발! 넋 나간 표정으로 아란을 안아든 제후가 창백해진 그녀의 뺨을 두드리다 말고 웅성대며 모 여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.&lt;br&gt; 뭣들 하는 거에요! 사람이 다쳤는데! 구급차, 누구 구급차 좀 불러줘요!! 가벼운 뇌진탕이라면서! 그거 말고는 다친 데도 없다면서 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? 방안이 다 쩌렁쩌렁 울렸다.&lt;br&gt; 의사 생활 25년에 http://naveryo.com/naver/760.php 이렇게 막 되먹고 시끄러운 보호자는 처음 보겠다고 생각하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을 꺼냈다.&lt;br&gt; 자자, 일단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으십시오.&lt;br&gt; 그래야 저도 무슨 말씀을 드리던지 할 것 아 닙니까? 뒤에 서 있던 권 회장이 제후의 어깨를 두드렸다.&lt;br&gt; 노인의 자애로운 눈빛이 거친 감정에 휩 싸인 손자의 마음을 다독였다.&lt;br&gt;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환자분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.&lt;br&gt; 약간의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 은 것 외에는 이봐, 의사 선생!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? 뭔가 새로운 걸 얘기해 보라고! 나는 왜 아란이 가 깨어나지 못하는지에 묻고 있잖아! 제후야! 할아버지의 엄한 목소리에 제후는 억지로 숨을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문제는 환자분이 거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.&lt;br&gt; 무의식중에 깨어나는 걸 거부하는 것 같습 니다.&lt;br&gt; 뭔가 두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.&lt;br&gt; 그럼 어떻게 해야 지금으로썬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.&lt;br&gt; 어떤 확약도 드릴 수가 의사가 말끝을 줄였다.&lt;br&gt; 제후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.&lt;br&gt; 구급대에 실려 온지 벌써 사흘 밤낮을 넘겼는데 아란은 죽은 듯이 잠만 잘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.&lt;br&gt; 죽은 듯이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 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 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무너졌다.&lt;br&gt; 이대로 영원한 잠에 들어 깨어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, 다시는 아란의 맑은 웃음을 볼 수 없 는 건 아닌가 방정맞은 생각들이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머릿속을 오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지친 발을 끌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깊은 잠에 든 아란의 얼굴은 평온해보였지만 그와 함께 하는 일상이 두려워 일어나지 못한 다는 말에 제후의 가슴은 핏빛 멍울이 지고 몇 톤짜리 돌을 얹은 것 마냥 무거웠다.&lt;br&gt; 다가가 의자를 끌어다놓고 앉았다.&lt;br&gt;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대고 눈을 감았 다.&lt;br&gt; 눈물 한 줄기가 제후의 뺨을 타고 흘렀다.&lt;br&gt; 아직은 아직은 아니잖아.&lt;br&gt; 나한테 실망하고 화나더라도 내가 철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참아주라.&lt;br&gt; 부부란 원래 그런 거 잖아.&lt;br&gt; 나란 놈한테 실망해서 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널 채웠다고 해도 이런 모습이 마지막이면 안 되는 거잖아.&lt;br&gt; 아란아 내 목소리 들리면 좀 일어나봐.&lt;br&gt; 내 마음 알기 http://jsh.shemijin.com 전까지는 멀리 가지마.&lt;br&gt; 나 놔두고 혼자 먼 데로 떠나지마.&lt;br&gt; 다시 그녀 없는 시간이 흘렀다.&lt;br&gt; 네 번의 낮과 밤이 일상을 만들며 지나갔다.&lt;br&gt; 학교에는 가야 된다는 할아버지의 엄명에 따르 긴 했지만 제후는 아란의 간호를 맡은 사람이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 이었다.&lt;br&gt; 강의가 끝나면 끼니를 챙길 틈도 없 이 달려오곤 했다.&lt;br&gt; 제 에미 애비가 죽은 후로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중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권 회장은 손 자며느리가 걱정되면서도 아란에게 몰두하는 제후의 모습을 다행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았다.&lt;br&gt; 제후는 남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생일에 아란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모르는 척 했던 것도 손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였다.&lt;br&gt; 아란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쉴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마음이 안식처를 찾았다는 걸 말이다.&lt;br&gt; 이제 미움 받는 역할은 그만해도 될 것 같군.&lt;br&gt; 그동안 수고했네.&lt;br&gt; 어느 날 새벽인가 아란을 간호하다 곁에 엎드려 잠이 든 제후를 보며 권 회장은 병실을 나 와 밖에서 문병 차, 들렀던 공범에게 말했다.&lt;br&gt; 그 녀석이 미처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처음부터 좋아했을 걸요.&lt;br&gt; 민준이 미소로 답했다.&lt;br&gt; 그런데 언제쯤 말해주는 게 좋을까요? 이번 일도 있고 두 사람 다, 슬슬 진실을 알 때도 된 것 같은데.&lt;br&gt; 내버려 두게.&lt;br&gt;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제 3자보다 서로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제일 행복할 테니까.&lt;br&gt; 제후가 마음을 숨기는 바보짓만 하지 않는다면요.&lt;br&gt; 그 때 낮은 굽의 샌들을 신고 복도를 뛰어오는 간호사 한 명이 있었다.&lt;br&gt; 그녀는 권 회장에게 다다르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.&lt;br&gt; 은 아란씨 보호자 되시죠? 빨리 병실에 좀 와주셔야겠어요.&lt;br&gt; 우리 아이가 깨어났습니까? 그게 아니고 병실로 환자분의 아버지라는 분이 찾아오셨는데 손자 분이 막 더 듣지 않아도 상황을 짐작하는 권 회장이었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알고 있는 이상은 그랬다.&lt;br&gt; 어둠에 묻힌 복도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병실이 http://5bada.com 있었다.&lt;br&gt; 활짝 열린 문으로 넓은 용적의 빛이 바닥을 비추고 거기선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가! 여기서 사라지라고! 당신이 무슨 아버지라고 딸이 다쳐서 입원해 있는데도 일주일 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당신이 무슨 아버지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6/tistory/2009/12/26/03/49/4b3509411bbaf &gt;&lt;br&gt;&lt;br&gt; 의사가 뭐라고 한 줄 알아? 잘못하면 평생 저러고 있을 수도 있대.&lt;br&gt; 부모라는 사람들이 결 혼이란 명목으로 팔아넘긴 딸이 영원히 잠들어서 죽을 때까지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대! 그거 알기나 해? 깨어나면 두려 운 일이 기다리는 것처럼 깨어나는 걸 거부하고 있대.&lt;br&gt; 이보게 권 서방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란의 아버지가 사위에게 낯을 보이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후 가 말을 가로챘다.&lt;br&gt; 당신과, 당신의 새 아내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짐이었는지 몰라도 아란이 이제 나한테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야.&lt;br&gt; 누구한테도 상처받지 못하게 내가 지킬 거고 아무도 이 아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일 있으 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그러니 가.&lt;br&gt; 여기서 사라지고 다시는 오지 마! 절규.&lt;br&gt; 그리고 차마 말해주지 못한 사랑.&lt;br&gt; 우리 누나 아파?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문틈으로 제후와 은 사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권 회장과 민준의 귀에 아이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누나 이제 못 일어나? 재영이었다.&lt;br&gt; 엄마보다 배다른 누나를 더 따르던 그녀의 동생이었다.&lt;br&gt; 아저씨 우리 누나 죽었어?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재영이 제후의 바지를 잡고 흔들었다.&lt;br&gt; 재수 없는 소리 집어 쳐! 죽긴 누가 죽었다고 그래! 아이의, 아란을 빼닮은 눈동자에 다시금 죄책감이 스며들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이가 놀랄 수 있다 는 것도 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.&lt;br&gt; 방금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끅끅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재영은 누나의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.&lt;br&gt; 부벼대는 눈이 붉었다.&lt;br&gt; 제 후는 한숨을 쉬며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었다.&lt;br&gt; 미안하다, 꼬마야.&lt;br&gt; 아저씨가 잘못했어.&lt;br&gt; 누나 안 죽어.&lt;br&gt; 그냥 자고 있는 거잖아.&lt;br&gt; 일어날 거야.&lt;br&gt; 꼭 일어나서 널 안아줄 거야.&lt;br&gt; 누나에게 http://csh.shemijin.com 그랬던 것처럼 재영은 제후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.&lt;br&gt; 아이들 특유의 달콤한 체취가 한가득 안겨왔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안듯이 아이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달랬다.&lt;br&gt; 아무 일 없을 거야정말로.&lt;br&gt; 목이 메어왔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민준이, 그리고 할아버지가 문간에 서 있었다.&lt;br&gt; 본의 아니게 엿들은 꼴이 되어 버렸구나, 미안하다.&lt;br&gt; 언제 오셨어요? 그리고 민준이 너는? 제후는 재영을 안은 채로 일어났다.&lt;br&gt; 아란이 문병 왔다가 할아버지를 만나서 담배 한 대 태우고 들어오는 길이야.&lt;br&gt; 괜찮아? 네 녀석 온 건 하나도 안 반가워.&lt;br&gt; 민준이 피식 웃으며 사돈과 함께 나가는 권 회장을 쳐다봤다.&lt;br&gt; 은 사장의 무거운 걸음새를 보아하니 긴 얘기가 될 것 같았다.&lt;br&gt; 곧 반가워하게 될 걸.&lt;br&gt; 너, 나하고 잠깐 얘기 좀 하자.&lt;br&gt; 아란이 걱정되면 여기서 해도 좋 고.&lt;br&gt; 옆 침대에 재영을 재워놓고 있을 때 캔 커피 두 개를 든 민준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너 어제도 밤샜다면서 몸은 괜찮은 거냐? 중간 중간 자니까 견딜 만 해.&lt;br&gt; 달고 시원한 냉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잠이 깨는 듯 했다.&lt;br&gt; 아란이 좋아하지? 캔을 들어올리던 제후의 손이 공중에서 우뚝 멈췄다.&lt;br&gt; 내 말이 맞냐?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가 제후의 입가를 맴돌았다.&lt;br&gt; 민준이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뭐 너 하는 짓 봐선 묻지 않아도 당연한 얘기다만 그냥 확인해 본 거다.&lt;br&gt; 그 때 내가 아 란이 좋아한다고 했던 거 기억 나냐? 그래서.&lt;br&gt;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?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냐? !! 경악의 표정이 제후의 얼굴에 떠올랐다.&lt;br&gt; 민준이 바닥에 깔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캔을 살살 흔들었다.&lt;br&gt; 그래, 맞아.&lt;br&gt; 나 너한테 거짓말 했다.&lt;br&gt; 난 너 만큼이나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친 구의 여자를 노릴 정도로 비열한 놈은 아니야.&lt;br&gt; 그런데 왜 나한테 부탁한 사람이 있었어.&lt;br&gt; 네가 행복해지기를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이.&lt;br&gt; 할아버지가? 민준은 제후의 생각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.&lt;br&gt; 내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어땠을 거 같냐? 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 서투르잖아.&lt;br&gt; 할아버 지는 진실을 깨닫도록 너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거야.&lt;br&gt; 지기 싫어하는 네 성격에 누가 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가만히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싫어도 http://jman.webdaum.net 지키려고 노력할 테니까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신 거지.&lt;br&gt; 결 국 할아버지의 판단은 옳았고 지금 넌 여기 이 자리에 있잖아.&lt;br&gt; 아란이도 이 사실 알아? 몰라.&lt;br&gt; 아마 내가 자기한테 접근한 게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걸.&lt;br&gt; 그 녀석, 너도 알겠 지만 사람을 너무 잘 믿어.&lt;br&gt;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도 안 하고 덥석 믿어버려.&lt;br&gt; 제후는 허무함에 웃음이 나왔다.&lt;br&gt; 그 동안의 고민이 다 쓸데없는 거였다니.&lt;br&gt; 말이나 들어보자.&lt;br&gt; 너 아란이 찾아가서 뭐라고 했냐? 어느 덧 경계심을 풀은 눈동자였다.&lt;br&gt; 민준이 싱긋 웃었다.&lt;br&gt;궁금하냐? 그걸 말이라고 해? 할아버지랑 짜고 나 속인 건 괘씸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용서해준 다.&lt;br&gt; 음처음엔 반지 얘기 하면서 속을 찔러봤고 두 번째는 너희들이 계약 결혼 한 거 알고 있다고 했고, 세 번째는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지.&lt;br&gt; 그랬더니 뭐래? 선배가 뭘 원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을 거에요, 그러더라.&lt;br&gt; 아마도 내가 자기한테 구애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나봐.&lt;br&gt; 순진한 녀석.&lt;br&gt; 진심하고 장난도 구분 못하는 바보.&lt;br&gt; 가까이 있으면서도 참 어려운 사랑을 하는 커플이었다.&lt;br&gt; 자식이, 그러는 저는 바보짓 안 한 줄 아나.&lt;br&gt; 민준은 아직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생 각하는 어리석은 친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.&lt;br&gt; 너도 속아 넘어갔으면서 뭘 그래.&lt;br&gt; 나한테 주먹질까지 하고.&lt;br&gt; 한 민준 연기력이 좋았던 거지.&lt;br&gt; 정작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지만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비단 아란의 입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에서라도 그녀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고도 멀쩡할 자신이 없었다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왜.&lt;br&gt; 나 힘들다.&lt;br&gt;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데 그 아이가 원하면 보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놔 줄 수가 없어.&lt;br&gt; 욕심 부리면 정말 아란이가 달아날지 모르는데 원래 사람 좋아하는 건 다 그런 거야.&lt;br&gt; 민준은 제후의 어깨를 툭툭 쳤다.&lt;br&gt; 그리고 너처럼 지극정성인 남자 놔두고 어딜 가겠냐? http://bkc.mainucc.me 도망가더라도 일주일 동안 잠 못 자 고 밥 못 먹어가며 고생한 네 은공은 갚고 가라고 그래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웃으라고 한 말이었는데 친구를 부르는 한숨이 깊었다.&lt;br&gt; 그런 만큼 그의 사랑도 깊었다.&lt;br&gt; 아란이 쓰러졌던 날, 나한테 처음 화를 내더라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 나 하냐고,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막 울어 버리더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0/tistory/2009/12/26/04/29/4b35128dec12f &gt;&lt;br&gt;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아무 에게도 축하받은 적 없다던 생일날에 날 만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에 단 한 사람 오빠한테만은 축하받고 싶었다고 그러더 라.&lt;br&gt; .&lt;br&gt; 사랑이 없어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난 항상 그 앨 다치게만 만들더라.&lt;br&gt; 나중에 보니 까 내가 그 앨 내쫓아버렸더라.&lt;br&gt; 제후야 아, 맞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면 늦기 전에 끝내자고 아란이가 그러더라.&lt;br&gt; 한 민준, 너 어떻게 생각해? 나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? 걸리는 게 많군.&lt;br&gt; 민준은 한 조각 희망도 남지 않은 얼굴로 넋두리를 하는 친구가 가여웠다.&lt;br&gt; 그리고 그의 이런 사랑을 모른 채 마음을 가두고 잠이 들어있는 아란에게 화가 나려고 했다.&lt;br&gt; 아란이 보내고 너 혼자 살 자신 있어? 자신이야 있지.&lt;br&gt; 미쳐버릴 자신.&lt;br&gt; 죽어도 돌아볼 사람 없으니 원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 자 신.&lt;br&gt; 그럼 보내지마.&lt;br&gt;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다 꼭 붙들어 두고 살아.&lt;br&gt; 내가 너 사랑하니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곁에만 있어달라고 졸라.&lt;br&gt; 은 아란은 착하니까 소원을 들어줄 거야.&lt;br&gt; 억지 부려서 더 정 떨어진다고 하면? 이런 겁쟁이! 권 제후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? 그럴 일 없을 거야.&lt;br&gt; 내가 장담해.&lt;br&gt; 민준은 제후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웃어주었다.&lt;br&gt; 제후를 향한 아란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친구는 확실히 달라졌다.&lt;br&gt; 조각 같은 외모와 냉담한 분위기로 여자들을 녹이던 권 제후 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.&lt;br&gt; 사랑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겁을 내고 두려워하고, 고 민을 했다.&lt;br&gt; 만약 아란이 끼고 다니던 순결반지의 주인공이 바로 자기라는 걸 알게 되면 제후가 뭐라고 그럴까 문득 궁금해지는 민준이었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병원 로비.&lt;br&gt; 그를 배웅하러 나온 친구에게 민준은 마지막 충고를 했다.&lt;br&gt;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아란이네 아버지한테 심하게 굴지 마라.&lt;br&gt; 판단은 네가 아니라 아란 이의 몫으로 남겨둬야지.&lt;br&gt; 아무리 그래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분 아니냐.&lt;br&gt; 알았어.&lt;br&gt; 아란이 일어나면 그동안 장난쳐서 미안했다고 대신 사과도 건네주고.&lt;br&gt; 알았다니까.&lt;br&gt; 택시를 부른 민준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든다.&lt;br&gt;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 제후는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아직도 깊은 잠에 들어 있는 아란을 보았지만 이제는 기다림마저 달가웠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의식을 잃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잠이 들어 있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보며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키스를 하면 일어나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마저 들었다.&lt;br&gt; http://amc.naei.net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깨어 있을 때처럼 여전히 보드랍고 향기가 난다.&lt;br&gt; !! 세 번째 키스를 하고 제후가 얼굴을 들려했을 때 목에 둘려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늘고 미약 한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졌다.&lt;br&gt; 설마, 설마!!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기대감에 제후는 감았던 눈을 떴다.&lt;br&gt;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아란의 눈 동자가 무려 8일 만에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너너 말이 나오질 않았다.&lt;br&gt; 한없이 기쁜 순간에 너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.&lt;br&gt; 응, 나 일어났어요.&lt;br&gt; 나 진짜 많이 잤죠? 젠장!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에 왈칵, 목이 메어 오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은 제후의 몸을 가만히 밀면서 일어났다.&lt;br&gt; 제후가 얼른 아란의 어깨를 잡아 부축해주었다.&lt;br&gt; 그래, 이 잠꾸러기야.&lt;br&gt; 무슨 잠을 8일씩이나 자냐?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겨주다가 제후는 부서질 것 같은 아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.&lt;br&gt; 며 칠 사이 수척해진 몸에, 줄무늬 환자복 속으로 느껴지는 헐거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빨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누가 발을 잡고 안 나줬어요.&lt;br&gt; 눈을 뜨고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반겨줄 사람 아무도 없다고 그냥 여기서 살라고 그랬어요.&lt;br&gt; 까만 옷에 얼굴도 없는 무서운 사람이 자꾸 날 붙잡았어요.&lt;br&gt; 무서웠어? 아란은 대답을 하지 않고 손깍지를 끼어 제후의 등을 안았다.&lt;br&gt; 그의 어깨 언저리가 천천히 젖어왔다.&lt;br&gt; 그녀의 몸이 흐느낌으로 떨리고 있었다.&lt;br&gt; 미안해 입술을 깨물었다.&lt;br&gt; 가까스로 참아내는 그녀의 눈물은 고통이 되어 제후의 심장으로 배겨왔다.&lt;br&gt; 다시는 너 혼자 무서운 꿈에 남겨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.&lt;br&gt; 여자들따먹기다운로드 우린 항상 같이 있을 거야.&lt;br&gt; 언제든 널 지켜줄 거야.&lt;br&gt;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그리고 나도, 널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아란의 감은 눈꺼풀에 입을 맞추며 제후는 말했다.&lt;br&gt; 창 밖으로 먼동이 트고 있었다.&lt;br&gt;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 날과 하늘을 두고 제후는 그렇게 가 슴을 저리며 찾아온 첫사랑을 고백했다.&lt;br&gt; 아빠가 새엄마랑 헤어지기로 했대요.&lt;br&gt; 은 사장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아란이 저녁때를 훌쩍 넘겨 들어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아빠 없는 동안에 나한테 함부로 한 거 전주댁 아줌마한테 들었나 봐요.&lt;br&gt; 그동안 아빠 노 릇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그랬어요.&lt;br&gt; 전주댁 아줌마는 아란이 여섯 살 때부터 은 사장네 살림을 봐줬던 사람이었다.&lt;br&gt; 엄마가 돌아 가시고 나서 유일하게 정을 붙인 사람이라고, 새 엄마가 들어와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면서는 더욱 의지를 했던 사람이라 고 아란은 얘기하곤 했었다.&lt;br&gt; 재영이는? 엄마가 데려가서 키운다고 하셨는데 확실한 건 모르겠어요.&lt;br&gt; 원래 재영이가 새 엄마보단 나하고 아빠를 잘 따랐거든요.&lt;br&gt; 제후는 알 만 하다는 듯 말했다.&lt;br&gt; 치장하고 가꾸느라 아이 돌 볼 틈도 없었나보지.&lt;br&gt; 아마도요.&lt;br&gt; 아란의 얼굴에서 긍정의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.&lt;br&gt; 그래도 http://jsite.sosdaum.net 새 엄마가 계서서 아빠가 행복하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왠지 아빠가 이혼 을 결정하신 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죄송스러워요.&lt;br&gt; 난 아무래도 좋다는 사고방식은 버려.&lt;br&gt; 남을 위해서 희생할 생각만 하지 말고 좀 이기적으 로 굴어봐.&lt;br&gt; 아란이 넌 행복할 자격 충분히 있어.&lt;br&gt; 제후는 마주 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.&lt;br&gt; 아, 그리고 나 커피 마실 건데 생각 있으면 같이 마시자.&lt;br&gt;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구수한 커피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.&lt;br&gt; 휘파람을 불면서 주방으 로 들어가는 제후를 보며 아란은 혼자 웃었다.&lt;br&gt;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제후는 줄곧 다정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.&lt;br&gt; 처음엔 보상 심리 때문인 가 의심도 해보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의 다정함은 변함이 없었고 스스럼없는 장난기와 짓궂은 행동은 그들이 보통의 신혼부부 처럼 살고 있다고 아란이 생각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계약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랑해서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다.&lt;br&gt; 알았지? 끝내자는 말 절대로 하지 마.&lt;br&gt; 이제 겨우 두 달 좀 넘게 살아보고 맞는다느니 안 맞는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자.&lt;br&gt; 퇴원 기념으로 찾은 레스토랑에서 제후는 그런 말을 했다.&lt;br&gt; 손을 끌어다 잡으며 조심스레 말 을 내는 그의 눈을 보면서 아란은, 제후와의 관계에 좋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고 머잖아 그의 마음이 진 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.&lt;br&gt; 제후를 믿게 되었다.&lt;br&gt; 요즘만 같으면 세상에 무엇도 바랄 것 없는 사람처럼 아란은 행복했다.&lt;br&gt; 거기에 욕심 부려 한 가지 소원을 빈다면 그도 그녀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.&lt;br&gt; 그녀 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고 싶었다.&lt;br&gt; 커피 향 좋지? 좋아요.&lt;br&gt;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아란이 한모금의 향을 들이마셨다.&lt;br&gt; 정말이지 저 웃는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까봐 애태웠던 걸 생각하면 그녀가 얄밉기까지 한 제후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0.tistory.com/image/9/tistory/2009/12/26/02/48/4b34fada474ce &gt;&lt;br&gt;&lt;br&gt; 잔잔히 부딪치는 시선에 아란이 뺨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.&lt;br&gt; 근데 왜 그렇게 쳐다봐요? 예뻐서.&lt;br&gt; 제후는 턱을 괴고 키득 웃었다.&lt;br&gt; 장난치지 마요.&lt;br&gt; 장난 아닌데.&lt;br&gt; 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 거야.&lt;br&gt; 한층 노골적인 시선에 부끄러움이 또르르 몰렸다.&lt;br&gt; 아란은 잔을 손으로 감싸고 살그머니 제 후의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.&lt;br&gt; 왜 모르고 살았을까.&lt;br&gt; 너처럼 귀엽고 착한 아이 옆에다 두고도 왜 모르고 지냈을까.&lt;br&gt; 커피를 다 마신 아란이 잔을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받침대에 얹고는 허둥지둥 주방을 나간 다.&lt;br&gt; 뒷모습을 쫓던 제후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따랐다.&lt;br&gt; 그리고 아란의 팔을 잡아 침실로 들어간 다음 문을 잠갔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보상 받고 싶다.&lt;br&gt; 너 없이 혼자 보냈던 것만큼 우리의 시간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고 싶다.&lt;br&gt; 오늘 http://kccc.me/naver/1175.php 너 안아도 돼? 그그치만 거절해도 소용없어.&lt;br&gt; 보름동안 참아줬으니까 오늘은 내 맘대로 할 거야.&lt;br&gt; 물러서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안으면서 제후는 아란의 몸을 침대에 밀치듯 쓰러트렸다.&lt;br&gt; 성 급한 손길을 따라 드러나는 여자의 몸에 호흡이 가빠왔다.&lt;br&gt; 건강이 나빠졌다고 며칠 햇빛 구경을 안 시킨 탓인지 피부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.&lt;br&gt; 이 아 름다운 몸을 옷으로 가리면 오히려 죄가 될 것처럼 보였다.&lt;br&gt; 내일 토요일이지? .&lt;br&gt; 그럼 우리 밤새도록 여기서 놀자.&lt;br&gt; 전화와도 받지 말고 누가 벨 눌러도 열어주지 말고 내 일 아침까지 놀다가 자자.&lt;br&gt; 몰라요.&lt;br&gt; 싫어요가 아니라 몰라요다.&lt;br&gt; 늘 처음 만난 남자에게 몸을 열어주는 것처럼 아란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.&lt;br&gt;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잘 하면서 그에게만 그런다.&lt;br&gt; 그런 아란의 행동이 제후에게는 &lt;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사람&gt;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 졌다.&lt;br&gt; 그리고 매번 처녀를 방문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선사했다.&lt;br&gt; 싫으면 지금 말하던가.&lt;br&gt; 아란이 시트를 끌어올려 가슴을 가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싫어도 오빠 맘대로 한다면서요.&lt;br&gt; 후후, 이제 보니 삐지기도 하잖아? 제후는 아란의 화내는 모습이 신기했다.&lt;br&gt; 언제나 그 앞에선 쥐 죽은 듯 꼬리를 내리고 하라 는 대로 따라주던 그녀가 처음으로 반항이라는 걸 했다.&lt;br&gt; 은 아란.&lt;br&gt; 야릇한 붉은 빛이 아란의 얼굴에 떠돌았다.&lt;br&gt; 지금 당장 아란의 몸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고 싶은 걸 참으면서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내가 어떤 여자 좋아하는지 말해줄까? 어떤 여자좋아하는데요? 그녀가 순진하게 되묻는다.&lt;br&gt; 역으로, 아란의 몸을 아래에 두고 있는 제후의 얼굴은 짓궂은 헌 터의 표정이 된다.&lt;br&gt; 오늘 밤 넌 죽었어, 라는 뜻이다.&lt;br&gt; 나한테 저항하는 여자.&lt;br&gt; 좋으면서도 싫다고 말해서 날 더 부추기는 여자.&lt;br&gt; 수차례의 절정이 지났다.&lt;br&gt; 몸과 몸이 먹고 먹혔다.&lt;br&gt; 흥분을 부추긴 대가로 아란은 밤새도록 시달렸지만 한 번도 제후를 거절하지 않았다.&lt;br&gt; 물러서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오빠가 원하는 게 내 몸이라면 나한테 빠져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.&lt;br&gt; 나한테 집착하도록, 그래서 나 외에는 누구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릴 거야.&lt;br&gt; 새벽녘에 풋잠이 들었던 제후는 아란이 뒤척이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.&lt;br&gt; 부스스한 얼굴로 시 계를 쳐다보니 아침 7시 30분, 샤워도 하지 못하고 잠이 든 지 겨우 세 시간이 지났다.&lt;br&gt; 제후는 끄으응,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깜박여 눈 안으로 들어온 빛을 몰아냈다가 다시 실눈 을 뜨고 옆에 누운 아란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.&lt;br&gt; 적어도 정오까지는 깨지 못할 것처럼 아란은 곤한 잠에 들어 있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끌어다 안으면서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몸을 개켜 일어났다.&lt;br&gt;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http://naveryo.com/naver/616.php 쑤시고 아팠다.&lt;br&gt; 뜨겁고 격렬했던 정사(情事)의 보상이라 그것도 기꺼 운 제후였다.&lt;br&gt; 시트가 눌렸다 제 자리로 돌아오면서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반짝하는 기 운에 욕실로 들어가던 제후가 되돌아 와 그것을 주웠다.&lt;br&gt; 결혼반지였다.&lt;br&gt; 제후의 손가락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녀석의 짝이다.&lt;br&gt; 아란이 일부러 빼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도 어젯밤의 정신없는 상황에 빠트린 모양이다.&lt;br&gt; 정신없는.&lt;br&gt; 풋 그렇게 좋았나? 황홀한 기억을 되살리며 미소 짓는 제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느다란 백금 링 안에 글자가 새겨져있는 게 보였다.&lt;br&gt; 이니셜이다.&lt;br&gt; 제후는 반지를 쥔 손을 힘주어 쥐었다가 펼쳤다.&lt;br&gt;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간만에 찾아 온 나른한 행복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, 좋아하는 사람 있다.&lt;br&gt; 두렵지만 보고 싶었다.&lt;br&gt; 그녀의 사랑을 차지한 사람을 알고 싶었다.&lt;br&gt; 누구일까? 결혼반지에 이니셜을 새길 정도라면 굉장히 소중한 사람일 텐데, 한 번도 손가락에서 반지 를 빼지 않았던 건 결국 다른 사람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서였던 걸까? 제후는 가슴이 쓰렸다.&lt;br&gt; 그러나 피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.&lt;br&gt; 그래서, 어느 덧 땀이 고인 손바 닥에서 반지를 들어 빛이 잘 드는 쪽으로 들어올렸다.&lt;br&gt; 첫 글자는 K였다.&lt;br&gt; JH? KJH.&lt;br&gt; 뭐야, 내 거하고 똑같 무심코 내뱉은 진실에 제후의 눈동자가, 입이 그대로 굳어버린다.&lt;br&gt; 그러다 천천히 몸을 돌려 세상모르고 잠이 든 아란을 쳐다봤다.&lt;br&gt; 그녀는 말했었다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굴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고.&lt;br&gt; 야? 정말 나야? 네가 좋아하는 사람 정말로 권 제후야? 콧소리까지 내며 자고 있는 그녀가 대답할 리 없건마는 제후는 또 묻고 있었다.&lt;br&gt; 야, 한 민준.&lt;br&gt; 제후 놈 왜 저렇게 분위기 잡냐? 또 와이프랑 한 판 했대? 도서관 자리에 가방을 두기 무섭게 담배를 태운다고 나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책상에 쌓은 전공서 적들을 보며 한숨을 쉬던 서훈이 칸막이 사이로 몸을 제껴 민준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남들은 리포트 마감 맞추느라 골 빠개지는 이 때 얄밉게 돌아다니기나 하고 말이야.&lt;br&gt; 저 자식 머리 좋고 손 빠른 건 알지만 너무 한 거 아냐? 머리 나쁘고 손 늦은 너하곤 다르게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.&lt;br&gt; 내버려둬.&lt;br&gt; 장난스런 무시로 서훈의 입을 막은 민준이었으나, 민준도 얼마 못가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 났다.&lt;br&gt; 궁시렁 대며 책을 넘기던 서훈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.&lt;br&gt; 넌 또 어디 가? 나도 담배나 한 대 태우려고 그런다.&lt;br&gt; 금방 들어올게.&lt;br&gt; http://naveryo.com/naver/760.php 서훈이 콧방귀를 흥, 뀐다.&lt;br&gt; 어이구! 자식이 저만 의리 있는 척 하고 있네.&lt;br&gt; 제후 놈 걱정 되서 그런다고 말하면 내가 너 잡아먹을까봐 그러냐? 친구 사이에 별 걸 다 숨겨.&lt;br&gt; 민준은 이해해줘서 고맙단 표시로 손을 들어보였다.&lt;br&gt; 그리고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확인한 다음 밖으로 나와 제후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있었다.&lt;br&gt; 저 자식 오늘만 담배 한 갑이 넘는데 와이프 마음 알았으면 됐지 또 뭐가 문제인 거야? 불 좀 빌리자.&lt;br&gt; 민준은 털썩, 제후 옆에 주저앉으며 담배를 내밀었다.&lt;br&gt; 뻔히 쳐다보는 표정에 약간의 놀라움 이 깃들었다.&lt;br&gt; 뭐해? 불 좀 빌리자니까.&lt;br&gt; 허연 연기가 둘이 되었다.&lt;br&gt; 새 담배의 3분의 1이 타들어가도록 아무 말이 없던 침묵은 기다 리다 지친 민준이 말을 꺼내면서 깨졌다.&lt;br&gt; 잘 나가다 왜 그러냐.&lt;br&gt; 사랑하는 여자 마음 얻은 걸로는 부족했어? 난 나를 잘 알아.&lt;br&gt;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민준은 금방 제후의 말뜻을 알아들었다.&lt;br&gt; 뭐가 두려운 건데.&lt;br&gt; 끝까지 가지 못할까봐?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던 여자들.&lt;br&gt; 그 속을 헤매던 방황에서 찾은 한 사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7/tistory/2009/12/26/04/13/4b350ec62f10a &gt;&lt;br&gt;&lt;br&gt; 아니면 아란이야? 버리게 될까봐 두려우냐 버림받는 것이 두려우냐, 민준은 묻고 있었다.&lt;br&gt; 대답을 않는 것으로 보아 둘 다 인 것 같았다.&lt;br&gt; 네 곁에 있으면 행복하지 못할까봐 겁나냐? .&lt;br&gt; 미친 놈.&lt;br&gt; 네 곁에 누구씨는 행복해서 죽을라고 하더라.&lt;br&gt; 아란이 그 녀석 생각하는 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거 알지? 민준은 피다 만 담배를 밟아 뭉개며 말을 보탰다.&lt;br&gt; 행복해 하고 있어.&lt;br&gt; 네 눈에 보이잖아.&lt;br&gt; 너도 알고 있잖아.&lt;br&gt; 그 일 권 제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.&lt;br&gt;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궁상떨지 말고 지금 하는 만큼만 해 줘.&lt;br&gt; 넌 해 보지도 않은 놈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? 알려고 해서 알아진 게 아니라 눈에 보인다고 했잖아.&lt;br&gt; 너희 둘 사랑하는 거 눈에 보여.&lt;br&gt; 서 로의 곁에서 행복해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이 보여.&lt;br&gt; 비로소 보이는 웃음이 서글펐다.&lt;br&gt; 민준아 나 제후의 핸드폰이 삐빅 신호음을 냈다.&lt;br&gt; 문자 메시지였다.&lt;br&gt; 제후가 말을 하려다 말고 메시지를 확인한다.&lt;br&gt; 누구야? 아란이? 어.&lt;br&gt; 6시에 경상대 앞에서 만나기로 한 걸 깜박했네.&lt;br&gt; 그러더니 제후는 이렇다 할, 양해도 구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뛰어 들어간다.&lt;br&gt; 그리고 수 분 후 다시 나와 정신없이 가방을 메고 경상대 건물이 있는 쪽으로 사라져버린다.&lt;br&gt; 뭐야, 저 녀석.&lt;br&gt; 얼음 왕자에서 공주의 똘마니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.&lt;br&gt; 혼자 남은 민준이 바닥에 떨어진 제 후의 담배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어본다.&lt;br&gt; 사랑을 하는 친구는 행복해 보였다.&lt;br&gt; 한 달음에 도착할 듯 걸음을 재촉했던 제후는 아란의 모습이 보이기 불과 몇 미터 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아란의 곁에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.&lt;br&gt; 저번에 본 채석이라는 아이는 아니다.&lt;br&gt; 아란이 그 남자와 다정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도, 미소를 지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발은 저절로 서버렸다.&lt;br&gt; 처음 보았을 땐 무작정 손을 낚아 채 데려오고 친구 앞에서 무례한 키스를 퍼붓기까지 했는 데 지금은 소중한 그녀를 그리 대할 맘도 대할 용기도 없다.&lt;br&gt; 하지만 잠시 동안 심장을 욱죄어 오는 통증은 사실이었다.&lt;br&gt; 지금은 가지 말라고 겁먹은 머리가 명령을 내린다.&lt;br&gt; 아란이 다른 남자와 얘기대화의 내용에 상관없이하는 모습만 보면 사라지는 자신감도, 언제 그녀가 그를 버리고 행실 좋고 반듯한 사람을 찾아 가버릴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었다.&lt;br&gt; 조심스러웠다.&lt;br&gt; 화를 낸다기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음을 알았던 듯 그 모습은 그리 오래 눈에 비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손짓을 해가며 대화 를 주고받던 남자가 목례를 하고는 사라진다.&lt;br&gt; 마찬가지 방법으로 인사를 받은 아란이 몸을 나무 그늘의 기둥에 기대며 이내 입 을 가리고 하품을 한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무심코 돌린 시야에 제후의 모습이 들어오자 아란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부른다.&lt;br&gt; 아까와는 다르게 서두르지 않는 보폭으로 제후는 아란에게 걸어갔다.&lt;br&gt; 오래 기다렸어? 이제 6시 20분밖에 안 됐는데요, 뭘.&lt;br&gt; 아란이 손목을 올렸다 내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오해하지 않도록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.&lt;br&gt; 오면서 보니까 누구랑 얘기하고 있던데 그 사람 누구야? 아, 봤어요? 여자 친구가 우리 학교 학생인데 처음 와서 길을 모른다고 그러잖아요.&lt;br&gt; 그럼 그렇지.&lt;br&gt; 설마 별다른 일이야 있겠어.&lt;br&gt; 다른 말은 안 했고? 에? 아아니, 이상한 추파 같은 거 던지지는 않았냐고.&lt;br&gt; 어휴, 이 병신! http://jsh.shemijin.com 이상한 걸 물어본 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말은 왜 더듬는 거야.&lt;br&gt; 제후는 속 으로 수도 없이 제 머리를 쥐어박았다.&lt;br&gt; 그건 왜 물어보는 데요? 불현듯 민망해진 표정의 제후와 눈을 맞추던 아란이 눈을 깜박깜박 하더니 고개를 젓는다.&lt;br&gt; 그가 난감해하며 말을 더듬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너넌 내가 다른 여자랑 얘기하고 있으면 좋냐? 이런! 예, 아니오의 단답형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.&lt;br&gt; 그거야 당연히 그럼 됐어, 더 물어보지 마! 북 치고 장구치고 저 혼자 괜히 성질을 부리더니 제후는 혼자서 씩씩 걸어가 버린다.&lt;br&gt; 아란 이 졸졸 뒤를 따라온다.&lt;br&gt; 오빠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? 없었어.&lt;br&gt; 근데 왜 나한테 화내요? 화 안 냈어! 그러니까 자꾸 토 달지 마! 하지만 지금 화내고 있잖아요.&lt;br&gt; 서운함이 실린 음성과 함께 뒤를 따라오던 기척이 멎었다.&lt;br&gt; 제후가 뒤를 돌아보자 아란은 머 쓱한 팔을 쓸어내리며 서 있었다.&lt;br&gt; 상처받은 얼굴이었다.&lt;br&gt; 굳이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큰 눈에선 금방이라도 떼구르르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고여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 다시 제후의 상태를 확인시켜주었다.&lt;br&gt; 오빠 화내고 있다구요.&lt;br&gt; 한숨이 나온다.&lt;br&gt; 왜 소중히 여긴다면서, 좋아한다면서 난 왜 꼭 번번이 저 아일 울리고 마는 걸까.&lt;br&gt; 이제는 정말로 사랑인데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는 그녀였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마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착각에 재 빨리 손을 내밀어 아란의 팔을 잡았다.&lt;br&gt; 미안해.&lt;br&gt; 됐어요.&lt;br&gt; 사실은 그게그래! 리포트 쓰다가 나왔거든.&lt;br&gt; 모레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출하라고 교수가 닦달을 해서 아마 그것 때문에 신경이 좀 예민해져 있었나 보다.&lt;br&gt; 알았어요.&lt;br&gt; 아란은 잡히지 않은 쪽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.&lt;br&gt; 그럼 바쁘다고 얘기하지 뭐하러 나왔어요.&lt;br&gt; 나 혼자서도 집에 갈 수 있는데.&lt;br&gt; 관심도 없었던 리포트가 도움을 줬다.&lt;br&gt; 제후는 그의 말에는 의심을 할 줄 모르는 아란과 300 페이지 분량의 전공서적을 탐독하고 사흘 만에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교수에게 감사했다.&lt;br&gt; 너 어린애잖아.&lt;br&gt; 나 없으면 안 되는.&lt;br&gt; 새록 고이는 웃음에 비로소 마음을 놓고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.&lt;br&gt; 울었으니까 배고플 거 아냐? 손가락 사이로 빈틈이 채워졌다.&lt;br&gt; 조금 걷다 돌아보는 그의 웃음에 그녀도 붉은 눈을 하고 웃었다.&lt;br&gt; 그것가지고 양이 차? 제후가 보기엔 먹는 것 같지도 않았다.&lt;br&gt; 저녁 사준다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데리고 왔더니 아 란은 샐러드에만 손을 대고 식사를 끝낸다.&lt;br&gt; 배불러요.&lt;br&gt; 봐요.&lt;br&gt; 아란이 손을 펴서 조금도 나오지 않은 아랫배를 톡톡 친다.&lt;br&gt; 그래도 이거 먹고 내일 아침까지 버텨야 되잖아.&lt;br&gt; 정말 배 안 고프겠어? 먹는 걸로는 그렇게 욕심 안 나요.&lt;br&gt; 나중에 우리 아이 가졌을 때도 그럴까봐 겁난다, 야.&lt;br&gt; 애기가 뱃속에서 뭘 먹고 크겠냐? 그거야 모르죠, 그 때 가면 곰탕에 두 그릇씩 밥 말아먹을지.&lt;br&gt; 투덜대는 제후를 아란은 쳐다보며 웃는다.&lt;br&gt; 제후가 먹다 말고 고개를 든다.&lt;br&gt; 왜? 아뇨.&lt;br&gt; 그냥 오빠가 나랑 애기 낳을 때까지 살아줄 생각 하고 있는 게 신기해서요.&lt;br&gt; 아이 오빠 닮으면 예쁠 거에요, 그죠? 아란의 말을 들은 제후가 얼굴을 굳혔다.&lt;br&gt; 살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거지.&lt;br&gt; 부부는 동등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니까.&lt;br&gt; 명문 S대의 학벌과 국내 건설회사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의 딸, 귀족적이고 아름다운 외모.&lt;br&gt;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도 제후에 대해서는 항상 자기를 낮추어 보는 아란 이다.&lt;br&gt; 자격지심이 아니라 아직 그의 마음을 모르기에 저러는 것이다 이해는 하면서도 제후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거슬린다.&lt;br&gt; 네가 나에 비해 뭐가 부족한데.&lt;br&gt; 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계약 따윈 이제 신경도 안 쓰고 있어.&lt;br&gt; 그러니 네가 나에 대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일, 없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오빠는 사랑해 본 적 있어요? 조건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만 생각하면 자신이 형편없어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뭔지 알 수 있어요? 내가 뭐?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아니에요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20/tistory/2009/12/26/03/50/4b35097b27094 &gt;&lt;br&gt;&lt;br&gt;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아? 사람 궁금하게.&lt;br&gt; http://5bada.com 있잖아요, 나 오늘 술 마시고 싶은데.&lt;br&gt; 심드렁하던 제후의 눈동자가 반짝, 놀란다.&lt;br&gt; 아란은 종업원이 접시들을 치운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말했다.&lt;br&gt; 오빠는 운전해야 되니까 관두고 나 마시는 거만 봐주면 안 돼요? 나 참.&lt;br&gt; 마시려면 같이 마셔야지.&lt;br&gt; 취하면 호텔 찾아서 하루 자면 되잖아.&lt;br&gt; 레스토랑을 나온 두 사람은 제후가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들른다는 호프집을 찾았 다.&lt;br&gt; 8시가 갓 넘은 초저녁인데도 단골들이 많아 벌써부터 시끌시끌했다.&lt;br&gt; 어렵사리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.&lt;br&gt; 뭐 마실래? 오빠가 정해요.&lt;br&gt; 난 아무 거나 상관없으니까.&lt;br&gt; 아란이 순진한 얼굴로 양 팔을 뻗어 소파를 짚고 다리를 모아 앉는다.&lt;br&gt; 투명한 유리 테이블 아래로 허벅지가 반은 보이는 미니스커트가 골반에서부터 아슬아슬하게 감고 있다.&lt;br&gt; 그러고 보니 내내 핸드백으로 허벅지를 가리고 있던 게 생각이 났다.&lt;br&gt; 비트 강한 댄스 음악 때문인지 어슴푸레 얼굴에 빛을 드리우는 조명 때문인지 늘 대하는 그 녀임에도 제후는 가슴이 떨린다.&lt;br&gt; 조금만 옆으로 가 봐.&lt;br&gt; 파트너가 있음에도 아란을 힐끔대는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영 못마땅했다.&lt;br&gt; 저 자식들, 감히 누구 걸 넘보는 거야? 왜요? 우리가 남이냐? 같이 앉게.&lt;br&gt; 아란이 안으로 물러 들어갔다.&lt;br&gt; 제후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안아 자 기 쪽으로 돌린다.&lt;br&gt; 저항도 않는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향이 녹아 입 안에서 뒤엉킨다.&lt;br&gt; 아란을 훔쳐보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하려던 것이었지만 애초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촉촉하고 도톰한 입술의 감촉에 취해버리는 제후였다.&lt;br&gt; 키스가 깊어지면서 아란이 반응을 보였다.&lt;br&gt; 팔을 제후의 목에 감고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.&lt;br&gt; 등줄기의 움푹 파인 부분을 제후의 손가락이 훑자 아란은 허리를 휘면서 몸을 바짝 갖다 붙인다.&lt;br&gt; 자잠깐만요, 오빠.&lt;br&gt; 등이 푹신한 소파에 닿기 직전에 아란이 제후를 떠민다.&lt;br&gt; 사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젠장, 뭐가? 입맛을 다시며 제후는 아란에게 기울였던 몸을 세워 주위를 둘러보았다.&lt;br&gt; 그녀의 말처럼 이 게 웬 떡이냐 쳐다보는 눈들이 많았다.&lt;br&gt; 언제 웨이터가 다녀갔는지도 모르게 세팅 된 테이블과, 처음에는 수북하게 올라왔을 맥주 거품의 얇은 층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바보 씹탱이들.&lt;br&gt; 남 연애하는 거 처음 보나.&lt;br&gt; 상황의 진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다가 제후는 마지못해 아란을 품에서 놓아주었다.&lt;br&gt; 그녀 는 부끄러운 눈빛이었지만 창피해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옷매무새를 바로 하며 앉는다.&lt;br&gt; 잘못 했어.&lt;br&gt; 제후는 1700㏄ 용량의 차가운 맥주를 작은 잔에 따라 마시고 입술에 묻은 거품을 혀로 쓰 윽, 핥아냈다.&lt;br&gt; 첨부터 호텔로 가는 건데 잘못했어.&lt;br&gt; 거기 가서 둘이 신나게 즐기는 건데.&lt;br&gt; 다른 데로 갈까요? 아란이 온기가 느껴지는 손을 제후의 무릎에 얹었다.&lt;br&gt; 자그마한 압박감에 제후가 마시던 잔 을 놓고 이게 무슨 뜻이냐는 듯 그녀를 쳐다본다.&lt;br&gt; 하다만 거 계속 하고 싶지 않아요? 말귀를 알아들은 제후가 금세 쿡, 웃었다.&lt;br&gt; 살다보니 요조숙녀 은 아란의 입에서 먼저 그걸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도 있구나 싶었다.&lt;br&gt; 좋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.&lt;br&gt; 경험자답게,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인간의 짧고 비밀 스런 사랑을 나누려면 어디가 좋은지는 숙지하고 있었다.&lt;br&gt; 형, 나 거기 좀 쓸게.&lt;br&gt;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눈짓을 하고 제후는 아란을 데리고 좁은 문을 나와 2층으로 올라 갔다.&lt;br&gt; 작은 문이 있었다.&lt;br&gt; 제후가 손잡이를 돌리고는 아란을 들어가게 했다.&lt;br&gt; 잠만 자는 곳인지 가구 하나 형광등 하나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.&lt;br&gt; 키 높은 창문으로 흘러들 어오는 달빛이 야트막한 침대를 비추는 곳이었다.&lt;br&gt; 달칵.&lt;br&gt; 등 뒤로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.&lt;br&gt;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.&lt;br&gt; 오늘 처음 만난 여자와 남자가 http://csh.shemijin.com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밀애(密愛)의 장소를 찾은 것처럼 아 란과 제후는 잠시 눈을 맞춘다.&lt;br&gt; 그가 다가온다.&lt;br&gt; 붙잡히는 시선 속에서 천천히 긴장이 고조된다.&lt;br&gt; 제후의 팔이 허리를 감싸오자 아란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본다.&lt;br&gt; 하얀 손가락이 제후의 뺨을 스치고 머리칼을 만지다가 목젖을 스친다.&lt;br&gt; 붉은 입술이 탐스럽다.&lt;br&gt; 늘 품 안에서 익숙했던 향기가 어색하게 코를 스치고 떨리는 손가락의 감촉 아래로 부드러 운 피부는 사르르 밀려난다.&lt;br&gt; 음악소리가 귓가에서 웽웽 멀어져가고 맞닿은 심장소리는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.&lt;br&gt; 한껏 달아오른 숨결이 하나가 된 몸을 얽어 묶는다.&lt;br&gt; 뱅그르르 천장이 맴을 돈다.&lt;br&gt; 젖은 숨소리가 방 안을 메운다.&lt;br&gt; 절정의 신음소리가 공중에 부딪치고 야릇한 고통과 쾌감이 뿜어져 나온다.&lt;br&gt; 무저갱(無底坑)의 암흑까지 떨어졌다가 천국의 광명에까지 이른다.&lt;br&gt; 생명과 생명이 만나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들어맞은 그것은 사랑을 잉태한다.&lt;br&gt; 꿈인 듯 환상인 듯 시간이 멈춘다.&lt;br&gt; 앞으론 종종 술 마시러 와야 되겠는 걸.&lt;br&gt;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후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한바탕의 격렬한 운동(!)으로 땀을 빼고 난 다음에 마시는 맥주 맛은 더없이 좋았다.&lt;br&gt; 언제는 호텔 가서 둘이 즐기자면서요.&lt;br&gt; 제후가 쳐다보자 아란이 얼른 눈을 돌리고 입을 다문다.&lt;br&gt; 그녀의 하얀 목에 남은 키스마크가 조금 전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그래서 좋았다는 거야, 싫었다는 거야? 흔하지 않은 아란의 새침한 눈빛에 제후가 운전을 하면서 웃었다.&lt;br&gt; 앵 토라지는 입술이 귀엽 기만 했다.&lt;br&gt; 뭐나쁘지는 않았어요.&lt;br&gt; 차마 대답을 못하겠는지 미적미적, 말을 돌리지만 선수답게 제후는 속뜻을 낚아 채 낸다.&lt;br&gt; 괜찮았으면 집에 가서 한 번 더 할까? 카메라를 샀다.&lt;br&gt; 원하면 바로 찍어서 즉석에서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9f/17/bmwno110/folder/3/img_3_12_28?1261913884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웨딩 앨범 말고는 볼 만 한 사진을 채워 둔 앨범 하나 없다는 게 제후의 이유였지만 빛나는 두근거림으로 자리해가는 아란의 모습을 잃어버리기는 너무 아까워서 그랬다.&lt;br&gt; 제후는 자석이 달린 예쁜 팬시 제품을 사다가 냉장고에 사진을 붙여 놓기 시작했다.&lt;br&gt; 막 일 어나서 눈을 부비는 모습, 샤워를 하고 나와 젖은 머리를 터는 모습이며 놀이동산에서 재영과 놀아주는 모습 등, 제후의 손에 서는 카메라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.&lt;br&gt; 사진 찍는 걸 싫다고 손사래를 젓던 아란도 점차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다루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.&lt;br&gt; 한 번은 술을 마시고 들어와 퉁퉁 부은 제후의 얼굴을 몰래 찍었다가 냉장고에 붙여놓고 잠 이 깬 그에게 보여주면서 깔깔대기도 했다.&lt;br&gt; 길을 지나다 만난 귀여운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을 찍기도 했지만 그들 사진 속의 주인공은 거의 상대방이었다.&lt;br&gt; 사랑할 운명으로 만나게 된 것처럼 뒤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이었다.&lt;br&gt; 언제부터였을까.&lt;br&gt; 넌 언제부터 내 주위를 맴돌았을까.&lt;br&gt; 내가 모르던 시절의 넌 어떤 모습이었을까.&lt;br&gt; 어떤 http://jman.webdaum.net 모습으로 나를 사랑했을까.&lt;br&gt;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제후는 아란을 더듬어 봤지만 어느 한 조각 기억 속에도 그녀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았다.&lt;br&gt; 아란은 가슴에 안고 다니는 전공서적을 치우고 교복을 입혀놓으면 여고생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풋풋한 인상의 소유자였다.&lt;br&gt; 화려한 옷과 세련된 화장으로 자신을 치장해 남자를 유혹할 줄도 몰랐고 마음에 드는 남자 에게 먼저 접근하는 여자들의 화끈함은 흉내 내지도 못했다.&lt;br&gt; 결혼 전, 그런 여자들만을 찾아 부담 없이 즐겨왔던 제후 쪽에서 보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도 당연했다.&lt;br&gt; 설사 그녀를 알았다 하더라도 처녀를 망가뜨린 여자들따먹기다운로드 책임을 떠맡을 걸 염려해서 거절했을 것이다.&lt;br&gt; 제후는 간혹 등 뒤를 맴도는 아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.&lt;br&gt;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곧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 못하고 외면하는 서글픈 눈빛을.&lt;br&gt; 아란아 난 너를 확인해 보고 싶다.&lt;br&gt; 내게 손 내민 나를 찾아올 용기를 내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너를 위해 심장을 송두리째 내어버린 내 사랑을 알아주길 원한다.&lt;br&gt; 오늘 집에 못 들어온다구요? 벌써 술에 취했는지 전화기 너머 제후의 목소리는 분명하지 않았다.&lt;br&gt;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7/tistory/2009/12/26/04/12/4b350e9e6389e &gt;
&lt;br&gt;http://jsh.shemijin.com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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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
&lt;br&gt;성인무료동영상 하나뿐인 딸의 행복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그저 이 결혼을 통해 들어올 회사의 유익과, 눈엣 가시 같은 전처의 딸과 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던 그들은 제후의 입장에서도 좋아질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나중에 다른 세상에 태어나면 그 때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어요.&lt;br&gt; 아란은 오빠도 포함해서요, 란 말은 하지 못했다.&lt;br&gt; 사람 무안하게 톡톡 쏘긴 하지만 친오빠 같은 다정함으로 그녀를 지켜주는 사람 제후의 사랑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.&lt;br&gt; 이렇게 의지할 가슴과 어깨가 있는 것으로 감사하자고 늘 심장을 달래는 그녀였다.&lt;br&gt; 나를 귀찮아하지 않는 사람들 곁에서요.&lt;br&gt; 아란의 한숨을 제후는 키스로 막았다.&lt;br&gt; http://anythe.com/blog 촉촉하고 아찔한 입술의 감촉을 겉에서만 느끼기가 아쉬워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넣고는 뜨거운 향기를 나눠 삼켰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걸며 몸을 붙였다.&lt;br&gt; 그의 손에 길들여진 몸은 키스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며 떨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손이 아란의 등 뒤로 가 실크 원피스의 지퍼를 내렸다.&lt;br&gt; 가냘픈 허리를 따라 원피스 가 아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제후도 옷을 벗어던졌다.&lt;br&gt; 여행 얘기만 하고 내려갈 참이었는데 불이 붙자 멈출 수가 없었다.&lt;br&gt; 여느 때처럼 아란은 순결한 나신으로 제후를 받아들였다.&lt;br&gt;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거 친 움직임과 손길을 힘겨워하면서도 순종했다.&lt;br&gt; 제후는 녹초가 되도록 아란을 안고 또 안았다.&lt;br&gt; 미친 사람처럼 아란의 몸속에서 권 제후의 소유를 확인했다.&lt;br&gt; 그는 어느 샌가 그녀가 아니면 쾌락을 느낄 수 없는 남자로 길들여져 있었다.&lt;br&gt; 애 데리고 올라가서 뭘 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니? 손님들 오시는데 나와서 좀 맞지 않 고.&lt;br&gt; 누르면 붉은 물이 떨어질 것 같은 아란의 뺨과 제후의 옷자락을 쥐며 등 뒤로 숨는 그녀의 행동이 위에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권 회장 내외는 짐짓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.&lt;br&gt; 손님들이야 할아버지 만나러 왔지, 저 보러 왔어요? 사돈어른들이 오셨단다.&lt;br&gt;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니? 제후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.&lt;br&gt; 새어머니와 대면해야한다는 말에 핏기가 가시는 아란의 안색 을 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에서 싫다는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 어디 계시는데요? 옷을 쥔 아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.&lt;br&gt; 그녀는 제후의 등으로 바짝 몸을 붙였다.&lt;br&gt; 희미하게 떨 리는 작은 어깨가 안쓰러워서 제후는 견딜 수 없었다.&lt;br&gt; 권 회장이 손가락으로 귀한 손님이 아니면 모시지 않는 방을 가리켰다.&lt;br&gt;다른 손님들과 따 로 모셨다.&lt;br&gt; 매무새 가다듬고 들어가서 인사 여쭙고 나오거라.&lt;br&gt; 제후도 피하고 싶었다.&lt;br&gt; 가능하다면 평소에도 잘 지내냐는 전화 한 통 없는 부모 같지도 않 은 사람들과 아란을 대면시키는 이 상황을 그녀에게서 가려주고 싶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제후가 머뭇거리자 권 회장의 눈이 아란을 향했다.&lt;br&gt; 어서 들어가서 인사 드리거라.&lt;br&gt; 결혼하고 나선 처음인데 무척 보고 싶었을 것 아니냐.&lt;br&gt; 제후는 사정도 모르고 아란을 몰아다 붙이는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.&lt;br&gt; 그렇다고 보는 눈, 듣는 귀 많은 이 자리에서 사실을 얘기할 수도, 경거망동을 저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7/tistory/2009/12/26/03/36/4b350630171c4 &gt;&lt;br&gt;&lt;br&gt; 누나! 그 때 어디선가 남자아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아란의 다리에 매달려 얼굴을 비비댔다.&lt;br&gt; 아란이 몸을 굽히더니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 올렸다.&lt;br&gt; 이제 다섯 살이나 됐을까 누가 보면 엄마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녀를 빼닮은 꼬마였다.&lt;br&gt; http://aye.daumkor.co.kr  누구야? 내 동생 재영이요.&lt;br&gt; 결혼식 때 안 봤었어요? 하지만 아란이 넌외동딸이잖아, 라고 말하려다가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아마도 이 아 이는 새어머니에게서 난 의붓동생일 것이다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 누구야? 아저씨? 제후는 맹랑한 꼬마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.&lt;br&gt; 아란이 웃으며 동생의 말을 정정했다.&lt;br&gt; 재영아, 아저씨가 아니라 매형이야.&lt;br&gt; 누나랑 결혼한 사람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랑 결혼했어? 엄마랑 아빠처럼 같이 사는 거야? 아빠라기보다는 차라리 할아버지가 낫겠다.&lt;br&gt; 제후는 획, 팔짱을 끼며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 다.&lt;br&gt; 그럼 아기는 어디 있어? 결혼하면 엄마 아빠처럼 아기도 낳는 거잖아.&lt;br&gt; 재영이 동생 어디 있어? 덕분에 아란의 긴장이 덜어지긴 했지만 누나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 처남이 마음에 들지 않 는 제후였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목에 목도리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팔을 풀려는 찰나, 손님 방 문이 열리더 니 그녀의 부모님이 나왔다.&lt;br&gt; 아이를 어르고 있던 아란이 새어머니를 보고는 동생을 거실바닥에 내려놓았다.&lt;br&gt; 엄마한테 갈래, 재영아? 누나는 어디 가야 되거든.&lt;br&gt; 웅웅, 싫어.&lt;br&gt; 누나도 같이 집에 가.&lt;br&gt; 응? 재영아, 이리 온.&lt;br&gt; 저 낳아준 엄마가 부르는데도 재영은 누나에게만 매달려 징징거렸다.&lt;br&gt; 제후가 발을 공중으로 동동대는 아이를 떼어다 엄마에게 안겨주었다.&lt;br&gt; 고마워, 권 서방.&lt;br&gt; 그리고 너도 오랜만이구나.&lt;br&gt; 잘 지냈니? 새어머니의 마지못한 눈길이 아란에게 닿았다.&lt;br&gt; 염려했던 거와 달리 아란은 떨지도 않고 말 을 받았다.&lt;br&gt; 걱정해주신 덕분에요.&lt;br&gt; 아버지도 건강하시죠? 나야 늘 잘 있지.&lt;br&gt; 이 사람이 잘 http://toos.me  챙겨주니까.&lt;br&gt; 아내의 어깨를 안으며 다정스레 대답하는 아란의 아버지를 보면서 제후는 역겨움마저 일었 다.&lt;br&gt; 당연히 그러시겠죠.&lt;br&gt; 힘들게 재혼하셨는데 오죽 하시겠어요? 삐딱한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.&lt;br&gt; 아란이 그러지 말라는 듯 제후의 팔을 잡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을 뿐 더러 제후도 그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.&lt;br&gt; 너무 사이가 좋아서 딸이 어떻게 사는지는 궁금하시지도 않나 봐요.&lt;br&gt; 저희 결혼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전화 한 통도 안 하시고 말입니다.&lt;br&gt; 저도 부러울 정도라니까요.&lt;br&gt; 농담 속에 드러나는 가시.&lt;br&gt; 은 사장 내외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흐려지는 것을 보며 권 회장 이 나섰다.&lt;br&gt; 제후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? 할아버진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히나 계세요, 소리가 이 사이에서 걸렸다가 목으로 넘어갔 다.&lt;br&gt; 제후는 조롱기를 입가에 걸었다.&lt;br&gt;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.&lt;br&gt; 하지만 없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뭘 잘못했는지 전 모르겠 는데요.&lt;br&gt; 제후야! 마침내 권 회장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제후가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오히 려 건방진 눈동자 속에 두 사람을 가두어 노려볼 뿐이었다.&lt;br&gt; 당신들도 깨달아야 돼.&lt;br&gt;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, 때늦은 사랑 놀음으로 무시당해 내쳐진 자식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당신들도 알아야 돼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그럼 천천히 놀다 가세요.&lt;br&gt; 저희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하거든요.&lt;br&gt; 얼굴 풀어.&lt;br&gt;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?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아란은 내내 불안한 얼굴이었다.&lt;br&gt; 너도, 지금 내가 너무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?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고?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해서 그래요.&lt;br&gt; 오빠도 괜히 저 때문에 은 아란.&lt;br&gt;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던 제후가 무서운 얼굴로 아란을 돌아보았다.&lt;br&gt; 말해두는 데 너하고는 상관없이 내가 한 말이야.&lt;br&gt;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대하는 그 분들 태도에 내가 기분이 나빠서 한 마디 한 거라고.&lt;br&gt; 알았어? 아란이 눈길을 돌리면서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기분 잡치게 그런 얼굴도 하지 말고.&lt;br&gt; 이래서야 둘이 여행 가는 기분도 안 나잖아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안 그럴게요.&lt;br&gt; 이러니 당하고만 살았지.&lt;br&gt; 제후는 침을 꿀꺽 삼키고 http://toos.me  화를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은 아란, 너 여기서 조금만 나빠지면 안 되겠냐? 까짓 망신 한 번 준 거 가지고 마음 쓰 지 마.&lt;br&gt; 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기나 할 거 같아? 사실은 아란이 입술을 오물거렸다.&lt;br&gt; 사실은 저도 속이 시원했어요.&lt;br&gt; 오빠가 그 말 안 했으면 내가 했을지도 몰라요.&lt;br&gt; 다만 오빠 가 할아버지 눈에 나는 건 아닐까, 사람들이 오빠 나쁘게 보면 어쩌나 그게 걱정됐어요.&lt;br&gt; 제후가 피식, 코웃음을 쳤다.&lt;br&gt;거기 온 손님 중에 나 그렇고 그런 놈인 거 모르는 사람 없 어.&lt;br&gt; 그래도 나 때문에 오빠 나쁘게 보이는 거 싫어요.&lt;br&gt; 정말로요.&lt;br&gt; 네 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기지 않는데 왜 네 눈엔 내가 안 보이는 걸까.&lt;br&gt; 제후는 속 이 쓰렸다.&lt;br&gt; 그만해라.&lt;br&gt; 빼도 박도 못할 말 가지고 가타부타 떠드는 거, 머리 아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15/18/yasisite/folder/8/img_8_311_15?1261914458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제후는 몸을 의자에 묻으면서 눈을 감았다.&lt;br&gt; 그를 가만, 쳐다보는 아란의 시선과 이내 고개를 돌리는 나즈막한 한숨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했다.&lt;br&gt; 기대하게 만들지 마.&lt;br&gt; 네 착한 눈빛을 마주하는 게 얼마나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 알아? 사랑은 느낄수록 괴로웠다.&lt;br&gt; 낯설고 힘들었다.&lt;br&gt;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호텔에서 보낸 VIP 전용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들어갔다.&lt;br&gt; 우와~예쁘다!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객실에 짐을 풀자마자 아란은 곧장 발코니로 뛰어나갔다.&lt;br&gt; 그러더니 인어공주가 되어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할 것처럼 난간을 손으로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.&lt;br&gt; 여기 진짜 마음에 들어요.&lt;br&gt;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감사하는 말씀 꼭 드려야겠어요.&lt;br&gt; 할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입었던 답답한 정장 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제후는 대답했다.&lt;br&gt; 그러던지.&lt;br&gt; 직접 마중을 나온 지배인의 말에 따르면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방이라고 했다.&lt;br&gt; 이틀을 머무는 데 190만원이고 사흘에 26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형의 허니문 패키지용 객실이란다.&lt;br&gt; 얼른 옷 갈아입어.&lt;br&gt; 바다 보고 싶다며.&lt;br&gt; 조금만 더 보구요.&lt;br&gt; 제후가 니트 셔츠에 청바지로 갈아입을 동안까지 아란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 음속에 불쑥 짓궂은 장난기가 돌았다.&lt;br&gt; 아쉬워하며 허리를 바로세우는 아란의 등에 제후의 가슴이 닿았다.&lt;br&gt; 그만 보고 가자니까.&lt;br&gt; 제후는 두 팔로 각각 아란의 어깨와 허리를 둘러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.&lt;br&gt; 아니면,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그냥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까? 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싫다.&lt;br&gt; 넌 내가 마법을 풀어줄 때만 살아 숨을 쉬는 인형이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그그치만 아까 집에서두 거긴 거기고 호텔에서 하는 건 처음이잖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목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를 헤치면서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물었다.&lt;br&gt; 불그스 름한 입술자욱과 고른 치흔(齒痕)이 남았다.&lt;br&gt; 게다가 우린 부부고어디에서도 거리낄 게 없어야 한다고.&lt;br&gt; 아란의 귓불을 깨물며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허리를 안았던 손이 내려가 스커트를 밀어올리고 매 끈한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.&lt;br&gt; http://alr.me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.&lt;br&gt; 자어떻게 할까? 밖으로 나가서 멍청한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줄까, 아니면 이 곳에 서 갑자기 돌아선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감으며 입술을 맞댔다.&lt;br&gt; 등 뒤로 파닥이며 스커트를 들추는 바람만큼이나 그녀의 행동은 대담했다.&lt;br&gt; 아란이 입술을 떼었다.&lt;br&gt; 원해요.&lt;br&gt; 해요.&lt;br&gt; 한 음절이 숨어 나왔지만 제후는 그 말이 허락의 뜻임을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요정들의 눈물처럼 수정이 되어 떨어질 듯 잔잔한 물기가 아란의 눈에 고인다.&lt;br&gt; 아란아 그의 뺨을 쓸어내리는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나 겁쟁이야.&lt;br&gt; 나 너 데리고 도망 온 거야.&lt;br&gt; 밑도 끝도 없이 퍼 올리는 말이었다.&lt;br&gt; 어둠에 깊이를 감춘 우물에서 처음 두레박으로 퍼 올 린 맑은 물이었다.&lt;br&gt; 사실은 내가 오빠.&lt;br&gt; 제후의 팔 안에서 아란의 허리가 휘어지며 다가갔다.&lt;br&gt; 코끝이 부딪치는 거리에서 아란은 제 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.&lt;br&gt; 그 말 꼭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면, 하고 나서 오빠 마음 상하게 할 말이라면 하지 마요.&lt;br&gt; 사람들 떠나서 둘이 있는 거잖아요.&lt;br&gt; 그러니 아무 생각 하지 마요.&lt;br&gt; 여행 왔으니까 좋은 기억만 만들어요.&lt;br&gt; 아무도 끼워주지 말고 그냥 우리 생각만 하면서 지내요, 네? 그녀가 말하는‘우리’는 특별하게 들린다.&lt;br&gt; 너는 너, 나는 나가 아닌 우리.&lt;br&gt; 그런데 그 우리 사이에 누가 끼어들면 어떻게 하지? 하나도 아닌 둘.&lt;br&gt; 너를 좋아하는 사람,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가 널 영원히 차지할 수 있는 걸 막아버리 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? 너 좋아하 바로 그 때 제후의 핸드폰이 주인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긴장이 푹 수그러드는 걸 느끼면서 아 란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고 거실로 들어갔다.&lt;br&gt; 여보세요? 제후, 네 이 녀석! 할아버지셨다.&lt;br&gt; 제후는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알았어요, 알았어.&lt;br&gt; 제가 잘못했어요.&lt;br&gt; 이제 됐죠?! 제후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.&lt;br&gt; 그리고 아예 핸드폰의 배터리를 뽑아 버렸다.&lt;br&gt; 오빠아란은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.&lt;br&gt;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래.&lt;br&gt; 돌아가면 틀림없이 배로 혼나겠지만 아무도 너한테 뭐라 안 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.&lt;br&gt; 아란이 고개를 저었다.&lt;br&gt; 부부는 일심동체랬어요.&lt;br&gt; 오빠가 잘못한 건 내가 잘못한 거고 난, 오빠가 할아버지한테 혼 나는 거 싫어요.&lt;br&gt; 그래? 제후는 웃는 듯 마는 듯 입가를 찡그렸다.&lt;br&gt;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에 대해 ‘우리’를 강조하는 아란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.&lt;br&gt; 나중에 할아버지가 부르시면 저도 데리고 가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줄게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줘? 어감이 재미있었다.&lt;br&gt; 마지못한 미소는 진심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.&lt;br&gt; 하긴.&lt;br&gt;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 예뻐하시니까 너 데리고 가면 야단은 덜 맞겠다.&lt;br&gt;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미소가 제후를 따라 아란의 얼굴에 고였다.&lt;br&gt; 그저 바 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웃고 있으면 온 세상이 빛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http://jabajoa.net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.&lt;br&gt;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아냐? 그건 다 권 제후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야.&lt;br&gt;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먼 손가락으로 가리킨 그를 보고 승원과 미진이 했던 말이었다.&lt;br&gt; 무표정한 얼굴을 녹여보고자 웬만한 미모를 갖춘 여자들이 줄줄이 덤벼들었지만 마음을 얻고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했다.&lt;br&gt; 떠난 사람이 여자가 먼저든 권 제후가 먼저든 그가 미련을 갖고 찾는 경우도 없다 했다.&lt;br&gt; 포기해.&lt;br&gt; 저 선배 맘 좀 뺏어보겠다고 설치다가 바보 된 애들 하나둘인 줄 아냐? 친구들의 만류에도 변함없던 절실한 외바라기에 하늘도 감동하셨는지 인연이 맺어졌고 심지 어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게까지 되었다.&lt;br&gt;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제후는 아란의 몸만은 좋아했다.&lt;br&gt; 진짜 속을 내비치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녀가 없으면 가끔 서운해 한다고 느꼈다.&lt;br&gt; 그리고 그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.&lt;br&gt; 바라만 보고 말도 못 걸던 옛날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을, 아란은 보내고 있었다.&lt;br&gt; 하지만 헤어지면? 나한테 싫증을 내고 계약을 끝내자고 말하면? 가슴에 싸한 통증이 찾아왔다.&lt;br&gt; 아란은 작은 콧소리 섞인 한숨을 쉬며 제후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안겼다.&lt;br&gt; 그리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시원한 향수냄새와 체취를 숨 속으로 담아 넣었다.&lt;br&gt; 언젠가 그가 떠날 때 언젠가 혼자 남겨질 때,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며 견딜 수 있도록.&lt;br&gt; 제주도로 밀월여행을 다녀온 다음부터 제후는 강의라든가 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5d/c6/bmwno10001/folder/3/img_3_49_1?1261914232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할 때를 빼 고는 아란을 옆에 붙이고 다녔다.&lt;br&gt; 결혼을 빨리 해서 못해봤던 평범한 데이트도 했다.&lt;br&gt; 강의가 비는 시간 틈틈이 전화를 하고 기다리고 만나고, 아란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녔다.&lt;br&gt; 같이 술 마실 시간도 없냐는 친구들의 비아냥거림도 권 제후, 사람 달라졌다고 신기한 눈으 로 쳐다보는 여자들의 시선도 상관없었다.&lt;br&gt; 그저 그만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.&lt;br&gt; 권 제후가 만든 시간 속에서 권 제후를 생각하는 것으 로 아란의 머릿속을 채워주고 싶었다.&lt;br&gt; 오빠, 이거 봐요! 아란이 갑자기 제후의 팔을 잡으며 멈춰 섰다.&lt;br&gt; 학교 앞 분식점에서 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소화 시킬 겸 아이쇼핑을 하다가 쇼윈도에 걸린 목걸이가 예쁘다고 들른 보석 전문점 안이었다.&lt;br&gt; 크리스탈로 만든 거래요.&lt;br&gt; 너무 예쁘죠? 아란이 가리킨 것은 손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큐피드 상이었다.&lt;br&gt; 앙증맞은 날개를 달고 하 트가 달린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.&lt;br&gt; 사줄까? 카운터에 있던 여직원 중 하나가 쪼르르 달려오는 걸 보며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정말요?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안 될 게 뭐야.&lt;br&gt; 너나 나나 어차피 돈만 남아도는 집 자식들이잖아.&lt;br&gt; 내가 맘만 먹으면 이 http://jabajoa.net 보석가게 전부를 사다가 안겨줄 수도 있다고.&lt;br&gt; 거드름을 피우는 제후의 말투에 아란이 웃는다.&lt;br&gt; 소리 없는 웃음에 그녀의 양 볼에는 깜찍한 볼우물이 진다.&lt;br&gt; 두 개였으면 좋겠는데 손때가 묻을까 조각상 아래 빌로드 천이 깔린 상자를 통째로 들고 있던 아란이 중얼거렸다.&lt;br&gt; 응? 이거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요.&lt;br&gt; 오빠하고 나하고 하나씩 나눠 갖게.&lt;br&gt; 짝 있어요, 손님.&lt;br&gt; 보여드릴까요? 옆에 있던 직원이 카운터로 따라 오란다.&lt;br&gt; 마음만 먹으면 이 보석가게 전부를 사서 안겨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던 까닭에 그녀의 태도는 굉장히 친절했다.&lt;br&gt; 여직원이 뭐라고 얘기를 하자 남자직원이 금고를 열더니 비슷한 크기의 상자를 꺼내고 뚜껑 을 연다.&lt;br&gt; 하트에 화살이 꽂힌 모양의 조각이 누워 있었다.&lt;br&gt; 예쁘다! 아란의 감탄사에 제후가 어깨를 으쓱, 했다.&lt;br&gt; 직원들과 주인의 낯에 화색이 떠오르는 걸 보니 꽤 값이 나가는 모양이었다.&lt;br&gt; 두 분 사귀는 사이세요? 귀족적인 고상함에 적당한 반항기가 돋보이는 근사한 외모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 였다.&lt;br&gt; 여자의 예쁘다는 말 한 마디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꺼내고 카드를 긁는, 성격 화끈한 남자 의 뒷모습을 보던 여직원 하나가 상자 두 개를 포장하며 말을 붙인다.&lt;br&gt; 남자친구가 아가씨한테 푹 빠져 있는 것 같던데 그래요? 아란은 가게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 제후를 창 너머로 쳐다보며 대답했다.&lt;br&gt; 가능성은 없었지만 듣기는 좋았다.&lt;br&gt; 이왕이면 커플링도 하지 그래요? 혼자 덜렁하니 우정 반지 같은 거 끼지 말고, 사귄지 오 래 된 사이면 웃고 있던 아란의 얼굴이 굳어버렸다.&lt;br&gt; 즐거워서 까닥거리던 손가락의 움직임도 투명한 유리 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저희, 부분데요.&lt;br&gt; 부부요? 그치만 남자 분은 반지를 끼고 있지 않던 손님의 달라진 표정을 보고 여직원은 입을 다물었지만 말은 뱉어진 다음이었다.&lt;br&gt;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비참함이었지만 아란은 막 포장이 끝난 상자를 들고 훌쩍 밖으로 나와 버렸다.&lt;br&gt; 더 듣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모르는 사람에게 계약에 묶인 부부라서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형식상의 관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약속.&lt;br&gt; 아란아! 담배를 태우며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던 제후는 그가 기다리는 것조차 잊은 듯 앞 을 지나쳐 황망히 걸음을 옮기는 아란을 보고 대충 통화를 마무리 하고 그녀에게 뛰어갔다.&lt;br&gt; 어디 가.&lt;br&gt; 오늘 할아버지 만나러 가기로 아란의 팔을 잡아 돌려세운 제후는 뜻밖에도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과 http://naveryo.com/naver/4481.html 맞닥뜨린 순간 말 을 끝맺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.&lt;br&gt; 원망, 분노 하여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이었다.&lt;br&gt; 낼까요? 목이 메는 음성으로 아란은 제후를 쳐다봤다.&lt;br&gt; 그냥 우리 여기서 끝낼까요? 뭐? 할아버지 앞에서 오빠가 사 준 선물이라고 좋아하며 자랑하는 아란의 얼굴을 볼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제후의 낯이 구겨졌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라면 그냥 여기서 끝내자고요!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을 시간도 달래줄 틈도 없었다.&lt;br&gt; 하얀 얼굴 가득 눈물을 터트린 아란 은 그대로 뒤돌아서 뛰어가 버렸다.&lt;br&gt;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.&lt;br&gt; 아란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그만큼 당황스러웠다.&lt;br&gt; 바닥 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 올리며 제후는 아득한 불안함으로 심장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.&lt;br&gt; 죄죄송합니다, 손님.&lt;br&gt; 아까의 여직원이 옆에 서 있었다.&lt;br&gt; 제가 실수를 했어요.&lt;br&gt; 두 분이 결혼하신 줄도 모르고 그만 커플링이나 하는 게 어떻겠냐 고 커플링? 제후는 무심결에 왼손 약지를 내려다보았다.&lt;br&gt; 아란과는 달리 어떤 구속도 허용치 않을 것처 럼,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텅 비어 있는 그의 손가락을.&lt;br&gt; 직원이 알고 말했던 것도 아니고 제후의 고의도 아니었지만 비싼 선물을 덥석 안겨주고는 아란의 마음을 깔아뭉갠 꼴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진작에 끼고 다녔어야 했는데 쑥스러움에 미뤄두었던 일이 치부를 드러내 그녀가 망신을 당 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뭐야?! 당신 눈에는 그 비싼 반지가 고작 우정 반지로 보였단 말야? 죄죄송합니다.&lt;br&gt; 정말 죄송합니다.&lt;br&gt; 어떻게 보상을 해야 이 여자에겐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후는 화가 났다.&lt;br&gt; 아니 그보다, 바람이 팽팽했던 풍선이 터져버린 것 같은 아란의 눈동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.&lt;br&gt; 화를 냈다는 건 그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뜻인데 말이다.&lt;br&gt; 나한테 기대를 해? 그 남자가 아닌 나한테? 본가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었다.&lt;br&gt; 할아버지가 생신 때의 일에 대해 뭐라고 꾸중을 하셨는지 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제후는 집에 가면 아란의 화를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가만 고민하고 있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0/tistory/2009/12/26/04/12/4b350ea1ccf31 &gt;&lt;br&gt;&lt;br&gt; 여자의 눈치를 보는 일이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라면 용기를 낼 수도 있는 제후였다.&lt;br&gt; 불안하진 않았다.&lt;br&gt; 어느 덧 심장을 내 준 사람이기에 그리고 문득 문득 기대를 갖게 만드는 아란의 행동에 대한 설레임이 가슴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.&lt;br&gt; 상한 속을 달래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라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건 아닌가 했지만 옥외 주차장에서 떨리는 맘으로 올려다 본 그들의 보금자리에는 불이 커져 있었다.&lt;br&gt; 저녁나절, 그렇게 아란과 헤어지고 내내 구겨져 있던 제후의 얼굴이 반가움으로 펴졌다.&lt;br&gt; 엘 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고작 3층 내려오는 http://naveryo.com/naver/818.php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.&lt;br&gt; 가쁜 호흡에 들먹이는 심장을 억누르며 벨을 누르려는 찰나 문이 먼저 열렸다.&lt;br&gt; 왔어요? 어응.&lt;br&gt; 아까 그러고 간 게 미안해선지 아란은 어색한 음성으로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래도 죄책감이 드는 건 아란이 아니라 제후 쪽이었다.&lt;br&gt; 집에는 언제 왔어? 온 지 한 시간쯤 됐어요.&lt;br&gt;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아란의 어깨에서 바람이 인다.&lt;br&gt; 그 모습을 보자 잠시나마 가졌던 제 후의 설레임은 구석으로 밀려난다.&lt;br&gt; 아까 그 말 왜 한 거야? 내던지는 말이 퉁명스러웠다.&lt;br&gt; 아란이 침실로 향하던 걸음을 멈춘다.&lt;br&gt; 말해두겠지만 우리 결혼 오빠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죠.&lt;br&gt; 아란이 말을 가로채며 뒤돌아섰다.&lt;br&gt; 내가 아쉬워서 매달린 결혼이니까 혼자였던 생활로 돌아간다고 해도 오빠는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거죠?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? ! 내 마음 같은 거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거죠? 내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받아들였는지 오빠한테는 아무 상관없는 거죠? 굵은 눈물방울이 아롱져 바닥으로 떨어진다.&lt;br&gt; 제후는 울컥하는 마음에 아란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.&lt;br&gt; 그러는 넌! 너만 아픈 게 아니란 말이다.&lt;br&gt;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로 두고 사는 나는 편한 줄 알아? 멀쩡한 줄 알아? 넌 뭘 그렇게 잘했는데? 날 다그칠 만큼 순결한 요조숙녀에 조강지처야? 겉으로는 나밖 에 모르는 여자처럼 하고 다녀도 막상 뒤로는 여우짓하고 다니는 지 어떻게 알아? 아니에요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 오빠밖에 없어요.&lt;br&gt; 왜 몰라요 꼭 말로만 해야 되는 거에요? 마음으로 날 봐줄 수는 없는 거에요?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악에 받친 한 마디가 아란의 입을 뚫고 터져 나왔다.&lt;br&gt;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 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제후의 눈빛이 주춤했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손을 뿌리쳤다.&lt;br&gt;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축하한다는 말 듣고 싶었어요.&lt;br&gt;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더 이상 비참해질래야 비참해질 수도 없었다.&lt;br&gt; 손으로 가리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 큼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 걸 느끼며 아란이 뛰쳐나간다.&lt;br&gt; 멍하니 서 있던 제후가 탕! 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.&lt;br&gt; 아아란아! 제후는 신발도 신지 않고 따라 나갔지만 아란은 보이지 않았다.&lt;br&gt; 두리번거리며 황급한 심정 으로 그녀를 찾는 그의 귀에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꺄아악! 사람이 다쳤어요, 누가 좀 도와줘요! 설마 하는 불안감에 심장이 내려앉으면서 소름이 돋았다.&lt;br&gt;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 서 제후는 여자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.&lt;br&gt; 계단이 있는 곳이었다.&lt;br&gt; 사람들이 그리로 모여들었다.&lt;br&gt; 이름도 모르는 이웃들을 헤치고 들어간 제후의 눈이 커졌다.&lt;br&gt; 아란아! 계단 아래,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분명 아란이었다.&lt;br&gt; 벗겨진 한 짝의 신 발이 계단 중간에 걸쳐져 있었다.&lt;br&gt; 아란아, 제발! 넋 나간 표정으로 아란을 안아든 제후가 창백해진 그녀의 뺨을 두드리다 말고 웅성대며 모 여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.&lt;br&gt; 뭣들 하는 거에요! 사람이 다쳤는데! 구급차, 누구 구급차 좀 불러줘요!! 가벼운 뇌진탕이라면서! 그거 말고는 다친 데도 없다면서 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? 방안이 다 쩌렁쩌렁 울렸다.&lt;br&gt; 의사 생활 25년에 http://ccc1.me/naver/3691.html 이렇게 막 되먹고 시끄러운 보호자는 처음 보겠다고 생각하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을 꺼냈다.&lt;br&gt; 자자, 일단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으십시오.&lt;br&gt; 그래야 저도 무슨 말씀을 드리던지 할 것 아 닙니까? 뒤에 서 있던 권 회장이 제후의 어깨를 두드렸다.&lt;br&gt; 노인의 자애로운 눈빛이 거친 감정에 휩 싸인 손자의 마음을 다독였다.&lt;br&gt;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환자분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.&lt;br&gt; 약간의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 은 것 외에는 이봐, 의사 선생!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? 뭔가 새로운 걸 얘기해 보라고! 나는 왜 아란이 가 깨어나지 못하는지에 묻고 있잖아! 제후야! 할아버지의 엄한 목소리에 제후는 억지로 숨을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문제는 환자분이 거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.&lt;br&gt; 무의식중에 깨어나는 걸 거부하는 것 같습 니다.&lt;br&gt; 뭔가 두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.&lt;br&gt; 그럼 어떻게 해야 지금으로썬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.&lt;br&gt; 어떤 확약도 드릴 수가 의사가 말끝을 줄였다.&lt;br&gt; 제후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.&lt;br&gt; 구급대에 실려 온지 벌써 사흘 밤낮을 넘겼는데 아란은 죽은 듯이 잠만 잘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.&lt;br&gt; 죽은 듯이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 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 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무너졌다.&lt;br&gt; 이대로 영원한 잠에 들어 깨어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, 다시는 아란의 맑은 웃음을 볼 수 없 는 건 아닌가 방정맞은 생각들이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머릿속을 오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지친 발을 끌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깊은 잠에 든 아란의 얼굴은 평온해보였지만 그와 함께 하는 일상이 두려워 일어나지 못한 다는 말에 제후의 가슴은 핏빛 멍울이 지고 몇 톤짜리 돌을 얹은 것 마냥 무거웠다.&lt;br&gt; 다가가 의자를 끌어다놓고 앉았다.&lt;br&gt;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대고 눈을 감았 다.&lt;br&gt; 눈물 한 줄기가 제후의 뺨을 타고 흘렀다.&lt;br&gt; 아직은 아직은 아니잖아.&lt;br&gt; 나한테 실망하고 화나더라도 내가 철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참아주라.&lt;br&gt; 부부란 원래 그런 거 잖아.&lt;br&gt; 나란 놈한테 실망해서 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널 채웠다고 해도 이런 모습이 마지막이면 안 되는 거잖아.&lt;br&gt; 아란아 내 목소리 들리면 좀 일어나봐.&lt;br&gt; 내 마음 알기 http://anythe.com/blog 전까지는 멀리 가지마.&lt;br&gt; 나 놔두고 혼자 먼 데로 떠나지마.&lt;br&gt; 다시 그녀 없는 시간이 흘렀다.&lt;br&gt; 네 번의 낮과 밤이 일상을 만들며 지나갔다.&lt;br&gt; 학교에는 가야 된다는 할아버지의 엄명에 따르 긴 했지만 제후는 아란의 간호를 맡은 사람이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 이었다.&lt;br&gt; 강의가 끝나면 끼니를 챙길 틈도 없 이 달려오곤 했다.&lt;br&gt; 제 에미 애비가 죽은 후로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중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권 회장은 손 자며느리가 걱정되면서도 아란에게 몰두하는 제후의 모습을 다행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았다.&lt;br&gt; 제후는 남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생일에 아란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모르는 척 했던 것도 손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였다.&lt;br&gt; 아란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쉴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마음이 안식처를 찾았다는 걸 말이다.&lt;br&gt; 이제 미움 받는 역할은 그만해도 될 것 같군.&lt;br&gt; 그동안 수고했네.&lt;br&gt; 어느 날 새벽인가 아란을 간호하다 곁에 엎드려 잠이 든 제후를 보며 권 회장은 병실을 나 와 밖에서 문병 차, 들렀던 공범에게 말했다.&lt;br&gt; 그 녀석이 미처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처음부터 좋아했을 걸요.&lt;br&gt; 민준이 미소로 답했다.&lt;br&gt; 그런데 언제쯤 말해주는 게 좋을까요? 이번 일도 있고 두 사람 다, 슬슬 진실을 알 때도 된 것 같은데.&lt;br&gt; 내버려 두게.&lt;br&gt;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제 3자보다 서로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제일 행복할 테니까.&lt;br&gt; 제후가 마음을 숨기는 바보짓만 하지 않는다면요.&lt;br&gt; 그 때 낮은 굽의 샌들을 신고 복도를 뛰어오는 간호사 한 명이 있었다.&lt;br&gt; 그녀는 권 회장에게 다다르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.&lt;br&gt; 은 아란씨 보호자 되시죠? 빨리 병실에 좀 와주셔야겠어요.&lt;br&gt; 우리 아이가 깨어났습니까? 그게 아니고 병실로 환자분의 아버지라는 분이 찾아오셨는데 손자 분이 막 더 듣지 않아도 상황을 짐작하는 권 회장이었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알고 있는 이상은 그랬다.&lt;br&gt; 어둠에 묻힌 복도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병실이 http://aye.daumkor.co.kr 있었다.&lt;br&gt; 활짝 열린 문으로 넓은 용적의 빛이 바닥을 비추고 거기선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가! 여기서 사라지라고! 당신이 무슨 아버지라고 딸이 다쳐서 입원해 있는데도 일주일 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당신이 무슨 아버지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0.tistory.com/image/9/tistory/2009/12/26/02/48/4b34fada474ce &gt;&lt;br&gt;&lt;br&gt; 의사가 뭐라고 한 줄 알아? 잘못하면 평생 저러고 있을 수도 있대.&lt;br&gt; 부모라는 사람들이 결 혼이란 명목으로 팔아넘긴 딸이 영원히 잠들어서 죽을 때까지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대! 그거 알기나 해? 깨어나면 두려 운 일이 기다리는 것처럼 깨어나는 걸 거부하고 있대.&lt;br&gt; 이보게 권 서방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란의 아버지가 사위에게 낯을 보이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후 가 말을 가로챘다.&lt;br&gt; 당신과, 당신의 새 아내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짐이었는지 몰라도 아란이 이제 나한테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야.&lt;br&gt; 누구한테도 상처받지 못하게 내가 지킬 거고 아무도 이 아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일 있으 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그러니 가.&lt;br&gt; 여기서 사라지고 다시는 오지 마! 절규.&lt;br&gt; 그리고 차마 말해주지 못한 사랑.&lt;br&gt; 우리 누나 아파?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문틈으로 제후와 은 사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권 회장과 민준의 귀에 아이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누나 이제 못 일어나? 재영이었다.&lt;br&gt; 엄마보다 배다른 누나를 더 따르던 그녀의 동생이었다.&lt;br&gt; 아저씨 우리 누나 죽었어?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재영이 제후의 바지를 잡고 흔들었다.&lt;br&gt; 재수 없는 소리 집어 쳐! 죽긴 누가 죽었다고 그래! 아이의, 아란을 빼닮은 눈동자에 다시금 죄책감이 스며들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이가 놀랄 수 있다 는 것도 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.&lt;br&gt; 방금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끅끅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재영은 누나의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.&lt;br&gt; 부벼대는 눈이 붉었다.&lt;br&gt; 제 후는 한숨을 쉬며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었다.&lt;br&gt; 미안하다, 꼬마야.&lt;br&gt; 아저씨가 잘못했어.&lt;br&gt; 누나 안 죽어.&lt;br&gt; 그냥 자고 있는 거잖아.&lt;br&gt; 일어날 거야.&lt;br&gt; 꼭 일어나서 널 안아줄 거야.&lt;br&gt; 누나에게 http://toos.me 그랬던 것처럼 재영은 제후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.&lt;br&gt; 아이들 특유의 달콤한 체취가 한가득 안겨왔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안듯이 아이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달랬다.&lt;br&gt; 아무 일 없을 거야정말로.&lt;br&gt; 목이 메어왔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민준이, 그리고 할아버지가 문간에 서 있었다.&lt;br&gt; 본의 아니게 엿들은 꼴이 되어 버렸구나, 미안하다.&lt;br&gt; 언제 오셨어요? 그리고 민준이 너는? 제후는 재영을 안은 채로 일어났다.&lt;br&gt; 아란이 문병 왔다가 할아버지를 만나서 담배 한 대 태우고 들어오는 길이야.&lt;br&gt; 괜찮아? 네 녀석 온 건 하나도 안 반가워.&lt;br&gt; 민준이 피식 웃으며 사돈과 함께 나가는 권 회장을 쳐다봤다.&lt;br&gt; 은 사장의 무거운 걸음새를 보아하니 긴 얘기가 될 것 같았다.&lt;br&gt; 곧 반가워하게 될 걸.&lt;br&gt; 너, 나하고 잠깐 얘기 좀 하자.&lt;br&gt; 아란이 걱정되면 여기서 해도 좋 고.&lt;br&gt; 옆 침대에 재영을 재워놓고 있을 때 캔 커피 두 개를 든 민준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너 어제도 밤샜다면서 몸은 괜찮은 거냐? 중간 중간 자니까 견딜 만 해.&lt;br&gt; 달고 시원한 냉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잠이 깨는 듯 했다.&lt;br&gt; 아란이 좋아하지? 캔을 들어올리던 제후의 손이 공중에서 우뚝 멈췄다.&lt;br&gt; 내 말이 맞냐?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가 제후의 입가를 맴돌았다.&lt;br&gt; 민준이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뭐 너 하는 짓 봐선 묻지 않아도 당연한 얘기다만 그냥 확인해 본 거다.&lt;br&gt; 그 때 내가 아 란이 좋아한다고 했던 거 기억 나냐? 그래서.&lt;br&gt;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?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냐? !! 경악의 표정이 제후의 얼굴에 떠올랐다.&lt;br&gt; 민준이 바닥에 깔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캔을 살살 흔들었다.&lt;br&gt; 그래, 맞아.&lt;br&gt; 나 너한테 거짓말 했다.&lt;br&gt; 난 너 만큼이나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친 구의 여자를 노릴 정도로 비열한 놈은 아니야.&lt;br&gt; 그런데 왜 나한테 부탁한 사람이 있었어.&lt;br&gt; 네가 행복해지기를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이.&lt;br&gt; 할아버지가? 민준은 제후의 생각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.&lt;br&gt; 내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어땠을 거 같냐? 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 서투르잖아.&lt;br&gt; 할아버 지는 진실을 깨닫도록 너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거야.&lt;br&gt; 지기 싫어하는 네 성격에 누가 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가만히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싫어도 http://toos.me 지키려고 노력할 테니까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신 거지.&lt;br&gt; 결 국 할아버지의 판단은 옳았고 지금 넌 여기 이 자리에 있잖아.&lt;br&gt; 아란이도 이 사실 알아? 몰라.&lt;br&gt; 아마 내가 자기한테 접근한 게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걸.&lt;br&gt; 그 녀석, 너도 알겠 지만 사람을 너무 잘 믿어.&lt;br&gt;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도 안 하고 덥석 믿어버려.&lt;br&gt; 제후는 허무함에 웃음이 나왔다.&lt;br&gt; 그 동안의 고민이 다 쓸데없는 거였다니.&lt;br&gt; 말이나 들어보자.&lt;br&gt; 너 아란이 찾아가서 뭐라고 했냐? 어느 덧 경계심을 풀은 눈동자였다.&lt;br&gt; 민준이 싱긋 웃었다.&lt;br&gt;궁금하냐? 그걸 말이라고 해? 할아버지랑 짜고 나 속인 건 괘씸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용서해준 다.&lt;br&gt; 음처음엔 반지 얘기 하면서 속을 찔러봤고 두 번째는 너희들이 계약 결혼 한 거 알고 있다고 했고, 세 번째는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지.&lt;br&gt; 그랬더니 뭐래? 선배가 뭘 원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을 거에요, 그러더라.&lt;br&gt; 아마도 내가 자기한테 구애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나봐.&lt;br&gt; 순진한 녀석.&lt;br&gt; 진심하고 장난도 구분 못하는 바보.&lt;br&gt; 가까이 있으면서도 참 어려운 사랑을 하는 커플이었다.&lt;br&gt; 자식이, 그러는 저는 바보짓 안 한 줄 아나.&lt;br&gt; 민준은 아직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생 각하는 어리석은 친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.&lt;br&gt; 너도 속아 넘어갔으면서 뭘 그래.&lt;br&gt; 나한테 주먹질까지 하고.&lt;br&gt; 한 민준 연기력이 좋았던 거지.&lt;br&gt; 정작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지만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비단 아란의 입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에서라도 그녀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고도 멀쩡할 자신이 없었다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왜.&lt;br&gt; 나 힘들다.&lt;br&gt;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데 그 아이가 원하면 보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놔 줄 수가 없어.&lt;br&gt; 욕심 부리면 정말 아란이가 달아날지 모르는데 원래 사람 좋아하는 건 다 그런 거야.&lt;br&gt; 민준은 제후의 어깨를 툭툭 쳤다.&lt;br&gt; 그리고 너처럼 지극정성인 남자 놔두고 어딜 가겠냐? http://alr.me 도망가더라도 일주일 동안 잠 못 자 고 밥 못 먹어가며 고생한 네 은공은 갚고 가라고 그래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웃으라고 한 말이었는데 친구를 부르는 한숨이 깊었다.&lt;br&gt; 그런 만큼 그의 사랑도 깊었다.&lt;br&gt; 아란이 쓰러졌던 날, 나한테 처음 화를 내더라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 나 하냐고,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막 울어 버리더라.&lt;br&gt;&lt;br&gt;&lt;br&gt;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아무 에게도 축하받은 적 없다던 생일날에 날 만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에 단 한 사람 오빠한테만은 축하받고 싶었다고 그러더 라.&lt;br&gt; .&lt;br&gt; 사랑이 없어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난 항상 그 앨 다치게만 만들더라.&lt;br&gt; 나중에 보니 까 내가 그 앨 내쫓아버렸더라.&lt;br&gt; 제후야 아, 맞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면 늦기 전에 끝내자고 아란이가 그러더라.&lt;br&gt; 한 민준, 너 어떻게 생각해? 나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? 걸리는 게 많군.&lt;br&gt; 민준은 한 조각 희망도 남지 않은 얼굴로 넋두리를 하는 친구가 가여웠다.&lt;br&gt; 그리고 그의 이런 사랑을 모른 채 마음을 가두고 잠이 들어있는 아란에게 화가 나려고 했다.&lt;br&gt; 아란이 보내고 너 혼자 살 자신 있어? 자신이야 있지.&lt;br&gt; 미쳐버릴 자신.&lt;br&gt; 죽어도 돌아볼 사람 없으니 원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 자 신.&lt;br&gt; 그럼 보내지마.&lt;br&gt;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다 꼭 붙들어 두고 살아.&lt;br&gt; 내가 너 사랑하니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곁에만 있어달라고 졸라.&lt;br&gt; 은 아란은 착하니까 소원을 들어줄 거야.&lt;br&gt; 억지 부려서 더 정 떨어진다고 하면? 이런 겁쟁이! 권 제후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? 그럴 일 없을 거야.&lt;br&gt; 내가 장담해.&lt;br&gt; 민준은 제후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웃어주었다.&lt;br&gt; 제후를 향한 아란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친구는 확실히 달라졌다.&lt;br&gt; 조각 같은 외모와 냉담한 분위기로 여자들을 녹이던 권 제후 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.&lt;br&gt; 사랑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겁을 내고 두려워하고, 고 민을 했다.&lt;br&gt; 만약 아란이 끼고 다니던 순결반지의 주인공이 바로 자기라는 걸 알게 되면 제후가 뭐라고 그럴까 문득 궁금해지는 민준이었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병원 로비.&lt;br&gt; 그를 배웅하러 나온 친구에게 민준은 마지막 충고를 했다.&lt;br&gt;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아란이네 아버지한테 심하게 굴지 마라.&lt;br&gt; 판단은 네가 아니라 아란 이의 몫으로 남겨둬야지.&lt;br&gt; 아무리 그래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분 아니냐.&lt;br&gt; 알았어.&lt;br&gt; 아란이 일어나면 그동안 장난쳐서 미안했다고 대신 사과도 건네주고.&lt;br&gt; 알았다니까.&lt;br&gt; 택시를 부른 민준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든다.&lt;br&gt;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 제후는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아직도 깊은 잠에 들어 있는 아란을 보았지만 이제는 기다림마저 달가웠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의식을 잃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잠이 들어 있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보며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키스를 하면 일어나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마저 들었다.&lt;br&gt; http://jabajoa.net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깨어 있을 때처럼 여전히 보드랍고 향기가 난다.&lt;br&gt; !! 세 번째 키스를 하고 제후가 얼굴을 들려했을 때 목에 둘려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늘고 미약 한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졌다.&lt;br&gt; 설마, 설마!!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기대감에 제후는 감았던 눈을 떴다.&lt;br&gt;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아란의 눈 동자가 무려 8일 만에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너너 말이 나오질 않았다.&lt;br&gt; 한없이 기쁜 순간에 너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.&lt;br&gt; 응, 나 일어났어요.&lt;br&gt; 나 진짜 많이 잤죠? 젠장!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에 왈칵, 목이 메어 오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은 제후의 몸을 가만히 밀면서 일어났다.&lt;br&gt; 제후가 얼른 아란의 어깨를 잡아 부축해주었다.&lt;br&gt; 그래, 이 잠꾸러기야.&lt;br&gt; 무슨 잠을 8일씩이나 자냐?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겨주다가 제후는 부서질 것 같은 아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.&lt;br&gt; 며 칠 사이 수척해진 몸에, 줄무늬 환자복 속으로 느껴지는 헐거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빨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누가 발을 잡고 안 나줬어요.&lt;br&gt; 눈을 뜨고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반겨줄 사람 아무도 없다고 그냥 여기서 살라고 그랬어요.&lt;br&gt; 까만 옷에 얼굴도 없는 무서운 사람이 자꾸 날 붙잡았어요.&lt;br&gt; 무서웠어? 아란은 대답을 하지 않고 손깍지를 끼어 제후의 등을 안았다.&lt;br&gt; 그의 어깨 언저리가 천천히 젖어왔다.&lt;br&gt; 그녀의 몸이 흐느낌으로 떨리고 있었다.&lt;br&gt; 미안해 입술을 깨물었다.&lt;br&gt; 가까스로 참아내는 그녀의 눈물은 고통이 되어 제후의 심장으로 배겨왔다.&lt;br&gt; 다시는 너 혼자 무서운 꿈에 남겨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.&lt;br&gt; 성인무료동영상 우린 항상 같이 있을 거야.&lt;br&gt; 언제든 널 지켜줄 거야.&lt;br&gt;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그리고 나도, 널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아란의 감은 눈꺼풀에 입을 맞추며 제후는 말했다.&lt;br&gt; 창 밖으로 먼동이 트고 있었다.&lt;br&gt;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 날과 하늘을 두고 제후는 그렇게 가 슴을 저리며 찾아온 첫사랑을 고백했다.&lt;br&gt; 아빠가 새엄마랑 헤어지기로 했대요.&lt;br&gt; 은 사장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아란이 저녁때를 훌쩍 넘겨 들어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아빠 없는 동안에 나한테 함부로 한 거 전주댁 아줌마한테 들었나 봐요.&lt;br&gt; 그동안 아빠 노 릇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그랬어요.&lt;br&gt; 전주댁 아줌마는 아란이 여섯 살 때부터 은 사장네 살림을 봐줬던 사람이었다.&lt;br&gt; 엄마가 돌아 가시고 나서 유일하게 정을 붙인 사람이라고, 새 엄마가 들어와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면서는 더욱 의지를 했던 사람이라 고 아란은 얘기하곤 했었다.&lt;br&gt; 재영이는? 엄마가 데려가서 키운다고 하셨는데 확실한 건 모르겠어요.&lt;br&gt; 원래 재영이가 새 엄마보단 나하고 아빠를 잘 따랐거든요.&lt;br&gt; 제후는 알 만 하다는 듯 말했다.&lt;br&gt; 치장하고 가꾸느라 아이 돌 볼 틈도 없었나보지.&lt;br&gt; 아마도요.&lt;br&gt; 아란의 얼굴에서 긍정의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.&lt;br&gt; 그래도 http://jabajoa.net 새 엄마가 계서서 아빠가 행복하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왠지 아빠가 이혼 을 결정하신 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죄송스러워요.&lt;br&gt; 난 아무래도 좋다는 사고방식은 버려.&lt;br&gt; 남을 위해서 희생할 생각만 하지 말고 좀 이기적으 로 굴어봐.&lt;br&gt; 아란이 넌 행복할 자격 충분히 있어.&lt;br&gt; 제후는 마주 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.&lt;br&gt; 아, 그리고 나 커피 마실 건데 생각 있으면 같이 마시자.&lt;br&gt;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구수한 커피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.&lt;br&gt; 휘파람을 불면서 주방으 로 들어가는 제후를 보며 아란은 혼자 웃었다.&lt;br&gt;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제후는 줄곧 다정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.&lt;br&gt; 처음엔 보상 심리 때문인 가 의심도 해보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의 다정함은 변함이 없었고 스스럼없는 장난기와 짓궂은 행동은 그들이 보통의 신혼부부 처럼 살고 있다고 아란이 생각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계약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랑해서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다.&lt;br&gt; 알았지? 끝내자는 말 절대로 하지 마.&lt;br&gt; 이제 겨우 두 달 좀 넘게 살아보고 맞는다느니 안 맞는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자.&lt;br&gt; 퇴원 기념으로 찾은 레스토랑에서 제후는 그런 말을 했다.&lt;br&gt; 손을 끌어다 잡으며 조심스레 말 을 내는 그의 눈을 보면서 아란은, 제후와의 관계에 좋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고 머잖아 그의 마음이 진 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.&lt;br&gt; 제후를 믿게 되었다.&lt;br&gt; 요즘만 같으면 세상에 무엇도 바랄 것 없는 사람처럼 아란은 행복했다.&lt;br&gt; 거기에 욕심 부려 한 가지 소원을 빈다면 그도 그녀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.&lt;br&gt; 그녀 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고 싶었다.&lt;br&gt; 커피 향 좋지? 좋아요.&lt;br&gt;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아란이 한모금의 향을 들이마셨다.&lt;br&gt; 정말이지 저 웃는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까봐 애태웠던 걸 생각하면 그녀가 얄밉기까지 한 제후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15/tistory/2009/12/26/02/49/4b34fb18ca968 &gt;&lt;br&gt;&lt;br&gt; 잔잔히 부딪치는 시선에 아란이 뺨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.&lt;br&gt; 근데 왜 그렇게 쳐다봐요? 예뻐서.&lt;br&gt; 제후는 턱을 괴고 키득 웃었다.&lt;br&gt; 장난치지 마요.&lt;br&gt; 장난 아닌데.&lt;br&gt; 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 거야.&lt;br&gt; 한층 노골적인 시선에 부끄러움이 또르르 몰렸다.&lt;br&gt; 아란은 잔을 손으로 감싸고 살그머니 제 후의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.&lt;br&gt; 왜 모르고 살았을까.&lt;br&gt; 너처럼 귀엽고 착한 아이 옆에다 두고도 왜 모르고 지냈을까.&lt;br&gt; 커피를 다 마신 아란이 잔을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받침대에 얹고는 허둥지둥 주방을 나간 다.&lt;br&gt; 뒷모습을 쫓던 제후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따랐다.&lt;br&gt; 그리고 아란의 팔을 잡아 침실로 들어간 다음 문을 잠갔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보상 받고 싶다.&lt;br&gt; 너 없이 혼자 보냈던 것만큼 우리의 시간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고 싶다.&lt;br&gt; 오늘 http://naveryo.com/naver/4481.html 너 안아도 돼? 그그치만 거절해도 소용없어.&lt;br&gt; 보름동안 참아줬으니까 오늘은 내 맘대로 할 거야.&lt;br&gt; 물러서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안으면서 제후는 아란의 몸을 침대에 밀치듯 쓰러트렸다.&lt;br&gt; 성 급한 손길을 따라 드러나는 여자의 몸에 호흡이 가빠왔다.&lt;br&gt; 건강이 나빠졌다고 며칠 햇빛 구경을 안 시킨 탓인지 피부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.&lt;br&gt; 이 아 름다운 몸을 옷으로 가리면 오히려 죄가 될 것처럼 보였다.&lt;br&gt; 내일 토요일이지? .&lt;br&gt; 그럼 우리 밤새도록 여기서 놀자.&lt;br&gt; 전화와도 받지 말고 누가 벨 눌러도 열어주지 말고 내 일 아침까지 놀다가 자자.&lt;br&gt; 몰라요.&lt;br&gt; 싫어요가 아니라 몰라요다.&lt;br&gt; 늘 처음 만난 남자에게 몸을 열어주는 것처럼 아란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.&lt;br&gt;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잘 하면서 그에게만 그런다.&lt;br&gt; 그런 아란의 행동이 제후에게는 &lt;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사람&gt;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 졌다.&lt;br&gt; 그리고 매번 처녀를 방문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선사했다.&lt;br&gt; 싫으면 지금 말하던가.&lt;br&gt; 아란이 시트를 끌어올려 가슴을 가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싫어도 오빠 맘대로 한다면서요.&lt;br&gt; 후후, 이제 보니 삐지기도 하잖아? 제후는 아란의 화내는 모습이 신기했다.&lt;br&gt; 언제나 그 앞에선 쥐 죽은 듯 꼬리를 내리고 하라 는 대로 따라주던 그녀가 처음으로 반항이라는 걸 했다.&lt;br&gt; 은 아란.&lt;br&gt; 야릇한 붉은 빛이 아란의 얼굴에 떠돌았다.&lt;br&gt; 지금 당장 아란의 몸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고 싶은 걸 참으면서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내가 어떤 여자 좋아하는지 말해줄까? 어떤 여자좋아하는데요? 그녀가 순진하게 되묻는다.&lt;br&gt; 역으로, 아란의 몸을 아래에 두고 있는 제후의 얼굴은 짓궂은 헌 터의 표정이 된다.&lt;br&gt; 오늘 밤 넌 죽었어, 라는 뜻이다.&lt;br&gt; 나한테 저항하는 여자.&lt;br&gt; 좋으면서도 싫다고 말해서 날 더 부추기는 여자.&lt;br&gt; 수차례의 절정이 지났다.&lt;br&gt; 몸과 몸이 먹고 먹혔다.&lt;br&gt; 흥분을 부추긴 대가로 아란은 밤새도록 시달렸지만 한 번도 제후를 거절하지 않았다.&lt;br&gt; 물러서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오빠가 원하는 게 내 몸이라면 나한테 빠져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.&lt;br&gt; 나한테 집착하도록, 그래서 나 외에는 누구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릴 거야.&lt;br&gt; 새벽녘에 풋잠이 들었던 제후는 아란이 뒤척이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.&lt;br&gt; 부스스한 얼굴로 시 계를 쳐다보니 아침 7시 30분, 샤워도 하지 못하고 잠이 든 지 겨우 세 시간이 지났다.&lt;br&gt; 제후는 끄으응,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깜박여 눈 안으로 들어온 빛을 몰아냈다가 다시 실눈 을 뜨고 옆에 누운 아란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.&lt;br&gt; 적어도 정오까지는 깨지 못할 것처럼 아란은 곤한 잠에 들어 있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끌어다 안으면서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몸을 개켜 일어났다.&lt;br&gt;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http://naveryo.com/naver/818.php 쑤시고 아팠다.&lt;br&gt; 뜨겁고 격렬했던 정사(情事)의 보상이라 그것도 기꺼 운 제후였다.&lt;br&gt; 시트가 눌렸다 제 자리로 돌아오면서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반짝하는 기 운에 욕실로 들어가던 제후가 되돌아 와 그것을 주웠다.&lt;br&gt; 결혼반지였다.&lt;br&gt; 제후의 손가락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녀석의 짝이다.&lt;br&gt; 아란이 일부러 빼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도 어젯밤의 정신없는 상황에 빠트린 모양이다.&lt;br&gt; 정신없는.&lt;br&gt; 풋 그렇게 좋았나? 황홀한 기억을 되살리며 미소 짓는 제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느다란 백금 링 안에 글자가 새겨져있는 게 보였다.&lt;br&gt; 이니셜이다.&lt;br&gt; 제후는 반지를 쥔 손을 힘주어 쥐었다가 펼쳤다.&lt;br&gt;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간만에 찾아 온 나른한 행복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, 좋아하는 사람 있다.&lt;br&gt; 두렵지만 보고 싶었다.&lt;br&gt; 그녀의 사랑을 차지한 사람을 알고 싶었다.&lt;br&gt; 누구일까? 결혼반지에 이니셜을 새길 정도라면 굉장히 소중한 사람일 텐데, 한 번도 손가락에서 반지 를 빼지 않았던 건 결국 다른 사람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서였던 걸까? 제후는 가슴이 쓰렸다.&lt;br&gt; 그러나 피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.&lt;br&gt; 그래서, 어느 덧 땀이 고인 손바 닥에서 반지를 들어 빛이 잘 드는 쪽으로 들어올렸다.&lt;br&gt; 첫 글자는 K였다.&lt;br&gt; JH? KJH.&lt;br&gt; 뭐야, 내 거하고 똑같 무심코 내뱉은 진실에 제후의 눈동자가, 입이 그대로 굳어버린다.&lt;br&gt; 그러다 천천히 몸을 돌려 세상모르고 잠이 든 아란을 쳐다봤다.&lt;br&gt; 그녀는 말했었다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굴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고.&lt;br&gt; 야? 정말 나야? 네가 좋아하는 사람 정말로 권 제후야? 콧소리까지 내며 자고 있는 그녀가 대답할 리 없건마는 제후는 또 묻고 있었다.&lt;br&gt; 야, 한 민준.&lt;br&gt; 제후 놈 왜 저렇게 분위기 잡냐? 또 와이프랑 한 판 했대? 도서관 자리에 가방을 두기 무섭게 담배를 태운다고 나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책상에 쌓은 전공서 적들을 보며 한숨을 쉬던 서훈이 칸막이 사이로 몸을 제껴 민준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남들은 리포트 마감 맞추느라 골 빠개지는 이 때 얄밉게 돌아다니기나 하고 말이야.&lt;br&gt; 저 자식 머리 좋고 손 빠른 건 알지만 너무 한 거 아냐? 머리 나쁘고 손 늦은 너하곤 다르게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.&lt;br&gt; 내버려둬.&lt;br&gt; 장난스런 무시로 서훈의 입을 막은 민준이었으나, 민준도 얼마 못가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 났다.&lt;br&gt; 궁시렁 대며 책을 넘기던 서훈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.&lt;br&gt; 넌 또 어디 가? 나도 담배나 한 대 태우려고 그런다.&lt;br&gt; 금방 들어올게.&lt;br&gt; http://ccc1.me/naver/3691.html 서훈이 콧방귀를 흥, 뀐다.&lt;br&gt; 어이구! 자식이 저만 의리 있는 척 하고 있네.&lt;br&gt; 제후 놈 걱정 되서 그런다고 말하면 내가 너 잡아먹을까봐 그러냐? 친구 사이에 별 걸 다 숨겨.&lt;br&gt; 민준은 이해해줘서 고맙단 표시로 손을 들어보였다.&lt;br&gt; 그리고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확인한 다음 밖으로 나와 제후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있었다.&lt;br&gt; 저 자식 오늘만 담배 한 갑이 넘는데 와이프 마음 알았으면 됐지 또 뭐가 문제인 거야? 불 좀 빌리자.&lt;br&gt; 민준은 털썩, 제후 옆에 주저앉으며 담배를 내밀었다.&lt;br&gt; 뻔히 쳐다보는 표정에 약간의 놀라움 이 깃들었다.&lt;br&gt; 뭐해? 불 좀 빌리자니까.&lt;br&gt; 허연 연기가 둘이 되었다.&lt;br&gt; 새 담배의 3분의 1이 타들어가도록 아무 말이 없던 침묵은 기다 리다 지친 민준이 말을 꺼내면서 깨졌다.&lt;br&gt; 잘 나가다 왜 그러냐.&lt;br&gt; 사랑하는 여자 마음 얻은 걸로는 부족했어? 난 나를 잘 알아.&lt;br&gt;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민준은 금방 제후의 말뜻을 알아들었다.&lt;br&gt; 뭐가 두려운 건데.&lt;br&gt; 끝까지 가지 못할까봐?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던 여자들.&lt;br&gt; 그 속을 헤매던 방황에서 찾은 한 사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15/tistory/2009/12/26/04/13/4b350ecb79f53 &gt;&lt;br&gt;&lt;br&gt; 아니면 아란이야? 버리게 될까봐 두려우냐 버림받는 것이 두려우냐, 민준은 묻고 있었다.&lt;br&gt; 대답을 않는 것으로 보아 둘 다 인 것 같았다.&lt;br&gt; 네 곁에 있으면 행복하지 못할까봐 겁나냐? .&lt;br&gt; 미친 놈.&lt;br&gt; 네 곁에 누구씨는 행복해서 죽을라고 하더라.&lt;br&gt; 아란이 그 녀석 생각하는 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거 알지? 민준은 피다 만 담배를 밟아 뭉개며 말을 보탰다.&lt;br&gt; 행복해 하고 있어.&lt;br&gt; 네 눈에 보이잖아.&lt;br&gt; 너도 알고 있잖아.&lt;br&gt; 그 일 권 제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.&lt;br&gt;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궁상떨지 말고 지금 하는 만큼만 해 줘.&lt;br&gt; 넌 해 보지도 않은 놈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? 알려고 해서 알아진 게 아니라 눈에 보인다고 했잖아.&lt;br&gt; 너희 둘 사랑하는 거 눈에 보여.&lt;br&gt; 서 로의 곁에서 행복해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이 보여.&lt;br&gt; 비로소 보이는 웃음이 서글펐다.&lt;br&gt; 민준아 나 제후의 핸드폰이 삐빅 신호음을 냈다.&lt;br&gt; 문자 메시지였다.&lt;br&gt; 제후가 말을 하려다 말고 메시지를 확인한다.&lt;br&gt; 누구야? 아란이? 어.&lt;br&gt; 6시에 경상대 앞에서 만나기로 한 걸 깜박했네.&lt;br&gt; 그러더니 제후는 이렇다 할, 양해도 구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뛰어 들어간다.&lt;br&gt; 그리고 수 분 후 다시 나와 정신없이 가방을 메고 경상대 건물이 있는 쪽으로 사라져버린다.&lt;br&gt; 뭐야, 저 녀석.&lt;br&gt; 얼음 왕자에서 공주의 똘마니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.&lt;br&gt; 혼자 남은 민준이 바닥에 떨어진 제 후의 담배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어본다.&lt;br&gt; 사랑을 하는 친구는 행복해 보였다.&lt;br&gt; 한 달음에 도착할 듯 걸음을 재촉했던 제후는 아란의 모습이 보이기 불과 몇 미터 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아란의 곁에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.&lt;br&gt; 저번에 본 채석이라는 아이는 아니다.&lt;br&gt; 아란이 그 남자와 다정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도, 미소를 지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발은 저절로 서버렸다.&lt;br&gt; 처음 보았을 땐 무작정 손을 낚아 채 데려오고 친구 앞에서 무례한 키스를 퍼붓기까지 했는 데 지금은 소중한 그녀를 그리 대할 맘도 대할 용기도 없다.&lt;br&gt; 하지만 잠시 동안 심장을 욱죄어 오는 통증은 사실이었다.&lt;br&gt; 지금은 가지 말라고 겁먹은 머리가 명령을 내린다.&lt;br&gt; 아란이 다른 남자와 얘기대화의 내용에 상관없이하는 모습만 보면 사라지는 자신감도, 언제 그녀가 그를 버리고 행실 좋고 반듯한 사람을 찾아 가버릴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었다.&lt;br&gt; 조심스러웠다.&lt;br&gt; 화를 낸다기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음을 알았던 듯 그 모습은 그리 오래 눈에 비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손짓을 해가며 대화 를 주고받던 남자가 목례를 하고는 사라진다.&lt;br&gt; 마찬가지 방법으로 인사를 받은 아란이 몸을 나무 그늘의 기둥에 기대며 이내 입 을 가리고 하품을 한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무심코 돌린 시야에 제후의 모습이 들어오자 아란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부른다.&lt;br&gt; 아까와는 다르게 서두르지 않는 보폭으로 제후는 아란에게 걸어갔다.&lt;br&gt; 오래 기다렸어? 이제 6시 20분밖에 안 됐는데요, 뭘.&lt;br&gt; 아란이 손목을 올렸다 내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오해하지 않도록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.&lt;br&gt; 오면서 보니까 누구랑 얘기하고 있던데 그 사람 누구야? 아, 봤어요? 여자 친구가 우리 학교 학생인데 처음 와서 길을 모른다고 그러잖아요.&lt;br&gt; 그럼 그렇지.&lt;br&gt; 설마 별다른 일이야 있겠어.&lt;br&gt; 다른 말은 안 했고? 에? 아아니, 이상한 추파 같은 거 던지지는 않았냐고.&lt;br&gt; 어휴, 이 병신! http://anythe.com/blog 이상한 걸 물어본 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말은 왜 더듬는 거야.&lt;br&gt; 제후는 속 으로 수도 없이 제 머리를 쥐어박았다.&lt;br&gt; 그건 왜 물어보는 데요? 불현듯 민망해진 표정의 제후와 눈을 맞추던 아란이 눈을 깜박깜박 하더니 고개를 젓는다.&lt;br&gt; 그가 난감해하며 말을 더듬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너넌 내가 다른 여자랑 얘기하고 있으면 좋냐? 이런! 예, 아니오의 단답형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.&lt;br&gt; 그거야 당연히 그럼 됐어, 더 물어보지 마! 북 치고 장구치고 저 혼자 괜히 성질을 부리더니 제후는 혼자서 씩씩 걸어가 버린다.&lt;br&gt; 아란 이 졸졸 뒤를 따라온다.&lt;br&gt; 오빠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? 없었어.&lt;br&gt; 근데 왜 나한테 화내요? 화 안 냈어! 그러니까 자꾸 토 달지 마! 하지만 지금 화내고 있잖아요.&lt;br&gt; 서운함이 실린 음성과 함께 뒤를 따라오던 기척이 멎었다.&lt;br&gt; 제후가 뒤를 돌아보자 아란은 머 쓱한 팔을 쓸어내리며 서 있었다.&lt;br&gt; 상처받은 얼굴이었다.&lt;br&gt; 굳이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큰 눈에선 금방이라도 떼구르르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고여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 다시 제후의 상태를 확인시켜주었다.&lt;br&gt; 오빠 화내고 있다구요.&lt;br&gt; 한숨이 나온다.&lt;br&gt; 왜 소중히 여긴다면서, 좋아한다면서 난 왜 꼭 번번이 저 아일 울리고 마는 걸까.&lt;br&gt; 이제는 정말로 사랑인데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는 그녀였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마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착각에 재 빨리 손을 내밀어 아란의 팔을 잡았다.&lt;br&gt; 미안해.&lt;br&gt; 됐어요.&lt;br&gt; 사실은 그게그래! 리포트 쓰다가 나왔거든.&lt;br&gt; 모레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출하라고 교수가 닦달을 해서 아마 그것 때문에 신경이 좀 예민해져 있었나 보다.&lt;br&gt; 알았어요.&lt;br&gt; 아란은 잡히지 않은 쪽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.&lt;br&gt; 그럼 바쁘다고 얘기하지 뭐하러 나왔어요.&lt;br&gt; 나 혼자서도 집에 갈 수 있는데.&lt;br&gt; 관심도 없었던 리포트가 도움을 줬다.&lt;br&gt; 제후는 그의 말에는 의심을 할 줄 모르는 아란과 300 페이지 분량의 전공서적을 탐독하고 사흘 만에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교수에게 감사했다.&lt;br&gt; 너 어린애잖아.&lt;br&gt; 나 없으면 안 되는.&lt;br&gt; 새록 고이는 웃음에 비로소 마음을 놓고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.&lt;br&gt; 울었으니까 배고플 거 아냐? 손가락 사이로 빈틈이 채워졌다.&lt;br&gt; 조금 걷다 돌아보는 그의 웃음에 그녀도 붉은 눈을 하고 웃었다.&lt;br&gt; 그것가지고 양이 차? 제후가 보기엔 먹는 것 같지도 않았다.&lt;br&gt; 저녁 사준다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데리고 왔더니 아 란은 샐러드에만 손을 대고 식사를 끝낸다.&lt;br&gt; 배불러요.&lt;br&gt; 봐요.&lt;br&gt; 아란이 손을 펴서 조금도 나오지 않은 아랫배를 톡톡 친다.&lt;br&gt; 그래도 이거 먹고 내일 아침까지 버텨야 되잖아.&lt;br&gt; 정말 배 안 고프겠어? 먹는 걸로는 그렇게 욕심 안 나요.&lt;br&gt; 나중에 우리 아이 가졌을 때도 그럴까봐 겁난다, 야.&lt;br&gt; 애기가 뱃속에서 뭘 먹고 크겠냐? 그거야 모르죠, 그 때 가면 곰탕에 두 그릇씩 밥 말아먹을지.&lt;br&gt; 투덜대는 제후를 아란은 쳐다보며 웃는다.&lt;br&gt; 제후가 먹다 말고 고개를 든다.&lt;br&gt; 왜? 아뇨.&lt;br&gt; 그냥 오빠가 나랑 애기 낳을 때까지 살아줄 생각 하고 있는 게 신기해서요.&lt;br&gt; 아이 오빠 닮으면 예쁠 거에요, 그죠? 아란의 말을 들은 제후가 얼굴을 굳혔다.&lt;br&gt; 살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거지.&lt;br&gt; 부부는 동등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니까.&lt;br&gt; 명문 S대의 학벌과 국내 건설회사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의 딸, 귀족적이고 아름다운 외모.&lt;br&gt;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도 제후에 대해서는 항상 자기를 낮추어 보는 아란 이다.&lt;br&gt; 자격지심이 아니라 아직 그의 마음을 모르기에 저러는 것이다 이해는 하면서도 제후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거슬린다.&lt;br&gt; 네가 나에 비해 뭐가 부족한데.&lt;br&gt; 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계약 따윈 이제 신경도 안 쓰고 있어.&lt;br&gt; 그러니 네가 나에 대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일, 없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오빠는 사랑해 본 적 있어요? 조건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만 생각하면 자신이 형편없어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뭔지 알 수 있어요? 내가 뭐?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아니에요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24/tistory/2009/12/26/03/50/4b350988dd3e5 &gt;&lt;br&gt;&lt;br&gt;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아? 사람 궁금하게.&lt;br&gt; http://aye.daumkor.co.kr 있잖아요, 나 오늘 술 마시고 싶은데.&lt;br&gt; 심드렁하던 제후의 눈동자가 반짝, 놀란다.&lt;br&gt; 아란은 종업원이 접시들을 치운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말했다.&lt;br&gt; 오빠는 운전해야 되니까 관두고 나 마시는 거만 봐주면 안 돼요? 나 참.&lt;br&gt; 마시려면 같이 마셔야지.&lt;br&gt; 취하면 호텔 찾아서 하루 자면 되잖아.&lt;br&gt; 레스토랑을 나온 두 사람은 제후가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들른다는 호프집을 찾았 다.&lt;br&gt; 8시가 갓 넘은 초저녁인데도 단골들이 많아 벌써부터 시끌시끌했다.&lt;br&gt; 어렵사리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.&lt;br&gt; 뭐 마실래? 오빠가 정해요.&lt;br&gt; 난 아무 거나 상관없으니까.&lt;br&gt; 아란이 순진한 얼굴로 양 팔을 뻗어 소파를 짚고 다리를 모아 앉는다.&lt;br&gt; 투명한 유리 테이블 아래로 허벅지가 반은 보이는 미니스커트가 골반에서부터 아슬아슬하게 감고 있다.&lt;br&gt; 그러고 보니 내내 핸드백으로 허벅지를 가리고 있던 게 생각이 났다.&lt;br&gt; 비트 강한 댄스 음악 때문인지 어슴푸레 얼굴에 빛을 드리우는 조명 때문인지 늘 대하는 그 녀임에도 제후는 가슴이 떨린다.&lt;br&gt; 조금만 옆으로 가 봐.&lt;br&gt; 파트너가 있음에도 아란을 힐끔대는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영 못마땅했다.&lt;br&gt; 저 자식들, 감히 누구 걸 넘보는 거야? 왜요? 우리가 남이냐? 같이 앉게.&lt;br&gt; 아란이 안으로 물러 들어갔다.&lt;br&gt; 제후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안아 자 기 쪽으로 돌린다.&lt;br&gt; 저항도 않는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향이 녹아 입 안에서 뒤엉킨다.&lt;br&gt; 아란을 훔쳐보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하려던 것이었지만 애초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촉촉하고 도톰한 입술의 감촉에 취해버리는 제후였다.&lt;br&gt; 키스가 깊어지면서 아란이 반응을 보였다.&lt;br&gt; 팔을 제후의 목에 감고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.&lt;br&gt; 등줄기의 움푹 파인 부분을 제후의 손가락이 훑자 아란은 허리를 휘면서 몸을 바짝 갖다 붙인다.&lt;br&gt; 자잠깐만요, 오빠.&lt;br&gt; 등이 푹신한 소파에 닿기 직전에 아란이 제후를 떠민다.&lt;br&gt; 사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젠장, 뭐가? 입맛을 다시며 제후는 아란에게 기울였던 몸을 세워 주위를 둘러보았다.&lt;br&gt; 그녀의 말처럼 이 게 웬 떡이냐 쳐다보는 눈들이 많았다.&lt;br&gt; 언제 웨이터가 다녀갔는지도 모르게 세팅 된 테이블과, 처음에는 수북하게 올라왔을 맥주 거품의 얇은 층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바보 씹탱이들.&lt;br&gt; 남 연애하는 거 처음 보나.&lt;br&gt; 상황의 진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다가 제후는 마지못해 아란을 품에서 놓아주었다.&lt;br&gt; 그녀 는 부끄러운 눈빛이었지만 창피해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옷매무새를 바로 하며 앉는다.&lt;br&gt; 잘못 했어.&lt;br&gt; 제후는 1700㏄ 용량의 차가운 맥주를 작은 잔에 따라 마시고 입술에 묻은 거품을 혀로 쓰 윽, 핥아냈다.&lt;br&gt; 첨부터 호텔로 가는 건데 잘못했어.&lt;br&gt; 거기 가서 둘이 신나게 즐기는 건데.&lt;br&gt; 다른 데로 갈까요? 아란이 온기가 느껴지는 손을 제후의 무릎에 얹었다.&lt;br&gt; 자그마한 압박감에 제후가 마시던 잔 을 놓고 이게 무슨 뜻이냐는 듯 그녀를 쳐다본다.&lt;br&gt; 하다만 거 계속 하고 싶지 않아요? 말귀를 알아들은 제후가 금세 쿡, 웃었다.&lt;br&gt; 살다보니 요조숙녀 은 아란의 입에서 먼저 그걸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도 있구나 싶었다.&lt;br&gt; 좋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.&lt;br&gt; 경험자답게,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인간의 짧고 비밀 스런 사랑을 나누려면 어디가 좋은지는 숙지하고 있었다.&lt;br&gt; 형, 나 거기 좀 쓸게.&lt;br&gt;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눈짓을 하고 제후는 아란을 데리고 좁은 문을 나와 2층으로 올라 갔다.&lt;br&gt; 작은 문이 있었다.&lt;br&gt; 제후가 손잡이를 돌리고는 아란을 들어가게 했다.&lt;br&gt; 잠만 자는 곳인지 가구 하나 형광등 하나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.&lt;br&gt; 키 높은 창문으로 흘러들 어오는 달빛이 야트막한 침대를 비추는 곳이었다.&lt;br&gt; 달칵.&lt;br&gt; 등 뒤로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.&lt;br&gt;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.&lt;br&gt; 오늘 처음 만난 여자와 남자가 http://toos.me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밀애(密愛)의 장소를 찾은 것처럼 아 란과 제후는 잠시 눈을 맞춘다.&lt;br&gt; 그가 다가온다.&lt;br&gt; 붙잡히는 시선 속에서 천천히 긴장이 고조된다.&lt;br&gt; 제후의 팔이 허리를 감싸오자 아란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본다.&lt;br&gt; 하얀 손가락이 제후의 뺨을 스치고 머리칼을 만지다가 목젖을 스친다.&lt;br&gt; 붉은 입술이 탐스럽다.&lt;br&gt; 늘 품 안에서 익숙했던 향기가 어색하게 코를 스치고 떨리는 손가락의 감촉 아래로 부드러 운 피부는 사르르 밀려난다.&lt;br&gt; 음악소리가 귓가에서 웽웽 멀어져가고 맞닿은 심장소리는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.&lt;br&gt; 한껏 달아오른 숨결이 하나가 된 몸을 얽어 묶는다.&lt;br&gt; 뱅그르르 천장이 맴을 돈다.&lt;br&gt; 젖은 숨소리가 방 안을 메운다.&lt;br&gt; 절정의 신음소리가 공중에 부딪치고 야릇한 고통과 쾌감이 뿜어져 나온다.&lt;br&gt; 무저갱(無底坑)의 암흑까지 떨어졌다가 천국의 광명에까지 이른다.&lt;br&gt; 생명과 생명이 만나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들어맞은 그것은 사랑을 잉태한다.&lt;br&gt; 꿈인 듯 환상인 듯 시간이 멈춘다.&lt;br&gt; 앞으론 종종 술 마시러 와야 되겠는 걸.&lt;br&gt;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후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한바탕의 격렬한 운동(!)으로 땀을 빼고 난 다음에 마시는 맥주 맛은 더없이 좋았다.&lt;br&gt; 언제는 호텔 가서 둘이 즐기자면서요.&lt;br&gt; 제후가 쳐다보자 아란이 얼른 눈을 돌리고 입을 다문다.&lt;br&gt; 그녀의 하얀 목에 남은 키스마크가 조금 전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그래서 좋았다는 거야, 싫었다는 거야? 흔하지 않은 아란의 새침한 눈빛에 제후가 운전을 하면서 웃었다.&lt;br&gt; 앵 토라지는 입술이 귀엽 기만 했다.&lt;br&gt; 뭐나쁘지는 않았어요.&lt;br&gt; 차마 대답을 못하겠는지 미적미적, 말을 돌리지만 선수답게 제후는 속뜻을 낚아 채 낸다.&lt;br&gt; 괜찮았으면 집에 가서 한 번 더 할까? 카메라를 샀다.&lt;br&gt; 원하면 바로 찍어서 즉석에서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c2/73/baek6217/folder/208/img_208_1584_4?1261913027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웨딩 앨범 말고는 볼 만 한 사진을 채워 둔 앨범 하나 없다는 게 제후의 이유였지만 빛나는 두근거림으로 자리해가는 아란의 모습을 잃어버리기는 너무 아까워서 그랬다.&lt;br&gt; 제후는 자석이 달린 예쁜 팬시 제품을 사다가 냉장고에 사진을 붙여 놓기 시작했다.&lt;br&gt; 막 일 어나서 눈을 부비는 모습, 샤워를 하고 나와 젖은 머리를 터는 모습이며 놀이동산에서 재영과 놀아주는 모습 등, 제후의 손에 서는 카메라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.&lt;br&gt; 사진 찍는 걸 싫다고 손사래를 젓던 아란도 점차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다루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.&lt;br&gt; 한 번은 술을 마시고 들어와 퉁퉁 부은 제후의 얼굴을 몰래 찍었다가 냉장고에 붙여놓고 잠 이 깬 그에게 보여주면서 깔깔대기도 했다.&lt;br&gt; 길을 지나다 만난 귀여운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을 찍기도 했지만 그들 사진 속의 주인공은 거의 상대방이었다.&lt;br&gt; 사랑할 운명으로 만나게 된 것처럼 뒤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이었다.&lt;br&gt; 언제부터였을까.&lt;br&gt; 넌 언제부터 내 주위를 맴돌았을까.&lt;br&gt; 내가 모르던 시절의 넌 어떤 모습이었을까.&lt;br&gt; 어떤 http://toos.me 모습으로 나를 사랑했을까.&lt;br&gt;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제후는 아란을 더듬어 봤지만 어느 한 조각 기억 속에도 그녀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았다.&lt;br&gt; 아란은 가슴에 안고 다니는 전공서적을 치우고 교복을 입혀놓으면 여고생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풋풋한 인상의 소유자였다.&lt;br&gt; 화려한 옷과 세련된 화장으로 자신을 치장해 남자를 유혹할 줄도 몰랐고 마음에 드는 남자 에게 먼저 접근하는 여자들의 화끈함은 흉내 내지도 못했다.&lt;br&gt; 결혼 전, 그런 여자들만을 찾아 부담 없이 즐겨왔던 제후 쪽에서 보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도 당연했다.&lt;br&gt; 설사 그녀를 알았다 하더라도 처녀를 망가뜨린 성인무료동영상 책임을 떠맡을 걸 염려해서 거절했을 것이다.&lt;br&gt; 제후는 간혹 등 뒤를 맴도는 아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.&lt;br&gt;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곧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 못하고 외면하는 서글픈 눈빛을.&lt;br&gt; 아란아 난 너를 확인해 보고 싶다.&lt;br&gt; 내게 손 내민 나를 찾아올 용기를 내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너를 위해 심장을 송두리째 내어버린 내 사랑을 알아주길 원한다.&lt;br&gt; 오늘 집에 못 들어온다구요? 벌써 술에 취했는지 전화기 너머 제후의 목소리는 분명하지 않았다.&lt;br&gt;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7/tistory/2009/12/26/03/36/4b350630171c4 &gt;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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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항문섹스다운로드 하나뿐인 딸의 행복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그저 이 결혼을 통해 들어올 회사의 유익과, 눈엣 가시 같은 전처의 딸과 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던 그들은 제후의 입장에서도 좋아질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나중에 다른 세상에 태어나면 그 때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어요.&lt;br&gt; 아란은 오빠도 포함해서요, 란 말은 하지 못했다.&lt;br&gt; 사람 무안하게 톡톡 쏘긴 하지만 친오빠 같은 다정함으로 그녀를 지켜주는 사람 제후의 사랑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.&lt;br&gt; 이렇게 의지할 가슴과 어깨가 있는 것으로 감사하자고 늘 심장을 달래는 그녀였다.&lt;br&gt; 나를 귀찮아하지 않는 사람들 곁에서요.&lt;br&gt; 아란의 한숨을 제후는 키스로 막았다.&lt;br&gt; http://djjj.isuim.com 촉촉하고 아찔한 입술의 감촉을 겉에서만 느끼기가 아쉬워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넣고는 뜨거운 향기를 나눠 삼켰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걸며 몸을 붙였다.&lt;br&gt; 그의 손에 길들여진 몸은 키스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며 떨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손이 아란의 등 뒤로 가 실크 원피스의 지퍼를 내렸다.&lt;br&gt; 가냘픈 허리를 따라 원피스 가 아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제후도 옷을 벗어던졌다.&lt;br&gt; 여행 얘기만 하고 내려갈 참이었는데 불이 붙자 멈출 수가 없었다.&lt;br&gt; 여느 때처럼 아란은 순결한 나신으로 제후를 받아들였다.&lt;br&gt;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거 친 움직임과 손길을 힘겨워하면서도 순종했다.&lt;br&gt; 제후는 녹초가 되도록 아란을 안고 또 안았다.&lt;br&gt; 미친 사람처럼 아란의 몸속에서 권 제후의 소유를 확인했다.&lt;br&gt; 그는 어느 샌가 그녀가 아니면 쾌락을 느낄 수 없는 남자로 길들여져 있었다.&lt;br&gt; 애 데리고 올라가서 뭘 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니? 손님들 오시는데 나와서 좀 맞지 않 고.&lt;br&gt; 누르면 붉은 물이 떨어질 것 같은 아란의 뺨과 제후의 옷자락을 쥐며 등 뒤로 숨는 그녀의 행동이 위에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권 회장 내외는 짐짓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.&lt;br&gt; 손님들이야 할아버지 만나러 왔지, 저 보러 왔어요? 사돈어른들이 오셨단다.&lt;br&gt;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니? 제후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.&lt;br&gt; 새어머니와 대면해야한다는 말에 핏기가 가시는 아란의 안색 을 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에서 싫다는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 어디 계시는데요? 옷을 쥔 아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.&lt;br&gt; 그녀는 제후의 등으로 바짝 몸을 붙였다.&lt;br&gt; 희미하게 떨 리는 작은 어깨가 안쓰러워서 제후는 견딜 수 없었다.&lt;br&gt; 권 회장이 손가락으로 귀한 손님이 아니면 모시지 않는 방을 가리켰다.&lt;br&gt;다른 손님들과 따 로 모셨다.&lt;br&gt; 매무새 가다듬고 들어가서 인사 여쭙고 나오거라.&lt;br&gt; 제후도 피하고 싶었다.&lt;br&gt; 가능하다면 평소에도 잘 지내냐는 전화 한 통 없는 부모 같지도 않 은 사람들과 아란을 대면시키는 이 상황을 그녀에게서 가려주고 싶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제후가 머뭇거리자 권 회장의 눈이 아란을 향했다.&lt;br&gt; 어서 들어가서 인사 드리거라.&lt;br&gt; 결혼하고 나선 처음인데 무척 보고 싶었을 것 아니냐.&lt;br&gt; 제후는 사정도 모르고 아란을 몰아다 붙이는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.&lt;br&gt; 그렇다고 보는 눈, 듣는 귀 많은 이 자리에서 사실을 얘기할 수도, 경거망동을 저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7e/14/bmwno1000/folder/3/img_3_1052_8?1261913501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누나! 그 때 어디선가 남자아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아란의 다리에 매달려 얼굴을 비비댔다.&lt;br&gt; 아란이 몸을 굽히더니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 올렸다.&lt;br&gt; 이제 다섯 살이나 됐을까 누가 보면 엄마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녀를 빼닮은 꼬마였다.&lt;br&gt; http://etoo.ucckor.co.kr  누구야? 내 동생 재영이요.&lt;br&gt; 결혼식 때 안 봤었어요? 하지만 아란이 넌외동딸이잖아, 라고 말하려다가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아마도 이 아 이는 새어머니에게서 난 의붓동생일 것이다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 누구야? 아저씨? 제후는 맹랑한 꼬마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.&lt;br&gt; 아란이 웃으며 동생의 말을 정정했다.&lt;br&gt; 재영아, 아저씨가 아니라 매형이야.&lt;br&gt; 누나랑 결혼한 사람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랑 결혼했어? 엄마랑 아빠처럼 같이 사는 거야? 아빠라기보다는 차라리 할아버지가 낫겠다.&lt;br&gt; 제후는 획, 팔짱을 끼며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 다.&lt;br&gt; 그럼 아기는 어디 있어? 결혼하면 엄마 아빠처럼 아기도 낳는 거잖아.&lt;br&gt; 재영이 동생 어디 있어? 덕분에 아란의 긴장이 덜어지긴 했지만 누나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 처남이 마음에 들지 않 는 제후였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목에 목도리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팔을 풀려는 찰나, 손님 방 문이 열리더 니 그녀의 부모님이 나왔다.&lt;br&gt; 아이를 어르고 있던 아란이 새어머니를 보고는 동생을 거실바닥에 내려놓았다.&lt;br&gt; 엄마한테 갈래, 재영아? 누나는 어디 가야 되거든.&lt;br&gt; 웅웅, 싫어.&lt;br&gt; 누나도 같이 집에 가.&lt;br&gt; 응? 재영아, 이리 온.&lt;br&gt; 저 낳아준 엄마가 부르는데도 재영은 누나에게만 매달려 징징거렸다.&lt;br&gt; 제후가 발을 공중으로 동동대는 아이를 떼어다 엄마에게 안겨주었다.&lt;br&gt; 고마워, 권 서방.&lt;br&gt; 그리고 너도 오랜만이구나.&lt;br&gt; 잘 지냈니? 새어머니의 마지못한 눈길이 아란에게 닿았다.&lt;br&gt; 염려했던 거와 달리 아란은 떨지도 않고 말 을 받았다.&lt;br&gt; 걱정해주신 덕분에요.&lt;br&gt; 아버지도 건강하시죠? 나야 늘 잘 있지.&lt;br&gt; 이 사람이 잘 http://yes1.net  챙겨주니까.&lt;br&gt; 아내의 어깨를 안으며 다정스레 대답하는 아란의 아버지를 보면서 제후는 역겨움마저 일었 다.&lt;br&gt; 당연히 그러시겠죠.&lt;br&gt; 힘들게 재혼하셨는데 오죽 하시겠어요? 삐딱한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.&lt;br&gt; 아란이 그러지 말라는 듯 제후의 팔을 잡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을 뿐 더러 제후도 그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.&lt;br&gt; 너무 사이가 좋아서 딸이 어떻게 사는지는 궁금하시지도 않나 봐요.&lt;br&gt; 저희 결혼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전화 한 통도 안 하시고 말입니다.&lt;br&gt; 저도 부러울 정도라니까요.&lt;br&gt; 농담 속에 드러나는 가시.&lt;br&gt; 은 사장 내외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흐려지는 것을 보며 권 회장 이 나섰다.&lt;br&gt; 제후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? 할아버진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히나 계세요, 소리가 이 사이에서 걸렸다가 목으로 넘어갔 다.&lt;br&gt; 제후는 조롱기를 입가에 걸었다.&lt;br&gt;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.&lt;br&gt; 하지만 없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뭘 잘못했는지 전 모르겠 는데요.&lt;br&gt; 제후야! 마침내 권 회장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제후가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오히 려 건방진 눈동자 속에 두 사람을 가두어 노려볼 뿐이었다.&lt;br&gt; 당신들도 깨달아야 돼.&lt;br&gt;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, 때늦은 사랑 놀음으로 무시당해 내쳐진 자식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당신들도 알아야 돼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그럼 천천히 놀다 가세요.&lt;br&gt; 저희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하거든요.&lt;br&gt; 얼굴 풀어.&lt;br&gt;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?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아란은 내내 불안한 얼굴이었다.&lt;br&gt; 너도, 지금 내가 너무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?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고?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해서 그래요.&lt;br&gt; 오빠도 괜히 저 때문에 은 아란.&lt;br&gt;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던 제후가 무서운 얼굴로 아란을 돌아보았다.&lt;br&gt; 말해두는 데 너하고는 상관없이 내가 한 말이야.&lt;br&gt;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대하는 그 분들 태도에 내가 기분이 나빠서 한 마디 한 거라고.&lt;br&gt; 알았어? 아란이 눈길을 돌리면서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기분 잡치게 그런 얼굴도 하지 말고.&lt;br&gt; 이래서야 둘이 여행 가는 기분도 안 나잖아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안 그럴게요.&lt;br&gt; 이러니 당하고만 살았지.&lt;br&gt; 제후는 침을 꿀꺽 삼키고 http://daumeing.net  화를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은 아란, 너 여기서 조금만 나빠지면 안 되겠냐? 까짓 망신 한 번 준 거 가지고 마음 쓰 지 마.&lt;br&gt; 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기나 할 거 같아? 사실은 아란이 입술을 오물거렸다.&lt;br&gt; 사실은 저도 속이 시원했어요.&lt;br&gt; 오빠가 그 말 안 했으면 내가 했을지도 몰라요.&lt;br&gt; 다만 오빠 가 할아버지 눈에 나는 건 아닐까, 사람들이 오빠 나쁘게 보면 어쩌나 그게 걱정됐어요.&lt;br&gt; 제후가 피식, 코웃음을 쳤다.&lt;br&gt;거기 온 손님 중에 나 그렇고 그런 놈인 거 모르는 사람 없 어.&lt;br&gt; 그래도 나 때문에 오빠 나쁘게 보이는 거 싫어요.&lt;br&gt; 정말로요.&lt;br&gt; 네 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기지 않는데 왜 네 눈엔 내가 안 보이는 걸까.&lt;br&gt; 제후는 속 이 쓰렸다.&lt;br&gt; 그만해라.&lt;br&gt; 빼도 박도 못할 말 가지고 가타부타 떠드는 거, 머리 아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17/tistory/2009/12/26/04/02/4b350c4623ed3 &gt;&lt;br&gt;&lt;br&gt; 제후는 몸을 의자에 묻으면서 눈을 감았다.&lt;br&gt; 그를 가만, 쳐다보는 아란의 시선과 이내 고개를 돌리는 나즈막한 한숨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했다.&lt;br&gt; 기대하게 만들지 마.&lt;br&gt; 네 착한 눈빛을 마주하는 게 얼마나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 알아? 사랑은 느낄수록 괴로웠다.&lt;br&gt; 낯설고 힘들었다.&lt;br&gt;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호텔에서 보낸 VIP 전용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들어갔다.&lt;br&gt; 우와~예쁘다!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객실에 짐을 풀자마자 아란은 곧장 발코니로 뛰어나갔다.&lt;br&gt; 그러더니 인어공주가 되어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할 것처럼 난간을 손으로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.&lt;br&gt; 여기 진짜 마음에 들어요.&lt;br&gt;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감사하는 말씀 꼭 드려야겠어요.&lt;br&gt; 할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입었던 답답한 정장 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제후는 대답했다.&lt;br&gt; 그러던지.&lt;br&gt; 직접 마중을 나온 지배인의 말에 따르면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방이라고 했다.&lt;br&gt; 이틀을 머무는 데 190만원이고 사흘에 26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형의 허니문 패키지용 객실이란다.&lt;br&gt; 얼른 옷 갈아입어.&lt;br&gt; 바다 보고 싶다며.&lt;br&gt; 조금만 더 보구요.&lt;br&gt; 제후가 니트 셔츠에 청바지로 갈아입을 동안까지 아란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 음속에 불쑥 짓궂은 장난기가 돌았다.&lt;br&gt; 아쉬워하며 허리를 바로세우는 아란의 등에 제후의 가슴이 닿았다.&lt;br&gt; 그만 보고 가자니까.&lt;br&gt; 제후는 두 팔로 각각 아란의 어깨와 허리를 둘러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.&lt;br&gt; 아니면,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그냥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까? 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싫다.&lt;br&gt; 넌 내가 마법을 풀어줄 때만 살아 숨을 쉬는 인형이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그그치만 아까 집에서두 거긴 거기고 호텔에서 하는 건 처음이잖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목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를 헤치면서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물었다.&lt;br&gt; 불그스 름한 입술자욱과 고른 치흔(齒痕)이 남았다.&lt;br&gt; 게다가 우린 부부고어디에서도 거리낄 게 없어야 한다고.&lt;br&gt; 아란의 귓불을 깨물며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허리를 안았던 손이 내려가 스커트를 밀어올리고 매 끈한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.&lt;br&gt; http://pkc.mainucc.me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.&lt;br&gt; 자어떻게 할까? 밖으로 나가서 멍청한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줄까, 아니면 이 곳에 서 갑자기 돌아선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감으며 입술을 맞댔다.&lt;br&gt; 등 뒤로 파닥이며 스커트를 들추는 바람만큼이나 그녀의 행동은 대담했다.&lt;br&gt; 아란이 입술을 떼었다.&lt;br&gt; 원해요.&lt;br&gt; 해요.&lt;br&gt; 한 음절이 숨어 나왔지만 제후는 그 말이 허락의 뜻임을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요정들의 눈물처럼 수정이 되어 떨어질 듯 잔잔한 물기가 아란의 눈에 고인다.&lt;br&gt; 아란아 그의 뺨을 쓸어내리는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나 겁쟁이야.&lt;br&gt; 나 너 데리고 도망 온 거야.&lt;br&gt; 밑도 끝도 없이 퍼 올리는 말이었다.&lt;br&gt; 어둠에 깊이를 감춘 우물에서 처음 두레박으로 퍼 올 린 맑은 물이었다.&lt;br&gt; 사실은 내가 오빠.&lt;br&gt; 제후의 팔 안에서 아란의 허리가 휘어지며 다가갔다.&lt;br&gt; 코끝이 부딪치는 거리에서 아란은 제 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.&lt;br&gt; 그 말 꼭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면, 하고 나서 오빠 마음 상하게 할 말이라면 하지 마요.&lt;br&gt; 사람들 떠나서 둘이 있는 거잖아요.&lt;br&gt; 그러니 아무 생각 하지 마요.&lt;br&gt; 여행 왔으니까 좋은 기억만 만들어요.&lt;br&gt; 아무도 끼워주지 말고 그냥 우리 생각만 하면서 지내요, 네? 그녀가 말하는‘우리’는 특별하게 들린다.&lt;br&gt; 너는 너, 나는 나가 아닌 우리.&lt;br&gt; 그런데 그 우리 사이에 누가 끼어들면 어떻게 하지? 하나도 아닌 둘.&lt;br&gt; 너를 좋아하는 사람,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가 널 영원히 차지할 수 있는 걸 막아버리 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? 너 좋아하 바로 그 때 제후의 핸드폰이 주인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긴장이 푹 수그러드는 걸 느끼면서 아 란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고 거실로 들어갔다.&lt;br&gt; 여보세요? 제후, 네 이 녀석! 할아버지셨다.&lt;br&gt; 제후는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알았어요, 알았어.&lt;br&gt; 제가 잘못했어요.&lt;br&gt; 이제 됐죠?! 제후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.&lt;br&gt; 그리고 아예 핸드폰의 배터리를 뽑아 버렸다.&lt;br&gt; 오빠아란은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.&lt;br&gt;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래.&lt;br&gt; 돌아가면 틀림없이 배로 혼나겠지만 아무도 너한테 뭐라 안 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.&lt;br&gt; 아란이 고개를 저었다.&lt;br&gt; 부부는 일심동체랬어요.&lt;br&gt; 오빠가 잘못한 건 내가 잘못한 거고 난, 오빠가 할아버지한테 혼 나는 거 싫어요.&lt;br&gt; 그래? 제후는 웃는 듯 마는 듯 입가를 찡그렸다.&lt;br&gt;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에 대해 ‘우리’를 강조하는 아란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.&lt;br&gt; 나중에 할아버지가 부르시면 저도 데리고 가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줄게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줘? 어감이 재미있었다.&lt;br&gt; 마지못한 미소는 진심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.&lt;br&gt; 하긴.&lt;br&gt;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 예뻐하시니까 너 데리고 가면 야단은 덜 맞겠다.&lt;br&gt;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미소가 제후를 따라 아란의 얼굴에 고였다.&lt;br&gt; 그저 바 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웃고 있으면 온 세상이 빛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http://naei.net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.&lt;br&gt;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아냐? 그건 다 권 제후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야.&lt;br&gt;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먼 손가락으로 가리킨 그를 보고 승원과 미진이 했던 말이었다.&lt;br&gt; 무표정한 얼굴을 녹여보고자 웬만한 미모를 갖춘 여자들이 줄줄이 덤벼들었지만 마음을 얻고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했다.&lt;br&gt; 떠난 사람이 여자가 먼저든 권 제후가 먼저든 그가 미련을 갖고 찾는 경우도 없다 했다.&lt;br&gt; 포기해.&lt;br&gt; 저 선배 맘 좀 뺏어보겠다고 설치다가 바보 된 애들 하나둘인 줄 아냐? 친구들의 만류에도 변함없던 절실한 외바라기에 하늘도 감동하셨는지 인연이 맺어졌고 심지 어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게까지 되었다.&lt;br&gt;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제후는 아란의 몸만은 좋아했다.&lt;br&gt; 진짜 속을 내비치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녀가 없으면 가끔 서운해 한다고 느꼈다.&lt;br&gt; 그리고 그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.&lt;br&gt; 바라만 보고 말도 못 걸던 옛날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을, 아란은 보내고 있었다.&lt;br&gt; 하지만 헤어지면? 나한테 싫증을 내고 계약을 끝내자고 말하면? 가슴에 싸한 통증이 찾아왔다.&lt;br&gt; 아란은 작은 콧소리 섞인 한숨을 쉬며 제후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안겼다.&lt;br&gt; 그리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시원한 향수냄새와 체취를 숨 속으로 담아 넣었다.&lt;br&gt; 언젠가 그가 떠날 때 언젠가 혼자 남겨질 때,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며 견딜 수 있도록.&lt;br&gt; 제주도로 밀월여행을 다녀온 다음부터 제후는 강의라든가 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32/tistory/2009/12/26/04/28/4b35126364a6f &gt;&lt;br&gt;&lt;br&gt;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할 때를 빼 고는 아란을 옆에 붙이고 다녔다.&lt;br&gt; 결혼을 빨리 해서 못해봤던 평범한 데이트도 했다.&lt;br&gt; 강의가 비는 시간 틈틈이 전화를 하고 기다리고 만나고, 아란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녔다.&lt;br&gt; 같이 술 마실 시간도 없냐는 친구들의 비아냥거림도 권 제후, 사람 달라졌다고 신기한 눈으 로 쳐다보는 여자들의 시선도 상관없었다.&lt;br&gt; 그저 그만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.&lt;br&gt; 권 제후가 만든 시간 속에서 권 제후를 생각하는 것으 로 아란의 머릿속을 채워주고 싶었다.&lt;br&gt; 오빠, 이거 봐요! 아란이 갑자기 제후의 팔을 잡으며 멈춰 섰다.&lt;br&gt; 학교 앞 분식점에서 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소화 시킬 겸 아이쇼핑을 하다가 쇼윈도에 걸린 목걸이가 예쁘다고 들른 보석 전문점 안이었다.&lt;br&gt; 크리스탈로 만든 거래요.&lt;br&gt; 너무 예쁘죠? 아란이 가리킨 것은 손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큐피드 상이었다.&lt;br&gt; 앙증맞은 날개를 달고 하 트가 달린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.&lt;br&gt; 사줄까? 카운터에 있던 여직원 중 하나가 쪼르르 달려오는 걸 보며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정말요?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안 될 게 뭐야.&lt;br&gt; 너나 나나 어차피 돈만 남아도는 집 자식들이잖아.&lt;br&gt; 내가 맘만 먹으면 이 http://alr.me 보석가게 전부를 사다가 안겨줄 수도 있다고.&lt;br&gt; 거드름을 피우는 제후의 말투에 아란이 웃는다.&lt;br&gt; 소리 없는 웃음에 그녀의 양 볼에는 깜찍한 볼우물이 진다.&lt;br&gt; 두 개였으면 좋겠는데 손때가 묻을까 조각상 아래 빌로드 천이 깔린 상자를 통째로 들고 있던 아란이 중얼거렸다.&lt;br&gt; 응? 이거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요.&lt;br&gt; 오빠하고 나하고 하나씩 나눠 갖게.&lt;br&gt; 짝 있어요, 손님.&lt;br&gt; 보여드릴까요? 옆에 있던 직원이 카운터로 따라 오란다.&lt;br&gt; 마음만 먹으면 이 보석가게 전부를 사서 안겨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던 까닭에 그녀의 태도는 굉장히 친절했다.&lt;br&gt; 여직원이 뭐라고 얘기를 하자 남자직원이 금고를 열더니 비슷한 크기의 상자를 꺼내고 뚜껑 을 연다.&lt;br&gt; 하트에 화살이 꽂힌 모양의 조각이 누워 있었다.&lt;br&gt; 예쁘다! 아란의 감탄사에 제후가 어깨를 으쓱, 했다.&lt;br&gt; 직원들과 주인의 낯에 화색이 떠오르는 걸 보니 꽤 값이 나가는 모양이었다.&lt;br&gt; 두 분 사귀는 사이세요? 귀족적인 고상함에 적당한 반항기가 돋보이는 근사한 외모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 였다.&lt;br&gt; 여자의 예쁘다는 말 한 마디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꺼내고 카드를 긁는, 성격 화끈한 남자 의 뒷모습을 보던 여직원 하나가 상자 두 개를 포장하며 말을 붙인다.&lt;br&gt; 남자친구가 아가씨한테 푹 빠져 있는 것 같던데 그래요? 아란은 가게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 제후를 창 너머로 쳐다보며 대답했다.&lt;br&gt; 가능성은 없었지만 듣기는 좋았다.&lt;br&gt; 이왕이면 커플링도 하지 그래요? 혼자 덜렁하니 우정 반지 같은 거 끼지 말고, 사귄지 오 래 된 사이면 웃고 있던 아란의 얼굴이 굳어버렸다.&lt;br&gt; 즐거워서 까닥거리던 손가락의 움직임도 투명한 유리 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저희, 부분데요.&lt;br&gt; 부부요? 그치만 남자 분은 반지를 끼고 있지 않던 손님의 달라진 표정을 보고 여직원은 입을 다물었지만 말은 뱉어진 다음이었다.&lt;br&gt;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비참함이었지만 아란은 막 포장이 끝난 상자를 들고 훌쩍 밖으로 나와 버렸다.&lt;br&gt; 더 듣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모르는 사람에게 계약에 묶인 부부라서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형식상의 관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약속.&lt;br&gt; 아란아! 담배를 태우며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던 제후는 그가 기다리는 것조차 잊은 듯 앞 을 지나쳐 황망히 걸음을 옮기는 아란을 보고 대충 통화를 마무리 하고 그녀에게 뛰어갔다.&lt;br&gt; 어디 가.&lt;br&gt; 오늘 할아버지 만나러 가기로 아란의 팔을 잡아 돌려세운 제후는 뜻밖에도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과 http://kccc.me/naver/3033.php 맞닥뜨린 순간 말 을 끝맺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.&lt;br&gt; 원망, 분노 하여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이었다.&lt;br&gt; 낼까요? 목이 메는 음성으로 아란은 제후를 쳐다봤다.&lt;br&gt; 그냥 우리 여기서 끝낼까요? 뭐? 할아버지 앞에서 오빠가 사 준 선물이라고 좋아하며 자랑하는 아란의 얼굴을 볼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제후의 낯이 구겨졌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라면 그냥 여기서 끝내자고요!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을 시간도 달래줄 틈도 없었다.&lt;br&gt; 하얀 얼굴 가득 눈물을 터트린 아란 은 그대로 뒤돌아서 뛰어가 버렸다.&lt;br&gt;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.&lt;br&gt; 아란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그만큼 당황스러웠다.&lt;br&gt; 바닥 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 올리며 제후는 아득한 불안함으로 심장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.&lt;br&gt; 죄죄송합니다, 손님.&lt;br&gt; 아까의 여직원이 옆에 서 있었다.&lt;br&gt; 제가 실수를 했어요.&lt;br&gt; 두 분이 결혼하신 줄도 모르고 그만 커플링이나 하는 게 어떻겠냐 고 커플링? 제후는 무심결에 왼손 약지를 내려다보았다.&lt;br&gt; 아란과는 달리 어떤 구속도 허용치 않을 것처 럼,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텅 비어 있는 그의 손가락을.&lt;br&gt; 직원이 알고 말했던 것도 아니고 제후의 고의도 아니었지만 비싼 선물을 덥석 안겨주고는 아란의 마음을 깔아뭉갠 꼴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진작에 끼고 다녔어야 했는데 쑥스러움에 미뤄두었던 일이 치부를 드러내 그녀가 망신을 당 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뭐야?! 당신 눈에는 그 비싼 반지가 고작 우정 반지로 보였단 말야? 죄죄송합니다.&lt;br&gt; 정말 죄송합니다.&lt;br&gt; 어떻게 보상을 해야 이 여자에겐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후는 화가 났다.&lt;br&gt; 아니 그보다, 바람이 팽팽했던 풍선이 터져버린 것 같은 아란의 눈동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.&lt;br&gt; 화를 냈다는 건 그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뜻인데 말이다.&lt;br&gt; 나한테 기대를 해? 그 남자가 아닌 나한테? 본가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었다.&lt;br&gt; 할아버지가 생신 때의 일에 대해 뭐라고 꾸중을 하셨는지 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제후는 집에 가면 아란의 화를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가만 고민하고 있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33/tistory/2009/12/26/04/29/4b35129daa77a &gt;&lt;br&gt;&lt;br&gt; 여자의 눈치를 보는 일이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라면 용기를 낼 수도 있는 제후였다.&lt;br&gt; 불안하진 않았다.&lt;br&gt; 어느 덧 심장을 내 준 사람이기에 그리고 문득 문득 기대를 갖게 만드는 아란의 행동에 대한 설레임이 가슴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.&lt;br&gt; 상한 속을 달래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라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건 아닌가 했지만 옥외 주차장에서 떨리는 맘으로 올려다 본 그들의 보금자리에는 불이 커져 있었다.&lt;br&gt; 저녁나절, 그렇게 아란과 헤어지고 내내 구겨져 있던 제후의 얼굴이 반가움으로 펴졌다.&lt;br&gt; 엘 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고작 3층 내려오는 http://naveryo.com/naver/377.php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.&lt;br&gt; 가쁜 호흡에 들먹이는 심장을 억누르며 벨을 누르려는 찰나 문이 먼저 열렸다.&lt;br&gt; 왔어요? 어응.&lt;br&gt; 아까 그러고 간 게 미안해선지 아란은 어색한 음성으로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래도 죄책감이 드는 건 아란이 아니라 제후 쪽이었다.&lt;br&gt; 집에는 언제 왔어? 온 지 한 시간쯤 됐어요.&lt;br&gt;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아란의 어깨에서 바람이 인다.&lt;br&gt; 그 모습을 보자 잠시나마 가졌던 제 후의 설레임은 구석으로 밀려난다.&lt;br&gt; 아까 그 말 왜 한 거야? 내던지는 말이 퉁명스러웠다.&lt;br&gt; 아란이 침실로 향하던 걸음을 멈춘다.&lt;br&gt; 말해두겠지만 우리 결혼 오빠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죠.&lt;br&gt; 아란이 말을 가로채며 뒤돌아섰다.&lt;br&gt; 내가 아쉬워서 매달린 결혼이니까 혼자였던 생활로 돌아간다고 해도 오빠는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거죠?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? ! 내 마음 같은 거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거죠? 내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받아들였는지 오빠한테는 아무 상관없는 거죠? 굵은 눈물방울이 아롱져 바닥으로 떨어진다.&lt;br&gt; 제후는 울컥하는 마음에 아란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.&lt;br&gt; 그러는 넌! 너만 아픈 게 아니란 말이다.&lt;br&gt;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로 두고 사는 나는 편한 줄 알아? 멀쩡한 줄 알아? 넌 뭘 그렇게 잘했는데? 날 다그칠 만큼 순결한 요조숙녀에 조강지처야? 겉으로는 나밖 에 모르는 여자처럼 하고 다녀도 막상 뒤로는 여우짓하고 다니는 지 어떻게 알아? 아니에요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 오빠밖에 없어요.&lt;br&gt; 왜 몰라요 꼭 말로만 해야 되는 거에요? 마음으로 날 봐줄 수는 없는 거에요?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악에 받친 한 마디가 아란의 입을 뚫고 터져 나왔다.&lt;br&gt;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 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제후의 눈빛이 주춤했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손을 뿌리쳤다.&lt;br&gt;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축하한다는 말 듣고 싶었어요.&lt;br&gt;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더 이상 비참해질래야 비참해질 수도 없었다.&lt;br&gt; 손으로 가리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 큼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 걸 느끼며 아란이 뛰쳐나간다.&lt;br&gt; 멍하니 서 있던 제후가 탕! 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.&lt;br&gt; 아아란아! 제후는 신발도 신지 않고 따라 나갔지만 아란은 보이지 않았다.&lt;br&gt; 두리번거리며 황급한 심정 으로 그녀를 찾는 그의 귀에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꺄아악! 사람이 다쳤어요, 누가 좀 도와줘요! 설마 하는 불안감에 심장이 내려앉으면서 소름이 돋았다.&lt;br&gt;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 서 제후는 여자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.&lt;br&gt; 계단이 있는 곳이었다.&lt;br&gt; 사람들이 그리로 모여들었다.&lt;br&gt; 이름도 모르는 이웃들을 헤치고 들어간 제후의 눈이 커졌다.&lt;br&gt; 아란아! 계단 아래,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분명 아란이었다.&lt;br&gt; 벗겨진 한 짝의 신 발이 계단 중간에 걸쳐져 있었다.&lt;br&gt; 아란아, 제발! 넋 나간 표정으로 아란을 안아든 제후가 창백해진 그녀의 뺨을 두드리다 말고 웅성대며 모 여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.&lt;br&gt; 뭣들 하는 거에요! 사람이 다쳤는데! 구급차, 누구 구급차 좀 불러줘요!! 가벼운 뇌진탕이라면서! 그거 말고는 다친 데도 없다면서 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? 방안이 다 쩌렁쩌렁 울렸다.&lt;br&gt; 의사 생활 25년에 http://naveryo.com/naver/2806.php 이렇게 막 되먹고 시끄러운 보호자는 처음 보겠다고 생각하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을 꺼냈다.&lt;br&gt; 자자, 일단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으십시오.&lt;br&gt; 그래야 저도 무슨 말씀을 드리던지 할 것 아 닙니까? 뒤에 서 있던 권 회장이 제후의 어깨를 두드렸다.&lt;br&gt; 노인의 자애로운 눈빛이 거친 감정에 휩 싸인 손자의 마음을 다독였다.&lt;br&gt;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환자분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.&lt;br&gt; 약간의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 은 것 외에는 이봐, 의사 선생!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? 뭔가 새로운 걸 얘기해 보라고! 나는 왜 아란이 가 깨어나지 못하는지에 묻고 있잖아! 제후야! 할아버지의 엄한 목소리에 제후는 억지로 숨을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문제는 환자분이 거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.&lt;br&gt; 무의식중에 깨어나는 걸 거부하는 것 같습 니다.&lt;br&gt; 뭔가 두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.&lt;br&gt; 그럼 어떻게 해야 지금으로썬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.&lt;br&gt; 어떤 확약도 드릴 수가 의사가 말끝을 줄였다.&lt;br&gt; 제후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.&lt;br&gt; 구급대에 실려 온지 벌써 사흘 밤낮을 넘겼는데 아란은 죽은 듯이 잠만 잘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.&lt;br&gt; 죽은 듯이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 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 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무너졌다.&lt;br&gt; 이대로 영원한 잠에 들어 깨어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, 다시는 아란의 맑은 웃음을 볼 수 없 는 건 아닌가 방정맞은 생각들이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머릿속을 오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지친 발을 끌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깊은 잠에 든 아란의 얼굴은 평온해보였지만 그와 함께 하는 일상이 두려워 일어나지 못한 다는 말에 제후의 가슴은 핏빛 멍울이 지고 몇 톤짜리 돌을 얹은 것 마냥 무거웠다.&lt;br&gt; 다가가 의자를 끌어다놓고 앉았다.&lt;br&gt;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대고 눈을 감았 다.&lt;br&gt; 눈물 한 줄기가 제후의 뺨을 타고 흘렀다.&lt;br&gt; 아직은 아직은 아니잖아.&lt;br&gt; 나한테 실망하고 화나더라도 내가 철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참아주라.&lt;br&gt; 부부란 원래 그런 거 잖아.&lt;br&gt; 나란 놈한테 실망해서 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널 채웠다고 해도 이런 모습이 마지막이면 안 되는 거잖아.&lt;br&gt; 아란아 내 목소리 들리면 좀 일어나봐.&lt;br&gt; 내 마음 알기 http://djjj.isuim.com 전까지는 멀리 가지마.&lt;br&gt; 나 놔두고 혼자 먼 데로 떠나지마.&lt;br&gt; 다시 그녀 없는 시간이 흘렀다.&lt;br&gt; 네 번의 낮과 밤이 일상을 만들며 지나갔다.&lt;br&gt; 학교에는 가야 된다는 할아버지의 엄명에 따르 긴 했지만 제후는 아란의 간호를 맡은 사람이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 이었다.&lt;br&gt; 강의가 끝나면 끼니를 챙길 틈도 없 이 달려오곤 했다.&lt;br&gt; 제 에미 애비가 죽은 후로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중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권 회장은 손 자며느리가 걱정되면서도 아란에게 몰두하는 제후의 모습을 다행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았다.&lt;br&gt; 제후는 남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생일에 아란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모르는 척 했던 것도 손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였다.&lt;br&gt; 아란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쉴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마음이 안식처를 찾았다는 걸 말이다.&lt;br&gt; 이제 미움 받는 역할은 그만해도 될 것 같군.&lt;br&gt; 그동안 수고했네.&lt;br&gt; 어느 날 새벽인가 아란을 간호하다 곁에 엎드려 잠이 든 제후를 보며 권 회장은 병실을 나 와 밖에서 문병 차, 들렀던 공범에게 말했다.&lt;br&gt; 그 녀석이 미처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처음부터 좋아했을 걸요.&lt;br&gt; 민준이 미소로 답했다.&lt;br&gt; 그런데 언제쯤 말해주는 게 좋을까요? 이번 일도 있고 두 사람 다, 슬슬 진실을 알 때도 된 것 같은데.&lt;br&gt; 내버려 두게.&lt;br&gt;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제 3자보다 서로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제일 행복할 테니까.&lt;br&gt; 제후가 마음을 숨기는 바보짓만 하지 않는다면요.&lt;br&gt; 그 때 낮은 굽의 샌들을 신고 복도를 뛰어오는 간호사 한 명이 있었다.&lt;br&gt; 그녀는 권 회장에게 다다르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.&lt;br&gt; 은 아란씨 보호자 되시죠? 빨리 병실에 좀 와주셔야겠어요.&lt;br&gt; 우리 아이가 깨어났습니까? 그게 아니고 병실로 환자분의 아버지라는 분이 찾아오셨는데 손자 분이 막 더 듣지 않아도 상황을 짐작하는 권 회장이었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알고 있는 이상은 그랬다.&lt;br&gt; 어둠에 묻힌 복도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병실이 http://etoo.ucckor.co.kr 있었다.&lt;br&gt; 활짝 열린 문으로 넓은 용적의 빛이 바닥을 비추고 거기선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가! 여기서 사라지라고! 당신이 무슨 아버지라고 딸이 다쳐서 입원해 있는데도 일주일 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당신이 무슨 아버지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3/tistory/2009/12/26/03/50/4b35098132d4d &gt;&lt;br&gt;&lt;br&gt; 의사가 뭐라고 한 줄 알아? 잘못하면 평생 저러고 있을 수도 있대.&lt;br&gt; 부모라는 사람들이 결 혼이란 명목으로 팔아넘긴 딸이 영원히 잠들어서 죽을 때까지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대! 그거 알기나 해? 깨어나면 두려 운 일이 기다리는 것처럼 깨어나는 걸 거부하고 있대.&lt;br&gt; 이보게 권 서방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란의 아버지가 사위에게 낯을 보이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후 가 말을 가로챘다.&lt;br&gt; 당신과, 당신의 새 아내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짐이었는지 몰라도 아란이 이제 나한테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야.&lt;br&gt; 누구한테도 상처받지 못하게 내가 지킬 거고 아무도 이 아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일 있으 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그러니 가.&lt;br&gt; 여기서 사라지고 다시는 오지 마! 절규.&lt;br&gt; 그리고 차마 말해주지 못한 사랑.&lt;br&gt; 우리 누나 아파?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문틈으로 제후와 은 사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권 회장과 민준의 귀에 아이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누나 이제 못 일어나? 재영이었다.&lt;br&gt; 엄마보다 배다른 누나를 더 따르던 그녀의 동생이었다.&lt;br&gt; 아저씨 우리 누나 죽었어?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재영이 제후의 바지를 잡고 흔들었다.&lt;br&gt; 재수 없는 소리 집어 쳐! 죽긴 누가 죽었다고 그래! 아이의, 아란을 빼닮은 눈동자에 다시금 죄책감이 스며들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이가 놀랄 수 있다 는 것도 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.&lt;br&gt; 방금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끅끅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재영은 누나의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.&lt;br&gt; 부벼대는 눈이 붉었다.&lt;br&gt; 제 후는 한숨을 쉬며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었다.&lt;br&gt; 미안하다, 꼬마야.&lt;br&gt; 아저씨가 잘못했어.&lt;br&gt; 누나 안 죽어.&lt;br&gt; 그냥 자고 있는 거잖아.&lt;br&gt; 일어날 거야.&lt;br&gt; 꼭 일어나서 널 안아줄 거야.&lt;br&gt; 누나에게 http://yes1.net 그랬던 것처럼 재영은 제후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.&lt;br&gt; 아이들 특유의 달콤한 체취가 한가득 안겨왔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안듯이 아이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달랬다.&lt;br&gt; 아무 일 없을 거야정말로.&lt;br&gt; 목이 메어왔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민준이, 그리고 할아버지가 문간에 서 있었다.&lt;br&gt; 본의 아니게 엿들은 꼴이 되어 버렸구나, 미안하다.&lt;br&gt; 언제 오셨어요? 그리고 민준이 너는? 제후는 재영을 안은 채로 일어났다.&lt;br&gt; 아란이 문병 왔다가 할아버지를 만나서 담배 한 대 태우고 들어오는 길이야.&lt;br&gt; 괜찮아? 네 녀석 온 건 하나도 안 반가워.&lt;br&gt; 민준이 피식 웃으며 사돈과 함께 나가는 권 회장을 쳐다봤다.&lt;br&gt; 은 사장의 무거운 걸음새를 보아하니 긴 얘기가 될 것 같았다.&lt;br&gt; 곧 반가워하게 될 걸.&lt;br&gt; 너, 나하고 잠깐 얘기 좀 하자.&lt;br&gt; 아란이 걱정되면 여기서 해도 좋 고.&lt;br&gt; 옆 침대에 재영을 재워놓고 있을 때 캔 커피 두 개를 든 민준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너 어제도 밤샜다면서 몸은 괜찮은 거냐? 중간 중간 자니까 견딜 만 해.&lt;br&gt; 달고 시원한 냉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잠이 깨는 듯 했다.&lt;br&gt; 아란이 좋아하지? 캔을 들어올리던 제후의 손이 공중에서 우뚝 멈췄다.&lt;br&gt; 내 말이 맞냐?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가 제후의 입가를 맴돌았다.&lt;br&gt; 민준이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뭐 너 하는 짓 봐선 묻지 않아도 당연한 얘기다만 그냥 확인해 본 거다.&lt;br&gt; 그 때 내가 아 란이 좋아한다고 했던 거 기억 나냐? 그래서.&lt;br&gt;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?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냐? !! 경악의 표정이 제후의 얼굴에 떠올랐다.&lt;br&gt; 민준이 바닥에 깔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캔을 살살 흔들었다.&lt;br&gt; 그래, 맞아.&lt;br&gt; 나 너한테 거짓말 했다.&lt;br&gt; 난 너 만큼이나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친 구의 여자를 노릴 정도로 비열한 놈은 아니야.&lt;br&gt; 그런데 왜 나한테 부탁한 사람이 있었어.&lt;br&gt; 네가 행복해지기를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이.&lt;br&gt; 할아버지가? 민준은 제후의 생각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.&lt;br&gt; 내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어땠을 거 같냐? 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 서투르잖아.&lt;br&gt; 할아버 지는 진실을 깨닫도록 너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거야.&lt;br&gt; 지기 싫어하는 네 성격에 누가 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가만히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싫어도 http://daumeing.net 지키려고 노력할 테니까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신 거지.&lt;br&gt; 결 국 할아버지의 판단은 옳았고 지금 넌 여기 이 자리에 있잖아.&lt;br&gt; 아란이도 이 사실 알아? 몰라.&lt;br&gt; 아마 내가 자기한테 접근한 게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걸.&lt;br&gt; 그 녀석, 너도 알겠 지만 사람을 너무 잘 믿어.&lt;br&gt;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도 안 하고 덥석 믿어버려.&lt;br&gt; 제후는 허무함에 웃음이 나왔다.&lt;br&gt; 그 동안의 고민이 다 쓸데없는 거였다니.&lt;br&gt; 말이나 들어보자.&lt;br&gt; 너 아란이 찾아가서 뭐라고 했냐? 어느 덧 경계심을 풀은 눈동자였다.&lt;br&gt; 민준이 싱긋 웃었다.&lt;br&gt;궁금하냐? 그걸 말이라고 해? 할아버지랑 짜고 나 속인 건 괘씸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용서해준 다.&lt;br&gt; 음처음엔 반지 얘기 하면서 속을 찔러봤고 두 번째는 너희들이 계약 결혼 한 거 알고 있다고 했고, 세 번째는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지.&lt;br&gt; 그랬더니 뭐래? 선배가 뭘 원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을 거에요, 그러더라.&lt;br&gt; 아마도 내가 자기한테 구애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나봐.&lt;br&gt; 순진한 녀석.&lt;br&gt; 진심하고 장난도 구분 못하는 바보.&lt;br&gt; 가까이 있으면서도 참 어려운 사랑을 하는 커플이었다.&lt;br&gt; 자식이, 그러는 저는 바보짓 안 한 줄 아나.&lt;br&gt; 민준은 아직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생 각하는 어리석은 친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.&lt;br&gt; 너도 속아 넘어갔으면서 뭘 그래.&lt;br&gt; 나한테 주먹질까지 하고.&lt;br&gt; 한 민준 연기력이 좋았던 거지.&lt;br&gt; 정작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지만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비단 아란의 입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에서라도 그녀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고도 멀쩡할 자신이 없었다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왜.&lt;br&gt; 나 힘들다.&lt;br&gt;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데 그 아이가 원하면 보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놔 줄 수가 없어.&lt;br&gt; 욕심 부리면 정말 아란이가 달아날지 모르는데 원래 사람 좋아하는 건 다 그런 거야.&lt;br&gt; 민준은 제후의 어깨를 툭툭 쳤다.&lt;br&gt; 그리고 너처럼 지극정성인 남자 놔두고 어딜 가겠냐? http://pkc.mainucc.me 도망가더라도 일주일 동안 잠 못 자 고 밥 못 먹어가며 고생한 네 은공은 갚고 가라고 그래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웃으라고 한 말이었는데 친구를 부르는 한숨이 깊었다.&lt;br&gt; 그런 만큼 그의 사랑도 깊었다.&lt;br&gt; 아란이 쓰러졌던 날, 나한테 처음 화를 내더라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 나 하냐고,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막 울어 버리더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4/tistory/2009/12/26/02/44/4b34f9f4d5654 &gt;&lt;br&gt;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아무 에게도 축하받은 적 없다던 생일날에 날 만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에 단 한 사람 오빠한테만은 축하받고 싶었다고 그러더 라.&lt;br&gt; .&lt;br&gt; 사랑이 없어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난 항상 그 앨 다치게만 만들더라.&lt;br&gt; 나중에 보니 까 내가 그 앨 내쫓아버렸더라.&lt;br&gt; 제후야 아, 맞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면 늦기 전에 끝내자고 아란이가 그러더라.&lt;br&gt; 한 민준, 너 어떻게 생각해? 나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? 걸리는 게 많군.&lt;br&gt; 민준은 한 조각 희망도 남지 않은 얼굴로 넋두리를 하는 친구가 가여웠다.&lt;br&gt; 그리고 그의 이런 사랑을 모른 채 마음을 가두고 잠이 들어있는 아란에게 화가 나려고 했다.&lt;br&gt; 아란이 보내고 너 혼자 살 자신 있어? 자신이야 있지.&lt;br&gt; 미쳐버릴 자신.&lt;br&gt; 죽어도 돌아볼 사람 없으니 원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 자 신.&lt;br&gt; 그럼 보내지마.&lt;br&gt;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다 꼭 붙들어 두고 살아.&lt;br&gt; 내가 너 사랑하니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곁에만 있어달라고 졸라.&lt;br&gt; 은 아란은 착하니까 소원을 들어줄 거야.&lt;br&gt; 억지 부려서 더 정 떨어진다고 하면? 이런 겁쟁이! 권 제후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? 그럴 일 없을 거야.&lt;br&gt; 내가 장담해.&lt;br&gt; 민준은 제후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웃어주었다.&lt;br&gt; 제후를 향한 아란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친구는 확실히 달라졌다.&lt;br&gt; 조각 같은 외모와 냉담한 분위기로 여자들을 녹이던 권 제후 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.&lt;br&gt; 사랑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겁을 내고 두려워하고, 고 민을 했다.&lt;br&gt; 만약 아란이 끼고 다니던 순결반지의 주인공이 바로 자기라는 걸 알게 되면 제후가 뭐라고 그럴까 문득 궁금해지는 민준이었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병원 로비.&lt;br&gt; 그를 배웅하러 나온 친구에게 민준은 마지막 충고를 했다.&lt;br&gt;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아란이네 아버지한테 심하게 굴지 마라.&lt;br&gt; 판단은 네가 아니라 아란 이의 몫으로 남겨둬야지.&lt;br&gt; 아무리 그래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분 아니냐.&lt;br&gt; 알았어.&lt;br&gt; 아란이 일어나면 그동안 장난쳐서 미안했다고 대신 사과도 건네주고.&lt;br&gt; 알았다니까.&lt;br&gt; 택시를 부른 민준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든다.&lt;br&gt;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 제후는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아직도 깊은 잠에 들어 있는 아란을 보았지만 이제는 기다림마저 달가웠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의식을 잃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잠이 들어 있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보며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키스를 하면 일어나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마저 들었다.&lt;br&gt; http://naei.net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깨어 있을 때처럼 여전히 보드랍고 향기가 난다.&lt;br&gt; !! 세 번째 키스를 하고 제후가 얼굴을 들려했을 때 목에 둘려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늘고 미약 한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졌다.&lt;br&gt; 설마, 설마!!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기대감에 제후는 감았던 눈을 떴다.&lt;br&gt;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아란의 눈 동자가 무려 8일 만에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너너 말이 나오질 않았다.&lt;br&gt; 한없이 기쁜 순간에 너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.&lt;br&gt; 응, 나 일어났어요.&lt;br&gt; 나 진짜 많이 잤죠? 젠장!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에 왈칵, 목이 메어 오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은 제후의 몸을 가만히 밀면서 일어났다.&lt;br&gt; 제후가 얼른 아란의 어깨를 잡아 부축해주었다.&lt;br&gt; 그래, 이 잠꾸러기야.&lt;br&gt; 무슨 잠을 8일씩이나 자냐?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겨주다가 제후는 부서질 것 같은 아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.&lt;br&gt; 며 칠 사이 수척해진 몸에, 줄무늬 환자복 속으로 느껴지는 헐거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빨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누가 발을 잡고 안 나줬어요.&lt;br&gt; 눈을 뜨고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반겨줄 사람 아무도 없다고 그냥 여기서 살라고 그랬어요.&lt;br&gt; 까만 옷에 얼굴도 없는 무서운 사람이 자꾸 날 붙잡았어요.&lt;br&gt; 무서웠어? 아란은 대답을 하지 않고 손깍지를 끼어 제후의 등을 안았다.&lt;br&gt; 그의 어깨 언저리가 천천히 젖어왔다.&lt;br&gt; 그녀의 몸이 흐느낌으로 떨리고 있었다.&lt;br&gt; 미안해 입술을 깨물었다.&lt;br&gt; 가까스로 참아내는 그녀의 눈물은 고통이 되어 제후의 심장으로 배겨왔다.&lt;br&gt; 다시는 너 혼자 무서운 꿈에 남겨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.&lt;br&gt; 항문섹스다운로드 우린 항상 같이 있을 거야.&lt;br&gt; 언제든 널 지켜줄 거야.&lt;br&gt;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그리고 나도, 널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아란의 감은 눈꺼풀에 입을 맞추며 제후는 말했다.&lt;br&gt; 창 밖으로 먼동이 트고 있었다.&lt;br&gt;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 날과 하늘을 두고 제후는 그렇게 가 슴을 저리며 찾아온 첫사랑을 고백했다.&lt;br&gt; 아빠가 새엄마랑 헤어지기로 했대요.&lt;br&gt; 은 사장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아란이 저녁때를 훌쩍 넘겨 들어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아빠 없는 동안에 나한테 함부로 한 거 전주댁 아줌마한테 들었나 봐요.&lt;br&gt; 그동안 아빠 노 릇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그랬어요.&lt;br&gt; 전주댁 아줌마는 아란이 여섯 살 때부터 은 사장네 살림을 봐줬던 사람이었다.&lt;br&gt; 엄마가 돌아 가시고 나서 유일하게 정을 붙인 사람이라고, 새 엄마가 들어와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면서는 더욱 의지를 했던 사람이라 고 아란은 얘기하곤 했었다.&lt;br&gt; 재영이는? 엄마가 데려가서 키운다고 하셨는데 확실한 건 모르겠어요.&lt;br&gt; 원래 재영이가 새 엄마보단 나하고 아빠를 잘 따랐거든요.&lt;br&gt; 제후는 알 만 하다는 듯 말했다.&lt;br&gt; 치장하고 가꾸느라 아이 돌 볼 틈도 없었나보지.&lt;br&gt; 아마도요.&lt;br&gt; 아란의 얼굴에서 긍정의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.&lt;br&gt; 그래도 http://alr.me 새 엄마가 계서서 아빠가 행복하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왠지 아빠가 이혼 을 결정하신 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죄송스러워요.&lt;br&gt; 난 아무래도 좋다는 사고방식은 버려.&lt;br&gt; 남을 위해서 희생할 생각만 하지 말고 좀 이기적으 로 굴어봐.&lt;br&gt; 아란이 넌 행복할 자격 충분히 있어.&lt;br&gt; 제후는 마주 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.&lt;br&gt; 아, 그리고 나 커피 마실 건데 생각 있으면 같이 마시자.&lt;br&gt;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구수한 커피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.&lt;br&gt; 휘파람을 불면서 주방으 로 들어가는 제후를 보며 아란은 혼자 웃었다.&lt;br&gt;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제후는 줄곧 다정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.&lt;br&gt; 처음엔 보상 심리 때문인 가 의심도 해보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의 다정함은 변함이 없었고 스스럼없는 장난기와 짓궂은 행동은 그들이 보통의 신혼부부 처럼 살고 있다고 아란이 생각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계약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랑해서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다.&lt;br&gt; 알았지? 끝내자는 말 절대로 하지 마.&lt;br&gt; 이제 겨우 두 달 좀 넘게 살아보고 맞는다느니 안 맞는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자.&lt;br&gt; 퇴원 기념으로 찾은 레스토랑에서 제후는 그런 말을 했다.&lt;br&gt; 손을 끌어다 잡으며 조심스레 말 을 내는 그의 눈을 보면서 아란은, 제후와의 관계에 좋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고 머잖아 그의 마음이 진 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.&lt;br&gt; 제후를 믿게 되었다.&lt;br&gt; 요즘만 같으면 세상에 무엇도 바랄 것 없는 사람처럼 아란은 행복했다.&lt;br&gt; 거기에 욕심 부려 한 가지 소원을 빈다면 그도 그녀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.&lt;br&gt; 그녀 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고 싶었다.&lt;br&gt; 커피 향 좋지? 좋아요.&lt;br&gt;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아란이 한모금의 향을 들이마셨다.&lt;br&gt; 정말이지 저 웃는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까봐 애태웠던 걸 생각하면 그녀가 얄밉기까지 한 제후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5/tistory/2009/12/26/04/28/4b351269ee7ae &gt;&lt;br&gt;&lt;br&gt; 잔잔히 부딪치는 시선에 아란이 뺨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.&lt;br&gt; 근데 왜 그렇게 쳐다봐요? 예뻐서.&lt;br&gt; 제후는 턱을 괴고 키득 웃었다.&lt;br&gt; 장난치지 마요.&lt;br&gt; 장난 아닌데.&lt;br&gt; 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 거야.&lt;br&gt; 한층 노골적인 시선에 부끄러움이 또르르 몰렸다.&lt;br&gt; 아란은 잔을 손으로 감싸고 살그머니 제 후의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.&lt;br&gt; 왜 모르고 살았을까.&lt;br&gt; 너처럼 귀엽고 착한 아이 옆에다 두고도 왜 모르고 지냈을까.&lt;br&gt; 커피를 다 마신 아란이 잔을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받침대에 얹고는 허둥지둥 주방을 나간 다.&lt;br&gt; 뒷모습을 쫓던 제후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따랐다.&lt;br&gt; 그리고 아란의 팔을 잡아 침실로 들어간 다음 문을 잠갔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보상 받고 싶다.&lt;br&gt; 너 없이 혼자 보냈던 것만큼 우리의 시간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고 싶다.&lt;br&gt; 오늘 http://kccc.me/naver/3033.php 너 안아도 돼? 그그치만 거절해도 소용없어.&lt;br&gt; 보름동안 참아줬으니까 오늘은 내 맘대로 할 거야.&lt;br&gt; 물러서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안으면서 제후는 아란의 몸을 침대에 밀치듯 쓰러트렸다.&lt;br&gt; 성 급한 손길을 따라 드러나는 여자의 몸에 호흡이 가빠왔다.&lt;br&gt; 건강이 나빠졌다고 며칠 햇빛 구경을 안 시킨 탓인지 피부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.&lt;br&gt; 이 아 름다운 몸을 옷으로 가리면 오히려 죄가 될 것처럼 보였다.&lt;br&gt; 내일 토요일이지? .&lt;br&gt; 그럼 우리 밤새도록 여기서 놀자.&lt;br&gt; 전화와도 받지 말고 누가 벨 눌러도 열어주지 말고 내 일 아침까지 놀다가 자자.&lt;br&gt; 몰라요.&lt;br&gt; 싫어요가 아니라 몰라요다.&lt;br&gt; 늘 처음 만난 남자에게 몸을 열어주는 것처럼 아란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.&lt;br&gt;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잘 하면서 그에게만 그런다.&lt;br&gt; 그런 아란의 행동이 제후에게는 &lt;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사람&gt;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 졌다.&lt;br&gt; 그리고 매번 처녀를 방문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선사했다.&lt;br&gt; 싫으면 지금 말하던가.&lt;br&gt; 아란이 시트를 끌어올려 가슴을 가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싫어도 오빠 맘대로 한다면서요.&lt;br&gt; 후후, 이제 보니 삐지기도 하잖아? 제후는 아란의 화내는 모습이 신기했다.&lt;br&gt; 언제나 그 앞에선 쥐 죽은 듯 꼬리를 내리고 하라 는 대로 따라주던 그녀가 처음으로 반항이라는 걸 했다.&lt;br&gt; 은 아란.&lt;br&gt; 야릇한 붉은 빛이 아란의 얼굴에 떠돌았다.&lt;br&gt; 지금 당장 아란의 몸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고 싶은 걸 참으면서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내가 어떤 여자 좋아하는지 말해줄까? 어떤 여자좋아하는데요? 그녀가 순진하게 되묻는다.&lt;br&gt; 역으로, 아란의 몸을 아래에 두고 있는 제후의 얼굴은 짓궂은 헌 터의 표정이 된다.&lt;br&gt; 오늘 밤 넌 죽었어, 라는 뜻이다.&lt;br&gt; 나한테 저항하는 여자.&lt;br&gt; 좋으면서도 싫다고 말해서 날 더 부추기는 여자.&lt;br&gt; 수차례의 절정이 지났다.&lt;br&gt; 몸과 몸이 먹고 먹혔다.&lt;br&gt; 흥분을 부추긴 대가로 아란은 밤새도록 시달렸지만 한 번도 제후를 거절하지 않았다.&lt;br&gt; 물러서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오빠가 원하는 게 내 몸이라면 나한테 빠져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.&lt;br&gt; 나한테 집착하도록, 그래서 나 외에는 누구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릴 거야.&lt;br&gt; 새벽녘에 풋잠이 들었던 제후는 아란이 뒤척이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.&lt;br&gt; 부스스한 얼굴로 시 계를 쳐다보니 아침 7시 30분, 샤워도 하지 못하고 잠이 든 지 겨우 세 시간이 지났다.&lt;br&gt; 제후는 끄으응,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깜박여 눈 안으로 들어온 빛을 몰아냈다가 다시 실눈 을 뜨고 옆에 누운 아란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.&lt;br&gt; 적어도 정오까지는 깨지 못할 것처럼 아란은 곤한 잠에 들어 있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끌어다 안으면서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몸을 개켜 일어났다.&lt;br&gt;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http://naveryo.com/naver/377.php 쑤시고 아팠다.&lt;br&gt; 뜨겁고 격렬했던 정사(情事)의 보상이라 그것도 기꺼 운 제후였다.&lt;br&gt; 시트가 눌렸다 제 자리로 돌아오면서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반짝하는 기 운에 욕실로 들어가던 제후가 되돌아 와 그것을 주웠다.&lt;br&gt; 결혼반지였다.&lt;br&gt; 제후의 손가락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녀석의 짝이다.&lt;br&gt; 아란이 일부러 빼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도 어젯밤의 정신없는 상황에 빠트린 모양이다.&lt;br&gt; 정신없는.&lt;br&gt; 풋 그렇게 좋았나? 황홀한 기억을 되살리며 미소 짓는 제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느다란 백금 링 안에 글자가 새겨져있는 게 보였다.&lt;br&gt; 이니셜이다.&lt;br&gt; 제후는 반지를 쥔 손을 힘주어 쥐었다가 펼쳤다.&lt;br&gt;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간만에 찾아 온 나른한 행복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, 좋아하는 사람 있다.&lt;br&gt; 두렵지만 보고 싶었다.&lt;br&gt; 그녀의 사랑을 차지한 사람을 알고 싶었다.&lt;br&gt; 누구일까? 결혼반지에 이니셜을 새길 정도라면 굉장히 소중한 사람일 텐데, 한 번도 손가락에서 반지 를 빼지 않았던 건 결국 다른 사람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서였던 걸까? 제후는 가슴이 쓰렸다.&lt;br&gt; 그러나 피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.&lt;br&gt; 그래서, 어느 덧 땀이 고인 손바 닥에서 반지를 들어 빛이 잘 드는 쪽으로 들어올렸다.&lt;br&gt; 첫 글자는 K였다.&lt;br&gt; JH? KJH.&lt;br&gt; 뭐야, 내 거하고 똑같 무심코 내뱉은 진실에 제후의 눈동자가, 입이 그대로 굳어버린다.&lt;br&gt; 그러다 천천히 몸을 돌려 세상모르고 잠이 든 아란을 쳐다봤다.&lt;br&gt; 그녀는 말했었다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굴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고.&lt;br&gt; 야? 정말 나야? 네가 좋아하는 사람 정말로 권 제후야? 콧소리까지 내며 자고 있는 그녀가 대답할 리 없건마는 제후는 또 묻고 있었다.&lt;br&gt; 야, 한 민준.&lt;br&gt; 제후 놈 왜 저렇게 분위기 잡냐? 또 와이프랑 한 판 했대? 도서관 자리에 가방을 두기 무섭게 담배를 태운다고 나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책상에 쌓은 전공서 적들을 보며 한숨을 쉬던 서훈이 칸막이 사이로 몸을 제껴 민준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남들은 리포트 마감 맞추느라 골 빠개지는 이 때 얄밉게 돌아다니기나 하고 말이야.&lt;br&gt; 저 자식 머리 좋고 손 빠른 건 알지만 너무 한 거 아냐? 머리 나쁘고 손 늦은 너하곤 다르게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.&lt;br&gt; 내버려둬.&lt;br&gt; 장난스런 무시로 서훈의 입을 막은 민준이었으나, 민준도 얼마 못가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 났다.&lt;br&gt; 궁시렁 대며 책을 넘기던 서훈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.&lt;br&gt; 넌 또 어디 가? 나도 담배나 한 대 태우려고 그런다.&lt;br&gt; 금방 들어올게.&lt;br&gt; http://naveryo.com/naver/2806.php 서훈이 콧방귀를 흥, 뀐다.&lt;br&gt; 어이구! 자식이 저만 의리 있는 척 하고 있네.&lt;br&gt; 제후 놈 걱정 되서 그런다고 말하면 내가 너 잡아먹을까봐 그러냐? 친구 사이에 별 걸 다 숨겨.&lt;br&gt; 민준은 이해해줘서 고맙단 표시로 손을 들어보였다.&lt;br&gt; 그리고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확인한 다음 밖으로 나와 제후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있었다.&lt;br&gt; 저 자식 오늘만 담배 한 갑이 넘는데 와이프 마음 알았으면 됐지 또 뭐가 문제인 거야? 불 좀 빌리자.&lt;br&gt; 민준은 털썩, 제후 옆에 주저앉으며 담배를 내밀었다.&lt;br&gt; 뻔히 쳐다보는 표정에 약간의 놀라움 이 깃들었다.&lt;br&gt; 뭐해? 불 좀 빌리자니까.&lt;br&gt; 허연 연기가 둘이 되었다.&lt;br&gt; 새 담배의 3분의 1이 타들어가도록 아무 말이 없던 침묵은 기다 리다 지친 민준이 말을 꺼내면서 깨졌다.&lt;br&gt; 잘 나가다 왜 그러냐.&lt;br&gt; 사랑하는 여자 마음 얻은 걸로는 부족했어? 난 나를 잘 알아.&lt;br&gt;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민준은 금방 제후의 말뜻을 알아들었다.&lt;br&gt; 뭐가 두려운 건데.&lt;br&gt; 끝까지 가지 못할까봐?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던 여자들.&lt;br&gt; 그 속을 헤매던 방황에서 찾은 한 사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36/tistory/2009/12/26/03/50/4b35097aa8412 &gt;&lt;br&gt;&lt;br&gt; 아니면 아란이야? 버리게 될까봐 두려우냐 버림받는 것이 두려우냐, 민준은 묻고 있었다.&lt;br&gt; 대답을 않는 것으로 보아 둘 다 인 것 같았다.&lt;br&gt; 네 곁에 있으면 행복하지 못할까봐 겁나냐? .&lt;br&gt; 미친 놈.&lt;br&gt; 네 곁에 누구씨는 행복해서 죽을라고 하더라.&lt;br&gt; 아란이 그 녀석 생각하는 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거 알지? 민준은 피다 만 담배를 밟아 뭉개며 말을 보탰다.&lt;br&gt; 행복해 하고 있어.&lt;br&gt; 네 눈에 보이잖아.&lt;br&gt; 너도 알고 있잖아.&lt;br&gt; 그 일 권 제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.&lt;br&gt;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궁상떨지 말고 지금 하는 만큼만 해 줘.&lt;br&gt; 넌 해 보지도 않은 놈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? 알려고 해서 알아진 게 아니라 눈에 보인다고 했잖아.&lt;br&gt; 너희 둘 사랑하는 거 눈에 보여.&lt;br&gt; 서 로의 곁에서 행복해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이 보여.&lt;br&gt; 비로소 보이는 웃음이 서글펐다.&lt;br&gt; 민준아 나 제후의 핸드폰이 삐빅 신호음을 냈다.&lt;br&gt; 문자 메시지였다.&lt;br&gt; 제후가 말을 하려다 말고 메시지를 확인한다.&lt;br&gt; 누구야? 아란이? 어.&lt;br&gt; 6시에 경상대 앞에서 만나기로 한 걸 깜박했네.&lt;br&gt; 그러더니 제후는 이렇다 할, 양해도 구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뛰어 들어간다.&lt;br&gt; 그리고 수 분 후 다시 나와 정신없이 가방을 메고 경상대 건물이 있는 쪽으로 사라져버린다.&lt;br&gt; 뭐야, 저 녀석.&lt;br&gt; 얼음 왕자에서 공주의 똘마니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.&lt;br&gt; 혼자 남은 민준이 바닥에 떨어진 제 후의 담배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어본다.&lt;br&gt; 사랑을 하는 친구는 행복해 보였다.&lt;br&gt; 한 달음에 도착할 듯 걸음을 재촉했던 제후는 아란의 모습이 보이기 불과 몇 미터 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아란의 곁에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.&lt;br&gt; 저번에 본 채석이라는 아이는 아니다.&lt;br&gt; 아란이 그 남자와 다정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도, 미소를 지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발은 저절로 서버렸다.&lt;br&gt; 처음 보았을 땐 무작정 손을 낚아 채 데려오고 친구 앞에서 무례한 키스를 퍼붓기까지 했는 데 지금은 소중한 그녀를 그리 대할 맘도 대할 용기도 없다.&lt;br&gt; 하지만 잠시 동안 심장을 욱죄어 오는 통증은 사실이었다.&lt;br&gt; 지금은 가지 말라고 겁먹은 머리가 명령을 내린다.&lt;br&gt; 아란이 다른 남자와 얘기대화의 내용에 상관없이하는 모습만 보면 사라지는 자신감도, 언제 그녀가 그를 버리고 행실 좋고 반듯한 사람을 찾아 가버릴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었다.&lt;br&gt; 조심스러웠다.&lt;br&gt; 화를 낸다기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음을 알았던 듯 그 모습은 그리 오래 눈에 비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손짓을 해가며 대화 를 주고받던 남자가 목례를 하고는 사라진다.&lt;br&gt; 마찬가지 방법으로 인사를 받은 아란이 몸을 나무 그늘의 기둥에 기대며 이내 입 을 가리고 하품을 한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무심코 돌린 시야에 제후의 모습이 들어오자 아란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부른다.&lt;br&gt; 아까와는 다르게 서두르지 않는 보폭으로 제후는 아란에게 걸어갔다.&lt;br&gt; 오래 기다렸어? 이제 6시 20분밖에 안 됐는데요, 뭘.&lt;br&gt; 아란이 손목을 올렸다 내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오해하지 않도록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.&lt;br&gt; 오면서 보니까 누구랑 얘기하고 있던데 그 사람 누구야? 아, 봤어요? 여자 친구가 우리 학교 학생인데 처음 와서 길을 모른다고 그러잖아요.&lt;br&gt; 그럼 그렇지.&lt;br&gt; 설마 별다른 일이야 있겠어.&lt;br&gt; 다른 말은 안 했고? 에? 아아니, 이상한 추파 같은 거 던지지는 않았냐고.&lt;br&gt; 어휴, 이 병신! http://djjj.isuim.com 이상한 걸 물어본 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말은 왜 더듬는 거야.&lt;br&gt; 제후는 속 으로 수도 없이 제 머리를 쥐어박았다.&lt;br&gt; 그건 왜 물어보는 데요? 불현듯 민망해진 표정의 제후와 눈을 맞추던 아란이 눈을 깜박깜박 하더니 고개를 젓는다.&lt;br&gt; 그가 난감해하며 말을 더듬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너넌 내가 다른 여자랑 얘기하고 있으면 좋냐? 이런! 예, 아니오의 단답형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.&lt;br&gt; 그거야 당연히 그럼 됐어, 더 물어보지 마! 북 치고 장구치고 저 혼자 괜히 성질을 부리더니 제후는 혼자서 씩씩 걸어가 버린다.&lt;br&gt; 아란 이 졸졸 뒤를 따라온다.&lt;br&gt; 오빠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? 없었어.&lt;br&gt; 근데 왜 나한테 화내요? 화 안 냈어! 그러니까 자꾸 토 달지 마! 하지만 지금 화내고 있잖아요.&lt;br&gt; 서운함이 실린 음성과 함께 뒤를 따라오던 기척이 멎었다.&lt;br&gt; 제후가 뒤를 돌아보자 아란은 머 쓱한 팔을 쓸어내리며 서 있었다.&lt;br&gt; 상처받은 얼굴이었다.&lt;br&gt; 굳이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큰 눈에선 금방이라도 떼구르르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고여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 다시 제후의 상태를 확인시켜주었다.&lt;br&gt; 오빠 화내고 있다구요.&lt;br&gt; 한숨이 나온다.&lt;br&gt; 왜 소중히 여긴다면서, 좋아한다면서 난 왜 꼭 번번이 저 아일 울리고 마는 걸까.&lt;br&gt; 이제는 정말로 사랑인데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는 그녀였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마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착각에 재 빨리 손을 내밀어 아란의 팔을 잡았다.&lt;br&gt; 미안해.&lt;br&gt; 됐어요.&lt;br&gt; 사실은 그게그래! 리포트 쓰다가 나왔거든.&lt;br&gt; 모레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출하라고 교수가 닦달을 해서 아마 그것 때문에 신경이 좀 예민해져 있었나 보다.&lt;br&gt; 알았어요.&lt;br&gt; 아란은 잡히지 않은 쪽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.&lt;br&gt; 그럼 바쁘다고 얘기하지 뭐하러 나왔어요.&lt;br&gt; 나 혼자서도 집에 갈 수 있는데.&lt;br&gt; 관심도 없었던 리포트가 도움을 줬다.&lt;br&gt; 제후는 그의 말에는 의심을 할 줄 모르는 아란과 300 페이지 분량의 전공서적을 탐독하고 사흘 만에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교수에게 감사했다.&lt;br&gt; 너 어린애잖아.&lt;br&gt; 나 없으면 안 되는.&lt;br&gt; 새록 고이는 웃음에 비로소 마음을 놓고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.&lt;br&gt; 울었으니까 배고플 거 아냐? 손가락 사이로 빈틈이 채워졌다.&lt;br&gt; 조금 걷다 돌아보는 그의 웃음에 그녀도 붉은 눈을 하고 웃었다.&lt;br&gt; 그것가지고 양이 차? 제후가 보기엔 먹는 것 같지도 않았다.&lt;br&gt; 저녁 사준다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데리고 왔더니 아 란은 샐러드에만 손을 대고 식사를 끝낸다.&lt;br&gt; 배불러요.&lt;br&gt; 봐요.&lt;br&gt; 아란이 손을 펴서 조금도 나오지 않은 아랫배를 톡톡 친다.&lt;br&gt; 그래도 이거 먹고 내일 아침까지 버텨야 되잖아.&lt;br&gt; 정말 배 안 고프겠어? 먹는 걸로는 그렇게 욕심 안 나요.&lt;br&gt; 나중에 우리 아이 가졌을 때도 그럴까봐 겁난다, 야.&lt;br&gt; 애기가 뱃속에서 뭘 먹고 크겠냐? 그거야 모르죠, 그 때 가면 곰탕에 두 그릇씩 밥 말아먹을지.&lt;br&gt; 투덜대는 제후를 아란은 쳐다보며 웃는다.&lt;br&gt; 제후가 먹다 말고 고개를 든다.&lt;br&gt; 왜? 아뇨.&lt;br&gt; 그냥 오빠가 나랑 애기 낳을 때까지 살아줄 생각 하고 있는 게 신기해서요.&lt;br&gt; 아이 오빠 닮으면 예쁠 거에요, 그죠? 아란의 말을 들은 제후가 얼굴을 굳혔다.&lt;br&gt; 살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거지.&lt;br&gt; 부부는 동등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니까.&lt;br&gt; 명문 S대의 학벌과 국내 건설회사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의 딸, 귀족적이고 아름다운 외모.&lt;br&gt;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도 제후에 대해서는 항상 자기를 낮추어 보는 아란 이다.&lt;br&gt; 자격지심이 아니라 아직 그의 마음을 모르기에 저러는 것이다 이해는 하면서도 제후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거슬린다.&lt;br&gt; 네가 나에 비해 뭐가 부족한데.&lt;br&gt; 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계약 따윈 이제 신경도 안 쓰고 있어.&lt;br&gt; 그러니 네가 나에 대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일, 없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오빠는 사랑해 본 적 있어요? 조건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만 생각하면 자신이 형편없어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뭔지 알 수 있어요? 내가 뭐?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아니에요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4/tistory/2009/12/26/04/28/4b351268d179e &gt;&lt;br&gt;&lt;br&gt;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아? 사람 궁금하게.&lt;br&gt; http://etoo.ucckor.co.kr 있잖아요, 나 오늘 술 마시고 싶은데.&lt;br&gt; 심드렁하던 제후의 눈동자가 반짝, 놀란다.&lt;br&gt; 아란은 종업원이 접시들을 치운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말했다.&lt;br&gt; 오빠는 운전해야 되니까 관두고 나 마시는 거만 봐주면 안 돼요? 나 참.&lt;br&gt; 마시려면 같이 마셔야지.&lt;br&gt; 취하면 호텔 찾아서 하루 자면 되잖아.&lt;br&gt; 레스토랑을 나온 두 사람은 제후가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들른다는 호프집을 찾았 다.&lt;br&gt; 8시가 갓 넘은 초저녁인데도 단골들이 많아 벌써부터 시끌시끌했다.&lt;br&gt; 어렵사리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.&lt;br&gt; 뭐 마실래? 오빠가 정해요.&lt;br&gt; 난 아무 거나 상관없으니까.&lt;br&gt; 아란이 순진한 얼굴로 양 팔을 뻗어 소파를 짚고 다리를 모아 앉는다.&lt;br&gt; 투명한 유리 테이블 아래로 허벅지가 반은 보이는 미니스커트가 골반에서부터 아슬아슬하게 감고 있다.&lt;br&gt; 그러고 보니 내내 핸드백으로 허벅지를 가리고 있던 게 생각이 났다.&lt;br&gt; 비트 강한 댄스 음악 때문인지 어슴푸레 얼굴에 빛을 드리우는 조명 때문인지 늘 대하는 그 녀임에도 제후는 가슴이 떨린다.&lt;br&gt; 조금만 옆으로 가 봐.&lt;br&gt; 파트너가 있음에도 아란을 힐끔대는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영 못마땅했다.&lt;br&gt; 저 자식들, 감히 누구 걸 넘보는 거야? 왜요? 우리가 남이냐? 같이 앉게.&lt;br&gt; 아란이 안으로 물러 들어갔다.&lt;br&gt; 제후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안아 자 기 쪽으로 돌린다.&lt;br&gt; 저항도 않는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향이 녹아 입 안에서 뒤엉킨다.&lt;br&gt; 아란을 훔쳐보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하려던 것이었지만 애초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촉촉하고 도톰한 입술의 감촉에 취해버리는 제후였다.&lt;br&gt; 키스가 깊어지면서 아란이 반응을 보였다.&lt;br&gt; 팔을 제후의 목에 감고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.&lt;br&gt; 등줄기의 움푹 파인 부분을 제후의 손가락이 훑자 아란은 허리를 휘면서 몸을 바짝 갖다 붙인다.&lt;br&gt; 자잠깐만요, 오빠.&lt;br&gt; 등이 푹신한 소파에 닿기 직전에 아란이 제후를 떠민다.&lt;br&gt; 사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젠장, 뭐가? 입맛을 다시며 제후는 아란에게 기울였던 몸을 세워 주위를 둘러보았다.&lt;br&gt; 그녀의 말처럼 이 게 웬 떡이냐 쳐다보는 눈들이 많았다.&lt;br&gt; 언제 웨이터가 다녀갔는지도 모르게 세팅 된 테이블과, 처음에는 수북하게 올라왔을 맥주 거품의 얇은 층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바보 씹탱이들.&lt;br&gt; 남 연애하는 거 처음 보나.&lt;br&gt; 상황의 진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다가 제후는 마지못해 아란을 품에서 놓아주었다.&lt;br&gt; 그녀 는 부끄러운 눈빛이었지만 창피해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옷매무새를 바로 하며 앉는다.&lt;br&gt; 잘못 했어.&lt;br&gt; 제후는 1700㏄ 용량의 차가운 맥주를 작은 잔에 따라 마시고 입술에 묻은 거품을 혀로 쓰 윽, 핥아냈다.&lt;br&gt; 첨부터 호텔로 가는 건데 잘못했어.&lt;br&gt; 거기 가서 둘이 신나게 즐기는 건데.&lt;br&gt; 다른 데로 갈까요? 아란이 온기가 느껴지는 손을 제후의 무릎에 얹었다.&lt;br&gt; 자그마한 압박감에 제후가 마시던 잔 을 놓고 이게 무슨 뜻이냐는 듯 그녀를 쳐다본다.&lt;br&gt; 하다만 거 계속 하고 싶지 않아요? 말귀를 알아들은 제후가 금세 쿡, 웃었다.&lt;br&gt; 살다보니 요조숙녀 은 아란의 입에서 먼저 그걸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도 있구나 싶었다.&lt;br&gt; 좋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.&lt;br&gt; 경험자답게,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인간의 짧고 비밀 스런 사랑을 나누려면 어디가 좋은지는 숙지하고 있었다.&lt;br&gt; 형, 나 거기 좀 쓸게.&lt;br&gt;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눈짓을 하고 제후는 아란을 데리고 좁은 문을 나와 2층으로 올라 갔다.&lt;br&gt; 작은 문이 있었다.&lt;br&gt; 제후가 손잡이를 돌리고는 아란을 들어가게 했다.&lt;br&gt; 잠만 자는 곳인지 가구 하나 형광등 하나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.&lt;br&gt; 키 높은 창문으로 흘러들 어오는 달빛이 야트막한 침대를 비추는 곳이었다.&lt;br&gt; 달칵.&lt;br&gt; 등 뒤로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.&lt;br&gt;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.&lt;br&gt; 오늘 처음 만난 여자와 남자가 http://yes1.net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밀애(密愛)의 장소를 찾은 것처럼 아 란과 제후는 잠시 눈을 맞춘다.&lt;br&gt; 그가 다가온다.&lt;br&gt; 붙잡히는 시선 속에서 천천히 긴장이 고조된다.&lt;br&gt; 제후의 팔이 허리를 감싸오자 아란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본다.&lt;br&gt; 하얀 손가락이 제후의 뺨을 스치고 머리칼을 만지다가 목젖을 스친다.&lt;br&gt; 붉은 입술이 탐스럽다.&lt;br&gt; 늘 품 안에서 익숙했던 향기가 어색하게 코를 스치고 떨리는 손가락의 감촉 아래로 부드러 운 피부는 사르르 밀려난다.&lt;br&gt; 음악소리가 귓가에서 웽웽 멀어져가고 맞닿은 심장소리는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.&lt;br&gt; 한껏 달아오른 숨결이 하나가 된 몸을 얽어 묶는다.&lt;br&gt; 뱅그르르 천장이 맴을 돈다.&lt;br&gt; 젖은 숨소리가 방 안을 메운다.&lt;br&gt; 절정의 신음소리가 공중에 부딪치고 야릇한 고통과 쾌감이 뿜어져 나온다.&lt;br&gt; 무저갱(無底坑)의 암흑까지 떨어졌다가 천국의 광명에까지 이른다.&lt;br&gt; 생명과 생명이 만나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들어맞은 그것은 사랑을 잉태한다.&lt;br&gt; 꿈인 듯 환상인 듯 시간이 멈춘다.&lt;br&gt; 앞으론 종종 술 마시러 와야 되겠는 걸.&lt;br&gt;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후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한바탕의 격렬한 운동(!)으로 땀을 빼고 난 다음에 마시는 맥주 맛은 더없이 좋았다.&lt;br&gt; 언제는 호텔 가서 둘이 즐기자면서요.&lt;br&gt; 제후가 쳐다보자 아란이 얼른 눈을 돌리고 입을 다문다.&lt;br&gt; 그녀의 하얀 목에 남은 키스마크가 조금 전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그래서 좋았다는 거야, 싫었다는 거야? 흔하지 않은 아란의 새침한 눈빛에 제후가 운전을 하면서 웃었다.&lt;br&gt; 앵 토라지는 입술이 귀엽 기만 했다.&lt;br&gt; 뭐나쁘지는 않았어요.&lt;br&gt; 차마 대답을 못하겠는지 미적미적, 말을 돌리지만 선수답게 제후는 속뜻을 낚아 채 낸다.&lt;br&gt; 괜찮았으면 집에 가서 한 번 더 할까? 카메라를 샀다.&lt;br&gt; 원하면 바로 찍어서 즉석에서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15/18/yasisite/folder/8/img_8_312_17?1261914525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웨딩 앨범 말고는 볼 만 한 사진을 채워 둔 앨범 하나 없다는 게 제후의 이유였지만 빛나는 두근거림으로 자리해가는 아란의 모습을 잃어버리기는 너무 아까워서 그랬다.&lt;br&gt; 제후는 자석이 달린 예쁜 팬시 제품을 사다가 냉장고에 사진을 붙여 놓기 시작했다.&lt;br&gt; 막 일 어나서 눈을 부비는 모습, 샤워를 하고 나와 젖은 머리를 터는 모습이며 놀이동산에서 재영과 놀아주는 모습 등, 제후의 손에 서는 카메라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.&lt;br&gt; 사진 찍는 걸 싫다고 손사래를 젓던 아란도 점차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다루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.&lt;br&gt; 한 번은 술을 마시고 들어와 퉁퉁 부은 제후의 얼굴을 몰래 찍었다가 냉장고에 붙여놓고 잠 이 깬 그에게 보여주면서 깔깔대기도 했다.&lt;br&gt; 길을 지나다 만난 귀여운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을 찍기도 했지만 그들 사진 속의 주인공은 거의 상대방이었다.&lt;br&gt; 사랑할 운명으로 만나게 된 것처럼 뒤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이었다.&lt;br&gt; 언제부터였을까.&lt;br&gt; 넌 언제부터 내 주위를 맴돌았을까.&lt;br&gt; 내가 모르던 시절의 넌 어떤 모습이었을까.&lt;br&gt; 어떤 http://daumeing.net 모습으로 나를 사랑했을까.&lt;br&gt;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제후는 아란을 더듬어 봤지만 어느 한 조각 기억 속에도 그녀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았다.&lt;br&gt; 아란은 가슴에 안고 다니는 전공서적을 치우고 교복을 입혀놓으면 여고생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풋풋한 인상의 소유자였다.&lt;br&gt; 화려한 옷과 세련된 화장으로 자신을 치장해 남자를 유혹할 줄도 몰랐고 마음에 드는 남자 에게 먼저 접근하는 여자들의 화끈함은 흉내 내지도 못했다.&lt;br&gt; 결혼 전, 그런 여자들만을 찾아 부담 없이 즐겨왔던 제후 쪽에서 보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도 당연했다.&lt;br&gt; 설사 그녀를 알았다 하더라도 처녀를 망가뜨린 항문섹스다운로드 책임을 떠맡을 걸 염려해서 거절했을 것이다.&lt;br&gt; 제후는 간혹 등 뒤를 맴도는 아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.&lt;br&gt;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곧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 못하고 외면하는 서글픈 눈빛을.&lt;br&gt; 아란아 난 너를 확인해 보고 싶다.&lt;br&gt; 내게 손 내민 나를 찾아올 용기를 내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너를 위해 심장을 송두리째 내어버린 내 사랑을 알아주길 원한다.&lt;br&gt; 오늘 집에 못 들어온다구요? 벌써 술에 취했는지 전화기 너머 제후의 목소리는 분명하지 않았다.&lt;br&gt;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7e/14/bmwno1000/folder/3/img_3_1052_8?1261913501.jpg &gt;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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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
&lt;br&gt;야한사이트 하나뿐인 딸의 행복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그저 이 결혼을 통해 들어올 회사의 유익과, 눈엣 가시 같은 전처의 딸과 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던 그들은 제후의 입장에서도 좋아질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나중에 다른 세상에 태어나면 그 때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어요.&lt;br&gt; 아란은 오빠도 포함해서요, 란 말은 하지 못했다.&lt;br&gt; 사람 무안하게 톡톡 쏘긴 하지만 친오빠 같은 다정함으로 그녀를 지켜주는 사람 제후의 사랑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.&lt;br&gt; 이렇게 의지할 가슴과 어깨가 있는 것으로 감사하자고 늘 심장을 달래는 그녀였다.&lt;br&gt; 나를 귀찮아하지 않는 사람들 곁에서요.&lt;br&gt; 아란의 한숨을 제후는 키스로 막았다.&lt;br&gt; http://bmc.naei.net 촉촉하고 아찔한 입술의 감촉을 겉에서만 느끼기가 아쉬워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넣고는 뜨거운 향기를 나눠 삼켰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걸며 몸을 붙였다.&lt;br&gt; 그의 손에 길들여진 몸은 키스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며 떨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손이 아란의 등 뒤로 가 실크 원피스의 지퍼를 내렸다.&lt;br&gt; 가냘픈 허리를 따라 원피스 가 아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제후도 옷을 벗어던졌다.&lt;br&gt; 여행 얘기만 하고 내려갈 참이었는데 불이 붙자 멈출 수가 없었다.&lt;br&gt; 여느 때처럼 아란은 순결한 나신으로 제후를 받아들였다.&lt;br&gt;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거 친 움직임과 손길을 힘겨워하면서도 순종했다.&lt;br&gt; 제후는 녹초가 되도록 아란을 안고 또 안았다.&lt;br&gt; 미친 사람처럼 아란의 몸속에서 권 제후의 소유를 확인했다.&lt;br&gt; 그는 어느 샌가 그녀가 아니면 쾌락을 느낄 수 없는 남자로 길들여져 있었다.&lt;br&gt; 애 데리고 올라가서 뭘 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니? 손님들 오시는데 나와서 좀 맞지 않 고.&lt;br&gt; 누르면 붉은 물이 떨어질 것 같은 아란의 뺨과 제후의 옷자락을 쥐며 등 뒤로 숨는 그녀의 행동이 위에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권 회장 내외는 짐짓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.&lt;br&gt; 손님들이야 할아버지 만나러 왔지, 저 보러 왔어요? 사돈어른들이 오셨단다.&lt;br&gt;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니? 제후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.&lt;br&gt; 새어머니와 대면해야한다는 말에 핏기가 가시는 아란의 안색 을 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에서 싫다는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 어디 계시는데요? 옷을 쥔 아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.&lt;br&gt; 그녀는 제후의 등으로 바짝 몸을 붙였다.&lt;br&gt; 희미하게 떨 리는 작은 어깨가 안쓰러워서 제후는 견딜 수 없었다.&lt;br&gt; 권 회장이 손가락으로 귀한 손님이 아니면 모시지 않는 방을 가리켰다.&lt;br&gt;다른 손님들과 따 로 모셨다.&lt;br&gt; 매무새 가다듬고 들어가서 인사 여쭙고 나오거라.&lt;br&gt; 제후도 피하고 싶었다.&lt;br&gt; 가능하다면 평소에도 잘 지내냐는 전화 한 통 없는 부모 같지도 않 은 사람들과 아란을 대면시키는 이 상황을 그녀에게서 가려주고 싶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제후가 머뭇거리자 권 회장의 눈이 아란을 향했다.&lt;br&gt; 어서 들어가서 인사 드리거라.&lt;br&gt; 결혼하고 나선 처음인데 무척 보고 싶었을 것 아니냐.&lt;br&gt; 제후는 사정도 모르고 아란을 몰아다 붙이는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.&lt;br&gt; 그렇다고 보는 눈, 듣는 귀 많은 이 자리에서 사실을 얘기할 수도, 경거망동을 저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c2/73/baek6217/folder/208/img_208_1584_2?1261913027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누나! 그 때 어디선가 남자아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아란의 다리에 매달려 얼굴을 비비댔다.&lt;br&gt; 아란이 몸을 굽히더니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 올렸다.&lt;br&gt; 이제 다섯 살이나 됐을까 누가 보면 엄마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녀를 빼닮은 꼬마였다.&lt;br&gt; http://fye.daumkor.co.kr  누구야? 내 동생 재영이요.&lt;br&gt; 결혼식 때 안 봤었어요? 하지만 아란이 넌외동딸이잖아, 라고 말하려다가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아마도 이 아 이는 새어머니에게서 난 의붓동생일 것이다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 누구야? 아저씨? 제후는 맹랑한 꼬마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.&lt;br&gt; 아란이 웃으며 동생의 말을 정정했다.&lt;br&gt; 재영아, 아저씨가 아니라 매형이야.&lt;br&gt; 누나랑 결혼한 사람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랑 결혼했어? 엄마랑 아빠처럼 같이 사는 거야? 아빠라기보다는 차라리 할아버지가 낫겠다.&lt;br&gt; 제후는 획, 팔짱을 끼며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 다.&lt;br&gt; 그럼 아기는 어디 있어? 결혼하면 엄마 아빠처럼 아기도 낳는 거잖아.&lt;br&gt; 재영이 동생 어디 있어? 덕분에 아란의 긴장이 덜어지긴 했지만 누나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 처남이 마음에 들지 않 는 제후였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목에 목도리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팔을 풀려는 찰나, 손님 방 문이 열리더 니 그녀의 부모님이 나왔다.&lt;br&gt; 아이를 어르고 있던 아란이 새어머니를 보고는 동생을 거실바닥에 내려놓았다.&lt;br&gt; 엄마한테 갈래, 재영아? 누나는 어디 가야 되거든.&lt;br&gt; 웅웅, 싫어.&lt;br&gt; 누나도 같이 집에 가.&lt;br&gt; 응? 재영아, 이리 온.&lt;br&gt; 저 낳아준 엄마가 부르는데도 재영은 누나에게만 매달려 징징거렸다.&lt;br&gt; 제후가 발을 공중으로 동동대는 아이를 떼어다 엄마에게 안겨주었다.&lt;br&gt; 고마워, 권 서방.&lt;br&gt; 그리고 너도 오랜만이구나.&lt;br&gt; 잘 지냈니? 새어머니의 마지못한 눈길이 아란에게 닿았다.&lt;br&gt; 염려했던 거와 달리 아란은 떨지도 않고 말 을 받았다.&lt;br&gt; 걱정해주신 덕분에요.&lt;br&gt; 아버지도 건강하시죠? 나야 늘 잘 있지.&lt;br&gt; 이 사람이 잘 http://aord.froma.kr  챙겨주니까.&lt;br&gt; 아내의 어깨를 안으며 다정스레 대답하는 아란의 아버지를 보면서 제후는 역겨움마저 일었 다.&lt;br&gt; 당연히 그러시겠죠.&lt;br&gt; 힘들게 재혼하셨는데 오죽 하시겠어요? 삐딱한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.&lt;br&gt; 아란이 그러지 말라는 듯 제후의 팔을 잡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을 뿐 더러 제후도 그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.&lt;br&gt; 너무 사이가 좋아서 딸이 어떻게 사는지는 궁금하시지도 않나 봐요.&lt;br&gt; 저희 결혼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전화 한 통도 안 하시고 말입니다.&lt;br&gt; 저도 부러울 정도라니까요.&lt;br&gt; 농담 속에 드러나는 가시.&lt;br&gt; 은 사장 내외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흐려지는 것을 보며 권 회장 이 나섰다.&lt;br&gt; 제후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? 할아버진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히나 계세요, 소리가 이 사이에서 걸렸다가 목으로 넘어갔 다.&lt;br&gt; 제후는 조롱기를 입가에 걸었다.&lt;br&gt;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.&lt;br&gt; 하지만 없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뭘 잘못했는지 전 모르겠 는데요.&lt;br&gt; 제후야! 마침내 권 회장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제후가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오히 려 건방진 눈동자 속에 두 사람을 가두어 노려볼 뿐이었다.&lt;br&gt; 당신들도 깨달아야 돼.&lt;br&gt;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, 때늦은 사랑 놀음으로 무시당해 내쳐진 자식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당신들도 알아야 돼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그럼 천천히 놀다 가세요.&lt;br&gt; 저희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하거든요.&lt;br&gt; 얼굴 풀어.&lt;br&gt;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?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아란은 내내 불안한 얼굴이었다.&lt;br&gt; 너도, 지금 내가 너무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?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고?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해서 그래요.&lt;br&gt; 오빠도 괜히 저 때문에 은 아란.&lt;br&gt;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던 제후가 무서운 얼굴로 아란을 돌아보았다.&lt;br&gt; 말해두는 데 너하고는 상관없이 내가 한 말이야.&lt;br&gt;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대하는 그 분들 태도에 내가 기분이 나빠서 한 마디 한 거라고.&lt;br&gt; 알았어? 아란이 눈길을 돌리면서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기분 잡치게 그런 얼굴도 하지 말고.&lt;br&gt; 이래서야 둘이 여행 가는 기분도 안 나잖아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안 그럴게요.&lt;br&gt; 이러니 당하고만 살았지.&lt;br&gt; 제후는 침을 꿀꺽 삼키고 http://naverpin.com  화를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은 아란, 너 여기서 조금만 나빠지면 안 되겠냐? 까짓 망신 한 번 준 거 가지고 마음 쓰 지 마.&lt;br&gt; 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기나 할 거 같아? 사실은 아란이 입술을 오물거렸다.&lt;br&gt; 사실은 저도 속이 시원했어요.&lt;br&gt; 오빠가 그 말 안 했으면 내가 했을지도 몰라요.&lt;br&gt; 다만 오빠 가 할아버지 눈에 나는 건 아닐까, 사람들이 오빠 나쁘게 보면 어쩌나 그게 걱정됐어요.&lt;br&gt; 제후가 피식, 코웃음을 쳤다.&lt;br&gt;거기 온 손님 중에 나 그렇고 그런 놈인 거 모르는 사람 없 어.&lt;br&gt; 그래도 나 때문에 오빠 나쁘게 보이는 거 싫어요.&lt;br&gt; 정말로요.&lt;br&gt; 네 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기지 않는데 왜 네 눈엔 내가 안 보이는 걸까.&lt;br&gt; 제후는 속 이 쓰렸다.&lt;br&gt; 그만해라.&lt;br&gt; 빼도 박도 못할 말 가지고 가타부타 떠드는 거, 머리 아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c2/73/baek6217/folder/208/img_208_1585_23?1261913104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제후는 몸을 의자에 묻으면서 눈을 감았다.&lt;br&gt; 그를 가만, 쳐다보는 아란의 시선과 이내 고개를 돌리는 나즈막한 한숨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했다.&lt;br&gt; 기대하게 만들지 마.&lt;br&gt; 네 착한 눈빛을 마주하는 게 얼마나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 알아? 사랑은 느낄수록 괴로웠다.&lt;br&gt; 낯설고 힘들었다.&lt;br&gt;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호텔에서 보낸 VIP 전용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들어갔다.&lt;br&gt; 우와~예쁘다!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객실에 짐을 풀자마자 아란은 곧장 발코니로 뛰어나갔다.&lt;br&gt; 그러더니 인어공주가 되어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할 것처럼 난간을 손으로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.&lt;br&gt; 여기 진짜 마음에 들어요.&lt;br&gt;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감사하는 말씀 꼭 드려야겠어요.&lt;br&gt; 할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입었던 답답한 정장 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제후는 대답했다.&lt;br&gt; 그러던지.&lt;br&gt; 직접 마중을 나온 지배인의 말에 따르면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방이라고 했다.&lt;br&gt; 이틀을 머무는 데 190만원이고 사흘에 26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형의 허니문 패키지용 객실이란다.&lt;br&gt; 얼른 옷 갈아입어.&lt;br&gt; 바다 보고 싶다며.&lt;br&gt; 조금만 더 보구요.&lt;br&gt; 제후가 니트 셔츠에 청바지로 갈아입을 동안까지 아란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 음속에 불쑥 짓궂은 장난기가 돌았다.&lt;br&gt; 아쉬워하며 허리를 바로세우는 아란의 등에 제후의 가슴이 닿았다.&lt;br&gt; 그만 보고 가자니까.&lt;br&gt; 제후는 두 팔로 각각 아란의 어깨와 허리를 둘러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.&lt;br&gt; 아니면,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그냥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까? 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싫다.&lt;br&gt; 넌 내가 마법을 풀어줄 때만 살아 숨을 쉬는 인형이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그그치만 아까 집에서두 거긴 거기고 호텔에서 하는 건 처음이잖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목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를 헤치면서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물었다.&lt;br&gt; 불그스 름한 입술자욱과 고른 치흔(齒痕)이 남았다.&lt;br&gt; 게다가 우린 부부고어디에서도 거리낄 게 없어야 한다고.&lt;br&gt; 아란의 귓불을 깨물며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허리를 안았던 손이 내려가 스커트를 밀어올리고 매 끈한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.&lt;br&gt; http://ikc.mainucc.me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.&lt;br&gt; 자어떻게 할까? 밖으로 나가서 멍청한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줄까, 아니면 이 곳에 서 갑자기 돌아선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감으며 입술을 맞댔다.&lt;br&gt; 등 뒤로 파닥이며 스커트를 들추는 바람만큼이나 그녀의 행동은 대담했다.&lt;br&gt; 아란이 입술을 떼었다.&lt;br&gt; 원해요.&lt;br&gt; 해요.&lt;br&gt; 한 음절이 숨어 나왔지만 제후는 그 말이 허락의 뜻임을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요정들의 눈물처럼 수정이 되어 떨어질 듯 잔잔한 물기가 아란의 눈에 고인다.&lt;br&gt; 아란아 그의 뺨을 쓸어내리는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나 겁쟁이야.&lt;br&gt; 나 너 데리고 도망 온 거야.&lt;br&gt; 밑도 끝도 없이 퍼 올리는 말이었다.&lt;br&gt; 어둠에 깊이를 감춘 우물에서 처음 두레박으로 퍼 올 린 맑은 물이었다.&lt;br&gt; 사실은 내가 오빠.&lt;br&gt; 제후의 팔 안에서 아란의 허리가 휘어지며 다가갔다.&lt;br&gt; 코끝이 부딪치는 거리에서 아란은 제 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.&lt;br&gt; 그 말 꼭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면, 하고 나서 오빠 마음 상하게 할 말이라면 하지 마요.&lt;br&gt; 사람들 떠나서 둘이 있는 거잖아요.&lt;br&gt; 그러니 아무 생각 하지 마요.&lt;br&gt; 여행 왔으니까 좋은 기억만 만들어요.&lt;br&gt; 아무도 끼워주지 말고 그냥 우리 생각만 하면서 지내요, 네? 그녀가 말하는‘우리’는 특별하게 들린다.&lt;br&gt; 너는 너, 나는 나가 아닌 우리.&lt;br&gt; 그런데 그 우리 사이에 누가 끼어들면 어떻게 하지? 하나도 아닌 둘.&lt;br&gt; 너를 좋아하는 사람,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가 널 영원히 차지할 수 있는 걸 막아버리 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? 너 좋아하 바로 그 때 제후의 핸드폰이 주인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긴장이 푹 수그러드는 걸 느끼면서 아 란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고 거실로 들어갔다.&lt;br&gt; 여보세요? 제후, 네 이 녀석! 할아버지셨다.&lt;br&gt; 제후는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알았어요, 알았어.&lt;br&gt; 제가 잘못했어요.&lt;br&gt; 이제 됐죠?! 제후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.&lt;br&gt; 그리고 아예 핸드폰의 배터리를 뽑아 버렸다.&lt;br&gt; 오빠아란은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.&lt;br&gt;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래.&lt;br&gt; 돌아가면 틀림없이 배로 혼나겠지만 아무도 너한테 뭐라 안 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.&lt;br&gt; 아란이 고개를 저었다.&lt;br&gt; 부부는 일심동체랬어요.&lt;br&gt; 오빠가 잘못한 건 내가 잘못한 거고 난, 오빠가 할아버지한테 혼 나는 거 싫어요.&lt;br&gt; 그래? 제후는 웃는 듯 마는 듯 입가를 찡그렸다.&lt;br&gt;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에 대해 ‘우리’를 강조하는 아란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.&lt;br&gt; 나중에 할아버지가 부르시면 저도 데리고 가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줄게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줘? 어감이 재미있었다.&lt;br&gt; 마지못한 미소는 진심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.&lt;br&gt; 하긴.&lt;br&gt;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 예뻐하시니까 너 데리고 가면 야단은 덜 맞겠다.&lt;br&gt;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미소가 제후를 따라 아란의 얼굴에 고였다.&lt;br&gt; 그저 바 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웃고 있으면 온 세상이 빛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http://toos.me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.&lt;br&gt;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아냐? 그건 다 권 제후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야.&lt;br&gt;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먼 손가락으로 가리킨 그를 보고 승원과 미진이 했던 말이었다.&lt;br&gt; 무표정한 얼굴을 녹여보고자 웬만한 미모를 갖춘 여자들이 줄줄이 덤벼들었지만 마음을 얻고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했다.&lt;br&gt; 떠난 사람이 여자가 먼저든 권 제후가 먼저든 그가 미련을 갖고 찾는 경우도 없다 했다.&lt;br&gt; 포기해.&lt;br&gt; 저 선배 맘 좀 뺏어보겠다고 설치다가 바보 된 애들 하나둘인 줄 아냐? 친구들의 만류에도 변함없던 절실한 외바라기에 하늘도 감동하셨는지 인연이 맺어졌고 심지 어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게까지 되었다.&lt;br&gt;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제후는 아란의 몸만은 좋아했다.&lt;br&gt; 진짜 속을 내비치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녀가 없으면 가끔 서운해 한다고 느꼈다.&lt;br&gt; 그리고 그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.&lt;br&gt; 바라만 보고 말도 못 걸던 옛날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을, 아란은 보내고 있었다.&lt;br&gt; 하지만 헤어지면? 나한테 싫증을 내고 계약을 끝내자고 말하면? 가슴에 싸한 통증이 찾아왔다.&lt;br&gt; 아란은 작은 콧소리 섞인 한숨을 쉬며 제후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안겼다.&lt;br&gt; 그리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시원한 향수냄새와 체취를 숨 속으로 담아 넣었다.&lt;br&gt; 언젠가 그가 떠날 때 언젠가 혼자 남겨질 때,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며 견딜 수 있도록.&lt;br&gt; 제주도로 밀월여행을 다녀온 다음부터 제후는 강의라든가 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7/tistory/2009/12/26/04/01/4b350bf1ca981 &gt;&lt;br&gt;&lt;br&gt;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할 때를 빼 고는 아란을 옆에 붙이고 다녔다.&lt;br&gt; 결혼을 빨리 해서 못해봤던 평범한 데이트도 했다.&lt;br&gt; 강의가 비는 시간 틈틈이 전화를 하고 기다리고 만나고, 아란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녔다.&lt;br&gt; 같이 술 마실 시간도 없냐는 친구들의 비아냥거림도 권 제후, 사람 달라졌다고 신기한 눈으 로 쳐다보는 여자들의 시선도 상관없었다.&lt;br&gt; 그저 그만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.&lt;br&gt; 권 제후가 만든 시간 속에서 권 제후를 생각하는 것으 로 아란의 머릿속을 채워주고 싶었다.&lt;br&gt; 오빠, 이거 봐요! 아란이 갑자기 제후의 팔을 잡으며 멈춰 섰다.&lt;br&gt; 학교 앞 분식점에서 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소화 시킬 겸 아이쇼핑을 하다가 쇼윈도에 걸린 목걸이가 예쁘다고 들른 보석 전문점 안이었다.&lt;br&gt; 크리스탈로 만든 거래요.&lt;br&gt; 너무 예쁘죠? 아란이 가리킨 것은 손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큐피드 상이었다.&lt;br&gt; 앙증맞은 날개를 달고 하 트가 달린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.&lt;br&gt; 사줄까? 카운터에 있던 여직원 중 하나가 쪼르르 달려오는 걸 보며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정말요?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안 될 게 뭐야.&lt;br&gt; 너나 나나 어차피 돈만 남아도는 집 자식들이잖아.&lt;br&gt; 내가 맘만 먹으면 이 http://comic.shenala.com 보석가게 전부를 사다가 안겨줄 수도 있다고.&lt;br&gt; 거드름을 피우는 제후의 말투에 아란이 웃는다.&lt;br&gt; 소리 없는 웃음에 그녀의 양 볼에는 깜찍한 볼우물이 진다.&lt;br&gt; 두 개였으면 좋겠는데 손때가 묻을까 조각상 아래 빌로드 천이 깔린 상자를 통째로 들고 있던 아란이 중얼거렸다.&lt;br&gt; 응? 이거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요.&lt;br&gt; 오빠하고 나하고 하나씩 나눠 갖게.&lt;br&gt; 짝 있어요, 손님.&lt;br&gt; 보여드릴까요? 옆에 있던 직원이 카운터로 따라 오란다.&lt;br&gt; 마음만 먹으면 이 보석가게 전부를 사서 안겨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던 까닭에 그녀의 태도는 굉장히 친절했다.&lt;br&gt; 여직원이 뭐라고 얘기를 하자 남자직원이 금고를 열더니 비슷한 크기의 상자를 꺼내고 뚜껑 을 연다.&lt;br&gt; 하트에 화살이 꽂힌 모양의 조각이 누워 있었다.&lt;br&gt; 예쁘다! 아란의 감탄사에 제후가 어깨를 으쓱, 했다.&lt;br&gt; 직원들과 주인의 낯에 화색이 떠오르는 걸 보니 꽤 값이 나가는 모양이었다.&lt;br&gt; 두 분 사귀는 사이세요? 귀족적인 고상함에 적당한 반항기가 돋보이는 근사한 외모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 였다.&lt;br&gt; 여자의 예쁘다는 말 한 마디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꺼내고 카드를 긁는, 성격 화끈한 남자 의 뒷모습을 보던 여직원 하나가 상자 두 개를 포장하며 말을 붙인다.&lt;br&gt; 남자친구가 아가씨한테 푹 빠져 있는 것 같던데 그래요? 아란은 가게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 제후를 창 너머로 쳐다보며 대답했다.&lt;br&gt; 가능성은 없었지만 듣기는 좋았다.&lt;br&gt; 이왕이면 커플링도 하지 그래요? 혼자 덜렁하니 우정 반지 같은 거 끼지 말고, 사귄지 오 래 된 사이면 웃고 있던 아란의 얼굴이 굳어버렸다.&lt;br&gt; 즐거워서 까닥거리던 손가락의 움직임도 투명한 유리 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저희, 부분데요.&lt;br&gt; 부부요? 그치만 남자 분은 반지를 끼고 있지 않던 손님의 달라진 표정을 보고 여직원은 입을 다물었지만 말은 뱉어진 다음이었다.&lt;br&gt;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비참함이었지만 아란은 막 포장이 끝난 상자를 들고 훌쩍 밖으로 나와 버렸다.&lt;br&gt; 더 듣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모르는 사람에게 계약에 묶인 부부라서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형식상의 관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약속.&lt;br&gt; 아란아! 담배를 태우며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던 제후는 그가 기다리는 것조차 잊은 듯 앞 을 지나쳐 황망히 걸음을 옮기는 아란을 보고 대충 통화를 마무리 하고 그녀에게 뛰어갔다.&lt;br&gt; 어디 가.&lt;br&gt; 오늘 할아버지 만나러 가기로 아란의 팔을 잡아 돌려세운 제후는 뜻밖에도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과 http://kccc.me/naver/2013.html 맞닥뜨린 순간 말 을 끝맺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.&lt;br&gt; 원망, 분노 하여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이었다.&lt;br&gt; 낼까요? 목이 메는 음성으로 아란은 제후를 쳐다봤다.&lt;br&gt; 그냥 우리 여기서 끝낼까요? 뭐? 할아버지 앞에서 오빠가 사 준 선물이라고 좋아하며 자랑하는 아란의 얼굴을 볼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제후의 낯이 구겨졌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라면 그냥 여기서 끝내자고요!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을 시간도 달래줄 틈도 없었다.&lt;br&gt; 하얀 얼굴 가득 눈물을 터트린 아란 은 그대로 뒤돌아서 뛰어가 버렸다.&lt;br&gt;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.&lt;br&gt; 아란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그만큼 당황스러웠다.&lt;br&gt; 바닥 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 올리며 제후는 아득한 불안함으로 심장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.&lt;br&gt; 죄죄송합니다, 손님.&lt;br&gt; 아까의 여직원이 옆에 서 있었다.&lt;br&gt; 제가 실수를 했어요.&lt;br&gt; 두 분이 결혼하신 줄도 모르고 그만 커플링이나 하는 게 어떻겠냐 고 커플링? 제후는 무심결에 왼손 약지를 내려다보았다.&lt;br&gt; 아란과는 달리 어떤 구속도 허용치 않을 것처 럼,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텅 비어 있는 그의 손가락을.&lt;br&gt; 직원이 알고 말했던 것도 아니고 제후의 고의도 아니었지만 비싼 선물을 덥석 안겨주고는 아란의 마음을 깔아뭉갠 꼴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진작에 끼고 다녔어야 했는데 쑥스러움에 미뤄두었던 일이 치부를 드러내 그녀가 망신을 당 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뭐야?! 당신 눈에는 그 비싼 반지가 고작 우정 반지로 보였단 말야? 죄죄송합니다.&lt;br&gt; 정말 죄송합니다.&lt;br&gt; 어떻게 보상을 해야 이 여자에겐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후는 화가 났다.&lt;br&gt; 아니 그보다, 바람이 팽팽했던 풍선이 터져버린 것 같은 아란의 눈동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.&lt;br&gt; 화를 냈다는 건 그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뜻인데 말이다.&lt;br&gt; 나한테 기대를 해? 그 남자가 아닌 나한테? 본가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었다.&lt;br&gt; 할아버지가 생신 때의 일에 대해 뭐라고 꾸중을 하셨는지 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제후는 집에 가면 아란의 화를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가만 고민하고 있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34/tistory/2009/12/26/04/12/4b350ea319515 &gt;&lt;br&gt;&lt;br&gt; 여자의 눈치를 보는 일이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라면 용기를 낼 수도 있는 제후였다.&lt;br&gt; 불안하진 않았다.&lt;br&gt; 어느 덧 심장을 내 준 사람이기에 그리고 문득 문득 기대를 갖게 만드는 아란의 행동에 대한 설레임이 가슴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.&lt;br&gt; 상한 속을 달래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라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건 아닌가 했지만 옥외 주차장에서 떨리는 맘으로 올려다 본 그들의 보금자리에는 불이 커져 있었다.&lt;br&gt; 저녁나절, 그렇게 아란과 헤어지고 내내 구겨져 있던 제후의 얼굴이 반가움으로 펴졌다.&lt;br&gt; 엘 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고작 3층 내려오는 http://ccc1.me/naver/2022.html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.&lt;br&gt; 가쁜 호흡에 들먹이는 심장을 억누르며 벨을 누르려는 찰나 문이 먼저 열렸다.&lt;br&gt; 왔어요? 어응.&lt;br&gt; 아까 그러고 간 게 미안해선지 아란은 어색한 음성으로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래도 죄책감이 드는 건 아란이 아니라 제후 쪽이었다.&lt;br&gt; 집에는 언제 왔어? 온 지 한 시간쯤 됐어요.&lt;br&gt;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아란의 어깨에서 바람이 인다.&lt;br&gt; 그 모습을 보자 잠시나마 가졌던 제 후의 설레임은 구석으로 밀려난다.&lt;br&gt; 아까 그 말 왜 한 거야? 내던지는 말이 퉁명스러웠다.&lt;br&gt; 아란이 침실로 향하던 걸음을 멈춘다.&lt;br&gt; 말해두겠지만 우리 결혼 오빠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죠.&lt;br&gt; 아란이 말을 가로채며 뒤돌아섰다.&lt;br&gt; 내가 아쉬워서 매달린 결혼이니까 혼자였던 생활로 돌아간다고 해도 오빠는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거죠?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? ! 내 마음 같은 거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거죠? 내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받아들였는지 오빠한테는 아무 상관없는 거죠? 굵은 눈물방울이 아롱져 바닥으로 떨어진다.&lt;br&gt; 제후는 울컥하는 마음에 아란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.&lt;br&gt; 그러는 넌! 너만 아픈 게 아니란 말이다.&lt;br&gt;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로 두고 사는 나는 편한 줄 알아? 멀쩡한 줄 알아? 넌 뭘 그렇게 잘했는데? 날 다그칠 만큼 순결한 요조숙녀에 조강지처야? 겉으로는 나밖 에 모르는 여자처럼 하고 다녀도 막상 뒤로는 여우짓하고 다니는 지 어떻게 알아? 아니에요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 오빠밖에 없어요.&lt;br&gt; 왜 몰라요 꼭 말로만 해야 되는 거에요? 마음으로 날 봐줄 수는 없는 거에요?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악에 받친 한 마디가 아란의 입을 뚫고 터져 나왔다.&lt;br&gt;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 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제후의 눈빛이 주춤했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손을 뿌리쳤다.&lt;br&gt;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축하한다는 말 듣고 싶었어요.&lt;br&gt;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더 이상 비참해질래야 비참해질 수도 없었다.&lt;br&gt; 손으로 가리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 큼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 걸 느끼며 아란이 뛰쳐나간다.&lt;br&gt; 멍하니 서 있던 제후가 탕! 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.&lt;br&gt; 아아란아! 제후는 신발도 신지 않고 따라 나갔지만 아란은 보이지 않았다.&lt;br&gt; 두리번거리며 황급한 심정 으로 그녀를 찾는 그의 귀에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꺄아악! 사람이 다쳤어요, 누가 좀 도와줘요! 설마 하는 불안감에 심장이 내려앉으면서 소름이 돋았다.&lt;br&gt;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 서 제후는 여자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.&lt;br&gt; 계단이 있는 곳이었다.&lt;br&gt; 사람들이 그리로 모여들었다.&lt;br&gt; 이름도 모르는 이웃들을 헤치고 들어간 제후의 눈이 커졌다.&lt;br&gt; 아란아! 계단 아래,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분명 아란이었다.&lt;br&gt; 벗겨진 한 짝의 신 발이 계단 중간에 걸쳐져 있었다.&lt;br&gt; 아란아, 제발! 넋 나간 표정으로 아란을 안아든 제후가 창백해진 그녀의 뺨을 두드리다 말고 웅성대며 모 여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.&lt;br&gt; 뭣들 하는 거에요! 사람이 다쳤는데! 구급차, 누구 구급차 좀 불러줘요!! 가벼운 뇌진탕이라면서! 그거 말고는 다친 데도 없다면서 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? 방안이 다 쩌렁쩌렁 울렸다.&lt;br&gt; 의사 생활 25년에 http://kccc.me/naver/3109.php 이렇게 막 되먹고 시끄러운 보호자는 처음 보겠다고 생각하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을 꺼냈다.&lt;br&gt; 자자, 일단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으십시오.&lt;br&gt; 그래야 저도 무슨 말씀을 드리던지 할 것 아 닙니까? 뒤에 서 있던 권 회장이 제후의 어깨를 두드렸다.&lt;br&gt; 노인의 자애로운 눈빛이 거친 감정에 휩 싸인 손자의 마음을 다독였다.&lt;br&gt;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환자분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.&lt;br&gt; 약간의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 은 것 외에는 이봐, 의사 선생!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? 뭔가 새로운 걸 얘기해 보라고! 나는 왜 아란이 가 깨어나지 못하는지에 묻고 있잖아! 제후야! 할아버지의 엄한 목소리에 제후는 억지로 숨을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문제는 환자분이 거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.&lt;br&gt; 무의식중에 깨어나는 걸 거부하는 것 같습 니다.&lt;br&gt; 뭔가 두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.&lt;br&gt; 그럼 어떻게 해야 지금으로썬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.&lt;br&gt; 어떤 확약도 드릴 수가 의사가 말끝을 줄였다.&lt;br&gt; 제후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.&lt;br&gt; 구급대에 실려 온지 벌써 사흘 밤낮을 넘겼는데 아란은 죽은 듯이 잠만 잘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.&lt;br&gt; 죽은 듯이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 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 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무너졌다.&lt;br&gt; 이대로 영원한 잠에 들어 깨어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, 다시는 아란의 맑은 웃음을 볼 수 없 는 건 아닌가 방정맞은 생각들이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머릿속을 오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지친 발을 끌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깊은 잠에 든 아란의 얼굴은 평온해보였지만 그와 함께 하는 일상이 두려워 일어나지 못한 다는 말에 제후의 가슴은 핏빛 멍울이 지고 몇 톤짜리 돌을 얹은 것 마냥 무거웠다.&lt;br&gt; 다가가 의자를 끌어다놓고 앉았다.&lt;br&gt;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대고 눈을 감았 다.&lt;br&gt; 눈물 한 줄기가 제후의 뺨을 타고 흘렀다.&lt;br&gt; 아직은 아직은 아니잖아.&lt;br&gt; 나한테 실망하고 화나더라도 내가 철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참아주라.&lt;br&gt; 부부란 원래 그런 거 잖아.&lt;br&gt; 나란 놈한테 실망해서 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널 채웠다고 해도 이런 모습이 마지막이면 안 되는 거잖아.&lt;br&gt; 아란아 내 목소리 들리면 좀 일어나봐.&lt;br&gt; 내 마음 알기 http://bmc.naei.net 전까지는 멀리 가지마.&lt;br&gt; 나 놔두고 혼자 먼 데로 떠나지마.&lt;br&gt; 다시 그녀 없는 시간이 흘렀다.&lt;br&gt; 네 번의 낮과 밤이 일상을 만들며 지나갔다.&lt;br&gt; 학교에는 가야 된다는 할아버지의 엄명에 따르 긴 했지만 제후는 아란의 간호를 맡은 사람이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 이었다.&lt;br&gt; 강의가 끝나면 끼니를 챙길 틈도 없 이 달려오곤 했다.&lt;br&gt; 제 에미 애비가 죽은 후로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중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권 회장은 손 자며느리가 걱정되면서도 아란에게 몰두하는 제후의 모습을 다행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았다.&lt;br&gt; 제후는 남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생일에 아란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모르는 척 했던 것도 손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였다.&lt;br&gt; 아란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쉴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마음이 안식처를 찾았다는 걸 말이다.&lt;br&gt; 이제 미움 받는 역할은 그만해도 될 것 같군.&lt;br&gt; 그동안 수고했네.&lt;br&gt; 어느 날 새벽인가 아란을 간호하다 곁에 엎드려 잠이 든 제후를 보며 권 회장은 병실을 나 와 밖에서 문병 차, 들렀던 공범에게 말했다.&lt;br&gt; 그 녀석이 미처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처음부터 좋아했을 걸요.&lt;br&gt; 민준이 미소로 답했다.&lt;br&gt; 그런데 언제쯤 말해주는 게 좋을까요? 이번 일도 있고 두 사람 다, 슬슬 진실을 알 때도 된 것 같은데.&lt;br&gt; 내버려 두게.&lt;br&gt;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제 3자보다 서로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제일 행복할 테니까.&lt;br&gt; 제후가 마음을 숨기는 바보짓만 하지 않는다면요.&lt;br&gt; 그 때 낮은 굽의 샌들을 신고 복도를 뛰어오는 간호사 한 명이 있었다.&lt;br&gt; 그녀는 권 회장에게 다다르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.&lt;br&gt; 은 아란씨 보호자 되시죠? 빨리 병실에 좀 와주셔야겠어요.&lt;br&gt; 우리 아이가 깨어났습니까? 그게 아니고 병실로 환자분의 아버지라는 분이 찾아오셨는데 손자 분이 막 더 듣지 않아도 상황을 짐작하는 권 회장이었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알고 있는 이상은 그랬다.&lt;br&gt; 어둠에 묻힌 복도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병실이 http://fye.daumkor.co.kr 있었다.&lt;br&gt; 활짝 열린 문으로 넓은 용적의 빛이 바닥을 비추고 거기선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가! 여기서 사라지라고! 당신이 무슨 아버지라고 딸이 다쳐서 입원해 있는데도 일주일 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당신이 무슨 아버지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6/tistory/2009/12/26/03/37/4b350664bf3a0 &gt;&lt;br&gt;&lt;br&gt; 의사가 뭐라고 한 줄 알아? 잘못하면 평생 저러고 있을 수도 있대.&lt;br&gt; 부모라는 사람들이 결 혼이란 명목으로 팔아넘긴 딸이 영원히 잠들어서 죽을 때까지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대! 그거 알기나 해? 깨어나면 두려 운 일이 기다리는 것처럼 깨어나는 걸 거부하고 있대.&lt;br&gt; 이보게 권 서방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란의 아버지가 사위에게 낯을 보이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후 가 말을 가로챘다.&lt;br&gt; 당신과, 당신의 새 아내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짐이었는지 몰라도 아란이 이제 나한테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야.&lt;br&gt; 누구한테도 상처받지 못하게 내가 지킬 거고 아무도 이 아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일 있으 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그러니 가.&lt;br&gt; 여기서 사라지고 다시는 오지 마! 절규.&lt;br&gt; 그리고 차마 말해주지 못한 사랑.&lt;br&gt; 우리 누나 아파?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문틈으로 제후와 은 사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권 회장과 민준의 귀에 아이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누나 이제 못 일어나? 재영이었다.&lt;br&gt; 엄마보다 배다른 누나를 더 따르던 그녀의 동생이었다.&lt;br&gt; 아저씨 우리 누나 죽었어?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재영이 제후의 바지를 잡고 흔들었다.&lt;br&gt; 재수 없는 소리 집어 쳐! 죽긴 누가 죽었다고 그래! 아이의, 아란을 빼닮은 눈동자에 다시금 죄책감이 스며들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이가 놀랄 수 있다 는 것도 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.&lt;br&gt; 방금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끅끅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재영은 누나의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.&lt;br&gt; 부벼대는 눈이 붉었다.&lt;br&gt; 제 후는 한숨을 쉬며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었다.&lt;br&gt; 미안하다, 꼬마야.&lt;br&gt; 아저씨가 잘못했어.&lt;br&gt; 누나 안 죽어.&lt;br&gt; 그냥 자고 있는 거잖아.&lt;br&gt; 일어날 거야.&lt;br&gt; 꼭 일어나서 널 안아줄 거야.&lt;br&gt; 누나에게 http://aord.froma.kr 그랬던 것처럼 재영은 제후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.&lt;br&gt; 아이들 특유의 달콤한 체취가 한가득 안겨왔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안듯이 아이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달랬다.&lt;br&gt; 아무 일 없을 거야정말로.&lt;br&gt; 목이 메어왔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민준이, 그리고 할아버지가 문간에 서 있었다.&lt;br&gt; 본의 아니게 엿들은 꼴이 되어 버렸구나, 미안하다.&lt;br&gt; 언제 오셨어요? 그리고 민준이 너는? 제후는 재영을 안은 채로 일어났다.&lt;br&gt; 아란이 문병 왔다가 할아버지를 만나서 담배 한 대 태우고 들어오는 길이야.&lt;br&gt; 괜찮아? 네 녀석 온 건 하나도 안 반가워.&lt;br&gt; 민준이 피식 웃으며 사돈과 함께 나가는 권 회장을 쳐다봤다.&lt;br&gt; 은 사장의 무거운 걸음새를 보아하니 긴 얘기가 될 것 같았다.&lt;br&gt; 곧 반가워하게 될 걸.&lt;br&gt; 너, 나하고 잠깐 얘기 좀 하자.&lt;br&gt; 아란이 걱정되면 여기서 해도 좋 고.&lt;br&gt; 옆 침대에 재영을 재워놓고 있을 때 캔 커피 두 개를 든 민준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너 어제도 밤샜다면서 몸은 괜찮은 거냐? 중간 중간 자니까 견딜 만 해.&lt;br&gt; 달고 시원한 냉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잠이 깨는 듯 했다.&lt;br&gt; 아란이 좋아하지? 캔을 들어올리던 제후의 손이 공중에서 우뚝 멈췄다.&lt;br&gt; 내 말이 맞냐?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가 제후의 입가를 맴돌았다.&lt;br&gt; 민준이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뭐 너 하는 짓 봐선 묻지 않아도 당연한 얘기다만 그냥 확인해 본 거다.&lt;br&gt; 그 때 내가 아 란이 좋아한다고 했던 거 기억 나냐? 그래서.&lt;br&gt;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?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냐? !! 경악의 표정이 제후의 얼굴에 떠올랐다.&lt;br&gt; 민준이 바닥에 깔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캔을 살살 흔들었다.&lt;br&gt; 그래, 맞아.&lt;br&gt; 나 너한테 거짓말 했다.&lt;br&gt; 난 너 만큼이나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친 구의 여자를 노릴 정도로 비열한 놈은 아니야.&lt;br&gt; 그런데 왜 나한테 부탁한 사람이 있었어.&lt;br&gt; 네가 행복해지기를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이.&lt;br&gt; 할아버지가? 민준은 제후의 생각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.&lt;br&gt; 내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어땠을 거 같냐? 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 서투르잖아.&lt;br&gt; 할아버 지는 진실을 깨닫도록 너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거야.&lt;br&gt; 지기 싫어하는 네 성격에 누가 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가만히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싫어도 http://naverpin.com 지키려고 노력할 테니까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신 거지.&lt;br&gt; 결 국 할아버지의 판단은 옳았고 지금 넌 여기 이 자리에 있잖아.&lt;br&gt; 아란이도 이 사실 알아? 몰라.&lt;br&gt; 아마 내가 자기한테 접근한 게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걸.&lt;br&gt; 그 녀석, 너도 알겠 지만 사람을 너무 잘 믿어.&lt;br&gt;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도 안 하고 덥석 믿어버려.&lt;br&gt; 제후는 허무함에 웃음이 나왔다.&lt;br&gt; 그 동안의 고민이 다 쓸데없는 거였다니.&lt;br&gt; 말이나 들어보자.&lt;br&gt; 너 아란이 찾아가서 뭐라고 했냐? 어느 덧 경계심을 풀은 눈동자였다.&lt;br&gt; 민준이 싱긋 웃었다.&lt;br&gt;궁금하냐? 그걸 말이라고 해? 할아버지랑 짜고 나 속인 건 괘씸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용서해준 다.&lt;br&gt; 음처음엔 반지 얘기 하면서 속을 찔러봤고 두 번째는 너희들이 계약 결혼 한 거 알고 있다고 했고, 세 번째는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지.&lt;br&gt; 그랬더니 뭐래? 선배가 뭘 원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을 거에요, 그러더라.&lt;br&gt; 아마도 내가 자기한테 구애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나봐.&lt;br&gt; 순진한 녀석.&lt;br&gt; 진심하고 장난도 구분 못하는 바보.&lt;br&gt; 가까이 있으면서도 참 어려운 사랑을 하는 커플이었다.&lt;br&gt; 자식이, 그러는 저는 바보짓 안 한 줄 아나.&lt;br&gt; 민준은 아직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생 각하는 어리석은 친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.&lt;br&gt; 너도 속아 넘어갔으면서 뭘 그래.&lt;br&gt; 나한테 주먹질까지 하고.&lt;br&gt; 한 민준 연기력이 좋았던 거지.&lt;br&gt; 정작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지만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비단 아란의 입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에서라도 그녀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고도 멀쩡할 자신이 없었다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왜.&lt;br&gt; 나 힘들다.&lt;br&gt;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데 그 아이가 원하면 보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놔 줄 수가 없어.&lt;br&gt; 욕심 부리면 정말 아란이가 달아날지 모르는데 원래 사람 좋아하는 건 다 그런 거야.&lt;br&gt; 민준은 제후의 어깨를 툭툭 쳤다.&lt;br&gt; 그리고 너처럼 지극정성인 남자 놔두고 어딜 가겠냐? http://ikc.mainucc.me 도망가더라도 일주일 동안 잠 못 자 고 밥 못 먹어가며 고생한 네 은공은 갚고 가라고 그래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웃으라고 한 말이었는데 친구를 부르는 한숨이 깊었다.&lt;br&gt; 그런 만큼 그의 사랑도 깊었다.&lt;br&gt; 아란이 쓰러졌던 날, 나한테 처음 화를 내더라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 나 하냐고,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막 울어 버리더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28/tistory/2009/12/26/04/02/4b350c2b41536 &gt;&lt;br&gt;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아무 에게도 축하받은 적 없다던 생일날에 날 만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에 단 한 사람 오빠한테만은 축하받고 싶었다고 그러더 라.&lt;br&gt; .&lt;br&gt; 사랑이 없어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난 항상 그 앨 다치게만 만들더라.&lt;br&gt; 나중에 보니 까 내가 그 앨 내쫓아버렸더라.&lt;br&gt; 제후야 아, 맞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면 늦기 전에 끝내자고 아란이가 그러더라.&lt;br&gt; 한 민준, 너 어떻게 생각해? 나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? 걸리는 게 많군.&lt;br&gt; 민준은 한 조각 희망도 남지 않은 얼굴로 넋두리를 하는 친구가 가여웠다.&lt;br&gt; 그리고 그의 이런 사랑을 모른 채 마음을 가두고 잠이 들어있는 아란에게 화가 나려고 했다.&lt;br&gt; 아란이 보내고 너 혼자 살 자신 있어? 자신이야 있지.&lt;br&gt; 미쳐버릴 자신.&lt;br&gt; 죽어도 돌아볼 사람 없으니 원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 자 신.&lt;br&gt; 그럼 보내지마.&lt;br&gt;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다 꼭 붙들어 두고 살아.&lt;br&gt; 내가 너 사랑하니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곁에만 있어달라고 졸라.&lt;br&gt; 은 아란은 착하니까 소원을 들어줄 거야.&lt;br&gt; 억지 부려서 더 정 떨어진다고 하면? 이런 겁쟁이! 권 제후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? 그럴 일 없을 거야.&lt;br&gt; 내가 장담해.&lt;br&gt; 민준은 제후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웃어주었다.&lt;br&gt; 제후를 향한 아란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친구는 확실히 달라졌다.&lt;br&gt; 조각 같은 외모와 냉담한 분위기로 여자들을 녹이던 권 제후 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.&lt;br&gt; 사랑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겁을 내고 두려워하고, 고 민을 했다.&lt;br&gt; 만약 아란이 끼고 다니던 순결반지의 주인공이 바로 자기라는 걸 알게 되면 제후가 뭐라고 그럴까 문득 궁금해지는 민준이었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병원 로비.&lt;br&gt; 그를 배웅하러 나온 친구에게 민준은 마지막 충고를 했다.&lt;br&gt;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아란이네 아버지한테 심하게 굴지 마라.&lt;br&gt; 판단은 네가 아니라 아란 이의 몫으로 남겨둬야지.&lt;br&gt; 아무리 그래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분 아니냐.&lt;br&gt; 알았어.&lt;br&gt; 아란이 일어나면 그동안 장난쳐서 미안했다고 대신 사과도 건네주고.&lt;br&gt; 알았다니까.&lt;br&gt; 택시를 부른 민준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든다.&lt;br&gt;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 제후는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아직도 깊은 잠에 들어 있는 아란을 보았지만 이제는 기다림마저 달가웠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의식을 잃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잠이 들어 있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보며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키스를 하면 일어나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마저 들었다.&lt;br&gt; http://toos.me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깨어 있을 때처럼 여전히 보드랍고 향기가 난다.&lt;br&gt; !! 세 번째 키스를 하고 제후가 얼굴을 들려했을 때 목에 둘려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늘고 미약 한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졌다.&lt;br&gt; 설마, 설마!!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기대감에 제후는 감았던 눈을 떴다.&lt;br&gt;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아란의 눈 동자가 무려 8일 만에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너너 말이 나오질 않았다.&lt;br&gt; 한없이 기쁜 순간에 너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.&lt;br&gt; 응, 나 일어났어요.&lt;br&gt; 나 진짜 많이 잤죠? 젠장!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에 왈칵, 목이 메어 오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은 제후의 몸을 가만히 밀면서 일어났다.&lt;br&gt; 제후가 얼른 아란의 어깨를 잡아 부축해주었다.&lt;br&gt; 그래, 이 잠꾸러기야.&lt;br&gt; 무슨 잠을 8일씩이나 자냐?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겨주다가 제후는 부서질 것 같은 아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.&lt;br&gt; 며 칠 사이 수척해진 몸에, 줄무늬 환자복 속으로 느껴지는 헐거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빨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누가 발을 잡고 안 나줬어요.&lt;br&gt; 눈을 뜨고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반겨줄 사람 아무도 없다고 그냥 여기서 살라고 그랬어요.&lt;br&gt; 까만 옷에 얼굴도 없는 무서운 사람이 자꾸 날 붙잡았어요.&lt;br&gt; 무서웠어? 아란은 대답을 하지 않고 손깍지를 끼어 제후의 등을 안았다.&lt;br&gt; 그의 어깨 언저리가 천천히 젖어왔다.&lt;br&gt; 그녀의 몸이 흐느낌으로 떨리고 있었다.&lt;br&gt; 미안해 입술을 깨물었다.&lt;br&gt; 가까스로 참아내는 그녀의 눈물은 고통이 되어 제후의 심장으로 배겨왔다.&lt;br&gt; 다시는 너 혼자 무서운 꿈에 남겨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.&lt;br&gt; 야한사이트 우린 항상 같이 있을 거야.&lt;br&gt; 언제든 널 지켜줄 거야.&lt;br&gt;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그리고 나도, 널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아란의 감은 눈꺼풀에 입을 맞추며 제후는 말했다.&lt;br&gt; 창 밖으로 먼동이 트고 있었다.&lt;br&gt;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 날과 하늘을 두고 제후는 그렇게 가 슴을 저리며 찾아온 첫사랑을 고백했다.&lt;br&gt; 아빠가 새엄마랑 헤어지기로 했대요.&lt;br&gt; 은 사장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아란이 저녁때를 훌쩍 넘겨 들어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아빠 없는 동안에 나한테 함부로 한 거 전주댁 아줌마한테 들었나 봐요.&lt;br&gt; 그동안 아빠 노 릇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그랬어요.&lt;br&gt; 전주댁 아줌마는 아란이 여섯 살 때부터 은 사장네 살림을 봐줬던 사람이었다.&lt;br&gt; 엄마가 돌아 가시고 나서 유일하게 정을 붙인 사람이라고, 새 엄마가 들어와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면서는 더욱 의지를 했던 사람이라 고 아란은 얘기하곤 했었다.&lt;br&gt; 재영이는? 엄마가 데려가서 키운다고 하셨는데 확실한 건 모르겠어요.&lt;br&gt; 원래 재영이가 새 엄마보단 나하고 아빠를 잘 따랐거든요.&lt;br&gt; 제후는 알 만 하다는 듯 말했다.&lt;br&gt; 치장하고 가꾸느라 아이 돌 볼 틈도 없었나보지.&lt;br&gt; 아마도요.&lt;br&gt; 아란의 얼굴에서 긍정의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.&lt;br&gt; 그래도 http://comic.shenala.com 새 엄마가 계서서 아빠가 행복하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왠지 아빠가 이혼 을 결정하신 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죄송스러워요.&lt;br&gt; 난 아무래도 좋다는 사고방식은 버려.&lt;br&gt; 남을 위해서 희생할 생각만 하지 말고 좀 이기적으 로 굴어봐.&lt;br&gt; 아란이 넌 행복할 자격 충분히 있어.&lt;br&gt; 제후는 마주 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.&lt;br&gt; 아, 그리고 나 커피 마실 건데 생각 있으면 같이 마시자.&lt;br&gt;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구수한 커피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.&lt;br&gt; 휘파람을 불면서 주방으 로 들어가는 제후를 보며 아란은 혼자 웃었다.&lt;br&gt;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제후는 줄곧 다정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.&lt;br&gt; 처음엔 보상 심리 때문인 가 의심도 해보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의 다정함은 변함이 없었고 스스럼없는 장난기와 짓궂은 행동은 그들이 보통의 신혼부부 처럼 살고 있다고 아란이 생각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계약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랑해서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다.&lt;br&gt; 알았지? 끝내자는 말 절대로 하지 마.&lt;br&gt; 이제 겨우 두 달 좀 넘게 살아보고 맞는다느니 안 맞는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자.&lt;br&gt; 퇴원 기념으로 찾은 레스토랑에서 제후는 그런 말을 했다.&lt;br&gt; 손을 끌어다 잡으며 조심스레 말 을 내는 그의 눈을 보면서 아란은, 제후와의 관계에 좋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고 머잖아 그의 마음이 진 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.&lt;br&gt; 제후를 믿게 되었다.&lt;br&gt; 요즘만 같으면 세상에 무엇도 바랄 것 없는 사람처럼 아란은 행복했다.&lt;br&gt; 거기에 욕심 부려 한 가지 소원을 빈다면 그도 그녀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.&lt;br&gt; 그녀 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고 싶었다.&lt;br&gt; 커피 향 좋지? 좋아요.&lt;br&gt;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아란이 한모금의 향을 들이마셨다.&lt;br&gt; 정말이지 저 웃는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까봐 애태웠던 걸 생각하면 그녀가 얄밉기까지 한 제후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28/tistory/2009/12/26/04/02/4b350c2b41536 &gt;&lt;br&gt;&lt;br&gt; 잔잔히 부딪치는 시선에 아란이 뺨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.&lt;br&gt; 근데 왜 그렇게 쳐다봐요? 예뻐서.&lt;br&gt; 제후는 턱을 괴고 키득 웃었다.&lt;br&gt; 장난치지 마요.&lt;br&gt; 장난 아닌데.&lt;br&gt; 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 거야.&lt;br&gt; 한층 노골적인 시선에 부끄러움이 또르르 몰렸다.&lt;br&gt; 아란은 잔을 손으로 감싸고 살그머니 제 후의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.&lt;br&gt; 왜 모르고 살았을까.&lt;br&gt; 너처럼 귀엽고 착한 아이 옆에다 두고도 왜 모르고 지냈을까.&lt;br&gt; 커피를 다 마신 아란이 잔을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받침대에 얹고는 허둥지둥 주방을 나간 다.&lt;br&gt; 뒷모습을 쫓던 제후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따랐다.&lt;br&gt; 그리고 아란의 팔을 잡아 침실로 들어간 다음 문을 잠갔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보상 받고 싶다.&lt;br&gt; 너 없이 혼자 보냈던 것만큼 우리의 시간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고 싶다.&lt;br&gt; 오늘 http://kccc.me/naver/2013.html 너 안아도 돼? 그그치만 거절해도 소용없어.&lt;br&gt; 보름동안 참아줬으니까 오늘은 내 맘대로 할 거야.&lt;br&gt; 물러서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안으면서 제후는 아란의 몸을 침대에 밀치듯 쓰러트렸다.&lt;br&gt; 성 급한 손길을 따라 드러나는 여자의 몸에 호흡이 가빠왔다.&lt;br&gt; 건강이 나빠졌다고 며칠 햇빛 구경을 안 시킨 탓인지 피부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.&lt;br&gt; 이 아 름다운 몸을 옷으로 가리면 오히려 죄가 될 것처럼 보였다.&lt;br&gt; 내일 토요일이지? .&lt;br&gt; 그럼 우리 밤새도록 여기서 놀자.&lt;br&gt; 전화와도 받지 말고 누가 벨 눌러도 열어주지 말고 내 일 아침까지 놀다가 자자.&lt;br&gt; 몰라요.&lt;br&gt; 싫어요가 아니라 몰라요다.&lt;br&gt; 늘 처음 만난 남자에게 몸을 열어주는 것처럼 아란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.&lt;br&gt;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잘 하면서 그에게만 그런다.&lt;br&gt; 그런 아란의 행동이 제후에게는 &lt;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사람&gt;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 졌다.&lt;br&gt; 그리고 매번 처녀를 방문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선사했다.&lt;br&gt; 싫으면 지금 말하던가.&lt;br&gt; 아란이 시트를 끌어올려 가슴을 가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싫어도 오빠 맘대로 한다면서요.&lt;br&gt; 후후, 이제 보니 삐지기도 하잖아? 제후는 아란의 화내는 모습이 신기했다.&lt;br&gt; 언제나 그 앞에선 쥐 죽은 듯 꼬리를 내리고 하라 는 대로 따라주던 그녀가 처음으로 반항이라는 걸 했다.&lt;br&gt; 은 아란.&lt;br&gt; 야릇한 붉은 빛이 아란의 얼굴에 떠돌았다.&lt;br&gt; 지금 당장 아란의 몸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고 싶은 걸 참으면서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내가 어떤 여자 좋아하는지 말해줄까? 어떤 여자좋아하는데요? 그녀가 순진하게 되묻는다.&lt;br&gt; 역으로, 아란의 몸을 아래에 두고 있는 제후의 얼굴은 짓궂은 헌 터의 표정이 된다.&lt;br&gt; 오늘 밤 넌 죽었어, 라는 뜻이다.&lt;br&gt; 나한테 저항하는 여자.&lt;br&gt; 좋으면서도 싫다고 말해서 날 더 부추기는 여자.&lt;br&gt; 수차례의 절정이 지났다.&lt;br&gt; 몸과 몸이 먹고 먹혔다.&lt;br&gt; 흥분을 부추긴 대가로 아란은 밤새도록 시달렸지만 한 번도 제후를 거절하지 않았다.&lt;br&gt; 물러서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오빠가 원하는 게 내 몸이라면 나한테 빠져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.&lt;br&gt; 나한테 집착하도록, 그래서 나 외에는 누구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릴 거야.&lt;br&gt; 새벽녘에 풋잠이 들었던 제후는 아란이 뒤척이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.&lt;br&gt; 부스스한 얼굴로 시 계를 쳐다보니 아침 7시 30분, 샤워도 하지 못하고 잠이 든 지 겨우 세 시간이 지났다.&lt;br&gt; 제후는 끄으응,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깜박여 눈 안으로 들어온 빛을 몰아냈다가 다시 실눈 을 뜨고 옆에 누운 아란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.&lt;br&gt; 적어도 정오까지는 깨지 못할 것처럼 아란은 곤한 잠에 들어 있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끌어다 안으면서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몸을 개켜 일어났다.&lt;br&gt;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http://ccc1.me/naver/2022.html 쑤시고 아팠다.&lt;br&gt; 뜨겁고 격렬했던 정사(情事)의 보상이라 그것도 기꺼 운 제후였다.&lt;br&gt; 시트가 눌렸다 제 자리로 돌아오면서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반짝하는 기 운에 욕실로 들어가던 제후가 되돌아 와 그것을 주웠다.&lt;br&gt; 결혼반지였다.&lt;br&gt; 제후의 손가락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녀석의 짝이다.&lt;br&gt; 아란이 일부러 빼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도 어젯밤의 정신없는 상황에 빠트린 모양이다.&lt;br&gt; 정신없는.&lt;br&gt; 풋 그렇게 좋았나? 황홀한 기억을 되살리며 미소 짓는 제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느다란 백금 링 안에 글자가 새겨져있는 게 보였다.&lt;br&gt; 이니셜이다.&lt;br&gt; 제후는 반지를 쥔 손을 힘주어 쥐었다가 펼쳤다.&lt;br&gt;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간만에 찾아 온 나른한 행복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, 좋아하는 사람 있다.&lt;br&gt; 두렵지만 보고 싶었다.&lt;br&gt; 그녀의 사랑을 차지한 사람을 알고 싶었다.&lt;br&gt; 누구일까? 결혼반지에 이니셜을 새길 정도라면 굉장히 소중한 사람일 텐데, 한 번도 손가락에서 반지 를 빼지 않았던 건 결국 다른 사람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서였던 걸까? 제후는 가슴이 쓰렸다.&lt;br&gt; 그러나 피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.&lt;br&gt; 그래서, 어느 덧 땀이 고인 손바 닥에서 반지를 들어 빛이 잘 드는 쪽으로 들어올렸다.&lt;br&gt; 첫 글자는 K였다.&lt;br&gt; JH? KJH.&lt;br&gt; 뭐야, 내 거하고 똑같 무심코 내뱉은 진실에 제후의 눈동자가, 입이 그대로 굳어버린다.&lt;br&gt; 그러다 천천히 몸을 돌려 세상모르고 잠이 든 아란을 쳐다봤다.&lt;br&gt; 그녀는 말했었다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굴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고.&lt;br&gt; 야? 정말 나야? 네가 좋아하는 사람 정말로 권 제후야? 콧소리까지 내며 자고 있는 그녀가 대답할 리 없건마는 제후는 또 묻고 있었다.&lt;br&gt; 야, 한 민준.&lt;br&gt; 제후 놈 왜 저렇게 분위기 잡냐? 또 와이프랑 한 판 했대? 도서관 자리에 가방을 두기 무섭게 담배를 태운다고 나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책상에 쌓은 전공서 적들을 보며 한숨을 쉬던 서훈이 칸막이 사이로 몸을 제껴 민준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남들은 리포트 마감 맞추느라 골 빠개지는 이 때 얄밉게 돌아다니기나 하고 말이야.&lt;br&gt; 저 자식 머리 좋고 손 빠른 건 알지만 너무 한 거 아냐? 머리 나쁘고 손 늦은 너하곤 다르게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.&lt;br&gt; 내버려둬.&lt;br&gt; 장난스런 무시로 서훈의 입을 막은 민준이었으나, 민준도 얼마 못가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 났다.&lt;br&gt; 궁시렁 대며 책을 넘기던 서훈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.&lt;br&gt; 넌 또 어디 가? 나도 담배나 한 대 태우려고 그런다.&lt;br&gt; 금방 들어올게.&lt;br&gt; http://kccc.me/naver/3109.php 서훈이 콧방귀를 흥, 뀐다.&lt;br&gt; 어이구! 자식이 저만 의리 있는 척 하고 있네.&lt;br&gt; 제후 놈 걱정 되서 그런다고 말하면 내가 너 잡아먹을까봐 그러냐? 친구 사이에 별 걸 다 숨겨.&lt;br&gt; 민준은 이해해줘서 고맙단 표시로 손을 들어보였다.&lt;br&gt; 그리고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확인한 다음 밖으로 나와 제후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있었다.&lt;br&gt; 저 자식 오늘만 담배 한 갑이 넘는데 와이프 마음 알았으면 됐지 또 뭐가 문제인 거야? 불 좀 빌리자.&lt;br&gt; 민준은 털썩, 제후 옆에 주저앉으며 담배를 내밀었다.&lt;br&gt; 뻔히 쳐다보는 표정에 약간의 놀라움 이 깃들었다.&lt;br&gt; 뭐해? 불 좀 빌리자니까.&lt;br&gt; 허연 연기가 둘이 되었다.&lt;br&gt; 새 담배의 3분의 1이 타들어가도록 아무 말이 없던 침묵은 기다 리다 지친 민준이 말을 꺼내면서 깨졌다.&lt;br&gt; 잘 나가다 왜 그러냐.&lt;br&gt; 사랑하는 여자 마음 얻은 걸로는 부족했어? 난 나를 잘 알아.&lt;br&gt;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민준은 금방 제후의 말뜻을 알아들었다.&lt;br&gt; 뭐가 두려운 건데.&lt;br&gt; 끝까지 가지 못할까봐?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던 여자들.&lt;br&gt; 그 속을 헤매던 방황에서 찾은 한 사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c2/73/baek6217/folder/208/img_208_1584_14?1261913027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아니면 아란이야? 버리게 될까봐 두려우냐 버림받는 것이 두려우냐, 민준은 묻고 있었다.&lt;br&gt; 대답을 않는 것으로 보아 둘 다 인 것 같았다.&lt;br&gt; 네 곁에 있으면 행복하지 못할까봐 겁나냐? .&lt;br&gt; 미친 놈.&lt;br&gt; 네 곁에 누구씨는 행복해서 죽을라고 하더라.&lt;br&gt; 아란이 그 녀석 생각하는 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거 알지? 민준은 피다 만 담배를 밟아 뭉개며 말을 보탰다.&lt;br&gt; 행복해 하고 있어.&lt;br&gt; 네 눈에 보이잖아.&lt;br&gt; 너도 알고 있잖아.&lt;br&gt; 그 일 권 제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.&lt;br&gt;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궁상떨지 말고 지금 하는 만큼만 해 줘.&lt;br&gt; 넌 해 보지도 않은 놈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? 알려고 해서 알아진 게 아니라 눈에 보인다고 했잖아.&lt;br&gt; 너희 둘 사랑하는 거 눈에 보여.&lt;br&gt; 서 로의 곁에서 행복해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이 보여.&lt;br&gt; 비로소 보이는 웃음이 서글펐다.&lt;br&gt; 민준아 나 제후의 핸드폰이 삐빅 신호음을 냈다.&lt;br&gt; 문자 메시지였다.&lt;br&gt; 제후가 말을 하려다 말고 메시지를 확인한다.&lt;br&gt; 누구야? 아란이? 어.&lt;br&gt; 6시에 경상대 앞에서 만나기로 한 걸 깜박했네.&lt;br&gt; 그러더니 제후는 이렇다 할, 양해도 구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뛰어 들어간다.&lt;br&gt; 그리고 수 분 후 다시 나와 정신없이 가방을 메고 경상대 건물이 있는 쪽으로 사라져버린다.&lt;br&gt; 뭐야, 저 녀석.&lt;br&gt; 얼음 왕자에서 공주의 똘마니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.&lt;br&gt; 혼자 남은 민준이 바닥에 떨어진 제 후의 담배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어본다.&lt;br&gt; 사랑을 하는 친구는 행복해 보였다.&lt;br&gt; 한 달음에 도착할 듯 걸음을 재촉했던 제후는 아란의 모습이 보이기 불과 몇 미터 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아란의 곁에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.&lt;br&gt; 저번에 본 채석이라는 아이는 아니다.&lt;br&gt; 아란이 그 남자와 다정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도, 미소를 지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발은 저절로 서버렸다.&lt;br&gt; 처음 보았을 땐 무작정 손을 낚아 채 데려오고 친구 앞에서 무례한 키스를 퍼붓기까지 했는 데 지금은 소중한 그녀를 그리 대할 맘도 대할 용기도 없다.&lt;br&gt; 하지만 잠시 동안 심장을 욱죄어 오는 통증은 사실이었다.&lt;br&gt; 지금은 가지 말라고 겁먹은 머리가 명령을 내린다.&lt;br&gt; 아란이 다른 남자와 얘기대화의 내용에 상관없이하는 모습만 보면 사라지는 자신감도, 언제 그녀가 그를 버리고 행실 좋고 반듯한 사람을 찾아 가버릴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었다.&lt;br&gt; 조심스러웠다.&lt;br&gt; 화를 낸다기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음을 알았던 듯 그 모습은 그리 오래 눈에 비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손짓을 해가며 대화 를 주고받던 남자가 목례를 하고는 사라진다.&lt;br&gt; 마찬가지 방법으로 인사를 받은 아란이 몸을 나무 그늘의 기둥에 기대며 이내 입 을 가리고 하품을 한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무심코 돌린 시야에 제후의 모습이 들어오자 아란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부른다.&lt;br&gt; 아까와는 다르게 서두르지 않는 보폭으로 제후는 아란에게 걸어갔다.&lt;br&gt; 오래 기다렸어? 이제 6시 20분밖에 안 됐는데요, 뭘.&lt;br&gt; 아란이 손목을 올렸다 내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오해하지 않도록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.&lt;br&gt; 오면서 보니까 누구랑 얘기하고 있던데 그 사람 누구야? 아, 봤어요? 여자 친구가 우리 학교 학생인데 처음 와서 길을 모른다고 그러잖아요.&lt;br&gt; 그럼 그렇지.&lt;br&gt; 설마 별다른 일이야 있겠어.&lt;br&gt; 다른 말은 안 했고? 에? 아아니, 이상한 추파 같은 거 던지지는 않았냐고.&lt;br&gt; 어휴, 이 병신! http://bmc.naei.net 이상한 걸 물어본 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말은 왜 더듬는 거야.&lt;br&gt; 제후는 속 으로 수도 없이 제 머리를 쥐어박았다.&lt;br&gt; 그건 왜 물어보는 데요? 불현듯 민망해진 표정의 제후와 눈을 맞추던 아란이 눈을 깜박깜박 하더니 고개를 젓는다.&lt;br&gt; 그가 난감해하며 말을 더듬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너넌 내가 다른 여자랑 얘기하고 있으면 좋냐? 이런! 예, 아니오의 단답형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.&lt;br&gt; 그거야 당연히 그럼 됐어, 더 물어보지 마! 북 치고 장구치고 저 혼자 괜히 성질을 부리더니 제후는 혼자서 씩씩 걸어가 버린다.&lt;br&gt; 아란 이 졸졸 뒤를 따라온다.&lt;br&gt; 오빠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? 없었어.&lt;br&gt; 근데 왜 나한테 화내요? 화 안 냈어! 그러니까 자꾸 토 달지 마! 하지만 지금 화내고 있잖아요.&lt;br&gt; 서운함이 실린 음성과 함께 뒤를 따라오던 기척이 멎었다.&lt;br&gt; 제후가 뒤를 돌아보자 아란은 머 쓱한 팔을 쓸어내리며 서 있었다.&lt;br&gt; 상처받은 얼굴이었다.&lt;br&gt; 굳이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큰 눈에선 금방이라도 떼구르르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고여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 다시 제후의 상태를 확인시켜주었다.&lt;br&gt; 오빠 화내고 있다구요.&lt;br&gt; 한숨이 나온다.&lt;br&gt; 왜 소중히 여긴다면서, 좋아한다면서 난 왜 꼭 번번이 저 아일 울리고 마는 걸까.&lt;br&gt; 이제는 정말로 사랑인데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는 그녀였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마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착각에 재 빨리 손을 내밀어 아란의 팔을 잡았다.&lt;br&gt; 미안해.&lt;br&gt; 됐어요.&lt;br&gt; 사실은 그게그래! 리포트 쓰다가 나왔거든.&lt;br&gt; 모레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출하라고 교수가 닦달을 해서 아마 그것 때문에 신경이 좀 예민해져 있었나 보다.&lt;br&gt; 알았어요.&lt;br&gt; 아란은 잡히지 않은 쪽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.&lt;br&gt; 그럼 바쁘다고 얘기하지 뭐하러 나왔어요.&lt;br&gt; 나 혼자서도 집에 갈 수 있는데.&lt;br&gt; 관심도 없었던 리포트가 도움을 줬다.&lt;br&gt; 제후는 그의 말에는 의심을 할 줄 모르는 아란과 300 페이지 분량의 전공서적을 탐독하고 사흘 만에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교수에게 감사했다.&lt;br&gt; 너 어린애잖아.&lt;br&gt; 나 없으면 안 되는.&lt;br&gt; 새록 고이는 웃음에 비로소 마음을 놓고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.&lt;br&gt; 울었으니까 배고플 거 아냐? 손가락 사이로 빈틈이 채워졌다.&lt;br&gt; 조금 걷다 돌아보는 그의 웃음에 그녀도 붉은 눈을 하고 웃었다.&lt;br&gt; 그것가지고 양이 차? 제후가 보기엔 먹는 것 같지도 않았다.&lt;br&gt; 저녁 사준다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데리고 왔더니 아 란은 샐러드에만 손을 대고 식사를 끝낸다.&lt;br&gt; 배불러요.&lt;br&gt; 봐요.&lt;br&gt; 아란이 손을 펴서 조금도 나오지 않은 아랫배를 톡톡 친다.&lt;br&gt; 그래도 이거 먹고 내일 아침까지 버텨야 되잖아.&lt;br&gt; 정말 배 안 고프겠어? 먹는 걸로는 그렇게 욕심 안 나요.&lt;br&gt; 나중에 우리 아이 가졌을 때도 그럴까봐 겁난다, 야.&lt;br&gt; 애기가 뱃속에서 뭘 먹고 크겠냐? 그거야 모르죠, 그 때 가면 곰탕에 두 그릇씩 밥 말아먹을지.&lt;br&gt; 투덜대는 제후를 아란은 쳐다보며 웃는다.&lt;br&gt; 제후가 먹다 말고 고개를 든다.&lt;br&gt; 왜? 아뇨.&lt;br&gt; 그냥 오빠가 나랑 애기 낳을 때까지 살아줄 생각 하고 있는 게 신기해서요.&lt;br&gt; 아이 오빠 닮으면 예쁠 거에요, 그죠? 아란의 말을 들은 제후가 얼굴을 굳혔다.&lt;br&gt; 살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거지.&lt;br&gt; 부부는 동등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니까.&lt;br&gt; 명문 S대의 학벌과 국내 건설회사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의 딸, 귀족적이고 아름다운 외모.&lt;br&gt;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도 제후에 대해서는 항상 자기를 낮추어 보는 아란 이다.&lt;br&gt; 자격지심이 아니라 아직 그의 마음을 모르기에 저러는 것이다 이해는 하면서도 제후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거슬린다.&lt;br&gt; 네가 나에 비해 뭐가 부족한데.&lt;br&gt; 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계약 따윈 이제 신경도 안 쓰고 있어.&lt;br&gt; 그러니 네가 나에 대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일, 없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오빠는 사랑해 본 적 있어요? 조건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만 생각하면 자신이 형편없어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뭔지 알 수 있어요? 내가 뭐?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아니에요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9f/17/bmwno110/folder/3/img_3_12_14?1261913884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아? 사람 궁금하게.&lt;br&gt; http://fye.daumkor.co.kr 있잖아요, 나 오늘 술 마시고 싶은데.&lt;br&gt; 심드렁하던 제후의 눈동자가 반짝, 놀란다.&lt;br&gt; 아란은 종업원이 접시들을 치운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말했다.&lt;br&gt; 오빠는 운전해야 되니까 관두고 나 마시는 거만 봐주면 안 돼요? 나 참.&lt;br&gt; 마시려면 같이 마셔야지.&lt;br&gt; 취하면 호텔 찾아서 하루 자면 되잖아.&lt;br&gt; 레스토랑을 나온 두 사람은 제후가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들른다는 호프집을 찾았 다.&lt;br&gt; 8시가 갓 넘은 초저녁인데도 단골들이 많아 벌써부터 시끌시끌했다.&lt;br&gt; 어렵사리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.&lt;br&gt; 뭐 마실래? 오빠가 정해요.&lt;br&gt; 난 아무 거나 상관없으니까.&lt;br&gt; 아란이 순진한 얼굴로 양 팔을 뻗어 소파를 짚고 다리를 모아 앉는다.&lt;br&gt; 투명한 유리 테이블 아래로 허벅지가 반은 보이는 미니스커트가 골반에서부터 아슬아슬하게 감고 있다.&lt;br&gt; 그러고 보니 내내 핸드백으로 허벅지를 가리고 있던 게 생각이 났다.&lt;br&gt; 비트 강한 댄스 음악 때문인지 어슴푸레 얼굴에 빛을 드리우는 조명 때문인지 늘 대하는 그 녀임에도 제후는 가슴이 떨린다.&lt;br&gt; 조금만 옆으로 가 봐.&lt;br&gt; 파트너가 있음에도 아란을 힐끔대는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영 못마땅했다.&lt;br&gt; 저 자식들, 감히 누구 걸 넘보는 거야? 왜요? 우리가 남이냐? 같이 앉게.&lt;br&gt; 아란이 안으로 물러 들어갔다.&lt;br&gt; 제후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안아 자 기 쪽으로 돌린다.&lt;br&gt; 저항도 않는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향이 녹아 입 안에서 뒤엉킨다.&lt;br&gt; 아란을 훔쳐보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하려던 것이었지만 애초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촉촉하고 도톰한 입술의 감촉에 취해버리는 제후였다.&lt;br&gt; 키스가 깊어지면서 아란이 반응을 보였다.&lt;br&gt; 팔을 제후의 목에 감고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.&lt;br&gt; 등줄기의 움푹 파인 부분을 제후의 손가락이 훑자 아란은 허리를 휘면서 몸을 바짝 갖다 붙인다.&lt;br&gt; 자잠깐만요, 오빠.&lt;br&gt; 등이 푹신한 소파에 닿기 직전에 아란이 제후를 떠민다.&lt;br&gt; 사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젠장, 뭐가? 입맛을 다시며 제후는 아란에게 기울였던 몸을 세워 주위를 둘러보았다.&lt;br&gt; 그녀의 말처럼 이 게 웬 떡이냐 쳐다보는 눈들이 많았다.&lt;br&gt; 언제 웨이터가 다녀갔는지도 모르게 세팅 된 테이블과, 처음에는 수북하게 올라왔을 맥주 거품의 얇은 층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바보 씹탱이들.&lt;br&gt; 남 연애하는 거 처음 보나.&lt;br&gt; 상황의 진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다가 제후는 마지못해 아란을 품에서 놓아주었다.&lt;br&gt; 그녀 는 부끄러운 눈빛이었지만 창피해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옷매무새를 바로 하며 앉는다.&lt;br&gt; 잘못 했어.&lt;br&gt; 제후는 1700㏄ 용량의 차가운 맥주를 작은 잔에 따라 마시고 입술에 묻은 거품을 혀로 쓰 윽, 핥아냈다.&lt;br&gt; 첨부터 호텔로 가는 건데 잘못했어.&lt;br&gt; 거기 가서 둘이 신나게 즐기는 건데.&lt;br&gt; 다른 데로 갈까요? 아란이 온기가 느껴지는 손을 제후의 무릎에 얹었다.&lt;br&gt; 자그마한 압박감에 제후가 마시던 잔 을 놓고 이게 무슨 뜻이냐는 듯 그녀를 쳐다본다.&lt;br&gt; 하다만 거 계속 하고 싶지 않아요? 말귀를 알아들은 제후가 금세 쿡, 웃었다.&lt;br&gt; 살다보니 요조숙녀 은 아란의 입에서 먼저 그걸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도 있구나 싶었다.&lt;br&gt; 좋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.&lt;br&gt; 경험자답게,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인간의 짧고 비밀 스런 사랑을 나누려면 어디가 좋은지는 숙지하고 있었다.&lt;br&gt; 형, 나 거기 좀 쓸게.&lt;br&gt;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눈짓을 하고 제후는 아란을 데리고 좁은 문을 나와 2층으로 올라 갔다.&lt;br&gt; 작은 문이 있었다.&lt;br&gt; 제후가 손잡이를 돌리고는 아란을 들어가게 했다.&lt;br&gt; 잠만 자는 곳인지 가구 하나 형광등 하나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.&lt;br&gt; 키 높은 창문으로 흘러들 어오는 달빛이 야트막한 침대를 비추는 곳이었다.&lt;br&gt; 달칵.&lt;br&gt; 등 뒤로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.&lt;br&gt;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.&lt;br&gt; 오늘 처음 만난 여자와 남자가 http://aord.froma.kr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밀애(密愛)의 장소를 찾은 것처럼 아 란과 제후는 잠시 눈을 맞춘다.&lt;br&gt; 그가 다가온다.&lt;br&gt; 붙잡히는 시선 속에서 천천히 긴장이 고조된다.&lt;br&gt; 제후의 팔이 허리를 감싸오자 아란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본다.&lt;br&gt; 하얀 손가락이 제후의 뺨을 스치고 머리칼을 만지다가 목젖을 스친다.&lt;br&gt; 붉은 입술이 탐스럽다.&lt;br&gt; 늘 품 안에서 익숙했던 향기가 어색하게 코를 스치고 떨리는 손가락의 감촉 아래로 부드러 운 피부는 사르르 밀려난다.&lt;br&gt; 음악소리가 귓가에서 웽웽 멀어져가고 맞닿은 심장소리는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.&lt;br&gt; 한껏 달아오른 숨결이 하나가 된 몸을 얽어 묶는다.&lt;br&gt; 뱅그르르 천장이 맴을 돈다.&lt;br&gt; 젖은 숨소리가 방 안을 메운다.&lt;br&gt; 절정의 신음소리가 공중에 부딪치고 야릇한 고통과 쾌감이 뿜어져 나온다.&lt;br&gt; 무저갱(無底坑)의 암흑까지 떨어졌다가 천국의 광명에까지 이른다.&lt;br&gt; 생명과 생명이 만나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들어맞은 그것은 사랑을 잉태한다.&lt;br&gt; 꿈인 듯 환상인 듯 시간이 멈춘다.&lt;br&gt; 앞으론 종종 술 마시러 와야 되겠는 걸.&lt;br&gt;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후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한바탕의 격렬한 운동(!)으로 땀을 빼고 난 다음에 마시는 맥주 맛은 더없이 좋았다.&lt;br&gt; 언제는 호텔 가서 둘이 즐기자면서요.&lt;br&gt; 제후가 쳐다보자 아란이 얼른 눈을 돌리고 입을 다문다.&lt;br&gt; 그녀의 하얀 목에 남은 키스마크가 조금 전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그래서 좋았다는 거야, 싫었다는 거야? 흔하지 않은 아란의 새침한 눈빛에 제후가 운전을 하면서 웃었다.&lt;br&gt; 앵 토라지는 입술이 귀엽 기만 했다.&lt;br&gt; 뭐나쁘지는 않았어요.&lt;br&gt; 차마 대답을 못하겠는지 미적미적, 말을 돌리지만 선수답게 제후는 속뜻을 낚아 채 낸다.&lt;br&gt; 괜찮았으면 집에 가서 한 번 더 할까? 카메라를 샀다.&lt;br&gt; 원하면 바로 찍어서 즉석에서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4/tistory/2009/12/26/03/50/4b35097c7ee67 &gt;&lt;br&gt;&lt;br&gt; 웨딩 앨범 말고는 볼 만 한 사진을 채워 둔 앨범 하나 없다는 게 제후의 이유였지만 빛나는 두근거림으로 자리해가는 아란의 모습을 잃어버리기는 너무 아까워서 그랬다.&lt;br&gt; 제후는 자석이 달린 예쁜 팬시 제품을 사다가 냉장고에 사진을 붙여 놓기 시작했다.&lt;br&gt; 막 일 어나서 눈을 부비는 모습, 샤워를 하고 나와 젖은 머리를 터는 모습이며 놀이동산에서 재영과 놀아주는 모습 등, 제후의 손에 서는 카메라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.&lt;br&gt; 사진 찍는 걸 싫다고 손사래를 젓던 아란도 점차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다루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.&lt;br&gt; 한 번은 술을 마시고 들어와 퉁퉁 부은 제후의 얼굴을 몰래 찍었다가 냉장고에 붙여놓고 잠 이 깬 그에게 보여주면서 깔깔대기도 했다.&lt;br&gt; 길을 지나다 만난 귀여운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을 찍기도 했지만 그들 사진 속의 주인공은 거의 상대방이었다.&lt;br&gt; 사랑할 운명으로 만나게 된 것처럼 뒤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이었다.&lt;br&gt; 언제부터였을까.&lt;br&gt; 넌 언제부터 내 주위를 맴돌았을까.&lt;br&gt; 내가 모르던 시절의 넌 어떤 모습이었을까.&lt;br&gt; 어떤 http://naverpin.com 모습으로 나를 사랑했을까.&lt;br&gt;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제후는 아란을 더듬어 봤지만 어느 한 조각 기억 속에도 그녀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았다.&lt;br&gt; 아란은 가슴에 안고 다니는 전공서적을 치우고 교복을 입혀놓으면 여고생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풋풋한 인상의 소유자였다.&lt;br&gt; 화려한 옷과 세련된 화장으로 자신을 치장해 남자를 유혹할 줄도 몰랐고 마음에 드는 남자 에게 먼저 접근하는 여자들의 화끈함은 흉내 내지도 못했다.&lt;br&gt; 결혼 전, 그런 여자들만을 찾아 부담 없이 즐겨왔던 제후 쪽에서 보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도 당연했다.&lt;br&gt; 설사 그녀를 알았다 하더라도 처녀를 망가뜨린 야한사이트 책임을 떠맡을 걸 염려해서 거절했을 것이다.&lt;br&gt; 제후는 간혹 등 뒤를 맴도는 아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.&lt;br&gt;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곧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 못하고 외면하는 서글픈 눈빛을.&lt;br&gt; 아란아 난 너를 확인해 보고 싶다.&lt;br&gt; 내게 손 내민 나를 찾아올 용기를 내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너를 위해 심장을 송두리째 내어버린 내 사랑을 알아주길 원한다.&lt;br&gt; 오늘 집에 못 들어온다구요? 벌써 술에 취했는지 전화기 너머 제후의 목소리는 분명하지 않았다.&lt;br&gt;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c2/73/baek6217/folder/208/img_208_1584_2?1261913027.jpg &gt;
&lt;br&gt;http://bmc.naei.net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c2/73/baek6217/folder/208/img_208_1585_23?1261913104.jpg &gt;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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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7/tistory/2009/12/26/04/01/4b350bf1ca981 &gt;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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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미시만좋아다운로드 하나뿐인 딸의 행복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그저 이 결혼을 통해 들어올 회사의 유익과, 눈엣 가시 같은 전처의 딸과 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던 그들은 제후의 입장에서도 좋아질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나중에 다른 세상에 태어나면 그 때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어요.&lt;br&gt; 아란은 오빠도 포함해서요, 란 말은 하지 못했다.&lt;br&gt; 사람 무안하게 톡톡 쏘긴 하지만 친오빠 같은 다정함으로 그녀를 지켜주는 사람 제후의 사랑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.&lt;br&gt; 이렇게 의지할 가슴과 어깨가 있는 것으로 감사하자고 늘 심장을 달래는 그녀였다.&lt;br&gt; 나를 귀찮아하지 않는 사람들 곁에서요.&lt;br&gt; 아란의 한숨을 제후는 키스로 막았다.&lt;br&gt; http://bwin.accs.kr 촉촉하고 아찔한 입술의 감촉을 겉에서만 느끼기가 아쉬워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넣고는 뜨거운 향기를 나눠 삼켰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걸며 몸을 붙였다.&lt;br&gt; 그의 손에 길들여진 몸은 키스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며 떨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손이 아란의 등 뒤로 가 실크 원피스의 지퍼를 내렸다.&lt;br&gt; 가냘픈 허리를 따라 원피스 가 아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제후도 옷을 벗어던졌다.&lt;br&gt; 여행 얘기만 하고 내려갈 참이었는데 불이 붙자 멈출 수가 없었다.&lt;br&gt; 여느 때처럼 아란은 순결한 나신으로 제후를 받아들였다.&lt;br&gt;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거 친 움직임과 손길을 힘겨워하면서도 순종했다.&lt;br&gt; 제후는 녹초가 되도록 아란을 안고 또 안았다.&lt;br&gt; 미친 사람처럼 아란의 몸속에서 권 제후의 소유를 확인했다.&lt;br&gt; 그는 어느 샌가 그녀가 아니면 쾌락을 느낄 수 없는 남자로 길들여져 있었다.&lt;br&gt; 애 데리고 올라가서 뭘 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니? 손님들 오시는데 나와서 좀 맞지 않 고.&lt;br&gt; 누르면 붉은 물이 떨어질 것 같은 아란의 뺨과 제후의 옷자락을 쥐며 등 뒤로 숨는 그녀의 행동이 위에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권 회장 내외는 짐짓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.&lt;br&gt; 손님들이야 할아버지 만나러 왔지, 저 보러 왔어요? 사돈어른들이 오셨단다.&lt;br&gt;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니? 제후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.&lt;br&gt; 새어머니와 대면해야한다는 말에 핏기가 가시는 아란의 안색 을 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에서 싫다는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 어디 계시는데요? 옷을 쥔 아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.&lt;br&gt; 그녀는 제후의 등으로 바짝 몸을 붙였다.&lt;br&gt; 희미하게 떨 리는 작은 어깨가 안쓰러워서 제후는 견딜 수 없었다.&lt;br&gt; 권 회장이 손가락으로 귀한 손님이 아니면 모시지 않는 방을 가리켰다.&lt;br&gt;다른 손님들과 따 로 모셨다.&lt;br&gt; 매무새 가다듬고 들어가서 인사 여쭙고 나오거라.&lt;br&gt; 제후도 피하고 싶었다.&lt;br&gt; 가능하다면 평소에도 잘 지내냐는 전화 한 통 없는 부모 같지도 않 은 사람들과 아란을 대면시키는 이 상황을 그녀에게서 가려주고 싶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제후가 머뭇거리자 권 회장의 눈이 아란을 향했다.&lt;br&gt; 어서 들어가서 인사 드리거라.&lt;br&gt; 결혼하고 나선 처음인데 무척 보고 싶었을 것 아니냐.&lt;br&gt; 제후는 사정도 모르고 아란을 몰아다 붙이는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.&lt;br&gt; 그렇다고 보는 눈, 듣는 귀 많은 이 자리에서 사실을 얘기할 수도, 경거망동을 저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36/tistory/2009/12/26/04/28/4b35126d4f566 &gt;&lt;br&gt;&lt;br&gt; 누나! 그 때 어디선가 남자아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아란의 다리에 매달려 얼굴을 비비댔다.&lt;br&gt; 아란이 몸을 굽히더니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 올렸다.&lt;br&gt; 이제 다섯 살이나 됐을까 누가 보면 엄마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녀를 빼닮은 꼬마였다.&lt;br&gt; http://siiiso.com  누구야? 내 동생 재영이요.&lt;br&gt; 결혼식 때 안 봤었어요? 하지만 아란이 넌외동딸이잖아, 라고 말하려다가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아마도 이 아 이는 새어머니에게서 난 의붓동생일 것이다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 누구야? 아저씨? 제후는 맹랑한 꼬마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.&lt;br&gt; 아란이 웃으며 동생의 말을 정정했다.&lt;br&gt; 재영아, 아저씨가 아니라 매형이야.&lt;br&gt; 누나랑 결혼한 사람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랑 결혼했어? 엄마랑 아빠처럼 같이 사는 거야? 아빠라기보다는 차라리 할아버지가 낫겠다.&lt;br&gt; 제후는 획, 팔짱을 끼며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 다.&lt;br&gt; 그럼 아기는 어디 있어? 결혼하면 엄마 아빠처럼 아기도 낳는 거잖아.&lt;br&gt; 재영이 동생 어디 있어? 덕분에 아란의 긴장이 덜어지긴 했지만 누나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 처남이 마음에 들지 않 는 제후였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목에 목도리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팔을 풀려는 찰나, 손님 방 문이 열리더 니 그녀의 부모님이 나왔다.&lt;br&gt; 아이를 어르고 있던 아란이 새어머니를 보고는 동생을 거실바닥에 내려놓았다.&lt;br&gt; 엄마한테 갈래, 재영아? 누나는 어디 가야 되거든.&lt;br&gt; 웅웅, 싫어.&lt;br&gt; 누나도 같이 집에 가.&lt;br&gt; 응? 재영아, 이리 온.&lt;br&gt; 저 낳아준 엄마가 부르는데도 재영은 누나에게만 매달려 징징거렸다.&lt;br&gt; 제후가 발을 공중으로 동동대는 아이를 떼어다 엄마에게 안겨주었다.&lt;br&gt; 고마워, 권 서방.&lt;br&gt; 그리고 너도 오랜만이구나.&lt;br&gt; 잘 지냈니? 새어머니의 마지못한 눈길이 아란에게 닿았다.&lt;br&gt; 염려했던 거와 달리 아란은 떨지도 않고 말 을 받았다.&lt;br&gt; 걱정해주신 덕분에요.&lt;br&gt; 아버지도 건강하시죠? 나야 늘 잘 있지.&lt;br&gt; 이 사람이 잘 http://dsh.shemijin.com  챙겨주니까.&lt;br&gt; 아내의 어깨를 안으며 다정스레 대답하는 아란의 아버지를 보면서 제후는 역겨움마저 일었 다.&lt;br&gt; 당연히 그러시겠죠.&lt;br&gt; 힘들게 재혼하셨는데 오죽 하시겠어요? 삐딱한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.&lt;br&gt; 아란이 그러지 말라는 듯 제후의 팔을 잡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을 뿐 더러 제후도 그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.&lt;br&gt; 너무 사이가 좋아서 딸이 어떻게 사는지는 궁금하시지도 않나 봐요.&lt;br&gt; 저희 결혼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전화 한 통도 안 하시고 말입니다.&lt;br&gt; 저도 부러울 정도라니까요.&lt;br&gt; 농담 속에 드러나는 가시.&lt;br&gt; 은 사장 내외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흐려지는 것을 보며 권 회장 이 나섰다.&lt;br&gt; 제후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? 할아버진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히나 계세요, 소리가 이 사이에서 걸렸다가 목으로 넘어갔 다.&lt;br&gt; 제후는 조롱기를 입가에 걸었다.&lt;br&gt;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.&lt;br&gt; 하지만 없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뭘 잘못했는지 전 모르겠 는데요.&lt;br&gt; 제후야! 마침내 권 회장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제후가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오히 려 건방진 눈동자 속에 두 사람을 가두어 노려볼 뿐이었다.&lt;br&gt; 당신들도 깨달아야 돼.&lt;br&gt;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, 때늦은 사랑 놀음으로 무시당해 내쳐진 자식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당신들도 알아야 돼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그럼 천천히 놀다 가세요.&lt;br&gt; 저희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하거든요.&lt;br&gt; 얼굴 풀어.&lt;br&gt;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?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아란은 내내 불안한 얼굴이었다.&lt;br&gt; 너도, 지금 내가 너무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?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고?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해서 그래요.&lt;br&gt; 오빠도 괜히 저 때문에 은 아란.&lt;br&gt;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던 제후가 무서운 얼굴로 아란을 돌아보았다.&lt;br&gt; 말해두는 데 너하고는 상관없이 내가 한 말이야.&lt;br&gt;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대하는 그 분들 태도에 내가 기분이 나빠서 한 마디 한 거라고.&lt;br&gt; 알았어? 아란이 눈길을 돌리면서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기분 잡치게 그런 얼굴도 하지 말고.&lt;br&gt; 이래서야 둘이 여행 가는 기분도 안 나잖아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안 그럴게요.&lt;br&gt; 이러니 당하고만 살았지.&lt;br&gt; 제후는 침을 꿀꺽 삼키고 http://kor1.me  화를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은 아란, 너 여기서 조금만 나빠지면 안 되겠냐? 까짓 망신 한 번 준 거 가지고 마음 쓰 지 마.&lt;br&gt; 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기나 할 거 같아? 사실은 아란이 입술을 오물거렸다.&lt;br&gt; 사실은 저도 속이 시원했어요.&lt;br&gt; 오빠가 그 말 안 했으면 내가 했을지도 몰라요.&lt;br&gt; 다만 오빠 가 할아버지 눈에 나는 건 아닐까, 사람들이 오빠 나쁘게 보면 어쩌나 그게 걱정됐어요.&lt;br&gt; 제후가 피식, 코웃음을 쳤다.&lt;br&gt;거기 온 손님 중에 나 그렇고 그런 놈인 거 모르는 사람 없 어.&lt;br&gt; 그래도 나 때문에 오빠 나쁘게 보이는 거 싫어요.&lt;br&gt; 정말로요.&lt;br&gt; 네 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기지 않는데 왜 네 눈엔 내가 안 보이는 걸까.&lt;br&gt; 제후는 속 이 쓰렸다.&lt;br&gt; 그만해라.&lt;br&gt; 빼도 박도 못할 말 가지고 가타부타 떠드는 거, 머리 아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6/tistory/2009/12/26/03/37/4b35065b35b01 &gt;&lt;br&gt;&lt;br&gt; 제후는 몸을 의자에 묻으면서 눈을 감았다.&lt;br&gt; 그를 가만, 쳐다보는 아란의 시선과 이내 고개를 돌리는 나즈막한 한숨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했다.&lt;br&gt; 기대하게 만들지 마.&lt;br&gt; 네 착한 눈빛을 마주하는 게 얼마나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 알아? 사랑은 느낄수록 괴로웠다.&lt;br&gt; 낯설고 힘들었다.&lt;br&gt;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호텔에서 보낸 VIP 전용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들어갔다.&lt;br&gt; 우와~예쁘다!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객실에 짐을 풀자마자 아란은 곧장 발코니로 뛰어나갔다.&lt;br&gt; 그러더니 인어공주가 되어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할 것처럼 난간을 손으로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.&lt;br&gt; 여기 진짜 마음에 들어요.&lt;br&gt;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감사하는 말씀 꼭 드려야겠어요.&lt;br&gt; 할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입었던 답답한 정장 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제후는 대답했다.&lt;br&gt; 그러던지.&lt;br&gt; 직접 마중을 나온 지배인의 말에 따르면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방이라고 했다.&lt;br&gt; 이틀을 머무는 데 190만원이고 사흘에 26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형의 허니문 패키지용 객실이란다.&lt;br&gt; 얼른 옷 갈아입어.&lt;br&gt; 바다 보고 싶다며.&lt;br&gt; 조금만 더 보구요.&lt;br&gt; 제후가 니트 셔츠에 청바지로 갈아입을 동안까지 아란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 음속에 불쑥 짓궂은 장난기가 돌았다.&lt;br&gt; 아쉬워하며 허리를 바로세우는 아란의 등에 제후의 가슴이 닿았다.&lt;br&gt; 그만 보고 가자니까.&lt;br&gt; 제후는 두 팔로 각각 아란의 어깨와 허리를 둘러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.&lt;br&gt; 아니면,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그냥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까? 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싫다.&lt;br&gt; 넌 내가 마법을 풀어줄 때만 살아 숨을 쉬는 인형이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그그치만 아까 집에서두 거긴 거기고 호텔에서 하는 건 처음이잖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목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를 헤치면서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물었다.&lt;br&gt; 불그스 름한 입술자욱과 고른 치흔(齒痕)이 남았다.&lt;br&gt; 게다가 우린 부부고어디에서도 거리낄 게 없어야 한다고.&lt;br&gt; 아란의 귓불을 깨물며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허리를 안았던 손이 내려가 스커트를 밀어올리고 매 끈한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.&lt;br&gt; http://kor1.me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.&lt;br&gt; 자어떻게 할까? 밖으로 나가서 멍청한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줄까, 아니면 이 곳에 서 갑자기 돌아선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감으며 입술을 맞댔다.&lt;br&gt; 등 뒤로 파닥이며 스커트를 들추는 바람만큼이나 그녀의 행동은 대담했다.&lt;br&gt; 아란이 입술을 떼었다.&lt;br&gt; 원해요.&lt;br&gt; 해요.&lt;br&gt; 한 음절이 숨어 나왔지만 제후는 그 말이 허락의 뜻임을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요정들의 눈물처럼 수정이 되어 떨어질 듯 잔잔한 물기가 아란의 눈에 고인다.&lt;br&gt; 아란아 그의 뺨을 쓸어내리는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나 겁쟁이야.&lt;br&gt; 나 너 데리고 도망 온 거야.&lt;br&gt; 밑도 끝도 없이 퍼 올리는 말이었다.&lt;br&gt; 어둠에 깊이를 감춘 우물에서 처음 두레박으로 퍼 올 린 맑은 물이었다.&lt;br&gt; 사실은 내가 오빠.&lt;br&gt; 제후의 팔 안에서 아란의 허리가 휘어지며 다가갔다.&lt;br&gt; 코끝이 부딪치는 거리에서 아란은 제 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.&lt;br&gt; 그 말 꼭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면, 하고 나서 오빠 마음 상하게 할 말이라면 하지 마요.&lt;br&gt; 사람들 떠나서 둘이 있는 거잖아요.&lt;br&gt; 그러니 아무 생각 하지 마요.&lt;br&gt; 여행 왔으니까 좋은 기억만 만들어요.&lt;br&gt; 아무도 끼워주지 말고 그냥 우리 생각만 하면서 지내요, 네? 그녀가 말하는‘우리’는 특별하게 들린다.&lt;br&gt; 너는 너, 나는 나가 아닌 우리.&lt;br&gt; 그런데 그 우리 사이에 누가 끼어들면 어떻게 하지? 하나도 아닌 둘.&lt;br&gt; 너를 좋아하는 사람,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가 널 영원히 차지할 수 있는 걸 막아버리 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? 너 좋아하 바로 그 때 제후의 핸드폰이 주인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긴장이 푹 수그러드는 걸 느끼면서 아 란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고 거실로 들어갔다.&lt;br&gt; 여보세요? 제후, 네 이 녀석! 할아버지셨다.&lt;br&gt; 제후는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알았어요, 알았어.&lt;br&gt; 제가 잘못했어요.&lt;br&gt; 이제 됐죠?! 제후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.&lt;br&gt; 그리고 아예 핸드폰의 배터리를 뽑아 버렸다.&lt;br&gt; 오빠아란은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.&lt;br&gt;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래.&lt;br&gt; 돌아가면 틀림없이 배로 혼나겠지만 아무도 너한테 뭐라 안 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.&lt;br&gt; 아란이 고개를 저었다.&lt;br&gt; 부부는 일심동체랬어요.&lt;br&gt; 오빠가 잘못한 건 내가 잘못한 거고 난, 오빠가 할아버지한테 혼 나는 거 싫어요.&lt;br&gt; 그래? 제후는 웃는 듯 마는 듯 입가를 찡그렸다.&lt;br&gt;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에 대해 ‘우리’를 강조하는 아란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.&lt;br&gt; 나중에 할아버지가 부르시면 저도 데리고 가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줄게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줘? 어감이 재미있었다.&lt;br&gt; 마지못한 미소는 진심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.&lt;br&gt; 하긴.&lt;br&gt;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 예뻐하시니까 너 데리고 가면 야단은 덜 맞겠다.&lt;br&gt;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미소가 제후를 따라 아란의 얼굴에 고였다.&lt;br&gt; 그저 바 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웃고 있으면 온 세상이 빛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http://fmc.naei.net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.&lt;br&gt;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아냐? 그건 다 권 제후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야.&lt;br&gt;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먼 손가락으로 가리킨 그를 보고 승원과 미진이 했던 말이었다.&lt;br&gt; 무표정한 얼굴을 녹여보고자 웬만한 미모를 갖춘 여자들이 줄줄이 덤벼들었지만 마음을 얻고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했다.&lt;br&gt; 떠난 사람이 여자가 먼저든 권 제후가 먼저든 그가 미련을 갖고 찾는 경우도 없다 했다.&lt;br&gt; 포기해.&lt;br&gt; 저 선배 맘 좀 뺏어보겠다고 설치다가 바보 된 애들 하나둘인 줄 아냐? 친구들의 만류에도 변함없던 절실한 외바라기에 하늘도 감동하셨는지 인연이 맺어졌고 심지 어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게까지 되었다.&lt;br&gt;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제후는 아란의 몸만은 좋아했다.&lt;br&gt; 진짜 속을 내비치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녀가 없으면 가끔 서운해 한다고 느꼈다.&lt;br&gt; 그리고 그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.&lt;br&gt; 바라만 보고 말도 못 걸던 옛날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을, 아란은 보내고 있었다.&lt;br&gt; 하지만 헤어지면? 나한테 싫증을 내고 계약을 끝내자고 말하면? 가슴에 싸한 통증이 찾아왔다.&lt;br&gt; 아란은 작은 콧소리 섞인 한숨을 쉬며 제후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안겼다.&lt;br&gt; 그리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시원한 향수냄새와 체취를 숨 속으로 담아 넣었다.&lt;br&gt; 언젠가 그가 떠날 때 언젠가 혼자 남겨질 때,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며 견딜 수 있도록.&lt;br&gt; 제주도로 밀월여행을 다녀온 다음부터 제후는 강의라든가 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7e/14/bmwno1000/folder/3/img_3_1052_21?1261913501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할 때를 빼 고는 아란을 옆에 붙이고 다녔다.&lt;br&gt; 결혼을 빨리 해서 못해봤던 평범한 데이트도 했다.&lt;br&gt; 강의가 비는 시간 틈틈이 전화를 하고 기다리고 만나고, 아란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녔다.&lt;br&gt; 같이 술 마실 시간도 없냐는 친구들의 비아냥거림도 권 제후, 사람 달라졌다고 신기한 눈으 로 쳐다보는 여자들의 시선도 상관없었다.&lt;br&gt; 그저 그만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.&lt;br&gt; 권 제후가 만든 시간 속에서 권 제후를 생각하는 것으 로 아란의 머릿속을 채워주고 싶었다.&lt;br&gt; 오빠, 이거 봐요! 아란이 갑자기 제후의 팔을 잡으며 멈춰 섰다.&lt;br&gt; 학교 앞 분식점에서 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소화 시킬 겸 아이쇼핑을 하다가 쇼윈도에 걸린 목걸이가 예쁘다고 들른 보석 전문점 안이었다.&lt;br&gt; 크리스탈로 만든 거래요.&lt;br&gt; 너무 예쁘죠? 아란이 가리킨 것은 손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큐피드 상이었다.&lt;br&gt; 앙증맞은 날개를 달고 하 트가 달린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.&lt;br&gt; 사줄까? 카운터에 있던 여직원 중 하나가 쪼르르 달려오는 걸 보며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정말요?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안 될 게 뭐야.&lt;br&gt; 너나 나나 어차피 돈만 남아도는 집 자식들이잖아.&lt;br&gt; 내가 맘만 먹으면 이 http://toos.me 보석가게 전부를 사다가 안겨줄 수도 있다고.&lt;br&gt; 거드름을 피우는 제후의 말투에 아란이 웃는다.&lt;br&gt; 소리 없는 웃음에 그녀의 양 볼에는 깜찍한 볼우물이 진다.&lt;br&gt; 두 개였으면 좋겠는데 손때가 묻을까 조각상 아래 빌로드 천이 깔린 상자를 통째로 들고 있던 아란이 중얼거렸다.&lt;br&gt; 응? 이거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요.&lt;br&gt; 오빠하고 나하고 하나씩 나눠 갖게.&lt;br&gt; 짝 있어요, 손님.&lt;br&gt; 보여드릴까요? 옆에 있던 직원이 카운터로 따라 오란다.&lt;br&gt; 마음만 먹으면 이 보석가게 전부를 사서 안겨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던 까닭에 그녀의 태도는 굉장히 친절했다.&lt;br&gt; 여직원이 뭐라고 얘기를 하자 남자직원이 금고를 열더니 비슷한 크기의 상자를 꺼내고 뚜껑 을 연다.&lt;br&gt; 하트에 화살이 꽂힌 모양의 조각이 누워 있었다.&lt;br&gt; 예쁘다! 아란의 감탄사에 제후가 어깨를 으쓱, 했다.&lt;br&gt; 직원들과 주인의 낯에 화색이 떠오르는 걸 보니 꽤 값이 나가는 모양이었다.&lt;br&gt; 두 분 사귀는 사이세요? 귀족적인 고상함에 적당한 반항기가 돋보이는 근사한 외모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 였다.&lt;br&gt; 여자의 예쁘다는 말 한 마디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꺼내고 카드를 긁는, 성격 화끈한 남자 의 뒷모습을 보던 여직원 하나가 상자 두 개를 포장하며 말을 붙인다.&lt;br&gt; 남자친구가 아가씨한테 푹 빠져 있는 것 같던데 그래요? 아란은 가게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 제후를 창 너머로 쳐다보며 대답했다.&lt;br&gt; 가능성은 없었지만 듣기는 좋았다.&lt;br&gt; 이왕이면 커플링도 하지 그래요? 혼자 덜렁하니 우정 반지 같은 거 끼지 말고, 사귄지 오 래 된 사이면 웃고 있던 아란의 얼굴이 굳어버렸다.&lt;br&gt; 즐거워서 까닥거리던 손가락의 움직임도 투명한 유리 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저희, 부분데요.&lt;br&gt; 부부요? 그치만 남자 분은 반지를 끼고 있지 않던 손님의 달라진 표정을 보고 여직원은 입을 다물었지만 말은 뱉어진 다음이었다.&lt;br&gt;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비참함이었지만 아란은 막 포장이 끝난 상자를 들고 훌쩍 밖으로 나와 버렸다.&lt;br&gt; 더 듣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모르는 사람에게 계약에 묶인 부부라서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형식상의 관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약속.&lt;br&gt; 아란아! 담배를 태우며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던 제후는 그가 기다리는 것조차 잊은 듯 앞 을 지나쳐 황망히 걸음을 옮기는 아란을 보고 대충 통화를 마무리 하고 그녀에게 뛰어갔다.&lt;br&gt; 어디 가.&lt;br&gt; 오늘 할아버지 만나러 가기로 아란의 팔을 잡아 돌려세운 제후는 뜻밖에도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과 http://naveryo.com/naver/46.php 맞닥뜨린 순간 말 을 끝맺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.&lt;br&gt; 원망, 분노 하여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이었다.&lt;br&gt; 낼까요? 목이 메는 음성으로 아란은 제후를 쳐다봤다.&lt;br&gt; 그냥 우리 여기서 끝낼까요? 뭐? 할아버지 앞에서 오빠가 사 준 선물이라고 좋아하며 자랑하는 아란의 얼굴을 볼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제후의 낯이 구겨졌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라면 그냥 여기서 끝내자고요!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을 시간도 달래줄 틈도 없었다.&lt;br&gt; 하얀 얼굴 가득 눈물을 터트린 아란 은 그대로 뒤돌아서 뛰어가 버렸다.&lt;br&gt;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.&lt;br&gt; 아란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그만큼 당황스러웠다.&lt;br&gt; 바닥 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 올리며 제후는 아득한 불안함으로 심장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.&lt;br&gt; 죄죄송합니다, 손님.&lt;br&gt; 아까의 여직원이 옆에 서 있었다.&lt;br&gt; 제가 실수를 했어요.&lt;br&gt; 두 분이 결혼하신 줄도 모르고 그만 커플링이나 하는 게 어떻겠냐 고 커플링? 제후는 무심결에 왼손 약지를 내려다보았다.&lt;br&gt; 아란과는 달리 어떤 구속도 허용치 않을 것처 럼,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텅 비어 있는 그의 손가락을.&lt;br&gt; 직원이 알고 말했던 것도 아니고 제후의 고의도 아니었지만 비싼 선물을 덥석 안겨주고는 아란의 마음을 깔아뭉갠 꼴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진작에 끼고 다녔어야 했는데 쑥스러움에 미뤄두었던 일이 치부를 드러내 그녀가 망신을 당 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뭐야?! 당신 눈에는 그 비싼 반지가 고작 우정 반지로 보였단 말야? 죄죄송합니다.&lt;br&gt; 정말 죄송합니다.&lt;br&gt; 어떻게 보상을 해야 이 여자에겐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후는 화가 났다.&lt;br&gt; 아니 그보다, 바람이 팽팽했던 풍선이 터져버린 것 같은 아란의 눈동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.&lt;br&gt; 화를 냈다는 건 그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뜻인데 말이다.&lt;br&gt; 나한테 기대를 해? 그 남자가 아닌 나한테? 본가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었다.&lt;br&gt; 할아버지가 생신 때의 일에 대해 뭐라고 꾸중을 하셨는지 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제후는 집에 가면 아란의 화를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가만 고민하고 있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5/tistory/2009/12/26/04/13/4b350ef05ce95 &gt;&lt;br&gt;&lt;br&gt; 여자의 눈치를 보는 일이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라면 용기를 낼 수도 있는 제후였다.&lt;br&gt; 불안하진 않았다.&lt;br&gt; 어느 덧 심장을 내 준 사람이기에 그리고 문득 문득 기대를 갖게 만드는 아란의 행동에 대한 설레임이 가슴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.&lt;br&gt; 상한 속을 달래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라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건 아닌가 했지만 옥외 주차장에서 떨리는 맘으로 올려다 본 그들의 보금자리에는 불이 커져 있었다.&lt;br&gt; 저녁나절, 그렇게 아란과 헤어지고 내내 구겨져 있던 제후의 얼굴이 반가움으로 펴졌다.&lt;br&gt; 엘 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고작 3층 내려오는 http://kccc.me/naver/4957.php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.&lt;br&gt; 가쁜 호흡에 들먹이는 심장을 억누르며 벨을 누르려는 찰나 문이 먼저 열렸다.&lt;br&gt; 왔어요? 어응.&lt;br&gt; 아까 그러고 간 게 미안해선지 아란은 어색한 음성으로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래도 죄책감이 드는 건 아란이 아니라 제후 쪽이었다.&lt;br&gt; 집에는 언제 왔어? 온 지 한 시간쯤 됐어요.&lt;br&gt;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아란의 어깨에서 바람이 인다.&lt;br&gt; 그 모습을 보자 잠시나마 가졌던 제 후의 설레임은 구석으로 밀려난다.&lt;br&gt; 아까 그 말 왜 한 거야? 내던지는 말이 퉁명스러웠다.&lt;br&gt; 아란이 침실로 향하던 걸음을 멈춘다.&lt;br&gt; 말해두겠지만 우리 결혼 오빠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죠.&lt;br&gt; 아란이 말을 가로채며 뒤돌아섰다.&lt;br&gt; 내가 아쉬워서 매달린 결혼이니까 혼자였던 생활로 돌아간다고 해도 오빠는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거죠?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? ! 내 마음 같은 거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거죠? 내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받아들였는지 오빠한테는 아무 상관없는 거죠? 굵은 눈물방울이 아롱져 바닥으로 떨어진다.&lt;br&gt; 제후는 울컥하는 마음에 아란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.&lt;br&gt; 그러는 넌! 너만 아픈 게 아니란 말이다.&lt;br&gt;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로 두고 사는 나는 편한 줄 알아? 멀쩡한 줄 알아? 넌 뭘 그렇게 잘했는데? 날 다그칠 만큼 순결한 요조숙녀에 조강지처야? 겉으로는 나밖 에 모르는 여자처럼 하고 다녀도 막상 뒤로는 여우짓하고 다니는 지 어떻게 알아? 아니에요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 오빠밖에 없어요.&lt;br&gt; 왜 몰라요 꼭 말로만 해야 되는 거에요? 마음으로 날 봐줄 수는 없는 거에요?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악에 받친 한 마디가 아란의 입을 뚫고 터져 나왔다.&lt;br&gt;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 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제후의 눈빛이 주춤했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손을 뿌리쳤다.&lt;br&gt;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축하한다는 말 듣고 싶었어요.&lt;br&gt;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더 이상 비참해질래야 비참해질 수도 없었다.&lt;br&gt; 손으로 가리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 큼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 걸 느끼며 아란이 뛰쳐나간다.&lt;br&gt; 멍하니 서 있던 제후가 탕! 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.&lt;br&gt; 아아란아! 제후는 신발도 신지 않고 따라 나갔지만 아란은 보이지 않았다.&lt;br&gt; 두리번거리며 황급한 심정 으로 그녀를 찾는 그의 귀에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꺄아악! 사람이 다쳤어요, 누가 좀 도와줘요! 설마 하는 불안감에 심장이 내려앉으면서 소름이 돋았다.&lt;br&gt;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 서 제후는 여자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.&lt;br&gt; 계단이 있는 곳이었다.&lt;br&gt; 사람들이 그리로 모여들었다.&lt;br&gt; 이름도 모르는 이웃들을 헤치고 들어간 제후의 눈이 커졌다.&lt;br&gt; 아란아! 계단 아래,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분명 아란이었다.&lt;br&gt; 벗겨진 한 짝의 신 발이 계단 중간에 걸쳐져 있었다.&lt;br&gt; 아란아, 제발! 넋 나간 표정으로 아란을 안아든 제후가 창백해진 그녀의 뺨을 두드리다 말고 웅성대며 모 여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.&lt;br&gt; 뭣들 하는 거에요! 사람이 다쳤는데! 구급차, 누구 구급차 좀 불러줘요!! 가벼운 뇌진탕이라면서! 그거 말고는 다친 데도 없다면서 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? 방안이 다 쩌렁쩌렁 울렸다.&lt;br&gt; 의사 생활 25년에 http://ccc1.me/naver/157.html 이렇게 막 되먹고 시끄러운 보호자는 처음 보겠다고 생각하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을 꺼냈다.&lt;br&gt; 자자, 일단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으십시오.&lt;br&gt; 그래야 저도 무슨 말씀을 드리던지 할 것 아 닙니까? 뒤에 서 있던 권 회장이 제후의 어깨를 두드렸다.&lt;br&gt; 노인의 자애로운 눈빛이 거친 감정에 휩 싸인 손자의 마음을 다독였다.&lt;br&gt;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환자분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.&lt;br&gt; 약간의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 은 것 외에는 이봐, 의사 선생!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? 뭔가 새로운 걸 얘기해 보라고! 나는 왜 아란이 가 깨어나지 못하는지에 묻고 있잖아! 제후야! 할아버지의 엄한 목소리에 제후는 억지로 숨을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문제는 환자분이 거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.&lt;br&gt; 무의식중에 깨어나는 걸 거부하는 것 같습 니다.&lt;br&gt; 뭔가 두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.&lt;br&gt; 그럼 어떻게 해야 지금으로썬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.&lt;br&gt; 어떤 확약도 드릴 수가 의사가 말끝을 줄였다.&lt;br&gt; 제후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.&lt;br&gt; 구급대에 실려 온지 벌써 사흘 밤낮을 넘겼는데 아란은 죽은 듯이 잠만 잘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.&lt;br&gt; 죽은 듯이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 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 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무너졌다.&lt;br&gt; 이대로 영원한 잠에 들어 깨어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, 다시는 아란의 맑은 웃음을 볼 수 없 는 건 아닌가 방정맞은 생각들이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머릿속을 오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지친 발을 끌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깊은 잠에 든 아란의 얼굴은 평온해보였지만 그와 함께 하는 일상이 두려워 일어나지 못한 다는 말에 제후의 가슴은 핏빛 멍울이 지고 몇 톤짜리 돌을 얹은 것 마냥 무거웠다.&lt;br&gt; 다가가 의자를 끌어다놓고 앉았다.&lt;br&gt;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대고 눈을 감았 다.&lt;br&gt; 눈물 한 줄기가 제후의 뺨을 타고 흘렀다.&lt;br&gt; 아직은 아직은 아니잖아.&lt;br&gt; 나한테 실망하고 화나더라도 내가 철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참아주라.&lt;br&gt; 부부란 원래 그런 거 잖아.&lt;br&gt; 나란 놈한테 실망해서 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널 채웠다고 해도 이런 모습이 마지막이면 안 되는 거잖아.&lt;br&gt; 아란아 내 목소리 들리면 좀 일어나봐.&lt;br&gt; 내 마음 알기 http://bwin.accs.kr 전까지는 멀리 가지마.&lt;br&gt; 나 놔두고 혼자 먼 데로 떠나지마.&lt;br&gt; 다시 그녀 없는 시간이 흘렀다.&lt;br&gt; 네 번의 낮과 밤이 일상을 만들며 지나갔다.&lt;br&gt; 학교에는 가야 된다는 할아버지의 엄명에 따르 긴 했지만 제후는 아란의 간호를 맡은 사람이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 이었다.&lt;br&gt; 강의가 끝나면 끼니를 챙길 틈도 없 이 달려오곤 했다.&lt;br&gt; 제 에미 애비가 죽은 후로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중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권 회장은 손 자며느리가 걱정되면서도 아란에게 몰두하는 제후의 모습을 다행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았다.&lt;br&gt; 제후는 남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생일에 아란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모르는 척 했던 것도 손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였다.&lt;br&gt; 아란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쉴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마음이 안식처를 찾았다는 걸 말이다.&lt;br&gt; 이제 미움 받는 역할은 그만해도 될 것 같군.&lt;br&gt; 그동안 수고했네.&lt;br&gt; 어느 날 새벽인가 아란을 간호하다 곁에 엎드려 잠이 든 제후를 보며 권 회장은 병실을 나 와 밖에서 문병 차, 들렀던 공범에게 말했다.&lt;br&gt; 그 녀석이 미처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처음부터 좋아했을 걸요.&lt;br&gt; 민준이 미소로 답했다.&lt;br&gt; 그런데 언제쯤 말해주는 게 좋을까요? 이번 일도 있고 두 사람 다, 슬슬 진실을 알 때도 된 것 같은데.&lt;br&gt; 내버려 두게.&lt;br&gt;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제 3자보다 서로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제일 행복할 테니까.&lt;br&gt; 제후가 마음을 숨기는 바보짓만 하지 않는다면요.&lt;br&gt; 그 때 낮은 굽의 샌들을 신고 복도를 뛰어오는 간호사 한 명이 있었다.&lt;br&gt; 그녀는 권 회장에게 다다르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.&lt;br&gt; 은 아란씨 보호자 되시죠? 빨리 병실에 좀 와주셔야겠어요.&lt;br&gt; 우리 아이가 깨어났습니까? 그게 아니고 병실로 환자분의 아버지라는 분이 찾아오셨는데 손자 분이 막 더 듣지 않아도 상황을 짐작하는 권 회장이었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알고 있는 이상은 그랬다.&lt;br&gt; 어둠에 묻힌 복도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병실이 http://siiiso.com 있었다.&lt;br&gt; 활짝 열린 문으로 넓은 용적의 빛이 바닥을 비추고 거기선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가! 여기서 사라지라고! 당신이 무슨 아버지라고 딸이 다쳐서 입원해 있는데도 일주일 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당신이 무슨 아버지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33/tistory/2009/12/26/03/51/4b3509a029ea4 &gt;&lt;br&gt;&lt;br&gt; 의사가 뭐라고 한 줄 알아? 잘못하면 평생 저러고 있을 수도 있대.&lt;br&gt; 부모라는 사람들이 결 혼이란 명목으로 팔아넘긴 딸이 영원히 잠들어서 죽을 때까지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대! 그거 알기나 해? 깨어나면 두려 운 일이 기다리는 것처럼 깨어나는 걸 거부하고 있대.&lt;br&gt; 이보게 권 서방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란의 아버지가 사위에게 낯을 보이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후 가 말을 가로챘다.&lt;br&gt; 당신과, 당신의 새 아내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짐이었는지 몰라도 아란이 이제 나한테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야.&lt;br&gt; 누구한테도 상처받지 못하게 내가 지킬 거고 아무도 이 아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일 있으 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그러니 가.&lt;br&gt; 여기서 사라지고 다시는 오지 마! 절규.&lt;br&gt; 그리고 차마 말해주지 못한 사랑.&lt;br&gt; 우리 누나 아파?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문틈으로 제후와 은 사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권 회장과 민준의 귀에 아이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누나 이제 못 일어나? 재영이었다.&lt;br&gt; 엄마보다 배다른 누나를 더 따르던 그녀의 동생이었다.&lt;br&gt; 아저씨 우리 누나 죽었어?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재영이 제후의 바지를 잡고 흔들었다.&lt;br&gt; 재수 없는 소리 집어 쳐! 죽긴 누가 죽었다고 그래! 아이의, 아란을 빼닮은 눈동자에 다시금 죄책감이 스며들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이가 놀랄 수 있다 는 것도 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.&lt;br&gt; 방금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끅끅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재영은 누나의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.&lt;br&gt; 부벼대는 눈이 붉었다.&lt;br&gt; 제 후는 한숨을 쉬며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었다.&lt;br&gt; 미안하다, 꼬마야.&lt;br&gt; 아저씨가 잘못했어.&lt;br&gt; 누나 안 죽어.&lt;br&gt; 그냥 자고 있는 거잖아.&lt;br&gt; 일어날 거야.&lt;br&gt; 꼭 일어나서 널 안아줄 거야.&lt;br&gt; 누나에게 http://dsh.shemijin.com 그랬던 것처럼 재영은 제후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.&lt;br&gt; 아이들 특유의 달콤한 체취가 한가득 안겨왔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안듯이 아이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달랬다.&lt;br&gt; 아무 일 없을 거야정말로.&lt;br&gt; 목이 메어왔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민준이, 그리고 할아버지가 문간에 서 있었다.&lt;br&gt; 본의 아니게 엿들은 꼴이 되어 버렸구나, 미안하다.&lt;br&gt; 언제 오셨어요? 그리고 민준이 너는? 제후는 재영을 안은 채로 일어났다.&lt;br&gt; 아란이 문병 왔다가 할아버지를 만나서 담배 한 대 태우고 들어오는 길이야.&lt;br&gt; 괜찮아? 네 녀석 온 건 하나도 안 반가워.&lt;br&gt; 민준이 피식 웃으며 사돈과 함께 나가는 권 회장을 쳐다봤다.&lt;br&gt; 은 사장의 무거운 걸음새를 보아하니 긴 얘기가 될 것 같았다.&lt;br&gt; 곧 반가워하게 될 걸.&lt;br&gt; 너, 나하고 잠깐 얘기 좀 하자.&lt;br&gt; 아란이 걱정되면 여기서 해도 좋 고.&lt;br&gt; 옆 침대에 재영을 재워놓고 있을 때 캔 커피 두 개를 든 민준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너 어제도 밤샜다면서 몸은 괜찮은 거냐? 중간 중간 자니까 견딜 만 해.&lt;br&gt; 달고 시원한 냉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잠이 깨는 듯 했다.&lt;br&gt; 아란이 좋아하지? 캔을 들어올리던 제후의 손이 공중에서 우뚝 멈췄다.&lt;br&gt; 내 말이 맞냐?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가 제후의 입가를 맴돌았다.&lt;br&gt; 민준이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뭐 너 하는 짓 봐선 묻지 않아도 당연한 얘기다만 그냥 확인해 본 거다.&lt;br&gt; 그 때 내가 아 란이 좋아한다고 했던 거 기억 나냐? 그래서.&lt;br&gt;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?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냐? !! 경악의 표정이 제후의 얼굴에 떠올랐다.&lt;br&gt; 민준이 바닥에 깔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캔을 살살 흔들었다.&lt;br&gt; 그래, 맞아.&lt;br&gt; 나 너한테 거짓말 했다.&lt;br&gt; 난 너 만큼이나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친 구의 여자를 노릴 정도로 비열한 놈은 아니야.&lt;br&gt; 그런데 왜 나한테 부탁한 사람이 있었어.&lt;br&gt; 네가 행복해지기를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이.&lt;br&gt; 할아버지가? 민준은 제후의 생각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.&lt;br&gt; 내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어땠을 거 같냐? 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 서투르잖아.&lt;br&gt; 할아버 지는 진실을 깨닫도록 너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거야.&lt;br&gt; 지기 싫어하는 네 성격에 누가 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가만히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싫어도 http://kor1.me 지키려고 노력할 테니까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신 거지.&lt;br&gt; 결 국 할아버지의 판단은 옳았고 지금 넌 여기 이 자리에 있잖아.&lt;br&gt; 아란이도 이 사실 알아? 몰라.&lt;br&gt; 아마 내가 자기한테 접근한 게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걸.&lt;br&gt; 그 녀석, 너도 알겠 지만 사람을 너무 잘 믿어.&lt;br&gt;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도 안 하고 덥석 믿어버려.&lt;br&gt; 제후는 허무함에 웃음이 나왔다.&lt;br&gt; 그 동안의 고민이 다 쓸데없는 거였다니.&lt;br&gt; 말이나 들어보자.&lt;br&gt; 너 아란이 찾아가서 뭐라고 했냐? 어느 덧 경계심을 풀은 눈동자였다.&lt;br&gt; 민준이 싱긋 웃었다.&lt;br&gt;궁금하냐? 그걸 말이라고 해? 할아버지랑 짜고 나 속인 건 괘씸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용서해준 다.&lt;br&gt; 음처음엔 반지 얘기 하면서 속을 찔러봤고 두 번째는 너희들이 계약 결혼 한 거 알고 있다고 했고, 세 번째는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지.&lt;br&gt; 그랬더니 뭐래? 선배가 뭘 원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을 거에요, 그러더라.&lt;br&gt; 아마도 내가 자기한테 구애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나봐.&lt;br&gt; 순진한 녀석.&lt;br&gt; 진심하고 장난도 구분 못하는 바보.&lt;br&gt; 가까이 있으면서도 참 어려운 사랑을 하는 커플이었다.&lt;br&gt; 자식이, 그러는 저는 바보짓 안 한 줄 아나.&lt;br&gt; 민준은 아직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생 각하는 어리석은 친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.&lt;br&gt; 너도 속아 넘어갔으면서 뭘 그래.&lt;br&gt; 나한테 주먹질까지 하고.&lt;br&gt; 한 민준 연기력이 좋았던 거지.&lt;br&gt; 정작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지만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비단 아란의 입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에서라도 그녀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고도 멀쩡할 자신이 없었다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왜.&lt;br&gt; 나 힘들다.&lt;br&gt;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데 그 아이가 원하면 보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놔 줄 수가 없어.&lt;br&gt; 욕심 부리면 정말 아란이가 달아날지 모르는데 원래 사람 좋아하는 건 다 그런 거야.&lt;br&gt; 민준은 제후의 어깨를 툭툭 쳤다.&lt;br&gt; 그리고 너처럼 지극정성인 남자 놔두고 어딜 가겠냐? http://kor1.me 도망가더라도 일주일 동안 잠 못 자 고 밥 못 먹어가며 고생한 네 은공은 갚고 가라고 그래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웃으라고 한 말이었는데 친구를 부르는 한숨이 깊었다.&lt;br&gt; 그런 만큼 그의 사랑도 깊었다.&lt;br&gt; 아란이 쓰러졌던 날, 나한테 처음 화를 내더라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 나 하냐고,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막 울어 버리더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36/tistory/2009/12/26/04/28/4b35126c3ad66 &gt;&lt;br&gt;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아무 에게도 축하받은 적 없다던 생일날에 날 만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에 단 한 사람 오빠한테만은 축하받고 싶었다고 그러더 라.&lt;br&gt; .&lt;br&gt; 사랑이 없어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난 항상 그 앨 다치게만 만들더라.&lt;br&gt; 나중에 보니 까 내가 그 앨 내쫓아버렸더라.&lt;br&gt; 제후야 아, 맞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면 늦기 전에 끝내자고 아란이가 그러더라.&lt;br&gt; 한 민준, 너 어떻게 생각해? 나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? 걸리는 게 많군.&lt;br&gt; 민준은 한 조각 희망도 남지 않은 얼굴로 넋두리를 하는 친구가 가여웠다.&lt;br&gt; 그리고 그의 이런 사랑을 모른 채 마음을 가두고 잠이 들어있는 아란에게 화가 나려고 했다.&lt;br&gt; 아란이 보내고 너 혼자 살 자신 있어? 자신이야 있지.&lt;br&gt; 미쳐버릴 자신.&lt;br&gt; 죽어도 돌아볼 사람 없으니 원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 자 신.&lt;br&gt; 그럼 보내지마.&lt;br&gt;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다 꼭 붙들어 두고 살아.&lt;br&gt; 내가 너 사랑하니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곁에만 있어달라고 졸라.&lt;br&gt; 은 아란은 착하니까 소원을 들어줄 거야.&lt;br&gt; 억지 부려서 더 정 떨어진다고 하면? 이런 겁쟁이! 권 제후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? 그럴 일 없을 거야.&lt;br&gt; 내가 장담해.&lt;br&gt; 민준은 제후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웃어주었다.&lt;br&gt; 제후를 향한 아란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친구는 확실히 달라졌다.&lt;br&gt; 조각 같은 외모와 냉담한 분위기로 여자들을 녹이던 권 제후 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.&lt;br&gt; 사랑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겁을 내고 두려워하고, 고 민을 했다.&lt;br&gt; 만약 아란이 끼고 다니던 순결반지의 주인공이 바로 자기라는 걸 알게 되면 제후가 뭐라고 그럴까 문득 궁금해지는 민준이었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병원 로비.&lt;br&gt; 그를 배웅하러 나온 친구에게 민준은 마지막 충고를 했다.&lt;br&gt;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아란이네 아버지한테 심하게 굴지 마라.&lt;br&gt; 판단은 네가 아니라 아란 이의 몫으로 남겨둬야지.&lt;br&gt; 아무리 그래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분 아니냐.&lt;br&gt; 알았어.&lt;br&gt; 아란이 일어나면 그동안 장난쳐서 미안했다고 대신 사과도 건네주고.&lt;br&gt; 알았다니까.&lt;br&gt; 택시를 부른 민준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든다.&lt;br&gt;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 제후는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아직도 깊은 잠에 들어 있는 아란을 보았지만 이제는 기다림마저 달가웠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의식을 잃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잠이 들어 있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보며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키스를 하면 일어나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마저 들었다.&lt;br&gt; http://fmc.naei.net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깨어 있을 때처럼 여전히 보드랍고 향기가 난다.&lt;br&gt; !! 세 번째 키스를 하고 제후가 얼굴을 들려했을 때 목에 둘려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늘고 미약 한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졌다.&lt;br&gt; 설마, 설마!!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기대감에 제후는 감았던 눈을 떴다.&lt;br&gt;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아란의 눈 동자가 무려 8일 만에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너너 말이 나오질 않았다.&lt;br&gt; 한없이 기쁜 순간에 너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.&lt;br&gt; 응, 나 일어났어요.&lt;br&gt; 나 진짜 많이 잤죠? 젠장!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에 왈칵, 목이 메어 오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은 제후의 몸을 가만히 밀면서 일어났다.&lt;br&gt; 제후가 얼른 아란의 어깨를 잡아 부축해주었다.&lt;br&gt; 그래, 이 잠꾸러기야.&lt;br&gt; 무슨 잠을 8일씩이나 자냐?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겨주다가 제후는 부서질 것 같은 아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.&lt;br&gt; 며 칠 사이 수척해진 몸에, 줄무늬 환자복 속으로 느껴지는 헐거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빨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누가 발을 잡고 안 나줬어요.&lt;br&gt; 눈을 뜨고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반겨줄 사람 아무도 없다고 그냥 여기서 살라고 그랬어요.&lt;br&gt; 까만 옷에 얼굴도 없는 무서운 사람이 자꾸 날 붙잡았어요.&lt;br&gt; 무서웠어? 아란은 대답을 하지 않고 손깍지를 끼어 제후의 등을 안았다.&lt;br&gt; 그의 어깨 언저리가 천천히 젖어왔다.&lt;br&gt; 그녀의 몸이 흐느낌으로 떨리고 있었다.&lt;br&gt; 미안해 입술을 깨물었다.&lt;br&gt; 가까스로 참아내는 그녀의 눈물은 고통이 되어 제후의 심장으로 배겨왔다.&lt;br&gt; 다시는 너 혼자 무서운 꿈에 남겨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.&lt;br&gt; 미시만좋아다운로드 우린 항상 같이 있을 거야.&lt;br&gt; 언제든 널 지켜줄 거야.&lt;br&gt;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그리고 나도, 널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아란의 감은 눈꺼풀에 입을 맞추며 제후는 말했다.&lt;br&gt; 창 밖으로 먼동이 트고 있었다.&lt;br&gt;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 날과 하늘을 두고 제후는 그렇게 가 슴을 저리며 찾아온 첫사랑을 고백했다.&lt;br&gt; 아빠가 새엄마랑 헤어지기로 했대요.&lt;br&gt; 은 사장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아란이 저녁때를 훌쩍 넘겨 들어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아빠 없는 동안에 나한테 함부로 한 거 전주댁 아줌마한테 들었나 봐요.&lt;br&gt; 그동안 아빠 노 릇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그랬어요.&lt;br&gt; 전주댁 아줌마는 아란이 여섯 살 때부터 은 사장네 살림을 봐줬던 사람이었다.&lt;br&gt; 엄마가 돌아 가시고 나서 유일하게 정을 붙인 사람이라고, 새 엄마가 들어와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면서는 더욱 의지를 했던 사람이라 고 아란은 얘기하곤 했었다.&lt;br&gt; 재영이는? 엄마가 데려가서 키운다고 하셨는데 확실한 건 모르겠어요.&lt;br&gt; 원래 재영이가 새 엄마보단 나하고 아빠를 잘 따랐거든요.&lt;br&gt; 제후는 알 만 하다는 듯 말했다.&lt;br&gt; 치장하고 가꾸느라 아이 돌 볼 틈도 없었나보지.&lt;br&gt; 아마도요.&lt;br&gt; 아란의 얼굴에서 긍정의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.&lt;br&gt; 그래도 http://toos.me 새 엄마가 계서서 아빠가 행복하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왠지 아빠가 이혼 을 결정하신 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죄송스러워요.&lt;br&gt; 난 아무래도 좋다는 사고방식은 버려.&lt;br&gt; 남을 위해서 희생할 생각만 하지 말고 좀 이기적으 로 굴어봐.&lt;br&gt; 아란이 넌 행복할 자격 충분히 있어.&lt;br&gt; 제후는 마주 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.&lt;br&gt; 아, 그리고 나 커피 마실 건데 생각 있으면 같이 마시자.&lt;br&gt;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구수한 커피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.&lt;br&gt; 휘파람을 불면서 주방으 로 들어가는 제후를 보며 아란은 혼자 웃었다.&lt;br&gt;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제후는 줄곧 다정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.&lt;br&gt; 처음엔 보상 심리 때문인 가 의심도 해보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의 다정함은 변함이 없었고 스스럼없는 장난기와 짓궂은 행동은 그들이 보통의 신혼부부 처럼 살고 있다고 아란이 생각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계약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랑해서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다.&lt;br&gt; 알았지? 끝내자는 말 절대로 하지 마.&lt;br&gt; 이제 겨우 두 달 좀 넘게 살아보고 맞는다느니 안 맞는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자.&lt;br&gt; 퇴원 기념으로 찾은 레스토랑에서 제후는 그런 말을 했다.&lt;br&gt; 손을 끌어다 잡으며 조심스레 말 을 내는 그의 눈을 보면서 아란은, 제후와의 관계에 좋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고 머잖아 그의 마음이 진 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.&lt;br&gt; 제후를 믿게 되었다.&lt;br&gt; 요즘만 같으면 세상에 무엇도 바랄 것 없는 사람처럼 아란은 행복했다.&lt;br&gt; 거기에 욕심 부려 한 가지 소원을 빈다면 그도 그녀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.&lt;br&gt; 그녀 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고 싶었다.&lt;br&gt; 커피 향 좋지? 좋아요.&lt;br&gt;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아란이 한모금의 향을 들이마셨다.&lt;br&gt; 정말이지 저 웃는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까봐 애태웠던 걸 생각하면 그녀가 얄밉기까지 한 제후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36/tistory/2009/12/26/04/28/4b35126c3ad66 &gt;&lt;br&gt;&lt;br&gt; 잔잔히 부딪치는 시선에 아란이 뺨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.&lt;br&gt; 근데 왜 그렇게 쳐다봐요? 예뻐서.&lt;br&gt; 제후는 턱을 괴고 키득 웃었다.&lt;br&gt; 장난치지 마요.&lt;br&gt; 장난 아닌데.&lt;br&gt; 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 거야.&lt;br&gt; 한층 노골적인 시선에 부끄러움이 또르르 몰렸다.&lt;br&gt; 아란은 잔을 손으로 감싸고 살그머니 제 후의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.&lt;br&gt; 왜 모르고 살았을까.&lt;br&gt; 너처럼 귀엽고 착한 아이 옆에다 두고도 왜 모르고 지냈을까.&lt;br&gt; 커피를 다 마신 아란이 잔을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받침대에 얹고는 허둥지둥 주방을 나간 다.&lt;br&gt; 뒷모습을 쫓던 제후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따랐다.&lt;br&gt; 그리고 아란의 팔을 잡아 침실로 들어간 다음 문을 잠갔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보상 받고 싶다.&lt;br&gt; 너 없이 혼자 보냈던 것만큼 우리의 시간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고 싶다.&lt;br&gt; 오늘 http://naveryo.com/naver/46.php 너 안아도 돼? 그그치만 거절해도 소용없어.&lt;br&gt; 보름동안 참아줬으니까 오늘은 내 맘대로 할 거야.&lt;br&gt; 물러서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안으면서 제후는 아란의 몸을 침대에 밀치듯 쓰러트렸다.&lt;br&gt; 성 급한 손길을 따라 드러나는 여자의 몸에 호흡이 가빠왔다.&lt;br&gt; 건강이 나빠졌다고 며칠 햇빛 구경을 안 시킨 탓인지 피부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.&lt;br&gt; 이 아 름다운 몸을 옷으로 가리면 오히려 죄가 될 것처럼 보였다.&lt;br&gt; 내일 토요일이지? .&lt;br&gt; 그럼 우리 밤새도록 여기서 놀자.&lt;br&gt; 전화와도 받지 말고 누가 벨 눌러도 열어주지 말고 내 일 아침까지 놀다가 자자.&lt;br&gt; 몰라요.&lt;br&gt; 싫어요가 아니라 몰라요다.&lt;br&gt; 늘 처음 만난 남자에게 몸을 열어주는 것처럼 아란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.&lt;br&gt;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잘 하면서 그에게만 그런다.&lt;br&gt; 그런 아란의 행동이 제후에게는 &lt;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사람&gt;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 졌다.&lt;br&gt; 그리고 매번 처녀를 방문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선사했다.&lt;br&gt; 싫으면 지금 말하던가.&lt;br&gt; 아란이 시트를 끌어올려 가슴을 가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싫어도 오빠 맘대로 한다면서요.&lt;br&gt; 후후, 이제 보니 삐지기도 하잖아? 제후는 아란의 화내는 모습이 신기했다.&lt;br&gt; 언제나 그 앞에선 쥐 죽은 듯 꼬리를 내리고 하라 는 대로 따라주던 그녀가 처음으로 반항이라는 걸 했다.&lt;br&gt; 은 아란.&lt;br&gt; 야릇한 붉은 빛이 아란의 얼굴에 떠돌았다.&lt;br&gt; 지금 당장 아란의 몸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고 싶은 걸 참으면서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내가 어떤 여자 좋아하는지 말해줄까? 어떤 여자좋아하는데요? 그녀가 순진하게 되묻는다.&lt;br&gt; 역으로, 아란의 몸을 아래에 두고 있는 제후의 얼굴은 짓궂은 헌 터의 표정이 된다.&lt;br&gt; 오늘 밤 넌 죽었어, 라는 뜻이다.&lt;br&gt; 나한테 저항하는 여자.&lt;br&gt; 좋으면서도 싫다고 말해서 날 더 부추기는 여자.&lt;br&gt; 수차례의 절정이 지났다.&lt;br&gt; 몸과 몸이 먹고 먹혔다.&lt;br&gt; 흥분을 부추긴 대가로 아란은 밤새도록 시달렸지만 한 번도 제후를 거절하지 않았다.&lt;br&gt; 물러서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오빠가 원하는 게 내 몸이라면 나한테 빠져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.&lt;br&gt; 나한테 집착하도록, 그래서 나 외에는 누구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릴 거야.&lt;br&gt; 새벽녘에 풋잠이 들었던 제후는 아란이 뒤척이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.&lt;br&gt; 부스스한 얼굴로 시 계를 쳐다보니 아침 7시 30분, 샤워도 하지 못하고 잠이 든 지 겨우 세 시간이 지났다.&lt;br&gt; 제후는 끄으응,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깜박여 눈 안으로 들어온 빛을 몰아냈다가 다시 실눈 을 뜨고 옆에 누운 아란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.&lt;br&gt; 적어도 정오까지는 깨지 못할 것처럼 아란은 곤한 잠에 들어 있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끌어다 안으면서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몸을 개켜 일어났다.&lt;br&gt;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http://kccc.me/naver/4957.php 쑤시고 아팠다.&lt;br&gt; 뜨겁고 격렬했던 정사(情事)의 보상이라 그것도 기꺼 운 제후였다.&lt;br&gt; 시트가 눌렸다 제 자리로 돌아오면서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반짝하는 기 운에 욕실로 들어가던 제후가 되돌아 와 그것을 주웠다.&lt;br&gt; 결혼반지였다.&lt;br&gt; 제후의 손가락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녀석의 짝이다.&lt;br&gt; 아란이 일부러 빼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도 어젯밤의 정신없는 상황에 빠트린 모양이다.&lt;br&gt; 정신없는.&lt;br&gt; 풋 그렇게 좋았나? 황홀한 기억을 되살리며 미소 짓는 제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느다란 백금 링 안에 글자가 새겨져있는 게 보였다.&lt;br&gt; 이니셜이다.&lt;br&gt; 제후는 반지를 쥔 손을 힘주어 쥐었다가 펼쳤다.&lt;br&gt;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간만에 찾아 온 나른한 행복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, 좋아하는 사람 있다.&lt;br&gt; 두렵지만 보고 싶었다.&lt;br&gt; 그녀의 사랑을 차지한 사람을 알고 싶었다.&lt;br&gt; 누구일까? 결혼반지에 이니셜을 새길 정도라면 굉장히 소중한 사람일 텐데, 한 번도 손가락에서 반지 를 빼지 않았던 건 결국 다른 사람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서였던 걸까? 제후는 가슴이 쓰렸다.&lt;br&gt; 그러나 피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.&lt;br&gt; 그래서, 어느 덧 땀이 고인 손바 닥에서 반지를 들어 빛이 잘 드는 쪽으로 들어올렸다.&lt;br&gt; 첫 글자는 K였다.&lt;br&gt; JH? KJH.&lt;br&gt; 뭐야, 내 거하고 똑같 무심코 내뱉은 진실에 제후의 눈동자가, 입이 그대로 굳어버린다.&lt;br&gt; 그러다 천천히 몸을 돌려 세상모르고 잠이 든 아란을 쳐다봤다.&lt;br&gt; 그녀는 말했었다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굴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고.&lt;br&gt; 야? 정말 나야? 네가 좋아하는 사람 정말로 권 제후야? 콧소리까지 내며 자고 있는 그녀가 대답할 리 없건마는 제후는 또 묻고 있었다.&lt;br&gt; 야, 한 민준.&lt;br&gt; 제후 놈 왜 저렇게 분위기 잡냐? 또 와이프랑 한 판 했대? 도서관 자리에 가방을 두기 무섭게 담배를 태운다고 나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책상에 쌓은 전공서 적들을 보며 한숨을 쉬던 서훈이 칸막이 사이로 몸을 제껴 민준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남들은 리포트 마감 맞추느라 골 빠개지는 이 때 얄밉게 돌아다니기나 하고 말이야.&lt;br&gt; 저 자식 머리 좋고 손 빠른 건 알지만 너무 한 거 아냐? 머리 나쁘고 손 늦은 너하곤 다르게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.&lt;br&gt; 내버려둬.&lt;br&gt; 장난스런 무시로 서훈의 입을 막은 민준이었으나, 민준도 얼마 못가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 났다.&lt;br&gt; 궁시렁 대며 책을 넘기던 서훈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.&lt;br&gt; 넌 또 어디 가? 나도 담배나 한 대 태우려고 그런다.&lt;br&gt; 금방 들어올게.&lt;br&gt; http://ccc1.me/naver/157.html 서훈이 콧방귀를 흥, 뀐다.&lt;br&gt; 어이구! 자식이 저만 의리 있는 척 하고 있네.&lt;br&gt; 제후 놈 걱정 되서 그런다고 말하면 내가 너 잡아먹을까봐 그러냐? 친구 사이에 별 걸 다 숨겨.&lt;br&gt; 민준은 이해해줘서 고맙단 표시로 손을 들어보였다.&lt;br&gt; 그리고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확인한 다음 밖으로 나와 제후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있었다.&lt;br&gt; 저 자식 오늘만 담배 한 갑이 넘는데 와이프 마음 알았으면 됐지 또 뭐가 문제인 거야? 불 좀 빌리자.&lt;br&gt; 민준은 털썩, 제후 옆에 주저앉으며 담배를 내밀었다.&lt;br&gt; 뻔히 쳐다보는 표정에 약간의 놀라움 이 깃들었다.&lt;br&gt; 뭐해? 불 좀 빌리자니까.&lt;br&gt; 허연 연기가 둘이 되었다.&lt;br&gt; 새 담배의 3분의 1이 타들어가도록 아무 말이 없던 침묵은 기다 리다 지친 민준이 말을 꺼내면서 깨졌다.&lt;br&gt; 잘 나가다 왜 그러냐.&lt;br&gt; 사랑하는 여자 마음 얻은 걸로는 부족했어? 난 나를 잘 알아.&lt;br&gt;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민준은 금방 제후의 말뜻을 알아들었다.&lt;br&gt; 뭐가 두려운 건데.&lt;br&gt; 끝까지 가지 못할까봐?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던 여자들.&lt;br&gt; 그 속을 헤매던 방황에서 찾은 한 사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1.tistory.com/image/20/tistory/2009/12/26/03/35/4b3505f071213 &gt;&lt;br&gt;&lt;br&gt; 아니면 아란이야? 버리게 될까봐 두려우냐 버림받는 것이 두려우냐, 민준은 묻고 있었다.&lt;br&gt; 대답을 않는 것으로 보아 둘 다 인 것 같았다.&lt;br&gt; 네 곁에 있으면 행복하지 못할까봐 겁나냐? .&lt;br&gt; 미친 놈.&lt;br&gt; 네 곁에 누구씨는 행복해서 죽을라고 하더라.&lt;br&gt; 아란이 그 녀석 생각하는 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거 알지? 민준은 피다 만 담배를 밟아 뭉개며 말을 보탰다.&lt;br&gt; 행복해 하고 있어.&lt;br&gt; 네 눈에 보이잖아.&lt;br&gt; 너도 알고 있잖아.&lt;br&gt; 그 일 권 제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.&lt;br&gt;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궁상떨지 말고 지금 하는 만큼만 해 줘.&lt;br&gt; 넌 해 보지도 않은 놈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? 알려고 해서 알아진 게 아니라 눈에 보인다고 했잖아.&lt;br&gt; 너희 둘 사랑하는 거 눈에 보여.&lt;br&gt; 서 로의 곁에서 행복해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이 보여.&lt;br&gt; 비로소 보이는 웃음이 서글펐다.&lt;br&gt; 민준아 나 제후의 핸드폰이 삐빅 신호음을 냈다.&lt;br&gt; 문자 메시지였다.&lt;br&gt; 제후가 말을 하려다 말고 메시지를 확인한다.&lt;br&gt; 누구야? 아란이? 어.&lt;br&gt; 6시에 경상대 앞에서 만나기로 한 걸 깜박했네.&lt;br&gt; 그러더니 제후는 이렇다 할, 양해도 구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뛰어 들어간다.&lt;br&gt; 그리고 수 분 후 다시 나와 정신없이 가방을 메고 경상대 건물이 있는 쪽으로 사라져버린다.&lt;br&gt; 뭐야, 저 녀석.&lt;br&gt; 얼음 왕자에서 공주의 똘마니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.&lt;br&gt; 혼자 남은 민준이 바닥에 떨어진 제 후의 담배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어본다.&lt;br&gt; 사랑을 하는 친구는 행복해 보였다.&lt;br&gt; 한 달음에 도착할 듯 걸음을 재촉했던 제후는 아란의 모습이 보이기 불과 몇 미터 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아란의 곁에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.&lt;br&gt; 저번에 본 채석이라는 아이는 아니다.&lt;br&gt; 아란이 그 남자와 다정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도, 미소를 지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발은 저절로 서버렸다.&lt;br&gt; 처음 보았을 땐 무작정 손을 낚아 채 데려오고 친구 앞에서 무례한 키스를 퍼붓기까지 했는 데 지금은 소중한 그녀를 그리 대할 맘도 대할 용기도 없다.&lt;br&gt; 하지만 잠시 동안 심장을 욱죄어 오는 통증은 사실이었다.&lt;br&gt; 지금은 가지 말라고 겁먹은 머리가 명령을 내린다.&lt;br&gt; 아란이 다른 남자와 얘기대화의 내용에 상관없이하는 모습만 보면 사라지는 자신감도, 언제 그녀가 그를 버리고 행실 좋고 반듯한 사람을 찾아 가버릴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었다.&lt;br&gt; 조심스러웠다.&lt;br&gt; 화를 낸다기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음을 알았던 듯 그 모습은 그리 오래 눈에 비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손짓을 해가며 대화 를 주고받던 남자가 목례를 하고는 사라진다.&lt;br&gt; 마찬가지 방법으로 인사를 받은 아란이 몸을 나무 그늘의 기둥에 기대며 이내 입 을 가리고 하품을 한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무심코 돌린 시야에 제후의 모습이 들어오자 아란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부른다.&lt;br&gt; 아까와는 다르게 서두르지 않는 보폭으로 제후는 아란에게 걸어갔다.&lt;br&gt; 오래 기다렸어? 이제 6시 20분밖에 안 됐는데요, 뭘.&lt;br&gt; 아란이 손목을 올렸다 내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오해하지 않도록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.&lt;br&gt; 오면서 보니까 누구랑 얘기하고 있던데 그 사람 누구야? 아, 봤어요? 여자 친구가 우리 학교 학생인데 처음 와서 길을 모른다고 그러잖아요.&lt;br&gt; 그럼 그렇지.&lt;br&gt; 설마 별다른 일이야 있겠어.&lt;br&gt; 다른 말은 안 했고? 에? 아아니, 이상한 추파 같은 거 던지지는 않았냐고.&lt;br&gt; 어휴, 이 병신! http://bwin.accs.kr 이상한 걸 물어본 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말은 왜 더듬는 거야.&lt;br&gt; 제후는 속 으로 수도 없이 제 머리를 쥐어박았다.&lt;br&gt; 그건 왜 물어보는 데요? 불현듯 민망해진 표정의 제후와 눈을 맞추던 아란이 눈을 깜박깜박 하더니 고개를 젓는다.&lt;br&gt; 그가 난감해하며 말을 더듬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너넌 내가 다른 여자랑 얘기하고 있으면 좋냐? 이런! 예, 아니오의 단답형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.&lt;br&gt; 그거야 당연히 그럼 됐어, 더 물어보지 마! 북 치고 장구치고 저 혼자 괜히 성질을 부리더니 제후는 혼자서 씩씩 걸어가 버린다.&lt;br&gt; 아란 이 졸졸 뒤를 따라온다.&lt;br&gt; 오빠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? 없었어.&lt;br&gt; 근데 왜 나한테 화내요? 화 안 냈어! 그러니까 자꾸 토 달지 마! 하지만 지금 화내고 있잖아요.&lt;br&gt; 서운함이 실린 음성과 함께 뒤를 따라오던 기척이 멎었다.&lt;br&gt; 제후가 뒤를 돌아보자 아란은 머 쓱한 팔을 쓸어내리며 서 있었다.&lt;br&gt; 상처받은 얼굴이었다.&lt;br&gt; 굳이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큰 눈에선 금방이라도 떼구르르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고여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 다시 제후의 상태를 확인시켜주었다.&lt;br&gt; 오빠 화내고 있다구요.&lt;br&gt; 한숨이 나온다.&lt;br&gt; 왜 소중히 여긴다면서, 좋아한다면서 난 왜 꼭 번번이 저 아일 울리고 마는 걸까.&lt;br&gt; 이제는 정말로 사랑인데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는 그녀였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마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착각에 재 빨리 손을 내밀어 아란의 팔을 잡았다.&lt;br&gt; 미안해.&lt;br&gt; 됐어요.&lt;br&gt; 사실은 그게그래! 리포트 쓰다가 나왔거든.&lt;br&gt; 모레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출하라고 교수가 닦달을 해서 아마 그것 때문에 신경이 좀 예민해져 있었나 보다.&lt;br&gt; 알았어요.&lt;br&gt; 아란은 잡히지 않은 쪽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.&lt;br&gt; 그럼 바쁘다고 얘기하지 뭐하러 나왔어요.&lt;br&gt; 나 혼자서도 집에 갈 수 있는데.&lt;br&gt; 관심도 없었던 리포트가 도움을 줬다.&lt;br&gt; 제후는 그의 말에는 의심을 할 줄 모르는 아란과 300 페이지 분량의 전공서적을 탐독하고 사흘 만에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교수에게 감사했다.&lt;br&gt; 너 어린애잖아.&lt;br&gt; 나 없으면 안 되는.&lt;br&gt; 새록 고이는 웃음에 비로소 마음을 놓고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.&lt;br&gt; 울었으니까 배고플 거 아냐? 손가락 사이로 빈틈이 채워졌다.&lt;br&gt; 조금 걷다 돌아보는 그의 웃음에 그녀도 붉은 눈을 하고 웃었다.&lt;br&gt; 그것가지고 양이 차? 제후가 보기엔 먹는 것 같지도 않았다.&lt;br&gt; 저녁 사준다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데리고 왔더니 아 란은 샐러드에만 손을 대고 식사를 끝낸다.&lt;br&gt; 배불러요.&lt;br&gt; 봐요.&lt;br&gt; 아란이 손을 펴서 조금도 나오지 않은 아랫배를 톡톡 친다.&lt;br&gt; 그래도 이거 먹고 내일 아침까지 버텨야 되잖아.&lt;br&gt; 정말 배 안 고프겠어? 먹는 걸로는 그렇게 욕심 안 나요.&lt;br&gt; 나중에 우리 아이 가졌을 때도 그럴까봐 겁난다, 야.&lt;br&gt; 애기가 뱃속에서 뭘 먹고 크겠냐? 그거야 모르죠, 그 때 가면 곰탕에 두 그릇씩 밥 말아먹을지.&lt;br&gt; 투덜대는 제후를 아란은 쳐다보며 웃는다.&lt;br&gt; 제후가 먹다 말고 고개를 든다.&lt;br&gt; 왜? 아뇨.&lt;br&gt; 그냥 오빠가 나랑 애기 낳을 때까지 살아줄 생각 하고 있는 게 신기해서요.&lt;br&gt; 아이 오빠 닮으면 예쁠 거에요, 그죠? 아란의 말을 들은 제후가 얼굴을 굳혔다.&lt;br&gt; 살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거지.&lt;br&gt; 부부는 동등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니까.&lt;br&gt; 명문 S대의 학벌과 국내 건설회사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의 딸, 귀족적이고 아름다운 외모.&lt;br&gt;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도 제후에 대해서는 항상 자기를 낮추어 보는 아란 이다.&lt;br&gt; 자격지심이 아니라 아직 그의 마음을 모르기에 저러는 것이다 이해는 하면서도 제후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거슬린다.&lt;br&gt; 네가 나에 비해 뭐가 부족한데.&lt;br&gt; 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계약 따윈 이제 신경도 안 쓰고 있어.&lt;br&gt; 그러니 네가 나에 대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일, 없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오빠는 사랑해 본 적 있어요? 조건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만 생각하면 자신이 형편없어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뭔지 알 수 있어요? 내가 뭐?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아니에요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16/tistory/2009/12/26/04/13/4b350ecf38e3f &gt;&lt;br&gt;&lt;br&gt;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아? 사람 궁금하게.&lt;br&gt; http://siiiso.com 있잖아요, 나 오늘 술 마시고 싶은데.&lt;br&gt; 심드렁하던 제후의 눈동자가 반짝, 놀란다.&lt;br&gt; 아란은 종업원이 접시들을 치운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말했다.&lt;br&gt; 오빠는 운전해야 되니까 관두고 나 마시는 거만 봐주면 안 돼요? 나 참.&lt;br&gt; 마시려면 같이 마셔야지.&lt;br&gt; 취하면 호텔 찾아서 하루 자면 되잖아.&lt;br&gt; 레스토랑을 나온 두 사람은 제후가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들른다는 호프집을 찾았 다.&lt;br&gt; 8시가 갓 넘은 초저녁인데도 단골들이 많아 벌써부터 시끌시끌했다.&lt;br&gt; 어렵사리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.&lt;br&gt; 뭐 마실래? 오빠가 정해요.&lt;br&gt; 난 아무 거나 상관없으니까.&lt;br&gt; 아란이 순진한 얼굴로 양 팔을 뻗어 소파를 짚고 다리를 모아 앉는다.&lt;br&gt; 투명한 유리 테이블 아래로 허벅지가 반은 보이는 미니스커트가 골반에서부터 아슬아슬하게 감고 있다.&lt;br&gt; 그러고 보니 내내 핸드백으로 허벅지를 가리고 있던 게 생각이 났다.&lt;br&gt; 비트 강한 댄스 음악 때문인지 어슴푸레 얼굴에 빛을 드리우는 조명 때문인지 늘 대하는 그 녀임에도 제후는 가슴이 떨린다.&lt;br&gt; 조금만 옆으로 가 봐.&lt;br&gt; 파트너가 있음에도 아란을 힐끔대는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영 못마땅했다.&lt;br&gt; 저 자식들, 감히 누구 걸 넘보는 거야? 왜요? 우리가 남이냐? 같이 앉게.&lt;br&gt; 아란이 안으로 물러 들어갔다.&lt;br&gt; 제후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안아 자 기 쪽으로 돌린다.&lt;br&gt; 저항도 않는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향이 녹아 입 안에서 뒤엉킨다.&lt;br&gt; 아란을 훔쳐보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하려던 것이었지만 애초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촉촉하고 도톰한 입술의 감촉에 취해버리는 제후였다.&lt;br&gt; 키스가 깊어지면서 아란이 반응을 보였다.&lt;br&gt; 팔을 제후의 목에 감고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.&lt;br&gt; 등줄기의 움푹 파인 부분을 제후의 손가락이 훑자 아란은 허리를 휘면서 몸을 바짝 갖다 붙인다.&lt;br&gt; 자잠깐만요, 오빠.&lt;br&gt; 등이 푹신한 소파에 닿기 직전에 아란이 제후를 떠민다.&lt;br&gt; 사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젠장, 뭐가? 입맛을 다시며 제후는 아란에게 기울였던 몸을 세워 주위를 둘러보았다.&lt;br&gt; 그녀의 말처럼 이 게 웬 떡이냐 쳐다보는 눈들이 많았다.&lt;br&gt; 언제 웨이터가 다녀갔는지도 모르게 세팅 된 테이블과, 처음에는 수북하게 올라왔을 맥주 거품의 얇은 층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바보 씹탱이들.&lt;br&gt; 남 연애하는 거 처음 보나.&lt;br&gt; 상황의 진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다가 제후는 마지못해 아란을 품에서 놓아주었다.&lt;br&gt; 그녀 는 부끄러운 눈빛이었지만 창피해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옷매무새를 바로 하며 앉는다.&lt;br&gt; 잘못 했어.&lt;br&gt; 제후는 1700㏄ 용량의 차가운 맥주를 작은 잔에 따라 마시고 입술에 묻은 거품을 혀로 쓰 윽, 핥아냈다.&lt;br&gt; 첨부터 호텔로 가는 건데 잘못했어.&lt;br&gt; 거기 가서 둘이 신나게 즐기는 건데.&lt;br&gt; 다른 데로 갈까요? 아란이 온기가 느껴지는 손을 제후의 무릎에 얹었다.&lt;br&gt; 자그마한 압박감에 제후가 마시던 잔 을 놓고 이게 무슨 뜻이냐는 듯 그녀를 쳐다본다.&lt;br&gt; 하다만 거 계속 하고 싶지 않아요? 말귀를 알아들은 제후가 금세 쿡, 웃었다.&lt;br&gt; 살다보니 요조숙녀 은 아란의 입에서 먼저 그걸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도 있구나 싶었다.&lt;br&gt; 좋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.&lt;br&gt; 경험자답게,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인간의 짧고 비밀 스런 사랑을 나누려면 어디가 좋은지는 숙지하고 있었다.&lt;br&gt; 형, 나 거기 좀 쓸게.&lt;br&gt;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눈짓을 하고 제후는 아란을 데리고 좁은 문을 나와 2층으로 올라 갔다.&lt;br&gt; 작은 문이 있었다.&lt;br&gt; 제후가 손잡이를 돌리고는 아란을 들어가게 했다.&lt;br&gt; 잠만 자는 곳인지 가구 하나 형광등 하나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.&lt;br&gt; 키 높은 창문으로 흘러들 어오는 달빛이 야트막한 침대를 비추는 곳이었다.&lt;br&gt; 달칵.&lt;br&gt; 등 뒤로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.&lt;br&gt;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.&lt;br&gt; 오늘 처음 만난 여자와 남자가 http://dsh.shemijin.com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밀애(密愛)의 장소를 찾은 것처럼 아 란과 제후는 잠시 눈을 맞춘다.&lt;br&gt; 그가 다가온다.&lt;br&gt; 붙잡히는 시선 속에서 천천히 긴장이 고조된다.&lt;br&gt; 제후의 팔이 허리를 감싸오자 아란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본다.&lt;br&gt; 하얀 손가락이 제후의 뺨을 스치고 머리칼을 만지다가 목젖을 스친다.&lt;br&gt; 붉은 입술이 탐스럽다.&lt;br&gt; 늘 품 안에서 익숙했던 향기가 어색하게 코를 스치고 떨리는 손가락의 감촉 아래로 부드러 운 피부는 사르르 밀려난다.&lt;br&gt; 음악소리가 귓가에서 웽웽 멀어져가고 맞닿은 심장소리는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.&lt;br&gt; 한껏 달아오른 숨결이 하나가 된 몸을 얽어 묶는다.&lt;br&gt; 뱅그르르 천장이 맴을 돈다.&lt;br&gt; 젖은 숨소리가 방 안을 메운다.&lt;br&gt; 절정의 신음소리가 공중에 부딪치고 야릇한 고통과 쾌감이 뿜어져 나온다.&lt;br&gt; 무저갱(無底坑)의 암흑까지 떨어졌다가 천국의 광명에까지 이른다.&lt;br&gt; 생명과 생명이 만나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들어맞은 그것은 사랑을 잉태한다.&lt;br&gt; 꿈인 듯 환상인 듯 시간이 멈춘다.&lt;br&gt; 앞으론 종종 술 마시러 와야 되겠는 걸.&lt;br&gt;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후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한바탕의 격렬한 운동(!)으로 땀을 빼고 난 다음에 마시는 맥주 맛은 더없이 좋았다.&lt;br&gt; 언제는 호텔 가서 둘이 즐기자면서요.&lt;br&gt; 제후가 쳐다보자 아란이 얼른 눈을 돌리고 입을 다문다.&lt;br&gt; 그녀의 하얀 목에 남은 키스마크가 조금 전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그래서 좋았다는 거야, 싫었다는 거야? 흔하지 않은 아란의 새침한 눈빛에 제후가 운전을 하면서 웃었다.&lt;br&gt; 앵 토라지는 입술이 귀엽 기만 했다.&lt;br&gt; 뭐나쁘지는 않았어요.&lt;br&gt; 차마 대답을 못하겠는지 미적미적, 말을 돌리지만 선수답게 제후는 속뜻을 낚아 채 낸다.&lt;br&gt; 괜찮았으면 집에 가서 한 번 더 할까? 카메라를 샀다.&lt;br&gt; 원하면 바로 찍어서 즉석에서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33/tistory/2009/12/26/03/36/4b35062e8d7f1 &gt;&lt;br&gt;&lt;br&gt; 웨딩 앨범 말고는 볼 만 한 사진을 채워 둔 앨범 하나 없다는 게 제후의 이유였지만 빛나는 두근거림으로 자리해가는 아란의 모습을 잃어버리기는 너무 아까워서 그랬다.&lt;br&gt; 제후는 자석이 달린 예쁜 팬시 제품을 사다가 냉장고에 사진을 붙여 놓기 시작했다.&lt;br&gt; 막 일 어나서 눈을 부비는 모습, 샤워를 하고 나와 젖은 머리를 터는 모습이며 놀이동산에서 재영과 놀아주는 모습 등, 제후의 손에 서는 카메라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.&lt;br&gt; 사진 찍는 걸 싫다고 손사래를 젓던 아란도 점차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다루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.&lt;br&gt; 한 번은 술을 마시고 들어와 퉁퉁 부은 제후의 얼굴을 몰래 찍었다가 냉장고에 붙여놓고 잠 이 깬 그에게 보여주면서 깔깔대기도 했다.&lt;br&gt; 길을 지나다 만난 귀여운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을 찍기도 했지만 그들 사진 속의 주인공은 거의 상대방이었다.&lt;br&gt; 사랑할 운명으로 만나게 된 것처럼 뒤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이었다.&lt;br&gt; 언제부터였을까.&lt;br&gt; 넌 언제부터 내 주위를 맴돌았을까.&lt;br&gt; 내가 모르던 시절의 넌 어떤 모습이었을까.&lt;br&gt; 어떤 http://kor1.me 모습으로 나를 사랑했을까.&lt;br&gt;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제후는 아란을 더듬어 봤지만 어느 한 조각 기억 속에도 그녀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았다.&lt;br&gt; 아란은 가슴에 안고 다니는 전공서적을 치우고 교복을 입혀놓으면 여고생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풋풋한 인상의 소유자였다.&lt;br&gt; 화려한 옷과 세련된 화장으로 자신을 치장해 남자를 유혹할 줄도 몰랐고 마음에 드는 남자 에게 먼저 접근하는 여자들의 화끈함은 흉내 내지도 못했다.&lt;br&gt; 결혼 전, 그런 여자들만을 찾아 부담 없이 즐겨왔던 제후 쪽에서 보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도 당연했다.&lt;br&gt; 설사 그녀를 알았다 하더라도 처녀를 망가뜨린 미시만좋아다운로드 책임을 떠맡을 걸 염려해서 거절했을 것이다.&lt;br&gt; 제후는 간혹 등 뒤를 맴도는 아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.&lt;br&gt;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곧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 못하고 외면하는 서글픈 눈빛을.&lt;br&gt; 아란아 난 너를 확인해 보고 싶다.&lt;br&gt; 내게 손 내민 나를 찾아올 용기를 내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너를 위해 심장을 송두리째 내어버린 내 사랑을 알아주길 원한다.&lt;br&gt; 오늘 집에 못 들어온다구요? 벌써 술에 취했는지 전화기 너머 제후의 목소리는 분명하지 않았다.&lt;br&gt;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36/tistory/2009/12/26/04/28/4b35126d4f566 &gt;
&lt;br&gt;http://bwin.accs.kr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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손님들 오시는데 나와서 좀 맞지 않 고.&lt;br&gt; 누르면 붉은 물이 떨어질 것 같은 아란의 뺨과 제후의 옷자락을 쥐며 등 뒤로 숨는 그녀의 행동이 위에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권 회장 내외는 짐짓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.&lt;br&gt; 손님들이야 할아버지 만나러 왔지, 저 보러 왔어요? 사돈어른들이 오셨단다.&lt;br&gt;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니? 제후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.&lt;br&gt; 새어머니와 대면해야한다는 말에 핏기가 가시는 아란의 안색 을 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에서 싫다는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 어디 계시는데요? 옷을 쥔 아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.&lt;br&gt; 그녀는 제후의 등으로 바짝 몸을 붙였다.&lt;br&gt; 희미하게 떨 리는 작은 어깨가 안쓰러워서 제후는 견딜 수 없었다.&lt;br&gt; 권 회장이 손가락으로 귀한 손님이 아니면 모시지 않는 방을 가리켰다.&lt;br&gt;다른 손님들과 따 로 모셨다.&lt;br&gt; 매무새 가다듬고 들어가서 인사 여쭙고 나오거라.&lt;br&gt; 제후도 피하고 싶었다.&lt;br&gt; 가능하다면 평소에도 잘 지내냐는 전화 한 통 없는 부모 같지도 않 은 사람들과 아란을 대면시키는 이 상황을 그녀에게서 가려주고 싶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제후가 머뭇거리자 권 회장의 눈이 아란을 향했다.&lt;br&gt; 어서 들어가서 인사 드리거라.&lt;br&gt; 결혼하고 나선 처음인데 무척 보고 싶었을 것 아니냐.&lt;br&gt; 제후는 사정도 모르고 아란을 몰아다 붙이는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.&lt;br&gt; 그렇다고 보는 눈, 듣는 귀 많은 이 자리에서 사실을 얘기할 수도, 경거망동을 저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7e/14/bmwno1000/folder/3/img_3_1051_18?1261913432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누나! 그 때 어디선가 남자아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아란의 다리에 매달려 얼굴을 비비댔다.&lt;br&gt; 아란이 몸을 굽히더니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 올렸다.&lt;br&gt; 이제 다섯 살이나 됐을까 누가 보면 엄마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녀를 빼닮은 꼬마였다.&lt;br&gt; http://ctoo.ucckor.co.kr  누구야? 내 동생 재영이요.&lt;br&gt; 결혼식 때 안 봤었어요? 하지만 아란이 넌외동딸이잖아, 라고 말하려다가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아마도 이 아 이는 새어머니에게서 난 의붓동생일 것이다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 누구야? 아저씨? 제후는 맹랑한 꼬마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.&lt;br&gt; 아란이 웃으며 동생의 말을 정정했다.&lt;br&gt; 재영아, 아저씨가 아니라 매형이야.&lt;br&gt; 누나랑 결혼한 사람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랑 결혼했어? 엄마랑 아빠처럼 같이 사는 거야? 아빠라기보다는 차라리 할아버지가 낫겠다.&lt;br&gt; 제후는 획, 팔짱을 끼며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 다.&lt;br&gt; 그럼 아기는 어디 있어? 결혼하면 엄마 아빠처럼 아기도 낳는 거잖아.&lt;br&gt; 재영이 동생 어디 있어? 덕분에 아란의 긴장이 덜어지긴 했지만 누나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 처남이 마음에 들지 않 는 제후였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목에 목도리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팔을 풀려는 찰나, 손님 방 문이 열리더 니 그녀의 부모님이 나왔다.&lt;br&gt; 아이를 어르고 있던 아란이 새어머니를 보고는 동생을 거실바닥에 내려놓았다.&lt;br&gt; 엄마한테 갈래, 재영아? 누나는 어디 가야 되거든.&lt;br&gt; 웅웅, 싫어.&lt;br&gt; 누나도 같이 집에 가.&lt;br&gt; 응? 재영아, 이리 온.&lt;br&gt; 저 낳아준 엄마가 부르는데도 재영은 누나에게만 매달려 징징거렸다.&lt;br&gt; 제후가 발을 공중으로 동동대는 아이를 떼어다 엄마에게 안겨주었다.&lt;br&gt; 고마워, 권 서방.&lt;br&gt; 그리고 너도 오랜만이구나.&lt;br&gt; 잘 지냈니? 새어머니의 마지못한 눈길이 아란에게 닿았다.&lt;br&gt; 염려했던 거와 달리 아란은 떨지도 않고 말 을 받았다.&lt;br&gt; 걱정해주신 덕분에요.&lt;br&gt; 아버지도 건강하시죠? 나야 늘 잘 있지.&lt;br&gt; 이 사람이 잘 http://ford.froma.kr  챙겨주니까.&lt;br&gt; 아내의 어깨를 안으며 다정스레 대답하는 아란의 아버지를 보면서 제후는 역겨움마저 일었 다.&lt;br&gt; 당연히 그러시겠죠.&lt;br&gt; 힘들게 재혼하셨는데 오죽 하시겠어요? 삐딱한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.&lt;br&gt; 아란이 그러지 말라는 듯 제후의 팔을 잡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을 뿐 더러 제후도 그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.&lt;br&gt; 너무 사이가 좋아서 딸이 어떻게 사는지는 궁금하시지도 않나 봐요.&lt;br&gt; 저희 결혼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전화 한 통도 안 하시고 말입니다.&lt;br&gt; 저도 부러울 정도라니까요.&lt;br&gt; 농담 속에 드러나는 가시.&lt;br&gt; 은 사장 내외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흐려지는 것을 보며 권 회장 이 나섰다.&lt;br&gt; 제후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? 할아버진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히나 계세요, 소리가 이 사이에서 걸렸다가 목으로 넘어갔 다.&lt;br&gt; 제후는 조롱기를 입가에 걸었다.&lt;br&gt;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.&lt;br&gt; 하지만 없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뭘 잘못했는지 전 모르겠 는데요.&lt;br&gt; 제후야! 마침내 권 회장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제후가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오히 려 건방진 눈동자 속에 두 사람을 가두어 노려볼 뿐이었다.&lt;br&gt; 당신들도 깨달아야 돼.&lt;br&gt;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, 때늦은 사랑 놀음으로 무시당해 내쳐진 자식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당신들도 알아야 돼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그럼 천천히 놀다 가세요.&lt;br&gt; 저희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하거든요.&lt;br&gt; 얼굴 풀어.&lt;br&gt;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?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아란은 내내 불안한 얼굴이었다.&lt;br&gt; 너도, 지금 내가 너무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?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고?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해서 그래요.&lt;br&gt; 오빠도 괜히 저 때문에 은 아란.&lt;br&gt;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던 제후가 무서운 얼굴로 아란을 돌아보았다.&lt;br&gt; 말해두는 데 너하고는 상관없이 내가 한 말이야.&lt;br&gt;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대하는 그 분들 태도에 내가 기분이 나빠서 한 마디 한 거라고.&lt;br&gt; 알았어? 아란이 눈길을 돌리면서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기분 잡치게 그런 얼굴도 하지 말고.&lt;br&gt; 이래서야 둘이 여행 가는 기분도 안 나잖아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안 그럴게요.&lt;br&gt; 이러니 당하고만 살았지.&lt;br&gt; 제후는 침을 꿀꺽 삼키고 http://siiiso.com  화를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은 아란, 너 여기서 조금만 나빠지면 안 되겠냐? 까짓 망신 한 번 준 거 가지고 마음 쓰 지 마.&lt;br&gt; 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기나 할 거 같아? 사실은 아란이 입술을 오물거렸다.&lt;br&gt; 사실은 저도 속이 시원했어요.&lt;br&gt; 오빠가 그 말 안 했으면 내가 했을지도 몰라요.&lt;br&gt; 다만 오빠 가 할아버지 눈에 나는 건 아닐까, 사람들이 오빠 나쁘게 보면 어쩌나 그게 걱정됐어요.&lt;br&gt; 제후가 피식, 코웃음을 쳤다.&lt;br&gt;거기 온 손님 중에 나 그렇고 그런 놈인 거 모르는 사람 없 어.&lt;br&gt; 그래도 나 때문에 오빠 나쁘게 보이는 거 싫어요.&lt;br&gt; 정말로요.&lt;br&gt; 네 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기지 않는데 왜 네 눈엔 내가 안 보이는 걸까.&lt;br&gt; 제후는 속 이 쓰렸다.&lt;br&gt; 그만해라.&lt;br&gt; 빼도 박도 못할 말 가지고 가타부타 떠드는 거, 머리 아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15/18/yasisite/folder/8/img_8_311_5?1261914458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제후는 몸을 의자에 묻으면서 눈을 감았다.&lt;br&gt; 그를 가만, 쳐다보는 아란의 시선과 이내 고개를 돌리는 나즈막한 한숨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했다.&lt;br&gt; 기대하게 만들지 마.&lt;br&gt; 네 착한 눈빛을 마주하는 게 얼마나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 알아? 사랑은 느낄수록 괴로웠다.&lt;br&gt; 낯설고 힘들었다.&lt;br&gt;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호텔에서 보낸 VIP 전용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들어갔다.&lt;br&gt; 우와~예쁘다!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객실에 짐을 풀자마자 아란은 곧장 발코니로 뛰어나갔다.&lt;br&gt; 그러더니 인어공주가 되어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할 것처럼 난간을 손으로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.&lt;br&gt; 여기 진짜 마음에 들어요.&lt;br&gt;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감사하는 말씀 꼭 드려야겠어요.&lt;br&gt; 할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입었던 답답한 정장 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제후는 대답했다.&lt;br&gt; 그러던지.&lt;br&gt; 직접 마중을 나온 지배인의 말에 따르면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방이라고 했다.&lt;br&gt; 이틀을 머무는 데 190만원이고 사흘에 26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형의 허니문 패키지용 객실이란다.&lt;br&gt; 얼른 옷 갈아입어.&lt;br&gt; 바다 보고 싶다며.&lt;br&gt; 조금만 더 보구요.&lt;br&gt; 제후가 니트 셔츠에 청바지로 갈아입을 동안까지 아란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 음속에 불쑥 짓궂은 장난기가 돌았다.&lt;br&gt; 아쉬워하며 허리를 바로세우는 아란의 등에 제후의 가슴이 닿았다.&lt;br&gt; 그만 보고 가자니까.&lt;br&gt; 제후는 두 팔로 각각 아란의 어깨와 허리를 둘러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.&lt;br&gt; 아니면,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그냥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까? 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싫다.&lt;br&gt; 넌 내가 마법을 풀어줄 때만 살아 숨을 쉬는 인형이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그그치만 아까 집에서두 거긴 거기고 호텔에서 하는 건 처음이잖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목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를 헤치면서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물었다.&lt;br&gt; 불그스 름한 입술자욱과 고른 치흔(齒痕)이 남았다.&lt;br&gt; 게다가 우린 부부고어디에서도 거리낄 게 없어야 한다고.&lt;br&gt; 아란의 귓불을 깨물며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허리를 안았던 손이 내려가 스커트를 밀어올리고 매 끈한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.&lt;br&gt; http://bjjj.isuim.com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.&lt;br&gt; 자어떻게 할까? 밖으로 나가서 멍청한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줄까, 아니면 이 곳에 서 갑자기 돌아선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감으며 입술을 맞댔다.&lt;br&gt; 등 뒤로 파닥이며 스커트를 들추는 바람만큼이나 그녀의 행동은 대담했다.&lt;br&gt; 아란이 입술을 떼었다.&lt;br&gt; 원해요.&lt;br&gt; 해요.&lt;br&gt; 한 음절이 숨어 나왔지만 제후는 그 말이 허락의 뜻임을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요정들의 눈물처럼 수정이 되어 떨어질 듯 잔잔한 물기가 아란의 눈에 고인다.&lt;br&gt; 아란아 그의 뺨을 쓸어내리는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나 겁쟁이야.&lt;br&gt; 나 너 데리고 도망 온 거야.&lt;br&gt; 밑도 끝도 없이 퍼 올리는 말이었다.&lt;br&gt; 어둠에 깊이를 감춘 우물에서 처음 두레박으로 퍼 올 린 맑은 물이었다.&lt;br&gt; 사실은 내가 오빠.&lt;br&gt; 제후의 팔 안에서 아란의 허리가 휘어지며 다가갔다.&lt;br&gt; 코끝이 부딪치는 거리에서 아란은 제 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.&lt;br&gt; 그 말 꼭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면, 하고 나서 오빠 마음 상하게 할 말이라면 하지 마요.&lt;br&gt; 사람들 떠나서 둘이 있는 거잖아요.&lt;br&gt; 그러니 아무 생각 하지 마요.&lt;br&gt; 여행 왔으니까 좋은 기억만 만들어요.&lt;br&gt; 아무도 끼워주지 말고 그냥 우리 생각만 하면서 지내요, 네? 그녀가 말하는‘우리’는 특별하게 들린다.&lt;br&gt; 너는 너, 나는 나가 아닌 우리.&lt;br&gt; 그런데 그 우리 사이에 누가 끼어들면 어떻게 하지? 하나도 아닌 둘.&lt;br&gt; 너를 좋아하는 사람,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가 널 영원히 차지할 수 있는 걸 막아버리 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? 너 좋아하 바로 그 때 제후의 핸드폰이 주인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긴장이 푹 수그러드는 걸 느끼면서 아 란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고 거실로 들어갔다.&lt;br&gt; 여보세요? 제후, 네 이 녀석! 할아버지셨다.&lt;br&gt; 제후는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알았어요, 알았어.&lt;br&gt; 제가 잘못했어요.&lt;br&gt; 이제 됐죠?! 제후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.&lt;br&gt; 그리고 아예 핸드폰의 배터리를 뽑아 버렸다.&lt;br&gt; 오빠아란은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.&lt;br&gt;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래.&lt;br&gt; 돌아가면 틀림없이 배로 혼나겠지만 아무도 너한테 뭐라 안 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.&lt;br&gt; 아란이 고개를 저었다.&lt;br&gt; 부부는 일심동체랬어요.&lt;br&gt; 오빠가 잘못한 건 내가 잘못한 거고 난, 오빠가 할아버지한테 혼 나는 거 싫어요.&lt;br&gt; 그래? 제후는 웃는 듯 마는 듯 입가를 찡그렸다.&lt;br&gt;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에 대해 ‘우리’를 강조하는 아란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.&lt;br&gt; 나중에 할아버지가 부르시면 저도 데리고 가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줄게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줘? 어감이 재미있었다.&lt;br&gt; 마지못한 미소는 진심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.&lt;br&gt; 하긴.&lt;br&gt;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 예뻐하시니까 너 데리고 가면 야단은 덜 맞겠다.&lt;br&gt;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미소가 제후를 따라 아란의 얼굴에 고였다.&lt;br&gt; 그저 바 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웃고 있으면 온 세상이 빛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http://apq.kwsc.net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.&lt;br&gt;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아냐? 그건 다 권 제후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야.&lt;br&gt;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먼 손가락으로 가리킨 그를 보고 승원과 미진이 했던 말이었다.&lt;br&gt; 무표정한 얼굴을 녹여보고자 웬만한 미모를 갖춘 여자들이 줄줄이 덤벼들었지만 마음을 얻고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했다.&lt;br&gt; 떠난 사람이 여자가 먼저든 권 제후가 먼저든 그가 미련을 갖고 찾는 경우도 없다 했다.&lt;br&gt; 포기해.&lt;br&gt; 저 선배 맘 좀 뺏어보겠다고 설치다가 바보 된 애들 하나둘인 줄 아냐? 친구들의 만류에도 변함없던 절실한 외바라기에 하늘도 감동하셨는지 인연이 맺어졌고 심지 어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게까지 되었다.&lt;br&gt;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제후는 아란의 몸만은 좋아했다.&lt;br&gt; 진짜 속을 내비치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녀가 없으면 가끔 서운해 한다고 느꼈다.&lt;br&gt; 그리고 그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.&lt;br&gt; 바라만 보고 말도 못 걸던 옛날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을, 아란은 보내고 있었다.&lt;br&gt; 하지만 헤어지면? 나한테 싫증을 내고 계약을 끝내자고 말하면? 가슴에 싸한 통증이 찾아왔다.&lt;br&gt; 아란은 작은 콧소리 섞인 한숨을 쉬며 제후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안겼다.&lt;br&gt; 그리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시원한 향수냄새와 체취를 숨 속으로 담아 넣었다.&lt;br&gt; 언젠가 그가 떠날 때 언젠가 혼자 남겨질 때,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며 견딜 수 있도록.&lt;br&gt; 제주도로 밀월여행을 다녀온 다음부터 제후는 강의라든가 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14/tistory/2009/12/26/03/50/4b3509806d7b3 &gt;&lt;br&gt;&lt;br&gt;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할 때를 빼 고는 아란을 옆에 붙이고 다녔다.&lt;br&gt; 결혼을 빨리 해서 못해봤던 평범한 데이트도 했다.&lt;br&gt; 강의가 비는 시간 틈틈이 전화를 하고 기다리고 만나고, 아란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녔다.&lt;br&gt; 같이 술 마실 시간도 없냐는 친구들의 비아냥거림도 권 제후, 사람 달라졌다고 신기한 눈으 로 쳐다보는 여자들의 시선도 상관없었다.&lt;br&gt; 그저 그만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.&lt;br&gt; 권 제후가 만든 시간 속에서 권 제후를 생각하는 것으 로 아란의 머릿속을 채워주고 싶었다.&lt;br&gt; 오빠, 이거 봐요! 아란이 갑자기 제후의 팔을 잡으며 멈춰 섰다.&lt;br&gt; 학교 앞 분식점에서 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소화 시킬 겸 아이쇼핑을 하다가 쇼윈도에 걸린 목걸이가 예쁘다고 들른 보석 전문점 안이었다.&lt;br&gt; 크리스탈로 만든 거래요.&lt;br&gt; 너무 예쁘죠? 아란이 가리킨 것은 손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큐피드 상이었다.&lt;br&gt; 앙증맞은 날개를 달고 하 트가 달린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.&lt;br&gt; 사줄까? 카운터에 있던 여직원 중 하나가 쪼르르 달려오는 걸 보며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정말요?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안 될 게 뭐야.&lt;br&gt; 너나 나나 어차피 돈만 남아도는 집 자식들이잖아.&lt;br&gt; 내가 맘만 먹으면 이 http://daum3.shenala.com 보석가게 전부를 사다가 안겨줄 수도 있다고.&lt;br&gt; 거드름을 피우는 제후의 말투에 아란이 웃는다.&lt;br&gt; 소리 없는 웃음에 그녀의 양 볼에는 깜찍한 볼우물이 진다.&lt;br&gt; 두 개였으면 좋겠는데 손때가 묻을까 조각상 아래 빌로드 천이 깔린 상자를 통째로 들고 있던 아란이 중얼거렸다.&lt;br&gt; 응? 이거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요.&lt;br&gt; 오빠하고 나하고 하나씩 나눠 갖게.&lt;br&gt; 짝 있어요, 손님.&lt;br&gt; 보여드릴까요? 옆에 있던 직원이 카운터로 따라 오란다.&lt;br&gt; 마음만 먹으면 이 보석가게 전부를 사서 안겨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던 까닭에 그녀의 태도는 굉장히 친절했다.&lt;br&gt; 여직원이 뭐라고 얘기를 하자 남자직원이 금고를 열더니 비슷한 크기의 상자를 꺼내고 뚜껑 을 연다.&lt;br&gt; 하트에 화살이 꽂힌 모양의 조각이 누워 있었다.&lt;br&gt; 예쁘다! 아란의 감탄사에 제후가 어깨를 으쓱, 했다.&lt;br&gt; 직원들과 주인의 낯에 화색이 떠오르는 걸 보니 꽤 값이 나가는 모양이었다.&lt;br&gt; 두 분 사귀는 사이세요? 귀족적인 고상함에 적당한 반항기가 돋보이는 근사한 외모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 였다.&lt;br&gt; 여자의 예쁘다는 말 한 마디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꺼내고 카드를 긁는, 성격 화끈한 남자 의 뒷모습을 보던 여직원 하나가 상자 두 개를 포장하며 말을 붙인다.&lt;br&gt; 남자친구가 아가씨한테 푹 빠져 있는 것 같던데 그래요? 아란은 가게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 제후를 창 너머로 쳐다보며 대답했다.&lt;br&gt; 가능성은 없었지만 듣기는 좋았다.&lt;br&gt; 이왕이면 커플링도 하지 그래요? 혼자 덜렁하니 우정 반지 같은 거 끼지 말고, 사귄지 오 래 된 사이면 웃고 있던 아란의 얼굴이 굳어버렸다.&lt;br&gt; 즐거워서 까닥거리던 손가락의 움직임도 투명한 유리 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저희, 부분데요.&lt;br&gt; 부부요? 그치만 남자 분은 반지를 끼고 있지 않던 손님의 달라진 표정을 보고 여직원은 입을 다물었지만 말은 뱉어진 다음이었다.&lt;br&gt;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비참함이었지만 아란은 막 포장이 끝난 상자를 들고 훌쩍 밖으로 나와 버렸다.&lt;br&gt; 더 듣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모르는 사람에게 계약에 묶인 부부라서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형식상의 관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약속.&lt;br&gt; 아란아! 담배를 태우며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던 제후는 그가 기다리는 것조차 잊은 듯 앞 을 지나쳐 황망히 걸음을 옮기는 아란을 보고 대충 통화를 마무리 하고 그녀에게 뛰어갔다.&lt;br&gt; 어디 가.&lt;br&gt; 오늘 할아버지 만나러 가기로 아란의 팔을 잡아 돌려세운 제후는 뜻밖에도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과 http://kccc.me/naver/5638.php 맞닥뜨린 순간 말 을 끝맺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.&lt;br&gt; 원망, 분노 하여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이었다.&lt;br&gt; 낼까요? 목이 메는 음성으로 아란은 제후를 쳐다봤다.&lt;br&gt; 그냥 우리 여기서 끝낼까요? 뭐? 할아버지 앞에서 오빠가 사 준 선물이라고 좋아하며 자랑하는 아란의 얼굴을 볼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제후의 낯이 구겨졌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라면 그냥 여기서 끝내자고요!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을 시간도 달래줄 틈도 없었다.&lt;br&gt; 하얀 얼굴 가득 눈물을 터트린 아란 은 그대로 뒤돌아서 뛰어가 버렸다.&lt;br&gt;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.&lt;br&gt; 아란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그만큼 당황스러웠다.&lt;br&gt; 바닥 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 올리며 제후는 아득한 불안함으로 심장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.&lt;br&gt; 죄죄송합니다, 손님.&lt;br&gt; 아까의 여직원이 옆에 서 있었다.&lt;br&gt; 제가 실수를 했어요.&lt;br&gt; 두 분이 결혼하신 줄도 모르고 그만 커플링이나 하는 게 어떻겠냐 고 커플링? 제후는 무심결에 왼손 약지를 내려다보았다.&lt;br&gt; 아란과는 달리 어떤 구속도 허용치 않을 것처 럼,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텅 비어 있는 그의 손가락을.&lt;br&gt; 직원이 알고 말했던 것도 아니고 제후의 고의도 아니었지만 비싼 선물을 덥석 안겨주고는 아란의 마음을 깔아뭉갠 꼴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진작에 끼고 다녔어야 했는데 쑥스러움에 미뤄두었던 일이 치부를 드러내 그녀가 망신을 당 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뭐야?! 당신 눈에는 그 비싼 반지가 고작 우정 반지로 보였단 말야? 죄죄송합니다.&lt;br&gt; 정말 죄송합니다.&lt;br&gt; 어떻게 보상을 해야 이 여자에겐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후는 화가 났다.&lt;br&gt; 아니 그보다, 바람이 팽팽했던 풍선이 터져버린 것 같은 아란의 눈동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.&lt;br&gt; 화를 냈다는 건 그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뜻인데 말이다.&lt;br&gt; 나한테 기대를 해? 그 남자가 아닌 나한테? 본가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었다.&lt;br&gt; 할아버지가 생신 때의 일에 대해 뭐라고 꾸중을 하셨는지 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제후는 집에 가면 아란의 화를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가만 고민하고 있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24/tistory/2009/12/26/02/49/4b34fb4139851 &gt;&lt;br&gt;&lt;br&gt; 여자의 눈치를 보는 일이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라면 용기를 낼 수도 있는 제후였다.&lt;br&gt; 불안하진 않았다.&lt;br&gt; 어느 덧 심장을 내 준 사람이기에 그리고 문득 문득 기대를 갖게 만드는 아란의 행동에 대한 설레임이 가슴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.&lt;br&gt; 상한 속을 달래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라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건 아닌가 했지만 옥외 주차장에서 떨리는 맘으로 올려다 본 그들의 보금자리에는 불이 커져 있었다.&lt;br&gt; 저녁나절, 그렇게 아란과 헤어지고 내내 구겨져 있던 제후의 얼굴이 반가움으로 펴졌다.&lt;br&gt; 엘 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고작 3층 내려오는 http://kccc.me/naver/5603.html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.&lt;br&gt; 가쁜 호흡에 들먹이는 심장을 억누르며 벨을 누르려는 찰나 문이 먼저 열렸다.&lt;br&gt; 왔어요? 어응.&lt;br&gt; 아까 그러고 간 게 미안해선지 아란은 어색한 음성으로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래도 죄책감이 드는 건 아란이 아니라 제후 쪽이었다.&lt;br&gt; 집에는 언제 왔어? 온 지 한 시간쯤 됐어요.&lt;br&gt;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아란의 어깨에서 바람이 인다.&lt;br&gt; 그 모습을 보자 잠시나마 가졌던 제 후의 설레임은 구석으로 밀려난다.&lt;br&gt; 아까 그 말 왜 한 거야? 내던지는 말이 퉁명스러웠다.&lt;br&gt; 아란이 침실로 향하던 걸음을 멈춘다.&lt;br&gt; 말해두겠지만 우리 결혼 오빠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죠.&lt;br&gt; 아란이 말을 가로채며 뒤돌아섰다.&lt;br&gt; 내가 아쉬워서 매달린 결혼이니까 혼자였던 생활로 돌아간다고 해도 오빠는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거죠?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? ! 내 마음 같은 거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거죠? 내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받아들였는지 오빠한테는 아무 상관없는 거죠? 굵은 눈물방울이 아롱져 바닥으로 떨어진다.&lt;br&gt; 제후는 울컥하는 마음에 아란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.&lt;br&gt; 그러는 넌! 너만 아픈 게 아니란 말이다.&lt;br&gt;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로 두고 사는 나는 편한 줄 알아? 멀쩡한 줄 알아? 넌 뭘 그렇게 잘했는데? 날 다그칠 만큼 순결한 요조숙녀에 조강지처야? 겉으로는 나밖 에 모르는 여자처럼 하고 다녀도 막상 뒤로는 여우짓하고 다니는 지 어떻게 알아? 아니에요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 오빠밖에 없어요.&lt;br&gt; 왜 몰라요 꼭 말로만 해야 되는 거에요? 마음으로 날 봐줄 수는 없는 거에요?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악에 받친 한 마디가 아란의 입을 뚫고 터져 나왔다.&lt;br&gt;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 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제후의 눈빛이 주춤했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손을 뿌리쳤다.&lt;br&gt;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축하한다는 말 듣고 싶었어요.&lt;br&gt;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더 이상 비참해질래야 비참해질 수도 없었다.&lt;br&gt; 손으로 가리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 큼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 걸 느끼며 아란이 뛰쳐나간다.&lt;br&gt; 멍하니 서 있던 제후가 탕! 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.&lt;br&gt; 아아란아! 제후는 신발도 신지 않고 따라 나갔지만 아란은 보이지 않았다.&lt;br&gt; 두리번거리며 황급한 심정 으로 그녀를 찾는 그의 귀에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꺄아악! 사람이 다쳤어요, 누가 좀 도와줘요! 설마 하는 불안감에 심장이 내려앉으면서 소름이 돋았다.&lt;br&gt;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 서 제후는 여자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.&lt;br&gt; 계단이 있는 곳이었다.&lt;br&gt; 사람들이 그리로 모여들었다.&lt;br&gt; 이름도 모르는 이웃들을 헤치고 들어간 제후의 눈이 커졌다.&lt;br&gt; 아란아! 계단 아래,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분명 아란이었다.&lt;br&gt; 벗겨진 한 짝의 신 발이 계단 중간에 걸쳐져 있었다.&lt;br&gt; 아란아, 제발! 넋 나간 표정으로 아란을 안아든 제후가 창백해진 그녀의 뺨을 두드리다 말고 웅성대며 모 여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.&lt;br&gt; 뭣들 하는 거에요! 사람이 다쳤는데! 구급차, 누구 구급차 좀 불러줘요!! 가벼운 뇌진탕이라면서! 그거 말고는 다친 데도 없다면서 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? 방안이 다 쩌렁쩌렁 울렸다.&lt;br&gt; 의사 생활 25년에 http://naveryo.com/naver/4411.html 이렇게 막 되먹고 시끄러운 보호자는 처음 보겠다고 생각하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을 꺼냈다.&lt;br&gt; 자자, 일단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으십시오.&lt;br&gt; 그래야 저도 무슨 말씀을 드리던지 할 것 아 닙니까? 뒤에 서 있던 권 회장이 제후의 어깨를 두드렸다.&lt;br&gt; 노인의 자애로운 눈빛이 거친 감정에 휩 싸인 손자의 마음을 다독였다.&lt;br&gt;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환자분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.&lt;br&gt; 약간의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 은 것 외에는 이봐, 의사 선생!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? 뭔가 새로운 걸 얘기해 보라고! 나는 왜 아란이 가 깨어나지 못하는지에 묻고 있잖아! 제후야! 할아버지의 엄한 목소리에 제후는 억지로 숨을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문제는 환자분이 거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.&lt;br&gt; 무의식중에 깨어나는 걸 거부하는 것 같습 니다.&lt;br&gt; 뭔가 두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.&lt;br&gt; 그럼 어떻게 해야 지금으로썬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.&lt;br&gt; 어떤 확약도 드릴 수가 의사가 말끝을 줄였다.&lt;br&gt; 제후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.&lt;br&gt; 구급대에 실려 온지 벌써 사흘 밤낮을 넘겼는데 아란은 죽은 듯이 잠만 잘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.&lt;br&gt; 죽은 듯이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 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 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무너졌다.&lt;br&gt; 이대로 영원한 잠에 들어 깨어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, 다시는 아란의 맑은 웃음을 볼 수 없 는 건 아닌가 방정맞은 생각들이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머릿속을 오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지친 발을 끌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깊은 잠에 든 아란의 얼굴은 평온해보였지만 그와 함께 하는 일상이 두려워 일어나지 못한 다는 말에 제후의 가슴은 핏빛 멍울이 지고 몇 톤짜리 돌을 얹은 것 마냥 무거웠다.&lt;br&gt; 다가가 의자를 끌어다놓고 앉았다.&lt;br&gt;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대고 눈을 감았 다.&lt;br&gt; 눈물 한 줄기가 제후의 뺨을 타고 흘렀다.&lt;br&gt; 아직은 아직은 아니잖아.&lt;br&gt; 나한테 실망하고 화나더라도 내가 철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참아주라.&lt;br&gt; 부부란 원래 그런 거 잖아.&lt;br&gt; 나란 놈한테 실망해서 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널 채웠다고 해도 이런 모습이 마지막이면 안 되는 거잖아.&lt;br&gt; 아란아 내 목소리 들리면 좀 일어나봐.&lt;br&gt; 내 마음 알기 http://etet.me 전까지는 멀리 가지마.&lt;br&gt; 나 놔두고 혼자 먼 데로 떠나지마.&lt;br&gt; 다시 그녀 없는 시간이 흘렀다.&lt;br&gt; 네 번의 낮과 밤이 일상을 만들며 지나갔다.&lt;br&gt; 학교에는 가야 된다는 할아버지의 엄명에 따르 긴 했지만 제후는 아란의 간호를 맡은 사람이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 이었다.&lt;br&gt; 강의가 끝나면 끼니를 챙길 틈도 없 이 달려오곤 했다.&lt;br&gt; 제 에미 애비가 죽은 후로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중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권 회장은 손 자며느리가 걱정되면서도 아란에게 몰두하는 제후의 모습을 다행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았다.&lt;br&gt; 제후는 남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생일에 아란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모르는 척 했던 것도 손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였다.&lt;br&gt; 아란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쉴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마음이 안식처를 찾았다는 걸 말이다.&lt;br&gt; 이제 미움 받는 역할은 그만해도 될 것 같군.&lt;br&gt; 그동안 수고했네.&lt;br&gt; 어느 날 새벽인가 아란을 간호하다 곁에 엎드려 잠이 든 제후를 보며 권 회장은 병실을 나 와 밖에서 문병 차, 들렀던 공범에게 말했다.&lt;br&gt; 그 녀석이 미처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처음부터 좋아했을 걸요.&lt;br&gt; 민준이 미소로 답했다.&lt;br&gt; 그런데 언제쯤 말해주는 게 좋을까요? 이번 일도 있고 두 사람 다, 슬슬 진실을 알 때도 된 것 같은데.&lt;br&gt; 내버려 두게.&lt;br&gt;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제 3자보다 서로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제일 행복할 테니까.&lt;br&gt; 제후가 마음을 숨기는 바보짓만 하지 않는다면요.&lt;br&gt; 그 때 낮은 굽의 샌들을 신고 복도를 뛰어오는 간호사 한 명이 있었다.&lt;br&gt; 그녀는 권 회장에게 다다르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.&lt;br&gt; 은 아란씨 보호자 되시죠? 빨리 병실에 좀 와주셔야겠어요.&lt;br&gt; 우리 아이가 깨어났습니까? 그게 아니고 병실로 환자분의 아버지라는 분이 찾아오셨는데 손자 분이 막 더 듣지 않아도 상황을 짐작하는 권 회장이었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알고 있는 이상은 그랬다.&lt;br&gt; 어둠에 묻힌 복도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병실이 http://ctoo.ucckor.co.kr 있었다.&lt;br&gt; 활짝 열린 문으로 넓은 용적의 빛이 바닥을 비추고 거기선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가! 여기서 사라지라고! 당신이 무슨 아버지라고 딸이 다쳐서 입원해 있는데도 일주일 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당신이 무슨 아버지야.&lt;br&gt;&lt;br&gt;&lt;br&gt;&lt;br&gt; 의사가 뭐라고 한 줄 알아? 잘못하면 평생 저러고 있을 수도 있대.&lt;br&gt; 부모라는 사람들이 결 혼이란 명목으로 팔아넘긴 딸이 영원히 잠들어서 죽을 때까지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대! 그거 알기나 해? 깨어나면 두려 운 일이 기다리는 것처럼 깨어나는 걸 거부하고 있대.&lt;br&gt; 이보게 권 서방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란의 아버지가 사위에게 낯을 보이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후 가 말을 가로챘다.&lt;br&gt; 당신과, 당신의 새 아내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짐이었는지 몰라도 아란이 이제 나한테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야.&lt;br&gt; 누구한테도 상처받지 못하게 내가 지킬 거고 아무도 이 아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일 있으 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그러니 가.&lt;br&gt; 여기서 사라지고 다시는 오지 마! 절규.&lt;br&gt; 그리고 차마 말해주지 못한 사랑.&lt;br&gt; 우리 누나 아파?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문틈으로 제후와 은 사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권 회장과 민준의 귀에 아이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누나 이제 못 일어나? 재영이었다.&lt;br&gt; 엄마보다 배다른 누나를 더 따르던 그녀의 동생이었다.&lt;br&gt; 아저씨 우리 누나 죽었어?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재영이 제후의 바지를 잡고 흔들었다.&lt;br&gt; 재수 없는 소리 집어 쳐! 죽긴 누가 죽었다고 그래! 아이의, 아란을 빼닮은 눈동자에 다시금 죄책감이 스며들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이가 놀랄 수 있다 는 것도 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.&lt;br&gt; 방금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끅끅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재영은 누나의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.&lt;br&gt; 부벼대는 눈이 붉었다.&lt;br&gt; 제 후는 한숨을 쉬며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었다.&lt;br&gt; 미안하다, 꼬마야.&lt;br&gt; 아저씨가 잘못했어.&lt;br&gt; 누나 안 죽어.&lt;br&gt; 그냥 자고 있는 거잖아.&lt;br&gt; 일어날 거야.&lt;br&gt; 꼭 일어나서 널 안아줄 거야.&lt;br&gt; 누나에게 http://ford.froma.kr 그랬던 것처럼 재영은 제후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.&lt;br&gt; 아이들 특유의 달콤한 체취가 한가득 안겨왔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안듯이 아이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달랬다.&lt;br&gt; 아무 일 없을 거야정말로.&lt;br&gt; 목이 메어왔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민준이, 그리고 할아버지가 문간에 서 있었다.&lt;br&gt; 본의 아니게 엿들은 꼴이 되어 버렸구나, 미안하다.&lt;br&gt; 언제 오셨어요? 그리고 민준이 너는? 제후는 재영을 안은 채로 일어났다.&lt;br&gt; 아란이 문병 왔다가 할아버지를 만나서 담배 한 대 태우고 들어오는 길이야.&lt;br&gt; 괜찮아? 네 녀석 온 건 하나도 안 반가워.&lt;br&gt; 민준이 피식 웃으며 사돈과 함께 나가는 권 회장을 쳐다봤다.&lt;br&gt; 은 사장의 무거운 걸음새를 보아하니 긴 얘기가 될 것 같았다.&lt;br&gt; 곧 반가워하게 될 걸.&lt;br&gt; 너, 나하고 잠깐 얘기 좀 하자.&lt;br&gt; 아란이 걱정되면 여기서 해도 좋 고.&lt;br&gt; 옆 침대에 재영을 재워놓고 있을 때 캔 커피 두 개를 든 민준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너 어제도 밤샜다면서 몸은 괜찮은 거냐? 중간 중간 자니까 견딜 만 해.&lt;br&gt; 달고 시원한 냉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잠이 깨는 듯 했다.&lt;br&gt; 아란이 좋아하지? 캔을 들어올리던 제후의 손이 공중에서 우뚝 멈췄다.&lt;br&gt; 내 말이 맞냐?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가 제후의 입가를 맴돌았다.&lt;br&gt; 민준이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뭐 너 하는 짓 봐선 묻지 않아도 당연한 얘기다만 그냥 확인해 본 거다.&lt;br&gt; 그 때 내가 아 란이 좋아한다고 했던 거 기억 나냐? 그래서.&lt;br&gt;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?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냐? !! 경악의 표정이 제후의 얼굴에 떠올랐다.&lt;br&gt; 민준이 바닥에 깔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캔을 살살 흔들었다.&lt;br&gt; 그래, 맞아.&lt;br&gt; 나 너한테 거짓말 했다.&lt;br&gt; 난 너 만큼이나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친 구의 여자를 노릴 정도로 비열한 놈은 아니야.&lt;br&gt; 그런데 왜 나한테 부탁한 사람이 있었어.&lt;br&gt; 네가 행복해지기를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이.&lt;br&gt; 할아버지가? 민준은 제후의 생각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.&lt;br&gt; 내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어땠을 거 같냐? 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 서투르잖아.&lt;br&gt; 할아버 지는 진실을 깨닫도록 너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거야.&lt;br&gt; 지기 싫어하는 네 성격에 누가 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가만히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싫어도 http://siiiso.com 지키려고 노력할 테니까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신 거지.&lt;br&gt; 결 국 할아버지의 판단은 옳았고 지금 넌 여기 이 자리에 있잖아.&lt;br&gt; 아란이도 이 사실 알아? 몰라.&lt;br&gt; 아마 내가 자기한테 접근한 게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걸.&lt;br&gt; 그 녀석, 너도 알겠 지만 사람을 너무 잘 믿어.&lt;br&gt;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도 안 하고 덥석 믿어버려.&lt;br&gt; 제후는 허무함에 웃음이 나왔다.&lt;br&gt; 그 동안의 고민이 다 쓸데없는 거였다니.&lt;br&gt; 말이나 들어보자.&lt;br&gt; 너 아란이 찾아가서 뭐라고 했냐? 어느 덧 경계심을 풀은 눈동자였다.&lt;br&gt; 민준이 싱긋 웃었다.&lt;br&gt;궁금하냐? 그걸 말이라고 해? 할아버지랑 짜고 나 속인 건 괘씸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용서해준 다.&lt;br&gt; 음처음엔 반지 얘기 하면서 속을 찔러봤고 두 번째는 너희들이 계약 결혼 한 거 알고 있다고 했고, 세 번째는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지.&lt;br&gt; 그랬더니 뭐래? 선배가 뭘 원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을 거에요, 그러더라.&lt;br&gt; 아마도 내가 자기한테 구애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나봐.&lt;br&gt; 순진한 녀석.&lt;br&gt; 진심하고 장난도 구분 못하는 바보.&lt;br&gt; 가까이 있으면서도 참 어려운 사랑을 하는 커플이었다.&lt;br&gt; 자식이, 그러는 저는 바보짓 안 한 줄 아나.&lt;br&gt; 민준은 아직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생 각하는 어리석은 친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.&lt;br&gt; 너도 속아 넘어갔으면서 뭘 그래.&lt;br&gt; 나한테 주먹질까지 하고.&lt;br&gt; 한 민준 연기력이 좋았던 거지.&lt;br&gt; 정작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지만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비단 아란의 입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에서라도 그녀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고도 멀쩡할 자신이 없었다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왜.&lt;br&gt; 나 힘들다.&lt;br&gt;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데 그 아이가 원하면 보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놔 줄 수가 없어.&lt;br&gt; 욕심 부리면 정말 아란이가 달아날지 모르는데 원래 사람 좋아하는 건 다 그런 거야.&lt;br&gt; 민준은 제후의 어깨를 툭툭 쳤다.&lt;br&gt; 그리고 너처럼 지극정성인 남자 놔두고 어딜 가겠냐? http://bjjj.isuim.com 도망가더라도 일주일 동안 잠 못 자 고 밥 못 먹어가며 고생한 네 은공은 갚고 가라고 그래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웃으라고 한 말이었는데 친구를 부르는 한숨이 깊었다.&lt;br&gt; 그런 만큼 그의 사랑도 깊었다.&lt;br&gt; 아란이 쓰러졌던 날, 나한테 처음 화를 내더라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 나 하냐고,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막 울어 버리더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5d/c6/bmwno10001/folder/3/img_3_49_8?1261914232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아무 에게도 축하받은 적 없다던 생일날에 날 만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에 단 한 사람 오빠한테만은 축하받고 싶었다고 그러더 라.&lt;br&gt; .&lt;br&gt; 사랑이 없어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난 항상 그 앨 다치게만 만들더라.&lt;br&gt; 나중에 보니 까 내가 그 앨 내쫓아버렸더라.&lt;br&gt; 제후야 아, 맞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면 늦기 전에 끝내자고 아란이가 그러더라.&lt;br&gt; 한 민준, 너 어떻게 생각해? 나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? 걸리는 게 많군.&lt;br&gt; 민준은 한 조각 희망도 남지 않은 얼굴로 넋두리를 하는 친구가 가여웠다.&lt;br&gt; 그리고 그의 이런 사랑을 모른 채 마음을 가두고 잠이 들어있는 아란에게 화가 나려고 했다.&lt;br&gt; 아란이 보내고 너 혼자 살 자신 있어? 자신이야 있지.&lt;br&gt; 미쳐버릴 자신.&lt;br&gt; 죽어도 돌아볼 사람 없으니 원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 자 신.&lt;br&gt; 그럼 보내지마.&lt;br&gt;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다 꼭 붙들어 두고 살아.&lt;br&gt; 내가 너 사랑하니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곁에만 있어달라고 졸라.&lt;br&gt; 은 아란은 착하니까 소원을 들어줄 거야.&lt;br&gt; 억지 부려서 더 정 떨어진다고 하면? 이런 겁쟁이! 권 제후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? 그럴 일 없을 거야.&lt;br&gt; 내가 장담해.&lt;br&gt; 민준은 제후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웃어주었다.&lt;br&gt; 제후를 향한 아란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친구는 확실히 달라졌다.&lt;br&gt; 조각 같은 외모와 냉담한 분위기로 여자들을 녹이던 권 제후 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.&lt;br&gt; 사랑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겁을 내고 두려워하고, 고 민을 했다.&lt;br&gt; 만약 아란이 끼고 다니던 순결반지의 주인공이 바로 자기라는 걸 알게 되면 제후가 뭐라고 그럴까 문득 궁금해지는 민준이었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병원 로비.&lt;br&gt; 그를 배웅하러 나온 친구에게 민준은 마지막 충고를 했다.&lt;br&gt;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아란이네 아버지한테 심하게 굴지 마라.&lt;br&gt; 판단은 네가 아니라 아란 이의 몫으로 남겨둬야지.&lt;br&gt; 아무리 그래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분 아니냐.&lt;br&gt; 알았어.&lt;br&gt; 아란이 일어나면 그동안 장난쳐서 미안했다고 대신 사과도 건네주고.&lt;br&gt; 알았다니까.&lt;br&gt; 택시를 부른 민준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든다.&lt;br&gt;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 제후는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아직도 깊은 잠에 들어 있는 아란을 보았지만 이제는 기다림마저 달가웠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의식을 잃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잠이 들어 있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보며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키스를 하면 일어나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마저 들었다.&lt;br&gt; http://apq.kwsc.net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깨어 있을 때처럼 여전히 보드랍고 향기가 난다.&lt;br&gt; !! 세 번째 키스를 하고 제후가 얼굴을 들려했을 때 목에 둘려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늘고 미약 한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졌다.&lt;br&gt; 설마, 설마!!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기대감에 제후는 감았던 눈을 떴다.&lt;br&gt;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아란의 눈 동자가 무려 8일 만에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너너 말이 나오질 않았다.&lt;br&gt; 한없이 기쁜 순간에 너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.&lt;br&gt; 응, 나 일어났어요.&lt;br&gt; 나 진짜 많이 잤죠? 젠장!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에 왈칵, 목이 메어 오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은 제후의 몸을 가만히 밀면서 일어났다.&lt;br&gt; 제후가 얼른 아란의 어깨를 잡아 부축해주었다.&lt;br&gt; 그래, 이 잠꾸러기야.&lt;br&gt; 무슨 잠을 8일씩이나 자냐?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겨주다가 제후는 부서질 것 같은 아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.&lt;br&gt; 며 칠 사이 수척해진 몸에, 줄무늬 환자복 속으로 느껴지는 헐거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빨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누가 발을 잡고 안 나줬어요.&lt;br&gt; 눈을 뜨고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반겨줄 사람 아무도 없다고 그냥 여기서 살라고 그랬어요.&lt;br&gt; 까만 옷에 얼굴도 없는 무서운 사람이 자꾸 날 붙잡았어요.&lt;br&gt; 무서웠어? 아란은 대답을 하지 않고 손깍지를 끼어 제후의 등을 안았다.&lt;br&gt; 그의 어깨 언저리가 천천히 젖어왔다.&lt;br&gt; 그녀의 몸이 흐느낌으로 떨리고 있었다.&lt;br&gt; 미안해 입술을 깨물었다.&lt;br&gt; 가까스로 참아내는 그녀의 눈물은 고통이 되어 제후의 심장으로 배겨왔다.&lt;br&gt; 다시는 너 혼자 무서운 꿈에 남겨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.&lt;br&gt; 채팅싸이트무료 우린 항상 같이 있을 거야.&lt;br&gt; 언제든 널 지켜줄 거야.&lt;br&gt;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그리고 나도, 널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아란의 감은 눈꺼풀에 입을 맞추며 제후는 말했다.&lt;br&gt; 창 밖으로 먼동이 트고 있었다.&lt;br&gt;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 날과 하늘을 두고 제후는 그렇게 가 슴을 저리며 찾아온 첫사랑을 고백했다.&lt;br&gt; 아빠가 새엄마랑 헤어지기로 했대요.&lt;br&gt; 은 사장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아란이 저녁때를 훌쩍 넘겨 들어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아빠 없는 동안에 나한테 함부로 한 거 전주댁 아줌마한테 들었나 봐요.&lt;br&gt; 그동안 아빠 노 릇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그랬어요.&lt;br&gt; 전주댁 아줌마는 아란이 여섯 살 때부터 은 사장네 살림을 봐줬던 사람이었다.&lt;br&gt; 엄마가 돌아 가시고 나서 유일하게 정을 붙인 사람이라고, 새 엄마가 들어와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면서는 더욱 의지를 했던 사람이라 고 아란은 얘기하곤 했었다.&lt;br&gt; 재영이는? 엄마가 데려가서 키운다고 하셨는데 확실한 건 모르겠어요.&lt;br&gt; 원래 재영이가 새 엄마보단 나하고 아빠를 잘 따랐거든요.&lt;br&gt; 제후는 알 만 하다는 듯 말했다.&lt;br&gt; 치장하고 가꾸느라 아이 돌 볼 틈도 없었나보지.&lt;br&gt; 아마도요.&lt;br&gt; 아란의 얼굴에서 긍정의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.&lt;br&gt; 그래도 http://daum3.shenala.com 새 엄마가 계서서 아빠가 행복하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왠지 아빠가 이혼 을 결정하신 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죄송스러워요.&lt;br&gt; 난 아무래도 좋다는 사고방식은 버려.&lt;br&gt; 남을 위해서 희생할 생각만 하지 말고 좀 이기적으 로 굴어봐.&lt;br&gt; 아란이 넌 행복할 자격 충분히 있어.&lt;br&gt; 제후는 마주 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.&lt;br&gt; 아, 그리고 나 커피 마실 건데 생각 있으면 같이 마시자.&lt;br&gt;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구수한 커피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.&lt;br&gt; 휘파람을 불면서 주방으 로 들어가는 제후를 보며 아란은 혼자 웃었다.&lt;br&gt;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제후는 줄곧 다정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.&lt;br&gt; 처음엔 보상 심리 때문인 가 의심도 해보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의 다정함은 변함이 없었고 스스럼없는 장난기와 짓궂은 행동은 그들이 보통의 신혼부부 처럼 살고 있다고 아란이 생각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계약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랑해서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다.&lt;br&gt; 알았지? 끝내자는 말 절대로 하지 마.&lt;br&gt; 이제 겨우 두 달 좀 넘게 살아보고 맞는다느니 안 맞는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자.&lt;br&gt; 퇴원 기념으로 찾은 레스토랑에서 제후는 그런 말을 했다.&lt;br&gt; 손을 끌어다 잡으며 조심스레 말 을 내는 그의 눈을 보면서 아란은, 제후와의 관계에 좋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고 머잖아 그의 마음이 진 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.&lt;br&gt; 제후를 믿게 되었다.&lt;br&gt; 요즘만 같으면 세상에 무엇도 바랄 것 없는 사람처럼 아란은 행복했다.&lt;br&gt; 거기에 욕심 부려 한 가지 소원을 빈다면 그도 그녀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.&lt;br&gt; 그녀 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고 싶었다.&lt;br&gt; 커피 향 좋지? 좋아요.&lt;br&gt;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아란이 한모금의 향을 들이마셨다.&lt;br&gt; 정말이지 저 웃는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까봐 애태웠던 걸 생각하면 그녀가 얄밉기까지 한 제후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c2/73/baek6217/folder/208/img_208_1585_25?1261913104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잔잔히 부딪치는 시선에 아란이 뺨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.&lt;br&gt; 근데 왜 그렇게 쳐다봐요? 예뻐서.&lt;br&gt; 제후는 턱을 괴고 키득 웃었다.&lt;br&gt; 장난치지 마요.&lt;br&gt; 장난 아닌데.&lt;br&gt; 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 거야.&lt;br&gt; 한층 노골적인 시선에 부끄러움이 또르르 몰렸다.&lt;br&gt; 아란은 잔을 손으로 감싸고 살그머니 제 후의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.&lt;br&gt; 왜 모르고 살았을까.&lt;br&gt; 너처럼 귀엽고 착한 아이 옆에다 두고도 왜 모르고 지냈을까.&lt;br&gt; 커피를 다 마신 아란이 잔을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받침대에 얹고는 허둥지둥 주방을 나간 다.&lt;br&gt; 뒷모습을 쫓던 제후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따랐다.&lt;br&gt; 그리고 아란의 팔을 잡아 침실로 들어간 다음 문을 잠갔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보상 받고 싶다.&lt;br&gt; 너 없이 혼자 보냈던 것만큼 우리의 시간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고 싶다.&lt;br&gt; 오늘 http://kccc.me/naver/5638.php 너 안아도 돼? 그그치만 거절해도 소용없어.&lt;br&gt; 보름동안 참아줬으니까 오늘은 내 맘대로 할 거야.&lt;br&gt; 물러서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안으면서 제후는 아란의 몸을 침대에 밀치듯 쓰러트렸다.&lt;br&gt; 성 급한 손길을 따라 드러나는 여자의 몸에 호흡이 가빠왔다.&lt;br&gt; 건강이 나빠졌다고 며칠 햇빛 구경을 안 시킨 탓인지 피부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.&lt;br&gt; 이 아 름다운 몸을 옷으로 가리면 오히려 죄가 될 것처럼 보였다.&lt;br&gt; 내일 토요일이지? .&lt;br&gt; 그럼 우리 밤새도록 여기서 놀자.&lt;br&gt; 전화와도 받지 말고 누가 벨 눌러도 열어주지 말고 내 일 아침까지 놀다가 자자.&lt;br&gt; 몰라요.&lt;br&gt; 싫어요가 아니라 몰라요다.&lt;br&gt; 늘 처음 만난 남자에게 몸을 열어주는 것처럼 아란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.&lt;br&gt;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잘 하면서 그에게만 그런다.&lt;br&gt; 그런 아란의 행동이 제후에게는 &lt;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사람&gt;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 졌다.&lt;br&gt; 그리고 매번 처녀를 방문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선사했다.&lt;br&gt; 싫으면 지금 말하던가.&lt;br&gt; 아란이 시트를 끌어올려 가슴을 가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싫어도 오빠 맘대로 한다면서요.&lt;br&gt; 후후, 이제 보니 삐지기도 하잖아? 제후는 아란의 화내는 모습이 신기했다.&lt;br&gt; 언제나 그 앞에선 쥐 죽은 듯 꼬리를 내리고 하라 는 대로 따라주던 그녀가 처음으로 반항이라는 걸 했다.&lt;br&gt; 은 아란.&lt;br&gt; 야릇한 붉은 빛이 아란의 얼굴에 떠돌았다.&lt;br&gt; 지금 당장 아란의 몸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고 싶은 걸 참으면서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내가 어떤 여자 좋아하는지 말해줄까? 어떤 여자좋아하는데요? 그녀가 순진하게 되묻는다.&lt;br&gt; 역으로, 아란의 몸을 아래에 두고 있는 제후의 얼굴은 짓궂은 헌 터의 표정이 된다.&lt;br&gt; 오늘 밤 넌 죽었어, 라는 뜻이다.&lt;br&gt; 나한테 저항하는 여자.&lt;br&gt; 좋으면서도 싫다고 말해서 날 더 부추기는 여자.&lt;br&gt; 수차례의 절정이 지났다.&lt;br&gt; 몸과 몸이 먹고 먹혔다.&lt;br&gt; 흥분을 부추긴 대가로 아란은 밤새도록 시달렸지만 한 번도 제후를 거절하지 않았다.&lt;br&gt; 물러서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오빠가 원하는 게 내 몸이라면 나한테 빠져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.&lt;br&gt; 나한테 집착하도록, 그래서 나 외에는 누구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릴 거야.&lt;br&gt; 새벽녘에 풋잠이 들었던 제후는 아란이 뒤척이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.&lt;br&gt; 부스스한 얼굴로 시 계를 쳐다보니 아침 7시 30분, 샤워도 하지 못하고 잠이 든 지 겨우 세 시간이 지났다.&lt;br&gt; 제후는 끄으응,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깜박여 눈 안으로 들어온 빛을 몰아냈다가 다시 실눈 을 뜨고 옆에 누운 아란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.&lt;br&gt; 적어도 정오까지는 깨지 못할 것처럼 아란은 곤한 잠에 들어 있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끌어다 안으면서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몸을 개켜 일어났다.&lt;br&gt;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http://kccc.me/naver/5603.html 쑤시고 아팠다.&lt;br&gt; 뜨겁고 격렬했던 정사(情事)의 보상이라 그것도 기꺼 운 제후였다.&lt;br&gt; 시트가 눌렸다 제 자리로 돌아오면서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반짝하는 기 운에 욕실로 들어가던 제후가 되돌아 와 그것을 주웠다.&lt;br&gt; 결혼반지였다.&lt;br&gt; 제후의 손가락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녀석의 짝이다.&lt;br&gt; 아란이 일부러 빼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도 어젯밤의 정신없는 상황에 빠트린 모양이다.&lt;br&gt; 정신없는.&lt;br&gt; 풋 그렇게 좋았나? 황홀한 기억을 되살리며 미소 짓는 제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느다란 백금 링 안에 글자가 새겨져있는 게 보였다.&lt;br&gt; 이니셜이다.&lt;br&gt; 제후는 반지를 쥔 손을 힘주어 쥐었다가 펼쳤다.&lt;br&gt;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간만에 찾아 온 나른한 행복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, 좋아하는 사람 있다.&lt;br&gt; 두렵지만 보고 싶었다.&lt;br&gt; 그녀의 사랑을 차지한 사람을 알고 싶었다.&lt;br&gt; 누구일까? 결혼반지에 이니셜을 새길 정도라면 굉장히 소중한 사람일 텐데, 한 번도 손가락에서 반지 를 빼지 않았던 건 결국 다른 사람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서였던 걸까? 제후는 가슴이 쓰렸다.&lt;br&gt; 그러나 피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.&lt;br&gt; 그래서, 어느 덧 땀이 고인 손바 닥에서 반지를 들어 빛이 잘 드는 쪽으로 들어올렸다.&lt;br&gt; 첫 글자는 K였다.&lt;br&gt; JH? KJH.&lt;br&gt; 뭐야, 내 거하고 똑같 무심코 내뱉은 진실에 제후의 눈동자가, 입이 그대로 굳어버린다.&lt;br&gt; 그러다 천천히 몸을 돌려 세상모르고 잠이 든 아란을 쳐다봤다.&lt;br&gt; 그녀는 말했었다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굴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고.&lt;br&gt; 야? 정말 나야? 네가 좋아하는 사람 정말로 권 제후야? 콧소리까지 내며 자고 있는 그녀가 대답할 리 없건마는 제후는 또 묻고 있었다.&lt;br&gt; 야, 한 민준.&lt;br&gt; 제후 놈 왜 저렇게 분위기 잡냐? 또 와이프랑 한 판 했대? 도서관 자리에 가방을 두기 무섭게 담배를 태운다고 나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책상에 쌓은 전공서 적들을 보며 한숨을 쉬던 서훈이 칸막이 사이로 몸을 제껴 민준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남들은 리포트 마감 맞추느라 골 빠개지는 이 때 얄밉게 돌아다니기나 하고 말이야.&lt;br&gt; 저 자식 머리 좋고 손 빠른 건 알지만 너무 한 거 아냐? 머리 나쁘고 손 늦은 너하곤 다르게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.&lt;br&gt; 내버려둬.&lt;br&gt; 장난스런 무시로 서훈의 입을 막은 민준이었으나, 민준도 얼마 못가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 났다.&lt;br&gt; 궁시렁 대며 책을 넘기던 서훈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.&lt;br&gt; 넌 또 어디 가? 나도 담배나 한 대 태우려고 그런다.&lt;br&gt; 금방 들어올게.&lt;br&gt; http://naveryo.com/naver/4411.html 서훈이 콧방귀를 흥, 뀐다.&lt;br&gt; 어이구! 자식이 저만 의리 있는 척 하고 있네.&lt;br&gt; 제후 놈 걱정 되서 그런다고 말하면 내가 너 잡아먹을까봐 그러냐? 친구 사이에 별 걸 다 숨겨.&lt;br&gt; 민준은 이해해줘서 고맙단 표시로 손을 들어보였다.&lt;br&gt; 그리고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확인한 다음 밖으로 나와 제후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있었다.&lt;br&gt; 저 자식 오늘만 담배 한 갑이 넘는데 와이프 마음 알았으면 됐지 또 뭐가 문제인 거야? 불 좀 빌리자.&lt;br&gt; 민준은 털썩, 제후 옆에 주저앉으며 담배를 내밀었다.&lt;br&gt; 뻔히 쳐다보는 표정에 약간의 놀라움 이 깃들었다.&lt;br&gt; 뭐해? 불 좀 빌리자니까.&lt;br&gt; 허연 연기가 둘이 되었다.&lt;br&gt; 새 담배의 3분의 1이 타들어가도록 아무 말이 없던 침묵은 기다 리다 지친 민준이 말을 꺼내면서 깨졌다.&lt;br&gt; 잘 나가다 왜 그러냐.&lt;br&gt; 사랑하는 여자 마음 얻은 걸로는 부족했어? 난 나를 잘 알아.&lt;br&gt;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민준은 금방 제후의 말뜻을 알아들었다.&lt;br&gt; 뭐가 두려운 건데.&lt;br&gt; 끝까지 가지 못할까봐?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던 여자들.&lt;br&gt; 그 속을 헤매던 방황에서 찾은 한 사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5d/c6/bmwno10001/folder/3/img_3_50_29?1261914302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아니면 아란이야? 버리게 될까봐 두려우냐 버림받는 것이 두려우냐, 민준은 묻고 있었다.&lt;br&gt; 대답을 않는 것으로 보아 둘 다 인 것 같았다.&lt;br&gt; 네 곁에 있으면 행복하지 못할까봐 겁나냐? .&lt;br&gt; 미친 놈.&lt;br&gt; 네 곁에 누구씨는 행복해서 죽을라고 하더라.&lt;br&gt; 아란이 그 녀석 생각하는 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거 알지? 민준은 피다 만 담배를 밟아 뭉개며 말을 보탰다.&lt;br&gt; 행복해 하고 있어.&lt;br&gt; 네 눈에 보이잖아.&lt;br&gt; 너도 알고 있잖아.&lt;br&gt; 그 일 권 제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.&lt;br&gt;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궁상떨지 말고 지금 하는 만큼만 해 줘.&lt;br&gt; 넌 해 보지도 않은 놈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? 알려고 해서 알아진 게 아니라 눈에 보인다고 했잖아.&lt;br&gt; 너희 둘 사랑하는 거 눈에 보여.&lt;br&gt; 서 로의 곁에서 행복해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이 보여.&lt;br&gt; 비로소 보이는 웃음이 서글펐다.&lt;br&gt; 민준아 나 제후의 핸드폰이 삐빅 신호음을 냈다.&lt;br&gt; 문자 메시지였다.&lt;br&gt; 제후가 말을 하려다 말고 메시지를 확인한다.&lt;br&gt; 누구야? 아란이? 어.&lt;br&gt; 6시에 경상대 앞에서 만나기로 한 걸 깜박했네.&lt;br&gt; 그러더니 제후는 이렇다 할, 양해도 구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뛰어 들어간다.&lt;br&gt; 그리고 수 분 후 다시 나와 정신없이 가방을 메고 경상대 건물이 있는 쪽으로 사라져버린다.&lt;br&gt; 뭐야, 저 녀석.&lt;br&gt; 얼음 왕자에서 공주의 똘마니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.&lt;br&gt; 혼자 남은 민준이 바닥에 떨어진 제 후의 담배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어본다.&lt;br&gt; 사랑을 하는 친구는 행복해 보였다.&lt;br&gt; 한 달음에 도착할 듯 걸음을 재촉했던 제후는 아란의 모습이 보이기 불과 몇 미터 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아란의 곁에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.&lt;br&gt; 저번에 본 채석이라는 아이는 아니다.&lt;br&gt; 아란이 그 남자와 다정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도, 미소를 지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발은 저절로 서버렸다.&lt;br&gt; 처음 보았을 땐 무작정 손을 낚아 채 데려오고 친구 앞에서 무례한 키스를 퍼붓기까지 했는 데 지금은 소중한 그녀를 그리 대할 맘도 대할 용기도 없다.&lt;br&gt; 하지만 잠시 동안 심장을 욱죄어 오는 통증은 사실이었다.&lt;br&gt; 지금은 가지 말라고 겁먹은 머리가 명령을 내린다.&lt;br&gt; 아란이 다른 남자와 얘기대화의 내용에 상관없이하는 모습만 보면 사라지는 자신감도, 언제 그녀가 그를 버리고 행실 좋고 반듯한 사람을 찾아 가버릴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었다.&lt;br&gt; 조심스러웠다.&lt;br&gt; 화를 낸다기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음을 알았던 듯 그 모습은 그리 오래 눈에 비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손짓을 해가며 대화 를 주고받던 남자가 목례를 하고는 사라진다.&lt;br&gt; 마찬가지 방법으로 인사를 받은 아란이 몸을 나무 그늘의 기둥에 기대며 이내 입 을 가리고 하품을 한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무심코 돌린 시야에 제후의 모습이 들어오자 아란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부른다.&lt;br&gt; 아까와는 다르게 서두르지 않는 보폭으로 제후는 아란에게 걸어갔다.&lt;br&gt; 오래 기다렸어? 이제 6시 20분밖에 안 됐는데요, 뭘.&lt;br&gt; 아란이 손목을 올렸다 내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오해하지 않도록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.&lt;br&gt; 오면서 보니까 누구랑 얘기하고 있던데 그 사람 누구야? 아, 봤어요? 여자 친구가 우리 학교 학생인데 처음 와서 길을 모른다고 그러잖아요.&lt;br&gt; 그럼 그렇지.&lt;br&gt; 설마 별다른 일이야 있겠어.&lt;br&gt; 다른 말은 안 했고? 에? 아아니, 이상한 추파 같은 거 던지지는 않았냐고.&lt;br&gt; 어휴, 이 병신! http://etet.me 이상한 걸 물어본 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말은 왜 더듬는 거야.&lt;br&gt; 제후는 속 으로 수도 없이 제 머리를 쥐어박았다.&lt;br&gt; 그건 왜 물어보는 데요? 불현듯 민망해진 표정의 제후와 눈을 맞추던 아란이 눈을 깜박깜박 하더니 고개를 젓는다.&lt;br&gt; 그가 난감해하며 말을 더듬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너넌 내가 다른 여자랑 얘기하고 있으면 좋냐? 이런! 예, 아니오의 단답형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.&lt;br&gt; 그거야 당연히 그럼 됐어, 더 물어보지 마! 북 치고 장구치고 저 혼자 괜히 성질을 부리더니 제후는 혼자서 씩씩 걸어가 버린다.&lt;br&gt; 아란 이 졸졸 뒤를 따라온다.&lt;br&gt; 오빠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? 없었어.&lt;br&gt; 근데 왜 나한테 화내요? 화 안 냈어! 그러니까 자꾸 토 달지 마! 하지만 지금 화내고 있잖아요.&lt;br&gt; 서운함이 실린 음성과 함께 뒤를 따라오던 기척이 멎었다.&lt;br&gt; 제후가 뒤를 돌아보자 아란은 머 쓱한 팔을 쓸어내리며 서 있었다.&lt;br&gt; 상처받은 얼굴이었다.&lt;br&gt; 굳이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큰 눈에선 금방이라도 떼구르르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고여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 다시 제후의 상태를 확인시켜주었다.&lt;br&gt; 오빠 화내고 있다구요.&lt;br&gt; 한숨이 나온다.&lt;br&gt; 왜 소중히 여긴다면서, 좋아한다면서 난 왜 꼭 번번이 저 아일 울리고 마는 걸까.&lt;br&gt; 이제는 정말로 사랑인데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는 그녀였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마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착각에 재 빨리 손을 내밀어 아란의 팔을 잡았다.&lt;br&gt; 미안해.&lt;br&gt; 됐어요.&lt;br&gt; 사실은 그게그래! 리포트 쓰다가 나왔거든.&lt;br&gt; 모레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출하라고 교수가 닦달을 해서 아마 그것 때문에 신경이 좀 예민해져 있었나 보다.&lt;br&gt; 알았어요.&lt;br&gt; 아란은 잡히지 않은 쪽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.&lt;br&gt; 그럼 바쁘다고 얘기하지 뭐하러 나왔어요.&lt;br&gt; 나 혼자서도 집에 갈 수 있는데.&lt;br&gt; 관심도 없었던 리포트가 도움을 줬다.&lt;br&gt; 제후는 그의 말에는 의심을 할 줄 모르는 아란과 300 페이지 분량의 전공서적을 탐독하고 사흘 만에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교수에게 감사했다.&lt;br&gt; 너 어린애잖아.&lt;br&gt; 나 없으면 안 되는.&lt;br&gt; 새록 고이는 웃음에 비로소 마음을 놓고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.&lt;br&gt; 울었으니까 배고플 거 아냐? 손가락 사이로 빈틈이 채워졌다.&lt;br&gt; 조금 걷다 돌아보는 그의 웃음에 그녀도 붉은 눈을 하고 웃었다.&lt;br&gt; 그것가지고 양이 차? 제후가 보기엔 먹는 것 같지도 않았다.&lt;br&gt; 저녁 사준다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데리고 왔더니 아 란은 샐러드에만 손을 대고 식사를 끝낸다.&lt;br&gt; 배불러요.&lt;br&gt; 봐요.&lt;br&gt; 아란이 손을 펴서 조금도 나오지 않은 아랫배를 톡톡 친다.&lt;br&gt; 그래도 이거 먹고 내일 아침까지 버텨야 되잖아.&lt;br&gt; 정말 배 안 고프겠어? 먹는 걸로는 그렇게 욕심 안 나요.&lt;br&gt; 나중에 우리 아이 가졌을 때도 그럴까봐 겁난다, 야.&lt;br&gt; 애기가 뱃속에서 뭘 먹고 크겠냐? 그거야 모르죠, 그 때 가면 곰탕에 두 그릇씩 밥 말아먹을지.&lt;br&gt; 투덜대는 제후를 아란은 쳐다보며 웃는다.&lt;br&gt; 제후가 먹다 말고 고개를 든다.&lt;br&gt; 왜? 아뇨.&lt;br&gt; 그냥 오빠가 나랑 애기 낳을 때까지 살아줄 생각 하고 있는 게 신기해서요.&lt;br&gt; 아이 오빠 닮으면 예쁠 거에요, 그죠? 아란의 말을 들은 제후가 얼굴을 굳혔다.&lt;br&gt; 살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거지.&lt;br&gt; 부부는 동등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니까.&lt;br&gt; 명문 S대의 학벌과 국내 건설회사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의 딸, 귀족적이고 아름다운 외모.&lt;br&gt;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도 제후에 대해서는 항상 자기를 낮추어 보는 아란 이다.&lt;br&gt; 자격지심이 아니라 아직 그의 마음을 모르기에 저러는 것이다 이해는 하면서도 제후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거슬린다.&lt;br&gt; 네가 나에 비해 뭐가 부족한데.&lt;br&gt; 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계약 따윈 이제 신경도 안 쓰고 있어.&lt;br&gt; 그러니 네가 나에 대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일, 없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오빠는 사랑해 본 적 있어요? 조건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만 생각하면 자신이 형편없어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뭔지 알 수 있어요? 내가 뭐?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아니에요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5d/c6/bmwno10001/folder/3/img_3_49_17?1261914232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아? 사람 궁금하게.&lt;br&gt; http://ctoo.ucckor.co.kr 있잖아요, 나 오늘 술 마시고 싶은데.&lt;br&gt; 심드렁하던 제후의 눈동자가 반짝, 놀란다.&lt;br&gt; 아란은 종업원이 접시들을 치운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말했다.&lt;br&gt; 오빠는 운전해야 되니까 관두고 나 마시는 거만 봐주면 안 돼요? 나 참.&lt;br&gt; 마시려면 같이 마셔야지.&lt;br&gt; 취하면 호텔 찾아서 하루 자면 되잖아.&lt;br&gt; 레스토랑을 나온 두 사람은 제후가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들른다는 호프집을 찾았 다.&lt;br&gt; 8시가 갓 넘은 초저녁인데도 단골들이 많아 벌써부터 시끌시끌했다.&lt;br&gt; 어렵사리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.&lt;br&gt; 뭐 마실래? 오빠가 정해요.&lt;br&gt; 난 아무 거나 상관없으니까.&lt;br&gt; 아란이 순진한 얼굴로 양 팔을 뻗어 소파를 짚고 다리를 모아 앉는다.&lt;br&gt; 투명한 유리 테이블 아래로 허벅지가 반은 보이는 미니스커트가 골반에서부터 아슬아슬하게 감고 있다.&lt;br&gt; 그러고 보니 내내 핸드백으로 허벅지를 가리고 있던 게 생각이 났다.&lt;br&gt; 비트 강한 댄스 음악 때문인지 어슴푸레 얼굴에 빛을 드리우는 조명 때문인지 늘 대하는 그 녀임에도 제후는 가슴이 떨린다.&lt;br&gt; 조금만 옆으로 가 봐.&lt;br&gt; 파트너가 있음에도 아란을 힐끔대는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영 못마땅했다.&lt;br&gt; 저 자식들, 감히 누구 걸 넘보는 거야? 왜요? 우리가 남이냐? 같이 앉게.&lt;br&gt; 아란이 안으로 물러 들어갔다.&lt;br&gt; 제후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안아 자 기 쪽으로 돌린다.&lt;br&gt; 저항도 않는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향이 녹아 입 안에서 뒤엉킨다.&lt;br&gt; 아란을 훔쳐보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하려던 것이었지만 애초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촉촉하고 도톰한 입술의 감촉에 취해버리는 제후였다.&lt;br&gt; 키스가 깊어지면서 아란이 반응을 보였다.&lt;br&gt; 팔을 제후의 목에 감고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.&lt;br&gt; 등줄기의 움푹 파인 부분을 제후의 손가락이 훑자 아란은 허리를 휘면서 몸을 바짝 갖다 붙인다.&lt;br&gt; 자잠깐만요, 오빠.&lt;br&gt; 등이 푹신한 소파에 닿기 직전에 아란이 제후를 떠민다.&lt;br&gt; 사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젠장, 뭐가? 입맛을 다시며 제후는 아란에게 기울였던 몸을 세워 주위를 둘러보았다.&lt;br&gt; 그녀의 말처럼 이 게 웬 떡이냐 쳐다보는 눈들이 많았다.&lt;br&gt; 언제 웨이터가 다녀갔는지도 모르게 세팅 된 테이블과, 처음에는 수북하게 올라왔을 맥주 거품의 얇은 층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바보 씹탱이들.&lt;br&gt; 남 연애하는 거 처음 보나.&lt;br&gt; 상황의 진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다가 제후는 마지못해 아란을 품에서 놓아주었다.&lt;br&gt; 그녀 는 부끄러운 눈빛이었지만 창피해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옷매무새를 바로 하며 앉는다.&lt;br&gt; 잘못 했어.&lt;br&gt; 제후는 1700㏄ 용량의 차가운 맥주를 작은 잔에 따라 마시고 입술에 묻은 거품을 혀로 쓰 윽, 핥아냈다.&lt;br&gt; 첨부터 호텔로 가는 건데 잘못했어.&lt;br&gt; 거기 가서 둘이 신나게 즐기는 건데.&lt;br&gt; 다른 데로 갈까요? 아란이 온기가 느껴지는 손을 제후의 무릎에 얹었다.&lt;br&gt; 자그마한 압박감에 제후가 마시던 잔 을 놓고 이게 무슨 뜻이냐는 듯 그녀를 쳐다본다.&lt;br&gt; 하다만 거 계속 하고 싶지 않아요? 말귀를 알아들은 제후가 금세 쿡, 웃었다.&lt;br&gt; 살다보니 요조숙녀 은 아란의 입에서 먼저 그걸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도 있구나 싶었다.&lt;br&gt; 좋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.&lt;br&gt; 경험자답게,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인간의 짧고 비밀 스런 사랑을 나누려면 어디가 좋은지는 숙지하고 있었다.&lt;br&gt; 형, 나 거기 좀 쓸게.&lt;br&gt;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눈짓을 하고 제후는 아란을 데리고 좁은 문을 나와 2층으로 올라 갔다.&lt;br&gt; 작은 문이 있었다.&lt;br&gt; 제후가 손잡이를 돌리고는 아란을 들어가게 했다.&lt;br&gt; 잠만 자는 곳인지 가구 하나 형광등 하나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.&lt;br&gt; 키 높은 창문으로 흘러들 어오는 달빛이 야트막한 침대를 비추는 곳이었다.&lt;br&gt; 달칵.&lt;br&gt; 등 뒤로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.&lt;br&gt;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.&lt;br&gt; 오늘 처음 만난 여자와 남자가 http://ford.froma.kr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밀애(密愛)의 장소를 찾은 것처럼 아 란과 제후는 잠시 눈을 맞춘다.&lt;br&gt; 그가 다가온다.&lt;br&gt; 붙잡히는 시선 속에서 천천히 긴장이 고조된다.&lt;br&gt; 제후의 팔이 허리를 감싸오자 아란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본다.&lt;br&gt; 하얀 손가락이 제후의 뺨을 스치고 머리칼을 만지다가 목젖을 스친다.&lt;br&gt; 붉은 입술이 탐스럽다.&lt;br&gt; 늘 품 안에서 익숙했던 향기가 어색하게 코를 스치고 떨리는 손가락의 감촉 아래로 부드러 운 피부는 사르르 밀려난다.&lt;br&gt; 음악소리가 귓가에서 웽웽 멀어져가고 맞닿은 심장소리는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.&lt;br&gt; 한껏 달아오른 숨결이 하나가 된 몸을 얽어 묶는다.&lt;br&gt; 뱅그르르 천장이 맴을 돈다.&lt;br&gt; 젖은 숨소리가 방 안을 메운다.&lt;br&gt; 절정의 신음소리가 공중에 부딪치고 야릇한 고통과 쾌감이 뿜어져 나온다.&lt;br&gt; 무저갱(無底坑)의 암흑까지 떨어졌다가 천국의 광명에까지 이른다.&lt;br&gt; 생명과 생명이 만나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들어맞은 그것은 사랑을 잉태한다.&lt;br&gt; 꿈인 듯 환상인 듯 시간이 멈춘다.&lt;br&gt; 앞으론 종종 술 마시러 와야 되겠는 걸.&lt;br&gt;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후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한바탕의 격렬한 운동(!)으로 땀을 빼고 난 다음에 마시는 맥주 맛은 더없이 좋았다.&lt;br&gt; 언제는 호텔 가서 둘이 즐기자면서요.&lt;br&gt; 제후가 쳐다보자 아란이 얼른 눈을 돌리고 입을 다문다.&lt;br&gt; 그녀의 하얀 목에 남은 키스마크가 조금 전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그래서 좋았다는 거야, 싫었다는 거야? 흔하지 않은 아란의 새침한 눈빛에 제후가 운전을 하면서 웃었다.&lt;br&gt; 앵 토라지는 입술이 귀엽 기만 했다.&lt;br&gt; 뭐나쁘지는 않았어요.&lt;br&gt; 차마 대답을 못하겠는지 미적미적, 말을 돌리지만 선수답게 제후는 속뜻을 낚아 채 낸다.&lt;br&gt; 괜찮았으면 집에 가서 한 번 더 할까? 카메라를 샀다.&lt;br&gt; 원하면 바로 찍어서 즉석에서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18/tistory/2009/12/26/04/13/4b350ebe8a0d3 &gt;&lt;br&gt;&lt;br&gt; 웨딩 앨범 말고는 볼 만 한 사진을 채워 둔 앨범 하나 없다는 게 제후의 이유였지만 빛나는 두근거림으로 자리해가는 아란의 모습을 잃어버리기는 너무 아까워서 그랬다.&lt;br&gt; 제후는 자석이 달린 예쁜 팬시 제품을 사다가 냉장고에 사진을 붙여 놓기 시작했다.&lt;br&gt; 막 일 어나서 눈을 부비는 모습, 샤워를 하고 나와 젖은 머리를 터는 모습이며 놀이동산에서 재영과 놀아주는 모습 등, 제후의 손에 서는 카메라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.&lt;br&gt; 사진 찍는 걸 싫다고 손사래를 젓던 아란도 점차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다루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.&lt;br&gt; 한 번은 술을 마시고 들어와 퉁퉁 부은 제후의 얼굴을 몰래 찍었다가 냉장고에 붙여놓고 잠 이 깬 그에게 보여주면서 깔깔대기도 했다.&lt;br&gt; 길을 지나다 만난 귀여운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을 찍기도 했지만 그들 사진 속의 주인공은 거의 상대방이었다.&lt;br&gt; 사랑할 운명으로 만나게 된 것처럼 뒤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이었다.&lt;br&gt; 언제부터였을까.&lt;br&gt; 넌 언제부터 내 주위를 맴돌았을까.&lt;br&gt; 내가 모르던 시절의 넌 어떤 모습이었을까.&lt;br&gt; 어떤 http://siiiso.com 모습으로 나를 사랑했을까.&lt;br&gt;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제후는 아란을 더듬어 봤지만 어느 한 조각 기억 속에도 그녀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았다.&lt;br&gt; 아란은 가슴에 안고 다니는 전공서적을 치우고 교복을 입혀놓으면 여고생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풋풋한 인상의 소유자였다.&lt;br&gt; 화려한 옷과 세련된 화장으로 자신을 치장해 남자를 유혹할 줄도 몰랐고 마음에 드는 남자 에게 먼저 접근하는 여자들의 화끈함은 흉내 내지도 못했다.&lt;br&gt; 결혼 전, 그런 여자들만을 찾아 부담 없이 즐겨왔던 제후 쪽에서 보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도 당연했다.&lt;br&gt; 설사 그녀를 알았다 하더라도 처녀를 망가뜨린 채팅싸이트무료 책임을 떠맡을 걸 염려해서 거절했을 것이다.&lt;br&gt; 제후는 간혹 등 뒤를 맴도는 아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.&lt;br&gt;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곧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 못하고 외면하는 서글픈 눈빛을.&lt;br&gt; 아란아 난 너를 확인해 보고 싶다.&lt;br&gt; 내게 손 내민 나를 찾아올 용기를 내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너를 위해 심장을 송두리째 내어버린 내 사랑을 알아주길 원한다.&lt;br&gt; 오늘 집에 못 들어온다구요? 벌써 술에 취했는지 전화기 너머 제후의 목소리는 분명하지 않았다.&lt;br&gt;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7e/14/bmwno1000/folder/3/img_3_1051_18?1261913432.jpg &gt;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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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알몸나체 하나뿐인 딸의 행복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그저 이 결혼을 통해 들어올 회사의 유익과, 눈엣 가시 같은 전처의 딸과 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던 그들은 제후의 입장에서도 좋아질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나중에 다른 세상에 태어나면 그 때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어요.&lt;br&gt; 아란은 오빠도 포함해서요, 란 말은 하지 못했다.&lt;br&gt; 사람 무안하게 톡톡 쏘긴 하지만 친오빠 같은 다정함으로 그녀를 지켜주는 사람 제후의 사랑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.&lt;br&gt; 이렇게 의지할 가슴과 어깨가 있는 것으로 감사하자고 늘 심장을 달래는 그녀였다.&lt;br&gt; 나를 귀찮아하지 않는 사람들 곁에서요.&lt;br&gt; 아란의 한숨을 제후는 키스로 막았다.&lt;br&gt; http://naei.net 촉촉하고 아찔한 입술의 감촉을 겉에서만 느끼기가 아쉬워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넣고는 뜨거운 향기를 나눠 삼켰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걸며 몸을 붙였다.&lt;br&gt; 그의 손에 길들여진 몸은 키스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며 떨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손이 아란의 등 뒤로 가 실크 원피스의 지퍼를 내렸다.&lt;br&gt; 가냘픈 허리를 따라 원피스 가 아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제후도 옷을 벗어던졌다.&lt;br&gt; 여행 얘기만 하고 내려갈 참이었는데 불이 붙자 멈출 수가 없었다.&lt;br&gt; 여느 때처럼 아란은 순결한 나신으로 제후를 받아들였다.&lt;br&gt;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거 친 움직임과 손길을 힘겨워하면서도 순종했다.&lt;br&gt; 제후는 녹초가 되도록 아란을 안고 또 안았다.&lt;br&gt; 미친 사람처럼 아란의 몸속에서 권 제후의 소유를 확인했다.&lt;br&gt; 그는 어느 샌가 그녀가 아니면 쾌락을 느낄 수 없는 남자로 길들여져 있었다.&lt;br&gt; 애 데리고 올라가서 뭘 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니? 손님들 오시는데 나와서 좀 맞지 않 고.&lt;br&gt; 누르면 붉은 물이 떨어질 것 같은 아란의 뺨과 제후의 옷자락을 쥐며 등 뒤로 숨는 그녀의 행동이 위에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권 회장 내외는 짐짓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.&lt;br&gt; 손님들이야 할아버지 만나러 왔지, 저 보러 왔어요? 사돈어른들이 오셨단다.&lt;br&gt;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니? 제후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.&lt;br&gt; 새어머니와 대면해야한다는 말에 핏기가 가시는 아란의 안색 을 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에서 싫다는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 어디 계시는데요? 옷을 쥔 아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.&lt;br&gt; 그녀는 제후의 등으로 바짝 몸을 붙였다.&lt;br&gt; 희미하게 떨 리는 작은 어깨가 안쓰러워서 제후는 견딜 수 없었다.&lt;br&gt; 권 회장이 손가락으로 귀한 손님이 아니면 모시지 않는 방을 가리켰다.&lt;br&gt;다른 손님들과 따 로 모셨다.&lt;br&gt; 매무새 가다듬고 들어가서 인사 여쭙고 나오거라.&lt;br&gt; 제후도 피하고 싶었다.&lt;br&gt; 가능하다면 평소에도 잘 지내냐는 전화 한 통 없는 부모 같지도 않 은 사람들과 아란을 대면시키는 이 상황을 그녀에게서 가려주고 싶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제후가 머뭇거리자 권 회장의 눈이 아란을 향했다.&lt;br&gt; 어서 들어가서 인사 드리거라.&lt;br&gt; 결혼하고 나선 처음인데 무척 보고 싶었을 것 아니냐.&lt;br&gt; 제후는 사정도 모르고 아란을 몰아다 붙이는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.&lt;br&gt; 그렇다고 보는 눈, 듣는 귀 많은 이 자리에서 사실을 얘기할 수도, 경거망동을 저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11/tistory/2009/12/26/04/13/4b350eccd15ee &gt;&lt;br&gt;&lt;br&gt; 누나! 그 때 어디선가 남자아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아란의 다리에 매달려 얼굴을 비비댔다.&lt;br&gt; 아란이 몸을 굽히더니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 올렸다.&lt;br&gt; 이제 다섯 살이나 됐을까 누가 보면 엄마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녀를 빼닮은 꼬마였다.&lt;br&gt; http://atoo.ucckor.co.kr  누구야? 내 동생 재영이요.&lt;br&gt; 결혼식 때 안 봤었어요? 하지만 아란이 넌외동딸이잖아, 라고 말하려다가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아마도 이 아 이는 새어머니에게서 난 의붓동생일 것이다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 누구야? 아저씨? 제후는 맹랑한 꼬마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.&lt;br&gt; 아란이 웃으며 동생의 말을 정정했다.&lt;br&gt; 재영아, 아저씨가 아니라 매형이야.&lt;br&gt; 누나랑 결혼한 사람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랑 결혼했어? 엄마랑 아빠처럼 같이 사는 거야? 아빠라기보다는 차라리 할아버지가 낫겠다.&lt;br&gt; 제후는 획, 팔짱을 끼며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 다.&lt;br&gt; 그럼 아기는 어디 있어? 결혼하면 엄마 아빠처럼 아기도 낳는 거잖아.&lt;br&gt; 재영이 동생 어디 있어? 덕분에 아란의 긴장이 덜어지긴 했지만 누나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 처남이 마음에 들지 않 는 제후였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목에 목도리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팔을 풀려는 찰나, 손님 방 문이 열리더 니 그녀의 부모님이 나왔다.&lt;br&gt; 아이를 어르고 있던 아란이 새어머니를 보고는 동생을 거실바닥에 내려놓았다.&lt;br&gt; 엄마한테 갈래, 재영아? 누나는 어디 가야 되거든.&lt;br&gt; 웅웅, 싫어.&lt;br&gt; 누나도 같이 집에 가.&lt;br&gt; 응? 재영아, 이리 온.&lt;br&gt; 저 낳아준 엄마가 부르는데도 재영은 누나에게만 매달려 징징거렸다.&lt;br&gt; 제후가 발을 공중으로 동동대는 아이를 떼어다 엄마에게 안겨주었다.&lt;br&gt; 고마워, 권 서방.&lt;br&gt; 그리고 너도 오랜만이구나.&lt;br&gt; 잘 지냈니? 새어머니의 마지못한 눈길이 아란에게 닿았다.&lt;br&gt; 염려했던 거와 달리 아란은 떨지도 않고 말 을 받았다.&lt;br&gt; 걱정해주신 덕분에요.&lt;br&gt; 아버지도 건강하시죠? 나야 늘 잘 있지.&lt;br&gt; 이 사람이 잘 http://dord.froma.kr  챙겨주니까.&lt;br&gt; 아내의 어깨를 안으며 다정스레 대답하는 아란의 아버지를 보면서 제후는 역겨움마저 일었 다.&lt;br&gt; 당연히 그러시겠죠.&lt;br&gt; 힘들게 재혼하셨는데 오죽 하시겠어요? 삐딱한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.&lt;br&gt; 아란이 그러지 말라는 듯 제후의 팔을 잡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을 뿐 더러 제후도 그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.&lt;br&gt; 너무 사이가 좋아서 딸이 어떻게 사는지는 궁금하시지도 않나 봐요.&lt;br&gt; 저희 결혼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전화 한 통도 안 하시고 말입니다.&lt;br&gt; 저도 부러울 정도라니까요.&lt;br&gt; 농담 속에 드러나는 가시.&lt;br&gt; 은 사장 내외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흐려지는 것을 보며 권 회장 이 나섰다.&lt;br&gt; 제후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? 할아버진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히나 계세요, 소리가 이 사이에서 걸렸다가 목으로 넘어갔 다.&lt;br&gt; 제후는 조롱기를 입가에 걸었다.&lt;br&gt;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.&lt;br&gt; 하지만 없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뭘 잘못했는지 전 모르겠 는데요.&lt;br&gt; 제후야! 마침내 권 회장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제후가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오히 려 건방진 눈동자 속에 두 사람을 가두어 노려볼 뿐이었다.&lt;br&gt; 당신들도 깨달아야 돼.&lt;br&gt;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, 때늦은 사랑 놀음으로 무시당해 내쳐진 자식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당신들도 알아야 돼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그럼 천천히 놀다 가세요.&lt;br&gt; 저희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하거든요.&lt;br&gt; 얼굴 풀어.&lt;br&gt;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?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아란은 내내 불안한 얼굴이었다.&lt;br&gt; 너도, 지금 내가 너무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?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고?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해서 그래요.&lt;br&gt; 오빠도 괜히 저 때문에 은 아란.&lt;br&gt;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던 제후가 무서운 얼굴로 아란을 돌아보았다.&lt;br&gt; 말해두는 데 너하고는 상관없이 내가 한 말이야.&lt;br&gt;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대하는 그 분들 태도에 내가 기분이 나빠서 한 마디 한 거라고.&lt;br&gt; 알았어? 아란이 눈길을 돌리면서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기분 잡치게 그런 얼굴도 하지 말고.&lt;br&gt; 이래서야 둘이 여행 가는 기분도 안 나잖아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안 그럴게요.&lt;br&gt; 이러니 당하고만 살았지.&lt;br&gt; 제후는 침을 꿀꺽 삼키고 http://ccc1.me  화를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은 아란, 너 여기서 조금만 나빠지면 안 되겠냐? 까짓 망신 한 번 준 거 가지고 마음 쓰 지 마.&lt;br&gt; 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기나 할 거 같아? 사실은 아란이 입술을 오물거렸다.&lt;br&gt; 사실은 저도 속이 시원했어요.&lt;br&gt; 오빠가 그 말 안 했으면 내가 했을지도 몰라요.&lt;br&gt; 다만 오빠 가 할아버지 눈에 나는 건 아닐까, 사람들이 오빠 나쁘게 보면 어쩌나 그게 걱정됐어요.&lt;br&gt; 제후가 피식, 코웃음을 쳤다.&lt;br&gt;거기 온 손님 중에 나 그렇고 그런 놈인 거 모르는 사람 없 어.&lt;br&gt; 그래도 나 때문에 오빠 나쁘게 보이는 거 싫어요.&lt;br&gt; 정말로요.&lt;br&gt; 네 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기지 않는데 왜 네 눈엔 내가 안 보이는 걸까.&lt;br&gt; 제후는 속 이 쓰렸다.&lt;br&gt; 그만해라.&lt;br&gt; 빼도 박도 못할 말 가지고 가타부타 떠드는 거, 머리 아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9/tistory/2009/12/26/04/28/4b35126b0d201 &gt;&lt;br&gt;&lt;br&gt; 제후는 몸을 의자에 묻으면서 눈을 감았다.&lt;br&gt; 그를 가만, 쳐다보는 아란의 시선과 이내 고개를 돌리는 나즈막한 한숨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했다.&lt;br&gt; 기대하게 만들지 마.&lt;br&gt; 네 착한 눈빛을 마주하는 게 얼마나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 알아? 사랑은 느낄수록 괴로웠다.&lt;br&gt; 낯설고 힘들었다.&lt;br&gt;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호텔에서 보낸 VIP 전용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들어갔다.&lt;br&gt; 우와~예쁘다!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객실에 짐을 풀자마자 아란은 곧장 발코니로 뛰어나갔다.&lt;br&gt; 그러더니 인어공주가 되어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할 것처럼 난간을 손으로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.&lt;br&gt; 여기 진짜 마음에 들어요.&lt;br&gt;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감사하는 말씀 꼭 드려야겠어요.&lt;br&gt; 할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입었던 답답한 정장 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제후는 대답했다.&lt;br&gt; 그러던지.&lt;br&gt; 직접 마중을 나온 지배인의 말에 따르면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방이라고 했다.&lt;br&gt; 이틀을 머무는 데 190만원이고 사흘에 26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형의 허니문 패키지용 객실이란다.&lt;br&gt; 얼른 옷 갈아입어.&lt;br&gt; 바다 보고 싶다며.&lt;br&gt; 조금만 더 보구요.&lt;br&gt; 제후가 니트 셔츠에 청바지로 갈아입을 동안까지 아란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 음속에 불쑥 짓궂은 장난기가 돌았다.&lt;br&gt; 아쉬워하며 허리를 바로세우는 아란의 등에 제후의 가슴이 닿았다.&lt;br&gt; 그만 보고 가자니까.&lt;br&gt; 제후는 두 팔로 각각 아란의 어깨와 허리를 둘러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.&lt;br&gt; 아니면,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그냥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까? 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싫다.&lt;br&gt; 넌 내가 마법을 풀어줄 때만 살아 숨을 쉬는 인형이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그그치만 아까 집에서두 거긴 거기고 호텔에서 하는 건 처음이잖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목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를 헤치면서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물었다.&lt;br&gt; 불그스 름한 입술자욱과 고른 치흔(齒痕)이 남았다.&lt;br&gt; 게다가 우린 부부고어디에서도 거리낄 게 없어야 한다고.&lt;br&gt; 아란의 귓불을 깨물며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허리를 안았던 손이 내려가 스커트를 밀어올리고 매 끈한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.&lt;br&gt; http://lkc.mainucc.me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.&lt;br&gt; 자어떻게 할까? 밖으로 나가서 멍청한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줄까, 아니면 이 곳에 서 갑자기 돌아선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감으며 입술을 맞댔다.&lt;br&gt; 등 뒤로 파닥이며 스커트를 들추는 바람만큼이나 그녀의 행동은 대담했다.&lt;br&gt; 아란이 입술을 떼었다.&lt;br&gt; 원해요.&lt;br&gt; 해요.&lt;br&gt; 한 음절이 숨어 나왔지만 제후는 그 말이 허락의 뜻임을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요정들의 눈물처럼 수정이 되어 떨어질 듯 잔잔한 물기가 아란의 눈에 고인다.&lt;br&gt; 아란아 그의 뺨을 쓸어내리는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나 겁쟁이야.&lt;br&gt; 나 너 데리고 도망 온 거야.&lt;br&gt; 밑도 끝도 없이 퍼 올리는 말이었다.&lt;br&gt; 어둠에 깊이를 감춘 우물에서 처음 두레박으로 퍼 올 린 맑은 물이었다.&lt;br&gt; 사실은 내가 오빠.&lt;br&gt; 제후의 팔 안에서 아란의 허리가 휘어지며 다가갔다.&lt;br&gt; 코끝이 부딪치는 거리에서 아란은 제 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.&lt;br&gt; 그 말 꼭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면, 하고 나서 오빠 마음 상하게 할 말이라면 하지 마요.&lt;br&gt; 사람들 떠나서 둘이 있는 거잖아요.&lt;br&gt; 그러니 아무 생각 하지 마요.&lt;br&gt; 여행 왔으니까 좋은 기억만 만들어요.&lt;br&gt; 아무도 끼워주지 말고 그냥 우리 생각만 하면서 지내요, 네? 그녀가 말하는‘우리’는 특별하게 들린다.&lt;br&gt; 너는 너, 나는 나가 아닌 우리.&lt;br&gt; 그런데 그 우리 사이에 누가 끼어들면 어떻게 하지? 하나도 아닌 둘.&lt;br&gt; 너를 좋아하는 사람,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가 널 영원히 차지할 수 있는 걸 막아버리 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? 너 좋아하 바로 그 때 제후의 핸드폰이 주인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긴장이 푹 수그러드는 걸 느끼면서 아 란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고 거실로 들어갔다.&lt;br&gt; 여보세요? 제후, 네 이 녀석! 할아버지셨다.&lt;br&gt; 제후는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알았어요, 알았어.&lt;br&gt; 제가 잘못했어요.&lt;br&gt; 이제 됐죠?! 제후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.&lt;br&gt; 그리고 아예 핸드폰의 배터리를 뽑아 버렸다.&lt;br&gt; 오빠아란은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.&lt;br&gt;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래.&lt;br&gt; 돌아가면 틀림없이 배로 혼나겠지만 아무도 너한테 뭐라 안 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.&lt;br&gt; 아란이 고개를 저었다.&lt;br&gt; 부부는 일심동체랬어요.&lt;br&gt; 오빠가 잘못한 건 내가 잘못한 거고 난, 오빠가 할아버지한테 혼 나는 거 싫어요.&lt;br&gt; 그래? 제후는 웃는 듯 마는 듯 입가를 찡그렸다.&lt;br&gt;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에 대해 ‘우리’를 강조하는 아란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.&lt;br&gt; 나중에 할아버지가 부르시면 저도 데리고 가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줄게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줘? 어감이 재미있었다.&lt;br&gt; 마지못한 미소는 진심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.&lt;br&gt; 하긴.&lt;br&gt;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 예뻐하시니까 너 데리고 가면 야단은 덜 맞겠다.&lt;br&gt;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미소가 제후를 따라 아란의 얼굴에 고였다.&lt;br&gt; 그저 바 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웃고 있으면 온 세상이 빛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http://pon10.com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.&lt;br&gt;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아냐? 그건 다 권 제후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야.&lt;br&gt;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먼 손가락으로 가리킨 그를 보고 승원과 미진이 했던 말이었다.&lt;br&gt; 무표정한 얼굴을 녹여보고자 웬만한 미모를 갖춘 여자들이 줄줄이 덤벼들었지만 마음을 얻고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했다.&lt;br&gt; 떠난 사람이 여자가 먼저든 권 제후가 먼저든 그가 미련을 갖고 찾는 경우도 없다 했다.&lt;br&gt; 포기해.&lt;br&gt; 저 선배 맘 좀 뺏어보겠다고 설치다가 바보 된 애들 하나둘인 줄 아냐? 친구들의 만류에도 변함없던 절실한 외바라기에 하늘도 감동하셨는지 인연이 맺어졌고 심지 어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게까지 되었다.&lt;br&gt;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제후는 아란의 몸만은 좋아했다.&lt;br&gt; 진짜 속을 내비치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녀가 없으면 가끔 서운해 한다고 느꼈다.&lt;br&gt; 그리고 그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.&lt;br&gt; 바라만 보고 말도 못 걸던 옛날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을, 아란은 보내고 있었다.&lt;br&gt; 하지만 헤어지면? 나한테 싫증을 내고 계약을 끝내자고 말하면? 가슴에 싸한 통증이 찾아왔다.&lt;br&gt; 아란은 작은 콧소리 섞인 한숨을 쉬며 제후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안겼다.&lt;br&gt; 그리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시원한 향수냄새와 체취를 숨 속으로 담아 넣었다.&lt;br&gt; 언젠가 그가 떠날 때 언젠가 혼자 남겨질 때,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며 견딜 수 있도록.&lt;br&gt; 제주도로 밀월여행을 다녀온 다음부터 제후는 강의라든가 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5d/c6/bmwno10001/folder/3/img_3_49_14?1261914232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할 때를 빼 고는 아란을 옆에 붙이고 다녔다.&lt;br&gt; 결혼을 빨리 해서 못해봤던 평범한 데이트도 했다.&lt;br&gt; 강의가 비는 시간 틈틈이 전화를 하고 기다리고 만나고, 아란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녔다.&lt;br&gt; 같이 술 마실 시간도 없냐는 친구들의 비아냥거림도 권 제후, 사람 달라졌다고 신기한 눈으 로 쳐다보는 여자들의 시선도 상관없었다.&lt;br&gt; 그저 그만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.&lt;br&gt; 권 제후가 만든 시간 속에서 권 제후를 생각하는 것으 로 아란의 머릿속을 채워주고 싶었다.&lt;br&gt; 오빠, 이거 봐요! 아란이 갑자기 제후의 팔을 잡으며 멈춰 섰다.&lt;br&gt; 학교 앞 분식점에서 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소화 시킬 겸 아이쇼핑을 하다가 쇼윈도에 걸린 목걸이가 예쁘다고 들른 보석 전문점 안이었다.&lt;br&gt; 크리스탈로 만든 거래요.&lt;br&gt; 너무 예쁘죠? 아란이 가리킨 것은 손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큐피드 상이었다.&lt;br&gt; 앙증맞은 날개를 달고 하 트가 달린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.&lt;br&gt; 사줄까? 카운터에 있던 여직원 중 하나가 쪼르르 달려오는 걸 보며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정말요?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안 될 게 뭐야.&lt;br&gt; 너나 나나 어차피 돈만 남아도는 집 자식들이잖아.&lt;br&gt; 내가 맘만 먹으면 이 http://dsite.sosdaum.net 보석가게 전부를 사다가 안겨줄 수도 있다고.&lt;br&gt; 거드름을 피우는 제후의 말투에 아란이 웃는다.&lt;br&gt; 소리 없는 웃음에 그녀의 양 볼에는 깜찍한 볼우물이 진다.&lt;br&gt; 두 개였으면 좋겠는데 손때가 묻을까 조각상 아래 빌로드 천이 깔린 상자를 통째로 들고 있던 아란이 중얼거렸다.&lt;br&gt; 응? 이거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요.&lt;br&gt; 오빠하고 나하고 하나씩 나눠 갖게.&lt;br&gt; 짝 있어요, 손님.&lt;br&gt; 보여드릴까요? 옆에 있던 직원이 카운터로 따라 오란다.&lt;br&gt; 마음만 먹으면 이 보석가게 전부를 사서 안겨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던 까닭에 그녀의 태도는 굉장히 친절했다.&lt;br&gt; 여직원이 뭐라고 얘기를 하자 남자직원이 금고를 열더니 비슷한 크기의 상자를 꺼내고 뚜껑 을 연다.&lt;br&gt; 하트에 화살이 꽂힌 모양의 조각이 누워 있었다.&lt;br&gt; 예쁘다! 아란의 감탄사에 제후가 어깨를 으쓱, 했다.&lt;br&gt; 직원들과 주인의 낯에 화색이 떠오르는 걸 보니 꽤 값이 나가는 모양이었다.&lt;br&gt; 두 분 사귀는 사이세요? 귀족적인 고상함에 적당한 반항기가 돋보이는 근사한 외모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 였다.&lt;br&gt; 여자의 예쁘다는 말 한 마디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꺼내고 카드를 긁는, 성격 화끈한 남자 의 뒷모습을 보던 여직원 하나가 상자 두 개를 포장하며 말을 붙인다.&lt;br&gt; 남자친구가 아가씨한테 푹 빠져 있는 것 같던데 그래요? 아란은 가게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 제후를 창 너머로 쳐다보며 대답했다.&lt;br&gt; 가능성은 없었지만 듣기는 좋았다.&lt;br&gt; 이왕이면 커플링도 하지 그래요? 혼자 덜렁하니 우정 반지 같은 거 끼지 말고, 사귄지 오 래 된 사이면 웃고 있던 아란의 얼굴이 굳어버렸다.&lt;br&gt; 즐거워서 까닥거리던 손가락의 움직임도 투명한 유리 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저희, 부분데요.&lt;br&gt; 부부요? 그치만 남자 분은 반지를 끼고 있지 않던 손님의 달라진 표정을 보고 여직원은 입을 다물었지만 말은 뱉어진 다음이었다.&lt;br&gt;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비참함이었지만 아란은 막 포장이 끝난 상자를 들고 훌쩍 밖으로 나와 버렸다.&lt;br&gt; 더 듣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모르는 사람에게 계약에 묶인 부부라서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형식상의 관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약속.&lt;br&gt; 아란아! 담배를 태우며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던 제후는 그가 기다리는 것조차 잊은 듯 앞 을 지나쳐 황망히 걸음을 옮기는 아란을 보고 대충 통화를 마무리 하고 그녀에게 뛰어갔다.&lt;br&gt; 어디 가.&lt;br&gt; 오늘 할아버지 만나러 가기로 아란의 팔을 잡아 돌려세운 제후는 뜻밖에도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과 http://ccc1.me/naver/3405.html 맞닥뜨린 순간 말 을 끝맺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.&lt;br&gt; 원망, 분노 하여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이었다.&lt;br&gt; 낼까요? 목이 메는 음성으로 아란은 제후를 쳐다봤다.&lt;br&gt; 그냥 우리 여기서 끝낼까요? 뭐? 할아버지 앞에서 오빠가 사 준 선물이라고 좋아하며 자랑하는 아란의 얼굴을 볼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제후의 낯이 구겨졌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라면 그냥 여기서 끝내자고요!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을 시간도 달래줄 틈도 없었다.&lt;br&gt; 하얀 얼굴 가득 눈물을 터트린 아란 은 그대로 뒤돌아서 뛰어가 버렸다.&lt;br&gt;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.&lt;br&gt; 아란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그만큼 당황스러웠다.&lt;br&gt; 바닥 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 올리며 제후는 아득한 불안함으로 심장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.&lt;br&gt; 죄죄송합니다, 손님.&lt;br&gt; 아까의 여직원이 옆에 서 있었다.&lt;br&gt; 제가 실수를 했어요.&lt;br&gt; 두 분이 결혼하신 줄도 모르고 그만 커플링이나 하는 게 어떻겠냐 고 커플링? 제후는 무심결에 왼손 약지를 내려다보았다.&lt;br&gt; 아란과는 달리 어떤 구속도 허용치 않을 것처 럼,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텅 비어 있는 그의 손가락을.&lt;br&gt; 직원이 알고 말했던 것도 아니고 제후의 고의도 아니었지만 비싼 선물을 덥석 안겨주고는 아란의 마음을 깔아뭉갠 꼴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진작에 끼고 다녔어야 했는데 쑥스러움에 미뤄두었던 일이 치부를 드러내 그녀가 망신을 당 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뭐야?! 당신 눈에는 그 비싼 반지가 고작 우정 반지로 보였단 말야? 죄죄송합니다.&lt;br&gt; 정말 죄송합니다.&lt;br&gt; 어떻게 보상을 해야 이 여자에겐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후는 화가 났다.&lt;br&gt; 아니 그보다, 바람이 팽팽했던 풍선이 터져버린 것 같은 아란의 눈동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.&lt;br&gt; 화를 냈다는 건 그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뜻인데 말이다.&lt;br&gt; 나한테 기대를 해? 그 남자가 아닌 나한테? 본가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었다.&lt;br&gt; 할아버지가 생신 때의 일에 대해 뭐라고 꾸중을 하셨는지 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제후는 집에 가면 아란의 화를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가만 고민하고 있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br&gt;&lt;br&gt; 여자의 눈치를 보는 일이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라면 용기를 낼 수도 있는 제후였다.&lt;br&gt; 불안하진 않았다.&lt;br&gt; 어느 덧 심장을 내 준 사람이기에 그리고 문득 문득 기대를 갖게 만드는 아란의 행동에 대한 설레임이 가슴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.&lt;br&gt; 상한 속을 달래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라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건 아닌가 했지만 옥외 주차장에서 떨리는 맘으로 올려다 본 그들의 보금자리에는 불이 커져 있었다.&lt;br&gt; 저녁나절, 그렇게 아란과 헤어지고 내내 구겨져 있던 제후의 얼굴이 반가움으로 펴졌다.&lt;br&gt; 엘 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고작 3층 내려오는 http://naveryo.com/naver/5293.html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.&lt;br&gt; 가쁜 호흡에 들먹이는 심장을 억누르며 벨을 누르려는 찰나 문이 먼저 열렸다.&lt;br&gt; 왔어요? 어응.&lt;br&gt; 아까 그러고 간 게 미안해선지 아란은 어색한 음성으로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래도 죄책감이 드는 건 아란이 아니라 제후 쪽이었다.&lt;br&gt; 집에는 언제 왔어? 온 지 한 시간쯤 됐어요.&lt;br&gt;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아란의 어깨에서 바람이 인다.&lt;br&gt; 그 모습을 보자 잠시나마 가졌던 제 후의 설레임은 구석으로 밀려난다.&lt;br&gt; 아까 그 말 왜 한 거야? 내던지는 말이 퉁명스러웠다.&lt;br&gt; 아란이 침실로 향하던 걸음을 멈춘다.&lt;br&gt; 말해두겠지만 우리 결혼 오빠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죠.&lt;br&gt; 아란이 말을 가로채며 뒤돌아섰다.&lt;br&gt; 내가 아쉬워서 매달린 결혼이니까 혼자였던 생활로 돌아간다고 해도 오빠는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거죠?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? ! 내 마음 같은 거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거죠? 내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받아들였는지 오빠한테는 아무 상관없는 거죠? 굵은 눈물방울이 아롱져 바닥으로 떨어진다.&lt;br&gt; 제후는 울컥하는 마음에 아란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.&lt;br&gt; 그러는 넌! 너만 아픈 게 아니란 말이다.&lt;br&gt;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로 두고 사는 나는 편한 줄 알아? 멀쩡한 줄 알아? 넌 뭘 그렇게 잘했는데? 날 다그칠 만큼 순결한 요조숙녀에 조강지처야? 겉으로는 나밖 에 모르는 여자처럼 하고 다녀도 막상 뒤로는 여우짓하고 다니는 지 어떻게 알아? 아니에요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 오빠밖에 없어요.&lt;br&gt; 왜 몰라요 꼭 말로만 해야 되는 거에요? 마음으로 날 봐줄 수는 없는 거에요?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악에 받친 한 마디가 아란의 입을 뚫고 터져 나왔다.&lt;br&gt;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 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제후의 눈빛이 주춤했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손을 뿌리쳤다.&lt;br&gt;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축하한다는 말 듣고 싶었어요.&lt;br&gt;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더 이상 비참해질래야 비참해질 수도 없었다.&lt;br&gt; 손으로 가리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 큼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 걸 느끼며 아란이 뛰쳐나간다.&lt;br&gt; 멍하니 서 있던 제후가 탕! 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.&lt;br&gt; 아아란아! 제후는 신발도 신지 않고 따라 나갔지만 아란은 보이지 않았다.&lt;br&gt; 두리번거리며 황급한 심정 으로 그녀를 찾는 그의 귀에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꺄아악! 사람이 다쳤어요, 누가 좀 도와줘요! 설마 하는 불안감에 심장이 내려앉으면서 소름이 돋았다.&lt;br&gt;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 서 제후는 여자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.&lt;br&gt; 계단이 있는 곳이었다.&lt;br&gt; 사람들이 그리로 모여들었다.&lt;br&gt; 이름도 모르는 이웃들을 헤치고 들어간 제후의 눈이 커졌다.&lt;br&gt; 아란아! 계단 아래,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분명 아란이었다.&lt;br&gt; 벗겨진 한 짝의 신 발이 계단 중간에 걸쳐져 있었다.&lt;br&gt; 아란아, 제발! 넋 나간 표정으로 아란을 안아든 제후가 창백해진 그녀의 뺨을 두드리다 말고 웅성대며 모 여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.&lt;br&gt; 뭣들 하는 거에요! 사람이 다쳤는데! 구급차, 누구 구급차 좀 불러줘요!! 가벼운 뇌진탕이라면서! 그거 말고는 다친 데도 없다면서 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? 방안이 다 쩌렁쩌렁 울렸다.&lt;br&gt; 의사 생활 25년에 http://naveryo.com/naver/1103.php 이렇게 막 되먹고 시끄러운 보호자는 처음 보겠다고 생각하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을 꺼냈다.&lt;br&gt; 자자, 일단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으십시오.&lt;br&gt; 그래야 저도 무슨 말씀을 드리던지 할 것 아 닙니까? 뒤에 서 있던 권 회장이 제후의 어깨를 두드렸다.&lt;br&gt; 노인의 자애로운 눈빛이 거친 감정에 휩 싸인 손자의 마음을 다독였다.&lt;br&gt;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환자분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.&lt;br&gt; 약간의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 은 것 외에는 이봐, 의사 선생!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? 뭔가 새로운 걸 얘기해 보라고! 나는 왜 아란이 가 깨어나지 못하는지에 묻고 있잖아! 제후야! 할아버지의 엄한 목소리에 제후는 억지로 숨을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문제는 환자분이 거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.&lt;br&gt; 무의식중에 깨어나는 걸 거부하는 것 같습 니다.&lt;br&gt; 뭔가 두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.&lt;br&gt; 그럼 어떻게 해야 지금으로썬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.&lt;br&gt; 어떤 확약도 드릴 수가 의사가 말끝을 줄였다.&lt;br&gt; 제후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.&lt;br&gt; 구급대에 실려 온지 벌써 사흘 밤낮을 넘겼는데 아란은 죽은 듯이 잠만 잘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.&lt;br&gt; 죽은 듯이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 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 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무너졌다.&lt;br&gt; 이대로 영원한 잠에 들어 깨어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, 다시는 아란의 맑은 웃음을 볼 수 없 는 건 아닌가 방정맞은 생각들이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머릿속을 오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지친 발을 끌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깊은 잠에 든 아란의 얼굴은 평온해보였지만 그와 함께 하는 일상이 두려워 일어나지 못한 다는 말에 제후의 가슴은 핏빛 멍울이 지고 몇 톤짜리 돌을 얹은 것 마냥 무거웠다.&lt;br&gt; 다가가 의자를 끌어다놓고 앉았다.&lt;br&gt;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대고 눈을 감았 다.&lt;br&gt; 눈물 한 줄기가 제후의 뺨을 타고 흘렀다.&lt;br&gt; 아직은 아직은 아니잖아.&lt;br&gt; 나한테 실망하고 화나더라도 내가 철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참아주라.&lt;br&gt; 부부란 원래 그런 거 잖아.&lt;br&gt; 나란 놈한테 실망해서 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널 채웠다고 해도 이런 모습이 마지막이면 안 되는 거잖아.&lt;br&gt; 아란아 내 목소리 들리면 좀 일어나봐.&lt;br&gt; 내 마음 알기 http://naei.net 전까지는 멀리 가지마.&lt;br&gt; 나 놔두고 혼자 먼 데로 떠나지마.&lt;br&gt; 다시 그녀 없는 시간이 흘렀다.&lt;br&gt; 네 번의 낮과 밤이 일상을 만들며 지나갔다.&lt;br&gt; 학교에는 가야 된다는 할아버지의 엄명에 따르 긴 했지만 제후는 아란의 간호를 맡은 사람이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 이었다.&lt;br&gt; 강의가 끝나면 끼니를 챙길 틈도 없 이 달려오곤 했다.&lt;br&gt; 제 에미 애비가 죽은 후로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중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권 회장은 손 자며느리가 걱정되면서도 아란에게 몰두하는 제후의 모습을 다행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았다.&lt;br&gt; 제후는 남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생일에 아란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모르는 척 했던 것도 손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였다.&lt;br&gt; 아란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쉴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마음이 안식처를 찾았다는 걸 말이다.&lt;br&gt; 이제 미움 받는 역할은 그만해도 될 것 같군.&lt;br&gt; 그동안 수고했네.&lt;br&gt; 어느 날 새벽인가 아란을 간호하다 곁에 엎드려 잠이 든 제후를 보며 권 회장은 병실을 나 와 밖에서 문병 차, 들렀던 공범에게 말했다.&lt;br&gt; 그 녀석이 미처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처음부터 좋아했을 걸요.&lt;br&gt; 민준이 미소로 답했다.&lt;br&gt; 그런데 언제쯤 말해주는 게 좋을까요? 이번 일도 있고 두 사람 다, 슬슬 진실을 알 때도 된 것 같은데.&lt;br&gt; 내버려 두게.&lt;br&gt;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제 3자보다 서로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제일 행복할 테니까.&lt;br&gt; 제후가 마음을 숨기는 바보짓만 하지 않는다면요.&lt;br&gt; 그 때 낮은 굽의 샌들을 신고 복도를 뛰어오는 간호사 한 명이 있었다.&lt;br&gt; 그녀는 권 회장에게 다다르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.&lt;br&gt; 은 아란씨 보호자 되시죠? 빨리 병실에 좀 와주셔야겠어요.&lt;br&gt; 우리 아이가 깨어났습니까? 그게 아니고 병실로 환자분의 아버지라는 분이 찾아오셨는데 손자 분이 막 더 듣지 않아도 상황을 짐작하는 권 회장이었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알고 있는 이상은 그랬다.&lt;br&gt; 어둠에 묻힌 복도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병실이 http://atoo.ucckor.co.kr 있었다.&lt;br&gt; 활짝 열린 문으로 넓은 용적의 빛이 바닥을 비추고 거기선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가! 여기서 사라지라고! 당신이 무슨 아버지라고 딸이 다쳐서 입원해 있는데도 일주일 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당신이 무슨 아버지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29/tistory/2009/12/26/03/37/4b3506684c4d7 &gt;&lt;br&gt;&lt;br&gt; 의사가 뭐라고 한 줄 알아? 잘못하면 평생 저러고 있을 수도 있대.&lt;br&gt; 부모라는 사람들이 결 혼이란 명목으로 팔아넘긴 딸이 영원히 잠들어서 죽을 때까지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대! 그거 알기나 해? 깨어나면 두려 운 일이 기다리는 것처럼 깨어나는 걸 거부하고 있대.&lt;br&gt; 이보게 권 서방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란의 아버지가 사위에게 낯을 보이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후 가 말을 가로챘다.&lt;br&gt; 당신과, 당신의 새 아내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짐이었는지 몰라도 아란이 이제 나한테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야.&lt;br&gt; 누구한테도 상처받지 못하게 내가 지킬 거고 아무도 이 아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일 있으 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그러니 가.&lt;br&gt; 여기서 사라지고 다시는 오지 마! 절규.&lt;br&gt; 그리고 차마 말해주지 못한 사랑.&lt;br&gt; 우리 누나 아파?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문틈으로 제후와 은 사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권 회장과 민준의 귀에 아이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누나 이제 못 일어나? 재영이었다.&lt;br&gt; 엄마보다 배다른 누나를 더 따르던 그녀의 동생이었다.&lt;br&gt; 아저씨 우리 누나 죽었어?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재영이 제후의 바지를 잡고 흔들었다.&lt;br&gt; 재수 없는 소리 집어 쳐! 죽긴 누가 죽었다고 그래! 아이의, 아란을 빼닮은 눈동자에 다시금 죄책감이 스며들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이가 놀랄 수 있다 는 것도 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.&lt;br&gt; 방금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끅끅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재영은 누나의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.&lt;br&gt; 부벼대는 눈이 붉었다.&lt;br&gt; 제 후는 한숨을 쉬며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었다.&lt;br&gt; 미안하다, 꼬마야.&lt;br&gt; 아저씨가 잘못했어.&lt;br&gt; 누나 안 죽어.&lt;br&gt; 그냥 자고 있는 거잖아.&lt;br&gt; 일어날 거야.&lt;br&gt; 꼭 일어나서 널 안아줄 거야.&lt;br&gt; 누나에게 http://dord.froma.kr 그랬던 것처럼 재영은 제후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.&lt;br&gt; 아이들 특유의 달콤한 체취가 한가득 안겨왔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안듯이 아이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달랬다.&lt;br&gt; 아무 일 없을 거야정말로.&lt;br&gt; 목이 메어왔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민준이, 그리고 할아버지가 문간에 서 있었다.&lt;br&gt; 본의 아니게 엿들은 꼴이 되어 버렸구나, 미안하다.&lt;br&gt; 언제 오셨어요? 그리고 민준이 너는? 제후는 재영을 안은 채로 일어났다.&lt;br&gt; 아란이 문병 왔다가 할아버지를 만나서 담배 한 대 태우고 들어오는 길이야.&lt;br&gt; 괜찮아? 네 녀석 온 건 하나도 안 반가워.&lt;br&gt; 민준이 피식 웃으며 사돈과 함께 나가는 권 회장을 쳐다봤다.&lt;br&gt; 은 사장의 무거운 걸음새를 보아하니 긴 얘기가 될 것 같았다.&lt;br&gt; 곧 반가워하게 될 걸.&lt;br&gt; 너, 나하고 잠깐 얘기 좀 하자.&lt;br&gt; 아란이 걱정되면 여기서 해도 좋 고.&lt;br&gt; 옆 침대에 재영을 재워놓고 있을 때 캔 커피 두 개를 든 민준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너 어제도 밤샜다면서 몸은 괜찮은 거냐? 중간 중간 자니까 견딜 만 해.&lt;br&gt; 달고 시원한 냉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잠이 깨는 듯 했다.&lt;br&gt; 아란이 좋아하지? 캔을 들어올리던 제후의 손이 공중에서 우뚝 멈췄다.&lt;br&gt; 내 말이 맞냐?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가 제후의 입가를 맴돌았다.&lt;br&gt; 민준이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뭐 너 하는 짓 봐선 묻지 않아도 당연한 얘기다만 그냥 확인해 본 거다.&lt;br&gt; 그 때 내가 아 란이 좋아한다고 했던 거 기억 나냐? 그래서.&lt;br&gt;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?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냐? !! 경악의 표정이 제후의 얼굴에 떠올랐다.&lt;br&gt; 민준이 바닥에 깔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캔을 살살 흔들었다.&lt;br&gt; 그래, 맞아.&lt;br&gt; 나 너한테 거짓말 했다.&lt;br&gt; 난 너 만큼이나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친 구의 여자를 노릴 정도로 비열한 놈은 아니야.&lt;br&gt; 그런데 왜 나한테 부탁한 사람이 있었어.&lt;br&gt; 네가 행복해지기를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이.&lt;br&gt; 할아버지가? 민준은 제후의 생각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.&lt;br&gt; 내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어땠을 거 같냐? 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 서투르잖아.&lt;br&gt; 할아버 지는 진실을 깨닫도록 너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거야.&lt;br&gt; 지기 싫어하는 네 성격에 누가 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가만히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싫어도 http://ccc1.me 지키려고 노력할 테니까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신 거지.&lt;br&gt; 결 국 할아버지의 판단은 옳았고 지금 넌 여기 이 자리에 있잖아.&lt;br&gt; 아란이도 이 사실 알아? 몰라.&lt;br&gt; 아마 내가 자기한테 접근한 게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걸.&lt;br&gt; 그 녀석, 너도 알겠 지만 사람을 너무 잘 믿어.&lt;br&gt;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도 안 하고 덥석 믿어버려.&lt;br&gt; 제후는 허무함에 웃음이 나왔다.&lt;br&gt; 그 동안의 고민이 다 쓸데없는 거였다니.&lt;br&gt; 말이나 들어보자.&lt;br&gt; 너 아란이 찾아가서 뭐라고 했냐? 어느 덧 경계심을 풀은 눈동자였다.&lt;br&gt; 민준이 싱긋 웃었다.&lt;br&gt;궁금하냐? 그걸 말이라고 해? 할아버지랑 짜고 나 속인 건 괘씸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용서해준 다.&lt;br&gt; 음처음엔 반지 얘기 하면서 속을 찔러봤고 두 번째는 너희들이 계약 결혼 한 거 알고 있다고 했고, 세 번째는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지.&lt;br&gt; 그랬더니 뭐래? 선배가 뭘 원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을 거에요, 그러더라.&lt;br&gt; 아마도 내가 자기한테 구애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나봐.&lt;br&gt; 순진한 녀석.&lt;br&gt; 진심하고 장난도 구분 못하는 바보.&lt;br&gt; 가까이 있으면서도 참 어려운 사랑을 하는 커플이었다.&lt;br&gt; 자식이, 그러는 저는 바보짓 안 한 줄 아나.&lt;br&gt; 민준은 아직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생 각하는 어리석은 친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.&lt;br&gt; 너도 속아 넘어갔으면서 뭘 그래.&lt;br&gt; 나한테 주먹질까지 하고.&lt;br&gt; 한 민준 연기력이 좋았던 거지.&lt;br&gt; 정작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지만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비단 아란의 입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에서라도 그녀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고도 멀쩡할 자신이 없었다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왜.&lt;br&gt; 나 힘들다.&lt;br&gt;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데 그 아이가 원하면 보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놔 줄 수가 없어.&lt;br&gt; 욕심 부리면 정말 아란이가 달아날지 모르는데 원래 사람 좋아하는 건 다 그런 거야.&lt;br&gt; 민준은 제후의 어깨를 툭툭 쳤다.&lt;br&gt; 그리고 너처럼 지극정성인 남자 놔두고 어딜 가겠냐? http://lkc.mainucc.me 도망가더라도 일주일 동안 잠 못 자 고 밥 못 먹어가며 고생한 네 은공은 갚고 가라고 그래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웃으라고 한 말이었는데 친구를 부르는 한숨이 깊었다.&lt;br&gt; 그런 만큼 그의 사랑도 깊었다.&lt;br&gt; 아란이 쓰러졌던 날, 나한테 처음 화를 내더라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 나 하냐고,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막 울어 버리더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0/tistory/2009/12/26/04/28/4b351260db4ff &gt;&lt;br&gt;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아무 에게도 축하받은 적 없다던 생일날에 날 만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에 단 한 사람 오빠한테만은 축하받고 싶었다고 그러더 라.&lt;br&gt; .&lt;br&gt; 사랑이 없어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난 항상 그 앨 다치게만 만들더라.&lt;br&gt; 나중에 보니 까 내가 그 앨 내쫓아버렸더라.&lt;br&gt; 제후야 아, 맞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면 늦기 전에 끝내자고 아란이가 그러더라.&lt;br&gt; 한 민준, 너 어떻게 생각해? 나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? 걸리는 게 많군.&lt;br&gt; 민준은 한 조각 희망도 남지 않은 얼굴로 넋두리를 하는 친구가 가여웠다.&lt;br&gt; 그리고 그의 이런 사랑을 모른 채 마음을 가두고 잠이 들어있는 아란에게 화가 나려고 했다.&lt;br&gt; 아란이 보내고 너 혼자 살 자신 있어? 자신이야 있지.&lt;br&gt; 미쳐버릴 자신.&lt;br&gt; 죽어도 돌아볼 사람 없으니 원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 자 신.&lt;br&gt; 그럼 보내지마.&lt;br&gt;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다 꼭 붙들어 두고 살아.&lt;br&gt; 내가 너 사랑하니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곁에만 있어달라고 졸라.&lt;br&gt; 은 아란은 착하니까 소원을 들어줄 거야.&lt;br&gt; 억지 부려서 더 정 떨어진다고 하면? 이런 겁쟁이! 권 제후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? 그럴 일 없을 거야.&lt;br&gt; 내가 장담해.&lt;br&gt; 민준은 제후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웃어주었다.&lt;br&gt; 제후를 향한 아란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친구는 확실히 달라졌다.&lt;br&gt; 조각 같은 외모와 냉담한 분위기로 여자들을 녹이던 권 제후 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.&lt;br&gt; 사랑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겁을 내고 두려워하고, 고 민을 했다.&lt;br&gt; 만약 아란이 끼고 다니던 순결반지의 주인공이 바로 자기라는 걸 알게 되면 제후가 뭐라고 그럴까 문득 궁금해지는 민준이었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병원 로비.&lt;br&gt; 그를 배웅하러 나온 친구에게 민준은 마지막 충고를 했다.&lt;br&gt;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아란이네 아버지한테 심하게 굴지 마라.&lt;br&gt; 판단은 네가 아니라 아란 이의 몫으로 남겨둬야지.&lt;br&gt; 아무리 그래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분 아니냐.&lt;br&gt; 알았어.&lt;br&gt; 아란이 일어나면 그동안 장난쳐서 미안했다고 대신 사과도 건네주고.&lt;br&gt; 알았다니까.&lt;br&gt; 택시를 부른 민준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든다.&lt;br&gt;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 제후는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아직도 깊은 잠에 들어 있는 아란을 보았지만 이제는 기다림마저 달가웠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의식을 잃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잠이 들어 있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보며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키스를 하면 일어나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마저 들었다.&lt;br&gt; http://pon10.com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깨어 있을 때처럼 여전히 보드랍고 향기가 난다.&lt;br&gt; !! 세 번째 키스를 하고 제후가 얼굴을 들려했을 때 목에 둘려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늘고 미약 한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졌다.&lt;br&gt; 설마, 설마!!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기대감에 제후는 감았던 눈을 떴다.&lt;br&gt;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아란의 눈 동자가 무려 8일 만에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너너 말이 나오질 않았다.&lt;br&gt; 한없이 기쁜 순간에 너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.&lt;br&gt; 응, 나 일어났어요.&lt;br&gt; 나 진짜 많이 잤죠? 젠장!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에 왈칵, 목이 메어 오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은 제후의 몸을 가만히 밀면서 일어났다.&lt;br&gt; 제후가 얼른 아란의 어깨를 잡아 부축해주었다.&lt;br&gt; 그래, 이 잠꾸러기야.&lt;br&gt; 무슨 잠을 8일씩이나 자냐?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겨주다가 제후는 부서질 것 같은 아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.&lt;br&gt; 며 칠 사이 수척해진 몸에, 줄무늬 환자복 속으로 느껴지는 헐거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빨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누가 발을 잡고 안 나줬어요.&lt;br&gt; 눈을 뜨고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반겨줄 사람 아무도 없다고 그냥 여기서 살라고 그랬어요.&lt;br&gt; 까만 옷에 얼굴도 없는 무서운 사람이 자꾸 날 붙잡았어요.&lt;br&gt; 무서웠어? 아란은 대답을 하지 않고 손깍지를 끼어 제후의 등을 안았다.&lt;br&gt; 그의 어깨 언저리가 천천히 젖어왔다.&lt;br&gt; 그녀의 몸이 흐느낌으로 떨리고 있었다.&lt;br&gt; 미안해 입술을 깨물었다.&lt;br&gt; 가까스로 참아내는 그녀의 눈물은 고통이 되어 제후의 심장으로 배겨왔다.&lt;br&gt; 다시는 너 혼자 무서운 꿈에 남겨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.&lt;br&gt; 알몸나체 우린 항상 같이 있을 거야.&lt;br&gt; 언제든 널 지켜줄 거야.&lt;br&gt;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그리고 나도, 널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아란의 감은 눈꺼풀에 입을 맞추며 제후는 말했다.&lt;br&gt; 창 밖으로 먼동이 트고 있었다.&lt;br&gt;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 날과 하늘을 두고 제후는 그렇게 가 슴을 저리며 찾아온 첫사랑을 고백했다.&lt;br&gt; 아빠가 새엄마랑 헤어지기로 했대요.&lt;br&gt; 은 사장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아란이 저녁때를 훌쩍 넘겨 들어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아빠 없는 동안에 나한테 함부로 한 거 전주댁 아줌마한테 들었나 봐요.&lt;br&gt; 그동안 아빠 노 릇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그랬어요.&lt;br&gt; 전주댁 아줌마는 아란이 여섯 살 때부터 은 사장네 살림을 봐줬던 사람이었다.&lt;br&gt; 엄마가 돌아 가시고 나서 유일하게 정을 붙인 사람이라고, 새 엄마가 들어와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면서는 더욱 의지를 했던 사람이라 고 아란은 얘기하곤 했었다.&lt;br&gt; 재영이는? 엄마가 데려가서 키운다고 하셨는데 확실한 건 모르겠어요.&lt;br&gt; 원래 재영이가 새 엄마보단 나하고 아빠를 잘 따랐거든요.&lt;br&gt; 제후는 알 만 하다는 듯 말했다.&lt;br&gt; 치장하고 가꾸느라 아이 돌 볼 틈도 없었나보지.&lt;br&gt; 아마도요.&lt;br&gt; 아란의 얼굴에서 긍정의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.&lt;br&gt; 그래도 http://dsite.sosdaum.net 새 엄마가 계서서 아빠가 행복하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왠지 아빠가 이혼 을 결정하신 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죄송스러워요.&lt;br&gt; 난 아무래도 좋다는 사고방식은 버려.&lt;br&gt; 남을 위해서 희생할 생각만 하지 말고 좀 이기적으 로 굴어봐.&lt;br&gt; 아란이 넌 행복할 자격 충분히 있어.&lt;br&gt; 제후는 마주 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.&lt;br&gt; 아, 그리고 나 커피 마실 건데 생각 있으면 같이 마시자.&lt;br&gt;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구수한 커피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.&lt;br&gt; 휘파람을 불면서 주방으 로 들어가는 제후를 보며 아란은 혼자 웃었다.&lt;br&gt;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제후는 줄곧 다정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.&lt;br&gt; 처음엔 보상 심리 때문인 가 의심도 해보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의 다정함은 변함이 없었고 스스럼없는 장난기와 짓궂은 행동은 그들이 보통의 신혼부부 처럼 살고 있다고 아란이 생각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계약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랑해서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다.&lt;br&gt; 알았지? 끝내자는 말 절대로 하지 마.&lt;br&gt; 이제 겨우 두 달 좀 넘게 살아보고 맞는다느니 안 맞는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자.&lt;br&gt; 퇴원 기념으로 찾은 레스토랑에서 제후는 그런 말을 했다.&lt;br&gt; 손을 끌어다 잡으며 조심스레 말 을 내는 그의 눈을 보면서 아란은, 제후와의 관계에 좋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고 머잖아 그의 마음이 진 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.&lt;br&gt; 제후를 믿게 되었다.&lt;br&gt; 요즘만 같으면 세상에 무엇도 바랄 것 없는 사람처럼 아란은 행복했다.&lt;br&gt; 거기에 욕심 부려 한 가지 소원을 빈다면 그도 그녀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.&lt;br&gt; 그녀 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고 싶었다.&lt;br&gt; 커피 향 좋지? 좋아요.&lt;br&gt;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아란이 한모금의 향을 들이마셨다.&lt;br&gt; 정말이지 저 웃는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까봐 애태웠던 걸 생각하면 그녀가 얄밉기까지 한 제후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c2/73/baek6217/folder/208/img_208_1585_27?1261913104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잔잔히 부딪치는 시선에 아란이 뺨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.&lt;br&gt; 근데 왜 그렇게 쳐다봐요? 예뻐서.&lt;br&gt; 제후는 턱을 괴고 키득 웃었다.&lt;br&gt; 장난치지 마요.&lt;br&gt; 장난 아닌데.&lt;br&gt; 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 거야.&lt;br&gt; 한층 노골적인 시선에 부끄러움이 또르르 몰렸다.&lt;br&gt; 아란은 잔을 손으로 감싸고 살그머니 제 후의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.&lt;br&gt; 왜 모르고 살았을까.&lt;br&gt; 너처럼 귀엽고 착한 아이 옆에다 두고도 왜 모르고 지냈을까.&lt;br&gt; 커피를 다 마신 아란이 잔을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받침대에 얹고는 허둥지둥 주방을 나간 다.&lt;br&gt; 뒷모습을 쫓던 제후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따랐다.&lt;br&gt; 그리고 아란의 팔을 잡아 침실로 들어간 다음 문을 잠갔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보상 받고 싶다.&lt;br&gt; 너 없이 혼자 보냈던 것만큼 우리의 시간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고 싶다.&lt;br&gt; 오늘 http://ccc1.me/naver/3405.html 너 안아도 돼? 그그치만 거절해도 소용없어.&lt;br&gt; 보름동안 참아줬으니까 오늘은 내 맘대로 할 거야.&lt;br&gt; 물러서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안으면서 제후는 아란의 몸을 침대에 밀치듯 쓰러트렸다.&lt;br&gt; 성 급한 손길을 따라 드러나는 여자의 몸에 호흡이 가빠왔다.&lt;br&gt; 건강이 나빠졌다고 며칠 햇빛 구경을 안 시킨 탓인지 피부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.&lt;br&gt; 이 아 름다운 몸을 옷으로 가리면 오히려 죄가 될 것처럼 보였다.&lt;br&gt; 내일 토요일이지? .&lt;br&gt; 그럼 우리 밤새도록 여기서 놀자.&lt;br&gt; 전화와도 받지 말고 누가 벨 눌러도 열어주지 말고 내 일 아침까지 놀다가 자자.&lt;br&gt; 몰라요.&lt;br&gt; 싫어요가 아니라 몰라요다.&lt;br&gt; 늘 처음 만난 남자에게 몸을 열어주는 것처럼 아란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.&lt;br&gt;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잘 하면서 그에게만 그런다.&lt;br&gt; 그런 아란의 행동이 제후에게는 &lt;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사람&gt;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 졌다.&lt;br&gt; 그리고 매번 처녀를 방문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선사했다.&lt;br&gt; 싫으면 지금 말하던가.&lt;br&gt; 아란이 시트를 끌어올려 가슴을 가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싫어도 오빠 맘대로 한다면서요.&lt;br&gt; 후후, 이제 보니 삐지기도 하잖아? 제후는 아란의 화내는 모습이 신기했다.&lt;br&gt; 언제나 그 앞에선 쥐 죽은 듯 꼬리를 내리고 하라 는 대로 따라주던 그녀가 처음으로 반항이라는 걸 했다.&lt;br&gt; 은 아란.&lt;br&gt; 야릇한 붉은 빛이 아란의 얼굴에 떠돌았다.&lt;br&gt; 지금 당장 아란의 몸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고 싶은 걸 참으면서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내가 어떤 여자 좋아하는지 말해줄까? 어떤 여자좋아하는데요? 그녀가 순진하게 되묻는다.&lt;br&gt; 역으로, 아란의 몸을 아래에 두고 있는 제후의 얼굴은 짓궂은 헌 터의 표정이 된다.&lt;br&gt; 오늘 밤 넌 죽었어, 라는 뜻이다.&lt;br&gt; 나한테 저항하는 여자.&lt;br&gt; 좋으면서도 싫다고 말해서 날 더 부추기는 여자.&lt;br&gt; 수차례의 절정이 지났다.&lt;br&gt; 몸과 몸이 먹고 먹혔다.&lt;br&gt; 흥분을 부추긴 대가로 아란은 밤새도록 시달렸지만 한 번도 제후를 거절하지 않았다.&lt;br&gt; 물러서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오빠가 원하는 게 내 몸이라면 나한테 빠져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.&lt;br&gt; 나한테 집착하도록, 그래서 나 외에는 누구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릴 거야.&lt;br&gt; 새벽녘에 풋잠이 들었던 제후는 아란이 뒤척이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.&lt;br&gt; 부스스한 얼굴로 시 계를 쳐다보니 아침 7시 30분, 샤워도 하지 못하고 잠이 든 지 겨우 세 시간이 지났다.&lt;br&gt; 제후는 끄으응,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깜박여 눈 안으로 들어온 빛을 몰아냈다가 다시 실눈 을 뜨고 옆에 누운 아란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.&lt;br&gt; 적어도 정오까지는 깨지 못할 것처럼 아란은 곤한 잠에 들어 있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끌어다 안으면서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몸을 개켜 일어났다.&lt;br&gt;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http://naveryo.com/naver/5293.html 쑤시고 아팠다.&lt;br&gt; 뜨겁고 격렬했던 정사(情事)의 보상이라 그것도 기꺼 운 제후였다.&lt;br&gt; 시트가 눌렸다 제 자리로 돌아오면서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반짝하는 기 운에 욕실로 들어가던 제후가 되돌아 와 그것을 주웠다.&lt;br&gt; 결혼반지였다.&lt;br&gt; 제후의 손가락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녀석의 짝이다.&lt;br&gt; 아란이 일부러 빼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도 어젯밤의 정신없는 상황에 빠트린 모양이다.&lt;br&gt; 정신없는.&lt;br&gt; 풋 그렇게 좋았나? 황홀한 기억을 되살리며 미소 짓는 제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느다란 백금 링 안에 글자가 새겨져있는 게 보였다.&lt;br&gt; 이니셜이다.&lt;br&gt; 제후는 반지를 쥔 손을 힘주어 쥐었다가 펼쳤다.&lt;br&gt;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간만에 찾아 온 나른한 행복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, 좋아하는 사람 있다.&lt;br&gt; 두렵지만 보고 싶었다.&lt;br&gt; 그녀의 사랑을 차지한 사람을 알고 싶었다.&lt;br&gt; 누구일까? 결혼반지에 이니셜을 새길 정도라면 굉장히 소중한 사람일 텐데, 한 번도 손가락에서 반지 를 빼지 않았던 건 결국 다른 사람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서였던 걸까? 제후는 가슴이 쓰렸다.&lt;br&gt; 그러나 피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.&lt;br&gt; 그래서, 어느 덧 땀이 고인 손바 닥에서 반지를 들어 빛이 잘 드는 쪽으로 들어올렸다.&lt;br&gt; 첫 글자는 K였다.&lt;br&gt; JH? KJH.&lt;br&gt; 뭐야, 내 거하고 똑같 무심코 내뱉은 진실에 제후의 눈동자가, 입이 그대로 굳어버린다.&lt;br&gt; 그러다 천천히 몸을 돌려 세상모르고 잠이 든 아란을 쳐다봤다.&lt;br&gt; 그녀는 말했었다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굴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고.&lt;br&gt; 야? 정말 나야? 네가 좋아하는 사람 정말로 권 제후야? 콧소리까지 내며 자고 있는 그녀가 대답할 리 없건마는 제후는 또 묻고 있었다.&lt;br&gt; 야, 한 민준.&lt;br&gt; 제후 놈 왜 저렇게 분위기 잡냐? 또 와이프랑 한 판 했대? 도서관 자리에 가방을 두기 무섭게 담배를 태운다고 나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책상에 쌓은 전공서 적들을 보며 한숨을 쉬던 서훈이 칸막이 사이로 몸을 제껴 민준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남들은 리포트 마감 맞추느라 골 빠개지는 이 때 얄밉게 돌아다니기나 하고 말이야.&lt;br&gt; 저 자식 머리 좋고 손 빠른 건 알지만 너무 한 거 아냐? 머리 나쁘고 손 늦은 너하곤 다르게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.&lt;br&gt; 내버려둬.&lt;br&gt; 장난스런 무시로 서훈의 입을 막은 민준이었으나, 민준도 얼마 못가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 났다.&lt;br&gt; 궁시렁 대며 책을 넘기던 서훈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.&lt;br&gt; 넌 또 어디 가? 나도 담배나 한 대 태우려고 그런다.&lt;br&gt; 금방 들어올게.&lt;br&gt; http://naveryo.com/naver/1103.php 서훈이 콧방귀를 흥, 뀐다.&lt;br&gt; 어이구! 자식이 저만 의리 있는 척 하고 있네.&lt;br&gt; 제후 놈 걱정 되서 그런다고 말하면 내가 너 잡아먹을까봐 그러냐? 친구 사이에 별 걸 다 숨겨.&lt;br&gt; 민준은 이해해줘서 고맙단 표시로 손을 들어보였다.&lt;br&gt; 그리고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확인한 다음 밖으로 나와 제후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있었다.&lt;br&gt; 저 자식 오늘만 담배 한 갑이 넘는데 와이프 마음 알았으면 됐지 또 뭐가 문제인 거야? 불 좀 빌리자.&lt;br&gt; 민준은 털썩, 제후 옆에 주저앉으며 담배를 내밀었다.&lt;br&gt; 뻔히 쳐다보는 표정에 약간의 놀라움 이 깃들었다.&lt;br&gt; 뭐해? 불 좀 빌리자니까.&lt;br&gt; 허연 연기가 둘이 되었다.&lt;br&gt; 새 담배의 3분의 1이 타들어가도록 아무 말이 없던 침묵은 기다 리다 지친 민준이 말을 꺼내면서 깨졌다.&lt;br&gt; 잘 나가다 왜 그러냐.&lt;br&gt; 사랑하는 여자 마음 얻은 걸로는 부족했어? 난 나를 잘 알아.&lt;br&gt;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민준은 금방 제후의 말뜻을 알아들었다.&lt;br&gt; 뭐가 두려운 건데.&lt;br&gt; 끝까지 가지 못할까봐?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던 여자들.&lt;br&gt; 그 속을 헤매던 방황에서 찾은 한 사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15/18/yasisite/folder/8/img_8_311_14?1261914458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아니면 아란이야? 버리게 될까봐 두려우냐 버림받는 것이 두려우냐, 민준은 묻고 있었다.&lt;br&gt; 대답을 않는 것으로 보아 둘 다 인 것 같았다.&lt;br&gt; 네 곁에 있으면 행복하지 못할까봐 겁나냐? .&lt;br&gt; 미친 놈.&lt;br&gt; 네 곁에 누구씨는 행복해서 죽을라고 하더라.&lt;br&gt; 아란이 그 녀석 생각하는 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거 알지? 민준은 피다 만 담배를 밟아 뭉개며 말을 보탰다.&lt;br&gt; 행복해 하고 있어.&lt;br&gt; 네 눈에 보이잖아.&lt;br&gt; 너도 알고 있잖아.&lt;br&gt; 그 일 권 제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.&lt;br&gt;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궁상떨지 말고 지금 하는 만큼만 해 줘.&lt;br&gt; 넌 해 보지도 않은 놈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? 알려고 해서 알아진 게 아니라 눈에 보인다고 했잖아.&lt;br&gt; 너희 둘 사랑하는 거 눈에 보여.&lt;br&gt; 서 로의 곁에서 행복해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이 보여.&lt;br&gt; 비로소 보이는 웃음이 서글펐다.&lt;br&gt; 민준아 나 제후의 핸드폰이 삐빅 신호음을 냈다.&lt;br&gt; 문자 메시지였다.&lt;br&gt; 제후가 말을 하려다 말고 메시지를 확인한다.&lt;br&gt; 누구야? 아란이? 어.&lt;br&gt; 6시에 경상대 앞에서 만나기로 한 걸 깜박했네.&lt;br&gt; 그러더니 제후는 이렇다 할, 양해도 구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뛰어 들어간다.&lt;br&gt; 그리고 수 분 후 다시 나와 정신없이 가방을 메고 경상대 건물이 있는 쪽으로 사라져버린다.&lt;br&gt; 뭐야, 저 녀석.&lt;br&gt; 얼음 왕자에서 공주의 똘마니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.&lt;br&gt; 혼자 남은 민준이 바닥에 떨어진 제 후의 담배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어본다.&lt;br&gt; 사랑을 하는 친구는 행복해 보였다.&lt;br&gt; 한 달음에 도착할 듯 걸음을 재촉했던 제후는 아란의 모습이 보이기 불과 몇 미터 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아란의 곁에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.&lt;br&gt; 저번에 본 채석이라는 아이는 아니다.&lt;br&gt; 아란이 그 남자와 다정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도, 미소를 지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발은 저절로 서버렸다.&lt;br&gt; 처음 보았을 땐 무작정 손을 낚아 채 데려오고 친구 앞에서 무례한 키스를 퍼붓기까지 했는 데 지금은 소중한 그녀를 그리 대할 맘도 대할 용기도 없다.&lt;br&gt; 하지만 잠시 동안 심장을 욱죄어 오는 통증은 사실이었다.&lt;br&gt; 지금은 가지 말라고 겁먹은 머리가 명령을 내린다.&lt;br&gt; 아란이 다른 남자와 얘기대화의 내용에 상관없이하는 모습만 보면 사라지는 자신감도, 언제 그녀가 그를 버리고 행실 좋고 반듯한 사람을 찾아 가버릴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었다.&lt;br&gt; 조심스러웠다.&lt;br&gt; 화를 낸다기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음을 알았던 듯 그 모습은 그리 오래 눈에 비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손짓을 해가며 대화 를 주고받던 남자가 목례를 하고는 사라진다.&lt;br&gt; 마찬가지 방법으로 인사를 받은 아란이 몸을 나무 그늘의 기둥에 기대며 이내 입 을 가리고 하품을 한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무심코 돌린 시야에 제후의 모습이 들어오자 아란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부른다.&lt;br&gt; 아까와는 다르게 서두르지 않는 보폭으로 제후는 아란에게 걸어갔다.&lt;br&gt; 오래 기다렸어? 이제 6시 20분밖에 안 됐는데요, 뭘.&lt;br&gt; 아란이 손목을 올렸다 내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오해하지 않도록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.&lt;br&gt; 오면서 보니까 누구랑 얘기하고 있던데 그 사람 누구야? 아, 봤어요? 여자 친구가 우리 학교 학생인데 처음 와서 길을 모른다고 그러잖아요.&lt;br&gt; 그럼 그렇지.&lt;br&gt; 설마 별다른 일이야 있겠어.&lt;br&gt; 다른 말은 안 했고? 에? 아아니, 이상한 추파 같은 거 던지지는 않았냐고.&lt;br&gt; 어휴, 이 병신! http://naei.net 이상한 걸 물어본 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말은 왜 더듬는 거야.&lt;br&gt; 제후는 속 으로 수도 없이 제 머리를 쥐어박았다.&lt;br&gt; 그건 왜 물어보는 데요? 불현듯 민망해진 표정의 제후와 눈을 맞추던 아란이 눈을 깜박깜박 하더니 고개를 젓는다.&lt;br&gt; 그가 난감해하며 말을 더듬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너넌 내가 다른 여자랑 얘기하고 있으면 좋냐? 이런! 예, 아니오의 단답형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.&lt;br&gt; 그거야 당연히 그럼 됐어, 더 물어보지 마! 북 치고 장구치고 저 혼자 괜히 성질을 부리더니 제후는 혼자서 씩씩 걸어가 버린다.&lt;br&gt; 아란 이 졸졸 뒤를 따라온다.&lt;br&gt; 오빠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? 없었어.&lt;br&gt; 근데 왜 나한테 화내요? 화 안 냈어! 그러니까 자꾸 토 달지 마! 하지만 지금 화내고 있잖아요.&lt;br&gt; 서운함이 실린 음성과 함께 뒤를 따라오던 기척이 멎었다.&lt;br&gt; 제후가 뒤를 돌아보자 아란은 머 쓱한 팔을 쓸어내리며 서 있었다.&lt;br&gt; 상처받은 얼굴이었다.&lt;br&gt; 굳이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큰 눈에선 금방이라도 떼구르르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고여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 다시 제후의 상태를 확인시켜주었다.&lt;br&gt; 오빠 화내고 있다구요.&lt;br&gt; 한숨이 나온다.&lt;br&gt; 왜 소중히 여긴다면서, 좋아한다면서 난 왜 꼭 번번이 저 아일 울리고 마는 걸까.&lt;br&gt; 이제는 정말로 사랑인데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는 그녀였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마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착각에 재 빨리 손을 내밀어 아란의 팔을 잡았다.&lt;br&gt; 미안해.&lt;br&gt; 됐어요.&lt;br&gt; 사실은 그게그래! 리포트 쓰다가 나왔거든.&lt;br&gt; 모레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출하라고 교수가 닦달을 해서 아마 그것 때문에 신경이 좀 예민해져 있었나 보다.&lt;br&gt; 알았어요.&lt;br&gt; 아란은 잡히지 않은 쪽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.&lt;br&gt; 그럼 바쁘다고 얘기하지 뭐하러 나왔어요.&lt;br&gt; 나 혼자서도 집에 갈 수 있는데.&lt;br&gt; 관심도 없었던 리포트가 도움을 줬다.&lt;br&gt; 제후는 그의 말에는 의심을 할 줄 모르는 아란과 300 페이지 분량의 전공서적을 탐독하고 사흘 만에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교수에게 감사했다.&lt;br&gt; 너 어린애잖아.&lt;br&gt; 나 없으면 안 되는.&lt;br&gt; 새록 고이는 웃음에 비로소 마음을 놓고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.&lt;br&gt; 울었으니까 배고플 거 아냐? 손가락 사이로 빈틈이 채워졌다.&lt;br&gt; 조금 걷다 돌아보는 그의 웃음에 그녀도 붉은 눈을 하고 웃었다.&lt;br&gt; 그것가지고 양이 차? 제후가 보기엔 먹는 것 같지도 않았다.&lt;br&gt; 저녁 사준다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데리고 왔더니 아 란은 샐러드에만 손을 대고 식사를 끝낸다.&lt;br&gt; 배불러요.&lt;br&gt; 봐요.&lt;br&gt; 아란이 손을 펴서 조금도 나오지 않은 아랫배를 톡톡 친다.&lt;br&gt; 그래도 이거 먹고 내일 아침까지 버텨야 되잖아.&lt;br&gt; 정말 배 안 고프겠어? 먹는 걸로는 그렇게 욕심 안 나요.&lt;br&gt; 나중에 우리 아이 가졌을 때도 그럴까봐 겁난다, 야.&lt;br&gt; 애기가 뱃속에서 뭘 먹고 크겠냐? 그거야 모르죠, 그 때 가면 곰탕에 두 그릇씩 밥 말아먹을지.&lt;br&gt; 투덜대는 제후를 아란은 쳐다보며 웃는다.&lt;br&gt; 제후가 먹다 말고 고개를 든다.&lt;br&gt; 왜? 아뇨.&lt;br&gt; 그냥 오빠가 나랑 애기 낳을 때까지 살아줄 생각 하고 있는 게 신기해서요.&lt;br&gt; 아이 오빠 닮으면 예쁠 거에요, 그죠? 아란의 말을 들은 제후가 얼굴을 굳혔다.&lt;br&gt; 살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거지.&lt;br&gt; 부부는 동등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니까.&lt;br&gt; 명문 S대의 학벌과 국내 건설회사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의 딸, 귀족적이고 아름다운 외모.&lt;br&gt;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도 제후에 대해서는 항상 자기를 낮추어 보는 아란 이다.&lt;br&gt; 자격지심이 아니라 아직 그의 마음을 모르기에 저러는 것이다 이해는 하면서도 제후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거슬린다.&lt;br&gt; 네가 나에 비해 뭐가 부족한데.&lt;br&gt; 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계약 따윈 이제 신경도 안 쓰고 있어.&lt;br&gt; 그러니 네가 나에 대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일, 없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오빠는 사랑해 본 적 있어요? 조건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만 생각하면 자신이 형편없어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뭔지 알 수 있어요? 내가 뭐?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아니에요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31/tistory/2009/12/26/02/44/4b34f9e740432 &gt;&lt;br&gt;&lt;br&gt;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아? 사람 궁금하게.&lt;br&gt; http://atoo.ucckor.co.kr 있잖아요, 나 오늘 술 마시고 싶은데.&lt;br&gt; 심드렁하던 제후의 눈동자가 반짝, 놀란다.&lt;br&gt; 아란은 종업원이 접시들을 치운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말했다.&lt;br&gt; 오빠는 운전해야 되니까 관두고 나 마시는 거만 봐주면 안 돼요? 나 참.&lt;br&gt; 마시려면 같이 마셔야지.&lt;br&gt; 취하면 호텔 찾아서 하루 자면 되잖아.&lt;br&gt; 레스토랑을 나온 두 사람은 제후가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들른다는 호프집을 찾았 다.&lt;br&gt; 8시가 갓 넘은 초저녁인데도 단골들이 많아 벌써부터 시끌시끌했다.&lt;br&gt; 어렵사리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.&lt;br&gt; 뭐 마실래? 오빠가 정해요.&lt;br&gt; 난 아무 거나 상관없으니까.&lt;br&gt; 아란이 순진한 얼굴로 양 팔을 뻗어 소파를 짚고 다리를 모아 앉는다.&lt;br&gt; 투명한 유리 테이블 아래로 허벅지가 반은 보이는 미니스커트가 골반에서부터 아슬아슬하게 감고 있다.&lt;br&gt; 그러고 보니 내내 핸드백으로 허벅지를 가리고 있던 게 생각이 났다.&lt;br&gt; 비트 강한 댄스 음악 때문인지 어슴푸레 얼굴에 빛을 드리우는 조명 때문인지 늘 대하는 그 녀임에도 제후는 가슴이 떨린다.&lt;br&gt; 조금만 옆으로 가 봐.&lt;br&gt; 파트너가 있음에도 아란을 힐끔대는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영 못마땅했다.&lt;br&gt; 저 자식들, 감히 누구 걸 넘보는 거야? 왜요? 우리가 남이냐? 같이 앉게.&lt;br&gt; 아란이 안으로 물러 들어갔다.&lt;br&gt; 제후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안아 자 기 쪽으로 돌린다.&lt;br&gt; 저항도 않는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향이 녹아 입 안에서 뒤엉킨다.&lt;br&gt; 아란을 훔쳐보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하려던 것이었지만 애초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촉촉하고 도톰한 입술의 감촉에 취해버리는 제후였다.&lt;br&gt; 키스가 깊어지면서 아란이 반응을 보였다.&lt;br&gt; 팔을 제후의 목에 감고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.&lt;br&gt; 등줄기의 움푹 파인 부분을 제후의 손가락이 훑자 아란은 허리를 휘면서 몸을 바짝 갖다 붙인다.&lt;br&gt; 자잠깐만요, 오빠.&lt;br&gt; 등이 푹신한 소파에 닿기 직전에 아란이 제후를 떠민다.&lt;br&gt; 사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젠장, 뭐가? 입맛을 다시며 제후는 아란에게 기울였던 몸을 세워 주위를 둘러보았다.&lt;br&gt; 그녀의 말처럼 이 게 웬 떡이냐 쳐다보는 눈들이 많았다.&lt;br&gt; 언제 웨이터가 다녀갔는지도 모르게 세팅 된 테이블과, 처음에는 수북하게 올라왔을 맥주 거품의 얇은 층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바보 씹탱이들.&lt;br&gt; 남 연애하는 거 처음 보나.&lt;br&gt; 상황의 진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다가 제후는 마지못해 아란을 품에서 놓아주었다.&lt;br&gt; 그녀 는 부끄러운 눈빛이었지만 창피해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옷매무새를 바로 하며 앉는다.&lt;br&gt; 잘못 했어.&lt;br&gt; 제후는 1700㏄ 용량의 차가운 맥주를 작은 잔에 따라 마시고 입술에 묻은 거품을 혀로 쓰 윽, 핥아냈다.&lt;br&gt; 첨부터 호텔로 가는 건데 잘못했어.&lt;br&gt; 거기 가서 둘이 신나게 즐기는 건데.&lt;br&gt; 다른 데로 갈까요? 아란이 온기가 느껴지는 손을 제후의 무릎에 얹었다.&lt;br&gt; 자그마한 압박감에 제후가 마시던 잔 을 놓고 이게 무슨 뜻이냐는 듯 그녀를 쳐다본다.&lt;br&gt; 하다만 거 계속 하고 싶지 않아요? 말귀를 알아들은 제후가 금세 쿡, 웃었다.&lt;br&gt; 살다보니 요조숙녀 은 아란의 입에서 먼저 그걸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도 있구나 싶었다.&lt;br&gt; 좋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.&lt;br&gt; 경험자답게,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인간의 짧고 비밀 스런 사랑을 나누려면 어디가 좋은지는 숙지하고 있었다.&lt;br&gt; 형, 나 거기 좀 쓸게.&lt;br&gt;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눈짓을 하고 제후는 아란을 데리고 좁은 문을 나와 2층으로 올라 갔다.&lt;br&gt; 작은 문이 있었다.&lt;br&gt; 제후가 손잡이를 돌리고는 아란을 들어가게 했다.&lt;br&gt; 잠만 자는 곳인지 가구 하나 형광등 하나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.&lt;br&gt; 키 높은 창문으로 흘러들 어오는 달빛이 야트막한 침대를 비추는 곳이었다.&lt;br&gt; 달칵.&lt;br&gt; 등 뒤로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.&lt;br&gt;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.&lt;br&gt; 오늘 처음 만난 여자와 남자가 http://dord.froma.kr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밀애(密愛)의 장소를 찾은 것처럼 아 란과 제후는 잠시 눈을 맞춘다.&lt;br&gt; 그가 다가온다.&lt;br&gt; 붙잡히는 시선 속에서 천천히 긴장이 고조된다.&lt;br&gt; 제후의 팔이 허리를 감싸오자 아란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본다.&lt;br&gt; 하얀 손가락이 제후의 뺨을 스치고 머리칼을 만지다가 목젖을 스친다.&lt;br&gt; 붉은 입술이 탐스럽다.&lt;br&gt; 늘 품 안에서 익숙했던 향기가 어색하게 코를 스치고 떨리는 손가락의 감촉 아래로 부드러 운 피부는 사르르 밀려난다.&lt;br&gt; 음악소리가 귓가에서 웽웽 멀어져가고 맞닿은 심장소리는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.&lt;br&gt; 한껏 달아오른 숨결이 하나가 된 몸을 얽어 묶는다.&lt;br&gt; 뱅그르르 천장이 맴을 돈다.&lt;br&gt; 젖은 숨소리가 방 안을 메운다.&lt;br&gt; 절정의 신음소리가 공중에 부딪치고 야릇한 고통과 쾌감이 뿜어져 나온다.&lt;br&gt; 무저갱(無底坑)의 암흑까지 떨어졌다가 천국의 광명에까지 이른다.&lt;br&gt; 생명과 생명이 만나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들어맞은 그것은 사랑을 잉태한다.&lt;br&gt; 꿈인 듯 환상인 듯 시간이 멈춘다.&lt;br&gt; 앞으론 종종 술 마시러 와야 되겠는 걸.&lt;br&gt;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후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한바탕의 격렬한 운동(!)으로 땀을 빼고 난 다음에 마시는 맥주 맛은 더없이 좋았다.&lt;br&gt; 언제는 호텔 가서 둘이 즐기자면서요.&lt;br&gt; 제후가 쳐다보자 아란이 얼른 눈을 돌리고 입을 다문다.&lt;br&gt; 그녀의 하얀 목에 남은 키스마크가 조금 전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그래서 좋았다는 거야, 싫었다는 거야? 흔하지 않은 아란의 새침한 눈빛에 제후가 운전을 하면서 웃었다.&lt;br&gt; 앵 토라지는 입술이 귀엽 기만 했다.&lt;br&gt; 뭐나쁘지는 않았어요.&lt;br&gt; 차마 대답을 못하겠는지 미적미적, 말을 돌리지만 선수답게 제후는 속뜻을 낚아 채 낸다.&lt;br&gt; 괜찮았으면 집에 가서 한 번 더 할까? 카메라를 샀다.&lt;br&gt; 원하면 바로 찍어서 즉석에서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3/tistory/2009/12/26/02/44/4b34f9ea238d4 &gt;&lt;br&gt;&lt;br&gt; 웨딩 앨범 말고는 볼 만 한 사진을 채워 둔 앨범 하나 없다는 게 제후의 이유였지만 빛나는 두근거림으로 자리해가는 아란의 모습을 잃어버리기는 너무 아까워서 그랬다.&lt;br&gt; 제후는 자석이 달린 예쁜 팬시 제품을 사다가 냉장고에 사진을 붙여 놓기 시작했다.&lt;br&gt; 막 일 어나서 눈을 부비는 모습, 샤워를 하고 나와 젖은 머리를 터는 모습이며 놀이동산에서 재영과 놀아주는 모습 등, 제후의 손에 서는 카메라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.&lt;br&gt; 사진 찍는 걸 싫다고 손사래를 젓던 아란도 점차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다루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.&lt;br&gt; 한 번은 술을 마시고 들어와 퉁퉁 부은 제후의 얼굴을 몰래 찍었다가 냉장고에 붙여놓고 잠 이 깬 그에게 보여주면서 깔깔대기도 했다.&lt;br&gt; 길을 지나다 만난 귀여운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을 찍기도 했지만 그들 사진 속의 주인공은 거의 상대방이었다.&lt;br&gt; 사랑할 운명으로 만나게 된 것처럼 뒤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이었다.&lt;br&gt; 언제부터였을까.&lt;br&gt; 넌 언제부터 내 주위를 맴돌았을까.&lt;br&gt; 내가 모르던 시절의 넌 어떤 모습이었을까.&lt;br&gt; 어떤 http://ccc1.me 모습으로 나를 사랑했을까.&lt;br&gt;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제후는 아란을 더듬어 봤지만 어느 한 조각 기억 속에도 그녀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았다.&lt;br&gt; 아란은 가슴에 안고 다니는 전공서적을 치우고 교복을 입혀놓으면 여고생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풋풋한 인상의 소유자였다.&lt;br&gt; 화려한 옷과 세련된 화장으로 자신을 치장해 남자를 유혹할 줄도 몰랐고 마음에 드는 남자 에게 먼저 접근하는 여자들의 화끈함은 흉내 내지도 못했다.&lt;br&gt; 결혼 전, 그런 여자들만을 찾아 부담 없이 즐겨왔던 제후 쪽에서 보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도 당연했다.&lt;br&gt; 설사 그녀를 알았다 하더라도 처녀를 망가뜨린 알몸나체 책임을 떠맡을 걸 염려해서 거절했을 것이다.&lt;br&gt; 제후는 간혹 등 뒤를 맴도는 아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.&lt;br&gt;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곧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 못하고 외면하는 서글픈 눈빛을.&lt;br&gt; 아란아 난 너를 확인해 보고 싶다.&lt;br&gt; 내게 손 내민 나를 찾아올 용기를 내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너를 위해 심장을 송두리째 내어버린 내 사랑을 알아주길 원한다.&lt;br&gt; 오늘 집에 못 들어온다구요? 벌써 술에 취했는지 전화기 너머 제후의 목소리는 분명하지 않았다.&lt;br&gt;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11/tistory/2009/12/26/04/13/4b350eccd15ee &gt;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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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무료야설다운로드 하나뿐인 딸의 행복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그저 이 결혼을 통해 들어올 회사의 유익과, 눈엣 가시 같은 전처의 딸과 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던 그들은 제후의 입장에서도 좋아질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나중에 다른 세상에 태어나면 그 때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어요.&lt;br&gt; 아란은 오빠도 포함해서요, 란 말은 하지 못했다.&lt;br&gt; 사람 무안하게 톡톡 쏘긴 하지만 친오빠 같은 다정함으로 그녀를 지켜주는 사람 제후의 사랑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.&lt;br&gt; 이렇게 의지할 가슴과 어깨가 있는 것으로 감사하자고 늘 심장을 달래는 그녀였다.&lt;br&gt; 나를 귀찮아하지 않는 사람들 곁에서요.&lt;br&gt; 아란의 한숨을 제후는 키스로 막았다.&lt;br&gt; http://csh.shemijin.com 촉촉하고 아찔한 입술의 감촉을 겉에서만 느끼기가 아쉬워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넣고는 뜨거운 향기를 나눠 삼켰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걸며 몸을 붙였다.&lt;br&gt; 그의 손에 길들여진 몸은 키스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며 떨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손이 아란의 등 뒤로 가 실크 원피스의 지퍼를 내렸다.&lt;br&gt; 가냘픈 허리를 따라 원피스 가 아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제후도 옷을 벗어던졌다.&lt;br&gt; 여행 얘기만 하고 내려갈 참이었는데 불이 붙자 멈출 수가 없었다.&lt;br&gt; 여느 때처럼 아란은 순결한 나신으로 제후를 받아들였다.&lt;br&gt;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거 친 움직임과 손길을 힘겨워하면서도 순종했다.&lt;br&gt; 제후는 녹초가 되도록 아란을 안고 또 안았다.&lt;br&gt; 미친 사람처럼 아란의 몸속에서 권 제후의 소유를 확인했다.&lt;br&gt; 그는 어느 샌가 그녀가 아니면 쾌락을 느낄 수 없는 남자로 길들여져 있었다.&lt;br&gt; 애 데리고 올라가서 뭘 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니? 손님들 오시는데 나와서 좀 맞지 않 고.&lt;br&gt; 누르면 붉은 물이 떨어질 것 같은 아란의 뺨과 제후의 옷자락을 쥐며 등 뒤로 숨는 그녀의 행동이 위에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권 회장 내외는 짐짓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.&lt;br&gt; 손님들이야 할아버지 만나러 왔지, 저 보러 왔어요? 사돈어른들이 오셨단다.&lt;br&gt;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니? 제후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.&lt;br&gt; 새어머니와 대면해야한다는 말에 핏기가 가시는 아란의 안색 을 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에서 싫다는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 어디 계시는데요? 옷을 쥔 아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.&lt;br&gt; 그녀는 제후의 등으로 바짝 몸을 붙였다.&lt;br&gt; 희미하게 떨 리는 작은 어깨가 안쓰러워서 제후는 견딜 수 없었다.&lt;br&gt; 권 회장이 손가락으로 귀한 손님이 아니면 모시지 않는 방을 가리켰다.&lt;br&gt;다른 손님들과 따 로 모셨다.&lt;br&gt; 매무새 가다듬고 들어가서 인사 여쭙고 나오거라.&lt;br&gt; 제후도 피하고 싶었다.&lt;br&gt; 가능하다면 평소에도 잘 지내냐는 전화 한 통 없는 부모 같지도 않 은 사람들과 아란을 대면시키는 이 상황을 그녀에게서 가려주고 싶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제후가 머뭇거리자 권 회장의 눈이 아란을 향했다.&lt;br&gt; 어서 들어가서 인사 드리거라.&lt;br&gt; 결혼하고 나선 처음인데 무척 보고 싶었을 것 아니냐.&lt;br&gt; 제후는 사정도 모르고 아란을 몰아다 붙이는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.&lt;br&gt; 그렇다고 보는 눈, 듣는 귀 많은 이 자리에서 사실을 얘기할 수도, 경거망동을 저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c2/73/baek6217/folder/208/img_208_1584_14?1261913027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누나! 그 때 어디선가 남자아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아란의 다리에 매달려 얼굴을 비비댔다.&lt;br&gt; 아란이 몸을 굽히더니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 올렸다.&lt;br&gt; 이제 다섯 살이나 됐을까 누가 보면 엄마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녀를 빼닮은 꼬마였다.&lt;br&gt; http://atoo.ucckor.co.kr  누구야? 내 동생 재영이요.&lt;br&gt; 결혼식 때 안 봤었어요? 하지만 아란이 넌외동딸이잖아, 라고 말하려다가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아마도 이 아 이는 새어머니에게서 난 의붓동생일 것이다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 누구야? 아저씨? 제후는 맹랑한 꼬마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.&lt;br&gt; 아란이 웃으며 동생의 말을 정정했다.&lt;br&gt; 재영아, 아저씨가 아니라 매형이야.&lt;br&gt; 누나랑 결혼한 사람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랑 결혼했어? 엄마랑 아빠처럼 같이 사는 거야? 아빠라기보다는 차라리 할아버지가 낫겠다.&lt;br&gt; 제후는 획, 팔짱을 끼며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 다.&lt;br&gt; 그럼 아기는 어디 있어? 결혼하면 엄마 아빠처럼 아기도 낳는 거잖아.&lt;br&gt; 재영이 동생 어디 있어? 덕분에 아란의 긴장이 덜어지긴 했지만 누나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 처남이 마음에 들지 않 는 제후였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목에 목도리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팔을 풀려는 찰나, 손님 방 문이 열리더 니 그녀의 부모님이 나왔다.&lt;br&gt; 아이를 어르고 있던 아란이 새어머니를 보고는 동생을 거실바닥에 내려놓았다.&lt;br&gt; 엄마한테 갈래, 재영아? 누나는 어디 가야 되거든.&lt;br&gt; 웅웅, 싫어.&lt;br&gt; 누나도 같이 집에 가.&lt;br&gt; 응? 재영아, 이리 온.&lt;br&gt; 저 낳아준 엄마가 부르는데도 재영은 누나에게만 매달려 징징거렸다.&lt;br&gt; 제후가 발을 공중으로 동동대는 아이를 떼어다 엄마에게 안겨주었다.&lt;br&gt; 고마워, 권 서방.&lt;br&gt; 그리고 너도 오랜만이구나.&lt;br&gt; 잘 지냈니? 새어머니의 마지못한 눈길이 아란에게 닿았다.&lt;br&gt; 염려했던 거와 달리 아란은 떨지도 않고 말 을 받았다.&lt;br&gt; 걱정해주신 덕분에요.&lt;br&gt; 아버지도 건강하시죠? 나야 늘 잘 있지.&lt;br&gt; 이 사람이 잘 http://alr.me  챙겨주니까.&lt;br&gt; 아내의 어깨를 안으며 다정스레 대답하는 아란의 아버지를 보면서 제후는 역겨움마저 일었 다.&lt;br&gt; 당연히 그러시겠죠.&lt;br&gt; 힘들게 재혼하셨는데 오죽 하시겠어요? 삐딱한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.&lt;br&gt; 아란이 그러지 말라는 듯 제후의 팔을 잡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을 뿐 더러 제후도 그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.&lt;br&gt; 너무 사이가 좋아서 딸이 어떻게 사는지는 궁금하시지도 않나 봐요.&lt;br&gt; 저희 결혼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전화 한 통도 안 하시고 말입니다.&lt;br&gt; 저도 부러울 정도라니까요.&lt;br&gt; 농담 속에 드러나는 가시.&lt;br&gt; 은 사장 내외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흐려지는 것을 보며 권 회장 이 나섰다.&lt;br&gt; 제후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? 할아버진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히나 계세요, 소리가 이 사이에서 걸렸다가 목으로 넘어갔 다.&lt;br&gt; 제후는 조롱기를 입가에 걸었다.&lt;br&gt;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.&lt;br&gt; 하지만 없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뭘 잘못했는지 전 모르겠 는데요.&lt;br&gt; 제후야! 마침내 권 회장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제후가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오히 려 건방진 눈동자 속에 두 사람을 가두어 노려볼 뿐이었다.&lt;br&gt; 당신들도 깨달아야 돼.&lt;br&gt;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, 때늦은 사랑 놀음으로 무시당해 내쳐진 자식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당신들도 알아야 돼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그럼 천천히 놀다 가세요.&lt;br&gt; 저희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하거든요.&lt;br&gt; 얼굴 풀어.&lt;br&gt;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?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아란은 내내 불안한 얼굴이었다.&lt;br&gt; 너도, 지금 내가 너무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?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고?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해서 그래요.&lt;br&gt; 오빠도 괜히 저 때문에 은 아란.&lt;br&gt;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던 제후가 무서운 얼굴로 아란을 돌아보았다.&lt;br&gt; 말해두는 데 너하고는 상관없이 내가 한 말이야.&lt;br&gt;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대하는 그 분들 태도에 내가 기분이 나빠서 한 마디 한 거라고.&lt;br&gt; 알았어? 아란이 눈길을 돌리면서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기분 잡치게 그런 얼굴도 하지 말고.&lt;br&gt; 이래서야 둘이 여행 가는 기분도 안 나잖아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안 그럴게요.&lt;br&gt; 이러니 당하고만 살았지.&lt;br&gt; 제후는 침을 꿀꺽 삼키고 http://fman.webdaum.net  화를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은 아란, 너 여기서 조금만 나빠지면 안 되겠냐? 까짓 망신 한 번 준 거 가지고 마음 쓰 지 마.&lt;br&gt; 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기나 할 거 같아? 사실은 아란이 입술을 오물거렸다.&lt;br&gt; 사실은 저도 속이 시원했어요.&lt;br&gt; 오빠가 그 말 안 했으면 내가 했을지도 몰라요.&lt;br&gt; 다만 오빠 가 할아버지 눈에 나는 건 아닐까, 사람들이 오빠 나쁘게 보면 어쩌나 그게 걱정됐어요.&lt;br&gt; 제후가 피식, 코웃음을 쳤다.&lt;br&gt;거기 온 손님 중에 나 그렇고 그런 놈인 거 모르는 사람 없 어.&lt;br&gt; 그래도 나 때문에 오빠 나쁘게 보이는 거 싫어요.&lt;br&gt; 정말로요.&lt;br&gt; 네 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기지 않는데 왜 네 눈엔 내가 안 보이는 걸까.&lt;br&gt; 제후는 속 이 쓰렸다.&lt;br&gt; 그만해라.&lt;br&gt; 빼도 박도 못할 말 가지고 가타부타 떠드는 거, 머리 아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6/tistory/2009/12/26/04/01/4b350c27b6106 &gt;&lt;br&gt;&lt;br&gt; 제후는 몸을 의자에 묻으면서 눈을 감았다.&lt;br&gt; 그를 가만, 쳐다보는 아란의 시선과 이내 고개를 돌리는 나즈막한 한숨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했다.&lt;br&gt; 기대하게 만들지 마.&lt;br&gt; 네 착한 눈빛을 마주하는 게 얼마나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 알아? 사랑은 느낄수록 괴로웠다.&lt;br&gt; 낯설고 힘들었다.&lt;br&gt;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호텔에서 보낸 VIP 전용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들어갔다.&lt;br&gt; 우와~예쁘다!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객실에 짐을 풀자마자 아란은 곧장 발코니로 뛰어나갔다.&lt;br&gt; 그러더니 인어공주가 되어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할 것처럼 난간을 손으로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.&lt;br&gt; 여기 진짜 마음에 들어요.&lt;br&gt;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감사하는 말씀 꼭 드려야겠어요.&lt;br&gt; 할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입었던 답답한 정장 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제후는 대답했다.&lt;br&gt; 그러던지.&lt;br&gt; 직접 마중을 나온 지배인의 말에 따르면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방이라고 했다.&lt;br&gt; 이틀을 머무는 데 190만원이고 사흘에 26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형의 허니문 패키지용 객실이란다.&lt;br&gt; 얼른 옷 갈아입어.&lt;br&gt; 바다 보고 싶다며.&lt;br&gt; 조금만 더 보구요.&lt;br&gt; 제후가 니트 셔츠에 청바지로 갈아입을 동안까지 아란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 음속에 불쑥 짓궂은 장난기가 돌았다.&lt;br&gt; 아쉬워하며 허리를 바로세우는 아란의 등에 제후의 가슴이 닿았다.&lt;br&gt; 그만 보고 가자니까.&lt;br&gt; 제후는 두 팔로 각각 아란의 어깨와 허리를 둘러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.&lt;br&gt; 아니면,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그냥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까? 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싫다.&lt;br&gt; 넌 내가 마법을 풀어줄 때만 살아 숨을 쉬는 인형이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그그치만 아까 집에서두 거긴 거기고 호텔에서 하는 건 처음이잖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목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를 헤치면서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물었다.&lt;br&gt; 불그스 름한 입술자욱과 고른 치흔(齒痕)이 남았다.&lt;br&gt; 게다가 우린 부부고어디에서도 거리낄 게 없어야 한다고.&lt;br&gt; 아란의 귓불을 깨물며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허리를 안았던 손이 내려가 스커트를 밀어올리고 매 끈한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.&lt;br&gt; http://gkc.mainucc.me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.&lt;br&gt; 자어떻게 할까? 밖으로 나가서 멍청한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줄까, 아니면 이 곳에 서 갑자기 돌아선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감으며 입술을 맞댔다.&lt;br&gt; 등 뒤로 파닥이며 스커트를 들추는 바람만큼이나 그녀의 행동은 대담했다.&lt;br&gt; 아란이 입술을 떼었다.&lt;br&gt; 원해요.&lt;br&gt; 해요.&lt;br&gt; 한 음절이 숨어 나왔지만 제후는 그 말이 허락의 뜻임을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요정들의 눈물처럼 수정이 되어 떨어질 듯 잔잔한 물기가 아란의 눈에 고인다.&lt;br&gt; 아란아 그의 뺨을 쓸어내리는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나 겁쟁이야.&lt;br&gt; 나 너 데리고 도망 온 거야.&lt;br&gt; 밑도 끝도 없이 퍼 올리는 말이었다.&lt;br&gt; 어둠에 깊이를 감춘 우물에서 처음 두레박으로 퍼 올 린 맑은 물이었다.&lt;br&gt; 사실은 내가 오빠.&lt;br&gt; 제후의 팔 안에서 아란의 허리가 휘어지며 다가갔다.&lt;br&gt; 코끝이 부딪치는 거리에서 아란은 제 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.&lt;br&gt; 그 말 꼭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면, 하고 나서 오빠 마음 상하게 할 말이라면 하지 마요.&lt;br&gt; 사람들 떠나서 둘이 있는 거잖아요.&lt;br&gt; 그러니 아무 생각 하지 마요.&lt;br&gt; 여행 왔으니까 좋은 기억만 만들어요.&lt;br&gt; 아무도 끼워주지 말고 그냥 우리 생각만 하면서 지내요, 네? 그녀가 말하는‘우리’는 특별하게 들린다.&lt;br&gt; 너는 너, 나는 나가 아닌 우리.&lt;br&gt; 그런데 그 우리 사이에 누가 끼어들면 어떻게 하지? 하나도 아닌 둘.&lt;br&gt; 너를 좋아하는 사람,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가 널 영원히 차지할 수 있는 걸 막아버리 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? 너 좋아하 바로 그 때 제후의 핸드폰이 주인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긴장이 푹 수그러드는 걸 느끼면서 아 란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고 거실로 들어갔다.&lt;br&gt; 여보세요? 제후, 네 이 녀석! 할아버지셨다.&lt;br&gt; 제후는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알았어요, 알았어.&lt;br&gt; 제가 잘못했어요.&lt;br&gt; 이제 됐죠?! 제후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.&lt;br&gt; 그리고 아예 핸드폰의 배터리를 뽑아 버렸다.&lt;br&gt; 오빠아란은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.&lt;br&gt;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래.&lt;br&gt; 돌아가면 틀림없이 배로 혼나겠지만 아무도 너한테 뭐라 안 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.&lt;br&gt; 아란이 고개를 저었다.&lt;br&gt; 부부는 일심동체랬어요.&lt;br&gt; 오빠가 잘못한 건 내가 잘못한 거고 난, 오빠가 할아버지한테 혼 나는 거 싫어요.&lt;br&gt; 그래? 제후는 웃는 듯 마는 듯 입가를 찡그렸다.&lt;br&gt;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에 대해 ‘우리’를 강조하는 아란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.&lt;br&gt; 나중에 할아버지가 부르시면 저도 데리고 가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줄게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줘? 어감이 재미있었다.&lt;br&gt; 마지못한 미소는 진심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.&lt;br&gt; 하긴.&lt;br&gt;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 예뻐하시니까 너 데리고 가면 야단은 덜 맞겠다.&lt;br&gt;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미소가 제후를 따라 아란의 얼굴에 고였다.&lt;br&gt; 그저 바 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웃고 있으면 온 세상이 빛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http://yes1.net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.&lt;br&gt;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아냐? 그건 다 권 제후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야.&lt;br&gt;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먼 손가락으로 가리킨 그를 보고 승원과 미진이 했던 말이었다.&lt;br&gt; 무표정한 얼굴을 녹여보고자 웬만한 미모를 갖춘 여자들이 줄줄이 덤벼들었지만 마음을 얻고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했다.&lt;br&gt; 떠난 사람이 여자가 먼저든 권 제후가 먼저든 그가 미련을 갖고 찾는 경우도 없다 했다.&lt;br&gt; 포기해.&lt;br&gt; 저 선배 맘 좀 뺏어보겠다고 설치다가 바보 된 애들 하나둘인 줄 아냐? 친구들의 만류에도 변함없던 절실한 외바라기에 하늘도 감동하셨는지 인연이 맺어졌고 심지 어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게까지 되었다.&lt;br&gt;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제후는 아란의 몸만은 좋아했다.&lt;br&gt; 진짜 속을 내비치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녀가 없으면 가끔 서운해 한다고 느꼈다.&lt;br&gt; 그리고 그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.&lt;br&gt; 바라만 보고 말도 못 걸던 옛날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을, 아란은 보내고 있었다.&lt;br&gt; 하지만 헤어지면? 나한테 싫증을 내고 계약을 끝내자고 말하면? 가슴에 싸한 통증이 찾아왔다.&lt;br&gt; 아란은 작은 콧소리 섞인 한숨을 쉬며 제후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안겼다.&lt;br&gt; 그리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시원한 향수냄새와 체취를 숨 속으로 담아 넣었다.&lt;br&gt; 언젠가 그가 떠날 때 언젠가 혼자 남겨질 때,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며 견딜 수 있도록.&lt;br&gt; 제주도로 밀월여행을 다녀온 다음부터 제후는 강의라든가 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7e/14/bmwno1000/folder/3/img_3_1051_12?1261913432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할 때를 빼 고는 아란을 옆에 붙이고 다녔다.&lt;br&gt; 결혼을 빨리 해서 못해봤던 평범한 데이트도 했다.&lt;br&gt; 강의가 비는 시간 틈틈이 전화를 하고 기다리고 만나고, 아란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녔다.&lt;br&gt; 같이 술 마실 시간도 없냐는 친구들의 비아냥거림도 권 제후, 사람 달라졌다고 신기한 눈으 로 쳐다보는 여자들의 시선도 상관없었다.&lt;br&gt; 그저 그만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.&lt;br&gt; 권 제후가 만든 시간 속에서 권 제후를 생각하는 것으 로 아란의 머릿속을 채워주고 싶었다.&lt;br&gt; 오빠, 이거 봐요! 아란이 갑자기 제후의 팔을 잡으며 멈춰 섰다.&lt;br&gt; 학교 앞 분식점에서 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소화 시킬 겸 아이쇼핑을 하다가 쇼윈도에 걸린 목걸이가 예쁘다고 들른 보석 전문점 안이었다.&lt;br&gt; 크리스탈로 만든 거래요.&lt;br&gt; 너무 예쁘죠? 아란이 가리킨 것은 손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큐피드 상이었다.&lt;br&gt; 앙증맞은 날개를 달고 하 트가 달린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.&lt;br&gt; 사줄까? 카운터에 있던 여직원 중 하나가 쪼르르 달려오는 걸 보며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정말요?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안 될 게 뭐야.&lt;br&gt; 너나 나나 어차피 돈만 남아도는 집 자식들이잖아.&lt;br&gt; 내가 맘만 먹으면 이 http://adiskx.whesan.com 보석가게 전부를 사다가 안겨줄 수도 있다고.&lt;br&gt; 거드름을 피우는 제후의 말투에 아란이 웃는다.&lt;br&gt; 소리 없는 웃음에 그녀의 양 볼에는 깜찍한 볼우물이 진다.&lt;br&gt; 두 개였으면 좋겠는데 손때가 묻을까 조각상 아래 빌로드 천이 깔린 상자를 통째로 들고 있던 아란이 중얼거렸다.&lt;br&gt; 응? 이거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요.&lt;br&gt; 오빠하고 나하고 하나씩 나눠 갖게.&lt;br&gt; 짝 있어요, 손님.&lt;br&gt; 보여드릴까요? 옆에 있던 직원이 카운터로 따라 오란다.&lt;br&gt; 마음만 먹으면 이 보석가게 전부를 사서 안겨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던 까닭에 그녀의 태도는 굉장히 친절했다.&lt;br&gt; 여직원이 뭐라고 얘기를 하자 남자직원이 금고를 열더니 비슷한 크기의 상자를 꺼내고 뚜껑 을 연다.&lt;br&gt; 하트에 화살이 꽂힌 모양의 조각이 누워 있었다.&lt;br&gt; 예쁘다! 아란의 감탄사에 제후가 어깨를 으쓱, 했다.&lt;br&gt; 직원들과 주인의 낯에 화색이 떠오르는 걸 보니 꽤 값이 나가는 모양이었다.&lt;br&gt; 두 분 사귀는 사이세요? 귀족적인 고상함에 적당한 반항기가 돋보이는 근사한 외모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 였다.&lt;br&gt; 여자의 예쁘다는 말 한 마디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꺼내고 카드를 긁는, 성격 화끈한 남자 의 뒷모습을 보던 여직원 하나가 상자 두 개를 포장하며 말을 붙인다.&lt;br&gt; 남자친구가 아가씨한테 푹 빠져 있는 것 같던데 그래요? 아란은 가게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 제후를 창 너머로 쳐다보며 대답했다.&lt;br&gt; 가능성은 없었지만 듣기는 좋았다.&lt;br&gt; 이왕이면 커플링도 하지 그래요? 혼자 덜렁하니 우정 반지 같은 거 끼지 말고, 사귄지 오 래 된 사이면 웃고 있던 아란의 얼굴이 굳어버렸다.&lt;br&gt; 즐거워서 까닥거리던 손가락의 움직임도 투명한 유리 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저희, 부분데요.&lt;br&gt; 부부요? 그치만 남자 분은 반지를 끼고 있지 않던 손님의 달라진 표정을 보고 여직원은 입을 다물었지만 말은 뱉어진 다음이었다.&lt;br&gt;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비참함이었지만 아란은 막 포장이 끝난 상자를 들고 훌쩍 밖으로 나와 버렸다.&lt;br&gt; 더 듣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모르는 사람에게 계약에 묶인 부부라서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형식상의 관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약속.&lt;br&gt; 아란아! 담배를 태우며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던 제후는 그가 기다리는 것조차 잊은 듯 앞 을 지나쳐 황망히 걸음을 옮기는 아란을 보고 대충 통화를 마무리 하고 그녀에게 뛰어갔다.&lt;br&gt; 어디 가.&lt;br&gt; 오늘 할아버지 만나러 가기로 아란의 팔을 잡아 돌려세운 제후는 뜻밖에도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과 http://ccc1.me/naver/2477.php 맞닥뜨린 순간 말 을 끝맺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.&lt;br&gt; 원망, 분노 하여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이었다.&lt;br&gt; 낼까요? 목이 메는 음성으로 아란은 제후를 쳐다봤다.&lt;br&gt; 그냥 우리 여기서 끝낼까요? 뭐? 할아버지 앞에서 오빠가 사 준 선물이라고 좋아하며 자랑하는 아란의 얼굴을 볼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제후의 낯이 구겨졌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라면 그냥 여기서 끝내자고요!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을 시간도 달래줄 틈도 없었다.&lt;br&gt; 하얀 얼굴 가득 눈물을 터트린 아란 은 그대로 뒤돌아서 뛰어가 버렸다.&lt;br&gt;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.&lt;br&gt; 아란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그만큼 당황스러웠다.&lt;br&gt; 바닥 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 올리며 제후는 아득한 불안함으로 심장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.&lt;br&gt; 죄죄송합니다, 손님.&lt;br&gt; 아까의 여직원이 옆에 서 있었다.&lt;br&gt; 제가 실수를 했어요.&lt;br&gt; 두 분이 결혼하신 줄도 모르고 그만 커플링이나 하는 게 어떻겠냐 고 커플링? 제후는 무심결에 왼손 약지를 내려다보았다.&lt;br&gt; 아란과는 달리 어떤 구속도 허용치 않을 것처 럼,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텅 비어 있는 그의 손가락을.&lt;br&gt; 직원이 알고 말했던 것도 아니고 제후의 고의도 아니었지만 비싼 선물을 덥석 안겨주고는 아란의 마음을 깔아뭉갠 꼴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진작에 끼고 다녔어야 했는데 쑥스러움에 미뤄두었던 일이 치부를 드러내 그녀가 망신을 당 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뭐야?! 당신 눈에는 그 비싼 반지가 고작 우정 반지로 보였단 말야? 죄죄송합니다.&lt;br&gt; 정말 죄송합니다.&lt;br&gt; 어떻게 보상을 해야 이 여자에겐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후는 화가 났다.&lt;br&gt; 아니 그보다, 바람이 팽팽했던 풍선이 터져버린 것 같은 아란의 눈동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.&lt;br&gt; 화를 냈다는 건 그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뜻인데 말이다.&lt;br&gt; 나한테 기대를 해? 그 남자가 아닌 나한테? 본가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었다.&lt;br&gt; 할아버지가 생신 때의 일에 대해 뭐라고 꾸중을 하셨는지 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제후는 집에 가면 아란의 화를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가만 고민하고 있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33/tistory/2009/12/26/03/36/4b35062e8d7f1 &gt;&lt;br&gt;&lt;br&gt; 여자의 눈치를 보는 일이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라면 용기를 낼 수도 있는 제후였다.&lt;br&gt; 불안하진 않았다.&lt;br&gt; 어느 덧 심장을 내 준 사람이기에 그리고 문득 문득 기대를 갖게 만드는 아란의 행동에 대한 설레임이 가슴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.&lt;br&gt; 상한 속을 달래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라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건 아닌가 했지만 옥외 주차장에서 떨리는 맘으로 올려다 본 그들의 보금자리에는 불이 커져 있었다.&lt;br&gt; 저녁나절, 그렇게 아란과 헤어지고 내내 구겨져 있던 제후의 얼굴이 반가움으로 펴졌다.&lt;br&gt; 엘 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고작 3층 내려오는 http://naveryo.com/naver/3749.php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.&lt;br&gt; 가쁜 호흡에 들먹이는 심장을 억누르며 벨을 누르려는 찰나 문이 먼저 열렸다.&lt;br&gt; 왔어요? 어응.&lt;br&gt; 아까 그러고 간 게 미안해선지 아란은 어색한 음성으로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래도 죄책감이 드는 건 아란이 아니라 제후 쪽이었다.&lt;br&gt; 집에는 언제 왔어? 온 지 한 시간쯤 됐어요.&lt;br&gt;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아란의 어깨에서 바람이 인다.&lt;br&gt; 그 모습을 보자 잠시나마 가졌던 제 후의 설레임은 구석으로 밀려난다.&lt;br&gt; 아까 그 말 왜 한 거야? 내던지는 말이 퉁명스러웠다.&lt;br&gt; 아란이 침실로 향하던 걸음을 멈춘다.&lt;br&gt; 말해두겠지만 우리 결혼 오빠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죠.&lt;br&gt; 아란이 말을 가로채며 뒤돌아섰다.&lt;br&gt; 내가 아쉬워서 매달린 결혼이니까 혼자였던 생활로 돌아간다고 해도 오빠는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거죠?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? ! 내 마음 같은 거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거죠? 내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받아들였는지 오빠한테는 아무 상관없는 거죠? 굵은 눈물방울이 아롱져 바닥으로 떨어진다.&lt;br&gt; 제후는 울컥하는 마음에 아란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.&lt;br&gt; 그러는 넌! 너만 아픈 게 아니란 말이다.&lt;br&gt;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로 두고 사는 나는 편한 줄 알아? 멀쩡한 줄 알아? 넌 뭘 그렇게 잘했는데? 날 다그칠 만큼 순결한 요조숙녀에 조강지처야? 겉으로는 나밖 에 모르는 여자처럼 하고 다녀도 막상 뒤로는 여우짓하고 다니는 지 어떻게 알아? 아니에요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 오빠밖에 없어요.&lt;br&gt; 왜 몰라요 꼭 말로만 해야 되는 거에요? 마음으로 날 봐줄 수는 없는 거에요?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악에 받친 한 마디가 아란의 입을 뚫고 터져 나왔다.&lt;br&gt;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 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제후의 눈빛이 주춤했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손을 뿌리쳤다.&lt;br&gt;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축하한다는 말 듣고 싶었어요.&lt;br&gt;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더 이상 비참해질래야 비참해질 수도 없었다.&lt;br&gt; 손으로 가리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 큼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 걸 느끼며 아란이 뛰쳐나간다.&lt;br&gt; 멍하니 서 있던 제후가 탕! 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.&lt;br&gt; 아아란아! 제후는 신발도 신지 않고 따라 나갔지만 아란은 보이지 않았다.&lt;br&gt; 두리번거리며 황급한 심정 으로 그녀를 찾는 그의 귀에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꺄아악! 사람이 다쳤어요, 누가 좀 도와줘요! 설마 하는 불안감에 심장이 내려앉으면서 소름이 돋았다.&lt;br&gt;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 서 제후는 여자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.&lt;br&gt; 계단이 있는 곳이었다.&lt;br&gt; 사람들이 그리로 모여들었다.&lt;br&gt; 이름도 모르는 이웃들을 헤치고 들어간 제후의 눈이 커졌다.&lt;br&gt; 아란아! 계단 아래,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분명 아란이었다.&lt;br&gt; 벗겨진 한 짝의 신 발이 계단 중간에 걸쳐져 있었다.&lt;br&gt; 아란아, 제발! 넋 나간 표정으로 아란을 안아든 제후가 창백해진 그녀의 뺨을 두드리다 말고 웅성대며 모 여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.&lt;br&gt; 뭣들 하는 거에요! 사람이 다쳤는데! 구급차, 누구 구급차 좀 불러줘요!! 가벼운 뇌진탕이라면서! 그거 말고는 다친 데도 없다면서 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? 방안이 다 쩌렁쩌렁 울렸다.&lt;br&gt; 의사 생활 25년에 http://ccc1.me/naver/582.php 이렇게 막 되먹고 시끄러운 보호자는 처음 보겠다고 생각하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을 꺼냈다.&lt;br&gt; 자자, 일단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으십시오.&lt;br&gt; 그래야 저도 무슨 말씀을 드리던지 할 것 아 닙니까? 뒤에 서 있던 권 회장이 제후의 어깨를 두드렸다.&lt;br&gt; 노인의 자애로운 눈빛이 거친 감정에 휩 싸인 손자의 마음을 다독였다.&lt;br&gt;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환자분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.&lt;br&gt; 약간의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 은 것 외에는 이봐, 의사 선생!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? 뭔가 새로운 걸 얘기해 보라고! 나는 왜 아란이 가 깨어나지 못하는지에 묻고 있잖아! 제후야! 할아버지의 엄한 목소리에 제후는 억지로 숨을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문제는 환자분이 거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.&lt;br&gt; 무의식중에 깨어나는 걸 거부하는 것 같습 니다.&lt;br&gt; 뭔가 두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.&lt;br&gt; 그럼 어떻게 해야 지금으로썬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.&lt;br&gt; 어떤 확약도 드릴 수가 의사가 말끝을 줄였다.&lt;br&gt; 제후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.&lt;br&gt; 구급대에 실려 온지 벌써 사흘 밤낮을 넘겼는데 아란은 죽은 듯이 잠만 잘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.&lt;br&gt; 죽은 듯이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 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 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무너졌다.&lt;br&gt; 이대로 영원한 잠에 들어 깨어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, 다시는 아란의 맑은 웃음을 볼 수 없 는 건 아닌가 방정맞은 생각들이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머릿속을 오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지친 발을 끌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깊은 잠에 든 아란의 얼굴은 평온해보였지만 그와 함께 하는 일상이 두려워 일어나지 못한 다는 말에 제후의 가슴은 핏빛 멍울이 지고 몇 톤짜리 돌을 얹은 것 마냥 무거웠다.&lt;br&gt; 다가가 의자를 끌어다놓고 앉았다.&lt;br&gt;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대고 눈을 감았 다.&lt;br&gt; 눈물 한 줄기가 제후의 뺨을 타고 흘렀다.&lt;br&gt; 아직은 아직은 아니잖아.&lt;br&gt; 나한테 실망하고 화나더라도 내가 철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참아주라.&lt;br&gt; 부부란 원래 그런 거 잖아.&lt;br&gt; 나란 놈한테 실망해서 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널 채웠다고 해도 이런 모습이 마지막이면 안 되는 거잖아.&lt;br&gt; 아란아 내 목소리 들리면 좀 일어나봐.&lt;br&gt; 내 마음 알기 http://csh.shemijin.com 전까지는 멀리 가지마.&lt;br&gt; 나 놔두고 혼자 먼 데로 떠나지마.&lt;br&gt; 다시 그녀 없는 시간이 흘렀다.&lt;br&gt; 네 번의 낮과 밤이 일상을 만들며 지나갔다.&lt;br&gt; 학교에는 가야 된다는 할아버지의 엄명에 따르 긴 했지만 제후는 아란의 간호를 맡은 사람이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 이었다.&lt;br&gt; 강의가 끝나면 끼니를 챙길 틈도 없 이 달려오곤 했다.&lt;br&gt; 제 에미 애비가 죽은 후로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중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권 회장은 손 자며느리가 걱정되면서도 아란에게 몰두하는 제후의 모습을 다행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았다.&lt;br&gt; 제후는 남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생일에 아란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모르는 척 했던 것도 손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였다.&lt;br&gt; 아란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쉴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마음이 안식처를 찾았다는 걸 말이다.&lt;br&gt; 이제 미움 받는 역할은 그만해도 될 것 같군.&lt;br&gt; 그동안 수고했네.&lt;br&gt; 어느 날 새벽인가 아란을 간호하다 곁에 엎드려 잠이 든 제후를 보며 권 회장은 병실을 나 와 밖에서 문병 차, 들렀던 공범에게 말했다.&lt;br&gt; 그 녀석이 미처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처음부터 좋아했을 걸요.&lt;br&gt; 민준이 미소로 답했다.&lt;br&gt; 그런데 언제쯤 말해주는 게 좋을까요? 이번 일도 있고 두 사람 다, 슬슬 진실을 알 때도 된 것 같은데.&lt;br&gt; 내버려 두게.&lt;br&gt;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제 3자보다 서로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제일 행복할 테니까.&lt;br&gt; 제후가 마음을 숨기는 바보짓만 하지 않는다면요.&lt;br&gt; 그 때 낮은 굽의 샌들을 신고 복도를 뛰어오는 간호사 한 명이 있었다.&lt;br&gt; 그녀는 권 회장에게 다다르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.&lt;br&gt; 은 아란씨 보호자 되시죠? 빨리 병실에 좀 와주셔야겠어요.&lt;br&gt; 우리 아이가 깨어났습니까? 그게 아니고 병실로 환자분의 아버지라는 분이 찾아오셨는데 손자 분이 막 더 듣지 않아도 상황을 짐작하는 권 회장이었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알고 있는 이상은 그랬다.&lt;br&gt; 어둠에 묻힌 복도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병실이 http://atoo.ucckor.co.kr 있었다.&lt;br&gt; 활짝 열린 문으로 넓은 용적의 빛이 바닥을 비추고 거기선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가! 여기서 사라지라고! 당신이 무슨 아버지라고 딸이 다쳐서 입원해 있는데도 일주일 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당신이 무슨 아버지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4.tistory.com/image/20/tistory/2009/12/26/02/46/4b34fa823c183 &gt;&lt;br&gt;&lt;br&gt; 의사가 뭐라고 한 줄 알아? 잘못하면 평생 저러고 있을 수도 있대.&lt;br&gt; 부모라는 사람들이 결 혼이란 명목으로 팔아넘긴 딸이 영원히 잠들어서 죽을 때까지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대! 그거 알기나 해? 깨어나면 두려 운 일이 기다리는 것처럼 깨어나는 걸 거부하고 있대.&lt;br&gt; 이보게 권 서방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란의 아버지가 사위에게 낯을 보이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후 가 말을 가로챘다.&lt;br&gt; 당신과, 당신의 새 아내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짐이었는지 몰라도 아란이 이제 나한테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야.&lt;br&gt; 누구한테도 상처받지 못하게 내가 지킬 거고 아무도 이 아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일 있으 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그러니 가.&lt;br&gt; 여기서 사라지고 다시는 오지 마! 절규.&lt;br&gt; 그리고 차마 말해주지 못한 사랑.&lt;br&gt; 우리 누나 아파?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문틈으로 제후와 은 사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권 회장과 민준의 귀에 아이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누나 이제 못 일어나? 재영이었다.&lt;br&gt; 엄마보다 배다른 누나를 더 따르던 그녀의 동생이었다.&lt;br&gt; 아저씨 우리 누나 죽었어?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재영이 제후의 바지를 잡고 흔들었다.&lt;br&gt; 재수 없는 소리 집어 쳐! 죽긴 누가 죽었다고 그래! 아이의, 아란을 빼닮은 눈동자에 다시금 죄책감이 스며들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이가 놀랄 수 있다 는 것도 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.&lt;br&gt; 방금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끅끅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재영은 누나의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.&lt;br&gt; 부벼대는 눈이 붉었다.&lt;br&gt; 제 후는 한숨을 쉬며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었다.&lt;br&gt; 미안하다, 꼬마야.&lt;br&gt; 아저씨가 잘못했어.&lt;br&gt; 누나 안 죽어.&lt;br&gt; 그냥 자고 있는 거잖아.&lt;br&gt; 일어날 거야.&lt;br&gt; 꼭 일어나서 널 안아줄 거야.&lt;br&gt; 누나에게 http://alr.me 그랬던 것처럼 재영은 제후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.&lt;br&gt; 아이들 특유의 달콤한 체취가 한가득 안겨왔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안듯이 아이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달랬다.&lt;br&gt; 아무 일 없을 거야정말로.&lt;br&gt; 목이 메어왔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민준이, 그리고 할아버지가 문간에 서 있었다.&lt;br&gt; 본의 아니게 엿들은 꼴이 되어 버렸구나, 미안하다.&lt;br&gt; 언제 오셨어요? 그리고 민준이 너는? 제후는 재영을 안은 채로 일어났다.&lt;br&gt; 아란이 문병 왔다가 할아버지를 만나서 담배 한 대 태우고 들어오는 길이야.&lt;br&gt; 괜찮아? 네 녀석 온 건 하나도 안 반가워.&lt;br&gt; 민준이 피식 웃으며 사돈과 함께 나가는 권 회장을 쳐다봤다.&lt;br&gt; 은 사장의 무거운 걸음새를 보아하니 긴 얘기가 될 것 같았다.&lt;br&gt; 곧 반가워하게 될 걸.&lt;br&gt; 너, 나하고 잠깐 얘기 좀 하자.&lt;br&gt; 아란이 걱정되면 여기서 해도 좋 고.&lt;br&gt; 옆 침대에 재영을 재워놓고 있을 때 캔 커피 두 개를 든 민준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너 어제도 밤샜다면서 몸은 괜찮은 거냐? 중간 중간 자니까 견딜 만 해.&lt;br&gt; 달고 시원한 냉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잠이 깨는 듯 했다.&lt;br&gt; 아란이 좋아하지? 캔을 들어올리던 제후의 손이 공중에서 우뚝 멈췄다.&lt;br&gt; 내 말이 맞냐?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가 제후의 입가를 맴돌았다.&lt;br&gt; 민준이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뭐 너 하는 짓 봐선 묻지 않아도 당연한 얘기다만 그냥 확인해 본 거다.&lt;br&gt; 그 때 내가 아 란이 좋아한다고 했던 거 기억 나냐? 그래서.&lt;br&gt;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?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냐? !! 경악의 표정이 제후의 얼굴에 떠올랐다.&lt;br&gt; 민준이 바닥에 깔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캔을 살살 흔들었다.&lt;br&gt; 그래, 맞아.&lt;br&gt; 나 너한테 거짓말 했다.&lt;br&gt; 난 너 만큼이나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친 구의 여자를 노릴 정도로 비열한 놈은 아니야.&lt;br&gt; 그런데 왜 나한테 부탁한 사람이 있었어.&lt;br&gt; 네가 행복해지기를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이.&lt;br&gt; 할아버지가? 민준은 제후의 생각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.&lt;br&gt; 내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어땠을 거 같냐? 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 서투르잖아.&lt;br&gt; 할아버 지는 진실을 깨닫도록 너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거야.&lt;br&gt; 지기 싫어하는 네 성격에 누가 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가만히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싫어도 http://fman.webdaum.net 지키려고 노력할 테니까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신 거지.&lt;br&gt; 결 국 할아버지의 판단은 옳았고 지금 넌 여기 이 자리에 있잖아.&lt;br&gt; 아란이도 이 사실 알아? 몰라.&lt;br&gt; 아마 내가 자기한테 접근한 게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걸.&lt;br&gt; 그 녀석, 너도 알겠 지만 사람을 너무 잘 믿어.&lt;br&gt;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도 안 하고 덥석 믿어버려.&lt;br&gt; 제후는 허무함에 웃음이 나왔다.&lt;br&gt; 그 동안의 고민이 다 쓸데없는 거였다니.&lt;br&gt; 말이나 들어보자.&lt;br&gt; 너 아란이 찾아가서 뭐라고 했냐? 어느 덧 경계심을 풀은 눈동자였다.&lt;br&gt; 민준이 싱긋 웃었다.&lt;br&gt;궁금하냐? 그걸 말이라고 해? 할아버지랑 짜고 나 속인 건 괘씸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용서해준 다.&lt;br&gt; 음처음엔 반지 얘기 하면서 속을 찔러봤고 두 번째는 너희들이 계약 결혼 한 거 알고 있다고 했고, 세 번째는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지.&lt;br&gt; 그랬더니 뭐래? 선배가 뭘 원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을 거에요, 그러더라.&lt;br&gt; 아마도 내가 자기한테 구애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나봐.&lt;br&gt; 순진한 녀석.&lt;br&gt; 진심하고 장난도 구분 못하는 바보.&lt;br&gt; 가까이 있으면서도 참 어려운 사랑을 하는 커플이었다.&lt;br&gt; 자식이, 그러는 저는 바보짓 안 한 줄 아나.&lt;br&gt; 민준은 아직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생 각하는 어리석은 친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.&lt;br&gt; 너도 속아 넘어갔으면서 뭘 그래.&lt;br&gt; 나한테 주먹질까지 하고.&lt;br&gt; 한 민준 연기력이 좋았던 거지.&lt;br&gt; 정작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지만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비단 아란의 입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에서라도 그녀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고도 멀쩡할 자신이 없었다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왜.&lt;br&gt; 나 힘들다.&lt;br&gt;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데 그 아이가 원하면 보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놔 줄 수가 없어.&lt;br&gt; 욕심 부리면 정말 아란이가 달아날지 모르는데 원래 사람 좋아하는 건 다 그런 거야.&lt;br&gt; 민준은 제후의 어깨를 툭툭 쳤다.&lt;br&gt; 그리고 너처럼 지극정성인 남자 놔두고 어딜 가겠냐? http://gkc.mainucc.me 도망가더라도 일주일 동안 잠 못 자 고 밥 못 먹어가며 고생한 네 은공은 갚고 가라고 그래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웃으라고 한 말이었는데 친구를 부르는 한숨이 깊었다.&lt;br&gt; 그런 만큼 그의 사랑도 깊었다.&lt;br&gt; 아란이 쓰러졌던 날, 나한테 처음 화를 내더라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 나 하냐고,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막 울어 버리더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9f/17/bmwno110/folder/3/img_3_11_10?1261913794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아무 에게도 축하받은 적 없다던 생일날에 날 만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에 단 한 사람 오빠한테만은 축하받고 싶었다고 그러더 라.&lt;br&gt; .&lt;br&gt; 사랑이 없어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난 항상 그 앨 다치게만 만들더라.&lt;br&gt; 나중에 보니 까 내가 그 앨 내쫓아버렸더라.&lt;br&gt; 제후야 아, 맞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면 늦기 전에 끝내자고 아란이가 그러더라.&lt;br&gt; 한 민준, 너 어떻게 생각해? 나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? 걸리는 게 많군.&lt;br&gt; 민준은 한 조각 희망도 남지 않은 얼굴로 넋두리를 하는 친구가 가여웠다.&lt;br&gt; 그리고 그의 이런 사랑을 모른 채 마음을 가두고 잠이 들어있는 아란에게 화가 나려고 했다.&lt;br&gt; 아란이 보내고 너 혼자 살 자신 있어? 자신이야 있지.&lt;br&gt; 미쳐버릴 자신.&lt;br&gt; 죽어도 돌아볼 사람 없으니 원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 자 신.&lt;br&gt; 그럼 보내지마.&lt;br&gt;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다 꼭 붙들어 두고 살아.&lt;br&gt; 내가 너 사랑하니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곁에만 있어달라고 졸라.&lt;br&gt; 은 아란은 착하니까 소원을 들어줄 거야.&lt;br&gt; 억지 부려서 더 정 떨어진다고 하면? 이런 겁쟁이! 권 제후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? 그럴 일 없을 거야.&lt;br&gt; 내가 장담해.&lt;br&gt; 민준은 제후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웃어주었다.&lt;br&gt; 제후를 향한 아란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친구는 확실히 달라졌다.&lt;br&gt; 조각 같은 외모와 냉담한 분위기로 여자들을 녹이던 권 제후 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.&lt;br&gt; 사랑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겁을 내고 두려워하고, 고 민을 했다.&lt;br&gt; 만약 아란이 끼고 다니던 순결반지의 주인공이 바로 자기라는 걸 알게 되면 제후가 뭐라고 그럴까 문득 궁금해지는 민준이었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병원 로비.&lt;br&gt; 그를 배웅하러 나온 친구에게 민준은 마지막 충고를 했다.&lt;br&gt;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아란이네 아버지한테 심하게 굴지 마라.&lt;br&gt; 판단은 네가 아니라 아란 이의 몫으로 남겨둬야지.&lt;br&gt; 아무리 그래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분 아니냐.&lt;br&gt; 알았어.&lt;br&gt; 아란이 일어나면 그동안 장난쳐서 미안했다고 대신 사과도 건네주고.&lt;br&gt; 알았다니까.&lt;br&gt; 택시를 부른 민준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든다.&lt;br&gt;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 제후는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아직도 깊은 잠에 들어 있는 아란을 보았지만 이제는 기다림마저 달가웠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의식을 잃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잠이 들어 있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보며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키스를 하면 일어나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마저 들었다.&lt;br&gt; http://yes1.net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깨어 있을 때처럼 여전히 보드랍고 향기가 난다.&lt;br&gt; !! 세 번째 키스를 하고 제후가 얼굴을 들려했을 때 목에 둘려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늘고 미약 한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졌다.&lt;br&gt; 설마, 설마!!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기대감에 제후는 감았던 눈을 떴다.&lt;br&gt;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아란의 눈 동자가 무려 8일 만에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너너 말이 나오질 않았다.&lt;br&gt; 한없이 기쁜 순간에 너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.&lt;br&gt; 응, 나 일어났어요.&lt;br&gt; 나 진짜 많이 잤죠? 젠장!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에 왈칵, 목이 메어 오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은 제후의 몸을 가만히 밀면서 일어났다.&lt;br&gt; 제후가 얼른 아란의 어깨를 잡아 부축해주었다.&lt;br&gt; 그래, 이 잠꾸러기야.&lt;br&gt; 무슨 잠을 8일씩이나 자냐?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겨주다가 제후는 부서질 것 같은 아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.&lt;br&gt; 며 칠 사이 수척해진 몸에, 줄무늬 환자복 속으로 느껴지는 헐거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빨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누가 발을 잡고 안 나줬어요.&lt;br&gt; 눈을 뜨고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반겨줄 사람 아무도 없다고 그냥 여기서 살라고 그랬어요.&lt;br&gt; 까만 옷에 얼굴도 없는 무서운 사람이 자꾸 날 붙잡았어요.&lt;br&gt; 무서웠어? 아란은 대답을 하지 않고 손깍지를 끼어 제후의 등을 안았다.&lt;br&gt; 그의 어깨 언저리가 천천히 젖어왔다.&lt;br&gt; 그녀의 몸이 흐느낌으로 떨리고 있었다.&lt;br&gt; 미안해 입술을 깨물었다.&lt;br&gt; 가까스로 참아내는 그녀의 눈물은 고통이 되어 제후의 심장으로 배겨왔다.&lt;br&gt; 다시는 너 혼자 무서운 꿈에 남겨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.&lt;br&gt; 무료야설다운로드 우린 항상 같이 있을 거야.&lt;br&gt; 언제든 널 지켜줄 거야.&lt;br&gt;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그리고 나도, 널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아란의 감은 눈꺼풀에 입을 맞추며 제후는 말했다.&lt;br&gt; 창 밖으로 먼동이 트고 있었다.&lt;br&gt;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 날과 하늘을 두고 제후는 그렇게 가 슴을 저리며 찾아온 첫사랑을 고백했다.&lt;br&gt; 아빠가 새엄마랑 헤어지기로 했대요.&lt;br&gt; 은 사장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아란이 저녁때를 훌쩍 넘겨 들어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아빠 없는 동안에 나한테 함부로 한 거 전주댁 아줌마한테 들었나 봐요.&lt;br&gt; 그동안 아빠 노 릇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그랬어요.&lt;br&gt; 전주댁 아줌마는 아란이 여섯 살 때부터 은 사장네 살림을 봐줬던 사람이었다.&lt;br&gt; 엄마가 돌아 가시고 나서 유일하게 정을 붙인 사람이라고, 새 엄마가 들어와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면서는 더욱 의지를 했던 사람이라 고 아란은 얘기하곤 했었다.&lt;br&gt; 재영이는? 엄마가 데려가서 키운다고 하셨는데 확실한 건 모르겠어요.&lt;br&gt; 원래 재영이가 새 엄마보단 나하고 아빠를 잘 따랐거든요.&lt;br&gt; 제후는 알 만 하다는 듯 말했다.&lt;br&gt; 치장하고 가꾸느라 아이 돌 볼 틈도 없었나보지.&lt;br&gt; 아마도요.&lt;br&gt; 아란의 얼굴에서 긍정의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.&lt;br&gt; 그래도 http://adiskx.whesan.com 새 엄마가 계서서 아빠가 행복하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왠지 아빠가 이혼 을 결정하신 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죄송스러워요.&lt;br&gt; 난 아무래도 좋다는 사고방식은 버려.&lt;br&gt; 남을 위해서 희생할 생각만 하지 말고 좀 이기적으 로 굴어봐.&lt;br&gt; 아란이 넌 행복할 자격 충분히 있어.&lt;br&gt; 제후는 마주 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.&lt;br&gt; 아, 그리고 나 커피 마실 건데 생각 있으면 같이 마시자.&lt;br&gt;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구수한 커피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.&lt;br&gt; 휘파람을 불면서 주방으 로 들어가는 제후를 보며 아란은 혼자 웃었다.&lt;br&gt;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제후는 줄곧 다정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.&lt;br&gt; 처음엔 보상 심리 때문인 가 의심도 해보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의 다정함은 변함이 없었고 스스럼없는 장난기와 짓궂은 행동은 그들이 보통의 신혼부부 처럼 살고 있다고 아란이 생각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계약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랑해서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다.&lt;br&gt; 알았지? 끝내자는 말 절대로 하지 마.&lt;br&gt; 이제 겨우 두 달 좀 넘게 살아보고 맞는다느니 안 맞는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자.&lt;br&gt; 퇴원 기념으로 찾은 레스토랑에서 제후는 그런 말을 했다.&lt;br&gt; 손을 끌어다 잡으며 조심스레 말 을 내는 그의 눈을 보면서 아란은, 제후와의 관계에 좋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고 머잖아 그의 마음이 진 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.&lt;br&gt; 제후를 믿게 되었다.&lt;br&gt; 요즘만 같으면 세상에 무엇도 바랄 것 없는 사람처럼 아란은 행복했다.&lt;br&gt; 거기에 욕심 부려 한 가지 소원을 빈다면 그도 그녀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.&lt;br&gt; 그녀 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고 싶었다.&lt;br&gt; 커피 향 좋지? 좋아요.&lt;br&gt;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아란이 한모금의 향을 들이마셨다.&lt;br&gt; 정말이지 저 웃는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까봐 애태웠던 걸 생각하면 그녀가 얄밉기까지 한 제후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9f/17/bmwno110/folder/3/img_3_11_10?1261913794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잔잔히 부딪치는 시선에 아란이 뺨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.&lt;br&gt; 근데 왜 그렇게 쳐다봐요? 예뻐서.&lt;br&gt; 제후는 턱을 괴고 키득 웃었다.&lt;br&gt; 장난치지 마요.&lt;br&gt; 장난 아닌데.&lt;br&gt; 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 거야.&lt;br&gt; 한층 노골적인 시선에 부끄러움이 또르르 몰렸다.&lt;br&gt; 아란은 잔을 손으로 감싸고 살그머니 제 후의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.&lt;br&gt; 왜 모르고 살았을까.&lt;br&gt; 너처럼 귀엽고 착한 아이 옆에다 두고도 왜 모르고 지냈을까.&lt;br&gt; 커피를 다 마신 아란이 잔을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받침대에 얹고는 허둥지둥 주방을 나간 다.&lt;br&gt; 뒷모습을 쫓던 제후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따랐다.&lt;br&gt; 그리고 아란의 팔을 잡아 침실로 들어간 다음 문을 잠갔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보상 받고 싶다.&lt;br&gt; 너 없이 혼자 보냈던 것만큼 우리의 시간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고 싶다.&lt;br&gt; 오늘 http://ccc1.me/naver/2477.php 너 안아도 돼? 그그치만 거절해도 소용없어.&lt;br&gt; 보름동안 참아줬으니까 오늘은 내 맘대로 할 거야.&lt;br&gt; 물러서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안으면서 제후는 아란의 몸을 침대에 밀치듯 쓰러트렸다.&lt;br&gt; 성 급한 손길을 따라 드러나는 여자의 몸에 호흡이 가빠왔다.&lt;br&gt; 건강이 나빠졌다고 며칠 햇빛 구경을 안 시킨 탓인지 피부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.&lt;br&gt; 이 아 름다운 몸을 옷으로 가리면 오히려 죄가 될 것처럼 보였다.&lt;br&gt; 내일 토요일이지? .&lt;br&gt; 그럼 우리 밤새도록 여기서 놀자.&lt;br&gt; 전화와도 받지 말고 누가 벨 눌러도 열어주지 말고 내 일 아침까지 놀다가 자자.&lt;br&gt; 몰라요.&lt;br&gt; 싫어요가 아니라 몰라요다.&lt;br&gt; 늘 처음 만난 남자에게 몸을 열어주는 것처럼 아란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.&lt;br&gt;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잘 하면서 그에게만 그런다.&lt;br&gt; 그런 아란의 행동이 제후에게는 &lt;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사람&gt;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 졌다.&lt;br&gt; 그리고 매번 처녀를 방문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선사했다.&lt;br&gt; 싫으면 지금 말하던가.&lt;br&gt; 아란이 시트를 끌어올려 가슴을 가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싫어도 오빠 맘대로 한다면서요.&lt;br&gt; 후후, 이제 보니 삐지기도 하잖아? 제후는 아란의 화내는 모습이 신기했다.&lt;br&gt; 언제나 그 앞에선 쥐 죽은 듯 꼬리를 내리고 하라 는 대로 따라주던 그녀가 처음으로 반항이라는 걸 했다.&lt;br&gt; 은 아란.&lt;br&gt; 야릇한 붉은 빛이 아란의 얼굴에 떠돌았다.&lt;br&gt; 지금 당장 아란의 몸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고 싶은 걸 참으면서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내가 어떤 여자 좋아하는지 말해줄까? 어떤 여자좋아하는데요? 그녀가 순진하게 되묻는다.&lt;br&gt; 역으로, 아란의 몸을 아래에 두고 있는 제후의 얼굴은 짓궂은 헌 터의 표정이 된다.&lt;br&gt; 오늘 밤 넌 죽었어, 라는 뜻이다.&lt;br&gt; 나한테 저항하는 여자.&lt;br&gt; 좋으면서도 싫다고 말해서 날 더 부추기는 여자.&lt;br&gt; 수차례의 절정이 지났다.&lt;br&gt; 몸과 몸이 먹고 먹혔다.&lt;br&gt; 흥분을 부추긴 대가로 아란은 밤새도록 시달렸지만 한 번도 제후를 거절하지 않았다.&lt;br&gt; 물러서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오빠가 원하는 게 내 몸이라면 나한테 빠져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.&lt;br&gt; 나한테 집착하도록, 그래서 나 외에는 누구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릴 거야.&lt;br&gt; 새벽녘에 풋잠이 들었던 제후는 아란이 뒤척이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.&lt;br&gt; 부스스한 얼굴로 시 계를 쳐다보니 아침 7시 30분, 샤워도 하지 못하고 잠이 든 지 겨우 세 시간이 지났다.&lt;br&gt; 제후는 끄으응,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깜박여 눈 안으로 들어온 빛을 몰아냈다가 다시 실눈 을 뜨고 옆에 누운 아란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.&lt;br&gt; 적어도 정오까지는 깨지 못할 것처럼 아란은 곤한 잠에 들어 있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끌어다 안으면서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몸을 개켜 일어났다.&lt;br&gt;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http://naveryo.com/naver/3749.php 쑤시고 아팠다.&lt;br&gt; 뜨겁고 격렬했던 정사(情事)의 보상이라 그것도 기꺼 운 제후였다.&lt;br&gt; 시트가 눌렸다 제 자리로 돌아오면서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반짝하는 기 운에 욕실로 들어가던 제후가 되돌아 와 그것을 주웠다.&lt;br&gt; 결혼반지였다.&lt;br&gt; 제후의 손가락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녀석의 짝이다.&lt;br&gt; 아란이 일부러 빼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도 어젯밤의 정신없는 상황에 빠트린 모양이다.&lt;br&gt; 정신없는.&lt;br&gt; 풋 그렇게 좋았나? 황홀한 기억을 되살리며 미소 짓는 제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느다란 백금 링 안에 글자가 새겨져있는 게 보였다.&lt;br&gt; 이니셜이다.&lt;br&gt; 제후는 반지를 쥔 손을 힘주어 쥐었다가 펼쳤다.&lt;br&gt;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간만에 찾아 온 나른한 행복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, 좋아하는 사람 있다.&lt;br&gt; 두렵지만 보고 싶었다.&lt;br&gt; 그녀의 사랑을 차지한 사람을 알고 싶었다.&lt;br&gt; 누구일까? 결혼반지에 이니셜을 새길 정도라면 굉장히 소중한 사람일 텐데, 한 번도 손가락에서 반지 를 빼지 않았던 건 결국 다른 사람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서였던 걸까? 제후는 가슴이 쓰렸다.&lt;br&gt; 그러나 피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.&lt;br&gt; 그래서, 어느 덧 땀이 고인 손바 닥에서 반지를 들어 빛이 잘 드는 쪽으로 들어올렸다.&lt;br&gt; 첫 글자는 K였다.&lt;br&gt; JH? KJH.&lt;br&gt; 뭐야, 내 거하고 똑같 무심코 내뱉은 진실에 제후의 눈동자가, 입이 그대로 굳어버린다.&lt;br&gt; 그러다 천천히 몸을 돌려 세상모르고 잠이 든 아란을 쳐다봤다.&lt;br&gt; 그녀는 말했었다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굴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고.&lt;br&gt; 야? 정말 나야? 네가 좋아하는 사람 정말로 권 제후야? 콧소리까지 내며 자고 있는 그녀가 대답할 리 없건마는 제후는 또 묻고 있었다.&lt;br&gt; 야, 한 민준.&lt;br&gt; 제후 놈 왜 저렇게 분위기 잡냐? 또 와이프랑 한 판 했대? 도서관 자리에 가방을 두기 무섭게 담배를 태운다고 나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책상에 쌓은 전공서 적들을 보며 한숨을 쉬던 서훈이 칸막이 사이로 몸을 제껴 민준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남들은 리포트 마감 맞추느라 골 빠개지는 이 때 얄밉게 돌아다니기나 하고 말이야.&lt;br&gt; 저 자식 머리 좋고 손 빠른 건 알지만 너무 한 거 아냐? 머리 나쁘고 손 늦은 너하곤 다르게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.&lt;br&gt; 내버려둬.&lt;br&gt; 장난스런 무시로 서훈의 입을 막은 민준이었으나, 민준도 얼마 못가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 났다.&lt;br&gt; 궁시렁 대며 책을 넘기던 서훈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.&lt;br&gt; 넌 또 어디 가? 나도 담배나 한 대 태우려고 그런다.&lt;br&gt; 금방 들어올게.&lt;br&gt; http://ccc1.me/naver/582.php 서훈이 콧방귀를 흥, 뀐다.&lt;br&gt; 어이구! 자식이 저만 의리 있는 척 하고 있네.&lt;br&gt; 제후 놈 걱정 되서 그런다고 말하면 내가 너 잡아먹을까봐 그러냐? 친구 사이에 별 걸 다 숨겨.&lt;br&gt; 민준은 이해해줘서 고맙단 표시로 손을 들어보였다.&lt;br&gt; 그리고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확인한 다음 밖으로 나와 제후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있었다.&lt;br&gt; 저 자식 오늘만 담배 한 갑이 넘는데 와이프 마음 알았으면 됐지 또 뭐가 문제인 거야? 불 좀 빌리자.&lt;br&gt; 민준은 털썩, 제후 옆에 주저앉으며 담배를 내밀었다.&lt;br&gt; 뻔히 쳐다보는 표정에 약간의 놀라움 이 깃들었다.&lt;br&gt; 뭐해? 불 좀 빌리자니까.&lt;br&gt; 허연 연기가 둘이 되었다.&lt;br&gt; 새 담배의 3분의 1이 타들어가도록 아무 말이 없던 침묵은 기다 리다 지친 민준이 말을 꺼내면서 깨졌다.&lt;br&gt; 잘 나가다 왜 그러냐.&lt;br&gt; 사랑하는 여자 마음 얻은 걸로는 부족했어? 난 나를 잘 알아.&lt;br&gt;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민준은 금방 제후의 말뜻을 알아들었다.&lt;br&gt; 뭐가 두려운 건데.&lt;br&gt; 끝까지 가지 못할까봐?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던 여자들.&lt;br&gt; 그 속을 헤매던 방황에서 찾은 한 사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4/tistory/2009/12/26/04/12/4b350e9c6807a &gt;&lt;br&gt;&lt;br&gt; 아니면 아란이야? 버리게 될까봐 두려우냐 버림받는 것이 두려우냐, 민준은 묻고 있었다.&lt;br&gt; 대답을 않는 것으로 보아 둘 다 인 것 같았다.&lt;br&gt; 네 곁에 있으면 행복하지 못할까봐 겁나냐? .&lt;br&gt; 미친 놈.&lt;br&gt; 네 곁에 누구씨는 행복해서 죽을라고 하더라.&lt;br&gt; 아란이 그 녀석 생각하는 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거 알지? 민준은 피다 만 담배를 밟아 뭉개며 말을 보탰다.&lt;br&gt; 행복해 하고 있어.&lt;br&gt; 네 눈에 보이잖아.&lt;br&gt; 너도 알고 있잖아.&lt;br&gt; 그 일 권 제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.&lt;br&gt;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궁상떨지 말고 지금 하는 만큼만 해 줘.&lt;br&gt; 넌 해 보지도 않은 놈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? 알려고 해서 알아진 게 아니라 눈에 보인다고 했잖아.&lt;br&gt; 너희 둘 사랑하는 거 눈에 보여.&lt;br&gt; 서 로의 곁에서 행복해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이 보여.&lt;br&gt; 비로소 보이는 웃음이 서글펐다.&lt;br&gt; 민준아 나 제후의 핸드폰이 삐빅 신호음을 냈다.&lt;br&gt; 문자 메시지였다.&lt;br&gt; 제후가 말을 하려다 말고 메시지를 확인한다.&lt;br&gt; 누구야? 아란이? 어.&lt;br&gt; 6시에 경상대 앞에서 만나기로 한 걸 깜박했네.&lt;br&gt; 그러더니 제후는 이렇다 할, 양해도 구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뛰어 들어간다.&lt;br&gt; 그리고 수 분 후 다시 나와 정신없이 가방을 메고 경상대 건물이 있는 쪽으로 사라져버린다.&lt;br&gt; 뭐야, 저 녀석.&lt;br&gt; 얼음 왕자에서 공주의 똘마니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.&lt;br&gt; 혼자 남은 민준이 바닥에 떨어진 제 후의 담배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어본다.&lt;br&gt; 사랑을 하는 친구는 행복해 보였다.&lt;br&gt; 한 달음에 도착할 듯 걸음을 재촉했던 제후는 아란의 모습이 보이기 불과 몇 미터 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아란의 곁에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.&lt;br&gt; 저번에 본 채석이라는 아이는 아니다.&lt;br&gt; 아란이 그 남자와 다정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도, 미소를 지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발은 저절로 서버렸다.&lt;br&gt; 처음 보았을 땐 무작정 손을 낚아 채 데려오고 친구 앞에서 무례한 키스를 퍼붓기까지 했는 데 지금은 소중한 그녀를 그리 대할 맘도 대할 용기도 없다.&lt;br&gt; 하지만 잠시 동안 심장을 욱죄어 오는 통증은 사실이었다.&lt;br&gt; 지금은 가지 말라고 겁먹은 머리가 명령을 내린다.&lt;br&gt; 아란이 다른 남자와 얘기대화의 내용에 상관없이하는 모습만 보면 사라지는 자신감도, 언제 그녀가 그를 버리고 행실 좋고 반듯한 사람을 찾아 가버릴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었다.&lt;br&gt; 조심스러웠다.&lt;br&gt; 화를 낸다기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음을 알았던 듯 그 모습은 그리 오래 눈에 비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손짓을 해가며 대화 를 주고받던 남자가 목례를 하고는 사라진다.&lt;br&gt; 마찬가지 방법으로 인사를 받은 아란이 몸을 나무 그늘의 기둥에 기대며 이내 입 을 가리고 하품을 한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무심코 돌린 시야에 제후의 모습이 들어오자 아란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부른다.&lt;br&gt; 아까와는 다르게 서두르지 않는 보폭으로 제후는 아란에게 걸어갔다.&lt;br&gt; 오래 기다렸어? 이제 6시 20분밖에 안 됐는데요, 뭘.&lt;br&gt; 아란이 손목을 올렸다 내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오해하지 않도록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.&lt;br&gt; 오면서 보니까 누구랑 얘기하고 있던데 그 사람 누구야? 아, 봤어요? 여자 친구가 우리 학교 학생인데 처음 와서 길을 모른다고 그러잖아요.&lt;br&gt; 그럼 그렇지.&lt;br&gt; 설마 별다른 일이야 있겠어.&lt;br&gt; 다른 말은 안 했고? 에? 아아니, 이상한 추파 같은 거 던지지는 않았냐고.&lt;br&gt; 어휴, 이 병신! http://csh.shemijin.com 이상한 걸 물어본 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말은 왜 더듬는 거야.&lt;br&gt; 제후는 속 으로 수도 없이 제 머리를 쥐어박았다.&lt;br&gt; 그건 왜 물어보는 데요? 불현듯 민망해진 표정의 제후와 눈을 맞추던 아란이 눈을 깜박깜박 하더니 고개를 젓는다.&lt;br&gt; 그가 난감해하며 말을 더듬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너넌 내가 다른 여자랑 얘기하고 있으면 좋냐? 이런! 예, 아니오의 단답형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.&lt;br&gt; 그거야 당연히 그럼 됐어, 더 물어보지 마! 북 치고 장구치고 저 혼자 괜히 성질을 부리더니 제후는 혼자서 씩씩 걸어가 버린다.&lt;br&gt; 아란 이 졸졸 뒤를 따라온다.&lt;br&gt; 오빠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? 없었어.&lt;br&gt; 근데 왜 나한테 화내요? 화 안 냈어! 그러니까 자꾸 토 달지 마! 하지만 지금 화내고 있잖아요.&lt;br&gt; 서운함이 실린 음성과 함께 뒤를 따라오던 기척이 멎었다.&lt;br&gt; 제후가 뒤를 돌아보자 아란은 머 쓱한 팔을 쓸어내리며 서 있었다.&lt;br&gt; 상처받은 얼굴이었다.&lt;br&gt; 굳이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큰 눈에선 금방이라도 떼구르르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고여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 다시 제후의 상태를 확인시켜주었다.&lt;br&gt; 오빠 화내고 있다구요.&lt;br&gt; 한숨이 나온다.&lt;br&gt; 왜 소중히 여긴다면서, 좋아한다면서 난 왜 꼭 번번이 저 아일 울리고 마는 걸까.&lt;br&gt; 이제는 정말로 사랑인데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는 그녀였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마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착각에 재 빨리 손을 내밀어 아란의 팔을 잡았다.&lt;br&gt; 미안해.&lt;br&gt; 됐어요.&lt;br&gt; 사실은 그게그래! 리포트 쓰다가 나왔거든.&lt;br&gt; 모레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출하라고 교수가 닦달을 해서 아마 그것 때문에 신경이 좀 예민해져 있었나 보다.&lt;br&gt; 알았어요.&lt;br&gt; 아란은 잡히지 않은 쪽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.&lt;br&gt; 그럼 바쁘다고 얘기하지 뭐하러 나왔어요.&lt;br&gt; 나 혼자서도 집에 갈 수 있는데.&lt;br&gt; 관심도 없었던 리포트가 도움을 줬다.&lt;br&gt; 제후는 그의 말에는 의심을 할 줄 모르는 아란과 300 페이지 분량의 전공서적을 탐독하고 사흘 만에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교수에게 감사했다.&lt;br&gt; 너 어린애잖아.&lt;br&gt; 나 없으면 안 되는.&lt;br&gt; 새록 고이는 웃음에 비로소 마음을 놓고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.&lt;br&gt; 울었으니까 배고플 거 아냐? 손가락 사이로 빈틈이 채워졌다.&lt;br&gt; 조금 걷다 돌아보는 그의 웃음에 그녀도 붉은 눈을 하고 웃었다.&lt;br&gt; 그것가지고 양이 차? 제후가 보기엔 먹는 것 같지도 않았다.&lt;br&gt; 저녁 사준다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데리고 왔더니 아 란은 샐러드에만 손을 대고 식사를 끝낸다.&lt;br&gt; 배불러요.&lt;br&gt; 봐요.&lt;br&gt; 아란이 손을 펴서 조금도 나오지 않은 아랫배를 톡톡 친다.&lt;br&gt; 그래도 이거 먹고 내일 아침까지 버텨야 되잖아.&lt;br&gt; 정말 배 안 고프겠어? 먹는 걸로는 그렇게 욕심 안 나요.&lt;br&gt; 나중에 우리 아이 가졌을 때도 그럴까봐 겁난다, 야.&lt;br&gt; 애기가 뱃속에서 뭘 먹고 크겠냐? 그거야 모르죠, 그 때 가면 곰탕에 두 그릇씩 밥 말아먹을지.&lt;br&gt; 투덜대는 제후를 아란은 쳐다보며 웃는다.&lt;br&gt; 제후가 먹다 말고 고개를 든다.&lt;br&gt; 왜? 아뇨.&lt;br&gt; 그냥 오빠가 나랑 애기 낳을 때까지 살아줄 생각 하고 있는 게 신기해서요.&lt;br&gt; 아이 오빠 닮으면 예쁠 거에요, 그죠? 아란의 말을 들은 제후가 얼굴을 굳혔다.&lt;br&gt; 살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거지.&lt;br&gt; 부부는 동등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니까.&lt;br&gt; 명문 S대의 학벌과 국내 건설회사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의 딸, 귀족적이고 아름다운 외모.&lt;br&gt;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도 제후에 대해서는 항상 자기를 낮추어 보는 아란 이다.&lt;br&gt; 자격지심이 아니라 아직 그의 마음을 모르기에 저러는 것이다 이해는 하면서도 제후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거슬린다.&lt;br&gt; 네가 나에 비해 뭐가 부족한데.&lt;br&gt; 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계약 따윈 이제 신경도 안 쓰고 있어.&lt;br&gt; 그러니 네가 나에 대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일, 없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오빠는 사랑해 본 적 있어요? 조건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만 생각하면 자신이 형편없어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뭔지 알 수 있어요? 내가 뭐?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아니에요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4.tistory.com/image/29/tistory/2009/12/26/02/46/4b34fa735005a &gt;&lt;br&gt;&lt;br&gt;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아? 사람 궁금하게.&lt;br&gt; http://atoo.ucckor.co.kr 있잖아요, 나 오늘 술 마시고 싶은데.&lt;br&gt; 심드렁하던 제후의 눈동자가 반짝, 놀란다.&lt;br&gt; 아란은 종업원이 접시들을 치운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말했다.&lt;br&gt; 오빠는 운전해야 되니까 관두고 나 마시는 거만 봐주면 안 돼요? 나 참.&lt;br&gt; 마시려면 같이 마셔야지.&lt;br&gt; 취하면 호텔 찾아서 하루 자면 되잖아.&lt;br&gt; 레스토랑을 나온 두 사람은 제후가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들른다는 호프집을 찾았 다.&lt;br&gt; 8시가 갓 넘은 초저녁인데도 단골들이 많아 벌써부터 시끌시끌했다.&lt;br&gt; 어렵사리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.&lt;br&gt; 뭐 마실래? 오빠가 정해요.&lt;br&gt; 난 아무 거나 상관없으니까.&lt;br&gt; 아란이 순진한 얼굴로 양 팔을 뻗어 소파를 짚고 다리를 모아 앉는다.&lt;br&gt; 투명한 유리 테이블 아래로 허벅지가 반은 보이는 미니스커트가 골반에서부터 아슬아슬하게 감고 있다.&lt;br&gt; 그러고 보니 내내 핸드백으로 허벅지를 가리고 있던 게 생각이 났다.&lt;br&gt; 비트 강한 댄스 음악 때문인지 어슴푸레 얼굴에 빛을 드리우는 조명 때문인지 늘 대하는 그 녀임에도 제후는 가슴이 떨린다.&lt;br&gt; 조금만 옆으로 가 봐.&lt;br&gt; 파트너가 있음에도 아란을 힐끔대는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영 못마땅했다.&lt;br&gt; 저 자식들, 감히 누구 걸 넘보는 거야? 왜요? 우리가 남이냐? 같이 앉게.&lt;br&gt; 아란이 안으로 물러 들어갔다.&lt;br&gt; 제후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안아 자 기 쪽으로 돌린다.&lt;br&gt; 저항도 않는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향이 녹아 입 안에서 뒤엉킨다.&lt;br&gt; 아란을 훔쳐보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하려던 것이었지만 애초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촉촉하고 도톰한 입술의 감촉에 취해버리는 제후였다.&lt;br&gt; 키스가 깊어지면서 아란이 반응을 보였다.&lt;br&gt; 팔을 제후의 목에 감고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.&lt;br&gt; 등줄기의 움푹 파인 부분을 제후의 손가락이 훑자 아란은 허리를 휘면서 몸을 바짝 갖다 붙인다.&lt;br&gt; 자잠깐만요, 오빠.&lt;br&gt; 등이 푹신한 소파에 닿기 직전에 아란이 제후를 떠민다.&lt;br&gt; 사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젠장, 뭐가? 입맛을 다시며 제후는 아란에게 기울였던 몸을 세워 주위를 둘러보았다.&lt;br&gt; 그녀의 말처럼 이 게 웬 떡이냐 쳐다보는 눈들이 많았다.&lt;br&gt; 언제 웨이터가 다녀갔는지도 모르게 세팅 된 테이블과, 처음에는 수북하게 올라왔을 맥주 거품의 얇은 층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바보 씹탱이들.&lt;br&gt; 남 연애하는 거 처음 보나.&lt;br&gt; 상황의 진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다가 제후는 마지못해 아란을 품에서 놓아주었다.&lt;br&gt; 그녀 는 부끄러운 눈빛이었지만 창피해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옷매무새를 바로 하며 앉는다.&lt;br&gt; 잘못 했어.&lt;br&gt; 제후는 1700㏄ 용량의 차가운 맥주를 작은 잔에 따라 마시고 입술에 묻은 거품을 혀로 쓰 윽, 핥아냈다.&lt;br&gt; 첨부터 호텔로 가는 건데 잘못했어.&lt;br&gt; 거기 가서 둘이 신나게 즐기는 건데.&lt;br&gt; 다른 데로 갈까요? 아란이 온기가 느껴지는 손을 제후의 무릎에 얹었다.&lt;br&gt; 자그마한 압박감에 제후가 마시던 잔 을 놓고 이게 무슨 뜻이냐는 듯 그녀를 쳐다본다.&lt;br&gt; 하다만 거 계속 하고 싶지 않아요? 말귀를 알아들은 제후가 금세 쿡, 웃었다.&lt;br&gt; 살다보니 요조숙녀 은 아란의 입에서 먼저 그걸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도 있구나 싶었다.&lt;br&gt; 좋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.&lt;br&gt; 경험자답게,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인간의 짧고 비밀 스런 사랑을 나누려면 어디가 좋은지는 숙지하고 있었다.&lt;br&gt; 형, 나 거기 좀 쓸게.&lt;br&gt;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눈짓을 하고 제후는 아란을 데리고 좁은 문을 나와 2층으로 올라 갔다.&lt;br&gt; 작은 문이 있었다.&lt;br&gt; 제후가 손잡이를 돌리고는 아란을 들어가게 했다.&lt;br&gt; 잠만 자는 곳인지 가구 하나 형광등 하나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.&lt;br&gt; 키 높은 창문으로 흘러들 어오는 달빛이 야트막한 침대를 비추는 곳이었다.&lt;br&gt; 달칵.&lt;br&gt; 등 뒤로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.&lt;br&gt;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.&lt;br&gt; 오늘 처음 만난 여자와 남자가 http://alr.me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밀애(密愛)의 장소를 찾은 것처럼 아 란과 제후는 잠시 눈을 맞춘다.&lt;br&gt; 그가 다가온다.&lt;br&gt; 붙잡히는 시선 속에서 천천히 긴장이 고조된다.&lt;br&gt; 제후의 팔이 허리를 감싸오자 아란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본다.&lt;br&gt; 하얀 손가락이 제후의 뺨을 스치고 머리칼을 만지다가 목젖을 스친다.&lt;br&gt; 붉은 입술이 탐스럽다.&lt;br&gt; 늘 품 안에서 익숙했던 향기가 어색하게 코를 스치고 떨리는 손가락의 감촉 아래로 부드러 운 피부는 사르르 밀려난다.&lt;br&gt; 음악소리가 귓가에서 웽웽 멀어져가고 맞닿은 심장소리는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.&lt;br&gt; 한껏 달아오른 숨결이 하나가 된 몸을 얽어 묶는다.&lt;br&gt; 뱅그르르 천장이 맴을 돈다.&lt;br&gt; 젖은 숨소리가 방 안을 메운다.&lt;br&gt; 절정의 신음소리가 공중에 부딪치고 야릇한 고통과 쾌감이 뿜어져 나온다.&lt;br&gt; 무저갱(無底坑)의 암흑까지 떨어졌다가 천국의 광명에까지 이른다.&lt;br&gt; 생명과 생명이 만나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들어맞은 그것은 사랑을 잉태한다.&lt;br&gt; 꿈인 듯 환상인 듯 시간이 멈춘다.&lt;br&gt; 앞으론 종종 술 마시러 와야 되겠는 걸.&lt;br&gt;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후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한바탕의 격렬한 운동(!)으로 땀을 빼고 난 다음에 마시는 맥주 맛은 더없이 좋았다.&lt;br&gt; 언제는 호텔 가서 둘이 즐기자면서요.&lt;br&gt; 제후가 쳐다보자 아란이 얼른 눈을 돌리고 입을 다문다.&lt;br&gt; 그녀의 하얀 목에 남은 키스마크가 조금 전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그래서 좋았다는 거야, 싫었다는 거야? 흔하지 않은 아란의 새침한 눈빛에 제후가 운전을 하면서 웃었다.&lt;br&gt; 앵 토라지는 입술이 귀엽 기만 했다.&lt;br&gt; 뭐나쁘지는 않았어요.&lt;br&gt; 차마 대답을 못하겠는지 미적미적, 말을 돌리지만 선수답게 제후는 속뜻을 낚아 채 낸다.&lt;br&gt; 괜찮았으면 집에 가서 한 번 더 할까? 카메라를 샀다.&lt;br&gt; 원하면 바로 찍어서 즉석에서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21/tistory/2009/12/26/03/49/4b35093b3c7f1 &gt;&lt;br&gt;&lt;br&gt; 웨딩 앨범 말고는 볼 만 한 사진을 채워 둔 앨범 하나 없다는 게 제후의 이유였지만 빛나는 두근거림으로 자리해가는 아란의 모습을 잃어버리기는 너무 아까워서 그랬다.&lt;br&gt; 제후는 자석이 달린 예쁜 팬시 제품을 사다가 냉장고에 사진을 붙여 놓기 시작했다.&lt;br&gt; 막 일 어나서 눈을 부비는 모습, 샤워를 하고 나와 젖은 머리를 터는 모습이며 놀이동산에서 재영과 놀아주는 모습 등, 제후의 손에 서는 카메라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.&lt;br&gt; 사진 찍는 걸 싫다고 손사래를 젓던 아란도 점차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다루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.&lt;br&gt; 한 번은 술을 마시고 들어와 퉁퉁 부은 제후의 얼굴을 몰래 찍었다가 냉장고에 붙여놓고 잠 이 깬 그에게 보여주면서 깔깔대기도 했다.&lt;br&gt; 길을 지나다 만난 귀여운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을 찍기도 했지만 그들 사진 속의 주인공은 거의 상대방이었다.&lt;br&gt; 사랑할 운명으로 만나게 된 것처럼 뒤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이었다.&lt;br&gt; 언제부터였을까.&lt;br&gt; 넌 언제부터 내 주위를 맴돌았을까.&lt;br&gt; 내가 모르던 시절의 넌 어떤 모습이었을까.&lt;br&gt; 어떤 http://fman.webdaum.net 모습으로 나를 사랑했을까.&lt;br&gt;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제후는 아란을 더듬어 봤지만 어느 한 조각 기억 속에도 그녀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았다.&lt;br&gt; 아란은 가슴에 안고 다니는 전공서적을 치우고 교복을 입혀놓으면 여고생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풋풋한 인상의 소유자였다.&lt;br&gt; 화려한 옷과 세련된 화장으로 자신을 치장해 남자를 유혹할 줄도 몰랐고 마음에 드는 남자 에게 먼저 접근하는 여자들의 화끈함은 흉내 내지도 못했다.&lt;br&gt; 결혼 전, 그런 여자들만을 찾아 부담 없이 즐겨왔던 제후 쪽에서 보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도 당연했다.&lt;br&gt; 설사 그녀를 알았다 하더라도 처녀를 망가뜨린 무료야설다운로드 책임을 떠맡을 걸 염려해서 거절했을 것이다.&lt;br&gt; 제후는 간혹 등 뒤를 맴도는 아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.&lt;br&gt;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곧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 못하고 외면하는 서글픈 눈빛을.&lt;br&gt; 아란아 난 너를 확인해 보고 싶다.&lt;br&gt; 내게 손 내민 나를 찾아올 용기를 내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너를 위해 심장을 송두리째 내어버린 내 사랑을 알아주길 원한다.&lt;br&gt; 오늘 집에 못 들어온다구요? 벌써 술에 취했는지 전화기 너머 제후의 목소리는 분명하지 않았다.&lt;br&gt;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c2/73/baek6217/folder/208/img_208_1584_14?1261913027.jpg &gt;
&lt;br&gt;http://csh.shemijin.com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6/tistory/2009/12/26/04/01/4b350c27b6106 &gt;
&lt;br&gt;http://atoo.ucckor.co.kr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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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
&lt;br&gt;인터넷성인방송 하나뿐인 딸의 행복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그저 이 결혼을 통해 들어올 회사의 유익과, 눈엣 가시 같은 전처의 딸과 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던 그들은 제후의 입장에서도 좋아질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나중에 다른 세상에 태어나면 그 때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어요.&lt;br&gt; 아란은 오빠도 포함해서요, 란 말은 하지 못했다.&lt;br&gt; 사람 무안하게 톡톡 쏘긴 하지만 친오빠 같은 다정함으로 그녀를 지켜주는 사람 제후의 사랑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.&lt;br&gt; 이렇게 의지할 가슴과 어깨가 있는 것으로 감사하자고 늘 심장을 달래는 그녀였다.&lt;br&gt; 나를 귀찮아하지 않는 사람들 곁에서요.&lt;br&gt; 아란의 한숨을 제후는 키스로 막았다.&lt;br&gt; http://edaum.daumeing.net 촉촉하고 아찔한 입술의 감촉을 겉에서만 느끼기가 아쉬워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넣고는 뜨거운 향기를 나눠 삼켰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걸며 몸을 붙였다.&lt;br&gt; 그의 손에 길들여진 몸은 키스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며 떨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손이 아란의 등 뒤로 가 실크 원피스의 지퍼를 내렸다.&lt;br&gt; 가냘픈 허리를 따라 원피스 가 아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제후도 옷을 벗어던졌다.&lt;br&gt; 여행 얘기만 하고 내려갈 참이었는데 불이 붙자 멈출 수가 없었다.&lt;br&gt; 여느 때처럼 아란은 순결한 나신으로 제후를 받아들였다.&lt;br&gt;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거 친 움직임과 손길을 힘겨워하면서도 순종했다.&lt;br&gt; 제후는 녹초가 되도록 아란을 안고 또 안았다.&lt;br&gt; 미친 사람처럼 아란의 몸속에서 권 제후의 소유를 확인했다.&lt;br&gt; 그는 어느 샌가 그녀가 아니면 쾌락을 느낄 수 없는 남자로 길들여져 있었다.&lt;br&gt; 애 데리고 올라가서 뭘 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니? 손님들 오시는데 나와서 좀 맞지 않 고.&lt;br&gt; 누르면 붉은 물이 떨어질 것 같은 아란의 뺨과 제후의 옷자락을 쥐며 등 뒤로 숨는 그녀의 행동이 위에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권 회장 내외는 짐짓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.&lt;br&gt; 손님들이야 할아버지 만나러 왔지, 저 보러 왔어요? 사돈어른들이 오셨단다.&lt;br&gt;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니? 제후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.&lt;br&gt; 새어머니와 대면해야한다는 말에 핏기가 가시는 아란의 안색 을 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에서 싫다는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 어디 계시는데요? 옷을 쥔 아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.&lt;br&gt; 그녀는 제후의 등으로 바짝 몸을 붙였다.&lt;br&gt; 희미하게 떨 리는 작은 어깨가 안쓰러워서 제후는 견딜 수 없었다.&lt;br&gt; 권 회장이 손가락으로 귀한 손님이 아니면 모시지 않는 방을 가리켰다.&lt;br&gt;다른 손님들과 따 로 모셨다.&lt;br&gt; 매무새 가다듬고 들어가서 인사 여쭙고 나오거라.&lt;br&gt; 제후도 피하고 싶었다.&lt;br&gt; 가능하다면 평소에도 잘 지내냐는 전화 한 통 없는 부모 같지도 않 은 사람들과 아란을 대면시키는 이 상황을 그녀에게서 가려주고 싶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제후가 머뭇거리자 권 회장의 눈이 아란을 향했다.&lt;br&gt; 어서 들어가서 인사 드리거라.&lt;br&gt; 결혼하고 나선 처음인데 무척 보고 싶었을 것 아니냐.&lt;br&gt; 제후는 사정도 모르고 아란을 몰아다 붙이는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.&lt;br&gt; 그렇다고 보는 눈, 듣는 귀 많은 이 자리에서 사실을 얘기할 수도, 경거망동을 저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6/tistory/2009/12/26/03/36/4b3506455949f &gt;&lt;br&gt;&lt;br&gt; 누나! 그 때 어디선가 남자아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아란의 다리에 매달려 얼굴을 비비댔다.&lt;br&gt; 아란이 몸을 굽히더니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 올렸다.&lt;br&gt; 이제 다섯 살이나 됐을까 누가 보면 엄마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녀를 빼닮은 꼬마였다.&lt;br&gt; http://hdaum.daumeing.net  누구야? 내 동생 재영이요.&lt;br&gt; 결혼식 때 안 봤었어요? 하지만 아란이 넌외동딸이잖아, 라고 말하려다가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아마도 이 아 이는 새어머니에게서 난 의붓동생일 것이다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 누구야? 아저씨? 제후는 맹랑한 꼬마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.&lt;br&gt; 아란이 웃으며 동생의 말을 정정했다.&lt;br&gt; 재영아, 아저씨가 아니라 매형이야.&lt;br&gt; 누나랑 결혼한 사람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랑 결혼했어? 엄마랑 아빠처럼 같이 사는 거야? 아빠라기보다는 차라리 할아버지가 낫겠다.&lt;br&gt; 제후는 획, 팔짱을 끼며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 다.&lt;br&gt; 그럼 아기는 어디 있어? 결혼하면 엄마 아빠처럼 아기도 낳는 거잖아.&lt;br&gt; 재영이 동생 어디 있어? 덕분에 아란의 긴장이 덜어지긴 했지만 누나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 처남이 마음에 들지 않 는 제후였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목에 목도리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팔을 풀려는 찰나, 손님 방 문이 열리더 니 그녀의 부모님이 나왔다.&lt;br&gt; 아이를 어르고 있던 아란이 새어머니를 보고는 동생을 거실바닥에 내려놓았다.&lt;br&gt; 엄마한테 갈래, 재영아? 누나는 어디 가야 되거든.&lt;br&gt; 웅웅, 싫어.&lt;br&gt; 누나도 같이 집에 가.&lt;br&gt; 응? 재영아, 이리 온.&lt;br&gt; 저 낳아준 엄마가 부르는데도 재영은 누나에게만 매달려 징징거렸다.&lt;br&gt; 제후가 발을 공중으로 동동대는 아이를 떼어다 엄마에게 안겨주었다.&lt;br&gt; 고마워, 권 서방.&lt;br&gt; 그리고 너도 오랜만이구나.&lt;br&gt; 잘 지냈니? 새어머니의 마지못한 눈길이 아란에게 닿았다.&lt;br&gt; 염려했던 거와 달리 아란은 떨지도 않고 말 을 받았다.&lt;br&gt; 걱정해주신 덕분에요.&lt;br&gt; 아버지도 건강하시죠? 나야 늘 잘 있지.&lt;br&gt; 이 사람이 잘 http://bord.froma.kr  챙겨주니까.&lt;br&gt; 아내의 어깨를 안으며 다정스레 대답하는 아란의 아버지를 보면서 제후는 역겨움마저 일었 다.&lt;br&gt; 당연히 그러시겠죠.&lt;br&gt; 힘들게 재혼하셨는데 오죽 하시겠어요? 삐딱한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.&lt;br&gt; 아란이 그러지 말라는 듯 제후의 팔을 잡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을 뿐 더러 제후도 그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.&lt;br&gt; 너무 사이가 좋아서 딸이 어떻게 사는지는 궁금하시지도 않나 봐요.&lt;br&gt; 저희 결혼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전화 한 통도 안 하시고 말입니다.&lt;br&gt; 저도 부러울 정도라니까요.&lt;br&gt; 농담 속에 드러나는 가시.&lt;br&gt; 은 사장 내외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흐려지는 것을 보며 권 회장 이 나섰다.&lt;br&gt; 제후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? 할아버진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히나 계세요, 소리가 이 사이에서 걸렸다가 목으로 넘어갔 다.&lt;br&gt; 제후는 조롱기를 입가에 걸었다.&lt;br&gt;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.&lt;br&gt; 하지만 없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뭘 잘못했는지 전 모르겠 는데요.&lt;br&gt; 제후야! 마침내 권 회장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제후가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오히 려 건방진 눈동자 속에 두 사람을 가두어 노려볼 뿐이었다.&lt;br&gt; 당신들도 깨달아야 돼.&lt;br&gt;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, 때늦은 사랑 놀음으로 무시당해 내쳐진 자식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당신들도 알아야 돼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그럼 천천히 놀다 가세요.&lt;br&gt; 저희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하거든요.&lt;br&gt; 얼굴 풀어.&lt;br&gt;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?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아란은 내내 불안한 얼굴이었다.&lt;br&gt; 너도, 지금 내가 너무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?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고?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해서 그래요.&lt;br&gt; 오빠도 괜히 저 때문에 은 아란.&lt;br&gt;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던 제후가 무서운 얼굴로 아란을 돌아보았다.&lt;br&gt; 말해두는 데 너하고는 상관없이 내가 한 말이야.&lt;br&gt;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대하는 그 분들 태도에 내가 기분이 나빠서 한 마디 한 거라고.&lt;br&gt; 알았어? 아란이 눈길을 돌리면서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기분 잡치게 그런 얼굴도 하지 말고.&lt;br&gt; 이래서야 둘이 여행 가는 기분도 안 나잖아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안 그럴게요.&lt;br&gt; 이러니 당하고만 살았지.&lt;br&gt; 제후는 침을 꿀꺽 삼키고 http://cman.webdaum.net  화를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은 아란, 너 여기서 조금만 나빠지면 안 되겠냐? 까짓 망신 한 번 준 거 가지고 마음 쓰 지 마.&lt;br&gt; 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기나 할 거 같아? 사실은 아란이 입술을 오물거렸다.&lt;br&gt; 사실은 저도 속이 시원했어요.&lt;br&gt; 오빠가 그 말 안 했으면 내가 했을지도 몰라요.&lt;br&gt; 다만 오빠 가 할아버지 눈에 나는 건 아닐까, 사람들이 오빠 나쁘게 보면 어쩌나 그게 걱정됐어요.&lt;br&gt; 제후가 피식, 코웃음을 쳤다.&lt;br&gt;거기 온 손님 중에 나 그렇고 그런 놈인 거 모르는 사람 없 어.&lt;br&gt; 그래도 나 때문에 오빠 나쁘게 보이는 거 싫어요.&lt;br&gt; 정말로요.&lt;br&gt; 네 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기지 않는데 왜 네 눈엔 내가 안 보이는 걸까.&lt;br&gt; 제후는 속 이 쓰렸다.&lt;br&gt; 그만해라.&lt;br&gt; 빼도 박도 못할 말 가지고 가타부타 떠드는 거, 머리 아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9f/17/bmwno110/folder/3/img_3_12_6?1261913884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제후는 몸을 의자에 묻으면서 눈을 감았다.&lt;br&gt; 그를 가만, 쳐다보는 아란의 시선과 이내 고개를 돌리는 나즈막한 한숨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했다.&lt;br&gt; 기대하게 만들지 마.&lt;br&gt; 네 착한 눈빛을 마주하는 게 얼마나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 알아? 사랑은 느낄수록 괴로웠다.&lt;br&gt; 낯설고 힘들었다.&lt;br&gt;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호텔에서 보낸 VIP 전용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들어갔다.&lt;br&gt; 우와~예쁘다!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객실에 짐을 풀자마자 아란은 곧장 발코니로 뛰어나갔다.&lt;br&gt; 그러더니 인어공주가 되어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할 것처럼 난간을 손으로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.&lt;br&gt; 여기 진짜 마음에 들어요.&lt;br&gt;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감사하는 말씀 꼭 드려야겠어요.&lt;br&gt; 할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입었던 답답한 정장 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제후는 대답했다.&lt;br&gt; 그러던지.&lt;br&gt; 직접 마중을 나온 지배인의 말에 따르면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방이라고 했다.&lt;br&gt; 이틀을 머무는 데 190만원이고 사흘에 26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형의 허니문 패키지용 객실이란다.&lt;br&gt; 얼른 옷 갈아입어.&lt;br&gt; 바다 보고 싶다며.&lt;br&gt; 조금만 더 보구요.&lt;br&gt; 제후가 니트 셔츠에 청바지로 갈아입을 동안까지 아란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 음속에 불쑥 짓궂은 장난기가 돌았다.&lt;br&gt; 아쉬워하며 허리를 바로세우는 아란의 등에 제후의 가슴이 닿았다.&lt;br&gt; 그만 보고 가자니까.&lt;br&gt; 제후는 두 팔로 각각 아란의 어깨와 허리를 둘러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.&lt;br&gt; 아니면,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그냥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까? 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싫다.&lt;br&gt; 넌 내가 마법을 풀어줄 때만 살아 숨을 쉬는 인형이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그그치만 아까 집에서두 거긴 거기고 호텔에서 하는 건 처음이잖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목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를 헤치면서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물었다.&lt;br&gt; 불그스 름한 입술자욱과 고른 치흔(齒痕)이 남았다.&lt;br&gt; 게다가 우린 부부고어디에서도 거리낄 게 없어야 한다고.&lt;br&gt; 아란의 귓불을 깨물며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허리를 안았던 손이 내려가 스커트를 밀어올리고 매 끈한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.&lt;br&gt; http://jkc.mainucc.me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.&lt;br&gt; 자어떻게 할까? 밖으로 나가서 멍청한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줄까, 아니면 이 곳에 서 갑자기 돌아선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감으며 입술을 맞댔다.&lt;br&gt; 등 뒤로 파닥이며 스커트를 들추는 바람만큼이나 그녀의 행동은 대담했다.&lt;br&gt; 아란이 입술을 떼었다.&lt;br&gt; 원해요.&lt;br&gt; 해요.&lt;br&gt; 한 음절이 숨어 나왔지만 제후는 그 말이 허락의 뜻임을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요정들의 눈물처럼 수정이 되어 떨어질 듯 잔잔한 물기가 아란의 눈에 고인다.&lt;br&gt; 아란아 그의 뺨을 쓸어내리는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나 겁쟁이야.&lt;br&gt; 나 너 데리고 도망 온 거야.&lt;br&gt; 밑도 끝도 없이 퍼 올리는 말이었다.&lt;br&gt; 어둠에 깊이를 감춘 우물에서 처음 두레박으로 퍼 올 린 맑은 물이었다.&lt;br&gt; 사실은 내가 오빠.&lt;br&gt; 제후의 팔 안에서 아란의 허리가 휘어지며 다가갔다.&lt;br&gt; 코끝이 부딪치는 거리에서 아란은 제 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.&lt;br&gt; 그 말 꼭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면, 하고 나서 오빠 마음 상하게 할 말이라면 하지 마요.&lt;br&gt; 사람들 떠나서 둘이 있는 거잖아요.&lt;br&gt; 그러니 아무 생각 하지 마요.&lt;br&gt; 여행 왔으니까 좋은 기억만 만들어요.&lt;br&gt; 아무도 끼워주지 말고 그냥 우리 생각만 하면서 지내요, 네? 그녀가 말하는‘우리’는 특별하게 들린다.&lt;br&gt; 너는 너, 나는 나가 아닌 우리.&lt;br&gt; 그런데 그 우리 사이에 누가 끼어들면 어떻게 하지? 하나도 아닌 둘.&lt;br&gt; 너를 좋아하는 사람,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가 널 영원히 차지할 수 있는 걸 막아버리 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? 너 좋아하 바로 그 때 제후의 핸드폰이 주인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긴장이 푹 수그러드는 걸 느끼면서 아 란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고 거실로 들어갔다.&lt;br&gt; 여보세요? 제후, 네 이 녀석! 할아버지셨다.&lt;br&gt; 제후는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알았어요, 알았어.&lt;br&gt; 제가 잘못했어요.&lt;br&gt; 이제 됐죠?! 제후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.&lt;br&gt; 그리고 아예 핸드폰의 배터리를 뽑아 버렸다.&lt;br&gt; 오빠아란은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.&lt;br&gt;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래.&lt;br&gt; 돌아가면 틀림없이 배로 혼나겠지만 아무도 너한테 뭐라 안 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.&lt;br&gt; 아란이 고개를 저었다.&lt;br&gt; 부부는 일심동체랬어요.&lt;br&gt; 오빠가 잘못한 건 내가 잘못한 거고 난, 오빠가 할아버지한테 혼 나는 거 싫어요.&lt;br&gt; 그래? 제후는 웃는 듯 마는 듯 입가를 찡그렸다.&lt;br&gt;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에 대해 ‘우리’를 강조하는 아란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.&lt;br&gt; 나중에 할아버지가 부르시면 저도 데리고 가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줄게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줘? 어감이 재미있었다.&lt;br&gt; 마지못한 미소는 진심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.&lt;br&gt; 하긴.&lt;br&gt;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 예뻐하시니까 너 데리고 가면 야단은 덜 맞겠다.&lt;br&gt;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미소가 제후를 따라 아란의 얼굴에 고였다.&lt;br&gt; 그저 바 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웃고 있으면 온 세상이 빛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http://hmc.naei.net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.&lt;br&gt;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아냐? 그건 다 권 제후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야.&lt;br&gt;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먼 손가락으로 가리킨 그를 보고 승원과 미진이 했던 말이었다.&lt;br&gt; 무표정한 얼굴을 녹여보고자 웬만한 미모를 갖춘 여자들이 줄줄이 덤벼들었지만 마음을 얻고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했다.&lt;br&gt; 떠난 사람이 여자가 먼저든 권 제후가 먼저든 그가 미련을 갖고 찾는 경우도 없다 했다.&lt;br&gt; 포기해.&lt;br&gt; 저 선배 맘 좀 뺏어보겠다고 설치다가 바보 된 애들 하나둘인 줄 아냐? 친구들의 만류에도 변함없던 절실한 외바라기에 하늘도 감동하셨는지 인연이 맺어졌고 심지 어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게까지 되었다.&lt;br&gt;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제후는 아란의 몸만은 좋아했다.&lt;br&gt; 진짜 속을 내비치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녀가 없으면 가끔 서운해 한다고 느꼈다.&lt;br&gt; 그리고 그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.&lt;br&gt; 바라만 보고 말도 못 걸던 옛날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을, 아란은 보내고 있었다.&lt;br&gt; 하지만 헤어지면? 나한테 싫증을 내고 계약을 끝내자고 말하면? 가슴에 싸한 통증이 찾아왔다.&lt;br&gt; 아란은 작은 콧소리 섞인 한숨을 쉬며 제후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안겼다.&lt;br&gt; 그리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시원한 향수냄새와 체취를 숨 속으로 담아 넣었다.&lt;br&gt; 언젠가 그가 떠날 때 언젠가 혼자 남겨질 때,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며 견딜 수 있도록.&lt;br&gt; 제주도로 밀월여행을 다녀온 다음부터 제후는 강의라든가 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9f/17/bmwno110/folder/3/img_3_11_9?1261913794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할 때를 빼 고는 아란을 옆에 붙이고 다녔다.&lt;br&gt; 결혼을 빨리 해서 못해봤던 평범한 데이트도 했다.&lt;br&gt; 강의가 비는 시간 틈틈이 전화를 하고 기다리고 만나고, 아란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녔다.&lt;br&gt; 같이 술 마실 시간도 없냐는 친구들의 비아냥거림도 권 제후, 사람 달라졌다고 신기한 눈으 로 쳐다보는 여자들의 시선도 상관없었다.&lt;br&gt; 그저 그만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.&lt;br&gt; 권 제후가 만든 시간 속에서 권 제후를 생각하는 것으 로 아란의 머릿속을 채워주고 싶었다.&lt;br&gt; 오빠, 이거 봐요! 아란이 갑자기 제후의 팔을 잡으며 멈춰 섰다.&lt;br&gt; 학교 앞 분식점에서 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소화 시킬 겸 아이쇼핑을 하다가 쇼윈도에 걸린 목걸이가 예쁘다고 들른 보석 전문점 안이었다.&lt;br&gt; 크리스탈로 만든 거래요.&lt;br&gt; 너무 예쁘죠? 아란이 가리킨 것은 손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큐피드 상이었다.&lt;br&gt; 앙증맞은 날개를 달고 하 트가 달린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.&lt;br&gt; 사줄까? 카운터에 있던 여직원 중 하나가 쪼르르 달려오는 걸 보며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정말요?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안 될 게 뭐야.&lt;br&gt; 너나 나나 어차피 돈만 남아도는 집 자식들이잖아.&lt;br&gt; 내가 맘만 먹으면 이 http://gcom.nanydaum.com 보석가게 전부를 사다가 안겨줄 수도 있다고.&lt;br&gt; 거드름을 피우는 제후의 말투에 아란이 웃는다.&lt;br&gt; 소리 없는 웃음에 그녀의 양 볼에는 깜찍한 볼우물이 진다.&lt;br&gt; 두 개였으면 좋겠는데 손때가 묻을까 조각상 아래 빌로드 천이 깔린 상자를 통째로 들고 있던 아란이 중얼거렸다.&lt;br&gt; 응? 이거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요.&lt;br&gt; 오빠하고 나하고 하나씩 나눠 갖게.&lt;br&gt; 짝 있어요, 손님.&lt;br&gt; 보여드릴까요? 옆에 있던 직원이 카운터로 따라 오란다.&lt;br&gt; 마음만 먹으면 이 보석가게 전부를 사서 안겨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던 까닭에 그녀의 태도는 굉장히 친절했다.&lt;br&gt; 여직원이 뭐라고 얘기를 하자 남자직원이 금고를 열더니 비슷한 크기의 상자를 꺼내고 뚜껑 을 연다.&lt;br&gt; 하트에 화살이 꽂힌 모양의 조각이 누워 있었다.&lt;br&gt; 예쁘다! 아란의 감탄사에 제후가 어깨를 으쓱, 했다.&lt;br&gt; 직원들과 주인의 낯에 화색이 떠오르는 걸 보니 꽤 값이 나가는 모양이었다.&lt;br&gt; 두 분 사귀는 사이세요? 귀족적인 고상함에 적당한 반항기가 돋보이는 근사한 외모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 였다.&lt;br&gt; 여자의 예쁘다는 말 한 마디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꺼내고 카드를 긁는, 성격 화끈한 남자 의 뒷모습을 보던 여직원 하나가 상자 두 개를 포장하며 말을 붙인다.&lt;br&gt; 남자친구가 아가씨한테 푹 빠져 있는 것 같던데 그래요? 아란은 가게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 제후를 창 너머로 쳐다보며 대답했다.&lt;br&gt; 가능성은 없었지만 듣기는 좋았다.&lt;br&gt; 이왕이면 커플링도 하지 그래요? 혼자 덜렁하니 우정 반지 같은 거 끼지 말고, 사귄지 오 래 된 사이면 웃고 있던 아란의 얼굴이 굳어버렸다.&lt;br&gt; 즐거워서 까닥거리던 손가락의 움직임도 투명한 유리 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저희, 부분데요.&lt;br&gt; 부부요? 그치만 남자 분은 반지를 끼고 있지 않던 손님의 달라진 표정을 보고 여직원은 입을 다물었지만 말은 뱉어진 다음이었다.&lt;br&gt;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비참함이었지만 아란은 막 포장이 끝난 상자를 들고 훌쩍 밖으로 나와 버렸다.&lt;br&gt; 더 듣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모르는 사람에게 계약에 묶인 부부라서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형식상의 관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약속.&lt;br&gt; 아란아! 담배를 태우며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던 제후는 그가 기다리는 것조차 잊은 듯 앞 을 지나쳐 황망히 걸음을 옮기는 아란을 보고 대충 통화를 마무리 하고 그녀에게 뛰어갔다.&lt;br&gt; 어디 가.&lt;br&gt; 오늘 할아버지 만나러 가기로 아란의 팔을 잡아 돌려세운 제후는 뜻밖에도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과 http://ccc1.me/naver/1959.php 맞닥뜨린 순간 말 을 끝맺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.&lt;br&gt; 원망, 분노 하여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이었다.&lt;br&gt; 낼까요? 목이 메는 음성으로 아란은 제후를 쳐다봤다.&lt;br&gt; 그냥 우리 여기서 끝낼까요? 뭐? 할아버지 앞에서 오빠가 사 준 선물이라고 좋아하며 자랑하는 아란의 얼굴을 볼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제후의 낯이 구겨졌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라면 그냥 여기서 끝내자고요!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을 시간도 달래줄 틈도 없었다.&lt;br&gt; 하얀 얼굴 가득 눈물을 터트린 아란 은 그대로 뒤돌아서 뛰어가 버렸다.&lt;br&gt;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.&lt;br&gt; 아란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그만큼 당황스러웠다.&lt;br&gt; 바닥 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 올리며 제후는 아득한 불안함으로 심장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.&lt;br&gt; 죄죄송합니다, 손님.&lt;br&gt; 아까의 여직원이 옆에 서 있었다.&lt;br&gt; 제가 실수를 했어요.&lt;br&gt; 두 분이 결혼하신 줄도 모르고 그만 커플링이나 하는 게 어떻겠냐 고 커플링? 제후는 무심결에 왼손 약지를 내려다보았다.&lt;br&gt; 아란과는 달리 어떤 구속도 허용치 않을 것처 럼,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텅 비어 있는 그의 손가락을.&lt;br&gt; 직원이 알고 말했던 것도 아니고 제후의 고의도 아니었지만 비싼 선물을 덥석 안겨주고는 아란의 마음을 깔아뭉갠 꼴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진작에 끼고 다녔어야 했는데 쑥스러움에 미뤄두었던 일이 치부를 드러내 그녀가 망신을 당 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뭐야?! 당신 눈에는 그 비싼 반지가 고작 우정 반지로 보였단 말야? 죄죄송합니다.&lt;br&gt; 정말 죄송합니다.&lt;br&gt; 어떻게 보상을 해야 이 여자에겐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후는 화가 났다.&lt;br&gt; 아니 그보다, 바람이 팽팽했던 풍선이 터져버린 것 같은 아란의 눈동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.&lt;br&gt; 화를 냈다는 건 그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뜻인데 말이다.&lt;br&gt; 나한테 기대를 해? 그 남자가 아닌 나한테? 본가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었다.&lt;br&gt; 할아버지가 생신 때의 일에 대해 뭐라고 꾸중을 하셨는지 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제후는 집에 가면 아란의 화를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가만 고민하고 있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36/tistory/2009/12/26/04/29/4b3512b69262a &gt;&lt;br&gt;&lt;br&gt; 여자의 눈치를 보는 일이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라면 용기를 낼 수도 있는 제후였다.&lt;br&gt; 불안하진 않았다.&lt;br&gt; 어느 덧 심장을 내 준 사람이기에 그리고 문득 문득 기대를 갖게 만드는 아란의 행동에 대한 설레임이 가슴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.&lt;br&gt; 상한 속을 달래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라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건 아닌가 했지만 옥외 주차장에서 떨리는 맘으로 올려다 본 그들의 보금자리에는 불이 커져 있었다.&lt;br&gt; 저녁나절, 그렇게 아란과 헤어지고 내내 구겨져 있던 제후의 얼굴이 반가움으로 펴졌다.&lt;br&gt; 엘 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고작 3층 내려오는 http://kccc.me/naver/791.php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.&lt;br&gt; 가쁜 호흡에 들먹이는 심장을 억누르며 벨을 누르려는 찰나 문이 먼저 열렸다.&lt;br&gt; 왔어요? 어응.&lt;br&gt; 아까 그러고 간 게 미안해선지 아란은 어색한 음성으로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래도 죄책감이 드는 건 아란이 아니라 제후 쪽이었다.&lt;br&gt; 집에는 언제 왔어? 온 지 한 시간쯤 됐어요.&lt;br&gt;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아란의 어깨에서 바람이 인다.&lt;br&gt; 그 모습을 보자 잠시나마 가졌던 제 후의 설레임은 구석으로 밀려난다.&lt;br&gt; 아까 그 말 왜 한 거야? 내던지는 말이 퉁명스러웠다.&lt;br&gt; 아란이 침실로 향하던 걸음을 멈춘다.&lt;br&gt; 말해두겠지만 우리 결혼 오빠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죠.&lt;br&gt; 아란이 말을 가로채며 뒤돌아섰다.&lt;br&gt; 내가 아쉬워서 매달린 결혼이니까 혼자였던 생활로 돌아간다고 해도 오빠는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거죠?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? ! 내 마음 같은 거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거죠? 내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받아들였는지 오빠한테는 아무 상관없는 거죠? 굵은 눈물방울이 아롱져 바닥으로 떨어진다.&lt;br&gt; 제후는 울컥하는 마음에 아란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.&lt;br&gt; 그러는 넌! 너만 아픈 게 아니란 말이다.&lt;br&gt;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로 두고 사는 나는 편한 줄 알아? 멀쩡한 줄 알아? 넌 뭘 그렇게 잘했는데? 날 다그칠 만큼 순결한 요조숙녀에 조강지처야? 겉으로는 나밖 에 모르는 여자처럼 하고 다녀도 막상 뒤로는 여우짓하고 다니는 지 어떻게 알아? 아니에요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 오빠밖에 없어요.&lt;br&gt; 왜 몰라요 꼭 말로만 해야 되는 거에요? 마음으로 날 봐줄 수는 없는 거에요?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악에 받친 한 마디가 아란의 입을 뚫고 터져 나왔다.&lt;br&gt;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 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제후의 눈빛이 주춤했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손을 뿌리쳤다.&lt;br&gt;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축하한다는 말 듣고 싶었어요.&lt;br&gt;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더 이상 비참해질래야 비참해질 수도 없었다.&lt;br&gt; 손으로 가리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 큼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 걸 느끼며 아란이 뛰쳐나간다.&lt;br&gt; 멍하니 서 있던 제후가 탕! 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.&lt;br&gt; 아아란아! 제후는 신발도 신지 않고 따라 나갔지만 아란은 보이지 않았다.&lt;br&gt; 두리번거리며 황급한 심정 으로 그녀를 찾는 그의 귀에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꺄아악! 사람이 다쳤어요, 누가 좀 도와줘요! 설마 하는 불안감에 심장이 내려앉으면서 소름이 돋았다.&lt;br&gt;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 서 제후는 여자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.&lt;br&gt; 계단이 있는 곳이었다.&lt;br&gt; 사람들이 그리로 모여들었다.&lt;br&gt; 이름도 모르는 이웃들을 헤치고 들어간 제후의 눈이 커졌다.&lt;br&gt; 아란아! 계단 아래,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분명 아란이었다.&lt;br&gt; 벗겨진 한 짝의 신 발이 계단 중간에 걸쳐져 있었다.&lt;br&gt; 아란아, 제발! 넋 나간 표정으로 아란을 안아든 제후가 창백해진 그녀의 뺨을 두드리다 말고 웅성대며 모 여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.&lt;br&gt; 뭣들 하는 거에요! 사람이 다쳤는데! 구급차, 누구 구급차 좀 불러줘요!! 가벼운 뇌진탕이라면서! 그거 말고는 다친 데도 없다면서 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? 방안이 다 쩌렁쩌렁 울렸다.&lt;br&gt; 의사 생활 25년에 http://ccc1.me/naver/1569.html 이렇게 막 되먹고 시끄러운 보호자는 처음 보겠다고 생각하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을 꺼냈다.&lt;br&gt; 자자, 일단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으십시오.&lt;br&gt; 그래야 저도 무슨 말씀을 드리던지 할 것 아 닙니까? 뒤에 서 있던 권 회장이 제후의 어깨를 두드렸다.&lt;br&gt; 노인의 자애로운 눈빛이 거친 감정에 휩 싸인 손자의 마음을 다독였다.&lt;br&gt;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환자분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.&lt;br&gt; 약간의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 은 것 외에는 이봐, 의사 선생!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? 뭔가 새로운 걸 얘기해 보라고! 나는 왜 아란이 가 깨어나지 못하는지에 묻고 있잖아! 제후야! 할아버지의 엄한 목소리에 제후는 억지로 숨을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문제는 환자분이 거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.&lt;br&gt; 무의식중에 깨어나는 걸 거부하는 것 같습 니다.&lt;br&gt; 뭔가 두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.&lt;br&gt; 그럼 어떻게 해야 지금으로썬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.&lt;br&gt; 어떤 확약도 드릴 수가 의사가 말끝을 줄였다.&lt;br&gt; 제후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.&lt;br&gt; 구급대에 실려 온지 벌써 사흘 밤낮을 넘겼는데 아란은 죽은 듯이 잠만 잘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.&lt;br&gt; 죽은 듯이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 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 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무너졌다.&lt;br&gt; 이대로 영원한 잠에 들어 깨어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, 다시는 아란의 맑은 웃음을 볼 수 없 는 건 아닌가 방정맞은 생각들이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머릿속을 오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지친 발을 끌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깊은 잠에 든 아란의 얼굴은 평온해보였지만 그와 함께 하는 일상이 두려워 일어나지 못한 다는 말에 제후의 가슴은 핏빛 멍울이 지고 몇 톤짜리 돌을 얹은 것 마냥 무거웠다.&lt;br&gt; 다가가 의자를 끌어다놓고 앉았다.&lt;br&gt;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대고 눈을 감았 다.&lt;br&gt; 눈물 한 줄기가 제후의 뺨을 타고 흘렀다.&lt;br&gt; 아직은 아직은 아니잖아.&lt;br&gt; 나한테 실망하고 화나더라도 내가 철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참아주라.&lt;br&gt; 부부란 원래 그런 거 잖아.&lt;br&gt; 나란 놈한테 실망해서 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널 채웠다고 해도 이런 모습이 마지막이면 안 되는 거잖아.&lt;br&gt; 아란아 내 목소리 들리면 좀 일어나봐.&lt;br&gt; 내 마음 알기 http://edaum.daumeing.net 전까지는 멀리 가지마.&lt;br&gt; 나 놔두고 혼자 먼 데로 떠나지마.&lt;br&gt; 다시 그녀 없는 시간이 흘렀다.&lt;br&gt; 네 번의 낮과 밤이 일상을 만들며 지나갔다.&lt;br&gt; 학교에는 가야 된다는 할아버지의 엄명에 따르 긴 했지만 제후는 아란의 간호를 맡은 사람이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 이었다.&lt;br&gt; 강의가 끝나면 끼니를 챙길 틈도 없 이 달려오곤 했다.&lt;br&gt; 제 에미 애비가 죽은 후로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중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권 회장은 손 자며느리가 걱정되면서도 아란에게 몰두하는 제후의 모습을 다행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았다.&lt;br&gt; 제후는 남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생일에 아란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모르는 척 했던 것도 손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였다.&lt;br&gt; 아란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쉴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마음이 안식처를 찾았다는 걸 말이다.&lt;br&gt; 이제 미움 받는 역할은 그만해도 될 것 같군.&lt;br&gt; 그동안 수고했네.&lt;br&gt; 어느 날 새벽인가 아란을 간호하다 곁에 엎드려 잠이 든 제후를 보며 권 회장은 병실을 나 와 밖에서 문병 차, 들렀던 공범에게 말했다.&lt;br&gt; 그 녀석이 미처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처음부터 좋아했을 걸요.&lt;br&gt; 민준이 미소로 답했다.&lt;br&gt; 그런데 언제쯤 말해주는 게 좋을까요? 이번 일도 있고 두 사람 다, 슬슬 진실을 알 때도 된 것 같은데.&lt;br&gt; 내버려 두게.&lt;br&gt;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제 3자보다 서로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제일 행복할 테니까.&lt;br&gt; 제후가 마음을 숨기는 바보짓만 하지 않는다면요.&lt;br&gt; 그 때 낮은 굽의 샌들을 신고 복도를 뛰어오는 간호사 한 명이 있었다.&lt;br&gt; 그녀는 권 회장에게 다다르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.&lt;br&gt; 은 아란씨 보호자 되시죠? 빨리 병실에 좀 와주셔야겠어요.&lt;br&gt; 우리 아이가 깨어났습니까? 그게 아니고 병실로 환자분의 아버지라는 분이 찾아오셨는데 손자 분이 막 더 듣지 않아도 상황을 짐작하는 권 회장이었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알고 있는 이상은 그랬다.&lt;br&gt; 어둠에 묻힌 복도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병실이 http://hdaum.daumeing.net 있었다.&lt;br&gt; 활짝 열린 문으로 넓은 용적의 빛이 바닥을 비추고 거기선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가! 여기서 사라지라고! 당신이 무슨 아버지라고 딸이 다쳐서 입원해 있는데도 일주일 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당신이 무슨 아버지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33/tistory/2009/12/26/03/36/4b35062e8d7f1 &gt;&lt;br&gt;&lt;br&gt; 의사가 뭐라고 한 줄 알아? 잘못하면 평생 저러고 있을 수도 있대.&lt;br&gt; 부모라는 사람들이 결 혼이란 명목으로 팔아넘긴 딸이 영원히 잠들어서 죽을 때까지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대! 그거 알기나 해? 깨어나면 두려 운 일이 기다리는 것처럼 깨어나는 걸 거부하고 있대.&lt;br&gt; 이보게 권 서방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란의 아버지가 사위에게 낯을 보이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후 가 말을 가로챘다.&lt;br&gt; 당신과, 당신의 새 아내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짐이었는지 몰라도 아란이 이제 나한테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야.&lt;br&gt; 누구한테도 상처받지 못하게 내가 지킬 거고 아무도 이 아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일 있으 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그러니 가.&lt;br&gt; 여기서 사라지고 다시는 오지 마! 절규.&lt;br&gt; 그리고 차마 말해주지 못한 사랑.&lt;br&gt; 우리 누나 아파?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문틈으로 제후와 은 사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권 회장과 민준의 귀에 아이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누나 이제 못 일어나? 재영이었다.&lt;br&gt; 엄마보다 배다른 누나를 더 따르던 그녀의 동생이었다.&lt;br&gt; 아저씨 우리 누나 죽었어?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재영이 제후의 바지를 잡고 흔들었다.&lt;br&gt; 재수 없는 소리 집어 쳐! 죽긴 누가 죽었다고 그래! 아이의, 아란을 빼닮은 눈동자에 다시금 죄책감이 스며들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이가 놀랄 수 있다 는 것도 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.&lt;br&gt; 방금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끅끅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재영은 누나의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.&lt;br&gt; 부벼대는 눈이 붉었다.&lt;br&gt; 제 후는 한숨을 쉬며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었다.&lt;br&gt; 미안하다, 꼬마야.&lt;br&gt; 아저씨가 잘못했어.&lt;br&gt; 누나 안 죽어.&lt;br&gt; 그냥 자고 있는 거잖아.&lt;br&gt; 일어날 거야.&lt;br&gt; 꼭 일어나서 널 안아줄 거야.&lt;br&gt; 누나에게 http://bord.froma.kr 그랬던 것처럼 재영은 제후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.&lt;br&gt; 아이들 특유의 달콤한 체취가 한가득 안겨왔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안듯이 아이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달랬다.&lt;br&gt; 아무 일 없을 거야정말로.&lt;br&gt; 목이 메어왔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민준이, 그리고 할아버지가 문간에 서 있었다.&lt;br&gt; 본의 아니게 엿들은 꼴이 되어 버렸구나, 미안하다.&lt;br&gt; 언제 오셨어요? 그리고 민준이 너는? 제후는 재영을 안은 채로 일어났다.&lt;br&gt; 아란이 문병 왔다가 할아버지를 만나서 담배 한 대 태우고 들어오는 길이야.&lt;br&gt; 괜찮아? 네 녀석 온 건 하나도 안 반가워.&lt;br&gt; 민준이 피식 웃으며 사돈과 함께 나가는 권 회장을 쳐다봤다.&lt;br&gt; 은 사장의 무거운 걸음새를 보아하니 긴 얘기가 될 것 같았다.&lt;br&gt; 곧 반가워하게 될 걸.&lt;br&gt; 너, 나하고 잠깐 얘기 좀 하자.&lt;br&gt; 아란이 걱정되면 여기서 해도 좋 고.&lt;br&gt; 옆 침대에 재영을 재워놓고 있을 때 캔 커피 두 개를 든 민준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너 어제도 밤샜다면서 몸은 괜찮은 거냐? 중간 중간 자니까 견딜 만 해.&lt;br&gt; 달고 시원한 냉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잠이 깨는 듯 했다.&lt;br&gt; 아란이 좋아하지? 캔을 들어올리던 제후의 손이 공중에서 우뚝 멈췄다.&lt;br&gt; 내 말이 맞냐?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가 제후의 입가를 맴돌았다.&lt;br&gt; 민준이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뭐 너 하는 짓 봐선 묻지 않아도 당연한 얘기다만 그냥 확인해 본 거다.&lt;br&gt; 그 때 내가 아 란이 좋아한다고 했던 거 기억 나냐? 그래서.&lt;br&gt;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?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냐? !! 경악의 표정이 제후의 얼굴에 떠올랐다.&lt;br&gt; 민준이 바닥에 깔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캔을 살살 흔들었다.&lt;br&gt; 그래, 맞아.&lt;br&gt; 나 너한테 거짓말 했다.&lt;br&gt; 난 너 만큼이나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친 구의 여자를 노릴 정도로 비열한 놈은 아니야.&lt;br&gt; 그런데 왜 나한테 부탁한 사람이 있었어.&lt;br&gt; 네가 행복해지기를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이.&lt;br&gt; 할아버지가? 민준은 제후의 생각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.&lt;br&gt; 내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어땠을 거 같냐? 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 서투르잖아.&lt;br&gt; 할아버 지는 진실을 깨닫도록 너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거야.&lt;br&gt; 지기 싫어하는 네 성격에 누가 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가만히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싫어도 http://cman.webdaum.net 지키려고 노력할 테니까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신 거지.&lt;br&gt; 결 국 할아버지의 판단은 옳았고 지금 넌 여기 이 자리에 있잖아.&lt;br&gt; 아란이도 이 사실 알아? 몰라.&lt;br&gt; 아마 내가 자기한테 접근한 게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걸.&lt;br&gt; 그 녀석, 너도 알겠 지만 사람을 너무 잘 믿어.&lt;br&gt;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도 안 하고 덥석 믿어버려.&lt;br&gt; 제후는 허무함에 웃음이 나왔다.&lt;br&gt; 그 동안의 고민이 다 쓸데없는 거였다니.&lt;br&gt; 말이나 들어보자.&lt;br&gt; 너 아란이 찾아가서 뭐라고 했냐? 어느 덧 경계심을 풀은 눈동자였다.&lt;br&gt; 민준이 싱긋 웃었다.&lt;br&gt;궁금하냐? 그걸 말이라고 해? 할아버지랑 짜고 나 속인 건 괘씸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용서해준 다.&lt;br&gt; 음처음엔 반지 얘기 하면서 속을 찔러봤고 두 번째는 너희들이 계약 결혼 한 거 알고 있다고 했고, 세 번째는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지.&lt;br&gt; 그랬더니 뭐래? 선배가 뭘 원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을 거에요, 그러더라.&lt;br&gt; 아마도 내가 자기한테 구애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나봐.&lt;br&gt; 순진한 녀석.&lt;br&gt; 진심하고 장난도 구분 못하는 바보.&lt;br&gt; 가까이 있으면서도 참 어려운 사랑을 하는 커플이었다.&lt;br&gt; 자식이, 그러는 저는 바보짓 안 한 줄 아나.&lt;br&gt; 민준은 아직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생 각하는 어리석은 친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.&lt;br&gt; 너도 속아 넘어갔으면서 뭘 그래.&lt;br&gt; 나한테 주먹질까지 하고.&lt;br&gt; 한 민준 연기력이 좋았던 거지.&lt;br&gt; 정작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지만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비단 아란의 입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에서라도 그녀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고도 멀쩡할 자신이 없었다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왜.&lt;br&gt; 나 힘들다.&lt;br&gt;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데 그 아이가 원하면 보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놔 줄 수가 없어.&lt;br&gt; 욕심 부리면 정말 아란이가 달아날지 모르는데 원래 사람 좋아하는 건 다 그런 거야.&lt;br&gt; 민준은 제후의 어깨를 툭툭 쳤다.&lt;br&gt; 그리고 너처럼 지극정성인 남자 놔두고 어딜 가겠냐? http://jkc.mainucc.me 도망가더라도 일주일 동안 잠 못 자 고 밥 못 먹어가며 고생한 네 은공은 갚고 가라고 그래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웃으라고 한 말이었는데 친구를 부르는 한숨이 깊었다.&lt;br&gt; 그런 만큼 그의 사랑도 깊었다.&lt;br&gt; 아란이 쓰러졌던 날, 나한테 처음 화를 내더라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 나 하냐고,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막 울어 버리더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c2/73/baek6217/folder/208/img_208_1585_17?1261913104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아무 에게도 축하받은 적 없다던 생일날에 날 만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에 단 한 사람 오빠한테만은 축하받고 싶었다고 그러더 라.&lt;br&gt; .&lt;br&gt; 사랑이 없어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난 항상 그 앨 다치게만 만들더라.&lt;br&gt; 나중에 보니 까 내가 그 앨 내쫓아버렸더라.&lt;br&gt; 제후야 아, 맞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면 늦기 전에 끝내자고 아란이가 그러더라.&lt;br&gt; 한 민준, 너 어떻게 생각해? 나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? 걸리는 게 많군.&lt;br&gt; 민준은 한 조각 희망도 남지 않은 얼굴로 넋두리를 하는 친구가 가여웠다.&lt;br&gt; 그리고 그의 이런 사랑을 모른 채 마음을 가두고 잠이 들어있는 아란에게 화가 나려고 했다.&lt;br&gt; 아란이 보내고 너 혼자 살 자신 있어? 자신이야 있지.&lt;br&gt; 미쳐버릴 자신.&lt;br&gt; 죽어도 돌아볼 사람 없으니 원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 자 신.&lt;br&gt; 그럼 보내지마.&lt;br&gt;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다 꼭 붙들어 두고 살아.&lt;br&gt; 내가 너 사랑하니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곁에만 있어달라고 졸라.&lt;br&gt; 은 아란은 착하니까 소원을 들어줄 거야.&lt;br&gt; 억지 부려서 더 정 떨어진다고 하면? 이런 겁쟁이! 권 제후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? 그럴 일 없을 거야.&lt;br&gt; 내가 장담해.&lt;br&gt; 민준은 제후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웃어주었다.&lt;br&gt; 제후를 향한 아란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친구는 확실히 달라졌다.&lt;br&gt; 조각 같은 외모와 냉담한 분위기로 여자들을 녹이던 권 제후 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.&lt;br&gt; 사랑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겁을 내고 두려워하고, 고 민을 했다.&lt;br&gt; 만약 아란이 끼고 다니던 순결반지의 주인공이 바로 자기라는 걸 알게 되면 제후가 뭐라고 그럴까 문득 궁금해지는 민준이었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병원 로비.&lt;br&gt; 그를 배웅하러 나온 친구에게 민준은 마지막 충고를 했다.&lt;br&gt;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아란이네 아버지한테 심하게 굴지 마라.&lt;br&gt; 판단은 네가 아니라 아란 이의 몫으로 남겨둬야지.&lt;br&gt; 아무리 그래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분 아니냐.&lt;br&gt; 알았어.&lt;br&gt; 아란이 일어나면 그동안 장난쳐서 미안했다고 대신 사과도 건네주고.&lt;br&gt; 알았다니까.&lt;br&gt; 택시를 부른 민준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든다.&lt;br&gt;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 제후는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아직도 깊은 잠에 들어 있는 아란을 보았지만 이제는 기다림마저 달가웠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의식을 잃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잠이 들어 있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보며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키스를 하면 일어나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마저 들었다.&lt;br&gt; http://hmc.naei.net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깨어 있을 때처럼 여전히 보드랍고 향기가 난다.&lt;br&gt; !! 세 번째 키스를 하고 제후가 얼굴을 들려했을 때 목에 둘려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늘고 미약 한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졌다.&lt;br&gt; 설마, 설마!!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기대감에 제후는 감았던 눈을 떴다.&lt;br&gt;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아란의 눈 동자가 무려 8일 만에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너너 말이 나오질 않았다.&lt;br&gt; 한없이 기쁜 순간에 너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.&lt;br&gt; 응, 나 일어났어요.&lt;br&gt; 나 진짜 많이 잤죠? 젠장!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에 왈칵, 목이 메어 오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은 제후의 몸을 가만히 밀면서 일어났다.&lt;br&gt; 제후가 얼른 아란의 어깨를 잡아 부축해주었다.&lt;br&gt; 그래, 이 잠꾸러기야.&lt;br&gt; 무슨 잠을 8일씩이나 자냐?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겨주다가 제후는 부서질 것 같은 아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.&lt;br&gt; 며 칠 사이 수척해진 몸에, 줄무늬 환자복 속으로 느껴지는 헐거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빨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누가 발을 잡고 안 나줬어요.&lt;br&gt; 눈을 뜨고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반겨줄 사람 아무도 없다고 그냥 여기서 살라고 그랬어요.&lt;br&gt; 까만 옷에 얼굴도 없는 무서운 사람이 자꾸 날 붙잡았어요.&lt;br&gt; 무서웠어? 아란은 대답을 하지 않고 손깍지를 끼어 제후의 등을 안았다.&lt;br&gt; 그의 어깨 언저리가 천천히 젖어왔다.&lt;br&gt; 그녀의 몸이 흐느낌으로 떨리고 있었다.&lt;br&gt; 미안해 입술을 깨물었다.&lt;br&gt; 가까스로 참아내는 그녀의 눈물은 고통이 되어 제후의 심장으로 배겨왔다.&lt;br&gt; 다시는 너 혼자 무서운 꿈에 남겨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.&lt;br&gt; 인터넷성인방송 우린 항상 같이 있을 거야.&lt;br&gt; 언제든 널 지켜줄 거야.&lt;br&gt;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그리고 나도, 널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아란의 감은 눈꺼풀에 입을 맞추며 제후는 말했다.&lt;br&gt; 창 밖으로 먼동이 트고 있었다.&lt;br&gt;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 날과 하늘을 두고 제후는 그렇게 가 슴을 저리며 찾아온 첫사랑을 고백했다.&lt;br&gt; 아빠가 새엄마랑 헤어지기로 했대요.&lt;br&gt; 은 사장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아란이 저녁때를 훌쩍 넘겨 들어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아빠 없는 동안에 나한테 함부로 한 거 전주댁 아줌마한테 들었나 봐요.&lt;br&gt; 그동안 아빠 노 릇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그랬어요.&lt;br&gt; 전주댁 아줌마는 아란이 여섯 살 때부터 은 사장네 살림을 봐줬던 사람이었다.&lt;br&gt; 엄마가 돌아 가시고 나서 유일하게 정을 붙인 사람이라고, 새 엄마가 들어와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면서는 더욱 의지를 했던 사람이라 고 아란은 얘기하곤 했었다.&lt;br&gt; 재영이는? 엄마가 데려가서 키운다고 하셨는데 확실한 건 모르겠어요.&lt;br&gt; 원래 재영이가 새 엄마보단 나하고 아빠를 잘 따랐거든요.&lt;br&gt; 제후는 알 만 하다는 듯 말했다.&lt;br&gt; 치장하고 가꾸느라 아이 돌 볼 틈도 없었나보지.&lt;br&gt; 아마도요.&lt;br&gt; 아란의 얼굴에서 긍정의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.&lt;br&gt; 그래도 http://gcom.nanydaum.com 새 엄마가 계서서 아빠가 행복하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왠지 아빠가 이혼 을 결정하신 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죄송스러워요.&lt;br&gt; 난 아무래도 좋다는 사고방식은 버려.&lt;br&gt; 남을 위해서 희생할 생각만 하지 말고 좀 이기적으 로 굴어봐.&lt;br&gt; 아란이 넌 행복할 자격 충분히 있어.&lt;br&gt; 제후는 마주 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.&lt;br&gt; 아, 그리고 나 커피 마실 건데 생각 있으면 같이 마시자.&lt;br&gt;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구수한 커피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.&lt;br&gt; 휘파람을 불면서 주방으 로 들어가는 제후를 보며 아란은 혼자 웃었다.&lt;br&gt;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제후는 줄곧 다정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.&lt;br&gt; 처음엔 보상 심리 때문인 가 의심도 해보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의 다정함은 변함이 없었고 스스럼없는 장난기와 짓궂은 행동은 그들이 보통의 신혼부부 처럼 살고 있다고 아란이 생각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계약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랑해서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다.&lt;br&gt; 알았지? 끝내자는 말 절대로 하지 마.&lt;br&gt; 이제 겨우 두 달 좀 넘게 살아보고 맞는다느니 안 맞는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자.&lt;br&gt; 퇴원 기념으로 찾은 레스토랑에서 제후는 그런 말을 했다.&lt;br&gt; 손을 끌어다 잡으며 조심스레 말 을 내는 그의 눈을 보면서 아란은, 제후와의 관계에 좋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고 머잖아 그의 마음이 진 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.&lt;br&gt; 제후를 믿게 되었다.&lt;br&gt; 요즘만 같으면 세상에 무엇도 바랄 것 없는 사람처럼 아란은 행복했다.&lt;br&gt; 거기에 욕심 부려 한 가지 소원을 빈다면 그도 그녀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.&lt;br&gt; 그녀 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고 싶었다.&lt;br&gt; 커피 향 좋지? 좋아요.&lt;br&gt;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아란이 한모금의 향을 들이마셨다.&lt;br&gt; 정말이지 저 웃는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까봐 애태웠던 걸 생각하면 그녀가 얄밉기까지 한 제후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c2/73/baek6217/folder/208/img_208_1585_17?1261913104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잔잔히 부딪치는 시선에 아란이 뺨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.&lt;br&gt; 근데 왜 그렇게 쳐다봐요? 예뻐서.&lt;br&gt; 제후는 턱을 괴고 키득 웃었다.&lt;br&gt; 장난치지 마요.&lt;br&gt; 장난 아닌데.&lt;br&gt; 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 거야.&lt;br&gt; 한층 노골적인 시선에 부끄러움이 또르르 몰렸다.&lt;br&gt; 아란은 잔을 손으로 감싸고 살그머니 제 후의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.&lt;br&gt; 왜 모르고 살았을까.&lt;br&gt; 너처럼 귀엽고 착한 아이 옆에다 두고도 왜 모르고 지냈을까.&lt;br&gt; 커피를 다 마신 아란이 잔을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받침대에 얹고는 허둥지둥 주방을 나간 다.&lt;br&gt; 뒷모습을 쫓던 제후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따랐다.&lt;br&gt; 그리고 아란의 팔을 잡아 침실로 들어간 다음 문을 잠갔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보상 받고 싶다.&lt;br&gt; 너 없이 혼자 보냈던 것만큼 우리의 시간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고 싶다.&lt;br&gt; 오늘 http://ccc1.me/naver/1959.php 너 안아도 돼? 그그치만 거절해도 소용없어.&lt;br&gt; 보름동안 참아줬으니까 오늘은 내 맘대로 할 거야.&lt;br&gt; 물러서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안으면서 제후는 아란의 몸을 침대에 밀치듯 쓰러트렸다.&lt;br&gt; 성 급한 손길을 따라 드러나는 여자의 몸에 호흡이 가빠왔다.&lt;br&gt; 건강이 나빠졌다고 며칠 햇빛 구경을 안 시킨 탓인지 피부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.&lt;br&gt; 이 아 름다운 몸을 옷으로 가리면 오히려 죄가 될 것처럼 보였다.&lt;br&gt; 내일 토요일이지? .&lt;br&gt; 그럼 우리 밤새도록 여기서 놀자.&lt;br&gt; 전화와도 받지 말고 누가 벨 눌러도 열어주지 말고 내 일 아침까지 놀다가 자자.&lt;br&gt; 몰라요.&lt;br&gt; 싫어요가 아니라 몰라요다.&lt;br&gt; 늘 처음 만난 남자에게 몸을 열어주는 것처럼 아란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.&lt;br&gt;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잘 하면서 그에게만 그런다.&lt;br&gt; 그런 아란의 행동이 제후에게는 &lt;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사람&gt;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 졌다.&lt;br&gt; 그리고 매번 처녀를 방문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선사했다.&lt;br&gt; 싫으면 지금 말하던가.&lt;br&gt; 아란이 시트를 끌어올려 가슴을 가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싫어도 오빠 맘대로 한다면서요.&lt;br&gt; 후후, 이제 보니 삐지기도 하잖아? 제후는 아란의 화내는 모습이 신기했다.&lt;br&gt; 언제나 그 앞에선 쥐 죽은 듯 꼬리를 내리고 하라 는 대로 따라주던 그녀가 처음으로 반항이라는 걸 했다.&lt;br&gt; 은 아란.&lt;br&gt; 야릇한 붉은 빛이 아란의 얼굴에 떠돌았다.&lt;br&gt; 지금 당장 아란의 몸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고 싶은 걸 참으면서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내가 어떤 여자 좋아하는지 말해줄까? 어떤 여자좋아하는데요? 그녀가 순진하게 되묻는다.&lt;br&gt; 역으로, 아란의 몸을 아래에 두고 있는 제후의 얼굴은 짓궂은 헌 터의 표정이 된다.&lt;br&gt; 오늘 밤 넌 죽었어, 라는 뜻이다.&lt;br&gt; 나한테 저항하는 여자.&lt;br&gt; 좋으면서도 싫다고 말해서 날 더 부추기는 여자.&lt;br&gt; 수차례의 절정이 지났다.&lt;br&gt; 몸과 몸이 먹고 먹혔다.&lt;br&gt; 흥분을 부추긴 대가로 아란은 밤새도록 시달렸지만 한 번도 제후를 거절하지 않았다.&lt;br&gt; 물러서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오빠가 원하는 게 내 몸이라면 나한테 빠져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.&lt;br&gt; 나한테 집착하도록, 그래서 나 외에는 누구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릴 거야.&lt;br&gt; 새벽녘에 풋잠이 들었던 제후는 아란이 뒤척이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.&lt;br&gt; 부스스한 얼굴로 시 계를 쳐다보니 아침 7시 30분, 샤워도 하지 못하고 잠이 든 지 겨우 세 시간이 지났다.&lt;br&gt; 제후는 끄으응,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깜박여 눈 안으로 들어온 빛을 몰아냈다가 다시 실눈 을 뜨고 옆에 누운 아란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.&lt;br&gt; 적어도 정오까지는 깨지 못할 것처럼 아란은 곤한 잠에 들어 있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끌어다 안으면서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몸을 개켜 일어났다.&lt;br&gt;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http://kccc.me/naver/791.php 쑤시고 아팠다.&lt;br&gt; 뜨겁고 격렬했던 정사(情事)의 보상이라 그것도 기꺼 운 제후였다.&lt;br&gt; 시트가 눌렸다 제 자리로 돌아오면서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반짝하는 기 운에 욕실로 들어가던 제후가 되돌아 와 그것을 주웠다.&lt;br&gt; 결혼반지였다.&lt;br&gt; 제후의 손가락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녀석의 짝이다.&lt;br&gt; 아란이 일부러 빼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도 어젯밤의 정신없는 상황에 빠트린 모양이다.&lt;br&gt; 정신없는.&lt;br&gt; 풋 그렇게 좋았나? 황홀한 기억을 되살리며 미소 짓는 제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느다란 백금 링 안에 글자가 새겨져있는 게 보였다.&lt;br&gt; 이니셜이다.&lt;br&gt; 제후는 반지를 쥔 손을 힘주어 쥐었다가 펼쳤다.&lt;br&gt;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간만에 찾아 온 나른한 행복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, 좋아하는 사람 있다.&lt;br&gt; 두렵지만 보고 싶었다.&lt;br&gt; 그녀의 사랑을 차지한 사람을 알고 싶었다.&lt;br&gt; 누구일까? 결혼반지에 이니셜을 새길 정도라면 굉장히 소중한 사람일 텐데, 한 번도 손가락에서 반지 를 빼지 않았던 건 결국 다른 사람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서였던 걸까? 제후는 가슴이 쓰렸다.&lt;br&gt; 그러나 피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.&lt;br&gt; 그래서, 어느 덧 땀이 고인 손바 닥에서 반지를 들어 빛이 잘 드는 쪽으로 들어올렸다.&lt;br&gt; 첫 글자는 K였다.&lt;br&gt; JH? KJH.&lt;br&gt; 뭐야, 내 거하고 똑같 무심코 내뱉은 진실에 제후의 눈동자가, 입이 그대로 굳어버린다.&lt;br&gt; 그러다 천천히 몸을 돌려 세상모르고 잠이 든 아란을 쳐다봤다.&lt;br&gt; 그녀는 말했었다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굴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고.&lt;br&gt; 야? 정말 나야? 네가 좋아하는 사람 정말로 권 제후야? 콧소리까지 내며 자고 있는 그녀가 대답할 리 없건마는 제후는 또 묻고 있었다.&lt;br&gt; 야, 한 민준.&lt;br&gt; 제후 놈 왜 저렇게 분위기 잡냐? 또 와이프랑 한 판 했대? 도서관 자리에 가방을 두기 무섭게 담배를 태운다고 나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책상에 쌓은 전공서 적들을 보며 한숨을 쉬던 서훈이 칸막이 사이로 몸을 제껴 민준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남들은 리포트 마감 맞추느라 골 빠개지는 이 때 얄밉게 돌아다니기나 하고 말이야.&lt;br&gt; 저 자식 머리 좋고 손 빠른 건 알지만 너무 한 거 아냐? 머리 나쁘고 손 늦은 너하곤 다르게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.&lt;br&gt; 내버려둬.&lt;br&gt; 장난스런 무시로 서훈의 입을 막은 민준이었으나, 민준도 얼마 못가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 났다.&lt;br&gt; 궁시렁 대며 책을 넘기던 서훈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.&lt;br&gt; 넌 또 어디 가? 나도 담배나 한 대 태우려고 그런다.&lt;br&gt; 금방 들어올게.&lt;br&gt; http://ccc1.me/naver/1569.html 서훈이 콧방귀를 흥, 뀐다.&lt;br&gt; 어이구! 자식이 저만 의리 있는 척 하고 있네.&lt;br&gt; 제후 놈 걱정 되서 그런다고 말하면 내가 너 잡아먹을까봐 그러냐? 친구 사이에 별 걸 다 숨겨.&lt;br&gt; 민준은 이해해줘서 고맙단 표시로 손을 들어보였다.&lt;br&gt; 그리고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확인한 다음 밖으로 나와 제후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있었다.&lt;br&gt; 저 자식 오늘만 담배 한 갑이 넘는데 와이프 마음 알았으면 됐지 또 뭐가 문제인 거야? 불 좀 빌리자.&lt;br&gt; 민준은 털썩, 제후 옆에 주저앉으며 담배를 내밀었다.&lt;br&gt; 뻔히 쳐다보는 표정에 약간의 놀라움 이 깃들었다.&lt;br&gt; 뭐해? 불 좀 빌리자니까.&lt;br&gt; 허연 연기가 둘이 되었다.&lt;br&gt; 새 담배의 3분의 1이 타들어가도록 아무 말이 없던 침묵은 기다 리다 지친 민준이 말을 꺼내면서 깨졌다.&lt;br&gt; 잘 나가다 왜 그러냐.&lt;br&gt; 사랑하는 여자 마음 얻은 걸로는 부족했어? 난 나를 잘 알아.&lt;br&gt;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민준은 금방 제후의 말뜻을 알아들었다.&lt;br&gt; 뭐가 두려운 건데.&lt;br&gt; 끝까지 가지 못할까봐?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던 여자들.&lt;br&gt; 그 속을 헤매던 방황에서 찾은 한 사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34/tistory/2009/12/26/03/50/4b35097bcff1c &gt;&lt;br&gt;&lt;br&gt; 아니면 아란이야? 버리게 될까봐 두려우냐 버림받는 것이 두려우냐, 민준은 묻고 있었다.&lt;br&gt; 대답을 않는 것으로 보아 둘 다 인 것 같았다.&lt;br&gt; 네 곁에 있으면 행복하지 못할까봐 겁나냐? .&lt;br&gt; 미친 놈.&lt;br&gt; 네 곁에 누구씨는 행복해서 죽을라고 하더라.&lt;br&gt; 아란이 그 녀석 생각하는 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거 알지? 민준은 피다 만 담배를 밟아 뭉개며 말을 보탰다.&lt;br&gt; 행복해 하고 있어.&lt;br&gt; 네 눈에 보이잖아.&lt;br&gt; 너도 알고 있잖아.&lt;br&gt; 그 일 권 제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.&lt;br&gt;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궁상떨지 말고 지금 하는 만큼만 해 줘.&lt;br&gt; 넌 해 보지도 않은 놈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? 알려고 해서 알아진 게 아니라 눈에 보인다고 했잖아.&lt;br&gt; 너희 둘 사랑하는 거 눈에 보여.&lt;br&gt; 서 로의 곁에서 행복해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이 보여.&lt;br&gt; 비로소 보이는 웃음이 서글펐다.&lt;br&gt; 민준아 나 제후의 핸드폰이 삐빅 신호음을 냈다.&lt;br&gt; 문자 메시지였다.&lt;br&gt; 제후가 말을 하려다 말고 메시지를 확인한다.&lt;br&gt; 누구야? 아란이? 어.&lt;br&gt; 6시에 경상대 앞에서 만나기로 한 걸 깜박했네.&lt;br&gt; 그러더니 제후는 이렇다 할, 양해도 구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뛰어 들어간다.&lt;br&gt; 그리고 수 분 후 다시 나와 정신없이 가방을 메고 경상대 건물이 있는 쪽으로 사라져버린다.&lt;br&gt; 뭐야, 저 녀석.&lt;br&gt; 얼음 왕자에서 공주의 똘마니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.&lt;br&gt; 혼자 남은 민준이 바닥에 떨어진 제 후의 담배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어본다.&lt;br&gt; 사랑을 하는 친구는 행복해 보였다.&lt;br&gt; 한 달음에 도착할 듯 걸음을 재촉했던 제후는 아란의 모습이 보이기 불과 몇 미터 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아란의 곁에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.&lt;br&gt; 저번에 본 채석이라는 아이는 아니다.&lt;br&gt; 아란이 그 남자와 다정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도, 미소를 지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발은 저절로 서버렸다.&lt;br&gt; 처음 보았을 땐 무작정 손을 낚아 채 데려오고 친구 앞에서 무례한 키스를 퍼붓기까지 했는 데 지금은 소중한 그녀를 그리 대할 맘도 대할 용기도 없다.&lt;br&gt; 하지만 잠시 동안 심장을 욱죄어 오는 통증은 사실이었다.&lt;br&gt; 지금은 가지 말라고 겁먹은 머리가 명령을 내린다.&lt;br&gt; 아란이 다른 남자와 얘기대화의 내용에 상관없이하는 모습만 보면 사라지는 자신감도, 언제 그녀가 그를 버리고 행실 좋고 반듯한 사람을 찾아 가버릴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었다.&lt;br&gt; 조심스러웠다.&lt;br&gt; 화를 낸다기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음을 알았던 듯 그 모습은 그리 오래 눈에 비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손짓을 해가며 대화 를 주고받던 남자가 목례를 하고는 사라진다.&lt;br&gt; 마찬가지 방법으로 인사를 받은 아란이 몸을 나무 그늘의 기둥에 기대며 이내 입 을 가리고 하품을 한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무심코 돌린 시야에 제후의 모습이 들어오자 아란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부른다.&lt;br&gt; 아까와는 다르게 서두르지 않는 보폭으로 제후는 아란에게 걸어갔다.&lt;br&gt; 오래 기다렸어? 이제 6시 20분밖에 안 됐는데요, 뭘.&lt;br&gt; 아란이 손목을 올렸다 내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오해하지 않도록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.&lt;br&gt; 오면서 보니까 누구랑 얘기하고 있던데 그 사람 누구야? 아, 봤어요? 여자 친구가 우리 학교 학생인데 처음 와서 길을 모른다고 그러잖아요.&lt;br&gt; 그럼 그렇지.&lt;br&gt; 설마 별다른 일이야 있겠어.&lt;br&gt; 다른 말은 안 했고? 에? 아아니, 이상한 추파 같은 거 던지지는 않았냐고.&lt;br&gt; 어휴, 이 병신! http://edaum.daumeing.net 이상한 걸 물어본 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말은 왜 더듬는 거야.&lt;br&gt; 제후는 속 으로 수도 없이 제 머리를 쥐어박았다.&lt;br&gt; 그건 왜 물어보는 데요? 불현듯 민망해진 표정의 제후와 눈을 맞추던 아란이 눈을 깜박깜박 하더니 고개를 젓는다.&lt;br&gt; 그가 난감해하며 말을 더듬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너넌 내가 다른 여자랑 얘기하고 있으면 좋냐? 이런! 예, 아니오의 단답형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.&lt;br&gt; 그거야 당연히 그럼 됐어, 더 물어보지 마! 북 치고 장구치고 저 혼자 괜히 성질을 부리더니 제후는 혼자서 씩씩 걸어가 버린다.&lt;br&gt; 아란 이 졸졸 뒤를 따라온다.&lt;br&gt; 오빠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? 없었어.&lt;br&gt; 근데 왜 나한테 화내요? 화 안 냈어! 그러니까 자꾸 토 달지 마! 하지만 지금 화내고 있잖아요.&lt;br&gt; 서운함이 실린 음성과 함께 뒤를 따라오던 기척이 멎었다.&lt;br&gt; 제후가 뒤를 돌아보자 아란은 머 쓱한 팔을 쓸어내리며 서 있었다.&lt;br&gt; 상처받은 얼굴이었다.&lt;br&gt; 굳이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큰 눈에선 금방이라도 떼구르르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고여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 다시 제후의 상태를 확인시켜주었다.&lt;br&gt; 오빠 화내고 있다구요.&lt;br&gt; 한숨이 나온다.&lt;br&gt; 왜 소중히 여긴다면서, 좋아한다면서 난 왜 꼭 번번이 저 아일 울리고 마는 걸까.&lt;br&gt; 이제는 정말로 사랑인데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는 그녀였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마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착각에 재 빨리 손을 내밀어 아란의 팔을 잡았다.&lt;br&gt; 미안해.&lt;br&gt; 됐어요.&lt;br&gt; 사실은 그게그래! 리포트 쓰다가 나왔거든.&lt;br&gt; 모레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출하라고 교수가 닦달을 해서 아마 그것 때문에 신경이 좀 예민해져 있었나 보다.&lt;br&gt; 알았어요.&lt;br&gt; 아란은 잡히지 않은 쪽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.&lt;br&gt; 그럼 바쁘다고 얘기하지 뭐하러 나왔어요.&lt;br&gt; 나 혼자서도 집에 갈 수 있는데.&lt;br&gt; 관심도 없었던 리포트가 도움을 줬다.&lt;br&gt; 제후는 그의 말에는 의심을 할 줄 모르는 아란과 300 페이지 분량의 전공서적을 탐독하고 사흘 만에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교수에게 감사했다.&lt;br&gt; 너 어린애잖아.&lt;br&gt; 나 없으면 안 되는.&lt;br&gt; 새록 고이는 웃음에 비로소 마음을 놓고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.&lt;br&gt; 울었으니까 배고플 거 아냐? 손가락 사이로 빈틈이 채워졌다.&lt;br&gt; 조금 걷다 돌아보는 그의 웃음에 그녀도 붉은 눈을 하고 웃었다.&lt;br&gt; 그것가지고 양이 차? 제후가 보기엔 먹는 것 같지도 않았다.&lt;br&gt; 저녁 사준다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데리고 왔더니 아 란은 샐러드에만 손을 대고 식사를 끝낸다.&lt;br&gt; 배불러요.&lt;br&gt; 봐요.&lt;br&gt; 아란이 손을 펴서 조금도 나오지 않은 아랫배를 톡톡 친다.&lt;br&gt; 그래도 이거 먹고 내일 아침까지 버텨야 되잖아.&lt;br&gt; 정말 배 안 고프겠어? 먹는 걸로는 그렇게 욕심 안 나요.&lt;br&gt; 나중에 우리 아이 가졌을 때도 그럴까봐 겁난다, 야.&lt;br&gt; 애기가 뱃속에서 뭘 먹고 크겠냐? 그거야 모르죠, 그 때 가면 곰탕에 두 그릇씩 밥 말아먹을지.&lt;br&gt; 투덜대는 제후를 아란은 쳐다보며 웃는다.&lt;br&gt; 제후가 먹다 말고 고개를 든다.&lt;br&gt; 왜? 아뇨.&lt;br&gt; 그냥 오빠가 나랑 애기 낳을 때까지 살아줄 생각 하고 있는 게 신기해서요.&lt;br&gt; 아이 오빠 닮으면 예쁠 거에요, 그죠? 아란의 말을 들은 제후가 얼굴을 굳혔다.&lt;br&gt; 살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거지.&lt;br&gt; 부부는 동등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니까.&lt;br&gt; 명문 S대의 학벌과 국내 건설회사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의 딸, 귀족적이고 아름다운 외모.&lt;br&gt;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도 제후에 대해서는 항상 자기를 낮추어 보는 아란 이다.&lt;br&gt; 자격지심이 아니라 아직 그의 마음을 모르기에 저러는 것이다 이해는 하면서도 제후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거슬린다.&lt;br&gt; 네가 나에 비해 뭐가 부족한데.&lt;br&gt; 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계약 따윈 이제 신경도 안 쓰고 있어.&lt;br&gt; 그러니 네가 나에 대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일, 없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오빠는 사랑해 본 적 있어요? 조건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만 생각하면 자신이 형편없어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뭔지 알 수 있어요? 내가 뭐?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아니에요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35/tistory/2009/12/26/03/50/4b3509836031c &gt;&lt;br&gt;&lt;br&gt;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아? 사람 궁금하게.&lt;br&gt; http://hdaum.daumeing.net 있잖아요, 나 오늘 술 마시고 싶은데.&lt;br&gt; 심드렁하던 제후의 눈동자가 반짝, 놀란다.&lt;br&gt; 아란은 종업원이 접시들을 치운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말했다.&lt;br&gt; 오빠는 운전해야 되니까 관두고 나 마시는 거만 봐주면 안 돼요? 나 참.&lt;br&gt; 마시려면 같이 마셔야지.&lt;br&gt; 취하면 호텔 찾아서 하루 자면 되잖아.&lt;br&gt; 레스토랑을 나온 두 사람은 제후가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들른다는 호프집을 찾았 다.&lt;br&gt; 8시가 갓 넘은 초저녁인데도 단골들이 많아 벌써부터 시끌시끌했다.&lt;br&gt; 어렵사리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.&lt;br&gt; 뭐 마실래? 오빠가 정해요.&lt;br&gt; 난 아무 거나 상관없으니까.&lt;br&gt; 아란이 순진한 얼굴로 양 팔을 뻗어 소파를 짚고 다리를 모아 앉는다.&lt;br&gt; 투명한 유리 테이블 아래로 허벅지가 반은 보이는 미니스커트가 골반에서부터 아슬아슬하게 감고 있다.&lt;br&gt; 그러고 보니 내내 핸드백으로 허벅지를 가리고 있던 게 생각이 났다.&lt;br&gt; 비트 강한 댄스 음악 때문인지 어슴푸레 얼굴에 빛을 드리우는 조명 때문인지 늘 대하는 그 녀임에도 제후는 가슴이 떨린다.&lt;br&gt; 조금만 옆으로 가 봐.&lt;br&gt; 파트너가 있음에도 아란을 힐끔대는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영 못마땅했다.&lt;br&gt; 저 자식들, 감히 누구 걸 넘보는 거야? 왜요? 우리가 남이냐? 같이 앉게.&lt;br&gt; 아란이 안으로 물러 들어갔다.&lt;br&gt; 제후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안아 자 기 쪽으로 돌린다.&lt;br&gt; 저항도 않는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향이 녹아 입 안에서 뒤엉킨다.&lt;br&gt; 아란을 훔쳐보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하려던 것이었지만 애초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촉촉하고 도톰한 입술의 감촉에 취해버리는 제후였다.&lt;br&gt; 키스가 깊어지면서 아란이 반응을 보였다.&lt;br&gt; 팔을 제후의 목에 감고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.&lt;br&gt; 등줄기의 움푹 파인 부분을 제후의 손가락이 훑자 아란은 허리를 휘면서 몸을 바짝 갖다 붙인다.&lt;br&gt; 자잠깐만요, 오빠.&lt;br&gt; 등이 푹신한 소파에 닿기 직전에 아란이 제후를 떠민다.&lt;br&gt; 사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젠장, 뭐가? 입맛을 다시며 제후는 아란에게 기울였던 몸을 세워 주위를 둘러보았다.&lt;br&gt; 그녀의 말처럼 이 게 웬 떡이냐 쳐다보는 눈들이 많았다.&lt;br&gt; 언제 웨이터가 다녀갔는지도 모르게 세팅 된 테이블과, 처음에는 수북하게 올라왔을 맥주 거품의 얇은 층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바보 씹탱이들.&lt;br&gt; 남 연애하는 거 처음 보나.&lt;br&gt; 상황의 진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다가 제후는 마지못해 아란을 품에서 놓아주었다.&lt;br&gt; 그녀 는 부끄러운 눈빛이었지만 창피해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옷매무새를 바로 하며 앉는다.&lt;br&gt; 잘못 했어.&lt;br&gt; 제후는 1700㏄ 용량의 차가운 맥주를 작은 잔에 따라 마시고 입술에 묻은 거품을 혀로 쓰 윽, 핥아냈다.&lt;br&gt; 첨부터 호텔로 가는 건데 잘못했어.&lt;br&gt; 거기 가서 둘이 신나게 즐기는 건데.&lt;br&gt; 다른 데로 갈까요? 아란이 온기가 느껴지는 손을 제후의 무릎에 얹었다.&lt;br&gt; 자그마한 압박감에 제후가 마시던 잔 을 놓고 이게 무슨 뜻이냐는 듯 그녀를 쳐다본다.&lt;br&gt; 하다만 거 계속 하고 싶지 않아요? 말귀를 알아들은 제후가 금세 쿡, 웃었다.&lt;br&gt; 살다보니 요조숙녀 은 아란의 입에서 먼저 그걸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도 있구나 싶었다.&lt;br&gt; 좋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.&lt;br&gt; 경험자답게,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인간의 짧고 비밀 스런 사랑을 나누려면 어디가 좋은지는 숙지하고 있었다.&lt;br&gt; 형, 나 거기 좀 쓸게.&lt;br&gt;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눈짓을 하고 제후는 아란을 데리고 좁은 문을 나와 2층으로 올라 갔다.&lt;br&gt; 작은 문이 있었다.&lt;br&gt; 제후가 손잡이를 돌리고는 아란을 들어가게 했다.&lt;br&gt; 잠만 자는 곳인지 가구 하나 형광등 하나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.&lt;br&gt; 키 높은 창문으로 흘러들 어오는 달빛이 야트막한 침대를 비추는 곳이었다.&lt;br&gt; 달칵.&lt;br&gt; 등 뒤로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.&lt;br&gt;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.&lt;br&gt; 오늘 처음 만난 여자와 남자가 http://bord.froma.kr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밀애(密愛)의 장소를 찾은 것처럼 아 란과 제후는 잠시 눈을 맞춘다.&lt;br&gt; 그가 다가온다.&lt;br&gt; 붙잡히는 시선 속에서 천천히 긴장이 고조된다.&lt;br&gt; 제후의 팔이 허리를 감싸오자 아란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본다.&lt;br&gt; 하얀 손가락이 제후의 뺨을 스치고 머리칼을 만지다가 목젖을 스친다.&lt;br&gt; 붉은 입술이 탐스럽다.&lt;br&gt; 늘 품 안에서 익숙했던 향기가 어색하게 코를 스치고 떨리는 손가락의 감촉 아래로 부드러 운 피부는 사르르 밀려난다.&lt;br&gt; 음악소리가 귓가에서 웽웽 멀어져가고 맞닿은 심장소리는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.&lt;br&gt; 한껏 달아오른 숨결이 하나가 된 몸을 얽어 묶는다.&lt;br&gt; 뱅그르르 천장이 맴을 돈다.&lt;br&gt; 젖은 숨소리가 방 안을 메운다.&lt;br&gt; 절정의 신음소리가 공중에 부딪치고 야릇한 고통과 쾌감이 뿜어져 나온다.&lt;br&gt; 무저갱(無底坑)의 암흑까지 떨어졌다가 천국의 광명에까지 이른다.&lt;br&gt; 생명과 생명이 만나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들어맞은 그것은 사랑을 잉태한다.&lt;br&gt; 꿈인 듯 환상인 듯 시간이 멈춘다.&lt;br&gt; 앞으론 종종 술 마시러 와야 되겠는 걸.&lt;br&gt;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후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한바탕의 격렬한 운동(!)으로 땀을 빼고 난 다음에 마시는 맥주 맛은 더없이 좋았다.&lt;br&gt; 언제는 호텔 가서 둘이 즐기자면서요.&lt;br&gt; 제후가 쳐다보자 아란이 얼른 눈을 돌리고 입을 다문다.&lt;br&gt; 그녀의 하얀 목에 남은 키스마크가 조금 전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그래서 좋았다는 거야, 싫었다는 거야? 흔하지 않은 아란의 새침한 눈빛에 제후가 운전을 하면서 웃었다.&lt;br&gt; 앵 토라지는 입술이 귀엽 기만 했다.&lt;br&gt; 뭐나쁘지는 않았어요.&lt;br&gt; 차마 대답을 못하겠는지 미적미적, 말을 돌리지만 선수답게 제후는 속뜻을 낚아 채 낸다.&lt;br&gt; 괜찮았으면 집에 가서 한 번 더 할까? 카메라를 샀다.&lt;br&gt; 원하면 바로 찍어서 즉석에서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18/tistory/2009/12/26/04/13/4b350ebe8a0d3 &gt;&lt;br&gt;&lt;br&gt; 웨딩 앨범 말고는 볼 만 한 사진을 채워 둔 앨범 하나 없다는 게 제후의 이유였지만 빛나는 두근거림으로 자리해가는 아란의 모습을 잃어버리기는 너무 아까워서 그랬다.&lt;br&gt; 제후는 자석이 달린 예쁜 팬시 제품을 사다가 냉장고에 사진을 붙여 놓기 시작했다.&lt;br&gt; 막 일 어나서 눈을 부비는 모습, 샤워를 하고 나와 젖은 머리를 터는 모습이며 놀이동산에서 재영과 놀아주는 모습 등, 제후의 손에 서는 카메라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.&lt;br&gt; 사진 찍는 걸 싫다고 손사래를 젓던 아란도 점차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다루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.&lt;br&gt; 한 번은 술을 마시고 들어와 퉁퉁 부은 제후의 얼굴을 몰래 찍었다가 냉장고에 붙여놓고 잠 이 깬 그에게 보여주면서 깔깔대기도 했다.&lt;br&gt; 길을 지나다 만난 귀여운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을 찍기도 했지만 그들 사진 속의 주인공은 거의 상대방이었다.&lt;br&gt; 사랑할 운명으로 만나게 된 것처럼 뒤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이었다.&lt;br&gt; 언제부터였을까.&lt;br&gt; 넌 언제부터 내 주위를 맴돌았을까.&lt;br&gt; 내가 모르던 시절의 넌 어떤 모습이었을까.&lt;br&gt; 어떤 http://cman.webdaum.net 모습으로 나를 사랑했을까.&lt;br&gt;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제후는 아란을 더듬어 봤지만 어느 한 조각 기억 속에도 그녀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았다.&lt;br&gt; 아란은 가슴에 안고 다니는 전공서적을 치우고 교복을 입혀놓으면 여고생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풋풋한 인상의 소유자였다.&lt;br&gt; 화려한 옷과 세련된 화장으로 자신을 치장해 남자를 유혹할 줄도 몰랐고 마음에 드는 남자 에게 먼저 접근하는 여자들의 화끈함은 흉내 내지도 못했다.&lt;br&gt; 결혼 전, 그런 여자들만을 찾아 부담 없이 즐겨왔던 제후 쪽에서 보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도 당연했다.&lt;br&gt; 설사 그녀를 알았다 하더라도 처녀를 망가뜨린 인터넷성인방송 책임을 떠맡을 걸 염려해서 거절했을 것이다.&lt;br&gt; 제후는 간혹 등 뒤를 맴도는 아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.&lt;br&gt;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곧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 못하고 외면하는 서글픈 눈빛을.&lt;br&gt; 아란아 난 너를 확인해 보고 싶다.&lt;br&gt; 내게 손 내민 나를 찾아올 용기를 내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너를 위해 심장을 송두리째 내어버린 내 사랑을 알아주길 원한다.&lt;br&gt; 오늘 집에 못 들어온다구요? 벌써 술에 취했는지 전화기 너머 제후의 목소리는 분명하지 않았다.&lt;br&gt;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5.tistory.com/image/6/tistory/2009/12/26/03/36/4b3506455949f &gt;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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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
&lt;br&gt;성인자료69영상 하나뿐인 딸의 행복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그저 이 결혼을 통해 들어올 회사의 유익과, 눈엣 가시 같은 전처의 딸과 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던 그들은 제후의 입장에서도 좋아질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나중에 다른 세상에 태어나면 그 때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어요.&lt;br&gt; 아란은 오빠도 포함해서요, 란 말은 하지 못했다.&lt;br&gt; 사람 무안하게 톡톡 쏘긴 하지만 친오빠 같은 다정함으로 그녀를 지켜주는 사람 제후의 사랑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.&lt;br&gt; 이렇게 의지할 가슴과 어깨가 있는 것으로 감사하자고 늘 심장을 달래는 그녀였다.&lt;br&gt; 나를 귀찮아하지 않는 사람들 곁에서요.&lt;br&gt; 아란의 한숨을 제후는 키스로 막았다.&lt;br&gt; http://agora.shenala.com 촉촉하고 아찔한 입술의 감촉을 겉에서만 느끼기가 아쉬워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넣고는 뜨거운 향기를 나눠 삼켰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걸며 몸을 붙였다.&lt;br&gt; 그의 손에 길들여진 몸은 키스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며 떨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손이 아란의 등 뒤로 가 실크 원피스의 지퍼를 내렸다.&lt;br&gt; 가냘픈 허리를 따라 원피스 가 아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제후도 옷을 벗어던졌다.&lt;br&gt; 여행 얘기만 하고 내려갈 참이었는데 불이 붙자 멈출 수가 없었다.&lt;br&gt; 여느 때처럼 아란은 순결한 나신으로 제후를 받아들였다.&lt;br&gt;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거 친 움직임과 손길을 힘겨워하면서도 순종했다.&lt;br&gt; 제후는 녹초가 되도록 아란을 안고 또 안았다.&lt;br&gt; 미친 사람처럼 아란의 몸속에서 권 제후의 소유를 확인했다.&lt;br&gt; 그는 어느 샌가 그녀가 아니면 쾌락을 느낄 수 없는 남자로 길들여져 있었다.&lt;br&gt; 애 데리고 올라가서 뭘 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니? 손님들 오시는데 나와서 좀 맞지 않 고.&lt;br&gt; 누르면 붉은 물이 떨어질 것 같은 아란의 뺨과 제후의 옷자락을 쥐며 등 뒤로 숨는 그녀의 행동이 위에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권 회장 내외는 짐짓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.&lt;br&gt; 손님들이야 할아버지 만나러 왔지, 저 보러 왔어요? 사돈어른들이 오셨단다.&lt;br&gt;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니? 제후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.&lt;br&gt; 새어머니와 대면해야한다는 말에 핏기가 가시는 아란의 안색 을 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에서 싫다는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 어디 계시는데요? 옷을 쥔 아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.&lt;br&gt; 그녀는 제후의 등으로 바짝 몸을 붙였다.&lt;br&gt; 희미하게 떨 리는 작은 어깨가 안쓰러워서 제후는 견딜 수 없었다.&lt;br&gt; 권 회장이 손가락으로 귀한 손님이 아니면 모시지 않는 방을 가리켰다.&lt;br&gt;다른 손님들과 따 로 모셨다.&lt;br&gt; 매무새 가다듬고 들어가서 인사 여쭙고 나오거라.&lt;br&gt; 제후도 피하고 싶었다.&lt;br&gt; 가능하다면 평소에도 잘 지내냐는 전화 한 통 없는 부모 같지도 않 은 사람들과 아란을 대면시키는 이 상황을 그녀에게서 가려주고 싶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제후가 머뭇거리자 권 회장의 눈이 아란을 향했다.&lt;br&gt; 어서 들어가서 인사 드리거라.&lt;br&gt; 결혼하고 나선 처음인데 무척 보고 싶었을 것 아니냐.&lt;br&gt; 제후는 사정도 모르고 아란을 몰아다 붙이는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.&lt;br&gt; 그렇다고 보는 눈, 듣는 귀 많은 이 자리에서 사실을 얘기할 수도, 경거망동을 저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36/tistory/2009/12/26/04/29/4b3512a6ce031 &gt;&lt;br&gt;&lt;br&gt; 누나! 그 때 어디선가 남자아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아란의 다리에 매달려 얼굴을 비비댔다.&lt;br&gt; 아란이 몸을 굽히더니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 올렸다.&lt;br&gt; 이제 다섯 살이나 됐을까 누가 보면 엄마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녀를 빼닮은 꼬마였다.&lt;br&gt; http://alr.me  누구야? 내 동생 재영이요.&lt;br&gt; 결혼식 때 안 봤었어요? 하지만 아란이 넌외동딸이잖아, 라고 말하려다가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아마도 이 아 이는 새어머니에게서 난 의붓동생일 것이다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 누구야? 아저씨? 제후는 맹랑한 꼬마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.&lt;br&gt; 아란이 웃으며 동생의 말을 정정했다.&lt;br&gt; 재영아, 아저씨가 아니라 매형이야.&lt;br&gt; 누나랑 결혼한 사람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랑 결혼했어? 엄마랑 아빠처럼 같이 사는 거야? 아빠라기보다는 차라리 할아버지가 낫겠다.&lt;br&gt; 제후는 획, 팔짱을 끼며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 다.&lt;br&gt; 그럼 아기는 어디 있어? 결혼하면 엄마 아빠처럼 아기도 낳는 거잖아.&lt;br&gt; 재영이 동생 어디 있어? 덕분에 아란의 긴장이 덜어지긴 했지만 누나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 처남이 마음에 들지 않 는 제후였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목에 목도리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팔을 풀려는 찰나, 손님 방 문이 열리더 니 그녀의 부모님이 나왔다.&lt;br&gt; 아이를 어르고 있던 아란이 새어머니를 보고는 동생을 거실바닥에 내려놓았다.&lt;br&gt; 엄마한테 갈래, 재영아? 누나는 어디 가야 되거든.&lt;br&gt; 웅웅, 싫어.&lt;br&gt; 누나도 같이 집에 가.&lt;br&gt; 응? 재영아, 이리 온.&lt;br&gt; 저 낳아준 엄마가 부르는데도 재영은 누나에게만 매달려 징징거렸다.&lt;br&gt; 제후가 발을 공중으로 동동대는 아이를 떼어다 엄마에게 안겨주었다.&lt;br&gt; 고마워, 권 서방.&lt;br&gt; 그리고 너도 오랜만이구나.&lt;br&gt; 잘 지냈니? 새어머니의 마지못한 눈길이 아란에게 닿았다.&lt;br&gt; 염려했던 거와 달리 아란은 떨지도 않고 말 을 받았다.&lt;br&gt; 걱정해주신 덕분에요.&lt;br&gt; 아버지도 건강하시죠? 나야 늘 잘 있지.&lt;br&gt; 이 사람이 잘 http://cot.notkor.com  챙겨주니까.&lt;br&gt; 아내의 어깨를 안으며 다정스레 대답하는 아란의 아버지를 보면서 제후는 역겨움마저 일었 다.&lt;br&gt; 당연히 그러시겠죠.&lt;br&gt; 힘들게 재혼하셨는데 오죽 하시겠어요? 삐딱한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.&lt;br&gt; 아란이 그러지 말라는 듯 제후의 팔을 잡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을 뿐 더러 제후도 그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.&lt;br&gt; 너무 사이가 좋아서 딸이 어떻게 사는지는 궁금하시지도 않나 봐요.&lt;br&gt; 저희 결혼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전화 한 통도 안 하시고 말입니다.&lt;br&gt; 저도 부러울 정도라니까요.&lt;br&gt; 농담 속에 드러나는 가시.&lt;br&gt; 은 사장 내외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흐려지는 것을 보며 권 회장 이 나섰다.&lt;br&gt; 제후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? 할아버진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히나 계세요, 소리가 이 사이에서 걸렸다가 목으로 넘어갔 다.&lt;br&gt; 제후는 조롱기를 입가에 걸었다.&lt;br&gt;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.&lt;br&gt; 하지만 없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뭘 잘못했는지 전 모르겠 는데요.&lt;br&gt; 제후야! 마침내 권 회장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제후가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오히 려 건방진 눈동자 속에 두 사람을 가두어 노려볼 뿐이었다.&lt;br&gt; 당신들도 깨달아야 돼.&lt;br&gt;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, 때늦은 사랑 놀음으로 무시당해 내쳐진 자식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당신들도 알아야 돼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그럼 천천히 놀다 가세요.&lt;br&gt; 저희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하거든요.&lt;br&gt; 얼굴 풀어.&lt;br&gt;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?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아란은 내내 불안한 얼굴이었다.&lt;br&gt; 너도, 지금 내가 너무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?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고?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해서 그래요.&lt;br&gt; 오빠도 괜히 저 때문에 은 아란.&lt;br&gt;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던 제후가 무서운 얼굴로 아란을 돌아보았다.&lt;br&gt; 말해두는 데 너하고는 상관없이 내가 한 말이야.&lt;br&gt;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대하는 그 분들 태도에 내가 기분이 나빠서 한 마디 한 거라고.&lt;br&gt; 알았어? 아란이 눈길을 돌리면서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기분 잡치게 그런 얼굴도 하지 말고.&lt;br&gt; 이래서야 둘이 여행 가는 기분도 안 나잖아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안 그럴게요.&lt;br&gt; 이러니 당하고만 살았지.&lt;br&gt; 제후는 침을 꿀꺽 삼키고 http://aqz.myhome.tv  화를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은 아란, 너 여기서 조금만 나빠지면 안 되겠냐? 까짓 망신 한 번 준 거 가지고 마음 쓰 지 마.&lt;br&gt; 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기나 할 거 같아? 사실은 아란이 입술을 오물거렸다.&lt;br&gt; 사실은 저도 속이 시원했어요.&lt;br&gt; 오빠가 그 말 안 했으면 내가 했을지도 몰라요.&lt;br&gt; 다만 오빠 가 할아버지 눈에 나는 건 아닐까, 사람들이 오빠 나쁘게 보면 어쩌나 그게 걱정됐어요.&lt;br&gt; 제후가 피식, 코웃음을 쳤다.&lt;br&gt;거기 온 손님 중에 나 그렇고 그런 놈인 거 모르는 사람 없 어.&lt;br&gt; 그래도 나 때문에 오빠 나쁘게 보이는 거 싫어요.&lt;br&gt; 정말로요.&lt;br&gt; 네 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기지 않는데 왜 네 눈엔 내가 안 보이는 걸까.&lt;br&gt; 제후는 속 이 쓰렸다.&lt;br&gt; 그만해라.&lt;br&gt; 빼도 박도 못할 말 가지고 가타부타 떠드는 거, 머리 아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33/tistory/2009/12/26/04/12/4b350e9b6d4db &gt;&lt;br&gt;&lt;br&gt; 제후는 몸을 의자에 묻으면서 눈을 감았다.&lt;br&gt; 그를 가만, 쳐다보는 아란의 시선과 이내 고개를 돌리는 나즈막한 한숨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했다.&lt;br&gt; 기대하게 만들지 마.&lt;br&gt; 네 착한 눈빛을 마주하는 게 얼마나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 알아? 사랑은 느낄수록 괴로웠다.&lt;br&gt; 낯설고 힘들었다.&lt;br&gt;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호텔에서 보낸 VIP 전용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들어갔다.&lt;br&gt; 우와~예쁘다!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객실에 짐을 풀자마자 아란은 곧장 발코니로 뛰어나갔다.&lt;br&gt; 그러더니 인어공주가 되어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할 것처럼 난간을 손으로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.&lt;br&gt; 여기 진짜 마음에 들어요.&lt;br&gt;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감사하는 말씀 꼭 드려야겠어요.&lt;br&gt; 할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입었던 답답한 정장 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제후는 대답했다.&lt;br&gt; 그러던지.&lt;br&gt; 직접 마중을 나온 지배인의 말에 따르면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방이라고 했다.&lt;br&gt; 이틀을 머무는 데 190만원이고 사흘에 26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형의 허니문 패키지용 객실이란다.&lt;br&gt; 얼른 옷 갈아입어.&lt;br&gt; 바다 보고 싶다며.&lt;br&gt; 조금만 더 보구요.&lt;br&gt; 제후가 니트 셔츠에 청바지로 갈아입을 동안까지 아란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 음속에 불쑥 짓궂은 장난기가 돌았다.&lt;br&gt; 아쉬워하며 허리를 바로세우는 아란의 등에 제후의 가슴이 닿았다.&lt;br&gt; 그만 보고 가자니까.&lt;br&gt; 제후는 두 팔로 각각 아란의 어깨와 허리를 둘러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.&lt;br&gt; 아니면,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그냥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까? 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싫다.&lt;br&gt; 넌 내가 마법을 풀어줄 때만 살아 숨을 쉬는 인형이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그그치만 아까 집에서두 거긴 거기고 호텔에서 하는 건 처음이잖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목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를 헤치면서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물었다.&lt;br&gt; 불그스 름한 입술자욱과 고른 치흔(齒痕)이 남았다.&lt;br&gt; 게다가 우린 부부고어디에서도 거리낄 게 없어야 한다고.&lt;br&gt; 아란의 귓불을 깨물며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허리를 안았던 손이 내려가 스커트를 밀어올리고 매 끈한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.&lt;br&gt; http://hjjj.isuim.com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.&lt;br&gt; 자어떻게 할까? 밖으로 나가서 멍청한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줄까, 아니면 이 곳에 서 갑자기 돌아선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감으며 입술을 맞댔다.&lt;br&gt; 등 뒤로 파닥이며 스커트를 들추는 바람만큼이나 그녀의 행동은 대담했다.&lt;br&gt; 아란이 입술을 떼었다.&lt;br&gt; 원해요.&lt;br&gt; 해요.&lt;br&gt; 한 음절이 숨어 나왔지만 제후는 그 말이 허락의 뜻임을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요정들의 눈물처럼 수정이 되어 떨어질 듯 잔잔한 물기가 아란의 눈에 고인다.&lt;br&gt; 아란아 그의 뺨을 쓸어내리는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나 겁쟁이야.&lt;br&gt; 나 너 데리고 도망 온 거야.&lt;br&gt; 밑도 끝도 없이 퍼 올리는 말이었다.&lt;br&gt; 어둠에 깊이를 감춘 우물에서 처음 두레박으로 퍼 올 린 맑은 물이었다.&lt;br&gt; 사실은 내가 오빠.&lt;br&gt; 제후의 팔 안에서 아란의 허리가 휘어지며 다가갔다.&lt;br&gt; 코끝이 부딪치는 거리에서 아란은 제 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.&lt;br&gt; 그 말 꼭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면, 하고 나서 오빠 마음 상하게 할 말이라면 하지 마요.&lt;br&gt; 사람들 떠나서 둘이 있는 거잖아요.&lt;br&gt; 그러니 아무 생각 하지 마요.&lt;br&gt; 여행 왔으니까 좋은 기억만 만들어요.&lt;br&gt; 아무도 끼워주지 말고 그냥 우리 생각만 하면서 지내요, 네? 그녀가 말하는‘우리’는 특별하게 들린다.&lt;br&gt; 너는 너, 나는 나가 아닌 우리.&lt;br&gt; 그런데 그 우리 사이에 누가 끼어들면 어떻게 하지? 하나도 아닌 둘.&lt;br&gt; 너를 좋아하는 사람,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가 널 영원히 차지할 수 있는 걸 막아버리 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? 너 좋아하 바로 그 때 제후의 핸드폰이 주인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긴장이 푹 수그러드는 걸 느끼면서 아 란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고 거실로 들어갔다.&lt;br&gt; 여보세요? 제후, 네 이 녀석! 할아버지셨다.&lt;br&gt; 제후는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알았어요, 알았어.&lt;br&gt; 제가 잘못했어요.&lt;br&gt; 이제 됐죠?! 제후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.&lt;br&gt; 그리고 아예 핸드폰의 배터리를 뽑아 버렸다.&lt;br&gt; 오빠아란은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.&lt;br&gt;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래.&lt;br&gt; 돌아가면 틀림없이 배로 혼나겠지만 아무도 너한테 뭐라 안 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.&lt;br&gt; 아란이 고개를 저었다.&lt;br&gt; 부부는 일심동체랬어요.&lt;br&gt; 오빠가 잘못한 건 내가 잘못한 거고 난, 오빠가 할아버지한테 혼 나는 거 싫어요.&lt;br&gt; 그래? 제후는 웃는 듯 마는 듯 입가를 찡그렸다.&lt;br&gt;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에 대해 ‘우리’를 강조하는 아란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.&lt;br&gt; 나중에 할아버지가 부르시면 저도 데리고 가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줄게요.&lt;br&gt; 같이 혼나줘? 어감이 재미있었다.&lt;br&gt; 마지못한 미소는 진심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.&lt;br&gt; 하긴.&lt;br&gt;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 예뻐하시니까 너 데리고 가면 야단은 덜 맞겠다.&lt;br&gt;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미소가 제후를 따라 아란의 얼굴에 고였다.&lt;br&gt; 그저 바 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웃고 있으면 온 세상이 빛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http://hpq.kwsc.net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.&lt;br&gt;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아냐? 그건 다 권 제후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야.&lt;br&gt;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먼 손가락으로 가리킨 그를 보고 승원과 미진이 했던 말이었다.&lt;br&gt; 무표정한 얼굴을 녹여보고자 웬만한 미모를 갖춘 여자들이 줄줄이 덤벼들었지만 마음을 얻고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했다.&lt;br&gt; 떠난 사람이 여자가 먼저든 권 제후가 먼저든 그가 미련을 갖고 찾는 경우도 없다 했다.&lt;br&gt; 포기해.&lt;br&gt; 저 선배 맘 좀 뺏어보겠다고 설치다가 바보 된 애들 하나둘인 줄 아냐? 친구들의 만류에도 변함없던 절실한 외바라기에 하늘도 감동하셨는지 인연이 맺어졌고 심지 어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게까지 되었다.&lt;br&gt;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제후는 아란의 몸만은 좋아했다.&lt;br&gt; 진짜 속을 내비치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녀가 없으면 가끔 서운해 한다고 느꼈다.&lt;br&gt; 그리고 그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.&lt;br&gt; 바라만 보고 말도 못 걸던 옛날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을, 아란은 보내고 있었다.&lt;br&gt; 하지만 헤어지면? 나한테 싫증을 내고 계약을 끝내자고 말하면? 가슴에 싸한 통증이 찾아왔다.&lt;br&gt; 아란은 작은 콧소리 섞인 한숨을 쉬며 제후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안겼다.&lt;br&gt; 그리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시원한 향수냄새와 체취를 숨 속으로 담아 넣었다.&lt;br&gt; 언젠가 그가 떠날 때 언젠가 혼자 남겨질 때,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며 견딜 수 있도록.&lt;br&gt; 제주도로 밀월여행을 다녀온 다음부터 제후는 강의라든가 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9/tistory/2009/12/26/04/29/4b351291e3f09 &gt;&lt;br&gt;&lt;br&gt;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할 때를 빼 고는 아란을 옆에 붙이고 다녔다.&lt;br&gt; 결혼을 빨리 해서 못해봤던 평범한 데이트도 했다.&lt;br&gt; 강의가 비는 시간 틈틈이 전화를 하고 기다리고 만나고, 아란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녔다.&lt;br&gt; 같이 술 마실 시간도 없냐는 친구들의 비아냥거림도 권 제후, 사람 달라졌다고 신기한 눈으 로 쳐다보는 여자들의 시선도 상관없었다.&lt;br&gt; 그저 그만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.&lt;br&gt; 권 제후가 만든 시간 속에서 권 제후를 생각하는 것으 로 아란의 머릿속을 채워주고 싶었다.&lt;br&gt; 오빠, 이거 봐요! 아란이 갑자기 제후의 팔을 잡으며 멈춰 섰다.&lt;br&gt; 학교 앞 분식점에서 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소화 시킬 겸 아이쇼핑을 하다가 쇼윈도에 걸린 목걸이가 예쁘다고 들른 보석 전문점 안이었다.&lt;br&gt; 크리스탈로 만든 거래요.&lt;br&gt; 너무 예쁘죠? 아란이 가리킨 것은 손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큐피드 상이었다.&lt;br&gt; 앙증맞은 날개를 달고 하 트가 달린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.&lt;br&gt; 사줄까? 카운터에 있던 여직원 중 하나가 쪼르르 달려오는 걸 보며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정말요?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안 될 게 뭐야.&lt;br&gt; 너나 나나 어차피 돈만 남아도는 집 자식들이잖아.&lt;br&gt; 내가 맘만 먹으면 이 http://ddr.kbsyo.com 보석가게 전부를 사다가 안겨줄 수도 있다고.&lt;br&gt; 거드름을 피우는 제후의 말투에 아란이 웃는다.&lt;br&gt; 소리 없는 웃음에 그녀의 양 볼에는 깜찍한 볼우물이 진다.&lt;br&gt; 두 개였으면 좋겠는데 손때가 묻을까 조각상 아래 빌로드 천이 깔린 상자를 통째로 들고 있던 아란이 중얼거렸다.&lt;br&gt; 응? 이거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요.&lt;br&gt; 오빠하고 나하고 하나씩 나눠 갖게.&lt;br&gt; 짝 있어요, 손님.&lt;br&gt; 보여드릴까요? 옆에 있던 직원이 카운터로 따라 오란다.&lt;br&gt; 마음만 먹으면 이 보석가게 전부를 사서 안겨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던 까닭에 그녀의 태도는 굉장히 친절했다.&lt;br&gt; 여직원이 뭐라고 얘기를 하자 남자직원이 금고를 열더니 비슷한 크기의 상자를 꺼내고 뚜껑 을 연다.&lt;br&gt; 하트에 화살이 꽂힌 모양의 조각이 누워 있었다.&lt;br&gt; 예쁘다! 아란의 감탄사에 제후가 어깨를 으쓱, 했다.&lt;br&gt; 직원들과 주인의 낯에 화색이 떠오르는 걸 보니 꽤 값이 나가는 모양이었다.&lt;br&gt; 두 분 사귀는 사이세요? 귀족적인 고상함에 적당한 반항기가 돋보이는 근사한 외모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 였다.&lt;br&gt; 여자의 예쁘다는 말 한 마디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꺼내고 카드를 긁는, 성격 화끈한 남자 의 뒷모습을 보던 여직원 하나가 상자 두 개를 포장하며 말을 붙인다.&lt;br&gt; 남자친구가 아가씨한테 푹 빠져 있는 것 같던데 그래요? 아란은 가게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 제후를 창 너머로 쳐다보며 대답했다.&lt;br&gt; 가능성은 없었지만 듣기는 좋았다.&lt;br&gt; 이왕이면 커플링도 하지 그래요? 혼자 덜렁하니 우정 반지 같은 거 끼지 말고, 사귄지 오 래 된 사이면 웃고 있던 아란의 얼굴이 굳어버렸다.&lt;br&gt; 즐거워서 까닥거리던 손가락의 움직임도 투명한 유리 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저희, 부분데요.&lt;br&gt; 부부요? 그치만 남자 분은 반지를 끼고 있지 않던 손님의 달라진 표정을 보고 여직원은 입을 다물었지만 말은 뱉어진 다음이었다.&lt;br&gt;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비참함이었지만 아란은 막 포장이 끝난 상자를 들고 훌쩍 밖으로 나와 버렸다.&lt;br&gt; 더 듣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모르는 사람에게 계약에 묶인 부부라서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.&lt;br&gt; 형식상의 관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약속.&lt;br&gt; 아란아! 담배를 태우며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던 제후는 그가 기다리는 것조차 잊은 듯 앞 을 지나쳐 황망히 걸음을 옮기는 아란을 보고 대충 통화를 마무리 하고 그녀에게 뛰어갔다.&lt;br&gt; 어디 가.&lt;br&gt; 오늘 할아버지 만나러 가기로 아란의 팔을 잡아 돌려세운 제후는 뜻밖에도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과 http://naveryo.com/naver/5386.html 맞닥뜨린 순간 말 을 끝맺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.&lt;br&gt; 원망, 분노 하여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이었다.&lt;br&gt; 낼까요? 목이 메는 음성으로 아란은 제후를 쳐다봤다.&lt;br&gt; 그냥 우리 여기서 끝낼까요? 뭐? 할아버지 앞에서 오빠가 사 준 선물이라고 좋아하며 자랑하는 아란의 얼굴을 볼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제후의 낯이 구겨졌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라면 그냥 여기서 끝내자고요!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을 시간도 달래줄 틈도 없었다.&lt;br&gt; 하얀 얼굴 가득 눈물을 터트린 아란 은 그대로 뒤돌아서 뛰어가 버렸다.&lt;br&gt;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.&lt;br&gt; 아란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그만큼 당황스러웠다.&lt;br&gt; 바닥 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 올리며 제후는 아득한 불안함으로 심장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.&lt;br&gt; 죄죄송합니다, 손님.&lt;br&gt; 아까의 여직원이 옆에 서 있었다.&lt;br&gt; 제가 실수를 했어요.&lt;br&gt; 두 분이 결혼하신 줄도 모르고 그만 커플링이나 하는 게 어떻겠냐 고 커플링? 제후는 무심결에 왼손 약지를 내려다보았다.&lt;br&gt; 아란과는 달리 어떤 구속도 허용치 않을 것처 럼,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텅 비어 있는 그의 손가락을.&lt;br&gt; 직원이 알고 말했던 것도 아니고 제후의 고의도 아니었지만 비싼 선물을 덥석 안겨주고는 아란의 마음을 깔아뭉갠 꼴이 되고 말았다.&lt;br&gt; 진작에 끼고 다녔어야 했는데 쑥스러움에 미뤄두었던 일이 치부를 드러내 그녀가 망신을 당 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뭐야?! 당신 눈에는 그 비싼 반지가 고작 우정 반지로 보였단 말야? 죄죄송합니다.&lt;br&gt; 정말 죄송합니다.&lt;br&gt; 어떻게 보상을 해야 이 여자에겐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후는 화가 났다.&lt;br&gt; 아니 그보다, 바람이 팽팽했던 풍선이 터져버린 것 같은 아란의 눈동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.&lt;br&gt; 화를 냈다는 건 그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뜻인데 말이다.&lt;br&gt; 나한테 기대를 해? 그 남자가 아닌 나한테? 본가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었다.&lt;br&gt; 할아버지가 생신 때의 일에 대해 뭐라고 꾸중을 하셨는지 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제후는 집에 가면 아란의 화를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가만 고민하고 있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20/tistory/2009/12/26/04/01/4b350bfc689c2 &gt;&lt;br&gt;&lt;br&gt; 여자의 눈치를 보는 일이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라면 용기를 낼 수도 있는 제후였다.&lt;br&gt; 불안하진 않았다.&lt;br&gt; 어느 덧 심장을 내 준 사람이기에 그리고 문득 문득 기대를 갖게 만드는 아란의 행동에 대한 설레임이 가슴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.&lt;br&gt; 상한 속을 달래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라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건 아닌가 했지만 옥외 주차장에서 떨리는 맘으로 올려다 본 그들의 보금자리에는 불이 커져 있었다.&lt;br&gt; 저녁나절, 그렇게 아란과 헤어지고 내내 구겨져 있던 제후의 얼굴이 반가움으로 펴졌다.&lt;br&gt; 엘 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고작 3층 내려오는 http://naveryo.com/naver/2033.php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.&lt;br&gt; 가쁜 호흡에 들먹이는 심장을 억누르며 벨을 누르려는 찰나 문이 먼저 열렸다.&lt;br&gt; 왔어요? 어응.&lt;br&gt; 아까 그러고 간 게 미안해선지 아란은 어색한 음성으로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래도 죄책감이 드는 건 아란이 아니라 제후 쪽이었다.&lt;br&gt; 집에는 언제 왔어? 온 지 한 시간쯤 됐어요.&lt;br&gt;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아란의 어깨에서 바람이 인다.&lt;br&gt; 그 모습을 보자 잠시나마 가졌던 제 후의 설레임은 구석으로 밀려난다.&lt;br&gt; 아까 그 말 왜 한 거야? 내던지는 말이 퉁명스러웠다.&lt;br&gt; 아란이 침실로 향하던 걸음을 멈춘다.&lt;br&gt; 말해두겠지만 우리 결혼 오빠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죠.&lt;br&gt; 아란이 말을 가로채며 뒤돌아섰다.&lt;br&gt; 내가 아쉬워서 매달린 결혼이니까 혼자였던 생활로 돌아간다고 해도 오빠는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거죠?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? ! 내 마음 같은 거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거죠? 내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받아들였는지 오빠한테는 아무 상관없는 거죠? 굵은 눈물방울이 아롱져 바닥으로 떨어진다.&lt;br&gt; 제후는 울컥하는 마음에 아란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.&lt;br&gt; 그러는 넌! 너만 아픈 게 아니란 말이다.&lt;br&gt;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로 두고 사는 나는 편한 줄 알아? 멀쩡한 줄 알아? 넌 뭘 그렇게 잘했는데? 날 다그칠 만큼 순결한 요조숙녀에 조강지처야? 겉으로는 나밖 에 모르는 여자처럼 하고 다녀도 막상 뒤로는 여우짓하고 다니는 지 어떻게 알아? 아니에요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 오빠밖에 없어요.&lt;br&gt; 왜 몰라요 꼭 말로만 해야 되는 거에요? 마음으로 날 봐줄 수는 없는 거에요?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악에 받친 한 마디가 아란의 입을 뚫고 터져 나왔다.&lt;br&gt;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 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제후의 눈빛이 주춤했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손을 뿌리쳤다.&lt;br&gt;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축하한다는 말 듣고 싶었어요.&lt;br&gt;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더 이상 비참해질래야 비참해질 수도 없었다.&lt;br&gt; 손으로 가리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 큼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 걸 느끼며 아란이 뛰쳐나간다.&lt;br&gt; 멍하니 서 있던 제후가 탕! 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.&lt;br&gt; 아아란아! 제후는 신발도 신지 않고 따라 나갔지만 아란은 보이지 않았다.&lt;br&gt; 두리번거리며 황급한 심정 으로 그녀를 찾는 그의 귀에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꺄아악! 사람이 다쳤어요, 누가 좀 도와줘요! 설마 하는 불안감에 심장이 내려앉으면서 소름이 돋았다.&lt;br&gt;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 서 제후는 여자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.&lt;br&gt; 계단이 있는 곳이었다.&lt;br&gt; 사람들이 그리로 모여들었다.&lt;br&gt; 이름도 모르는 이웃들을 헤치고 들어간 제후의 눈이 커졌다.&lt;br&gt; 아란아! 계단 아래,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분명 아란이었다.&lt;br&gt; 벗겨진 한 짝의 신 발이 계단 중간에 걸쳐져 있었다.&lt;br&gt; 아란아, 제발! 넋 나간 표정으로 아란을 안아든 제후가 창백해진 그녀의 뺨을 두드리다 말고 웅성대며 모 여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.&lt;br&gt; 뭣들 하는 거에요! 사람이 다쳤는데! 구급차, 누구 구급차 좀 불러줘요!! 가벼운 뇌진탕이라면서! 그거 말고는 다친 데도 없다면서 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? 방안이 다 쩌렁쩌렁 울렸다.&lt;br&gt; 의사 생활 25년에 http://naveryo.com/naver/5009.php 이렇게 막 되먹고 시끄러운 보호자는 처음 보겠다고 생각하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을 꺼냈다.&lt;br&gt; 자자, 일단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으십시오.&lt;br&gt; 그래야 저도 무슨 말씀을 드리던지 할 것 아 닙니까? 뒤에 서 있던 권 회장이 제후의 어깨를 두드렸다.&lt;br&gt; 노인의 자애로운 눈빛이 거친 감정에 휩 싸인 손자의 마음을 다독였다.&lt;br&gt;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환자분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.&lt;br&gt; 약간의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 은 것 외에는 이봐, 의사 선생!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? 뭔가 새로운 걸 얘기해 보라고! 나는 왜 아란이 가 깨어나지 못하는지에 묻고 있잖아! 제후야! 할아버지의 엄한 목소리에 제후는 억지로 숨을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문제는 환자분이 거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.&lt;br&gt; 무의식중에 깨어나는 걸 거부하는 것 같습 니다.&lt;br&gt; 뭔가 두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.&lt;br&gt; 그럼 어떻게 해야 지금으로썬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.&lt;br&gt; 어떤 확약도 드릴 수가 의사가 말끝을 줄였다.&lt;br&gt; 제후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.&lt;br&gt; 구급대에 실려 온지 벌써 사흘 밤낮을 넘겼는데 아란은 죽은 듯이 잠만 잘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.&lt;br&gt; 죽은 듯이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?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.&lt;br&gt; 알 려고 하지도 않잖아요.&lt;br&gt; 오늘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오빠는 알기나 해요?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.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 신 이후로는 축하받은 기억도 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오빠에게만은 단 한 사람 오빠에게만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무너졌다.&lt;br&gt; 이대로 영원한 잠에 들어 깨어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, 다시는 아란의 맑은 웃음을 볼 수 없 는 건 아닌가 방정맞은 생각들이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머릿속을 오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지친 발을 끌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깊은 잠에 든 아란의 얼굴은 평온해보였지만 그와 함께 하는 일상이 두려워 일어나지 못한 다는 말에 제후의 가슴은 핏빛 멍울이 지고 몇 톤짜리 돌을 얹은 것 마냥 무거웠다.&lt;br&gt; 다가가 의자를 끌어다놓고 앉았다.&lt;br&gt;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대고 눈을 감았 다.&lt;br&gt; 눈물 한 줄기가 제후의 뺨을 타고 흘렀다.&lt;br&gt; 아직은 아직은 아니잖아.&lt;br&gt; 나한테 실망하고 화나더라도 내가 철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참아주라.&lt;br&gt; 부부란 원래 그런 거 잖아.&lt;br&gt; 나란 놈한테 실망해서 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널 채웠다고 해도 이런 모습이 마지막이면 안 되는 거잖아.&lt;br&gt; 아란아 내 목소리 들리면 좀 일어나봐.&lt;br&gt; 내 마음 알기 http://agora.shenala.com 전까지는 멀리 가지마.&lt;br&gt; 나 놔두고 혼자 먼 데로 떠나지마.&lt;br&gt; 다시 그녀 없는 시간이 흘렀다.&lt;br&gt; 네 번의 낮과 밤이 일상을 만들며 지나갔다.&lt;br&gt; 학교에는 가야 된다는 할아버지의 엄명에 따르 긴 했지만 제후는 아란의 간호를 맡은 사람이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 이었다.&lt;br&gt; 강의가 끝나면 끼니를 챙길 틈도 없 이 달려오곤 했다.&lt;br&gt; 제 에미 애비가 죽은 후로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중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권 회장은 손 자며느리가 걱정되면서도 아란에게 몰두하는 제후의 모습을 다행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았다.&lt;br&gt; 제후는 남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생일에 아란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모르는 척 했던 것도 손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였다.&lt;br&gt; 아란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쉴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마음이 안식처를 찾았다는 걸 말이다.&lt;br&gt; 이제 미움 받는 역할은 그만해도 될 것 같군.&lt;br&gt; 그동안 수고했네.&lt;br&gt; 어느 날 새벽인가 아란을 간호하다 곁에 엎드려 잠이 든 제후를 보며 권 회장은 병실을 나 와 밖에서 문병 차, 들렀던 공범에게 말했다.&lt;br&gt; 그 녀석이 미처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처음부터 좋아했을 걸요.&lt;br&gt; 민준이 미소로 답했다.&lt;br&gt; 그런데 언제쯤 말해주는 게 좋을까요? 이번 일도 있고 두 사람 다, 슬슬 진실을 알 때도 된 것 같은데.&lt;br&gt; 내버려 두게.&lt;br&gt;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제 3자보다 서로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제일 행복할 테니까.&lt;br&gt; 제후가 마음을 숨기는 바보짓만 하지 않는다면요.&lt;br&gt; 그 때 낮은 굽의 샌들을 신고 복도를 뛰어오는 간호사 한 명이 있었다.&lt;br&gt; 그녀는 권 회장에게 다다르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.&lt;br&gt; 은 아란씨 보호자 되시죠? 빨리 병실에 좀 와주셔야겠어요.&lt;br&gt; 우리 아이가 깨어났습니까? 그게 아니고 병실로 환자분의 아버지라는 분이 찾아오셨는데 손자 분이 막 더 듣지 않아도 상황을 짐작하는 권 회장이었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알고 있는 이상은 그랬다.&lt;br&gt; 어둠에 묻힌 복도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병실이 http://alr.me 있었다.&lt;br&gt; 활짝 열린 문으로 넓은 용적의 빛이 바닥을 비추고 거기선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가! 여기서 사라지라고! 당신이 무슨 아버지라고 딸이 다쳐서 입원해 있는데도 일주일 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당신이 무슨 아버지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3.tistory.com/image/8/tistory/2009/12/26/03/49/4b3509431d3f9 &gt;&lt;br&gt;&lt;br&gt; 의사가 뭐라고 한 줄 알아? 잘못하면 평생 저러고 있을 수도 있대.&lt;br&gt; 부모라는 사람들이 결 혼이란 명목으로 팔아넘긴 딸이 영원히 잠들어서 죽을 때까지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대! 그거 알기나 해? 깨어나면 두려 운 일이 기다리는 것처럼 깨어나는 걸 거부하고 있대.&lt;br&gt; 이보게 권 서방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란의 아버지가 사위에게 낯을 보이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후 가 말을 가로챘다.&lt;br&gt; 당신과, 당신의 새 아내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짐이었는지 몰라도 아란이 이제 나한테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야.&lt;br&gt; 누구한테도 상처받지 못하게 내가 지킬 거고 아무도 이 아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일 있으 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그러니 가.&lt;br&gt; 여기서 사라지고 다시는 오지 마! 절규.&lt;br&gt; 그리고 차마 말해주지 못한 사랑.&lt;br&gt; 우리 누나 아파?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문틈으로 제후와 은 사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권 회장과 민준의 귀에 아이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.&lt;br&gt; 누나 이제 못 일어나? 재영이었다.&lt;br&gt; 엄마보다 배다른 누나를 더 따르던 그녀의 동생이었다.&lt;br&gt; 아저씨 우리 누나 죽었어?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재영이 제후의 바지를 잡고 흔들었다.&lt;br&gt; 재수 없는 소리 집어 쳐! 죽긴 누가 죽었다고 그래! 아이의, 아란을 빼닮은 눈동자에 다시금 죄책감이 스며들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이가 놀랄 수 있다 는 것도 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.&lt;br&gt; 방금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아저씨가 그랬잖아.&lt;br&gt; 끅끅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재영은 누나의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.&lt;br&gt; 부벼대는 눈이 붉었다.&lt;br&gt; 제 후는 한숨을 쉬며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었다.&lt;br&gt; 미안하다, 꼬마야.&lt;br&gt; 아저씨가 잘못했어.&lt;br&gt; 누나 안 죽어.&lt;br&gt; 그냥 자고 있는 거잖아.&lt;br&gt; 일어날 거야.&lt;br&gt; 꼭 일어나서 널 안아줄 거야.&lt;br&gt; 누나에게 http://cot.notkor.com 그랬던 것처럼 재영은 제후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.&lt;br&gt; 아이들 특유의 달콤한 체취가 한가득 안겨왔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안듯이 아이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달랬다.&lt;br&gt; 아무 일 없을 거야정말로.&lt;br&gt; 목이 메어왔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민준이, 그리고 할아버지가 문간에 서 있었다.&lt;br&gt; 본의 아니게 엿들은 꼴이 되어 버렸구나, 미안하다.&lt;br&gt; 언제 오셨어요? 그리고 민준이 너는? 제후는 재영을 안은 채로 일어났다.&lt;br&gt; 아란이 문병 왔다가 할아버지를 만나서 담배 한 대 태우고 들어오는 길이야.&lt;br&gt; 괜찮아? 네 녀석 온 건 하나도 안 반가워.&lt;br&gt; 민준이 피식 웃으며 사돈과 함께 나가는 권 회장을 쳐다봤다.&lt;br&gt; 은 사장의 무거운 걸음새를 보아하니 긴 얘기가 될 것 같았다.&lt;br&gt; 곧 반가워하게 될 걸.&lt;br&gt; 너, 나하고 잠깐 얘기 좀 하자.&lt;br&gt; 아란이 걱정되면 여기서 해도 좋 고.&lt;br&gt; 옆 침대에 재영을 재워놓고 있을 때 캔 커피 두 개를 든 민준이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너 어제도 밤샜다면서 몸은 괜찮은 거냐? 중간 중간 자니까 견딜 만 해.&lt;br&gt; 달고 시원한 냉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잠이 깨는 듯 했다.&lt;br&gt; 아란이 좋아하지? 캔을 들어올리던 제후의 손이 공중에서 우뚝 멈췄다.&lt;br&gt; 내 말이 맞냐?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가 제후의 입가를 맴돌았다.&lt;br&gt; 민준이 말을 이었다.&lt;br&gt; 뭐 너 하는 짓 봐선 묻지 않아도 당연한 얘기다만 그냥 확인해 본 거다.&lt;br&gt; 그 때 내가 아 란이 좋아한다고 했던 거 기억 나냐? 그래서.&lt;br&gt;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?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냐? !! 경악의 표정이 제후의 얼굴에 떠올랐다.&lt;br&gt; 민준이 바닥에 깔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캔을 살살 흔들었다.&lt;br&gt; 그래, 맞아.&lt;br&gt; 나 너한테 거짓말 했다.&lt;br&gt; 난 너 만큼이나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친 구의 여자를 노릴 정도로 비열한 놈은 아니야.&lt;br&gt; 그런데 왜 나한테 부탁한 사람이 있었어.&lt;br&gt; 네가 행복해지기를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이.&lt;br&gt; 할아버지가? 민준은 제후의 생각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.&lt;br&gt; 내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어땠을 거 같냐? 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 서투르잖아.&lt;br&gt; 할아버 지는 진실을 깨닫도록 너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거야.&lt;br&gt; 지기 싫어하는 네 성격에 누가 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가만히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싫어도 http://aqz.myhome.tv 지키려고 노력할 테니까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신 거지.&lt;br&gt; 결 국 할아버지의 판단은 옳았고 지금 넌 여기 이 자리에 있잖아.&lt;br&gt; 아란이도 이 사실 알아? 몰라.&lt;br&gt; 아마 내가 자기한테 접근한 게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걸.&lt;br&gt; 그 녀석, 너도 알겠 지만 사람을 너무 잘 믿어.&lt;br&gt;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도 안 하고 덥석 믿어버려.&lt;br&gt; 제후는 허무함에 웃음이 나왔다.&lt;br&gt; 그 동안의 고민이 다 쓸데없는 거였다니.&lt;br&gt; 말이나 들어보자.&lt;br&gt; 너 아란이 찾아가서 뭐라고 했냐? 어느 덧 경계심을 풀은 눈동자였다.&lt;br&gt; 민준이 싱긋 웃었다.&lt;br&gt;궁금하냐? 그걸 말이라고 해? 할아버지랑 짜고 나 속인 건 괘씸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용서해준 다.&lt;br&gt; 음처음엔 반지 얘기 하면서 속을 찔러봤고 두 번째는 너희들이 계약 결혼 한 거 알고 있다고 했고, 세 번째는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지.&lt;br&gt; 그랬더니 뭐래? 선배가 뭘 원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을 거에요, 그러더라.&lt;br&gt; 아마도 내가 자기한테 구애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나봐.&lt;br&gt; 순진한 녀석.&lt;br&gt; 진심하고 장난도 구분 못하는 바보.&lt;br&gt; 가까이 있으면서도 참 어려운 사랑을 하는 커플이었다.&lt;br&gt; 자식이, 그러는 저는 바보짓 안 한 줄 아나.&lt;br&gt; 민준은 아직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생 각하는 어리석은 친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.&lt;br&gt; 너도 속아 넘어갔으면서 뭘 그래.&lt;br&gt; 나한테 주먹질까지 하고.&lt;br&gt; 한 민준 연기력이 좋았던 거지.&lt;br&gt; 정작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지만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비단 아란의 입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에서라도 그녀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고도 멀쩡할 자신이 없었다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왜.&lt;br&gt; 나 힘들다.&lt;br&gt;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데 그 아이가 원하면 보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놔 줄 수가 없어.&lt;br&gt; 욕심 부리면 정말 아란이가 달아날지 모르는데 원래 사람 좋아하는 건 다 그런 거야.&lt;br&gt; 민준은 제후의 어깨를 툭툭 쳤다.&lt;br&gt; 그리고 너처럼 지극정성인 남자 놔두고 어딜 가겠냐? http://hjjj.isuim.com 도망가더라도 일주일 동안 잠 못 자 고 밥 못 먹어가며 고생한 네 은공은 갚고 가라고 그래.&lt;br&gt; 민준아.&lt;br&gt; 웃으라고 한 말이었는데 친구를 부르는 한숨이 깊었다.&lt;br&gt; 그런 만큼 그의 사랑도 깊었다.&lt;br&gt; 아란이 쓰러졌던 날, 나한테 처음 화를 내더라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 나 하냐고,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막 울어 버리더라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35/tistory/2009/12/26/04/28/4b351271bed87 &gt;&lt;br&gt;&lt;br&gt;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아무 에게도 축하받은 적 없다던 생일날에 날 만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에 단 한 사람 오빠한테만은 축하받고 싶었다고 그러더 라.&lt;br&gt; .&lt;br&gt; 사랑이 없어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난 항상 그 앨 다치게만 만들더라.&lt;br&gt; 나중에 보니 까 내가 그 앨 내쫓아버렸더라.&lt;br&gt; 제후야 아, 맞다.&lt;br&gt; 해도 해도 안 될 사람들이면 늦기 전에 끝내자고 아란이가 그러더라.&lt;br&gt; 한 민준, 너 어떻게 생각해? 나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? 걸리는 게 많군.&lt;br&gt; 민준은 한 조각 희망도 남지 않은 얼굴로 넋두리를 하는 친구가 가여웠다.&lt;br&gt; 그리고 그의 이런 사랑을 모른 채 마음을 가두고 잠이 들어있는 아란에게 화가 나려고 했다.&lt;br&gt; 아란이 보내고 너 혼자 살 자신 있어? 자신이야 있지.&lt;br&gt; 미쳐버릴 자신.&lt;br&gt; 죽어도 돌아볼 사람 없으니 원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 자 신.&lt;br&gt; 그럼 보내지마.&lt;br&gt;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다 꼭 붙들어 두고 살아.&lt;br&gt; 내가 너 사랑하니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곁에만 있어달라고 졸라.&lt;br&gt; 은 아란은 착하니까 소원을 들어줄 거야.&lt;br&gt; 억지 부려서 더 정 떨어진다고 하면? 이런 겁쟁이! 권 제후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? 그럴 일 없을 거야.&lt;br&gt; 내가 장담해.&lt;br&gt; 민준은 제후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웃어주었다.&lt;br&gt; 제후를 향한 아란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 있었다.&lt;br&gt; 그의 친구는 확실히 달라졌다.&lt;br&gt; 조각 같은 외모와 냉담한 분위기로 여자들을 녹이던 권 제후 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.&lt;br&gt; 사랑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겁을 내고 두려워하고, 고 민을 했다.&lt;br&gt; 만약 아란이 끼고 다니던 순결반지의 주인공이 바로 자기라는 걸 알게 되면 제후가 뭐라고 그럴까 문득 궁금해지는 민준이었다.&lt;br&gt; 제후야.&lt;br&gt; 병원 로비.&lt;br&gt; 그를 배웅하러 나온 친구에게 민준은 마지막 충고를 했다.&lt;br&gt;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아란이네 아버지한테 심하게 굴지 마라.&lt;br&gt; 판단은 네가 아니라 아란 이의 몫으로 남겨둬야지.&lt;br&gt; 아무리 그래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분 아니냐.&lt;br&gt; 알았어.&lt;br&gt; 아란이 일어나면 그동안 장난쳐서 미안했다고 대신 사과도 건네주고.&lt;br&gt; 알았다니까.&lt;br&gt; 택시를 부른 민준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든다.&lt;br&gt;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 제후는 병실로 돌아왔다.&lt;br&gt; 아직도 깊은 잠에 들어 있는 아란을 보았지만 이제는 기다림마저 달가웠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의식을 잃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잠이 들어 있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보며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키스를 하면 일어나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마저 들었다.&lt;br&gt; http://hpq.kwsc.net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깨어 있을 때처럼 여전히 보드랍고 향기가 난다.&lt;br&gt; !! 세 번째 키스를 하고 제후가 얼굴을 들려했을 때 목에 둘려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늘고 미약 한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졌다.&lt;br&gt; 설마, 설마!!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기대감에 제후는 감았던 눈을 떴다.&lt;br&gt;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아란의 눈 동자가 무려 8일 만에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너너 말이 나오질 않았다.&lt;br&gt; 한없이 기쁜 순간에 너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.&lt;br&gt; 응, 나 일어났어요.&lt;br&gt; 나 진짜 많이 잤죠? 젠장!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에 왈칵, 목이 메어 오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은 제후의 몸을 가만히 밀면서 일어났다.&lt;br&gt; 제후가 얼른 아란의 어깨를 잡아 부축해주었다.&lt;br&gt; 그래, 이 잠꾸러기야.&lt;br&gt; 무슨 잠을 8일씩이나 자냐?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겨주다가 제후는 부서질 것 같은 아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.&lt;br&gt; 며 칠 사이 수척해진 몸에, 줄무늬 환자복 속으로 느껴지는 헐거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빨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누가 발을 잡고 안 나줬어요.&lt;br&gt; 눈을 뜨고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반겨줄 사람 아무도 없다고 그냥 여기서 살라고 그랬어요.&lt;br&gt; 까만 옷에 얼굴도 없는 무서운 사람이 자꾸 날 붙잡았어요.&lt;br&gt; 무서웠어? 아란은 대답을 하지 않고 손깍지를 끼어 제후의 등을 안았다.&lt;br&gt; 그의 어깨 언저리가 천천히 젖어왔다.&lt;br&gt; 그녀의 몸이 흐느낌으로 떨리고 있었다.&lt;br&gt; 미안해 입술을 깨물었다.&lt;br&gt; 가까스로 참아내는 그녀의 눈물은 고통이 되어 제후의 심장으로 배겨왔다.&lt;br&gt; 다시는 너 혼자 무서운 꿈에 남겨두지 않을 거야.&lt;br&gt; .&lt;br&gt; 성인자료69영상 우린 항상 같이 있을 거야.&lt;br&gt; 언제든 널 지켜줄 거야.&lt;br&gt;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그리고 나도, 널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아란의 감은 눈꺼풀에 입을 맞추며 제후는 말했다.&lt;br&gt; 창 밖으로 먼동이 트고 있었다.&lt;br&gt;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 날과 하늘을 두고 제후는 그렇게 가 슴을 저리며 찾아온 첫사랑을 고백했다.&lt;br&gt; 아빠가 새엄마랑 헤어지기로 했대요.&lt;br&gt; 은 사장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아란이 저녁때를 훌쩍 넘겨 들어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아빠 없는 동안에 나한테 함부로 한 거 전주댁 아줌마한테 들었나 봐요.&lt;br&gt; 그동안 아빠 노 릇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그랬어요.&lt;br&gt; 전주댁 아줌마는 아란이 여섯 살 때부터 은 사장네 살림을 봐줬던 사람이었다.&lt;br&gt; 엄마가 돌아 가시고 나서 유일하게 정을 붙인 사람이라고, 새 엄마가 들어와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면서는 더욱 의지를 했던 사람이라 고 아란은 얘기하곤 했었다.&lt;br&gt; 재영이는? 엄마가 데려가서 키운다고 하셨는데 확실한 건 모르겠어요.&lt;br&gt; 원래 재영이가 새 엄마보단 나하고 아빠를 잘 따랐거든요.&lt;br&gt; 제후는 알 만 하다는 듯 말했다.&lt;br&gt; 치장하고 가꾸느라 아이 돌 볼 틈도 없었나보지.&lt;br&gt; 아마도요.&lt;br&gt; 아란의 얼굴에서 긍정의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.&lt;br&gt; 그래도 http://ddr.kbsyo.com 새 엄마가 계서서 아빠가 행복하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왠지 아빠가 이혼 을 결정하신 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죄송스러워요.&lt;br&gt; 난 아무래도 좋다는 사고방식은 버려.&lt;br&gt; 남을 위해서 희생할 생각만 하지 말고 좀 이기적으 로 굴어봐.&lt;br&gt; 아란이 넌 행복할 자격 충분히 있어.&lt;br&gt; 제후는 마주 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.&lt;br&gt; 아, 그리고 나 커피 마실 건데 생각 있으면 같이 마시자.&lt;br&gt;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구수한 커피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.&lt;br&gt; 휘파람을 불면서 주방으 로 들어가는 제후를 보며 아란은 혼자 웃었다.&lt;br&gt;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제후는 줄곧 다정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.&lt;br&gt; 처음엔 보상 심리 때문인 가 의심도 해보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의 다정함은 변함이 없었고 스스럼없는 장난기와 짓궂은 행동은 그들이 보통의 신혼부부 처럼 살고 있다고 아란이 생각하게 만들었다.&lt;br&gt; 계약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랑해서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다.&lt;br&gt; 알았지? 끝내자는 말 절대로 하지 마.&lt;br&gt; 이제 겨우 두 달 좀 넘게 살아보고 맞는다느니 안 맞는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자.&lt;br&gt; 퇴원 기념으로 찾은 레스토랑에서 제후는 그런 말을 했다.&lt;br&gt; 손을 끌어다 잡으며 조심스레 말 을 내는 그의 눈을 보면서 아란은, 제후와의 관계에 좋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고 머잖아 그의 마음이 진 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.&lt;br&gt; 제후를 믿게 되었다.&lt;br&gt; 요즘만 같으면 세상에 무엇도 바랄 것 없는 사람처럼 아란은 행복했다.&lt;br&gt; 거기에 욕심 부려 한 가지 소원을 빈다면 그도 그녀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.&lt;br&gt; 그녀 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고 싶었다.&lt;br&gt; 커피 향 좋지? 좋아요.&lt;br&gt;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아란이 한모금의 향을 들이마셨다.&lt;br&gt; 정말이지 저 웃는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까봐 애태웠던 걸 생각하면 그녀가 얄밉기까지 한 제후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5d/c6/bmwno10001/folder/3/img_3_50_9?1261914302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잔잔히 부딪치는 시선에 아란이 뺨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.&lt;br&gt; 근데 왜 그렇게 쳐다봐요? 예뻐서.&lt;br&gt; 제후는 턱을 괴고 키득 웃었다.&lt;br&gt; 장난치지 마요.&lt;br&gt; 장난 아닌데.&lt;br&gt; 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 거야.&lt;br&gt; 한층 노골적인 시선에 부끄러움이 또르르 몰렸다.&lt;br&gt; 아란은 잔을 손으로 감싸고 살그머니 제 후의 눈을 피한다.&lt;br&gt;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.&lt;br&gt; 왜 모르고 살았을까.&lt;br&gt; 너처럼 귀엽고 착한 아이 옆에다 두고도 왜 모르고 지냈을까.&lt;br&gt; 커피를 다 마신 아란이 잔을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받침대에 얹고는 허둥지둥 주방을 나간 다.&lt;br&gt; 뒷모습을 쫓던 제후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따랐다.&lt;br&gt; 그리고 아란의 팔을 잡아 침실로 들어간 다음 문을 잠갔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보상 받고 싶다.&lt;br&gt; 너 없이 혼자 보냈던 것만큼 우리의 시간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고 싶다.&lt;br&gt; 오늘 http://naveryo.com/naver/5386.html 너 안아도 돼? 그그치만 거절해도 소용없어.&lt;br&gt; 보름동안 참아줬으니까 오늘은 내 맘대로 할 거야.&lt;br&gt; 물러서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안으면서 제후는 아란의 몸을 침대에 밀치듯 쓰러트렸다.&lt;br&gt; 성 급한 손길을 따라 드러나는 여자의 몸에 호흡이 가빠왔다.&lt;br&gt; 건강이 나빠졌다고 며칠 햇빛 구경을 안 시킨 탓인지 피부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.&lt;br&gt; 이 아 름다운 몸을 옷으로 가리면 오히려 죄가 될 것처럼 보였다.&lt;br&gt; 내일 토요일이지? .&lt;br&gt; 그럼 우리 밤새도록 여기서 놀자.&lt;br&gt; 전화와도 받지 말고 누가 벨 눌러도 열어주지 말고 내 일 아침까지 놀다가 자자.&lt;br&gt; 몰라요.&lt;br&gt; 싫어요가 아니라 몰라요다.&lt;br&gt; 늘 처음 만난 남자에게 몸을 열어주는 것처럼 아란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.&lt;br&gt;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잘 하면서 그에게만 그런다.&lt;br&gt; 그런 아란의 행동이 제후에게는 &lt;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사람&gt;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 졌다.&lt;br&gt; 그리고 매번 처녀를 방문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선사했다.&lt;br&gt; 싫으면 지금 말하던가.&lt;br&gt; 아란이 시트를 끌어올려 가슴을 가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싫어도 오빠 맘대로 한다면서요.&lt;br&gt; 후후, 이제 보니 삐지기도 하잖아? 제후는 아란의 화내는 모습이 신기했다.&lt;br&gt; 언제나 그 앞에선 쥐 죽은 듯 꼬리를 내리고 하라 는 대로 따라주던 그녀가 처음으로 반항이라는 걸 했다.&lt;br&gt; 은 아란.&lt;br&gt; 야릇한 붉은 빛이 아란의 얼굴에 떠돌았다.&lt;br&gt; 지금 당장 아란의 몸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고 싶은 걸 참으면서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내가 어떤 여자 좋아하는지 말해줄까? 어떤 여자좋아하는데요? 그녀가 순진하게 되묻는다.&lt;br&gt; 역으로, 아란의 몸을 아래에 두고 있는 제후의 얼굴은 짓궂은 헌 터의 표정이 된다.&lt;br&gt; 오늘 밤 넌 죽었어, 라는 뜻이다.&lt;br&gt; 나한테 저항하는 여자.&lt;br&gt; 좋으면서도 싫다고 말해서 날 더 부추기는 여자.&lt;br&gt; 수차례의 절정이 지났다.&lt;br&gt; 몸과 몸이 먹고 먹혔다.&lt;br&gt; 흥분을 부추긴 대가로 아란은 밤새도록 시달렸지만 한 번도 제후를 거절하지 않았다.&lt;br&gt; 물러서지 않을 거야.&lt;br&gt; 오빠가 원하는 게 내 몸이라면 나한테 빠져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.&lt;br&gt; 나한테 집착하도록, 그래서 나 외에는 누구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릴 거야.&lt;br&gt; 새벽녘에 풋잠이 들었던 제후는 아란이 뒤척이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.&lt;br&gt; 부스스한 얼굴로 시 계를 쳐다보니 아침 7시 30분, 샤워도 하지 못하고 잠이 든 지 겨우 세 시간이 지났다.&lt;br&gt; 제후는 끄으응,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깜박여 눈 안으로 들어온 빛을 몰아냈다가 다시 실눈 을 뜨고 옆에 누운 아란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.&lt;br&gt; 적어도 정오까지는 깨지 못할 것처럼 아란은 곤한 잠에 들어 있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을 끌어다 안으면서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몸을 개켜 일어났다.&lt;br&gt;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http://naveryo.com/naver/2033.php 쑤시고 아팠다.&lt;br&gt; 뜨겁고 격렬했던 정사(情事)의 보상이라 그것도 기꺼 운 제후였다.&lt;br&gt; 시트가 눌렸다 제 자리로 돌아오면서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반짝하는 기 운에 욕실로 들어가던 제후가 되돌아 와 그것을 주웠다.&lt;br&gt; 결혼반지였다.&lt;br&gt; 제후의 손가락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녀석의 짝이다.&lt;br&gt; 아란이 일부러 빼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도 어젯밤의 정신없는 상황에 빠트린 모양이다.&lt;br&gt; 정신없는.&lt;br&gt; 풋 그렇게 좋았나? 황홀한 기억을 되살리며 미소 짓는 제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.&lt;br&gt; 가느다란 백금 링 안에 글자가 새겨져있는 게 보였다.&lt;br&gt; 이니셜이다.&lt;br&gt; 제후는 반지를 쥔 손을 힘주어 쥐었다가 펼쳤다.&lt;br&gt;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간만에 찾아 온 나른한 행복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, 좋아하는 사람 있다.&lt;br&gt; 두렵지만 보고 싶었다.&lt;br&gt; 그녀의 사랑을 차지한 사람을 알고 싶었다.&lt;br&gt; 누구일까? 결혼반지에 이니셜을 새길 정도라면 굉장히 소중한 사람일 텐데, 한 번도 손가락에서 반지 를 빼지 않았던 건 결국 다른 사람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서였던 걸까? 제후는 가슴이 쓰렸다.&lt;br&gt; 그러나 피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.&lt;br&gt; 그래서, 어느 덧 땀이 고인 손바 닥에서 반지를 들어 빛이 잘 드는 쪽으로 들어올렸다.&lt;br&gt; 첫 글자는 K였다.&lt;br&gt; JH? KJH.&lt;br&gt; 뭐야, 내 거하고 똑같 무심코 내뱉은 진실에 제후의 눈동자가, 입이 그대로 굳어버린다.&lt;br&gt; 그러다 천천히 몸을 돌려 세상모르고 잠이 든 아란을 쳐다봤다.&lt;br&gt; 그녀는 말했었다.&lt;br&gt; 내 심장이 누굴 위해 뛰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고.&lt;br&gt; 야? 정말 나야? 네가 좋아하는 사람 정말로 권 제후야? 콧소리까지 내며 자고 있는 그녀가 대답할 리 없건마는 제후는 또 묻고 있었다.&lt;br&gt; 야, 한 민준.&lt;br&gt; 제후 놈 왜 저렇게 분위기 잡냐? 또 와이프랑 한 판 했대? 도서관 자리에 가방을 두기 무섭게 담배를 태운다고 나가는 제후였다.&lt;br&gt; 책상에 쌓은 전공서 적들을 보며 한숨을 쉬던 서훈이 칸막이 사이로 몸을 제껴 민준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남들은 리포트 마감 맞추느라 골 빠개지는 이 때 얄밉게 돌아다니기나 하고 말이야.&lt;br&gt; 저 자식 머리 좋고 손 빠른 건 알지만 너무 한 거 아냐? 머리 나쁘고 손 늦은 너하곤 다르게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.&lt;br&gt; 내버려둬.&lt;br&gt; 장난스런 무시로 서훈의 입을 막은 민준이었으나, 민준도 얼마 못가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 났다.&lt;br&gt; 궁시렁 대며 책을 넘기던 서훈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.&lt;br&gt; 넌 또 어디 가? 나도 담배나 한 대 태우려고 그런다.&lt;br&gt; 금방 들어올게.&lt;br&gt; http://naveryo.com/naver/5009.php 서훈이 콧방귀를 흥, 뀐다.&lt;br&gt; 어이구! 자식이 저만 의리 있는 척 하고 있네.&lt;br&gt; 제후 놈 걱정 되서 그런다고 말하면 내가 너 잡아먹을까봐 그러냐? 친구 사이에 별 걸 다 숨겨.&lt;br&gt; 민준은 이해해줘서 고맙단 표시로 손을 들어보였다.&lt;br&gt; 그리고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확인한 다음 밖으로 나와 제후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있었다.&lt;br&gt; 저 자식 오늘만 담배 한 갑이 넘는데 와이프 마음 알았으면 됐지 또 뭐가 문제인 거야? 불 좀 빌리자.&lt;br&gt; 민준은 털썩, 제후 옆에 주저앉으며 담배를 내밀었다.&lt;br&gt; 뻔히 쳐다보는 표정에 약간의 놀라움 이 깃들었다.&lt;br&gt; 뭐해? 불 좀 빌리자니까.&lt;br&gt; 허연 연기가 둘이 되었다.&lt;br&gt; 새 담배의 3분의 1이 타들어가도록 아무 말이 없던 침묵은 기다 리다 지친 민준이 말을 꺼내면서 깨졌다.&lt;br&gt; 잘 나가다 왜 그러냐.&lt;br&gt; 사랑하는 여자 마음 얻은 걸로는 부족했어? 난 나를 잘 알아.&lt;br&gt;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민준은 금방 제후의 말뜻을 알아들었다.&lt;br&gt; 뭐가 두려운 건데.&lt;br&gt; 끝까지 가지 못할까봐?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던 여자들.&lt;br&gt; 그 속을 헤매던 방황에서 찾은 한 사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0.tistory.com/image/18/tistory/2009/12/26/02/48/4b34fad782a63 &gt;&lt;br&gt;&lt;br&gt; 아니면 아란이야? 버리게 될까봐 두려우냐 버림받는 것이 두려우냐, 민준은 묻고 있었다.&lt;br&gt; 대답을 않는 것으로 보아 둘 다 인 것 같았다.&lt;br&gt; 네 곁에 있으면 행복하지 못할까봐 겁나냐? .&lt;br&gt; 미친 놈.&lt;br&gt; 네 곁에 누구씨는 행복해서 죽을라고 하더라.&lt;br&gt; 아란이 그 녀석 생각하는 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거 알지? 민준은 피다 만 담배를 밟아 뭉개며 말을 보탰다.&lt;br&gt; 행복해 하고 있어.&lt;br&gt; 네 눈에 보이잖아.&lt;br&gt; 너도 알고 있잖아.&lt;br&gt; 그 일 권 제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.&lt;br&gt;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궁상떨지 말고 지금 하는 만큼만 해 줘.&lt;br&gt; 넌 해 보지도 않은 놈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? 알려고 해서 알아진 게 아니라 눈에 보인다고 했잖아.&lt;br&gt; 너희 둘 사랑하는 거 눈에 보여.&lt;br&gt; 서 로의 곁에서 행복해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이 보여.&lt;br&gt; 비로소 보이는 웃음이 서글펐다.&lt;br&gt; 민준아 나 제후의 핸드폰이 삐빅 신호음을 냈다.&lt;br&gt; 문자 메시지였다.&lt;br&gt; 제후가 말을 하려다 말고 메시지를 확인한다.&lt;br&gt; 누구야? 아란이? 어.&lt;br&gt; 6시에 경상대 앞에서 만나기로 한 걸 깜박했네.&lt;br&gt; 그러더니 제후는 이렇다 할, 양해도 구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뛰어 들어간다.&lt;br&gt; 그리고 수 분 후 다시 나와 정신없이 가방을 메고 경상대 건물이 있는 쪽으로 사라져버린다.&lt;br&gt; 뭐야, 저 녀석.&lt;br&gt; 얼음 왕자에서 공주의 똘마니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.&lt;br&gt; 혼자 남은 민준이 바닥에 떨어진 제 후의 담배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어본다.&lt;br&gt; 사랑을 하는 친구는 행복해 보였다.&lt;br&gt; 한 달음에 도착할 듯 걸음을 재촉했던 제후는 아란의 모습이 보이기 불과 몇 미터 전에서 멈추었다.&lt;br&gt; 아란의 곁에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.&lt;br&gt; 저번에 본 채석이라는 아이는 아니다.&lt;br&gt; 아란이 그 남자와 다정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도, 미소를 지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발은 저절로 서버렸다.&lt;br&gt; 처음 보았을 땐 무작정 손을 낚아 채 데려오고 친구 앞에서 무례한 키스를 퍼붓기까지 했는 데 지금은 소중한 그녀를 그리 대할 맘도 대할 용기도 없다.&lt;br&gt; 하지만 잠시 동안 심장을 욱죄어 오는 통증은 사실이었다.&lt;br&gt; 지금은 가지 말라고 겁먹은 머리가 명령을 내린다.&lt;br&gt; 아란이 다른 남자와 얘기대화의 내용에 상관없이하는 모습만 보면 사라지는 자신감도, 언제 그녀가 그를 버리고 행실 좋고 반듯한 사람을 찾아 가버릴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었다.&lt;br&gt; 조심스러웠다.&lt;br&gt; 화를 낸다기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음을 알았던 듯 그 모습은 그리 오래 눈에 비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손짓을 해가며 대화 를 주고받던 남자가 목례를 하고는 사라진다.&lt;br&gt; 마찬가지 방법으로 인사를 받은 아란이 몸을 나무 그늘의 기둥에 기대며 이내 입 을 가리고 하품을 한다.&lt;br&gt; 오빠.&lt;br&gt; 무심코 돌린 시야에 제후의 모습이 들어오자 아란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부른다.&lt;br&gt; 아까와는 다르게 서두르지 않는 보폭으로 제후는 아란에게 걸어갔다.&lt;br&gt; 오래 기다렸어? 이제 6시 20분밖에 안 됐는데요, 뭘.&lt;br&gt; 아란이 손목을 올렸다 내리면서 말했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오해하지 않도록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.&lt;br&gt; 오면서 보니까 누구랑 얘기하고 있던데 그 사람 누구야? 아, 봤어요? 여자 친구가 우리 학교 학생인데 처음 와서 길을 모른다고 그러잖아요.&lt;br&gt; 그럼 그렇지.&lt;br&gt; 설마 별다른 일이야 있겠어.&lt;br&gt; 다른 말은 안 했고? 에? 아아니, 이상한 추파 같은 거 던지지는 않았냐고.&lt;br&gt; 어휴, 이 병신! http://agora.shenala.com 이상한 걸 물어본 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말은 왜 더듬는 거야.&lt;br&gt; 제후는 속 으로 수도 없이 제 머리를 쥐어박았다.&lt;br&gt; 그건 왜 물어보는 데요? 불현듯 민망해진 표정의 제후와 눈을 맞추던 아란이 눈을 깜박깜박 하더니 고개를 젓는다.&lt;br&gt; 그가 난감해하며 말을 더듬는 건 처음 보았다.&lt;br&gt; 너넌 내가 다른 여자랑 얘기하고 있으면 좋냐? 이런! 예, 아니오의 단답형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.&lt;br&gt; 그거야 당연히 그럼 됐어, 더 물어보지 마! 북 치고 장구치고 저 혼자 괜히 성질을 부리더니 제후는 혼자서 씩씩 걸어가 버린다.&lt;br&gt; 아란 이 졸졸 뒤를 따라온다.&lt;br&gt; 오빠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? 없었어.&lt;br&gt; 근데 왜 나한테 화내요? 화 안 냈어! 그러니까 자꾸 토 달지 마! 하지만 지금 화내고 있잖아요.&lt;br&gt; 서운함이 실린 음성과 함께 뒤를 따라오던 기척이 멎었다.&lt;br&gt; 제후가 뒤를 돌아보자 아란은 머 쓱한 팔을 쓸어내리며 서 있었다.&lt;br&gt; 상처받은 얼굴이었다.&lt;br&gt; 굳이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큰 눈에선 금방이라도 떼구르르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고여 있었다.&lt;br&gt; 아란이 다시 제후의 상태를 확인시켜주었다.&lt;br&gt; 오빠 화내고 있다구요.&lt;br&gt; 한숨이 나온다.&lt;br&gt; 왜 소중히 여긴다면서, 좋아한다면서 난 왜 꼭 번번이 저 아일 울리고 마는 걸까.&lt;br&gt; 이제는 정말로 사랑인데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는 그녀였다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이 마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착각에 재 빨리 손을 내밀어 아란의 팔을 잡았다.&lt;br&gt; 미안해.&lt;br&gt; 됐어요.&lt;br&gt; 사실은 그게그래! 리포트 쓰다가 나왔거든.&lt;br&gt; 모레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출하라고 교수가 닦달을 해서 아마 그것 때문에 신경이 좀 예민해져 있었나 보다.&lt;br&gt; 알았어요.&lt;br&gt; 아란은 잡히지 않은 쪽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.&lt;br&gt; 그럼 바쁘다고 얘기하지 뭐하러 나왔어요.&lt;br&gt; 나 혼자서도 집에 갈 수 있는데.&lt;br&gt; 관심도 없었던 리포트가 도움을 줬다.&lt;br&gt; 제후는 그의 말에는 의심을 할 줄 모르는 아란과 300 페이지 분량의 전공서적을 탐독하고 사흘 만에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교수에게 감사했다.&lt;br&gt; 너 어린애잖아.&lt;br&gt; 나 없으면 안 되는.&lt;br&gt; 새록 고이는 웃음에 비로소 마음을 놓고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.&lt;br&gt; 울었으니까 배고플 거 아냐? 손가락 사이로 빈틈이 채워졌다.&lt;br&gt; 조금 걷다 돌아보는 그의 웃음에 그녀도 붉은 눈을 하고 웃었다.&lt;br&gt; 그것가지고 양이 차? 제후가 보기엔 먹는 것 같지도 않았다.&lt;br&gt; 저녁 사준다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데리고 왔더니 아 란은 샐러드에만 손을 대고 식사를 끝낸다.&lt;br&gt; 배불러요.&lt;br&gt; 봐요.&lt;br&gt; 아란이 손을 펴서 조금도 나오지 않은 아랫배를 톡톡 친다.&lt;br&gt; 그래도 이거 먹고 내일 아침까지 버텨야 되잖아.&lt;br&gt; 정말 배 안 고프겠어? 먹는 걸로는 그렇게 욕심 안 나요.&lt;br&gt; 나중에 우리 아이 가졌을 때도 그럴까봐 겁난다, 야.&lt;br&gt; 애기가 뱃속에서 뭘 먹고 크겠냐? 그거야 모르죠, 그 때 가면 곰탕에 두 그릇씩 밥 말아먹을지.&lt;br&gt; 투덜대는 제후를 아란은 쳐다보며 웃는다.&lt;br&gt; 제후가 먹다 말고 고개를 든다.&lt;br&gt; 왜? 아뇨.&lt;br&gt; 그냥 오빠가 나랑 애기 낳을 때까지 살아줄 생각 하고 있는 게 신기해서요.&lt;br&gt; 아이 오빠 닮으면 예쁠 거에요, 그죠? 아란의 말을 들은 제후가 얼굴을 굳혔다.&lt;br&gt; 살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거지.&lt;br&gt; 부부는 동등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니까.&lt;br&gt; 명문 S대의 학벌과 국내 건설회사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의 딸, 귀족적이고 아름다운 외모.&lt;br&gt;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도 제후에 대해서는 항상 자기를 낮추어 보는 아란 이다.&lt;br&gt; 자격지심이 아니라 아직 그의 마음을 모르기에 저러는 것이다 이해는 하면서도 제후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거슬린다.&lt;br&gt; 네가 나에 비해 뭐가 부족한데.&lt;br&gt; 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계약 따윈 이제 신경도 안 쓰고 있어.&lt;br&gt; 그러니 네가 나에 대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일, 없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오빠는 사랑해 본 적 있어요? 조건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만 생각하면 자신이 형편없어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뭔지 알 수 있어요? 내가 뭐?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아니에요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7e/14/bmwno1000/folder/3/img_3_1052_24?1261913501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아? 사람 궁금하게.&lt;br&gt; http://alr.me 있잖아요, 나 오늘 술 마시고 싶은데.&lt;br&gt; 심드렁하던 제후의 눈동자가 반짝, 놀란다.&lt;br&gt; 아란은 종업원이 접시들을 치운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말했다.&lt;br&gt; 오빠는 운전해야 되니까 관두고 나 마시는 거만 봐주면 안 돼요? 나 참.&lt;br&gt; 마시려면 같이 마셔야지.&lt;br&gt; 취하면 호텔 찾아서 하루 자면 되잖아.&lt;br&gt; 레스토랑을 나온 두 사람은 제후가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들른다는 호프집을 찾았 다.&lt;br&gt; 8시가 갓 넘은 초저녁인데도 단골들이 많아 벌써부터 시끌시끌했다.&lt;br&gt; 어렵사리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.&lt;br&gt; 뭐 마실래? 오빠가 정해요.&lt;br&gt; 난 아무 거나 상관없으니까.&lt;br&gt; 아란이 순진한 얼굴로 양 팔을 뻗어 소파를 짚고 다리를 모아 앉는다.&lt;br&gt; 투명한 유리 테이블 아래로 허벅지가 반은 보이는 미니스커트가 골반에서부터 아슬아슬하게 감고 있다.&lt;br&gt; 그러고 보니 내내 핸드백으로 허벅지를 가리고 있던 게 생각이 났다.&lt;br&gt; 비트 강한 댄스 음악 때문인지 어슴푸레 얼굴에 빛을 드리우는 조명 때문인지 늘 대하는 그 녀임에도 제후는 가슴이 떨린다.&lt;br&gt; 조금만 옆으로 가 봐.&lt;br&gt; 파트너가 있음에도 아란을 힐끔대는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영 못마땅했다.&lt;br&gt; 저 자식들, 감히 누구 걸 넘보는 거야? 왜요? 우리가 남이냐? 같이 앉게.&lt;br&gt; 아란이 안으로 물러 들어갔다.&lt;br&gt; 제후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안아 자 기 쪽으로 돌린다.&lt;br&gt; 저항도 않는 입술이 닿았다.&lt;br&gt;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향이 녹아 입 안에서 뒤엉킨다.&lt;br&gt; 아란을 훔쳐보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하려던 것이었지만 애초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촉촉하고 도톰한 입술의 감촉에 취해버리는 제후였다.&lt;br&gt; 키스가 깊어지면서 아란이 반응을 보였다.&lt;br&gt; 팔을 제후의 목에 감고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.&lt;br&gt; 등줄기의 움푹 파인 부분을 제후의 손가락이 훑자 아란은 허리를 휘면서 몸을 바짝 갖다 붙인다.&lt;br&gt; 자잠깐만요, 오빠.&lt;br&gt; 등이 푹신한 소파에 닿기 직전에 아란이 제후를 떠민다.&lt;br&gt; 사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젠장, 뭐가? 입맛을 다시며 제후는 아란에게 기울였던 몸을 세워 주위를 둘러보았다.&lt;br&gt; 그녀의 말처럼 이 게 웬 떡이냐 쳐다보는 눈들이 많았다.&lt;br&gt; 언제 웨이터가 다녀갔는지도 모르게 세팅 된 테이블과, 처음에는 수북하게 올라왔을 맥주 거품의 얇은 층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바보 씹탱이들.&lt;br&gt; 남 연애하는 거 처음 보나.&lt;br&gt; 상황의 진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다가 제후는 마지못해 아란을 품에서 놓아주었다.&lt;br&gt; 그녀 는 부끄러운 눈빛이었지만 창피해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옷매무새를 바로 하며 앉는다.&lt;br&gt; 잘못 했어.&lt;br&gt; 제후는 1700㏄ 용량의 차가운 맥주를 작은 잔에 따라 마시고 입술에 묻은 거품을 혀로 쓰 윽, 핥아냈다.&lt;br&gt; 첨부터 호텔로 가는 건데 잘못했어.&lt;br&gt; 거기 가서 둘이 신나게 즐기는 건데.&lt;br&gt; 다른 데로 갈까요? 아란이 온기가 느껴지는 손을 제후의 무릎에 얹었다.&lt;br&gt; 자그마한 압박감에 제후가 마시던 잔 을 놓고 이게 무슨 뜻이냐는 듯 그녀를 쳐다본다.&lt;br&gt; 하다만 거 계속 하고 싶지 않아요? 말귀를 알아들은 제후가 금세 쿡, 웃었다.&lt;br&gt; 살다보니 요조숙녀 은 아란의 입에서 먼저 그걸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도 있구나 싶었다.&lt;br&gt; 좋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.&lt;br&gt; 경험자답게,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인간의 짧고 비밀 스런 사랑을 나누려면 어디가 좋은지는 숙지하고 있었다.&lt;br&gt; 형, 나 거기 좀 쓸게.&lt;br&gt;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눈짓을 하고 제후는 아란을 데리고 좁은 문을 나와 2층으로 올라 갔다.&lt;br&gt; 작은 문이 있었다.&lt;br&gt; 제후가 손잡이를 돌리고는 아란을 들어가게 했다.&lt;br&gt; 잠만 자는 곳인지 가구 하나 형광등 하나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.&lt;br&gt; 키 높은 창문으로 흘러들 어오는 달빛이 야트막한 침대를 비추는 곳이었다.&lt;br&gt; 달칵.&lt;br&gt; 등 뒤로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.&lt;br&gt;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.&lt;br&gt; 오늘 처음 만난 여자와 남자가 http://cot.notkor.com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밀애(密愛)의 장소를 찾은 것처럼 아 란과 제후는 잠시 눈을 맞춘다.&lt;br&gt; 그가 다가온다.&lt;br&gt; 붙잡히는 시선 속에서 천천히 긴장이 고조된다.&lt;br&gt; 제후의 팔이 허리를 감싸오자 아란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본다.&lt;br&gt; 하얀 손가락이 제후의 뺨을 스치고 머리칼을 만지다가 목젖을 스친다.&lt;br&gt; 붉은 입술이 탐스럽다.&lt;br&gt; 늘 품 안에서 익숙했던 향기가 어색하게 코를 스치고 떨리는 손가락의 감촉 아래로 부드러 운 피부는 사르르 밀려난다.&lt;br&gt; 음악소리가 귓가에서 웽웽 멀어져가고 맞닿은 심장소리는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.&lt;br&gt; 한껏 달아오른 숨결이 하나가 된 몸을 얽어 묶는다.&lt;br&gt; 뱅그르르 천장이 맴을 돈다.&lt;br&gt; 젖은 숨소리가 방 안을 메운다.&lt;br&gt; 절정의 신음소리가 공중에 부딪치고 야릇한 고통과 쾌감이 뿜어져 나온다.&lt;br&gt; 무저갱(無底坑)의 암흑까지 떨어졌다가 천국의 광명에까지 이른다.&lt;br&gt; 생명과 생명이 만나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들어맞은 그것은 사랑을 잉태한다.&lt;br&gt; 꿈인 듯 환상인 듯 시간이 멈춘다.&lt;br&gt; 앞으론 종종 술 마시러 와야 되겠는 걸.&lt;br&gt;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후가 하는 말이었다.&lt;br&gt; 한바탕의 격렬한 운동(!)으로 땀을 빼고 난 다음에 마시는 맥주 맛은 더없이 좋았다.&lt;br&gt; 언제는 호텔 가서 둘이 즐기자면서요.&lt;br&gt; 제후가 쳐다보자 아란이 얼른 눈을 돌리고 입을 다문다.&lt;br&gt; 그녀의 하얀 목에 남은 키스마크가 조금 전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.&lt;br&gt; 그래서 좋았다는 거야, 싫었다는 거야? 흔하지 않은 아란의 새침한 눈빛에 제후가 운전을 하면서 웃었다.&lt;br&gt; 앵 토라지는 입술이 귀엽 기만 했다.&lt;br&gt; 뭐나쁘지는 않았어요.&lt;br&gt; 차마 대답을 못하겠는지 미적미적, 말을 돌리지만 선수답게 제후는 속뜻을 낚아 채 낸다.&lt;br&gt; 괜찮았으면 집에 가서 한 번 더 할까? 카메라를 샀다.&lt;br&gt; 원하면 바로 찍어서 즉석에서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img.blog.yahoo.co.kr/ybi/1/15/18/yasisite/folder/8/img_8_312_17?1261914525.jpg &gt;&lt;br&gt;&lt;br&gt; 웨딩 앨범 말고는 볼 만 한 사진을 채워 둔 앨범 하나 없다는 게 제후의 이유였지만 빛나는 두근거림으로 자리해가는 아란의 모습을 잃어버리기는 너무 아까워서 그랬다.&lt;br&gt; 제후는 자석이 달린 예쁜 팬시 제품을 사다가 냉장고에 사진을 붙여 놓기 시작했다.&lt;br&gt; 막 일 어나서 눈을 부비는 모습, 샤워를 하고 나와 젖은 머리를 터는 모습이며 놀이동산에서 재영과 놀아주는 모습 등, 제후의 손에 서는 카메라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.&lt;br&gt; 사진 찍는 걸 싫다고 손사래를 젓던 아란도 점차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다루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.&lt;br&gt; 한 번은 술을 마시고 들어와 퉁퉁 부은 제후의 얼굴을 몰래 찍었다가 냉장고에 붙여놓고 잠 이 깬 그에게 보여주면서 깔깔대기도 했다.&lt;br&gt; 길을 지나다 만난 귀여운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을 찍기도 했지만 그들 사진 속의 주인공은 거의 상대방이었다.&lt;br&gt; 사랑할 운명으로 만나게 된 것처럼 뒤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이었다.&lt;br&gt; 언제부터였을까.&lt;br&gt; 넌 언제부터 내 주위를 맴돌았을까.&lt;br&gt; 내가 모르던 시절의 넌 어떤 모습이었을까.&lt;br&gt; 어떤 http://aqz.myhome.tv 모습으로 나를 사랑했을까.&lt;br&gt;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제후는 아란을 더듬어 봤지만 어느 한 조각 기억 속에도 그녀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았다.&lt;br&gt; 아란은 가슴에 안고 다니는 전공서적을 치우고 교복을 입혀놓으면 여고생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풋풋한 인상의 소유자였다.&lt;br&gt; 화려한 옷과 세련된 화장으로 자신을 치장해 남자를 유혹할 줄도 몰랐고 마음에 드는 남자 에게 먼저 접근하는 여자들의 화끈함은 흉내 내지도 못했다.&lt;br&gt; 결혼 전, 그런 여자들만을 찾아 부담 없이 즐겨왔던 제후 쪽에서 보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도 당연했다.&lt;br&gt; 설사 그녀를 알았다 하더라도 처녀를 망가뜨린 성인자료69영상 책임을 떠맡을 걸 염려해서 거절했을 것이다.&lt;br&gt; 제후는 간혹 등 뒤를 맴도는 아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.&lt;br&gt;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곧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 못하고 외면하는 서글픈 눈빛을.&lt;br&gt; 아란아 난 너를 확인해 보고 싶다.&lt;br&gt; 내게 손 내민 나를 찾아올 용기를 내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해주길 원한다.&lt;br&gt; 너를 위해 심장을 송두리째 내어버린 내 사랑을 알아주길 원한다.&lt;br&gt; 오늘 집에 못 들어온다구요? 벌써 술에 취했는지 전화기 너머 제후의 목소리는 분명하지 않았다.&lt;br&gt;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36/tistory/2009/12/26/04/29/4b3512a6ce031 &gt;
&lt;br&gt;http://agora.shenala.com
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33/tistory/2009/12/26/04/12/4b350e9b6d4db &gt;
&lt;br&gt;http://alr.me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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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http://cot.notkor.com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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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http://aqz.myhome.tv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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&lt;br&gt;
&lt;br&gt;화상채팅녀 하나뿐인 딸의 행복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그저 이 결혼을 통해 들어올 회사의 유익과, 눈엣 가시 같은 전처의 딸과 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던 그들은 제후의 입장에서도 좋아질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나중에 다른 세상에 태어나면 그 때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어요.&lt;br&gt; 아란은 오빠도 포함해서요, 란 말은 하지 못했다.&lt;br&gt; 사람 무안하게 톡톡 쏘긴 하지만 친오빠 같은 다정함으로 그녀를 지켜주는 사람 제후의 사랑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.&lt;br&gt; 이렇게 의지할 가슴과 어깨가 있는 것으로 감사하자고 늘 심장을 달래는 그녀였다.&lt;br&gt; 나를 귀찮아하지 않는 사람들 곁에서요.&lt;br&gt; 아란의 한숨을 제후는 키스로 막았다.&lt;br&gt; http://ccom.nanydaum.com 촉촉하고 아찔한 입술의 감촉을 겉에서만 느끼기가 아쉬워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넣고는 뜨거운 향기를 나눠 삼켰다.&lt;br&gt;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걸며 몸을 붙였다.&lt;br&gt; 그의 손에 길들여진 몸은 키스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며 떨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손이 아란의 등 뒤로 가 실크 원피스의 지퍼를 내렸다.&lt;br&gt; 가냘픈 허리를 따라 원피스 가 아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제후도 옷을 벗어던졌다.&lt;br&gt; 여행 얘기만 하고 내려갈 참이었는데 불이 붙자 멈출 수가 없었다.&lt;br&gt; 여느 때처럼 아란은 순결한 나신으로 제후를 받아들였다.&lt;br&gt;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거 친 움직임과 손길을 힘겨워하면서도 순종했다.&lt;br&gt; 제후는 녹초가 되도록 아란을 안고 또 안았다.&lt;br&gt; 미친 사람처럼 아란의 몸속에서 권 제후의 소유를 확인했다.&lt;br&gt; 그는 어느 샌가 그녀가 아니면 쾌락을 느낄 수 없는 남자로 길들여져 있었다.&lt;br&gt; 애 데리고 올라가서 뭘 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니? 손님들 오시는데 나와서 좀 맞지 않 고.&lt;br&gt; 누르면 붉은 물이 떨어질 것 같은 아란의 뺨과 제후의 옷자락을 쥐며 등 뒤로 숨는 그녀의 행동이 위에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권 회장 내외는 짐짓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.&lt;br&gt; 손님들이야 할아버지 만나러 왔지, 저 보러 왔어요? 사돈어른들이 오셨단다.&lt;br&gt;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니? 제후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.&lt;br&gt; 새어머니와 대면해야한다는 말에 핏기가 가시는 아란의 안색 을 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에서 싫다는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 어디 계시는데요? 옷을 쥔 아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.&lt;br&gt; 그녀는 제후의 등으로 바짝 몸을 붙였다.&lt;br&gt; 희미하게 떨 리는 작은 어깨가 안쓰러워서 제후는 견딜 수 없었다.&lt;br&gt; 권 회장이 손가락으로 귀한 손님이 아니면 모시지 않는 방을 가리켰다.&lt;br&gt;다른 손님들과 따 로 모셨다.&lt;br&gt; 매무새 가다듬고 들어가서 인사 여쭙고 나오거라.&lt;br&gt; 제후도 피하고 싶었다.&lt;br&gt; 가능하다면 평소에도 잘 지내냐는 전화 한 통 없는 부모 같지도 않 은 사람들과 아란을 대면시키는 이 상황을 그녀에게서 가려주고 싶었다.&lt;br&gt; 아란아.&lt;br&gt; 제후가 머뭇거리자 권 회장의 눈이 아란을 향했다.&lt;br&gt; 어서 들어가서 인사 드리거라.&lt;br&gt; 결혼하고 나선 처음인데 무척 보고 싶었을 것 아니냐.&lt;br&gt; 제후는 사정도 모르고 아란을 몰아다 붙이는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.&lt;br&gt; 그렇다고 보는 눈, 듣는 귀 많은 이 자리에서 사실을 얘기할 수도, 경거망동을 저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4.tistory.com/image/30/tistory/2009/12/26/02/46/4b34fa7d895ab &gt;&lt;br&gt;&lt;br&gt; 누나! 그 때 어디선가 남자아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아란의 다리에 매달려 얼굴을 비비댔다.&lt;br&gt; 아란이 몸을 굽히더니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 올렸다.&lt;br&gt; 이제 다섯 살이나 됐을까 누가 보면 엄마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녀를 빼닮은 꼬마였다.&lt;br&gt; http://edaum.daumeing.net  누구야? 내 동생 재영이요.&lt;br&gt; 결혼식 때 안 봤었어요? 하지만 아란이 넌외동딸이잖아, 라고 말하려다가 제후는 입을 다물었다.&lt;br&gt; 아마도 이 아 이는 새어머니에게서 난 의붓동생일 것이다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 누구야? 아저씨? 제후는 맹랑한 꼬마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.&lt;br&gt; 아란이 웃으며 동생의 말을 정정했다.&lt;br&gt; 재영아, 아저씨가 아니라 매형이야.&lt;br&gt; 누나랑 결혼한 사람.&lt;br&gt; 누나 이 아저씨랑 결혼했어? 엄마랑 아빠처럼 같이 사는 거야? 아빠라기보다는 차라리 할아버지가 낫겠다.&lt;br&gt; 제후는 획, 팔짱을 끼며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 다.&lt;br&gt; 그럼 아기는 어디 있어? 결혼하면 엄마 아빠처럼 아기도 낳는 거잖아.&lt;br&gt; 재영이 동생 어디 있어? 덕분에 아란의 긴장이 덜어지긴 했지만 누나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 처남이 마음에 들지 않 는 제후였다.&lt;br&gt; 제후가 아란의 목에 목도리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팔을 풀려는 찰나, 손님 방 문이 열리더 니 그녀의 부모님이 나왔다.&lt;br&gt; 아이를 어르고 있던 아란이 새어머니를 보고는 동생을 거실바닥에 내려놓았다.&lt;br&gt; 엄마한테 갈래, 재영아? 누나는 어디 가야 되거든.&lt;br&gt; 웅웅, 싫어.&lt;br&gt; 누나도 같이 집에 가.&lt;br&gt; 응? 재영아, 이리 온.&lt;br&gt; 저 낳아준 엄마가 부르는데도 재영은 누나에게만 매달려 징징거렸다.&lt;br&gt; 제후가 발을 공중으로 동동대는 아이를 떼어다 엄마에게 안겨주었다.&lt;br&gt; 고마워, 권 서방.&lt;br&gt; 그리고 너도 오랜만이구나.&lt;br&gt; 잘 지냈니? 새어머니의 마지못한 눈길이 아란에게 닿았다.&lt;br&gt; 염려했던 거와 달리 아란은 떨지도 않고 말 을 받았다.&lt;br&gt; 걱정해주신 덕분에요.&lt;br&gt; 아버지도 건강하시죠? 나야 늘 잘 있지.&lt;br&gt; 이 사람이 잘 http://ehe.shekorea.co.kr  챙겨주니까.&lt;br&gt; 아내의 어깨를 안으며 다정스레 대답하는 아란의 아버지를 보면서 제후는 역겨움마저 일었 다.&lt;br&gt; 당연히 그러시겠죠.&lt;br&gt; 힘들게 재혼하셨는데 오죽 하시겠어요? 삐딱한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.&lt;br&gt; 아란이 그러지 말라는 듯 제후의 팔을 잡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을 뿐 더러 제후도 그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.&lt;br&gt; 너무 사이가 좋아서 딸이 어떻게 사는지는 궁금하시지도 않나 봐요.&lt;br&gt; 저희 결혼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전화 한 통도 안 하시고 말입니다.&lt;br&gt; 저도 부러울 정도라니까요.&lt;br&gt; 농담 속에 드러나는 가시.&lt;br&gt; 은 사장 내외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흐려지는 것을 보며 권 회장 이 나섰다.&lt;br&gt; 제후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? 할아버진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히나 계세요, 소리가 이 사이에서 걸렸다가 목으로 넘어갔 다.&lt;br&gt; 제후는 조롱기를 입가에 걸었다.&lt;br&gt;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.&lt;br&gt; 하지만 없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뭘 잘못했는지 전 모르겠 는데요.&lt;br&gt; 제후야! 마침내 권 회장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제후가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.&lt;br&gt; 오히 려 건방진 눈동자 속에 두 사람을 가두어 노려볼 뿐이었다.&lt;br&gt; 당신들도 깨달아야 돼.&lt;br&gt;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, 때늦은 사랑 놀음으로 무시당해 내쳐진 자식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당신들도 알아야 돼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손을 잡았다.&lt;br&gt; 그럼 천천히 놀다 가세요.&lt;br&gt; 저희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하거든요.&lt;br&gt; 얼굴 풀어.&lt;br&gt;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?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아란은 내내 불안한 얼굴이었다.&lt;br&gt; 너도, 지금 내가 너무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?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고?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해서 그래요.&lt;br&gt; 오빠도 괜히 저 때문에 은 아란.&lt;br&gt;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던 제후가 무서운 얼굴로 아란을 돌아보았다.&lt;br&gt; 말해두는 데 너하고는 상관없이 내가 한 말이야.&lt;br&gt;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대하는 그 분들 태도에 내가 기분이 나빠서 한 마디 한 거라고.&lt;br&gt; 알았어? 아란이 눈길을 돌리면서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기분 잡치게 그런 얼굴도 하지 말고.&lt;br&gt; 이래서야 둘이 여행 가는 기분도 안 나잖아.&lt;br&gt; 미안해요.&lt;br&gt; 안 그럴게요.&lt;br&gt; 이러니 당하고만 살았지.&lt;br&gt; 제후는 침을 꿀꺽 삼키고 http://pon10.com  화를 가라앉혔다.&lt;br&gt; 은 아란, 너 여기서 조금만 나빠지면 안 되겠냐? 까짓 망신 한 번 준 거 가지고 마음 쓰 지 마.&lt;br&gt; 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기나 할 거 같아? 사실은 아란이 입술을 오물거렸다.&lt;br&gt; 사실은 저도 속이 시원했어요.&lt;br&gt; 오빠가 그 말 안 했으면 내가 했을지도 몰라요.&lt;br&gt; 다만 오빠 가 할아버지 눈에 나는 건 아닐까, 사람들이 오빠 나쁘게 보면 어쩌나 그게 걱정됐어요.&lt;br&gt; 제후가 피식, 코웃음을 쳤다.&lt;br&gt;거기 온 손님 중에 나 그렇고 그런 놈인 거 모르는 사람 없 어.&lt;br&gt; 그래도 나 때문에 오빠 나쁘게 보이는 거 싫어요.&lt;br&gt; 정말로요.&lt;br&gt; 네 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기지 않는데 왜 네 눈엔 내가 안 보이는 걸까.&lt;br&gt; 제후는 속 이 쓰렸다.&lt;br&gt; 그만해라.&lt;br&gt; 빼도 박도 못할 말 가지고 가타부타 떠드는 거, 머리 아파.&lt;br&gt;&lt;br&gt;&lt;IMG SRC=http://cfs12.tistory.com/image/31/tistory/2009/12/26/04/01/4b350bf23780e &gt;&lt;br&gt;&lt;br&gt; 제후는 몸을 의자에 묻으면서 눈을 감았다.&lt;br&gt; 그를 가만, 쳐다보는 아란의 시선과 이내 고개를 돌리는 나즈막한 한숨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했다.&lt;br&gt; 기대하게 만들지 마.&lt;br&gt; 네 착한 눈빛을 마주하는 게 얼마나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 알아? 사랑은 느낄수록 괴로웠다.&lt;br&gt; 낯설고 힘들었다.&lt;br&gt;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호텔에서 보낸 VIP 전용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들어갔다.&lt;br&gt; 우와~예쁘다!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객실에 짐을 풀자마자 아란은 곧장 발코니로 뛰어나갔다.&lt;br&gt; 그러더니 인어공주가 되어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할 것처럼 난간을 손으로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.&lt;br&gt; 여기 진짜 마음에 들어요.&lt;br&gt;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감사하는 말씀 꼭 드려야겠어요.&lt;br&gt; 할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입었던 답답한 정장 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제후는 대답했다.&lt;br&gt; 그러던지.&lt;br&gt; 직접 마중을 나온 지배인의 말에 따르면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방이라고 했다.&lt;br&gt; 이틀을 머무는 데 190만원이고 사흘에 26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형의 허니문 패키지용 객실이란다.&lt;br&gt; 얼른 옷 갈아입어.&lt;br&gt; 바다 보고 싶다며.&lt;br&gt; 조금만 더 보구요.&lt;br&gt; 제후가 니트 셔츠에 청바지로 갈아입을 동안까지 아란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.&lt;br&gt; 제후의 마 음속에 불쑥 짓궂은 장난기가 돌았다.&lt;br&gt; 아쉬워하며 허리를 바로세우는 아란의 등에 제후의 가슴이 닿았다.&lt;br&gt; 그만 보고 가자니까.&lt;br&gt; 제후는 두 팔로 각각 아란의 어깨와 허리를 둘러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.&lt;br&gt; 아니면,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그냥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까? 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싫다.&lt;br&gt; 넌 내가 마법을 풀어줄 때만 살아 숨을 쉬는 인형이었으면 좋겠다.&lt;br&gt; 그그치만 아까 집에서두 거긴 거기고 호텔에서 하는 건 처음이잖아.&lt;br&gt; 제후는 아란의 목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를 헤치면서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물었다.&lt;br&gt; 불그스 름한 입술자욱과 고른 치흔(齒痕)이 남았다.&lt;br&gt; 게다가 우린 부부고어디에서도 거리낄 게 없어야 한다고.&lt;br&gt; 아란의 귓불을 깨물며 제후가 물었다.&lt;br&gt; 허리를 안았던 손이 내려가 스커트를 밀어올리고 매 끈한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.&lt;br&gt; http://ljjj.isuim.com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.&lt;br&gt; 자어떻게 할까? 밖으로 나가서 멍청한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줄까, 아니면 이 곳에 서 갑자기 돌아선 아란이 제후의 목에 팔을 감으며 입술을 맞댔다.&lt;br&gt; 등 뒤로 파닥이며 스커트를 들추는 바람만큼이나 그녀의 행동은 대담했다.&lt;br&gt; 아란이 입술을 떼었다.&lt;br&gt; 원해요.&lt;br&gt; 해요.&lt;br&gt; 한 음절이 숨어 나왔지만 제후는 그 말이 허락의 뜻임을 알 수 있었다.&lt;br&gt; 요정들의 눈물처럼 수정이 되어 떨어질 듯 잔잔한 물기가 아란의 눈에 고인다.&lt;br&gt; 아란아 그의 뺨을 쓸어내리는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제후가 말했다.&lt;br&gt; 나 겁쟁이야.&lt;br&gt; 나 너 데리고 도망 온 거야.&lt;br&gt; 밑도 끝도 없이 퍼 올리는 말이었다.&lt;br&gt; 어둠에 깊이를 감춘 우물에서 처음 두레박으로 퍼 올 린 맑은 물이었다.&lt;br&gt; 사실은 내가 오빠.&lt;br&gt; 제후의 팔 안에서 아란의 허리가 휘어지며 다가갔다.&lt;br&gt; 코끝이 부딪치는 거리에서 아란은 제 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.&lt;br&gt; 그 말 꼭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면, 하고 나서 오빠 마음 상하게 할 말이라면 하지 마요.&lt;br&gt; 사람들 떠나서 둘이 있는 거잖아요.&lt;br&gt; 그러니 아무 생각 하지 마요.&lt;br&gt; 여행 왔으니까 좋은 기억만 만들어요.&lt;br&gt; 아무도 끼워주지 말고 그냥 우리 생각만 하면서 지내요, 네? 그녀가 말하는‘우리’는 특별하게 들린다.&lt;br&gt; 너는 너, 나는 나가 아닌 우리.&lt;br&gt; 그런데 그 우리 사이에 누가 끼어들면 어떻게 하지? 하나도 아닌 둘.&lt;br&gt; 너를 좋아하는 사람,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가 널 영원히 차지할 수 있는 걸 막아버리 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? 너 좋아하 바로 그 때 제후의 핸드폰이 주인을 찾았다.&lt;br&gt; 제후는 긴장이 푹 수그러드는 걸 느끼면서 아 란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고 거실로 들어갔다.&lt;br&gt; 여보세요? 제후, 네 이 녀석! 할아버지셨다.&lt;br&gt; 제후는 한숨을 쉬었다.&lt;br&gt; 알았어요, 알았어.&lt;br&gt; 제가 잘못했어요.&lt;br&gt; 이제 됐죠?! 제후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.&lt;br&gt; 그리고 아예 핸드폰의 배터리를 뽑아 버렸다.&lt;br&gt; 오빠아란은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.&lt;br&gt;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래.&lt;br&gt; 돌아가면 틀림없이 배로 혼나겠지만 아무도 너한테 뭐라 안 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.&lt;br&gt; 아란이 고개를 저었다.&lt;br&gt; 부부는 일심동체랬어요.&lt;br&gt; 오빠가 잘못한 건 내가 잘못한 거고 난, 
